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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장들이 17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상법 개정안 등 재계가 우려하는 법안 처리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당부했다. 우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경제 4단체장을 초청해 비상 간담회를 열었다. 손 회장은 “기업에 부담이 되는 상법 개정과 법정 정년 연장 같은 사안들은 좀 더 신중한 검토를 부탁드린다”고 건의했고, 최 회장은 “경제의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라며 “기업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제 정책만큼은 흔들리지 않고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 의장은 “재계와 경제단체의 우려를 잘 이해하고 있으니 국회 차원에서 해법을 찾고 해결을 돕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고 한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6단체는 국회가 기업 영업비밀 자료나 증인 출석을 언제든 요구할 수 있는 증언·감정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기업 기밀 및 핵심 기술이 유출될 위험이 있다”며 정부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상법 개정 토론회’ 개최를 예고하며 속도전에 나섰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토론을 주재할 것”이라며 “투자자 측의 허심탄회한 말을 듣고 합리적인 조정안 마련에 힘쓰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 외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 분리선출 등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도 추경 필요성까지 언급하며 정부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민주당 허영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추경안 편성을 통해 민생 안정과 경영 회복에 선제 대응을 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생이 어렵고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추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내년에 추경 편성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기존보다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현재 통과된 예산안은 경제(성장률)에 ―0.06%포인트 정도 영향이 있다. 지금처럼 하방 위험이 있는 상황은 재정을 조금 더 이용할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다만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삼성전자는 전경훈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삼성리서치 연구소장(사장·사진)을 포함한 임직원 5명이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의 2025년 석학회원(펠로)으로 선정됐다고 17일 밝혔다. IEEE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 등이 주도해 설립한 세계 최대 권위의 전기·전자·컴퓨터·통신 학회다. 펠로는 회원 중 최상위 0.1% 이내로 선정되는 최고기술자다. 전 사장은 5세대(5G) 이동통신과 가상화 무선접속망(vRAN) 기술 개발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윤선 삼성리서치 마스터도 5G 이동통신 표준화에 기여해 펠로로 선정됐다. 티모시 호스페달레스 삼성리서치 유럽 인공지능(AI) 센터장은 AI 머신러닝 및 메타러닝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AI 비전 분야에서 성과를 올린 마이클 브라운 삼성리서치 토론토 AI 센터장, 파운드리 트랜지스터 개발에 기여한 유리 마수오카 반도체사업(DS) 부문 파운드리사업부 SRAM 랩장도 펠로에 이름을 올렸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애플이 내년과 내후년에 초박형·폴더블 아이폰 및 노트북을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 시간) 애플이 성장세 회복을 위해 더 얇고 접을 수 있는 아이폰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내년부터 약 8mm 두께의 현 모델보다 얇은 아이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프리미엄 아이폰 라인업인 ‘프로’ 모델보다 카메라 시스템 등이 단순화된 대신에 좀 더 저렴하게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부턴 접고 펼칠 수 있는 폴더블 기기가 대형 및 소형으로 출시된다. 대형 기기는 대각선 길이 19인치(약 48.26cm)로 펼쳐지는 노트북이다. 소형 기기인 폴더블 아이폰은 아이폰16 프로 맥스의 대각선 길이 6.9인치(약 17.4cm)보다 큰 화면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새 형태의 기기 출시를 예정한 이유는 지지부진한 아이폰 매출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회계연도 기준 애플 아이폰 매출은 2011억8300만 달러(약 288조9000억 원)로 2005억8300만 달러(약 288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지난해 동기 대비 0.3% 성장하는 데 그쳤다. WSJ는 “최근 몇 년간 애플의 주요 제품 라인업은 더 빠른 칩과 더 나은 카메라 등 사소한 업데이트가 있었지만 사용자가 기기를 업그레이드하도록 장려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LG전자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첨단 모빌리티 기술 ‘인캐빈 센싱’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서 공개한다고 16일 밝혔다. LG전자의 전장사업 담당인 VS사업본부가 관람객 대상으로 전시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캐빈 센싱은 운전자의 주행 편의를 돕는 기술이다. 외국어로 표기돼 있는 도로 교통 표지판을 실시간으로 번역하고, 표지판의 의미를 설명해준다. 또 운전자가 관심 깊게 본 랜드마크나 조형물 등을 자동 인식해 기억하기도 한다. 카메라와 센서 등으로 운전자의 시선, 머리 움직임을 세밀하게 감지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기능도 갖췄다. CES 2025 관람객은 전시장에 설치된 콘셉트 차량에 탑승해 시뮬레이션으로 이 기능을 체험할 수 있다. AI가 운전자 얼굴 표정을 인식해 기쁨, 보통, 짜증, 화남 등 네 가지 기분을 디스플레이에 이모티콘으로 표시해준다. 실시간으로 심박수도 측정해 숫자로 나타낸다. 갑작스러운 건강이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형사고를 예방하는 기능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부사장)은 “운전자와 공감하는 AI 기술을 적용한 인캐빈 센싱으로 운전자들에게 안전하고 즐거운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애플이 내년과 내후년 초박형·폴더블 아이폰 및 노트북을 출시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획기적 기기 형태 변경을 통해 침체된 아이폰 매출 증대를 노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애플이 성장세 회복을 위해 더 얇고 접을 수 있는 아이폰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부터 약 8mm 두께의 현 모델보다 얇은 아이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프리미엄 아이폰 라인업인 ‘프로’ 모델보다 카메라 시스템 등이 단순화된 대신, 보다 저렴하게 출시될 전망이다. 2026년부턴 접고 펼칠 수 있는 폴더블 기기가 대형 및 소형으로 출시될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대형 기기는 노트북이다. 대각선 길이 19인치(약 48.26cm)로 일부 데스크톱 PC 모니터만큼 크게 펼쳐진다. 소형 기기는 아이폰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폴더블 아이폰은 아이폰16 프로 맥스의 대각선 길이 6.9인치(약 17.4cm)보다 큰 화면으로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디스플레이를 밖으로 접는 ‘아웃폴딩’ 디자인도 시험해 봤지만, 삼성의 ‘갤럭시 폴드’와 같이 책처럼 안으로 접는 디자인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애플이 새 형태 기기 출시를 예정한 이유는 지지부진한 아이폰 매출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아이폰 판매 확대 복안으로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기기 형태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WSJ는 “최근 몇년간 애플의 주요 제품 라인업은 더 빠른 칩과 더 나은 카메라 등 사소한 업데이트가 있었지만, 사용자가 기기를 업그레이드하도록 장려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16 시리즈도 물리적 변화보단 인공지능(AI)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초점이 맞춰졌다. 올해 회계연도 기준 애플 아이폰 매출은 2011억 8300만 달러(약 288조 9000억원)으로 전채 매출 3910억 3500만 달러(약 561조 6000억 원)의 51%에 육박하지만, 2005억 8300만 달러(약 288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지난해 동기 대비 0.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전년 대비 아이폰 매출 성장률은 5세대(5G) 이동통신 태동기 통신사들이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한 2021년 39.33%를 기록했지만, 2022년 7%, 2023년 –2.39%, 올해 0.3%로 3년째 10%를 하회하고 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최첨단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퀄컴의 ‘두뇌 칩’ 사용권을 두고 분쟁 중인 칩 설계사 퀄컴과 설계도 제작사 ARM의 재판이 16일(현지 시간) 시작된다. 분쟁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퀄컴 ‘스냅드래건’ 칩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RM은 반도체의 ‘설계도’를 만든다. 퀄컴 등 설계사에 설계자산(IP)을 제공하고 관련 라이선스로 수익을 올린다. 전 세계 스마트폰 99%가 ARM 설계를 기반으로 할 정도로 ARM 설계자산은 업계의 표준이다. ARM에 있어 퀄컴은 매출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큰 고객이다. 양측의 갈등은 2021년 퀄컴이 반도체 설계기업 누비아를 인수하며 시작됐다. 그동안 ARM의 설계도를 보고 중앙처리장치(CPU)를 설계하던 퀄컴이 자사 칩에 누비아의 ‘오라이온 CPU’를 쓰겠다며 사실상 자립을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누비아도 여전히 ARM의 IP를 활용하고 있었고, ARM은 2022년 퀄컴이 자사 동의 없이 누비아의 라이선스를 이전하려고 했다며 미 델라웨어주 법원에 라이선스 계약 위반 및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퀄컴은 누비아를 인수하며 누비아와 ARM 사이 계약도 자동으로 승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에서 퀄컴이 패하면 삼성전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퀄컴의 스냅드래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삼성전자, 샤오미, 아너 등의 스마트폰에 ‘두뇌 칩’으로 탑재돼 있다. 올해 2분기(4∼6월) 퀄컴의 글로벌 스마트폰 AP 점유율은 31%로 1위 미디어텍(32%)과 큰 차이가 없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선 스냅드래건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퀄컴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PC, 차량 등에도 칩을 공급한다. 블룸버그는 양사의 대결을 두고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소송에는 수년이 소요되고, 양측이 합의할 가능성도 높아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재판이 이제 시작되는 만큼 주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만약 양측 합의가 성립되지 않고 퀄컴이 패할 경우 사실상 대체 AP가 없는 스마트폰 시장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사의 분쟁은 인공지능(AI) PC 시대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PC 시장의 주도권은 인텔이 쥐고 있지만, 스마트폰 칩 강자인 퀄컴은 올해 ARM 기반 ‘스냅드래건 X’ 칩으로 AI PC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이를 탑재한 ‘갤럭시북4 엣지’를 출시한 바 있다. 포브스는 “퀄컴은 PC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본다. 이에 수익 측면에서 ARM은 퀄컴의 성공에 더 큰 보상을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철 삼성전자 모바일경험사업부(MX) 갤럭시 에코비즈 팀장(상무)은 앞서 12일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ARM-퀄컴 분쟁의 영향에 대해 “AI PC 대중화를 위해 인더스트리 파트너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LG전자는 인공지능(AI) 가전과 냉난방공조(HVAC) 기술을 집약한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를 SM엔터테인먼트에 공급했다고 15일 밝혔다.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를 통틀어 SM엔터테인먼트가 LG 스마트코티지의 ‘최초 고객’이 됐다. LG스마트코티지는 도시 근교나 지방에 ‘세컨드하우스’를 손쉽게 구축할 수 있는 주택이다.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는 LG전자의 히트펌프 HVAC 시스템과 AI 가전을 기본 옵션으로 갖추고 있고, 지붕 부착 태양광 옵션을 선택하면 필요한 에너지의 상당량을 자체 생산한다. 또 모듈 구조체와 창호, 배선, 욕실 등 자재의 70% 이상을 미리 제작한 뒤 배송되는 방식이라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 대비 공사 기간을 최대 50% 이상 단축할 수 있다. 강원 SM연수원에 공급되는 이번 스마트코티지는 SM엔터테인먼트 임직원의 교육 및 워크숍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내부엔 LG전자의 세탁건조기 ‘워시타워 컴팩트’ 등 프리미엄 AI 가전을 구비했다. 스마트 도어록, 홈캠 등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기도 적용됐다. LG전자는 이를 시작으로 스마트코티지를 기업·단체에 공급하는 B2B 거래를 늘려 나갈 방침이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삼성전자가 12일 서울 서초구 플래그십스토어 ‘삼성 강남’에서 새로운 인공지능(AI) 노트북 ‘갤럭시 북5 프로’(사진) 공개 행사를 열었다. 높은 성능의 두뇌와 자체 개발한 AI 기능을 통해 한국 시장에 ‘AI PC 붐’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갤럭시 북5 프로엔 인텔의 강력한 ‘두뇌’가 탑재됐다. 각종 AI 기능을 위해선 AI 연산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의 성능이 좋아야 한다. 갤럭시 북5 프로의 칩셋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시리즈 2’엔 최대 47 TOPS(초당 최대 47조 회 연산)의 NPU가 탑재됐다. 전작(최대 11 TOPS)에 비해 크게 향상된 것이다. 업계에선 AI PC의 기준으로 40 TOPS 이상의 NPU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강력한 칩 기반에 다양한 AI 기능도 갖췄다. 갤럭시 북5 프로에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갤럭시 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AI 프로그램 ‘코파일럿 플러스 PC’가 모두 탑재된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AI 셀렉트’는 궁금한 이미지 또는 텍스트가 있을 경우 해당 부분에 원을 그리거나 드래그해 빠르게 검색할 수 있다. ‘사진 리마스터’ 기능은 오래된 사진을 정교하게 보정하고, 저화질 이미지를 고화질로 바꿀 수 있다. 갤럭시 북5 프로는 대각선 길이 35.6cm(14형), 40.6cm(16형) 두 가지 크기와 그레이 및 실버 색상으로 내년 1월 2일 국내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민철 삼성전자 모바일경험사업부(MX) 갤럭시 에코 비즈 팀장(상무)은 “AI PC는 2027년전체 PC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양한 제품에 갤럭시 AI를 확대 적용하며 독보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노트북 화면에 떠오른 거대한 한옥 구조물 이미지, 스크린에 대고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자 우측에 이에 관한 검색결과 ‘광화문’과 관련 정보가 떠올랐다. 또다른 사진 안에 담긴 구불구불한 손글씨를 선택하자 프로그램은 이를 정확한 텍스트로 인식, 관련 검색 결과를 곧바로 불러냈다. 이는 삼성전자가 12일 선보인 ‘갤러시 북5 프로’의 새 인공지능(AI) 기능 ‘AI 셀렉트’다. 갤럭시 스마트폰에 담긴 구글의 ‘서클 투 서치’와 비슷하다는 질문에 이민철 삼성전자 모바일경험사업부(MX) 갤럭시 에코 비즈 팀장(상무)는 “AI 셀렉트는 삼성의 자체 기술”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새로운 인공지능(AI) 노트북 ‘갤럭시 북5 프로’를 12일 공개했다. 높은 성능의 두뇌와 자체 개발한 AI 기능을 통해 한국 시장에 ‘AI PC 붐’을 만들겠다는 목표다.갤럭시북5 프로엔 인텔의 강력한 ‘두뇌’가 심겼다. 각종 AI 기능을 원활하게 사용하려면 AI 연산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의 높은 성능이 필수다. 갤럭시북5 프로의 칩셋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시리즈 2’엔 최대 47TOPS(초당 최고 47조 회 연산)의 NPU가 탑재돼 강력한 AI 성능을 갖췄다. 업계에선 AI PC의 기준으로 40TOPS 이상의 NPU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백남기 인텔코리아 삼성사업총괄 부사장은 “(최신 인텔 칩셋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NPU의 성능을 모두 더하면 120TOPS 이상”이라며 “사용하고자 하는 여러 AI 기능을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다. 전작에 비해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 비율)도 50% 이상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칩 기반에 다양한 AI 기능도 갖췄다. 갤럭시 북5 프로엔 삼성전자의 자체 기술 ‘갤럭시 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AI 기술 ‘코파일럿 플러스 PC’가 모두 탑재된다. 갤럭시 북 시리즈에 처음으로 들어간 갤럭시 AI 기반 ‘AI 셀렉트’는 궁금한 이미지 또는 텍스트가 있을 경우 별도의 검색어를 입력하지 않고 원을 그리거나 드래그해 빠르게 검색할 수 있다. 웹 브라우징, 쇼핑, 콘텐츠 감상 등 검색이 필요한 여러 상황에서 활용 가능하다.‘사진 리마스터’ 기능은 오래된 사진을 정교하게 보정하고, 저화질 이미지를 고화질로 바꿀 수 있다. 코파일럿 PC 플러스는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순차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이 상무는 “AI 셀렉트는 클라우드로 지원되며, 다른 주요 AI 기능은 온디바이스(인터넷 연결이 필요 없는 기기내장) 형태로 지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갤럭시 북5 프로는 터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AI 기능을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AI 기능 외에도 최대 25시간 사용 가능한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오랜 작업이 가능하다. 갤럭시 스마트폰, 태블릿 등 제품 간 유기적 연결도 지원한다. △사진, 문서, 파일을 간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 ‘퀵 쉐어’ △PC의 키보드와 마우스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제어할 수 있는 ‘멀티 컨트롤’ △PC 화면을 태블릿에 확장하거나 복제해 듀얼 모니터로 활용할 수 있는 ‘세컨드 스크린’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이날 행사에선 아직 ‘킬러 콘텐츠’가 부족해 AI PC 시장이 완전히 개화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백 부사장은 “현재로선 와이파이 없는 노트북을 상상할 수 없지만, 2000년대 초반 인텔이 노트북에 와이파이를 넣은 기술을 내놓은 후 2년이 지나 관련 시장이 개화했다”며 “AI PC 시장은 이보다 더 빨리 개화할 것이라 본다. 이를 위해선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챗GPT와 같은 추론 서비스를 제대로 가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AI PC는 2028년까지 연평균 42%씩 성장해 2027년엔 전체 PC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양한 제품에 갤럭시 AI를 확대 적용하며 독보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갤럭시 북5 프로는 대각선 길이 35.6cm(14형), 40.6cm(16형) 두 가지 크기 및 그레이와 실버 색상으로 내년 1월 2일 전세계 중 국내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올해 4대 그룹 연말 인사는 불확실성 대비를 위한 ‘조직 슬림화’로 요약된다. 고금리, 고물가 속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확장보다는 효율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특히 부회장 승진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삼성, SK, LG 모두 3년째 신임 부회장이 배출되지 않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2025년도 인사’에서 임원 승진자는 137명으로 전년 대비 6명(4%) 감소했다. 삼성전자 임원 승진자는 재작년 187명에서 작년 143명으로 대폭 줄어든 이후 올해도 비슷한 기조를 이어갔다. SK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도 임원 승진자 수가 각각 7명(9%), 13명(5%), 16명(12%) 축소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임원 인사는 내년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조직과 리더십을 최적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LG는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한 슬림화”라고 설명했다. 올 9월 인사를 시행한 한화는 12월 기준 전체 임원 수가 지난해 12월 대비 20여 명 줄었다. 이전과 달리 부회장 승진자를 찾기 힘들다는 점도 ‘뉴 노멀’이다. 특히 SK와 LG는 인사 직전 주요 계열사 사장의 부회장 승진 하마평이 돌았으나 결국 사장 유임으로 마무리됐다. 삼성전자는 2021년 말 단행한 ‘2022년도 인사’에서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및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의 부회장 승진이 마지막이다. 한화 역시 올해 부회장 승진자는 없었다. 현대차만 유일하게 장재훈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될 때 조직 긴장도를 높이려면 승진 폭을 축소하는 게 운영 효율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며 “아울러 전반적으로 임원 수를 줄이는 기조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구성원들의 심리적 위화감을 고려해 부회장 승진자를 굳이 만들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또 각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시기가 아닌 만큼 부회장 승진의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총수 혼자서 모든 계열사를 챙기기 버거울 때 ‘반(半)오너’로서 조력자 역할을 하는 부회장이 필요한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각 그룹사 상황은 예전과 달리 조직이 급변하는 게 아니어서 안정성에 무게중심을 둔 것이라고 본다”고 해석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기술 경쟁 속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해 이공계 출신 경영진을 전진 배치한 점도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는 실적 저조를 겪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에 ‘기술통’ 경영진을 앉혔다.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을 신설해 남석우 사장이 맡도록 한 것이다. 현대차는 미래 성장동력인 글로벌 전동화 분야 전문가들을 요직으로 발탁했다.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인 김창환 전무와 전동화시험센터장 한동희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LG도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ABC(인공지능, 바이오, 클린테크)’ 중심으로 승진시켜 신규 임원 중 23%가 ABC 분야에서 발탁됐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미 마이크론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8조 원이 넘는 반도체 보조금 지급 계약을 최종 마무리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최종 계약을 맺은 주요 기업은 이로써 총 8곳이 됐다. 아직 보조금 최종 계약 협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협상 시계도 빨라질 전망이다. 10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는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에 61억6500만 달러(약 8조8200억원) 규모의 보조금 지급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4월 예비적 각서(PMT)를 체결한 지 8개월 만에 실사 등 검증을 거쳐 법적 구속력을 갖춘 최종 지급이 확정된 것이다.동아일보가 미 상무부 발표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을 확정지은 지난달 6일 이후 바이든 행정부와 반도체 보조금 최종계약을 맺은 기업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1000만 달러 이상 보조금 PMT를 맺은 기업 중 미 대선 이전에 최종 계약한 곳은 폴라 세미컨덕터(1억2300만 달러) 한 곳뿐이었다. 하지만 대선 직후 TSMC(66억 달러)를 시작으로 인텔(78억6500만 달러), 마이크론 등 8개 기업으로 급증했다. 한 달 동안 8개 기업에 대해 미 정부가 지급을 확정한 보조금은 약 223억 달러(약 31조9300억 원)에 이른다. PMT 체결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21개 기업과 PMT를 맺은 미 행정부는 최근 한 달여 동안 11개 업체 등에 대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4월 마이크론과 같은 날 PMT를 맺은 삼성전자와 미 상무부의 보조금 협상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64억 달러(약 9조1600억 원), SK하이닉스는 4억5000만 달러(약 640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받기로 한 상태다. 지난해 12월부터 6월까지 PMT를 맺은 기업 중 최종 계약을 끝내지 않은 곳은 보조금 수령을 거부한 마이크로칩을 제외하면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파운드리 동력 약화를 협상이 지연되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삼성전자는 보조금 수령을 위해 미 텍사스주에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2·4나노 파운드리 팹 등을 건설할 계획을 밝혔지만, 최근 3나노 공정 수율 문제로 TSMC에 파운드리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보조금을 받더라도 파운드리 적자가 이어지면 결국 손해”라며 “공장 가동 시점을 비롯해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칩스법 축소를 무력화할 법안을 고심하고, 계약 속도를 높이고 있어 내달 20일 트럼프 당선인 취임일 전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신임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은 9일 임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텍사스 공장에) 많은 자본 투입과 미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계획되고 있다. 팹을 가동하기 위해 할 일이 많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LG가 인터넷 연결 없이 구동되는 기기내장(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을 내놓았다. LG AI연구원은 최신 AI 모델 ‘엑사원 3.5’를 공개했다고 9일 밝혔다. 엑사원 3.5는 △온디바이스용 초경량 모델 △범용 목적의 경량 모델 △특화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 모델 등 3종으로 나뉜다. LG가 2021년 자체 개발 AI 엑사원을 발표한 뒤로 온디바이스 버전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온디바이스 AI는 데이터센터와 데이터를 주고받을 필요가 없어 지연율이 낮고 소모 비용이 적다. 외부와 연결되지 않기에 개인정보 등이 유출될 가능성도 낮아 보안에도 유리하다. ‘엑사원 3.5’는 앞서 LG가 8월 내놓은 ‘엑사원 3.0’보다 성능도 한층 끌어올렸다. 연구원에 따르면 A4용지 100쪽 분량의 장문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고, 또 엉뚱한 답변을 그럴듯하게 만드는 ‘환각 현상’도 최소화했다. 답변의 정확도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웹 검색 결과나 업로드한 문서를 기반으로 답변을 내놓는 ‘검색 증강 생성(RAG)’ 기술을 고도화한 것도 특징이다. LG AI연구원은 3가지 모델 모두 연구 목적으로 누구나 비용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내놓았다. 연구원은 엑사원 3.5가 미국, 중국 등의 글로벌 오픈소스 모델과의 비교에서도 장문 처리 능력, 코딩, 수학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이 엑사원을 기반으로 만든 기업용 AI 에이전트 ‘챗엑사원’도 9일부터 LG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챗엑사원은 실시간 웹 정보 검색, 보고서 작성, 데이터 분석, 코딩 등의 기능을 갖췄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초인공지능을 목표로 혁신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미 정부가 반도체 신소재인 유리기판을 제조하는 SKC 자회사 앱솔릭스에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생산 보조금 7500만 달러(약 1000억 원)을 지급한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SKC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칩스법 보조금을 확정 지급받게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칩스법에 따라 각각 64억 달러(약 9조 1000억원), 4억 5000만달러(약 6400억원)을 받기로 예비적 거래각서(PMT)를 맺었지만 아직 법적 구속력을 갖춘 최종 계약은 맺지 못한 상태다. 이번 계약은 5월 앱솔릭스와 미 정부의 PMT 체결 이후 현지 실사를 거쳐 이뤄졌다. 미 상무부는 “이번 투자는 (미국에서) 약 1200개의 건설, 제조 및 연구개발(R&D) 일자리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보조금은 회사가 미국 조지아주 코빙턴시에 약 3억 달러(약 4200억원)를 투자해 완공한 1만 2000㎡(3630평) 규모의 유리 기판 1공장에 대한 것이다. 투자금액대비 보조금 비율은 약 22%에 달한다. 1공장에선 현재 시제품 생산이 이뤄지고 있으며, 회사는 향후 7만 2000㎡(2만 1780평) 규모의 2공장 건설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앱솔릭스을 비롯해 글로벌 주요 빅테크 및 중소기업, 학술 단체 등 30개 이상 단체가 포함된 컨소시엄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에도 칩스법에 따라 최대 1억 달러(약 1400억원) 수준의 첨단 패키징 제조 프로그램 연구개발(R&D) 보조금 수혜자로도 선정된 바 있다. 유리기판 분야에서 R&D와 생산 보조금을 모두 지급받게 되는 건 전세계 기업 중 앱솔릭스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반도체 소재인 유리기판은 반도체 패키징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주요 반도체 칩을 받침대 역할을 하는 기판 위로 조합하는 것이 패키징 작업이다. 기존 패키징은 단단한 플라스틱이 밑바닥을 지탱하고 전기 흐름을 제어하는 실리콘을 중간에 얹은 뒤 반도체를 쌓는 3층 구조였다. 유리는 딱딱하지만 실리콘과 성질이 유사해 플라스틱과 실리콘의 역할을 한번에 대체할 수 있다. 패키징이 3층에서 2층 구조로 압축되는 셈이다. 또 기존 기판보다 표면이 미끄러워 초미세 선폭으로 더 많은 회로를 넣을 수 있다. 기존 실리콘 소재 기판보다 가볍고 얇으며, 속도는 40% 빠르고 전력 소비량과 생산기간 등은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는 “앱솔릭스의 유리 기판은 전력 소비와 시스템 복잡성을 줄인다”며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 데이터센터를 위한 최첨단 칩의 성능을 높이는 중요한 고급 패키징 기술”이라고 밝혔다. 5일 SK그룹 인사에서 박원철 SKC 대표가 앱솔릭스 대표까지 겸직해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년 연장을 시행하면 청년 일자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4일 ‘일본의 고용 연장 사례로 본 한국 고용 연장 방안’ 보고서를 내고 2025년 65세 정년 연장 의무화를 앞둔 일본과 이를 논의 중인 한국의 고용 상황을 비교해 이러한 분석을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기준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신규 구인배수’가 2.28개인 반면 한국은 0.58개에 불과했다. 일본이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풍족한 상황에서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해 청년 취업 기회가 더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고용 여력 또한 한국보다 높았다. 사업체에서 구인했지만 채용하지 못한 ‘미충원 인원’을 비교한 결과 일본이 93만4000명(2020년)으로 한국 11만9000명(올해 상반기)보다 많았다. 보고서는 일본이 25년간 장기간에 걸쳐 65세 고용을 정착시켜 기업 현장의 부담과 노동 시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한 반면, 한국은 제도 정착 기간으로 5∼8년을 두고 있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만일 내년에 정년 연장이 이뤄지면 평균 입직 연령인 1995년생의 취업이 늦어지고 결혼과 출산도 늦어져 저출생 극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가 인공위성 통신 기능을 기기에 탑재하면서 스마트폰 대전이 우주 대전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동안 위성통신 기능을 갤럭시 스마트폰에 넣지 않았던 삼성전자도 차기작에 위성통신 기능을 탑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9월 샘모바일 등 해외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에 따르면 삼성의 갤럭시S25 울트라로 추정되는 모델이 중국의 제품 품질 인증 제도 ‘3C 인증’을 통과했다. 인증 정보에 따르면 이 기기는 위성통신 기능을 갖췄다. 이에 대해 외신은 “셀룰러 네트워크가 없는 지역에서도 비상시 통신 서비스에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위성 연결 기능을 갖춘 최초의 삼성 스마트폰이 된다”고 평가했다. 아직 삼성전자는 출시 중인 스마트폰에 위성통신 기능을 탑재하진 않고 있다. 하지만 관련 기술은 확보 중이다. 현재 갤럭시S24 시리즈 일부에는 위성통신이 가능한 통신 모뎀 칩 ‘엑시노스 모뎀 5300’이 탑재됐고, 올해엔 역시 위성통신이 가능한 차기작 ‘엑시노스 모뎀 5400’을 발표했다. 구글의 ‘인공위성 SOS’ 기능이 포함된 최신 스마트폰 ‘픽셀9’에도 엑시노스 모뎀 5400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삼성전자는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모바일 기기와 인공위성을 연결하는 ‘비지상 네트워크’ 표준 기술도 개발한 바 있다. 스마트폰의 위성 연결 기능은 지상 네트워크가 탄탄한 국내에서는 수요가 높지 않을 수 있지만 오지(奧地)가 많은 미국이나 중국에선 관련 수요가 존재한다. 애플은 2022년 아이폰14부터 위성통신 기업 글로벌스타와 협업해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 긴급 SOS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초 글로벌스타에 15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애플은 올해 iOS18 업데이트를 통해 긴급 SOS뿐 아니라 일반 메시지에도 위성통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하기도 했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도 스마트폰에 위성통신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으로선 (적어도) 미국향 제품에는 인공위성 기능을 넣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스마트폰 위성통신 기능은 단순 SOS나 문자뿐 아니라 인터넷 등의 기능을 제공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는 미국의 통신사 티모바일과 협업해 별도의 단말기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직접 위성과 연결하는 ‘다이렉트 투 셀’을 개발 중이며, 내년 음성전화 및 데이터 통신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올 10월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미 남동부가 허리케인 재해로 통신망이 마비되자 이 기술을 통해 단 하루에만 2만7000대 이상의 휴대전화를 연결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직후 승리 선언 연설에서 “머스크의 스타링크 위성 서비스가 허리케인으로부터 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치켜세운 바 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최근 찾은 경기 용인시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 부지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했다. 곳곳에선 최고 높이 240m, 최저 높이 85m의 부지를 평균 높이 125m로 평탄하게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평탄화 공사가 완료되면 126만 평(약 416만 ㎡)가량의 부지가 평지가 된다고 했다. 공사 현장 관계자는 “이곳에 반도체 팹 4기가 들어설 것”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흙먼지가 날리는 광활한 이 현장은 특히 세계 최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기지가 들어설 토대다. HBM은 최첨단 인공지능(AI) 칩에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다. 만년 메모리 2위 SK하이닉스를 AI 생태계 주역으로 발돋음하게 만든 일등공신이다.HBM은 2012년 SK 인수 전 오랫동안 매물로 떠돌던 ‘하이닉스’의 화려한 부활을 상징하기도 한다. SK는 하이닉스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을 임명하며 기존 문화를 존중하되, SK만의 ‘SKMS(경영관리시스템)’를 뿌리내려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SKMS는 SK 내에서 ‘헌법’으로 불리는 경영 기법이자 45년 된 헤리티지로 꼽힌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등 성공적 인수 뒤에도 SKMS가 있었다.● 최종현, 첫 SKMS 선언 “경영관리 일류여야”1979년 3월,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선경(현 SK) 임원들을 불러모았다. 4년 동안 개발해 온 SKMS를 공개하는 자리였다. 최 선대회장은 “세계 일류 기업이 되려면 경영관리 수준이 일류가 돼야 하고, 사람의 수준 또한 세계적으로 일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주요 기업들이 그룹의 ‘설비 경쟁’에 치중할 때 그룹의 경영관리, 특히 인재 관리의 비전과 목표를 체계화해 정리한 것이다. 재무, 기획 등 경영의 기본 원칙뿐만 아니라 당시로선 등한시되던 기업 구성원의 의사소통, 패기 등도 헌장처럼 글로 적은 것이 특징이다.하영원 서강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구체적인 경영 원칙들을 종합해 하나의 문건으로 만들고, 사람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요소를 정의한 건 굉장히 앞선 판단이었다”고 평가했다.14차례가량 개정돼 현재까지 헤리티지로 이어져 오는 SKMS는 ‘구성원의 행복’ ‘패기 있는 구성원 육성’ ‘수펙스(Super Excellent)’의 추구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기업 경영의 목표를 수펙스까지 끌어올리자는 의미로 현재 그룹 컨트롤타워 이름도 ‘수펙스추구협의회’다. 이 같은 SKMS가 SK가 대형 인수합병(M&A)을 거쳐 정유 및 에너지-통신-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재계 2위로 뛰어오르는 기반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하 교수는 “대형 M&A 이후 물리적 결합은 했지만 화학적 결합을 어려워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며 “SK는 SKMS에 각 기업에서 다르게 쓰이던 경영이나 기술 개념을 명확히 정의해 구성원들이 동화될 수 있도록 하는 등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됐다”고 평가했다.● HBM 1등 뒤엔 패기와 수펙스 기업문화45년 동안 지켜 온 SKMS의 주요 원칙인 ‘패기 있는 구성원 육성이 필요하다’는 철학은 SK하이닉스의 세계 최초 HBM 개발도 이끌었다.SK하이닉스와 HBM 개발 협업을 해왔던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HBM 개발을 위해선 새로운 물질, 새로운 공정을 도입해야 하는데, 과장이나 사원도 임원에게 대드는 하이닉스 문화가 도움이 됐다”며 ‘패기의 기업문화’가 기술력을 높인 동력이었다고 말했다.초기에 SK 내부에선 HBM 개발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개발비는 비싸고, 수요는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당시 최태원 회장은 연구소를 찾아 “M&A나 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더 큰 수확을 기대하려면 ‘기술’이 있어야 한다”며 개발을 독려했다. SK하이닉스 박명재 부사장(HBM설계 담당)도 “비관론도 있었지만 최고의 제품만 개발하면 이를 활용할 서비스는 자연스레 생길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사원과 임원이 ‘싸우면서’ 만들어낸 대표적인 기술이 ‘MR-MUF’ 기술이다. D램을 쌓아올릴 때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한 것이 차별점이다. 안정적인 HBM 양산을 가능케 한 주역이다.HBM은 성공적이지만 최근 SK그룹에 위기감도 팽배하다. HBM은 성공적이지만 정유, 배터리 등 다른 주력 사업이 국내외 안팎의 도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SK는 이를 돌파할 동력도 SKMS에서 찾고 있다. SK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최태원 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해 경영 현안을 논의한 ‘CEO세미나’에서도 SKMS 실천력 강화를 주요 의제로 채택했다.그룹 운영 개선의 ‘키’로 SKMS를 내세운 배경에는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의욕을 중시한 그룹 철학이 약해지고 있다는 내부 평가가 작용했다. 5월 임직원 1만5000명이 참석한 ‘SKMS 실천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임직원들은 “과거에 비해 리더들이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최 회장은 8월 이천포럼에서도 SK CEO들에게 “SKMS를 다시 살펴보며 우리 그룹만의 DNA를 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위기 돌파를 주문했다.용인=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우수한 인재 관리를 통해 도전적 인수합병(M&A)과 선도기술 개발을 이끈 SK그룹의 SKMS 헤리티지는 그룹 내부를 넘어 전 사회적 ‘지식 플랫폼’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종현 선대회장 20주기를 기념해 설립된 ‘최종현학술원’은 다양한 학제 간 연구를 통해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새로운 지식 창출과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최종현학술원은 2018년 최태원 회장이 520억 원 상당의 SK㈜ 주식을 출연해 설립됐다. 최 선대회장이 1974년 설립해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우수 인재의 해외 유학비 등을 지원하는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종현학술원은 국내외 저명 학자들이 모여 지정학적 리스크 및 과학기술 등을 연구하는 ‘지식 교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미중 갈등이 이어지며 ‘경제 안보’가 ‘국가 안보’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학술원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랜드연구소 등 싱크탱크와 협력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2021년부터 매년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는 한미일 3국의 전현직 고위 관료와 학계·재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동북아·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리스크를 집중 조망하고, 정책 공조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학술원은 첨단 과학기술을 논의하는 지식플랫폼 역할도 진행 중이다. 2022년 6월 발족한 ‘첨단과학자문위원회’는 국내 석학 37인, 해외 석학 14인으로 구성돼 입자물리학, 나노양자과학, 뇌과학 등 분야에 대한 연구 발표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노벨상 유력 후보로 매년 거론되는 현택환 서울대 화학과 석좌교수,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등이 참여 중이다. 과학기술이 가져올 사회 변화상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과학혁신 시리즈’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인공지능(AI), 배터리, 반도체 등을 주제로 26회 개최됐다. 2019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스탠리 휘팅엄,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아뎀 파타푸티언 등도 연사로 참여했다.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그룹의 헤리티지인 SKMS 철학을 전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SKMS의 핵심은 자발적이고 의욕적으로 두뇌 활용을 하는 문화”라며 “자발성을 가진 인재들과 지식의 선순환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LG에너지솔루션이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미국 미시간주에 짓던 얼티엄셀스 제3공장의 GM 측 지분(50%)을 모두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GM은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에 따른 배터리 수요 감소라는 리스크를 피하고, LG에너지솔루션은 단독 공장을 운영하며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거래라는 분석이 나온다. GM은 2일(현지 시간) “거의 완공돼 가는 3공장 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매각하기로 ‘구속력 없는 합의(논 바인딩 계약)’를 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도 “북미 공장의 투자 및 운영 효율화, 가동률 극대화 등을 위해 3공장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확정되는 대로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GM은 지분 매각으로 투자금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를 회수할 것으로 로이터는 전망했다. 3공장은 올해 말 완공, 내년 초 양산 예정이었다. 초기 생산능력 36기가와트시(GWh)는 향후 50GWh까지 확장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가 위축되며 올해 7월 3공장 건설이 일시 중단됐고 양사는 최근까지 3공장 운영 및 투자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GM은 이미 얼티엄셀스 1, 2공장을 가동 중인 상황에서 3공장 물량까지 소화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이미 상당한 투자를 한 상황에서 공장을 유휴 상태로 둘 바에야 단독 공장으로 전환하고 다른 고객사를 유치하는 게 이득이라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GM과 합작 형태로 공장을 운영하면 타사 공급이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GM은 6월 올해 전기차 생산량 목표를 기존 20만∼30만 대에서 20만∼25만 대로 하향 조정했다. 얼티엄셀스 3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를 공급할 새 고객사 후보로는 도요타가 유력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도요타는 지난해 연 20GWh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도요타와의 계약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신규 공장이 필요하던 상황이었다”고 했다. GM이 각형 배터리를 확대하려는 상황도 이번 지분 매각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8월 GM은 삼성SDI와 35억 달러 규모의 합작사 설립 계획을 발표했는데 2027년 각형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반면 얼티엄셀스 3공장은 주로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을 목적으로 짓고 있었다. 도요타가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공급받을 예정이었던 배터리 역시 파우치형 배터리다. 미국 언론들은 GM의 얼티엄셀스 3공장 지분 매각 소식에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의 불확실성 리스크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GM은 미국에서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면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당선으로 배터리 제조사들에 제공되던 수십억 달러의 세액 공제가 위험에 처했다”고 했다. 이날 국내에서는 민관, 국회가 한 팀이 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종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총괄본부장은 국회 이차전지포럼 토론회에서 “고용 창출 등 미국 경제에 미치는 우리 배터리 업계의 긍정적 영향을 내세워 미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전국 56개 상공회의소 회장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파격적 제도 혁신’을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대구에서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를 개최하고 규제 유예와 지역 산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2일 밝혔다. 이날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56개 전국상의 회장단은 산업 생태계의 총체적 개혁을 담은 ‘메가샌드박스’를 논의했다. 메가샌드박스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규제 완화는 물론이고 인프라와 인센티브를 한데 묶어 지원하는 종합적 접근이다. 회장단은 “글로벌 공급망 변화, 투자 편중, 인력난 등으로 지역경제가 엄중한 상황”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해선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는 파괴적 제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이날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대구를 ‘인공지능(AI) 시범도시’로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AI를 똑똑하게 만들기 위해 시민들의 실사용 데이터를 취합하고 고도화하자는 취지다. 최 회장은 “대구 시민 100만 명 정도가 여러 AI 서비스를 사용해 보고 피드백을 주는 ‘지식 공장’을 만드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상의는 전국 광역상의 회장을 중심으로 한 대외협력위원회·글로벌협력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내년 경북 경주 개막을 앞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 지원 등에 나서기로 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밝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2기를 앞둔 국내 기업들의 ‘대미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내 투자 기업에 대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지급 정책에 따라 국내 4대 그룹이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만 104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인 칩스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축소 및 무력화를 예고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칩스법에 따라 각각 64억 달러(약 8조7900억 원), 4억5000만 달러(약 6200억 원)를 받기로 미 상무부와 예비적 각서(PMT)를 맺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을 갖춘 최종 계약은 아직 맺지 못한 상태다. 인텔과 TSMC 등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최종 계약을 맺었지만,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게 될 비벡 라마스와미는 소셜미디어 X에 “IRA 및 칩스법에 따른 낭비성 보조금이 내년 1월 20일 이전에 빠르게 지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DOGE는 이를 모두 검토하고 감찰관에게 계약에 대한 조사를 권고할 것”이라고 했다. 설령 국내 기업들이 바이든 행정부와 최종 계약을 맺더라도,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 보조금뿐 아니라 전반적인 반도체 공급망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으로 들어가는 한국 등 아시아산 반도체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엔비디아와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의 반도체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 이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체적으로 가격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IRA에 따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고 공장 증설 등 계획을 밝힌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받은 AMPC 규모는 약 84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3사의 영업이익 합산(1086억 원)의 약 8배에 이른다. 트럼프 리스크를 대비하고 곧바로 AMPC 혜택을 보기 위해 SK온 등은 AMPC 일부를 조기 현금화(유동화)한 것으로도 알려졌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