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

이호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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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틈틈이 소설을 쓰며 스토리텔링에 천착한다. 숨소리까지 살아 숨쉬는 생생한 내러티브 기사가 넷플릭스 영상보다 가치 있는 컨텐츠라 믿는다.

hoho@donga.com

취재분야

2024-08-18~2024-09-17
문화 일반62%
문학/출판13%
사회일반10%
방송3%
음악3%
인사일반3%
미국/북미3%
국제일반3%
  • 사유리가 ‘자발적 비혼모’의 삶 택한 이유는

    명절에 가족만 모여야 하는 건 아니다. 친구들끼리 만나 서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한가위의 따스한 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절친 토큐멘터리―4인용식탁’에선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의 추석맞이 잔치가 열린다. 사유리는 자신의 집으로 친구인 배우 한그루, 가수 강남과 정인을 초대한다. 이날 사유리는 ‘자발적 비혼모’로 살게 된 이야기를 상세히 털어놓는다. 5년 전 교제하던 연인과 결별한 뒤 산부인과에서 폐경 위기 진단을 받은 고통스러운 기억부터 정자 기증을 통해 홀로 아들 젠을 낳기까지의 여정을 가감 없이 나눈다. 올해 세 살이 된 젠은 이날 생애 처음으로 송편을 빚는다. 사유리는 “처음부터 젠에게 아빠가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고 고백한다. 친구들도 제각기 상처와 고민을 털어놓는다. 2022년 이혼한 한그루는 아이들에게 처음 이혼 이야기를 꺼냈던 때를 회상한다. 한그루는 “오히려 부모가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니 아이들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인 이상화와 결혼한 강남은 “아내에게 잡혀 산다”고 토로하면서도 “결혼 초반에는 힘들었는데 결국엔 아내 말이 다 맞다”고 애정을 과시한다. 정인은 2019년 둘째 아들 출산 당시 남편인 가수 조정치가 무좀 때문에 수중분만을 함께하지 못할 뻔했던 일화를 공개해 웃음을 선사한다. 방송은 16일 오후 8시 10분에 볼 수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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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간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어느 날 죽은 이로부터 공책 더미를 물려받았다. 공책엔 여러 생각이 흩날려 쓰여 있다. 인간관계, 삶, 종교, 철학 등 주제는 다양하다. 대부분 암호문처럼 복잡하거나 축약해 짧게 적혀 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죽은 사람은 부모도, 형제도 아니다. 1년에 두세 번 만나 식사하는 사이였을 뿐이다. 유언도 남기지 않았다. 왜 공책을 남겼는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노벨 문학상,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당시 맨부커상)을 2011년 수상한 영국인 저자는 신작 장편소설에서 이런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누군가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내밀한 공책이 있다면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완벽한 이해란 가능한가. 신작에서 주인공인 중년 남성 ‘닐’은 세상을 떠난 옛 선생 ‘엘리자베스 핀치’의 공책을 물려받는다. 닐은 20여 년 전 대학에서 열린 성인 대상 강의에서 엘리자베스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장례식이 끝난 뒤 닐은 엘리자베스의 공책을 읽으며 평소 과묵했던 엘리자베스에 대한 다양한 진실을 알게 된다. 가족과 교류가 적었고, 연애나 결혼에 큰 관심이 없던 엘리자베스의 속마음을 읽는다. 엘리자베스가 과거 한 강의로 인해 비판을 받은 과정에서 겪은 상처도 이해해 나간다. 특히 닐은 로마 황제 율리아누스(331∼363)의 삶에 빠져든다. 율리아누스는 로마 제국을 휩쓸던 기독교를 거스른 인물이다. 처음엔 진실을 탐구하는 자로 추앙받다가 이후 배교자로 낙인찍혔다. 닐은 율리아누스라는 한 인물이 역사적으로 다양하게 해석되는 상황을 바라보며 깨닫는다. 자신 역시 엘리자베스라는 인물을 하나의 시각으로 바라보았을 뿐 다층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말이다. 사실 한 인간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가능하지도 않다. “일관된 서사란 것은 대립하는 판단들을 화해시키려 하는 것이기에 망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해하는 일을 포기하란 말은 아니다. “현재의 과제는 과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교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간은 자신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사람들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보는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본다. 뭐, 사람으로 살려면 자기 역사를 잘못 알아야 한다”는 문장에선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어 진실을 이야기하려는 작가의 통찰력을 맛볼 수 있다. 소설 후반에 이르러 닐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엘리자베스의 전기를 쓸 것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닐은 쓸 것인지, 쓰지 않을 것인지 답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의 공책을 읽으며 자신이 과거보다 엘리자베스를 더 잘 이해했을 거라 짐작한다. 신간은 옛 선생의 죽음 이후 펼쳐지는 제자의 추적기를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을 섬세한 문체로 풀어내 읽는 맛도 있다. 다만 약 80쪽에 이르는 율리아누스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읽는 과정은 다소 고될 수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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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브, 이재상 신임 대표이사 선임…어도어 사태에 “원칙 대응”

    이재상 신임 하이브 대표이사는 12일 어도어 사태에 대해 “원칙대로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하이브 임시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로 선임된 직후 이같이 밝혔다. 주주들이 어도어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겠고 질문하자 일단 원칙 대응을 언급한 것이다. 지난달 27일 하이브 측 이사들로 다수 구성된 어도어 이사회는 ‘경영과 제작의 분리 원칙’ 등을 이유로 민 전 대표를 해임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에게 뉴진스 음악에 대한 제작을 계속 맡긴다고 발표했지만, 민 전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걸그룹 뉴진스 멤버들은 11일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25일까지 민 전 대표를 복귀시키라고 하이브에 요구했다. 고용노동부에 뉴진스의 노동실태를 조사해달라는 민원도 접수됐다. 뉴진스 팬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뉴진스의 하이브 내 따돌림 폭로 사건을 수사하고 위법 행위가 발견될 시 관련자들이 엄히 처벌받도록 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민원을 고용노동부에 냈다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제3자가 신고했어도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원해야 하고, 피해자가 연예인이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12일 하이브 주가는 전날보다 2.8% 떨어진 16만9000원에 마감됐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20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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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비틀스급 성공… 21세기 팝스타 19위”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선정 21세기 최고 팝스타’ 19위에 선정됐다. 미국 음악 매체 빌보드는 10일(현지 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비틀스급 성공을 거뒀다”며 “방탄소년단은 K팝, 한국 아티스트를 막아섰던 천장을 부수고 나아갔다. 어떤 K팝 그룹도 방탄소년단이 21세기에 거둔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역량을 성공 비결로 짚었다. 빌보드는 “7명의 멤버들은 퍼포먼스 모든 분야에서 강점을 드러내도록 만드는 K팝 훈련 방식을 거쳤다”며 “몇 년 동안 멤버들이 각자의 길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역사적인 찬사를 받았다”고 했다. 또한 “멤버들은 힙합 댄스뿐만 아니라 공중 댄스, 발레도 선보인다”면서 “마이클 잭슨 등 다른 위대한 가수와 비교하는 여러 영상을 찾을 수 있다”고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인 ‘아미’의 중요성도 조명됐다.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은 긍정, 사랑, 연결의 메시지에서 영감을 얻는 공동체를 만들었다”며 “아미는 연령대, 인종, 종교를 가리지 않고 퍼져 있다. 일반적인 팬클럽보다 그룹을 더 성장시켰다”고 평가했다.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에 첫 ‘핫 100’ 1위를 안긴 곡 ‘다이너마이트’, 10주 연속 ‘핫 100’ 1위를 차지한 ‘버터’의 흥행과 각종 기록도 소개했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과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각각 여섯 차례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최고의 권위를 지닌 대중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드에서 5번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빌보드는 지난달 21일부터 매주 2명씩 ‘빌보드 선정 21세기 최고 팝스타’ 명단을 25위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영국 가수 에드 시런(24위), 미국 가수 브루노 마스(20위) 등 세계적인 스타가 언급됐고 현재 19위까지 공개됐다. 빌보드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팝스타의 목록을 정리하려는 시도”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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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진스 “25일까지 민희진이 대표인 어도어로 돌려놔라”

    걸그룹 뉴진스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복귀를 요구하며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하이브에 공개 요구했다. 올 4월 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이 불거진 이후 뉴진스가 하이브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건 처음이다. 뉴진스 멤버 5명 전원은 11일 오후 사전 예고 없이 34분간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저희가 원하는 건 민희진이 대표로 있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의 어도어다.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요구했다. 평상복을 입은 이들은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각자 입장을 밝혔다. 일부 멤버는 태블릿PC에 적힌 입장문을 읽기도 했다. 뉴진스는 하이브의 민 전 대표 해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멤버 다니엘은 “민 전 대표의 해임 소식을 당일에 기사를 통해 알았다. 너무 갑작스럽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너무 힘들고 당황스러운 심정이었다”며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입장으로서 그런 회사 측의 일방적 통보는 ‘우리를 하나도 존중하고 있지 않구나’ 하는 확신이 들게 했다”고 말했다. 다니엘은 “정말 우리를 위한다면 아티스트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말만 하지 말고 우리가 정말 의지할 수 있고, 정말 즐길 수 있고, 좋아하는 음악으로 우리가 활동할 수 있게 그냥 놔 달라”고 했다. 그는 이어 “애초 하이브 측에서 뉴진스 컴백 일주일 전에 홍보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민 전 대표 배임 기사부터 낸 게 어디가 뉴진스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이브 측 이사들로 구성된 어도어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경영과 제작의 분리 원칙’ 등을 이유로 민 전 대표를 해임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에게 프로듀싱을 계속 맡긴다고 발표했지만, 민 전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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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6년만에 다시 열린 팀 버턴의 ‘저승세계’… 미국선 흥행 열풍 불었지만 한국선 ‘잠잠’

    덩그렁 잘린 팔이 거리를 마구 활보한다. 사탕처럼 커다랗고 동그란 눈알은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커다란 작살에 찔린 목, 기괴한 도끼 자국이 가득한 얼굴도 보인다. 언뜻 보면 시체가 널브러진 섬뜩한 범죄 현장 같다. 하지만 흉악한 외모에 편견을 가지지 마시라. 이곳에 머무는 유령들은 유쾌하다. 유령 탐정 ‘울프 잭슨’(윌럼 더포)은 시답지 않은 ‘아재 개그’를 남발하며 실소를 자아낸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장난꾸러기 유령 ‘비틀쥬스’(마이클 키턴)는 짓궂은 농담을 멈추지 않는다. 미국 영화감독 팀 버턴(66)이 그려낸 저승엔 공포보단 웃음이 가득하다. 4일 국내 개봉한 코미디 공포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모녀가 저승을 여행하며 겪는 이야기를 다뤘다. 10대 딸인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가 우연히 저승으로 넘어가게 되자 영매인 엄마 ‘리디아’(위노나 라이더)가 악령 비틀쥬스를 소환해 딸을 구하러 저승에 간다. 10일 기준 약 9만 명이 관람했다. 국내에서는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미국에선 첫 주말 1억1000만 달러(약 1473억4500만 원)의 티켓 판매 수익을 올리며 다시 팀 버턴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신작은 1988년 영화 ‘비틀쥬스’ 이후 36년 만에 나온 후속작이다. 전작은 1500만 달러(약 200억 원)의 제작비로 7370만 달러(약 987억 원)의 흥행을 거둬들였고 신인 감독이었던 버턴을 일약 스타덤에 앉혔다. 이후 버턴은 ‘배트맨’(1990년),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년) 등 독창적인 세계관을 펼쳐 보였다. 버턴은 워너브러더스와의 인터뷰에서 “1편처럼 배우의 즉흥 연기에 기대려 했다”며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첫 영화를 만들 때의 재미를 되살리려 했다”고 했다. 신작은 전편의 팬이라면 열광할 만한 요소로 가득 차 있다. 예를 들어 전편에서 소녀 리디아를 연기한 라이더가 중년으로 돌아와 엄마 리디아를 연기했다. ‘가위손’(1991년)을 생각나게 하는 리디아의 집 등 전편에서 관객을 사로잡은 공간을 유사하게 재현했다. 또 버턴만의 독특한 색채를 표현하기 위해 컴퓨터그래픽(CG)을 최소화하고 세트 70여 개를 지었다. 저승에서 벌이는 유령들의 시끌벅적한 난동을 보다 보면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1995년)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다만 흰색 분필로 벽에 네모를 그린 뒤 주문을 외치면 저승으로 가는 문이 열리는 등의 설정은 낡게 느껴진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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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진스 “25일까지 민희진이 대표인 어도어로 돌려놔라”

    걸그룹 뉴진스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복귀를 요구하며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돌려 놓으라”고 하이브에 공개 요구했다. 올 4월 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이 불거진 이후 뉴진스가 하이브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건 처음이다.뉴진스 멤버 5명 전원은 11일 오후 사전 예고 없이 34분간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저희가 원하는 건 민희진이 대표로 있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의 어도어다.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돌려 놓으라”고 요구했다. 평상복을 입은 이들은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각자 입장을 밝혔다. 일부 멤버는 태블릿PC에 적힌 입장문을 읽기도 했다.뉴진스는 하이브의 민 전 대표 해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멤버 다니엘은 “민 전 대표의 해임 소식을 당일에 기사를 통해 알았다. 너무 갑작스럽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너무 힘들고 당황스러운 심정이었다”며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입장으로서 그런 회사 측의 일방적 통보는 ‘우리를 하나도 존중하고 있지 않구나’는 확신이 들게 했다”고 말했다.다니엘은 “정말 우리를 위한다면 아티스트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말만 하지 말고 우리가 정말 의지할 수 있고, 정말 즐길 수 있고, 좋아하는 음악으로 우리가 활동할 수 있게 그냥 놔 달라”고 했다. 그는 이어 “애초 하이브 측에서 뉴진스 컴백 일주일 전에 홍보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민 전 대표 배임 기사부터 낸 게 어디가 뉴진스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앞서 하이브 측 이사들로 구성된 어도어 이사회는 지난 달 27일 ‘경영과 제작의 분리 원칙’ 등을 이유로 민 전 대표를 해임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에게 프로듀싱을 계속 맡긴다고 발표했지만, 민 전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이날 멤버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해린은 “그 사람들(하이브 측 경영진)이 속한 사회에 같이 순응하거나 동조하거나 따라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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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브루노 마스도 제쳤다…빌보드 ‘21세기 최고 팝스타’ 19위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선정 21세기 최고 팝스타’ 19위에 선정됐다. 미국 음악 매체 빌보드는 10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비틀스급 성공을 거뒀다”며 “방탄소년단은 케이팝, 한국 아티스트를 막아섰던 천장을 부수고 나아갔다. 어떤 K팝 그룹도 방탄소년단이 21세기에 거둔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역량을 성공 비결로 짚었다. 빌보드는 “7명의 멤버들은 퍼포먼스 모든 분야에서 강점을 드러내도록 만드는 K팝 훈련 방식을 거쳤다”며 “몇 년 동안 멤버들이 각자의 길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역사적인 찬사를 받았다”고 했다. 또한 “멤버들은 힙합 댄스뿐만 아니라 공중 댄스, 발레도 선보인다”면서 “마이클 잭슨 등 다른 위대한 가수와 비교하는 여러 영상을 찾을 수 있다”고도 했다.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인 ‘아미’의 중요성도 조명됐다.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은 긍정, 사랑, 연결의 메시지에서 영감을 얻는 공동체를 만들었다”며 “아미는 다양한 연령대, 인종, 종교을 가리지 않고 퍼져 있다. 일반적인 팬클럽보다 그룹을 더 성장시켰다”고 평가했다.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에 첫 ‘핫 100’ 1위를 안긴 곡 ‘다이너마이트’, 10주 연속 ‘핫 100’ 1위를 차지한 ‘버터’의 흥행과 각종 기록도 소개했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과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각각 여섯 차례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최고의 권위를 지닌 대중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드에서 5번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빌보드는 지난달 21일부터 매주 2명씩 ‘빌보드 선정 21세기 최고 팝스타’ 명단을 25위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영국 가수 에드 시런(24위), 미국 가수 브루노 마스(20위) 등 세계적인 스타가 언급됐고 현재 19위까지 공개됐다. 빌보드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팝 스타의 목록을 정리하려는 시도”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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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6년 만에 돌아온 팀버튼 ‘비틀쥬스’… 팬들 열광할 요소 가득

    덩그렁 잘린 팔이 거리를 마구 활보한다. 사탕처럼 커다랗고 동그란 눈알은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커다란 작살에 찔린 목, 기괴한 도끼 자국이 가득한 얼굴도 보인다. 언뜻 보면 시체가 널브러진 섬뜩한 범죄 현장 같다.하지만 흉악한 외모에 편견을 가지지 마시라. 이곳에 머무는 유령들은 유쾌하다. 유령 탐정 ‘울프 잭슨’(윌럼 더포)은 시답지 않은 ‘아재 개그’를 남발하며 실소를 자아낸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장난꾸러기 유령 ‘비틀쥬스’(마이클 키턴)는 짓궂은 농담을 멈추지 않는다. 미국 영화감독 팀 버번(66)이 그려낸 저승엔 공포보단 웃음이 가득하다. 4일 국내 개봉한 코미디 공포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모녀가 저승을 여행하며 겪는 이야기를 다뤘다. 10대 딸인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가 우연히 저승으로 넘어가게 되자 영매인 엄마 ‘리디아’(위노나 라이더)가 악령 비틀쥬스를 소환해 딸을 구하러 저승에 간다. 10일 기준 약 9만 명이 관람했다. 국내에서는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미국에선 첫 주말 1억1000만 달러(약 1473억 4500만 원)의 티켓 판매 수익을 올리며 다시 팀 버턴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작은 1988년 영화 ‘비틀쥬스’ 이후 36년 만에 나온 후속작이다. 전작은 1500만 달러(약 200억 원)의 제작비로 7370만 달러(약 987억 원)의 흥행을 거둬들였고 신인 감독이었던 팀 버턴을 일약 스타덤에 앉혔다. 이후 팀 버턴은 ‘배트맨’(1990년),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년) 등 독창적인 세계관을 펼쳐보였다. 팀 버턴은 워너브러더스와의 인터뷰에서 “1편처럼 배우의 즉흥 연기에 기대려 했다”며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첫 영화를 만들 때의 재미를 되살리려 했다”고 했다. 신작은 전편의 팬이라면 열광할 만한 요소로 가득 차 있다. 예를 들어 전편에서 소녀 리디아를 연기한 위노나 라이더가 중년으로 돌아와 엄마 리디아를 연기했다. ‘가위손’(1991년)을 생각나게 하는 리디아의 집 등 전편에서 관객을 사로잡은 공간을 유사하게 재현했다. 또 팀 버턴만의 독특한 색채를 표현하기 위해 컴퓨터그래픽(CG)을 최소화하고 세트 70여 개를 지었다. 저승에서 벌이는 유령들의 시끌벅적한 난동을 보다 보면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1995년)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다만 흰색 분필로 벽에 네모를 그린 뒤 주문을 외치면 저승으로 가는 문이 열리는 등의 설정은 낡게 느껴진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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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테랑, ‘쌍천만’ 향해 뛴다

    방금 쪽잠에서 깨어난 듯 곱슬머리가 여기저기 뻗쳐 있다. 매일 입어 색바랜 청바지, 목이 늘어난 티셔츠 때문에 인상은 영 별로다.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껄렁껄렁 팔자로 걷는다. 입엔 욕설을 달고 살고, 동료를 때리는 게 취미(?)인 모습만 보면 직업이 깡패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범죄 현장에선 눈빛부터 달라진다.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열정적으로 범인을 쫓는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칼에 찔려도 포기를 모른다. 옳다고 믿는 것을 사수해 내기 위해 온몸을 바친다. 열혈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9년 만에 돌아왔다. 13일 개봉하는 영화 ‘베테랑2’에서다. 서도철은 2015년 개봉한 뒤 1341만 명을 모은 전작 ‘베테랑’에서 절대 악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쫓았다. 이에 비해 신작에선 사적 복수를 자행하는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며 깊이를 더했다. ‘부당거래’(2010년), ‘베를린’(2013년), ‘모가디슈’(2021년) 등 완성도 높은 액션 영화를 선보여 온 류승완 감독이 속편을 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계에선 ‘베테랑’ 시리즈가 ‘신과함께’, ‘범죄도시’를 이어 1, 2편 모두 1000만 명 이상 관객을 모으는 ‘쌍천만’ 작품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류 감독은 지난달 20일 제작보고회에서 “속편을 내놓는 데 9년이 걸린 건 전작의 성공을 답습하면 안 되고, 동시에 새로운 것만 추구해서도 안 됐기 때문”이라며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고민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서도철의 외면은 그대로다. 특히 서도철은 신작에서 전작에서 입었던 카키색 항공 점퍼를 다시 착용했다. 황정민 배우 본인이 가지고 있던 옷을 골라 입었었는데 이를 제작사가 보관했다 다시 착용한 것. 황정민은 “9년이 흘러도 서도철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라며 “1편의 의상을 그대로 착용했고, 헤어스타일도 똑같이 했다”고 했다. 류 감독 특유의 액션은 더 호쾌해졌다. 남산에서 범인을 쫓는 장면에서 배우들이 온몸으로 구르며 선사하는 타격감은 관객석에 오롯이 전달된다. 비가 쏟아지는 옥상에서 벌어지는 통쾌한 액션 장면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년)을 떠올리게 한다. 불법 도박장을 단속하는 오프닝 장면은 과장된 동작이나 소리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슬랩스틱 코미디’ 방식으로 폭소를 자아낸다. 다만 서도철의 내면은 복잡해졌다. 전편에서 서도철은 ‘조태오’라는 절대 악에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모습을 통해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반면 신작에서 서도철은 대중이 원하는 ‘사적 보복’을 거부하며 공권력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반성하지 않는 이들을 향해 “엮을 수 있는 거 다 엮어서 빵(감방)에 보내줘?”라고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다가도 사적 복수로 이뤄진 살인 현상 사진을 찍으려 몰려든 이들을 향해 “사람 죽이는데 좋은 살인 있고 나쁜 살인 있어?”라고 일갈한다.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사실 검증 없이 방송하는 ‘사이버 렉카’ 등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도 녹였다. 전작보다 복잡한 서사지만 그 덕에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제4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새로 합류한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도 눈여겨볼 만하다. 박선우는 민첩한 판단력과 무술로 서도철의 눈에 띄어 강력범죄수사대에 들어간다. 처음엔 범인을 잡기 위한 정의감 넘치는 캐릭터로 묘사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본모습을 드러내며 극의 긴장감을 끌고 간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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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곱슬머리, 팔자, 항공점퍼…9년 만에 돌아온 ‘베테랑’ 형사 서도철

    방금 쪽잠에서 깨어난 듯 곱슬머리가 여기저기 뻗쳐 있다. 매일 입어 색바랜 청바지, 목이 늘어난 티셔츠 때문에 인상은 영 별로다.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껄렁껄렁 팔자로 걷는다. 입엔 욕설을 달고 살고, 동료를 때리는 게 취미(?)인 모습만 보면 직업이 깡패가 아닐까 싶다.하지만 범죄 현장에선 눈빛부터 달라진다.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열정적으로 범인을 쫓는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칼에 찔려도 포기를 모른다. 옳다고 믿는 것을 사수해 내기 위해 온몸을 바친다.열혈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9년 만에 돌아왔다. 13일 개봉하는 영화 ‘베테랑2’에서다. 서도철은 2015년 개봉한 뒤 1341만 명을 모은 전작 ‘베테랑’에서 절대 악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쫓았다. 이에 비해 신작에선 사적 복수를 자행하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며 깊이를 더했다. ‘부당거래’(2010년), ‘베를린’(2013년), ‘모가디슈’(2021년) 등 완성도 높은 액션 영화를 선보여온 류승완 감독이 속편을 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계에선 ‘베테랑’ 시리즈가 ‘신과함께’, ‘범죄도시’를 이어 1, 2편 모두 1000만 명 이상 관객을 모으는 ‘쌍천만’ 작품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류 감독은 지난달 20일 제작보고회에서 “속편을 내놓는 데 9년이 걸린 건 전작의 성공을 답습하면 안 되고, 동시에 새로운 것만 추구해서도 안 됐기 때문”이라며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고민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서도철의 외면은 그대로다. 특히 서도철은 신작에서 전작에서 입었던 카키색 항공 점퍼를 다시 착용했다. 황정민 배우 본인이 가지고 있던 옷을 골라 입었었는데 이를 제작사가 보관했다 다시 착용한 것. 황정민은 “9년이 흘러도 서도철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라며 “1편의 의상을 그대로 착용했고, 헤어스타일도 똑같이 했다”고 했다. 류 감독 특유의 액션은 더 호쾌해졌다. 남산에서 범인을 쫓는 장면에서 배우들이 온몸으로 구르며 선사하는 타격감은 관객석에 오롯이 전달된다. 비가 쏟아지는 옥상에서 벌어지는 통쾌한 액션 장면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년)을 떠올리게 한다. 불법 도박장을 단속하는 오프닝 장면은 과장된 동작이나 소리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슬랩스틱 코미디’ 방식으로 폭소를 자아낸다. 다만 서도철의 내면은 복잡해졌다. 전편에서 서도철은 ‘조태오’라는 절대 악에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모습을 통해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반면 신작에서 서도철은 대중이 원하는 ‘사적 보복’을 거부하며 공권력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반성하지 않는 이들을 향해 “엮을 수 있는 거 다 엮어서 빵(감방)에 보내줘?”라고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다가도 사적복수로 이뤄진 살인 현상 사진을 찍으려 몰려든 이들을 향해 “사람 죽이는데 좋은 살인 있고 나쁜 살인 있어?”라고 일갈한다.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사실 검증 없이 방송하는 ‘사이버렉카’ 등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도 녹였다. 전작보다 복잡한 서사지만 그 덕에 제77회 칸국제영화제,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새로 합류한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도 눈여겨볼만 하다. 박선우는 민첩한 판단력과 무술로 서도철의 눈에 띄어 강력범죄수사대에 들어간다. 처음엔 범인을 잡기 위한 정의감 넘치는 캐릭터로 묘사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본모습을 드러내며 극의 긴장감을 끌고 간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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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조금은 특별한 아이의 엄마로 산다는 것

    의사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갓 태어난 아이가 지닌 염색체가 그려진 검사표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21번 염색체에 점이 3개 찍혀 있었다. 점은 원래 2개여야 정상인데 점이 하나 더 있었다. 의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슬픈 눈빛으로 말했다. “아이가 다운증후군이에요.” 갑자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버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면 어떨까. 현실을 외면하고 평생 잠을 자는 건 어떨까. 아이를 바라봤다. 솜털처럼 난 갈색 머리카락에 호수처럼 깊고 짙은 파란 눈을 지닌 아이의 표정은 더없이 평온했다.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속삭였다. “안녕.” 이 책은 다운증후군 아이를 출산한 산모의 에세이다. 저자는 36세에 두 번째 임신을 했다. 쌍둥이였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낳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초음파 검사에서 건강하고, 혈당 수치도 좋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예정일보다 7주 빨리 태어났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닷새 뒤 아이 중 한 명이 다운증후군 판정을 받으면서 저자의 삶은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갔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젖을 빠는 데 힘들어한다. 혼자 앉고, 기어 다닐 수 있게 되는 기간도 더 걸린다. 더 힘든 건 사회의 시선이었다.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란 사실을 전할 때마다 가족, 친구, 이웃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떤 이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가정에 입양시키라고 했다. 저자는 사람들이 아이가 다운증후군인 것을 알아채진 않았는지 끊임없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저자는 깨달아간다. 다른 이들이 ‘같은’ 아이로 바라봐주길 바라면서도 정작 자신은 ‘다른’ 아이로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회적 시선에 휩쓸려 아이를 사랑하기보단 불안해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닌지 말이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키우는 고통보다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깨달은 바를 솔직한 문체로 적어 내려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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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희진 “두 달 짜리 프로듀싱 계약 못한다” vs 어도어 “사내이사 임기 맞춘 것”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와 하이브가 걸그룹 뉴진스 프로듀싱 관련 계약을 두고 30일 다시 부딪혔다. 하이브 측 인사가 다수를 차지한 어도어 이사회가 27일 민 전 대표를 해임한 뒤 공방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 전 대표는 30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하이브 측 인사인) 김주영 어도어 이사회 의장이 민 전 대표에게 ‘업무위임계약서’라는 제목의 계약서를 보내왔다”며 “업무위임계약서상에 기재된 계약 기간은 27일부터 11월 1일까지로 총 기간이 2개월 6일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뉴진스는 6월 일본 도쿄돔에서 팬미팅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2025년에는 월드투어를 계획하고 있다”며 “월드투어를 준비하는 아이돌 그룹 프로듀싱을 2개월 만에 완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놀랍다”고 했다. 어도어 이사회가 정한 2개월이라는 시한으론 뉴진스 프로듀싱이 힘들다는 것이다. 민 전 대표는 또 “업무위임계약서에는 어도어의 일방적 의사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가득하다”고 했다. “계약서에는 어도어가 민 전 대표의 업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며 “어떠한 객관적인 근거나 기준에 대한 조항도 없다”고 했다. 또 “어도어의 경영 사정 상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어도어의 필요에 따라 어도어의 대표이사가 판단한 경우까지도 계약의 즉시 해지 사유로 규정되어 있다”며 “언제, 어떤 이유로든 해당 업무에서 배제할 길을 열어둔 꼼수”라고 했다. “상식적이지 않은 내용의 계약서를 보낸 행위는 과연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게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지속하여 맡기고 싶은 것인지 그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며 “계약서에 서명이 불가하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어도어 관계자는 “프로듀싱 계약 임기는 민 전 대표의 사내이사 임기에 맞춘 것”이라며 “임기가 연장된다면 계약은 그때 다시 재계약과 함께 진행해야 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업무위임계약서엔 절차상 문제가 없고, 2개월이 지난 뒤 재계약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어도어 관계자는 또한 “해지 관련 조항은 프로듀서로서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을 경우 경영상 큰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방지할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며 “계약 조항들에 대해 이견이 있으면 입장문을 낼 것이 아니라 어도어 이사회와 협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논의 절차”라고 했다. 이어 “계약서의 초안을 보내고 대표이사와 협의하자는 취지인데 이를 입장문 형태로 밝힌 것은 유감”이라며 “회사 내부에서 협의를 통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통상적인 일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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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5년전 에이리언의 1.5버전… 그 시절 ‘스릴’까지 소환하다

    2142년, 버려진 우주 정거장. 온몸에서 점액이 뚝뚝 흐르는 에이리언이 튀어나온다. 인간 얼굴에 들러붙어 입에 유충을 삽입한다. 유충은 자라서 인간의 몸을 찢고 튀어나온다. 빠르게 자라 2m가 넘는 키에 날카로운 이빨로 인간을 사냥한다. 주인공들은 미친 듯이 도망친다. 얼굴엔 공포가 가득하다. 괴성은 스피커로, 좌절한 표정은 커다란 스크린으로 관객에게 오롯이 전해진다.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탄성을 내뱉으면서도 좀처럼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다. 14일 개봉한 에이리언 시리즈 7편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28일 기준 한국 관객 137만 명을 모으며 주목받고 있다. 개봉 열흘 차인 24일 100만 명을 돌파하며 시리즈 5편 ‘프로메테우스’(2012년)의 97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6편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년)의 130만 명을 돌파한 것. 영화계에선 “45주년을 맞은 에이리언 시리즈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상과학(SF) 공포 영화의 대명사다. 1979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1편 ‘에이리언’이 호평을 받으며 시작됐다. 신작은 희망 없이 노동자로 살아가던 여성 ‘레인’(케일리 스페이니·26)이 다른 행성으로 떠나기 위해 거쳐 간 우주 기지에서 에이리언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신작이 시선을 끄는 건 시리즈 세계관을 충실히 재현했기 때문이다. 신작은 1편의 감독이자 세계관의 창시자인 리들리 스콧이 제작했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열성적인 팬이자 공포 영화의 대가인 페데 알바레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특히 신작은 2122년이 배경인 1편 ‘에이리언’(1979년)과 2179년을 다룬 2편 ‘에이리언2’(1986년) 사이인 2142년을 다뤘다. 개봉 순서로는 7편이지만 시간적 배경으론 이른바 1.5편이라 마니아를 저격한 셈이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여전사로 유명하다. 특히 키가 185cm에 달하는 배우 시고니 위버(75)는 1편부터 연달아 4편의 작품에서 항해사이자 여전사인 ‘리플리’로 활약하며 강인한 여성의 면모를 선보였다. 반면 신작에서 여전사 역할은 맡은 건 키가 155cm에 불과한 케일리 스페이니. 키는 30cm 작지만 씩씩하고 야무진 소녀 같은 모습으로 에이리언에 맞서 싸우며 새로운 매력을 선사했다는 평가다. 공포와 액션에 무게를 두고 만들어진 것도 호평받는 이유다. 세계관을 알지 못해도 관람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에이리언이 왜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해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다 보면 한여름 더위가 날아갈 정도의 스릴이 몰려온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에이리언을 한 번도 보지 않은 관객도 ‘입문용’으로 신작을 보고 다른 에이리언 시리즈를 찾아볼 정도로 문턱이 낮고 매력적”이라며 “한국 영화 중엔 코믹(‘파일럿’), 역사물(‘행복의 나라’)이 있지만 경쟁할 만한 공포 영화가 없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대중을 잡은 덕에 관객층도 넓어졌다. CGV에 따르면 신작은 30대가 31.7%로 가장 많이 봤지만 40대(26.9%), 50대(20.3%), 20대(18.3%) 등 관객층이 고루 분포한다. 5편 ‘프로메테우스’와 6편 ‘에이리언: 커버넌트’가 각각 30대가 45.5%, 37.5%로 대다수를 차지한 것과 다른 상황이다. 서지명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향수를 찾은 40, 50대와 공포 영화를 즐기려는 20, 30대가 함께 유입되며 흥행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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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니아와 대중성 함께 잡았다…‘에이리언: 로물루스’ 인기 비결은

    2142년, 버려진 우주 정거장. 온몸에서 점액이 뚝뚝 흐르는 에이리언이 튀어나온다. 인간 얼굴에 들러붙어 입에 유충을 삽입한다. 유충은 자라서 인간의 몸을 찢고 튀어나온다. 빠르게 자라 2m가 넘는 키에 날카로운 이빨로 인간을 사냥한다. 주인공들은 미친 듯이 도망친다. 얼굴엔 공포가 가득하다. 괴성은 스피커로, 좌절한 표정은 커다란 스크린으로 관객에게 오롯이 전해진다.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탄성을 내뱉으면서도 좀처럼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다. 14일 개봉한 에이리언 시리즈 7편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28일 기준 한국 관객 137만 명을 모으며 주목받고 있다. 개봉 열흘 차인 24일 100만 명을 돌파하며 시리즈 5편 ‘프로메테우스’(2012)의 97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6편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의 130만 명을 돌파한 것. 영화계에선 “45주년을 맞은 에이리언 시리즈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상과학(SF) 공포 영화의 대명사다. 1979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1편 ‘에이리언’이 호평을 받으며 시작됐다. 신작은 희망 없이 노동자로 살아가던 여성 ‘레인’(케일리 스패니)이 다른 행성으로 떠나기 위해 거쳐 간 우주 기지에서 에이리언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신작이 시선을 끄는 건 시리즈 세계관을 충실히 재현했기 때문이다. 신작은 1편의 감독이자 세계관의 창시자인 리들리 스콧이 제작했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열성적인 팬이자 공포 영화의 대가인 페데 알바레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특히 신작은 2122년 배경인 1편 ‘에이리언’(1979)과 2179년을 다룬 2편 ‘에이리언2’(1986) 사이인 2142년을 다뤘다. 개봉순서로는 7편이지만 시간적 배경으론 이른바 1.5편인 셈이라 마니아를 저격한 셈이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여전사로 유명하다. 특히 키가 185cm에 달하는 배우 시고니 위버(75)는 1편부터 연달아 4편의 작품에서 항해사이자 여전사인 ‘리플리’로 활약하며 강인한 여성의 면모를 선보였다. 반대로 신작에선 여전사 역할은 맡은 건 키가 155cm에 불과한 배우 케일리 스패니(26). 키는30cm 작지만 씩씩하고 야무진 소녀 같은 모습으로 에이리언에 맞서 싸우며 새로운 매력을 선사했다는 평가다.공포와 액션에 무게를 두고 만들어진 것도 호평받는 이유다. 세계관을 알지 못해도 관람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에이리언이 왜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해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주인공 모습을 보다 보면 한여름 더위가 날아갈 정도의 스릴이 몰려온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에이리언을 한 번도 보지 않은 관객도 ‘입문용’으로 신작을 보고 다른 에이리언 시리즈를 찾아볼 정도로 문턱이 낮고 매력적”이라며 “한국 영화 중엔 코믹(‘파일럿’), 역사물(‘행복의 나라’)가 있지만 경쟁할만한 공포 영화가 없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대중을 잡은 덕에 관객층도 넓어졌다. CGV에 따르면 신작은 30대가 31.7%로 가장 많이 봤지만 40대(26.9%), 50대(20.3%), 20대(18.3%)로 관객층이 고루 분포한다. 5편 ‘프로메테우스’와 6편 ‘에이리언: 커버넌트’가 각각 30대가 45.5%, 37.5%로 대다수를 차지한 것과 다른 상황이다. 서지명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향수를 찾은 40·50대와 공포 영화를 즐기려는 20· 30대가 함께 유입되며 흥행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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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 같은 날 모친-언니 잃어

    미국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55·사진)가 어머니와 언니를 같은 날 잃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26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 “지난 주말 어머니를 잃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다”며 “슬프게도 예기치 못한 비극적인 사건으로 언니도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주 어머니가 임종하기 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축복받은 느낌”이라며 “나의 사생활에 대한 모든 사람의 존중과 사랑, 지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87세로 사망한 어머니 퍼트리샤의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63세로 세상을 떠난 언니 앨리슨은 호스피스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아버지 앨프리드 로이는 2002년 72세에 암으로 별세한 바 있다. 오페라 가수이자 보컬 코치로 활동하던 퍼트리샤는 1960년 로이와 결혼했으나 1973년 이혼했다. 캐리는 2020년 출간한 회고록 ‘머라이어 캐리의 의미’에서 가족 간 불화와 복잡한 관계에 대해 밝힌 바 있다. 그는 “내가 ‘가발을 쓴 ATM’이었음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가족은 나를 무너뜨려 완전히 통제하려고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언니 앨리슨과는 관계가 소원했으나 어머니와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2010년 크리스마스 앨범에는 어머니와 함께 부른 듀엣곡을 넣기도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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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도어 민희진 대표 교체… 민씨 측 “일방 해임”

    민희진 어도어 대표(사진)가 27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올 4월 어도어의 모회사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갈등이 불거진 지 4개월 만이다. 어도어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김주영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CHRO)를 어도어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어도어는 “민 대표는 대표이사직에선 물러나지만, 사내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뉴진스의 프로듀싱 업무도 그대로 맡는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김 대표, 이재상 최고전략책임자(CS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하이브 측 이사 3명과 민 전 대표 등 4명으로 구성돼 있어 민 전 대표에 불리한 구도였다. 어도어 관계자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변경은 상법상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들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언제든지 가능하다”며 “어도어 이사회는 경영과 제작을 분리하는 것이 어도어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5월 법원이 받아들인 민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 효력은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만 해당해 이날 ‘어도어 이사회’ 결정을 통한 대표직 교체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민 전 대표 측은 이사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이사회가 민 전 대표의 임기를 보장한 주주 간 계약을 위반했다”며 “24일 급작스레 이사회 개최를 통보한 뒤 사흘 만에 이사회를 열어 민 전 대표를 해임했다. 민 전 대표가 뉴진스 프로듀싱 업무를 계속 맡는지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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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떠난다고 다 행복할까… “각자의 지옥서 살아남아야”

    해가 뜨기도 전 어두컴컴한 새벽. 벌써 사람들로 가득 찬 초록색 마을버스를 탄다. 정거장 12개를 지나 내린다. 지하철 1호선에 몸을 싣는다. 신도림역에서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탄다. 다시 12개 정거장을 가 강남역에 내린다. 회사 엘리베이터도 발 디딜 틈이 없다. 겨우 ‘대리’라는 직함이 붙어 있는 자리에 도착해 외투를 벗고 한숨을 쉰다. 출근길이 아니라 지옥으로 향하는 길 같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 여성 ‘계나’(고아성)가 행복을 찾아 직장과 가족을 두고 한국을 떠나는 이야기다. 장강명 작가가 2015년 펴낸 동명의 소설(사진)이 원작이다. 소설에서 계나는 서울 서대문구에 산다. 아현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역삼역에 있는 회사까지 출근한다. 지하철로 22개 정거장을 이동하니 약 1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소설 속 계나는 ‘지옥철’에 대해 “몸이 끼이다 못해 쇄골이 다 아플 지경”이라며 이렇게 토로한다. “2호선을 탈 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을까.” 반면 영화에서 계나는 인천에 산다. 출근하기 위해 2번 환승한다. 출근 시간은 2시간으로 늘었다. 소설이 영화화되는 사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집값 폭등 문제를 반영한 듯하다. 서울에서 밀려난 장거리 출퇴근 직장인의 고달픔을 극대화시켰다. 소설은 계나가 한국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하고, 부당한 지시를 받아도 오로지 참는 것을 미덕이라 강조하는 한국 사회의 수직적 구조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학생 때는 똑똑하던 여자애들이 집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바보 되는 거 많이 봤다”며 한국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반면 영화는 낯선 땅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도 비중 있게 비춘다. 뉴질랜드 영주권을 얻은 ‘상우’(박성일)가 밤이면 할 일 없는 뉴질랜드에서의 삶에 답답해하고, 항상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는 장면을 통해 한국을 떠난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계나의 옛 남자친구 ‘지명’(김우겸)이 한국에서 취업에 성공한 뒤엔 깨끗한 오피스텔에 사는 모습을 비추며 한국에 남아 있는 이들이 불행이나 슬픔에 갇혀 사는 것도 아님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영화의 관점이 원작과 차이를 보이는 건 ‘헬조선’이란 단어가 유행했던 2015년 출간 당시와는 사뭇 달라진 현재 한국 대중의 시각을 반영한다.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뉴질랜드를 낭만화하려 하지 않았다”(장건재 감독), “‘지명’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었으면 좋겠다”(고아성 배우)는 발언이 나온 이유다. 대신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건 ‘생존’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지옥을 품고 살아간다. ‘살아있어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는 장 감독의 말처럼 여성이든 남성이든, 청년이든 중년이든 우리는 결국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 아닐까.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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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철’ 탈 때마다 “전생 무슨 죄”…헬조선 대표작 ‘한국이 싫어서’ 원작 비교[선넘는 콘텐츠]

    추운 겨울, 해가 뜨기도 전 어두컴컴한 새벽. 집에서 머리카락도 말리지 못하고 급하게 뛰어나간다. 사람들이 가득한 초록색 마을버스를 탄다. 정거장 12개를 지나 내린다. 지하철 1호선에 몸을 싣는다. 서울로 가려는 사람들로 지하철도 만원이다. 옴짝달싹할 수 없다. ‘지옥철’에선 스트레칭조차 사치다.신도림역에서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탄다. 다시 12개 정거장을 가 강남역에 내린다. 강남역 근처 회사로 뛰어간다. 엘리베이터도 발 디딜 틈이 없다. 겨우 ‘대리’라는 직함이 붙어 있는 회사 자리에 도착해 외투를 벗고 한숨을 쉰다. 집에서 회사까지 걸린 시간만 2시간. 출근길이 아니라 전쟁을 치른 것 같다.● ‘지옥철’ 2번 환승28일 개봉하는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 여성 ‘계나’(고아성)가 행복을 찾아 직장과 가족을 두고 한국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뤘다. 장강명 작가가 2015년 펴낸 동명의 소설이 원작. 소설을 영화로 옮기며 35번이 넘는 시나리오 각색을 거쳤다.소설에서 계나는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에 산다. 아현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역삼역까지 간다. 만원 ‘지옥철’의 고통스러운 현실에 계나는 이렇게 분노한다.“한국에서 회사에 다닐 때는 매일 울면서 다녔어. 회사 일보다는 출퇴근 때문에. 아침에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아현역에서 역삼역까지 신도림 거쳐서 가 본 적 있어? 인간성이고 존엄이고 뭐고 간에 생존의 문제 앞에서는 다 장식품 같은 거라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돼.”“신도림에서 사당까지는 몸이 끼이다 못해 쇄골이 다 아플지경이야. 사람들에 눌려서. 그렇게 2호선을 탈 때마다 생각하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을까 하고. 나라를 팔아먹었나? 보험 사기라도 저질렀나?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도 생각해. 너희들은 무슨 죄를 지었니?”그런데 소설에서 계나는 환승하지 않고 지하철로 22개 정거장을 간다. 지하철 시간으로 44분이 걸린다. 집에서 아현역까지 나오는 시간과 지하철에서 회사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1시간을 살짝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반면 영화에서 계나는 서울이 아닌 인천에 산다. 한 번도 환승하지 않는 소설과 달리 2번 환승하고, 출근 시간은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었다. 장거리 출퇴근 직장인의 애환을 더 극적으로 보여줘 계나의 고통을 관객이 공감하게 만든 것이다.또 소설이 발표됐을 때와 영화가 개봉했을 때 9년 사이 더 치솟은 서울 집값,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로 폭발한 장기 출퇴근자들의 고통까지 느껴지는 듯 하다. 배우 고아성은 22일 인터뷰에서 “직장생활을 수년쯤 하면서 지쳐 버린 청춘을 표현했다”고 했다. 장건재 감독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사회는 저마다의 지옥을 품고 사는 것”이라고 했다.●빌딩숲 대신 자연에서 뛰놀다계나가 떠나는 나라도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바뀌었다.소설에서 ‘계나’는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다. 호주는 1995년부터 워킹홀리데이 협정이 맺어진 나라. 모집 인원과 모집 자격에도 별다른 제한이 없다. 나이 조건만 맞으면 누구나 올 수 있다. 매해 호주로 떠나는 한국인이 4만 명에 이를 정도다. 많은 젊은 독자가 쉽게 공감할만한 장소다. 소설에서 계나는 대한민국의 국가와 호주 국가를 비교하며 호주의 자유로움에 대해 예찬한다.“애국가 가사 알지? 거기서 뭐라고 해? 하느님이 보우하는 건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야. 만세를 누리는 것도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고. 나는 그 나라를 길이 보전하기 위해 있는 사람이야. 호주 국가는 안 그래. 호주 국가는 ‘호주 사람들이여, 기뻐하세요. 우리들은 젊고 자유로우니까요.’라고 시작해. 그리고 ‘우리는 빛나는 남십자성 아래서 마음과 손을 모아 일한다.’고, ‘끝없는 땅을 나눠 가진다.’고 해. 가사가 비교가 안 돼.”반면 영화는 배경을 뉴질랜드로 바꿨다. 특히 영화는 뉴질랜드의 광대한 풍경을 곳곳 비춘다. 한국에서 도심 빌딩숲에 살며 햇빛조차도 마음껏 쬐지 못했던 계나가 뉴질랜드에 와선 해변가에서 따뜻한 햇살을 만끽하고 대자연 앞에 서는 장면을 카메라로 비춰 대비시킨 것. 한국에선 늘 패딩과 코트만 입고 있던 계나가 뉴질랜드로 이민온 뒤 짧은 반바지와 나시 티 등 자유로운 의상을 입고, 새까맣게 타 버린 피부로 자연을 활보하는 모습은 계나의 행복을 상징한다.장건재 감독은 “뉴질랜드가 특히 여성인권이나 자연의 생명권을 소중히 한다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 또 영화에 은유적으로 쓰인 동화 ‘추위를 싫어한 펭귄’의 주인공 ‘파블로’가 떠나는 남쪽의 따뜻한 나라의 이미지에도 뉴질랜드가 적합했다”고 했다.● 버텨 성공, 떠나도 우울소설은 계나가 한국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하고, 부당한 지시를 받아도 오로지 참는 것을 미덕이라 강조하는 한국 사회의 수직적 구조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학생 때는 똑똑하던 여자애들이 집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바보 되는 거 많이 봤다”며 한국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반면 영화는 낯선 땅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도 비중 있게 비춘다. 뉴질랜드 영주권을 얻은 ‘상우’(박성일)가 밤이면 할 일 없는 뉴질랜드 삶에 답답해하고, 항상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는 장면을 통해 한국을 떠난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계나의 옛 남자친구 ‘지명’(김우겸)이 한국에서 취업에 성공한 뒤엔 깨끗한 오피스텔에 사는 모습을 비추며 한국에 남아 있는 이들이 불행이나 슬픔에 갇혀 사는 것도 아님을 보여준다.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영화의 관점이 원작과 차이를 보이는 건 ‘헬조선’이란 단어가 유행했던 2015년 출간 당시와는 사뭇 달라진 현재 한국 대중의 시각을 반영한다.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뉴질랜드를 낭만화하려 하지 않았다”(장건재 감독), “‘지명’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었으면 좋겠다”(고아성 배우)는 발언이 나온 이유다.대신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건 ‘생존’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지옥을 품고 살아간다. ‘살아있어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는 장 감독의 말처럼 여성이든 남성이든, 청년이든 중년이든 우리는 결국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 아닐까.드라마 ‘무빙’을 본 뒤 스마트폰을 켜고 원작 웹툰을 정주행한 적이 있나요?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가상 캐스팅’을 해본 적이 있나요? ‘선넘는 콘텐츠’는 소설, 웹소설, 만화, 웹툰 등의 원작과 이를 영상화한 작품을 깊이 있게 리뷰합니다. 원작 텍스트가 이미지로 거듭나면서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재밌는 감상 포인트는 무엇인지 등을 다각도로 분석합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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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중문학 교수와 함께 읽는 중국 현대詩

    ‘내 스물네 해의 삶은/대체 누굴 위해 산 건가요.’ 중국 시인 쉬리즈(許立志·1990∼2014)가 2014년 7월 쓴 시 ‘혈육의 정 이야기’의 일부다. 쉬리즈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11년부터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기업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 일했다. 시를 쓴 뒤 2개월 후인 2014년 9월 쉬리즈는 건물 17층에 올라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쉬리즈가 사망한 뒤 중국 내에선 저임금 중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처우에 대한 문제가 논의됐다. 아이폰의 하청 생산 구조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그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국 현대시 비평집인 이 책의 저자는 쉬리즈가 2013년 12월 쓴 시 ‘유제’에서 ‘죽고 싶을 땐/그대, 시를 쓰세요’라고 쓴 점을 언급하며 조심스레 추측한다. “죽음의 충동이 시 쓰기를 통해 제어되는 것인지, 아니면 시 쓰기가 죽음을 통해 완성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시인은 그 둘 사이에서 불규칙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서울대 중문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중국 현대시의 기틀을 세운 후스(胡適·1891∼1962)부터 여성과 장애인의 시각을 담은 위슈화(余秀華·45)까지 24명의 중국 현대 시인 대표작을 다룬다. 특징은 과한 해석을 경계한다는 것. 예를 들어 원이둬(聞一多·1899∼1946)가 1925년 쓴 시 ‘사수’는 흔히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시인이 중국의 현실을 강렬하게 비판한 작품으로 해석된다. ‘이것은 도랑 가득 절망의 고인 물, 맑은 바람 불어도 잔물결 일지 않네’ 같은 시구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시엔 ‘꽃구름’, ‘진주 같은 하얀 거품’, ‘구슬의 웃음소리’ 같은 긍정적 단어도 많이 쓰였다며 해석이 과하다고 지적한다. “내재적 해석을 최대한 탐색하고, 비로소 조심스럽게 외재적 해석을 시도해야 한다”는 저자 덕에 담백하게 중국 현대시를 읽을 수 있게 됐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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