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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 상태인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단행하는 긴급 조치의 하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인지뢰 제공을 결정한 것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 시간) 이같이 진단했다. 17일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이 조치만으론 러시아의 공세를 막기 부족하다고 판단해 추가 무기 지원에 나섰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남은 두 달간 최대한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요건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 우크라이나에 최소 2억7500만 달러(약 3840억 원) 상당의 신규 무기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세가 강화되고,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현재 전선을 국경으로 동결할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러시아도 핵 교리 개정 등을 앞세우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확전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대인지뢰, 우크라 동부 격전지에 매설될 듯 WP 등에 따르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대인지뢰는 러시아군의 거센 진격으로 우크라이나가 고전하고 있는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 집중적으로 매설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군은 도네츠크 전선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뤄내며 최근 몇 달 동안 2022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영토를 확보했다. 20일 영국 BBC에 따르면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가 소셜미디어 영상과 병력 이동 관련 보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러시아군은 2700km²의 우크라이나 영토를 추가로 점령했다. 이는 지난해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465km²)의 약 6배다. 특히 올 8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남서부의 쿠르스크주로 침투한 뒤인 9월 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두 달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중심으로 새로 점령한 면적만 1000km²에 달한다. 미국 초당파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기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8%를 점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대규모 대인지뢰 매설로 조금이라도 러시아군의 진격을 늦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측, 바이든에 “긴장 더 악화” 미국의 공격적인 행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핵비보유국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고 규정한 새로운 핵 교리를 승인했다. 미국이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 것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서방 핵보유국 미국, 영국, 프랑스에 대한 위협을 강조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의 핵 위협을 ‘속 빈 강정’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미국은 러시아가 핵 위협을 강조하는 데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의 핵 위협을 단순 엄포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는 핵폭발로 인한 방사능 오염에서 자국민을 보호하는 모듈형 이동식 대피소의 대량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 측은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은 18일 폭스뉴스에 “긴장이 한층 더 악화됐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이제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긴장감 고조된 키이우, 미-러 핫라인 가동 중단 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0일 미국 국무부는 “잠재적인 대규모 공습 정보를 입수했다”며 수도 키이우에 위치한 미 대사관을 임시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몇 시간 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습 경보를 발령했고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의 현지 대사관들도 임시 폐쇄에 들어갔다. 미국과 러시아 정상 간 긴급한 소통을 위해 설치된 ‘핫라인’이 가동 중단된 것도 우려를 키운다. 20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러 정상 간 핫라인이 가동되고 있는지 묻는 타스통신 기자에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마련된 핫라인은 1979년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2001년 9·11테러 같은 주요 위기 사태 때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타스통신에 따르면 미-러 정상 간 전화 통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 이후 한 번도 없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레임덕 상태인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단행하는 긴급 조치의 하나다.”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인지뢰 제공을 결정한 것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 시간) 이 같이 진단했다. 17일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이 조치만으론 러시아의 공세를 막기 부족하다고 판단해 추가 무기지원에 나섰다는 것이다.바이든 행정부는 남은 두 달간 최대한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요건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 우크라이나에 최소 2억7500만 달러(약 3840억 원) 상당의 신규 무기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세가 강화되고,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현재 전선을 국경으로 동결할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러시아도 핵 교리 개정 등을 앞세우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확전의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 대인지뢰, 우크라 동부 격전지에 매설될 듯WP 등에 따르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대인지뢰는 러시아군의 거센 진격으로 우크라이나가 고전하고 있는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 집중적으로 매설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군은 도네츠크 전선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뤄내며 최근 몇 달 동안 2022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영토를 확보했다.20일 영국 BBC에 따르면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가 소셜미디어 영상과 병력 이동 관련 보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러시아군은 2700km²의 우크라이나 영토를 추가로 점령했다. 이는 지난해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465km²)의 약 6배다. 특히 올 8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남서부의 쿠르스크주로 침투한 뒤인 9월 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두 달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중심으로 새로 점령한 면적만 1000km²에 달한다. 미국 초당파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기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8%를 점하고 있다.우크라이나는 대규모 대인지뢰 매설로 조금이라도 러시아군의 진격을 늦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측, 바이든에 “긴장 더 악화”미국의 공격적인 행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핵비보유국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고 규정한 새로운 핵 교리를 승인했다. 미국이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 것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서방 핵보유국 미국, 영국, 프랑스에 대한 위협을 강조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하지만 미국은 러시아의 핵 위협을 ‘속 빈 강정’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미국은 러시아가 핵 위협을 강조하는 데 익숙해졌다는 것이다.다만 러시아의 핵 위협을 단순 엄포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는 핵폭발로 인한 방사능 오염에서 자국민을 보호하는 모듈형 이동식 대피소의 대량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트럼프 당선인 측은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18일 폭스뉴스에 “긴장이 한층 더 악화됐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이제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 긴장감 고조된 키이우, 미러 핫라인 가동 중단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0일 미국 국무부는 “잠재적인 대규모 공습 정보를 입수했다”며 수도 키이우에 위치한 미 대사관을 임시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몇시간 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습 경보를 발령했고,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의 현지 대사관들도 임시 폐쇄에 들어갔다.미국과 러시아 정상간 긴급한 소통을 위해 설치된 ‘핫라인’이 가동 중단된 것도 우려를 키운다. 20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러 정상 간 핫라인이 가동되고 있는지 묻는 타스통신 기자에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마련된 핫라인은 1979년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2001년 9·11테러 같은 주요 위기 사태 때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타스 통신에 따르면 미러 정상간 전화 통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 이후 한 번도 없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1호 공약’인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을 위해 군 자산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보수단체 ‘사법 워치(Judicial Watch)’를 이끌고 있는 톰 피턴이 올린 불법 이민 대응 관련 글에 “사실이다(True)”라고 댓글을 달았다. 피턴은 8일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자산을 활용해 바이든의 침공(불법 이민자의 대규모 유입)을 뒤집을 수 있는 대규모 추방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 같은 트럼프 당선인 측의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움직임에 민주당도 지지 기반이 탄탄한 주와 대도시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폭스뉴스는 “민주당 우세 도시와 주에서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에 대한) 저항이 싹트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불법 이민자 추방 반대 움직임은 지난달 말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갈등을 빚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도드라졌다. 민주당 소속인 미셸 우 보스턴 시장(사진)은 전날 지역 매체 WCVB 인터뷰에서 ‘이민자 보호도시(sanctuary city)’로서의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보스턴과 뉴욕, 시카고 등 일부 대도시들이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협력을 거부하며 보호도시를 자처했는데, 2기 행정부에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우 시장은 “개별 도시가 연방 정부의 조치를 뒤집거나 무효화할 수 없지만,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광범위한 두려움과 경제적 악영향을 유발해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노력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민주당 소속인 모라 힐리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MSNBC방송에서 주 경찰은 이민법 집행을 “절대 돕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BS뉴스는 14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도 연방 이민 당국의 협조를 거부하는 내용을 법제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보스턴 경찰은 아동 성범죄 혐의로 체포한 콜롬비아 출신 20대 남성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라는 ICE 단속반의 명령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ICE는 이달 1일 성명을 통해 “지역 당국이 이민자 억류 명령을 어기고 비(非)시민을 사회로 돌려보냈다”며 비판했다. 8일 트럼프 행정부 2기 ‘국경 차르(이민 및 국경 정책 총괄 담당자)’로 지명된 톰 호먼 전 ICE 국장대행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보스턴에 100명(추방 작업 담당 인력)으로 안 되면 200명을 보내서라도 해낼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6월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 세출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국토안보부 예산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공화당과 민주당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인 빌 해거티 상원의원은 15일 자신의 X에서 “민주당은 불법 체류자 재정착에 7억5000만 달러(약 1조 원)를 지원하고 관세국경보호청(CBP) 예산을 삭감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패티 머리 세출위원장은 해당 법안이 “진지한 초당적 협상의 산물”이라며 “펜타닐 등 불법 마약 유통을 막고 국경 지대에 필요한 사항을 충족시킨다”고 반박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부실 검증 논란’에도 개의치 않고 차기 내각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경제 사령탑’ 격인 재무장관 자리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까진 ‘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의 최측근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그룹 최고경영자(CEO)와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 CEO인 하워드 러트닉 공동인수위원장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나, 트럼프 당선인이 재무장관직을 둘러싼 ‘내분’에 분노하며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 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과 ‘월가 억만장자’ 마크 로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CEO 등 또 다른 재무장관 후보들을 이번 주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로 불러 면접을 진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일 미국대사 출신인 윌리엄 해거티 상원의원(테네시주)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러트닉 위원장은 16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공개 지지 이후 유력 후보군에서 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트럼프는 러트닉이 자기 이익을 위해 정권 이양 과정을 조종한다며 실망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재무장관으로 부와 지위를 갖춘 월가 출신의 거물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들은 ‘트럼프표’ 핵심 공약인 ‘관세 인상’에 대한 의지를 보여 달라고 후보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화장품 대기업인 에스티로더 가문의 사위인 워시 전 위원은 2017년에도 연준 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인사다. 로언 CEO는 인수위와 접촉은 했지만 특별한 로비는 하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또 베센트 CEO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수장으로도 거론되는 등 여전히 ‘살아 있는 카드’라고 NYT는 보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부실 검증 논란’에도 개의치 않고 차기 내각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경제사령탑’ 격인 재무장관 자리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까진 ‘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의 최측근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그룹 최고경영자(CEO)와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 CEO인 하워드 러트닉 공동인수위원장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나, 트럼프 당선인이 재무장관직을 둘러싼 ‘내분’에 분노하며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미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 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과 ‘월가 억만장자’ 마크 로완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CEO 등 또 다른 재무장관 후보들을 이번 주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로 불러 면접을 진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일 미국대사 출신인 윌리엄 해거티 상원의원(테네시주)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러트닉 위원장은 16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공개 지지 이후 유력 후보군에서 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트럼프는 러트닉이 자기 이익을 위해 정권 이양 과정을 조종한다며 실망했다”고 보도했다.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재무장관으로 부와 지위를 갖춘 월가 출신의 거물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들은 ‘트럼프표’ 핵심 공약인 ‘관세 인상’에 대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후보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화장품 대기업인 에스티로더 가문의 사위인 워시 전 위원은 2017년에도 연준 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인사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주관이 뚜렷한 성향인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을 최종 지명한 것을 나중에 크게 후회했다. 로완 CEO는 인수위와 접촉은 했지만 특별한 로비는 하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또 베센트 CEO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수장으로도 거론되는 등 여전히 ‘살아 있는 카드’라고 NYT는 보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50년 전 포르투갈에서 독재정권에 맞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에게 붉은 카네이션을 나눠줘 ‘카네이션 혁명’이란 이름을 역사에 남게 한 셀레스테 카에이로 여사가 15일(현지 시간) 리스본에서 별세했다. 향년 91세.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974년 4월 25일은 카에이로 여사가 당시 일하던 식당의 개업 1주년 기념일로, 사장은 직원에게 선물할 카네이션을 준비했다. 하지만 마르셀루 카에타누 당시 총리를 몰아내기 위해 반체제 소장파 장교들을 주축으로 군인들이 거리로 쏟아지며 기념일 행사가 취소됐다.출근했다가 카네이션을 들고 귀가하던 고인은 우연히 한 군인을 마주쳤다. 그가 “담배가 있느냐”고 묻자, 카에이로 여사는 대신 갖고 있던 카네이션을 건넸다. 군인이 웃으며 꽃을 받아 소총 총구에 꽂았고, 주변에 있던 군인들도 고인에게 손을 내밀어 꽃을 받았다. 이를 따라 많은 총구와 전차를 장식하며 거리는 붉은 카네이션들이 가득해졌다. 이날 쿠데타는 결과적으로 거의 희생자를 내지 않은 무혈(無血) 봉기로 마무리됐다. 이에 40여년 독재에 종지부를 찍고 포르투갈 첫 민주 선거를 이끌어낸 이들을 ‘카네이션 세대’로 부르게 됐다. ‘싱글맘’이던 카에이로 여사는 혁명 이듬해 리스본 시의회 지원을 받아 리스본 북부의 주택에서 딸, 손녀와 함께 국가연금을 받으며 여생을 보냈다고 NYT는 전했다. 고인은 심폐질환 등 건강 악화에도 올 4월 리스본에서 열린 혁명 50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했다. 포르투갈군은 16일 “고인의 단순한 몸짓이 포르투갈을 영원히 바꾼 운동의 상징이 됐다”고 추모했다. 다만 스페인 매체 엘파스는 “카에이로는 포르투갈 현대사의 상징이 됐지만, 정부로부터 공식 헌사는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원회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IRA에 따라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50만 원)까지 지급하는 보조금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뜻이다. “대규모 감세”를 외친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 이행에 필요한 수조 달러의 재원을 보조금 감축으로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업에 주는 보조금, 즉 IRA상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까지 폐지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IRA 도입 후 대미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린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완성차·배터리 제조사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특히 배터리 업계는 AMPC를 받기 위해 ‘과잉 투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바이든 행정부 시절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지만 전기차에 부정적인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이 여파로 15일 국내 증시의 LG에너지솔루션(―12.09), 삼성SDI(―6.81), SK이노베이션(―6.43) 등 배터리 관련주는 모두 큰 폭 하락했다. 다만 산업부 관계자는 보조금 폐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불확실성에 대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 왔다. 미국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美투자 늘린 국내車-배터리 “당혹”… 머스크 “경쟁사 타격” 지지[트럼프 재집권] “트럼프,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 북미 생산 전기차에 7500달러 보조금… 트럼프, 유세때 “녹색 사기” 혹평상의 “현대차 전기차 美판매량… 보조금 철폐땐 최대 13% 줄 듯”배터리 업계까지 연쇄 파장 우려이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내무장관으로 지명된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석유 재벌 해럴드 햄 콘티넨털리소시스 최고경영자(CEO) 등이 이끄는 인수위원회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후 수차례 회의를 갖고 IRA 보조금 폐지를 논의했다. IRA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5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IRA를 “녹색 사기(New green scam)”라고 혹평했다. “기후 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했고 집권 1기 당시 파리기후협약도 탈퇴한 그는 굳이 보조금까지 줘 가며 전기차를 육성할 필요가 없으며 전기차가 친(親)환경 운송 수단이라는 점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2030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도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미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 또한 올 7월 “IRA를 폐지하면 제너럴모터스(GM) 등 경쟁업체는 파괴적 타격을 입겠지만 테슬라가 입을 영향은 가벼울 것”이라며 보조금 폐지를 지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로 수익을 올리는 유일한 기업이지만 경쟁사들은 전기차를 생산하며 입는 손실을 보조금으로 만회해 왔다”고 진단했다. 북미 전기차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테슬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올 3분기(7∼9월) 처음으로 50% 미만을 기록했다. 선도 기업으로서 ‘규모의 경제’를 이뤘기에 보조금 폐지에 따른 ‘보릿고개’를 버틸 역량 또한 후발 주자보다 풍부하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법인세 및 개인 소득세 인하, 팁 면세 등 대규모 감세 공약을 발표했다. 감세 실행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IRA 보조금 지급에 쓰이는 돈을 줄이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국내 배터리 기업 “당혹” 한국 배터리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AMPC 규정에 따라 그간 배터리 생산량에 비례해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받아 왔다. 이에 IRA 보조금 폐지→전기차 수요 감소→배터리 수요 감소 등의 연쇄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3사가 받은 AMPC 규모는 약 84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3사의 영업이익 합산(1086억 원)의 8배에 이른다. 국내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미국도 (어떤 대통령이 집권하느냐에 관계없이) 전기차 흐름을 거스를 순 없을 것”이라면서도 “단기적 배터리 수요 감소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완성차 업계의 우려 또한 크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일반 소비자용 전기차에는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리스나 렌터카 등 상업용 전기차에서 보조금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 중 리스 차량 비중은 약 40%다. 현대차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 조지아주에 첫 전기차 생산 공장 투자를 단행하고 시범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최근 동아일보와 대한상공회의소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산업별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업용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철폐 시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8.7∼―13.3%가량의 전기차 판매량 감소가 예측됐다. 또 미국 전체 전기차 시장 규모는 전기차 보조금을 완전히 철폐할 시 연간 118만4000대에서 86만7000대로 2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모델 권장소비자가격(MSRP) 기준에 따른 5만5000달러 승용차의 경우 수요가 33.2% 감소하고, 8만 달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은 21.7% 수요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현대차 또한 전체 판매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내라 보조금 철폐의 전체적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이미 새로 짓고 있는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하이브리드 제품을 혼류생산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공화당 우세주에 많은 보조금… “폐지 쉽지 않아” 다만 IRA 보조금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미 많은 외국 기업이 IRA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 내 공장을 지었기 때문이다. 14일 기후 연구 비영리단체 ‘버클리어스’와 기후행동단체 ‘예일클라이밋커넥션’에 따르면 IRA의 전체 지출액 중 약 66%가 텍사스, 와이오밍, 오클라호마, 캔자스주 등 공화당 우세 주로 흘러갔다. 이에 공화당 내에서도 현행 보조금을 지지할 세력이 상당하다. 이미 통과된 법안을 폐지하려면 상원 100명 중 60명이 찬성해야 하지만, 내년 1월 출범할 차기 상원에서 공화당은 53석만을 확보했다. 이에 인수위원회는 IRA의 해당 조항을 광범위한 세금개혁법안 패키지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때 의결정족수의 과반(51명)만 확보하면 통과시킬 수 있는 ‘예산 조정(reconciliation)’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제조사인 대만 TSMC에 반도체지원법(CHIPS Act·반도체법)에 따른 반도체 지원금 66억 달러(약 9조2000억 원)를 지급하겠다고 15일(현지 시간) 확정했다. 내년 1월 20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약 두 달 앞두고 나온 이날 발표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이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단계에 도달한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미 상무부는 이날 TSMC의 자회사인 TSMC 애리조나에 반도체법에 따라 최대 66억 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반도체 연구개발(R&D)과 제조 등에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69조4500억 원)를 지원하는 법이다. 상무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TSMC에 올해 연말까지 최소 10억 달러를 지급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TSMC 애리조나에 최대 50억 달러 규모의 저리 대출도 제공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양당이 합의한 반도체법 이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역시 NBC방송에 “TSMC는 미국에서 가장 정교한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며 “반도체법은 TSMC와 다른 반도체 투자를 미국에 유치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4월 TSMC는 미국 내 투자 규모를 650억 달러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애리조나주에 2나노 공정이 활용될 세 번째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TSMC는 이미 피닉스에 팹 두 곳을 건설 중이었다.로이터통신은 상무부가 삼성전자 텍사스주 파운드리 공장에 64억 달러, 인텔에 85억 달러, 마이크론에 61억 달러를 비롯해 총 36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할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내년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에 이를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지급 계약이 마무리된 TSMC와 달리 삼성과 인텔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이 돈을 다 지급받을 수 있을 지 100% 장담할 수는 없는 상태다.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반도체법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TSMC를 향해 “반도체 기업은 우리 사업의 95%를 훔쳤고 지금 대만에 있다”고 언급했다. 차기 행정부의 관련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TSMC는 내달 초 예정됐던 미국 피닉스 1공장(P1) 완공식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대(對)중국 고율 관세’를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을 앞두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비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허리펑(何立峰) 중국 부총리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상대할 핵심 인물로 꼽히고 있다. 13일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무역 갈등의 최전선에서 미국과 마주할 중국의 ‘키맨’ 5명을 거론했다. 우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허 부총리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전면에 나섰던 류허(劉鶴) 전 부총리의 후임으로 향후 대미 경제·무역 의제를 총괄할 것으로 점쳤다. 미중 무역 실무그룹의 공동 의장을 맡은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장관)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한 관세 협상 당시 전면에 나섰다. 지난해 5월과 올 3월에는 각각 중국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도 만났다. 이 외에 미국과의 제1차 무역전쟁 당시 관여했던 왕서우원(王受文)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 랴오민(廖岷) 재무부 부부장(차관), 중앙은행 총재 자격으로 통화 정책을 총괄하는 판궁성(潘功勝) 런민은행 총재 등이 포함됐다. 중국은 국제 기구와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과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 6개 국제기구 수장들이 만나는 이른바 ‘1+6 원탁회의’가 다음 달 베이징에서 열린다. 2016년부터 매년 진행된 회의로 올해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 국제결제은행(BIS), 신개발은행(NDB) 등 4개 기구도 참여할 예정이다. 역시 미국과의 무역 전쟁 가능성 등에 대비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3일 중남미 페루 리마로 출국했다. SCMP는 시 주석이 APEC와 G20에서도 회원국에 투자 확대 같은 유인책을 제공하며 미국의 편에만 서지 말라는 뜻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내각과 백악관 요직에 강경 성향의 충성파 인선을 이어 가고 있는 가운데 교육 분야의 이념과 가치관을 놓고서도 ‘문화 전쟁(culture war)’에 나설 태세다. 대선 유세 내내 교육부 폐지를 공언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성소수자 관련 교육 등 진보 진영의 정책을 없애고 보수화의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번째 임기 때도 교육부 통폐합 등을 추진했다가 의회에 가로막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더 적극적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수 인사들을 교육 분야에 대거 기용하고, 진보적인 대학의 자금을 옥죄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 트럼프 “공교육, 극좌파 광신도에 넘어가”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연방 교육부 폐지를 수차례 언급했다. 교육 예산과 규제를 연방이 아닌 주(州)와 지역이 관할해야 한다는 것. 그는 9월에도 “교육부는 자녀들에게 들려 주고 싶지 않은 온갖 것을 세뇌하는 데 세금을 낭비한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은 12일 전했다. 특히 대선 막바지에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4월 개정한 교내 성차별 금지법 ‘타이틀 9’를 집중 공격했다. 이 법은 성소수자 학생을 보호 대상으로 명시하고 트랜스젠더 학생이 성적(性的) 지향에 맞춰 탈의실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공립학교는 급진 좌파 광신도에게 넘어갔다”고 비판한 트럼프 당선인은 타이틀9를 언급하며 ‘학교가 부모 동의 없이 아이들의 성전환 수술을 해준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펼쳤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도 ‘좌파의 보루’로 여기며 대대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던 학자금 대출금 탕감 정책 폐기 △대학 기부금에 대한 과세 확대 △영리 목적 대학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교육협의회(ACE)의 테드 미첼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자금을 이용해 대학들에 이념적 순응을 강요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테네시대 로버트 켈첸 교육학 교수는 “공화당이 대학 총장들을 수시로 의회 청문회에 세우는 등 ‘괴롭힘’ 전략을 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하원은 ‘가자 전쟁’ 발발 두 달 뒤인 지난해 12월 아이비리그 총장들을 청문회에 불러 ‘학내 반(反)유대주의 대처 방안’을 추궁한 바 있다. ● 극우 성향 교육부 장관 발탁할 수도 트럼프 당선인이 교육부 폐지를 추진하더라도 의회 표결을 거쳐야 하는 사안인 만큼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첫 임기 때도 교육부를 노동부와 통합하려 했지만,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 CNN은 “저소득층 학생 지원금 등 교육부의 핵심 사업은 비교적 양당 모두에 인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일각에선 교육부에 우파 인사들을 적극 기용해 보수 정책을 촉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13일 보도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문화 전쟁을 수행할 차기 교육부 장관으로는 라이언 월터스 오클라호마주 교육감과 케이드 브럼리 루이지애나주 교육감 등이 거론된다. 월터스 교육감은 오클라호마주의 모든 공립학교 교실에 성경 배치를 의무화해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 교육전문매체 에듀케이션위크는 “연방 교육부의 영향력을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보수 인사”라고 평했다. 브럼리 교육감은 수학과 과학, 독서 등에 초점을 맞춰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노선을 강조하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보수 인사다. 치열한 이념 대립이 예고된 상황에서 누가 교육부 장관으로 발탁되든 의회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2017년 트럼프 1기의 첫 교육장관으로 지명된 벳시 디보스는 당시 상원 인준 표결에서 찬반표가 동수로 나와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의 캐스팅보트 행사로 겨우 인준에 성공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내각과 백악관 요직에 강경 성향의 충성파 인선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교육 분야의 이념과 가치관을 놓고서도 ‘문화 전쟁(culture war)’에 나설 태세다. 대선 유세 내내 교육부 폐지를 공언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성소수자 관련 교육 등 진보 진영의 정책을 없애고 보수화의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보인다.트럼프 당선인은 첫 번째 임기 때도 교육부 통폐합 등을 추진했다가 의회에 가로막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더 적극적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수 인사들을 교육 분야에 대거 기용하고, 진보적인 대학의 자금을 옥죄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 트럼프 “공교육, 극좌파 광신도에 넘어가”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연방 교육부 폐지를 수차례 언급했다. 교육 예산과 규제를 연방이 아닌 주(州)와 지역이 관할해야 한다는 것. 그는 9월에도 “교육부는 자녀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온갖 것을 세뇌하는데 세금을 낭비한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은 12일 전했다.특히 대선 막바지에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4월 개정한 교내 성차별 금지법 ‘타이틀 9’를 집중 공격했다. 이 법은 성소수자 학생을 보호 대상으로 명시하고 트렌스젠더 학생이 성적(性的) 지향에 맞춰 탈의실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공립학교는 급진 좌파 광신도에게 넘어갔다”고 비판한 트럼프 당선인은 타이틀9를 언급하며 ‘학교가 부모 동의 없이 아이들의 성전환 수술을 해준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펼쳤다.트럼프 당선인은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도 ‘좌파의 보루’로 여기며 대대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던 학자금 대출금 탕감 정책을 폐기 △대학 기부금에 대한 과세 확대 △영리 목적 대학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교육협의회(ACE)의 테드 미첼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자금을 이용해 대학들에게 이념적 순응을 강요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테네시대 로버트 켈첸 교육학 교수는 “공화당이 대학 총장들을 수시로 의회 청문회에 세우는 등 ‘괴롭힘’ 전략을 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하원은 ‘가자 전쟁’ 발발 2달 뒤인 지난해 12월 아이비리그 총장들을 청문회에 불러 ‘학내 반(反)유대주의 대처 방안’을 추궁한 바 있다. ● 극우 성향 교육부 장관 발탁할 수도트럼프 당선인이 교육부 폐지를 추진하더라도 의회 표결을 거쳐야하는 사안인 만큼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첫 임기 때도 교육부를 노동부와 통합하려 했지만,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 CNN은 “저소득층 학생 지원금 등 교육부의 핵심 사업은 비교적 양당 모두에 인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워싱턴포스트(WP)는 “일각에선 교육부에 우파 인사들을 적극 기용해 보수 정책을 촉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13일 보도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문화 전쟁을 수행할 차기 교육부 장관으로는 라이언 월터스 오클라호마주 교육감과 케이드 브럼리 루이지애나주 교육감 등이 거론된다.월터스 교육감은 오클라호마주의 모든 공립학교 교실에 성경 배치를 의무화해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 교육전문매체 에듀케이션위크는 “연방 교육부의 영향력을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보수 인사”라고 평했다. 브럼리 교육감은 수학과 과학, 독서 등에 초점을 맞춰 ‘기본으로 돌아가자’ 노선을 강조하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보수 인사다. 치열한 이념 대립이 예고된 상황에서 누가 교육부 장관으로 발탁되든 의회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2017년 트럼프 1기의 첫 교육장관으로 지명된 벳시 디보스는 당시 상원 인준 표결에서 찬반표가 동수로 나와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의 캐스팅보트 행사로 겨우 인준에 성공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버스 종점을 한 번 지나, 앞뒤로 나란히 걸린 ‘안녕히 가십시오 은평구입니다’와 ‘세계 속의 경기도’ 간판도 지나, 지금은 이름이 바뀐 전투경찰대 건너 일렬로 펄럭이는 새마을 깃발까지 지나면 어김없이 그 육중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왕복 4차로 위에 턱 하니 놓인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 지자체 홍보나 유아복 브랜드 광고 따위가 대문짝만한 글씨로 쓰여있긴 했지만, 그것은 광고판이라기엔 너무 두툼했고, 육교라기엔 아무것도 잇고 있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비닐하우스촌에서 산으로 넘어가려고 횡단보도를 두고 저걸 기어오른단 말인가. 내게 그 거대한 벽은 우리 동네의 최대 미스터리였다.물론 아빠는 답을 알았다. ‘대전차 방호벽’. 북한군이 쳐들어오면 탱크가 서울로 들어오지 못하게 도로를 막기 위해서 무너뜨리는 벽이라고 했다. 하지만 부수기 위해 만들었다니? 어린 내겐 어려운 모순이었다. 다만, 희미하게 남은 인상은 있었다. ‘북한군이 온다면 아마 우리 집 앞을 지나가겠구나’라는 어떤 예감 같은 것.그것이 구체적인 상상으로 이어진 적은 없다. 옛 한양도성의 사대문처럼 웅장하지도 않은, 도무지 쓸모없어 보이는 콘크리트 덩어리에 불과했던 방호벽은 시계(市界)에서 자라는 내내 그저 시야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을 뿐이다.방호벽만이 아니었다. 아침에 등교하면 늘 군인아파트에 사는 애들이 한꺼번에 버스를 타고 제일 먼저 와있었다. 주말 아침이면 짧은 머리 전경들이 동네 목욕탕으로 삼삼오오 줄지어 걸어갔다. 시내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버스에서 깜박 잠들면 꼭 한 정거장을 지나쳐 “시계 입구, 가게 앞, 검문소입니다”라는 안내를 들으며 푸드득 깨어나곤 했다.부대 앞은 이웃 동네 이름, 군인은 반 친구의 아버지, 검문소는 잘못 내린 버스 정류장. 최전선도 접경지도 아니었지만, 북쪽 경계의 아이들은 군 시설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다.몇 년 전 동네를 다시 찾았을 때, 육중한 방호벽은 전부 사라지거나 ‘생태 다리’로 바뀌어 있었다. “37년간 단절된 고개를 이어 동물과 사람이 함께 이동할 수 있게 한다”라는 설명을 읽고 나서야 그 방호벽이 37년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높다란 다리 위에 향토 수종을 심는다는 발상은 다소 어색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21세기가 된 지가 몇 년째인데 아무렴.시대는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내가 상상한 21세기처럼 달라지진 않았다. 그 뒤로도 북한은 동으로 서로 해마다 미사일을 쏘아댔다. 전쟁이 나지 않을 것이라 방호벽이 사라진 게 아니었다. 그저 북한이 쳐들어오더라도 저 벽을 허물어 시간을 벌 수준은 넘어선 것이었다.시대가 참 달라졌다. 광화문 사무실에 앉아서 나는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됐다는 기사를 읽고, 우리나라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줘야 할지 대놓고 고민하는 것을 본다. 시대가 너무 달라진 나머지, 기약 없이 사람이 죽어 나가는 중동에서도 북한이라는 이름은 총총 등장한다. 서로를 돕는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은 이제 ‘악의 축’이 아니라 ‘저항의 축’이자 ‘대격변의 축’이라나.지난달, 갓 100일을 넘긴 조카를 보러 용산 사촌오빠네를 갔다. 시대는 여러모로 달라져서, 오빠가 연말까지 육아 휴직을 쓰고 그때까진 새언니가 주 6일을 나가 일하기로 했다. 제멋대로 길어버린 머리칼이 땀에 젖어 가닥 진 오빠는 “독박육아의 맛을 봤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새 조금씩 사람 태를 갖추기 시작한 아기는 제법 다리에 힘을 뻗치며 걸어보겠다고 용을 쓰고 있었다.네 명이 합심해 애 하나를 놀리고 먹이고 재우고서야 비로소 밥 같은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창밖 멀리 미군 부대 부지가 보이는 오래된 아파트에서 소곤소곤 대화하다가, 오빠는 지나가는 말처럼 툭 던졌다. “우리가 요새 무슨 얘기 하는지 알아? 이 집은 ‘모 아니면 도’야. 살면 끝까지 살 텐데 죽으면 제일 먼저 죽을 테니까.”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 국방부, 국가 주요시설이 지척인 그 동네에서 오빠는 웃으면서 그런 소리를 했다. 북한이 쳐들어오면, 다시 전쟁이 나면, 수십 년간 습관처럼 해온 너무도 익숙한 가정(假定) 속에서 우리도 별 위기감 없이 “진짜 그렇겠네” 같은 소리를 하며 넘어갔다. 새근대는 갓난아기를 옆방에 두고 해선 안 되는 농담인 걸 알면서도, 사실은 농담이 아니라 꽤 진담인 걸 알면서도.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건 달라지지 않았다.[소소칼럼]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기자들이 돌아가며 씁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불법 이민 근절”을 외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트럼프 1기’ 당시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을 지낸 톰 호먼(63)을 차기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관장할 ‘국경 차르(제정 러시아 황제)’로 지명했다. 7일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수지 와일스 대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임명한 데 이은 두 번째 인사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은 같은 날 공화당의 ‘친(親)트럼프’ 강경파 하원의원인 엘리스 스터파닉 의원(40·뉴욕)을 주유엔 미국 대사로 지명했다. 호먼 전 대행은 트럼프 1기 당시 가족 전체가 불법 이민을 왔을 땐 부모를 기소하고 이들의 자녀는 부모와 격리하는 ‘생이별’ 정책을 주도했다. 지난달 27일 CBS 인터뷰에서도 “(불법 이민) 가족을 전부 추방할 수 있다”고 밝히며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 집행을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후 첫 인터뷰인 7일 NBC 인터뷰에서도 차기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불법 이민자 추방을 거론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집권 첫날 대규모 행정명령을 통해 대대적으로 이민자를 추방할 것으로 본다.● ‘불법 이민 부모-자녀’ 격리 주도 트럼프 당선인은 10일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국경 통제에 확고한 신념을 가진 호먼 전 대행이 차기 행정부에 합류해 미국의 모든 국경을 책임지는 ‘국경 차르’가 될 것”이라며 “그가 모든 불법 외국인을 원래 국가로 추방하는 업무를 맡을 것”이라고 썼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은 ‘국경 차르’가 정확히 어떤 직책인지 밝히지 않았다. AP통신은 그가 상원 인준이 필요하지 않은 ‘이민 정책 사령탑’ 역할을 맡을 것으로 내다봤다. 호먼 전 대행은 경찰, 국경순찰대 요원 등을 거쳐 2017년 1월∼ 2018년 6월 ICE 국장 직무 대행으로 일했다. 대행 시절 ‘부모-자녀’ 격리 정책을 주도한 그를 트럼프 당선인이 눈여겨봤고, 그를 정식 국장으로 임명하려 했다. 하지만 부모-자녀 격리 정책에 대해 보수 진영에서도 반인륜적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국장 임명을 위한 의회의 인준 청문회를 열 수 없었다. 결국 호먼 전 대행은 사퇴했다. 그가 사퇴할 당시 트럼프 당선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이 정책(부모-자녀 격리)을 반대한다”며 남편에게 반기를 들었다. 호먼 전 대행은 사퇴 후에도 트럼프 당선인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 갔다. 트럼프 당선인을 대선 후보로 선출한 올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때도 찬조 연설자로 등장했다. 당시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불법 이민자가 급증했다며 “당장 짐을 싸서 미국을 떠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10일 폭스뉴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고문들이 취임 직후 서명할 수십 개의 행정명령을 작성하고 있다”며 불법 이민자가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에서 계속 머무르는 ‘멕시코 잔류(Remain in Mexico)’ 정책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유대주의’ 논란 명문대 총장 낙마 주도 스터파닉, 유엔 대사 지명스터파닉 의원이 주유엔 미국 대사로 지명됐다는 건 트럼프 당선인 측이 뉴욕포스트 등 일부 언론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면서 알려졌다. 스터파닉 의원은 지난해 10월 중동전쟁이 발발한 후 미국 명문대 총장들이 학내 반유대주의 움직임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논란이 일자 같은 해 12월 의회 청문회에서 총장들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로 인해 보수 진영에서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해당 청문회 뒤 클로딘 게이 전 하버드대 총장, 엘리자베스 맥길 전 펜실베이니아대 총장 등이 모두 사퇴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스터파닉 의원을 극찬하며 상대방 진영에 대한 “킬러(killer)”라고 추켜세웠다. 그간 스터파닉 의원은 유엔이 반유대주의적이라고 비판해 왔다. 한편 트럼프 대선 캠프의 내부 회의 장면을 담은 영상도 화제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다큐멘터리 시리즈 ‘아트오브더서지(Art of the Surge)’ 4회에는 트럼프 당선인과 참모들이 올 8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트럼프 인터내셔널호텔 스위트룸에 차린 ‘상황실’에서 민주당 전당대회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장면이 담겼다. 이 영상에는 와일스 위원장, 댄 스커비노 전 백악관 부실장, 제이슨 밀러 전 백악관 선임 고문 등이 등장했다. 사실상 ‘트럼프 2기 백악관’이란 평가가 나온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017년 1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인은 ‘X’에 “마러라고의 ‘겨울 백악관(Winter White House)’에서 취임 연설문을 쓰고 있다”며 화려한 벽지를 배경으로 탁상 앞에 앉아 메모하는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그가 내년 1월 20일 47대 대통령으로 백악관 재입성을 앞둔 지금,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초호화 리조트이자 그의 사저인 마러라고가 ‘두 번째 백악관’ 또는 ‘남부의 백악관’으로 기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따뜻한 날씨를 선호하고, 마러라고를 워낙 편하게 생각해 이곳에서 업무 보는 걸 즐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5일 그의 당선 확정 직후 조현동 주미 대사를 비롯해 각국 외교 사절들이 앞다퉈 찾은 곳, 6일부터 가동 중인 정권 인수위원회가 둥지를 튼 곳도 마러라고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당선 직후부터 마러라고에 머물고 있다. 미 경호당국은 최근 트럼프 당선인과 마러라고 일대에 대한 경호를 대폭 강화했다. 뉴욕포스트는 이곳에 최근 “쓰다듬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적힌 첨단 ‘로봇 순찰견’도 등장했다고 전했다.● 첫 임기 때 142일 머무르며 정상 외교마러라고는 스페인어로 ‘바다에서 호수로’란 뜻이다. 유명 시리얼 회사 ‘포스트’의 상속자 마저리 메리웨더 포스트가 1927년 지었고, 수도 워싱턴 백악관에서 약 1600km 떨어져 있다.스위트룸 58개, 트럼프 당선인이 즐기는 ‘웰던’ 스테이크를 제공하는 초호화 식당, 인근 골프장 등을 보유한 회원제 복합 상업 시설이다. 다만 회원권 가격, 가입 기준, 회원 규모와 면면 등은 비밀에 부쳐져 있다. 일각에서는 회원권 가격을 100만 달러(약 14억 원)로 점친다. 마러라고가 자리 잡은 팜비치도 미국에서 손꼽히는 부촌이다. ‘뉴욕의 부동산 재벌’ 트럼프 당선인은 1985년 이 저택을 매입했다. 당시에는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는 수단이자 상류층의 사교 활동 무대로 사용했다. 마러라고는 트럼프 당선인의 2016년 대선 승리를 기점으로 국제 외교 무대의 중심지로 변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 등 주요국 정상과 이곳에서 회담을 가졌다. 백악관 인근 메릴랜드주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를 외면하고 대부분의 일정을 마러라고에서 보낸 것.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는 4년 임기 동안 총 32회 마러라고를 찾아 142일간 머물렀다. 그는 퇴임하면서 백악관 기밀문서를 마러라고의 구석구석으로 유출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일각에서 마러라고를 ‘논란의 장소’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트럼프 당선인은 올해도 공화당 대선 후보 신분으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외교장관 등을 이곳에서 만났다. CBS는 이미 4월에 “트럼프의 측근들이 각국 대사관에 외교 사절들을 마러라고에 미리 파견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주요국 정상을 자신의 텍사스주 목장으로 초청하는 등 역대 미 대통령이 백악관이 아닌 자택에서 외국 정상과 회담을 갖는 건 관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마러라고는 단순한 사저를 넘어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상업 시설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직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이해상충 비판도 늘 뒤따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러라고 리조트는 2022년 한 해에만 2200만 달러(약 308억 원)의 순익을 냈다. 마러라고는 2020년 대선을 거치며 그의 골수 지지층 ‘마가(MAGA·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세력의 본부’로 탈바꿈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패배를 부인하는 등 극단적이고 음모론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 일대에서 그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정권 인수 작업 본거지로 이미 기능 중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이미 이곳에서 약 4000개에 달하는 차기 행정부의 요직 인선에 들어갔다. 7일 그의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수지 와일스 트럼프 대선 캠프 공동위원장도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내가 아닌 그가 마러라고를 관장한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오랫동안 이곳에서 당선인을 보좌했다.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당선인이 이곳에서 주요국 정상을 맞이할 가능성도 크다. 임기 중 5, 6일에 한 번꼴로 라운딩에 나설 만큼 소문난 골프 애호가인 그가 아베 전 총리처럼 자신과 가까운 정상을 초청해 ‘골프 외교’를 할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지지 단체 ‘트럼펫USA’의 대표이자 당선인의 측근인 토니 홀트 크레이머 또한 “화려한 팜비치(마러라고)가 촌스러운 워싱턴(백악관)보다 낫다”고 강조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017년 1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인은 ‘X’에 “마러라고의 ‘겨울 백악관(Winter White House)’에서 취임 연설문을 쓰고 있다”며 화려한 벽지를 배경으로 탁상 앞에 앉아 메모하는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그가 내년 1월 20일 47대 대통령으로 백악관 재입성을 앞둔 지금,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초호화 리조트 겸 그의 사저 마러라고가 ‘두 번째 백악관’ 또는 ‘남부의 백악관’으로 기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따뜻한 날씨를 선호하고, 마러라고를 워낙 편하게 생각해 이곳에서 업무 보는 걸 즐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5일 그의 당선 확정 직후 조현동 주미 대사를 비롯해 각국 외교 사절들이 앞다퉈 찾은 곳, 6일부터 가동 중인 정권 인수위원회가 둥지를 튼 곳도 마러라고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당선 직후부터 마러라고에 머물고 있다.미 경호당국은 최근 트럼프 당선인과 마러라고 일대에 대한 경호를 대폭 강화했다. 뉴욕포스트는 이곳에 최근 “쓰다듬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적힌 첨단 ‘로봇 순찰견’도 등장했다고 전했다.● 첫 임기 때 142일 머무르며 정상 외교마러라고는 스페인어로 ‘바다에서 호수로’란 뜻이다. 유명 시리얼 회사 ‘포스트’의 상속자 마저리 메리웨더 포스트가 1927년 지었고, 수도 워싱턴 백악관에서 약 1600km 떨어져 있다.스위트룸 58개, 트럼프 당선인이 즐기는 ‘웰던’ 스테이크를 제공하는 초호화 식당, 인근 골프장 등을 보유한 회원제 복합 상업 시설이다. 다만 회원권 가격, 가입 기준, 회원 규모와 면면 등은 비밀에 부쳐져 있다. 일각에서는 회원권 가격을 100만 달러(약 14억 원)로 점친다. 마러라고가 자리 잡은 팜비치도 미국에서 손꼽히는 부촌이다.‘뉴욕의 부동산 재벌’ 트럼프 당선인은 1985년 이 저택을 매입했다. 당시에는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는 수단이자 상류층의 사교 활동 무대로 사용했다.마러라고는 트럼프 당선인의 2016년 대선 승리를 기점으로 국제 외교 무대의 중심지로 변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 등 주요국 정상과 이곳에서 회담을 가졌다. 백악관 인근 메릴랜드주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를 외면하고 대부분의 일정을 마러라고에서 보낸 것.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는 4년 임기 동안 총 32회 마러라고를 찾아 142일간 머물렀다. 그는 퇴임하면서 백악관 기밀문서를 마러라고의 구석구석으로 유출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일각에서 마러라고를 ‘논란의 장소’라고 표현하는 이유다.트럼프 당선인은 올해도 공화당 대선 후보 신분으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외교장관 등을 이곳에서 만났다. CBS는 이미 4월에 “트럼프의 측근들이 각국 대사관에 외교 사절들을 마러라고에 미리 파견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주요국 정상을 자신의 텍사스주 목장으로 초청하는 등 역대 미 대통령이 백악관이 아닌 자택에서 외국 정상과 회담을 갖는 건 관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마러라고는 단순한 사저를 넘어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상업 시설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직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이해상충 비판도 늘 뒤따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러라고 리조트는 2022년 한 해에만 2200만 달러(약 308억 원)의 순익을 냈다.마러라고는 2020년 대선을 거치며 그의 골수 지지층 ‘마가(MAGA·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세력의 본부’로 탈바꿈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패배를 부인하는 등 극단적이고 음모론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 일대에서 그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정권 인수작업 본거지로 이미 기능 중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이미 이곳에서 약 4000개에 달하는 차기 행정부의 요직 인선에 들어갔다. 7일 그의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수지 와일스 트럼프 대선 캠프 공동위원장도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내가 아닌 그가 마러라고를 관장한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오랫동안 이곳에서 당선인을 보좌했다.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당선인이 이곳에서 주요국 정상을 맞이할 가능성도 크다.임기중 5, 6일에 한 번꼴로 라운딩에 나설 만큼 소문난 골프 애호가인 그가 아베 전 총리처럼 자신과 가까운 정상을 초청해 ‘골프 외교’를 실시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인근 트럼프 당선인이 소유한 골프장에는 정상회담을 치를 수 있는 회의 시설 등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트럼프 지지단체 ‘트럼펫USA’의 대표 겸 당선인의 측근 토니 홀트 크레이머 또한 “화려한 팜비치(마러라고)가 촌스러운 워싱턴(백악관)보다 낫다”고 강조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불법 이민자 추방은) 가격표(price tag·비용을 의미)를 붙일 문제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 시간) NBC와 당선 후 첫 인터뷰를 갖고 내년 1월 20일 취임 첫날 불법 이민자를 대규모로 추방할 뜻을 밝혔다. 대선 기간에 꾸준히 “국경 강화, 불법 이민자 추방”을 공언한 그는 이날도 불법 이민자가 저지르는 각종 강력 범죄의 폐해가 심각해 추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주요 경제 정책 중에서는 감세를 가장 먼저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당선인 측 참모들이 제이슨 스미스 하원 세입위원장과 만나 개인 소득세 등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1기에 재무장관을 지낸 스티븐 므누신 전 장관 또한 CNBC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우선 정책에 감세가 포함될 것”으로 점쳤다. 다른 주요 정책의 윤곽 또한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원회가 다음 달 초중순 ‘트럼프 2기’의 주요 행정명령과 의회에 제출할 예산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불법 이민자 강력 범죄 근절”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불법 이민을 온) 사람들은 살인을 저지르고 마약으로 국가를 파괴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오는 것은 좋지만 애국심을 갖고 합법적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합법 이민만 받겠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에선 이민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누리는 각종 사회보장 혜택에 낭비되는 돈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뜻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반(反)이민 정책’의 설계자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2기 중 최대 7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수용할 구금 시설을 건립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전날인 4일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의 레딩 유세에서도 중남미 엘살바도르 출신 불법 이민자 남성에게 딸을 잃은 패티 모린 씨를 연단에 올려 포옹했다. 모린 씨의 딸 레이철은 지난해 8월 조깅하러 집을 나섰다가 해당 남성에게 성폭행 당한 후 살해됐다. 다만 대규모 추방과 수용 시설 건설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미국이민협회는 불법 이민자 1100만 명을 체포하거나 대량 추방하는 데 총 9680억 달러(약 1341조 원)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불법 이민자의 상당수가 미국인들이 꺼리는 저소득 저임금 직종에 종사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저가 노동력 손실로 미 기업과 사회가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할 것으로 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 주장하는 경찰 예산 삭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2020년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관의 목 조르기로 숨진 후 민주당 일각에서는 경찰 예산 삭감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자신이 이번 대선에서 그간 민주당의 고정 지지층으로 여겨졌던 라틴계, 흑인 남성 등 비(非)백인 유권자층에서 선전한 것을 두고 “민주당의 사고는 미국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한 원인”이라고 했다.● ‘소득세 인하-관세 인상’ 박차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 인사들은 내년 1월 출범할 새 의회와 개인 소득세를 인하하고 이로 인해 부족해진 세수(稅收)는 관세를 올려 충당하는 일종의 ‘패키지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선인이 공약했던 팁·사회보장급여에 대한 면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세금 정책 파트너’가 될 인사는 신중하고 꼼꼼한 성향의 공화당 중진 마이크 크레이포 상원의원이라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상원 재정위원장을 맡을 것이 유력한 그는 줄곧 ‘트럼프표 감세’를 옹호해 왔다. 다만 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의회예산국(CBO)은 내년에 만료될 예정인 개인 소득세 감면 조치를 연장하는 데 10년간 최소 4조6000억 달러(약 6386조 원)가 든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입품 관세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이 돈을 충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다만 공화당이 내년 1월 출범하는 새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이 된 만큼 세금 관련 패키지 법안의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회 통과가 성사되면 1930년 이후 94년 만에 의회를 통해 관세를 인상한 사례가 된다고 폴리티코 등이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불법 이민자 추방은) 가격표(price tag·비용을 의미)의 문제가 아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 시간) NBC와의 당선 후 첫 인터뷰를 갖고 내년 1월 20일 취임 첫날 불법 이민자를 대규모로 추방할 뜻을 밝혔다. 대선 기간 꾸준히 “국경 강화, 불법 이민자 추방”을 공언한 그는 이날도 불법 이민자가 저지르는 각종 강력 범죄의 폐해가 심각해 추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주요 경제 정책 중에서는 감세를 가장 먼저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당선인 측 참모들이 제이슨 스미스 하원 세입위원장과 만나 개인 소득세 등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1기에 재무장관을 지낸 스티븐 므누신 전 장관 또한 CNBC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우선 정책에 감세가 포함될 것”으로 점쳤다.다른 주요 정책의 윤곽 또한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원회가 다음 달 초중순 ‘트럼프 2기’의 주요 행정명령과 의회에 제출할 예산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불법 이민자 강력 범죄 근절”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불법 이민을 온) 사람들은 살인을 저지르고 마약으로 국가를 파괴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오는 것은 좋지만, 애국심을 갖고 합법적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합법 이민만 받겠다고 했다.트럼프 당선인 측에선 이민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누리는 각종 사회보장 혜택에 낭비되는 돈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뜻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반(反)이민 정책’의 설계자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2기 중 최대 7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수용할 구금 시설을 건립하겠다”고 최근 밝혔다.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전날인 4일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의 레딩 유세에서도 중남미 엘살바도르 출신 불법 이민자 남성에게 딸을 잃은 패티 모린 씨를 연단에 올려 포옹했다. 모린 씨의 딸 레이철은 지난해 8월 조깅하러 집을 나섰다가 해당 남성에게 성폭행당한 후 살해됐다. 다만 대규모 추방과 수용 시설 건설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다. 미국이민협회는 불법 이민자 1100만 명을 체포하거나 대량 추방하는 데에 총 9680억 달러(약 1341조 원)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불법 이민자의 상당수가 미국인들이 꺼리는 저소득 저임금 직종에 종사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저가 노동력 손실로 미 기업과 사회가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할 것으로 봤다.트럼프 당선인은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 주장하는 경찰 예산 삭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2020년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관의 목 조르기로 숨진 후 민주당 일각에서는 경찰 예산 삭감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자신이 이번 대선에서 그간 민주당의 고정 지지층으로 여겨졌던 라틴계, 흑인 남성 등 비(非)백인 유권자로부터 선전한 것을 두고 “민주당의 사고는 미국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한 원인”이라고 했다.● ‘소득세 인하-관세 인상’ 박차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 인사들은 내년 1월 출범할 새 의회와 개인 소득세를 인하하고 이로 인해 부족해진 세수(稅收)는 관세를 올려 충당하는 일종의 ‘패키지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선인이 공약했던 팁·사회보장급여에 대한 면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트럼프 당선인의 ‘세금정책 파트너’가 될 인사는 신중하고 꼼꼼한 성향의 공화당 중진 마이크 크레이포 상원의원이라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상원 재정위원장을 맡을 것이 유력한 그는 줄곧 ‘트럼프표 감세’를 옹호해 왔다.다만 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의회예산국(CBO)은 내년 만료될 예정인 개인 소득세 감면 조치를 연장하는 데 10년간 최소 4조6000억 달러(약 6386조 원)가 든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입품 관세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이 돈을 충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다만 공화당이 내년 1월 출범하는 새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이 된 만큼 세금 관련 패키지 법안의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회 통과가 성사되면 1930년 이후 94년 만에 의회를 통해 관세를 인상한 사례가 된다고 폴리티코 등이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5일(현지 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상원, 주지사 선거 등에서 공화당이 완승하는 이른바 ‘레드 웨이브(붉은 물결·공화당 상징색을 빗댄 표현)’가 불면서 민주당이 패닉에 빠졌다. 아직 최종 결과가 안 나온 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 승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참패의 이유로 민주당이 내세운 의제 ‘민주주의’ ‘낙태권’ 등이 공화당이 강조한 ‘고물가’ ‘일자리’ ‘불법 이민’ 같은 의제에 완전히 묻혔기 때문이라는 평이 나온다. 그간 민주당의 골수 지지층으로 여겨졌던 비(非)백인과 젊은층 유권자로부터 외면받은 것 역시 고물가와 양극화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상황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선 패배 책임을 둘러싼 내부 분열과 자중지란 양상도 감지되고 있다. 퇴임까지 불과 약 2개월 반이 남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레임덕(권력 누수) 상태이고, 대선 후보로 나섰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또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더십 진공’ 상태가 이어지면 당분간 혼란 수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먹고사는 문제’가 승패 좌우 6일 ABC방송은 “미국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관심사는 생활비”라며 낙태권은 민주당의 기대만큼 중요한 의제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대선 당일 출구조사에서도 ‘투표에 영향을 미친 최대 요인’으로 경제를 꼽은 사람은 32%로, 낙태권(14%)의 두 배를 웃돌았다. ‘진보 거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X에 “민주당은 노동계급을 버렸다. (이에) 노동계급도 민주당을 버렸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의 여론조사 전문가 제프 폴록 역시 AP통신에 “농촌, 노동자, 라틴계, 청년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자신들의 일상적인 요구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시사 매체 타임은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남성 표 늘리기”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남성 유권자가 중시하는 불법 이민, 경제 의제를 강조하고 여성 유권자의 호응이 높은 낙태권 언급을 피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민자 급증에 따른 경제 문제와 치안 문제에 지친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투표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NYT와 시에나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성향 응답자 중 30%가 “불법 이민자 추방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불법 이민에 관해서는 정파에 관계없이 유권자의 거부감이 큰데도 해리스 부통령은 이 의제의 중요성을 경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을 ‘민주주의 위협’ ‘파시스트’라고 비난하는 등 ‘반(反)트럼프’ 전략으로만 일관해 역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분열-책임 떠넘기기 가중 이에 따라 민주당이 혼란을 수습할 차기 지도자도, 명확한 계획도 없이 ‘트럼프 2기’를 맞게 됐다고 AP통신은 진단했다. 당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 시기가 너무 늦었다” “중도 성향 부동층, 즉 ‘산토끼’ 유권자를 잡으려다가 핵심 지지층 ‘집토끼’ 유권자도 놓친 해리스 대선 캠프의 전략 부재가 문제다”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의 존재감이 빈약했다” 등 전방위적 ‘네 탓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 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당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및 인지기능 저하 우려가 오래전부터 제기됐는데도 그가 선거를 불과 100여 일 앞둔 올 7월 21일에야 사퇴하는 바람에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한 민주당 전략가는 의회 전문 매체 더힐에 “바이든 대통령이 조기 사퇴한 후 공개 경선으로 대선 후보를 선출했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한 참모는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누가 나와도 졌을 판”이라고 항변했다. 다만 대선 외 다른 선거에서도 모두 진 것은 단순히 특정인이나 특정 의제의 문제를 넘어선 만큼 ‘재창당’ 수준의 환골탈태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 카나 민주당 하원의원은 MSNBC에 “2004년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 대패했지만, 4년 뒤 우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얻었다”며 강도 높은 쇄신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찾자고 촉구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은 미 오하이오주 시골의 무너진 가정 출신에서 실리콘밸리 투자가, 베스트셀러 작가, 상원의원을 거쳐 만 40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부통령에 올랐다. 그는 마약 중독자 모친의 학대와 가난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해병대와 오하이오주립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며 이른바 ‘엘리트 사회’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를 펴내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고, 지난해 상원의원 임기를 시작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최초의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 부통령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밴스 당선인은 한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미국의 히틀러’로 표현할 정도로 그에게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친(親)트럼프 충성파로 전향한 뒤 올해 7월 러닝메이트로 깜짝 지명되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제국’의 후계자로 인정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이자 친구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적극적인 추천이 주효했다. 그는 대선 내내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는 트럼프식 스타일을 따르면서도, 트럼프 당선인의 논란 발언을 해명하고 재해석하는 ‘최고설명자’로서 활약했다고 미 NBC방송은 평가했다. 밴스 당선인은 2021년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들을 “자녀 없는 캣 레이디(Cat Lady)”라고 비하한 것이 알려지는 등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10월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와의 TV토론에서는 안정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6일(현지 시간) 당선 확정 뒤 “밴스를 택한 뒤 비판도 받았지만, 결국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칭찬했다. 뉴욕 상류층 출신인 트럼프 당선인과는 정반대의 인생을 살아온 밴스 당선인은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의 승리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측근도 주목받고 있다. 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 트럼프그룹 수석부사장(47), 트럼프 당선인이 ‘천재’ ‘새로운 별’ 등으로 추켜세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53), 당선인의 차남 에릭의 부인인 라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공동 의장(42) 등이다. ‘충성’을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상 이들이 트럼프 2기에서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주니어는 부친의 3남 2녀 중 “부친과 가장 닮은 자녀”로 꼽힌다. 이번 대선에서 각종 전략을 총괄했다. 특히 여러 부통령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그가 추천한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이 올 7월 부통령 후보로 발탁된 것은 그의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두 사람은 밴스 당선인이 2022년 11월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했을 때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밴스 당선인 또한 “트럼프 주니어의 도움이 없었다면 상원의원도, 부통령 후보도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트럼프 주니어가 주도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대한 우려도 있다. 2020년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패배 후 반(反)트럼프 노선에 선 인물을 배제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는 평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그를 두고 “공사(公私)를 넘나드는 공격적 로비스트”라고 했다.머스크 CEO도 확고한 입지를 확보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공화당에 최소 1억3200만 달러(약 1843억 원)를 기부했고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X’를 동원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선거 당국의 제지로 실현되지 못했지만 대선의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유권자 중 매일 1명을 뽑아 100만 달러를 주겠다는 ‘현금 살포’ 공약도 내놨다. 트럼프 당선인은 6일 승리 연설에서 머스크 CEO를 두고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슈퍼 천재(super genius)”라고 치켜세웠다. 또 “천재가 많지 않기에 천재를 보호해야 한다. 그를 사랑한다”고 했다. 당초 일각에서는 그의 재무장관 기용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전기차, 우주 개발, 소셜미디어 등 각종 사업을 벌이는 그가 이해관계 상충 우려에 직면할 여지가 큰 만큼 특정 부처의 장관직을 맡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직전 “정부효율성부서(DOGE)를 만들어 머스크 CEO를 위원장으로 앉히겠다”고 했다. 머스크 CEO 또한 “미 연방정부 연간 예산을 2억 달러 절감하겠다”고 화답했다. 라라는 올 3월부터 공화당 대선 자금을 관장하는 RNC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당초 우편투표에 부정적이던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지지층에 “우편투표 참여”를 호소한 것은 그의 입김이 컸다는 평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6일 승리 연설에서 수지 와일스 및 크리스 라시비타 대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데이나 화이트 UFC 최고경영자(CEO)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와일스는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유력하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