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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회에서 열린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파우치’ 논란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민주당은 박 후보자가 2월 윤석열 대통령과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가 수수해 논란이 된 디올백을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윤 대통령에게 아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파우치라고 작게 포장해서 사달이 생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조인철 의원은 이날 오전 청문회가 시작하자마자 김 여사가 받은 것과 같은 디올백 제품을 들어 보이며 “300만 원 상당의 고가 명품백을 마치 동전지갑 정도의 별것 아닌 패션 소품 정도로 평가절하를 시도했다”고 했다. 같은 당 정동영 의원도 “권력에 대한 아부가 명백하고, 공영방송인 KBS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정확한 표현”이라며 “디올백을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돌려 말한 것은 명백히 시청자를 속인 것”이라고 했다. 여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은 “‘명품’ 등의 형용사를 잘못 쓰면 오히려 특정 상품을 홍보하게 될 우려가 있어서 그렇게 표현한 것 같으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파우치’라고 하면 작게 포장된 것을 생각한다”며 “대통령과의 면담은 아주 예민하다. 단어 하나하나 축소되거나 확대돼서 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둬서 그런 표현을 할 때는 그걸 풀어서 얘기했어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파우치는 사실이고 팩트다. 공식 사이트상 제품 상품명이 ‘디올 파우치’”라며 “파우치는 영어이기 때문에 방송에서 영어를 쓸 땐 우리말로 한번 다시 풀어 쓴다. 파우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작은 가방이라고 나온다”고 해명했다. 파우치 용어를 쓴 것에 대해 사과할 계획이 없냐고 따져 묻는 정 의원 질의에도 “파우치란 단어는 상품명일 뿐”이라며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거부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월 15일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형’의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이 구형한 2년에는 못 미치지만, 애초 민주당이 예상했던 벌금형 또는, 주장했던 무죄를 뒤집는 형입니다. 100만 원 이상 형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이 대표는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고(집행유예가 그대로 유지되면 10년간입니다), 국회의원직도 상실하게 됩니다. “한 마디로 충격과 공포”(민주당 관계자)였다는 이날 판결의 막전 막후를 들여다보겠습니다. ① 여유그동안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재판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재판 전 만났던 한 친명계 핵심 의원은 “이 대표에게 앞으로 있을 4개 재판 중 공직선거법 재판이 그나마 제일 쉬운 재판”이라며 “솔직히 위증교사는 모르겠는데, 공직선거법은 100만 원 미만 형이 나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가 공직선거법이 아닌 위증교사 관련 무죄 주장 발언을 더 많이 했던 배경이기도 합니다. 공직선거법보다는 위증교사에 좀 더 주력하는 분위기였죠.공직선거법 재판과 관련해선 당내 변호사, 검사 출신 의원들도 ‘무죄’를 자신해왔습니다.변호사 출신인 박주민 의원은 “나도 10년 넘게 변호사 밥을 먹고 살았다. 항간에는 선거법 전문으로 소문도 나기도 했다”며 “‘내가 누구를 기억한다’ 이런 걸 갖고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기 시작하면, 정치 현실을 비춰봤을 때 아무도 정치 못 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역시 변호사 출신이자, 민주당 내 이재명 사법리스크 대응 기구인 사법정의특위 위원장인 전현희 최고위원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위반은 행위에 관한 것을 처벌하는 것인데, 이 대표 사안은 인식이고 기억”이라며 무죄를 확신한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이자 고검장 출신인 박균택 의원은 재판 당일까지도 “당연히 무죄라고 본다. 증거상으로도 입증이 안 되고 또 법리상으로도 죄가 될 수 없다”고 했고요.사실 당 내에선 재판 직전까지 ‘80만 원’설이 가장 유력하게 돌았습니다. 일부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이 대표의 의원직이나 피선거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100만 원 미만 벌금형이 나올 거란 예상이었죠. 이런 추정엔 이 대표가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을 경우 민주당도 지난 대선 때 보전받은 선거비용 434억 원을 토해내야 하는데, 법원도 제1야당을 상대로 그런 판결을 내리기엔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계산도 깔려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11일 라디오에서 “저는 (벌금) 80만원이 (선고)될 것 같다. 민주당의 대선 자금 문제까지 귀결되기 때문에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재판부가 엄청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가 여권 내에서 엄청난 비난 세례를 받았죠.② 충격이 대표도 재판 당일까지 사뭇 여유 있는 표정이었습니다. 애초 이 대표는 법원에 들어갈 때는 별도로 입장을 내지 않고, 대신 재판이 끝난 뒤엔 지지자들의 서초동 집회 현장을 찾아 발언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막상 전혀 예상치 못한 결론이 나오자, 이 대표도 많이 당황한 듯합니다. 주문을 모두 들은 그는 재판장에서 한동안 말없이 판사석을 바라봤다죠. “좀 조용히 해주면 좋겠는데. 오늘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에 한 장면이 될 것입니다.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합니다. 항소하게 될 것입니다. 기본적인 사실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그런 결론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서 판단해 보시면 충분히 결론에 이르실 수 있을 것입니다.”법원에서 나온 이 대표는 이같이 말한 뒤 곧장 국회로 향했습니다. 이 대표가 법원을 빠져나간 시간이 오후 3시 10분이었는데, 당은 그 뒤로 2시간 반이 넘도록 공식 입장도 내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습니다. 그만큼 당황했다는 거겠죠. 이날 재판 전부터 법원 앞에서 이 대표를 기다리던 민주당 의원들은 일부 눈물을 흘리는 등 충격 속에 뿔뿔이 흩어졌고, 뒤늦게 집회에 참석하려던 의원들은 급하게 차를 돌렸다 합니다. 결국 친명(친이재명)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도 “일단 내일 광화문에서 다시 모이자”며 재판 종료 30여분 만에 자진 해산했고요. 국회로 간 이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당 대표실이 아닌 자신의 의원회관 818호실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흔들림 없이 당무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하죠. 여권 내에서 “당장 당 대표직부터 내려놓으라”는 압박이 이어질 것에 대한 선제 대응이었을 겁니다.이 대표는 회의를 마치고 나가면서 “당이 많이 혼란스러운데, 대표로서 어떻게 수습할지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당은 혼란스럽지 않습니다”라는 한 마디만 남긴 채 오후 7시 경 퇴청했습니다. 김민석 최고위원 등 친명계 지도부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침묵 속에 국회를 빠져나갔고요.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판사 출신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에게 “법관 출신 주제에”라고 했다가 “이재명 재판을 앞두고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당 안팎 비판에 부랴부랴 사과하고 당직까지 내려놨던 친명계 김우영 의원은 이날 밤 “포악한 권력자에 굴복한 일개 판사의 일탈에 불과할테지. 2심도 있고 최종심도 있으니까 아직 기회는 있을테지”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③ 분노하룻밤 자고 난 뒤엔 다 같이 본격 분노의 단계로 접어든 모습입니다. 토요일이었던 이날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선 민주당 현역 의원들과 지역위원장 등 195명이 참석한 비상 연석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대표는 불참했으나, 박찬대 원내대표가 대신 “저들이 아무리 이재명 대표의 정치생명을 끊으려고 해도,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 “민심의 법정에서, 역사의 법정에서 이재명은 무죄”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회의를 마친 뒤 김준혁 의원은 “당원들이 잘못된 판결에 대해 분노하고 있으니,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며 “임기단축 개헌에 대한 시민 요구도 있고, 탄핵을 더 강하게 말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으니, 이런 부분을 지도부가 판단해달라는 지역위원장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 41명이 참여한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탄핵연대) 공동대표를 맡은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오늘부터 ‘촛불행동’ 등 시민단체와 공동행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죠.이어 오후 4시부터 비 오는 광화문에선 분노의 집회가 열렸습니다. 공식 명칭은 여전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이었습니다만 사실상 ‘이재명 유죄 반대’ 집회였죠.이 대표는 직접 무대에 올라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외쳤습니다. 그는 이날 ‘동지’라는 표현을 13번 쓰면서 “동지 여러분, 이재명 팔팔하게 살아서 인사드린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지 여러분, 동지가 무엇입니까?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 아닙니까”라며 “나의 부족함을 대신 채워주고 너의 의지를 내가 대신 실천해 주겠다는 그런 약속을 나눈 사람들, 그게 바로 동지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 동지들은 동지를 위해 이웃을 위해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힘껏 나서 싸워야 한다, 맞습니까? 우리는 동지입니다”라고 했습니다.그러면서 “그래서 여러분, 포기하지도 말고 힘을 빼지도 말고 손가락 하나라도 놀리고, 전화라도 한 통 하고, 댓글이라도 쓰고,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으면 손 꼭 잡고 함께 참여해서 우리가 팔팔하게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소리쳤습니다. “손가락 하나라도 놀리라”니 ‘개딸’의 원조격인 이 대표의 과거 팬덤 ‘손가락혁명군’이 떠오르네요.이어 마이크를 넘겨받은 박찬대 원내대표는 “미친 정권에, 미친 판결”이라며 “(저들은) 이재명 대표만 꺾으면, 이재명 대표의 정치생명만 없애면 자신들은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고, 그 알량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단단히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④현타당 일각에선 벌써 ‘현실 자각 타임’, 이른바 ‘현타’도 느껴집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판결의 부당함을 주장하면서도 “사법부가 화가 많이 난 듯하다. 그동안 지지자와 당이 계속 재판부를 압박하고, ‘법관 주제에’ 등 실언한 것도 판결에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남은 25일 재판에 대한 두려움도 본격 엄습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지도부 의원은 “선거법은 걱정을 안 했는데 선거법으로 이렇게 뒤통수를 맞고 나니, 위증교사 재판도 만만치 않겠다는 걱정들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요즘 ‘반명’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도 “오는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1심 사건이 야권 지각변동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피선거권을 잃게 되면 붕괴가 될 수 있는 상황으로 3총 3김(이낙연·정세균·김부겸·김경수·김동연·김두관)도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더군요. 그의 말마따나 한동안 침묵하던 비명계도 주말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꿈틀대는 모습입니다. 지난 총선 때 공천에서 떨어진 비명계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초일회’는 12월 1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초청해 ‘미국 대선 평가와 한미관계 국제정세 전망’이란 주제로 특강을 듣는다고 합니다. 김 전 총리 측은 “특강은 미국 대선 얘기로 한정하며 국내 정치 부문은 다루지 않을 것”이라 했지만 25일 재판 직후 열릴 특강에서 국내 현안 얘기가 안 나올 수 없겠죠. 초일회는 내년 1월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초청해 강연을 들을 예정이라 합니다. 이 대표와 지난 전당대회 때 당 대표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던 김두관 전 의원 측도 토요일인 16일 “‘3김’으로 하지 말고 ‘4김’이라고 해서 김두관 전 의원도 항상 포함시켜 달라”고 언론에 공지했더군요.한 비명계 전직 의원은 “지금 당장은 대안이 될 수 없겠지만, 내년 초가 되면 당 지형에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심화될 경우 당장 내후년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부터 이 대표와 선 긋고 나설 것”이라고 내다보더군요. 원래 선거 앞 정치판에 의리란 없습니다.아직까지는 ‘단일대오’라지만 머지않아 각자 제 살길 찾는 시간이 올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일단 25일 재판부터 함께 지켜보시죠.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유죄 판결 다음 날인 16일 민주당이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3차 장외집회를 개최한 것을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주고받았다. 국민의힘이 “사법부 겁박”이라고 비판하자 민주당은 “정권 규탄 집회를 판사 겁박이라 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김연주 대변인은 17일 “대입 논술고사를 보는 수험생들에게 온갖 민폐를 끼쳐가며 집회를 강행한 것은 오로지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든 방어해 보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이어 김 대변인은 “ 거대 야당의 원내사령탑은 ‘정치 판결에 분노하고 규탄한다’고 외쳤다”며 “위증교사 재판에 압박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했다. 여당은 민주당을 향해 “판결에 불복하고 거리로 나서는 모습은 국민적 분노를 키우고, 민주당의 정치적 고립을 자초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같은 당 박상수 대변인은 “‘정적 제거에 부역한 정치판결’, ‘민심의 법정에서는 무죄’라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은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부정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겠다는 선언”이라며 “민주당이 지금 할 일은 거리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한 ‘거짓 선동’이 아니라, 사법부의 판단을 겸허히 기다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민주당은 “세 살 아이도 이런 생떼는 안 쓴다”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판사 겁박’이란 지적에 “광화문 일대 장외집회는 이 대표의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예정돼 있던 ‘윤석열·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집회”라며 “어떻게 이 장외집회가 판사 겁박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무논리성 정권 비호를 위해 왜곡할 심산이라면 다시는 국민 눈높이 맞추겠다는 말은 꺼내지도 말라. 국민이 역겨워한다”라고 직격했다. 다만 야당 내에서도 과도한 장외집회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재판을 앞두고 주말마다 장외집회를 열고,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의 행위가 사법부에 압박으로 느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재판부는 사실에 근거하고 법리적 판단에 기초해 재판을 진행하리라 생각한다. 외부의 압력이나 외부 분위기 때문에 재판에 (영향이) 있었다면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별적으로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닌 발언을 하는 분들을 통제, 제재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민주당이 전날 오후 광화문 북측 광장 앞 도로에서 연 장외집회엔 경찰 추산 약 1만5000명이 참여했다. 이어 시민사회단체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과 민주당 및 4개 야당 등 야권이 함께한 집회엔 경찰 추산 약 2만5000명이 참여했다. 같은 시간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경찰 추산 약 8000명)는 광화문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더불어민주당의 보복성 예산 갑질, 화풀이 예산심사가 우려된다.”(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검찰을 비롯한 여러 권력기관이 검증 안 된 예산, 깜깜이 예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단호하게 삭감하겠다.”(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 국회가 18일부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 심사에 돌입한다. 야당이 검찰의 특수활동비 전액 삭감에 이어 대통령실 예산 삭감 등을 벼르고, 여당이 정부안 사수를 고수하고 있어 충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심 유죄 선고 이후 민주당이 예산 국면에서도 대여 공세 고삐를 더욱 바짝 죄겠다는 입장이어서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12월 2일)을 넘길 우려도 나온다. 예결위는 25일까지 소위 심사를 마치고 29일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한다는 목표다. 김 사무총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며 “이번 예산심사에서 적어도 민주당은 소위 말하는 ‘쪽지예산’을 통해 (여당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9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실과 경호처 예산을 삭감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특활비를 정쟁화하면서 수사기관을 압박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예결위 소속의 한 의원은 “민주당이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을 강조하는데 사사건건 정쟁을 일으키고 예산을 무기로 삭감하려는 건 민생과 정반대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이 정부 비상금인 예비비를 4조8000억 원에서 절반인 2조4000억 원으로 삭감한 것도 쟁점이다. 정부는 야당이 이대로 삭감을 강행하면 여야가 합의한 예산 증액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이 증액을 요구하는 지역화폐와 고교 무상교육을 놓고도 충돌이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화폐 발행 예산을 반영하지 않고 대신 전국의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지난해보다 5000억 원 늘린 5조5000억 원을 편성했다. 민주당은 중앙정부 지원 예산의 99.4%가 삭감된 고교 무상교육 예산도 복구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고교 무상교육 국비지원을 종료하는 법안은 문재인 정부 당시 통과됐고,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으로 충당할 뿐 무상교육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유죄 판결 다음 날인 16일 민주당이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3차 장외집회를 개최한 것을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주고받았다. 국민의힘이 “사법부 겁박”이라고 비판하자 민주당은 “정권 규탄 집회를 판사 겁박이라 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국민의힘 김연주 대변인은 17일 “대입 논술고사를 보는 수험생들에게 온갖 민폐를 끼쳐가며 집회를 강행한 것은 오로지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든 방어해보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 거대 야당의 원내사령탑은 ‘정치 판결에 분노하고 규탄한다’고 외쳤다”며 “위증교사 재판에 압박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했다.여당은 민주당을 향해 “판결에 불복하고 거리로 나서는 모습은 국민적 분노를 키우고, 민주당의 정치적 고립을 자초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같은 당 박상수 대변인은 “‘정적 제거에 부역한 정치판결’, ‘민심의 법정에서는 무죄’라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은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부정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겠다는 선언”이라며 “민주당이 지금 할 일은 거리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한 ‘거짓 선동’이 아니라, 사법부의 판단을 겸허히 기다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이에 민주당은 “세 살 아이도 이런 생떼는 안 쓴다”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판사 겁박’이란 지적에 “광화문 일대 장외집회는 이 대표의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예정돼 있던 ‘윤석열·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집회”라며 “어떻게 이 장외집회가 판사 겁박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무논리성 정권 비호를 위해 왜곡할 심산이라면 다시는 국민 눈높이 맞추겠다는 말은 꺼내지도 말라. 국민이 역겨워한다”라고 직격했다.다만 야당 내에서도 과도한 장외집회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재판을 앞두고 주말마다 장외집회를 열고,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의 행위가 사법부에 압박으로 느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재판부는 사실에 근거하고 법리적 판단에 기초해 재판을 진행하리라 생각한다. 외부의 압력이나 외부 분위기 때문에 재판에 (영향이) 있었다면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별적으로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닌 발언을 하는 분들을 통제, 제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민주당이 전날 오후 광화문 북측 광장 앞 도로에서 연 장외집회엔 경찰 추산 약 1만5000명이 참석했다. 이어 시민사회단체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과 민주당 및 4개 야당 등 야권이 함께한 집회엔 경찰 추산 약 2만5000명이 참여했다. 같은 시간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경찰 추산 약 8000명)는 광화문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22년 대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지 2년 2개월 만이다. 이대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돼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어 이 대표의 대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최종 확정 시 민주당도 지난 대선 때 보전받은 선거자금 등 434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4개의 재판 중 가장 먼저 결과가 나온 1심이 유죄로 나오면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열흘 뒤인 25일엔 이 대표의 위증교사 의혹 관련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 사실이 공표되는 경우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돼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죄책과 범정(범죄가 이뤄진 정황)이 상당히 무겁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에 나와 대장동 사업 실무를 맡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 “제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친 것처럼 (국민의힘이) 사진을 공개했는데 조작한 것”이라고 하는 등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허위 발언을 한 혐의도 있다. 이날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은 판사들이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양형기준상 ‘가중처벌’ 범위에 해당한다. 죄질이 무거워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김 전 처장 관련 발언 일부,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관련 발언 전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 대표는 공판을 마치고 나와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 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무거운 형량에 지도부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윤석열 정권의 정적 죽이기에 화답한 정치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 대표는 흔들림 없이 당무를 운영해 나갈 것이고 민주당은 단결해 어려움을 헤쳐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16일 야권 공동으로 여는 김건희 특검 수용 집회에 참석해 정부여당을 향한 총공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사필귀정”이라며 환영했다. 한동훈 대표는 “판사 겁박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법에 따른 판단을 한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에 대한 의지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5일 “최소한 기업의 지배구조만큼은 선진국 수준으로 반드시 바꿔놓겠다”라며 전날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계에서 이걸(상법 개정안) 반대한다고 하는데 전 세계를 상대로 글로벌 경쟁을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 이런 불공정함, 부당함에 기반한 부당한 이익을 노려서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며 “당당하게 합리적으로 공정하게 경쟁해서 실질적인 국제 경쟁력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 동안 재계에서 요구해 온 배임죄 개정 필요성은 열어놨다. 그는 “혹여 기업 경영에서 걱정되는 검찰 수사와 처벌의 문제, 특히 배임죄 문제는 집권 여당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미 지적한 바가 있다”며 “검찰권 남용의 수단이 되는 배임죄 문제는 신중하게 한번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재계를 만난 자리에서 배임죄 폐지를 건의 받고 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야권 관계자는 “최근 중도 우클릭을 이어가는 이 대표가 상법개정과 배임죄 폐지라는 ‘투트랙’ 전략을 쓰는 것”이라고 해석했다.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무리한 입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주주는 물론이고 소액주주, 기관투자자,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 서로 이해관계가 전혀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이사가 어떻게 모두 보호할 수 있겠는가. 논리적 모순”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이 헤지펀드나 국제기업사냥꾼 등의 경영권 탈취 싸움에 노출될 때 결과적으로 소액주주의 이익도 침해될 것”이라며 “대기업, 중견· 중소기업을 막론한 경제 8개 단체는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을 남발하고 ‘해외 투기자본 먹튀 조장법’으로 작용할 거라고 반대했다”고 했다.국민의힘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 맞불을 놓겠다는 계획이다. 여당 역시 소액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기업이 합병이나 물적분할을 할 때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22년 대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지 2년 2개월 만이다. 대법원에서 형이 최종 확정되면 이 대표는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대표의 대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형 최종 확정 시 민주당도 지난 대선 때 보전받은 선거자금 등 434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4개의 재판 중 가장 먼저 결과가 나온 1심이 유죄로 나오면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열흘 뒤인 25일엔 위증교사 의혹 관련 1심을 앞두고 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선거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이 공표되는 경우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돼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죄책과 범정(범죄가 이뤄진 정황)이 상당히 무겁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이 대표는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에 나와 대장동 사업 실무를 맡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제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친 것처럼 (국민의힘이) 사진을 공개했는데 조작한 것”이라고 하는 등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허위 발언을 한 혐의도 있다.이날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은 판사들이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양형기준상 ‘가중처벌’ 범위에 해당한다. 죄질이 무거워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김 전 처장 관련 발언 일부,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관련 발언 전부를 유죄로 인정했다.이 대표는 공판을 마치고 나와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 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말했다.예상보다 무거운 형량에 지도부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표는 지도부와 이날 오후 5시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윤석열 정권의 정적 죽이기에 화답한 정치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 대표는 흔들림 없이 당무를 운영해나갈 것이고 민주당은 단결해 어려움을 헤쳐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16일 야권 공동으로 여는 김건희 특검 수용 집회에 참석해 정부여당을 향한 총공세를 이어갈 예정이다.국민의힘은 “사필귀정”이라며 환영했다. 한동훈 대표는 “판사 겁박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법에 따른 판단을 한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에 대한 의지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뿐 아니라 일반 주주로까지 확대해 소액 주주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재계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회사 이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고, 주주마다 각자 주식을 보유하는 목적이 다른 만큼 충실 의무를 규정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재계 우려와 여당 반대에도 연내에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민주당이 이날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명시했다. 자산 총액이 2조 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도록 했고, 감사위원 2명 이상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출하도록 했다. 이 밖에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전자 주주총회 근거 규정 마련 등도 담았다. 상법 개정안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달 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면서 정기국회 내 처리를 약속한 사안이다. 재계는 ‘트럼프 스톰’에 각국이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서는데, 한국은 오히려 정치권이 기업 경영권을 흔드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대로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30대 기업(자산 기준) 중 8곳(26.7%)이 이사회의 과반수를 해외자본에 내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기업 중에선 4곳이 해당했다. 한경협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8단체는 성명을 내고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재계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 10대 기업중 4곳 이사회 위협”민주당, 상법 개정안 당론 채택민주 “상법 개정해 지배구조 개선”재계 “각국, 트럼프 당선후 자국 우선… 왜 한국만 거꾸로 가는지 모르겠다”재계의 반발에도 더불어민주당이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대신 상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8단체는 공동 성명에서 “섣부른 상법 개정은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4대 그룹의 한 임원은 “트럼프 당선 이후 일본, 대만 등은 기업 지원책 위주로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데 한국은 소송 리스크와 이사회 장악 우려가 커지는 법안을 왜 무리해서 추진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상법 개정해 지배구조 개선”더불어민주당이 14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현행 상법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의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이 충실 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한 것이다.개정안은 또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규모를 확대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독립이사가 이사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되도록 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했다. 현행 규정은 4분의 1이다.이번 상법 개정안은 이재명 대표가 이달 4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하면서 내건 조건이다. 이 대표는 “증시가 국민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안을 포함한 입법과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재계에선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주주 친화적인 지배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은 경영권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소송 남발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단기·장기 투자자인지, 국내외 투자자인지에 따라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다양한 상황에서 이사회의 결정이 모든 주주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송 리스크는 이사회의 경영 판단을 위축 시킬 수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국에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이 없는 이유다.독립이사(사외이사) 규정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이사회를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립이사를 이사회의 3분의 1까지 늘리면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사외이사를 더 선임하기 어려워 이사회를 아예 축소해 규제 요건을 억지로 맞추려 할 것”이라며 “이사회 역할을 오히려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30대 기업 중 8곳 이사회 위협”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은 공격적인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조항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감사위원을 기존 이사와 분리해 뽑고,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이다.대주주에게 반기를 들 수 있는 감사위원을 뽑겠다는 취지지만 결국 행동력이 높고 해외 투자자 결집에 유리한 행동주의 펀드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게다가 주식회사의 기본 원리인 ‘자본 다수결의 원칙’(보유한 지분만큼 의결권 행사)에 어긋나 한국에만 존재하는 조항이다.실제로 한국경제인협회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현실화될 경우를 가정해 분석한 결과 국내 10대 기업(자산 기준) 중 4곳이 이사회의 과반수를 외국 국적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 등 해외 자본에 내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기업으로 넓힐 경우 16곳으로 늘어난다. 해외 자본이 최소 1명의 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가능한 기업도 100대 기업 중 84곳에 달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법원을 믿지 못하고 압력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을 하면 누가 법관을 할 생각을 하겠나.” 지난달 2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윤준 서울고등법원장은 ‘법원에 정치적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작심한 듯 이같이 말했다. “법원을 믿고 조용히 기다려 주시면 우리나라 전체가 한 단계 더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재판장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벼르는 것에 대한 탄식이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15일)과 위증교사 혐의(25일) 1심 선고가 임박하면서 거야의 사법부 압박이 나날이 노골화되고 있다. 그의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분수령을 앞두고 겁박에 가까운 여론전이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달부터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100만 명 넘게 서명한 ‘이재명 무죄 탄원서’를 모았다. 이들은 “판사님들의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른 판단이 많은 국민의 정의와 상식과 일치하리라 믿고 있다”고 쓴 탄원서를 재판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 현역 의원들은 ‘이재명은 무죄’라는 손팻말을 든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릴레이 서명 운동 중이다. ‘민의의 전당’이어야 할 국회도 이 대표 ‘변호의 장’이 된 지 오래다. 국정감사장에선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실무자인 고 김문기 씨를) ‘모른다’ 한 것은 주관적 인식의 영역이라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합리적인 법 해석”(전현희 최고위원)이란 주장이 쏟아졌고, 국회 의원회관에선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의 ‘방탄’ 토론회가 잇달아 열렸다. 민주당도 이재명 지키기에 당력을 쏟고 있다. 기존 이 대표 검찰 수사에 대응하던 ‘검찰독재대책위원회’로 부족하다 싶었던지, 박균택 김기표 김동아 이건태 등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 출신 의원들을 총동원한 이재명 사법리스크 전담대응기구인 ‘사법정의특별위원회’를 이달 5일 추가로 출범시켰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검찰의 공소장은 ‘거짓 시나리오’”라며 “법원의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한준호 최고위원)는 등 사법부를 향한 노골적인 압박이 이어졌다. 과연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받는 공당의 지도부 회의에서 나오기에 적절한 발언인가 싶다. 이 자리에 함께 있던 이 대표는 어떤 생각으로 듣고 있었을까. 요즘 본인도 밤낮으로 SNS에 무죄를 주장하며 ‘셀프 여론몰이’ 중인 걸 보면 적어도 말릴 생각은 없는 듯하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그토록 무죄를 자신한다면 이렇게 세 과시할 일이 아니다. 이러면 사법부가 실제 무죄 판결을 내려도 “170석 거야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냐”는 반대 진영의 반발과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하다. 민주당 스스로 명분을 내주는 셈이다. 요즘 민주당은 주말마다 서울 도심에서 장외집회를 열고 있다. 이 대표 선고 다음 날인 16일엔 조국혁신당 등과 대규모 합동 집회를 한다고 한다. ‘김건희 특검’을 내세웠지만 판결 내용에 따라 ‘이재명 무죄 환영’ 또는 ‘이재명 유죄 반대’ 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민주당은 집회 때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주문처럼 외쳐 왔다. 그런 민주당이야말로 민주주의 법치 정신을 다잡아야 할 때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법관 입장에서는 상당히 비감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법원을 믿고 국민 여러분이 조용히 좀 기다려주시면 우리나라 전체가 좀 한 단계든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을 텐데…. 법원을 믿지 못하시고 자꾸 이런저런 압력으로 비칠 수 있는 그런 행동을 하시면 앞으로 우리 후배들이 누가 법관을 할 생각을 하겠습니까. 이 자리를 빌려서 그런 행태들은 좀 삼가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지난 10월 22일 열린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윤준 서울고등법원장은 “법원의 재판에 대해 정치적 압박이 가해지는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의 질문에 작심한 듯 이같이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재판장 탄핵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탄식이었습니다.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1심 선고가 이번 주 금요일(15일) 나옵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경기 성남시장 재직 시절 고 김문기 씨를 몰랐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검찰로부터 징역 2년 구형을 받았죠. 공직선거법 사건의 경우 100만 원 이상 벌금형 확정 시 의원직 상실과 향후 5년간 피선거권 제한이 따릅니다. 물론 대법원에서 형이 최종 확정됐을 때 얘기지만, 당장 1심 결과만 이렇게 나와도 ‘사법리스크’를 계속 안고 가야 하는 이 대표 입장에선 부담이 상당할 겁니다. 반대로 벌금이 100만 원 이하로 나온다면 ‘윤석열 정권 조기 퇴진’ 공세를 벌이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선 날개를 다는 격이 될 거고요.이 대표는 이달 25일엔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도 앞두고 있죠. 차기 대권주자로서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두 개의 재판을 앞두고 거야의 사법부 압박이 나날이 노골화되는 배경입니다. 법원장의 간곡한 호소에도 강성 지지층뿐 아니라 현역 의원들까지 가세한 ‘여론전’이 연일 이어지는 중이죠.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10월 8일부터 11월 11일까지 총 101만1449명(11일 오전 9시 반 기준) 서명한 탄원서를 모았습니다.이들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의로운 판결을 바라는 탄원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대표는 직전 대선에서 현 대통령과 경쟁해 0.73%포인트 차이로 낙선했으나, 대한민국 국민 1614만7738명의 선택을 받은 직전 유력 대선주자”라며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좌우 배석 판사님, 판사님들의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른 판단과, 많은 국민의 정의와 상식이 일치하리라 믿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렇게 모은 탄원서는 강성 친명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에서 취합해 재판부에 전달할 예정이라 합니다.이에 질세라 현역 의원들도 ‘이재명 무죄’를 주장하는 릴레이 서명 운동을 온라인상에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직접 ‘증거조작! 정치기소! 이재명은 무죄!’라고 적은 손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뒤 다음 타자를 지목하는 일종의 챌린지 형태입니다. 현역 의원들은 지지자들에게 이재명 무죄 탄원서 서명에 동참해달라는 독려의 글도 올리고 있습니다.‘민의의 전당’이어야 할 국회도 어느덧 이 대표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의 장’이 돼버린 듯한 모습입니다. 지난달까지 이어진 국감에선 대놓고 이 대표를 엄호하는 발언들이 이어졌습니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실무자인 고 김문기 씨를) 모른다’ 한 것은 주관적 인식의 영역이라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합리적인 법 해석”이라고 판사들 앞에서 한 수 가르치듯 말했죠.국회 의원회관에서도 이 대표의 무죄를 주장하는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의 ‘방탄 토론회’가 잇달아 열렸습니다. 친명 의원 등 40여 명으로 구성된 ‘더 여민포럼’은 지난달 16일과 22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죄 관련 토론회를 두 차례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선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은 무죄라고 확신한다”는 주장부터 “검찰을 앞세운 합법을 가장한 전대미문의 새로운 독재” “(검찰이) 수사라는 포장 뒤에 숨어 야당을 탄압한다”는 등 검찰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습니다.민주당도 당 대표 지키기에 당력을 조직적으로 쏟아붓는 모습입니다. 민주당은 11월 5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전담 대응 기구인 ‘사법정의특별위원회’를 출범했죠. 기존 이 대표 검찰 수사에 대응하던 검찰독재대책위원회로 부족하다 싶었던지, 박균택 김기표 김동아 이건태 등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 등이 총동원된 별도 특위를 꾸린 겁니다. 위원장을 맡은 전현희 최고위원은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정치 검찰의 수사·기소에 관한 절차적인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사법정의특위는 이 대표의 억울함과 진실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위 첫 회의에선 “머지않아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될 텐데, 설령 무죄가 선고돼도 그 동안 (이 대표가) 받은 정신적 사법적 피해는 어쩌겠나”(박균택 의원)라는 등 무죄를 전제로 한 발언들이 이어졌습니다.당 지도부의 공개 회의석상에서도 사법부를 향한 노골적인 압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1월 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준호 최고위원은 “오늘은 이 대표 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해 팩트체크를 해보겠다”며 이 대표는 위증을 교사하지 않았으며, 해당 사건이 법리적으로도 위증교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의 공소장은 ‘거짓 시나리오’”라며 “법원의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고도 했습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받는 공당의 지도부 회의에서 나오기에 과연 적절한 발언인가 싶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앉아있던 이 대표는 어떤 생각으로 이를 지켜봤을까요. 적어도 자제시킬 생각은 전혀 없는 듯 합니다. 본인도 밤낮없이 스스로 무죄를 주장하며 직접 여론몰이 중이니까요. 이 대표는 최근 한밤 중 자신의 페북에 ‘시신 없는 살인, 위증 없는 위증교사’라는 글을 올렸습니다.그런데 사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그렇게 스스로 무죄라고 확신한다면 이렇게 세 과시를 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이러다 사법부가 실제로 무죄 판결을 내리면 그 땐 오히려 “법원이 170석 거야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라는 반대 진영의 반발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할테니까요. 민주당 스스로 명분을 내주는 꼴이 될 겁니다. 요즘 민주당은 주말마다 서울 도심에서 장외집회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1심 선고 다음 날인 16일엔 조국혁신당 등과 손잡고 야 5당 합동으로 대규모 집회를 한다 하죠. 김건희 특검을 명분으로 여는 집회이지만, 판결 내용에 따라 ‘이재명 무죄 환영’ 또는 ‘이재명 유죄 반대’ 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 동안 민주당은 매번 집회 때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주문처럼 외쳐왔습니다. 지금은 민주당이야말로 민주주의 법치 정신을 다잡아야 할 때 같습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제가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9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20% 선이 곧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썼었는데() 진짜 한 달 반 만에 현실이 됐습니다. 11월 1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9%였습니다.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입니다. 한 주 전보다 1%포인트 하락하면서 결국 취임 30개월 만에 10%대를 기록한 겁니다. 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19%였고, 부정 평가는 72%였습니다. 긍정 평가는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 부정 평가는 최고치였습니다.● 결국 20%가 무너졌다지난 칼럼에서도 설명해 드렸지만, 통상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지율 20%’를 대통령 레임덕이 시작되는 기준으로 봅니다. 내각제 국가에선 30%가 무너지면 내각이 총사퇴하고 총선을 다시 치르고, 대통령제 국가에선 20%가 무너지는 순간 국정 운영 동력이 상실된다는 거죠.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붕괴하고 있다는 경고등이기도 합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에서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주 만에 8%포인트가 빠져 18%에 그쳤죠. 대전‧세종‧충청(29%), 서울(22%), 부산‧울산‧경남(22%)은 물론, 전국 평균(19%)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 10월 31일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의 통화 녹취를 폭로하자, 한 국민의힘 강성 지지자는 “솔직히 이제 어디 가서 부끄러워서 여당 지지한다고 말도 못 하겠다. 이건 보수의 수치”라고 하더군요. 보수 지지층의 이런 마음이 여론조사 결과로 드러난 것 아닐까 싶습니다. 한 야권 관계자는 “통상 여론조사 결과는 계단식으로 떨어진다”며 “지난 9월부터 누적된 기류가 한 달여 만에 결국 20% 선 붕괴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총공세에 나섰습니다. 야당은 추석 연휴 직후부터 ‘지지율 20%가 무너지면 정권도 더 못 버틴다’며 전면 총공세를 예고해 왔죠. 실제 11월 2일 민주당이 서울역 일대에서 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에는 민주당 추산 30만 명이 모였습니다. 경찰 추산 2만 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민주당은 상당히 고무된 느낌입니다. 애초 당내에선 10만 명도 어렵다고 전망했었거든요.민주당 중앙당은 일주일 전부터 각 시도당에 ‘참석자 규모를 미리 취합해 보내라’면서 사실상의 동원령을 내렸습니다. 한 지도부 의원은 “요즘 행락 철이라 지방은 버스 전세도 쉽지 않다. 지역별로 많아야 한두 대씩 빌릴 수 있을 텐데, 그러면 최대 1만 명 정도 아니겠냐”고 했고, 한 재선 의원도 “참가자들로부터 버스비와 식대 등 5만 원씩 걷어야 하다 보니 그렇게 많이 못 모은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막상 토요일 당일 서울역 일대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의 행렬에 대단히 만족한 겁니다. 한 원내지도부 의원은 집회를 마친 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왔다. 이제 이 기세를 꺾을 수 없다. 사실상 매주 이렇게 가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날 집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직접 탄핵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촛불혁명’과 ‘심판’ 등의 용어를 쓰면서 사실상 정권 끌어내리기를 예고했습니다.“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아닌 책임 없는 자들이 국정을 지배합니다. 주권자의 합리적 이성이 아닌 비상식과 몰지성이, 그리고 주술이 국정을 뒤흔들고 있습니다.”“촛불로 몰아낸 어둠이 한층 크고 캄캄한 암흑이 되어 복귀했지만, 어둠이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다시 한번 증명해 냅시다.”“오늘 이 자리에서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불의한 반국민적 권력을 우리의 손으로 확실하게 심판합시다.”아무래도 1심 선고를 2주 앞둔 만큼 의도적으로 발언 수위를 자제한 듯합니다. 본인도 “지금은 제1야당의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 바란다”며 “제가 드리지 못하는 말씀은 여러분께서 직접 현장에서 더 높이, 더 많이 말씀해 주시도록 부탁드린다”고 하더군요. ● 민주당 “일단 특검 후 다음 스텝으로” 야권 내에서는 앞으로 대응 전략과 관련해 대략 세 가지 방향이 거론됩니다. 특검, 임기 단축, 탄핵 등입니다.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임기 단축이나 탄핵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 ‘특검’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민주당은 이달 14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하고, 대통령 및 대통령 가족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여당의 상설특검 후보 추천 권한을 없애는 국회 규칙 개정안도 함께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본 특검과 상설특검을 병행하겠다는 겁니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의원은 “일단 우린 특검이 최우선이다. 11월에는 특검에 주력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더 이상 윤석열로는 안 되겠다’는 여론이 강해질 것”이라며 “결국 자연스레 탄핵이든 임기 단축 개헌이든 그다음 스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야당의 특검 공세를 국민의힘이 계속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란 거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도 집회 다음 날인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내에서 임기 단축 개헌 및 탄핵 언급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일단 특검이 최우선”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아무래도 제1야당으로서 대통령 탄핵을 되풀이하는 데에 대한 국민의 반감도 계산했을 겁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을 때의 역풍도 염두에 둔 듯하고요.다만 야권 강경파 사이에선 ‘임기 단축 개헌’과 ‘탄핵’ 주장이 거리낌 없이 터져 나오는 중입니다. 당장 민주당 최고위원들부터 집회 현장에서 “윤 대통령은 이제 내려와야 한다”(이언주 최고위원) “윤 정권을 침몰시키자”(김병주 최고위원) “탄핵이든 개헌이든, 대한의 봄으로 이어질 것”(김민석 최고위원)이라며 경쟁적으로 강경 발언을 쏟아냈죠. 임기 단축 개헌은 말 그대로 윤 대통령의 임기를 2년 단축하자는 겁니다. 윤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2년 반이 남았지만 지금 당장 나가라는 거죠. 사실상의 하야 요구인 셈입니다. 이부영 전 의원 등은 10월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보수화된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며 “대통령 임기 2년을 단축하는 헌법 개정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했죠.민주당 내 강경파로 손꼽히는 김용민 의원도 내년 3월에 국민 투표로 개헌을 진행해 내년 5월로 윤 대통령 임기를 끝내는 타임라인을 제시했습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으로서도) 임기 단축을 하고, 국가를 정상화하는 데 같이 동참하는 정치세력으로 남는 것을 택하는 것이 그나마 가능성 있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지도부 의원도 “임기 단축안은 헌법학자 등 학계와 여권 내에서 먼저 나온 이야기”라며 “국민의힘이 일단 살아 남으려면 대통령 탄핵보다는 임기 단축이 낫겠다는 계산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민주당보다 더 마음이 급한 조국혁신당은 탄핵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11월 안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내겠다는 입장이죠. 황운하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파면하지 않을 수 없는 헌법과 법률 위반 사항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이달 중 탄핵 소추안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국민이 댓글로 의견을 달아 참여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 방식으로 운영하겠다 하죠. 이들은 임기 단축 개헌이 오히려 여당 동의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보고 “탄핵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입니다.특검이든, 탄핵이든, 임기 단축이든, 야당은 잃을 것 없는 꽃놀이패를 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도 용산은 요지부동 묵묵부답으로 ‘버티기’ 작전에 들어간 듯합니다. 이달 중순까진 미국 대선에, 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 등 아직 버텨볼 만한 변수가 많다고 보는 거겠죠. 지지율 하락세는 이미 한참 전 상수가 된 듯 한데, 10%대 지지율 성적표를 손에 받아든 대통령 치고는 너무 여유있어 보입니다.ps. 어제(11월 4일) 국회 시정연설에도 불참했던 윤 대통령은 여야 할 것 없는 비판을 의식한 듯 밤 늦게서야 7일 대국민담화를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입장이 궁금해집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31일 밤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가족 등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서 여당의 상설특검 후보 추천권을 배제하는 국회 규칙 개정안을 처리했다. 국회의 예산 심사 법정 기한(11월 30일)이 지나더라도 정부의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 않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운영위 문턱을 넘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만 의결에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처리에 반대해 퇴장했다.운영위는 이날 국가인권위원회 및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마친 뒤 전체회의를 열고 규칙 개정안 등 30개 안건을 상정해 처리했다. 이날 처리된 규칙 개정안은 상설특검 후보추천위를 구성할 때 대통령과 그 가족이 수사 대상일 경우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 교섭단체의 추천 권한을 배제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규칙 개정안을 11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 뒤 ‘김건희 상설특검’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예산안과 부수 법안이 법정 기한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더라도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 않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운영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자동 부의제를 폐지하는 대신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와 합의해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도록 했다.국민의힘이 발의한 ‘법정 구속 기간 중 국회의원 세비 반납’ 법안과 함께 국회가 의결한 공공기관의 자료제출 요구와 증인 및 참고인 출석 요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도 운영위를 통과했다.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민주당 원내대표인 박찬대 운영위원장의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민생공통공약 추진협의회를 구성해놓고 협약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의사일정을 강행하며 민생 불통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런 의미 없는 행위에 결단코 동참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상설특검 규칙개정안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다.민주당 등 야당 운영위원들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서원대 객원교수를 11월 1일 열리는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 증인으로 추가 채택했다. 신 교수는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핵심 관계자인 명태균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가 2022년 대선 당일까지도 윤석열 캠프의 회의자료로 활용됐다고 폭로한 바 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사실 그렇게 넙죽 바로 받을진 우리도 몰랐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월 21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제안했던 ‘2차 당 대표 회담’에 선뜻 응한 것에 대해, 이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이 예고돼 있던 21일 오전 당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한동훈 대표님, 면담 잘하시고 좋은 성과 내시고, 또 기회가 되시면 야당 대표와도 한번 만나시길 기대합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국민의힘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은 약 3시간 만인 이날 오후 “이 대표가 한 대표에게 회담을 제의했고, 한 대표도 민생 정치를 위해 흔쾌히 응하기로 했다”고 화답하더군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면담이 시작하기 4시간 전이었습니다.민주당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가 적어도 윤 대통령과의 면담은 끝낸 뒤에 답을 할 줄 알았는데 놀랐다”며 “윤 대통령 입장에선 한 대표가 자기랑 면담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재명 대표와도 만나겠다고 하면 기분이 나쁘지 않았겠냐”고 했습니다.● 野도 당황케 하는 與 내전그 뒤로는 다들 아시다시피 여권의 내전이 시작됐고요. 원래 어느 정당이나 계파 싸움이나, 내부 갈등은 있기 마련이라지만, 아직 임기가 절반이나 남은 대통령과 여당 수장이 이렇게 싸우는 건 이례적입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야당인 우리도 대통령 임기가 아직 2년 반이나 남은 걸 고려해 싸우는데, 저쪽(국민의힘)은 우리보다 훨씬 살벌한 것 같다”며 웃더군요. 또 다른 지도부 의원은 “한동훈도 불쌍하다. 위에서는 찍어 내리고, 옆에서도 괴롭히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점입가경으로 흐르는 윤-한 대결 탓에 야권에서도 황당한 장면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컨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공개적으로 “한동훈 파이팅”을 외치는 장면이랄까요. 조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용산 회동 이후 한 대표가 모욕을 느끼고 뭔가 결심을 한 듯하다. (한 대표는) 저 선을 넘는 무리의 공범 혹은 부역자가 되느냐 본인의 말대로 국민과 나라를 생각하는 정치인이 되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며 “부디 좋은 선택을 하기를 조국혁신당이 응원하겠다”고 했죠. 발언 마지막엔 주먹을 불끈 쥐며 “한동훈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살다가 조국이 한동훈을 응원하는 별 희한한 장면을 다 본다 싶었습니다.민주당도 그 어느 때보다 한 대표에게 따뜻하고 관대합니다. 한동훈으로 윤석열을 제압하겠다는 ‘이이제이’ 전략이겠죠. 여야 대표 회담과 관련해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10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시기와 형식, 의제에 대해 모두 열려 있는 입장으로 제안한 바 있다. 그 부분은 한동훈 대표 측으로 모든 공이 넘어간 상태로, 우리는 차분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 대표가 추진하겠다는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어디 한번 해 보시든가” 라며 일단 관망하는 스탠스입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수석비서관 이상 대통령실 공무원을 감찰하는 자리죠.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됐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초대 감찰관이 사퇴한 뒤 8년째 공석입니다. 최근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와 관련해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는 “특별감찰관은 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해 풀어야 할 문제”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냈죠. 친윤계인 추경호 원내대표도 “국회 운영과 관련된 원내 사안”이라고 곧장 선을 그었고요. 특별감찰관 임명을 두고 여-여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당은 굳이 이슈에 발을 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는 전혀 심각하게 논의를 안 하고 있다. 여당이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공식 제안도 못 하는데 우리가 굳이 먼저 나서서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여야 간 정책 협치에는 시동을 거는 모습입니다. 10월 28일엔 여야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여야 민생·공통공약 협의체’의 첫 회의가 열립니다. 한 대표와 이 대표가 9월 1일 첫 여야 대표 회동에서 약속한 성과물이죠. 두 달 전 약속했던 걸 굳이 지금 이 시점에 하는 것도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겁니다. ● ‘11월 위기설’ 앞 똘똘 뭉치는 野10월 한달 간의 국정감사를 마친 야당은 이제 11월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똘똘 뭉치는 모습입니다. 이 대표는 11월 15일에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1심 선고공판, 25일엔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죠. 앞서 검찰은 두 혐의에 대해 각각 징역 2년과 3년을 구형한 상태입니다.민주당은 11월 1일 대통령실에 대한 국감까지 모두 마친 뒤, 토요일인 다음날 서울역 인근에서 ‘김건희 국정농단 범국민 규탄대회’(부제: 김건희를 특검하라)를 엽니다. 국감이 끝나기 무섭게 장외집회로 김건희 특검 처리를 위한 여론전에 나서는 겁니다. 민주당은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지역위원회 당원을 ‘참석 대상’으로 공지하고, 시‧도당별로 참석자 규모를 10월 30일까지 미리 제출하라고 하는 등 사실상의 동원령에 나섰습니다. 이미 “(겨울 장외투쟁을 위해) 롱패딩을 준비하겠다. 김건희 정권에 대한 성난 민심을 확인시켜 드리겠다”라고까지 했으니 이번 집회가 일회성으로 끝나진 않을 듯합니다.소수 야당은 더 적극적입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에 한 주 앞서 10월 26일 서울 서초역 앞에서 ‘검찰 해체·윤 대통령 탄핵 선언대회’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선언문을 읽었습니다. ‘윤석열 퇴진 국민 투표’를 시작한 진보당도 전국 100여 곳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탄핵 여론몰이 중입니다.장외에서 여론전이 펼쳐지는 동안, 국회에선 김건희 특검법이 다시 본회의에 오릅니다. 이번이 세 번째죠. 민주당은 11월 14일로 예정된 본회의에 특검법을 올려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날 김건희 특검법 외에 국정조사, 그리고 여당의 상설특검 후보 추천권을 배제하는 국회 규칙 개정안도 상정시킨다는 계획입니다. 국민의힘은 과연 이에 맞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할까요. 국회 관계자도 “국민의힘 내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반대토론을 신청할 의원이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라더군요.공교롭게도 14일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하루 전날이자,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가 진행되는 날입니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와 관련해 김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죠.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배우자들의 혐의를 둘러싼 ‘빅데이’가 되겠습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주 뒤인 28일 본회의에서 곧장 재표결을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솔직히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8표 이상 나올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라면서도 “이 모든 것이 누적되다 보면 결국 국민의 분노 임계점을 넘어설 것”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국회를 처음 출입했을 때만 해도 ‘진보는 자기들끼리 싸우다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해서 망한다’는 말이 정설처럼 여겨졌었는데, 요즘 상황을 보면 어느덧 그것도 다 옛말이 돼 버렸네요.한 대표가 이번에 ‘배신자’ 프레임을 극복하고 민주당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갈지, 그리고 갈 데까지 가버린 여당 내홍을 수습해낼 지가 향후 그의 리더십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것입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지금까지의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딱 그 꼴이다. 192석의 거야(巨野)는 증인 채택도 단독으로 강행하더니, 증인들이 국감장에 불출석하자 ‘동행명령장’ 발부도 단독으로 남발하고 있다.국정감사 첫날(7일)부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 10여 명은 국감을 중지한 채 대통령 관저 공사 관련 특혜 의혹을 받는 ‘21그램’ 사무실을 찾아갔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 사무실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던 이들은 아무 소득 없이 “반드시 지구 끝까지 쫓아가 증인으로 세워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그 뒤로 2주간 국감장마다 비슷한 장면이 되풀이되는 중이다. 21일까지 발부된 동행명령장만 16건. 1988년 동행명령제가 도입된 이래 지난해까지 총 94건, 연평균 2.6건씩 발부됐다는데, 올해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21일 오전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김건희-최은순 모녀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국민의힘은 “영부인을 망신 주려는 의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지만 수적 우위의 야당은 재석의원 17인 중 찬성 11인, 반대 6인으로 거뜬히 가결시켰다. 이날 오후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물론 동행명령은 국회증언감정법으로 보장된, 필요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집행돼야 하는 제도다. 다만 이번 국감 들어 실제 동행명령에 성공한 경우는 없었다. 국회 직원들은 10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핵심 관계자인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찾아 경남 창원까지 내려갔지만 둘 다 자택에 없어 동행명령장을 전달하지 못했다. 15일엔 김 여사의 ‘황제 관람’ 관련 증인인 최재혁 대통령실 비서관이 입원 중이라는 병원으로 찾아갔지만 병실 호수를 확인하지 못해 역시 전달에 실패했다. 국감장에도 나타나지 않은 증인이 집에서 얌전하게 대기하고 있을 리 없지 않은가. 확실한 준비 없이 남발된 동행명령장으로 오히려 국회 스스로 자신들의 권위를 우습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애초에 야당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뒷받침할 확실한 물증을 손에 쥐고 있었더라면 증인 동행명령장에만 이토록 목매지 않았어도 될 일이다.국감장 밖 이들의 입만 바라보는 국감 현장을 지켜보자니 “이번 국감을 윤석열 정권을 향한 ‘끝장 국감’으로 만들겠다”던 민주당의 선전포고도 무색하게 느껴진다.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한 국감장에선 매일 여야 의원들의 똑같은 정쟁성 발언만 고장난 테이프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그렇게 어느덧 국감이 후반전에 접어 들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남은 국감도 ‘끝장 국감’”이라며 “국감으로 미진한 부분은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통해 끝까지 밝혀내겠다”고 한다. ‘맹탕 국감’에 대한 출구 전략으로 또 다른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여당은 또 “정쟁이냐”고 벌써 반발하고 있다.이 끝없는 도돌이표를 끊어내려면 이제 민주당은 수권 정당으로서의 제대로 된 역량을 보여야 한다. 명확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다면 다음 청문회와 국정조사도 결국 ‘망신 주기용’ ‘정쟁용’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반드시 지구 끝까지 쫓아가 증인으로 세워서 진실을 밝히겠다.” 국정감사 첫날인 10월 7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 10여 명이 국회 국감장이 아닌 서울 성동구 서울숲 인근의 한 사무실 앞에 모였습니다. 이들이 앞서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던 ‘21그램’ 대표 두 명이 불출석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고 국감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후원업체로, 대통령 관저 공사를 경쟁 없이 수의 계약으로 따내 특혜란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날 국감이 시작하자마자 이들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부터 의결한 야당 의원들은 동행명령장을 직접 들고 현장으로 찾아갔습니다. 국회에서 출발하는 시간과 도착하는 장소도 기자들에게 미리 알린 덕에 국감 첫날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 성공했죠. 다음날 주요 일간지 1면에 민주당 행안위 간사인 윤건영 의원이 문을 두드리는 사진이 줄줄이 실렸으니 말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연신 사무실 초인종을 누르고, 손으로 문도 두드려 보던 이들은 “아예 인기척이 없다”(윤 의원), “대통령 관저를 담당했던 회사가 없어지면 국가 보안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모경종 의원)며 잔뜩 성만 내고 돌아갔습니다.그 뒤로 2주 간 이어진 22대 국회의 첫 국감에선 상임위마다 비슷한 장면이 되풀이되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192석 거야(巨野) 주도로 발부된 동행명령장만 16건입니다. 동행명령은 국회증언감정법(증감법)상 ‘증인이 국감 등에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 의결로 해당 증인에 대해 지정한 장소까지 동행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조치입니다. 동행명령을 거부하거나 의도적으로 수령을 피하면 국회를 모욕한 죄로 고발 대상이 되고,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강제 구인 효력은 없습니다. 21그램 대표들처럼 숨어버리면 강제로 찾을 방법은 없습니다.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동행명령제가 1988년 도입된 이래 지난해까지 총 94건의 동행명령장이 발부됐습니다. 매년 평균 2.6건인 셈입니다. 여야 간 대결이 만만치 않았던 21대 국회 때도 4년을 통틀어 9건이 의결됐던 점을 고려하면 22대 국회 첫 국감이 유독 요란한 건 확실해 보입니다.21일 오전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김건희-최은순 모녀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영부인에게 망신주기 하려는 의도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전례가 없다”며 반발했지만, 수적 우위에 있는 야당이 재석의원 17인 중 찬성 11인, 반대 6인으로 가결시켰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민주당 의원 몇 명이 동행명령장을 전달하는데 동행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자유롭게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이에 앞서 15일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이상인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고, 같은 날 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김 여사의 KTV 무관중 국악 공연 ‘황제 관람’ 의혹과 관련해 KTV 방송기획관 출신 최재혁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과 실무 PD에 대해 동행명령을 의결했습니다. 행안위는 10일에도 김 여사의 22대 총선 공천 개입 의혹 핵심 관계자인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명태균 씨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습니다. 이밖에 교육위원회는 김 여사 논문 표절 의혹 관련 증인인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를, 법사위는 장시호 씨 위증교사 사건 증인 김영철 검사를, 과방위는 울산방송 불법 소유 의혹 증인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관련 증인 임무영 변호사에 대해 각각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습니다. 동행명령은 필요한 경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집행돼야 하는 제도입니다. 다만 이번 국감 들어 요란하게 발부된 동행명령이 실제 집행된 사례는 없었습니다. 국회 직원들은 최 비서관이 입원 중이라는 병원으로 동행명령장을 들고 찾아갔지만, 병실 호수를 확인하지 못해 동행명령에 실패했습니다. 명 씨와 김 전 의원에 대한 동행명령장도 국회 직원들이 경남 창원까지 내려갔건만 이들이 자택에 부재중이어서 결국 전달하지 못했고요. 솔직히 당연한 결과 같습니다. 국감장에도 불출석한 증인들이 얌전하게 대기하고 있을 리가 없잖아요? 정작 명 씨는 지금까지도 언론과는 자유자재로 접촉하고 있죠. 국회 동행명령 제도를 우습게 만든 나쁜 선례로 남을 듯합니다. 애초에 야당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물증을 손에 쥐고 있었더라면 이토록 증인 동행명령을 남발할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아무런 힘도 없는 동행명령장만 뿌리는 국감을 지켜보고 있자니 “이번 국감을 윤석열 정권을 향한 ‘끝장 국감’으로 만들겠다”던 민주당의 선언도 무색하게 느껴집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감 하루 전인 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국감은 윤석열 정권 2년 6개월의 폭주를 끝장내고, 민주주의와 인권, 언론자유와 평화가 살아 숨 쉬는 희망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새 역사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자신했었죠.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도 당시 “국감 기간 제보들이 이어질 것이고, 새로 드러나는 진실을 토대로 점점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도 거세질 것”이라고 했었는데, 2주가 지난 지금까지 국감장 밖의 명태균 입만 바라보는 모습입니다. 국감도 이제 어느덧 후반부에 접어드는데요, 민주당은 “남은 국감도 끝장 국감”을 외치고 있습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20일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는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았다. 이번 국감을 통해 밝혀진 김 여사 관련 의혹만 서른 건이 넘는다”며 “국감으로 미진한 부분은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통해 끝까지 밝혀내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맹탕 국감’에 대한 민주당의 출구전략은 또 다른 청문회와 국정조사란 얘기입니다. 이 끝없는 도돌이표를 계속 반복하겠다는 거죠. 청문회와 국정조사에도 핵심 증인들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하냐고요? 그래서 특검도 또 하겠답니다. 민주당은 국감 도중인 17일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습니다. 애초 국감이 모두 끝난 뒤 새롭게 드러난 의혹을 포함해 11월 경 발의하겠다고 했었는데, 예정보다 앞당겨 발의한 겁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국감이 잘 되면 국감이 끝난 뒤 하려고 했는데, 지금 상황이 미지근하니 이슈 파이팅 차원에서 발의 시점을 좀 앞당긴 것”이라고 설명하더군요. 특검은 대통령이 거부할 텐데 어떡하냐고요? 그래서 조국혁신당은 이달 26일, 민주당은 11월 2일부터 여론전을 위한 대규모 장외집회를 시작한다 합니다.결국 국감도, 청문회도, 본회의도 ‘닥터 스트레인지’ 속 ‘도르마무’ 마냥 무한 루프에 갇힌 형국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끝없는 도돌이표를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더 이상 의혹 제기만 할 것이 아니라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 수권 정당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해야 할 때입니다. 안 나오는 증인 탓, 방해하는 여당 탓만 하다가는 다음 청문회와 국정조사도 결국 ‘망신주기용’ ‘정쟁용’이라는 도돌이표에 갇힐 겁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정감사 기간 도중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난 민형배 의원(재선·광주 광산을)에게 엄중히 경고하고,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해 조사하도록 16일 지시했다. 전남 영광과 곡성 재선거를 앞둔 시점에 호남 지역 유일한 재선 의원인 민 의원이 골프를 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감안한 조치다. 민 의원은 국감 전날인 6일과 국감이 시작된 이후 첫 주말인 13일 전남의 한 골프장에서 대기업 임원 등과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민 의원이 속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7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감을 진행했다. 국민의힘 광주광역시당은 16일 성명을 내고 “국감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 현직 국회의원이 대기업 임원들과 골프장에서 만났다면 의심의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며 “그 배경과 의도가 매우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당내에선 당시 이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영광과 곡성군수 재선거에 총력 유세 지원을 하던 시점이라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에서도 여군 최초 ‘투스타’ 출신인 강선영 의원이 집중 호우가 내린 지난달 21일 군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강 의원은 지난달 21일 오전 보좌관들과 함께 육군이 운영하는 경기 이천시 소재 골프장을 찾았다. 당일 집중 호우가 쏟아져 골프장 일부가 물에 잠기자 골프장 직원들이 경기를 중단시켰는데, 강 의원은 이에 대해 골프장 측에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1일은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들면서 전국 곳곳이 집중 호우로 피해를 입었던 시기다. 이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자 강 의원은 “중간에 비가 온다고 (경기를) 중단시켜 수긍하고 나왔는데, 샤워하고 나오니 오후 팀을 받고 있었다”며 “(우리) 게임을 중단한 기준이 무엇이며 그렇다면 왜 오후 팀은 받았냐고 프런트에 물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비가 많이 왔다면 골프장을 폐쇄했어야 하지 않느냐”며 “잠시 비가 많이 내리면 그냥 중지시키는 게 옳은 것이냐”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실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공공기관 임원 현황 등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기업 32곳과 준정부기관 58곳 등 총 90개 기관 내 정부 및 여당 출신 기관장과 상임이사 등 임원 140명의 연봉 총액은 125억1932만8000원이었다. 기관장 1년 평균 연봉은 1억5788만2353원이었고, 상임이사 평균 연봉은 1억5964만4560원이었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연봉에 포함되지 않은 성과급과 업무추진비, 법인카드 등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액수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산하 에스알(SR)은 지난해 상임감사에게 기본급 9800만 원 외에 성과급 3100만 원과 중대형 차량 및 법인카드로 월 67만5000원의 업무추진비를 지원했다. 비상임감사에게도 연봉 2400만 원과 매년 600만∼700만 원의 회의 참석 수당을 주고 있다. 기획재정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은 2009년 경기 용인시 소재 코리아CC 회원권 1계좌를 22억4800만 원에 매입해 보유 중이다. 은행 측은 해당 회원권이 ‘대외업무’를 위한 용도라 설명하지만 구체적인 사용 내역은 작성하지 않고 있다. 누가,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수출입은행의 한 직원은 “사실상 임원 전용 회원권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등 당정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대선 캠프 출신 인사 140명이 국내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기관장과 상임이사 및 감사 등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 후보이던 2021년 10월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을 (공공기관의 장이나 임원에 내정) 시키는 일, 전 그런 거 안 할 것”이라던 윤 대통령이 임기 전환점을 앞두고 보은성 낙하산 인사를 이어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8일 동아일보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실과 함께 국내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90곳의 공공기관 경영정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140명이 정부·여당 또는 인수위와 캠프 출신이었는데, 이 중 119명은 직접적인 직무 연관성이 적었다. 대통령실과 인수위, 캠프 출신이 25명이었고 국민의힘과 전신인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출신 인사가 76명이었다. 검사와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 출신도 18명이었다. 직무 연관성은 각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주무부처를 소관하는 상임위 및 관련 업계 활동 경력을 토대로 평가했다. 90개 기관의 기관장 연봉은 평균 1억6000만 원, 상임이사 연봉은 평균 1억6054만8435원이었다. 공공기관 임원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기관 내 임원추천위원회로부터 추천받은 후보자를 심의, 의결하면 장관 또는 대통령이 임명한다. 정 의원은 “공운위만 통과하면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데, 공운위원도 9명 중 정부 당연직 2명 외에 윤 대통령 후보 캠프 출신 등이 대거 포진해 있다”고 지적했다.“尹정부 공공기관 낙하산 140명중 119명 직무 연관성 낮아”[尹정부 공공기관 낙하산 분석]공기업-준정부기관 90곳 분석‘용산 비서관’ 출신 수출입銀 감사로… 수자원公 사장엔 尹대선캠프 위원尹 총장때 인연-30년지기 등 檢인사… 관광公-마사회 감사 등 17명 달해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선 대통령실 관저 이전을 총괄했던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이 한국공항공사 사장 후보로 지원한 것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이어졌다. 해당 자리는 문재인 청와대 국가안보실 출신 윤형중 전 사장이 임기를 1년 남겨 놓고 물러난 자리다. 업계에서 “문재인 낙하산 떠난 자리에 윤석열 낙하산이 오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공공기관 임원 현황 등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공기업 32곳과 준정부기관 58곳 등 총 90개 기관의 기관장과 상임이사 등 임원 중 140명이 정부 여당 및 용산 대통령실 출신 및 검찰 등 사정기관 출신이었고 119명은 직무 연관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대통령실·인수위·대선 캠프, 국민의힘과 전신인 새누리당·한나라당 출신 인사가 101명, 사정기관 출신이 18명이었다.지난달 연봉 2억8200만 원의 한국수출입은행 상임감사에 임명된 차순오 전 대통령정무1비서관은 5월까지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 비서실 정책위원을 지냈다. 윤 사장이 3년 임기 사장직에 임명된 것을 두고 야당과 업계에서 “물 산업 관련 경험이 전혀 없다”고 반발했다. 윤 사장의 연봉은 1억3600만 원이다. 올해 3월 연봉 2억1400만 원의 기술보증기금 상임이사에 오른 천창호 씨도 대통령중소벤처비서관실 행정관 출신이며, 8월 연봉 1억3800만 원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이 된 민영삼 씨도 윤석열 캠프 국민통합특보 출신이다.국민의힘과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출신 인사도 대거 포진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석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20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2억3100만 원의 연봉을 받는다. 19대,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용기 전 의원도 연봉 1억4600만 원의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을 맡았다.윤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검찰 출신도 17명이었다. 강진구 한국가스공사 상임감사는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윤 대통령이 2014년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으로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당시 같은 청 총무과장으로 연을 맺은 인물이다. 윤병현 한국마사회 상임감사는 윤 대통령이 대구지검 초임 검사 시절 함께 일한 30년 지기다. 김영창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와 박공우 한국석유공사 상임감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할 당시 대검 사무국장으로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공공기관 임원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다. 그동안 공운위가 안건 등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고 사실상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 의원이 기재부로부터 받은 올해 9월 공운위원 명단에 따르면 위원장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당연직 위원인 남형기 국무조정실 제2차장 외 민간위원 9명 중 2명이 윤석열 대선 캠프 및 인수위 출신이었고,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출신 인사도 포함돼 있었다. 정 의원은 “윤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공공기관 임원 임명 권한을 가진 공운위에도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을 대거 투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11월 이재명 대표 1심이 나오기 전에, 10월에 윤석열 정부가 먼저 끝장난다.”최근 만난 더불어민주당의 한 핵심 의원은 ‘11월 민주당 위기설’에 대비한 대책을 세우지 않아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호언장담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11월 15일과 11월 25일, 열흘 간격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을 앞두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각각 징역 2년과 3년을 구형한 상태죠.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 다시 불거진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지도부 소속인 한 의원이 이렇게 자신있게 말한 겁니다.“대통령 탄핵은 정말 쉽지 않다는 쪽으로 생각한다. 인위적으로 하기는 쉽지 않다.” 검찰의 구형이 나오기 전인 지난 9월 초, 이 대표는 사석에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확실한 불법행위가 증거로 확인되지 않는 한 대통령 탄핵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본다는 취지였습니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도 저 시기엔 “일단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고, 거부권 행사 후 재표결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국민 여론이 자연스레 모일 것”이라며 “그 때까지 민주당은 할 수 있는 걸 다 하면서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랬던 이 대표가 한달 여 만인 10월 5일 인천 강화우체국 앞에서 열린 한연희 강화군수 후보 지원 유세에선 이 같이 말했습니다.“선거를 기다릴 정도로 못될 만큼 심각하다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 이게 바로 민주주의이고 대의정치 아니겠습니까. (중략) 어린아이를 키울 때도 ‘훈육’이라는 것을 합니다. 나쁜 짓을 하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 하고 그래도 계속하면 혼을 내야 됩니다. 징벌을 해야 됩니다. (중략) 정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여러분이 ‘안 된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말해도 안 되면 징치해야 합니다. 징치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징치’(懲治), 징계하여 다스린다는 의미인데요, ‘선거를 기다릴 정도로 못 될 만큼 심각하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려야 한다’는 앞의 문장과 연결 지으면, 선거 전에 징계해 끌어내리자는 의미로 들립니다.여권에서 즉각 “탄핵하겠다는 것이냐”라고 반발한 배경입니다. 같은 날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 나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대통령을 끌어 내리겠다’는 구호를 앞장세워서 선거의 판을 정쟁의 장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여의도 대통령 행세를 하는 이재명 대표의 탄핵 공세가 끝 모르고 폭주 중”이라고 날을 세웠고요.이 대표가 사실상 탄핵을 언급한 것이라는 논란이 거세지자,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다음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단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어제 저도 강화 유세 현장에 있었는데, (이 대표가) 대의민주주의 일반론을 말씀하신 것으로 해석했다. 맥락상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련은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가 직접 탄핵을 얘기한 적이 없다는 거죠.그러면서 “탄핵은 한동훈 대표 본인 고민과 생각이 그대로 입으로 나온 것 아닌가”라고 맞받아치더군요. 박 원내대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이야기하는 걸 보니, 한 대표나 국민의힘 내부가 탄핵과 관련해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꽉 차 있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 당에선 일부 의원의 (탄핵) 주장이 있지만 당론으로 모은다든지 방향을 잡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이 대표는 징치로 대의민주주의를 이야기했는데 한 대표는 징치를 갖고 탄핵이란 용어를 썼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탄핵은 상수화될 가능성 크니 오히려 나를 따르라, 나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정치적 용어”라고 했습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불안돈목(佛眼豚目·세상 만물이 부처의 눈에는 부처로, 돼지의 눈에는 돼지로 보인다는 뜻)’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이 대표가 민주주의의 대의를 말했는데 국민의힘은 기다렸다는 듯이 탄핵을 입에 올린다. (탄핵을) 학수고대하던 마음을 들킨 것인가”라고 역공했고요. 선을 긋긴 했지만, 이 대표 구형 이후 민주당 지도부 내 탄핵 기류가 조금씩 바뀌는 듯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당내에서도 ‘탄핵’이 점점 더 공공연히 거론되는 듯합니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대통령 탄핵 관련 행사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 수 있도록 주선한 것이 대표적이죠.이 자리에서는 시민단체 회원들은 “오늘 국회에서 우리는 탄핵을 외칠 수 있게 됐다” “(우리의) 첫 관문은 윤석열 탄핵이며 ‘국정농단 요괴’ 김건희를 처벌하는 일이며 정치검사 세력 서식처, 매국 세력 본산 국민의힘을 해체하는 일” 등 수차례 탄핵을 외쳤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강 의원은 스스로 “윤석열 탄핵 발의를 준비하는 의원 모임의 ‘강득구’”라고 자신을 소개했고요. 강 의원이 언급한 이 의원 모임은 최근 야당 의원 전원에게 대통령 탄핵 발의에 앞으로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친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친전을 받아 들고 솔직히 조금 난감해서 일단 덮어뒀다”고 하더군요. ‘탄핵의 밤’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당 차원과 관계없다’고 일축한 뒤 쓱 여론을 지켜봤습니다. 행사 다음 날 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은 “당 차원에서 한 번도 (윤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해 논의된 바가 없다”며“당 입장이 정리되기 전까진 탄핵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한 개별 행동이 당 차원의 입장인 것처럼 오해하는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죠. 그러더니 일주일만인 10월 4일 민주당 지도부는 ‘김건희 가족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본부’ 비상설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하면서, 강 의원을 심판본부의 멤버로 합류시켰습니다. 심판본부장은 ‘계엄령’을 주도하던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이 맡았고요. 당 지도부의 사실상의 ‘윤허’ 아래 강 의원은 주말인 10월 5일 서울 시내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집회에도 참석해 “탄핵은 헌법에 규정돼 있다. 그리고 탄핵소추안 발의는 우리 국회의원에게 그야말로 권한이자 의무”라고 외쳤습니다. 해당 본부는 10월 한 달간 이어지는 국감 기간 동안 김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과 문제점을 파헤친다 합니다. 민주당은 국감에서 쏟아져 나올 각종 추가 의혹을 토대로 11월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하고 필요하면 국정조사도 병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일종의 ‘탄핵 빌드업’인 셈입니다. 민주당은 7일엔 최고위원회의 산하에 ‘집권플랜본부’도 출범시켰습니다. 아직 윤석열 정부의 임기 반환점도 안 됐는데 사실상의 ‘이재명 대선 캠프’를 당 내에 꾸리고 선거 준비에 나선 겁니다. 집권플랜본부도 역시 김민석 최고위원이 본부장을 맡았는데요, △기획상황본부 △정책협약본부 △먹사니즘 본부 △당원주권 본부 △10만 모범당원 정권교체위원회 등 총 4본부 1위원회로 구성된다 합니다. 김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책임 있게 집권을 준비하겠다”며 “당 전체의 집권 준비를 설계하고 핵심 아이디어를 제기하는 선도체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권이 말하는 ‘11월 이재명 위기설’에 맞서 민주당이 시동거는 ‘10월 윤석열 위기설’이 먼저 터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