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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말도 안 돼. 이걸 푼다고?”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으로 올해 K리그 FC서울로 이적한 축구선수 제시 린가드가 지난해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24번 문항 지문을 읽은 뒤 한 말이다. 린가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 헛웃음을 지으며 “너무 어렵다”고 했다. FC서울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2025학년도 수능이 치러진 지난달 14일 이 장면이 포함된 쇼츠(짧은 영상)가 올라왔다. “영국인도 어려워하는 수능 영어” 등의 댓글이 잇따랐다. 영어가 모국어인 린가드조차 어렵다고 한 문제는 지난해 수능에서 고난도로 손꼽혔던 문항이다. 과잉관광(overtourism)에 관한 내용을 다뤘는데 입시업체 메가스터디는 “동일한 어휘가 여러 번 중첩돼 선지에서 정답을 찾아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은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두고 “킬러(초고난도) 문항을 줄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그해 11월 치러진 수능은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할 정도로 국어 수학 영어 영역의 체감 난도가 모두 전년도보다 높았고, 결국 ‘역대급 불수능’이란 평가를 받았다. 교육계에선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이 오히려 수험생 체감 난도를 높였고, 입시 직전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수능의 전 영역 만점자는 1명에 그쳤다. 교육 당국이 비판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걸까. 1년 뒤 치러진 올해 수능은 180도 달랐다. 올해 입시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로 입시에 재도전하는 최상위권 N수생이 늘며 ‘변별력 확보’가 필요했지만, 정작 수능은 평이하게 출제됐다. 전 영역 만점자는 11명이나 나왔다. 특히 국어 만점자는 1055명으로 지난해(64명) 대비 16.5배나 됐다. 수학 만점자도 1522명에 달했다. ‘널뛰기식 수능 난이도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입시업계에선 ‘불수능 다음 해 물수능, 물수능 다음 해 불수능’이란 말이 공식처럼 나돌 정도다. 시계를 20여 년 전으로 돌려 보자. 2002학년도 수능은 1997학년도와 함께 ‘불수능’의 원조 격이라 불린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어려운 수능으로 충격받은 학부모와 학생들을 생각할 때 매우 유감스럽다”며 공식 사과할 정도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직전 해 치러진 2001학년도 수능은 전 영역 만점자를 66명이나 배출한 ‘역대급 물수능’이었다. 입시업계에서 “변별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2002학년도의 불수능 역시 비판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탓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994년부터 매년 수능 정책 방향을 정하고 문제를 출제한다. 하지만 30년째 수능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되풀이된다. 어려운 ‘불수능’만큼이나 평이한 ‘물수능’도 수험생의 혼란을 키운다.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예측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평가원은 입시제도와 시험 난이도를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관리해야 한다. 물수능과 불수능, 불수능과 물수능을 오가는 극과 극이 되풀이되는 것이 바로 가장 나쁜 입시 관리다.김정은 정책사회부 차장 kimje@donga.com}
숭실대는 올해 개교 127년 및 서울 캠퍼스 70주년을 맞아 연중 공연과 전시, 학술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1897년 평양 숭실학당으로 문을 연 숭실대는 1938년 3월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를 거부하며 자진 폐교한 뒤 1954년 서울에서 다시 문을 열었다. 올해 5월 11일에는 1954년 서울에 세워질 당시 개설된 5개 학과의 합동 기념행사가 열렸다. 개교기념일인 지난달 10일에는 개교 기념 예배를 비롯해 해외 기독교유물 특별전 개막식, 기념만찬 등의 행사가 열렸다. 해외 기독교유물 특별전은 다음 달 30일까지 진행된다. 지난달 28일에는 기념학술대회인 ‘평양에서 서울로’를 개최했다. 숭실대는 ‘개교 127주년 및 서울숭실세움 70주년’ 마지막 순서로 이달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형남음악회 코리아 판타지(Korea Fantasy)’를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제2∼4대 이사장을 지낸 고 김형남 박사(1905∼1978)의 이름을 딴 음악회는 김홍식 지휘자와 코리안크리스천필하모닉 협연으로 진행된다. 2022년 독일 성악가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과 소프라노 박소영, 테너 윤정수 등이 출연한다. 숭실대 관계자는 “클래식 마니아는 물론이고 초심자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대구의 한 유치원 교사가 여섯 살 아이들을 폭행 및 학대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이 공개됐다. 화면 속 건장한 성인 남성 교사가 아이들을 거세게 밀치고 주먹으로 명치를 때리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피해 아동들은 집에 가서도 부모에게 선생님의 폭행을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가해 교사가 “선생님에겐 너희가 집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다 볼 수 있는 카메라가 있다”며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를 둔 부모로서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뉴스가 있다. 바로 ‘아동학대’ 사건사고다. 그중 교육기관에서 교사로부터 이뤄지는 아동학대 사건은 학부모에게 교권에 대한 불신을 심어준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통계 기준으로 2022년 유초중고교 교직원의 아동학대 사례는 1702건에 달했다. 그런데 교육현장의 아동학대와 교권침해 문제는 동전의 앞뒷면 같은 관계다. ‘내 아이가 교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건 아닐까’ 의심하는 학부모 중 일부는 불안에 시달리다 ‘선’을 넘으며 악성 민원 등을 일삼는다. 이는 지난해 서울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불거진 각종 교권침해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전북 전주시의 한 초등학교에선 5학년 학부모 2명이 2022년부터 자녀의 담임교사 등을 상대로 형사고소 7회, 행정소송 3회, 민사소송 2회, 정보공개 16건 등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이들 자녀의 담임교사는 무려 6번 교체됐다고 한다. 한 교육 관계자는 이를 두고 ‘공교육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했다. 학부모 중 한 명은 서거석 전북도교육감으로부터 고발까지 된 상태다. 올해에만 학교에 각각 61회, 113회씩 전화했다는 두 학부모는 “악성 민원이 아니다. 학부모 자격으로 할 수 있는 정당한 요구였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도 더는 참지 않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개최 건수는 5050건으로 전년보다 무려 66% 증가했다. 교보위는 교권침해 보호를 위한 심의기구다. 일부 몰지각한 교원과 학부모의 행태는 오늘도 서로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만난 한 고교 교사는 “아동학대 문제에 치중하면 교권이 약화되고, 교권에 치중하면 아동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생긴다는 점이 고민”이라고 했다. 현장 교사들은 ‘정서적 아동학대’와 ‘정당한 생활 지도’ 사이에 존재하는 모호성을 해소하는 것이 해법의 하나라고 지적한다. 법조인 중에서도 아동복지법 17조에 명시된 ‘정서적 아동학대 행위’의 기준을 누구나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와 국회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아동학대 및 교권침해 뉴스가 쏟아질 때마다 관련 법을 강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누군가를 강하게 처벌하는 것보다 교권과 아동 보호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해법의 핵심이어야 한다. 그래야 학부모와 교사 간 신뢰가 되살아나고 교실에서 보다 나은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김정은 정책사회부 차장 kimje@donga.com}
“아이들이 왜 디지털 교과서의 실험 대상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안 그래도 디지털 과몰입 세대인데 교과서마저 태블릿PC로 본다니….” 내년으로 예정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학부모 사이에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학부모 상당수는 가뜩이나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상황에서 교과서마저 디지털 기기로 바뀌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AI 교과서가 학생들의 집중력과 문해력을 저하시키고 학습 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아직 세계적으로 교과서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 도입한 나라가 없다는 점도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국회에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유보해 달라는 국민동의청원까지 등장해 한 달 만에 5만6505명의 동의를 받고 교육위원회에 넘겨졌다. 교육 현장에서도 반발이 상당하다. 전국 시도교육감 17명 중 9명이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신중 의견’을 밝혔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최근 교육부에 재정 부담과 개인정보 침해 등의 이유를 들며 “AI 디지털 교과서의 개선 및 보완 사항을 점검한 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등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냈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역점 사업이다. 내년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영어·정보·국어 과목에 AI 디지털 교과서가 우선 적용된다. 학교에선 내년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접하는 세대를 ‘이해찬 1세대’에 빗대 ‘이주호 1세대’라고도 부른다. 당초 교육부는 2026년부터 국어·과학·사회·역사 등 다른 주요 교과에도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여론의 거센 압박에 최근 2026년 도입 과목에 대해선 ‘속도 조절을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생각해 보면 교육부는 거센 반대 여론이 한편으론 고맙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당장 교육 현장에는 초고속 인터넷망 등 기본 설비도 갖춰지지 않았다. 내년 3월에 도입되는 AI 교과서 영어·수학·정보 출판사는 검인정을 통해 다음 달 말에야 결정되고, 테스트 기간은 단 3개월에 불과하다. 이는 졸속 도입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교육 선진국으로 불리는 스웨덴은 2017년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했다가 지난해 폐지했다. 지나치게 디지털화된 학습 방식 때문에 학습 능력과 문해력이 저하됐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초등학교 4학년 읽기 능력을 평가하는 ‘국제읽기문해력연구(PIRLS)’에 따르면 스웨덴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2016년 555점에서 2021년 544점으로 11점 떨어졌다. 한국의 교육 현실은 어떨까.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사 5848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저하됐다”는 답변이 91.8%에 달했다. 교사가 ‘사건의 시발점(始發點)’을 말하니 “교사가 왜 욕을 하냐”는 반응이 돌아오고, ‘족보가 뭐냐’는 질문에는 “족발 보쌈 세트”란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를 보면 한국 역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과정에서 문해력 저하 우려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교과서는 공교육의 근간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졸속 논란을 감안해 충분한 검토와 보완을 거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야 한다. 급하게 추진해 실패한 교육 정책은 학생들의 미래를 두고두고 발목 잡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책사회부 차장 kimje@donga.com}
“수능 최저 기준 없이 논술시험 100%로 당락이 결정되는 대입 전형이었다. 연세대의 시험관리 감독 능력이 일선 중고교만도 못한 것 같다.” 12일 치러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에서 감독관의 착오로 시험 시작 1시간 전 특정 고사장에서 시험지가 사전 배부되는 일이 발생한 이후 한 입시 커뮤니티에 올라온 수험생 글이다. 감독관은 뒤늦게 실수를 알아차리고 15분 뒤 부랴부랴 문제지를 회수했지만 해당 고사실 수험생 31명은 시험지 회수 뒤에도 자습시간을 갖고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시험 시작 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에 문제 관련 정보가 올라와 논란이 됐다. 이날 시험 도중 문제 오류가 발견돼 연세대는 시험 시간을 20분 연장하기까지 했다. ‘명문 사학’이란 명성에 걸맞지 않은 연세대의 대입 공정성 관리 능력을 드러낸 대목이었다. 이후 연세대는 “감독관 한 명의 실수로 초래된 사건이지만 시험 공정성을 훼손시킬 행위는 파악되지 않았다”며 “재시험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입시업계에선 감독관 실수로 응시생 9667명 중 31명에게만 시험지가 사전 배포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공정성’엔 의문이 생겼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감독관 착오로 인한 시험지 사전 배포인데, 학교 측은 논란의 책임을 문제 정보를 유출한 일부 수험생에게 돌리는 모양새다. 연세대는 시험 정보 등을 유출한 것으로 보이는 6명의 수험생을 경찰에 업무 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관리 부실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연세대가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인상이다. 여론이 들끓자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책임자는 철저히 문책하고,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 조치할 것”을 주문했다. 수시 전형은 대학의 자율시험이라며 대학의 조치를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던 교육부도 그제야 ‘뒷짐’을 풀고 관련자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수시 전형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는 대학은 또 있다. 13일 치러진 한성대 ICT디자인학부 기초디자인 수시 실기 시험에선 감독관 착오로 제시어 사진 자료가 시험 시작 40분 후 배부됐고, 12일 치러진 단국대 음대 수시 시험에선 문제 1개가 시험 시작 50분 후에야 배부돼 논란이 됐다. 한성대는 “피해를 본 수험생 답안을 평가할 때 관련 상황을 적절히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떻게 형평성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적절히 반영해 평가할 수 있을진 의문이다. 한국 사회에선 이르면 유아 때부터 서로 다른 출발선에서 ‘대입’이란 결승선을 향해 경쟁적으로 달린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감내한다. 그리고 대학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공정한 입학전형 운영에 대한 의무를 부여받는다. 대입 전형의 공정한 운영은 한국 사회가 대학에 기대하는 기본적 책무인 것이다. 그런데도 사교육 학원가 ‘레벨 테스트’에서도 잘 일어나지 않는 아마추어적 관리 행태가 복수의 대학 입시 과정에서 나타났다. 각 대학이 잘못을 덮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진상을 파악해 수험생들이 수긍할 만한 조치를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김정은 정책사회부 차장 kimje@donga.com}
◇박종순 윤성F&C 회장(77·사진)이 재단법인 중동장학회에 장학금 10억 원을 기부했다. 장학금 전달식은 17일 중동고에서 열린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당신이 원하는 교육에 투표하세요.’ 16일 열리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동네에는 이 같은 문구가 담긴 선거일 및 사전투표 안내 플래카드가 붙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도 푸른 나무 한 그루 그림과 함께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한 표를 심는 날’이란 메시지가 떴다. 서울 지역 유치원생부터 고교생까지 학생 84만 명을 관할하고 연 12조 원의 예산 집행 권한을 지닌 ‘교육 소통령’ 서울시교육감 자리가 갖는 무게감을 잘 표현한 문구들이다. 그런데 정작 유권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위해 누굴 선택해야 하는지, 자녀 및 미래 세대에 도움이 되는 후보는 누구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해한다. 교육 철학과 능력을 검증하며 서울 교육을 책임질 수장을 가려내야 하는 선거가 3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부터 ‘공약 검증’ 대신 ‘정치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 때마다 이런 형태가 반복되면서 교육계 내부에서도 “교육감 선거가 정치색에 물들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선거는 보수 진영이 12년 만에 단일화 기구를 통해 단일 후보로 선출한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과 진보 진영 단일화 기구가 선출한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의 양강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하지만 서울 교육을 책임지겠단 두 후보 모두 정책 검증보단 “지난 10년간 서울 교육은 조희연으로 대표되는 좌파 세력에 의해 황폐해졌다”(조전혁 후보)거나 “윤석열 정부의 역사 왜곡과 친일 뉴라이트 사관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굳건한 방파제 역할을 할 것”(정근식 후보)이란 정쟁 메시지를 내놓으며 ‘네거티브’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두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내세운 ‘공약 1호’는 뭘까. 조 후보는 “학력을 높이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1호 공약으로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 최대 100만 원 지원’을 내놨다. 정 후보는 지역교육청 단위로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서울 교육 플러스 위원회’ 신설을 내세웠다. 하지만 유권자 중 이들의 1호 공약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각 진영에서 표심을 잡기 위해 외친 ‘좌파 교육감 청산’, ‘우파 정권 퇴행적 교육정책 저지’ 등 해묵은 진영 논리만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교육감 선거는 200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사실상 ‘깜깜이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권자 관심이 적었다. 특히 교육감 보궐선거의 경우 역대 투표율이 10∼20%대에 그쳤다. 투표장을 가더라도 후보가 누구인지, 후보별 공약이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보니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기대는 선거 운동을 반복해온 것이다. 교육감 선거는 헌법에 나온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당 공천을 받지 않는다는 취지를 망각한 행태였다. 교육 정책 공약과 비전에 대한 검증 없이 서울시교육감을 선택하기엔 그 자리가 갖는 권한이 막대하다. 그런 만큼 두 후보가 지금이라도 서로 네거티브를 자제하겠다는 신사협정을 맺고 누가 더 학생과 교육을 생각하는 진정한 교육감인지를 겨루는 선거로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김정은 정책사회부 차장 kimje@donga.com}
“교권이 무너진 걸 넘어 제 인권 자체가 사라졌다는 느낌입니다.” 최근 텔레그램으로 성범죄 피해를 당한 대구의 영어 교사는 고통을 호소하며 “교단을 떠나는 것까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가해자가 다름 아닌 자신의 제자였기 때문이다.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 교사에 따르면 가해 학생은 텔레그램 ‘지인방’에 교사의 사진을 올리며 “내 지인인데 능욕해줄 사람은 개인 메시지를 보내라” 등 성희롱 발언까지 이어갔다. 가해 학생이 범죄에 활용한 사진은 이 교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려진 것이었다. 지인들과 SNS를 통한 교류가 일상이 된 요즘 제자와 SNS 친구를 맺은 것이 범죄의 빌미가 됐다. 이 교사가 또 한번 무너진 건 수사기관과 학교 측의 대응 때문이었다. 경찰이 디지털포렌식을 위해 가해 학생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려 했지만, 이미 학생은 휴대전화를 버린 뒤였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강하게 의심되지만 증거를 잡을 수 없었다. 학교 측에선 “딥페이크 성범죄 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가해 학생의 강제 전학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가 올 1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전국 시도교육청에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조사를 벌인 결과 이 교사처럼 관련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교사는 총 10명으로, 이 중 9명은 중학교 교사였다. 교권 추락의 상징이 된 ‘서이초 교사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선 ‘범죄’ 수준의 교권 추락이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학교 내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를 다룬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댓글의 대표적인 키워드는 ‘교권 추락’과 ‘촉법소년’이다. 학생들이 스승인 교사를 성적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추락한 교권과 가해 학생 대부분이 14세 미만 촉법소년에 해당돼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사와 학생 간의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를 막을 뾰족한 방안은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과 SNS에 익숙한 10대들에게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고 배포하는 건 한마디로 ‘식은 죽 먹기’다. 각종 딥페이크 제작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눈속임이 완벽한 합성 사진 및 영상물을 제작하는 데 드는 시간이 10초면 충분하다. 그렇다 보니 1일 경찰청이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딥페이크 범죄 현황’에 따르면 딥페이크 영상물을 만들어 배포해 입건된 10대 청소년은 2021년 51명, 2022년 52명, 2023년 91명, 올해 1∼7월 131명으로 3년 새 2배 이상이 됐다. 또 최근 4년간 딥페이크 범죄로 입건된 피의자들 중 70.5%에 해당하는 325명이 10대였다. 반면 교원단체들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를 입은 교사들이 취할 수 있는 대응은 교권보호위원회를 여는 것 외에 별다른 방안이 없다고 지적한다. 교사들의 딥페이크 피해 뉴스를 살펴보며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세 번째 기자회견이 떠올랐다. 윤 대통령이 이날 현 정부의 성과 중 하나로 ‘교권 보호 5법 개정’을 꼽으며 “교사가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했기 때문이다. 관련법의 개정만으로 추락된 교권이 회복될 수 있을까. 아직도 학교 현장에는 ‘혹시 제자들이 내 사진을 도용해 딥페이크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을까’ 의심하며 불안해하는 교사들이 너무 많다. 김정은 정책사회부 차장 kimje@donga.com}
과학계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사업에 매진해 온 손재한 한성손재한장학회 명예이사장(사진)이 별세했다. 향년 102세. 한성손재한장학회에 따르면 손 이사장은 1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한국인 최초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배출을 목표로 사재 664억 원을 무상 출연해 2013년 장학 재단을 설립했다. 2013년 장학생 1기 179명을 선발한데 이어 지난해까지 매년 180여명의 장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했다.한성손재한장학회는 장학금 외에도 장래가 유망한 젊은 과학자들을 매년 발굴해 포상하는 ‘한성과학상’도 운영중이다. 매년 3개 분야에서 선정하며 올해까지 총 21명의 과학자를 포상했다. 고인은 과학기술 분야 인재를 길러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2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장지는 양평 부용리 선산에 마련됐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아이가 대학에 가야 부모는 에듀 푸어(edu poor)에서 졸업한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 입학을 앞뒀던 몇 년 전, 기본 원비에 방과후 활동비, 간식 및 식비, 차량비 등을 합해 월평균 220만 원이 드는 영어유치원과 월 40만 원 정도 비용의 일반 유치원을 놓고 장단점을 따지며 저울질하는 내게 한 선배가 건넨 말이다. 영어유치원은 시작일 뿐 초등, 중등, 고등을 거치며 한 달에 매달 수백만 원씩을 사교육비로 쓰게 될 거라는 예언(?)과 함께 사교육비 전쟁은 비로소 ‘대학 입시’로 종결된다고 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발표한 지난해 사립 교육기관별 1인당 연평균 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 학생 1인당 연평균 등록금은 732만6000원으로, 영어유치원(2093만6000원), 사립초(918만 원), 국제중(1280만 원), 자사고(905만 원)보다도 쌌다. 왜일까. 특히 만 3∼5세 유아 대상 영어유치원은 사립대와 비교하면 연평균 교육비가 3배 정도 비싼데, 영어유치원의 교육 수준이 대학 교육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은 경쟁력을 갖추기라도 한 걸까. 대학 등록금은 정부의 규제에 묶여 16년째 동결 상태다. 이는 2009년 교육부 장관이 경기 침체를 이유로 대학들에 등록금 인상을 하지 말아 달라고 한 요청에서 비롯됐다. 교육부는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국가장학금Ⅱ 지원을 하지 않거나 재정지원 사업에서 배제하는 식으로 등록금 동결을 사실상 강요해왔다. 그렇다 보니 등록금 고지서에 찍히는 명목 등록금은 02학번 출신 기자가 20년 전 학교에 냈던 한 학기 등록금 300만 원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올 4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대학정보공시 분석’에 따르면 일반대 인문사회계열 평균 1인당 연간 등록금은 600만3800원이었다. 20년간 물가가 오르는 동안 등록금만 제자리걸음 상태인 것은 정부가 유독 대학 등록금에 ‘민생’이란 정치적 명분을 걸어 연결 지은 결과다. 그 결과 본보가 최근에 보도(8월 8일자 A1·5면)한 대로 재정난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대학은 가르칠 교수조차 구할 수 없거나 해외 주요 대학과의 교환학생 프로그램 체결마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사람이 자원’인 나라에서 인재를 낳는 대학 교육의 경쟁력이 16년째 하락 중인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학 등록금과 달리 교육계 ‘베블렌 효과’(비쌀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것)를 낳는 영어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해선 유아의 ‘영어 레벨테스트’ 통과 외에 ‘입금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입금 전쟁은 영어유치원이 미리 공지한 시간에 입학금 계좌를 오픈하면 입금 선착순으로 수강 인원에 맞춰 등록 마감이 이뤄지는 걸 말한다. 심지어 1초 차로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유아 땐 서로 비싼 돈을 내서라도 원어민 영어교육을 받기 위해 분초를 다퉈 경쟁하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초중고, 심지어 일부는 재수생 시절까지 월평균 수백만 원대의 교육비를 쓰면서 왜 유독 대학 등록금 인상에 있어선 부정적 프레임을 벗지 못할까. 이제라도 대학 등록금을 현실화하고 국내 대학의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 결국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은 ‘인재’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책사회부 차장 kimje@donga.com}
세종대학교 제15대 엄종화 총장(59)이 25일 취임했다. 임기는 2027년 7월 26일까지 3년이다.25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애지헌 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엄 총장은 “세종대학교의 건학이념인 애지(愛智), 기독교, 훈민 정신을 되새기고자 한다”며 “애지정신은 진리를 사랑하는 정신이다. 오늘날의 진리인 과학을 통해 지식을 넓히고, 혁신을 이루며, 인류 발전에 기여해 세종대를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날 취임식에는 최세모 대양학원 이사장 및 이사진, 산하기관 기관장, 세종대 교무위원 등이 참석했다. 엄 총장은 “기독교 정신은 사랑과 섬김, 정직과 진리, 희망과 용기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서로 사랑하고 섬기는 삶의 중요성을 가르치고자 한다”며 “학문적 진리를 탐구하고, 정직한 연구와 교육을 실천하는 신뢰받는 기관이 되기 위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대학을 운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학생들이 자유롭게 사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엄 총장은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각국의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비즈니스 효율성, 인프라 등의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국가경쟁력 평가’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1인당 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30-50 클럽’에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이 경제적 발전과 사회적 안정, 혁신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실리콘 밸리의 기적을 이끈 스탠포드 대학처럼, 애지 정신, 기독교 정신, 훈민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 함께 한국의 G2 위상을 이끄는 선도적인 대학이 되도록 나아가자”고 강조했다.엄종화 총장은 대구 능인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 학사, 석사를 받았다. 이어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 세종대 교수로 임용돼 대외협력처장, 교무처장 등을 지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지난달 전북 전주시의 한 초등학교에선 무단조퇴를 하려던 3학년 남학생이 말리는 교감에게 “감옥에나 가라”며 욕설을 하고 뺨을 때려 논란이 됐다. 영상에서 이 남학생은 복도에 다른 교사가 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교감에게 침을 뱉기도 했다. 이 학생의 학부모 역시 교사를 폭행해 학교로부터 신고당한 상태다. 영상을 본 시민들은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학교 현장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매주 교사 시위가 벌어졌고 ‘교권 보호 5법’도 국회를 통과했지만 현장에선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 더 많다. 최근 서울교사노조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교사 10명 중 8명(84.1%)은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숨진 서이초 교사와 유사한 경험을 했다는 답변도 78.6%에 달했다. 영상에서 더 충격적이었던 건 폭행을 당하면서도 뒷짐을 진 채 체념한 듯 서 있던 교감의 모습이었다. 난폭한 행동을 하는 학생을 제지하려다 자칫 아동학대로 몰리기 쉬운 학교의 현실이 손조차 대지 않으려 뒷짐을 지게 만든 것이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후 초등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는 민원이 아예 없는 완벽한 교사다’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글은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를 앞두고 다시 각종 교사 커뮤니티에서 회자되고 있다. 글쓴이는 학부모 민원과 문제 학생이 많은 학년 담임교사를 자주 맡지만 학생·학부모·관리자 모두를 만족시키며 어떤 민원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학부모 상담에선 듣고 싶어 하는 좋은 말만 해주고, 수업시간에 학생이 딴짓을 하면 그냥 내버려둔다는 식이다. 글쓴이는 신규 교사 때 숙제를 많이 냈더니 학원 공부에 지장을 준다는 학부모 민원이 이어졌고, 잘못된 행동을 혼내고 나니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며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사이자, 좋은 평가를 받는 교사가 됐다고 했다. 전주 초등학교 영상을 보면서 이 글이 다시 떠올랐다. 아무것도 안 하는 교사, 학생의 문제 행동에도 뒷짐을 지는 교감을 과연 누가 만든 것일까. 또 서이초 사망 교사 유족들이 올 2월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 제출한 영상도 생각났다. 영상에는 수업 중 의자를 뒤집고 발로 차는 아이, 울면서 물건을 던지는 아이 등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순직 심사 과정에서 학생 지도의 어려움을 입증한 증거로 인정받았다. 아무것도 안 하는 교사 밑에서 다양한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게 될까. 아동의 행동을 바로잡을 기회가 사라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내 자식 지상주의’에 빠진 학부모,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 교권 보호 5법, 학교에서 문제가 안 생기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관리자, 아동·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게 된 관련 단체들…. 여기에 교권 침해를 문제 삼으면 학부모들이 ‘정서적 아동학대’로 맞대응하는 행태도 반복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서이초 사건이 남긴 교훈을 살려 학교 현장에선 교권 보호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치워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교실에서 문제행동을 했던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 곳곳에서 더 큰 일을 저지를 때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김정은 정책사회부 차장 kimje@donga.com}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은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관정도서관 관정마루에서 장학증서 수여식을 갖고 국내외 관정장학생 500명에게 총 125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올해 관정장학생은 신규로 선발된 국내 장학생 91명과 국외유학 장학생 74명, 기존 장학생 335명으로 구성됐다. 국내 장학생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등 25개 대학 출신 3학년 학생들과 대학원생이다. 국외유학 장학생은 미국 하버드대, 스탠포드, MIT, 영국 옥스퍼드 등 세계 17개 유명 대학의 학부, 석사, 석박사, 박사과정, 박사 후 포스닥 과정 입학 예정자들이다.국내 장학생은 한해 최대 1200만원 씩 장학금을 지원받는다. 국외 유학 장학생은 나라와 학교에 따라 학부생 최고 6만 달러, 대학원생 3만 달러까지 장학 혜택을 받는다. 24년간 장학사업을 벌인 관정이종학교육재단은 올해까지 2850억 원의 장학금을 지원해 매년 1만 2500여명의 관정장학생들을 배출했다. 장학생 가운데 800여 명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관정재단은 설립자 이종환 회장의 전 재산 1조 7000억 원이 투입된 장학재단으로서 아시아 최대 규모다. 세계 종합자선재단 순위에서도 70위 권이다. 이석준 관정재단 이사장은 10일 수여식에서 “관정장학생은 도전과 창조와 기여라는 3C정신을 실천해서 반드시 큰 꿈을 이루도록 하라”고 당부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세계적 학문적 선도자가 되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도트는 잘하는 게 많다. 하지만 ‘완벽하게’ 잘하는 건 하나도 없다. 도트의 언니는 그림 실력이, 오빠들은 맞춤법 실력이 완벽하다. 엄마는 태권도를 완벽하게 해 검은띠를 땄고, 아빠는 노래를 완벽하게 불러 밴드를 이끄는 가수로 활동 중이다. 도트는 가족과 달리 ‘완벽하게’ 잘하는 게 없다는 생각에 불안해한다. 칭찬하고 싶은 친구를 그려 오는 숙제를 하던 중, 도트는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새로 그리기를 반복한다. 급기야 그림들을 갈기갈기 찢고야 만다. 잠깐 바람을 쐬며 속상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돌아온 도트는 종잇조각을 모아 세상에서 하나뿐인 특별한 그림을 완성한다. 다음 날, 학교에서 도트와 친구 ‘샘’은 개성 있게 그린 서로의 그림을 칭찬의 말과 함께 발표에 나선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아이가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색연필로 그려진 다채로운 그림에선 화려함과 따뜻함이 함께 느껴진다. 불안정한 아이가 불안감을 딛고 도전하는 과정을 응원하게 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전국 주요 도시에서 300만 원 이하의 중저가 미술품을 판매하는 ‘2024 작가미술장터’를 전국 8개 지역에서 9월까지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2015년 시작돼 올해로 10회를 맞은 작가미술장터는 작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아트페어다. 지난해까지 누적 130만 명이 관람하고 1만100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등 신진작가들의 등용문으로 꼽혀 왔다. 작가미술장터는 5일 세종 조치원문화정원에서 열린 ‘원 픽 마켓’(ONE PICK MARKET)을 시작으로 14일부터 5일간 강원 속초 칠성조선소에서 속초아트페어가 진행됐다. ‘원 픽 마켓’에 나온 미술품은 10월 말까지 온라인 마켓으로도 구매가 가능하다. 서울 용산구 이음갤러리에서는 이달 30일까지 ‘드로잉그로잉’이 열린다. 작품의 초기 단계이자 아이디어의 출발점인 ‘드로잉’을 하나의 장르로 특화시킨 아트페어다. 7월 한 달간은 온라인 판매도 이뤄진다. 이후 작가미술장터는 서울, 전북 무주 등에서 이어진다. 7월에는 서울 용산구 옛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아시아프’, 8월에는 경기 성남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마켓 에이피: 컬렉터 살롱’이 운영된다. 9월에는 서울 성동구 ‘LES601 성수’에서 열리는 ‘PRPT(PrompSet): Bank Service’와 함께 서울 영등포아트스퀘어에서 ‘아트플러스 엑스’, 무주향교에서 ‘고택아트페스타’가 진행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지친 몸과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주인공은 우편함에서 초대장을 발견한다. 초대장을 입에 물고 욕조에 잠수한 후 짠맛이 느껴지면 그곳이 ‘마음 식당’이라는 글이 담겨 있다. 어느새 주인공은 마음 식당 앞에 도착했다. 지배인 프랭크는 마음 식당의 이용법을 친절히 알려준다. 돌고래 키오스크에 초대장을 넣자 오늘의 마음, 마음의 농도, 눈물의 염도, 슬픔의 온도, 무기력함의 굽기 등을 선택하는 버튼이 등장했다. 전하지 못한 편지들을 쌓아 올려 크레이프 케이크로 만든 ‘러브 레터 케이크’, 친구를 만들고 싶지만 마음을 여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만든 ‘그림자 햄버거’, 이별한 후 마음 아파하는 이들을 위해 얼린 눈물을 갈아 만든 ‘눈물 빙수’…. 메뉴도 다양하다. 맛나게 음식을 먹고 정신을 차리니 다시 욕실이다. 몸은 개운하고 마음 역시 한결 편해졌다. “음식값은 이미 계산됐습니다. 바로 당신의 미소로요.” 감정의 맛과 온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파스텔 톤의 삽화도 눈을 즐겁게 만든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앞 사람이 제가 사려던 빵을 다 사가서 너무 러키(lucky·운이 좋은)하게 제가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예요?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야!” 스페인의 한 빵집. 걸그룹 ‘아이브(IVE)’의 멤버 장원영이 자신이 사려던 빵이 품절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불평하는 대신 카메라를 보며 한 말이다. 장원영 씨에겐 미안하지만, 이 영상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에서 툭 튀어나온 말은 이랬다. “뭐라고…?”‘아프니까 청춘이다’란 신간 제목이 유행어처럼 떠돈 2010년에 20대 후반을 보낸 세대여서일까. 빵이 다 팔려 바로 받을 수 없게 됐을 때 불평하기보다 ‘따뜻한 빵을 받게 됐으니 행운’이라 받아들이는 장원영의 초긍정적 태도가 솔직히 꽤 낯설게 느껴졌다. 반면 Z세대는 열광했다. 짜증이 날 법한 상황이지만 부정적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그의 긍정적 사고방식은 ‘원영적 사고’란 신조어를 낳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장원영의 말투를 따라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은 빠르게 퍼졌고, 조회수도 수백만 회에 이른다. 심지어 장원영의 말투를 이용해 현재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풀이해 주는 ‘원영적 사고 챗GPT’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흙수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삼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 등 부정적 신조어가 난무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판도다. Z세대는 왜 원영적 사고에 열광할까. 심리학자, 사회학자 등 전문가들과 이러한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분석들이 나왔다. 먼저 원영적 사고 유행 이면에는 학업, 취업 등 어려운 현실에 찌든 젊은 층이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함으로써 숨구멍을 찾으려는 심리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여기엔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Z세대의 특징도 역할을 했다. 어려운 상황을 불평하기보단 긍정적 ‘전환’으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원영적 사고를 적극 활용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원영적 사고를 ‘긍정 심리학’의 맥락에서 이해하기도 했다. 실제로 긍정적 사고를 할 경우 부교감신경 등에 영향을 미쳐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신체적 통증까지 완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전화위복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원영적 사고는 젊은 세대의 사회적 관계 및 회복탄력성 향상 등에 영향을 줌으로써 사회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드는 바람직한 현상이란 의견도 있었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나친 낙관성이 현실을 회피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심리학자 어니 J 젤린스키가 쓴 책 ‘느리게 사는 즐거움’(2008년)에는 ‘우리는 96%의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주 하는 걱정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 22%는 사소한 것, 4%는 바꿀 수 없는 사안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 다독이던 20대 시절로 돌아가 원영적 사고를 일상화했다면 삶의 중심이 더 단단해졌을까. 긍정적 사고방식을 트렌드로 받아들이는 Z세대가 한편으론 부럽고, 그들이 그려 나갈 새로운 미래 역시 기대가 된다.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동그라미는 가족들과 늘 동글동글하게 살아간다. 부모님은 늘 동그라미에게 뭐든 “좋아”라고 말하라고 교육한다. 동그라미는 처음 학교에 간 날, 친구들을 보며 깜짝 놀란다. 세모, 사각형 친구들은 불편한 감정을 “싫어!”라고 쉽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가족들로부터 “세상을 둥글게 살아야지”라는 말을 듣고 자란 동그라미는 그런 친구들이 이상해 보였다. 사실 동그라미도 하기 싫은 것들이 많다. 부모님의 말씀과 달리 동글동글한 성격이 아니어도 친구들은 별을 좋아했고, 세모는 늘 당당했다. 동그라미는 기분이 묘하다. “나는 왜 싫다고 말하는 게 어려울까?” 동그라미는 자신만의 멋진 직선을 갖기로 결심한다. 과연 동그라미는 오래된 가치관을 깨고 감정에 솔직한 아이가 될 수 있을까. 동그라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착한 감정’을 강요받는다. 싫다고 하면 미움 받을까 두렵고, 거절하면 상대방과의 관계가 불편해질까 걱정하는 등 자신보다 타인의 감정을 더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책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친구에게 선물로 받은 새 신발을 신고 걸어가던 토끼. 달려오던 한 아이가 흙탕물을 튀겨 토끼의 신발은 더러워진다. 결국 토끼는 두 귀로 땅을 딛고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신발을 지켜낸다. 거꾸로 바라보는 세상은 생각보다 재밌다. 이름도 이제 토끼가 아닌 ‘끼토’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행동으로 이웃 토끼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한다. “유별난 토끼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끼토 앞에 토토라는 친구가 나타난다. 토토 역시 소중한 신발을 머리에 올려두고 걷는다. 토토는 끼토의 상처 난 두 귀에 자신이 가장 아끼는 밴드를 붙여주고 끼토의 행동을 비난하는 대신 끼토 자체를 이해하고 챙겨 준다. 그렇게 친구가 된 끼토와 토토는 각자의 방식으로 당당하게 함께 걸어간다. 이웃들도 이들을 보며 다양한 방법으로 걷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깨닫는다. 내용을 따라 읽다 보면 다른 사람의 시선과 편견을 신경 쓰지 않고 ‘나답게’ 나아가는 두 토끼의 씩씩한 발걸음을 응원하게 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아르템 압차렌코,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다니엘 하리노토프, 올해 니콜라이 말코 지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휘자 이승원이 한자리에 선다. 서울아트센터 도암홀 개관 1주년 기념으로 30∼31일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월드 클래스 스타 초청 콘서트’를 통해서다. 도암홀(1084석)은 서울예고가 지난해 개교 70주년을 맞아 교내에 마련한 공연장이다. ‘Fall in Ballet’ 타이틀로 진행되는 30일 공연에선 볼쇼이 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발레리노 압차렌코와 퍼스트 솔리스트 안나 티호미로바, 마린스키 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필리프 스테핀 등이 무대에 선다. 이들은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돈키호테’ ‘백조의 호수’의 주요 장면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2015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16세의 나이로 3위를 차지했던 피아니스트 하리토노프가 쇼스타코비치 ‘맑은 시냇물’ 중 아다지오 등을 연주한다. 31일에는 ‘차이콥스키 스페셜’이란 타이틀로 공연이 진행된다. 하리토노프의 협연으로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차이콥스키 음악 가운데 피아노 협주곡 1번, ‘잠자는 숲속의 미녀’ 중 결혼식 파드되 아다지오, 교향곡 6번 ‘비창’ 등을 연주한다. 이승원이 지휘를 맡는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