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민

박경민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구독 37

추천

사람다운 기사를 사람처럼 쓰겠습니다.

mean@donga.com

취재분야

2024-10-25~2024-11-24
사회일반48%
보건43%
건강3%
인사일반3%
기타3%
  • “동네병원 계약 곧 끝나가”… 전공의들 입대-복귀 고심

    “일단 군대 문제도 있고 해서 내년 2월까지만 일하기로 계약해 놓은 상황입니다.”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내과 3년차 레지던트로 일하다가 올 2월 병원을 떠난 김성우(가명·29) 씨는 동네병원에서 연봉 7000만 원을 받으며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인턴을 거쳐 레지던트 마지막 연차에 그만둔 터라 일자리는 어렵지 않게 잡았다. 김 씨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일단 군에 먼저 다녀올까 생각 중인데, 사직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너무 많아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전공의 대표 “내년도 의대 선발 말아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올해 의대 신입생이 돌아오면 2025학년도에 원래 정원인 3000여 명이 아니라 1000명이 들어온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교육할 수 없다”며 기존 요구사항인 ‘증원 백지화’를 넘어 ‘내년도 모집 정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상황에서 내년도 의대생을 한 명도 뽑지 말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의료계 내부에서도 나온다. 전공의 중에선 소수지만 내년도 복귀 움직임도 있다. 한 사직 전공의는 “현재 전공의 단일대오라는 것도 전문의 자격만 따면 관계없는 일”이라고 했다. 전문의는 일반의보다 연평균 임금이 1억 원가량 높은 만큼 이미 수 년을 투자한 고연차 전공의들이 쉽게 전문의를 포기할 순 없다는 것이다. 의대 교수 사이에선 내년 상반기 ‘피안성정’(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등 인기과를 중심으로 전공의 일부가 복귀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다음 달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을 시작할 방침이다. 사직 전공의 중 3000여 명이 내년 3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입대 대상인 것도 변수다. 의무사관후보생인 전공의는 일반 사병 입대는 불가능하다. 다만 한꺼번에 입대할 수 없다 보니 최대 4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데 고연차의 경우 사직과 입대 대기, 복무(38개월) 등이 겹칠 경우 공백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연차, 대리운전으로 생계 꾸리기도 19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2일 현재 사직 레지던트 9184명 중 4539명(49.4%)이 병원에 취업했다. 개원한 레지던트도 15명이 있다. 다만 사직 전공의가 한꺼번에 개원가에 쏟아지면서 저연차 전공의 상당수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수도권 의대를 졸업한 후 올해 대형병원 인턴 수련을 포기한 김모 씨(26)는 “병원 100곳 이상에 원서를 넣었지만 연락이 안 왔다”며 “대리운전과 대리주차로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사직 전공의 중 상대적으로 강경한 이들은 필수과 전공의들이다. 현재 대학병원 소아응급실에서 일반의로 근무하는 사직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4년차는 “미용의료 시장을 경험한 저연차 전공의 상당수는 아예 필수과로 돌아올 생각이 없어진 것 같다”고 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11-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동네병원 취업 전공의들 “계약 끝나가” 거취 고심

    “일단 군대 문제도 있고 해서 내년 2월까지만 일하기로 계약해 놓은 상황입니다.”수도권 대형병원에서 내과 3년차 레지던트로 일하다 올 2월 병원을 떠난 김성우(가명·29) 씨는 동네병원에서 연봉 7000만 원을 받으며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인턴을 거쳐 레지던트 마지막 연차에 그만둔 터라 일자리는 어렵지 않게 잡았다. 김 씨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일단 군에 먼저 다녀올까 생각 중인데 사직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너무 많아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전공의 대표 “내년도 의대 선발 말아야”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올해 의대 신입생이 돌아오면 2025학년도에 원래 정원인 3000여 명이 아니라 1000명이 들어온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교육할 수 없다”며 기존 요구사항인 ‘증원 백지화’를 넘어 ‘내년도 모집 정지’를 요구했다.하지만 이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상황에서 내년도 의대생을 한 명도 뽑지 말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의료계 내부에서도 나온다. 전공의 중에선 소수지만 내년도 복귀 움직임도 있다. 한 사직 전공의는 “현재 전공의 단일대오라는 것도 전문의 자격만 따면 관계없는 일”이라고 했다. 전문의는 일반의 보다 연평균 임금이 1억 원 가량 높은 만큼 이미 수 년을 투자한 고연차 전공의들이 쉽게 전문의를 포기할 순 없다는 것이다.의대 교수 사이에선 내년 상반기 ‘피안성정(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등 인기과를 중심으로 전공의 일부가 복귀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다음 달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을 시작할 방침이다.사직 전공의 중 3000여 명이 내년 3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입대 대상인 것도 변수다. 의무사관후보생인 전공의는 일반 사병 입대는 불가능하다. 다만 한꺼번에 입대할 수 없다보니 최대 4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데 고연차의 경우 사직과 입대 대기, 복무(38개월) 등이 겹칠 경우 공백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저연차, 대리운전으로 생계 꾸리기도19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2일 현재 사직 레지던트 9184명 중 4539명(49.4%)이 병원에 취업했다. 개원한 레지던트도 15명이다.다만 사직 전공의가 한꺼번에 개원가에 쏟아지면서 저연차 전공의 상당수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수도권 의대를 졸업한 후 올해 대형병원 인턴 수련을 포기한 김모 씨(26)는 “병원 100곳 이상에 원서를 넣었지만 연락이 안 왔다”며 “대리운전과 대리주차로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사직 전공의 중 상대적으로 강경한 이들은 필수과 전공의들이다. 현재 대학병원 소아응급실에서 일반의로 근무하는 사직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4년차는 “미용의료 시장을 경험한 저연차 전공의 상당수는 아예 필수과로 돌아올 생각이 없어진 것 같다”고 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11-19
    • 좋아요
    • 코멘트
  • 의협, 비대위원장에 전공의가 지지한 박형욱 선출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지지를 받은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선출됐다. 하지만 10일 불신임안이 통과돼 물러난 임현택 전 회장이 사실상 탄핵 불복을 선언하며 의협 내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의협 대의원회는 13일 대의원 244명 중 233명이 투표에 참여해 과반인 123명(52.8%)의 표를 받은 박 부회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1차 투표에서 과반 표를 얻어 다른 세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비대위원장 임기는 이날부터 다음 회장이 선출되는 내년 1월 초까지다. 박 위원장은 개표 직후 “그동안 소외됐던 전공의와 의대생 의견이 비대위 운영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11일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해선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가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게 정책을 개선하고 의료파탄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만 했다. 박 위원장의 당선에는 전공의들의 공개 지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투표 직전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 부회장을 추천한다. 각 병원 전공의 대표 72명이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했다”는 글을 전달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이를 두고 경쟁 후보 측 항의가 이어지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특정 후보를 불리하게 할 수 있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려 선거에 영향을 준 사실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며 박단 위원장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변호사이면서 의사인 박형욱 위원장은 합리적 성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전공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만큼 ‘내년도 증원 백지화’ 등을 요구하며 정부에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불신임안 통과를 앞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비공개로 했던 임 전 회장은 12일 밤부터 활동을 재개하고 “의협 비대위원장과 회장 선거가 왜 필요한가. 박단 위원장이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날을 세웠다. 또 “박단 위원장과 그를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들을 해 왔는지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고 했다. 박단 위원장을 향해선 ‘구역질 난다’는 원색적 표현을 쓰기도 했다. 임 전 회장은 자신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킨 의협 대의원회를 두고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 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사실상 탄핵 불복 의사를 밝혔다. 한 의료계 인사는 “의협 내분이 계속 이어지면서 국회와 정부를 향해 의사단체가 한목소리를 내는 건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우려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11-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의협 비대위원장에 박형욱…전공의 지지 속 당선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지지를 받은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선출됐다. 하지만 10일 불신임안이 통과되며 물러난 임현택 전 회장이 사실상 탄핵 불복을 선언하며 의협 내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의협 대의원회는 13일 대의원 244명 중 233명이 투표에 참여해 과반인 123명(52.8%)의 표를 받은 박 부회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1차 투표에서 과반 표를 얻어 다른 세 후보를 10% 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비대위원장 임기는 이날부터 다음 회장이 선출되는 내년 1월 초까지다.박 위원장은 개표 직후 “그 동안 소외됐던 전공의와 의대생 의견이 비대위 운영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11일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해선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가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게 정책을 개선하고 의료파탄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만 했다.박 위원장의 당선에는 전공의들의 공개 지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투표 직전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 부회장을 추천한다. 각 병원 전공의 대표 72명이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했다”는 글을 전달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이를 두고 경쟁 후보 측 항의가 이어지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특정 후보를 불리하게 할 수 있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려 선거에 영향을 준 사실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며 박단 위원장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변호사이면서 의사인 박 위원장은 합리적 성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전공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만큼 ‘내년도 증원 백지화’ 등을 요구하며 정부에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한편 불신임안 통과를 앞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비공개로 돌렸던 임 전 회장은 12일 밤부터 활동을 재개하고 “의협 비대위원장과 회장 선거가 왜 필요한가. 박단 위원장이 모든 권한과 책임 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날을 세웠다. 또 “박단 위원장과 그를 배후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들을 해 왔는지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고 했다. 박단 위원장을 향해선 ‘구역질난다’는 원색적 표현을 쓰기도 했다.임 전 회장은 자신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킨 의협 대의원회를 두고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 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사실상 탄핵 불복 의사를 밝혔다. 한 의료계 인사는 “의협 내분이 계속 이어지면서 국회와 정부를 향해 의사단체가 한 목소리를 내는 건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11-13
    • 좋아요
    • 코멘트
  • 임현택 “박단-배후 밝힐것…대의원회 폐지 추진” 사실상 탄핵 불복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새 지도부 구성을 놓고 내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10일 불신임안이 통과된 임현택 전 회장은 사실상 탄핵 불복을 선언했고, 임 전 회장 탄핵을 주도한 전공의 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 선출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며 엄중 경고를 받았다. 일각에선 비대위원장 선출 후에도 의료계가 국회와 정부를 향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불신임안 통과를 앞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비공개로 돌렸던 임 전 회장은 12일 밤부터 활동을 재개하고 “의협 비대위원장과 회장 선거가 왜 필요한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모든 권한과 책임 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날을 세웠다. 전 회원 투표로 자신이 정당하게 선출됐는데 전공의 대표인 박 위원장이 일부 세력과 함께 자신을 부당하게 탄핵시켰다는 취지다.임 전 회장은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시키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줘 넘어간 거 자체가 제 잘못”이라면서도 “박 위원장과 그를 배후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들을 해 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는 글도 남겼다. 자신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킨 의협 대의원회를 향해선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 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사실상 탄핵 불복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임 전 회장은 비대위원장에 출마한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을 비꼬는 글도 올렸으며 박 위원장을 향해 “구역질난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지우기도 했다.한편 박 위원장은 13일 투표 전 “비대위원장으로 박 교수를 추천한다. 각 병원 전공의 대표 72명이 해당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했다”는 글을 의협 대의원들에게 전달해 논란이 됐다. 의협 대의원회는 박 위원장에게 “의료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특정 후보를 불리하게 할 수 있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려 선거에 영향을 준 사실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 의료계 인사는 “개원의 일부의 지지를 받는 임 전 회장과 전공의 대표인 박 위원장의 불화가 탄핵 이후도 이어지면서 의사단체가 한 목소리를 내는 건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했다.한편 의협은 내년 1월 2일부터 회장 보궐선거를 진행해 이르면 4일, 늦어도 8일에는 새 수장을 선출하겠다는 일정을 발표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11-13
    • 좋아요
    • 코멘트
  • ‘의사 배출 절벽’ 현실화…내년 필기시험 접수 인원 90% 줄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대생 대부분이 휴학한 가운데 본과 4학년이 내년 1월 치르는 의사 국가시험 필기 시험에 304명만 접수했다. 이로서 매년 3000명 가량 배출되던 신규 의사가 내년에는 10분의 1 수준만 배출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1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접수를 마감한 제89회 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에 304명이 신청했다. 올해 1월 제88회 필기시험에 3270명이 접수해 3212명이 응시한 것과 비교하면 지원자가 약 9%로 줄어든 셈이다.의사 국가시험은 매년 9, 10월 실기시험을 보고 이듬해 1월 필기시험을 치르는데 올 9월 제89회 실기시험에는 364명이 접수했고 이 가운데 347명이 응시했다. 응시자 중 전년도 불합격자 등을 제외한 올해 의대 본과 4학년생은 159명에 불과했다.의사 국가시험은 임상실습 기간(2년간 총 52주, 주당 36시간)을 채운 의대 졸업생이나 6개월 이내 졸업 예정자가 응시할 수 있다.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본과 4학년생이 대부분 휴학해 실습 기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면서 응시 자격을 얻지 못한 것이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최창민 위원장은 “의사 배출 절벽이 현실화된 것”이라며 “2, 3년 뒤 레지던트를 해야 할 인원이 대부분 배출되지 않아 의료 현장에도 타격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정부는 본과 4학년의 휴학과 복귀 규모가 드러날 이달 말 이후 의사 국가시험 추가 시행 여부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본과 4학년생들이 최대한 교육과정을 이수해 의사 국가시험을 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한편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도 올해 5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학회는 12일 오후 5시 마감된 내년도 제68차 전문의 자격시험에 566명이 원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올해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 2782명의 20.3%에 불과한 수치다. 불합격자 등을 고려하면 내년에 배출되는 전문의 수는 500명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진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의정 갈등을 풀기 위해 야당과 의료계 일부 단체를 제외한 상태에서 여야의정 협의체를 가동했다”며 “의료 교육 시스템이 멈췄다. 후폭풍을 우선 점검하고 해결 가능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4-11-13
    • 좋아요
    • 코멘트
  • [단독]의료계 “내년 의대 정시 1차합격자 줄이자” 선발 축소 요구 논란

    의사단체가 11일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에 2025학년도 의대 합격자를 줄이는 방안으로 ‘수시 미충원 이월 중단’과 ‘정시 1차 합격자 배수 조정’ 등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업계에선 “수시와 정시 합격자가 최대 절반으로 줄면서 수험생과 학부모의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단체에선 협의체를 앞두고 당정에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줄여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복귀를 유도할 수 있고 휴학한 의대생이 복귀한 후 내년도 수업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의대 신입생 3118명을 선발하는 수시 전형의 경우 미충원 인원을 이월하지 않는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시의 경우 대학 6곳까지 지원할 수 있는데 중복 합격한 이들이 상위권 대학으로 이동하면 차점자를 올려 추가 합격시킨다. 3, 4차 추가 합격을 진행한 후에도 결원이 생기면 해당 인원을 정시 전형으로 이월시킨다. 2024학년도 입시에서 의대 39곳의 수시 모집인원은 1658명이었는데 이월된 인원은 33명으로 2%가량에 불과했다. 하지만 의사단체에선 ‘미충원’ 요건에 추가 합격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합격자만 합격시킬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이 경우 수시 모집인원이 절반가량으로 줄 수 있다. 의사단체에선 보통 3배수를 선발하는 정시 1차 서류 합격자를 1.5∼2배만 뽑자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험생은 정시 전형에서 가, 나, 다군 대학 3곳까지 지원할 수 있다. 최초 합격자가 아닌 경우 지원자들에게 예비 번호가 부여되고 수시와 마찬가지로 중복 합격자가 상위권 대학으로 이동하면 추가 합격을 진행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1492명을 선발하는 정시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나온 대안”이라며 “1차에서 3배수를 뽑으라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대학이 취할 수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입시업계에선 “1.5배수만 선발하면 정시 선발 인원도 최대 절반가량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최상위권 대학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지방 의대는 정시에서 거의 못 뽑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의사단체는 또 정시를 마친 후 대학이 진행하는 추가모집도 중단하라는 입장이다. 수시와 정시 합격자가 모두 반 토막 나면 내년도 의대 신입생은 올해보다 줄어들 수 있다. 정부는 의사단체의 요구가 무리하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시 이월, 정시 합격자 배수 조정 등은 대학 소관이지만 의사단체 요구대로 할 경우 대학을 상대로 수험생 학부모의 소송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11-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생후 2개월 안된 영아… 국내 첫 ‘백일해’ 사망

    호흡기 감염병인 백일해 사망자가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발생했다. 생후 2개월 미만의 영아인데, 보건당국은 “1세 미만 영아가 고위험군인 만큼 임신부와 가족도 예방접종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12일 질병관리청은 “백일해로 입원 치료를 받던 영아가 증상이 악화돼 4일 숨졌다”고 밝혔다. 이 영아는 백일해 1차 예방접종 대상인 생후 2개월 미만으로 접종 전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가 지난달 3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백일해는 백일해균 감염으로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으로 감염 초기 기침, 콧물 등 감기 증상을 보이다 심하면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인다. 어릴수록 사망률이 높으며 특히 1세 미만은 폐렴, 뇌출혈 등으로 사망할 수 있다. 가족 내 2차 발병률이 80%에 달할 정도로 전염성도 높다. 백일해 유행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국내에서도 이달 첫째 주까지 올해 누적 환자가 3만332명으로 지난해 전체 환자(292명)의 104배에 달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호흡기 질환 감염이 줄었는데, 당시 면역도 약해져 백일해가 다시 유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생후 2, 4, 6개월 등에 하는 정기 예방접종 외에도 산후조리원 근무자 등 백일해 고위험군과 접촉하는 경우 최소 접촉 2주 전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임신 3기(27∼36주) 임신부가 예방접종을 하면 영아가 백일해 면역을 갖고 태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11-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75cm에 82kg 남성, 비만일까… 건보 “기준 상향” 갑론을박

    “저는 한 번도 스스로 비만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경기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이모 씨(26)는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긴 하지만 운동을 평균 주 4회 하면서 체중을 관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키 180cm, 몸무게 87kg으로 체질량지수(BMI)는 26.9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kg)를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것으로 정부는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한다.국민건강보험이 운영하는 연구원에서 “서구화된 식습관 등을 고려할 때 비만 기준을 ‘BMI 25 이상’에서 ‘BMI 27 이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의 비만 인구는 800만 명가량 줄며 반 토막 나게 된다. 일각에선 비만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준을 완화하면 경각심이 무뎌질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21년 추적 관찰 “BMI 25 사망 위험 가장 낮아”1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공단 산하 건강보험연구원은 8일 학술대회에서 2002, 2003년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847만 명의 빅데이터를 21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먼저 BMI에 따른 사망 위험을 분석했는데 “BMI 25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망 위험은 저체중인 BMI 18.5 미만과 고도 비만인 35 이상에서 BMI 25일 때보다 각각 72%, 64% 높았다. 특히 BMI 29 이상이면 사망 위험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BMI와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분석했는데 “고혈압, 당뇨병 등 심뇌혈관질환의 경우 BMI가 높아질수록 위험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이 역시 BMI 25를 비만 기준으로 정할 근거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원의 이선미 건강관리연구센터장은 “사망 및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동시에 고려할 때 현행 비만 기준을 최소 27 이상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했다. 기준이 바뀔 경우 키 175cm인 성인 남성의 경우 몸무게 82.7kg 이상, 162cm인 성인 여성의 경우 70.9kg 이상이어야 비만이 된다. 현재 기준보다 남성은 6.1kg, 여성은 5.2kg 체중이 더 나가야 비만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2022년 기준으로 전체 국민 중 약 800만 명이 BMI 25∼27 구간에 있기 때문에 기준이 바뀔 경우 비만 인구는 ‘1637만 명’에서 ‘840만 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2022년 기준으로 37.2%인 비만율도 절반가량으로 줄어든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0년 전 분석에선 BMI 23에서 가장 낮은 사망 위험을 보였다”며 “유년기부터 기름진 음식에 노출된 세대가 많아지면서 관련 질병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의료계 일각 “비만 기준 변경 신중해야”현재 세계 각국은 사망 위험과 질병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비만 기준을 정하고 있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위원회 분류를 대한비만학회가 받아들이면서 이에 따라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정했다. 아시아인은 체중이 적게 나가더라도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잘 걸린다고 해서 비만 기준을 다소 낮게 정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BMI 30 이상, 중국은 28 이상을 비만으로 간주한다. 일본은 자체 연구를 거쳐 2014년부터 남성은 BMI 27.7 이상, 여성은 26.1 이상일 때 비만으로 간주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부 활동이 줄고 비만 인구가 늘어난 상황을 감안해 비만 기준 완화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성인의 BMI 25 기준 비만율은 2014년 31.5%에서 2022년 37.2%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현행 기준은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건강 위험이 증가한다는 분석에 기반한 것”이라며 “관련 연구가 더 축적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준 변경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11-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75㎝ 83㎏ 뚱뚱한 몸 아니다?…한국인 BMI 25→27로 높여야 하는 이유

    “저는 한 번도 스스로 비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경기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이모 씨(26)는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긴 하지만 운동을 평균 주 4회 하면서 체중을 관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키 180cm, 몸무게 87kg으로 체질량지수(BMI)는 26.9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를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것으로 정부는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한다.국민건강보험이 운영하는 연구원에서 “서구화된 식습관 등을 고려할 때 비만 기준을 ‘BMI 25 이상’에서 ‘BMI 27’ 이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의 비만 인구는 반 토막 나게 된다. 일각에선 비만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준을 완화하면 경각심이 무뎌질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21년 추적 관찰 “BMI 25 사망 위험 가장 낮아”1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공단 산하 건강보험연구원은 8일 학술대회에서 2002, 2003년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847만 명의 빅데이터를 21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연구원은 먼저 BMI에 따른 사망 위험을 분석했는데 “BMI 25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망 위험은 저체중인 BMI 18.5 미만과 고도 비만인 35 이상에서 BMI 25일 때보다 각각 72%, 64% 높았다. 특히 BMI 29 이상이면 사망 위험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원은 BMI와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정도 역시 분석했는데 “고혈압, 당뇨병 등 심뇌혈관 질환의 경우 BMI가 높아질수록 위험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이 역시 BMI 25를 비만 기준으로 정할 근거로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원의 이선미 건강관리연구센터장은 “사망 및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동시에 고려할 때 현행 비만 기준을 최소 27 이상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했다.기준이 바뀔 경우 키 175cm인 성인 남성의 경우 몸무게 82.6kg, 162cm인 성인 여성의 경우 70.8kg 이상이어야 비만이 된다. 현재 기준보다 남성은 6.1kg, 여성은 5.3kg 체중이 더 나가야 비만으로 분류되는 것이다.2022년 기준으로 전체 국민 중 약 900만 명이 BMI 25~27 구간에 있기 때문에 기준이 바뀔 경우 비만 인구는 ‘1738만 명’에서 ‘840만 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2022년 기준으로 37.2%인 비만율도 절반 가량으로 줄어든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0년 전 분석에선 BMI 23에서 가장 낮은 사망 위험을 보였다”며 “유년기부터 기름진 음식에 노출된 세대가 많아지면서 관련 질병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의료계 일각 “비만 기준 변경 신중해야”현재 세계 각국은 사망 위험과 질병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비만 기준을 정하고 있다.한국은 2000년대 초반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위원회 분류를 대한비만학회가 받아들이면서 이에 따라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정했다. 아시아인은 체중이 적더라도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잘 걸린다고 해서 비만 기준을 다소 낮게 정한 것이다.반면 미국은 BMI 지수 30 이상, 중국은 BMI 28 이상을 비만으로 간주한다. 일본은 자체 연구를 거쳐 2014년부터 남성은 BMI 27.7, 여성은 26.1 이상일 때 비만으로 간주한다.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부 활동이 줄고 비만 인구가 늘어난 상황을 감안해 비만 기준 완화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성인의 BMI 25 기준 비만율은 2014년 31.5%에서 2022년 37.2%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현행 기준은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건강 위험이 증가한다는 분석에 기반한 것”이라며 “관련 연구가 더 축적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준 변경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11-11
    • 좋아요
    • 코멘트
  • 의협, 임현택 회장 탄핵 가결…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가능성

    전국 의사 14만 명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임현택 회장이 10일 취임 6개월 만에 회장직을 상실했다. 정부와 의료계에선 새 지도부가 꾸려지는 대로 의협이 여야의정 협의체 등에 전향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선 대의원 246명 중 224명(91.1%)이 투표에 참여해 이 중 170명(75.9%)이 임 회장 불신임안에 찬성했다. ‘대의원 3분의 2 이상 출석 및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란 불신임안 통과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현직 회장 불신임안이 가결된 건 1908년 의협 창립 후 두 번째다. 의협 내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임 회장은 의정 갈등 국면에서 투쟁력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며 올 5월 취임했다. 하지만 취임 직후부터 각종 실언으로 구설수에 올랐으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및 의대생 단체와 주도권 다툼을 벌이며 갈등을 빚었다. 최근에는 자신을 비방한 지역의사회 임원을 고소한 후 취하 대가로 1억 원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또 이날 의협 대의원들은 회장 공백 사태를 맞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비대위원장은 13일에 선출하고, 이후 한 달간 준비를 거쳐 차기 회장을 뽑는다. 비대위 구성과 함께 여야의정 대화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새 비대위에 전공의를 많이 참여시키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협의체 참석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비대위로 가는 의협 “전공의와 함께 여야의정 참여 여부 논의”잇단 막말 임현택 회장 6개월만에 탄핵전공의 의견 반영 새 지도부 구성… 비대위장에 차기 회장 출마 자격여야의정 협의체 오늘 ‘반쪽 출범’총리-교육장관 참여… 野는 불참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에 대해 불신임안이 통과된 것은 2014년 노환규 전 회장 이후 두 번째다. 임현택 회장이 의정 갈등 국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막말과 실언을 거듭하자 대의원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의협은 전공의와 의대생 의견을 반영한 새 지도부를 구성할 방침이어서 이후 여야의정 협의체 등에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임 6개월 동안 끊임없는 구설수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을 지낸 임 회장은 의료계 내부에서 ‘초강성’으로 분류된다. 올 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 찾아가 “의료 개혁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다 끌려 나가는 등 투쟁력을 인정받아 3월 의협 수장으로 선출됐다.하지만 5월 초 취임 직후부터 막말과 실언을 거듭해 역풍을 맞았다. 6월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 사진을 올리며 “이 여자 제정신인가”라고 해 논란이 됐다. 지난달에는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을 지목하며 “정신분열증 환자의 ×소리”라고 했다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지적을 받고 사과했다.6월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일방적으로 ‘무기한 휴진’ 방침을 밝혔다가 “우리가 장기판 졸인가”라는 시도의사회장들의 반발을 사고 철회하는 등 대정부 투쟁에서도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의료 공백 사태의 키를 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및 의대생 단체와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전공의·의대생 대표로부터 “어떤 테이블에도 임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는 성명이 나오기도 했다. 혼란과 내부 분열이 이어지는 사이 내년도 의대 증원은 정부 계획대로 진행됐고, 간호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임 회장은 지난달 불신임안이 두 번째로 발의되자 SNS 계정을 삭제하고 대의원 전원에게 서신을 보내며 사과 및 재발 방지를 다짐했지만 탄핵 분위기를 바꾸진 못했다.● “비대위에서 협의체 참여 여부 결정”의협은 회장 자리가 공백이 된 만큼 13일 비상대책위원장을 뽑고, 다음 달 차기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10일 브리핑에서 “비대위에 전공의가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본다. (비대위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해 협의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가능성을 열어놨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도 8일 임 회장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의협은 의정 갈등 상황을 감안해 비대위원장이 차기 회장에 출마할 수 있게 했다. 의협 관계자는 “전공의, 의대생과 소통할 수 있는 비대위원장이 의정 갈등 국면을 이끈 후 차기 회장이 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원장 및 차기 회장 후보로는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주수호 전 의협 회장 등이 거론된다.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9월 초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는 11일 두 달 만에 가동을 시작한다. 정부에선 의사단체가 반대하는 장상윤 비서관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제외하는 대신 직급을 올려 한덕수 국무총리와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참여한다. 여당에선 김성원 이만희 한지아 의원이 참여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참여하지 않고, 의료계에선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KAMC)와 대한의학회만 참여한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에서 책임자 문책, 내년도 의대 증원 재조정, 협의체 결과 존중 등 입장 변화가 있다면 의협 입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4-11-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여자 제정신” “X소리” 막말로 자충수 둔 의협회장, 결국 탄핵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에 대해 불신임안이 통과된 것은 2014년 노환규 전 회장 이후 두 번째다. 임현택 회장이 의정 갈등 국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막말과 실언을 거듭하자 대의원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의협은 한 달 후 전공의와 의대생 의견을 반영한 새 지도부를 구성할 방침이어서 이후 여야의정 협의체 등에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임 6개월 동안 끊임없는 구설수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을 지낸 임 회장은 의료계 내부에서 ‘초강성’으로 분류된다. 올 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 찾아가 “의료개혁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다 끌려 나가는 등 투쟁력을 인정받아 3월 의협 수장으로 선출됐다.하지만 5월 초 취임한 직후부터 막말과 실언을 거듭해 역풍을 맞았다. 6월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 사진을 올리며 “이 여자 제정신인가”라고 해 논란이 됐다. 지난달에는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을 지목하며 “정신분열증 환자의 ×소리”라고 했다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지적을 받고 사과했다.6월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일방적으로 ‘무기한 휴진’ 방침을 밝혔다가 “우리가 장기판 졸인가”라는 시도의사회장들의 반발을 사고 철회하는 등 대정부 투쟁에서도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의료공백 사태의 키를 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및 의대생 단체와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전공의·의대생 대표로부터 “어떤 테이블에도 임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는 성명이 나오기도 했다. 혼란과 내부 분열이 이어지는 사이 내년도 의대 증원은 정부 계획대로 진행 중이고, 간호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임 회장은 지난달 불신임안이 두 번째로 발의되자 SNS 계정을 삭제하고 대의원 전원에게 서신을 보내며 사과 및 재발 방지를 다짐했지만 분위기를 바꾸진 못했다.● 의협 새 지도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가능성의협은 회장 자리가 공백이 된 만큼 13일 비상대책위원장을 뽑고 다음 달에 차기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비대위에 전공의가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본다. (비대위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해 협의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가능성을 열어놨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도 8일 임 회장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의협은 의정갈등 상황을 감안해 비대위원장이 차기 회장에 출마할 수 있게 했다. 의협 관계자는 “전공의, 의대생과 소통할 수 있는 비대위원장이 의정갈등 국면을 이끈 후 차기 회장이 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원장이나 차기 회장 후보로는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주수호 전 의협 회장 등이 거론된다.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9월 초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는 11일 두 달 만에 가동을 시작한다. 정부에선 의사단체가 반대하는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를 제외하는 대신 직급을 올려 한덕수 국무총리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참여한다. 여당에선 김성원 이만희 한지아 의원이 참여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참여하지 않고 의료계에선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KAMC)와 대한의학회만 참여한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에서 책임자 문책, 내년도 의대 증원 재조정, 협의체 결과 존중 등 입장 변화가 있다면 의협 입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11-10
    • 좋아요
    • 코멘트
  • ‘실언 구설수’ 임현택 의협회장, 취임 6개월만에 탄핵

    전국 의사 14만 명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임현택 회장이 10일 취임 6개월 만에 회장직을 상실했다. 정부와 의료계에선 새 지도부가 꾸려지는 대로 의협이 여야의정 협의체 등에 전향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선 대의원 246명 중 224명(91.1%)이 투표에 참여해 이 중 170명(75.9%)이 임 회장 불신임안에 찬성했다. ‘대의원 3분의 2 이상 출석 및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란 불신임안 통과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회장 불신임안이 가결된 건 1908년 의협 창립 후 두 번째다.의협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임 회장은 의정 갈등 국면에서 투쟁력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며 올 5월 취임했다. 하지만 취임 직후부터 각종 실언으로 구설수에 올랐으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및 의대생 단체와 주도권 다툼을 벌이며 갈등을 빚었다. 최근에는 자신을 비방한 지역의사회 임원을 고소한 후 취하 대가로 1억 원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또 이날 의협 대의원들은 회장 공백 사태를 맞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새 비대위원장은 13일에 선출하고, 이후 한 달간 준비를 거쳐 차기 회장을 뽑는다.새 비대위 구성과 함께 여야의정 대화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새 비대위에 전공의를 많이 참여시키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11-10
    • 좋아요
    • 코멘트
  • 英, 간호사에 미용의료 개방해 경쟁 유도… 독립기관서 안전관리

    “등록된 미용 간호사와 맞춤형 치료 계획을 상담해 보세요.”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유니온 스테이션 역. 역사 지하상가의 한 미용의원에는 이 같은 홍보문구가 걸려 있었다. 내부에는 백인 여성 2, 3명이 간호사에게 시술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최근 정부와 의료계에선 의대를 갓 졸업한 일반의가 미용의원에서 월 1500만 원가량을 받으며 필수과 전문의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현실을 바꿔야 ‘미용성형 공화국’ 문제가 해소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해법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미용의료 개방’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자격이 있는 일부 간호사가 보톡스 주사 등 미용 시술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 호주 등에서도 간호사가 제한적으로 미용 시술을 할 수 있다. 다만 네트워크 미용의원처럼 부실 시술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막으려면 자격은 개방하되 품질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호사에게 미용 시술을 허용하는 영국의 경우 독립기관인 사회서비스품질위원회(CQC)에서 미용 시술을 포함한 의료 행위가 환자의 안전을 해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미용의료에 특별소비세를 부과하고 이를 필수의료 지원에 쓰자는 의견도 있다.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미용의료에서 일하는 일반의도 교육을 받고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서 보건의료 시스템을 이용한다”며 “이 시스템이 지속가능하게 유지되도록 세금을 더 내게 하고 이를 필수의료에 투자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특별소비세 도입을 두고 일반 진료에 대해 면제하는 부가가치세(10%)를 이미 미용의료에선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추가로 세금을 내게 할 경우 소비자 부담만 늘어나는 결과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국 정부는 ‘미용성형 쏠림 현상’을 개선하겠다며 올 2월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에서 보톡스, 필러 등 미용 시술 중 일부를 의사 면허 없이 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사들이 소득이 높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좋은 미용성형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게 필수의료의 문제”라며 경쟁을 통해 기대소득을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사들은 “환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정부는 올 8월 내놓은 ‘의료개혁 1차 실행 방안’에서 원론적 개방 방침만 재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개방 범위 등에 대해선 논의에 속도를 못 내고 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토론토=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4-11-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보톡스 반값에 해드려요”… 필수의료 생존 위협하는 공장식 네트워크 의원들

    “어떤 시술을 원하시나요.” 지난달 28일 오후 6시 반경 경기 고양시의 한 네트워크 미용의원. 지하철역 인근 빌딩 1개 층을 모두 사용하는 이곳에 들어서자 백화점 고객센터처럼 꾸며진 접수 공간이 나타났다. 접수가 끝나자 5분 만에 나타난 상담실장은 기자의 피부를 보며 몇 가지 시술을 추천했다. “미리 생각해 놓은 게 있다”고 하자 해당 시술 비용 14만9000원을 결제하라고 했다. 이후 안내를 받고 시술실로 이동해 병상에 눕자 3분가량 지난 후 의사가 나타났다. 의사는 “고주파 시술 맞느냐”고 묻더니 기기를 가동해 약 10분 동안 얼굴 지방 세포를 줄이는 시술을 진행한 뒤 방을 나갔다. 이어 바로 옆 시술실로 이동해 5분가량 얼굴에 탄력을 더해 준다는 다른 고주파 시술을 받았다. 최근 미용성형 업계에선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네트워크 미용의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날 기자가 찾은 곳도 전국에 지점 30여 곳을 둔 미용의원이었는데 ‘공장식 저가 시술’을 내세워 고객을 끌어들이는 곳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문제는 네트워크 의원이 고액의 급여를 내세우며 일반의를 흡수하는 탓에 ‘미용성형 쏠림 현상’과 ‘필수의료 고사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월급 1500만원” 일반의 데려가… “영상 하나만 보고 필러 시술도”〈하〉 공장식 ‘네트워크 미용의원’ 확산가격 절반 낮추고 시술 시간 최소화… 지점 수십 곳 공장식 박리다매 운영갓 면허 딴 일반의도 시술에 투입… 사직 전공의들도 영입 타깃으로“필수의료 의사 탈출구 방치 안돼”올해 8월 28일 서울 강남구의 한 네트워크 미용의원.번화가 대형 빌딩에 있는 로비에 들어서자 3개 층이 내부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자가 “처음 왔다”고 하자 접수대에선 “30분가량 기다려 달라”는 말이 돌아왔다. 대기실에 앉아 있으니 영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이 들렸다. 일대일 상담에서 “얼굴을 깨끗하게 만들고 싶다”고 하자 상담실장은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는 미용 시술을 권했다. 3만8500원을 결제하자 별도 공간으로 안내해 시술을 진행했는데 시술 시간은 20분가량이었다.● “의대 졸업만 하면 월 1500만 원 지급”네트워크 미용의원은 많게는 수십 개의 지점이 같은 브랜드명을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된다. 장비를 공동 구매하고 시술 절차를 표준화하면서 단가를 낮춰 경쟁력을 확보한다. 미용의료 애플리케이션(앱)에 따르면 턱 보톡스 주사의 경우 평균 시술 가격이 약 3만2000원인데 한 네트워크 미용의원은 절반 남짓인 1만9000원을 받고 있었다. 미용의료는 대부분 비급여이다 보니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전을 안 받는 대신 의사가 시술비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를 고용하고, 의사 투입 시간을 최소화하며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명문대 출신 의료진과 세련된 인테리어, 야간 진료 등을 강조하는 마케팅도 공동으로 진행한다.네트워크 미용의원에서 피부 진단과 시술 추천, 결제 등은 모두 상담실장이 맡는다. 의사는 상담실장으로부터 “1번 방으로 와 달라”는 식의 요청을 받고 간단한 확인을 거친 후 주사를 놓거나 시술을 한다. 의료기기가 아닌 경우는 피부관리사나 간호조무사 등이 시술을 맡으며 컨베이어 벨트처럼 효율적으로 움직인다.한 미용의원 관계자는 “의사는 매뉴얼대로 시술만 하면 되니 큰 부담이 없다.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상담실장이 불만 대응과 사후 진료, 환불 등 전 과정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네트워크 미용의원은 의사 국가시험(국시)을 갓 통과한 일반의를 고용하고 최근까지 월 1000만∼1500만 원을 줬다. 또 지점을 차리길 원하는 의사가 있으면 설립과 운영, 홍보 등을 맡아 지원해 준다. 의료계에선 일반의 의원 의사 연봉이 2010년 1억530만 원에서 2020년 1억9555만 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배경에 네트워크 의원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네트워크 미용의원에서 근무했던 일반의 박모 씨는 “의대만 나오면 네트워크 의원에서 일하며 월 15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데 왜 힘들게 수련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국시에 합격한 후 전문과 수련을 택한 신규 레지던트는 2013년 3414명에서 2022년 2877명으로 줄었다. 최근에는 병원을 이탈한 사직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네트워크 미용의원의 새로운 영입 타깃이 되고 있다.● “영상 하나 보고 진료 투입되기도”네트워크 미용의원의 경우 ‘박리다매’ 방식이다 보니 회전율을 높여 단시간에 많은 환자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의사들이 고객의 상황을 면밀하게 체크하지 못한 채 시술하는 경우가 많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병원에선 환자의 과거 진료 이력을 보고 현 상태에 대한 설명을 들은 다음 그에 맞는 처방을 하는데 네트워크 미용의원에는 그런 과정이 없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고 설명했다.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일반의들이 시술에 투입되기도 한다. 네트워크 미용의원에서 1년간 근무했던 김모 씨는 “간단한 튜토리얼 영상 한 개만 보여주고 환자 이마에 필러 주사를 놓게 했다”며 “필러는 피부와 유사한 물질을 주사기로 삽입하는 것인데 이마에 주사할 경우 실명 위험이 있어 아찔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미용의원에서 7개월가량 월급을 받으며 일했던 일반의 이모 씨(28)는 “대표가 주사기 재사용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패키지로 구매하면 더 저렴하다”며 상담실장이 과잉 시술을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네트워크 의원을 둘러싼 불법 논란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모회사 격인 병원경영지원회사(MSO)가 실질적으로 소유하면서 ‘의료인만 병원을 경영할 수 있고, 어느 의료인도 병원 둘 이상을 경영할 수 없다’는 현행법을 어기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MSO는 지점 개원 시 투입 자본을 지점 대표와 일정 비율로 나눠 투자하는 대신 매출의 10% 안팎을 마케팅비 명목으로 받아간다. 법률사무소 해울 신현호 변호사는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병원 매출의 일정 비율을 상시적으로 가져갈 경우 불법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채동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네트워크 미용의원이 영리성을 극대화하면서 붕괴된 필수의료 의사들의 탈출구가 되고 있다”며 “한국의 기형적 의료 시스템을 바꾸면서 네트워크 의원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도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의 의료기관 종별을 구분해 관리하며 지나친 영리화를 방지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양=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4-11-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이 80명 진료비, 2명 시술로 벌어” 필러주사 놓는 소아과 의사들

    《환자당 수입 1만9000원 vs 9만7000원… 소아과-미용의원 의사의 하루의료계에선 필수의료의 낮은 수가 때문에 ‘미용 성형 공화국’이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수의료에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필수과 전문의 상당수가 미용 의료를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두 의사의 하루를 들여다본 결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환자 한 명당 1만900원을 버는 반면 미용 의원 일반의는 9만 7000원으로 5배 이상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필수과와 미용의료의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소아과에서 일하는 24년 차 전문의와 미용의원에서 일했던 2년 차 일반의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소아과 24년차 의사 이보람 씨의 하루환자 87명 보고 한명당 1만9000원 수입 “화장실 시간 줄이려 진료실 옆 새로 지어고정비 부담에 미용의원 함께 운영한적도”“아이가 밤새 기침을 했다고요? 입을 ‘아’ 하고 벌려 보세요.” 올해 8월 21일 인천 서구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운영하는 24년 차 전문의 이보람(가명·54) 씨의 하루는 여느 때처럼 아이들의 기침 소리와 함께 시작했다. 이날 이 씨의 병원에는 오전 8시 40분경부터 기침, 설사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찾아온 아이와 보호자가 줄을 섰다. 오전 9시에 진료를 시작한 이 씨는 장염에 걸린 16개월 남아를 진료하고 2만300원, 기관지염과 알레르기성 비염 및 급성 부비동염을 앓는 7세 여아를 진료하고 1만2610원, 급성 인두염과 기능성 장 장애를 앓는 4세 여아를 진료하고 1만3240원을 벌었다. 이는 환자가 내는 돈과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수가를 더한 것이다. 병원에는 그 밖에도 위장염, 결막염, 급성 상기도감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등이 줄을 이었다. 이날 오후 7시까지 이 씨가 진료한 환자는 총 87명으로 수입은 총 168만9260원이었다. 환자 1명당 약 1만9000원꼴이다. 이 씨는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1시간에 10명가량의 환자를 계속 봤다. 진료를 마친 그는 “오늘 특별히 환자가 많진 않았다”며 “환절기 등에 환자가 몰리면 화장실 한 번 가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병원 밖에 있는 화장실 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진료실 옆에 화장실을 추가로 만들었다고 한다.이 씨는 소아과만으로 수익이 나지 않아 최근까지 바로 옆에 미용의원을 차려 놓고 보톡스, 필러 등의 시술을 진행했다. 그는 “피부와 유사한 물질을 주사기로 피부 밑에 삽입하는 필러 시술은 1cc당 18만 원을 받았다. 이마 등 얼굴 전체에 하면 8cc가량 시술하고 할인을 좀 해주며 100만 원을 받았다”며 “얼굴 전체에 필러 시술을 하는 환자 2명만 보면 하루 종일 아픈 아이들 70, 80명 진료하는 것과 수입이 같은 것”이라고 했다. 최근 호흡기 환자가 늘면서 소아과 진료에 집중하기 위해 미용의원 문을 닫았다는 이 씨는 “임차료와 간호사 급여 등 고정비로만 월 2000만, 3000만 원가량이 나가는데 수가는 물가만큼 오르지 않는다”며 “주위에도 소아과를 접고 미용의료를 배우는 동료가 많다. 갈수록 희귀종이 되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2021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아과 의원 의사의 연봉은 2010년 1억2994만 원에서 2020년 1억875만 원으로 2000만 원가량 줄었다.미용의원 2년차 의사 김송이 씨의 하루50명 진료하고 한명당 9만7000원 수입“환자 없는 시간엔 동료들과 티타임도”월급의사 김씨, 개원의 이씨의 2배 벌어“지원한 레지던트 전공에서 탈락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 편이라고 느꼈습니다.”올해 3∼7월 경기 화성시의 한 미용의원에서 근무했던 2년 차 일반의 김송이(가명·29) 씨는 9월 초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자신의 하루 진료 기록을 제출했다. 김 씨가 일했던 미용의원은 오전 10시 반∼오후 8시 반 진료를 하는데 필러와 보톡스를 함께 하는 경우 12만 원, 얼굴 레이저 리프팅 풀코스는 12만 원, 초음파 리프팅은 90만 원을 받았다.김 씨는 “직장 근무를 마치고 오는 20∼40대 여성이 주 고객이다 보니 낮 시간에는 1시간에 3명 정도만 보면서 가끔 동료들과 커피타임도 가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을 합쳐 1시간 반이 보장됐고 손님이 몰리는 오후 6시 반∼8시 반에만 시간당 10명 정도를 시술하면 됐다.김 씨는 하루에 50명을 진료하고 485만 원의 수입을 올렸는데 1명당 낸 돈은 평균 9만7000원이었다. 소아과 전문의 이 씨와 비교하면 환자는 절반가량만 보고 3배 정도 수입을 더 올린 것이다. 진료비는 모두 비급여로 고객이 직접 냈다.고용돼 일하는 김 씨의 월급은 약 1500만 원으로 이 씨가 병원을 운영해 버는 돈의 2배가량이었다. 미용의원은 상담실장이 1차로 고객을 상담한 후 시술이 진행되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도 직원이 대응하기 때문에 손님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많지 않다.경쟁이 치열해도 미용성형의원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은 가격 구조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미용의료에 관심이 많다는 김수아 씨(24)는 “미용시술 비용을 비교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긴 하지만 현장에 가면 추가금이 붙는 구조가 많아 정확한 시세를 알기 어렵다”고 했다. 병원마다 신기술을 활용한 각종 주사와 시술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가격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소아과 전문의 연봉이 줄어드는 것과 달리 미용성형 의사들의 소득은 급증세다. 피부과의원 의사 연봉은 2010년 1억7994만 원에서 2020년 3억263만 원으로 70%가량 늘었다. 성형외과의원 의사 연봉도 같은 기간 1억6640만 원에서 2억3208만 원으로 40%가량 증가했다.정부는 “미용성형 시장 쏠림 현상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미용성형 시장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미용 비급여 시장의 성장 속도, 필수의료 인력 유출 상황 등을 먼저 면밀하게 파악해야 정확한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의료사고 우려-소송 리스크에 필수과 더 기피”소아과 레지던트 충원율 7년새 75%P↓산부인과 전공-전임의 47% “분만 안할것”“지금 생각해도 수술이 최선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안 좋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가 조사를 받고 나니 절단 환자를 받는 게 무서워졌습니다.”전북 익산시 원광대병원에서 근무하는 정형외과 전문의 강홍제 교수는 ‘미용성형 공화국’이 생긴 원인 중 하나로 ‘소송 리스크’를 꼽았다. 중증·응급 환자를 보는 의사일수록 맡은 환자가 사망할 확률이 큰데, 최선을 다했더라도 법적으로 면책이 안 되니 전문의들이 필수과에 남아 있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강 교수는 6년 전 팔이 절단된 환자를 수술했는데 환자가 과다출혈로 사망해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경찰에서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고 했다. 또 “혼신의 힘을 다해 수술을 해도 결과가 나쁠 수 있다. 필수과 의사들이 교도소 담장을 걷는 상황을 방치하면 미용성형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의료계에선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을 계기로 소아청소년과가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본다. 신생아 4명이 병원 내 감염으로 숨진 이 사건으로 담당 주치의를 포함해 의료진 3명이 구속되고 7명이 기소됐으나 이들은 2022년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안 그래도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며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소송 리스크까지 불거지자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충원율은 2017년 100.9%에서 2024년 25.9%로 크게 줄었다.산부인과도 마찬가지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산부인과 레지던트 4년 차와 전임의(펠로)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47%가 ‘분만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가장 큰 이유로는 ‘의료 사고 발생 우려’(79%)가 꼽혔다. 수도권에서 분만 병원을 운영하는 산부인과 의사는 “주위에서 소송 안 걸린 산과 의사를 찾기 힘들다. 잘못이 없어도 경찰에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하고 나중에 혐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더라도 그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크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산부인과 의원을 운영하는 강모 씨도 “산과 전문의가 됐지만 아이를 받으며 종합병원에 남기보다 분만을 안 하는 부인과 개원을 택했다”며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항상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최근에도 법원에선 의사에 대한 거액의 배상 판결 등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0월 장이 꼬여 구토하는 신생아를 응급 수술했다가 장애가 남은 사건과 관련해 외과 의사에게 10억 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에게 ‘대동맥 박리’ 진단을 못 내린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는 “최선을 다했는데 돌아오는 게 소송이라면 계속 일에 애정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정부는 소송 리스크로 인한 필수과 기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을 전제로 중재 과정을 거치면 형사 소송 책임을 면제하는 특례를 추진 중이다. 현재는 의료소송 발생 시 민사는 환자가 입증 책임을 지지만, 형사의 경우 과실이 없다는 걸 의료기관이 입증해야 한다. 다만 미용성형은 형사 특례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하지만 환자단체는 “아무리 필수의료라고 해도 형사 소송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하는 것은 과도한 특례”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찍으면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미용 의사의 하루를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사로 구현한 ‘두 의사의 진료실, 누가 얼마나 벌까요(https://original.donga.com/2024/dayofdoctors)’로 연결됩니다.인천=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11-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강남 피부과 5곳중 3곳 “아기 두드러기 진료 안해”

    “한 건물에 많게는 피부과가 7, 8개 있는데 정작 아이 피부 발진이 생기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서울 강남구에서 아들(8)을 키우는 이모 씨(40)는 “주변에 물었더니 피부 질환을 다루는 곳이 많지 않아 대학병원으로 가는 게 낫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간판에는 피부과라고 나와 있어도 막상 가 보면 미용 진료만 하고 피부질환은 다루지 않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미용 의료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의 경우 피부과 진료 의원 5곳 중 3곳은 소아 두드러기 같은 피부 질환 진료를 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28∼30일 서울 강남구에서 피부과 진료를 하는 의원 445곳에 ‘만 3세 자녀의 두드러기 진료가 가능한지’ 문의한 결과 256곳(57.5%)이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두드러기는 가장 기본적인 피부 질환으로 이를 진료하지 않는다는 건 피부 질환을 안 본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진료를 거부한 강남구 피부과 의원들은 “미용 진료만 본다”, “보험 진료는 보지 않는다” 등의 설명을 했다. 일부 의원들은 “피부과 전문의가 있는 곳을 찾아보라”고 권하기도 했다.강남 피부과 넘치는데… “보톡스는 되지만 아토피는 안 봐요”〈상〉 피부과 찾아 헤매는 부모들비전문의 피부과 82% “비급여만”… 법적 ‘진료 거부 행위’ 해당 안돼엄마들 ‘아이 질환보는 피부과’ 공유… 구개열 등 재건 성형외과도 21%뿐“소아 당일 진료는 어려운데 마침 딱 한 자리 남았네요.” 지난달 29일 동아일보 취재진이 서울 강남구의 한 피부과 진료 의원에 전화해 “만 3세 아이의 두드러기 진료를 보고 싶다”고 하자 상담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진료를 보는 이곳은 강남 지역 맘카페에서 ‘아토피 진료 명소’로 유명하다. 피부과는 많은데 정작 피부 질환을 다루는 곳이 많지 않으니 강남구에서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온라인 등으로 ‘급할 때 갈 수 있는 피부과 진료 의원’ 등의 명단을 공유하기도 한다.● “보톡스, 필러 등 비급여 진료만 한다”피부과 진료를 보는 동네병원은 두 가지로 나뉜다. 피부과 전문의가 있는 곳과 일반의 또는 다른 전공 전문의가 피부과 진료를 하는 곳이다. 전자는 간판에 ‘피부과 의원’이라고 쓸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 그렇게 할 수 없고 병원 이름 옆에 ‘진료과목 피부과’라고 써야 한다. 동아일보 조사 결과 강남구에서 피부과 진료를 하는 의원 중 피부과 전문의가 있는 곳은 3분의 1가량에 불과했고 나머지 3분의 2가량은 피부과 전문의가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피부과 전문의가 없는 곳 중 절대 다수(81.5%)는 “피부 질환은 진료하지 않는다”고 했다. 피부 질환을 진료하지 않는 피부과 진료 의원들은 “보톡스, 필러 등 주로 주사나 레이저 등을 이용한 시술만 한다”고 했다. 이들은 유명 연예인이 광고하는 레이저 리프팅 기기 브랜드 입간판을 입구부터 늘어 놓기도 했다. 아예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진료만 한다”는 곳도 있었다. 진료과목으로 피부과를 내걸고 피부 질환을 치료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진료 거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피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 장비나 약품이 없다는 건 법적으로 진료를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진료 거부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피부과는 넘쳐나는데 피부 질환을 다루는 곳을 찾기 어렵다 보니 강남지역 맘카페 등에는 자녀 피부 질환 진료를 받기 위한 ‘꿀팁’도 공유되고 있다. ‘간판에 피부과 의원이라고 나와 있는 곳을 찾아야 발진이나 가려움증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피부과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곳에선 진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등의 내용이다. 실제로 동아일보 조사에서 피부과 전문의가 없음에도 피부 질환 환자를 받겠다고 한 곳 대부분은 소아청소년과나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경우였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중 일부는 저출산으로 미래가 불투명하고 몸이 힘들다며 피부과 진료를 택한다”고 설명했다. 또 올 2월 병원을 떠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중에서도 일반의 자격으로 강남 피부과에 진출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형외과도 ‘풍요 속 빈곤’ 피부과와 함께 미용의료의 핵심으로 꼽히는 성형외과 역시 강남에 많다. 서울 시내 전체 성형외과 전문의 의원 652곳 중 451곳(69.1%)이 강남구에 몰려 있다. 일반의나 다른 전공 전문의가 성형외과 진료를 하는 곳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강남구보건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강남구 의료기관 2929곳 중 성형외과 진료를 하는 곳은 841곳으로 30%에 육박했다. 하지만 피부과와 마찬가지로 성형외과에서도 ‘풍요 속 빈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성형외과 진료를 하는 곳 대부분이 구개열 수술처럼 기형적이거나 손상된 신체를 원형으로 복원하는 ‘재건 성형’은 안 하는 것이다. 올해 8월 강남구보건소에서 성형외과를 진료하는 의원 200곳을 조사한 결과 “재건 수술이 가능하다”고 답한 곳은 42곳(21%)에 불과했다. 5곳 중 4곳에선 사고 등으로 급박한 상황에서 재건 수술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한 강남구 주민은 “중학교 2학년 아들이 최근 유리 파편에 손이 찢어졌는데 집 근처 성형외과에서 모두 봉합이 안 된다고 해 결국 대학병원으로 갔다”고 했다. 강남 피부과와 성형외과에서 아픈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것은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가 낮고 비급여 진료가 더 돈이 되기 때문이다. 미용 목적의 피부 시술이나 성형수술을 하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보니 피부과·성형외과 전문의 외에도 일반의와 다른 전공 전문의가 몰리면서 정작 아픈 환자가 갈 곳은 없어지는 것이다. 배태희 중앙대 광명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성형외과 전문의 중에도 수가가 낮고 법적 리스크가 높다며 개원가에서 미용성형을 주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정부는 올 들어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나 의료개혁 실행 방안 등에서 “미용의료 쏠림 현상을 막겠다”며 미용 시술 중 일부를 간호사 등에게 개방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의사의 반발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4-11-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 외곽까지 늘어난 미용의원… “급한 피부질환도 찾아갈곳 없어져”

    “오후 6시에는 사람이 붐벼서 시술을 받으려면 20, 30분 넘게 대기해야 합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6시 반. 경기 고양시의 한 피부과 진료 의원 대기실에는 여성 5명이 마스크를 쓴 채 시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5분가량 기다리니 여성 2명이 추가로 들어왔다. 대부분 20, 30대로 보였는데 단골인 듯 자연스럽게 접수하고 대기실에 앉았다. 일산 신도시에 위치한 이 곳은 전국 곳곳에 지점을 둔 미용 프랜차이즈 의원 중 하나다. 동아일보 기자가 “두드러기 진료를 볼 수 있느냐”고 하자 “피부과 전문의에게 가는 게 좋겠다. 건강보험 급여 진료는 안 본다”는 답이 돌아왔다. 피부질환을 보지 않고 미용의료만 하는 의원은 2010년대까지 ‘미용의료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등의 형태로 수도권 신도시 인근에도 우후죽순 생기는 모습이다. 일산 신도시에 있는 정발산역 주변에만 22곳의 미용의원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미용의원 중 상당수는 퇴근 후 미용시술을 받는 직장인이 많다 보니 저녁시간대 예약을 잡기 어렵다. 고양시 일산동구의 미용의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이모 씨는 “월∼수요일 오후 6시 전후에 손님이 많다. 가장 붐빌 때는 금요일 오후와 토요일이고 직장 회식이 많아서 그런지 목요일이 한가한 편”이라고 했다. 미용의료 의원이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배경에는 퇴근 후 간단히 받을 수 있는 ‘쁘띠성형’의 유행이 있다. 과거에는 지방흡입, 코 성형, 쌍꺼풀 수술 등 회복 기간이 며칠 걸리는 미용시술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필러, 보톡스, 리프팅 등 당일에도 바로 일상 생활이 가능한 시술이 많다. 교보증권은 2022년 펴낸 보고서에서 “외과적 수술에 비해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며, 시술 시간과 회복 시간이 짧으며, 흉터가 적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쁘띠성형 인기의 이유를 분석했다. 외모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그루밍족’이 늘면서 젊은 남성 중에도 미용의료를 이용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지역 금융회사에 다니는 남성 이모 씨(29)는 “외모는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집 근처에서 꾸준히 피부과를 다니는 남성이 주변에 많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의 미용의료 의원 상담 직원도 “요즘 성별 구분은 크게 없다. 남녀 불문하고 탄력이나 재생을 위한 시술을 하러 많이 찾는다”고 했다. 제모 등 특정 미용의료에만 특화된 의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중구 서대문역의 한 미용의원은 ‘남성 수염 제모만 한다’는 문구를 내걸고 영업 중인데 평일 정장을 입은 남성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강남구와 마찬가지로 신도시 미용의료 의원은 늘었지만 피부 질환 등으로 급할 때 찾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5년째 일하는 직장인 이모 씨(32)는 “턱에 발진이 생겨서 집 근처 피부과를 찾았는데 피부 질환 진료를 안 한다고 해서 회사 근처 피부과 진료 의원에서 약을 받았다. 그런데 2주째 낫지 않아 다시 보니 피부과 전문의가 없는 곳이어서 다시 수소문해 진료를 받았다”고 말했다.고양=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11-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엄마는 천국 가지만… 6명 살린 거란다”

    “엄마는 천국으로 가지만 다른 사람 생명을 살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거란다.” 지난달 1일 쓰러져 삼성서울병원에 뇌사 상태로 입원해 있던 이근선 씨(38)의 딸(9)이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울먹이며 묻자 이 씨의 남편 김희수 씨(41)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이 씨가 심장, 폐장, 간장, 좌우 신장, 안구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1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달 1일 집에서 갑자기 쓰러졌는데 두 자녀가 발견해 즉시 응급실로 이송됐다. 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 씨는 2006년 가족과 함께 “뇌사 상태가 되거나 사망할 경우 장기·조직을 기증하겠다”고 결심하고 기증원에 등록한 상태였다. 김 씨는 “아내가 기증희망등록을 한 것을 알고 있었고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을 하며 다른 이의 몸에서 생명을 이어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또 “아들(10)과 딸에게 엄마가 다른 누군가를 살리고 그 몸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고도 했다. 유족과 기증원에 따르면 이 씨는 경기 화성시에서 1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평소 웃음이 많고 밝은 성격으로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는 편이었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는 걸 즐겼고 피아노 강사 일을 했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미술관에 가거나 공연을 관람하곤 했다. 또 이 씨는 2014년 1월에 뇌하수체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후 올 4월 완치 판정을 받았는데, 이후 반년 만에 쓰러진 것이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 씨는 아내에게 “함께했던 모든 시간이 너무 행복했고 사랑한다. 다시 너를 만나러 갈 때까지 기다려 주면 좋겠다. 아이들과 행복하게 잘 지내 보겠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이 씨가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이자 생명을 살린 영웅으로 기억될 수 있길 희망한다”며 고인과 유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11-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엄마는 위대한 사람”…두 아이 둔 30대, 6명 살리고 “천국으로”

    “엄마는 천국으로 가지만 다른 사람 생명을 살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거란다.”지난달 1일 쓰러져 삼성서울병원에 뇌사 상태로 입원해 있던 이근선 씨(38)의 딸(9)이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울먹이며 묻자 이 씨의 남편 김희수 씨(41)는 이렇게 말했다.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이 씨가 심장, 폐장, 간장, 좌우 신장, 안구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1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달 1일 집에서 갑자기 쓰러졌는데 두 자녀가 발견해 즉시 응급실로 이송했다. 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 씨는 2006년 가족과 함께 “뇌사 상태가 되거나 사망할 경우 장기·조직을 기증하겠다”고 결심하고 기증원에 등록한 상태였다.김 씨는 “아내가 기증희망등록을 한 것을 알고 있었고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을 하며 다른 이의 몸에서 생명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또 “아들(10)과 딸에게 엄마가 다른 누군가를 살리고 그 몸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도 했다.유족과 기증원에 따르면 이 씨는 경기 화성시에서 1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평소 웃음이 많고 밝은 성격으로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는 편이었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는 걸 즐겼고 피아노 강사 일을 했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미술관에 가거나 공연을 관람하곤 했다. 또 이 씨는 2014년 1월에 뇌하수체 종양 수술 제거를 받은 후 올 4월에 완치 판정을 받는데 반 년 만에 다시 쓰러진 것이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다.김 씨는 아내에게 “함께 했던 모든 시간이 너무 행복했고 사랑한다. 다시 너를 만나러 갈 때까지 기다려주면 좋겠다. 아이들과 행복하게 잘 지내보겠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이 씨가 아이들에게 자랑스런 엄마이자 생명을 살린 영웅으로 기억될 수 있길 희망한다”며 고인과 유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11-01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