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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립니다2년 8개월 동안 143회에 걸쳐 연재된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뉴스레터가 필자의 사정으로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종료됩니다. 내용이나 기타 문의 사항은 jmkbeau@gmail.com으로 연락해주시면 성심껏 답해드리겠습니다. 애독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His bark is worse than his bite.”(그는 말만 요란해)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풍에 세계가 정신이 없습니다. 관세가 현실화되면 다른 나라뿐 아니라 미국 경제도 타격이 큽니다. 요즘 미국에서 유행하는 속담입니다. 짖는 것(bark)이 무는 것(bite)보다 나쁘다(worse)? 여기서 ‘worse’는 ‘나쁘다’가 아니라 ‘심하다’의 뜻입니다. 개가 심하게 짖으면 무섭기는 하지만 물릴 위험은 없습니다. 짖는 데 열중하는 개는 물 시간이 없습니다. 말은 위협적으로 하지만 정작 행동은 그렇지 않을 때 쓰는 속담입니다. 한국 속담으로 하자면 ‘빈 수레가 요란하다.’ ‘barking dogs seldom bite’(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라는 형태로도 씁니다. 개는 인간과 친한 동물이라서 속담에 자주 등장합니다. ‘bark up the wrong tree’도 많이 씁니다. 사냥꾼이 개를 데리고 너구리 사냥을 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됩니다. 나무 위로 올라간 너구리를 사냥꾼이 올 때까지 지키고 있는 개가 틀린 나무를 향해 짖는다는 것은 ‘착각하다’ ‘헛다리를 짚다’라는 뜻입니다. “Tariff is the most beautiful word in the dictionary”(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 유세 때 자주 했던 말입니다. 트럼프 2기는 1기 때보다 강력한 무역전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세 부과 전에 각 나라와 협상을 서두르고, 다수의 예외 규정을 두는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내는 위협적인 말들이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철저히 대비해야 하지만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전에도 미국은 많은 무역전쟁을 벌였습니다. 무역전쟁의 교훈을 알아봤습니다. President Kennedy and I had a great deal of correspondence about Berlin, Laos, the Bay of Pigs Invasion, and about half of it has been about chickens.”(케네디 대통령과 나는 베를린, 라오스, 피그만 침공 사건에 대해 많은 서신을 주고받았다. 절반 정도는 닭에 관한 것이었다)1960년대 초 미국은 두 개의 전쟁을 벌였습니다. 하나는 냉전이고 다른 하나는 닭의 전쟁(Chicken War)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에서는 붉은 육류가 부족해 대체 산업으로 양계 기술이 크게 발전했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미국은 닭고기를 유럽에 수출했습니다. 1962년 프랑스. 서독이 주축이 된 유럽경제공동체(ECC)는 미국산 닭고기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파운드당 13.43센트(오늘날 1.4달러)씩 관세를 인상했습니다. 미국 닭고기 수출은 30% 급감했습니다. 정치인들은 한목소리로 닭고기 관세 인상에 반발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닭을 많이 키우는 아칸소 출신의 제임스 윌리엄 풀브라이트 상원 외교위원장이 앞장섰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의 바로 그 풀브라이트입니다. 유럽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에서 핵무기 감축 얘기를 하다 말고 갑자기 닭고기 얘기를 꺼냈습니다. 유럽이 닭고기 관세를 내리지 않으면 미국의 NATO 주둔 병력을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별로 닭고기와 어울리지 않는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나섰습니다. ‘독일 재건의 전설’로 불리는 콘라드 아데나워 서독 총리가 자서전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케네디 대통령과 주고받은 서신에서 베를린 장벽, 라오스 전쟁, 피그만 침공 사건 못지않게 닭고기가 중요하게 다뤄졌다는 것입니다. 냉엄한 국제 관계에서 안보 못지않게 교역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correspondence’는 ‘correspond’(대응하다)의 명사입니다. 서신 왕래를 의미합니다. 해외 특파원을 ‘foreign correspondent’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편지로 기사를 주고받은 것에서 유래했습니다.케네디 대통령이 닭고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자 린든 존슨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행정명령으로 보복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유럽산 브랜디, 전분, 덱스트린, 소형 트럭에 25%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다른 관세는 곧바로 철폐됐는데 소형 트럭 관세만은 오늘날까지 남아있습니다. 미국 자동차 노조의 강력한 로비 덕분입니다. 자동차에 붙는 관세이지만 치킨세(Chicken Tax)로 불립니다. 치킨세는 미국의 산업 구조를 바꿔놓았습니다.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치킨세 때문에 고전하자 미국 자동차 업계는 트럭 시장을 독점하게 됐습니다. 미국 길거리에서 미국산 트럭을 많이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시장 독점이 기술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는 문제도 생겼습니다. 한편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재빨리 살길을 찾았습니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지어 관세를 피해갔습니다. “관세를 내기 싫으면 미국에 공장을 지어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치킨세에서 비롯됐습니다.I never in my life thought I would spend so much time on bananas.”(내 평생 바나나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일 줄 몰랐다) 세계 바나나 시장은 치키타(Chiquita), 델몬트(Del Monte), 돌(Dole) 등 3대 회사가 지배합니다, 모두 남미산이고 미국 자본입니다. 1993년 발발한 미국과 유럽의 바나나 전쟁은 별 것 아닌 바나나로 시작했지만, 샤넬 핸드백, 스코틀랜드 캐시미어, 이탈리아 페코리노 치즈 등 유럽산 럭셔리 전쟁으로 확대됐습니다.미국은 유럽 바나나 시장의 80%를 지배했습니다. 1993년 유럽연합(EU)이 결성되자 미국 바나나의 점유율이 급감했습니다. EU는 바나나 시장을 2개로 분류했습니다. 남미산 미국 바나나에는 톤당 176유로(255달러)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반면 카리브해와 아프리카산 바나나에는 쿼터 시스템을 적용해 연 77만 5000t까지 무관세 수입을 허용했습니다. 카리브해와 아프리카의 과거 프랑스 식민지국들에 특혜를 준 것입니다. 이때 ‘바나나 스플릿’(banana split)이라는 단어가 유행했습니다. ‘split’은 ‘나누다’라는 뜻입니다. 바나나 산지에 따라 차등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 바나나 스플릿 디저트와 비슷하다는 유머입니다.미국은 자유무역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EU를 세계무역기구(WTO)에 8차례나 제소했습니다. 미국이 계속 승소했습니다. EU는 남미산 미국 바나나 관세를 내리겠다고 약속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미국은 유럽산 럭셔리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맞불을 놓았습니다. 프랑스 핸드백, 영국 리넨, 덴마크 유제품, 이탈리아 치즈 등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유럽 럭셔리 제품들에 관세를 부과했습니다.오랫동안 계속된 바나나 전쟁(Banana War)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실마리가 잡혔습니다. 2009년 미국, EU, 남미 10개국이 참가한 바나나 협상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습니다. 2017년까지 남미산 바나나 관세를 톤당 148유로에서 114유로로 낮추는 제네바 바나나 합의(Geneva Banana Agreement)가 체결됐습니다. 클린턴 대통령 때 바나나 협상을 주도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한 말입니다. 국무장관은 핵이나 안보 문제에 매달릴 것 같지만 실제로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은 바나나라는 것입니다. 바나나 공화국(banana republic)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바나나는 미국인들에게 무질서를 의미합니다. 바나나 협상이 오랫동안 혼란스러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I went down on my knees to beg the president to veto the asinine Hawley-Smoot tariff.”(나는 무릎을 꿇고 대통령에게 바보 같은 홀리-스무트 관세에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빌었다)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 때마다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입니다. 보호무역주의의 서막을 알린 법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 농산물이 미국 시장에 밀려 들어왔습니다. 미국 농가는 유럽 농산물에 관세를 인상하도록 정부에 압력을 넣었습니다. 다른 산업 분에도 관세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1930년 리드 스무트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과 윌리스 홀리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은 2만여 개의 수입품에 평균 59.1%의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해 상하원을 통과했습니다.당시 미국 경제는 월가 폭락으로 이미 위험한 상태였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포함한 경제학자 1028명은 스무트-홀리 법안이 미국 경제를 파탄 낼 것이라는 단체 서한을 허버트 후버 대통령에게 전달했습니다. 전설의 자동차맨 헨리 포드는 백악관을 방문해 저녁 내내 후버 대통령을 붙잡고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설득했습니다. JP모건의 토머스 러몬트 회장은 대통령 앞에서 무릎까지 꿇었습니다. ‘go down on knees’는 ‘무릎을 꿇다’로 ‘kneel down’과 같은 뜻입니다. ‘asinine’(어씨나인)은 ‘ass’(엉덩이)와 ‘inine’(비슷한)을 합친 것입니다. 어리석다는 뜻입니다.재선을 노리는 후버 대통령은 스무트-홀리법에 서명했습니다. 캐나다와 유럽이 높은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는 무역전쟁에 돌입했습니다. 세계 교역량의 67%가 급감했고, 미국 경제는 대공황에 빠졌습니다. 1933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자유무역 원칙을 천명하며 스무트-홀리법을 4년 만에 폐지했습니다. 하지만 스무트-홀리법의 근거가 되는 보호무역주의는 민족 우월주의로 이어져 유럽에서 아돌프 히틀러가 등장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명언의 품격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집착은 역사가 깁니다. 1980년대 일본 기업의 미국 공략이 계기가 됐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미국은 온통 일본판이었습니다. 일본은 뉴욕의 심장 록펠러센터까지 사들이며 미국을 통째로 먹을 기세였습니다. 당시 부동산 사업가였던 트럼프는 전쟁터 같은 뉴욕 부동산 시장에서 일본의 미국 사재기 열풍을 지켜봤습니다. 1987년 레이건 행정부가 일본 컴퓨터 등에 관세를 부과하자 트럼프는 신문에 광고를 냈습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보스턴글로브 3대 신문에 전면 광고로 실렸습니다. 광고는 편지 형식입니다. 수신인은 미국 국민(To The American People). 널리 회자되는 마지막 문장입니다.Let’s not let our great country be laughed at anymore.”(우리의 위대한 국가가 더는 조롱받지 말게 하자) ‘laugh at’(비웃다)이라는 단어로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자극했습니다. 편지 곳곳에서 “the world is laughing at us”(세계가 우리를 비웃는다)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편지 내용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 연설과 매우 흡사합니다. 미국 3대 유력지 1면에 개인이 광고를 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주목을 받았습니다. 트럼프는 당시 금액으로 광고료 10만 달러(1억 5000만 원)를 지출했다는 후문입니다. 광고가 화제가 되자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출연해 비슷한 주장을 폈습니다. 셀럽답게 금발의 부인 이바나 여사까지 데리고 나왔습니다. 당시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가 유행이었지만 트럼프는 일본 기업들을 상대해본 경험담이 생생했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I’m tired of watching other countries ripping off the United States.”(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사기 치는 것에 지쳤다)편지 광고는 트럼프의 정치 출사표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당시 41세의 트럼프는 기업가에서 벗어나 외교 군사 정책까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가 다음 해 대선을 노린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트럼프 왕국이 이미 기울기 시작한 시점이라 출마를 보류했습니다. 20년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를 문제 삼는 ‘버서’ 운동으로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요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 수장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대통령다운 포스를 자랑합니다. 수만 명의 연방 공무원들을 해고하는 데 거칠 것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세계 정상들과 회담할 때 옆에 앉아 있는 것도 머스크입니다. 그런 머스크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입니다. 둘 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입니다. 머스크가 재정적으로 트럼프를 지원했다면 와일스는 선거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기여했습니다. 머스크의 독단적인 업무 스타일이 와일스 실장과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하고만 대화해 와일스 실장은 소외되고 있습니다. 화가 난 와일스 실장은 최근 머스크에게 이렇게 항의했다고 미 언론은 전했습니다.We need to be looped in.”(우리에게도 정보가 공유돼야 한다)‘loop’(룹)은 동그란 고리를 말합니다. 고리 안에 있으면 ‘in the loop’, 고리 밖이면 ‘out of the loop’이 됩니다. 이 고리는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Keep me in the loop.” 비즈니스 e메일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일의 진행 상황을 나에게도 알려줘”라는 뜻입니다.“Keep me posted.” 이것도 일의 진행 상황을 알려달라는 뜻입니다.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keep me posted’는 나와 직접 관련 있는 일일 때, ‘keep me in the loop’은 직접 관련 없어도 정보 공유를 원한다는 의미입니다. 와일스 실장은 ‘be looped in’이라고 ‘loop’을 동사형으로 썼습니다. 여기서 ‘we’는 백악관 비서실을 말합니다. 머스크가 대통령과 대화할 때 정해진 보고 체계를 지켜줄 것을 ‘loop’이라는 단어로 점잖게 타이른 것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8월 12일 소개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불매운동에 관한 내용입니다. 지금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허니문’ 기간입니다. 언론도, 반대파 정치인도, 여론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삼가고 있습니다. 허니문 기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미지수지만 1기 때보다는 반발이 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미국인들도 트럼프 대통령에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1기 때는 4년 내내 트럼프 반대 시위로 미국이 몸살을 앓았습니다.▶2019년 8월 12일자요즘 한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입니다. 미국에서도 보이콧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불매운동 대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친하거나 그를 후원하는 기업들입니다. 국민이 대통령을 얼마나 싫어하면 관련 산업에 불매운동까지 벌이는지, 미국의 정치환경 정말 삭막합니다.Right up there with Russia, it’s actually not a real problem in America.”(러시아 스캔들과 함께 상위에 있다. 그건 미국의 진짜 문제가 아니다)폭스뉴스의 인기 프로그램 ‘터커 칼슨 투나잇’이 보이콧 대상입니다. 진행자 칼슨은 잇단 총격사건 뒤 “백인 우월주의는 트럼프 대통령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거짓말”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광고주 목록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광고를 취소하지 않으면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right up there’는 ‘바로 거기 위쪽’이라고 방향을 가리킬 때 씁니다.The data on bananas causing suicide is about as conclusive.”(바나나가 자살을 유발한다는 데이터만큼이나 근거 없다)총기사건이 빈발하는데도 꿋꿋하게 총기를 판매하는 월마트도 보이콧 대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총기사건의 원인으로 폭력적 비디오게임을 언급하자 월마트는 총은 안 치우고 비디오게임을 치웠습니다. 총은 그대로 두고 애꿎은 비디오게임만 없애는 월마트가 괘씸해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에 돌입했습니다. 미국에는 ‘바나나를 많이 먹으면 자살한다’라는 속설이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는 없는 얘기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비디오게임이 총기사건을 일으킨다는 것은 바나나가 자살을 유발한다는 것만큼 근거 없는 얘기라는 뜻입니다. I am almost ready to sign up for SoulCycle.”(나는 소울사이클에 가입할 준비 돼 있어)소울사이클은 미국의 대형 헬스클럽 체인입니다. 소유주인 스티브 로스가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후원 모금행사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울사이클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헬스클럽이 보이콧 대상이 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로스의 친구이자 또 다른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스티브 포브스(포브스 발행인)가 친구를 위해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sign up’은 회원 가입 때 쓰는 표현입니다.‘이런영어 저런미국’ 제작팀은 그동안 좋은 콘텐츠로 함께 해 주신 정미경 기자님과 모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She has the laugh of a lunatic.”(미친 사람이 웃는 것 같다)이번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웃음을 이렇게 공격했습니다. 해리스 후보는 마치 숨넘어가듯 웃는 스타일입니다. 그런 웃음이 미친 사람 같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사람의 웃음을 평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입니다.트럼프 대통령은 웃지 않는 사람입니다. 대선에서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에조차 입을 굳게 다물고 어색하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습니다. 그가 원하는 스트롱맨 이미지에 웃음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가 다 보일 정도로 활짝 웃은 적은 딱 한 번 있습니다. 2016년 뉴햄프셔에서 대선 유세를 벌일 때 군중들 사이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게 개 짖는 소리냐”라고 트럼프 후보가 묻자 지지자가 이렇게 외쳤습니다. “Hillary”(힐러리). 그러자 트럼프 후보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웃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웃어 눈물을 흘릴 정도였습니다. 개 소리의 주인공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맞다는 것입니다. 이런 저급한 농담에 장단을 맞추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머 수준에 많은 미국인들이 실망했습니다. 미국인들은 유머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국가의 품격을 보여줄 수 있는 유머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미국 대통령과 회담할 때 상대국 정상들은 유머 공부를 철저히 합니다. 농담도 준비해갑니다. 벼락공부를 해서라도 미국 대통령의 유머 실력에 맞춰야 합니다. 한국 문화에서는 대통령의 유머가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하지만, 미국에서는 웃음으로 국민을 위로하는 대통령’이 환영받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유머 실력을 알아봤습니다.The only piece of advice I would have for her in the event that she wins is not to let her husband Doug anywhere near the nannies.”(그녀가 승리할 경우 내가 해줄 유일한 충고는 남편이 보모 옆에 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머를 시도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실패할 뿐입니다. 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해 10월 뉴욕 가톨릭교회가 주최한 자선모금 행사에서 트럼프 후보가 모처럼 시도한 유머입니다. 더그는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남편 더그 엠호프 변호사를 말합니다. 그가 첫 번째 결혼 생활 때 딸이 다니던 사립학교 여교사와 부적절한 관계였던 것을 비꼰 유머입니다. 그의 주변에는 여성이 있으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below-the-belt joke’(벨트 아래 조크). 이런 농담을 부르는 말입니다. 벨트 아래를 때리면 반칙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페어플레이를 다짐해야 하는 시점에 종교적 자선 행사에서 상대 후보 배우자의 지나간 사생활을 농담 소재로 삼는 것은 비겁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객석에서 싸한 침묵이 흘렀습니다. 분위기를 파악한 트럼프 후보는 농담을 써준 스피치라이터를 탓했습니다. “These idiots gave me this stuff.”(이 바보들이 나에게 이런 농담거리를 줬네)Quite all right, Your Majesty. I thought it was the horse.”(괜찮습니다, 여왕 폐하. 말이 그런 줄 알았습니다)워싱턴의 전설이 된 농담입니다. 1982년 영국을 방문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윈저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함께 말을 탔습니다. 여왕의 말이 자꾸 뻗대며 불만스러운 소리를 냈습니다, 무안했던 여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Oh dear, Mr. President, I’m so sorry!”(아이고, 미스터 프레지던트, 미안하네요). ‘유머의 신’으로 불리는 레이건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펀치라인(웃음을 유발하는 결정적 구절)을 슬쩍 던지고 지나가는 것이 레이건식 유머입니다. 주의 깊게 들어야 하고, 되새겨봐야 웃음이 나옵니다. 평소 잔소리를 많이 하는 여왕을 말 울음에 빗대 비꼬았습니다. 영국 왕실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열등감을 한 방을 날리는 농담이었습니다. 여왕에 대한 사랑이 절대적인 영국인들도 이 농담만큼은 웃어넘겼다는 후문입니다.I just received the following wire from my generous Daddy. ‘Dear Jack, Don’t buy a single vote more than is necessary. I‘ll be damned if I am going to pay for a landslide.”(방금 나의 부자 아버지로부터 전보를 받았다. ‘잭, 필요 이상으로 표를 사지 말아라. 압승을 거두면 내야 할 돈이 너무 많아 나는 끝장이다) “In politics if you have a problem or challenge, hang a lantern on it.” 1980년대 유명한 정치인 팁 오닐 하원의장의 명언입니다. ‘문제나 도전에 처했다면 랜턴을 내걸어라’가 무슨 뜻일까요. 랜턴을 건다는 것은 불을 밝힌다는 의미입니다. 힘든 상황을 숨길 생각을 하지 말고 주목받게 하라는 뜻입니다. 그래야 본인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폭 개그의 중요성을 말한 것입니다.1960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매력적인 외모, 명석한 두뇌, 똑 부러지는 연설력을 무기로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 중요한 것이 또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재력입니다. 아버지인 조지프 케네디 전 영국 주재 미국대사는 젊은 시절 사업으로 억만장자가 돼서 아들의 정치적 야심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했습니다. 케네디는 대선 후보 시절 “아버지 돈으로 표를 산다”라는 비난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비난을 숨기거나 정색하고 반박해봤자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landslide’(랜드슬라이드)는 산사태를 말합니다. 산사태가 밀고 내려오는 이미지에서 알 수 있듯이 선거 용어로 쓸 때는 압승을 말합니다. 아버지가 지출해야 하는 돈이 너무 많아지므로 압승을 바라지 않는다는 재치 있는 자폭 개그로 비난하는 사람들의 기를 꺾은 것입니다. 명언의 품격자폭 개그 전문가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입니다. 트럼프와 부시는 닮은꼴이라는 평을 듣는 공화당 소속 대통령입니다. 차이점은 자신의 약점을 유머로 풀 줄 아는 겸손함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코 자신을 낮추지 않습니다. 그래서 거만하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한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I just don’t see the point of taking shots at myself.”(나 자신을 농담의 표적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부시 대통령은 반대입니다. 머리가 나쁘다는 조롱을 농담의 소재로 삼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친근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쌓았습니다. 유명한 수학 낙제 일화입니다. 한 행사에서 여성 보좌관의 어린 딸 앨리스와 옆자리에 앉게 됐습니다. 수학에서 낙제했는데 아직 이 사실을 엄마에게 말하지 못했다는 앨리스. 부시 대통령은 엄마 보좌관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Mom! Alice is flunking math, but you shouldn’t worry about it because I didn’t do very well in school either, and things turned out all right for me.”(엄마! 앨리스가 수학에서 낙제했대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나도 학교에서 헤맸지만 괜찮게 컸어요)시험에서 떨어졌다고 할 때 ‘flunk’(플렁크)와 ‘fail’(실패하다)을 모두 쓸 수 있습니다. ‘flunk’는 공식적인 커트라인이나 당락이 있는 시험에서 점수 미달일 때 씁니다. ‘낙제하다’입니다. 반면 ‘fail’은 실패의 주관적인 감정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씁니다. 시험 망쳤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I failed an exam, and I feel bad.”(시험 못 봐서 속상해) 부시 대통령이 학창 시절 뛰어난 학생이 아니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부족했던 과거를 농담의 소재로 삼아 금쪽이 앨리스에게 용기를 준 것입니다. ‘turn out alright’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과는 괜찮을 때 쓰는 말입니다. 그냥저냥 봐줄 만한 결과일 때 씁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부시 대통령과 앨리스는 10년 후 다시 만났습니다. 대학생이 된 앨리스. 잘 성장했다는 의미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이렇게 격려했습니다. “So we both made it through.”(거봐, 우리 둘 다 해냈지)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명단이 발표됐습니다. 예상 밖으로 후보에 오르거나 떨어진 배우들이 주목받습니다. 흑인 배우 덴젤 워싱턴은 영화 ‘글래디에이터Ⅱ’에 로마의 야심가 마크리누스로 나와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습니다. “워싱턴이 영화를 살렸다”라는 평가도 많았는데 아카데미상 남우 조연상 후보에서 탈락했습니다. 기자들이 탈락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Listen, I’ve been around too long. I don’t wanna say other fish to fry, but there’s a reality at this age.”(이것 봐요. 나는 오랫동안 이 일에 종사했습니다.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작금의 현실을 잘 압니다) ‘other fish to fry’는 알아두면 좋은 일상생활 표현입니다. 직역하면 튀길(fry) 다른 생선(other fish)을 말합니다. 과거 물고기를 잡아 살던 시절 얘기입니다. 일단 오늘 저녁 식탁에 올릴 물고기가 있으면 지금 당장 고기 잡는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됩니다. ‘have other fish to fry’(튀길 다른 생선이 있다)는 다른 중요한 일 때문에 지금 눈앞의 일은 뒷전일 때 씁니다. “I can’t worry about that now, I have other fish to fry.”(지금 그 일을 걱정할 시간이 없어. 다른 일이 있거든)워싱턴은 아카데미상 후보에서 탈락했다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머리 싸매고 고민할 문제도 아니라고 합니다. 할리우드에서 오래 일해서 업계의 현실(reality)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have been around long’도 많이 쓰는 구어체 표현입니다. 주변(around)에서 오랫동안(long) 있었다(have been), 즉 한 분야에서 오래 종사했다는 뜻입니다. 워싱턴은 ‘현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흑인 배우에 대한 차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7월 13일 소개된 셀럽의 대통령 도전에 관한 내용입니다. 할리우드에는 정치적으로 활발한 셀럽들이 많습니다.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아예 대통령에 도전하는 셀럽도 있습니다. TV 리얼리티쇼 진행자에서 대통령이 된 트럼프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셀럽의 대권 도전은 진지한 정치 참여라기보다 관심 끌기용 해프닝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2020년 7월 13일자최근 미국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카녜이 웨스트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년 전 백악관을 찾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더니 아예 대선에 출마하기로 한 것입니다. 당선 가능성은 말할 것도 없고, 그의 출마 자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미국인은 별로 없습니다. 화제성 출마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대선 시즌만 되면 등장하는 셀럽 출마자들을 알아봤습니다. So who better to captain the ship as the nation goes under than another unqualified, self-centered celebrity?”(또 다른 자기중심적 무자격 셀럽보다 이 침몰하는 국가의 선장 노릇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CNN은 트럼프 대통령과 웨스트를 동시에 비판했습니다. ‘go under’는 ‘아래로 가다’가 아니라 ‘무너지다’(sink)를 말합니다. 미국을 배(ship)에 비유해 침몰 중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captain’(캡틴)은 ‘선장’이 아니라 ‘지휘하다’라는 동사입니다. 트럼프라는 셀럽이 미국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더니 웨스트라는 또 다른 셀럽이 나타나 혼란을 더 부추긴다는 것입니다. Just being mad doesn’t do anything. You’re just a toad.”(화만 낸다고 해서 되는 일은 없다. 뒷방 늙은이일 뿐이다)TV 시트콤 ‘로잔느 아줌마’로 유명한 코미디언 로잰 바는 2012년 평화자유당 후보로 출마해 7만여 표를 얻었습니다. 이후에도 정치적인 발언을 자주 해왔는데 201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백악관 수석 고문이던 밸러리 재럿을 동물에 비유한 저속한 트윗을 올렸다가 할리우드에서 추방되다시피 했습니다. 최근 연예잡지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경험을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노년 세대에게 참여 민주주의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출마했다는 것입니다. 노년 세대는 뒷방 늙은이처럼 참여 의식이 없어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toad’(토우드)는 원래 ‘두꺼비’라는 뜻입니다. Nader cost us the election.”(네이더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 랠프 네이더는 유명한 소비자 보호 운동가입니다. 대선에 다섯 차례나 출마한 ‘정치 셀럽’이기도 합니다. 플로리다 재검표 논란까지 갔던 2000년 대선 때 제3의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 패배에 중대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당시 상원의원이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네이더가 다시 워싱턴에 얼씬거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화를 낸 일화는 유명합니다. 미국인들은 ‘cost’를 ‘비용을 치르다’라는 동사로 많이 씁니다. 네이더 때문에 민주당이 선거 패배라는 비용을 치렀다는 것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The Captain von Trapp in the White House.”(백악관의 폰트랩 대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되자 미국인들이 걱정하는 것이 있습니다. 유머 능력 제로의 대통령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머를 중요한 삶의 요소로 생각하는 미국인들에게는 스트레스 받는 일입니다. 언제나 화난 표정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뉴욕타임스가 붙인 별명입니다. 폰트랩 대령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딱딱한 표정의 남자 주인공입니다. 미국 대통령과 회담할 때 상대국 정상들은 유머 공부를 철저히 합니다. 미국 대통령이 던지는 농담에 웃는 타이밍을 못 맞추는 것만큼 난감한 일도 없습니다. 필살기 농담을 준비해가는 정상도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때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대신 독설과 조롱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연설문에 유머 한 구절을 넣기 위해 할리우드 작가들을 동원해 며칠 동안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유머의 힘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Humor is a tool for building bridges with people.”(유머는 국민과 이어주는 다리를 놓기 위한 도구다.) 근엄이 중요한 한국에서는 대통령의 유머가 별로 대접받지 못하지만, 미국에서는 ‘웃긴 대통령’이 환영받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유머 실력을 알아봤습니다. △“The only piece of advice I would have for her in the event that she wins is not to let her husband Doug anywhere near the nannies.”(그녀가 승리할 경우 내가 해줄 유일한 충고는 남편을 보모 옆에 가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머를 시도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처참하게 실패할 뿐입니다.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행사장을 싸늘하게 만든 유머입니다. 더그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남편 더그 엠호프를 말합니다. 그가 첫 번째 결혼 생활 때 딸이 다니던 학교 교사와 부적절한 관계였던 것을 비꼰 유머입니다. ‘below-the-belt joke.’(벨트 아래 조크.) 이런 농담을 부르는 말입니다. 벨트 아래를 때리면 반칙입니다. 페어플레이가 강조되는 대선 직전에 선거 유세도 아닌 자선 행사에서 상대 후보 배우자의 과거 사생활을 들춰내는 것은 비겁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분위기를 파악한 트럼프 후보는 스피치라이터를 탓했습니다. “These idiots gave me this stuff.”(이 바보들이 나에게 이런 농담을 줬네.) △“Quite all right, Your Majesty. I thought it was the horse.”(괜찮습니다, 여왕 폐하. 말이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유머의 고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만났을 때입니다. 둘은 말을 탔습니다. 여왕이 탄 말이 자꾸 히힝거리며 불만스러운 소리를 냈습니다. 무안한 여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Oh dear, Mr. President, I’m so sorry!”(미스터 프레지던트, 미안하네요.) 레이건 전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미주알고주알 자주 불만을 표하는 여왕의 습관을 말 울음에 비유한 것입니다. 상대를 조롱하지만, 악의 없고 재치 있기 때문에 모두 웃을 수 있는 농담입니다. 유머의 목적은 재미(entertain)이지 모욕(insult)이 아니라는 것이 레이건 전 대통령의 지론입니다. 여왕을 비판하면 발끈하는 영국인들도 이 농담만큼은 웃어넘겼다는 후문입니다. △“If I were two faced, would I be wearing this one?”(내가 두 얼굴이면 이 얼굴을 달고 있겠나?)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은 심각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장난기 넘치는 유머 실력을 갖췄습니다. 대선 토론 때 상대 후보가 “당신은 두 얼굴이다”라고 공격하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위선적이라는 의미의 “two faced”(두 얼굴) 공격을 외모적 의미의 얼굴로 바꿔 비껴간 것입니다. 못생긴 얼굴을 인정한 링컨 후보의 자폭 개그에 웃음이 터지고 상대 후보는 공격 모멘텀을 잃었습니다. “The president is mostly the president, and an occasional comedian.”(대통령은 대부분은 대통령이지만 때때로 코미디언이 돼야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고마워요, 오바마’의 저자 데이비드 리트가 한 말입니다. 국민에게 위로와 웃음을 주기 위해 망가질 위험을 감수하는 대통령을 국민은 원한다는 것입니다. 혼란의 시대에는 비판이 난무합니다. ‘나는 잘났고 상대는 못났다’ 식의 일방적인 비판은 설득력이 없고 오히려 반발심만 키웁니다. 상대를 비판하기 전에 우선 자신부터 낮춰야 한다는 것을 링컨의 유머가 보여줍니다. ※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발송되는 뉴스레터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에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To be a fly on the wall.”(엿듣고 싶다)최근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워싱턴에서 열렸습니다.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옆자리에 앉아 즐겁게 대화를 나눈 것입니다. 앙숙지간으로 알려진 이들이 귓속말까지 해가며 절친처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장례식보다 더 관심을 끌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이런 메시지들이 연달아 올라왔습니다.‘fly’는 ‘파리’, ‘on the wall’은 ‘벽 위’를 말합니다. ‘fly on the wall’은 ‘벽 위에 붙어있는 파리 한 마리’를 말합니다. 벽에 붙은 파리는 보잘것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무시하면 안 됩니다. 벽에 붙어서 엿듣습니다. ‘fly on the wall’은 몰래 엿듣는 행위를 말합니다. ‘to be a fly on the wall’ 앞에 ‘I want’가 생략된 것입니다. 벽에 붙은 파리가 돼서 두 대통령이 어떤 얘기를 하는지 알고 싶다는 뜻입니다. 카터 대통령 장례식은 국장(state funeral)으로 치러졌습니다. 국장은 연방 정부가 상주가 돼서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 등이 세상을 떠났을 때 거행하는 장례식입니다. 정해진 절차가 있습니다. 우선 고인을 실은 관이 생전 직무를 수행했던 곳으로 옮겨집니다. ‘lie in repose’(영면) 단계입니다. 현직 대통령이 타계하면 백악관 이스트룸에,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도서관에, 대법관은 대법원 등에 마련됩니다. 공공건물에 반기가 게양되고,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됩니다. 다음 단계로 관은 성조기에 덮여 미국 정치 1번가 펜실베이니아 거리를 지납니다. ‘funeral procession’(운구 행렬)이라고 합니다. 다음은 국장의 핵심인 ‘lie in state’(안치)입니다. 운구 행렬은 의회 1층의 원형 홀 로턴다(rotunda)에 도착합니다. ‘public viewing’(공개 조문)을 위한 것입니다. 일반 국민이 조문할 수 있습니다. 이후 워싱턴 대성당 등으로 옮겨져 전·현직 대통령과 국내외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장례식 본식이 열립니다. ‘religious service’(종교의식)라고 합니다. 오바마-트럼프 대통령이 얘기꽃을 피운 것도 이 의식 중이었습니다. 의식이 끝나면 고인이 원하는 장소에 묻히게 됩니다. 최후 단계인 ‘interment’(안장)입니다. 미국은 별로 예절을 좋아하지 않는 나라지만 국가적인 의식을 치를 때만큼은 정해진 규정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합니다. 특히 대통령 장례식은 최고의 예우를 갖춥니다. 미국 역사에 남는 대통령 장례식을 알아봤습니다.Richard Nixon would be so proud that President Clinton and all living former Presidents of the United States are here, symbolizing that his long and sometimes bitter journey had concluded in reconciliation.”(리처드 닉슨은 클린턴 대통령과 생존하는 모든 전직 대통령이 이 자리에 온 것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그의 길고 쓰라린 여정이 화해로 마감됐다는 것을 상징한다)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리처드 닉슨 대통령. 마지막 가는 길만큼은 순탄했습니다. 1994년 닉슨 대통령이 81세를 일기로 타계하자 빌 클린턴 대통령은 국장을 선포했습니다. 정부가 장례식 준비에 한창일 때 닉슨 유족으로부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고인이 워싱턴 장례식을 원치 않는다는 유언을 남겼다는 것입니다.닉슨 장례식은 국장으로 치러졌지만, 워싱턴에서 열리지 않았습니다. 의회 안치가 생략됐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 때 자신의 탄핵을 주도했던 의회에 대한 불편함 때문이라는 추측이 많았습니다. 닉슨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던 데이비드 거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Nixon often thought Congress had tormented him.”(닉슨은 의회가 그를 고통에 몰아넣었다고 생각했다)장례식은 고향인 캘리포니아의 요바린다에 있는 닉슨 도서관에서 엄수됐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드물게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였지만 5만여 명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클린턴 대통령과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등 4명의 전직 대통령은 전원 참석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알츠하이머병 발표 전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인 행사입니다. 외교 업적이 많은 대통령답게 중국 러시아 등에서는 최고위급 조문 사절을 파견했습니다. 사회는 닉슨 대통령의 멘토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맡았습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클린턴 대통령, 밥 돌 상원의원 등이 조사를 낭독했습니다. 닉슨 대통령의 속마음을 가장 잘 안다는 키신저 장관의 조사입니다. 전·현직 대통령들이 모두 참석한 것은 스스로 대통령직을 반납한 닉슨 대통령에게 특별한 위로가 됐을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고향 집 부근에 묻혔습니다. 9개월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팻 닉슨 여사 옆이었습니다.Oh! how the bosom swells with grief unutterable! How the tears are choked in their channel, and how unforgiving is the indignation, the wrath that steeps in every beast and burns in every eye!”(아! 말할 수 없는 슬픔으로 가슴이 터질 듯하다. 흐르는 눈물이 앞을 가리고, 뜨거운 눈과 몸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와 울분을 참을 수 없다)국장의 시초는 1841년 이름도 생소한 윌리엄 헨리 해리슨 대통령입니다. 장장 1시간이 넘는 취임연설을 했다가 폐렴에 걸려 취임 한 달 만에 숨을 거둔 대통령입니다. 제대로 통치 한 번 못해 보고 세상을 떠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국장을 도입했지만 변변한 업적도 없는 대통령을 위해 국장을 치른다는 것에 반대도 많았습니다. 온 국민이 애도하는 진정한 의미의 국장은 이로부터 24년 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을 때입니다. 링컨 장례식은 역사상 가장 긴 장례식이었습니다. 대개 3, 4일이면 끝나는데 링컨 장례식은 3주나 걸렸습니다. 링컨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사랑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입니다. 워싱턴에서 열린 장례식 행사는 신속하게 끝났습니다. 특별했던 점은 안치 단계에서 많은 조문객이 볼 수 있도록 관 밑에 관대(Lincoln catafalque)를 만들어 설치한 것입니다. 링컨의 관대는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긴 장례식은 기차 투어 때문이었습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교통이 좋지 못했습니다. 애도를 표하고 싶었지만, 워싱턴까지 가기 힘들었습니다. 링컨 유족과 정부는 ‘찾아가는 조문’을 하기로 했습니다. 워싱턴에서 안장 장소인 링컨 대통령의 고향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까지 기차로 관을 싣고 가며 조문의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장례 기차는 ‘링컨 스페셜’로 불렸습니다. 7개 주를 거쳤고, 뉴욕,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등 11개 도시에서 정차했습니다. 링컨 취임 기차와 똑같은 루트였습니다. 시골뜨기 변호사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기대에 부풀어 스프링필드에서 워싱턴까지 기차를 타고 가며 국민과 만났던 바로 그 코스를 정반대로 거슬러 간 것입니다. 정차역마다 관을 내려 공공장소로 옮겼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조문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미처 조문하지 못한 사람들은 기차가 지나갈 때 손을 흔들었습니다. 기차는 시속 20마일로 천천히 달렸습니다. 4월 21일 워싱턴을 떠난 기차는 5월 3일이 돼서야 스프링필드에 도착했습니다. 13일이 걸렸습니다. 당시 신문들은 링컨의 장례 기차를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미국 독립의 발상지이자 기차가 가장 먼저 정차한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 보도입니다. 애통함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I want to be interred in my mother’s rose garden at Springwood.”(스프링우드에 있는 어머니의 로즈 가든에 묻히고 싶다)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12년 3개월 동안 집권했습니다. 최장기 집권자니까 장례식도 폼나게 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심지어 국장조차 아니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시대적 요인 때문입니다.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습니다. 군인들이 전장에서 수없이 사망하는 가운데 대통령의 거창한 장례식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의견이 많았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 본인의 유언이기도 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55세 때 벌써 본인의 장례식, 묘지, 묘비명까지 지정한 서류를 남겼습니다. 서류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로즈가든은 뉴욕 하이드파크에 있는 가족 정원을 말합니다.루즈벨트 대통령은 1945년 4월 12월 조지아주 웜프스링스 온천에서 뇌출혈로 숨을 거뒀습니다. 기차로 백악관 이스트룸으로 옮겨져 다섯 시간 동안 안치된 후 뉴욕으로 떠났습니다. 살았을 때는 가장 오래 백악관의 주인이었지만 죽고 나서는 가장 짧게 백악관에 체류한 것입니다. 의회에는 아예 발도 들여놓지 않았습니다. 주요 인사들이 백악관에서 조문을 끝냈습니다. 국민은 밖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장례식이 너무 짧아 루즈벨트 대통령의 절친인 윈스턴 처질 영국 총리는 바다 건너올 시간조차 안 됐습니다. 명언의 품격현대인들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은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장례식 계획을 미리 세웠을 리 없습니다. 슬픔에 빠진 재클린 케네디 여사는 남편의 통치 유산을 길이 보존하겠다는 일념으로 장례식을 지휘했습니다. 시신이 백악관 이스트룸에 돌아온 것은 다음날 새벽이었습니다. 에어포스원에 실려 워싱턴으로 돌아온 뒤 베데스다 해군병원에서 부검하고 장의사를 거쳐 마호가니 관에 입관된 뒤였습니다. 피 묻은 곳을 그대로 입고 있던 재클린 여사는 남편의 시신이 돌아오자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조촐한 가족 미사가 열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재클린 여사는 딸 캐롤라인과 아들 존 주니어에게 아버지의 비보를 설명했습니다. 백악관에서 24시간 머문 뒤 의회로 옮겨져 조문이 시작됐습니다. 재클린 여사와 두 자녀가 아버지 옆을 지켰습니다. 미국 장례식에서는 관의 뚜껑을 열어놓아도 되고 닫아놓아도 됩니다. 가족의 결정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총알이 목을 관통해 얼굴이 많이 손상된 상태였습니다. 재클린 여사는 케네디 대통령의 얼굴이 공개되지 않도록 뚜껑을 닫게 했습니다. 밤을 새우고 조문 인파가 밀려들었습니다. 조문을 마친 3분 요인들은 현장에서 조사를 발표했습니다. 얼 워런 대법원장의 조사가 유명합니다. 미국 학교의 흑백 분리 정책을 깬 ‘브라운 판결’을 내린 판사입니다.The whole world is poorer because of his loss. But we can all be better Americans because John Fitzgerald Kennedy has passed our way.”(이제 세계는 그가 없어서 더 힘들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더 나은 미국인이 될 수 있다. 존 피츠제럴드 케네디가 우리에게 길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pass one’s way’는 ‘다른 사람의 길을 먼저 가다’ ‘길을 안내하다’라는 의미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제시한 좌표를 따라가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어 세인트매튜스 성당에서 장례 미사가 열렸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최종 목적지인 알링턴 국립묘지로 향하기 직전 미국 근대사 최고의 명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검은색 베일을 두른 재클린 여사가 존 주니어의 귀에 속삭이자 아들은 아버지의 관을 향해 거수경례했습니다.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장면입니다. 이날은 존 주니어의 세 살 생일이었습니다. 사진은 UPI 통신사 스탠 스턴스 기자의 작품입니다. 다른 기자들이 재클린 여사와 관에 주목했을 때 스턴스 기사는 존 주니어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가 세기의 특종을 잡았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메타의 친(親)트럼프 변신이 놀랍습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하루에 한 개꼴로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할 만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적용해온 팩트체크 시스템을 없앴습니다. 소수 그룹을 위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종료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한 이종격투기협회 UFC의 데이나 화이트 CEO를 메타 이사회에 영입했습니다. 머리를 기르고, 회색 티셔츠를 입지 않는 저커버그의 외모적 변신도 MAGA 스타일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MAGA는 트럼프 지지 세력의 약자입니다. 메타의 변신을 정치 전문 사이트 엑시오스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Meta’s make-up-with-MAGA map.”(메타의 MAGA 화해)‘makeup’(메이크업)은 ‘make’(만들다)와 ‘up’(위로)가 결합해 ‘위로 만들다,’ 즉 ‘‘나아지다’라는 뜻을 바닥에 깔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화장하다’라는 뜻으로 많이 알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화장과 비슷하게 ‘꾸며내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He made up a story to get her attention.”(그는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얘기를 지어냈다)‘구성하다’ ‘차지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큰 덩어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합니다. 얼마 전 이런 기사가 있었습니다. “Instagram to make up more than half of Meta’s US ad revenue in 2025”(2025년 인스타그램은 메타의 미국 광고 수익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보충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상대에게 부탁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I’ll make it up to you.”(내가 나중에 보답할게) 마지막으로 ‘화해해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with’와 함께 쓸 때입니다. 여기서도 ‘with’가 나옵니다. 화해에는 ‘reconciliation’도 있습니다. ‘make up’은 임시적인 화해, ‘reconciliation’은 근본적인 화해라고 보면 됩니다. ‘Meta’ ‘make up’ ‘MAGA’ ‘map’이 모두 ‘메’ ‘매’의 비슷한 발음인 것에 착안한 제목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2월 11일 소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사랑에 관한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됐으니 소셜미디어 정치도 재개될 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1기 때 트위터였다면 2기 때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이 대세가 될 것입니다.▶2018년 12월 11일자2022년 서비스를 시작한 트루스 소셜 이용자는 현재 200만 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이용자가 많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30억 명과 비교하면 적지만 트러스 소셜의 짧은 역사를 생각하면 성장세가 가파른 편입니다. 대개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골고루 분포된 것과 달리 트루스 소셜 이용자는 치우쳐 있습니다. 공화당 지지파 남성입니다. 민주당 지지자의 70%는 트루스 소셜을 사용해 본 적도 없다고 합니다. 여성의 60%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루스 소셜 시대를 앞두고 복습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열을 올리던 시절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애용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워싱턴 시각으로 오전 6, 7시, 한국 시각으로 오후 8, 9시대가 많습니다(보스턴 글로브지 조사 결과). 대부분의 트윗은 본인의 업적 자랑과 경쟁자에 대한 독설입니다. 하지만 내용을 무시하고 언어적으로만 본다면 간혹 괜찮은 영어 단어와 표현들도 등장합니다.Level the field.”(공정하게 합시다)중국과 무역전쟁에서 ‘90일 휴전’ 합의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트윗을 올렸습니다. ‘level’은 ‘수준’을 뜻합니다. 동사로 쓸 때는 ‘같은 수준으로 맞추다’라는 뜻입니다. ‘field’는 ‘playing field’(운동장)를 말합니다. ‘level the playing field’는 땅이 고르지 못한 운동장을 평평하게 맞춘다는 뜻입니다. 경제에서 많이 쓰는 용어로 ‘공정한 경쟁의 규칙을 만들다’라는 뜻입니다. 지금 미·중 무역 관계는 미국만 손해를 봐서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입니다. When we are down $100 billion with a certain country and they get cute, don’t trade anymore.”(만약 미국이 어떤 나라와의 무역 적자가 10억 달러나 되고 그 나라가 미국을 속이려고 한다면, 더는 그 나라와 무역하지 말라)한국이나 일본은 ‘cute’(귀여운)를 좋아하는 문화입니다. 미국은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cute’를 부정적인 의미로 쓸 때가 많습니다. ‘get cute with’는 ‘귀여운 척 하다’ ‘상대방을 속이려고 하다’라는 의미입니다.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거두는 중국 유럽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 가득한 트윗입니다. Trump called himself Tariff Man and Twitter had a field day.”(트럼프가 자신을 관세맨이라고 자랑하자, 트위터에서 웃음거리가 됐다)‘field’가 들어가는 표현을 하나 더 보겠습니다. 기사 제목입니다.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렇게 올렸습니다 “I am a Tariff Man”(나는 관세맨이다). 비웃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경제의 기본 논리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field day’는 군대 용어입니다. 군대가 새로운 무기와 기술을 선보이는 날을 말합니다. ‘have a field day’는 ‘신나게 즐기다’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맨이라고 자랑하지 트위터에서 놀리는 사람들이 넘쳐났다는 것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American carnage stops right here and stops right now.”(미국 대학살은 바로 여기서, 바로 지금 멈출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미국인들이 걱정이 많습니다. 취임 연설에 대한 걱정입니다. 2017년 트럼프 1기 취임 연설은 미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된 구절입니다. ‘carnage’(카니지)는 ‘대학살’이라는 뜻입니다. 통치 비전을 밝히는 취임 연설에 나올 만한 단어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연설에서 묘사한 미국 대학살의 현장은 무섭습니다. “Mothers and children trapped in poverty in our inner cities; rusted-out factories scattered like tombstones across the landscape of our nation”(어머니와 아이들은 도심에서 가난의 덫에 걸려 있고, 녹슨 공장들이 미국 전역에 묘비처럼 널려 있다). ‘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이런 혼란상을 정리하겠다는 것이 연설의 결론이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것은 ‘American carnage’라는 단어밖에 없습니다. 백악관 자료에 따르면 취임 연설은 5대 요소를 포함해야 합니다. 화합, 축하, 통치 원칙 규정, 권력 한계 인정, 미래 비전 제시입니다. 취임 연설뿐만 아니라 모든 대통령 연설에 적용되는 요소들입니다. 최근 한국의 탄핵 사태에서 대통령의 거친 언어들이 국민을 놀라게 했습니다. 대통령의 언어는 국민에게 본보기가 돼야 합니다. 미국 역사에 길이 남는 3대 취임 명연설을 알아봤습니다.With malice toward none, with charity for all, with firmness in the right, as God gives us to see the right, let us strive on to finish the work we are in.”(아무에게도 악의를 품지 않고, 모두에게 자비를 품고, 신이 우리를 인도하는 대로,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을 품고, 임무를 완수하자)미국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제이므로 두 번의 취임 연설을 할 수 있습니다. 대개 1기 취임 연설이 낫습니다. 이례적으로 2기 취임 연설이 더 훌륭한 대통령이 있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입니다. 물론 1기 연설도 좋지만 2기 연설은 모든 취임 연설 중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핵심 구절입니다. 남북전쟁이 막 끝난 시점이었습니다. 전장에서 귀환한 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취임식에서 링컨 전 대통령은 자비를 강조했습니다. 국가의 화두를 대결에서 관용으로 바꾸려는 노력이었습니다. ‘malice’와 ‘charity’를 대비시킨 문장은 수사학적으로도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후세 대통령들이 취임 연설 때마다 단골로 인용합니다.First of all, let me assert my firm belief that 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는 나의 굳은 믿음을 말하겠다)능력이 좋아 취임식을 네 번이나 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미국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입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취임식은 1기, 처음 대통령이 됐을 때입니다. 1933년 루즈벨트 1기 취임식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1월 20일 취임식의 원조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취임식이 3월 4일이었습니다. 취임식을 앞당긴 것은 그만큼 다급했다는 의미입니다. 대공황 때문입니다. 4명 중 1명은 실업자인 시대였습니다. 춥고 비바람까지 부는 날이었습니다. 취임식장을 향하는 차 안에서 루즈벨트 대통령과 전임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담요를 나눠 덮었습니다. 한 이불을 덮었지만 대화는 없었습니다. 대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사이라서 감정적 앙금이 남아있어 서로 다른 곳만 바라봤습니다. 언론은 “날씨보다 두 사람의 관계가 더 추워 보인다”라고 전했습니다. 취임식장에 도착하자 다리가 불편한 루즈벨트 대통령은 아들의 부축으로 받으며 단상에 올랐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본론으로 직행했습니다. 네 번째 문장에서 핵심 메시지가 나옵니다. 본인에게 부여된 시대적 요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습니다. 위기 극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도 법도 아닌 부정적인 사고의 전환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해결책으로 뉴딜 정책을 소개했습니다. ‘fear’라는 단어의 임팩트가 커서 ‘fear speech’(공포 연설)로 불립니다. And so, my fellow Americans: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친애하는 미국인들이여, 나라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지 묻지 말고, 당신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물으십시오)전설이 된 1961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취임 연설입니다. 여러 가지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외교에 치중한 취임 연설입니다. 연설의 90%가 외교에 관한 내용입니다. 냉전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현대 대통령 중 가장 짧은 취임 연설이라는 기록도 있습니다. 1355자로 14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20분이 넘는 대부분의 취임 연설과 비교됩니다. 위대한 연설은 길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ask not’으로 시작한 핵심 구절은 무력이 아니라 외교적 노력으로 냉전을 극복한다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평화주의적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이 구절의 필자가 누구인지는 지금까지도 미스터리입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이란 설과 테드 소렌슨 연설 담당 보좌관이라는 설이 대립합니다. 누구의 작품이건 모든 이에게 영감을 주는 명구절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명언의 품격2009년 1월 2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 역대 최대 인파가 모여들었습니다. 취임 연설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연설하면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최근 50년 사이 가장 연설력이 뛰어난 대통령입니다. 일반 연설을 잘하니 취임 연설은 더욱 잘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추운 날씨에도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실망스러웠습니다.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It didn’t have an animating idea. It didn’t have a clear theme.”(생동감 있는 아이디어가 없었다. 선명한 주제가 없었다) - 제프 쉬솔, 빌 클린턴 대통령 스피치라이터“Most people would have a hard time quoting you a line back from it.”(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용할만한 구절을 찾기 힘들 것이다) - 메리 케이트 캐리,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스피치라이터“There’s the old adage: You only get one chance to make a first impression. President Obama might hope that’s not true.”(‘첫인상의 기회는 한 번뿐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속담이 사실이 아니길 바랄 것이다) - 마이클 월드먼, 빌 클린턴 대통령 스피치라이터2기 취임 연설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연설도 실망스러웠습니다. ‘큰 무대에 약하다’ ‘백화점식 주제 나열을 싫어한다’ 등 다양한 추측이 나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본인은 이유를 밝힌 적이 없습니다. 변화의 아이콘인 만큼 안정과 화합이 주요 메시지인 취임 연설은 상대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오바마라서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1기 취임 연설에서 기억할만한 명구절도 없는 것도 아닙니다. 가장 유명한 구절입니다.Starting today, we must pick ourselves up, dust ourselves off, and begin again the work of remaking America.”(오늘부터 다시 일어서자, 먼지를 털어내자, 그리고 미국을 재창조하는 일을 다시 시작하자)1기 취임 연설의 공통된 특징은 전임 대통령의 실정(失政)을 부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새 대통령의 장점이 주목받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라크 전쟁, 교육 격차 등 전임 조지 W 부시 정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자신의 임무를 미국 재창조(remaking America)라고 봤습니다. ‘pick up’은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줍다’ ‘차에 태우다’ 외에 ‘상태가 좋아지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pick oneself up’은 ‘심신 상태를 회복하다’라는 뜻입니다. 큰일을 겪은 사람에게 빨리 털고 일어나라는 충고를 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You gotta pick yourself up!”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자유의 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여했습니다. 미국 안보와 국익, 세계 평화, 문화예술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공적을 쌓은 인물에게 매년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장입니다. 정계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고(故)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 고 애슈턴 카터 전 국방장관 등이 받았습니다. 연예·스포츠계에서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영화배우 마이클 J 폭스, 연기파 배우 덴젤 워싱턴, 패션 디자이너 랄프 로렌,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 등이 받았습니다. 경제계에서는 ‘헤지펀드의 전설’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가 수상했습니다. 공화당은 소로스에게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소로스가 민주당에게만 집중적으로 수억 달러를 기부했기 때문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travesty”(어이없네)라고 비웃었습니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때 백악관 선임 고문이던 스티브 배넌은 한술 더 떠 이렇게 말했습니다. Rip it right off his neck.”(그의 목에서 메달을 벗겨내야 해)‘rip’(립)은 손에 힘을 줘서 ‘떼어내다’ ‘뜯어내다’라는 뜻입니다. 소로스의 목에서 자유의 메달을 떼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받을 자격이 없다는 뜻이겠죠. 비슷한 뜻으로 ‘tear off’가 있습니다. ‘rip off’에는 다른 중요한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첫째, ‘사기 치다’ ‘바가지를 씌우다 ’입니다. “I got ripped off $20 by an on-line store”(인터넷 상점에서 20달러 바가지를 썼다)가 됩니다. 둘째, ‘모조품’ ‘아류작’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영화가 히트 치면 꼭 아류작이 나옵니다. “The film is a rip-off of another hit movie.”(그 영화는 다른 히트작의 아류작이야)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6월 26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 짓기에 관한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명을 잘 짓습니다. 그런데 그 별명이 꼭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모욕적 별명이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적수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Lyin’ Kamala”(거짓말쟁이 카멀라), “Laffin’ Kamala”(기괴하게 웃는 카멀라). “Kamabla”(카머블라) 등으로 불렀습니다. 2016년 대선 때 적수였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별명은 ‘Crooked Hillary’(사기꾼 힐러리)에서 ‘Beautiful Hillary’(아름다운 힐러리)로 격상했습니다. ‘crooked’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위해 남겨둔다고 합니다. ▶2018년 6월 26일자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한참 사이가 나빴을 때 “Little Rocket Man”(리틀 로켓맨)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별명을 들은 김 위원장은 매우 기분이 상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상대에게 모욕적인 별명을 붙여 부르는 것을 ‘name calling’(네임 콜링)이라고 합니다. 이름을 공개적으로 부른다(call)는 것은 ‘욕하다’ ‘나쁘게 말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네임 콜링’은 정치 용어로 상대 비방 전략 중의 하나입니다.Cryin’ Chuck, I’m going to ask him who is his acting coach.”(울보 척에게 가짜 눈물 흘리는 법을 가르친 연기 코치가 누군지 물어봐야겠다)상원에서 민주당의 ‘톱’인 척 슈머 원내대표는 감정이 풍부해 몇 차례 울먹였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Cryin’ Chuck”(울보 척)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눈물이 연기용 가짜 눈물이라고 놀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울보 척에게 가짜 눈물 흘리는 법을 가르친 연기 코치가 누군지 물어봐야겠다”라고 조롱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습니다.Wacky Jacky is campaigning with Pocahontas.”(괴짜 재키가 포카혼타스와 함께 유세를 벌이네)포카혼타스는 민주당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붙인 별명입니다. 워런 의원의 미국 원주민 혈통이 논란이 되자 디즈니 영화 주인공 포카혼타스에 빗대 붙인 별명입니다. ‘Wacky Jacky’(왜키 재키)는 네바다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재키 로즌 후보에게 트럼프가 붙인 별명입니다. ‘wacky’는 ‘괴짜’라는 뜻입니다. 얼마 전 워런 의원과 로즌 후보가 공동 유세를 벌이자 비꼬았습니다. 정신 나간 여성 2명이 어울려 다닌다고 비하하는 것입니다.It might be Prime Minister Abe, or Justin from Canada.”(아베 총리였나, 캐나다의 저스틴이었나)‘캐나다의 저스틴’은 최근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관세 부과 문제로 싸운 트럼프 대통령과 싸운 저스틴(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붙인 별명입니다. 귀국 후 트럼프 대통령은 “G7 회의에서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다”라며 리더들의 별명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아베 총리에게는 깍듯하게 “Prime Minister”(총리)라는 직함을 붙이면서 트뤼도 총리는 그냥 “Justin from Canada”(캐나다의 저스틴)라고 불렀습니다.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거론할 때마다 “캐나다의 저스틴 있잖아”라고 업신여기듯이 말했습니다. 속으로는 ‘젊고 잘생긴 저스틴’이라고 부러워한 것이 아닐까요.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American carnage stops right here and stops right now.”(미국 대학살은 바로 여기서, 바로 지금 멈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미국인들이 걱정이 많습니다. 취임 연설에 대한 걱정입니다. 2017년 트럼프 1기 취임 연설은 미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된 구절입니다. ‘carnage’(카니지)는 ‘대학살’이라는 뜻입니다. 통치 비전을 밝히는 취임 연설에 나올 만한 단어가 아닙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당시 연설에서 묘사한 미국 대학살의 현장은 무섭습니다. “Mothers and children trapped in poverty in our inner cities; rusted-out factories scattered like tombstones across the landscape of our nation.”(어머니와 아이들은 도심에서 가난의 덫에 걸려 있고, 녹슨 공장들이 미국 전역에 묘비처럼 널려 있다) ‘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이런 혼란상을 정리하겠다는 것이 연설의 결론이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것은 ‘American carnage’라는 단어밖에 없습니다. 백악관 자료에 따르면 취임 연설은 5대 요소를 포함해야 합니다. 화합, 축하, 통치 원칙 규정, 권력 한계 인정, 미래 비전 제시입니다. 취임 연설뿐만 아니라 모든 대통령 연설에 적용되는 요소들입니다. 최근 탄핵 사태에서 대통령의 거친 언어들이 국민을 놀라게 했습니다. 대통령의 언어는 국민에게 본보기가 돼야 합니다. 미국 역사에 길이 남는 3대 취임 명연설을 알아봤습니다. △“With malice toward none, with charity for all, with firmness in the right, as God gives us to see the right, let us strive on to finish the work we are in.”(아무에게도 악의를 품지 않고, 모두에게 자비를 품고, 신이 우리를 인도하는 대로,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을 품고, 임무를 완수하자) 미국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제이므로 두 번의 취임 연설을 할 수 있습니다. 대개 1기 취임 연설이 낫습니다. 이례적으로 2기 취임 연설이 더 훌륭한 대통령이 있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입니다. 물론 1기 연설도 좋지만 2기 연설은 모든 취임 연설 중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핵심 구절입니다. 남북전쟁이 막 끝난 시점이었습니다. 전장에서 귀환한 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취임식에서 링컨 전 대통령은 자비를 강조했습니다. 국가의 화두를 대결에서 관용으로 바꾸려는 노력이었습니다. ‘malice’와 ‘charity’를 대비시킨 문장은 수사학적으로도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후세 대통령들이 취임 연설 때마다 단골로 인용합니다. △“First of all, let me assert my firm belief that 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는 나의 굳은 믿음을 말하겠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식의 원조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취임식이 3월 4일이었습니다. 취임식을 앞당긴 것은 그만큼 다급했다는 의미입니다. 대공황 때문입니다. 4명 중 1명은 실업자인 시대였습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본론으로 직행했습니다. 네 번째 문장에서 핵심 메시지가 나옵니다. 국가적 위기 극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도 법도 아닌 부정적인 사고의 변화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해결책으로 뉴딜 정책을 소개했습니다. ‘fear’라는 단어의 임팩트가 커서 ‘fear speech’(공포 연설)로 불립니다. △“And so, my fellow Americans: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친애하는 미국인들이여, 나라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지 묻지 말고, 당신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물으십시오) 전설이 된 1961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취임 연설입니다. 여러 가지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외교에 치중한 취임 연설입니다. 연설의 90%가 외교에 관한 내용입니다. 냉전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현대 대통령 중 가장 짧은 취임 연설이라는 기록도 있습니다. 1355자로 14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20분이 넘는 대부분의 취임 연설과 비교됩니다. 위대한 연설은 길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ask not’으로 시작한 핵심 구절은 무력이 아니라 외교적 노력으로 냉전을 극복한다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평화주의적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이 구절의 필자가 누구인지는 지금까지도 미스터리입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이란 설과 테드 소렌슨 연설 담당 보좌관이라는 설이 대립합니다. 누구의 작품이건 모든 이에게 영감을 주는 명구절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발송되는 뉴스레터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에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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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보면 클린턴 대통령은 뛰는 것 같지 않고 그저 터벅터벅 걷는 것처럼 보입니다. ‘stroll in the park’는 공원 산책을 말합니다. 공원 산책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쉬운 일’을 의미합니다. ‘a piece of cake’와 같은 뜻입니다. 천천히 뛰는 것 같지만 실제로 함께 뛰어 보면 장난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A man in my position has a public duty to keep himself in good condition. You can’t be mentally fit unless you’re physically fit.”(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자신을 좋은 상태로 유지해야 할 공적인 의무가 있다. 육체적으로 건강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건강할 수 없다)‘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 그가 선택한 운동은 걷기였습니다. 매일 5시에 백악관을 나섰습니다. 매일 2마일(0.8km)씩 걸었습니다.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분당 120보 원칙을 지키며 걸었습니다. 미 육군의 속보 속도입니다. 걷기 운동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Walk as if you had somewhere to go.”(어디 갈 곳이 있는 사람처럼 걸어라)트루먼 대통령의 걷기 운동은 패션으로 유명했습니다. 양복 상·하의에 조끼까지 갖춰 입었습니다. 넥타이는 기본. 나비넥타이도 맸습니다. 모자를 쓰고 지팡이를 들었습니다. 과한 정장 패션이지만 당시는 예절이 중요한 시대였습니다. 잠깐 외출할 때도 옷을 갖춰 입는 시절이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젊은 시절 양복점을 경영해 패션 감각도 뛰어났습니다걷기가 끝이 아닙니다. 한 시간 정도 걷고 백악관으로 돌아와 수영장으로 향합니다. 그런 뒤 다양한 기구 운동과 윗몸 일으키기 25개를 합니다. 다시 수영장으로 갑니다. 마지막으로 사우나에서 피로를 풀고 운동을 마칩니다. 아침 운동에 걸리는 시간은 총 2시간 반. 규칙적인 운동은 군 생활 덕분입니다. 육군 대위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습니다. 그의 운동 명언입니다. ‘fit’은 ‘맞추다’라는 동사이자 ‘건강한’이라는 형용사도 됩니다.명언의 품격TV에서 보면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손을 번쩍 들고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에게 매서운 질문을 던지는 방이 있습니다. ‘브레이디 프레스 브리핑 룸’입니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 들어가 봤습니다. 백악관은 출입이 엄격하지만 큰 행사가 있으면 외국 기자도 브리핑 룸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미국의 내놓라 하는 기자들이 거쳐 간 프레스 브리핑 룸은 이상하게 생겼습니다. TV 화면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길쭉하고 폭이 좁은 방입니다. 중간 통로 없이 의자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덩치 큰 미국 기자들이 앉으면 숨이 막힐 정도로 꽉 찹니다.이 방이 길쭉한 것은 과거 수영장이었기 때문입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이 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39세에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못 쓰게 됐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그는 운동을 하기 힘들었습니다. 집에 수영장을 만들어놓고 수영을 하며 다리 운동을 했습니다. 대통령이 되자 수영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백악관에는 수영장이 없었습니다. 당시 유명 신문사인 뉴욕 데일리 뉴스가 나섰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욕 주지사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언론사였습니다. 대통령 취임 열흘 뒤 뉴욕 데일리 뉴스 1면에 전면으로 수영장 건설을 위한 국민 모금 광고가 실렸습니다. 신문사가 낸 광고였습니다. 광고 문구는 사장이 직접 썼습니다. 첫 문장부터 단도직입적입니다. Help build a pool for Roosevelt.”(루즈벨트를 위한 수영장을 짓게 도와달라)‘help’는 다양한 방식으로 쓰는데 여기서는 다음에 동사 원형이 와서 ‘제삼자가 하도록 돕다’라는 의미입니다. 패터슨 사장이 먼저 1000달러를 냈습니다. 아이들까지 저금통을 깨며 동참했습니다. 한 달 만에 필요한 자금이 모두 모였습니다. 일사천리로 진행돼 석 달 뒤 실내 수영장이 완공됐습니다. 지금 기준에서 보면 어둡고 답답한 수영장이지만 당시로써는 수중 조명, 자동 소독 장치 등을 갖춘 최신식 수영장이었습니다. 대통령 개인을 위해 국민이 십시일반 돈을 모은다는 것은 권위주의를 배격하는 미국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일입니다. 캠페인이 성공한 것은 당시 사회 분위기 때문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을 타개할 희망으로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습니다. 뉴욕 데일리 뉴스 사장은 광고에서 이렇게 설득했습니다. “Franklin D. Roosevelt, who is leading the country out of depression, must have a pool for his health.”(나라를 대공황에서 벗어나게 할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건강 때문에 수영장이 필요하다)대통령은 국민의 정성에 감동했습니다. 완공식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pool that you built will stand up”(여러분이 만들어준 수영장은 건재할 것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수영장을 열심히 이용했습니다. 이후 대통령들도 애용했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하루 3번씩 입수했습니다. 그의 고질적인 허리 통증에 수영이 도움이 됐습니다. 수영장이 없어진 것은 1970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입니다. 늘어나는 언론사들을 위해 수영장을 메워 브리핑 룸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언론의 집요한 워터게이트 스캔들 추적으로 4년 뒤 대통령에서 물러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오징어 게임’ 시즌2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습니다. 시즌1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래도 신랄하게 비판하기보다 건설적인 대안을 내놓은 평론가들이 많다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입니다. 영국 가디언지도 애정 어린 충고를 건넸습니다. 가디언이 본 시즌2의 문제점은 게임이 시작되기 전 서사가 너무 길어 지루하다는 것입니다. When we get into the actual games, the smash-hit K-drama finds its feet.”(실제 게임으로 들어가면 엄청난 인기의 K드라마는 제 자리를 잡는다)‘find’는 ‘찾다’, ‘feet’은 ‘발’을 말합니다. ‘find feet’은 ‘발을 찾는다’로 동물에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갓 태어난 동물은 서지 못합니다. 다리에 힘이 없습니다. 다리에 힘이 생기면, 즉 발을 찾으면 제 몫을 하는 동물이 됩니다. ‘find feet’은 ‘제 몫을 하다’ ‘제 자리를 찾다’라는 뜻입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입 사원이 일을 척척 해냅니다. 칭찬해주고 싶다면 이렇게 말합니다. “You’ve only been working here a few days, but you really are finding your feet.”(일을 시작한 지 며칠 안 됐는데 벌써 제 몫을 하네)‘get cold feet’라는 단어도 많이 씁니다. 발이 차가우면 움직이기 힘듭니다. 망설일 때 씁니다. 결혼식을 앞두고 주저하는 사람을 가리켜 이렇게 말합니다. “He got cold feet before the wedding.” ‘Don’t let the grass grow under your feet.’ 유명한 속담입니다. 발밑에 풀이 자랄 정도로 꾸물대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월 22일 소개된 심야 토크쇼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 TV에서 뉴스만큼 경쟁이 심한 분야는 심야 토크쇼입니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에서 골고루 방송되는 심야 토크쇼는 친(親) 민주당 성향이 강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기쁠 리 없습니다. 그런데 속으로는 은근 기뻐하고 있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앞으로 4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개그 소재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던 토크쇼들이 이제 확실하게 각 잡고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할 준비가 됐습니다. 과연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어땠는지 돌아가 보겠습니다. ▶2019년 1월 22일자오후 11시가 되면 미국 TV에서 심야 토크쇼를 시작합니다. 심야 토크쇼는 경쟁이 치열합니다. CBS 방송의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신랄하고 유쾌하게 조롱해 인기가 높습니다.The T is silent. Like you were during the Roger Ailes scandal.”(철자 T는 침묵해야 해. 당신이 로저 에일스 스캔들 때 침묵했던 것처럼 말이야)콜베어(Colbert)는 발음이 독특합니다. ‘콜버트’가 아니라 ‘콜베어’라고 읽습니다. ‘t’는 묵음입니다. 그런데 폭스뉴스의 브라이언 킬미드 앵커는 기어코 ’콜버트‘라고 발음했습니다. 은근히 무시한 겁니다. 콜베어는 킬미드에게 한 방 먹였습니다. 폭스뉴스 최고경영자 로저 에일스의 직장 내 성희롱 스캔들이 터졌을 때 상당수 직원이 에일스를 비판했지만 킬미드는 침묵을 지킨 것을 비꼬았습니다. 발음되지 않는 묵음을 ‘silent’(침묵)라고 합니다.Whoa! Pump the brakes.”(잠깐! 천천히 갑시다)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김 위원장은 기분이 어땠을까요. 콜베어가 김 위원장의 속마음을 들여다봤습니다. 단 한 번 만난 할아버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랑 고백을 받은 김 위원장은 당혹스럽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진정시켜야 합니다. ‘pump the brakes’는 위험한 도로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한 번에 콱 밟지 않고 반복적으로 살짝 밟으며 천천히 속도를 줄이는 것을 말합니다. I’m a manila envelope taped to a beige wall.”(나는 투명인간이야)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민주당 지도부를 수차례 백악관으로 불러 설득 작전을 폈습니다. 토크 배틀 난타전이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을 도와야 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목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콜베어가 펜스 부통령의 속마음을 읽어보니 투명인간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난장판에 끼어들어 트럼프 대통령을 돕느니 차라리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이라는 겁니다. 베이지 색깔의 벽에 붙여놓은 노란색 마닐라 봉투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존재감이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목석처럼 앉아 있는 펜스 부통령이 오히려 더 눈에 잘 띄었다”라고 꼬집었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You can’t love your country only when you win. You can’t love your neighbor only when you agree.”(당신이 이겼을 때만 나라를 사랑할 수 없다. 당신이 동의할 때만 이웃을 사랑할 수 없다)곧 물러나는 조 바이든 대통령 4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명언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한 뒤 한 말입니다. 민주주의는 공정한 승복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취임 전 백악관에 초대한 이유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정말 하기 싫은 일이었겠지만, 백악관으로 초대해 9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고 백악관 대변인은 전했습니다. ‘Peaceful Transfer of Power’(평화로운 정권 교체)는 미국인들이 하도 많이 들어서 ‘PTP’라는 약자로 통할 정도입니다. 이 원칙에 입각해 전임 대통령과 후임 대통령 간에 순조로운 바톤 터치가 이뤄집니다. 전임 대통령은 후임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대해 국내외 정세 브리핑을 해줍니다. 전임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과 함께 취임식장까지 자를 타고 가서 취임 선서를 지켜보는 것도 우리에게는 부러운 전통입니다.백악관 초대와 취임식 동행이 공식 행사라면 좀 더 사적인 공간에 진행되는 바톤 터치도 있습니다. 손편지(hand-written letter)입니다. 전임 대통령은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한줄 한줄 손으로 써서 후임 대통령이 취임식 날 볼 수 있도록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놓고 떠납니다. 전임 대통령에게는 아름다운 퇴장의 기회를, 후임 대통령에게는 정권 인수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편지입니다. 미국 정부는 편지 내용을 공개합니다. 한국은 대통령 때문에 시끄러운 시국에 미국 대통령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평화로운 정권 교체의 전통을 알아봤습니다.Don’t let the turkeys get you down.”(훼방꾼들에게 신경 쓰지 마세요) 손편지 전통이 시작된 것은 1989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물러날 때입니다. 자기 밑에서 8년 동안 부통령을 지낸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에게 썼습니다. 친한 사이라서 그런지 정식 편지라기보다 건투를 비는 간단한 메모에 가깝습니다. 별 내용은 없습니다. 전문입니다. “Dear George, You’ll have moments when you want to use this particular stationery. Well, go to it. George, I treasure the memories we share and I wish you all the very best. You’ll be in my prayers. God bless you & Barbara. I’ll miss our Thursday lunches.”(이 편지지를 사용하고 싶은 순간이 올 것입니다. 그러도록 하세요. 우리가 함께 일한 기억들을 소중히 할 것이고, 당신이 잘되기를 빌 것입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할게요. 당신과 바버라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우리가 함께한 목요일 점심 식사를 그리워할 것입니다)백악관 전용 편지지가 일반 편지지에 썼습니다. 이런 편지지를 사용한 이유가 첫 문장에서 나옵니다. 미국인들도 헷갈리는 단어로 ‘stationery’와 ‘stationary’가 있습니다. 발음은 ‘스테이셔너리’로 똑같습니다. ‘stationery’는 편지지, 펜 등 문구류를 말합니다. 문방구를 뜻하는 ‘stationer’에서 유래했습니다. 반면 ‘stationary’는 ‘station’(정거장)의 형용사로 ‘정지된’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는 당연히 ‘stationery’입니다.편지지에 그려진 삽화와 ‘Don’t let the turkeys get you down’이라는 구절은 유머 작가 샌드라 보인튼의 작품입니다. 동명의 책으로 먼저 발간됐습니다. 책이 인기를 끌자 편지지가 관련 상품으로 나왔습니다. 일러스트의 의미는 칠면조는 건방지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동물입니다. 반면 코끼리는 점잖습니다. 칠면조들이 등 위에 올라타 귀찮게 굴어도 코끼리는 상대도 안 해줍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본인이 전하려는 메시지와 맞아 이 편지지를 택했습니다. 훼방꾼들에게 신경 쓰지 말고 당당하게 정책을 추진하라는 격려입니다. 마침 코끼리가 공화당의 상징 동물인 것도 이 편지지를 택한 이유입니다. ‘get down’은 ‘우울하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Rainy days always get me down.”(비가 오는 날은 언제나 우울해)Your success is our country’s success.”(당신의 성공이 국가의 성공입니다)대통령에서 물러나는 것은 우울한 일입니다. 그래도 레이건 대통령은 위로할 거리가 많습니다. 연임해서 8년 동안 누릴 것 다 누렸고, 후임은 같은 당 소속에다 자기 밑에서 부통령을 지낸 인물입니다. 그렇지 못한 대통령이 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 후임인 아버지 부시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을 4년밖에 못한 데다가 정치 경력도 짧은 상대 당 후보 빌 클린턴 아칸소 주지사에게 고배를 마셨습니다. 물러나는 기분은 참담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가장 훌륭한 손편지를 남겼습니다. “손편지의 시작은 레이건 대통령이지만 모범은 부시 대통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전문입니다.“Dear Bill, When I walked into this office just now I felt the same sense of wonder and respect that I felt four years ago. I know you will feel that, too. I wish you great happiness here. I never felt the loneliness some Presidents have described. There will be very tough times, made even more difficult by criticism you may not think is fair. I’m not a very good one to give advice; but just don’t let the critics discourage you or push you off course. You will be our President when you read this note. I wish you well. I wish your family well. Your success now is our country’s success. I am rooting hard for you.”(지금 집무실에 들어선 순간 4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 같은 경이감과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당신도 느끼게 되겠죠. 이곳에서 큰 행복을 누리기 바랍니다. 나는 다른 몇몇 대통령이 말하는 외로움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물론 힘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당신을 향한 비난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는 더욱 그럴 것입니다. 나는 남에게 충고하는 데는 소질이 없지만 비판자들 때문에 용기를 잃거나 목표에서 어긋나지 말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이 글을 읽을 때는 우리의 대통령이 돼 있을 것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당신의 성공이 나라의 성공입니다. 열렬히 응원할게요) ‘honesty’(정직)와 ‘grace’(품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손편지에 따라다니는 찬사입니다. 자신을 먼저 낮춤으로써 상대의 존경을 얻었습니다. “다른 대통령들처럼 외로움을 느껴본 적이 없다” “충고에 소질 없다” 등은 최고 권력자의 입에서 나오기 힘든 솔직하고 용기 있는 자기 고백입니다. 어려운 단어를 한 개도 쓰지 않았음에도 글에 품위가 배어있습니다. ‘push off course’는 진로에서 밀쳐내다, 목표를 방해한다는 뜻입니다. ‘root for’는 응원, 지지를 말합니다. ‘root’은 영양분이 모이는 뿌리를 말합니다. 누군가를 위해(for) 힘을 모은다(root)는 뜻입니다. 대선 때 격렬하게 싸운 양당 후보가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편지에 감동해 평생 친구가 됐습니다.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편지를 읽던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He made us feel at home, as much as he could. Total class.”(그는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도로. 정말 최고다). There will be trying moments.”(힘들 때가 있을 것입니다)아들 부시는 어떨까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사상 최저 지지율로 물러났습니다. 후임은 시대 변화의 아이콘 버락 오바마 대통령. 하버드 법대 졸업에 똑똑하기 소문난 후임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부시 대통령은 문장력 부족으로 임기 내내 조롱까지 받았습니다. 그래도 훌륭한 편지를 남겼습니다. 이 편지가 유명한 것은 서번트 리더십을 구체적으로 밝혔기 때문입니다. 국민을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섬김의 대상으로 보라는 메시지입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편지에 개인적인 겸손이 배어있다면 아들 부시 대통령은 최고 권력자의 사명이 겸손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전문입니다.“Dear Barack, Congratulations on becoming our President. You have just begun a fantastic chapter in your life. Very few have had the honor of knowing the responsibility you now feel. Very few know the excitement of the moment and challenges you will face. There will be trying moments. The critics will rage. Your ”friends“ will disappoint you. But, you will have an Almighty God to comfort you, a family who loves you, and a country that is pulling for you, including me. No matter what comes, you will be inspired by the character and compassion of the people you now lead. God bless you.”(우리의 대통령이 된 것을 축하합니다. 당신 인생에 멋진 장이 열렸습니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책임감을 아는 영광을 누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당신이 마주한 도전의 흥분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힘들 때가 있을 것입니다. 비판자들은 열을 낼 것입니다. ‘친구’라는 사람들을 당신을 실망하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을 위로할 전능한 신이 있고, 당신을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나를 포함해 당신을 응원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무슨 도전이 닥치든 당신이 이끌 국민의 애정과 인격이 영감을 줄 것입니다. 신의 축복이 있기를) ’try‘의 형용사인 ’trying’은 힘들고 괴로운 상태를 말합니다. ‘trying time’은 힘든 시기, ‘trying circumstances’는 힘든 상황을 말합니다. ‘pull for’는 ‘root for’와 같은 뜻입니다. “Who are you pulling for?” 경기에서 어느 팀을 응원하는지 묻는 것입니다.명언의 품격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미국 시민이 아니라는 ‘버서’ 운동을 벌이는 기업가 시절의 트럼프를 2011년 백악관 만찬에서 망신을 줬습니다. “You are fired!”나 외치는 TV 리얼리티쇼 진행자가 중대한 외교 결정을 내릴 수 있겠냐고 조롱했습니다. 복수를 결심한 트럼프는 대통령의 꿈을 꾸기 시작했고, 5년 뒤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손으로 쓰지 않고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한 편지를 전했습니다. 이들이 서먹한 관계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른 대통령들처럼 이름을 부르지 않고 ‘Dear Mr. President’라는 깍듯한 경칭으로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좌를 물려주는 것이 못 미더웠는지 첫째, 둘째, 셋째 숫자까지 붙여가며 긴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1500자 분량으로 다른 대통령 편지의 3배에 달합니다. 대통령의 직무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 편지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핵심인 셋째 메시지입니다. Third, We are just temporary occupants of this office.”(셋째, 우리는 대통령의 자리를 잠시 차지하는 것뿐입니다)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리이지만 한계도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이어집니다. “That makes us guardians of those democratic institutions and traditions that our forebears fought and bled for. Regardless of the push and pull of daily politics, it’s up to us to leave those instruments of our democracy at least as strong as we found them. And finally, take time, in the rush of events and responsibilities, for friends and family. They’ll get you through the inevitable rough patches. Good luck and Godspeed.”(따라서 우리는 조상들이 피 흘려 싸운 민주주의 체제와 전통의 수호자가 돼야 합니다. 밀고 당기는 일상 정치를 초월해 민주주의의 도구들을 우리가 발견했을 때보다 더 튼튼하게 남겨두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질주하는 과정에서 친구와 가족을 위한 시간을 내기 바랍니다. 그들이 있기에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행운이 있기를)오바마 대통령 편지의 특징은 내용은 어려운 데 표현 방식은 쉽다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표현이 여러 개 나옵니다. ‘patch’는 옷에 구멍이 났을 때 덧대는 조각을 말합니다. 덧댄 부분은 거칠기(rough) 마련입니다. ‘rough patch’는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말합니다. 힘든 시기가 닥쳤을 때는 ‘hit rough patch’, 견뎌냈을 때는 ‘go through rough patch’가 됩니다. 마지막에 나오는 ‘Godspeed’는 ‘God speed you’의 줄임말입니다. ‘speed’는 ‘속도’라는 뜻으로 알고 있지만 원래 ‘목표를 이루다’ ‘성공하다’라는 뜻의 중세 영어 ‘spede’에서 유래했습니다. ‘good luck’과 같은 뜻입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뉴욕에서 발생한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최고경영자(CEO) 총격 사망 사건이 화제입니다. 대개 범죄 사건은 희생자에게 관심이 쏠리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범인인 26세 청년 루이지 만조니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습니다. 미국 의료보험은 정부가 아니라 사기업들이 주도합니다. 가입 거부, 높은 수가, 빈약한 혜택 등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흔히 ‘3D로 불립니다. ‘Deny‘(거부), ’Delay‘(지연), ’Depose‘(탈퇴)의 약자입니다. 의료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시점에 미국 최대 의료기업 CEO에게 총을 겨눈 만조니를 살인자가 아니라 영웅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만조니는 총알에 3D 글자들을 새겨넣기까지 했습니다.만조니가 의료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불우한 환경 출신일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메릴랜드에서 손꼽히는 부자 가문 출신으로 볼티모어 유명 프렙 스쿨을 최우등 졸업했고,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컴퓨터 공학으로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게다가 잘생긴 것은 덤. 그는 척추 통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미국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깨닫고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Mangione doesn’t exactly fit the bill of a cold-blooded killer.”(만조니는 냉혈 살인자 상에 맞지 않는다)‘fit’은 규격에 맞는다는 뜻입니다. ‘bill’은 고지서를 말합니다. ‘fit the bill’은 청구서에 맞는다’라는 뜻일까요. ‘bill’에는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연극에서 유래한 뜻도 있습니다. 브로드웨이에 연극을 보러 가면 ‘playbill’(플레이빌)을 나눠줍니다. 연극 줄거리, 출연 배우 등을 소개한 브로셔입니다. ‘Playbill’이라는 이름의 연극 잡지도 유명합니다. 배우가 특정 역할에 맞으면 ‘fit the bill’이라고 했습니다. 특정 이미지, 목적, 조건 등에 맞는다는 의미입니다. “We wanted an experienced engineer, and he fit the bill.”(우리는 경험 많은 엔지니어를 원했고, 그는 조건에 맞았다)살인자라고 하면 정해진 이미지가 있습니다. 불우한 가정환경, 낮은 교육 수준, 전과 이력 등입니다. 마조니는 살인자 상(像)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팬덤에 열광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살인 범죄자를 셀럽처럼 추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2월 25일 소개된 워싱턴의 크리스마스 풍경에 관한 내용입니다. 일 년 내내 정치인들로 북적거리는 워싱턴은 크리스마스 연말 시즌이 되면 조용해집니다. 모두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그런데 2018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귀향 계획이 올스톱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경장벽 표결 때문에 정치인들이 연말을 워싱턴에서 보내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2018년 12월 25일자We’re not going to give in on this.”(우리는 이 문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신답게 며칠 연속 TV에 등장해 “트럼프 대통령을 도와 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포기하다’에는 ‘give in’과 ‘give up’이 있습니다. ‘give up’은 자신의 습관이나 하던 일을 포기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 ‘give in’은 상대방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내가 먼저 포기할 때 씁니다.Wheels down IAD ready to vote no on this stupid wall.”(워싱턴에 착륙하는 중이다. 어리석은 장벽 법안에 No 표를 던질 준비가 됐다) 하와이가 지역구인 민주당의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은 하와이에 가서 17분간 가족과 만나고 다시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wheels down’은 비행기 바퀴들이 내려오다, 즉 착륙한다는 뜻입니다. IAD는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코드입니다. 국경장벽 설치비용 5억 달러를 의회로부터 받아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어리석은 장벽(stupid wall)이라고 조롱하면서 ‘No’ 표를 던질 준비가 됐다고 합니다.A Very Special Counsel Christmas, a special tailor-made for these trying times.”(힘든 시기에 딱 들어맞는 특검 크리스마스)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TV 토크쇼 ‘스티븐 콜베어 쇼’는 크리스마스 만화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지금처럼 힘들 때(trying times) 양복점에 맞춘 특별한 옷(tailor-made)처럼 딱 들어맞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매우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라’라는 인사를 전할 때 ‘very special Christmas’라고 합니다. ‘special’ 다음에 ‘counsel’을 살짝 넣어 특검 크리스마스(special counsel Christmas)라는 신조어를 만들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이 활동하는 이번 크리스마스는 매우 특별하다는 의미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I learned about it on television.”(텔레비전 보고 알았다)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의 비상계엄 소식을 어떻게 접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심각했던 행사장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미국의 핵심 안보책임자가 동맹국의 격변 상황을 TV 뉴스를 통해 알게 됐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 측과 사전 협의 없는 위헌적 조치에 항의하려는 의도로 한 말이었습니다. ‘learn’은 단순히 ‘배우다’가 아니라 모르던 사실을 ‘인지하다’라는 의미로 폭넓게 쓰입니다.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계엄 선포를 오판(misjudge)이라고 했습니다. 오판만으로 부족했는지 치명적(badly)이라는 단어를 앞에 넣었습니다. 미국 외교 당국자들이 동맹국 정상을 이렇게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The black-and-white questions never made it to me.”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명언입니다. 흑백이 분명한 질문은 대통령 책상 앞에 오지도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쉬운 결정은 밑에서 다 알아서 처리합니다. 대통령은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자리입니다. 이번 계엄 선포 사태처럼 최고 결정권자의 잘못된 판단은 국가를 대혼란에 빠뜨립니다. 미국 대통령의 결정이 남긴 교훈을 알아봤습니다. △“When you have a tough decision to make, you don’t want people to tell you what you want to hear.”(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사람은 원치 않는다) 백악관 시추에이션룸에서 오바마 대통령 주재로 오사마 빈 라덴의 파키스탄 은신처를 급습할지를 결정하는 회의가 열렸습니다. 고위 각료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의견을 밝힐 때 조 바이든 부통령이 강하게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파키스탄과의 외교 마찰, 작전이 실패할 경우 대선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가장 가까운 부통령의 반대에 당황했지만 그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제기한 문제점들을 한 가지씩 짚어가며 해결책을 찾아갔습니다. 작전 성공 뒤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고마워한 사람은 바이든 부통령이었습니다. 결정의 순간에 처한 지도자에게 가장 큰 비극은 예스맨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이라고 오바마 대통령은 말합니다. 반대로 바이든 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렇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He listened to every voice in the room. That was not an easy task.”(그는 방 안의 모든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쉽지 않은 일이다) △“The final responsibilities of any failure is mine, and mine alone.”(실패의 최종 책임은 나에게, 오직 나에게 있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피그만 침공 작전을 승인했습니다. 취임 후 첫 외교 결정이었습니다. 작전은 실패했습니다. “애송이 대통령” “무모한 작전” 등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실패한 결정 뒤로 숨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We’re not going to have any search for scapegoats.”(희생양을 찾지 않겠다) 후속 성명도 발표했습니다. ‘mine’이라는 단어를 반복해가며 자신에게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책임 인정에 그치지 않고 실패로부터 배웠습니다. 권력 내부의 집단적 사고가 원인이라는 것을 깨닫고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널리 구했습니다. 이후 쿠바 미사일 위기를 해결하고,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앞설 수 있었던 것은 실패에서 배우려는 자세 덕분이었습니다. △“Richard Nixon and the nation have passed a tragic point of no return.”(리처드 닉슨과 미국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의 지점을 지났다) 미국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시끄러울 때였습니다. 사설을 싣지 않는 전통을 가진 시사 주간지 타임이 창간 50년 만에 처음으로 사설을 실었습니다. 타임이 사설을 실었다는 사실 자체가 뉴스였습니다. 1만2359자, A4용지 5장 분량이었습니다. 첫 문장은 미국 정치사와 언론사에 남는 명구절입니다. Point of No Return(PNR)은 항공용어로 회항 불능 지점을 말합니다. 사설은 대통령이 도덕적 권위를 잃은 순간을 PNR로 규정했습니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The President Should Resign.’(대통령은 사퇴해야 한다) 사설은 사퇴 논의에 물꼬를 텄습니다. 대통령은 버텼습니다. 8개월 뒤 탄핵 가결이 확실시되자 그제야 부랴부랴 물러났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던 동정과 지지는 모두 사라진 뒤였습니다. 결단의 시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발송되는 뉴스레터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에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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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a mess I’d be?” I’d be the world’s worst.”(내가 술을 마시면 어떨 것 같나? 얼마나 엉망이 되겠는가? 최악의 주정꾼이 될 것이다)이밖에도 조 바이든, 지미 카터 대통령 등이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금주 파는 소수이고,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들은 술을 잘 마셨습니다. 술은 정도껏 마시면 되지만 필름이 끊기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마시면 안 됩니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을 ’heavy drinker’(술꾼)라고 합니다. 유명한 헤비 드링커 대통령을 알아봤습니다.Fatherhood meant sobriety from 1986 on.”(1986년 이후 아버지라는 책임감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을 의미했다)최고의 술고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입니다. 20∼30대 때 많이 마시다가 40세 때 딱 끊었습니다. 젊은 시절 전형적인 부잣집 망나니 아들이었습니다. 예일대 시절 공부보다 파티에 주력했습니다. 성적표에는 ’C’가 수두룩했고, 평균 성적은 77점. 졸업 후 석유회사에 취직하고 결혼해서도 방탕한 생활은 계속됐습니다. 1977년 30세 때 케네벙크 포트 가족 별장 부근에서 음주운전으로 걸려 운전면허가 취소됐습니다. 이 음주운전 경력은 나중에 대선 도전 때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자서전에서 당시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Can you remember the last day you didn’t have a drink?”(마지막으로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이 언제인지 기억하는가). 항상 술에 절어 살았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1986년 부통령 아들 시절 술을 끊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에게 주정을 부린 것이 기사화됐습니다. 당시 폭언 내용입니다. “You fucking son of a bitch. I saw what you wrote. We‘re not going to forget this.”(이 개자식. 당신이 쓴 기사 봤어. 잊지 않겠어). 더 수치스러운 사건은 가족 파티에서 벌어졌습니다. 술에 취한 채 아버지 친구 부부에게 음담패설 질문을 던졌습니다. “So, what is sex like after fifty?”(50세 이후 섹스는 기분이 어때요)분위기가 싸해 지면서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습니다. 다섯 살짜리 쌍둥이 딸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두 딸의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려면 끊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 다음에 ’on’이 오면 ‘이후 줄곧’이라는 뜻입니다. ‘from now on’은 ‘지금부터 줄곧’입니다. 그다음 날로 끊었습니다. 중독치료센터나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힘으로 독하게 끊었습니다. 단번에 중독을 끊는 것을 ‘go cold turkey’라고 합니다. 개척시대에 백인과 인디언 원주민이 칠면조 고기와 까마귀 고기를 나눠 먹었습니다. 백인이 더 맛있는 칠면조 고기를 먹겠다고 차갑게 말한 데서 ‘cold turkey’가 유래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뒤 술을 마실 기회가 많지만 언제나 조심한다고 합니다.I should remain fully in control of my faculties.”(나는 온전한 정신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전통적으로 텍사스 출신들이 술을 잘 마십니다. 남성성을 강조하는 텍사스의 기질 때문입니다. 텍사스 시골 출신의 린든 존슨 대통령은 케네디 암살로 부통령에서 갑자기 대통령이 된 케이스입니다. 케네디와 비교된다는 중압감을 술로 달랬습니다. 좋아하는 술은 커티삭 위스키. 탄산수에 섞는 스카치 앤 소다를 즐겼습니다. 기자들 앞에서 음주운전을 할 정도였습니다. 취임 후 첫 휴가 때 백악관 기자단을 텍사스 목장에 초대했습니다. 링컨 컨버터블에 기자들을 태우고 목장 투어에 나섰습니다. 그의 손에 흰색 스티로폼 컵이 들려있었습니다. 물인 줄 알았지만 술이었습니다. 술을 마시며 넓은 목장을 곡예 운전을 했습니다. 기자들이 놀라자 속도 계기판을 모자로 가렸습니다. 다음날 백악관 대변인은 잡아뗐습니다. “The President didn’t exceed Texas’ 70 mph speed limit.”(대통령은 텍사스 규정 속도인 시속 70마일을 넘지 않았다). 문제는 음주운전인데 속도위반으로 주의를 돌리려 한 것입니다.존슨 대통령의 과도한 음주는 워싱턴의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술에 관대한 문화였기 때문에 언론은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경호원들에게 술 시중까지 들게 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 술이 떨어지면 창문 밖으로 컵을 흔들었습니다. 뒤따르던 경호원이 컵을 회수해 경호 차량으로 가서 술을 리필해 왔습니다. 경호 차량에는 아예 바가 꾸며져 있었습니다. 임기 후반에 베트남전이 가열되자 술을 끊었습니다. ‘faculty’(패컬티)는 대학 학부, 교수진이라는 뜻 외에 능력, 특히 정신적 능력을 말하기도 합니다. 능력을 밀할 때는 복수 ‘faculties’로 복수를 씁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가리켜 미국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Biden isn’t in full control of his faculties.”When I talked to the President he was loaded.”(대통령과 얘기했을 때 술에 취해 있었다)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 리처드 닉슨 대통령입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 때 백악관에 틀어박혀 술에 취해 횡설수설했던 일화는 유명합니다. 젊은 시절부터 가문과 학벌 콤플렉스가 심했습니다. 피해망상을 술로 달랬습니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술에 취해 잠드는 드는 날이 많았습니다. “Houston, we have a problem”(휴스턴 본부, 문제가 발생했다)으로 유명한 아폴로 13호가 지구로 무사 귀환했을 때 보좌관이 이 소식을 전하려고 집무실에 들어가자 닉슨 대통령은 술에 취해 쿨쿨 자고 있었습니다. 제4차 중동전쟁, 즉 욤 키푸르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술 때문에 대응이 늦었습니다. 영국 총리는 긴급 통화를 원했지만, 닉슨 대통령은 술에 곯아떨어져 있었습니다. 집무실 앞에서 부하들의 대화 내용입니다. 대통령의 술 때문에 겪는 부하들의 고민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깨워도 되겠냐는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국가안보 부보좌관의 질문에 헨리 키신저 보좌관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까 자신과 얘기했을 때 이미 상당히 취한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깨운다고 해도 대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load’는 ‘짐을 적재하다’ ‘총을 장전하다’ 등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be loaded’는 술에 취했다는 뜻입니다.닉슨 대통령이 자주 술에 곯아떨어진 것은 수면제와 함께 복용했기 때문입니다. 불면증 때문에 술과 수면제를 함께 복용할 때가 많았습니다. 닉슨 대통령의 근본적인 문제를 술이 아니라 약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닉슨의 정신적 지주였던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president’s sins should be blamed on the demon-power of sleeping pills.”(대통령의 죄는 수면제의 악마와 같은 힘 탓이다)명언의 품격역사상 가장 유명한 술꾼 지도자는 미국이 아니라 영국에서 나왔습니다. 윈스턴 처칠 총리입니다. 안락의자에 몸을 묻고 시가를 피우며 술잔을 기울이는 처칠의 이미지는 유명합니다. 주량은 하루 750mL 정도 마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눈을 뜨고 있을 때는 언제나 술을 마셨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시간대에 따라 좋아하는 술의 종류가 달랐습니다. 아침에는 스카치 앤 소다, 점심에는 샴페인, 저녁에는 와인, 이른 밤에는 코냑, 늦은 밤에는 위스키를 마셨습니다. 좋아하는 브랜드도 확실해 위스키는 조니워커 레드 또는 블랙 라벨, 샴페인은 폴 로저를 즐겼습니다.가장 좋아하는 술친구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을 붙잡고 새벽 2, 3시까지 술을 마셔 엘리너 루즈벨트 여사를 화나게 했습니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엿새 후 처칠 총리가 루즈벨트 대통령을 만나러 왔습니다. 백악관을 짐을 푼 그의 첫 마디입니다. 전쟁 협력 발언을 기대했던 미국 관리들을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었습니다. I must have a tumbler of sherry in my room before breakfast. A couple of glasses of scotch and soda before lunch and French champagne, and 90-year-old brandy before I go to sleep at night.”(셰리주를 담은 텀블러를 아침 식사 전에 내 방에 갖다 달라. 점심 전에 스카치 앤 소다 두 잔 마셔야 하고, 프랑스산 샴페인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잠들기 전 90년 된 브랜디를 준비해 달라)처칠 총리 같은 사람을 가리켜 ‘high-functioning alcoholic’(고기능 중독자)이라고 합니다. 중독자 대부분이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과 달리 사회적으로 훌륭하게 기능을 수행하는 중독자들도 있습니다. 처칠 총리는 술을 많이 마셨지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역사적인 명연설을 만들어냈고,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게다가 90세까지 장수했습니다. 처칠 총리는 술꾼에게 자제력(self-control)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술은 개인의 취향이라 마시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그가 정한 마지노선이었습니다. 술로 인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일생의 자부심으로 여겼습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I have taken more out of alcohol than it has taken out of me.”(술이 나로부터 얻은 것보다 내가 술로부터 얻은 것이 많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와 멕시코 제품에 관세 25% 부과 계획을 발표하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대통령은 깜짝 놀라 트럼프 대통령이 사는 마러라고 리조트로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에게는 !00% 관세를 위협했습니다. 브릭스가 달러의 위상에 도전하는 새로운 통화 시스템을 만든다면 미국에 물건을 팔 때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조롱했습니다. They can go find another ‘sucker!’”(다른 멍청이를 찾아봐라)‘suck’(썩)은 빨아들인다는 뜻입니다. 나쁜 기운을 빨아들인다는 의미의 욕입니다. 상대가 실망스러운 행동을 한다면? “You suck!”(너 그러면 안 돼)이라고 쏘아붙입니다. 내 인생이 안 풀린다면? “My life sucks”라고 한탄합니다. ‘suck up’도 많이 씁니다. 위를 향해(up) 빠는 것(suck)이므로 아첨한다는 뜻입니다. “He’s a suck-up to the boss.”(그는 상사에게 알랑대는 아첨꾼이다)‘sucker’는 나쁜 기운을 빨아들이는 사람이니까 멍청이를 말합니다. 미국은 이제 만만한 상대가 아니므로 다른 멍청한 나라를 찾아보라는 경고입니다. ‘sucker’가 멍청하다는 나쁜 뜻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뒤에 ‘for’가 오면 ‘너무 좋아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을 말합니다. “I’m a sucker for musicals.”(나는 뮤지컬이라면 사족을 못 써)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4월 25일 소개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성사된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의 주인이 되면서 양국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큽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정상회담에서 1948년 휴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만났습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미국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알아봤습니다. ▶2018년 4월 25일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이 가까워지면서 미 정가가 시끌시끌합니다. 회담을 전망하는 정치인과 전문가들의 대화에는 열기로 가득합니다. 북-미 정상회담을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바라보는 미 정가 사람들의 말말말. 감상하세요.He’s gonna sell the store.”(그는 모든 것을 양보할 기세다)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 좌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회담 성공에 목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너무 많이 양보한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예 가게까지 팔아서 김정은에게 선물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합니다. ‘sell the store’는 거덜 날 정도로 다 퍼주는 것을 말합니다.Not a peep!”(아무 불평 없네)북-미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눈에 띄는 변화는 북한이 미국에 퍼붓던 악담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WP 인터뷰에서 북한의 민첩한 태도 변화가 놀라운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peep’(핍)은 살짝 시선을 주거나 작은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합니다. 북한으로부터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He is stealing pages from his daddy’s book.”(그는 아버지 책에서 몇 페이지를 훔치고 있다)김정은이 미국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지만 결국 핵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0년대 초 북-미 대화 때 비슷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김정은은 아버지를 따라 하고 있습니다. “He’s following in his father’s footsteps”(그는 아버지를 따라 하고 있다). 무난한 표현입니다. 이상윤 터프츠대 플레처 학교 교수는 ‘steal’(훔친다)이라는 단어를 써서 더 재미있게 표현했습니다.He is in a rude awakening.”(그는 달갑지 않은 현실을 직면할 것이다)진리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은 NPR 라디오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김정은이 회담에 나와 “그래, 핵무기 포기할게”라고 말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언짢은 현실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rude’(무례한)와 ‘awakening’(자각)이 결합해 반갑지 않은 현실과 맞닥뜨린다는 것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Take your rentals off the market, or increase your prices and donate the profits to liberal causes.”(당신의 숙소를 시장에서 빼던지, 가격을 올려 수익을 진보적 목적에 기부하라)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에서 ‘에어비엔비 블랙아웃’(Airbnb blackout)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반대자들이 벌이는 운동입니다. 워싱턴은 뉴욕, 로스앤젤레스 못지않은 진보 도시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95%의 몰표를 줬습니다. 워싱턴 주민들은 취임식에 몰려들 트럼프 지지자들이 반가울 리 없습니다. 블랙아웃 운동 행동지침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에어비엔비 운영자들은 숙소를 예약 가능 리스트에 빼던지, 숙박료를 매우 높게 책정해 수익을 진보단체에 기부하자는 것입니다. ‘off the market’은 시장에서 제외한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품절남, 품절녀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He(She) is off the market.” 영업을 포기하면서까지 트럼프 지지자들을 골탕 먹이려는 블랙아웃 운동의 노력이 눈물겹습니다. 대통령 취임식은 4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워싱턴의 대목 중의 대목입니다. 취임식 관광객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어 숙소는 오래전에 동이 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별나게 관중 사이즈에 집착하는 스타일이라 이번 취임식에 엄청난 숫자의 지지자들이 몰려들 것입니다. 트럼프 반대 단체들은 취임식 이틀 전 대규모 맞불 시위 ‘워싱턴 국민 행진’(People’s March on Washington 2025)을 벌일 예정입니다. 양측이 치열하게 대결하는 이번 취임식은 벌써부터 화제입니다.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이벤트’입니다. 대통령 입장, 축사, 축가, 선서, 연설, 기도, 축시 낭송 등 순서가 많아 족히 2시간 넘게 걸립니다. 프로토콜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지만, 실수나 사고도 종종 발생합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취임식을 알아봤습니다.You will understand and, I believe, agree with my wish that the form of this inauguration be simple and its words brief.”(취임식을 간소하게 열고 연설을 짧게 하고 싶은 나의 희망을 여러분은 이해하고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취임식은 의회 건물 앞 광장에서 열립니다. 대통령 취임식인데 왜 백악관이 아니라 의회에서 열릴까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3부가 모두 관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입법부의 심장인 의회 건물에서 사법부 수장의 주재로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회에서 열리지 않은 취임식이 있습니다. 1945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4기 취임식입니다. 백악관에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15분 만에 해치웠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전쟁 물자를 절약하고 군대 동원을 최소화하려는 조치였습니다. 전시 취임식은 남북전쟁 중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과 더불어 루즈벨트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의회는 취임식 개최 비용으로 2만5000달러를 배정했지만 실제로 루즈벨트 대통령이 사용한 금액은 2000달러도 되지 않았습니다. 카퍼레이드. 무도회, 음악회 등은 생략됐습니다.더 큰 이유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건강 때문이었습니다. 소아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데다가 뇌졸중까지 겹쳐 몹시 아픈 상태였습니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가득했고, 손은 바들바들 떨렸습니다. 취임 연설 순서가 되자 짧게 하겠다고 양해를 구한 대목입니다. 수많은 명연설로 감동을 줬던 지라 관중들은 실망했지만, 대통령의 핼쑥한 얼굴을 보자 이해했습니다. 명색이 취임 연설인데 5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취임식에 이어 더 힘든 의회 오찬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오찬 전 개인 비서인 아들에게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I can’t take this unless you get me a stiff drink. You’d better make it straight”(독주를 마시지 않으면 못 버틸 듯해. 스트레이트로 해줘). 취임식 한 달 후 뇌출혈로 63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The people, yes,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 the great people have made me what I am; and I am a-going for to tell you here to-day, yes, to-day, in this place that the people are everything.”(국민, 맞다, 위대한 미국 국민이 오늘날의 나를 만들었다. 오늘, 맞다, 오늘 여기서 말하겠다. 국민이 전부다) 주정꾼이 등장한 취임식이 있습니다. 1865년 링컨 대통령 2기 취임식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술주정의 장본인은 앤드류 존슨 부통령. 링컨 대통령과 케미가 맞지 않았습니다. 조용하고 논리적인 링컨 대통령과 달리 존슨 부통령은 즉흥적이고 술을 좋아했습니다. 애초에 존슨이 부통령이 된 것은 남북전쟁 중에 재선에 도전한 링컨 대통령이 남부 표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1기 부통령을 경질하고 남부 테네시 출신의 군인 존슨을 2기 부통령 후보로 영입했습니다. 재선에서 승리했지 후폭풍이 컸습니다, 취임식 일주일 전부터 존슨 부통령은 전쟁에서 쌓인 피로를 풀어야 한다며 술을 마셨습니다. 당일 위스키 3잔, 브랜디 1잔을 마신 상태에서 취임식에 참석했습니다. 수많은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통령 취임 연설을 하러 나오는 데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습니다. 연설 내용입니다. ‘yes’를 남발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등 횡설수설했습니다. 혀가 꼬여 ‘you’(유)를 ‘yeooo’(여우)라고 발음했습니다. 참석자들은 링컨 대통령의 모습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During the painful ordeal, Mr. Lincoln‘s head dropped in the deepest humiliation”(심한 수치감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Closing his eyes allowed Lincoln to avoid the stares of those who sought his reaction.”(주변의 시선을 피하려고 아예 눈을 감고 있었다)존슨 부통령은 취임식 후 한동안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한 달 후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암살된 것입니다. 존슨 부통령이 대통령에 올랐습니다. 음주량은 더욱 늘었습니다. 그는 미국 최초로 탄핵당한 대통령입니다. 남북전쟁 후 재건 정책 때문이었지만 술 문제도 한몫했습니다. 상원에서 가까스로 부결돼 대통령직을 지켰습니다. 존슨은 프랭클린 피어스, 율리시스 그랜트와 함께 미국의 3대 알코올 중독 대통령으로 통합니다.Out of the abundance of caution, because there was one word out of sequence, Chief Justice John Roberts will administer the oath a second time.”(단어 한 개의 순서가 틀렸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두 번째로 선서를 주재할 것이다) 취임식의 가장 중요한 순서는 선서입니다. 정식 명칭은 ‘oath of office of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대통령직 서약). 선서는 꼭 정오에 맞춰서 해야 합니다. 취임식 날 정오부터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선서 내용입니다. “I do solemnly swear (or affirm) that I will faithfully execute the Office of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and will to the best of my Ability, preserve, protect and defend the Constitution of the United States.”(나는 대통령직을 충실히 수행하고, 내 능력의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유지하고 옹호하고 보위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선서는 연방대법원장이 주재합니다. 대법원장이 먼저 낭독하면 대통령은 그대로 따라 합니다. 선서를 틀려 재선서까지 한 대통령이 한 명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설력 좋기로 소문난 버락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사상 최대 인파가 모인 2009년 1기 취임식 때 실수가 나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한 상황이었습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먼저 틀리게 낭독했습니다. ‘faithfully’를 ‘will’ 다음이 아니라 ‘the United States’ 다음에 오게 낭독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머뭇거리며 따라 하지 않자 대법원장은 반복했습니다. 이번에는 ‘faithfully’ 위치는 맞았는데 ‘execute’를 빼먹었습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틀린 1차 버전을 낭독하며 선서를 마쳤습니다. 취임식이 끝나자 언론이 곧바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날 저녁 백악관이 발표한 긴급 성명입니다. 유례가 없는 재선서 계획을 밝혔습니다. ‘out of’(부터)와 ‘abundance’(풍부)와 ‘caution’(주의)가 결합한 ‘out of the abundance of caution’은 공공기관 발표에 자주 볼 수 있는 단어입니다. ‘풍부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차원에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라는 뜻입니다. 당시는 ‘버서’(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서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다는 주장) 음모론이 기승을 부릴 때였습니다. 음모론자들에게 꼬투리가 잡히는 것에 대비한다는 의미입니다. 다음날 백악관에서 재선서했습니다. 이번에는 대통령도 대법원장도 틀리지 않았습니다.명언의 품격So help me God.”(그러므로 신이여 도와주소서)취임선서에 나오지도 않는데 선서 내용보다 더 유명한 단어가 있습니다. 거의 모든 대통령은 이 4개의 단어로 선서를 마무리했습니다. 워낙 유명한 단어라 별명도 있습니다. ‘those four little words’(그 작은 4개의 단어). ‘little’은 반어법입니다. 대수롭지 않은 4개의 단어지만 임팩트는 크다는 뜻입니다. 취임선서의 경건함이 이 4개의 단어로 완성됩니다.이 단어를 처음 언급한 것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라는 설이 오랫동안 유력했습니다. 1789년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할 때 성경에 키스하며 감격에 겨워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근 역사학자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처럼 고지식한 사람이 이런 즉흥 멘트를 선서에 포함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입니다. 확실하게 기록에 나온 것은 이름도 잘 모르는 21대 체스터 아서 대통령입니다. 전임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이 암살자의 총탄에 맞아 두 달 동안 혼수상태를 헤매다가 눈을 감자 선서 끝에 이렇게 말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아서 대통령보다 워싱턴 대통령이 훨씬 상징적인 인물이라서 4개 단어의 시작은 워싱턴 대통령이라고 믿는 미국인들이 아직 많습니다.또 다른 논란은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미국 헌법은 종교와 국가의 분리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무신론 단체들은 취임선서 때 4개 단어를 쓰지 못하도록 소송을 걸기도 했습니다. 2009년 마이클 뉴다우라는 캘리포니아 무신론자는 연방대법원까지 이 문제를 가져갔지만, 법원이 심의를 거부했습니다.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인사 결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질이 의심되는 트럼프 충성파들로 주요 직책이 채워지고 있습니다.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을 받다가 자진 사퇴한 법무장관, 성비위 의혹을 받는 국방장관, 러시아 시리아 독재정권을 지지한 국가정보국장, 백신 음모론을 펴는 보건장관, 자신이 진행하는 건강 토크쇼에 효능이 의심되는 약을 홍보한 보험청장 등 후보가 발표될 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CNN은 인사 발표가 있을 때마다 미국인들 사이에 이런 말이 번지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The next shoes to drop?”(이번에는 어떤 소식?)‘drop the other shoe’에서 유래했습니다. 직역하면 ‘다른 쪽 신발을 떨어뜨리다’라는 뜻입니다. 층간소음이 만들어낸 표현입니다. 19세기 말 미국에 건설 붐이 일면서 뉴욕에 날림 아파트들이 많이 지어졌습니다. 층간 보호가 되지 않아 위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밑층 주민은 소리로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위층에서 한쪽 신발을 벗는 소리가 들리면 다른 쪽 신발을 벗는 소리도 곧 들리게 될 것입니다. ‘drop the other shoe’는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다음 일을 말합니다. 안 좋은 일이 벌어질 때 씁니다.예컨대 회사 경영이 극도로 악화됐습니다. 구조조정이 다음 순서입니다. 직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Now we’re all waiting for the other shoe to drop.”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결정이 이어지면서 다음에는 어떤 충격적인 소식이 기다리고 있을지 서로 묻는 안부 문화가 정착됐다는 의미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1월 13일 소개된 트럼프 시대의 분열상에 관한 내용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에 연재됐던 칼럼들을 살펴보니 분열과 갈등에 관한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에서 승리하자 갈등은 극에 달했습니다. 상원 공화당-하원 민주당 구도가 굳어져 정치권은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2018년 11월 13일자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도 미국은 분열돼 있었습니다. 당시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갈등’ ‘불화’ ‘불통’ 단어가 등장하는 기사를 많이 썼습니다. 하지만 지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분열과 오바마 시대의 분열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오바마 시대에 분열은 있었지만,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도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요즘 미국 정치권은 협상과 타협이 실종됐습니다. 말 그대로 전쟁터입니다.Two can play that game!”(한번 붙어볼까)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후 민주당에 “나를 조사하지 말라”라고 경고했습니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자신이 연루된 러시아 스캔들이나 다른 비리 의혹을 조사한다면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은 하원 조사에 반하는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렇게 올렸습니다. 유명한 속담입니다. 상대방이 나를 공격한다면 나도 똑같이 갚아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둘이 물고 물리는 게임을 한번 해보자는 도전입니다.We have to run a beloved American. We cannot run a politician.”(민주당은 국민적 사랑을 받는 미국인을 출마시켜야 한다. 정치인을 출마시키면 필패다) ‘run’은 선거 때 자주 볼 수 있는 단어입니다. ‘출마하다’ ‘출마시키다’라는 뜻입니다. ‘화씨 9/11’의 명감독 마이클 무어는 골수 민주당 지지자입니다. 중간선거 후 TV에 출연해 2년 뒤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 전략을 소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려면 직업 정치인보다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인물이 후보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 같은 인물이 적당하다는 주장입니다.He won fair and square.”(그는 정정당당하게 이겼다)‘square’는 정사각형을 말합니다. 반듯한 정사각형처럼 올바른 사람을 가리킵니다. ‘fair and square’는 공명정대를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으로 통하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한 말입니다.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정정당당하게 이겼는데 민주당이 딴지를 걸어 재검표를 하게 됐다는 얘기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 really liked painting Han Kang and paid extra attention to her hair and smile”(한강을 그리는 것이 정말 좋았고, 그녀의 머리와 미소를 표현하는데 특별한 관심을 쏟았다)한강의 노벨 문학상 소식이 한국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습니다. 다음달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시상식 참석해 수상 연설을 할 예정입니다. 노벨상은 독특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수상자를 발표할 때 얼굴 사진 대신 캐리커처를 쓴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무미건조한 사진이 아닌 정성 들인 캐리커처 덕분에 노벨상의 명성이 더욱 빛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수상자 캐리커처는 니클라스 엘메헤드라는 스웨덴 화가가 그립니다. 그가 대한민국 공식 웹사이트 코리아넷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한강 캐리커처의 특징입니다. 한강 작가의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과 온화한 미소가 외국인의 눈에도 매력적으로 보이는가 봅니다. ‘pay attention to’는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입니다. 관심의 강도가 높을 때는 ‘extra’를 붙입니다. 한국에서 ‘엑스트라’는 단역배우라는 뜻으로 통용되지만, 미국에서는 ‘추가적인’으로 더 많이 쓰입니다. 신문 호외를 말하기도 합니다.수상자를 ‘recipient’라고 하지 않고 ‘laureate’(로리엇)라고 부르는 것도 노벨상의 특징입니다. ‘laurel’(월계수)과 ‘wreath’(화환)의 합성어입니다. 노벨상 홈페이지에 따르면 태양의 신 아폴로가 영광의 의미로 월계관을 머리에 쓴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인류 역사에 공헌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노벨상. 1901년 시작돼 지금까지 100년 넘게 이어오는 동안 논란이 분분한 수상자도 적지 않았습니다. 논란의 수상자들을 알아봤습니다. I was the ‘human interest’ part, they asked me about how many boyfriends I had, what colour was my hair, and asked to undo some buttons for the photographs.”(나는 ‘흥미’ 부분을 담당했다, 남자친구가 몇 명인지, 머리 색깔이 어떤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사진을 위해 단추를 몇 개 풀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노벨상은 여성 수상자가 적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1901∼2023년 905명의 수상자 중에서 여성은 65명으로 7%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여성 수상자가 나오는 분야는 문학상과 평화상입니다. 평화상이 20%로 가장 높고, 문학상은 16%로 두 번째입니다. 반면 전문 학문 분야인 과학상과 경제상은 여성 비율이 매우 낮습니다. 의학상 6%, 화학상 4%, 경제상 3%, 물리학상 2%입니다. 물리학상에서 노벨상 역사상 가장 논란이 된 여성 차별 사례가 나왔습니다. 북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천체물리학자 조슬린 벨 버넬은 중성자별을 발견한 공로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중성자별은 엄청난 속도로 천체를 돌며 주기적으로 전파를 발산하는 별입니다. 버넬은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생 시절 앤서니 휴이시 교수를 도와 논문을 쓰다가 중성자별을 발견했습니다. 휴이시 교수는 전파가 기계의 실수 때문에 생기는 잡음이라고 무시하라고 했지만, 버넬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증명했습니다. 1967년 5명의 저자 이름으로 중성자별의 존재를 밝히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제1 저자 휴이시 교수, 2저자 버넬, 기록 담당자인 3저자 마틴 라일 연구원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1974년 노벨 물리학상이 발표됐을 때 정작 중성자별 발견 공로가 가장 큰 버넬의 이름은 쏙 빠지고, 휴이시 교수와 라일 연구원만 거명됐습니다. 버넬은 2020년 하버드대 강연에서 여성 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재치있게 비꼬았습니다. 중성자별 발견 때 휴이시 교수에게는 학문적인 질문이 쏟아졌지만, 자신에게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흥미성 질문만 집중됐다는 것입니다. ‘undo’는 원래 상태로 되돌린다는 뜻입니다. 단추를 푸는 것을 ‘undo buttons’라고 합니다. ‘be undone’(풀려있다), ‘come undone’ 같은 수동 형태로 많이 씁니다. “I didn’t know my zip was undone”(바지 앞 지퍼가 열린 줄 몰랐네). “Damn, my shoe-laces have come undone again.”(제기랄, 신발 끈 또 풀렸네)‘You are not George W Bush’ award.”(당신은 조지 W 부시가 아니다 상)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입니다. 국제 외교와 국가 간 협력을 위해 노력한 공로라고 노벨상 위원회는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수상 시기가 문제였습니다. 대통령이 된 지 9개월 만에 수상자가 됐습니다. 별다른 외교 업적도 없던 때였습니다.당사자인 오바마 대통령조차 믿을 수 없었는지 이런 첫 반응을 보였습니다. “This is not how I expected to wake up this morning”(이런 소식으로 들으며 아침에 일어날 줄 몰랐다). 오바마에게 무리하게 노벨상을 준 진짜 목적은 전임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고 환경정책을 후퇴시킨 부시 대통령과 사이가 나빴습니다. 이라크 전쟁 반대 활동을 벌인 지미 카터 대통령은 2002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농담입니다. 부시가 아닌 것만으로 오바마는 충분히 수상 자격이 있다는 것입니다. It’s like Mrs. Fields being awarded three Michelin stars.”(미시즈 필즈가 미슐랭 3스타를 받는 것과 같다)201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밥 딜런이 결정되자 뉴욕타임스는 “노벨상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수상자”라고 전했습니다. 작가가 아닌 대중음악가에게 노벨 문학상을 주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딜런의 노랫말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노벨 문학상을 받을 정도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습니다.라비 알라메딘이라는 미국 작가가 제기한 불만입니다. 미시즈 필즈(Mrs. Fields)는 미국의 유명한 쿠키입니다. 슈퍼마켓이나 백화점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판매됩니다. 슈퍼마켓 쿠키에 미식 레스토랑에 수여하는 미슐랭 3스타를 주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는 것입니다. 여류 작가 조디 피코는 이렇게 비웃었습니다 “Does This Mean I Can Win A Grammy?”(그러면 나도 그래미상을 받을 수 있겠네). 음악가가 문학상을 받았으니 작가가 음악상을 받을 수 있다는 조롱입니다.반면 긍정적으로 보는 작가들도 있었습니다. “I am ecstatic that Bob Dylan has won the Nobel.”(밥 딜런이 노벨상을 받아 뛸 듯이 기쁘다). 미국 인기 작가 스티븐 킹입니다. 노벨상 단골 후보로 오르는 살만 루슈디도 문학의 경계가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기뻐했습니다. 딜런은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스웨덴 주재 미국 대사가 대독한 수상 연설에서 세기의 문호 셰익스피어를 사례로 들어 순수 문학가만 수상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본업은 무대에 올리는 연극을 위해 각본을 쓰는 극작가였습니다. 셰익스피어는 문학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글을 쓴 것은 아니었지만 후세에 최고의 문학 작품으로 평가받게 됐다는 것입니다.명언의 품격노벨 평화상 역사상 가장 큰 논란의 주인공은 1973년 수상자인 헨리 키신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입니다. 베트남 평화협정을 체결한 공로로 북베트남 지도자인 레득토와 공동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평화협정이 구속력 없는 종잇장에 불과하다는 논란이 일면서 키신저의 수상 자격에도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나중에 공개된 비밀문서에 따르면 노벨상 위원회는 협정 효력에 의구심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키신저 보좌관을 수상자로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의 영향력에 굴복한 것입니다. 더구나 키신저는 세계 평화를 저해하는 다수의 외교정책을 수립한 장본인입니다. 베트남 협상 와중에 캄보디아를 폭격하고, 남미 좌파 색출을 위한 콘도르 작전을 벌이고, 방글라데시 독립을 방해하고, 터키의 사이프러스 침공을 승인하느라 동분서주했습니다.수많은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노벨상 위원회 5명 중 2명이 키신저를 수상자로 결정한 데 반발해 사퇴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Nobel War Prize’(노벨 전쟁상)라고 조롱하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하버드대 교수들은 노벨상 위원회에 집단 서한을 보내 “정의의 가치에 어긋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키신저 본인도 탐탁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레득토와 공동 수상자가 된 것에 대해 소련 외무장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I would say that anything Le Duc Thọ is eligible for, there must be something wrong with it.”(레득토가 자격이 있는 상이라면 뭔가 잘못된 것이겠지)‘eligible’(엘리저블)은 선택될 자격이 있다는 뜻입니다. ‘election’(선거)과 어원이 같습니다. 흔히 TV 데이트 게임 쇼에 출연하는 남성을 가리켜 ‘the world’s most eligible bachelor’라고 합니다. 여성들로부터 가장 선택될 자격이 있는 미혼남을 말합니다. 키신저는 레득토와 같은 부류로 취급되는 것이 기분이 나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레득토가 수상을 거부하자 키신저는 더욱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다른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는 이유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고 나중에 노르웨이 주재 미국 대사로부터 상을 전달받았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미국인들이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은? 다른 사람 집에 초대받아 가서 파티가 끝나도 집에 가지 않는 사람입니다. 주인은 빨리 정리하고 쉬고 싶은데 손님은 눈치 없이 일어설 생각을 안 합니다. ‘the guest who wouldn’t leave.’ ‘떠날 줄 모르는 손님’이라는 농담도 있습니다. 주변 분위기 살피지 않고 자기 좋을 대로 밀고 나가는 타입을 말합니다. 요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딱 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 일론 머스크입니다. 세계 최고 부자인 그는 트럼프 당선을 위해 1억 5000만 달러를 통 크게 기부했습니다. 그 대가로 정부효율위원회를 이끌게 됐습니다. 이쯤 되면 본업인 기업가로 돌아가야 하는데 트럼프 옆에서 떠날 줄 모릅니다. 마러라고 리조트에 눌러앉아 중요 회의에 참석하고 세계 정상들과의 전화에도 끼어듭니다. 트럼프조차 학을 떼었는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Elon won’t go home. I can’t get rid of him.”(일론이 집에 안 간다. 떼어낼 수가 없다)트럼프와 머스크는 둘 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입니다. 이들 사이의 갈등은 필연적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지금도 머스크가 하도 참견을 많이 해서 인수위 사람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라고 합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인수위 인사를 이렇게 말했습니다.Musk’s near-constant presence at Mar-a-Lago has begun to wear on people who’ve been in Trump’s inner circle.”(마러라고를 떠날 줄 모르는 머스크 때문에 트럼프 이너서클 사람들이 기분이 상했다)‘wear’는 ‘입다’ ‘on’은 ‘위에’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wear on’은 ‘위에 입다’라는 뜻일까요? ‘wear’는 ‘입다’라는 뜻 외에 ‘닳다’ ‘마모되다’라는 뜻으로도 많이 씁니다. ‘wear on’ 다음에 사람이 나오면 ‘정신상태 위에 닳다’라는 의미입니다. 즉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살 건드려 망치게 한다는 뜻입니다. ‘begin to wear on’(기분을 상하게 만들기 시작하다) 형태로 많이 씁니다. “His constant complaining is starting to wear on his friends.”(그의 계속되는 불평이 친구들의 기분이 상하게 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21년 10월 4일 소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대한 내용입니다. 오징어게임 시즌2가 다음 달 개봉됩니다. 오징어게임은 2021년 넷플릭스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정도의 히트작이 될 것으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시즌2 개봉을 앞두고 오징어게임이 처음 공개됐을 때로 되돌아가 보겠습니다. ▶2021년 10월 4일자‘오징어게임’ 인기가 대단합니다. 미국인들이 보는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Not bad for a show with a goofy-sounding name that came out of nowhere.”(갑자기 나타난 웃긴 제목의 드라마로서는 나쁘지 않다)넷플릭스에서는 시즌제 콘텐츠가 인기가 높습니다. 매년 시리즈를 제작되는 콘텐츠일수록 고정 시청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오징어게임은 시즌제 드라마도 아닌데 입소문을 타고 개봉 며칠 만에 1위에 올랐습니다. 미국 유력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의 평가입니다 ‘not bad’는 나쁘지 않다‘이지만 실은 ’대단하다‘라는 의미입니다. ‘goofy’(구피)는 ‘foolish’와 비슷합니다. 좋은 의미로 바보 같다는 뜻입니다.Unlike some shows where the dubbing leaves something to be desired, this is top-notch work.”(더빙이 아쉬운 몇몇 드라마와 달리 이 작품은 매우 뛰어나다) 영어 더빙도 인기 요인입니다. 오징어게임은 영어 더빙판과 자막판이 있습니다. 대부분 미국 시청자들은 더빙판으로 봅니다. 더빙 드라마는 어색하게 들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은 다릅니다. 넷플릭스가 1급 미국 성우들을 기용해 마치 한국 배우들이 영어로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미국 정보기술 잡지 ‘씨넷’의 평가입니다. 개선의 여지가 있을 때 ‘leave something to be desired’(원해지도록 무언가를 남겨두다)라고 합니다.Squid Game doesn’t feel like a copycat. it’s a well-done drama/horror series.”(오징어게임은 모방작이라는 느낌이 없다. 잘 만든 드라마·호러 시리즈다)서바이벌 장르의 드라마는 오징어게임이 처음은 아닙니다. 일본 미국 등에서 비슷한 줄거리의 영화들이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은 표절 논란이 거의 없습니다. 작품적 완성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영국 가디언지의 평가입니다. ‘well done’(웰던)은 ‘잘(well) 했다(done)’라는 칭찬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Democrats have become a smarty-pants, suburban, college-educated party.”(민주당은 잘난 척하고, 부유하고, 대학물 먹은 사람들의 정당이 됐다)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패배로 민주당은 패인 분석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수석 고문이던 데이비드 엑셀로드의 자성 섞인 분석입니다. 소수 층과 노동자를 대변하던 민주당이 기득권 정당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미국인들의 대화에서 ‘smarty-pants’(스마티 팬츠)라는 단어를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직역하면 ‘똑똑한 바지’로 잘난 척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왜 ‘pants’가 붙을까요. 미국에서 팬츠는 그냥 바지가 아니라 캐주얼 바지를 말합니다. 반대로 정장 바지는 ‘trousers’(트라우저스). 사회의식 있다고 자부하는 아이비리그 출신 엘리트들이 캐주얼 패션을 즐겨 입은 데서 유래했습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느라 인플레, 일자리 등 정작 서민들이 체감하는 문제를 등한시한 것이 패인이라는 지적입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은 ‘Trump will Fix It.’ 2016년 대선 때 ‘Make America Great Again’에 이어 슬로건 하나는 귀신처럼 잘 짓는다는 평을 듣습니다. 국민이 느끼는 불합리한 문제점을 고쳐주겠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대선은 끝났고 지금은 정권 인수 기간입니다. “I’ll ensure a peaceful and orderly transition.” 평화롭고 질서 있는 정권 교체를 보장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일성입니다. 미국은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자랑이지만 2021년 의사당 난입 사태 같은 혼란도 적지 않았습니다. 정권 교체기에 벌어진 사건들을 알아봤습니다.Midnight Judges.”(한밤중의 법관들)정권 교체기에 벌어지는 혼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러나는 쪽이 단임 대통령이라는 것입니다.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권력에 아쉬움이 남아 후임 대통령을 방해하는 심술을 부릴 때가 있습니다. 조지 워싱턴의 뒤를 이은 2대 존 애덤스 대통령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존경받지만, 대통령으로는 존경받지 못했습니다. 1860년 대선에서 토머스 제퍼슨 부통령에게 굴욕적으로 패했습니다. 마침 연방대법원장이 지병으로 물러났습니다. 기회는 이때다 싶은 애덤스 대통령. 사법부를 싹 바꿨습니다. 자신의 충복을 대법원장에 임명하고, 의회를 소집해 사법부 법(Judiciary Act of 1801)을 통과시켰습니다. 판사의 수를 2배로 늘리고, 새로 임명한 판사들을 모두 자신과 같은 연방주의자들로 채웠습니다. 이 일을 벌어진 것이 1801년 3월 3일 밤. 제퍼슨 대통령 취임식 전날 밤이었습니다. 밤에 임명된 판사들이라 이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제퍼슨 대통령은 분노했지만, 법관은 종신직 임명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임기 내내 사법부를 견제를 받은 제퍼슨 대통령은 영토 확장에 주력했습니다. 나폴레옹과 거래해 프랑스령이던 루이지애나를 헐값에 사들였고, 루이스 클라크 원정대를 보내 서부를 탐사했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미국의 광활한 영토는 애덤스 대통령의 공이라는 조롱도 있습니다. 같은 건국의 아버지 출신으로 친한 친구이자 평생의 라이벌인 애덤스 대통령과 제퍼슨 대통령은 미국 최초의 프레너미(프렌드와 에너미의 합성어)로 불립니다.It is beyond the power of any president to do anything about it.”(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다)혼란 수습의 책임을 후임 대통령에게 미루는 우유부단형도 있습니다. 15대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은 여러 조사에서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남북전쟁을 막지 못하고 후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습니다.뷰캐넌에서 링컨으로 정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남부 주들의 분리독립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혼란을 맞게 된 뷰캐넌 대통령은 수습할 의지가 없었습니다. 빨리 퇴임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분리주의자인지, 연방 수호자인지 그의 성향 자체도 불분명했습니다. 국정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권한 밖의 일을 ‘beyond power’라고 합니다. 뷰캐넌 대통령의 소극적 대응으로 남부 주들은 속속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링컨 대통령 취임 두 달 후 남북전쟁이 터졌습니다.Thank God and Jimmy we are home.”(신과 지미 덕분에 우리가 돌아왔다)반대로 정권을 넘겨주는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한 대통령도 있습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정권 교체 기간 내내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 해결에 매달렸습니다. 백악관에서 이사 나가는 전날까지 집무실 소파에서 쪽잠을 자며 이란 측과 협상을 벌였습니다. 협상이 타결돼 인질들은 후임 대통령 취임식 전에 풀려날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세부 사항이 발목을 잡아 취임식 직후에 석방됐습니다.임기 내에 해결하지 못했지만, 카터 대통령의 책임의식은 많은 감동을 줬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취임식 직전 레이건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격려를 소개했습니다. “임기 내에 해결하지 못해도 괜찮다. 당신이 에어포스원을 타고 석방 장소로 가서 인질들을 맞아달라.” 실제로 카터 대통령은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에어포스원을 타고 석방 장소인 서독 비스바덴으로 날아갔습니다. 풀려난 인질 52명과 일일이 포옹했습니다. 비스바덴 미 공군병원에 마련된 행사장에 붙은 플래카드 구절입니다. 석방된 인질들은 신과 카터 대통령에게 동시에 감사를 표했습니다.명언의 품격가장 갈등이 심했던 정권 교체는 1932년 대선입니다. 대공황에 지친 국민들은 뉴딜 공약을 내건 프랭클린 루즈벨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습니다. 루즈벨트 후보는 48개 주 중에서 42개 주를 가져가는 압승을 거뒀고,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6개 주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후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루즈벨트 당선자가 기분 나빴습니다. 루즈벨트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자신의 실패가 부각됐습니다. 후버 대통령은 뉴딜 해법을 무력화하려고 갖가지 꼼수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이상한 경제위원회를 만들어 함께 공동 의장을 맡자고 루즈벨트를 압박했습니다. 루즈벨트의 거절 답장입니다. It would be unwise for me to accept an apparent joint responsibility with you.”(당신과 소위 공동 책임을 수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apparent’(어페어런트)라는 단어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appear’(보이다)의 형용사로 겉모양만 번지르르하다는 뜻입니다. 살벌한 분위기는 1933년 3월 4일 루즈벨트 취임식 때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미국은 퇴임하는 대통령과 취임하는 대통령이 함께 차를 타고 취임식장으로 가는 전통이 있습니다. 후버-루즈벨트 대통령은 차 안에서 대화 한마디 나누지 않았습니다.이후 루즈벨트 대통령은 물러나는 대통령의 불필요한 간섭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헌법을 손질해 취임 시기를 앞당겼습니다. 정권 인수 기간을 줄여버린 것입니다. 원래 3월이던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오늘날과 같은 1월 20일이 된 이유입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승리 선언 때 막내아들 배런 트럼프가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키가 무시무시하게 큽니다. 2m 5cm. 아빠가 189cm, 엄마가 180cm라서 키 큰 유전자를 물려받았습니다.트럼프 대통령은 자녀가 3남 2녀인데 배런만 무대에 오른 점도 관심을 끕니다. 배런은 이번 선거에서 디지털 전략을 맡아 아버지를 도왔습니다. 조 로건 등 보수 성향의 팟캐스트에 출연하도록 아버지를 설득해 젊은 층의 지지를 끌어냈습니다. 트럼프 진영 선거본부장은 배런의 공로를 이렇게 말했습니다.I got to tell you, hats off to the young man.”(이건 꼭 말하겠는데 저 젊은이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hats off to’는 존경하는 대상에게 경의를 표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hat’(모자)과 ‘off’(벗다)와 ‘to’(에게)가 결합했습니다. ‘hats’가 복수형인 것은 우리 모두 경의를 ‘표하자’라는 뜻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모자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hat’이 들어가는 표현들이 많습니다. ‘at the drop of a hat’은 직역하면 모자를 떨어뜨리는 것을 말합니다. 옛날에는 심판이 모자를 떨어뜨리는 것과 동시에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금방’ ‘즉각’이라는 뜻입니다. 축구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햇트릭’(hat trick)으로 읽어야 합니다. 과거 크리켓 경기에서 3연속 골을 기록하면 모자를 선물로 줬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모자(hat)를 받는 묘기(trick)를 선보였다는 의미입니다.‘Trump is mad as a hatter.’ 올해 핼러윈 의상으로 이렇게 적힌 티셔츠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미친 트럼프’라는 뜻입니다. 옛날에는 모자를 만들 때 수은을 넣었습니다. 모자 장수들에게 수은 중독이 생겨 정신 착란 증세를 보였습니다. ‘mad as a hatter’는 모자 장수처럼 미쳤다는 뜻입니다. ‘as’를 빼고 ‘mad hatter’라고 해도 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 내용은 2019년 7월 15알 소개된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외교 메모 소동입니다. ▶2019년 7월 15일자해외에 부임한 외교 관리는 부임국 정치 상황을 분석해 본국에 문서 형식으로 보냅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주미 영국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비밀 편지를 영국 외무부에 보냈는데 그 내용이 언론에 유출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문제점을 ‘dysfunctional’(고장난), ‘inept’(서투른) 등의 단어로 비판했습니다.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정부에 압력을 넣어 대사를 사임시켰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강화돼 기존 우방 국가들과 마찰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소동으로 되돌아보겠습니다.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비판한 비밀 메모가 언론에 유출돼 킴 대럭 주미 영국 대사가 사임했습니다. 여러 건의 메모가 유출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단어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분입니다. 사실 메모의 상당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내용입니다. ‘트럼프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비하라’라고 영국 정부에 충고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모의 일부분, 특히 자신을 비난한 부분만 보고 화가 뻗쳐 영국 정부에 대럭 대사를 사임시키라고 압력을 넣었습니다. 메모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보겠습니다.Trump could emerge from the flames, battered but intact, like Schwarzenegger in the final scenes of The Terminator.”(트럼프는 ‘터미네이터’ 영화 마지막 장면의 슈워제네거처럼 상처를 입었지만, 끄떡없이 불 속에서 살아 나올 수 있다) 대럭 대사는 할리우드의 영향을 받았는지 트럼프 대통령을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 아널드 슈워제네거에 비유했습니다. 온갖 스캔들을 이겨내고 2020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어떤 공격을 받아도 불꽃 속에서 걸어 나오는 슈워제네거처럼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최고의 찬사입니다. ‘터미네이터’와 비교했으니 말입니다.Do not write him off”(그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메모의 결론입니다. ‘write off’는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에 자주 볼 수 있었던 단어입니다. ‘빚을 탕감해주다’라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제외하다’ ‘없애다’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보다 능력 있는 사람이므로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Keep calm and carry on.”(진정하고 평소대로 해나가라)이번 사태로 영국의 반(反)트럼프 감정은 악화 일로입니다. 대럭 대사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영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복해 그를 해고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이성적 분노에 익숙한 미국인들이 영국에 보내는 위로 메시지입니다. 원래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영국 정부가 국민 사기를 높이기 위해 만든 포스터 문구입니다. carry(가져가다) on(계속)은 원래 계획을 계속 이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Democrats have become a smarty-pants, suburban, college-educated party.”(민주당은 잘난 척하고, 부유하고, 대학물 먹은 사람들의 정당이 됐다)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패배로 민주당은 패인 분석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수석 고문이던 데이비드 엑설로드의 자성 섞인 분석입니다. 소수 층과 노동자를 대변하던 민주당이 기득권 정당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인들의 대화에서 ‘smarty-pants(스마티 팬츠)’라는 단어를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직역하면 ‘똑똑한 바지’로 잘난 척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왜 ‘pants’가 붙을까요. 미국에서 팬츠는 그냥 바지가 아니라 캐주얼 바지를 말합니다. 반대로 정장 바지는 ‘trousers(트라우저스)’. 사회의식 있다는 아이비리그 출신 엘리트들이 캐주얼 패션을 즐겨 입은 데서 유래했습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느라 인플레, 일자리 등 정작 서민들이 체감하는 문제를 등한시한 것이 패인이라는 지적입니다. 어쨌든 대선은 끝났고 지금은 정권 인수 기간입니다. “I’ll ensure a peaceful and orderly transition.” 평화롭고 질서 있는 정권 교체를 보장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일성입니다. 미국은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자랑이지만 2021년 의사당 난입 사태처럼 혼란도 적지 않았습니다. 정권 교체기에 벌어진 사건들을 알아봤습니다. △“Midnight Judges.”(한밤중의 법관들) 정권 교체기 혼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러나는 쪽이 단임 대통령이라는 것입니다.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권력에 아쉬움이 남아 후임 대통령을 방해하는 심술을 부릴 때가 있습니다. 2대 존 애덤스 대통령은 1860년 대선에서 자신의 밑에서 부통령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에게 굴욕적으로 패했는데, 사법부를 싹 바꿔 놓고 떠났습니다. 후임 대통령이 취임하기 바로 전날 밤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한밤중에 임명된 판사들을 이렇게 불렀습니다. 제퍼슨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심술에 분노했지만, 법관은 종신직 임명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미국은 레임덕 대통령이 한밤중에 전격적인 인사 결정을 내릴 때가 있습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 워터게이트 스캔들 은폐 명령을 거부한 법무부 장차관이 줄줄이 사임한 사건은 ‘토요일 밤의 대학살(Saturday Night Massacre)’로 불립니다. △“It would be unwise for me to accept an apparent joint responsibility with you.”(당신과 소위 공동 책임을 수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가장 갈등이 심했던 정권 교체는 1932년 대선입니다. 대공황에 지친 국민들은 뉴딜 공약을 내건 프랭클린 루스벨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선거에 진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뉴딜 해법을 무력화하려고 갖가지 꼼수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이상한 경제위원회를 만들어 함께 공동 의장을 맡자고 루스벨트 당선자를 압박했습니다. 루스벨트의 거절 답장입니다. ‘apparent(어페어런트)’라는 단어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appear’의 형용사로 겉모양만 번지르르하다는 뜻입니다. 이후 루스벨트 대통령은 물러나는 대통령의 불필요한 간섭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취임식을 앞당겼습니다. 정권 인수 기간을 줄여 버린 것입니다. 원래 3월이던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오늘날과 같은 1월 20일이 된 이유입니다. △“It is beyond the power of any president to do anything about it.”(대응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다) 혼란 수습의 책임을 후임 대통령에게 미루는 우유부단형도 있습니다.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은 여러 조사에서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남북전쟁을 막지 못하고 후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뷰캐넌에서 링컨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남부 주들의 분리독립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뷰캐넌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권한 밖의 일을 ‘beyond power’라고 합니다. 뷰캐넌 대통령의 소극적 대응으로 링컨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남북전쟁이 터졌습니다. 반대로 정권을 넘겨 주는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한 대통령도 있습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정권 교체 기간 내내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 해결에 매달렸습니다. 백악관에서 이사 나가는 전날까지 집무실 소파에서 쪽잠을 자며 이란 측과 협상을 벌였습니다. 임기 중에 벌어진 일을 마무리 짓고 떠나겠다는 전임 대통령의 사명감에 후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감동할 정도였습니다. 마침내 풀려난 인질들은 플래카드에 이렇게 적어 카터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Thank God and Jimmy we are home.”(신과 지미 덕분에 우리는 돌아왔다)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발송되는 뉴스레터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에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A fundamental principle of American democracy is that when we lose an election, we accept the results.”(미국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선거에서 지면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패배를 공식 인정했습니다. 이로써 미국 대선이 깔끔하게 마무리됐습니다. 개표 결과가 나오면 승자는 승리 연설(victory speech)을 하고,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 전화(congratulatory call)를 거는 한편 공식적인 무대에서 승복 연설(concession speech)을 하는 절차가 있습니다.패자에게 더 마음이 쓰이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승복 연설은 패자의 연설이지만 패배 연설(defeat speech)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concession’은 양보라는 뜻입니다. 미국인들은 평화적 권력 교체의 전통이 패자의 양보(concede)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믿습니다. ‘cede’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영토나 권리에서 자발적으로 물러난다는 뜻입니다. ‘con’은 강조의 의미입니다. 해리스 부통령 연설에서 가장 중요한 구절입니다. ‘accept the results’(결과를 수용하다)가 없으면 승복 연설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진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는 투쟁을 계속하자는 것입니다. 11분 동안의 짧은 연설에서 ‘fight’(싸우자)가 16번이나 나옵니다. 패배를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승복 연설은 후보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연설인 동시에 가장 명연설이 많이 나오는 연설이기도 합니다. 승리 연설과 달리 깊이가 있고 다양한 메시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승복 연설을 알아봤습니다.The commitment I seek is not to outworn views but to old values that will never wear out.”(내가 추구하는 것은 낡은 생각이 아니고 절대 낡지 않는 유구한 가치들이다)첫째, 기차 떠난 뒤 손 흔드는 형입니다. 선거 운동 때는 죽을 쑤더니 정작 패한 뒤 승복 연설은 과하게 훌륭한 정치인이 있습니다. 1980년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그렇습니다. 케네디 이름값도 못 하고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맥없이 졌습니다. 경선 패자는 전당대회에서 승복 연설을 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싸한 농담으로 뉴욕 전당대회 연설을 시작할 때만 해도 기대치는 높지 않았습니다. “Well, things worked out a little different from the way I thought, but let me tell you, I still love New York!”(음, 내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지만,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나 여전히 뉴욕 사랑해요)이변이 펼쳐졌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의 환생’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의 명연설이 나왔습니다. 테드 소렌슨, 아서 슐레진저 등 20년 전 케네디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했던 거물 스피치라이터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역작입니다. 민주당 본연의 진보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연설의 핵심입니다. 카터 대통령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주장했던 미국의 꿈과 희망, 프런티어 정신이 나오자 관중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 케네디 대통령 연설의 트레이드마크였던 ‘not A, but B’식 비교법이 여기서도 등장합니다. 케네디 의원은 승복 연설에서 처음으로 두 형을 거론했습니다. 그동안 형의 그늘에서 살기 싫다는 이유로 형들의 이름을 연설에서 언급한 적이 없었습니다. 32분간의 연설 동안 51회 기립박수가 터졌습니다. 37초당 한 번꼴입니다. 20세기 미국 100대 명연설에서 76위에 올랐습니다. 마지막 구절로 나오는 ‘The Dream Shall Never Die’(꿈은 절대 죽지 않는다) 연설로 불립니다. 관중들은 “저렇게 훌륭한 연설을 좀 더 일찍 했더라면”이라며 아쉬워했습니다. 이 연설을 마지막으로 대선 무대에서 미련 없이 퇴장해 의회의 실세로 만족하며 살았습니다. I was just thinking on the way down the elevator that tomorrow will be the first time in my life I don’t have anything to do.”(엘리베이터로 내려오는 길에 내일부터 인생에서 처음으로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둘째, 유머형입니다. 패한 후보 진영은 침울합니다. 지지자들을 위해 분위기를 ‘업’시킬 줄 아는 후보가 존경받습니다. 1996년 대선에서 밥 돌 공화당 후보는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패했습니다. 1994년 중간선거에서 상원 하원 주지사 선거까지 모조리 대승을 거두는 ‘공화당 혁명’을 이룬지 2년밖에 안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돌 후보의 개인적인 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클린턴 대통령보다 23살이나 많은 나이 때문에 완고한 할아버지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경력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지루한 연설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종일관 밝은 연설이었습니다. “내일부터 실업자 신세”라는 자폭 개그로 시작했습니다. 시끄러운 박수 소리로 연설이 자꾸 끊기자 대선 공약이었던 세금 감면 카드를 꺼냈습니다. “You’re not going to get that tax cut if you don’t be quiet.”(조용히 하지 않으면 세금 안 깎아 줄 거야)I accept the finality of this outcome.”(결과의 최후성을 인정한다)셋째, 장소 맞춤형입니다. 연설은 장소가 중요합니다. 미국인들은 세팅(setting)이라고 합니다. 세팅에 맞는 연설이 좋은 연설입니다. 승복 연설은 대개 지지자들의 연호 속에서 시끌벅적한 행사장에서 열립니다. 지지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다시 일어서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2000년 대선 때 앨 고어 부통령의 승복 연설은 절간처럼 조용한 곳에서 열렸습니다. 플로리다 재검표 공방을 거쳐 선거 한 달 뒤 당락이 결정됐기 때문에 행사장에서 할 수 없었습니다. 부통령 신분이라 백악관 블루룸에서 했습니다. 대통령 기자회견이나 행사가 열리는 장소입니다. 가족과 동료 정치인 1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촐하게 열렸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백악관 블루룸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연설할 때 조용한 방을 ‘dead room’(죽은 방)이라고 합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에 대해 대국민 사과할 때 백악관 지하 맵룸에서 조명 하나 켜놓고 했습니다. 데드룸 연설은 주변 효과음이 없어 오로지 연설력 하나로 승부해야 합니다. 고어 부통령은 평소 ‘Wooden Gore’(나무토막 고어), ‘Bore Gore’(지루한 고어)로 불릴 정도로 연설 스타일이 딱딱했습니다. 하지만 승복 연설은 조용하고 장엄한 백악관 블루룸이 연극무대 효과를 내며 모처럼 감정이 충만한 연설을 했습니다. 패배를 인정한 구절입니다. ‘finality’(최종적임)라는 법정 용어가 나옵니다. 마치 법정에서 최후 변론을 하는 변호사 같습니다. 연설문은 당시 고어 부통령의 스피치라이터였던 하버드대 출신의 일라이 에티가 썼습니다. 연설에 칭찬이 쏟아지면서 에티는 할리우드로 진출해 정치 드라마 ‘웨스트 윙’(West Wing)의 각본을 썼습니다.명언의 품격고어 부통령은 승복 연설에서 과거 정치인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연설 중간쯤 “스티븐 더글러스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더글러스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천적입니다. 둘은 일리노이 동향 출신. 지방 정치인이던 링컨이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장을 냈을 때 더글러스가 현역 의원으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링컨은 더글러스에게 토론을 제안했습니다. 노예제도를 주제로 7차례 토론을 벌였습니다. 링컨은 노예제 폐지, 더글러스는 노예제 지지 여부를 각 주에 맡기는 인민주권제를 주장했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최고의 토론으로 불리는 ‘링컨-더글러스 토론’(Lincoln-Douglas Debates)입니다. 토론 내용은 둘 다 훌륭했습니다.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더글러스가 이겼지만, 토론을 계기로 전국구 스타가 된 것은 링컨이었습니다. 링컨은 토론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 선거자금을 마련해 2년 뒤 대선에 도전했습니다. 더글러스도 질세라 대선 도전장을 냈습니다. 노련한 정치인 더글러스보다 열정으로 가득 찬 시골뜨기 링컨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대선은 링컨 승. 더글러스는 승복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Partisan feeling must yield to patriotism. I am with you, Mr. President, and God bless you.”(당파주의는 애국심에 굴복해야 한다. 당신을 지지합니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 선거 전에서는 당파적 싸움을 했지만 선거가 끝나면 애국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승복 연설에 꼭 등장하는 국가 화합의 메시지가 더글러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남부 주들의 분리 독립 움직임으로 마음이 편치 않던 링컨에게 더글러스의 지지 선언은 큰 힘이 됐습니다. 감동한 링컨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What a noble man Douglas is!”(더글러스는 얼마나 고결한 인간인가). 더글러스는 지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전국을 돌며 링컨을 위한 연방 수호 연설을 했습니다. 링컨 대통령의 취임식 연설 때 옆에서 그의 모자를 들고 있었던 것도 더글러스였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킨 일등공신입니다. 머스크가 소유한 X(옛 트위터)는 트럼프 지지 매체로서 맹활약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X가 극우파의 놀이터가 됐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과거 러시 림보 등이 주름잡았던 극우 라디오 토크쇼의 역할을 지금은 X가 수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X의 공정싱이 의심받을 때마다 머스크는 이렇게 말합니다.We’re very rigorous on the X platform about being a level playing field.”(우리는 X 플랫폼을 공정한 경쟁의 장으로 만드는 데 철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대가 비슷한 수준이 아닐 때 “레벨이 다르다”라고 합니다. ‘level’은 수준, 단계를 말합니다. 원래 ‘horizontal line’(지평선)에서 출발했습니다. ‘level’을 형용사로 쓸 때는. ‘평평한’ ‘대등한’이라는 뜻입니다. 벽에 액자 몇 개를 나란히 걸 때 키를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밑에 있는 사람에게 봐달라고 묻습니다. “Are these pictures level?”(그림들 높이 똑같아?) ‘level playing field’는 ‘level’(동등한)과 ‘playing field’(운동장)이 합쳐졌습니다. 운동장은 평평해야 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면 한 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level playing field’는 평평한 운동장, 즉 공정한 경쟁을 말합니다. 학부모나 교사들 사이에서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We need to create a level playing field for students of all backgrounds.”(모든 배경의 학생들이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7월 22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백인 코미디언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가리켜 “바다 위의 쓰레기 섬”(floating island of garbage)이라는 막말을 했습니다. 인종차별적 발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절에는 트럼프 본인이 인종차별 발언을 자주 했습니다. 2019년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 의원 4명에게 “범죄가 들끓는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공격했습니다. 트럼프 재집권을 앞두고 그의 인종차별 발언을 되돌아봤습니다. ▶2019년 7월 22일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을 비판하는 민주당의 유색인종 하원의원 4인방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는 트윗을 날렸습니다. 인종차별적 발언이지만 ‘racist’(인종차별주의자)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힘듭니다. ‘racist’는 매우 심각한 욕입니다. 더구나 대통령에게 쉽게 racist 낙인을 찍을 수는 없습니다. 언론이 이 사태를 어떻게 보도했는지 보겠습니다. Trump Targets Lawmakers in Racially Charged Tweets.”(트럼프는 인종차별적 트윗으로 의원들을 겨냥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사 제목입니다. ‘racist’라고 규정하기 꺼려질 때 ‘racially charged’ ‘racially loaded’ 정도로 순화합니다. 직역하자면 ‘인종차별 무게가 나가는’이라는 뜻입니다. 올해 초 AP통신의 모범 기사작법 교과서인 스타일북은 ‘racially charged’ 표현을 쓰지 말 것을 권했습니다. 모호하게 순화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입니다.The tweets were widely seen as racist.”(그 트윗은 폭넓게 인종차별주의 트윗으로 보인다)뉴욕타임스(NYT) 기사입니다. 넓게 보여진다(widely seen), 즉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Many people saw the tweets as racist’(폭스뉴스) ‘Critics are calling the tweets racist’(ABC뉴스) 등도 비슷합니다.CNN says ‘racist’ more than 1100 times regarding Trump ‘go back’ tweet.”(CNN은 트럼프의 ‘돌아가라’ 트윗에 대해 1100회 넘게 ‘racist’ 단어를 썼다)CNN은 처음부터 ‘racist’라고 밀고 나갔습니다. 한 언론 연구기관의 조사 결과입니다. CNN의 영향인지 다른 매체들도 슬금슬금 ‘racist’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Word Salad.”(단어 샐러드)미국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유행하는 단어입니다. 워드 샐러드는 먹는 샐러드가 아닙니다. 단어가 샐러드처럼 섞여서 뒤죽박죽되는 것을 워드 샐러드라고 합니다. 말하는 사람은 뭔가 거창한 얘기를 한 것 같은데 듣는 사람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워드 샐러드의 일반적인 증상입니다.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시사 프로그램 ‘60분’ 인터뷰를 두고 워드 샐러드 공방이 불붙었습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60분’ 방송사인 CBS에 이런 항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CBS deceived viewers into thinking Harris’ answer was more ‘succinct’ than the word salad it actually was.” 해리스 후보가 ‘60분’ 인터뷰에서 미국-이스라엘 관계에 대해 뒤죽박죽으로 답했는데 CBS가 이를 편집해 간단명료하게 답한 것처럼 꾸몄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원본을 공개하라는 것이 트럼프 측 요구입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후보는 말솜씨가 좋을까요. 그 역시 워드 샐러드 신세입니다. 트럼프 연설은 질보다 양을 추구합니다. 한번 시작하면 2시간이 기본입니다. 많은 나이 때문에 기력까지 달리는 데 2시간을 말로 채우려다 보니 워드 샐러드가 안 될 수가 없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해리스 지지 유세에서 이렇게 놀려댔습니다. “He’s giving two, two-and-a-half-hour speeches. Just word salads. You have no idea what he’s talking about”(트럼프는 2시간에서 2시간 반 동안 연설을 하는데 완전 워드 샐러드다.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에 한 방 먹였습니다. “You would be worried if your grandpa was acting like this!”(여러분들 할아버지가 이 지경이면 걱정되겠죠)요즘 유세 막바지라서 그렇습니다. 후보들은 전국을 도는 유세 강행군에 지쳐 조리 있게 말하기 힘듭니다. 아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를 겁니다. 워드 샐러드는 넓게 보면 말실수입니다. 미국 대통령은 말 잘하는 능력자들이지만 실수도 곧잘 합니다. 미국인들을 웃게 만든 대통령의 말실수를 유형별로 알아봤습니다.I’ve now been in 57 states - I think one left to go.”(지금까지 57개 주를 방문했고, 1개 주가 남았다)첫째, 논리 상실형입니다. 논리가 맞지 않는 말실수입니다. 하버드대 법대 출신으로 논리 정연하기로 소문난 오바마 대통령도 실수할 때가 있었습니다. 2008년 대선 유세를 마무리하면서 한 말입니다. 미국이 57개 주? 원래 ‘47개 주’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말이 잘못 나왔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를 언론이 문제 삼지 않고 애교로 넘어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두고두고 비난했습니다. “Can you imagine if I said that? Story of the year!”(만약 내가 그렇게 말했다면 언론이 어떻게 나왔을지 상상이 되나? 올해 최고의 기삿거리!) 툭 하면 넘어져 웃음거리가 됐던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말하는 것도 웃음거리가 될 때가 많았습니다. “I always watch the Detroit Tigers on the radio”(나는 언제나 라디오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경기를 시청한다). ‘radio’와 ‘watch’는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이런 황당 발언도 있었습니다. “If Abraham Lincoln were alive today, he’d roll over in his grave.” ‘Lincoln would roll in the grave’는 링컨이 무덤에서 구를 정도로 놀라운 일이라는 뜻입니다. 한국 버전으로 한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난다는 의미입니다. ‘링컨이 살아있다면’과 ‘무덤에 일어난다’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습니다. 하필 링컨 탄생 기념 연설에서 이런 말실수를 해서 “링컨을 죽였다 살렸다 한다‘라는 조롱을 받았습니다.근엄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 총사령관을 지낸 덕분에 사기 진작 발언을 잘했습니다. 1952년 대선 유세 중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Things have never been more like the way they are today in history”(역사적으로 오늘 같은 날은 과거에 없었다). 오늘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인데 오늘이 어제와 다른 것은 너무 당연한 얘기입니다. 이렇게 말하나 마나 뻔한 얘기를 ‘tautology’(터톨로지)라고 합니다. 불필요한 반복이라는 뜻입니다.Too many OB-GYNs aren’t able to practice their love with women.”(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여성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야한 발언형입니다. 시대착오적 성적(性的) 발언으로 논란을 사는 경우입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틀린 문법에 이상한 단어 선택까지 총체적 난국으로 ‘부시즘’(Bushism)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습니다. 2004년 재선 유세에서 의료소송 남발로 의사들이 현장을 떠나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이없어 웃음밖에 안 나온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OB-GYN’은 미국 병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입니다. ‘obstetrics’(산과)와 ‘gynaecology’(부인과)를 합친 것으로 약자라서 대문자로 씁니다. ‘오비지와이엔’이라고 읽습니다.“I’ve known eight presidents, three of them intimately.”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유세 때 한 말입니다. 역대 대통령 8명과 알고 지낼 정도로 정치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을 자랑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3명의 대통령과 특히 친했다는 말을 하면서 ‘intimate’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주로 은밀한 성적 관계에 쓰는 단어입니다. 당시 바이든 후보는 성희롱 의혹을 받고 있을 때여서 단어 선택이 께름칙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바이든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단순한 말실수입니다. 도덕군자 스타일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1976년 대선 유세에서 작심하고 야한 발언을 했습니다.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와 인터뷰한 것도 놀라운데 발언 내용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I’ve looked on many women with lust. I’ve committed adultery in my heart many times”(나는 성욕을 가지고 많은 여성을 쳐다봤고, 마음속으로 여러 차례 간통을 범했다). ‘lust’ ‘adultery’ 등 정치인에게 금기시되는 단어들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뜬금없는 고해성사에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A zebra does not change it spots.”(얼룩말의 얼룩은 변하지 않는다)셋째, 내 맘대로 격언형입니다. 옛날부터 전해지는 격언, 관용구, 농담 등은 삶의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인용할 때는 원래 구절 그대로 써야 합니다. 자기 마음대로 바꾸면 무식하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2000년 TV 대선 토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를 공격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뭐가 잘못됐을까요. 얼룩말(zebra)은 흰색 줄과 검은색 줄로 이뤄졌습니다.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원숭이가 냇가에서 불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먼 길을 달려온 흰색 말은 물을 차지하려고 원숭이를 걷어차 쫓아버렸습니다. 말은 불 쪽으로 넘어졌습니다. 몸통 중간마다 불에 그슬린 자국으로 검은 줄이 생기게 됐습니다. 얼룩말이 생겨난 전설입니다. 검은 줄은 불에 그슬린 자국이라 없앨 수도 바꿀 수도 없습니다. ‘A zebra does not change it stripes.’ 사람의 천성을 바꿀 수 없다는 격언입니다. 한국말로 하면 얼룩말이라서 얼룩을 뜻하는 ‘spot’을 써야 할 것 같지만 검은 줄이기 때문에 ‘stripe’을 씁니다. 고어 후보는 명문가 출신의 부시 후보가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했다고 비판하려는 의도에서 한 말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stripe’을 ‘spot’으로 잘못 쓰면서 오히려 본인이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만약 ‘spot’을 쓰고 싶다면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A leopard doesn’t change its spots.”(표범의 얼룩은 바뀌지 않는다)명언의 품격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물러나고 2년이 지났습니다. 닉슨은 캘리포니아 집에서 자서전을 쓰며 칩거하고 있었습니다. 언론과는 접촉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은 아직 닉슨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1977년 영국 언론인 데이비드 프로스트가 닉슨 인터뷰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닉슨은 응했습니다. 곧 나올 자서전도 홍보할 겸, 추락한 명예도 회복할 겸, 돈도 벌 겸 다목적이었습니다. 프로스트는 인터뷰 대가로 닉슨에게 60만 달러를 주기로 했습니다. 현재 가치로 300만 달러(41억 원)나 되는 큰돈입니다.인터뷰는 5회에 걸쳐 방송됐습니다. 닉슨은 사죄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을 후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별로 논란이 될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이 발언만 빼고.When the president does it, that means that it is not illegal.”(대통령이 그렇게 판단했다면 불법이 아니다)3회차 인터뷰에 나온 발언으로 닉슨-프로스트 인터뷰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입니다. “대통령은 국익이라고 판단되면 도청, 절도 등 불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느냐”라는 프로스트의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대통령 권한의 법적 한계를 묻는 말에 법 위에 군림한다는 식의 대답이었습니다. ‘닉슨이 반성하지 않는다’라는 비판이 즉각 터져 나왔습니다. 혹시 ‘legal’을 ‘illegal’로 잘못 말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습니다. 닉슨은 ‘워싱턴 스타’ 신문에 장문의 해명 편지를 보냈습니다. ‘대통령의 행위는 언제나 적법하다’라는 의미에서 한 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국가 위급상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결정권이 있고, 그러한 판단에 따라 행동했다면 다른 법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습니다. 별로 설득력 있는 해명은 아니었습니다. 말장난이라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인터뷰 후 여론조사에서 69%는 ‘아직 닉슨이 뭔가 감추고 있다,’ 75%는 ‘닉슨은 이제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세계 최대 방산업체 보잉의 파업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3만 명의 보잉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으면서 미국 항공우주업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회사는 4년간 35%의 임금 인상, 7,000달러 보너스 등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거부했습니다. 최소 40% 인상, 연금 시스템 재정비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조 측의 강경한 태도를 로이터통신은 이렇게 전했습니다.Boeing strike barrels on as workers reject wage deal.”(노조가 임금 제안을 거부하면서 보잉 파업이 질주하고 있다)‘barrel’은 석유 배럴처럼 양을 나타냅니다. 원래 술을 담는 참나무통에서 유래했습니다. 둥그렇게 생긴 배럴은 잘 굴러가기 때문에 ‘빨리 달리다’ ‘질주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연속성을 나타내는 ‘on’과 함께 ‘barrel on’은 보잉 파업이 거침없이 달리다, 파죽지세라는 뜻입니다. ‘barrel’이 들어가는 중요한 표현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pork barrel’(포크 배럴). 과거 돼지고기를 염장해 보관한 통에서 유래했습니다. 맛있는 고기가 통에 보관돼 있으면 탐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치권에서 많이 쓰는 단어로 선거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사업을 말합니다.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여기서도 ‘barrel’이 나옵니다. 원래 ‘lock, stock and barrel’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총의 각 부분을 말합니다. ‘lock’은 걸쇠, ‘stock’은 개머리판, ‘barrel’은 총신(총이 발사되는 긴 통로)을 말합니다.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총이 완성됩니다. ‘lock, stock and barrel’은 ‘완전체’ ‘전부’를 말합니다. 그런데 왜 ‘barrel’이 아니라 ‘two smoking barrels’라고 했을까요. 큰 총은 총신이 2개(two barrels)입니다. 화력이 크기 때문에 발사될 때 연기(smoking)가 모락모락 납니다. 총이 발사되는 순간을 실감 나게 묘사하기 위해 ‘barrel’ 대신 ‘two smoking barrels’라고 한 것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1월 21일 소개된 백악관 이삿날에 관한 내용입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중에서 누가 당선되는 백악관의 주인은 바뀝니다. 현 주인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짐을 싸서 나가야 합니다. 백악관 이삿날은 매우 바쁩니다. 이전 주인이 이사를 나가고 새 주인이 들어오는 일정이 대통령 취임식 날에 맞춰 동시에 벌어집니다. 그 바쁜 현장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2021년 1월 21일자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고 권력자라고 하지만 그 역시 일반인들과 똑같습니다. 뭐가요? 바로 ‘공포의 이삿날’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대통령이 직접 짐을 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삿날의 정신없음을 어디에 비하겠습니까.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혼란의 백악관 이사 현장 밀착 취재.It’s a mad dash.”(미친 질주다)백악관에 새로 이사를 들어오는 대통령은 취임 선서 전까지 트럭에서 단 한 개의 짐도 내릴 수 없습니다. 규칙입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이사 일정이 빡빡합니다. 다른 때 같으면 취임식하고, 축하 행진하고, 국립묘지에 헌화하고,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동안 이사 대작전이 펼쳐지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이런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됐습니다. 대통령이 일찌감치 백악관에 돌아옵니다. 30년 경력의 백악관 직원은 올해 이사 과정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때 쇼핑객들이 미친 듯이 상점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Black Friday Mad Dash’라고 합니다.The Bidens know the building, they know the people. They’ve been there plenty.”(바이든 가족은 건물을 알고, 사람들을 안다. 이곳에 많이 와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사정을 잘 안다는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밑에서 8년 동안 부통령을 지낸 덕분입니다. 전임 퍼스트레이디 비서실장의 말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가족은 내부 지리를 알고 직원들을 알기 때문에 앞으로 백악관 생활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I’ve been there plenty.” 어떤 곳을 눈감고도 찾아갈 정도로 익숙할 때 하는 말입니다. ‘plenty’ 뒤에 ‘of times’가 생략된 것입니다.See you on the flip side.”(조만간 봅시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백악관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은 방을 빼주고 나가야 합니다. 그들이 헤어질 때 주고받는 인사말입니다. ‘on the flip side’는 ‘반대 면’을 말합니다. 옛날 라디오 DJ들은 아날로그 레코드판으로 음악을 틀었습니다. 청취자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반대 면 곡을 미리 소개하면서 했던 인사말에서 유래했습니다. ‘see you on the flip side’는 ‘조만간 보자’라는 뜻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 anticipate something will happen in October, as it always does. There will be concerted efforts to distort and pervert Kamala Harris.”(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10월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다. 카멀라 해리스를 왜곡하려는 집중적인 노력이 있을 것이다)‘October Surprise’(10월의 이변). 미국 대선을 일주일 정도 앞둔 지금, 후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단어입니다. 대선은 언제나 11월 첫째 화요일에 열립니다. 대선 전 달인 10월에 벌어지는 사건을 ‘옥토버 서프라이즈’라고 합니다. 대선 한참 전에 벌어졌다면 별일 아니었을 사건도 대선을 코앞에 두고 터지면 임팩트가 다릅니다. 시기적 근접성 때문입니다. 유권자들은 사건을 염두에 둔 채 투표소로 향하게 됩니다.서프라이즈는 여러 종류일 수 있습니다. 상대 진영이 터뜨리는 섹스 스캔들일 수도 있고, 외국에서 벌어지는 전쟁일 수도 있습니다. ‘Unknown Unknowns’(언노운 언노운스). 미국인들은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이렇게 부릅니다. 앞뒤가 똑같은 단어 같지만 아닙니다. 앞쪽 ‘unknown’은 과거분사 형태의 형용사이고, 뒤쪽 ‘unknown’은 명사입니다. ‘모르는 모르는 것들’이라는 뜻입니다. 모른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놀라움을 안겨주는 사건이라는 뜻입니다. 올해 대선은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그래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걱정이 되나 봅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를 음해하려는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있을지 모른다고 합니다. ‘as it always does’는 ‘언제나 그랬듯이’라는 뜻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대선을 요동치게 만드는 존재 옥토버 서프라이즈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Carter would use the advantage of incumbency to spring an event that would benefit him politically. That could be an October Surprise.”(카터는 현직 대통령이라는 이점을 이용해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건을 터뜨릴 수 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다)옥토버 서프라이즈 단어를 만든 장본인은 1980년 대선 때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 진영의 윌리엄 케이시 선거본부장입니다. 레이건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나중에 중앙정보국(CIA) 국장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레이건 후보는 지미 카터 대통령을 앞서고 있었지만, 고민이 있었습니다. 카터 대통령이 이란과의 인질 석방 협상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으로 선거 뉴스보다 인질 뉴스가 더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카터 대통령이 협상을 성공시킨다면 막판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미 석방 확답을 받아 놓았고, 선거 직전에 빅뉴스를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케이시 선거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문제의 단어를 처음 썼습니다. 지지자들에게 협상 여부를 지켜보라는 당부였습니다. 하지만 레이건 진영이 걱정하던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없었습니다. 대선 때까지 인질은 계속 잡혀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인질이 석방된 것은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 당일이었습니다. 석방 날짜와 취임 날짜가 극적으로 맞아떨어지자 이번에는 민주당 진영에서 옥토버 서프라이즈 음모론을 제기했습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주체는 카터 대통령이 아닌 레이건 후보 쪽이라는 것입니다. 레이건 진영이 막후 협상을 벌였고, 취임식 때까지 기다렸다가 석방 뉴스를 터뜨렸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 대가로 집권하면 이란에 이스라엘산 무기를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적성국 이란과의 무기 거래는 위법입니다. 나중에 이란-콘트라 스캔들에서 드러났듯이 레이건 행정부와 이란의 무기 거래 커넥션은 옥토버 서프라이즈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입니다.I’ve always heard colored people can’t fly, but I see them flying around here.”(유색 인종은 조종할 수 없다고 자주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들이 조종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 군대, 특히 공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아는 단어가 있습니다. 터스키기(Tuskegee) 부대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는 전설의 흑인 조종사 부대입니다. 터스키기 부대가 설립된 배경에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있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1940년 3선에 도전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정권 연장 시도에 여론은 좋지 않았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의 수혜자인 흑인 표에 기대를 걸었는데 마침 흑인 표 떨어지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루즈벨트 고위 참모가 유세 때 흑인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입니다. 참모의 성의 없는 사과로 흑인 사회 분위기는 격앙됐습니다. “Since one officer believes I was responsible for hurting him, I wish to apologize.”(흑인 경관은 내가 상처를 입혔다고 믿고 있으니 일단 사과하겠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대선을 이틀 앞두고 흑인 조종사 부대인 터스키기 에어맨(Tuskegee Airmen) 설립을 발표했습니다. 막판에 나온 옥토버 서프라이즈였습니다. 당시 군대는 인종차별이 심했습니다. 백인과 흑인은 분리된 숙소에서 살고 훈련도 따로 받았습니다. 흑인은 지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복잡한 기계를 다루는 조종사로 뽑지도 않았습니다. 터스키기라는 이름은 앨라배마 터스키기 공군기지에서 유래했습니다. 남부 백인 세력의 아성인 앨라배마에 최초의 흑인 조종사 양성 시설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지휘관으로 벤저민 데이비스 주니어 준장이 임명됐습니다. 데이비스 주니어는 흑인 최초로 준장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1941년 퍼스트레이디 엘리너 루즈벨트 여사의 방문으로 터스키기 부대의 위상은 높아졌습니다. 흑인 조종사가 모는 전투기에 탑승해 엘리너 여사는 인종화합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흑인을 ‘negro’라고 부르던 시절에 ‘colored people’(유색 인종)이라고 예의를 갖췄습니다. 엘리너 여사는 흑인 조종사들을 제2차 세계대전에 배치하도록 남편을 설득했습니다. 1943년 북부 아프리카 전선을 시작으로 1945년 종전 때까지 터스키기 부대는 1만 5000회 출격과 150회 수훈 비행 십자상(Distinguished Flying Crosses) 수상이라는 화려한 성과를 남겼습니다.Peace is at hand.”(평화가 임박했다)1972년 재선에 도전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전 해결이 급선무였습니다. 베트남전 철수로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정면 돌파할 계획이었습니다. 대선 한 달 전 헨리 키신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선거일 전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파리로 급파했습니다. 미국, 북베트남, 남베트남은 3자 협상에 돌입했습니다. 키신저 보좌관은 대선을 2주일 앞두고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계획했습니다. 타결될 듯하던 협상이 결렬됐지만 상관없었습니다. 대선에 맞춰 굿뉴스를 전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키신저 장관은 파리에서 워싱턴으로 날아와 성급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at hand’는 시간상으로 ‘임박하다’, 공간적으로 ‘근접하다’라는 뜻입니다. 이제 평화가 눈앞에 왔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협정이 타결된 것은 닉슨 대통령 당선 후입니다. 파리에서 워싱턴으로 동분서주했던 키신저 보좌관은 협정 체결을 중재한 공로로 1973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명언의 품격대형 사건은 대선에 맞춰 쉽게 터지지 않습니다. 대개 한 번의 대선에 한 개의 옥토버 서프라이즈도 나오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2016년 대선은 이례적입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넘쳤습니다. 10월 1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18년 동안 연방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뉴욕타임스에 의해 폭로됐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납세 서류 공개를 계속 거부하다가 한 방 먹었습니다. 일주일 뒤 더 큰 사건이 터졌습니다. 10월 8일 워싱턴포스트는 2005년 기업가 시절 트럼프 후보와 NBC 방송 진행자 빌리 부시의 대화 내용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했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저속한 성적 발언들이 낱낱이 공개됐습니다. 세상은 공평한 법. 트럼프 후보의 섹스 테이프가 폭로된 날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소수약자 배려를 내세우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월가 갑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증거로 고액 강연료 정황과 내부 연설문을 공개했습니다. 힐러리 후보는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치명타는 아니었습니다. 진짜 사건은 대선을 11일 앞두고 터졌습니다. FBI는 힐러리 후보의 e메일 재수사를 발표했습니다. e메일 게이트는 힐러리 후보가 국무장관 시절 공무용 e메일이 아닌 자택에 구축한 개인 e메일 서버로 공문서를 주고받았다는 논란입니다, FBI가 이미 불기소 결정을 내린 사건인데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갑자기 재수사 개시를 밝혔습니다. 이전에 조사하지 못한 e메일들이 추가로 발견됐다는 이유였습니다.I was dumbfounded”(어이 상실했다)힐러리 후보의 반응입니다. ‘dumbfound’(덤파운드)는 ‘dumb’(바보)에 ‘found’(발견된)가 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confound’(당혹하게 만들다)가 붙은 것입니다. 형용사처럼 보이지만 동사입니다. ‘be dumbfounded’라는 수동형으로 많이 씁니다. 왜 지금 시점에 재수사를 개시하는지 놀라서 말이 안 나온다는 것입니다. 힐러리 후보의 범법자 이미지가 부각됐습니다. 코미 국장은 “FBI 본연의 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트럼프-코미 내통설이 돌았습니다. 섹스 테이프로 수세에 몰렸던 트럼프 후보는 연일 “Lock Her Up”(그녀를 잡아넣어라) 구호를 외쳤습니다. 대선을 이틀 앞두고 FBI는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라며 재수사를 종결했지만, 유권자들이 기억하는 것은 재수사 개시였습니다. 힐러리 후보는 범죄 의혹을 지우지 못하고 대선을 치렀습니다. 힐러리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대선 패배 이유입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이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모처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대표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의견 일치를 봤습니다. 스페이스X 로켓 발사 문제입니다. 현재 머스크는 캘리포니아 해안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스페이스X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로켓 발사 횟수를 늘리려는 계획에 해안위원회가 제동을 걸자 이의 소송을 건 것입니다. 해안위원회가 밝힌 이유는 환경 침해이지만 머스크의 주장은 다릅니다. 자신이 트럼프 유세에 참석하고 거액을 기부하는 등 적극적으로 트럼프 측을 지원하자 민주당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 정부가 딴지를 걸었다는 것입니다.그동안 머스크와 뉴섬 주지사는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왔습니다. 머스크는 뉴섬 주지사가 서명한 성소수자(LGBT) 사생활 보호법에 반발해 캘리포니아에 있는 자신 소유의 X(옛 트위터)와 스페이스X 본사를 텍사스 오스틴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할 정도였습니다. 이번 로켓 발사 건도 머스크와 뉴섬 주지사가 한바탕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뉴섬 주지사는 이렇게 밝혔습니다.You got to call balls and strikes.”(위원회는 공정해야 한다)영어에는 야구에서 유래한 단어들이 많습니다. ‘call balls and strikes’도 그중 하나입니다. 야구에서 심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balls and strikes)인지 부르는(call) 것입니다.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단할 때는 편파적이지 말아야 합니다. ‘call balls and strikes’는 ‘야구 심판처럼 공정하게 행동하다’라는 뜻입니다. 뉴섬 주지사는 해안위원회의 결정이 머스크를 미워하는 정치적인 동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인정한 것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0월 26일 소개된 미국 대선일 풍경입니다. 미국에서 대선일은 공휴일이 아닙니다. 직장인들은 일하다가 시간을 내서 투표하러 갑니다. 투표율이 낮은 이유입니다. 그래서 선거일은 평일과 비슷합니다. 한국처럼 느슨한 ‘노는 날’ 분위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투표 시간이 끝나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마치 축제 같은 개표 방송이 펼쳐집니다. 최신 기술을 동원한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개표 방송이 시작되면 퇴근한 유권자들은 마치 슈퍼볼을 보는 것처럼 TV 앞으로 모여듭니다. ▶2020년 10월 26일자’Election Night’(선거일 저녁). 선거를 마친 뒤 개표 방송이 진행되는 저녁 시간을 말합니다. 삼삼오오 TV 앞에 모여 개표 결과를 지켜보는 시간입니다. 대선일 저녁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겠습니다.The rush to be first could result in getting it wrong.”(첫째가 되려는 서두름은 틀린 결과를 낳을 수 있다)투표 마감 종이 땡 울리면 개표 방송이 시작됩니다. 화면이 번쩍거리고 출구조사에 근거해 예상 승자를 발표하는 순간입니다. 실시간 개표 방송을 하는 언론사는 6개. CNN, 폭스뉴스, MSNBC는 시청자층이 확 갈립니다. 지상파 3사(NBC, ABC, CBS)는 비교적 중립적이라 채널 돌리다가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봅니다. 최근 선거위기태스크포스(NTFEC)라는 언론 감시 단체는 개표 방송사들에 이런 호소문을 보냈습니다. 정확한 선거 보도 원칙을 준수해 달라는 겁니다. ‘get it wrong’은 ‘잘못 이해하다’라는 뜻입니다. There‘s a good chance we won’t have a clear winner in the wee hours of the morning.”(선거 다음 날 새벽까지 확실한 승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선거 방송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사전 우편투표 집계입니다. 우편투표는 봉투를 여는 과정 때문에 개표에 시간이 걸립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우편투표가 크게 늘었습니다. 언론 연구기관 포인터 인스티튜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wee hours of the morning’은 자정부터 새벽까지를 말합니다. ‘wee’(위)는 ‘작은’이라는 뜻입니다. 이때는 1시 2시 등 작은 숫자의 시간대라서 ‘wee hours’라고 합니다.Keep your phone out of the bedroom to resist the temptation of social media.”(소셜미디어의 유혹을 벗어나려면 휴대전화를 침실 밖에 둬라)밤늦게까지 선거 방송을 보다가 침실로 가서 잠을 청하려고 하면 이번에는 휴대전화로 소셜미디어에 들어가 개표 상황을 체크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가 밤을 새우게 됩니다. 전미수면학회(AASM)의 충고입니다. 스마트폰을 분신처럼 여기는 시대에 이런 충고가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My Story. My Perspective. The Truth.”(내 이야기, 내 관점, 진실)최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회고록이 나왔습니다. 제목은 심플하게 ‘멜라니아.’ 여러 면에서 독특합니다. 표지에 주인공의 얼굴 사진이 들어가는 일반 회고록들과 달리 검은색 바탕에 ‘MELANIA’라는 흰색 글씨가 전부입니다. 대개 퍼스트레이디 회고록은 500∼600페이지가 보통인데 멜라니아 여사 책은 182페이지로 매우 얇습니다. 중간에 31페이지짜리 화보 섹션을 빼면 내용은 150페이지에 불과합니다. 독서용보다 장식용으로 좋다는 의미로 ‘커피 테이블 북’(Coffee Table Book)으로 불립니다.내용은 산만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자신의 회고록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관점이나 진실을 알 수 있는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퍼스트레이디 회고록의 단골 주제인 백악관 꾸미기에 관한 내용은 두 단락이 전부입니다. ‘college-application essay’(대입용 자기소개서) 같다는 굴욕적인 평가도 나옵니다. 구구절절 옳은 얘기들로 채워졌지만, 깊이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재미도 교훈도 부족하다 보니 퍼스트레이디 자서전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은 퇴임 후 회고록을 쓰는 전통이 있습니다. 퇴임 후 삶이 회고록 집필에 에너지를 쏟을 만큼 평탄하다는 의미입니다. 영부인 회고록은 대통령 회고록보다 인기가 높습니다. 딱딱한 대통령 회고록과 달리 권력 주변에서 벌어지는 뒷얘기를 관찰자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전해주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이 없고 메시지 전달로 확실합니다. 화제가 됐던 퍼스트레이디 회고록을 유형별로 알아봤습니다.Why won’t you listen to me?”(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거야)첫째, 자아도취형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 회고록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My Turn’(내 차례). 내가 말할 차례를 별러왔다는 것입니다. 내용도 독합니다.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 알렉산더 헤이그 국무장관 등 레이건 측근 정치인들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남편을 잘못 보좌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독하게 비난하는지 제목을 ‘My Turn’에서 ‘My Burn’(활활 태우다)으로 바꿔야 한다는 농담이 유행했습니다.인사 관여. 회고록에서 화제가 된 한마디입니다. 백악관 비서실장을 해고하라는 부탁을 들어주지 않자 레이건 대통령 앞에서 울면서 호소한 말입니다. 상대방을 다그칠 때 “why won’t you”로 시작합니다. 사치가 심하다는 지적도 반박했습니다. 20만 달러(2억 7000만 원)를 들여 멀쩡한 백악관 그릇 세트를 싹 바꿨을 때 언론은 이렇게 조롱했습니다. ‘White House New China Policy.’ 새로운 중국 정책이 아니라 그릇 정책을 말합니다 ‘china’는 ‘본차이나 그릇’을 말합니다. 낸시 여사는 백악관을 최고급으로 꾸미는 것이야말로 전통을 지키는 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I expected to be applauded”(박수받을 줄 알았다). 정치 간섭, 사치 논란 등 세간의 비판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박수에는 ‘applaud’(어플러드)와 ‘clap’(클랩)이 있습니다. ‘applaud’는 축하하는 박수를 말합니다. ‘clap’은 그냥 손바닥을 짝짝 마주치는 행위입니다. 남편은 사랑받는 리더였지만 낸시 여사는 존경받지 못하는 퍼스트레이디로 남았습니다. It is a guilt I will carry for the rest of my life.”(내가 평생 지고 갈 죄책감이다)둘째, 참회형입니다. 회고록에서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유형입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10대 시절 부주의한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상대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회고록 ‘Spoken From the Heart’(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에서 사고 경위를 처음 공개했습니다. 17세 고등학생이던 로라 여사는 저녁 시간에 잘 모르는 지역 교차로에서 빨간불을 무시하고 달리다가 반대 방향 차를 들이박았습니다. 함께 타고 있던 여자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벌어진 사고였습니다. 운전면허는 있었고 술은 마시지 않았습니다. 로라 여사와 친구는 가벼운 부상을 입었지만, 상대 차량 운전자는 사망했습니다. 우연하게도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급생이었습니다. 겁이 나서 장례식에 가지 않았고, 사죄 인사도 전하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로라 여사의 참회입니다. 감정을 지고 간다고 할 때 ‘carry’를 씁니다. 미국인들은 이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사건을 축소하지 않고 솔직하게 고백한 점을 높이 샀습니다. 회고록은 아마존이 주관하는 굿리즈 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굿리즈 상은 추천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Nobody is perfect. The first lady is no exception. This book shows that what makes a good person is the courage to accept his/her own mistakes.”(누구나 잘못을 한다. 퍼스트레이디도 예외가 아니다. 좋은 사람을 만드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라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Personally and professionally I’ve come through so many highs and lows.”(개인적으로 직업적으로 많은 영광과 좌절을 거쳐왔다)셋째, 회고형입니다. 회고록의 의미에 가장 충실한 유형입니다. 멜라니아 회고록보다 조금 앞서 나온 힐러리 클린턴 여사의 회고록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번이 4번째 회고록입니다. 힐러리 여사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즈벨트 여사와 함께 가장 많은 회고록을 쓴 퍼스트레이디입니다. 본인의 정치 커리어가 확실해 쓸거리가 많습니다. 제목은 ‘Something Lost, Something Gained’(어떤 것은 잃고, 어떤 것은 얻고). 앞서 나온 3권 ‘Living History’(2003), ‘Hard Choices’(2014), ‘What Happened’(2017)는 대권 도전을 전후해서 쓴 책들이라 정치적 주장이 많았던 반면 이번 책은 77세 인생을 되돌아본 진짜 회고록다운 회고록입니다. 1960년대 포크 여가수 조니 미첼의 명곡 ‘Both Sides Now’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미첼의 노래 가사와 비교해 되돌아봤습니다. 제목에서 ‘lost’(잃은 것)를 ‘gained’(얻은 것)보다 앞에 놓을 정도로 겸손해졌습니다. 회고록 전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come through’는 장애물을 넘어 목표 지점까지 왔을 때 씁니다. 남편과 함께 아침마다 푸는 낱말 퍼즐 게임, 손주와 보내는 시간, 대학교수로서 새로운 인생 등 일상의 소중함이 주요 내용입니다. 힐러리 특유의 도전정신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유로워진 힐러리도 나름 좋다는 평이 많습니다.명언의 품격미국 퍼스트레이디 회고록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부인 마샤 워싱턴 여사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대부분 개인적인 편지나 메모를 모아 기념용으로 출간하는 정도였습니다. 대형 출판사와 계약을 맺은 상업적인 회고록은 1970년 린든 존슨 대통령의 부인 레이디버드 존슨 여사가 처음입니다. 북 투어, 사인회, 저자 인터뷰 등 지금은 관행이 된 홍보 행사들도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레이디버드 여사의 ‘A White House Diary’(백악관 일기)는 기록형 회고록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비화를 공개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출판사의 전문적인 ‘코치’를 받으며 썼기 때문에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은 회고록입니다. 미국 현대사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만큼 대중의 관심을 끄는 사건은 없습니다. 800페이지 분량으로 역대 퍼스트레이디 회고록 중에서 가장 두껍습니다. 이중 절반 이상이 당시 부통령 부인 자격으로 케네디 대통령 암살 전후 상황을 가까이에서 관찰한 내용입니다. 첫 문장입니다.It all began so beautifully.”(모든 것은 아름답게 시작됐다)당시 존슨 부통령 부부는 케네디 대통령 부부가 탄 차를 뒤따르고 있었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긴박한 순간이 펼쳐집니다. “I cast one last look over my shoulder and saw in the President’s car a bundle of pink, just like a drift of blossoms, lying on the back seat. It was Mrs. Kennedy lying over the President’s body.”(어깨너머로 바라본 마지막 순간 대통령 차 뒷좌석에서 핑크색 덩어리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케네디 여사가 총에 맞은 대통령을 감싸고 있었다) 에어포스원에서 재클린 여사가 피 묻은 옷을 입고 존슨 대통령의 취임 선서를 지켜보던 순간 나눈 대화 내용도 레이디버드 여사 회고록을 통해 처음 밝혀졌습니다. 옷을 갈아입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거절하며 재클린 여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I want them to see what they have done to Jack”(잭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그들이 똑똑히 봐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세 살배기 케네디 주니어가 아버지 관을 향해 경례하는 이미지로 유명한 장례식 장면은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The feeling persisted that I was moving, step by step, through a Greek tragedy.”(마치 그리스 비극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기분이었다)레이디버드 여사 회고록은 케네디 암살에 관한 정부 보고서보다 더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런 회고록은 그냥 나오지 않습니다. 역사의 기록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일찍부터 집필을 시작한 결과입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저녁 7시가 되면 백악관 자신의 방 앞에 이런 팻말을 걸고 집필에 몰두했습니다. ‘I Want to Be Alone.’(방해하지 말아줘)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의 판도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일까요. 18∼26세의 젊은 Z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경제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학 학자금을 갚지 못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과 좁아지는 취업 시장 때문에 힘든 세대입니다. Z세대는 부동층이 많습니다. 이미 투표 성향이 굳어진 중장년 세대와 달리 Z세대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중에서 아직 결정하지 못한 비율이 높습니다. 21세의 이사벨 모리스 씨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Z세대입니다. 남편과 두 살 아들을 둔 평범한 주부입니다. 계속 오르는 집세와 육아 비용을 남편 수입만으로 감당할 수 없어 파트타임 일을 시작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녀는 힘든 경제 상황을 이렇게 말했습니다.We’re barely scraping by.”(우리는 근근이 살아간다)비슷하게 생긴 두 단어가 있습니다. ‘scrape’와 ‘scrap’입니다. 우선 발음 비교. ‘scrape’는 ‘shape’(쉐이프)처럼 뒤쪽을 ‘에이프’로 읽어야 합니다. ‘스크레이프’가 됩니다. 반면 ‘scrap’은 ‘스크랩’이 됩니다. 두 단어는 현재진행형 ‘ing’, 과거형 ‘ed’가 붙을 때 모양이 달라집니다. ‘scrape’는 ‘scraping’(스크레이핑) ‘scraped’(스크레이프트), ‘scrap’은 ‘scrapping’(스크래핑) ‘scrapped’(스크랩트)가 됩니다.더 중요한 의미 비교. ‘scrape’는 ‘긁다’ ‘긁어모으다’입니다. 살짝 베이거나 긁힌 상처를 ‘small cuts and scrapes’라고 합니다. ‘scrape by’는 ‘scrape’(긁다)와 ‘by’(근처)가 결합해 ‘근처에서 긁어모으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저기서 긁어모아야 할 정도로 돈이 없다는 뜻입니다. 반면 ‘scrap’은 ‘조각’을 말합니다. 고철 조각을 ‘scrap metal’이라고 합니다. 동사로 쓸 때는 ‘던지다’ ‘폐기하다’라는 뜻입니다. “The project has been scrapped.” 프로젝트가 폐기됐다는 뜻입니다. 흔히 신문 기사를 ‘스크랩한다’라고 합니다. ‘scrape’와 ‘scrap’ 중에 어느 것이 맞을까요. ‘scrape’입니다. 필요한 기사를 긁어모은다는 의미입니다. 인터넷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을 ‘web scraping’이라고 합니다. 신문 기사를 ‘스크랩한다’라는 것은 콩글리쉬입니다. ‘scrape news articles’이 됩니다. 이런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8월 30일 소개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로즈가든 재단장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입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멜라니아 여사가 모처럼 의욕적으로 로즈가든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로즈가든은 대통령 기자회견이 자주 열리는 백악관의 얼굴 같은 정원입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팔을 걷어붙이고 대대적으로 로즈가든을 뜯어고쳤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찬반양론이 뚜렷하게 갈렸습니다. ▶2020년 8월 31일자최근 재단장을 마친 백악관 로즈가든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가 진두지휘한 작품입니다. 칭찬도 많지만, 비판이 더 많습니다. 개선이 아닌 개악을 해놓았다는 겁니다.She is as clueless and classless as her husband.”(그녀는 남편만큼 멍청하고 수준 없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멜라니아 여사를 비판하는 메시지입니다. 인신공격에 가깝습니다. 이런 메시지의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규제 정책을 비판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올린 것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의식 저변에는 동유럽 이민자인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은근한 차별의식이 깔려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언론은 따끔하게 지적했습니다.That’s like saying, ‘I like chocolate and you like vanilla.’”(그건 마치 ‘나는 초콜릿이 좋고, 너는 바닐라가 좋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리모델링 전과 후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말하기 힘듭니다. 리모델링 전에는 다양한 품종의 꽃과 나무들로 화려한 멋이 있었다면 리모델링 후는 흰색 장미 위주로 꾸며 정리된 느낌을 줍니다. 단조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판단도 달라집니다. 이런 때 쓰는 격언이 있습니다. ‘Beauty is in the eye of the beholder’(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기준에 따라 다르다). 한 전문가는 좀 더 쉽게 말합니다. 색과 맛이 완전히 다른 초콜릿과 바닐라는 취향을 대비시킬 때 자주 등장합니다. 서로 다른 취향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In reality, the renovation is long overdue.”(사실 지금이라도 리모델링을 해서 다행이다)워싱턴포스트의 평가입니다. ‘over’는 지났다는 뜻이고, ‘due’는 예정된 기한을 말합니다. ‘long overdue’는 ‘기한이 오래전에 지났다,’ 즉 ‘지금이라도 해서 다행이다’라는 뜻입니다. 리모델링 전 로즈가든은 벌레가 들끓고 관개시설이 엉망이어서 개선이 시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온 워싱턴포스트가 리모델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이 이채롭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Personally and professionally I’ve come through so many highs and lows.”(개인적으로 직업적으로 많은 영광과 좌절을 거쳐 왔다) 미국 대선 시즌을 맞아 전직 퍼스트레이디 2명의 회고록이 잇달아 출간됐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여사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입니다. 힐러리 여사는 역대 퍼스트레이디 중 가장 많은 4번째 회고록입니다. 앞서 나온 3권은 대권 도전을 목적으로 내놓은 책들이라 정치적 주장이 많았던 반면 이번 책은 77세 인생을 되돌아보는 진짜 회고록다운 회고록입니다. ‘come through’는 장애물을 넘어 목표 지점까지 왔을 때 씁니다. 반면 멜라니아 여사의 회고록은 성격이 모호합니다. 남편이 현역 대통령 후보인데 별로 정치적인 내용이 없고, 본인의 개인사를 자세히 소개한 것도 아닙니다. ‘college-application essay’(대입용 자기소개서) 같다는 조롱 섞인 평가도 나옵니다. 모두 옳은 얘기들로 채워졌지만, 깊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은 퇴임 후 회고록을 쓰는 전통이 있습니다. 퇴임 후 삶이 회고록 집필에 에너지를 쏟을 만큼 평탄하다는 의미입니다. 영부인 회고록은 대통령 회고록보다 인기가 높습니다. 관찰자의 관점에서 권력 주변에서 벌어지는 뒷얘기를 흥미롭게 전해주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이 없고 메시지 전달도 확실합니다. 화제가 됐던 퍼스트레이디 회고록을 유형별로 알아봤습니다. △“Why won’t you listen to me?”(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거야) 첫째, 자아도취형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 회고록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My Turn’(내 차례). 내가 말할 차례를 별러 왔다는 것입니다. 내용도 독합니다. 레이건 측근 정치인들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남편을 잘못 보좌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독하게 비난하는지 제목을 ‘My Turn’에서 ‘My Burn’(활활 태우다)으로 바꿔야 한다는 농담이 유행했습니다. 인사 관여 정황도 나옵니다. 회고록에서 화제가 된 한마디입니다. 백악관 비서실장을 해고하라는 부탁을 들어주지 않자, 레이건 대통령 앞에서 울면서 호소한 말입니다. 상대방을 다그칠 때 “why won’t you”로 시작합니다. 낸시 여사는 영부인 시절 정치 간섭, 사치 논란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회고록에서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I expected to be applauded.”(박수 받을 줄 알았다) △“It all began so beautifully.”(그날은 아름답게 시작됐다) 둘째, 기록형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비화를 공개하는 데 중점을 둔 회고록입니다. 린든 존슨 대통령의 부인 레이디버드 존슨 여사의 ‘A White House Diary’(백악관 일기)는 대형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출간된 첫 퍼스트레이디 회고록입니다. 출판사의 전문적인 ‘코치’를 받으며 썼기 때문에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었습니다. 미국 현대사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만큼 관심을 끄는 사건은 없습니다. 800쪽 분량으로 역대 영부인 회고록 중 가장 두껍습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당시 부통령 부인 자격으로 케네디 암살 전후 상황을 가까이에서 관찰한 내용입니다. 회고록 첫 문장에 나오는 암살 당일 풍경입니다. 케네디 암살에 관한 정부 보고서보다 더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런 회고록은 그냥 나오지 않습니다. 역사의 기록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일찍 집필을 시작한 결과입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오후 7시가 되면 방 앞에 이런 팻말을 걸어두고 집필에 몰두했습니다. ‘I Want to Be Alone.’(방해하지 말아줘) △“It is a guilt I will carry for the rest of my life.”(내가 평생 지고 갈 죄책감이다) 셋째, 참회형입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10대 시절 부주의한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상대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고 경위를 회고록 ‘Spoken From the Heart’(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에서 처음 털어놨습니다. 로라 여사의 참회입니다. 감정을 지고 간다고 할 때 ‘carry’를 씁니다. 미국인들은 이해해주는 분위기였습니다. 사건을 축소하지 않고 솔직하게 고백한 점을 높이 샀습니다. 회고록은 아마존이 주관하는 굿리즈 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굿리즈 상의 추천 이유는 이렇습니다. “Nobody is perfect. The first lady is no exception. This book shows that what makes a good person is the courage to accept his/her own mistakes.”(완벽한 사람은 없다. 퍼스트레이디도 예외가 아니다. 좋은 사람을 만드는 것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라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발송되는 뉴스레터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에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Hey Tim. It’s Kamala. I really want to talk to you.”(팀, 카멀라예요. 꼭 통화하고 싶어요)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얼마 전 팀 월즈 부통령 후보의 휴대전화에 이런 부재중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러닝메이트로 결정됐다는 기쁜 소식을 알리려고 전화했는데 월즈 후보가 받지 않은 김빠지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웃긴 사실은 월즈 후보가 전화가 온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받지 않았다는 것. 화면에 뜬 전화번호(caller ID)가 모르는 번호라서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해리스 부통령의 번호는 월즈 후보의 휴대전화에 저장이 돼 있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현대인의 중요한 전화 습관을 알 수 있습니다. 모르는 번호가 뜨면 받지 않습니다. 귀찮은 전화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월즈 후보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해리스 부통령은 박장대소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Nothing is more relatable as not answering the phone because you don’t recognize the caller”(전화 건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 받지 않는 것만큼 공감 가는 일은 없다). ‘relate’의 형용사인 ‘relatable’(릴레이더블)은 공감한다는 뜻입니다. ‘nothing is more as’는 ‘as’ 다음에 나오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것이 진리라는 뜻입니다.월즈 후보의 시골 아재(Midwestern Dad) 감성이 드러나는 에피소드입니다. 체면 불문하고 막춤을 추고, 새끼 돼지를 품에 안고 기뻐하고, 아이들에 둘러쌓인 월즈 후보는 유세 분위기를 띄우는 일등공신입니다. 똑똑하지만 인간미 부족해 보이는 해리스 부통령과 분위기를 잘 띄우지만 정작 중요한 전화는 놓치는 허당끼 넘치는 월즈 후보는 서로 케미가 맞는 ‘티켓’입니다. 티켓은 대통령-부통령 후보를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월즈 후보는 성공적인 부통령 후보라는 평가를 받지만, 미국 대선 역사를 보면 실패한 부통령도 많습니다.Um, all of ’em, any of ’em that, um, have, have been in front of me over all these years.”(음, 모든 신문들, 음 오랫동안 내 앞에 있었던 모든 신문들)2008년 대선 때 공화당 티켓인 존 매케인 대통령 후보와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는 역사상 가장 실패한 티켓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페일린은 원래 매케인의 ‘퍼스트 초이스’가 아니었습니다. 매케인 후보는 절친인 조 리버먼 무소속 상원의원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리버맨 의원의 낙태 지지 노선이 공화당 지도부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부통령 후보 선정 작업은 난항에 부딪혔습니다. 러닝메이트를 공식 발표해야 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랴부랴 알래스카 주지사였던 페일린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전국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이었습니다. 매케인 후보는 페일린 주지사를 한번 만나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부통령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페일린 후보의 전당대회 연설은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72세 고령인 매케인 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매력적인 44세의 여성 부통령 후보로 보였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자질 부족을 드러냈습니다. 준비된 원고를 읽는 연설과 달리 인터뷰는 순발력이 필요합니다. 대(對)러시아 정책을 묻는 질문에 “알래스카에서 러시아가 잘 보인다”라는 답변으로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특히 CBS 뉴스 앵커 케이티 쿠릭과의 인터뷰는 유명합니다. “정기적으로 읽는 신문을 말해달라”라는 쿠릭의 질문에 답한 내용입니다. 대통령과 함께 국내외 정세를 꿰뚫고 있어야 하는 부통령 후보가 단 한 개의 신문도 떠올리지 못한 것입니다. 쿠릭 인터뷰가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쿠릭이라는 농담까지 생겼습니다. 결국, 매케인 선거본부는 페일린에게 언론 접촉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대선 패배 후 매케인은 페일린과 말도 안 섞는 사이가 됐습니다. 페일린은 나중에 매케인 장례식에도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With Agnew as Vice President no assassin in his right mind would kill me.”(애그뉴가 부통령인데 제대로 정신이 박힌 암살범이라면 나를 죽이겠는가)스피로 애그뉴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 부통령입니다.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났을 때 권력 승계 순서에 따라 애그뉴가 대통령이 돼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 자신도 닉슨 대통령이 물러나기 1년 전 부통령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입니다. 역사상 유일하게 중도 사임한 부통령입니다. 그의 사임은 워터게이트 스캔들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본인의 부정부패 스캔들로 물러났습니다. 애초에 닉슨이 메릴랜드 주지사였던 애그뉴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은 남부 지지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애그뉴는 독설가로 유명했습니다. 배짱 있는 인종차별 발언으로 남부 백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습니다. 흑인을 ‘Negro’, 일본인을 ‘Jap’, 폴란드 출신을 ‘Polack’이라고 부르는 것이 예사였습니다. 닉슨은 애그뉴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됐지만, 정책 파트너로 대접하지 않았습니다. 충격 발언이 필요할 때나 찾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소외시켰습니다. 한번은 주변에서 “애그뉴를 무시할 거면 왜 부통령으로 선택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닉슨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암살 표적으로 유용하다는 농담입니다.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닉슨 대통령의 배타적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in right mind’는 ‘제정신’이라는 뜻입니다. 앞에 ‘no one’과 함께 써서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그럴 리 없다’라는 뜻이 됩니다.메릴랜드 주지사 시절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법무부 조사를 받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닉슨 대통령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조사를 받는 혼돈의 정국이었습니다. 뇌물 수수가 훨씬 중대한 범죄지만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묻혀 부통령 자진 사퇴로 조용히 해결됐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최대 수혜자는 애그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You people who are married to Italian men, you know what it’s like.”(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한 사람은 어떤지 알잖아요)1984년 대선에서 월터 먼데일 민주당 후보는 제럴딘 페라로 하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택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인기에 밀려 열세를 면치 못했던 먼데일 후보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여성 러닝메이트를 택했습니다. 미국 주요정당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 후보입니다. 전당대회에서 가난한 이민자의 딸을 주제로 인상적인 후보 수락 연설을 했습니다. “The daughter of an immigrant from Italy has been chosen to run for vice president in the new land my father came to love”(이탈리아 이민자의 딸이 아버지가 사랑한 새로운 땅에서 부통령 후보로 선택됐다). 20세기 미국 100대 명연설에서 56위에 오른 감동적인 연설입니다.재산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대형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남편이 소득신고서 제출을 거부한 것입니다. 배우자 소득신고서 제출은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제출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페라로 후보의 변명입니다. 다혈질인 이탈리아 남자들은 이런 문제에 둔감하다는 것입니다. 상대의 동의를 구할 때 쓰는 말입니다. “You know what it’s like.” 이탈리아 커뮤니티가 들고 일어났습니다. 배우자 소득신고 미제출에 인종 비하 발언까지 페라로 후보는 단번에 사랑받는 후보에서 문제 많은 후보로 전락했습니다.마지못해 남편이 소득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부부 합산 재산이 400만 달러에 달하고, 요트, 별장 2채, 입주 가사도우미까지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들여 쌓아 올린 서민 이미지가 깨졌습니다. 재산 문제는 먼데일-페라로 티켓을 침몰시켰습니다. 상대 후보였던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부통령의 부인 바바라 여사는 이렇게 놀렸습니다. “Ferraro is $4 million - I can‘t say it - but it rhymes with rich.”(페라로는 재산이 400만 달러나 된다. 대놓고 말은 안 하겠는데 부자라는 단어와 운율이 맞네)명언의 품격대통령은 자신과 반대 성향의 부통령을 택하기 마련입니다. 약점을 보완해야 승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balance the ticket’(티켓의 균형을 맞추다)이라고 합니다. 미국 대선 제1의 규칙입니다. 주요 기준은 이념, 지역, 나이 등입니다. 젊은 대통령은 나이 많은 부통령을 찾기 마련이고, 북부 대도시 출신 대통령은 남부 시골 출신 부통령을 선호합니다. 이념적으로 강경한 대통령은 이를 순화할 수 있는 중도 성향의 부통령을 택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린든 존슨 부통령을 택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40대 초반의 매사추세츠 명문가 출신에다 하버드대 졸업장을 가진 케네디 대통령은 50대의 남부 텍사스 지방대 출신의 존슨 부통령을 택해 균형을 맞췄습니다.1992년 대선에서 이런 전통이 깨졌습니다. 빌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자신과 매우 비슷한 앨 고어 부통령 후보를 택했습니다. 우선 나이가 클린턴 45세, 고어 44세로 비슷했습니다. 미 대선 역사상 가장 젊은 티켓입니다. 출신 지역도 둘 다 남부였습니다. 클린턴은 아칸소, 고어는 테네시 출신입니다. 가장 중요한 이념은 민주당 내에서 둘 다 온건파로 분류된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학벌조차 둘 다 아이비리그 출신(클린턴-예일대, 고어-하버드대)으로 비슷했습니다. 쌍둥이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왜 쌍둥이를 뽑았냐”라는 질문에 클린턴 후보의 대답입니다.We are going to reinforce the ticket rather than balance it.”(티켓의 균형을 맞추기보다 강화할 것이다)사실 위험한 전략입니다. 강화되는 쪽은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 쪽은 버리는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강화 전략을 택한 것은 1992년 대선이 3자 구도였기 때문입니다. 공화당의 아버지 부시 대통령,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 무소속의 로스 페로 후보가 출마했습니다.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었습니다. 혼전 상황에서는 티켓의 선명성이 중요하다는 것이 클린턴 진영의 논리였습니다. 클린턴 후보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The key is definition”(핵심은 정의다). 정의를 내릴 수 있을 만큼 색깔이 분명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고어 부통령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딕 체니 부통령과 함께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후부터 대통령-부통령 관계를 규정할 때 ‘balance’(균형)보다 ‘partnership’(협력)이 더 적절한 단어가 됐습니다. 대통령은 설사 위협이 될지라도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부통령을 택해 2인자로 키우며 상당한 권력을 나눠줍니다. 자신이 권좌에서 내려올 때 대비해 후계자로 키웁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후보 사퇴의 공백을 메우며 곧바로 대선전에 뛰어들 수 있는 것도 평소 바이든-해리스 부통령 관계가 파트너십에 기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J D 밴스-팀 월즈 부통령 후보의 TV 토론이 열렸습니다. 이번 토론을 두고 ’civil’(시빌)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옵니다. ‘시민의’라는 뜻에서 출발해 ‘모범적인’이라는 뜻으로 많이 씁니다. 두 후보가 모범적인 토론을 벌였다는 의미입니다. 차분하게 토론하던 중 월즈 후보의 홍콩 방문 시기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월즈 후보는 과거 유세 때 자주 “중국 톈안먼 사태 때 홍콩을 방문 중이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 민주주의의 현장을 가까이서 목격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그런데 언론의 추적 결과 홍콩에 있었다던 시점에 실은 미국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가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라고 요청하자 월즈 후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I’m a knucklehead at times.”(나는 때로 멍청한 짓을 한다)‘knuckle’(너클)은 ‘관절’을 말합니다. 관절 부위에 징이 박힌 장갑을 ‘너클 글러브’(knuckle gloves)라고 합니다. 흥분해서 주먹을 꽉 쥐면 관절 부분이 하얗게 됩니다. ‘white knuckle’은 매우 긴장한 상태를 말합니다. ‘head’는 머리를 말하므로 너클헤드는 ‘관절의 머리’라는 뜻이 됩니다. 사람뿐 아니라 기계도 관절이 있습니다. 기계의 두 부분을 이을 때 쓰는 공구를 너클헤드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오래된 뜻이고, 요즘은 ‘멍청이’ ‘얼빠진 놈’이라는 뜻으로 더 많이 씁니다. 두 관절을 이어붙여야 할 정도로 멍청하다는 의미입니다. 심한 욕은 아니고 애교 있는 타박 정도로 보면 됩니다.너클헤드가 멍청이라는 의미가 된 것은 만화에서 유래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 당국은 군인들이 훈련 중에 해서는 안 되는 멍청한 행동을 만화로 그려 설명하면서 주인공 캐릭터 이름을 ‘Knucklehead’라고 지은 데서 유래했습니다. 월즈 후보가 자신을 멍청이라고 부른 것은 홍콩 방문 시기를 혼동했다는 변명을 하려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홍콩에 간 것은 톈안먼 사태가 종료된 1989년 8월이지만 극적인 효과를 위해 “톈안먼 사태 때 홍콩에 있었다”라고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거짓말은 들통이 나게 돼 있고, 창피를 감수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21년 1월 18일 소개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관한 내용입니다. 재임 중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부통령을 꼽으라면 아마 마이크 펜스 부통령일 것입니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추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사태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 관계가 됐습니다. 펜스 부통령이 의회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대선 승자로 공식 인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폭도들이 의사당으로 몰려간 사건입니다.▶2021년 1월 18일자미국인들은 부통령을 3대 직무라고 말합니다. ‘thankless’(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 ‘useless’(필요 없는), ‘forgotten’(잊혀진). 이렇게 무시당하는 자리지만 최근 트럼프 지지자들이 일으킨 의사당 난입사태로 혼란에 빠진 미국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부통령은 상원 의장을 겸하고 있으므로 대선 2개월 뒤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소집해 최종 개표 결과와 승자를 발표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이 회의에서 펜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승자로 발표하는 것을 막으려고 트럼프 지지자들이 폭동을 일으켰습니다.Trump and Pence have chosen to bury the hatchet after a week of silence, anger and finger-pointing.”(트럼프와 펜스는 침묵하고 화를 내고 남 탓을 하며 일주일을 보내다가 화해하기로 했다)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고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바이든 승리를 공식 인증했습니다. 이 문제 때문에 사이가 틀어졌다가 일주일 만에 화해했습니다. 진심으로 화해한 것은 아니고 일시적 휴전이었습니다. 손도끼를 말하는 ‘hatchet’(햇칫)은 싸움을 상징합니다. ‘bury the hatchet’(도끼를 묻다)은 과거 미국 원주민들이 싸우다가 휴전할 때 손도끼를 소나무 밑에 묻은 전설에서 유래했습니다. ‘point a finger’는 손가락질하다, 즉 비난할 때 씁니다.He is a manila envelope taped to a beige wall.”(존재감 없네)평소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뒤에서 장식처럼 서 있는 때가 많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주요 임무였습니다. TV 심야 토크쇼의 단골 조롱 대상이었습니다. 토크쇼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는 펜스 부통령을 가리켜 “베이지색 벽에 붙여진 마닐라 봉투”라고 비꼬았습니다. 베이지색 마닐라 봉투가 베이지색 벽에 붙어 있으면 있는지 없는지 모릅니다. ‘존재감 무(無)’라는 뜻입니다.I was running the dishwasher, putting my clothes in the laundry. We’re still waiting for him to return the call.”(식기세척기도 돌리고 세탁기에 빨래도 넣었다. 나 아직 답신 콜 기다리거든요)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사당 난입사태를 촉발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는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요청하기 위해 펜스 부통령에게 전화했습니다. 수정헌법 25조는 부통령과 내각의 과반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부통령이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는 조항입니다. 펜스 부통령을 바꿔 달라고 하자 비서는 하염없이 기다리라고 합니다. 집에 있던 펠로시 의장은 집안일을 하며 기다립니다. 비서는 마지막에 “부통령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라고 답합니다. 펜스 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전화를 피하는 것으로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거부한 것입니다. 화가 난 펠로시 의장은 지금도 답신 콜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