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택

이은택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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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정책사회부, 산업부, 오피니언팀, 정치부를 거쳐 현재 국제부에 있습니다. 우리가 먹고 사는, 살고 죽는 일과 닿아 있는 해외 소식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되도록 쉬운 문장으로 진실되게 쓰겠습니다.

nabi@donga.com

취재분야

2025-01-17~202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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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노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는 불법…소방관 안전과 권익 위협”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이 12·3 불법 비상계엄과 언론사 단전 및 단수에 관한 경찰과의 협조 지시와 관련해 10일 성명을 냈다. 노조는 “(계엄에서) 소방청장이 서울소방본부장에게 내린 언론사 단전 및 단수에 관한 경찰과의 협조 지시는 중앙의 불법적인 지시”라며 “이는 우리 소방공무원들의 안전과 권익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방직 전환과 정부 차원의 소방특별회계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노조는 “중앙의 불법적인 지시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며 “이러한 지시는 소방 서비스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저해하며, 현장 소방공무원들의 직무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지방직 전환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는 “지방 소방 기관의 자율성을 강화하여 중앙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소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노조는 “정부 차원에서 소방특별회계를 설치할 것”도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일본은 소방공무원이 지방직이지만 지방에서 필요로 하는 재난안전 관련 예산과 장비를 국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이에 노조는 “이러한 모델을 참고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소방특별회계를 설립하면 긴급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을 위한 장비와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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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가 만난 사람]“집회-난리 계속 하는 건 에너지 낭비… 그런다고 헌재가 영향 받나”

    《“저도 솔직하게 보수적인 면도 좀 있습니다만 아주 잘못 판단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과 교회, 시민·복지단체를 통해 우리 사회를 향한 목소리를 내 온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88)는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달 19일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난입 폭력 사태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가 겁을 먹어서 ‘그 말 들어야겠네’라고 하겠나. 대통령 못지않은 미숙한 판단의 전형적인 예”라고 강조했다. 4일 손 교수가 초대 이사장을 지낸 서울 강남구 밀알복지재단에서 최근 한국 기독교의 모습과 사회 분열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대통령 본인에게도 해가 되고, 나라에도 해가 되는 판단이었어요. 한마디 더 하고 싶은 건 대통령의 이번 잘못은 과거의 독재자와는 좀 질이 달라요. 박정희 대통령 같은 독재자들의 잘못은 자기가 권력을 더 오래 잡기 위해 저지른 비도덕적 오류들이었어요. 그런데 윤 대통령을 도덕적으로 나쁜 놈이라고 하긴 어려워요. 자기 권력이나 이익을 위해 계엄을 한 게 아니거든요. 카테고리가 달라요. 나름대로 판단을 해보니 안 되겠다 싶어서 계엄을 한 건데 일종의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게 차이예요.” ―계엄과 탄핵을 지나며 한국 사회가 극도로 분열됐습니다. “계엄 선포가 국민 모두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그런 사건 아닙니까.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니까 계엄 선포에 대해서도 찬반이 있을 수 있고 집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자체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두 달이나 지나지 않았습니까. 법원 담장을 넘어가고(서울서부지법 난입 사건), 또 그런다고 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없고요. 지난번 두 번(노무현 박근혜)에 걸쳐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심판이 이뤄졌을 때 여당이고 야당이고 그걸 그대로 수용하고, 평화롭게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헌재의 권위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이제 탄핵 여부는 헌재에 맡기고 각자 생업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 집회와 난리를 계속하는 건 에너지 낭비일 뿐 아니라 경제에도 해를 끼쳐요. 보수의 시위는 오히려 대통령에게 불리한 효과를 가져오고, 진보도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과거와 비교한다면 2025년 한국은 어떻습니까. “지금 분열은 절대 국가 존망을 위협하는 위기 상황이 아닙니다. 지금은 헌법과 경찰력이 제대로 작동하고, 법원이 제대로 재판하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은 그 결과를 존중하고요. 다만 이번 사태로 국가와 국민이 손해를 많이 보는 거죠. 불필요한 낭비를 하고 있다는 말이에요. 1970, 80년대 독재와 민주화 투쟁 당시, 독재와 반(反)독재의 상황, 그건 상당히 심각했지요.” 미국과 네덜란드에서 신학, 철학을 공부한 손 교수는 서울 영동교회에서 장로로 오랫동안 설교 사역을 했다. 1987년에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1993년에는 밀알복지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요한일서 4장 20절의 구절을 외워 읊었다. “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하노라 하고 그 형제를 미워하면 이는 거짓말하는 자니, 보는 바 그 형제를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보지 못하는 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느니라.” 이어 손 교수는 말했다.“성경은 사랑이 빠지면 다 헛것이라는데 요즘은 미움만 가득 차 있습니다. 이게 무슨 기독교입니까. 네 편, 내 편을 나눠 싸우고 욕하는 이들은 기독교인이라 말할 수 없어요.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사랑인데, 기독교의 본질은 빼놓고 껍데기를 가지고 야단을 부르는 것 아닌가요? 저는 성경이 강조하는 사랑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유튜브 등이 극단적 주장의 확산을 부추겼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튜브를 일절 안 봐요. 최근 어떤 저명한 목사가 ‘우리 언론이 다 지금 엉터리가 돼 버렸는데 감사하게도 유튜브가 있어서 진실을 이렇게 찾아볼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대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유튜브야말로 분열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영상을 보다 보면 비슷한 내용의 영상이 자동으로 자꾸 떠요. 확증 편향이 심해지는 거죠. 그래서 일반적인 언론, 즉 방송과 신문에 근거해서 사안을 판단하라는 게 내 주장이에요. 그래도 언론사는 우리 사회의 견제와 감시를 받잖아요. 유튜브는 아무런 감시도 안 받고 자기 맘대로 떠들어요. 대부분의 유튜버는 돈을 벌기 위해서 해요. 그들의 발언 뒤에 사실은 조회수 늘리기, 돈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하고, 거기에 넘어가면 안 돼요.” ―지금 한국의 교회 공동체와 종교 지도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화해에 앞장서는 게 지금 교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주장을 하면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공격받습니다. 최근 한 목사가 ‘우리가 판단하지 말고 기도하자’는 말을 했다가 진보 쪽에서 욕을 먹고 있어요.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말해야지 무슨 판단을 보류하느냐’는 공격이 들어온 거예요. 하지만 이번 문제는 도덕과 비도덕, 윤리와 비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의 오류 문제인데 거기에 교회와 목사가 나서서 편을 든다면, 그게 기독교가 해야 할 일은 아닙니다.” ―과거 독재 정권 당시에는 목사님, 신부님들이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는데…. “그때와는 시국이 달라요. 그때는 정의와 불의, 윤리와 비윤리의 문제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기독교가 나서서 한쪽 편을 들면 사람들이 혼동하기 쉬워요. 사람들은 흔히 도덕적, 윤리적으로 잘못한 것도 ‘나쁘다’고 하고, 판단을 잘못 내린 것도 ‘나쁘다’고 해요.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서로 다르거든요. 현재의 상황은 ‘잘못된 판단’을 내린 대통령을 둘러싸고 두 진영으로 나뉘어서 서로 상대방에게 ‘비도덕적이다 비윤리적이다’ 정죄(定罪)하는 상태입니다.” ―한국의 기독교가 점점 보수화, 극우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건 사실이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교회가 보수로 기울고 있어요. 유럽도 그렇고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는 6·25전쟁의 악몽이 아직 남아있고, 북한이라는 비인간적 비도덕적 세력이 위협으로 존재하고 있단 말이에요. 6·25전쟁 때 순교자가 많았고 이게 아직 은연중에 작용해요. 여기에 더해, 진보 정부에서 추진한 사립학교법 개정, 차별금지법 제정 같은 문제에서 정부와 교회가 대립해서 교회의 보수화에 상당히 영향을 미쳤어요. 미국은 낙태 이슈 때문에 교회와 진보 정부가 대립했어요. 저는 교회의 보수화 또는 진보화는 그 자체로 탓할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다만 극단으로는 가지 말아야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집회에서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 등의 극단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헛웃음을 지으며) 지금의 한국 사회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건전한 상식조차도 없는 겁니다.” ―그럼에도 전 목사의 지지자들이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좌우로 너무 갈라져서 사람들이 믿고 싶은 걸 믿는 겁니다. 자신이 속한 진영의 논리에 무조건 따라가려고 하는데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해요. 굉장히 위험하고 미숙한 겁니다. 흑백 논리, 카우보이 영화에 가깝죠. 옛날 카우보이 영화 보면 좋은 편과 나쁜 편, 딱 두 종류의 인간만 나옵니다. 실제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거든요. 늘 중간이 있어요. 성경에도 선악이 있지만 악에도 단계가 있고 선에도 ‘거룩의 단계’가 있어요. 그 차이를 인정해야 합니다.” ―기독교계에서 바라보는 전 목사는 어떻습니까. “저는 목사로 보지 않습니다. 그는 상당히 정치적인 야심도 있는 것 같아요. 기독교나 복음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아요. 적어도 우리에게 비치는 모습은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기독교 교단에서도 전 목사의 존재를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어요. 일부 교단은 전 목사를 이단으로 결정했습니다. 가령 하나님에 대해서도 기독교적인 표현으로 보자면 ‘참람(僭濫·분수를 넘어 도가 지나침)’하달까요. 그런 표현을 예사로 쓴단 말이에요.” 2021년 9월 대한예수장로회 고신(예장고신) 교단은 전 목사에 대해 “이단성이 있으므로 교류와 참여를 금지한다”고 결의했다. 전 목사의 “나를 보고 성령의 본체라 그래”,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등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일부 정치인이 연단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전 목사에게 고개 숙여 인사도 하는데…. “아주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이유가 있겠죠. 이념적으로 동의해서일 수도 있고,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런데 우리나라 유권자들이 기독교인만 있습니까? 정치인 본인에게도 유리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소탐대실이죠. 정치인은 종교적 편향을 굉장히 조심하고 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런 행동은 현명하지도 바람직하지도 못하다고 생각합니다.”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88)△1937년 경북 포항 출생△서울대 영어영문학과 졸업△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신학 석사△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철학 박사△1983∼2003년 서울대 사범대 사회교육과 교수△1993∼2003년 밀알복지재단 설립 및 초대 이사장△2004∼2008년 동덕여대 총장△현 서울대 명예교수·고신대 석좌교수이은택 사회부 차장 nabi@donga.com}

    • 202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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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은택]현직 대통령 잡은 경찰, 진짜 ‘국수본’이 되려면

    지난해는 대한민국 경찰에게 악몽이었다. 경찰서에 보관 중이던 압수물 현금을 경찰관이 횡령하고, 지방선 순찰차 뒷좌석에 타고 있던 여성이 36시간 갇혀 있다 숨졌다. 업무 과중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던 중 경찰 자살도 잇달았다. 밖에서는 “무능하고 부패했다”는 비판이, 안에서는 “더는 못 해먹겠다”는 자조가 만연했다. 설상가상 12·3 불법 비상계엄 사건이 터졌고 경찰 넘버 원투가 동시에 구속됐다. 경찰의 위기였다. 변곡점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이었다. 관저에서 버티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을 2025년 1월 15일 경찰이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신병 확보였다. 경찰은 미리 대통령경호처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며 안에서부터 붕괴시켰고, 체포 당일 경호처 누구도 경찰을 막아서지 못했다. 국민 여론, 시민사회가 경찰을 응원했다. 심지어 경찰과 대척점에 서 있는 노동계도 그랬다. 2023년 고공 농성 중 경찰에 강제 진압된 김준영 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처장(현 금속노련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살다 살다 경찰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볼 줄이야”라고 썼다. 경찰은 법 집행 능력을 온 국민에게 보여줬다. 하지만 계엄 수사가 흘러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부족함도 드러났다. ‘내란죄 수사권 논란’이다. 사실 이는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모든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에는 내란죄가 없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역시 대통령을 수사할 수는 있지만 내란죄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대통령이 내란죄를 저질렀다. 누가 수사할 수 있는가’를 객관식으로 내면 ①경찰 ②검찰 ③공수처 중 정답은 이견 없이 1번이다. 검찰과 공수처가 ‘관련성 있는 범죄’라며 대통령 내란죄를 수사하겠다고 주장했고, 우여곡절 끝에 공수처가 맡았지만 사실 논리는 빈약하다. 마약범이 마약 운반 도중 교통사고를 냈는데 경찰서 교통조사계가 “관련성 있는 범죄”라며 마약 수사를 하겠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경찰 스스로도 대통령 수사를 공수처에 넘긴 사정이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수사 역량 부족이다. 검찰총장 출신 ‘법꾸라지’ 대통령을 상대로 허술한 수사 결과를 공판검사에게 넘겼다가는 재판에서 자칫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 경찰의 급선무는 검찰, 공수처에 비견될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통령을 앞에 앉혀 놓고 신문할 수 있는 엘리트가 경찰에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열악한 처우와 보수 탓에 경력 변호사 지원율은 갈수록 떨어진다. 2022년 1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출범시킬 때 참고한 것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모델이다. FBI에는 정보 전술 분석가, 정보기술(IT) 전문가, 법의학자, 회계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과학자, 변호사 등 3000명이 넘는 고급 인력이 포진해 있다. 정부와 국회가 ‘한국판 FBI’를 만들겠다며 경찰에 국가수사본부 간판을 달게 했으면 그만큼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사건이 있을 때만 국회의원들이 떼로 몰려와 “경찰만 믿는다”며 달콤한 말을 늘어놓고 가는 건 별 도움이 안 된다. 고급 두뇌, 소프트웨어를 기를 예산과 입법 지원이 필요하다.이은택 사회부 차장 nabi@donga.com}

    • 202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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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노조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소방관 트라우마 대책 필요”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소방노조)는 13일 “제주항공 참사 관련 유가족 및 소방관 트라우마 대책 마련 촉구 성명”에서 이번 참사 관련자들의 트라우마 예방, 치료를 위한 대책을 요구했다. 소방노조는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구조와 수습에 투입된 소방관들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동시에 안고 있다”고 밝혔다.소방노조는 “우선 유가족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유가족을 위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심리적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참혹했던 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을 위한 대책도 촉구했다.소방노조는 “소방관들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헌신적으로 구조 활동을 수행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충격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며 “대규모 재난 현장에서 직접적인 트라우마를 경험했다”고 지적했다.이어 “소방관들을 위한 전문 심리치료 및 상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장기적인 치료 및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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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은택]참사의 현장마다 어김없이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2024년 12월 31일 김홍락 국토교통부 공항정책관은 무안 제주항공 참사 브리핑 중 ‘콘크리트 둔덕’ 논란에 “그게 공항구역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으니까 재료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콘크리트 지지대를 받쳤다”고 했다. 사고 여객기가 충돌한 둔덕이 왜 그 자리에 설치됐는지, ‘부서지기 쉬운 재질’이라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왜 콘크리트인지 논란이 커진 와중이었다. 둔덕 바로 앞까지가 종단안전구역이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현장 기자들의 지적에 김 정책관은 “국제 규정을 봐야 된다는 게, 영어로 하면 인클루딩(including·포함된)이냐 업투(up to·∼까지)냐 여기서 갈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179명이 숨진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자리에 슬며시 ‘인클루딩’과 ‘업투’ 해석 문제를 꺼내 든 공무원의 모습을 보며 과거의 불안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다음 날 해양경찰청은 해난구조대(SSU), 특수전전단(UDT) 등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는 중이라고 했지만, 나중에 공개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바다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거센 조류 때문이었다.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잠수사 500여 명을 투입했다고 했지만, 이주영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 보고받은 투입 인력은 ‘8명’이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다음 날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은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사고 직전 우려할 정도의 인파에 112 신고가 빗발쳤단 사실이 공개됐다. 감사원은 이 사건 감사를 내부적으로 의결해 놓고도 대외 브리핑에선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거짓말했다. 정권에 미칠 부담을 염려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언론인 이시도어 파인스타인 스톤은 1964년 미국이 베트남전쟁 과정에서 ‘통킹만 사건’을 날조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당시 미국 대부분 언론은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 썼지만 스톤은 4쪽짜리 주간지 ‘스톤 위클리’에 정부 발표가 거짓이라고 보도했다. 1971년 공개된 미국 국방부 기밀문서에서 스톤의 보도는 사실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자 출신인 마이라 맥퍼슨은 스톤의 평전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All Governments Lie)’(문학동네)에서 “스톤은 정부의 설명에서 혼란과 사실관계의 불일치, 얼버무림 같은 이상한 부분들에 주목했다”고 평가했다. 제주항공 참사의 진실 규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콘크리트 둔덕의 탄생 배경과 관련자를 둘러싼 의문도 쌓이고 있다. 과거 우리 정부는 스스로가 비극의 원인이나 결과 어딘가 닿아 있을 때마다 알아듣기 어려운 레토릭과 모호한 해명, 거짓 발표로 책임의 흔적을 문질러 버리려 했다. 국민과 유족은 국토부가 가진 권한과 전문성으로 이번 사고의 진실까지 ‘업투’해서(도달해서) 책임 있는 국토부 전현직 관련자에게도 칼날을 겨눌 수 있길 기대했다. 하지만 요즘 국토부의 발표를 볼 때마다 의문점이 늘어만 간다. 어쩌면 그들이 사고 조사 주체가 아니라 책임과 처벌 대상에 ‘인클루딩’ 되어야 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이은택 사회부 차장 nabi@donga.com}

    • 202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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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은택]일주일도 못 가 드러난 계엄 인사들의 거짓말

    ①“경고용이었다”=윤석열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한 다음 날(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을 만나 “계엄은 야당의 폭거에 대한 ‘경고용’ 조치”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10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윤 대통령의 비화폰 지시 발언을 폭로했다. 계엄군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는 건 누가 봐도 경고성이 아니다. 거짓말이 드러나는 데 고작 6일 걸렸다.②“지시 안 했다”=대통령실은 7일 기자들에게 “대통령은 그 누구에게도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날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국회에서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정리하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과 체포 대상 정치인 목록을 공개했다. 다행인지 대통령실은 “잘 들어봐라. 싹 정리하라는 말이 꼭 체포 구금하라는 말은 아니다”란 식의 이상한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하루도 못 간 거짓말이다.③“TV 보고 알았다”=조지호 경찰청장은 5일 국회에서 “계엄 선포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곽종근 전 사령관은 6일 유튜브에서 “(뉴스) 자막으로 알았다”고 했다. 전부 거짓말. 드러난 수사 결과에 따르면, 조 청장은 미리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 불려가 윤 대통령에게 직접 계엄 작전지휘 문서를 받고 작전계획 ‘브리핑’까지 들었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에게서 계엄 임무 지점 6곳을 하달받았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둘 다 일주일도 못 가 드러났다. 보통 범죄에 연루된 이들이 거짓말을 한다면 범행을 숨기고 싶어서다. 혹은 떨어질 처벌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자는 심산일 수도 있다. 일부는 거짓말을 통해서라도 명예를 지키고 싶을 수도 있다. ‘나는 연루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이번 계엄은 전 국민과 외신이 범행 현장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경찰,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경주마 질주하듯 수사 중이다. 인적 물적 증거는 차고 넘친다. 진실과 처벌이라는 결과가 더디게 올 수는 있겠지만, 그 도착은 확실하다. 입을 맞춘 거짓말의 축은 1, 2명씩 대열을 이탈하며 허물어지는 중이다. 그날 밤 대통령의 얼굴색이 어땠는지까지 드러나지 않았나. 아직도 ‘내가 입을 다물면 진실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사람들은 가장 큰 죄를 지은 이보다, 가장 마지막까지 숨긴 이에게 더 큰 배신감을 느끼는 법이다. 진실을 밝히는 데 소모될 노력, 시간을 조금이라도 덜어 허물어진 나라를 재건하는 데 쓸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2024년 한국에서 대통령 임기가 절반밖에 안 돼 이런 초유의 국난이 벌어질 거라 상상한 국민은 없었다. 그를 뽑았든 뽑지 않았든 같은 심정이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식에서 말했었다. “저는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이제야 드러난 거짓말인지,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된 건지. 본인만 알 따름이다. 이은택 사회부 차장 nabi@donga.com}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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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지신탁 불복 사퇴’ 문헌일 前구로구청장 고발 당해

    보유한 주식을 백지신탁하지 않으려 구청장 직에서 물러난 문헌일 전 서울 구로구청장이 경찰에 고발당했다. 21일 시민단체 ‘문헌일 백지신탁 거부 사퇴 책임추궁 구로시민행동’(이하 구로시민행동)은 문 전 구청장을 직무유기, 사기,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앞서 문 전 구청장은 170억 원 상당의 보유 주식에 대해 백지신탁을 거부하며 구청장 직에서 물러났다.구로시민행동은 고발장에서 “문 전 구청장은 4년간 구청장직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가 있으나 주식백지신탁 결정을 회피하기 위해 사퇴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직자에게 부여되는 주식백지신탁 의무를 다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음에도 이 사실을 선거구민에게 알리지 않아 기망했다”고 비판했다.구로시민행동은 “결국 선거에서 당선돼 선거 비용보전금 약 2억 원을 받았는데 이는 사기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문 전 구청장은 1990년 정보통신 설비기업 문엔지니어링을 설립해 현재 이 회사 주식 170억 원 어치를 보유 중이다. 구청장 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하는데 문 전 구청장은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문 전 구청장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지난달 16일 사퇴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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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를 적신 한강… “책 들여놓자마자 팔려나가요”

    소설가 한강(54)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우리 사회 전반에 파장을 몰고 왔다. ‘종이책의 종말’이 임박한 듯했던 서점가에는 다시 손님이 장사진을 이뤘고 인쇄소는 밀려드는 주문량에 24시간 인쇄기를 풀가동했다. 해외에서도 한강의 번역본뿐 아니라 한글판 원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인쇄소는 ‘풀가동’, 중고책도 ‘웃돈’ 10일 노벨 문학상 발표 이후 닷새가 지난 15일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한강의 책들은 전자책을 포함해 총 100만 부를 돌파했다. 15일 오후 4시 기준으로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에서 판매된 한강의 종이책은 총 97만2000권이다. 전자책을 포함하면 총 105만 부를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뿐만 아니라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희랍어 시간’ 등 다소 생소했던 한강의 작품들도 함께 조명을 받고 불티나게 팔렸다. 총 200만 부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책 판매량을 공개하는 데 인색했던 서점가는 이례적으로 날짜별, 시간별 판매량을 생중계하듯 공개했다. 출판계에서는 노벨 문학상 발표 이후 5일간 한강이 벌어들인 인세만 1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보통 저자는 책 판매액의 10%가량을 인세로 받는다. 출판사와 인쇄소도 바빠졌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3일 오후 찾아간 경기 파주시 천광인쇄사는 말 그대로 ‘비상 상황’이었다. 주말도 반납하고 출근한 직원 20여 명이 쉴 새 없이 ‘작별하지 않는다’를 찍어내고 있었다. 인쇄사 관계자는 “인쇄기 두 대가 24시간 풀가동 중이다. 1분도 쉴 수가 없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을 낸 문학동네 역시 증쇄를 결정했고 문학과지성사는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 6종을 수상 소식이 발표된 이후 주말 내내 인쇄했다. 새 책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중고책에도 ‘웃돈’이 붙어 팔려나갔다.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등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한강 저서의 초판본, 1쇄, 작가 사인 한정판 등이 20만∼50만 원대 가격에 거래됐다.● 한강 모교, 고향 등에서는 잔치 한강의 고향과 모교 등은 세계적인 문인을 배출했다는 소식에 흥겨워했다. 한강은 초등학교 1∼3학년을 광주 북구 중흥동 효동초에서 다녔는데 이달 16일 이 학교에서는 ‘한강이 궁금해’란 주제로 야외 수업이 열렸다. 이 학교 6학년 학생들은 ‘소년이 온다’에 담긴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야기 등을 들었고 한강에게 보내는 ‘희망편지’를 썼다. 한강의 부친 한승원 작가(86)가 사는 전남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에서는 13일 주민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마을 잔치가 열렸다. 한승원 작가 역시 주민들의 초대를 받았지만 딸의 뜻을 존중해 감사 인사만 전하고 잔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한강의 모교 연세대는 시인 윤동주에 이어 노벨 문학상 작가 한강을 배출했다는 소식에 뿌듯해했다. 연세대는 “윤동주 이래 지금까지 이어진 연세 문학의 감수성인 동시에 140년 가까이 이어온 연세 교육의 지표”라고 축하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만난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은 “한강 작가의 후배로서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 “국문과라는 진로에 확신이 서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프랑스, 중국 등에서도 뜨거운 반응 해외서도 한강의 수상 소식은 뜨거운 반응을 몰고 왔다. 일본 도쿄에 있는 기노쿠니야 서점 신주쿠 본점에는 ‘축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이라는 홍보 문구가 적힌 서가에 한강의 책에 내걸렸다. 일본어로 번역된 책들은 들여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갔고 영문판과 한글판 등만 조금 남아 있었다. 서점 관계자는 “한국 문학은 원래도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 다른 노벨 문학상 발표와 비교했을 때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한강의 책이 빠르게 팔려나간 덕분에 현지 출판사도 ‘작별하지 않는다’ 긴급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 중국 최대 온라인 서점인 당당왕에서도 인기 검색에서 ‘한강’ ‘채식주의자’가 각각 1, 2위에 올랐다. 이 서점은 한강 작품의 재고가 없는 탓에 일단 예약 판매로 주문을 받았다. 영국 런던에서도 한강의 책은 실시간으로 팔려나갔다. 한 대형 서점 관계자는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사람들이 몰려들어 한강의 책을 사 갔다”고 전했다. 일부 고객은 비록 한국어를 모르지만 한국어판이라도 구하려고 수소문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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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은택]‘악뮤’가 학교를 다녔다면 한강을 울릴 수 있었을까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 이 노래를 발표한 2019년 당시 남매 그룹 악동뮤지션(악뮤)의 오빠 이찬혁은 23세, 동생 이수현은 20세였다. 사랑, 이별, 죽음을 몇 바퀴는 경험했을 중장년도 아닌, 갓 20대 문턱에 선 남매의 손끝에서 나온 문장이라는 사실이 서늘했다. 이 노래로 노벨 문학상 작가 한강을 울린 악뮤는 학교를 다닌 기간이 짧았다. 남매는 초등학생 때 선교사 부모님을 따라 몽골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정규 학교를 안 다니고 홈스쿨링으로 공부했다. 가장 큰 이유는 “밥에 간장을 비벼 먹고 스키니진 한 벌 맘대로 사기 어려운” 가계 상황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환경 덕분에 악뮤의 천재성은 만개했다. 악보도 쓸 줄 몰랐지만 오빠가 콧노래를 부르면 동생은 멜로디로 만들었고, 밥공기 위에서 줄줄 흐르는 계란프라이를 노래로 만들었다(‘후라이의 꿈’). 0교시부터 보충수업까지 이어지는 수업 시간표 대신에 자율이 주어졌고, 학교가 정한 교과서 대신에 원하는 소설책을 잡을 수 있었다. 남매의 부모는 홈스쿨링 초반에 학교처럼 수업 시간표를 만들어 놓고 집에서 몇 번 해봤다가 나중에 찢어버렸다고 한다. 대신 아이들이 고드름을 보면서 글을 쓰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면 일부러 “정말 잘한다”고 과장하듯 칭찬했고 그게 신이 나서 더 하더라고 회상했다. 한강 역시 부친 한승원 작가의 회고에 따르면 어렸을 때 혼자 방에 누워 공상과 몽상을 즐겼다고 한다.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지 않고 어디 갔는지 찾아보면 혼자 자기 방에 누워 ‘멍 때리고’ 있는 때가 많았다. 뭐 하냐 물으면 “공상을 해요”라고 했단다. 조급한 요즘 부모들 같았으면 아이가 사교성이 부족하다며 놀이학원이나 태권도장이라도 끌고 갔을 법한데, 부친은 “일어나 공부해라”, “나가서 좀 놀아라” 채근한 적이 없었다. 대신 자기의 본업인 글쓰기를 했고 딸은 이를 지켜보며 자랐다. 한강과 악뮤. 이 둘을 ‘천재’ 따위 수식어로 묶는 건 좀 얄팍하다. 그보다는 자유로운 환경과 마음껏 고민하고 공상하고 도전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이 만든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는 환호를 보내는 동시에 초조한 모습이다. 벌써 제2의 한강을 배출해야 한다, 제2의 악뮤로 만들어야 한다며 분주하다. 학원가에는 ‘한강처럼 글쓰기’, ‘한강 독서 스터디’ 광고가 내걸렸고, 학부모들은 글쓰기 교실을 수소문 중이다. 서점 매대에는 ‘한강처럼 아이 키우기’ 등 책이 조만간 깔릴지 모른다. 모든 위대한 사람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공부법과 교육법으로 치환하고, 결국엔 사교육으로 환원시키는 이 나라의 고질병이 또 도질 모양새다. 노벨상은 세계 1등에게 주는 상이 아니다. 굳이 따지면 누구보다 많이 고민하고, 공감하고, 실패하면서도 다시 시도한 사람들에게 주어졌다. 제2의 한강, 제2의 악뮤는 나올 필요 없고 나올 수도 없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데 굳이 ‘제2의 누구’를 배출해야 할까. 아이에게 주어진 기질을 믿고 키워 주다 보면 언젠간 그들 인생에 꽃을 피울 때가 오지 않을까. 굳이 그게 노벨상이 아니더라도.이은택 사회부 차장 nabi@donga.com}

    • 202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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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은택]피해자도 가해자도 노인… 짙어지는 고령화의 그늘

    영화 ‘은교’에서 박해일이 “너희의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요즘 벌어지는 현실은 노인들에게 가혹하다. 특히 60대 이상은 ‘고령층’이란 카테고리로 한데 묶이는데 이들이 사건 사고에서 언급될 때마다 비난 댓글이 넘친다. 7월 벌어진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의 가해 운전자 차모 씨가 1956년생, 신문 나이로 68세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먹먹했다. 기자의 아버지와 동갑이었다. 차 씨는 자신이 가속 페달이 아닌 감속 페달을 밟았다고 철석같이 믿었지만 그의 신발 자국은 가속 페달에 남아 있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여러 번’ 밟은 것으로 확인됐다. 평생 운전을 업으로 해왔고 ‘운전 베테랑’이라고 불렸던 차 씨는 황혼의 나이에 운전 미숙으로 9명을 숨지게 한 가해자가 됐다. 그가 왜 가속 페달을 밟았는지는 아직도 이유를 모르지만, 이미 여론은 그의 ‘고령’을 원인으로 결론지었다. 이후 ‘고령’은 핫한 키워드가 됐다. 8월에는 60대 여성이 테슬라 전기차를 몰다 페달 조작 실수로 카페를 들이받았다. 이달 13일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70대 운전자가 돌진 사고를 냈고, 부산에선 행인 1명이 숨졌다. 이달 20일에도 서울 강북구 미아동, 경기 고양시, 경기 용인시에서 70대 운전자들이 몰던 차량이 돌진해 사상자가 나왔다. 사망자 2명을 포함해 사상자 8명이 나왔다. 그때마다 ‘나이’를 지목하며 ‘역시나’ 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다시 68세 시청역 차 씨, 그는 고령일까. 솔직히 어렵다. 동갑내기 인사들을 찾아봤다. 미국 배우 톰 행크스와 멜 깁슨, 탤런트 유동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현역 정치인 최춘식 김성기,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 모두 1956년생이다. 차 씨 사건 이후 65세 이상은 면허를 제한해야 한다, 회수해야 한다 등 의견도 있었는데 위 동갑내기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행크스는 요즘 신생 업체가 생산한 박스형 소형 전기차를 몬다고 한다. ‘고령’은 다른 한편에선 피해자의 이름이다. 앞에 언급한 고양시 사고의 사망자는 차로에서 폐지 손수레를 끌던 60대 노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폐지 손수레를 끄는 노인은 1만4800명이 넘는다. 동아일보 기자들이 손수레 노인과 동행했을 때 여러 번 눈앞에서 위험을 목격했다. 운전이 미숙한 고령의 가해자가 생계를 위해 수레를 끌던 고령의 피해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기막힌 상황의 밑바닥에는 고령화사회의 그림자가 짙다. 이 같은 사건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총 3만9641건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많았다.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는 치사율(2.1%)도 전체 교통사고 평균(1.4%)보다 높다. 공유 자전거, 공유 킥보드, 차량공유 서비스에 익숙해진 젊은 층은 점점 운전면허와 ‘내 차’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사이 고령 인구는 꾸준히 늘 테고 노인이 서로 피해자와 가해자로 직면하는 사건 사고도 늘어날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노인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 부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우리도 늦기 전에 정부와 국회의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이은택 사회부 차장 nabi@donga.com}

    •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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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병철 선플재단 이사장, 필리핀 정당서 ‘글로벌 화합상’ 수상

    시민단체 선플재단을 이끄는 민병철 이사장(중앙대 석좌교수)이 필리핀 하원 내 비례정당 ‘필리핀 해외노동자’(OFW) 정당이 수여하는 ‘글로벌 화합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마리사 막시노 하원의원이 대표로 있는 OFW 정당과 부하이 OFW 재단은 5일(현지 시간)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메리어트 호텔에서 제3회 임팩트 어워즈를 열었다.OFW 정당은 올해 한-필리핀 수교 75주년을 맞아 선플운동과 외국인 존중(K리스펙트) 캠페인 등을 꾸준히 진행해온 민 이사장이 세상에 좋은 영향을 준 인물이라고 인정해 수상자로 선정했다.민 이사장은 2007년 대학생들과 함께 한국 최초로 시작한 선플 운동을 시작했다. 현재 7000여 학교 및 단체와 84만 명 이상의 누리꾼, 여야 국회의원들이 참여 중이다.OFW 정당은 특히 선플재단이 지난해 12월 필리핀에서 필리핀상공회의소(PCCI) 산하 한-필리핀 경제협의회(필코렉·PHILKOREC)와 공동으로 선플비즈니스클럽을 발족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민 이사장은 수상 소감에서 “모든 인간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며 “증오가 만연한 세상에서 긍정적인 언어의 힘을 활용해 고통받는 이들을 치유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한국에서 외국인에게 존중을 표시한다면 해외 여행을 하거나 타국에서 사는 한국인들도 그 나라에서 존중받을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4-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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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은택]부천 화재 현장서 드러난 소방관들의 열악한 현실

    ‘그의 아내는 늘 잠이 모자라서 꾸벅거리던 남편의 고달픔과 그리고 현장 2층의 암흑 속에서 숨이 끊어지기까지 남편이 혼자서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그 뜨거움을 되뇌면서 쓰러져 울었다.’ ―김훈 ‘소방관의 죽음’ 중(라면을 끓이며·2015년) 6년 전 소설가 김훈의 이 문장으로 짧은 칼럼을 쓴 적이 있다. 1995년 5월 24일 전남 여수 교동 중앙시장에서 16명을 구한 뒤 화마(火魔)에 숨진 여수소방서 소속 고 서형진(당시 29세) 소방사의 사연이다. 장래 희망에 늘 ‘소방수’라고 적었다는 김훈의 소설에는 그래서인지 소방관이 자주 등장한다. 질주하는 소방차와 불길 속으로 달려가는 소방관들의 모습에서 김훈은 국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15년여 전 초년병 기자 시절 소방관을 만날 기회들이 있었다. 한 소방관은 산불을 진압하다 그을린 나뭇가지가 뒷목에 떨어져 화상을 입었다. 그는 공상 처리를 받지 못해 자비를 털어 병원에 다녔다. 다른 소방관은 밀린 수당을 달라는 소송에 동참했다가 구급대로 좌천됐다. 오십을 앞둔 소방관은 스물다섯 기자 앞에서 서럽게 울었다. 22일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서의 소방 대응을 둘러싸고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낡고 뒤집힌 에어매트, 119 신고 접수 과정에서의 대응 지체, ‘에어매트를 거꾸로 깔았다’는 거짓 소문까지. 에어매트는 공기 주입 호스가 아래쪽에 있어 거꾸로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잘못 찍힌 사진 한 장으로 소방관들이 조롱을 받았다. 부천 현장 소방관들의 증언에 따르면 도착 당시 이미 호텔은 앞을 분간할 수 없는 검은 연기로 꽉 차 있었다. 골목은 폭이 좁고 주차된 차들 탓에 굴절사다리차를 고정할 공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에어매트를 폈다. 사용 연한이 11년 지났지만 혹시 모를 추락자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보다는 나을 걸로 판단했을 것이다. 소방관이 수신호를 보내기도 전에 뛰어내리고 매트가 뒤집히고 또 뛰어내리는 상황은 예측 불가능했다. 수사가 시작됐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가려질 것이다. 소방의 대응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논쟁의 결과가 신상필벌과 망신 주기는 아니길 바란다. 다음 재난 현장에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여전히 소방관은 열악한 지경에서 근무한다. 초과근무 수당을 받으려면 15년 전처럼 지자체와 싸워야 한다. 소방관 치료비, 간병비는 2009년에 정해진 금액 그대로다. 국립경찰병원은 1949년(1991년 서울 송파로 이전), 국군수도병원은 1951년(1999년 경기 분당으로 이전)에 생겼는데 국립소방병원은 아직 없다. 역대 정부에서 번번이 무산됐다가 2017년 문재인 정부 때 건립이 확정돼 현재 공정 약 30%다. 인력 부족도 여전하다. 2022년 말 기준으로 현장 소방 인력 부족률은 전국 평균 10%, 전남 울산 등은 20%를 넘는다. 부천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소방의 열악한 현실이 개선되길 바란다. 소방관이 낡은 에어매트를 새것으로 교체할 순 없다. 소방관이 스스로 인력을 충원할 순 없다. 이는 소방의 능력과 권한 밖이다. 예산을 배정하고 통과시키는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다. 소방관들에게 너무 많은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지 않길 바란다. 이은택 사회부 차장 nabi@donga.com}

    •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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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은택]고성의 복어, 군산의 홍어, 그리고 어디에도 없는 명태

    지난주 강원 고성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멸치만큼 작은 물고기들을 제법 잡았다. “알록달록 노랗네. 라면에 넣어 끓여줄까?” 두 딸은 환호했다. 생긴 게 예뻐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검색했더니 복어 새끼였다. 요단강 건널 뻔했다는 생각에 식은땀이 흘렀다. 나중에 찾아보니 새끼 복어는 독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복어가 원래 동해에서 잡혔나. 찾아보니 본디 따뜻한 물을 좋아해 제주 근해에서 잡혔는데 언제부턴가 동해에서도 잡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난류가 북상하며 복어가 올라왔고, 그 자리에 있던 오징어는 밀려났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5, 6마리에 1만 원가량 하던 오징어회는 이제 몇 마리 얹어 한 판 정도 먹으려면 “지역 군수, 의원은 돼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홍어는 난류에 쫓겨 북상했다. 찬물을 좋아하는 홍어는 원래 흑산도에서 많이 잡혔으나 지금은 약 140km 북쪽인 군산 앞바다에서 가장 많이 잡힌다. 군산 홍어가 전국 홍어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어디서든 많이 잡히기만 하면 소비자는 딱히 불만이 없다. 기자는 극도로 지친 날이면 밤늦게 귀가해 냉장고에 보관해 놓은 삭힌 홍어 몇 점을 접시에 던다. 불 꺼진 주방에서 숨죽여 막걸리랑 먹으면 다시 출근 의지가 생긴다. 군산산(産)이든 흑산도산이든 칠레산이든 상관 없다. 그런데 지역 어민은 생계가 달린 문제다. 어획량을 둘러싼 다툼이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온난화가 인간 사이 다툼으로 옮겨붙은 사례다. 어릴 때 물리게 먹었던 명태의 경우 이제 국산은 자취를 감췄다. 생물로 끓여 먹고 얼려 먹고 튀겨 먹고 말려 먹고 말린 뒤 때리고 찢어 먹던 국민 생선은 요즘 어딜 가나 ‘러시아산’이다. 1980년대만 해도 매년 20만∼30만 t이 잡혔고 고성 등 항구마다 명태잡이 배가 가득했지만 지금은 수온 변화를 견디다 못해 북상했다. 40여 년 사이 동해 주요 어종이 명태와 도루묵에서 오징어와 청어로, 다시 복어와 방어로 바뀌고 있다. 우리 바다와 식탁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 지구적 현상의 축소판이다. 2018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 논문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인 1880년대와 비교했을 때 지구 평균 온도가 2도 오르면 온난기(Warm Period)에 진입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140여 년간의 온도 상승 폭이 약 1도였으니, 이제 앞으로 1도 남았다. 에어컨 리모컨으로 1, 2도쯤은 왔다 갔다 하니 별 감이 안 오겠지만 지구 기온이 평균 2도 이상 오르면 모든 생물 종(種)의 절반가량은 멸종 위기에 처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인간이 먹는 것들의 생존 문제이자 인간의 생존 문제다. 여전히 우리 정부도, 국민도 기후변화와 온난화 문제는 절실하지 않은 분위기다. 북극에서 빙하가 녹고 아프리카에서 강이 마르는 먼 문제로 여긴다. 어린이집이 무더기로 문 닫고 서울 초등학교가 폐교되는 걸 본 뒤에야 “출산율 저하가 문제”라고 호들갑 떠는 것처럼 온난화와 기후변화 역시 임박해서야 그럴 듯하다. 그런데 그때는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시점이지 않을까. 지금 무슨 대책을 내놔도 사람들이 애를 안 낳는 것처럼 말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서울은 최근 118년 중 가장 긴 열대야를 기록했다. 에어컨 없이는 밤에 아이들을 재울 수 없는 날이 길어지고 있다. 이은택 사회부 차장 nabi@donga.com}

    • 20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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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은택]7월 1일 그날 밤… 참사 현장의 기자들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뒤편 사거리에서 9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총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역주행 참사 현장에는 본보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이 있었다. 당일 오후 9시 37분에 본보 사건팀 카카오톡 단체톡방에는 사건팀장의 톡이 올라왔다. ‘시청역 교차로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 쓰러진 사람이 대략 10명 정도. 심폐소생 중이나 일어나는 사람이 없다.’ 사건팀 기자가 찍어 올린 사진 여러 장에는 핏자국, 부서진 가드레일, 생사를 짐작할 수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참사가 일어나기 불과 몇 분 전 공교롭게도 본보 사건팀 기자들은 그 현장에 있었다. 일을 마치고 간단한 술자리를 위해 시청역 뒤편 한 식당에 모이기로 했었다. 서로 휴대전화를 들고 “지금 어디야?” 물으며 신호를 기다리던 순간 눈앞에서 ‘그 일’이 벌어졌다. 저녁 모임 장소는 갑자기 참사 현장으로 변했다. 기자들은 곧바로 취재해 보고를 올렸다. 몇몇은 현장에 남았고 몇몇은 회사로 복귀했다. 시신을 목격하고 온 한 젊은 기자는 “괜찮냐?”는 물음에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했지만 얼굴이 창백했다. 대형 참사 현장을 겪은 기자들은 종종 정신적 충격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곤 한다. 10년 전인 2014년 4월 16일 나는 세월호 침몰 취재를 위해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내려가 두 달을 보냈다. 당시 시신이 너무 많아 팽목항 구석 자갈밭에 임시 시신안치소가 세워졌다. 바다에서 올라온 시신을 구조대원들이 시신 가방에 넣어 들고 올 때면 저벅저벅 소리가 자갈밭에 울렸고, 그 소리는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았다. 같이 취재했던 동기들은 한동안 참사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람이 죽고 다치는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것이 직업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겪는 고통과 여파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현장 기자들이 그렇게 일하고 있다. 2022년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성기자협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설문 참여 기자 544명 중 428명(78.7%)이 ‘기자로 근무하는 동안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은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그중에는 트라우마가 한 달 이상 갔다는 비율이 43.9%였다. 보통 트라우마가 한 달을 넘어가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분류된다. 역주행 참사가 발생한 날에도 사고를 낸 운전자의 나이가 70대냐, 60대냐, 1956년생 68세냐를 놓고 편집국에선 정보가 엇갈렸다. 기자들이 경찰에 거듭 확인한 뒤에야 ‘68세 남성’이라고 쓸 수 있었다. 현장에서 갓 돌아온 기자들은 눈앞에서 벌어진 참상의 여파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거듭 취재해 사실을 확인하고 기사를 수정, 또 수정하는 일을 계속 했다. 기사 송고, 강판 등 모든 작업을 마치고 밤 12시가 넘어서야 광화문역에서 막차를 타고 귀가할 수 있었다. 젊은 기자들은 시신이 옮겨진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이날 누군가는 돌연 생을 마감했고, 누군가는 노트북과 카메라를 들고 뛰었다. 누군가는 눈앞에서 지워지지 않는 참혹한 광경에 잠들지 못했으며, 그 기억과 여파는 생각보다 오래갈 것이다. 이은택 사회부 차장 nabi@donga.com}

    • 202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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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청역 교차로서 대형 교통사고…9명 심정지

    1일 늦은 오후 서울 시청역 인근 사거리에서 대형 교통사고로 여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검거된 70대 남성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40분경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제네시스 차량이 다수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 차량을 운전한 70대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운전자는 급발진이 원인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경기 안산의 한 여객운송업체 소속 운전사로 알려졌다. 사고 뒤 이 남성은 갈비뼈에 통증을 호소해서 병원으로 이송됐다.현장 목격자에 따르면 오후 9시 50분경 시청역 7번 출구 앞에서 119 구급대가 들것에 사상자들을 실어 이송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심정지 상태인 9명을 포함해 최소 14명 가량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사고 시간은 피크 퇴근 시간대에서 약 2, 3시간 정도 지난 무렵이었다. 이 시간대에는 야근을 마치고 늦은 저녁 약속을 위해 시청역 인근 번화가로 이동하거나, 지하철을 타러 시청역으로 걸어오는 보행자들이 많았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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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스콘신대, 최초 한국인 학생 입학 100주년 기념식 개최

    위스콘신 동문 재단(WFAA)은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 175주년을 기념해 20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최초 한국인 학생 입학 10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제니퍼 L. 누킨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 총장은 “글로벌 선진 경제대국이자 아시아의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한 대한민국의 리더 동문들과의 미래 파트너십과 협력을 더욱 확대 강화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졸업생, 교수진, 교육 기관 및 예비 학생들과의 지속적인 협력은 위스콘신대를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기관으로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이날 행사에는 산업은행 회장이자 위스콘신 한국 동문회 회장인 강석훈,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권희백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 이현철 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육동한 춘천시장, 김동원 고려대 총장,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WFAA는 “5000명 이상의 동문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비즈니스, 학계, 정부 및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지위스콘신대는 미국 위스콘신주에 있는 명문 주립대다. 2개의 연구대학, 11개의 종합대학, 13개의 2년제 대학 등이 모여 위스콘신대를 이루고 있다.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는 그 중 핵심 본교 역할을 하고 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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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은택]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 아파트’에서

    가끔 금요일에 쉴 때면 어린이집이 끝나는 오후 4시에 두 딸을 데리러 간다. 그때마다 아이들의 다음 목적지는 놀이터다. 40년 넘은 우리 아파트의 낡은 놀이터가 아니라 길 건너 신축 아파트의 새 놀이터다. 우레탄이 깔려 있고 큰 미끄럼틀이 있고 연못에 우렁이도 산다. 그 아파트는 단지 안팎으로 곳곳에 철제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밖에선 비밀번호를 눌러야 들어갈 수 있고 안에선 버튼만 누르면 나올 수 있다. 일부 출입구는 반대다. 울타리는 많은 것을 상징한다. 아파트를 세우는 데 들었을 막대한 비용과 높은 분양가, 치안과 사생활 우려, 한 울타리 안에 산다는 동질감과 그 밖에 대한 이질감.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는 입주민끼리 사돈을 맺자며 혼사까지 주선하고 나섰다.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건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가 비슷하다는 것, 그래서 따져볼 것이 줄어든다는 계산일 것이다. 저출산 비혼 시대에 이런 시도라도 어디냐고 할 수 있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대단지 아파트 안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물론이고 학교도 있다. 그래서 친구들 대부분이 같은 아파트에 산다. 평생의 반려자까지 아파트에서 찾는 세상이라면 나중에는 그 이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단지 인근 같은 병원에서 태어나 같은 초중고교를 다니고 잠시 나가 대학을 마치면 아파트로 돌아와 가정을 꾸리고 늙어 생을 마감하는 것 말이다. 입주민 전용 화장장, 봉안당까지 들어설지도 모르겠다. 말 그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집 이상이다. 서울시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아파트에 사는 기혼 여성은 단독주택이나 연립, 다세대 주택에 살 때보다 아이를 낳겠다는 의사가 더 높았다. 통계청 3월 발표에 따르면 가계 평균 자산 중 78.6%는 부동산이다. 아파트는 출산 인프라이자 전 재산이고 자신의 위치와 공동체를 규정하는 존재다. 그 안에 삶의 반경이 묶인 것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국민 중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51.9%로 절반뿐이다. 또 다른 절반은 단독주택, 빌라 등에 산다. 다양한 주거의 형태와 인간관계가 존재한다. 아파트에 대한 집착을 보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심각해지는 양극화, 삶을 위협하는 불확실성에 스스로를 좁은 단지 안에 가둔 건 아닐까 궁금해진다. 그러다 보니 밖은 낭떠러지라도 되는 것처럼 “그 친구는 어디에 산다니?” 걱정 가득하게 묻는 것이다. 어른들이 아파트 울타리를 세우고 이쪽저쪽 갈라도 아이들은 섞여 놀았다. 다른 아파트에 사는 아이, 빌라에 사는 아이, 옆 동네 아이도 약속한 듯 오후 4시 같은 놀이터에 모여들었다. 같이 뛰고 킥보드를 밀었다. 물끄러미 지켜보는 사이 어둑어둑 해가 졌다. 슬슬 집에 가야 하는데, 울타리에 갇힌 필자는 철문 비밀번호를 몰라 누가 문을 열어주길 기다려야 했다. 그때 일곱 살 딸과 친구들이 우르르 철문 옆 덤불 뒤편으로 뛰어갔다. “얘들아 어디 가?” “아빠 일로 와!” 아이들을 따라갔더니 작은 개구멍이 있었다. 아이들은 잽싸게 그 틈으로 빠져나가 의기양양하게 철문을 열고 씨익 웃었다. 어른들의 울타리는 아이들에겐 무용지물이었다. 모여 놀던 아이들은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다. 이은택 정책사회부 차장 nabi@donga.com}

    • 202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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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은택]가망 없는 환자에게도 의사들이 달려가는 이유

    미국 의학 드라마 ‘하우스(House M.D.)’에서 괴팍한 그레고리 하우스 박사와 그의 진단의학팀은 별의별 희귀질환 환자들을 마주한다. 이들은 질환, 체질, 사연을 일부러 숨기는데 하우스팀은 자택 수색까지 하며 단서를 찾는다. 그렇게 진단을 내려도 처음에는 빗나간다. 다시 토론, 검사를 반복해 병명을 찾아낸다. 그래도 가끔은 환자가 사망한다. ‘사람 하나 살리기 이리 어렵구나’ 혀를 내두르게 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3월 “행위별 수가제를 유지하면 의료비 지출을 감당하기 어렵다. 국민 건강 회복이라는 의료서비스 목적에 중점을 둔 가치기반 지불제로 혁신해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겠다”고 했다. 가치기반 지불제도의 골자는 환자의 회복 정도, 생존 여부 등에 따라 의료비를 지급하는 것이다. 진료 등 ‘행위’가 아니라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주는 것. 박리다매식 진료와 낮은 급여 수가 탓에 필수의료가 붕괴에 이르자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미국 영국 등 의료비 지출은 큰데 의료 수준은 열악한 국가들이 주로 도입했다. 최우선 목적은 효율성 확보, 의료비 지출 감축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한 필수의료과 전공의는 “이는 자칫하면 죽을 것 같은 환자는 치료하지 말라, 이국종 같은 의사들에게는 돈을 안 쓰겠다는 말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가치기반의 시점에서 이들은 의료비 낭비이기 때문이다. 전면적인 가치기반 지불제하에서는 매우 비효율적인 하우스 박사팀이 진료비를 받지 못해 해체될지 모른다. 미국에서는 일부 우려가 현실화했다. 폐렴 등 급성 질환은 사회경제적, 기존 건강 요인 때문에 같은 시술, 치료를 받더라도 흑인이 백인보다 예후가 더 안 좋은 경우가 많다. 때문에 흑인 환자 비율이 높은 공공병원이 백인 환자 비율이 높은 병원보다 적은 의료비를 지급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불제도가 인종 간 의료 격차를 악화시키고 있다. 의료에서는 1+1이 2가 아닐 수 있다. 최선의 약과 수술이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개인의 특성과 변수들, 의료 지식의 한계 탓에 최선의 치료에도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의료진이 기울인 노력에 ‘0원’ 가격표를 매겨야 할까. 치료 결과가 좋으면 진료비를 많이 주고 그렇지 않을 땐 페널티를 준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병원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더 노력할까. 현실은 다를 가능성이 크다. 병원은 애초 회복 가능성이 큰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분류하고 되도록 전자에게만 의료 자원을 투입할 것이다. 그래야 안정적인 수익이 난다. 이윤 추구가 본질인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이다. 다행히 지금의 병원에서는 가망 없는 환자여도 숨이 넘어가기 직전까지 의사들이 달려온다. 약물을 투여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그래도 숨을 거두면 사망 선고를 내린다. 이 모든 행위의 결과는 죽음, 0원이다. 하지만 인간과 의사만이 이런 비효율과 비생산에 기꺼이 비용과 노력을 지불할 수 있다. 우리가 이러지 않으면 노인, 빈곤층, 희귀질환자 등 의료 소외 계층은 앞으로 병원 입구를 넘지 못할 수 있다. 숨이 붙어 있어도 가망이 없다면 서둘러 영안실로 보내버리는 ‘효율적인 미래’가 올지 모른다. 정부의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은택 정책사회부 차장 nabi@donga.com}

    • 2024-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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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은택]내일도 의료대란은 없다… ‘정부’와 ‘의사들’에 따르면

    2월 20일 본격화된 전공의 병원 이탈이 세 달째인데 정부 발표에 따르면 병원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입원 환자는 평시와 유사한 수준”(3월 20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며 “의료 현장에 혼란은 없었다”(4월 26일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는 것이다. “진료 중단 등은 없을 것”(5월 3일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이라고도 했다. 얼마 전 저녁 자리에서 만난 복지부 고위 관계자도 웃으며 “이 정도는 다 저희도 예상했다”고 말했다. 역시 정부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그런데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상황이 좀 다른 것 같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3월 초 뇌하수체 종양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던 환자는 수술이 무기한 연기됐다. 울산대병원에서 4월 17일 신장암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던 환자는 전날 입원을 준비하던 중 수술 취소 통보를 받았다. 4월 29일 서울대병원에서 비뇨기암 수술이 예정됐던 환자도 수술 사흘 전 취소를 통보받았다. “언제 수술받을 수 있냐”는 물음에 병원은 불확실하다고 답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자궁근종 수술을 3월 말에 받기로 했던 환자의 수술은 5월 초, 5월 말로 두 차례 연기됐다. 한림대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 전 검사까지 마친 환자는 돌연 수술이 미뤄졌고 투석을 받으며 기약 없이 버티고 있다. 정부는 병원이 잘 돌아간다고 했는데 현장에선 수술이 미뤄지고 취소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이 사례들은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사이 누군가 숨졌다. 3월 30일 충북 보은군에선 도랑에 빠진 33개월 여아가 병원 10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하고 사망했다. 다음 날 경남 김해시에선 60대 대동맥박리 환자가 수술 병원을 못 찾아 숨졌다. 4월 10일 부산에선 14세, 10세 두 딸을 둔 엄마가 간 부전과 신장 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남편은 온라인에 “의료 파업으로 아내를 잃었다”는 글을 올렸다. 둘째 딸 생일날이었다. 그때마다 의사들은 “전공의 파업과 관계가 없다”, “애초에 살릴 수 없는 환자였다”고 했다. 의사가 없고 병상이 없어 환자가 죽지만 절대 의료 공백 탓은 아니란 것이다. 정부가 만든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 지원센터에 2400건 넘는 신고가 접수됐는데 의료 공백 연관성이 인정된 사건은 하나도 없다는 걸 보면 그 말이 맞는가 싶기도 하다. 의대 증원을 놓고 험악하게 충돌하는 정부와 의사들이 이 지점에선 묘하게 하는 말이 같다. ‘의료대란은 없다’, ‘의료대란으로 죽은 사람도 없다’. 그런데 아무 문제 없다는데 왜 자꾸 사람이 죽고 수술은 취소되나. 병원을 나간 전공의 1만3000명이 대부분 안 돌아왔는데 의료 체계는 잘 돌아가고 죽는 환자도 없다니 정말 의사가 부족하긴 한 건가. 그렇다면 1만3000명은 지금까지 유휴 인력이었단 뜻인가. 언제일지 모를 수술 날짜를 기다리는 보호자들, 병상을 찾아 헤매는 환자들은 오늘도 서로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그쪽도 취소됐나요.” “병상이 있는 곳 아시나요.” “언제쯤 수술을 받을 수 있을까요.” 어쨌든 대한민국 의료는 여전히 문제없다. 정부에 따르면 말이다. 전공의 이탈 탓에 숨진 환자도 없다. 의사들에 따르면 말이다. 내일도 모레도 그럴 것이다. 이은택 정책사회부 차장 nabi@donga.com}

    • 202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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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39세 맞벌이 36%가 無자녀… 9년새 15%P 늘어

    우리나라 25∼39세 맞벌이 부부 10쌍 중 4쌍은 자녀가 없는 ‘딩크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에서 무자녀 부부 비중이 높았는데 연구기관은 높은 집값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낸 ‘지난 10년간 무자녀 부부의 특성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가구주(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이)가 25∼39세인 젊은층 기혼 가구 중 27.1%는 자녀가 없었다. 2013년(22.2%)과 비교하면 무자녀 비중은 9년 사이에 4.9%포인트 늘었다. 부부가 맞벌이인 경우에는 무자녀 비율이 더 높았다. 젊은 맞벌이 부부 중 무자녀 비중은 2013년 21.0%에서 2022년 36.3%로 15.3%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외벌이의 경우 무자녀 비중이 같은 기간 12.3%에서 13.5%로 소폭 올랐을 뿐 큰 변화는 없었다. 자녀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가 크게 늘어난 것인데 연구원은 “직장 업무와 출산 및 양육을 병행하기 어려워 경제 활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원은 집값이 출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내놨다. ‘내 집’을 보유한 비율은 유자녀 부부의 경우 52%로 과반이었지만 무자녀 부부는 34.6%에 불과해 17.4%포인트 차이가 났다. 연구원은 “주거 불안정성이 무자녀 부부의 출산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서울은 전체 부부 중 무자녀 부부 비중이 45.2%로 강원(21.5%), 경기(20.5%)의 2배 이상이었다. 연구원은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무자녀 부부 비중은 모두 20%대”라며 “무자녀 부부 비중이 서울의 높은 주택 가격 등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또 무자녀 부부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주거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자녀 부부 중 아이를 한 명만 낳는 경우도 늘고 있다. 유자녀 부부 중 부부와 자녀 한 명으로 이뤄진 3인 가구 비중은 2013년 42.4%에서 2022년 56.3%로 늘었다. 반면 자녀 둘 이상으로 이뤄진 4인 이상 가구 비중은 같은 기간 57.6%에서 43.7%로 줄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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