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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문협회는 ‘신문홍보 영상 공모전’ 및 ‘신문홍보 만화 공모전’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신문의 사회적 기능과 저널리즘의 가치를 알리고, 미래 세대에게 신문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신문홍보 영상 공모전 대상은 조규대 씨가 응모한 ‘작은 활자 속 우리 이야기’(사진)가 선정됐다. 우수상으로는 김준영 씨의 ‘신문, 소리 없는 이야기꾼, 영원한 파수꾼!’과 오상우 씨의 ‘난 여전히 종이 신문이 좋다’가 각각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영상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널리 퍼져 나가 신문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인 만큼 시인성, 화제성, 간결성 등을 주요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신문홍보 만화 공모전에선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각 부문별로 대상, 우수상이 선정됐다. 초등부 대상은 김태양(서울사범대부설초), 우수상은 윤은하(서울 북성초)가 수상했다. 중등부에선 대상 강주은(광주 효천중), 우수상 이나희(대구 사수중), 고등부에선 대상 구민진(대구 운암고), 우수상 주성진(대전 반석고)이 각각 선정됐다. 영상 공모전 수상자는 상패와 함께 대상 200만 원, 우수상 각 100만 원을 받는다. 만화 공모전 수상자는 상패와 함께 대상 각 100만 원, 우수상 각 50만 원이 지급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Aging Disgracefully(추하게 나이 먹기).” 호주 퍼스의 한 대학에서 평생 생태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데이비드 구달은 이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2018년 5월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그의 나이 104세. 이날 기자회견은 그가 안락사를 택하기 하루 전에 열렸다. 그는 “삶을 끝낼 기회를 얻어 기쁘다”며 죽음을 하루 앞둔 사람답지 않게 갑자기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해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90세까지 테니스를 즐기고 102세에 논문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삶이 즐겁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하고 시력이 나빠진 것도 원인”이라며 죽음을 원했다. 다음 날 그의 안락사를 도운 기관 ‘이터널 스피릿’은 “구달 박사는 평온 속에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안락사, 존엄사, 자살 등 인간이 세상을 등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는 늘 논쟁적이다. 신간은 사회에서 구체적 언급조차 터부시되던 ‘자살의 언어’들을 담담하게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자살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저자는 스웨덴 공립 의대인 카롤린스카대의 정신과 의사이자 교수다. 이 대학은 1901년 이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기관 중 하나다. 이 책은 역사, 문학, 철학, 사회학 등 다양한 기록을 통해 문화적으로 자살이 어떻게 해석돼 왔는지 변화 과정을 살핀다. 고대 로마에서 자살은 금기시됐으나 죄악으로 여겨지진 않았다. 기독교의 확산과 함께 죄악시된 자살은 ‘지옥행’과 마찬가지로 여겨졌다. 스웨덴에선 1908년에야 처음으로 자살한 사람의 시신을 교회 묘지에 묻었다고 한다. 또 최근 구달 박사의 죽음 같은 현시대 논쟁적 사례들도 소개한다. 저자는 자살에 대한 특정 결론을 강요하진 않는다. 대신 여러 사례들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질 뿐이다. 무엇이 유의미한 삶을 구성하는가. 무엇이 우리를 죽음으로 내모는가. 누군가의 자살을 내버려 두는 것은 괜찮은가. 삶을 더 살 만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 저자의 물음에 답해 보며 죽음에 관해 고찰할수록 삶의 중요성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한국 예술이 스며드는 ‘2024 코리아시즌 UAE’가 진행된다. 현대무용, 오케스트라, 시각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문화예술이 UAE의 관객들과 만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다음 달까지 무용, 클래식, 미술 등 13개의 한국 문화행사가 아부다비 일대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UAE 첫 국빈 방문과 올해 5월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문화 분야 협력이 확대됐다. 앞서 16일에는 쇼케이스 공연으로 루브르 아부다비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이 신작 ‘플로우 와일 스틸(Flow While Still)’을 선보였다. 20일에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정글’이 뉴욕대 아부다비 극장 레드홀에서 열렸다. 각 무용수들의 개성 넘치는 몸짓으로 UAE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정글’은 앞서 ‘2024 코리아시즌 프랑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7월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 후 유럽 4개국 투어를 마쳤다. 21일엔 박남희 백남준 아트센터 관장과 미디어 아티스트인 김아영 작가, 권병준 작가 등이 과학, 미디어, 예술,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토크쇼를 열어 관객들과 소통했다. 27일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꿈의 오케스트라’와 UAE 아부다비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첫 합동 공연을 연다. 다음달 6일엔 한국의 창작 국악 그룹인 ‘신박서클(SB Circle)’ ‘고래야’ 등이 아부다비 문화재단 야외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인간의 몸 형상으로 표현된 물체가 수십억 개로 잘게 쪼개졌다가 다시 합쳐진다. 우리 몸의 신경망과 세포를 하나하나 뽑아내듯 0.1초 단위로 융합과 해체가 끝없이 반복되는 영상은 우리 몸속 약 37조2000억 개의 세포를 인공지능(AI) 데이터와 결합해 시각적으로 재해석한 융합예술 작품 ‘휴먼 셀 아틀라스’. 인간의 미래 자화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튀르키예의 아우치(Ouchhh) 스튜디오가 제작한 이 작품은 올 2월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파일 형태로 실린 채 우주 항해를 마치고 지구로 복귀했다. 우주로 발사된 최초의 AI 예술작품으로 기록됐다. 19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열린 전시에서 작품을 마주한 관객들은 “경이롭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과 디파이브에서 ‘미래풍경(FUTURESCAPE)’이라는 주제로 ‘2024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융합예술 및 예술산업 특화 종합 지원 플랫폼인 아트코리아랩의 1주년을 맞아 그간 성과를 공유하고, 예술과 기술, 산업의 융합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자리다. ‘휴먼 셀 아틀라스’를 비롯해 융합예술 및 예술산업의 최신 경향을 느낄 수 있는 국내외 초청작을 소개하고 전문가, 창작진들의 식견도 들을 수 있는 콘퍼런스, 워크숍, 예술 기업의 아이디어 발표, 네트워킹 행사도 마련됐다. 아트코리아랩은 아직은 한국에 낯선 융합예술과 예술산업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개관 후 1년간 아티스트, 예술산업 종사자, 일반 방문객 등 6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이곳을 찾았다. ‘예술-기술 융합 테스트베드 지원’ 사업을 통해 총 120여 건의 융합예술 작품을 발굴했다. 작품 21건에 대한 해외 진출과 입주 기업 인큐베이팅을 지원하는 등 융합예술 생태계 저변 확대에 집중했다. 프랑스 퐁피두센터 IRCAM, 스페인 Sonar 등 해외 융합예술 분야 유관 기관과 7건의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19일 열린 개회식과 콘퍼런스에는 국내외 융합예술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했다. 캐서린 터프 캐나다 모먼트팩토리 총괄디렉터, 셉 챈 호주 ACMI 관장, 안드레아 파로파 스페인 Sonar+D 총괄 등이 융합예술의 사회적·문화적 가치에 대해 논의했다. 20일에는 사운드와 AI 결합을 주제로 권혜원 미디어 아티스트, 김영선 서울대 음대 교수, 무라드 베나세르 캐나다 SAT 프로젝트 매니저가 대담을 연다. 22일엔 ‘AI 휴머니티’를 주제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페르디 알리치 아우치 스튜디오 디렉터 등이 대담에 참여한다.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빠르게 변모하는 예술-기술 융합의 흐름 속에서 진화하는 예술 생태계를 조망하기 위한 자리”라며 “아트코리아랩이 향후 한국 예술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요람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야구 경기장의 기온이 높아질수록 투수의 고의적인 사구(死球) 비율도 늘어난다?’ 2011년 미국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약 6만 건에 달하는 메이저리그 경기 자료를 분석해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심리 작용의 기제를 들여다봤다. 연구진이 흥미를 느낀 부분은 투수가 타석에 선 상대편 타자를 맞히는 사구다. 상대팀 투수의 고의성을 판단할 때는 아무래도 주관적 해석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이때 영향을 끼치는 가장 결정적 요인은 뭘까? 연구진은 팀의 승패, 경기 결과도 아닌 기온이 가장 결정적 요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예를 들어 섭씨 13도인 날에는 투수가 상대 타자에게 보복할 확률이 22%인데 섭씨 35도인 날에는 보복 확률이 약 27%까지 오른다는 것. 연구진은 “열기는 도발에 대한 반응을 강화하고, 보복 행위를 예고한다”고 말한다. 야구의 사구 얘기는 흥미로운 얘깃거리 정도로 그칠지 모르겠다. 그런데 기후가 일상 속 우리의 정신 건강은 물론이고 몸 상태, 신경질환, 질병 감염 여부도 좌우한다면 그냥 흘려듣기 어려워진다. 저자는 내 삶과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기후 위기가 우리 몸, 일상, 사회에 얼마나 직접적이고 내밀하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조목조목 설명한다. 다소 멀게 느껴지는 지구 환경 변화가 아니라 기후로 인한 자신의 몸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한다. 실제로 기온이 오르면 몸에선 세로토닌의 양이 줄어든다. 세로토닌은 행복감을 느끼는 데 기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양이 감소하면 개인의 충동성이 늘어나는데 폭력성과 보복행위 등 증가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 책은 방대한 데이터를 예로 들며 여러 위험 사례를 소개한다. 산불, 허리케인 등 대규모 기후 재난을 겪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성인이 된 뒤에도 신경, 정신 질환을 겪을 확률이 높았다. 기온 상승으로 활동 폭이 커진 동물들이 대규모 감염병을 인간 사회에도 전파시킨다. 매일같이 수영하던 호수에선 수온 상승으로 ‘뇌를 먹는 아메바’인 ‘N. 파울러리’가 깨어나며 수막뇌염으로 숨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기후 변화는 전 사회적 위기 상황도 불러온다. 경제학자 매슈 랜슨은 주변 온도가 섭씨 2도 상승할 경우 폭력범죄 발생 비율이 약 3%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살인 2만여 건, 강간 18만 건, 가정폭행 12만 건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후 재난이라는 괴물이 이미 우리 몸과 사회를 좀먹기 시작했다”며 “우린 이 현실을 무시무시하게 느껴야만 한다”고 경고한다. 과거 대통령 재임 시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하며 ‘기후 위기는 허상’이라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내년 1월 20일 백악관에 재입성한다. 오늘날 세계의 소수 정치인, 기업가들의 의사에 따라 전 지구적 기후 위기 대응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독자들은 책을 읽고 과도한 걱정이나 무력감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책은 당신을 겁주기 위함이 아니라 손을 내미는 것이다. 이 손을 꼭 붙잡아 달라”고 호소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와 경제학이라는 뜻의 ‘이코노믹스(Economics)’를 합친 신조어다. 그가 투어를 다니는 도시마다 공연을 보러 온 팬들이 대거 몰려 돈까지 ‘펑펑’ 쓰고 간 덕분에 지역 경제까지 덩달아 살아나는 그의 막대한 경제적 파급력을 뜻한다. 현재 그에겐 음악으로만 억만장자가 된 최초 뮤지션, 재산 2.1조 원을 가진 최고 여성 부자, 팝의 아이콘, 그래미상의 ‘올해의 앨범상’ 역대 최다 수상자 등 수식어들이 차고 넘친다. 미국은 물론 세계 유명 인사로 거듭난 스위프트가 어떻게 지금과 같은 독보적 문화 아이콘이 될 수 있었는지 조명한 신간이 나왔다. 그가 걸어온 인생, 음악 이야기 등 기존에 잘 알려졌던 내용과는 다르다. 신간은 철저히 사업적 관점에서 그를 조명해 풀어냈다. 원제는 ‘테일러 스위프트를 통해 배운 사업 교훈(Business Lessons From Taylor Swift)’으로 한국 제목보다 직관적이다. 스위프트는 문화 영역을 넘어 사회, 정치적으로도 영향력이 크다. 최근 미국 허리케인 ‘헐린’으로 미 남동부가 피해를 입자 기꺼이 68억 원을 구호자금으로 내놓으며 젊은층으로부터 막대한 지지를 받았다. 6일 판가름 난 미 대선 국면에선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지지를 공표하며, 세몰이에 성공하는 듯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폭풍’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20여 년간 조명 프로그래머로 팝스타들의 투어에 참여했던 경험을 토대로 스토리텔러이자 브랜드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저자는 스위프트와 관련한 15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스위프트 제국’이라는 하나의 사업체를 설명한다. 그가 꼽은 키워드는 ‘스토리텔링’ ‘브랜드 정체성’ ‘위기 관리’ ‘지식재산권’ ‘파트너십’ 등이다. 저자는 “음표, 화음이라는 음악적 도구 넘어 스위프트에겐 스토리텔러로서 천재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아티스트들과 달리 스위프트는 창작과 경영이 합쳐진 일체형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한다. 부정적 여론을 딛고 일어선 스위프트의 리스크 관리 능력도 높게 평가한다. 카녜이 웨스트 등 동료 연예인과의 불화에 의도적으로 침묵하다 음악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성추행 피해로 법정 다툼에 휘말렸을 땐 ‘1달러’ 배상금을 청구하며 “금전적 이득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는 문제”임을 강조했다. “논란이나 위기를 새로운 성장을 위한 촉매로 활용하는 것은 스위프트와 성공한 기업들이 맞닿은 지점”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스위프트가 성공한 가수임에는 틀림없으나 그의 여러 이야기들을 모두 성공을 위한 토대로 끼워 맞춘 ‘견강부회식’ 해석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저자가 스위프트의 측근이 아니어서 내밀한 얘기가 담기지 않은 점도 아쉽다. 하지만 지금 ‘팝 세계의 지배자’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봤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를 이끄는 등 전설의 프로듀서로 불렸던 퀸시 존스가 3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1세. AP통신 등에 따르면 존스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유족은 성명을 내 “존스의 음악적 본질이었던 사랑과 기쁨이 그가 만든 모든 것을 통해 세상과 공유되었다는 것을 알고 자부심을 느낀다”며 “그의 음악을 통해 존스의 심장은 영원히 뛸 것”이라고 추모했다. 1933년 시카고 출신인 고인은 부모의 이혼 뒤 아버지와 함께 워싱턴주로 이사했다. 14세 때 시애틀의 클럽에서 전설적 음악가 레이 찰스의 밴드에 들어가 트럼펫을 연주하며 음악가로서 여정을 시작했다. 1950년대부터 클리퍼드 브라운, 듀크 엘링턴 등 유명 재즈 아티스트의 앨범을 작업하며 명성을 쌓았다. 이후 70년 넘게 프로듀서뿐 아니라 뮤지컬, 영화음악, TV 프로그램 제작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고인은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를 이끈 명프로듀서로 유명하다. 1979년 약 2000만 장이 판매된 잭슨의 첫 솔로 앨범 ‘오프 더 월(Off The Wall)’을 시작으로 ‘스릴러(Thriller)’, ‘배드(Bad)’ 등을 프로듀싱했다. 당시 외신은 “퀸시 존스의 마법의 손과 마이클 잭슨의 신비한 목소리가 조화를 이뤘다”고 평했다. 특히 ‘빌리 진’ 등이 포함된 스릴러 앨범은 올해의 앨범상과 올해의 레코드 트로피 등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1억10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또한 존스는 80번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 이는 팝가수 비욘세와 제이 지에 이은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그중 28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고인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첫 취임 축하 행사를 맡기도 했으며, 1985년 아프리카 기근 구제를 위한 자선 기록인 ‘위아 더 월드’의 녹음을 총괄하기도 했다. 1995년에는 흑인 아티스트 중 최초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진 허스홀트 인도주의상을 수상했다. ‘퀸시 존스 재단’을 설립해 사회 공헌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존스는 2011년 첫 방한 당시 한국 아티스트 등을 만난 뒤 “한국의 전통 음악을 비롯해 한국 대중음악에는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고유의 한과 음악적 진정성이 있다. K팝은 세계 음악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3년 첫 내한 공연 때는 “(2년 전) 환대 때문인지 신기하게도 시카고의 내 집에 와 있는 듯하다. 한국의 친구 등이 모두 따뜻한 가족 같다”며 한국에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펑, 펑, 펑!’ 강원 평창군 용평면 장평리 주민들은 올 새해 첫날을 잊지 못한다. 새해를 고요하게 맞던 이날 오후 9시경. 천지가 뒤흔들리는 듯한 폭발음이 귓가를 때렸기 때문이다. 큰 화염과 연기가 불과 몇 초 만에 마을을 뒤덮었다.지난달 31일 장평리에서 열린 ‘해피700용평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한 주민들은 “지금도 작은 소리에 깜짝깜짝 놀랄 정도”라며 “LPG 가스통만 봐도 떨린다”고 털어놨다. 당시 가스 누출로 폭발 사고를 일으킨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방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 사고로 주민 1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이재민 30여 명이 발생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일부 피해 주민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사고 지점 근처에 있던 옛 용평도서관도 창문이 깨지고 외벽이 그을리는 손상을 입어 올 초부터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 그런데 9개월여 만에 마을 도서관이 장소를 옮겨 새로 문을 열게 됐다. 화마의 상처가 아직 남긴 했지만 사고 이전의 평화로운 마을로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것. 이날 주민과 자원봉사자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도서관 개관식은 마을 축제를 방불케 했다. 마을 사랑방이자 주민들의 배움터 역할을 하던 도서관이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주민들은 간단한 먹거리를 나누며 서로 안부를 물었다. 도서관 외벽에는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나부꼈다. 개관식을 찾은 주민 최성규 씨(68)는 도서관을 둘러보고 “책 읽는 기쁨으로 폭발 사고의 트라우마를 털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주민들이 아픔을 잊고 다시 행복하게 독서를 즐겼으면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은 화재로 문을 닫은 용평도서관을 올해 4월 작은도서관 조성 사업 대상으로 선정해 KB국민은행,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을 받아 이전 개관했다. 김수연 대표는 개관식에서 “‘책을 읽으면 행복해진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40여 년 전국을 다니며 도서관을 건립해 왔다”며 “용평면민들도 이곳에서 책을 읽고 다시 행복을 찾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재개관한 ‘해피700용평도서관’은 주민들의 어울림문화센터로 쓰이던 2층 건물의 1층을 리모델링해 333㎡(약 100평) 규모로 자리 잡았다. 일반·유아·아동 도서는 물론이고 최신 문학작품까지 약 8000권의 장서를 비치하고 있다. 도서관을 찾은 심인숙 씨(46)는 “평창은 문화 소외 지역이라 도서관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고 책 한 권, 한 권이 귀하다”며 “도서관 문이 닫힌 9개월여 동안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려고 원주, 강릉까지 갔는데 이젠 그러지 않아도 돼 기쁘다”고 했다. 심 씨는 도서관 개관 소식을 누구보다 기다린 두 자녀를 곧 데려올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날 개관식에 앞서 인근 어린이집 아동 50여 명이 도서관을 먼저 둘러봤다. 친환경 자재와 고급 목재로 단장한 도서관을 둘러보던 아이들은 “와! 책 많다” “진짜 넓다”고 환호하며 동화책을 집어 들었다. 성인들을 위한 강의실과 학습공간도 별도로 마련됐다. 도서관은 향후 다양한 교육, 강좌 프로그램도 선보일 계획이다. 심재국 평창군수는 “도서관이 주민들의 새 문화 향유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평창=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내 안은 항상 외로움과 갈망으로 가득하고, 내 존재 바깥의 무언가 나를 제대로 고쳐주리라는 생각에 나는 자꾸 집착한다.” 1990년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 ‘프렌즈’에서 유쾌한 캐릭터 ‘챈들러’를 연기해 인기 스타 반열에 오른 매튜 페리. 주체할 수 없는 막대한 부를 한순간에 거머쥐었고, 이미 20대에 세계적 인기와 영예를 얻은 화려한 인생이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엔 유년 시절부터 꾹꾹 눌러온 아픔이 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뒤 어머니와 캐나다로 이주했다. 이후 어머니마저 자신을 버리고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겼다. 이는 성인이 돼서도 누군가 언제든 자신을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이어졌다. 그가 성공한 후에도 내면의 공허함과 우울감을 채우기 위해 ‘무시무시한 그것’인 알코올에 계속 손을 댄 이유다. 안타깝게도 그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영원한 챈들러’ 매튜 페리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대중에게 남긴 마음속 이야기가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됐다. 신간은 미국에선 2022년 11월 나왔는데, 지난해 10월 28일 숨진 그의 1주기에 맞춰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되는 것이다. 그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주변 동료, 방송 스태프, 친구, 과거 연인과 얽힌 이야기를 가감 없이 풀어냈다. ‘프렌즈’ 팬이라면 그가 어느 시즌을 촬영할 때 어떤 동료 배우와 친했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촬영했는지 등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생전 그에게는 ‘알코올 및 약물 중독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는 이 꼬리표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중독으로 번민하다 재활, 치료시설을 방문한 뒤 결국 다시 약에 손을 댄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았다. 대중 앞에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까지 고인에게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책은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생전 마지막 기록이 됐다. 그를 추억하는 팬들에겐 좋은 추억 여행이, 남모를 아픔과 중독으로 힘겨워하는 이들에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백범 김구의 친필이 담긴 태극기를 독립기념관의 기증자료 특별전 ‘순간에서 영원으로―기증자료, 영원한 유산이 되다’에서 마주할 수 있다. 개관 37주년을 맞아 12월 1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선 보물 및 국가등록문화유산 등 기증자료 62점을 선보인다. 이 중 한국광복군에 대한 동포들의 지원을 당부하는 내용의 백범 친필이 담겨 보물로 지정된 ‘김구 서명문 태극기’가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이던 백범은 이 태극기를 1941년 미우스(梅雨絲) 신부에게 전달했는데, 도산 안창호의 장녀 수산 안(Susan Ahn Cuddy)이 이를 입수해 기증했다. 1950년 6·25전쟁 당시 경주에서 자원 입대한 학도병 19명이 출정 전 태극기에 소감과 함께 서명한 ‘경주 학도병 서명문 태극기’도 전시된다. 전시 1부 ‘기증의 순간, 역사가 되다’에서는 주요 기증자료를 ‘개관 전후의 자료 기증운동’과 2009년 추진된 ‘범국민 역사자료 기증운동’ 등 시기별로 살펴본다. 1985년 수산 안이 기증한 ‘대한독립여자선언서’(국가지정기록물 제12호), 한국스카우트연맹이 기증한 ‘조선소년군 단보(朝鮮少年軍 團報)’ 등이 소개된다. 2부 ‘기증자료, 영원한 유산이 되다’에서는 의열단원 김지섭의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최근 보존 처리한 ‘김지섭 옥중 편지’와 대미 외교활동을 전개하며 의사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 서재필의 진료 가운이 공개된다. 기록물 중에선 일제강점기 우리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조선어학회의 ‘조선말 큰사전’ 원고(보물)와 3·1운동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김병조(1877∼1948)가 저술한 ‘한국독립운동사략(韓國獨立運動史略)’을 주목할 만하다. 앞서 10월 30일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한말 의병장 김도현, 1910년 경술국치에 항거해 순국한 정재건(1843∼1910), 1919년 충남 당진 일대에서 3·1운동을 벌인 남상락 등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참석했다. 독립기념관은 “기증자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앞으로도 지켜나갈 기증자료의 역사적 의미를 떠올려보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신문협회는 ‘2024 신문이 들려주는 숲 이야기 NIE 패스포트 공모전’ 수상자를 30일 발표했다. 공모전은 학생들이 숲의 가치와 중요성을 배우기 위해 기획됐으며 탄소중립 실천 등에 관한 12개 활동 과제를 수행한 결과물을 심사했다. 대상은 조시현(경산압량초 5학년), 백인영(한국삼육중 1학년), 문정원(나주영산고 1학년) 학생에게 돌아갔다. 단체상에는 대구 월암초교 4∼6학년 학생 10명이 선정됐다. 최우수상은 김소정(경산진량초 5학년), 김근우(대구영남중 1학년), 이형민(성남성일고 2학년) 학생이 수상했다. 우수상에는 하주환(부산여고초 6학년), 박수아(부산내산초 5학년), 진영후(한국삼육중 1학년), 유소민(부산동래여중 2학년), 이석준(부산동인고 1학년), 김백선(원주육민관고 2학년) 학생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11월 초 수상자 소속 학교에서 열린다. 수상자들은 상장과 총 88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신문협회는 ‘2024 신문이 들려주는 숲 이야기 NIE 패스포트 공모전’ 수상자를 30일 발표했다. 대상은 조시현(경산압량초 5학년), 백인영(한국삼육중 1학년), 문정원(나주영산고 1학년) 학생에게 돌아갔다. 단체상에는 대구 월암초등학교 4~6학년 학생 10명이 선정됐다. 이번 공모전은 기후변화 대응 시리즈로 기획됐다. 학생들이 숲의 가치와 중요성을 배우기 위해 탄소중립 실천 등에 관한 12개 활동과제를 수행한 결과물을 심사해 이번 수상자를 결정했다. 최우수상은 김소정(경산진량초 5학년), 김근우(대구영남중 1학년), 이형민(성남성일고 2학년) 학생이 수상했다. 우수상에는 하주환(부산여고초 6학년), 박수아(부산내산초 5학년), 진영후(한국삼육중 1학년), 유소민(부산동래여중 2학년), 이석준(부산동인고 1학년), 김백선(원주육민관고 2학년) 학생이 선정됐다. 초등 부문 대상 수상자인 조시현 학생은 ‘숲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주제별로 짜임새 있게 구성한 점이 돋보였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중등 부문 대상 수상자인 백인영 학생은 ‘기사 요약, 헤드라인 붙이기 등 NIE(신문활용교육)의 기본 활동부터 기사문 작성과 인포그래픽 표현 같은 창의적인 활동까지 매우 충실히 소화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고등 부문 대상 수상자인 문정원 학생은 ‘모든 주제를 완성도 높게 정리하고,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단체상을 받은 대구 월암초등학교는 패스포트 과제 수행에 참여한 4~6학년 학생 10명들이 10대의 눈으로 본 숲에 대한 의견과 고민을 각자의 특색에 맞게 구성했다. 모든 학생이 활동 주제별 탐색, 표현, 편집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단체상에 선정됐다. 시상식은 11월 초 수상자 소속 학교에서 열린다. 수상자들은 상장과 총 88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단체상 수상 학교는 100만 원, 개별 수상자는 대상(3명) 100만 원, 최우수상(3명) 50만 원, 우수상(6명) 30만 원, 장려상(30명) 5만 원을 각각 받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배우 신구(88)와 강부자(83)가 은관문화훈장을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3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2024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을 열고 훈장을 수여한다고 28일 밝혔다. 올해 15회째인 대중문화예술상은 대중문화예술인의 사회적 위상과 창작 의욕을 높이고, 공을 기리는 상이다. 배우 신구는 1962년 연극으로 데뷔해 60년 넘게 영화와 드라마, 연극을 넘나들며 활약했고, 배우 강부자 역시 1962년에 데뷔(KBS 공채 2기 탤런트)해 다수의 작품에서 왕성하게 활동한 점이 평가돼 각각 은관문화훈장을 받게 됐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전 세계 농장에는 10억 마리의 돼지, 15억 마리의 소 그리고 200억 마리의 닭이 살아가고 있다. 하나의 종(種)의 진화적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의 손에 의해 가축화돼 대규모로 번식하고,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은 이 종들에겐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개별 동물의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몸을 반대 방향으로 돌릴 수도 없는 좁은 우리에 갇혀 밀집 사육된 뒤 도살당하는 동물의 삶 말이다. 저자는 공장식 축산농장과 연구 실험실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행태로 동물들이 받는 고통은 더 커졌다고 역설한다. 신간은 1975년 첫 출간 당시 비인도적인 동물 도축에 반대하며 이후 동물권 분야의 교과서로 평가받았다. 농장 안에서 동물들에게 닥치는 일에 대한 생생한 설명으로 윤리적 논쟁을 촉발했다. 이를 계기로 동물 학대를 금하는 운동이 세계적으로 일었다. 올해 초판 발행 50주년을 맞아 개정판이 출간됐다. 저자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1999년부터 인간가치연구센터 교수로 재직하며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내용의 ‘동물권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책은 서두에서 동물권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2, 3장에선 동물실험과 공장식 양식, 도축 시스템의 실태를 지적한다. 후반부에는 ‘인간 우위론’에 기반한 종 차별주의의 부당성에 대해 논한다. 채식주의자의 사망률이나 발병 비율이 현저하게 낮음을 근거로 들면서 ‘비건 식단’을 권하기도 한다. 렌틸콩 수프, 채소·두부 볶음 등 간단한 조리법도 담았다. 49년 전 이 책이 처음 출간됐을 때와 비교하면 최근 동물권에 대해 사람들이 훨씬 민감해진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인간이 과거보다 동물의 의식과 육체적·심리적 필요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동물 해방’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먼 듯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여름 국내의 공장식 축사에 갇혀 있다가 더위를 피하지 못하고 폐사한 동물 수는 약 115만 마리에 달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국내 최장수 방송 드라마인 전원일기의 ‘일용엄니’로 사랑받았던 배우 김수미가 25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경찰 등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전 8시경 심정지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고,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인은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해 몸에 이상이 생기는 고혈당 쇼크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인은 지난 5월부터 피로 누적 등으로 활동을 중단해왔다.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고인은 드라마 ‘전원일기’(1980년~2002년)에 일용엄니 역으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젊은 나이에 60대 노인 역할을 맡았다. 고인은 한 인터뷰에서 “전 나이 순서대로 살아온 게 아니라 거꾸로 살았잖아요. 겨우 스물아홉에 일용어머니 역할을 했으니 제대로 된 청춘을 못 느끼고 살아서 좀 억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인은 연기력을 인정받아 1986년 MBC 연기대상을 받았고 이후 드라마 ‘안녕, 프란체스카’, 영화 ‘가문의 영광’ ‘맨발의 기봉이’ 등에서 괄괄한 어머니 역이나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를 코믹하게 연기해 인기를 누렸다. 최근까지도 영화·뮤지컬·예능 등에서 전방위로 활동해 온 김수미는 동료들에게 병색을 내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인과 함께 함께 연기했던 동료들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저마다 애도를 보내며 고인과의 기억을 추억했다. 배우 김용건(78)은 “2주전 마지막 통화를 하며 ‘또 봅시다, 오빠’라고 했는데 그 말을 못지켰다”며 “혹시 가짜 뉴스가 아닐까 싶었는데 황망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여배우로서 노인 역을 소화한다는 것은 배우로서 프로의식이 없으면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그런 연기 욕심과 열정이 있으니 작품마다 새 인물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배우 최불암(84)는 “배우(俳優)란 ‘우수한 사람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본인이 아프거나 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얘기들을 하지 않는다”며 “그런 배우 정신이 김수미를 에워싸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다양성, 직관력, 관찰력이 발달했던 충실한 배우였다”고 고인을 회고했다.함께 연기했던 동료들이 기억하는 김수미는 배우로서의 사명감뿐 아니라 인정도 넘치는 사람이었다. 남 먹이기를 좋아해 촬영장에 음식을 잔뜩 해오곤 했다. 최불암은 “김치도 서너 가지 가져오고 고기도 여러 가지 해서 가져오곤 했다. 나를 보면 ‘회장님 오시는구나~’하면서 반갑게 맞아줬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전원일기’에서 응삼이 어머니 역으로 출연했던 김영옥(86)은 고인에 대해 “‘천생 연예인’이라며 “일에 목마른 사람처럼 오늘날까지 미친 듯이 뛰어온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20일 전쯤 통화를 할 때만 해도 괜찮다고 했는데 인사도 못 하고 갑자기 가 버리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진 배우 강부자(83)도 “입원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며칠 있으면 벌떡 일어나서 일 잘하겠지’ 생각했는데 너무 망연자실해서 앉아만 있다”고 말했다.함께 전원일기에 출연했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73)은 이날 “따뜻한 인간미와 유머로 가족처럼 다가오신 분이라 그 슬픔이 가족을 잃은 것처럼 크게 다가온다”며 “후배 배우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신 고인에게 감사드리며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애도한다”고 밝혔다. 유족으로 딸 정주리, 아들 정명호, 배우인 며느리 서효림 씨 등이 있다.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7일 오전11시. 02-2290-9456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KBS 이사회가 박장범 앵커를 차기 사장으로 임명 제청한 다음 날인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KBS 사장 인선 등을 놓고 여야 간 격한 공방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권력에 아부한 자가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고, 국민의 공분을 산 자가 공영방송 사장이 된다”며 “KBS가 ‘김건희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이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 한민수 의원은 “결국 ‘파우치 박장범’을 뽑기 위해 어제 KBS 이사회를 연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도대체 KBS를 얼마나 더 망가뜨릴지 개탄스럽다. KBS 뉴스를 ‘땡윤방송’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고 했다. 여당에서는 파우치 관련 직접 언급은 피하면서 KBS 이사진의 사장 선임 결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애초 방통위 2인 체제는 민주당이 상습적으로 위원을 탄핵하고 차기 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며 KBS 사장 인선 논란에 맞불을 놨다. 증인으로 나온 박민 KBS 사장은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그런 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박 앵커의 발언에 옹호적 태도를 보였다. 앞서 박 앵커는 2월 윤 대통령과의 대담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디올백에 대해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에서 만든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해 사안을 축소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오전에는 여야 간 고성으로 국감이 정회된 직후 참고인석에 앉아 있던 방송문화진흥회 직원 한 명이 땀을 흘리며 쓰러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 사람을 다 죽이네 죽여. ×”라고 욕설을 섞어 말했고, 이후 고성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법관 출신 주제에, 이 ××가”라고 욕설을 했다가 나중에 사과하기도 했다. 고발 조치도 이어졌다. 과방위는 국회 모욕죄로 김 직무대행을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과 장경식 방심위 국제협력단장은 위증 혐의로 고발이 의결됐다. 과방위는 방통위에 파견된 검찰·경찰 수사관을 돌려보낼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도 가결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주인공 ‘자흔’은 2살 무렵 서울역 기차간에서 작은 보자기에 싸인 채 발견된다. 난 곳도, 부모도, 형제도 알지 못한 채 평생을 떠도는 그녀는 외로운 영혼. 하지만 자신이 처음 발견된 곳이 여수발 서울행 통일호 기차였음을 알고 평생 여수를 자신의 고향이라고 믿는다. 다른 주인공 ‘정선’은 다섯 살 무렵 어머니를 여의고 2년 뒤엔 아버지에 의해 동반 자살을 당하다 겨우 살아남았다. 함께 지내던 동생은 아버지와 함께 숨을 거둔다. 그 끔찍한 일이 벌어졌던 곳이 바로 여수. 정선에게 여수는 쓰라린 기억과 구역질 나는 바다 냄새와 생선 썩는 냄새가 가득한 곳일 뿐이다. 저마다의 아픔을 안고 서울에서 만난 두 사람은 우연히 한 집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서로의 상처를 보듬거나 차이를 극복하진 못하고 자흔은 훌쩍 떠나 버린다. 그곳은 아마도 여수일 것이다. 정선은 자신에게도 사무치게 고통스러운 기억이 서린 여수로 그녀를 찾아 나선다. 이렇게 상처 입은 자들이 다시 여수로 모여든다. 한강 작가의 ‘여수의 사랑’은 1994년 그녀가 펴낸 첫 소설이자 소설집 ‘여수의 사랑’의 표제작이다. 소설집에는 이 작품을 포함해 총 6편의 단편이 함께 실렸다. 한 작가는 이보다 1년 앞선 1993년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는데 이후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붉은 닻’으로 등단한 뒤 소설가로서 발을 내디뎠다. 소설집에는 ‘붉은 닻’과 함께 ‘질주’ ‘야간열차’ ‘진달래 능선’ ‘어둠의 사육제’가 수록돼 있다. 소설 ‘여수의 사랑’은 주인공들이 아픔과 치욕을 헤집고 고통스러운 운명과 마주하는 작품이다. 이들은 그토록 피하고 싶던 여수로 운명처럼 다시 끌려간다. 소설에서 자흔은 “어디로 가든, 난 그곳으로 가는 거”라고 말하고 훌쩍 떠난다. “그들은 정말 여수를 사랑하는가? 사랑한다, 분명히. 그곳이 그들의 고향이고, 그곳에서야말로 친숙하고 따뜻하고, 외롭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하고 싶으면서도 사실은 그곳을 사랑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묘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주인공들에게 여수는 두려움과 아픔을 점지하는 곳이자, 지치고 외로운 영혼이 안타깝게 부르는 마음의 자리로 읽힌다. 또한 끝내 이룰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알기 때문에 늘 간절한 소망으로 새기는 대상이기도 하다. 한강 작가가 여수를 배경으로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소설집을 발간한 이듬해 한 인터뷰에서 “여수라는 이름이 갖는 중의적 의미 때문에 택했다”고 답했다. 그는 “여수(麗水)가 아름다운 물이라 그래서 이 고장의 이름이 되기도 하고, 여행자의 우수(旅愁)라는 한자를 써서 여수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작품에선 여수라는 도시가 갖는 분위기, 질감에 대한 작가의 묘사도 글을 감칠맛 나게 한다. 소설은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여수, 그 앞바다의 녹슨 철선들은 지금도 상처 입은 목소리로 울어대고 있을 것이다. 여수만(灣)의 서늘한 해류는 멍든 속살 같은 푸릇푸릇한 섬들과 몸 섞으며 굽이돌고 있을 것이다. 저무는 선착장마다 주황빛 알전구들이 밝혀질 것이다. 부두 가건물 사이로 검붉은 노을이 타오를 것이다. 찝찔한 바닷바람은 격렬하게 우산을 까뒤집고 여자들의 치마를, 머리카락을 허공으로 솟구치게 할 것이다.” 문학과지성사 상임고문인 김병익 문학평론가는 당시 소설의 초판 해설에서 “그녀는 왜 삶의 치욕들을 헤집고 그들의 고통스런 운명을 잔인하게 우리 앞에 던져주는가”라고 묻는다. 한 작가는 결국 작품을 통해 자신은 물론 독자인 우리가 모두 버리고 지웠던 기억을 되살리는 지난한 시간을 겪게 한다. 돌아보면 그 시간은 ‘인간’이라는 상처를 안고 살아온 아픈 시간을 깨우는 뼈아픈 각성의 시간이 된다. 내가 버렸던 아픈 기억들을 들추는 것이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막막했던 당시의 기억은 힘든 시간을 견뎌낸 우리 모두에게 다시 살아갈 동력을 전해준다. 표제작을 비롯해 소설집에 담긴 다른 작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자면 ‘삶의 고단함’이다. 한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첫 단편집을 쓰던 당시 “고단함에 관심이 있었다. 인간이 어떻게 삶을 버티고 떠나기를 몰래 꿈꾸고, 저마다 홀로 피로와 시련을 감당해 내는지가 관심사였다”고도 설명했다. 그 때문에 작품 속 인물들은 떠나고, 버리고, 방황하고, 추락하며 죽음 가까이에서 이 세상에 없는 것들을 그리워한다. 또 상실감과 파괴적인 체념을 담고 있으며 눅눅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소설 ‘질주’에서 형 인규는 집단 폭행으로 죽어간 동생 진규의 죽음을 막지 못한다. 인규는 아버지의 죽음 후 의붓아버지와 사는 어머니가 동생 진규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자궁암에 걸린 뒤 수술을 거부하는데 이는 다시 동생 진규를 낳고 싶기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된다. “다시 너를 낳고 싶구나. 나에게 돌아오겠느냐?” ‘야간 열차’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쌍둥이 동생의 삶까지 살아내야 하는 동걸의 이야기를 담았다. 가족의 비극과 심리적 고통을 탁월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동생의 인생을 대신 살아야 한다는 설정 등에선 작가의 실험적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진달래 능선’은 백치 같은 여동생을 버리고 어린 시절 고향에서 도망친 주인공 정환이 훗날 고향에 들러 어머니와 동생의 소식을 듣고 이들을 찾아다닌다는 줄거리다. 고향,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귀환 등을 주제로 담고 있다. ‘어둠의 사육제’는 집과 고향을 버리고 상경해 자신을 찾으려 애쓰는 장녀 영진의 이야기다. 한 작가가 신춘문예로 등단한 ‘붉은 닻’은 죽음을 앞둔 동식과 군 제대 후에도 가족에 대한 배려 없이 함부로 살아가는 동영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이 안고 있는 상처와 이를 극복해나가는 희망을 그렸다. 강계숙 문학평론가는 소설집 ‘여수의 사랑’에 대해 “시간의 풍화작용에도 그 빛을 잃지 않고 튼튼히 살아남을 것임을 확신한다”며 “우리 시대의 가장 젊은 ‘고전(古典)’이라고 평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KBS 이사회가 박장범 앵커를 차기 사장으로 임명 제청한 다음 날인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KBS 사장 인선 등을 놓고 여야 간 격한 공방이 벌어졌다.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권력에 아부한 자가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고, 국민의 공분을 산 자가 공영방송 사장이 된다”며 “KBS가 ‘김건희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이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 한민수 의원은 “결국 ‘파우치 박장범’을 뽑기 위해 어제 KBS 이사회를 연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도대체 KBS를 얼마나 더 망가뜨릴지 개탄스럽다. KBS 뉴스를 ‘땡윤방송’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고 했다.여당에서는 파우치 관련 직접 언급은 피하면서 KBS 이사진의 사장 선임 결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애초 방통위 2인 체제는 민주당이 상습적으로 위원을 탄핵하고 차기 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며 KBS 사장 인선 논란에 맞불을 놨다. 증인으로 나온 박민 KBS 사장은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그런 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박 앵커의 발언에 옹호적 태도를 보였다. 앞서 박 앵커는 2월 윤 대통령과의 대담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디올백에 대해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에서 만든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해 사안을 축소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이날 오전에는 여야 간 고성으로 국감이 정회된 직후 참고인석에 앉아 있던 방송문화진흥회 직원 한 명이 땀을 흘리며 쓰러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 사람을 다 죽이네 죽여. ×”라고 욕설을 섞어 말했고, 이후 고성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법관 출신 주제에, 이 ××가”라고 욕설을 했다가 나중에 사과하기도 했다.고발 조치도 이어졌다. 과방위는 국회 모욕죄로 김 직무대행을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과 장경식 방심위 국제협력단장은 위증 혐의로 고발이 의결됐다. 과방위는 방통위에 파견된 검찰·경찰 수사관을 돌려보낼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도 가결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1960년대 미국 TV 시리즈 ‘타잔’에서 주인공 타잔을 연기했던 배우 론 엘리가 지난달 86세로 별세했다. 24일(현지 시간)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엘리의 딸 커스틴 엘리는 전날 자신의 SNS에 아버지가 지난달 29일 로스앤젤레스의 자택에서 숨졌다고 뒤늦게 밝혔다. 커스틴은 아버지에 대해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부른 인물이었다. 그는 배우이자 작가, 코치, 멘토, 가장이자 리더였다”고 추모했다. 동명의 영화를 TV물로 옮긴 ‘타잔’은 1966년부터 1968년까지 NBC 방송에서 전파를 탔다. 엘리는 ‘타잔’에서 스턴트 배우를 쓰지 않고 모든 액션 연기를 직접 소화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과정에서 뼈가 부러지고, 사자에게 물리는 등 크고 작은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는 2001년 은퇴한 뒤 추리 소설 2권을 펴내기도 했다.엘리는 미인대회 출신의 발레리 엘리와 결혼해 세 자녀를 가졌다. 2019년 당시 서른 살이던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도 출동한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비극적 사건이 벌어지면서 재차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KBS 이사회가 박장범 뉴스9 앵커(54·사진)를 제27대 사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이사회는 23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박 앵커와 박민 현 사장, 김성진 방송뉴스 주간 등 3명에 대한 면접을 거쳐 박 앵커를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연임이 점쳐졌던 박 사장은 취임 1년 1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이사회가 사장 임명 제청 공문을 인사혁신처로 보내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신임 사장 임기는 올해 12월 10일부터 2027년 12월 9일까지다. 박 후보자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KBS 공채 20기 기자로 입사해 런던 특파원, 사회2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부터 KBS 메인뉴스인 뉴스9 앵커를 맡고 있다. 임명되면 KBS 최초로 9시 뉴스 앵커 출신 사장이 된다. 박 후보자는 올 2월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단독 대담 방송인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 당시 방송에서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질문에서 디올 백을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라는 표현을 써서 해당 사안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고 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날 KBS 이사회 면접에서 박 후보자는 특별 대담 방송에서 ‘명품’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수입 사치품을 명품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파우치’나 ‘조그마한 가방’이라고 부른 데 대해선 “제조사에서 붙인 이름을 쓰는 것이 원칙인데, 문제가 된 상품은 (명칭이) ‘디올 파우치’다. 다만 파우치는 ‘백’에 비해 덜 사용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한국말로 ‘작은 가방’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임명 제청에 대해 KBS 내에서 가장 많은 조합원을 거느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무효를 주장하며 하루 동안 파업에 들어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