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민

김소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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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소민 기자입니다.

somin@donga.com

취재분야

2024-10-23~2024-11-22
문학/출판71%
인사일반13%
문화 일반7%
국제인물3%
역사3%
사회일반3%
  • 언어가 사라진 3000년후의 세계… 탐욕-혐오-강박도 사라졌을까요

    밤이 와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6월. 소설가 천선란(31)은 캐나다 밴프의 한 호수 앞에 서 있었다.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쪽빛 호수와 로키산맥. 휴대전화는 먹통이 되고 세상 밖 소음과 언어가 닿지 않는 곳. 자연 앞에서 작가는 언어가 사라진 세계를 떠올렸다. 신작 소설집 ‘모우어’(문학동네)를 낸 천선란을 18일 서울 마포구 한 책방에서 만났다. 그는 “언어가 없으면 오늘과 내일의 경계,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강박, 노화나 늙음마저 사라지지 않을까”라며 “우리가 얼마나 언어에 갇혀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천선란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SF(공상과학) 작가 중 한 명이다. 2020년 출간한 그의 대표작 ‘천 개의 파랑’은 18만 부가 팔렸고, 올 초 영국 펭귄 랜덤하우스와 억대 선인세 계약을 맺었다. 표제작 ‘모우어’는 3000년 뒤 언어가 사라진 세계를 그린다. 한때 멸종 직전까지 갔던 인류는 탐욕과 불신, 혐오는 언어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언어를 포기하도록 진화했다. 어느 날 이 세계에 떠내려온 아이 ‘모우’가 유일하게 언어를 씀으로써 균열이 시작된다. 작가는 “인간도 처음에는 벌레, 곤충, 짐승과 다를 바 없이 자연의 일부였을 텐데 왜 생태계로부터 떨어져 나갔을까 고민하다 보니 시작은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물에 이름을 붙인다는 것 자체가 그 사물의 용도를 명확하게 하고 이용하려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 상태로 돌아가는 게 아닌 이상 인간은 언어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어떻게 쓰느냐는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같은 현상도 언어를 바꾸면 느낌이 달라요. ‘지구 온난화’라는 미온적인 단어를 이제 ‘기후 위기’로 대체해서 쓰고 있는 것처럼요. 언어를 정신 차리고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언어에 ‘진심’인 것은 치매가 온 어머니를 10년간 간병하며 일상적으로 여러 차원의 언어를 구사해온 영향이 크다. 어머니와 대화할 땐 서너 살 아이들이 쓸 것 같은 간단한 수준의 언어만 쓴다. 북토크를 할 땐 말하기 쉬운 언어를, 책을 쓸 땐 더 높은 차원의 언어를 쓴다. 그는 “해외에 나가면 외국어를 못 한다는 이유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0’이 돼버리는 경험을 한다”며 “언어가 나의 생각과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거구나 느끼게 된다”고 했다. 그는 최근 다양한 글쓰기에 도전 중이다. 소설집 수록 작품도 소재와 결이 다양하다. 초능력을 가진 10대 청소년들을 다룬 ‘서프비트’, 장의사 안드로이드를 소재로 한 ‘뼈의 기록’ 등은 가독성 있게, 반면 마인드 업로딩을 소재로 한 ‘쿠쉬룩’ 등은 “확 불친절해지자”라고 마음먹고 썼다. 언어에서 뻗어 나가 도시, 가족, 사회 등 온갖 형태의 구조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 그는 “언어라는 게 결국 생각의 집이자 형태다”라며 “지금 같은 도시 형태, 가족 형태는 왜 생겼을까, 이것을 다 해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특히 고정관념의 해체는 그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다. 인터뷰 중 챗GPT나 디지털교과서가 화제에 올랐을 때 그는 상기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요즘 아이들은 뇌에서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 자체가 다를 것 같아요. 그 아이들이 미래에 쓸 소설은 제 고정관념과 인식으로는 떠올릴 수도 없는 이미지일 거 아니에요. 그게 설레요. SF 작가로서. 또 어떤 것들이 나올까.”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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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욕과 불신 막으려 언어 사용을 금지한 3000년 뒤 세상은…

    밤이 와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6월. 소설가 천선란(31)은 캐나다 밴프의 한 호수 앞에 서 있었다.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쪽빛 호수와 로키산맥. 휴대폰은 먹통이 되고 세상 밖 소음과 언어가 닿지 않는 곳. 자연 앞에서 작가는 언어가 사라진 세계를 떠올렸다. 신작 소설집 ‘모우어’(문학동네)를 낸 천선란은 18일 서울 마포구 한 책방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가 얼마나 언어에 갇혀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언어를 아예 해체해서 오늘과 내일의 경계가 사라지고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강박을 벗으면 노화나 늙음마저 사라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천선란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젊은 SF 작가 중 한명이다. 2020년 출간한 그의 대표작 ‘천 개의 파랑’(허블)은 18만 부가 팔렸고 올 초 영국 펭귄 랜덤하우스와 억대 선인세 계약을 맺었다. 표제작 ‘모우어’는 3000년 뒤 언어가 사라진 세계를 그린다. 한때 멸종 직전까지 갔던 인류가 탐욕과 불신, 혐오는 언어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언어를 포기하도록 진화한 것. 어느 날 이 세계에 떠내려온 아이 ‘모우’가 유일하게 언어를 씀으로써 균열이 시작된다. 언어를 금지한다는 세계관은 어떻게 나왔을까. 작가는 “분명 인간도 처음에는 벌레, 곤충, 짐승과 다를 바 없이 자연의 일부였을 텐데 왜 생태계로부터 떨어져 나갔을까 고민하다 보니 시작은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물에 이름을 붙인다는 것 자체가 그 사물의 용도를 명확하게 하고 이용하려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나무를 장작, 관재(관을 만드는 재료), 건재(건물을 만드는 재료)라 부르는 식으로. 그는 “자연 상태로 돌아가는 게 아닌 이상 인간은 언어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 (언어를) 다시 쓰겠지만 어떻게 쓰느냐는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같은 현상도 언어를 바꾸면 느낌이 달라요. ‘지구 온난화’라는 미온적인 단어를 이제 ‘기후 위기’로 대체해서 쓰고 있는 것처럼요. 언어를 정신 차리고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언어에 ‘진심’인 것은 치매가 온 어머니를 10년간 간병하며 일상적으로 여러 차원의 언어를 구사해온 영향이 크다. “엄마와 소통할 땐 정말 간단한 수준의 언어만 사용해요. 서너 살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대화요. 글을 쓸 땐 더 높은 차원의 언어를 쓰고, 북토크 땐 좀 더 말하기 쉬운 언어를 선택하죠. 반대로 해외에 나가면 제가 영어나 독일어, 불어를 못 한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나의 정체성은 다 사라져버리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0’이 돼버리는 경험을 해요. 언어가 나의 생각과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거구나 느끼는 거죠.” 그는 최근 다양한 글쓰기에 도전 중이다. ‘모우어’에 실린 단편 중 ‘서프비트’, ‘뼈의 기록’, ‘얼지 않는 호수’는 비교적 가독성 있게 썼다면 ‘모우어’, ‘쿠쉬룩’은 “확 불친절해지자”라고 마음먹고 썼다. 언어에서 뻗어 나가 도시, 가족, 사회 등 온갖 형태에도 관심이 생겼단다. “언어라는 게 결국 생각의 집이자 형태잖아요. 지금 같은 도시 형태, 가족 형태는 왜 생겼을까, 이것을 다 해체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고정관념을 해체하는 일에 적극적인 사람이어서일까. 인터뷰 중 챗GPT와 디지털교과서가 화제에 올랐을 때 그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뇌에서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 자체가 다를 것 같아요. 그 아이들이 미래에 쓸 소설은 제 고정관념과 인식으로는 떠올릴 수도 없는 이미지일 거 아니에요. 그게 설레요, SF 작가로서. 또 어떤 것들이 나올까.”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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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의 마음으로… 11세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

    삶은 각자의 의지와 선택으로 살아가기 마련이지만 때론 부모의 한마디가 자녀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소설가인 부모는 더 할 말이 풍성하고 다양할지도 모르겠다. 소설가 손홍규(49·사진)는 그런 마음으로 연작소설 ‘너를 기억하는 풍경’(문학과지성사)을 썼다고 했다. 17일 수화기 너머의 그는 “11세 딸에게 아빠 어릴 때 얘길 들려주고 싶었다”며 “살면서 처음 진정한 슬픔을 알게 됐을 때, 그게 좌절이 아니라 다시 이 세상을 품는 새로운 의지가 생기는 순간일 수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은 1980년대 기찻길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위아래 마을에서 나고 자란 다섯 아이의 성장담을 그린다.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사이 다섯 아이는 저마다 생애 첫 어둠을 지나며 성장한다. 소설 ‘기찻길을 달리는 자전거’의 수는 익숙한 존재들과 생애 첫 이별을 겪는다. 친형처럼 의지하던 이웃집 형이 아랫마을로 이사 간 후엔 휑뎅그렁한 빈집 쪽마루에 앉아 형의 자취를 눈에 담는다. 할머니의 장례를 치를 땐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허둥댄다. 할머니 품속에서 코끝에 연신 손가락을 대보거나 가슴에 귀를 대보는 식이다. 다른 소설 ‘어느 날 대숲에서’의 준은 연탄공장에서 일하는 아버지에게 처음 부끄러움을 느낀다. 아버지를 원망하는 마음과 죄책감 사이를 오가며 슬픔이란 감정을 인지하게 된다. 손 작가는 “명절에 부모님 댁에 갈 때 아이에게 ‘아빠 어릴 땐 어땠다’ 이런 얘길 자주 한다. 하지만 대화를 한다고 해서 모든 걸 다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다. 못다 한 이야기는 소설을 통해 나누고 싶었다. 나중에 딸아이가 ‘그때 아빠가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가 이런 거였구나’ 할 수 있도록”이라고 말했다. 표지 그림도 2년 전 딸이 그린 작품이다. 해 질 무렵 노을을 배경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막걸리 한 모금에 얼굴이 벌게진 걸 두고는 “붉은 물감을 적신 커다란 붓이 쓸고 지나간 것처럼”이라고, 기관차 불빛을 두고는 “댓살처럼 잘게 쪼개진 빛”이라고 묘사한다. 여기에 확독(돌로 만든 절구), 함석지붕, 연탄난로 같은 토속적인 단어들이 읽는 맛을 더한다. 소설은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어른을 향한 소설이기도 하다. 숨 가쁘게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손 작가는 “어른 독자들에겐 그간 거쳐온 산들이 어떤 의미였는지 돌아보고, 그것을 아이들 세대와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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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발레 황태자’ 시클랴로프 39세로 사망

    ‘러시아 발레 황태자’로 불렸던 스타 무용수 블라디미르 시클랴로프(사진)가 39세 나이로 사망했다.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마린스키극장은 16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수석 무용수인 시클랴로프가 이날 밤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관영 RIA 통신은 당국이 시클랴로프의 사망 원인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으며 사고에 의한 사망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시클랴로프는 2003년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 졸업 후 세계적 명성의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해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지젤’ 등 유명 작품에서 수석 무용수로 활동했다. 2019년 내한해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춘향’ 공연에서 몽룡을 연기하기도 했다. 2008년 레오니드 마신상을 수상했다.뉴욕타임스(NYT)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매체 폰탄카 등 러시아 언론에서 시클랴로프가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다 사고로 떨어졌다는 등의 보도가 나왔다고 전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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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 도서도 이젠 세계로 ‘활짝’

    국내 최초의 국제아동도서전이 이달 부산에서 개막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제1회 ‘2024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을 28일부터 12월 1월까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최한다. 국내에서 아동도서전이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도서전에는 한국 아동 전문 출판사 및 단체 134곳을 비롯해 해외 출판사 및 단체 15개국 26개사가 참가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17일 “책을 매개로 출판사, 작가, 아동 콘텐츠 산업 관계자들이 교류하고 한국 아동도서를 세계에 소개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저출산 여파로 국내 아동도서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의 아시아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다. 올해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내건 테마는 상상의 나라 ‘라퓨타’다. 라퓨타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세 번째로 여행하는 하늘에 떠 있는 상상의 나라다. 어린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으로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기르다’, ‘날다’, ‘비추다’, ‘이끌리다’라는 테마로 구성된 주제전시에는 어린이 도서 약 400권이 전시될 예정이다. 아크릴 마카를 이용해 풍선에 그림 그리기, 키링 만들기, 나만의 그림책 만들기 등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도서전 기간에 상시 운영된다.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북토크 연사로 참여한다. 2020년 어린이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동문학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 작가 이수지 작가, 2024년 ‘칼데콧상 명예상’을 수상한 차호윤 작가가 현장에서 독자들을 만난다. 해외 그림책 작가들로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다비드 칼리, 2022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이탈리아 작가 줄리아 파스토리노, 2021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대상 대만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린롄언 등이 참석한다. 부산현대미술관, 현대어린이책미술관, 부산도서관 등도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부산시청 열린도서관, 부산광역시립 시민도서관 등 부산과 경남 지역 도서관은 사전행사 일환으로 24일까지 주말마다 황선미, 이금이, 소윤경 등의 작가를 초청해 강연을 연다. 도서전 관람은 무료다. 입장권은 27일까지 부산국제아동도서전 공식 홈페이지 사전등록을 통해 발급할 수 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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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발레 황태자’ 쉬클리야로프 39세 나이로 사망

    ‘러시아 발레 황태자’로 불렸던 스타 무용수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가 39세 나이로 사망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마린스키극장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수석 무용수인 쉬클리야로프가 이날 밤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관영 RIA 통신은 당국이 쉬클리야로프의 사망 원인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으며 사고에 의한 사망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쉬클리야로프는 2003년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 졸업 후 세계적 명성의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해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지젤’ 등 유명 작품에서 수석 무용수로 활동했다. 2019년 내한해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춘향’ 공연에서 몽룡을 연기하기도 했다. 2008년 레오니드 마신상을 수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매체 폰탄카 등 러시아 언론에서 쉬클리야로프가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다 사고로 떨어졌다는 등의 보도가 나왔다고 전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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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첨단 통신망이 무기… 땅속에서 세계 호령하는 미국

    ‘모든 길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으로 통한다.’ 2002년 기준 세계 인터넷 통신 중 미국을 거치지 않고 미국 이외의 두 지역을 오간 비율은 전체의 1% 미만에 불과했다. 예컨대 당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상파울루로 보낸 이메일은 엉뚱하게도 미국 마이애미를 경유했다. 브라질 내 느린 구리선을 이용하는 것보다 미국의 초고속 광섬유 케이블을 이용하는 게 더 빨랐기 때문. 그런데 흥미로운 건 미국의 초고속 통신망이 정보기관들이 모여 있는 워싱턴DC 북부 버지니아 지역을 집중적으로 경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곳을 통과하는 광섬유는 프리즘 기술을 통해 2개의 신호로 분리돼 하나는 원래 경로로 움직이고, 다른 하나는 신호정보(시긴트)를 담당하는 NSA로 흘러 들어간다는 것. 미국 정보기관이 가만히 앉아서 전 세계 통신망을 감청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국제정치학자 2명이 쓴 신간은 오늘날 미국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길인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세계를 통제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미국이라는 ‘언더그라운드 제국’이 탄생한 과정뿐 아니라 미국이 어떻게 다른 나라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국의 막강한 힘이 가능한 것은 크리스 밀러가 베스트셀러 ‘칩워’에서도 강조한 ‘무기화된 상호의존성(weaponized interdependence)’ 덕분이다. 세계화를 계기로 무역, 통신, 금융 등에 있어서 높아진 각국의 상호의존성이 강대국에 의해 무기로 전용되었다는 것. 저자들은 미국이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통신망이나 금융시스템 같은 글로벌 인프라를 통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현상은 미중 갈등 국면에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들의 화웨이 5G 전화교환기 도입을 저지한 게 대표적이다. 미국은 중국의 감청 위험을 내세웠지만, 실은 자국이 구축한 글로벌 통신 네트워크 기반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화웨이가 만든 5G 기지국을 통해 냉장고, 자동차, 보안 카메라, 심박 조율기, 로봇 등 온갖 사물이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정보, 돈, 물류가 중국산 장비를 통해 유통될 수 있다는 걸 미국이 특히 우려했다는 얘기다. 2020년 2월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설비 구입 중단 요청을 거절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졸도 직전까지’ 격분한 이유다. 여기까지만 보면 신간이 미국의 권력을 고발하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것보다는 ‘국제정치의 속성은 원래 이런 것’이라는 사실을 담담히 보여준다. 상호의존성을 무기로 다른 나라를 통제, 지배하고자 하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패권을 추구하는 모든 강대국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현상이기 때문이다. 크리스 밀러는 이 책에 대해 “권력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놀라운 설명서”라며 “미국이 어떻게 세계질서를 얽은 배관을 무기화하는 법을 배웠는지를 미묘한 필체로 폭로한다. 오늘날 경제 및 기술권력이 어떻게 행사되는지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책”이라는 추천사를 썼다. 밀러의 ‘칩워’를 흥미롭게 읽은 독자라면 그 연장선상에서 국제정치를 움직이는 기술 및 경제 통제의 실상을 신간을 통해 접할 수 있을 것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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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의 서고를 보러 오세요”

    약 195㎡(약 59평) 규모의 전시실 안에 가로 35cm, 세로 50cm의 모형 책이 놓여 있다. 천장 프로젝터로 쏜 외규장각 의궤(儀軌) 영상이 책장에 가득 담긴다. 종이 질감을 흉내낸 천 재질의 페이지를 넘기자, 다른 영상으로 바뀐다. 번역 버튼을 누르면 의궤의 한자가 한글로 번역되는 ‘마법’이 일어난다. 이것은 1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개되는 ‘외규장각 의궤실’ 내 비치된 의궤 실물 크기의 ‘디지털 책’이다. 진열장 안에 있는 의궤와 달리 책장을 넘기며 의궤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김진실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의궤는 한문으로 쓰여 피상적으로 알 수밖에 없는데 이번 전시에서 디지털 책을 도입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다”고 말했다. 2011년 프랑스에서 반환된 외규장각 의궤를 위한 별도의 전시 공간이 생기는 것은 처음이다. 앞서 박물관은 환수 후 두 차례 특별전을 연 뒤 1층 조선실 한편에 소규모로 의궤를 전시해왔다. 의궤는 조선시대 왕실의 주요 의식이나 행사의 전 과정을 그림과 글로 기록한 일종의 종합 보고서다. 이 중 정조(재위 1776∼1800년)의 명을 받아 강화도 외규장각에 봉안한 의궤는 왕이 보는 어람(御覽)용으로, 예부터 귀하게 여겨졌다.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를 침범한 프랑스군이 외규장각 의궤를 가져갔다가 고 박병선 박사(1923∼2011) 등의 노력으로 2011년 고국으로 돌아왔다. 전시의 백미는 어람용 의궤인 ‘장렬왕후존숭도감의궤(莊烈王后尊崇都監儀軌)’와 현존 유일본인 ‘종묘수리도감의궤(宗廟修理都監儀軌)’를 하나씩 넣은 진열장. 과거 외규장각과 비슷하게 기둥과 문살을 넣어 ‘왕의 서고’처럼 꾸몄다. 1686년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에게 존호(尊號)를 올린 과정을 기록한 장렬왕후존숭도감의궤는 제작 당시의 표지가 그대로 남아 있어 가치가 높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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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작가 하비, 소설 ‘오비털’로 부커상

    영국 작가 서맨사 하비(49·사진)가 소설 ‘오비털(Orbital)’로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받았다. 12일(현지 시간) AP 등 외신들에 따르면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런던 올드 빌링스게이트에서 열린 부커상 시상식에서 하비를 수상자로 발표했다. 부커상은 영국,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영어로 작성된 소설을 대상으로 수상작을 결정하며, 매년 상반기에 발표하는 인터내셔널 부문(비영어권 작품 대상)과 구분된다. 수상작 ‘오비털’은 코로나19 팬데믹 봉쇄 기간 지구를 돌던 우주비행사 6명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소설로 인간의 욕망과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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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역대학원대 만들어 韓문학 해외진출 확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문학번역원이 자체 운영 중인 번역아카데미를 대학원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해외 작가와 번역가, 출판인과의 교류를 늘려 글로벌 문학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방안에도 힘을 기울인다. 전수용 번역원장(사진)은 11일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벨 문학상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담론 형성과 비평 기반이 강화돼야 한다”며 번역대학원대 설립 등을 강조했다. 현재 번역원은 7개 언어권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비학위 과정인 번역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정규 석사학위 과정의 번역대학원대로 격상시키겠다는 것이 번역원의 구상. 번역의 질을 높이고, 각국의 현지 번역가들이 학교 등에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전 원장은 “번역가라는 게 번역만 해서 생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며 “수강생들이 석사학위까지라도 받을 수 있다면 본국에 돌아가서 학교 등에 재직하면서 번역 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 이들이 제자를 양성하고 친한(親韓) 인사, 한국 문학 유포자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번역원은 곽효환 전 원장 재임 시에도 번역대학원대로 격상을 추진했으나 국내 통번역계의 반대 등에 부딪혀 진척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번역원은 해외에서 한국 문학이 단순히 번역, 소비되는 수준을 넘어 관련 담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동안 번역되지 않은 고전, 근현대 주요 작품들 가운데 시대별로 5편씩을 선정해 매년 기획 번역에 나서는 것. 비평 선집도 번역 출간한다. 해외 문학계와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국제작가축제 등 국내외 작가, 번역가, 출판인이 협업하고 소통하는 장도 적극 마련할 방침이다. 전 원장은 “영화를 보더라도 단순히 한 편씩 보는 것보다 좋아하는 감독에 대한 소개가 있으면 그걸 따라 영화를 보게 된다”며 “한국 문학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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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내가 옳다”는 양 극단, 말투는 왜 자꾸 비슷해질까

    “너도 나오미 클라인이 말한 거 봤어?”(여자1) “우리가 뭘 요구하는 건지도 잘 모르면서 참나.”(여자2) 미국 뉴욕에서 ‘월가를 점거하라’ 시위가 정점에 달한 2011년 11월 이 책 저자 나오미 클라인은 맨해튼의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험담하는 소리를 우연히 들었다. 그는 ‘노 로고’로 100만 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베스트셀러 작가로, 과거 버니 샌더스 미국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유명 시민운동가다. 클라인에 대한 험담은 그날로 끝나지 않고 이후 10년 넘게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도배했다. 그런데 사실 이들이 원래 비난하려던 인물은 나오미 클라인이 아니었다. 또 다른 유명 인사로 이름이 비슷한 ‘나오미 울프’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둘을 같은 사람으로 착각했다. 둘다 유대인인 데다 흔치 않은 ‘나오미’란 이름을 가졌고 폭넓은 사회활동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서다. 하지만 알고 보면 두 인물은 완전히 상반된 성향을 지녔다. 클라인은 좌파 성향에 가까운 반면, 울프는 자유주의자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극우 진영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많은 대중이 둘을 같은 사람으로 착각하자, 인공지능(AI) 자동완성 기능도 둘을 혼동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에게 두 사람은 그냥 “권력에 불만을 품은 나오미들”일 뿐이었다. 신간은 나오미 클라인이 반대 진영의 나오미 울프와 혼동된 사적인 ‘도플갱어’ 이야기로 시작된다. 자신의 도플갱어 경험을 길잡이로 삼아 동시대 인터넷 환경과 극우 정치에 스며든 ‘도플갱어 문화’를 다양하게 조명한다. 영국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여성문학상의 논픽션 부문을 올해 수상했다. 클라인은 양 극단의 진영이 상대와 유사한 화법을 구사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일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의 책사 스티브 배넌이 주요 현안을 어떤 식으로 다루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민주당 당원들이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다는 ‘거대한 거짓말(Big Lie)’을 한다고 주장하자, 배넌은 조 바이든이 선거 결과를 앗아갔다는 ‘거대한 절도(Big Steal)’로 맞섰다. 민주당 당원들이 적법한 선거 결과에 순응하지 않는다며 트럼프에 치를 떨자, 배넌은 민주당 당원들이 한 번도 트럼프를 적법한 대통령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이처럼 상대 진영의 언어를 차용해 정치 의제를 만든다는 점에서 양측은 도플갱어처럼 서로 닮았다는 것. 이런 맥락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을 두고 양 극단으로 갈린 서구 사회도 재조명한다. 백신을 받아들인 쪽은 백신 거부자들을 비난했다. ‘이웃의 안녕보다 개인 편의를 우선시하다니 어쩌면 그리 무정할 수 있을까’라고. 하지만 백신 거부자의 냉담함을 비판한 사람들 다수는 코로나로 앓아누운 백신 미접종자들에게 ‘진료받을 가치가 없다’고 했다. 백신 접종을 놓고 갈라선 두 진영은 상대에게 등을 돌렸지만 서로 닮아갔다. 흔히 자신의 도플갱어와 맞닥뜨린 사람은 스스로가 낯설어지는 경험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경험이 “마냥 끔찍하기만 하진 않다”고 썼다. 내가 누군지, 나는 상대와 얼마나 다른지를 알 수 있어서다. 실제로 저자는 ‘또 다른 나오미’를 이해하기 위해 그가 나오는 팟캐스트와 방송, 저서를 섭렵하고 만남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진영 간 갈등이 첨예한 요즘 상대방을 알아 나가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새삼 일깨워준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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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은, 살갗이 눈을 맞게 하고 ‘차갑다’고 적는다

    소설가 한강(54)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지 보름 넘게 지났다. 17일 포니정 시상식을 끝으로 공개 활동을 삼가고 있는 한강은 새 작품을 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출간이 목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속에서 굴리는 시간”이라던 그가 다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소설을 쓰는 한강의 ‘진짜 삶’의 모습은 어떨까. 앞서 한강과 함께 작업한 편집자들과 한강의 과거 발언을 통해 재구성해 봤다.● 지독한 체험형 글쓰기 한강의 글에서 두드러지는 건 실제로 겪는 듯한 생생한 묘사다.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에선 시각과 청각, 촉각을 동원해 눈을 묘사한다. 작가는 2021년 출간 당시 북토크에서 “눈이 내릴 때마다 나가서 눈을 집어서 녹을 때까지 지켜보기도 하고 얼마나 추워지는지 느꼈다”며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택시 타고 가장 가까운 산으로 가서 미친 사람처럼 등산로 밖으로 가서 헤매기도 했다”고 말했다. 바람 부는 자정엔 천변 길을 걸었고, 살갗에서 눈이 녹는 감각을 기억했다. 그 기억은 작품 속 다음과 같은 구절로 되살아났다. “젖은 실밥처럼 앞유리에 달라붙는 눈송이들”, “끝이 가까워질수록 정적을 닮아가는 음악의 종지부처럼, 누군가의 어깨에 얹으려다 말고 조심스럽게 내려뜨리는 손끝처럼”. 한강은 작품 속 상황에 온전히 몰입하기 위해 ‘독특한’ 행동을 스스로 하기도 한다. 외딴집이 정전됐을 때 촛불이 얼마나 밝은지 보려고 보일러 센서 등을 가리거나 냉장고 코드까지 뺐다고. 구덩이 안쪽의 느낌을 알려고 책상 아래 모로 누운 적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직접 겪을 수 없으면 ‘공부’에 나섰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창비)를 쓸 때 “900명의 증언이 들어 있는 구술집을 완독했다”고 했다. 한강은 2020년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서 “완독하고 나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림이 크게 그려졌다”며 “구술자료를 읽은 다음엔 사건을 자세하게 분석한 책들을 읽는 방식으로 나선형으로 자료를 읽었다”고 했다.● 책 홍보에 발 벗고 나서기도 한강은 평소 조곤조곤 작게 말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커진 순간도 있었다. ‘소년이 온다’를 펴내고는 대중 강연을 20여 차례 진행하며 직접 ‘판촉’에 나선 것. 그는 “이 소설을 홍보하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나섰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작가에게 애착이 큰 작품일 터. 한강은 오디오북 녹음에도 직접 나섰다. 하지만 첫 장을 녹음할 때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계속 눈물이 나서 이어 나갈 수 없었기 때문. 나머지는 성우가 녹음하고 한강은 에필로그만 녹음했다고.● “제 흰머리 보정하지 마세요” 대표작을 모아 지난해 출간된 스페셜 에디션 ‘디 에센셜’(문학동네) 표지에는 한강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들어갔다. 한강은 사진작가에게 주름살을 지우거나 흰머리를 없애는 보정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 했단다. 작품 속 인물들은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다. ‘작별하지 않는다’ 속 주인공은 소설가다.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악몽에 시달리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평소 한강도 이렇게 불안정한 모습일까. 한강은 이렇게 말한다. “저 자신을 떼어서 인물들에게 주기도 하지만 100% 저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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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 위로하려 했는데, 덕분에 퇴사했단 말에 가슴 철렁”

    “혹시 자네들도 블라인드인지 뭐시기 들여다보고 그러나?”(이사) “죄송합니다. 이사님. 그게 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힌트 없습니까?”(김 대리)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한 컷짜리 웹툰 ‘김퇴사’의 대화 장면이다. 정사각형 안에 노랑과 검정 두 색만으로 직장생활의 에피소드를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한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를 압축된 컷에 완결성 있게 담아냈다. 미국 그래픽 노블을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그림체도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김퇴사’는 포털 연재 없이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만 공개되는데, 관련 계정의 팔로어가 인스타그램만 5만6000여 명에 달한다. 지난해 3월 연재 시작 후 총 조회 수는 2031만 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인스타그램 주소를 제외하곤 그동안 작가의 신상이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인터뷰도 없었다. 최근 동아일보와 첫 인터뷰를 가진 웹툰 ‘김퇴사’의 작가 지창현 씨(29). 그는 “내 만화를 보고 퇴사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두렵다. 원래 그럴 의도가 아닌데…”라고 했다. 작품 속 퇴사를 꿈꾸는 ‘김 대리’의 일상을 그리는데 독자들의 퇴사가 두렵다고? 그는 “회사에서 나 혼자만 이런 일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김퇴사’를 보고 ‘다른 사람들도 이렇구나’라며 직장생활의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독자들의 퇴사 결심보다는 ‘김퇴사’ 덕분에 회사 생활을 버틸 수 있었다는 반응을 들을 때 뿌듯하다고. 지 씨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패션회사 브랜딩팀에서 3년간 근무한 브랜드 마케터 출신이다. 직장생활과 웹툰 작업을 6개월간 병행하다 지난해 9월 퇴사하고 현재는 전업작가로 나서 스스로 실제 ‘김퇴사’가 됐다. 자신이 하고 싶은 작가 일에 좀 더 집중하고, 두 살짜리 딸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 그는 “퇴사를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며 “퇴사를 결정할 때 회사를 계속 다녀 희생해야 하는 것이 더 크면 퇴사를 해도 된다고 봤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회사를 다닐 때야 직장생활의 숱한 에피소드가 계속 나오겠지만, 퇴사 후엔 어디서 작품의 영감을 얻을까. 그는 요즘엔 웹툰 협업 기업들의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사무실의 냄새를 최대한 들이마시려 한다”고 했다. “웬만하면 협업하는 회사 본사에 직접 가서 대면 미팅을 해요. 회사들의 다양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기회거든요. 대중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만한 보편성을 갖는 것도 웹툰 작가에게 큰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만화 속 말풍선에 들어갈 구절은 수시로 메모한다고. 그의 노트에는 말풍선 후보가 60개 이상 쌓여 있다.인스타그램 구독자들이 대부분 25∼35세로 젊지만, 지난달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연 팝업스토어에선 40, 50대 중년층이 생각보다 많이 찾아 놀랐다고 한다. 그는 “40, 50대는 저희 세대보다 회사 문화를 격하게 경험하셔서 그런지 소리 내 웃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 말했다.앞으로 작품 계획을 묻자 딸아이를 둔 아빠로서 ‘육아 툰’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예전 직장생활을 할 때 아이가 눈 뜨기 시작할 때 출근하고 또 자야 할 때 퇴근하다 보니 회의감이 들었다. 요즘엔 아이가 일어난 시간에 같이 있기 위해 밤 늦게 새벽 3, 4시까지도 작업을 한다”며 육아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앞으로 ‘초보 아빠’ ‘초보 남편’을 다룬 만화를 그리면 어떨까 싶어요. 육아 콘텐츠들이 인스타그램에 활발하게 올라오는데, 대부분 엄마들을 타깃으로 한 것들이 많거든요. 아빠들의 ‘비밀 기지’ ‘비밀 쉼터’가 될 수 있는 육아 툰을 그려보고 싶습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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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희진 대표 복귀 무산…하이브 “어도어 정상화에 최선”

    법원이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두 번째로 낸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민희진이 자신을 어도어의 대표이사로 다시 선임하라며 하이브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하이브는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며 “하이브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어도어 정상화, 멀티 레이블 고도화, 아티스트 활동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희진은 “법원은 주주 간 계약이 유효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며 “하이브와 체결한 주주 간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희진과 하이브 양측은 법정에서 각각 1승 1패를 거두게 되면서 양측이 불편한 동거를 계속 이어가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은 올해 5월에는 민희진이 자신의 해임을 추진하는 하이브의 임시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민희진은 최근 3년 임기의 어도어 사내 이사로 재선임됐다. 어도어는 민희진의 요청으로 오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민희진 대표이사 선임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법원의 각하에 따라 민희진의 대표이사 복귀는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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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민에게 선뜻 자기 집 내주는 사람들이 있네요”

    “한강 선생님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도 꿈 같은데, 그분 한마디에 제 책이 재조명돼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어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소설가 조해진의 목소리는 상기돼 있었다. 그가 올 8월 펴낸 장편소설 ‘빛과 멜로디’(문학동네)는 한강이 노벨 문학상 수상 직전 인터뷰에서 최근 읽은 책으로 꼽아 주목받았다. 실제로 노벨상 발표 직후 예스24에서 이 책의 일주일(10∼16일)간 판매량이 직전 일주일에 비해 138.9% 늘었다. 한강과 연락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은 너무 밀물 같은 축하에 약간 지칠 수도 있을 것 같아 축하 메시지만 보냈다”며 “큰 상을 받고도 인기에 부합하지 않고 고요하게 지나가는 모습, 세계시민으로서의 모습도 후배 작가로서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빛과 멜로디’는 전쟁과 이를 극복하는 연대에 대한 이야기다. 일면식도 없는 전쟁 난민들에게 대가 없이 숙식을 제공하는 지구촌 사람들이 등장한다. 조해진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동시대 전쟁을 바라보며 전쟁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문학으로 증명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탈북인의 삶을 조명한 ‘로기완을 만났다’(창비), 해외 입양과 기지촌 여성 문제를 다룬 ‘단순한 진심’(민음사)을 통해 사회적 소외계층의 삶을 꾸준히 그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인터뷰집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미음)를 읽고 올 5월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현지에 거주 중인 윤지영 작가를 만났다. 이때 윤 작가의 이웃으로 2년 가까이 우크라이나 난민과 살고 있는 영국인 아만다 그리토렉스의 삶을 취재했다. 그리토렉스는 두 아들이 출가하고 남은 방 하나를 난민에게 선뜻 내줬다. 새 식구에 대해 그가 아는 신상 정보라곤 ‘나타샤, 39세’가 전부였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조해진은 “난민에게 대가 없이 자기 집을 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며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살릴 때 가장 위대하다는 말을 제일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리토렉스의 이야기는 난민 식구를 받기 위해 새 커튼을 달고 집 안을 꾸미는 인물들로 작품에서 그려졌다. 그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점점 잊히는 게 가장 두렵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아예 전쟁이 있든 말든 거의 망각되고 있다. 전쟁 탓에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을 줄이고 물가가 올랐다고 비난하기도 한다”며 “폴란드 국경도시가 처음엔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이제는 거의 비어 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어떻게든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보지 못한 분들에게 작품이 다가갔으면 좋겠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순히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는 난민 문제에 폐쇄적인 편이 아닌가 싶어요. 난민 인정 비율도 낮고, 여론도 좋은 편이 아니죠. 대만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났다는 가정하에 대만 피란민을 받아주는 한국인이 많이 있을까 생각해 보면 우리가 좀 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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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사실상 전쟁 방조” 미국 정치권 옭아맨 유대인의 돈

    11월 5일 치르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겸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은 낙태나 동성 결혼, 세금, 이민문제 등에선 입장이 극명히 갈린다. 하지만 이스라엘 문제에 대해서는 다르다. 어느 후보도 ‘보복 전쟁’에 열을 올리는 이스라엘을 강력히 비난하지는 않고 있다. 미국 내에 견고하게 구축된 이스라엘 세력의 힘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신간은 미국의 친이스라엘 외교정책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을 대표하는 석학인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와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가 공저했다. 특히 미어샤이머는 오래전부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러시아의 침공을 불러올 거라고 예측했고,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더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미국 내 유대인들의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대정부 로비가 중동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이 국제 무대에서 패권을 유지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내 친이스라엘 단체들의 로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예컨대 ‘미국 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는 30만 명의 개인 기부자가 막대한 기금을 조성해 이를 바탕으로 정치권은 물론이고 학계, 언론계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벌인다. 각종 선거 기간에는 캠프들에 거액의 기부금을 전달한다. 선거자금 조성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반(反)이스라엘 발언을 삼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1948년 건국전쟁(제1차 중동전쟁)부터 올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을 위한 군사·경제 원조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이제 미국 입장에서 이스라엘의 전략적 가치가 높지 않다는 것이 저자들의 시각이다. 미소가 팽팽히 대립한 냉전 때는 중동 지역에서 동맹의 가치가 컸지만, 냉전 종식 후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 오히려 지나친 친이스라엘 정책이 중동 내 반미 감정을 자극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9·11테러에서 보듯 과도한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인해 미국이 이슬람 근본주의의 핵심 공격 대상이 됐다는 얘기다. 미국 외교정책에서 금기시되는 주제를 정면에 내세운 이 책은 2007년 출간 당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미어샤이머는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입국 금지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반유대주의 서적으로 낙인찍혀 미국 내에서 북콘서트나 관련 세미나를 열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출간된 지 17년이 흘렀지만 두 석학이 지적한 미국 중동 정책의 현실과 대안은 여전히 적실성을 갖고 있다. 지난해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최근 확전과 더불어 막대한 민간인 희생자를 낳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을 확실히 압박하지 못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만류를 외면한 채 일방적인 군사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자들은 미국의 패권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이스라엘 편중 정책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중동에서 반미 정서로 미국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틈을 타고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 미국 정부와 정치권이 ‘폭주’하는 이스라엘을 왜 제어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역사적, 정치적 배경을 알기에 좋은 책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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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용엄니’ 배우 김수미 별세…향년 75세

    국내 최장수 방송 드라마인 전원일기의 ‘일용엄니’로 사랑받았던 배우 김수미가 25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경찰 등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전 8시경 심정지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고,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인은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해 몸에 이상이 생기는 고혈당 쇼크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인은 지난 5월부터 피로 누적 등으로 활동을 중단해왔다.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고인은 드라마 ‘전원일기’(1980년~2002년)에 일용엄니 역으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젊은 나이에 60대 노인 역할을 맡았다. 고인은 한 인터뷰에서 “전 나이 순서대로 살아온 게 아니라 거꾸로 살았잖아요. 겨우 스물아홉에 일용어머니 역할을 했으니 제대로 된 청춘을 못 느끼고 살아서 좀 억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인은 연기력을 인정받아 1986년 MBC 연기대상을 받았고 이후 드라마 ‘안녕, 프란체스카’, 영화 ‘가문의 영광’ ‘맨발의 기봉이’ 등에서 괄괄한 어머니 역이나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를 코믹하게 연기해 인기를 누렸다. 최근까지도 영화·뮤지컬·예능 등에서 전방위로 활동해 온 김수미는 동료들에게 병색을 내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인과 함께 함께 연기했던 동료들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저마다 애도를 보내며 고인과의 기억을 추억했다. 배우 김용건(78)은 “2주전 마지막 통화를 하며 ‘또 봅시다, 오빠’라고 했는데 그 말을 못지켰다”며 “혹시 가짜 뉴스가 아닐까 싶었는데 황망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여배우로서 노인 역을 소화한다는 것은 배우로서 프로의식이 없으면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그런 연기 욕심과 열정이 있으니 작품마다 새 인물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배우 최불암(84)는 “배우(俳優)란 ‘우수한 사람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본인이 아프거나 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얘기들을 하지 않는다”며 “그런 배우 정신이 김수미를 에워싸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다양성, 직관력, 관찰력이 발달했던 충실한 배우였다”고 고인을 회고했다.함께 연기했던 동료들이 기억하는 김수미는 배우로서의 사명감뿐 아니라 인정도 넘치는 사람이었다. 남 먹이기를 좋아해 촬영장에 음식을 잔뜩 해오곤 했다. 최불암은 “김치도 서너 가지 가져오고 고기도 여러 가지 해서 가져오곤 했다. 나를 보면 ‘회장님 오시는구나~’하면서 반갑게 맞아줬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전원일기’에서 응삼이 어머니 역으로 출연했던 김영옥(86)은 고인에 대해 “‘천생 연예인’이라며 “일에 목마른 사람처럼 오늘날까지 미친 듯이 뛰어온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20일 전쯤 통화를 할 때만 해도 괜찮다고 했는데 인사도 못 하고 갑자기 가 버리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진 배우 강부자(83)도 “입원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며칠 있으면 벌떡 일어나서 일 잘하겠지’ 생각했는데 너무 망연자실해서 앉아만 있다”고 말했다.함께 전원일기에 출연했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73)은 이날 “따뜻한 인간미와 유머로 가족처럼 다가오신 분이라 그 슬픔이 가족을 잃은 것처럼 크게 다가온다”며 “후배 배우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신 고인에게 감사드리며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애도한다”고 밝혔다. 유족으로 딸 정주리, 아들 정명호, 배우인 며느리 서효림 씨 등이 있다.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7일 오전11시. 02-2290-9456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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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로 뻗는 ‘K-북’… 해외 도서전-박람회서 현지 독자 만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김준희, 이하 출판진흥원)은 K-북의 해외 진출 확산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북의 해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 전시 및 작가 행사를 개최하고 저작권 수출 확대를 위해 출판 콘텐츠 소개 자료 번역, 출판사의 해외 도서전 참가 지원 및 K-북 수출 상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속적인 지원 사업으로 한국 출판사들의 수출 실적이 확대되고 있으며 해외 독자들의 K-북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작품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집중됨에 따라 이를 계기로 한국의 우수 작가와 작품을 발굴해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출판진흥원은 2014년 ‘노랑무늬영원’ ‘채식주의자’의 전자책 제작을 지원했고 2018년에는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의 일본어판 제작을 지원한 바 있다.2024년 파리 올림픽 연계 K-북 전시 출판진흥원은 2024 파리 올림픽과 연계해 6월 5일부터 8월 30일까지 약 3개월간 주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 한국 도서 전시를 진행했다. 전시는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작 8종을 비롯해 ‘글 없는 그림책’을 주제로 한 한국의 우수 그림책 51종을 전시했다. 한강 작가의 작품 ‘흰’ ‘작별하지 않는다’ 2종의 국내 원서와 불어 번역본도 함께 조명했다. 아울러 한국 웹소설 13종도 e북 리더기를 통해 현지 독자에게 소개하는 등 전시에 다양성을 더했다. 이번 전시에는 총 3279명의 현지 독자가 방문했다.2024년 프랑스 K-박람회에서 K-북 전시 이달 26일부터 30일까지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개최되는 ‘2024 프랑스 K-박람회’에 K-북 전시와 작가 행사로 참여한다. 전시에서는 한국의 우수한 그림책 총 59종, 프랑스에 번역 출간된 한국 문학작품 국내본과 번역본 총 36종을 소개한다. 특히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쾌거를 기념하고자 ‘흰’ ‘작별하지 않는다’ 등 작품 원서 및 불어 번역본 5종을 특별 조명하는 코너를 마련해 프랑스 독자들의 큰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웹소설 지원의 일환으로 웹소설 작가 2인의 작품 총 4종도 함께 전시된다.2024 몬트리올도서전 스포트라이트 국가로 11월 27일부터 12월 1일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되는 ‘2024 몬트리올도서전’에는 스포트라이트 국가로 참여한다. 이 도서전에서도 ‘흰’ ‘작별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 등 한강 작가의 작품 원서 및 불어 번역본 8종 내외를 특별 조명해 전 세계 도서출판 관계자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전시는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작과 ‘글 없는 그림책’을 주제로 한 한국의 우수한 그림책 총 59종, 캐나다에 번역 출간된 한국 문학작품 국내본 및 번역본 약 20종을 소개한다. 또한 웹소설 지원의 일환으로 웹소설 작가 2인의 작품 4종도 함께 전시되며 한국문화상자 ‘안녕상자’를 활용한 한글 소개 전시도 포함된다.K-북 해외 진출 돕는 다양한 사업 전개 출판진흥원은 2016년부터 해외 주요 도서전에 지속적으로 참가, 한국관을 운영하며 전시를 통해 국내 도서를 소개하고 여러 작가를 파견해 작가 행사를 개최하는 등 한국의 우수한 출판 콘텐츠를 해외에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2024년에는 볼로냐아동도서전,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상하이국제아동도서전(11월 예정) 등 총 3개 도서전에 참여해 수출 상담을 지원했다. 2015년부터는 국내 출판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찾아가는 해외 B2B 도서전’을 개최해 왔다. 찾아가는 도서전은 해외에서 열리는 수출 상담회로 국내 참가사 및 위탁 도서를 현지 바이어와 B2B 수출 상담을 지원한다. 출판진흥원은 2015년 중국을 시작으로 2024년 현재까지 총 17개국을 방문(2020∼2022년 코로나19 기간 온라인 비대면 상담)해 총 39회 개최했으며 지금까지 국내 참가사 총 726곳, 해외 참가사 1235곳, 위탁 도서 4208종이 참가해 총 7028건의 상담을 진행했고 다수의 계약 실적도 창출했다. 또한 2018년부터 세계 각국의 바이어를 국내로 초청하는 ‘K-북 저작권 마켓’ 개최를 통해서도 한국 출판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롯데호텔 월드에서 개최된 K-북 저작권 마켓에는 국내 98개사, 해외 29개국 100개사가 참가해 1250건의 수출 상담이 진행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성과를 보였다. 출판진흥원은 2016년부터 국내 출판사의 수출용 홍보자료 제작도 지원하고 있다. 출판 콘텐츠 해외 진출의 기본이 되는 초록, 도서 샘플, 출판사 포트폴리오 번역을 지원해 수출을 돕고 있다. 2021년부터는 재외 한국문화원과 협업해 현지 맞춤형 K-북 홍보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매년 한국 작가와 현지 독자와의 만남, 현지 서점 연계 K-북 전시, 현지 독자 대상 한국도서 독후감 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한국 문학의 가치 확산 올해부터는 ‘문학나눔 사업’을 새롭게 펼친다. 추천된 국내 작가의 작품을 해외 독자 맞춤형으로 해외에 소재한 한국 문학 및 한국어 관련 기관에 보급한다. 한편 11월에는 일본 오사카한국문화원과 주영한국문화원과 함께 ‘한국 문학의 날’을 운영한다. 오사카에서는 최은영 작가와 무라타 사야카 작가의 한일 작가 대담 및 번역가와의 만남 행사를 열고 런던에서는 이금이 동화작가, 은희경 작가가 현지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진행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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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둠 속에서 부서진 영혼을 건져올리는 투명한 언어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 2013)는 영혼의 부서짐을 예민하게 감지한다는 평을 받는 소설가이자 시인 한강의 유일한 시집이다.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 호에 시가 실리고 이듬해 서울신문에 단편이 당선돼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한 한강은 소설가이기 전에 시인이었다. 작가가 8권의 소설을 내는 동안 틈틈이 쓰고 고른 시 60편을 추려 시집으로 묶었다. 한강의 시집은 ‘저녁의 소묘’ ‘새벽에 들은 노래’ ‘피 흐르는 눈’ ‘거울 저편의 겨울’ 등 연작들의 제목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그 정조가 충분히 감지된다. 어둠과 침묵 속에서 더욱 분명해지는 존재와 언어를 투명하게 대면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고통과 절망의 응시 속에서 반짝이는 깨어 있는 언어-영혼”(문학평론가 조연정)을 발견해가는 환희와 경이의 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노벨 문학상 선정 사유를 밝힌 스웨덴 한림원의 평가는 의미 있다. 한강은 인간 삶의 고독과 비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맞닥뜨리는 진실을 특유의 단단하고 시정 어린 문체로 새겨왔다.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그간 한강 문학을 이야기할 때 맨 먼저 언급돼온 강렬한 이미지와 감각적인 문장들 너머에 자리한 내밀한 기원에 한발 가까이 다가가는 주춧돌 역할을 해준다. 시집에는 늦은 오후와 한밤, 한밤과 여명이 교차되는 저녁이나 새벽 시간을 배경으로 한 시들이 유난히 많다. “이 어스름한 저녁을 열고/세상의 뒤편으로 들어가 보면/모든 것이/등을 돌리고 있다//고요히 등을 돌린 뒷모습들이/차라리 나에겐 견딜 만해서” (‘피 흐르는 눈 4’ 중에서) 사물의 윤곽이 흐릿하고 마음의 경계가 느슨해진 시간, 시인은 실체를 알 수 없는 근원적인 상실과 슬픔, 영혼의 균열에 대해 노래한다. “아직 심장도 뛰지 않는/점 하나로/언어를 모르고/빛도 모르고/눈물도 모르며/연붉은 자궁 속”에서 “죽음과 생명 사이,/벌어진 틈”(‘마크 로스코와 나’ 중에서)을 좇는다. 거기에는 ‘영혼의 피 냄새’가 가득하다. “한 사람의 영혼을 갈라서/안을 보여준다면 이런 것이겠지/그래서/피 냄새가 나는 것이다/붓 대신 스펀지로 발라/영원히 번져가는 물감 속에서/고요히 붉은/영혼의 피 냄새//이렇게 멎는다/기억이/예감이/나침반이/내가/나라는 것도”(‘마크 로스코와 나 2’ 중에서) 그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일상적 삶에 안착하지 못하고 고통받는 주인공들의 독백으로 읽히는 시도 적지 않다. 한강은 더 많은 눈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자기 몸을 ‘텅 빈 항아리’로 만들기도 한다. 시대의 모든 아픔이 그의 몸으로 파고든다.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선 채로 기다렸어, 그득 차오르기를//(중략)//누군가 내 몸을 두드렸다면 놀랐을 거야/누군가 귀 기울였다면 놀랐을 거야/검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깊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둥글게/더 둥글게/파문이 번졌을 테니까//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알 수 없었어, 더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니”(‘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중에서) 육체가 마르고 텅 비어 가는데 영혼이 온전할 리 없다. 결국 영혼도 부서진다.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과 균열의 느낌은 어김없이 찾아든다. 하지만 한강은 단순히 아픔을 품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간다. 오히려 “그렇게 부서지고도”(‘피흐르는눈3’ 중에서) 살아 있음을, 고통과 대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면을 보며 발을 구를 것/발목이 흔들리거나, 부러지거나/리듬이 흩어지거나, 부스러지거나//얼굴은 정면을 향할 것/두 눈은 이글거릴 것/마주 볼 수 없는 걸 똑바로 쏘아볼 것/그러니까 태양 또는 죽음,/공포 또는 슬픔//그것을 이길 수만 있다면/심장에 바람을 넣고/미끄러질 것, 비스듬히” (‘거울 저편의 겨울 9―탱고 극장의 플라멩코’ 중에서) 한강은 상실감과 슬픔에 압도당하는 대신 고통과의 정면 승부를 택한다. 스스로에게 재우쳐 다짐하듯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한 그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단호하다. 시인이 20대에 쓴 시들이 주로 수록된 시집의 5부(‘캄캄한 불빛의 집’)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벅찬 숨결, 더운 핏줄, 열정적 사랑, 푸릇한 청춘의 시절을 통과해왔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살아라, 살아서/살아 있음을 말하라/나는 귀를 막았지만/귀로 들리는 음성이 아니었다 귀로/막을 수 있는 노래가/아니었다”(‘유월’ 중에서) 시인이 닿고자 하는 것은 결국 순수한 언어, 삶의 본질, 고통과 절망 너머의 어떤 절실함과 회복의 풍경들과 맞닿아 있다. “이제/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물으며 누워 있을 때/얼굴에/햇빛이 내렸다//빛이 지나갈 때까지/눈을 감고 있었다/가만히” (‘회복기의 노래’ 중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적 고통을 응시하면서도 그 속에서 소생의 길을 탐색하는 이 시집은 소설가 한강이 그간의 작품 활동을 통해 추구했던 본질로 향하는 열쇠와 같다. 출판사 측은 “무엇 때문에 태어나 왜 서로 죽고 죽이며 죽어 가는지, 누구나 한 번 품어봤지만 풀리지 않아 잊어버린 질문을 한강은 수십 년 붙들고 글을 써왔다”며 “(이 시집은) 인간과 인간됨에 대해 끝없는 질문의 궤적을 그리는 한강의 ‘나이테’”라고 소개했다. 사랑과 상실의 감정들을 노래한 전통적인 미학의 서정시들이 다수 수록돼 있는 만큼 한강 작품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입문서로 택하기에도 좋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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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선 용어 정리부터 고수익화까지…‘사례로 알아보는 돈 버는 부동산 경매’

    경매의 꽃은 특수물건이라는 말이 있다. 일반 경매보다 법적 권리관계가 복잡해 여러 차례 유찰된 물건을 뜻한다. 고수익을 낼 수 있지만 공부가 선행돼야 한다.신간 ‘사례로 알아보는 돈 버는 부동산 경매’(새로운제안)는 10년간 특수물건 부동산 경매 소송을 다뤄온 변호사이자 경매 전문강사인 주희진 변호사(사법연수원 44기)가 실제 성공 사례를 토대로 의뢰인들이 어떤 점을 포착해 수익을 얻었는지 분석한 책이다. 5년 동안 경매 강의를 하면서 느꼈던 독자의 눈높이를 바탕으로 집필했다. 특수물건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진 독자들에게 저자는 “낯선 용어 몇 가지만 이해하면 그 용어로부터 가지를 뻗어 어렵지 않게 필요한 지식 전반을 습득할 수 있다”고 말한다.첫 장에서는 저자의 소송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방법으로 유치권이 깨질 수 있는지 설명한다. 이어 특수물건 중 특히 어려운 선순위 가등기 물건에 대해 알려준다. 선순위 가등기가 지워질 수 있는 때가 언제인지,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되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다.주 변호사는 한양대 법학과를 조기, 우수졸업했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경매사건 전문 로펌에서 일했다. 2019년부터는 ‘열린 아카데미’에서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경매 강의를 했다. 현재 법무법인 윈스의 파트너 변호사다. 저서로는 ‘물어보기 부끄러워 묻지 못한 부동산 경매’(새로운제안)가 있다. 2만2000원.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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