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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은 손태락 원장이 벌써 3년 9개월째 기관장을 맡고 있다. 임기는 올해 2월 말까지였지만 후임 원장 선출이 늦어진 탓이다. 올해 7월 신임 원장 초빙 공고가 진행됐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인 강원랜드의 기관장 공백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말 이삼걸 전 사장이 임기 만료를 4개월 앞두고 사퇴한 뒤 벌써 11개월째 후임 사장 선임이 미뤄지고 있다. 올해 8월 뒤늦게 관련 절차 진행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구성됐는데 아직 후보자 공개모집 공고조차 게시되지 않았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후임 사장 공모와 관련해 구체적인 시기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6곳 중 1곳은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된 기관장이 경영을 이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장 공백이 6개월 이상 길어지고 있는 공공기관도 24개에 달한다. 공공기관 수장 공백이 부처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서 나타나면서 굵직한 사업 추진 지연이나 임직원들의 업무 효율 저하 등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정권 지지율 하락에 따른 행정부 업무 공백이 가장 하부 조직인 공공기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기관장 공백 공공기관 57곳, “지원자도 끊겼다”동아일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를 전수 분석한 결과 이달 21일 기준 339개 공공기관(부설기관 12곳 포함)의 16.8%는 기관장 임기가 이미 끝난 것으로 조사됐다. 30곳은 기관장이 공석이었고 27개 공공기관은 임기가 만료된 기관장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관장 공백이 6개월 이상으로 장기화된 공공기관도 24곳으로 집계됐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벌써 1년 3개월째 새로운 관장을 찾지 못하고 있고 국가평생교육진흥원도 기관장 공백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기관장 공백을 겪는 공공기관은 올해 7월 81곳에서 4개월이 지난 현재 57곳으로 24곳 감소했다. 하지만 내년 1분기(1∼3월)까지 기관장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 공공기관이 38곳이나 되는 탓에 기관장 공백 사태는 더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후임 사장 공모에 임추위 추천까지 수개월 전 완료됐음에도 주무 부처로부터 진행 상황을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공기관장의 공백 현상은 대통령실 등 정권 차원의 인사 결정이 늦어지고, 한편으로는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기관장 지원자를 찾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 정부가 임기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들이 공공기관으로의 이동을 꺼리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A공공기관은 3개월 전 진행된 신임 기관장 후보자 공모에 주무 부처 출신 공무원이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해당 부처 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중 연봉이 나쁘지 않아 주로 실장급 공무원이 기관장으로 가는 곳인데 실장급뿐 아니라 국장급 중에서도 지원자가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관장 임기 3년이 끝난 뒤 다음 행선지도 중요한데, (국정 지지율이 낮은) 현 상황에서 중앙부처를 떠나는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비효율에 내부 혼란도 커져기관장 공백 장기화는 공공기관 업무 비효율과 내부 혼란을 키우고 있다. 반년 넘게 신임 사장이 선출되지 않고 있는 한국공항공사의 경우 올 6월 말 부채가 1년 전보다 10%가량 늘고 부채 비율도 상승했다. 중앙부처 산하 B공공기관 관계자는 “임기 만료된 최고경영자(CEO)가 할 수 없이 자리를 지키는 경우는 직원 인사를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승진 적체가 발생하고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데 소극적이라 사실상 기관장 공석이나 마찬가지”라며 “다음 기관장이 누가 될지에 대한 추측으로 회사 전체가 계속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C공공기관의 경우 기관장 공석으로 상위 부처와 업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개월 동안 중요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다가 최근 신임 기관장이 오고 나서야 전화 몇 통에 사업이 진척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기관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통령실과 소관 정부 부처가 기관장 인사에 대한 결단을 빨리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몸통인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는 상황에서 팔다리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까지 리더십 부재가 길어지면 국가 정책이 표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에서 빚어지는 기관장 공백이나 알박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진행되던 법률 개정 작업은 논의가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법이 개정된 이후의 유불리를 따지면서 여야가 논의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진행 중이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 작업은 최근 논의가 중단됐다. 여야는 대통령이 바뀐 뒤에도 기존의 공공기관장이 계속 자리를 지키는 등의 논란이 이어지자 공기업·준정부기관 기관장과 감사의 임기를 2년 6개월로 하고 연임 기간도 동일하게 하는 공운법 개정안을 준비해 왔다. 연임을 포함한 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재임 기간과 맞추겠다는 것이다. 또 여야는 기관장과 감사를 임명한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면 기관장과 감사의 임기도 함께 만료된다는 조항까지 개정안에 포함시킬 계획이었다. 중도에 교체된 기관장의 임기를 줄여서라도 알박기 논란을 없애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다음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게 된다면 민주당에 유리한 법 개정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주요 내용에서 여야 기재위 간사 간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당 차원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보류됐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최근 의료, 연금 개혁 담당 일부 공무원들은 내년 정기 인사에서 다른 자리로 옮기겠다고 손을 들었다. 일은 많은데 성과를 내긴커녕 논란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관료들이 정책 결정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다”며 “자칫 말 한번 잘못했다가 꼬투리를 잡힐 수도 있어 의료 개혁 관련 실국과장들은 모두 ‘전화 포비아(공포증)’ 상태”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 역시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대왕고래’ 담당 부서로 가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프로젝트를 발표한 이후 10여 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틀 만에 꾸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말 이후 대왕고래 태스크포스(TF)가 개편될 것이란 얘기가 있는데 사업 성공이 불확실한 데다 높은 업무 강도 등으로 차출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2년 반 남았는데도 과거 정권 말마다 반복됐던 ‘식물 정부’ 현상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 연금, 노동, 교육 등 4대 개혁은 담당 부처 내부에서조차 “방향을 잃었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다른 주요 정책들도 정권이 바뀌면 이어질 감사를 의식한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사실상 멈춰 섰다. ‘책임질 일은 만들지 않겠다’는 자세가 세종 관가에 확산되면서 부처 간 조정 기능은 유명무실해지고 엇박자가 그대로 노출되는 일도 잦아졌다.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금융위원회와 달리 국토교통부는 자신들이 담당하는 정책대출을 지속적으로 적극 공급하면서 대출 수요자와 금융사의 혼란을 키웠다. 공직 사회에 복지부동이 확산되면서 규제 현장에서 직접 공무원들을 맞닥뜨리는 기업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인력의 주52시간 예외 적용, 야당의 상법 개정 추진 등 주요 현안마다 정부의 역할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임기가 절반이나 남았는데도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선박이 조타수를 잃고 방황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국회나 국민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 정책 추진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책임질까 두렵다” 의료개혁-동해유전 등 주요 프로젝트 기피정책수립 ‘차관보실 라인’ 기피 1호연금-노동개혁 담당자들 전의 상실이통 장려금 등 정부내 엇박자 속출“정책 종합 관리 실패로 혼란 부추겨”야당이 장악한 국회,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등으로 정책 추진 동력이 크게 꺾인 상황에서 공무원들까지 일손을 놓으면서 4대 개혁을 비롯한 윤석열 정부의 주요 정책들은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논란이 예상되는 사업은 정권이 바뀌면 문책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임기 3년 차에 이미 곳곳에서 정권 말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책임질까 두려워”… 개점휴업 부처들 최근 대통령실은 각 경제 부처에 임기 후반기 주요 국정과제로 꼽은 ‘양극화 타개’를 위한 대책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각 부처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회의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당국자는 “예전 같으면 용산에서 ‘양극화’ 한마디만 하면 다들 일사불란하게 일하며 정책을 올릴 텐데 지금은 이걸 만들어 발표한다 해도 국회에서부터 막히니 사기가 떨어진 상황”이라며 “요즘 들어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차관보실 라인’이 기피 부서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4대 개혁을 포함한 정권의 핵심 국정과제와 관련된 부서는 너도나도 지원을 꺼리고 있다. 경제 부처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밀어붙이는 건 대통령실인데 책임은 내가 질까 두렵다”며 “열심히 일해 봤자 위험하기만 하다는 불만이 직원들 사이에서 팽배하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가 대표적인 사례다. 디지털 교과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야당에서도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교육부와 교육청 내부에선 내년에 문제가 생기거나 정권이 바뀌면 담당자가 문책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정권 지지율이 크게 내리면서 연금이나 노동 개혁 담당 공무원들은 거의 전의를 상실한 분위기다. 연금 개혁 관련 부서의 한 직원은 “이제 임기 후반기이고 국회도 조만간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들어가서 관심이 없고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근로시간 유연화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중심으로 한 노동 개혁을 추진 중인 고용노동부 역시 지난해 ‘주 69시간제’ 논란이 벌어진 이후 관련 부서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불리한 내용 홍보나 민원 처리 등을 떠넘기는 일도 늘었다. 지난달 30일 체코 반독점 당국이 체코전력공사(CEZ)와 한국수력원자력의 두코바니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계약 체결을 일시 보류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이 선정됐을 때는 장관까지 직접 나서서 브리핑을 진행했던 것과 달리 한수원이 전면에서 상황을 설명했다. 산하 기관이 많은 한 중앙 부처 공무원은 “예전에도 기업 민원과 문의 사항은 직접 처리하기보다는 산하 기관에 처리를 지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선 복잡하고 말 나올 건 일단 넘기고 보자는 기류가 더 강해졌다”고 했다.● 잇단 정책 충돌, 조율 없는 각자도생 부처 간 엇박자로 현장에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느냐”는 말들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국내 이동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을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조만간 담합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하지만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소관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장려금 가이드라인이 단통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두 부처의 시각이 정반대로 엇갈린 상황에서 기업들은 어느 부처의 말을 들어야 할지 고민이 크다. 최근 문제가 된 가계부채 관리를 두고서도 부처 간 정책 갈등이 불거졌다. 가계부채 억제를 중시하는 금융당국과 달리 국토교통부는 정책대출 공급을 확대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한 경제 부처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건전성 관리뿐만 아니라 기준 금리와 부동산 경기 동향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슈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실패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으면서 오히려 보여주기식 업무협약(MOU)이나 행사는 많아졌다. 이달 초 정보기술(IT) 스타트업 A사는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날아가 10여 개 기업과 동반 MOU를 맺고 왔다. A사 관계자는 “실질적인 성과는 전무했고 스타트업들에 가장 필요한 벤처캐피털과의 미팅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지에 차린 1평 남짓한 부스에서 장차관 방문용 홍보 사진 찍기나 현지 간담회 등에 들러리로 동원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올 2분기(4∼6월) 청년층의 신규 채용 일자리가 역대 최소 규모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60대 이상 신규 채용 일자리는 역대 최대였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중 20대 이하의 신규 채용 일자리는 145만4000개로 전년보다 13만6000개(8.6%) 감소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8년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경기 침체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 가운데 시간을 들여 교육해야 하는 신입보다 당장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의 청년 신규 채용 일자리는 25만6000개로 1년 전보다 7.6% 감소했다. 내수와 직결된 도소매업의 청년 신규 채용 일자리도 전년보다 1만5000개 줄어든 20만6000개로 역대 최소를 보였다. 건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의 청년 신규 채용 일자리도 각각 1만 개씩 줄었다. 안정된 직장으로 꼽히는 공공기관 정규직의 청년 채용 비중도 줄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까지 339개 공공기관이 채용한 일반정규직 1만3347명 중 청년(15∼34세)은 80.2%였다. 2022년 85.8%였던 비중이 지난해 84.8%로 떨어졌고, 올해는 더 크게 감소했다. 반면 60대 이상 고령층의 신규 채용 일자리는 122만9000개로 1년 전(116만7000개)보다 6만2000개(5.3%) 증가해 역대 최대였다. 월급이 수십만 원에 그쳐 ‘질 낮은 일자리’로 여겨지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공급 규모가 올해 103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5만 명 증가한 영향이 컸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다음 달 국내 제조업 경기 전망 지수가 1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24일 산업연구원은 11∼15일 업종별 전문가 133명을 대상으로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를 조사한 결과 12월 제조업 업황 전망 PSI가 96을 보였다고 밝혔다. 전달(102)보다 6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지난해 4월(93) 이후 가장 낮다. PSI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업황이 좋아진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는 뜻이고, 0에 가까울수록 나빠진다고 판단한 의견이 많다는 의미다. 제조업 전망 PSI가 기준치인 100 밑으로 내려간 건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 내수(98)와 수출(97), 생산(96) 전망 PSI가 모두 기준치를 밑돌았다. 반도체(124)와 자동차(107), 조선(113) 등의 전망 PSI는 기준치를 웃돌았지만 디스플레이(73), 전자(81), 기계(88), 철강(78) 등의 전망 PSI가 전달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전체 전망 PSI가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정책도 우리 제조업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산업연구원이 PSI 조사와 함께 진행한 현안 설문에서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의 국내 제조업 전반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응답자의 63.5%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일 것”이라는 답변은 5.6%에 그쳤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한국전력이 사우디아라비아 가스복합발전소 2곳의 건설·운영 사업 낙찰자로 선정됐다. 사우디와 미국의 태양광 발전 사업에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 국제 입찰 사업 수주다. 21일 한전은 사우디 전력조달청(SPCC)이 발주한 루마1·나이리야1 가스복합발전소의 건설·운영 사업 낙찰자로 선정돼 전력판매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각각 1.9GW(기가와트)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 2기를 2028년까지 짓고, 이후 25년간 생산된 전력을 사우디 SPCC에 판매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발전소 한 곳당 약 2조8000억 원이다. 한전은 이번 수주로 25년의 운영 기간에 약 4조 원(30억 달러)의 해외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발전소 건설 공사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참여해 약 2조 원의 해외 동반 수출 효과도 예상된다. 올해 한전은 사우디 알사다위와 미국 괌에서 태양광 발전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다음 달까지 전력판매계약 체결을 완료할 예정으로 두 사업에서 25년간 총 1조14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한전 관계자는 “잇따른 수주를 발판으로 가스복합, 신재생 등 다수의 사업이 계속 발주될 것으로 기대되는 중동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하루에만 2만 보 이상 걸어 다니면서 골목골목 빠뜨린 곳은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고된 일이지만 일흔 살이 되더라도 힘에 부칠 때까지는 계속 하고 싶어요.” 경기 구리시에서 통계 조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정희 조사원(50·사진)은 1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담당하는 일이 국가 정책 수립의 기초가 된다는 생각에 보람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조사원은 이달 8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가구주택기초조사’에 투입돼 구리시 모든 주택과 거주 중인 가구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는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시작으로 벌써 20년째 수행하는 업무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며 “올해 조사부터는 반지하와 옥탑의 현황 파악을 위한 첫 전수조사가 이뤄지는 만큼 빠뜨린 곳이 없도록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반지하나 옥탑은 건축물 대장을 통해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접 현장을 방문해 통계를 작성해야 할 때가 많다. 이 조사원은 “현장에서 주택을 확인하더라도 실제 사람이 거주하는지까지 집계해야 한다”며 “만약 거주 여부가 애매하다면 이웃집이나 중개업소를 통해서라도 끈질기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올해부터 조사 방식과 시스템을 고도화해 조사원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이 조사원이 2005년 처음으로 인구주택총조사 업무에 투입됐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환경이다. 그는 “첫 조사 당시만 해도 종이로 된 지도를 손에 들고 다니면서 가구당 인원수를 손으로 적어 합산했다”며 “2020년에는 태블릿PC를 활용한 전자조사(CAPI)가 처음 도입됐고 올해에는 실시간 입력 및 통계 검사 기능까지 추가돼 더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점도 있다. 현장 조사 업무가 고되다는 사실이다. 이번 조사에서 구리시에 배정된 조사원은 총 13명. 이들은 20일간 약 4만3000가구의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하루에 한 명당 160여 가구를 조사하는 셈이다. 이 조사원은 “골목 구석구석을 방문해야 하는 만큼 차량 이용이 어렵기 때문에 하루에 10㎞ 이상을 걷는 일도 잦다”며 “화장실을 가는 것도 쉽지 않아 조사 중에는 밥이나 물을 먹지 않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조사원을 그만두지 않는 것은 업무에 대한 자부심과 그간 만나온 사람들 때문이다. 그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돕거나 홀몸노인 대상 도시락 배달 등은 현장 곳곳을 누비는 통계 조사원이라 가능한 것”이라며 “모든 통계의 기초를 다진다는 자부심과 사람 사는 냄새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일을 앞으로 30년은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2022년 8월 기록적인 폭우에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던 가족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반지하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의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면서 정부는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도 경기 의정부시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화재가 발생해 거주자 2명이 사망했다.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대책 마련을 위한 기본 토대가 갖춰지지 않은 탓이 크다. 침수나 화재 등에 취약한 반지하는 전국에 32만7000가구로 ‘추정’된다. 표본의 20%를 대상으로 조사해 시군구 단위까지만 작성되는 통계다. 읍면동 구석구석 어느 곳에 주거 취약 시설이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계청이 올해 처음으로 반지하와 옥탑 등 주거 취약 시설의 전수조사에 나섰다. 통계청은 이달 8일부터 27일까지 ‘2024 가구주택기초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1925년 처음 시작돼 내년에 100년을 맞이할 ‘인구주택총조사’ 및 ‘농림어업총조사’의 정확한 조사구(통계조사 단위 구역) 설정과 표본 구축에 활용될 예정이다. ● 급변하는 조사 환경 대응… 정책 수립에 활용 2014년 처음 실시돼 올해로 세 번째인 가구주택기초조사는 전국의 거처 및 가구에 관한 기초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4·9연도’에 5년 주기로 진행된다. ‘거처’는 사람이 사는 모든 장소를, ‘가구’는 1인 또는 2인 이상이 모여 생계를 같이하는 생활 단위를 뜻한다.조사 항목은 주소, 빈집 여부, 옥탑 및 반지하 여부, 총 방 개수 등 14개다. 통계청이 주관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조사를 진행하며 공무원 1300여 명과 조사원 8000여 명이 20일간 약 1600만 가구와 전국 모든 거처의 기초 정보를 수집한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반지하와 옥탑 현황을 처음으로 전수 조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거처 내 옥탑 및 반지하 유무와 거주 여부를 파악해 기초 자료를 제공하면 정부와 지자체가 사회 취약 계층의 주거 지원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구주택기초조사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공유 주택 등 거처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오피스텔 등 주택 이외의 거처도 매년 증가세다. 2000년 0.8%였던 주택 이외 거처 비중이 2020년에는 5.6%까지 늘었을 정도다. 1인 가구 증가와 개인정보 보호 의식 강화로 현장 조사의 어려움도 증가했다. 통계청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였다. 우선 불필요한 현장 조사를 줄여 조사 부담을 최소화했다. 준공 5년 이상 30년 미만인 아파트는 도면이나 행정자료만으로도 현황 파악이 가능한 만큼 현장 조사 확인 대상에서 제외했다. 태블릿PC를 활용한 전자조사(CAPI) 시스템도 개선했다. 항목 간 검사 기능을 탑재해 조사원이 현장에서 파악한 내용을 태블릿PC에 입력하는 동시에 자동으로 오류를 잡아낼 수 있게 됐다.● 내년 인구 센서스 100년… “선진국 도약 밑거름” 이렇게 완성된 가구주택기초조사 자료는 내년에 실시될 ‘2025 인구주택총조사’에 활용된다. 인구주택총조사는 ‘0·5연도’에 5년 주기로 전국 가구의 20%를 표본으로 추출해 이뤄진다. 이때 모든 거처와 가구가 표본을 추출하는 틀에 포함될 수 있도록 1년 앞서서 가구주택기초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내년은 1925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인구 센서스(Census·총조사)’가 100년을 맞이하는 해다. 센서스는 특정 시점에 한 국가 또는 일정한 지역의 모든 사람과 가구, 거처와 관련된 인구·경제학적, 사회학적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 제공하는 전(全)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한국에서 통계적 목적의 첫 인구 센서스는 1925년 이뤄진 간이국세조사다. 1949년에는 명칭을 변경해 ‘총인구조사’가 실시됐고 1955년 같은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장래 인구 추계가 진행됐다. 국가의 주요 정책 수립을 위한 토대가 되는 인구 센서스의 중요성은 75년 전부터 이미 강조되고 있었다. 1949년 5월 1일 동아일보 사설에는 “5·1 인구조사는 우리의 경제적 독립의 초석을 포석하는 것이니 민국에 생을 향유한 자는 수모(誰某·아무개)를 막론하고 참가 협조하지 않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리의 산업이 부흥하느냐는 것은 오늘 실시되는 인구조사의 성적 여하에 의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는 내용이 실렸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 자원의 활용 및 배분, 경제 발전 목표 등이 세워지는 만큼 정확한 통계 산출을 위한 응답을 독려한 것이다. 최근에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국가의 굵직한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급속도로 고령화되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 전략’ 구상이나 주택 보급 규모 및 속도를 추산해 마련하는 ‘주택공급계획’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5년마다 실시된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우리는 과거에 어떤 변화를 거쳤고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예상해 볼 수 있다. 문맹률이 높았던 1970년대에는 인구주택총조사에서 한글을 읽을 수 있는지를 조사했고 1980년대에는 대도시로의 인구 밀집에 따른 교통 문제가 조사 항목에 담겼다. 2000년부터는 자동차 보유 여부를, 2020년 조사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지 물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 센서스 자료가 밑거름 역할을 했다”며 “내년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센서스 100년 성과를 평가·기념하고 ‘앞으로의 100년’ 설계를 위한 센서스의 역할과 방향을 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한국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80대 이상의 고령층이 세상을 떠난 뒤에 물려준 재산이 지난해 처음으로 20조 원을 넘어섰다. 80, 90대 부모가 숨지면서 노인 줄에 접어든 자녀가 재산을 물려받는 이른바 ‘노노(老老) 상속’ 규모는 5년 새 3배 이상으로 불었다. 19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가 부과된 피상속인(사망자)의 나이가 80세 이상인 경우는 1만712건으로 전체 상속 건수의 53.7%에 달했다. 이들이 물려준 재산은 총 20조3200억 원(재산가액 기준)이었다. 전년보다 3조9100억 원 늘어난 규모로, 80세 이상이 물려준 재산이 20조 원을 넘은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5년 전(6조6100억 원)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규모다. 국세청 관계자는 “피상속인이 80세 이상이라면 상속 받는 자녀는 적어도 50대 중반은 넘긴 경우가 많다”며 “고령층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노노 상속 사례도 증가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노노 상속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도 일본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늘어난 노노 상속으로 부가 돈을 쓸 곳이 많은 젊은 세대에게 넘어가지 않고 계속 고령층에 머물며 경제 전체에 돈이 돌지 않는 악순환이 나타난 바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자산에서 유동화시키기 어려운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노노 상속이 늘면 내수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높은 증여세나 상속세 부담 때문에 자녀에게 미리 재산을 물려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산도 적지 않다”며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의 고령화까지 염두에 두고 부의 이전을 돕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稅부담에 증여 막혀 ‘부의 고령화’… 60세이상이 순자산 44% 보유[고령화에 늘어나는 ‘老老상속’]60세이상 순자산 10년새 3배로… “고령층에 부 몰려 내수 침체 초래”老老상속 73% 부동산, 유동화 과제… “경제 활력 차원 세제 개편 필요”수도권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모 씨(58)는 최근 재산 일부를 미리 자녀들에게 넘겨주려다가 관뒀다. 시가 20억 원대인 아파트를 증여하려고 알아보니 증여세만 6억 원이 넘었다.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자녀들이 내기에는 큰 액수였다. 이 씨는 “결혼과 출산 등을 앞둔 자녀들에게 재산을 좀 나눠주려 했는데 세금 부담이 너무 컸다”며 “결국 공장 법인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하고 배당 등으로 조금씩 재산을 넘겨주기로 했다”고 말했다.‘노노(老老) 상속’이 5년 새 3배 이상으로 늘어난 데는 최고 세율이 50%에 달하는 증여세율도 영향을 미쳤다. 높은 부동산 비중도 미리 재산을 넘기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정부 안팎에서는 젊은 세대보다 씀씀이가 적은 고령층에 부가 집중되면서 내수 침체를 비롯해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높은 증여세 부담에 고령화되는 ‘부(富)’19일 대학원생 장모 씨(35)는 “부모님이 올해 말 입주를 앞둔 서울의 한 신축 아파트 지분을 동생과 절반씩 증여받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셨는데 세금 때문에 선뜻 결정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억 원이 넘는 해당 아파트를 증여받을 경우 그와 동생은 각각 2억 원 이상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현재 30억 원이 넘는 자산을 증여하면 세율은 50%가 적용된다. 10억 원 초과, 30억 원 이하 자산인 경우에도 증여세율은 40%다. 세무법인 대륙아주의 강정호 세무사는 “과거보다 많은 자산을 보유한 고령층이 늘면서 자녀들이 경제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청년기에 자산을 넘겨주려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증여세 부담이 커서 직접 넘겨주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부(富)가 고령층에 집중되는 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동아일보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 가구의 전체 순자산은 9479조 원 규모였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 가구주가 보유한 순자산은 4139조 원으로 43.7%에 달했다. 2013년에는 전체 순자산 4867조 원 가운데 60세 이상 가구주의 순자산이 1443조 원(29.6%) 수준이었는데 10년 새 3배 가까이로 늘었다.● 노노 상속의 73%가 부동산 자산노노 상속 재산에선 특히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80세 이상 피상속인(사망자)이 물려준 재산 20조3200억 원(재산가액 기준)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10조1500억 원이 아파트를 비롯한 건물이었다. 4조6900억 원은 토지였다. 노노 상속 재산의 4분의 3에 육박하는 재산이 건물과 토지인 것이다. 부동산은 통상 세금 문제 때문에 현금성 자산보다 증여가 힘들 뿐만 아니라 유동화도 쉽지 않아 생전에 물려주기가 어렵다. 또 본인이 살고 있는 집까지 죽기 전에 넘겨줄 수도 없다.노노 상속이 늘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고령층이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부 합산 1주택 이하인 기초연금 수급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 등을 팔아 연금계좌에 납입하면 최대 1000만 원까지 양도소득세를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고령층의 부동산 유동화를 돕는 것을 고령화시대의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정부는 자녀가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양가를 합쳐 최대 3억 원까지 증여세 없이 재산을 물려줄 수 있도록 세법을 개정한 바 있다.‘부의 대물림’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내수 활성화와 경제 활력 차원에서 자산 이전 문제를 바라볼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의 축적이 아니라 소비와 투자에 도움이 되는 경우라면 증여세 부담을 줄여주는 식의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에 집중된 한국의 자산 특징을 고려하면 양도세 대신 보유세 중심으로 세제를 개편해 쉽게 팔 수 있게 해주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한국보다 앞서 ‘노노(老老) 상속’에 따른 부작용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일본은 2년 전부터 ‘부(富)의 회춘(回春)’ 정책을 펴고 있다. 고령층의 자산이 젊은 세대로 옮겨갈 수 있게 더욱 빨리 사전 증여를 하도록 제도를 손봤다. 미국은 증여와 상속을 합쳐 190억 원 가까이는 세금을 매기지 않고, 영국은 가족한테 증여받은 재산을 처분해 번 돈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긴다. 일본은 20여 년 전부터 노노 상속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전체 피상속인(사망자) 가운데 8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1998년에 46.5%에 달했다. 2018년에는 71.1%까지 상승했다. 한국은 피상속인의 나이가 80세 이상인 경우가 지난해 53.7%였다. 고령자의 부가 소비나 재투자로 이어지지 못한 채 예금 형태로 잠겨 있자 일본은 2013년부터 생전 증여 제도를 확대했다. 증여세 감면을 통해 부의 빠른 이전을 유도한 것이다. 그런데도 노노 상속 문제가 이어지자 2022년부터는 ‘부의 회춘’ 정책을 실시했다. 고령층에게 쏠린 자산을 젊은 세대로 이전시키기 위해 사전 증여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종 세제를 정비했다. 특히 더 빨리 사전 증여를 하도록 상속세 부과 대상이 되는 증여 시점을 3년에서 7년으로 늘렸다. 일본은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하면 1년에 110만 엔(약 1000만 원)까지는 증여세를 면제해준다. 하지만 증여 시점이 부모가 사망한 날로부터 3년 이내면 나중에 상속세를 추가로 부과했는데, 부의 회춘 정책으로 2031년까지는 7년 이내면 상속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60세 이상 부모가 18세 이상 자녀나 손자녀에게 증여할 때 손주 교육비(1500만 엔), 결혼육아비(1000만 엔)도 증여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당초 이 제도는 지난해 3월 종료 예정이었지만 3년 더 연장했다. 세대 간 자산 이전을 유도하는 건 미국과 영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상속·증여세 통합세액공제를 2018년 1월부터 크게 확대했다. 증여와 상속을 합해 한 명당 약 550만 달러(약 76억 원)까지 면제해주던 것을 1100만 달러(약 150억 원)로 늘렸고, 현재는 1361만 달러(약 190억 원)까지 면제해준다. 이에 더해 자녀나 손주의 교육비 명목으로 미리 저축한 돈을 실제 그 용도대로 사용할 경우 그간의 운용 수익은 세금을 면제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가족 구성원에게 증여할 경우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그 대신 추후에 증여받은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할 경우 그에 따른 자본이득세를 내는 방식이다. 다만 증여한 사람이 증여 후 7년 이내에 사망하면 상속세를 낼 수도 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며 올해 매장 계산원과 같은 판매직 고용이 1년 전보다 11만 명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이던 2020∼2021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18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등에 따르면 올해 1∼10월 월평균 판매 종사자는 251만8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1만 명 줄었다. 1∼10월 기준으로 7차 표준직업분류가 적용된 2013년 이후 2021년(―13만2000명)과 2020년(―12만7000명) 다음으로 큰 감소 폭이다. 판매 종사자는 온라인 거래 증가와 키오스크 도입 확대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다만 내수에 따라 진폭이 크다. 2022년(―9만4000명)과 2023년(―5만5000명)에는 판매 종사자 감소 폭이 줄었는데,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올해 다시 감소 폭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재화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좀처럼 하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1.9% 줄었다. 2022년부터 10개 분기째 이어지고 있는 역대 최장 감소세다. 이에 따른 판매직 고용 한파는 특히 청년층에 집중됐다. 올해 줄어든 판매직 11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5만1000명이 15∼29세 청년층이었다. 50대가 3만1000명으로 뒤를 이었고 30대(3만600명), 40대(6400명) 등의 순이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매출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이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판매직 고용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풀면서 지난해 다주택자 비중이 4년 만에 상승했다. ‘영끌’로 집을 마련한 30대 이하 청년층은 고금리를 견디지 못해 집을 판 반면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적극적으로 집을 사들였다. 18일 통계청의 ‘2023년 주택 소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주택을 소유한 개인은 1561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30만9000명 증가했다. 주택 소유자 중 집을 2채 이상 소유한 사람의 비중은 15.0%(233만9000명)로 전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종부세를 대폭 완화하면서 다주택자의 세 부담도 감소했다. 그러나 30세 미만의 주택 소유자는 25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2만2000명 감소했다. 30대 주택 소유자 역시 154만1000명에서 148만 명으로 6만1000명 줄었다. 50대(393만8000명)와 60대(355만4000명) 주택 소유자가 1년 전보다 각각 8만6000명, 16만8000명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고금리로 2030 청년층이 주택 매도에 나선 것과 달리 중장년층은 부동산 규제 완화를 활용해 추가 주택을 매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평균 주택 자산가액(공시가격 기준)은 3억2100만 원이었다. 전년(3억1500만 원)보다 1.9% 상승했다. 주택을 소유한 평균 가구주 연령은 57.3세로 0.5세 올랐고, 가구당 평균 소유 주택 수(1.35채)도 0.01채 증가했다. 주택 가액 기준 상위 10% 가구의 평균 주택 가액은 12억5500만 원, 하위 10% 가구의 평균 주택 가액은 3100만 원이었다. 자산 상위 10%와 하위 10%의 주택 가격 차는 2년 연속 40.5배에 달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며 올해 매장 계산원과 같은 판매직 고용이 1년 전보다 11만 명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이던 2020~2021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18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등에 따르면 올해 1~10월 월 평균 판매 종사자는 251만8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1만 명 줄었다. 1~10월 기준으로 7차 표준직업분류가 적용된 2013년 이후 2020년(―12만7000명)과 2021년(―13만2000명) 다음으로 큰 감소 폭이다. 판매 종사자는 온라인 거래 증가와 키오스크 도입 확대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다만 내수에 따라 진폭이 크다. 2022년(―9만4000명)과 2023년(―5만5000명)에는 판매 종사자 감소 폭이 줄었는데,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올해 다시 감소 폭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재화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좀처럼 하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1.9% 줄었다. 2022년부터 10분기째 이어지고 있는 역대 최장 감소세다.이에 따른 판매직 고용 한파는 특히 청년층에 집중됐다. 올해 줄어든 판매직 11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5만1000명이 15~29세 청년층이었다. 50대가 3만1000명으로 뒤를 이었고 30대(3만600명), 40대(6400명) 등의 순이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매출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이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판매직 고용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20대 청년 5명 중 2명은 ‘비혼 출산’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두드러지지만 정작 이를 지원하는 정책 변화는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통계청의 ‘2024년 사회조사’와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0∼29세 중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42.8%였다. 2014년 30.3%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비교하면 12.5%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20대 가운데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비율은 2014년 51.2%에서 2024년 39.7%로 감소했다. 비혼 출산에 대한 청년층의 긍정적 인식은 출산율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혼인 외 출생아는 1만900명으로 1년 전보다 1100명 증가했다. 전체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7.7% 감소해 ‘역대 최저’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비혼 출산을 지원하는 정책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의 출산 및 양육 지원 정책은 여전히 ‘결혼한 부부’를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선 비혼 가정 등록제를 운영하며 비혼 출산과 양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비혼 출생 비율(2020년 기준)은 2.5%로 유럽연합(EU) 평균(41.9%)은 물론이고 뉴질랜드(48.3%), 미국(40.5%), 캐나다(32.7%) 등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21년 만에 추진되는 ‘원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원화 외평채)’의 연내 발행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올해 7월 대표 발의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은 발의 후 약 4개월이 지난 이달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됐다. 추후 국회 절차를 고려하면 연내 입법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개정안은 한국은행에 ‘원화 외평채’의 전자등록 업무를 부여해 발행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외평채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이 발행하는 일종의 국채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때는 ‘달러’ 표시 외평채를, 하락 시에는 ‘원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해 외환시장 안정을 꾀한다. 원화 표시 외평채는 2003년 국고채와 통합된 이후 발행된 적이 없다. 그 대신 외평기금은 외화 매입에 필요한 원화를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으로부터 빌려왔다. 하지만 공자기금은 주로 10년물 국고채로 조달해 금리가 높고 원화 외평채는 단기물 위주로 이자 비용이 저렴하다. 이에 따라 외평기금 수지 개선을 목표로 원화 외평채 발행이 추진됐고, 국회는 올해 18조 원의 발행 한도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 통과가 늦어져 외평채 발행이 내년으로 미뤄지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연간 이자 비용은 1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연내 발행 가능성을 단언하기 어렵고 국회 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20대 청년 5명 중 2명은 ‘비혼 출산’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두드러지지만 정작 이를 지원하는 정책 변화는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17일 통계청의 ‘2024년 사회조사’와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0~29세 중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42.8%였다. 2014년 30.3%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비교하면 12.5%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20대 가운데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비율은 2014년 51.2%에서 2024년 39.7%로 감소했다. 비혼 출산에 대한 청년층의 긍정적 인식은 출산율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혼인 외 출생아는 1만900명으로 1년 전보다 1100명 증가했다. 전체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7.7% 감소해 ‘역대 최저’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다만 비혼 출산을 지원하는 정책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의 출산 및 양육 지원 정책은 여전히 ‘결혼한 부부’를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선 비혼 가정 등록제를 운영하며 비혼 출산과 양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비혼 출생 비율(2020년 기준)은 2.5%로 유럽연합(EU) 평균(41.9%)은 물론이고 뉴질랜드(48.3%), 미국(40.5%), 캐나다(32.7%) 등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주택과 상가 등에서 쓰는 도시가스 요금이 여전히 원가보다 싸게 공급되면서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3개월 만에 1400억 원가량 더 늘었다. 12일 가스공사가 발표한 올해 3분기(7∼9월) 실적에 따르면 올 9월 말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3조888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보다 1387억 원 늘어난 규모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1조6448억 원 늘었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가스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으로 사실상의 손실이다.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은 올해 8월부터 6.8% 올랐다. 그런데도 가스공사가 주택이나 소규모 상업시설 등에 공급하는 가스요금이 원가를 밑돌아 장부에 쌓인 ‘외상값’이 증가했다. 2020년 말 6000억 원대였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2021년 국제 가스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말 13조 원으로 급증했다. 다만 가스공사의 3분기 영업이익은 4397억 원(연결 기준)으로 1년 전보다 90.9% 증가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2.8% 늘어난 8조1093억 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1552억 원으로 흑자 전환됐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달 초 수출이 1년 전보다 17%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1일부터 10일까지의 수출액은 149억9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억2100만 달러(17.8%) 줄어든 규모다. 1∼10일 수출이 전년보다 감소한 건 올 6월(―4.7%) 이후 처음이다. 월간 수출액은 지난달까지 13개월째 증가세였다. 이달 초순 수출액이 줄어든 건 조업일수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이달 1∼10일 조업일수는 7일로, 지난해(8.5일)보다 1.5일 짧았다. 조업일수를 반영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21억3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0.1% 줄었다. 주요 품목별로는 반도체(17.4%)와 선박(373.9%) 등의 수출은 늘었다.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0%로 1년 전보다 6.6%포인트 상승했다. 승용차(―33.6%)·석유제품(―33.2%)·무선통신기기(―19.0%) 등의 수출은 줄었다. 국가별로는 중국(―14.6%)과 미국(―37.5%), 베트남(―6.0%) 등으로의 수출이 감소했다. 이들 국가는 한국의 최대 수출국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만(29.2%)과 홍콩(3.9%) 등으로의 수출은 증가했다. 이달 1∼10일 수입은 158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1.0% 감소했고, 무역수지는 8억56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달까지 17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조익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10일까지의 수출 감소는 조업 일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이달에도 월간 수출은 증가세가 14개월 연속 이어지고 무역수지 또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일(현지 시간)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 인하에 동참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 연준이 예상대로 금리를 내리면서 한미 금리 차가 1.5%포인트로 좁혀지는 등 금리 인하 여건이 개선됐지만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달러화 강세와 향후 통화정책 속도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올해 3분기(7∼9월)는 한은 전망치(0.5%)의 5분의 1 토막에 불과한 0.1%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기 침체 징후가 심상치 않자 시장 안팎에선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소비자물가도 1%대로 떨어지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이렇듯 경기나 물가, 가계부채 등만 보면 고금리를 유지할 이유가 없지만 한은의 금리 인하를 망설이게 하는 것은 환율이다. ‘트럼프 트레이드’를 타고 치솟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을 넘어 7일 장중 1404.5원까지 올랐다. 8일은 미국의 금리 인하 영향으로 10원 이상 내리며 다소 안정됐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본격적으로 집권할 경우 ‘미국 우선주의’ 등으로 달러화 강세 기조가 굳어져 1400원대 원-달러 환율이 ‘뉴 노멀’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운 대규모 감세와 관세 인상 때문에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도 한은의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다. 관세 등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미 대선 결과를 두고 “통화 정책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전망 변화에 따른 적절한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도 내비쳤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 연준이 트럼프 당선 이후 경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상당 기간 관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환율 변동성이 큰 가운데 한은이 금리를 낮출 경우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은 가계부채가 한은의 금리 인하에 부담을 줬다면 환율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며 “가계 부채나 환율이 안정세를 찾았을 때 금리 인하를 시도할 텐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국내 수출이 타격받기 전에 금리를 내려서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세상) 환율이 1400원을 넘는 현상을 막기는 어렵다”며 “한은에서 계획대로 금리를 인하해 수출 부진이 오기 전에 내수 반등 시점을 당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8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관계기관 24시간 합동 점검 체계를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또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에는 상황별 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적기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관계기관 24시간 합동 점검 체계를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8일 한국수출입은행에서 관계기관 합동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한 최 부총리는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에는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적기 대응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글로벌 금융시장은 미 대선을 전후로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대선 결과가 확정된 직후부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 다우지수 등 미국 3대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주가 하락과 원·달러 환율 급등이 이어지는 모습이다.최 부총리는 “중동,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향후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세계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흐름,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정부는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관계기관이 긴밀히 공조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롯데호텔 서울에서 ‘대미 투자 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반도체·전자, 자동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소재 화학 등 분야 주요 대미 투자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 본부장은 “정부는 향후 트럼프 신(新)행정부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다양한 가능성에 차분하고도 철저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참석자들은 민관이 합심해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이익 보호를 위해 긴밀히 대응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정 본부장은 “정부는 우리 업계와 긴밀한 공조 체계를 구축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미국 신행정부 및 업계 주요 인사 등과 협의가 적시에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한편 기재부와 외교부 산업부는 이날 ‘관계부처 1급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해 미 대선 결과에 따른 영향을 점검하고 향후 범정부 차원의 대응계획을 논의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원칙적으로 매주 관계 부처 장관(기재부·외교부·산업부·국조실 등) 간담회를 열고 미국 신정부 출범 관련 정보 공유 및 정부 차원 대응 방향을 조율할 방침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통화에서 ‘이른 시일 내 회동’에 합의한 만큼 미 신정부 고위급 교류와 관련한 의제 등도 협의할 계획이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