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박선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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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선희 기자입니다.

teller@donga.com

취재분야

2025-02-13~2025-03-15
문학/출판67%
인사일반17%
칼럼7%
문화 일반7%
음악2%
  • [어린이 책]마법의 물뿌리개야, 내 키도 크게 해 줘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려던 니나가 거리 한편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서 노란색 물뿌리개를 발견한다. 호기심을 갖는 니나에게 지나가던 이웃이 “그냥 오래된 물뿌리개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니나는 이미 이 물뿌리개가 마음에 든다. 재활용하면 좋겠다며 물뿌리개를 갖고 와 집에 있는 화분에 물을 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물뿌리개로 물을 준 모든 것이 갑자기 커진다. 화분, 고양이, 심지어 차까지. 평소에 키가 작다고 여겼던 니나는 한 가지 발칙한 생각을 해본다. ‘그럼 나도?’ 하지만 웬일인지 물을 뿌린 니나는 커지기는커녕 훨씬 작아지고 만다. 알고 보니 물의 온도에 따라서 사물이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는 거였다. 니나는 과연 엄마가 집에 오기 전까지 뒤죽박죽이 된 모든 것을 원래 크기로 만들어 놓을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는 어른들 눈에는 쓸데없이 보이는 물건도 신기한 장난감이나 놀이기구가 된다. 버려진 물건 더미 속에서 귀신같이 갖고 놀 만한 것을 찾아내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재미있게 그려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19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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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니 ‘루비’ 초동 66만장…올해 女솔로 최고 기록

    걸그룹 블랙핑크 제니의 첫 솔로 정규앨범 ‘루비’(Ruby)가 발매 첫 주 66만장 넘게 판매됐다. 올해 K팝 여성 솔로 아티스트가 발매한 앨범 가운데 가장 높은 첫 주 판매량이다.14일 소속사 OA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루비’는 K-POP 실시간 음반·음원 판매량 차트인 한터차트 기준 발매일인 7일부터 전날까지 총 66만1130장이 팔렸다. ‘루비’는 발매 이후 미국 애플뮤직 ‘톱 앨범’ 차트 9위, 유럽 애플뮤직 ‘톱 앨범’ 차트 2위를 기록하는 등 국내외에서 호응을 받았다. 타이틀곡 ‘라이크 제니’(like JENNIE)는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글로벌’ 차트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제니는 15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더 루비 익스피리언스’(The Ruby Experience) 공연을 연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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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가 섬그늘에…’ 부산에 동요 ‘섬집아기’ 기념비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이란 노랫말로 국민적 사랑을 받는 동요 ‘섬집아기’ 기념비가 올해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에 세워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 송정동 주민들이 만든 사단법인 송정동개발위원회는 9일 “섬집아기 기념비 설립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개발위원회는 최근 ‘섬집아기 시비 건립 추진위원회’를 발족했으며, 관련 제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섬집아기’는 아동문학가 한인현 선생(1921∼1969)이 1946년 발간한 ‘민들레’ 동시집에 수록된 시다. 발간 4년 뒤 동요로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노래로 자리 잡았다. 한 선생은 실제로 자신의 고향인 함경남도 원산 명사십리와 닮은 송정동 바닷가에서 굴을 따는 여인들을 보고 일찍 여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동시를 지었다고 한다. 개발위원회 측은 “섬집아기가 수록된 시집은 1946년 10월 한글날을 기념해 발간된 것”이라며 “이에 맞춰 10월에 기념비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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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처음 올라간 이층 침대… 순식간에 백층 침대로

    이층 침대에서 잠을 청하는 남매. 여동생은 “이층은 위험한 곳이야!”라는 오빠 말을 들으면서도 이층이 어떤 곳인지 늘 궁금해한다. 자려고 불을 끄고 “진짜 위험해?” “오빠, 자?” 물을 때마다, 위에서 들려오는 오빠의 대답에 따라 남매는 차로 변한 이층침대를 타고 유령이 출몰하는 도시를 가로지르거나, 정글 속을 여행하고, 북극을 탐험한다. 이층 침대는 남매의 상상이 마음껏 펼쳐지는 비밀기지.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고 만다. 며칠 집을 떠난 오빠 없이 혼자 침대에 누운 동생. 몰래 이층으로 올라가 본다. 이층은 정말 위험한 곳일까? 오빠 말은 정말이었다. 이층 침대가 갑자기 3층, 4층…100층까지 끝도 없이 높아지더니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만큼 높아진다. 불 켜진 병원 창가, 오빠가 있는 곳이 보인다. “놀랐어? 나야!” 이층 침대에서 자라난 덩굴을 잡고 오빠가 있는 창가로 뛰어내리는 여동생. 어린 남매의 우애와 천진한 상상력을 아름답게 그려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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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간 원고 두번 엎어… 엄마-작가 정체성 고민, 이젠 놔줬어요”

    소설가 정한아가 이달 펴낸 장편소설 ‘3월의 마치’는 ‘역주행 작품’으로 유명해진 전작 ‘친밀한 이방인’ 이후 8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다. ‘친밀한 이방인’이 수지, 정은채 등이 출연한 드라마 ‘안나’의 원작소설로 뒤늦게 큰 화제가 됐던 만큼 차기작에 대한 관심도 컸다.‘3월의 마치’는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흡인력 강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성공한 노년의 여배우 ‘이마치’가 아파트 각 층마다 살고 있는 다른 나이대의 자신과 마주치며 망각한 고통스러운 가족사와 대면한다는 줄거리다.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는 “어느 날 여러 연령대의 내가 집으로 나를 찾아오는 꿈을 꿨다. 그 꿈이 아파트의 각 층마다 지나온 시절의 내가 살고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연결이 되며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거짓말’이라는 전작의 화두는 이번 소설로도 이어진다. 여성스러움을 과시하지만 모든 게 거짓이었던 안나처럼, 이마치 역시 가짜 삶을 연기한다. ‘국민 어머니’로 불리지만, 사실상 어머니로서는 실패했다. 기지촌에서 자라며 부모에게 방임·학대당한 상처를 자녀들에게 대물림한다.이마치의 실패한 모성에서 보듯, 차용되고 학습된 ‘가짜 여성성’이란 화두는 두 아이를 키우며 작가로서의 삶을 병행하고 있는 정 작가 자신이 10년에 걸쳐 몸으로 부딪혀 온 주제다. 대학교 4학년 때 등단한 뒤 여러 문학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주목받는 20대 작가로 활약했지만 30대 결혼과 육아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가로막히는” 순간을 경험했단다. “어머니 되기란 게 꿈과 경력, 자신이 부서지는 일이라면 그 의미는 어디에 있는지 오래 고민했다”고 한다.특히 이 두 작품을 쓸 때 그런 고민이 정점에 있었다.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며 내면이 망가진 소설가가 화자인 ‘친밀한 이방인’은 작가가 둘째를 출산한 뒤 조리원에서 교정을 봤다. ‘3월의 마치’ 초고는 첫째 초등학교 입학 전 사력을 다해 완성했다. “일단 애가 학교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주변 말에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이후 원고를 두 번이나 엎으며 완고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다. 정 작가는 “엄마의 흠까지 사랑해주는 아이들을 보며 결말이 소화될 만큼 숙련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에게 ‘친밀한 이방인’이 모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 작품이었다면, 이 책은 그에 대한 나름의 답신이다.생활의 한계와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놓고 오래 씨름했지만, 이 소설을 쓴 뒤엔 “이젠 이 고민을 놔줄 때”란 생각이 들었단다. 오랜 고민의 해답이자 소설의 정점이 될 반전은 맨 마지막에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엄마의 다른 이름은 ‘사랑받은 존재’이고, 이 소설도 결국 그에 대한 이야기”라고 힌트를 줬다.정 작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게 된 데는 드라마 ‘안나’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운이 참 좋았다”고 했다. 이주영 감독이 원작 소설에 대한 애정이 컸고, 계절마다 만나서 제작 상황을 공유해주며 친구처럼 친해졌다고 한다.“책마다 운명이 있다고들 하는데 그게 그 책의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하고 잔치 같은 일이었지만, 결국 책 ‘외부의 일’이라고 느꼈어요. 소설 안에서 완전한 이야기, 소설의 화법에 맞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정 작가는 “문학적 야심, 작가로서의 야망 같은 거 다 내려놨다. 오늘 하루 내가 만족하는 소소한 글쓰기를 하는 지금이 되게 행복하다”며 “이제 또 다른 이야기가 날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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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형기 서울대 정치학부 교수, 亞 최초 ‘칼 도이치상’ 수상

    권형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58·사진)가 한국인 최초로 세계정치학회(IPSA)가 수여하는 2025년 ‘칼 도이치상(Karl Deutsch Award)’ 수상자로 선정됐다. 칼 도이치상은 정치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도이치 전 하버드대 교수(1912∼1992)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7년 제정됐다. 세계 정치 분야에서 학제 간 연구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정치학자에게 수여된다. 세계적인 정치학자인 후안 린츠 예일대 명예교수와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명예교수 등이 수상했으며, 아시아 정치학자가 받는 건 처음이다. 권 교수는 4일 “영광스럽지만 과분한 상이라 무겁게 느낀다”며 “더 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미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과 독일, 일본, 한국 등의 거버넌스가 세계화 흐름에 적응하는 다양한 방식에 주목해 왔으며, 최근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는 ‘개방과 조정’ ‘경쟁을 통한 변화’ 등이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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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안경을 잃어버린 안경 곰… 세상이 신기하게 보여요!

    시력이 나빠 안경을 써야 하는 곰. 머리 위에 걸쳐둔 안경을 찾지 못하고 두리번거리다 기린 집에 두고 온 것 같다며 길을 나선다. 매일 지나던 길인데 오늘 따라 못 보던 동물들이 유난히 많다. 먼저 멋진 뿔의 사슴과 초록색 악어가 보인다. 코끼리, 홍학 등도 있다. 실은 눈이 나쁜 곰이 가지가 갈라진 나무, 초록 덤불, 암석과 꽃을 다른 동물로 착각한 것이다. 곰은 기린 집에 누워 있는 거대한 얼룩 무늬 동물을 뱀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기린이다. 기린이 머리 위에 얹힌 곰의 안경을 찾아준다. 모든 게 또렷히 보이지만, 방금 전까지 보던 신기하고 멋진 다른 동물들은 아무리 길을 되짚어가도 보이지 않는다. 안경이 망가진 건 아닌가 싶어서 안경을 벗어 살펴보던 곰의 눈에, 드디어 뭔가가 다시 보인다. 멀리 활짝 핀 꽃을 가리키며 곰이 외친다. “사자 세 마리!” 때론 불안정하고, 낯선 상황이 재미있고 신선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줄 수 있다.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법을 알려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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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배우 해크먼, 자택서 아내-반려견과 숨진채 발견

    오스카상을 두 차례 수상한 미국 배우 진 해크먼(사진)이 95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해크먼과 그의 아내 베치 아라카와(63)는 전날 오후 미국 뉴멕시코주 샌타페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부가 기르던 개도 함께 죽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범죄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1930년생인 해크먼은 60년 동안 배우 활동을 했으며 ‘프렌치 커넥션’ ‘미시시피 버닝’ ‘포세이돈 어드벤처’ 등 80편에 달하는 작품에 출연하면서 총 5번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다. 1970, 80년대 가장 주목받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평범하면서도 미묘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해 주목받았다. 1971년 영화 ‘프렌치 커넥션’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1992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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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다는 것 파고들다보니… 사실은 듣는 것에 가까워”

    소설가 김숨은 증언과 문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일궈온 작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나 극동 러시아로 강제 이주한 조선인 등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서 기록과 예술의 교차점에 오래도록 천착해왔다. 그가 이번에 시각장애인 다섯 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들이 본 세상을 그려낸 연작소설 ‘무지개 눈’을 펴냈다. 17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는 “불면의 밤을 보내던 힘든 시기에 문득 보지 못하는 분들 생각이 났다. 막연히 안개 같은 희뿌연 세상을 볼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게 아닐 것 같았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작품을 쓰게 된 계기를 밝혔다. 소설은 선천성 전맹인 주부, 선천성 저시력에서 전맹이 된 특수교사 등 각자 다른 화자가 등장하는 다섯 개의 단편으로 구성됐다. 4∼5년 전, 맹학교 특수교사 이진석 씨를 알게 된 뒤에 선천성 전맹인 주부 전주연 씨, 전맹이면서 안마사로 일하는 김희정 씨 등 여러 시각 장애인들을 차례로 만나 인터뷰했다. 점자를 더듬으며 “혼자 ‘혼자’를 만지는” 맹학교 학생, 눈물이 고일 때마다 눈에 무지개가 뜨는 선천적 저시력자 등을 통해서 독자들은 이들이 보는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 낯선 상상을 해 보게 된다. 김 작가는 여러 해에 걸친 교류를 통해 이들의 삶에 대한 사실적 이해에 공을 들였다. 동시에 이를 점자나 노래, 희곡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시적 문장들로 풀어냈다. 상대를 타자화해 서사의 일부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 대상에 순수하게 몰입한 뒤 새로운 목소리를 불러냈다. 그는 “녹취나 기록을 하지 않는 대신 제 안에서 만들어진 문장에 집중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최선을 다해 ‘들어야’ 한다. 그에게 “듣기는 오랜 문학적 고민이자 주제”다. “소설가에게 듣기는 지워지고 삭제된 존재, 부정당해 훼손된 존재를 되살려내는 행위 같아요. 맞은편 누군가의 미세한 소리나 몸짓, 속삭임까지 다 알아차리는 이분들이야말로 저에게 듣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준 분들이에요.” 그래서 그는 이 작품을 “보는 것에 대해 썼지만, 사실은 듣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소설에서 시각장애인들은 ‘본다’는 말을 자주 쓴다. 서로를 향해 “뭘 보고 있냐”고 묻고, 수평선이나 새, 무지개를 “봤다”고도 말한다. 이 작품에서 ‘보다’는 시각적 인지를 넘어 오감으로 세계를 감각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바다를 보지 못한다고 해서 바다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죠. 눈이 아닌 다른 것으로 봐요. 데이트할 땐 이들도 영화를 보러 가거든요. 이들이 일상과 삶을 살아내는 방식을 이해하고 열린 시선을 갖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1997년 등단한 김숨은 2005년 첫 소설집 ‘투견’을 낸 이후 거의 매년 책을 출간했다. 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대산문학상 등 거의 모든 문학상을 받았다. 추천사를 쓴 김정환 시인 말처럼 “이렇게 중단없이 쓰다가 쓰러지는 것 아니냐”는 동료들의 애정 어린 걱정도 받는다. “소설은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의 결과물 같아요. 이제 조금은 소설이 뭔지 알 것 같습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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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촌기념회, 고교-대학생 33명에 장학증서

    인촌기념회(이사장 이진강)는 2025학년도 1학기 장학생으로 대학생 21명과 고등학생 12명을 선발해 24일 장학증서를 수여했다. 인촌기념회는 일제강점기 민족교육 운동을 벌인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1967년부터 장학사업을 벌여왔다. 지금까지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4113명에 이른다. 이날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수여식에는 대학생 9명이 참석해 장학증서를 받았다. 이 이사장은 장학생들에게 “인촌 선생은 사사로운 손익을 따지지 않고 항상 바르고 옳은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셨다”며 “선생의 좌우명인 ‘공선사후(公先私後)’, 즉 사익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신을 잘 새겨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인촌장학생동문회(회장 김문석)는 회원들이 모금한 장학금 500만 원을 인촌기념회에 전달했다. 대학 시절 인촌기념회에서 장학금을 받아 공부한 인촌장학생 동문들은 2011년부터 해마다 기부금을 모아 전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인촌장학생 동문인 정준희 에이치케이건축사사무소 부회장은 2023년 8월부터 매월 100만 원씩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다. 김 동문회장은 “인촌장학회 출신들은 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학생들도 장학금을 계기로 많이 배우고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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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모습도 성격도 제각각 다채로운 나의 친구들

    3월 신학기 첫 등교를 앞두고 학부모도, 예비 신입생들도 설레어하는 시즌이다. 학교란 어떤 곳일까. 수백 년 된 커다란 떡갈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학교는 서로 다른 모습, 다른 삶, 다른 성격과 태도로 살아온 아이들이 풍경의 일부로 어우러지는 곳이다. 아이들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찰랑이는 생머리, 솟구친 분수머리, 쏟아지는 폭포머리. 피부 빛깔도 진흙빛, 무지갯빛, 바람과 비의 빛깔로 다르다. 외모도 다르고 이름도 다르고 생각도 믿음도 다르다. 하지만 수업 시간 행성과 별, 구름과 강과 산의 이름을 부르고 함께 상상의 하늘과 바다를 가로지르면서 모두 하나가 되는 곳, 그런 곳이 학교다. 이 책은 다인종, 다민족 구성이 두드러진 학교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다름이 어우러지면서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은 어떤 학교에서든 동일할 것이다. 걱정 마, 괜찮아, 다독인 뒤 “우리 학교에는 모두를 위한 자리가 있어”라고 말한다. 시적인 문장, 수채화처럼 편안한 그림이 어우러져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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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선희]텍스트힙 시대 얇아진 책… 일상에 스며드는 독서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가 선비 집안의 예절과 문화를 고찰한 ‘사소절’에는 책을 다루는 우리 선조들의 엄격한 자세가 잘 드러난다. 스스로를 ‘간서치(看書痴·책만 보는 바보)’라 칭했을 정도로 책을 좋아했던 그는 “그냥 대충 보아 넘기고 나서 널리 보고 많이 읽었다며 떠벌리고 다녀선 안 된다”고 지적 허세를 경계하는 한편, 서적 자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해서도 꼼꼼히 언급하는데 뜨끔한 부분이 많다. “책을 읽을 때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지 말라. 손톱으로 줄을 긋지도 말고…베지도 말고, 팔꿈치로 괴지도 말라…청소하는 곳에서는 책을 펴보지도 말라. 책을 던지지 말고, 심지를 돋우거나 머리를 긁은 손가락으로는 책장을 넘길 생각도 하지 말라.” 본받을 만한 깔끔한 습관이긴 하지만, 이 기준에 비춰 보면 현대인 중 누구도 제대로 된 지식인이라고 하긴 어려운 것 아닌가 싶다. 연간 국내에서 발행되는 신간 종수가 6만 종이 넘는 시대, 책의 물성 자체를 이렇게 신성시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한국인들이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이덕무가 경고한 것 이상으로 책을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 같다. 성인 평균 독서율이 연간 세 권 정도, 10명 중 6명이 한 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한국의 낮은 독서율을 살펴보면, 독서란 행위는 친근한 일상이라기보다는 큰 마음먹고 하는 연례의식처럼 비장하게 느껴진다. 최근 서점가에선 가볍게 넘겨 볼 수 있는 얇고 작은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경장편 시리즈가 늘기 시작하더니 이젠 ‘위픽 시리즈’ ‘달달북다’처럼 단편소설 하나만 갖고 단행본으로 만들어 내는 시리즈까지 여럿 생겼다. 몇 년에 걸쳐 쓴 단편소설 예닐곱 편은 모아야 책 한 권이 된다고 생각했던 예전 기준으로 보면 파격이다. 월별로 새로 나오는 에세이 시리즈 ‘시의적절’ 같은 것도 있다. 제철 음식처럼, 책도 제철 읽을거리를 즐기란 뜻이란다. 책과 잡지의 하이브리드 같다. 호흡과 순환주기가 짧고 가벼운 이런 책들을 두고 일각에선 숏폼에 익숙해져 책을 안 읽는 영상세대를 잡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 독자를 겨냥해 얇아지는 책들은 단순히 책의 크기와 두께가 줄어든 것만이 아니라 ‘책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같이 깬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책을 가까이하기 어려운 이유 중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4.4%)만큼 많은 것이 ‘책 이외 매체(스마트폰·텔레비전·영화·게임 등) 때문’(23.4%)이었다. 독서란 행위 자체가 능동적인 사고를 요구하긴 하지만, 책 읽는 게 다른 콘텐츠와는 달리 ‘각 잡고’ 해야 하는 특별한 일처럼 느껴지면 책을 고르는 것도, 읽는 것도 더 어렵게 된다. 어떤 계기로든 읽는 즐거움을 누려본 사람들이 자발적인 독서, 깊이 있는 독서의 세계로 나아간다. 텍스트힙이 유행하며 등장하는 얇은 책들이 독서를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박선희 문화부 차장 teller@donga.com}

    • 2025-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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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진짜 이상한 내 짝꿍… 왜 자꾸만 생각날까

    수업 시간에 툭하면 딴짓을 하고, 코로 리코더를 부는 김다빛. 이해할 수 없는 행동만 골라 하는 반에서 가장 이상한 아이가 짝꿍이다. 마음에 꼭 드는 짝꿍을 만나게 해달라고 그렇게 기도했건만, 뭐 하나 평범한 게 없다. 주인공은 김다빛을 볼 때마다 속으로 투덜투덜 ‘하여튼 이상해’라는 말을 반복한다. 그런데 어느 날 체육 시간, 현란하게 피구 공을 피하며 요란법석을 떨던 다빛이가 주인공을 대신해 공을 맞고 쓰러진다. 김다빛은 넘어진 채로 주인공을 올려다보면서 묻는다. “괜찮냐?” ‘피구 공에 맞은 건 본인이면서 왜 나한테 괜찮냐고 묻는 거야?’ 그때부터다. 하여튼 이상한 김다빛…. 이상하긴 여전히 이상한데 자꾸 다른 관점에서 보인다. 김다빛을 볼 때마다 일거수일투족이 이상하게 신경 쓰이고, 얼굴이 붉게 물드는 주인공. 김다빛의 초등 남아다운 유치하고 소란스러운 행동은 달라진 게 없는데도, 심지어 더 잘생겨 보이기까지 한다. 이유 없이 콩닥대는 따스한 감정을 처음 느끼기 시작한 주인공의 심리가 익살맞은 그림과 유쾌하게 어우러진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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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간 20여년 지나… 불티나게 팔리는 ‘모순’ 미스터리

    출간된 지 30년 가까이 된 소설이 도대체 어떤 마력을 지닌 걸까. 지난해에도 큰 인기를 끌었던 양귀자 작가의 소설 ‘모순’이 새해 들어서도 전년보다 두 배가량 판매량이 늘어나며 출판계의 ‘모순 미스터리’를 이어가고 있다. 27년 전 출간됐다가 5년여 전부터 역주행을 시작한 소설은 최근 몇 년 동안 별다른 마케팅도 없이 불티나게 팔린다. 11일 교보문고와 예스24 종합베스트셀러 종합순위에서 ‘모순’은 5위다. 지난해 말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잠시 순위가 밀렸던 시기를 빼면 줄곧 종합순위 상위권이다.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1월 ‘모순’의 전년 대비 판매증가율은 97%에 이른다. 2020년 갑자기 전년보다 158% 판매량이 뛰면서 베스트셀러에 재진입한 이 책은 2023년 85%, 2024년 131% 등 해마다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최근 170쇄까지 찍었다. ‘모순’은 ‘원미동 사람들’(1986년)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1992년) 등으로 1990년대를 휩쓸었던 베스트셀러 작가인 양귀자가 1998년 살림출판사에서 출간했던 장편소설. 결혼을 앞둔 20대 여성이 눈앞에 놓인 모순적 현실과 씨름하는 줄거리로 외환위기 직후인 그해 40만 부가 팔렸다. 이후로도 30대 여성들이 주로 읽는 스테디셀러이긴 했지만 세월이 흐르며 판매량은 줄어들었다. 2013년경 쓰다출판사로 판권을 옮기기 전 잠시 절판된 적도 있다. 개정판 출간 뒤에도 성적은 엇비슷했다. 판매량이 급증한 건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유행한 2020년 무렵부터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독서에 대한 관심이 커진 시기이긴 했지만 ‘특별한 계기’를 찾기 어려웠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파워 유튜버들이 ‘인생 책’으로 꼽으며 회자됐지만, 이는 이미 판매가 급상승한 뒤에 나온 콘텐츠들”이라며 “꾸준히 보태진 독자들의 평과 입소문의 힘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020년경 한국 문단에 불어온 ‘페미니즘 리부트’ 영향이란 진단도 나왔지만, 이 역시 불충분하다. 심은우 쓰다출판사 대표는 “모순은 전통적인 페미니즘 메시지와는 결이 다른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출판계에선 모순이 강렬한 문장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문학을 소비하는 2030 트렌드와 잘 맞는 소설이란 진단도 나온다. ‘모순’엔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등 삶을 꿰뚫는 듯한 아포리즘적 문장이 적지 않다. 최근 출판계에서 또 다른 역주행 신화를 쓰고 있는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2023년)이나 정대건 작가의 ‘급류’(2022년)도 이처럼 강렬하고 감각적인 문장들로 관심을 모았다. 모순은 2020년만 해도 20대 구매 비중이 14%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24%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여성 독자 비율은 87%다. 김 담당은 “모순을 신간으로 알고 읽는 20대도 상당수다. 광고 카피 같은 문장도 많고, 선택의 기로에 놓인 20대의 고민이 잘 담겨 동시대성이 여전히 살아 있는 작품”이라며 “당분간 이런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양 작가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000년대 이후 작품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작가는 인터뷰도 일절 고사하고 있다. 쓰다출판사 측은 “특별한 반응은 없으셨지만 ‘젊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보는 게 신기한 일이다’ 정도의 말씀은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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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료 가수 ‘해뜰날’ 합창 들으며 떠난 송대관

    “대관이 형 잘 가. 영원한 나의 라이벌이여.”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고(故) 송대관의 영결식에서 추도사에 나선 가수 태진아가 손을 흔들며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대한가수협회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유족과 동료 가수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고인의 막역한 후배로 알려진 가수 태진아는 “치매를 앓는 제 아내가 대관이 형을 기억하는 모습을 보며 아내를 끌어안고 울었다. 대관이 형이 그만큼 우리와 가깝게 지냈으니 기억해주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설운도는 “가수는 결국 무대에서 시작해 무대에서 생을 마감한다”며 “마지막까지 무대에서 하고 싶은 일을 웃으면서 하시다 가셨기에 마음은 아프지만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동료 가수들이 고인의 대표곡 ‘해뜰날’을 조가로 합창하자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태진아, 설운도, 고(故) 현철과 함께 ‘트로트 사대천왕’으로 불렸던 고인은 1967년 데뷔한 후 ‘해뜰날’ ‘네박자’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앞서 7일 향년 79세로 별세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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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멀리 떠난 친구가 그리워? 비둘기 구구에게 털어놔!

    아흔아홉 살의 비둘기 구구. 망자를 저승으로 데려다주는 저승차사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최고의 저승차사’로 뽑힐 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있던 구구. 하지만 그에게도 약점이 있다. 바로 공감 능력 부족. 이별로 슬픔을 겪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의 까칠함 때문에 저승에 항의들이 쇄도한다. 그 벌로 이승에 내려가 이별로 슬퍼하는 아이들을 위로하라는 특별한 임무를 받게 된다. 난처해한 것도 잠시. 구구는 ‘구구옥’이란 공간을 만들고 고객을 기다린다. 그리고 얼마 뒤, 어린이 손님들이 구구옥의 문을 두드린다. 동생처럼 여기던 반려묘를 떠나보내고 슬퍼하는 아이, 위탁가정에서 함께 지내던 아기가 입양 간 뒤 그리워하는 어린이…. 여전히 공감 능력이 곳곳에서 막히지만, 어린이 손님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구구는 때로는 누군가의 말을 정성껏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픔이 옅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워 나간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방법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알려주는 이야기. 유머러스한 삽화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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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선희]대세가 된 ‘저속 노화’, 식단보다 더 중요한 것

    파로, MCT오일, 방탄커피, 차지키 소스. 이런 이국적 식재료나 음식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요즘 트렌드를 잘 따라가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대세가 된 ‘저속 노화’에 단골로 언급되는 식자재들이기 때문이다. 저속 노화란 건강하게 생활하며 천천히 나이 드는 걸 일컫는다. 근래 책, 영상을 불문하고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소재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생활 속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저속 노화 식단법을 찾는 이가 많아졌다. 지중해식, 디톡스 등의 명칭으로 불렸던 건강식의 또 다른 지류인 셈인데, 노화를 가속시키는 혈당 스파이크를 막기 위한 관리법, 세포 손상을 방지하는 항산화 식품 섭취 등을 강조한다. 서점가에서 저속 노화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건 지난해부터였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의 ‘저속노화 식사법’이 베스트셀러가 된 뒤로 같은 키워드를 담은 책들이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다. 야근과 과로, 유행병 같은 다양한 스트레스와 배달·가공식품 노출로 ‘가속 노화’ 페달을 밟고 있는 현대인의 몸을 지키자는 취지다. 채널A도 지난달 28일부터 배우 신애라가 힐링이 필요한 게스트를 초청해 저속 노화 테라피를 제공하는 ‘테라피 하우스 애라원’을 새롭게 선보였다. 저속 노화란 테마가 얼마나 인기 있는 화두가 됐는지를 보여 준다. 노화의 징후에 당면한 장년층뿐 아니라 자기관리에 철저한 2030세대가 이 트렌드를 이끄는 또 다른 주축이란 점도 흥미롭다. 저속 노화는 한때 유행했던 ‘안티에이징(Anti-aging)’과는 차이가 있다. 식품·뷰티 등 산업 전방위에서 이 용어를 마케팅에 활용했지만, 이제는 해외에서도 저속 노화의 개념을 담은 ‘슬로 에이징(Slow Aging)’이 일반화되고 있다. 노화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던 안티에이징과 달리 슬로 에이징은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먹고 운동하는 방식뿐 아니라 마음챙김, 명상 등을 통해 나이를 떠나 자기 효능감과 내재 역량을 높인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저속 노화 열풍이 뜨겁지만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행복하게 나이 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연령으로 능력, 태도를 판단하는 연령주의(ageism)로 인해 고령층은 양질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이 빈곤층이다. 노인 비하나 혐오도 만연하다. ‘2024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60세 이상 노인의 행복도(59위)가 30세 이하 청년 행복도(52위)에 비해 떨어지는 나라다. 일본, 미국의 경우 노인의 순위가 청년보다 훨씬 높았다. 노화를 지혜롭게 수용하자는 측면에서 저속 노화 트렌드는 반갑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저속 노화에 대한 열띤 관심이 보여 주듯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는 세대를 떠나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가 됐다. 하지만 행복한 노년을 뒷받침할 장치가 부실한 사회에서의 저속 노화는 젊음에 대한 집착이나 노화 혐오 수준에 머물던 과거 유행의 되풀이일 뿐임을 유념해야 한다.박선희 문화부 차장 teller@donga.com}

    • 2025-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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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신라 배경 미스터리, 요즘처럼 분열-화합이 화두… 그래서 더 마음 끌려”

    시리즈물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동일한 등장인물과 배경 혹은 유사한 패턴의 사건? 베스트셀러 작가 정세랑의 정의는 훨씬 명쾌했다. “2권이 있느냐, 없느냐죠. 일단 2권이 나와야 ‘진짜’ 시리즈가 되는 거잖아요.”최근 가장 주목받는 한국 작가 중 하나인 그가 지난달 역사 추리소설 ‘설자은’ 시리즈의 2권 ‘설자은, 불꽃을 쫓다’(문학동네)를 펴냈다. “10권 이상 가는 시리즈로 만들고 싶다”며 2023년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를 선보인 지 1년여 만이다.3일 만난 정 작가는 공언대로 시리즈 구색을 갖출 새 책을 내놓은 것에 “큰 안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번 책은 속편이지만 작가 말처럼 시리즈의 ‘진짜 시작’이 되는 셈이다. 정 작가는 판타지 소설로 등단한 뒤 드라마 시리즈의 원작인 ‘보건교사 안은영’, 모계적 상상력을 드러낸 ‘시선으로부터’ 등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을 오가며 작품마다 화제를 모았다. 미스터리 도전은 설자은 시리즈가 처음이다. 중세 수도원이 배경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같은 역사 추리물을 좋아해 써보고 싶었단다. 통일신라가 배경이 된 건 역사를 전공한 작가의 이력(고려대 역사교육과)과 연관이 깊다. 그는 “반만년의 역사 중 가장 관심 가는 게 통일신라 시대 20∼30년 정도 시기”라며 “(오늘날처럼) 분열과 화합이 화두였던 시기라 마음이 끌렸다”고 했다. “어떤 비극에도 안전한 심리적 거리”가 있는 ‘먼 과거’란 점도 매력을 느꼈다. 신라인들의 삶은 소설에서 호쾌하게 되살아난다. 급환으로 죽은 오빠 신분으로 살게 된 남장 여자 설자은. 당나라 유학을 마친 뒤 신문왕에게 집사부 대사로 발탁돼 나라를 뒤흔든 미스터리를 해결해 나간다. 귀국길에 알게 된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과 콤비를 이룬다. 절제된 문장 속에 캐릭터와 결합된 ‘B급 코드’를 터뜨리는 정세랑표 유머는 어떤 경지에 이른 듯하다. 작가는 문헌과 취재 등 다방면의 고증을 더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등 시민으로 살아야 하는 말갈인이나 백제 잔민의 서러움, 왕권 강화에 불만을 품은 세력의 반발 등이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가 된다. 그는 “신문왕은 재위 기간(681∼692년)이 짧지만 국학 설립, 천도 시도 등 합리적인 시도와 성취가 많아 다룰 내용이 풍부하다”며 “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의 소장 자료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설자은 시리즈는 특히 어린 독자가 많다고 한다. 정 작가는 “배송 온 책을 중학생 딸이 낚아채 가버렸단 후기를 읽었는데 작가로서 기쁜 장면이었다”며 “낯설 수도 있는 책을 깊이, 친숙히 읽어줘 감사하다”고 했다. 덕분에 책임감도 커졌다. “어린 독자가 많아지다 보니 폭력적이거나 부적절하진 않나 점검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벌써부터 “3권은 더 잘 쓰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바꿀 수 없는 거대한 시류에 떠밀린 설자은의 상황이 다음 권에서 이어질 예정. 계획대로면 내년 이맘때쯤 나온다. 정 작가는 “현대물이 아니라 이야기 윤곽만 있고 나머지는 상상으로 채워 넣는 게 어렵다”면서도 “시리즈물의 매력은 써나갈 때마다 캐릭터와 친해지는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시리즈의 끝, 등장인물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작가는 연도를 역산해 보는 듯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자은의 미래는 알아요. 모든 일을 겪고 아주 나이 든 모습을 그리고 싶거든요. 자은이 장수한다는 전제하에, 신문왕과 효소왕을 거쳐 성덕왕까진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네요!”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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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랑 작가, 통일신라 배경 탐정물 ‘설자은 시리즈’ 2권 출간

    시리즈물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동일한 등장인물과 배경, 혹은 유사한 패턴의 사건? 베스트셀러 작가 정세랑의 정의는 훨씬 명쾌했다. “2권이 있느냐 없느냐죠. 일단 2권이 나와야 ‘진짜’ 시리즈가 되는 거잖아요.”최근 가장 주목받는 한국 작가 중 하나인 그가 지난달 역사 추리소설 ‘설자은’ 시리즈의 2권 ‘설자은, 불꽃을 쫓다’(문학동네)를 펴냈다. “10권 이상 가는 시리즈로 만들고 싶다”며 2023년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를 선보인지 1년여 만이다.3일 만난 정 작가는 공언대로 시리즈 구색을 갖출 새 책을 내놓은 것에 “큰 안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번 책은 속편이지만 작가 말처럼 시리즈의 ‘진짜 시작’이 되는 셈이다. 정 작가는 판타지 소설로 등단한 뒤 드라마 시리즈의 원작인 ‘보건교사 안은영’, 모계적 상상력을 드러낸 ‘시선으로부터’ 등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을 오가며 작품마다 화제를 모았다. 미스터리 도전은 설자은 시리즈가 처음이다. 중세 수도원 배경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같은 역사 추리물을 좋아해 써보고 싶었단다. 통일 신라가 배경이 된 건 역사를 전공한 작가의 이력(고려대 역사교육학과)과 연관 깊다. 그는 “반만년의 역사 중 가장 관심 가는 게 통일신라 시대 20~30년 정도 시기”라며 “(오늘날처럼) 분열과 화합이 화두였던 시기라 마음이 끌렸다”고 했다. “어떤 비극에도 안전한 심리적 거리”가 있는 ‘먼 과거’란 점도 매력을 느꼈다. 신라인들의 삶은 소설에서 호쾌하게 되살아난다. 급환으로 죽은 오빠 신분으로 살게 된 남장여자 설자은. 당나라 유학을 마친 뒤 신문왕에게 집사부 대사로 발탁돼 나라를 뒤흔든 미스터리를 해결해 나간다. 귀국길에 알게 된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과 콤비를 이룬다. 절제된 문장 속에 캐릭터와 결합된 ‘B급 코드’를 터뜨리는 정세랑표 유머는 어떤 경지에 이른 듯하다. 작가는 문헌과 취재 등 다방면 고증을 더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등 시민으로 살아야 하는 말갈인이나 백제 잔민의 서러움, 왕권 강화에 불만을 품은 세력의 반발 등이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가 된다. 그는 “신문왕은 재위 기간(681~692년)이 짧지만 국학 설립, 천도 시도 등 합리적인 시도와 성취가 많아 다룰 내용이 풍부하다”며 “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의 소장자료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설자은 시리즈는 특히 어린 독자가 많다고 한다. 정 작가는 “배송 온 책을 중학생 딸이 낚아채 가버렸단 후기를 읽었는데 작가로서 기쁜 장면이었다”며 “낯설 수도 있는 책을 깊이, 친숙히 읽어줘 감사하다”고 했다. 덕분에 책임감도 커졌다. “어린 독자들이 많아지다보니 폭력적이거나 부적절하진 않나 점검하게 된다”고 했다.그는 벌써부터 “3권은 더 잘 쓰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바꿀 수 없는 거대한 시류에 떠밀린 설자은의 상황이 다음 권에서 이어질 예정. 계획대로면 내년 이맘때쯤 나온다. 정 작가는 “현대물이 아니라 이야기 윤곽만 있고 나머지는 상상으로 채워 넣는 게 어렵다”면서도 “시리즈물의 매력은 써나갈 때마다 캐릭터와 친해지는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언제가 될지 모르는 시리즈의 끝, 등장인물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작가는 연도를 역산해보는 듯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자은의 미래는 알아요. 모든 일을 겪고 아주 나이 든 모습을 그리고 싶거든요. 자은이 장수한다는 전제하에, 신문왕과 효소왕을 거쳐 성덕왕까진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네요!”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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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영문판 잇단 출간

    한강 작가(사진)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We Do Not Part’) 영문판이 올해 해외 각지에서 잇달아 출간되자 현지 주요 외신들도 관련 리뷰 및 특집 인터뷰 등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이 책은 2021년 출간됐지만, 영미권에선 지난해 10월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뒤 선보이는 최신작이다 보니 더 큰 관심을 받는 모양새다. 영국에서는 6일(현지 시간) 해미시 해밀턴 출판사에서 ‘작별하지 않는다’ 영국판을 출간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 한 작가와 화상 인터뷰를 갖고 신작을 소개했다. 한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폭력이 아니라 사랑”이라며 “학살과 인간의 굴욕, 잔혹함에 대해 쓰면서도 사랑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국판은 영역본으론 처음으로 데버러 스미스가 아닌 다른 번역가들이 번역을 맡았다. 한강은 인터뷰에서 스미스의 ‘오역 논란’에 대해서는 “실수와 번역의 자유가 혼재돼 있었다”며 변호했다. 미국에선 지난달 중순 호가스 출판사에서 번역판이 출간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맞춰 미 소설가 리디아 밀레의 서평을 게재했다. 밀레는 “가장 인상적인 것은 (4·3사건에 대한) 한강의 역사적 보고(historical reportage)”라며 “공간, 시간 속에서 멀어진 사람과 사건이 얼마나 끔찍하게 가리워질 수 있는지 소름 끼치게 일깨워준다”고 평했다. 다만 밀레는 “이 소설은 시적인 클리셰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며 글쓰기 워크숍에서 피하라고 조언할 법한 영역으로 들어간다”며 “번역에서도 때로 과장된 표현들이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비극적인 현실로 가득 찬 이 작품에서 과도한 수사적 표현에 대해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사소해 보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해당 작품을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어떻게 세상을 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탐구하려는 시도”라고 소개하며 “소설에서 독자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알 수 없으며 한강의 글쓰기는 신체와 영혼, 형식과 스타일을 연결하는 실험적이고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된다”고 평했다. 한편 빠르면 연초에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강의 신작은 아직 집필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작가는 지난해 말 노벨 문학상 수상 직후 “신작이 될 짧은 소설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강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매우 이상한’ 이야기들”이라고 귀띔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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