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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의 의장을 맡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사진)이 올해 CEO 서밋 의장으로부터 의장 자격을 인수받았다. 최 회장은 “고즈넉한 풍경과 유구한 역사 배경을 가진 경주에서 혁신의 영감을 얻을 것”이라며 글로벌 CEO들에게 경주를 소개했다. 17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16일 페루 리마 국립대극장에서 열린 ‘2024 APEC CEO 서밋’에서 최 회장은 페르난도 사발라 페루 CEO 서밋 의장으로부터 의장 자격을 인수받았다. 사발라 의장이 페루 원주민들의 전통 지휘봉을 형상화한 나무와 은으로 만든 의사봉을 최 회장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서밋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르엉끄엉 베트남 주석 등 APEC 회원국의 정상과 글로벌 CEO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인수인계 인사말을 통해 “내년 서밋의 주제는 ‘BBB’가 될 것”이라며 “민간의 기술과 지혜가 서로 다른 사회를 연결하는 가교(Bridge)가 되고, 기업(Business)이 혁신을 주도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Beyond) 미래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bbb’를 소문자로 써 보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모양처럼 보인다”며 “‘트리플 엄지척’을 기억해 달라”고 강조했다. 2025 APEC CEO 서밋은 내년 10월 경주에서 개최된다. APEC 한국사무국인 대한상의는 지난달 CEO 서밋 추진단을 발족해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LG그룹 7개 계열사가 지난해 425만 t의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고 17일 밝혔다. LG는 탄소 감축 이행 성과와 향후 실행 계획을 담은 ‘LG 넷제로 특별 보고서’를 발간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그룹 주력 계열사 7곳의 탈탄소 성과가 담겼다. 이들 기업이 지난해에 줄인 탄소는 축구장 10만6000개 면적에 해당하는 산림을 조성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특히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 제거(LG디스플레이), 수소연료 활용(LG화학) 등으로 105만 t을 줄였다. 또 각 계열사에서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320만 t을 감축했다. LG그룹은 2018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2030년 34%, 2040년 52% 줄일 계획이다. 2050년에는 100% 감축해 넷제로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LG디스플레이가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 10억 달러(약 1조3960억 원)를 추가 투자한다. 17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하이퐁시는 LG디스플레이가 향후 5년간 투자액을 10억 달러 늘릴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번 투자가 이뤄지면 LG디스플레이의 베트남 누적 투자액은 56억5000만 달러로 증가한다. LG디스플레이는 2016년 4월 공장 건설에 1200억 원가량을 투입한 뒤 매년 설비 투자와 인력 채용을 이어오고 있다. 하이퐁은 베트남 북부 최대 항구도시로 다수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LG그룹에서는 LG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LG전자와 LG이노텍이 하이퐁에 생산 법인을 구축했다. LG디스플레이는 하이퐁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공장을 운영 중이다. OLED 패널에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각종 부품을 결합해 모듈로 조립하는 곳이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뿐 아니라 일반 주주로까지 확대해 소액 주주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재계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회사 이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고, 주주마다 각자 주식을 보유하는 목적이 다른 만큼 충실 의무를 규정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재계 우려와 여당 반대에도 연내에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민주당이 이날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명시했다. 자산 총액이 2조 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도록 했고, 감사위원 2명 이상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출하도록 했다. 이 밖에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전자 주주총회 근거 규정 마련 등도 담았다. 상법 개정안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달 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면서 정기국회 내 처리를 약속한 사안이다. 재계는 ‘트럼프 스톰’에 각국이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서는데, 한국은 오히려 정치권이 기업 경영권을 흔드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대로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30대 기업(자산 기준) 중 8곳(26.7%)이 이사회의 과반수를 해외자본에 내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기업 중에선 4곳이 해당했다. 한경협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8단체는 성명을 내고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재계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 10대 기업중 4곳 이사회 위협”민주당, 상법 개정안 당론 채택민주 “상법 개정해 지배구조 개선”재계 “각국, 트럼프 당선후 자국 우선… 왜 한국만 거꾸로 가는지 모르겠다”재계의 반발에도 더불어민주당이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대신 상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8단체는 공동 성명에서 “섣부른 상법 개정은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4대 그룹의 한 임원은 “트럼프 당선 이후 일본, 대만 등은 기업 지원책 위주로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데 한국은 소송 리스크와 이사회 장악 우려가 커지는 법안을 왜 무리해서 추진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상법 개정해 지배구조 개선”더불어민주당이 14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현행 상법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의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이 충실 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한 것이다.개정안은 또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규모를 확대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독립이사가 이사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되도록 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했다. 현행 규정은 4분의 1이다.이번 상법 개정안은 이재명 대표가 이달 4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하면서 내건 조건이다. 이 대표는 “증시가 국민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안을 포함한 입법과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재계에선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주주 친화적인 지배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은 경영권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소송 남발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단기·장기 투자자인지, 국내외 투자자인지에 따라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다양한 상황에서 이사회의 결정이 모든 주주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송 리스크는 이사회의 경영 판단을 위축 시킬 수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국에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이 없는 이유다.독립이사(사외이사) 규정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이사회를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립이사를 이사회의 3분의 1까지 늘리면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사외이사를 더 선임하기 어려워 이사회를 아예 축소해 규제 요건을 억지로 맞추려 할 것”이라며 “이사회 역할을 오히려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30대 기업 중 8곳 이사회 위협”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은 공격적인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조항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감사위원을 기존 이사와 분리해 뽑고,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이다.대주주에게 반기를 들 수 있는 감사위원을 뽑겠다는 취지지만 결국 행동력이 높고 해외 투자자 결집에 유리한 행동주의 펀드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게다가 주식회사의 기본 원리인 ‘자본 다수결의 원칙’(보유한 지분만큼 의결권 행사)에 어긋나 한국에만 존재하는 조항이다.실제로 한국경제인협회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현실화될 경우를 가정해 분석한 결과 국내 10대 기업(자산 기준) 중 4곳이 이사회의 과반수를 외국 국적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 등 해외 자본에 내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기업으로 넓힐 경우 16곳으로 늘어난다. 해외 자본이 최소 1명의 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가능한 기업도 100대 기업 중 84곳에 달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대성그룹은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4 대성해강사이언스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2017년 출범 이후 대성해강미생물포럼이었던 포럼 명칭을 올해부터 사이언스포럼으로 바꿨다. 포럼은 ‘양자 컴퓨팅과 노화’를 주제로 생명공학,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시스템 생물학 등 여러 과학기술 분야의 융합 연구 성과를 조명했다. 미국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의 공동설립자이자 세계적 권위자인 김정상 미국 듀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기조연설을 맡았다. 김갑진 KAIST 물리학과 교수가 ‘퀀텀 컴퓨터의 미래’를, 조광현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가 시스템 생물학 연구 성과를, 이승재 KAIST 생명과학과 교수가 줄기세포 및 재생 의학 기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노화 과학에 대한 비전을 발표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SK실트론이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5억4400만 달러(약 7650억 원)의 금융 지원을 받는다.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실트론의 미국 법인 SK실트론CSS는 미국 에너지부와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대출 프로그램 본계약을 체결했다. ATVM은 미국 에너지부가 자국 내 전기차 제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다. SK실트론CSS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총 5억4400만 달러를 대출받는다. SK실트론CSS는 확보한 자금을 미국 미시간주 베이시티에 구축 중인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공장 구축에 활용할 예정이다. SK실트론은 2020년 3월 미국 듀폰의 SiC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해 SK실트론CSS를 세웠다. 이후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총 6억3000만 달러(약 8850억 원)를 투입해 SiC 웨이퍼 생산시설을 구축 중이다. 미국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SK실트론은 한국 구미2공장과 미국에서 동시에 SiC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SiC 웨이퍼는 실리콘 웨이퍼보다 고압·고온에 강하고 저항은 낮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전기차용 전력 반도체에 쓰인다. 웨이퍼 제조사 중 150mm SiC 웨이퍼를 양산할 수 있는 업체는 SK실트론을 포함해 소수뿐이다. SK실트론은 내년 차세대 제품인 200mm SiC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사진)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의장으로 선임됐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는 페루 리마에서 11∼13일 개최된 ABAC 회의에서 조 부회장을 내년 ABAC 의장으로 만장일치 선임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ABAC 한국 사무국을 맡고 있다. 조 부회장은 내년 2월부터 10월까지 4회에 걸쳐 열리는 ABAC 회의를 주재한다. 회의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인들이 모은 건의사항을 내년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ABAC 위원-APEC 정상 간 대화’에서 정상들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맡는다. 올해 건의문에는 디지털 교육 환경 개선, 인공지능(AI) 거버넌스 구축, 녹색경제 촉진 등 26개 과제가 담겼다. 조 부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경제 상황에서 정상과의 대화를 통해 경제계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공동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1위 기업인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인피니언)의 올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8% 감소했다. 인피니언은 내년 매출이 올해보다 저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외에는 침체가 이어지는 ‘반도체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인피니언은 12일(현지 시간)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올 9월) 기준 매출 149억5500만 유로(약 22조3220억 원), 영업이익 21억9000만 유로(약 3조2640억 원)를 올렸다고 밝혔다. 2023회계연도 대비 매출은 8.3%, 영업이익은 44.5% 감소했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 침체의 영향이다. 요헨 하네베크 인피니언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AI를 제외하고는 최종시장에서 성장 모멘텀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하네베크 CEO는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계속되고 있고, 단기 주문과 재고 소화로 향후 몇 분기 수요 추세에 대해 가시성이 흐려지고 있다”며 “내년 둔화될 사업 궤도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피니언은 내년 매출이 올해보다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피니언의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 목표 실적을 줄줄이 하향 조정 중이다. 전기차 전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중국 시장 침체와 현지 경쟁 심화 탓이다. 8월 인피니언은 3분기(4∼6월) 실적 발표 직후 전체 직원(5만8600명) 중 2.5%에 해당하는 1400개의 일자리를 줄이고 저임금 국가로 재배치하는 비용 절감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실적 악화는 인피니언만이 아니다. 프랑스·이탈리아 합작 차량용 반도체 업체로 애플, 테슬라 등을 고객으로 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올해 실적 전망을 몇 차례 하향 조정했다. 실제로 ‘없어서 못 파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와 달리 차량용, 정보기술(IT) 기기용 반도체 등의 수요는 저조한 상황이다. AI 반도체 열풍에 올라탄 기업과 올라타지 못한 기업의 희비가 갈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삼성전자가 가전제품을 구매한 당일 설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생활가전 제조사들의 경쟁이 당일 배송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13일 삼성전자는 가전제품과 모바일 제품을 구매한 당일 배송 및 설치해 주는 ‘오늘보장’ 서비스를 14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늘보장 서비스를 운영하며 향후 광역시 등으로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오늘보장 서비스는 삼성닷컴에서 낮 12시 이전 TV, 냉장고, 세탁기 등 사전 공사가 필요 없는 가전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제공된다. 다만 10만 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정수기나 전기레인지, 인덕션, 에어컨, 식기세척기 등 사전 공사가 필요한 가전제품은 오늘보장 서비스에서 제외된다. 재고가 여유 있는 제품의 경우 보통 배송에 1, 2일 정도 걸렸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당일 배송하기로 했다. 냉장고나 김치냉장고가 갑자기 고장 나 음식물이 상하기 전 제품을 교체하길 바라는 고객 등의 수요를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오늘보장 서비스 희망 고객의 주문을 받으면 수도권 내 물류망에 확보된 재고에 삼성전자로지텍 기사를 별도로 배정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기존 고객의 주문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또 50만 원 이하의 모바일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배송비(5000원)를 추가 부담할 경우에도 당일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배송 과정에서 파손 등이 발생할 수 있는 고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PC·프린터, 사이즈 측정을 위한 키트 배송이 필요한 갤럭시링 등은 서비스에서 제외됐다. 보급형 스마트폰인 갤럭시 A 시리즈와 갤럭시 워치 등 웨어러블 제품이 주된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가전 구독 시장 진출도 준비 중으로 이르면 연내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발 빠르게 가전 구독 사업을 시작한 LG전자는 지난해 구독 사업 매출이 1조 원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기업간거래(B2B)와 소비자거래(B2C) 등 가전 구독 서비스를 출시해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에 나서려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가전 구독 사업에는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와 보안기업 에스원 등이 함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생활가전 제조사들이 구독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일회성 매출 대신 안정적인 중장기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가전제품의 경우 성수기에 판매가 쏟아져 매출이 들쭉날쭉한 경향이 있는데 구독의 경우 3년 이상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한다. 수익성도 일반적인 방식으로 판매했을 때보다 높다. 고가의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 대여 기간 이후 소유하거나 반납할 수 있는 등 여러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다. 또 정수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은 대여 기간 동안 전문가가 관리해 줄 수도 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SK그룹이 ‘이사회 2.0’ 도입을 추진한다. 이사회 2.0은 SK 차원에서 경영진이 의사 결정을, 이사회가 사전 전략과 사후 감독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11일 SK그룹은 최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SK 디렉터스 서밋’을 열고 이사회 2.0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서밋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과 SK그룹 13개 관계사 사외이사 50여 명이 참석했다. SK그룹은 이사회 중심 경영의 기반을 마련하는 ‘이사회 1.0’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수펙스추구협의회 소속 상장사 모두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등 독립성을 높여 왔다. 이사회 2.0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경영진은 사업상 주요 의사 결정에만 집중하고, 이사회가 중장기 전략 방향을 세우고 강화된 경영 활동에 대한 사후 감독 등의 역할을 맡겠다는 의미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2027년을 전후로 인공지능(AI) 시장 대확장이 도래했을 때 SK그룹이 사업 기회를 제대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운영 개선을 통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라며 “이를 위해 이사회는 기존 안건 의사 결정 중심에서 사전 전략 방향 설정과 사후 성과 평가 등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 대해 구체적인 심리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법리 다툼이 본격화됐다. 상고심에선 항소심이 인정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실제 SK㈜ 성장의 바탕이 됐는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가 심리 중인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사건의 ‘심리불속행’ 기간이 8일 밤 12시로 종료됐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면 4개월 안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는데, 기각 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구체적인 심리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지난해 6월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선경 300억 원’이라고 쓴 메모를 증거로 제출했고, 2심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최종현 SK 선대 회장에게 노 전 대통령의 돈이 유입됐다고 판단하며 최 회장이 1조3808억 원을 노 관장에게 주라고 판결했다. 반면 최 회장은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이 아닌 부친에게 증여받은 2억8000만 원으로 SK㈜의 전신인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했기 때문에 ‘특유 재산’이라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여사의 메모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지원하겠다는 취지였을 뿐 300억 원이 실제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상고심에선 300억 원의 전달 여부와 ‘불법 비자금’일 수 있는 돈을 노 관장의 ‘기여’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K 측은 “SK그룹의 성장사를 곡해한 원심 판결로 인해 상처받은 회사와 구성원들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2심이 최 회장이 과거 친족 등에게 증여한 SK㈜ 지분까지 분할 대상 재산에 모두 포함(보유 추정)한 부분도 쟁점이다. 최 회장 측은 혼인 파탄 이전의 증여고, 재산을 빼돌리기 위한 목적이 아닌 만큼 분할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상고이유서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결론을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심 재판부가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에서 주당 1000원으로 경정(更正·수정)한 것에 대한 재항고 사건을 맡은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도 본격적인 심리에 돌입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LG에너지솔루션이 일론 머스크의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에 우주선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스페이스X로부터 ‘스타십’ 우주선에 탑재되는 보조 동력 배터리와 전력 공급 배터리 개발을 의뢰받아 공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년 전부터 스페이스X에 배터리 시제품을 공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서는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 배터리는 이르면 내년 새로 개발될 예정인 우주선에 장착될 것으로 전해진다. 스페이스X는 우주선에 자체 생산한 배터리를 장착해 왔으나 우주선 발사 횟수가 늘어나면서 전문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을 늘리게 됐다. 우주선에 탑재되는 부품은 고온, 고압, 고속 등 ‘3고(高)’ 환경을 견딜 수 있어야 하는 만큼 한 단계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6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탐사용 우주복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우주산업에서도 인정받은 바 있다. 우주선 내 전력공급장치, 예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도 개발해 왔다. 또 스페이스X의 모회사인 테슬라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협력 관계를 이어온 덕에 협력 분야를 우주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됐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LG디스플레이가 업계 최고 수준으로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10일 LG디스플레이는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8일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개발 국책과제 최종 성과 공유회’를 열고 연구개발 성과를 산학연 관계자들에게 발표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개발 국책과제 주관기업에 선정된 뒤 국내 19개 산학연 기관과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LG디스플레이가 공개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12인치 화면이 최대 18인치까지 신축성 있게 늘어난다. 신축성과 함께 일반 모니터 수준의 고해상도(100ppi·인치당 픽셀 수)와 적녹청(RGB) 전체 색상을 구현할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디스플레이는 2022년 공개했던 1차 시제품의 연신율(늘어나는 비율)인 20%보다 대폭 개선된 50%의 연신율을 보인 것이 특징이다. 연신율이 높을수록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을 구현하는 게 가능해진다. 1만 회 이상 반복해서 늘이거나 구부러뜨려도 문제없는 내구성도 확보했다. 4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 이하의 발광다이오드(LED)를 발광원으로 사용해 외부 충격이나 온도 등의 환경에서도 선명함을 유지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향후 패션, 웨어러블 기기, 모빌리티 등에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화면이 올록볼록한 형태로 튀어나와 조그다이얼(좌우 회전하는 다이얼) 역할을 할 수 있는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소방관 화재 진압복에 부착해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등 활용 사례도 함께 공개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전국 수능 시험장의 시스템에어컨 사전 점검에 나섰다고 10일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수능 전날인 13일까지 서울, 강원, 충남, 대구, 부산 등 전국 10개 시도 교육청 관할 250여 시험장에 엔지니어를 파견해 실외기 냉매 상태를 측정하고 실내기 소음 확인 등 점검을 진행한다. LG전자 시스템 에어컨 유지·보수 서비스를 담당하는 하이엠솔루텍은 12일까지 서울 70개 시험장에서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관리 솔루션을 활용해 사전 점검을 진행한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LG전자가 국제세탁박람회에서 상업용 대용량 세탁·건조 신제품을 공개했다. LG전자는 6일(현지 시간)부터 나흘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텍스케어 2024’에서 기업간거래(B2B) 신제품 ‘LG프로페셔널’ 6종을 선보였다. 세탁기 3종(30·25·20kg)과 건조기 2종(30·25kg), 세탁·건조가 모두 가능한 일체형 콤보(세탁 25kg·건조 16kg) 등이다. LG전자는 가정용 시장에서 축적해 온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상업용 B2B 시장에서도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2008년 미국에서 소용량 제품을 출시하며 글로벌 상업용 세탁·건조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상업용 세탁·건조기는 세탁 전문점,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 주로 사용한다. LG전자는 글로벌 상업용 세탁기 시장 규모를 약 35억 달러(약 4조8500억 원)로 추산하고 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삼성전기는 사이버폭력 예방 대책을 논의하는 ‘푸른코끼리 포럼’을 열었다고 7일 밝혔다. 삼성전기는 6일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푸른코끼리 포럼을 열고 그동안의 사업 성과와 사이버폭력 예방 대책을 논의했다. 2020년부터 시작된 푸른코끼리 포럼은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온라인으로 개최돼 오다 올해 처음 오프라인으로 열렸다. 이번 포럼에서는 ‘사이버폭력의 일상화, 지속가능한 대응과 비전’을 주제로 국제기구, 학계 전문가, 경찰과 검찰, 교사 등 사이버폭력 관계자들이 모여 실태를 공유했다. 우르줄라 윈호벤 유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대표는 “전 세계 청소년 3명 중 1명이 사이버폭력을 경험한다”며 “피해자 지원, 포괄적 교육 캠페인 등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푸른코끼리는 청소년들의 친사회적 역량을 길러주고 사이버폭력 피해 학생의 치유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및 집합 예방교육, 피해자의 정서 안정과 회복을 위한 심리상담, 사이버폭력 근절 캠페인 전개 및 학술연구 등을 진행한다. 삼성전기가 주관하며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참여한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교육과 상담에 참여한 학생과 캠페인 참여 교사·학부모 수는 누적 116만 명을 넘겼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트럼프 2.0’이 현실화되면서 한국 경제는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중(對中) 견제 강화, 모든 수입품 대상 보편 관세 부과 등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만큼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미(對美) 무역 흑자 도마에 오를 듯트럼프 당선인은 재임 시절 미국의 무역 적자를 경제 위협 요인으로 간주하고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상대국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통상 정책을 펼쳤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444억 달러로, 2019년보다 3배 가까이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도 9월까지 339억 달러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측의 대(對)한국 무역수지 적자 개선을 위한 통상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미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 등 동맹국 제품을 포함한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기본 관세를 10∼20%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관세 정책을 시행할 경우 한국의 연간 총수출액이 최소 53억 달러(약 7조4000억 원)에서 최대 448억 달러(약 62조5000억 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재임 시절에도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이유로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해 한국산 화물자동차(픽업트럭)의 관세(25%) 종료 시점을 2021년에서 2040년으로 연기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에 따른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밝혔던 대로 중국산 수입품에 60∼10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산 완제품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은 트럼프 당선인의 뜻대로 관세가 인상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이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반도체-IRA 보조금 불확실성 커져이날 동아일보가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산업별 영향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파운드리(위탁생산), 레거시(구형), 장비 등 공급망 전반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대중 수출 통제를 확대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이 통제 대상에 포함될 경우 중국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보조금 지급보다 관세 장벽을 높이는 방법으로 투자 유치를 선호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제정된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도 약속한 수준으로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도 적신호가 켜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8월 격전지로 꼽힌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에 대해 “터무니없다(ridiculous)”며 폐기를 시사한 바 있다. 특히 배터리 업체들이 받고 있는 보조금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가 철회된다면 AMPC를 감안해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올해 상반기(1∼6월) 한국 배터리 3사가 받은 AMPC 규모는 약 84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다만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는 중국 기업의 추격 속도를 늦추거나 미국 시장 진입을 제한한다는 점에서는 한국 반도체, 배터리 기업들에 유리한 요소다.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 철폐가 이뤄진다면 현대자동차, 기아 등의 내연기관차 판매엔 긍정적일 수 있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모든 분야에서 미국 정책의 전방위적인 ‘트럼프화(Trumpification)’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결국 미국의 제조업 육성, 일자리 확보에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각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출입이 제한된 구역으로 사람이 들어선다. 지나갈 것처럼 보이던 사람이 벽 앞에 오래 서 있다.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낙서를 하기 시작한다. 지능형 폐쇄회로(CC)TV가 이를 인식해 관리자의 스마트폰으로 알람을 보낸다. ‘출입통제구역에서 방치 상황 발생.’ CCTV가 똑똑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탑재해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상황에 따른 조치까지 가능한 지능형 CCTV로 진화하는 것이다. 삼성의 보안 전문 계열사 에스원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적용한 지능형 CCTV(에스원SVMS)를 각종 산업 현장, 학교, 군부대 등에 공급하고 있다. 각 상황에 맞는 솔루션이 30여 개 수준이다.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을, 군부대에서는 철조망 월담 시도를 집중적으로 탐지하는 식이다. 에스원은 1993년 국내 보안업계 최초로 설립한 연구개발(R&D)센터를 통해 다양한 AI 알고리즘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에스원 R&D센터를 이끄는 문남수 센터장(부사장)은 “실시간이라는 점이 지능형 CCTV와 기존 CCTV들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기존 CCTV는 현재 자동차에 탑재하는 블랙박스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정해진 시야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것이 주 역할이다.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한 뒤 원인 파악이나 조치를 위한 정보를 보관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반면 지능형 CCTV는 한 발 더 나아간 조치를 목표로 한다. 영상 속 사람이나 사물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 움직임에 대한 판단까지 내리는 것이다. 문 센터장은 “CCTV가 눈에서 뇌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종 상황에 대한 학습을 마친 AI가 지능형 CCTV에 탑재돼 사고 예방도 가능해지고 있다. 화재 상황을 인식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CCTV 영상 패턴을 인식하는 기술을 활용해 화재 발생 여부를 판단해 정확도가 6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다. 차량 비상등이나 주변 조명 변화로 인한 붉은빛을 화재로 잘못 인식하기도 했다. 문 센터장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실제 화재 상황을 학습한 AI는 불꽃과 연기를 감지해 관리자에게 알람을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며 “정확도도 95%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AI 학습의 핵심은 데이터다. 양질의 데이터를 다량 확보해 학습시킬수록 AI의 정확도도 높아진다. 이를 위해 에스원은 상황에 따라 수만 장에서 수십만 장에 이르는 이미지와 영상을 제작해 AI를 학습시켰다. 문 센터장은 “1억 개 이상의 변수와 20억 개 이상의 ‘영상-언어’ 조합으로 구성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DB)로 AI를 계속 학습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R&D센터에서는 AI 학습용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상황별로 직접 영상을 촬영하기도 한다. 특수부대 출신 직원이 실제 군복을 입고 울타리를 넘거나 오래된 건물에 침투하는 영상을 촬영해 학습용 데이터를 축적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탈영병’으로 신고를 받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지능형 CCTV는 기기 자체에 AI를 탑재한 ‘온디바이스 AI’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문 센터장은 “AI를 탑재한 CCTV가 중심이 되면 연산량 분산이 가능해져 한정된 컴퓨팅 자원으로 AI가 지원할 수 있는 CCTV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와 램리서치가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두 회사는 네덜란드 ASML과 함께 3대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로 꼽힌다. 점차 강해지는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에 따른 조치다. 4일 WSJ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AMAT와 램리서치가 최근 자사 공급업체들에 ‘중국산 부품을 대체하지 않으면 공급업체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경고는 공식 문서나 계약서 같은 별도 문서 없이 구두로 이뤄졌다. 또 두 회사는 중국인 투자자, 주주를 유치하면 안 된다는 내용도 공급업체에 전달했다. 이는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2022년 10월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한 뒤 점차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미국 반도체 장비 제조사가 중국 공급업체와 기술 세부 사항이나 계획을 공유하려면 특정 자격을 획득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하고 내년 말까지 임시 자격을 줬다. 지난달 말에는 첨단 반도체,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자본의 대중국 투자를 차단하는 투자 제한 규칙을 발표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첨단 기술에 대한 대중 제재 입장을 갖고 있는 만큼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미중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실제로 중국 선양포춘정밀장비는 AMAT에 납품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공장을 설립했으나 아직 공급 승인을 받지 못했다. 다른 중국 업체들은 제3국에 합작회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규제 우회 방안을 찾고 있다. 다만 중국을 완전히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산 부품을 다른 부품으로 대체하면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AMAT와 램리서치의 가장 큰 고객이 중국이다.AMAT의 3분기(5∼7월) 보고서에 따르면 분기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대만(17%), 한국(16%), 미국(16%)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크다. 대중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분기(27%) 대비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포인트 늘었다. 램리서치의 3분기(7∼9월)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37%로 가장 컸다. 한국(18%), 대만(15%), 미국(12%) 등 주요 첨단 반도체 제조사들을 보유한 국가보다도 중국이 큰 시장인 셈이다. 미국의 대중 제재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국에서 미국 기업이나 기술을 배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지난해 중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에서는 애플 제품의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하는 등 ‘애국소비’ 성향이 강화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까지도 애플의 중국 점유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4일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법제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할 방침을 밝히면서 재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를 비롯한 개별 주주들이 해당 조항을 빌미로 회사의 중장기적 경영 판단을 제약하거나 경영권을 위협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도 사례가 없어 한국 기업에 대한 역차별 우려도 나온다. 야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은 현행 상법의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를 위하여’라는 내용을 추가함으로써 주주 보호를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재계는 한국 기업들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가치를 올리자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이를 법제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소송전이 남발되고, 단기 투자자들이 반대하는 장기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1980년대 삼성의 반도체 진출 선언은 당시로서는 사업적 반대가 심했다. 상법 개정안이 당시에 통과됐다면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뚝심으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왔던 한국 기업들의 장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3·4세로 세대교체를 하며 경영권이 약해진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미 해외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조항이 해외 펀드의 ‘진입로’를 열어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주요 기업 주주 절반 이상은 외국인이다. 재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가 해외 투자자들과 연합해 경영권을 공격한 사례는 꾸준히 있어 왔다. 주주 충실 의무 조항이 명시되면 이를 기반으로 회사의 경영 판단 하나하나를 문제 삼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 수는 2020년 10곳에서 2022년 49곳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영국계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털이 SK스퀘어 지분 1% 이상을 확보한 뒤 이사회 구성 변경을 주장하거나, 국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두산밥캣의 1조 원대 자금을 배당 확대에 쓰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일본 등 주요국의 법에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로 한정돼 있다. 한경협에 따르면 미국 모범회사법은 “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믿는 방식으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 일본의 회사법이나 독일 주식법도 마찬가지로 이사의 의무와 관련해서는 회사에 책임을 지거나, 회사의 이익을 위한다고 규정돼 있다. 일각에서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을 ‘이사의 충실의무(Duty of Loyalty)’ 대상에 주주가 포함된 근거로 제시하지만, 이는 회사 이익이 곧 주주 이익이라는 일반론적 문구라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