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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가결되면서 국내 금융 시장의 불안감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탄핵 표결이 매듭을 맺지 못하고 장기화되는 것보다는, 탄핵 가결이 이뤄짐으로써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는 것이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등 정치적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은 불안한 요인이다.13일에도 코스피는 전일 대비 0.50% 오른 2,494.46에 거래를 마쳤다. 3일 윤 대통령의 한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증시는 10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마감했다. 탄핵 표결과 함께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선반영된 결과였다. 박성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4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한 것은 올해 들어 네 번째”라며 “이번 주말(14~15일) 사이 정치적 혼란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전문가들은 한동안 탄핵 가결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국내 증시가 계엄 사태 이전의 수준을 회복한 상황”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란 요인이 시장에 일찌감치 반영된 만큼 증시 상승 여력이 커보인다”고 전망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원화 가치가 여전히 하락세인 점이 증시 회복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13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1원 오른 1433.0원에 거래됐다. 비상계엄 선포 전인 3일 같은 시각(1402.9원) 대비 30원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증시는 어느정도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원-달러 환율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도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로 대거 돌아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을 앞두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리더십 공백 사태는 결국 사회, 경제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기 때문에 최근 한국 경제의 여러 가지 리스크를 더 키울 수 있다”며 “환율이 계속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는 등의 결과로 이어져 경제 주체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정부는 이번 사태가 아직 국고채 금리 등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한 수준이기 때문에 한국 경제 전반에 갑작스런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 달러(약 590조 원) 규모다. 경제부처들도 탄핵소추안 가결이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 회의에서 탄핵소추안 가결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며 “채권시장이 안정되고 있고 주식시장도 오름세지만 다만 환율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장 15일부터 긴급 회의들을 잇달아 가동해 경제 상황 점검과 관리에 돌입할 예정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직장인 백모 씨(44)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무료로 주식 투자 강의를 제공한다는 광고를 보고 서울 강남구 소재 사무실을 찾아갔다. 해당 업체는 백 씨에게 상장주식을 장외에서 저렴하게 사서 개장 이후 비싸게 팔 수 있다며 백 씨에게 가짜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를 유도했다. 이후 가짜 성공 사례들을 보여주며 앱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것처럼 속였다. 이에 백 씨가 2000만 원을 투자했지만, 어느날 앱은 갑자기 먹통이 됐다. 백 씨는 “전화 문의를 하고 사무실을 찾았지만 이미 종적을 감춘 상태였다”며 “더 많은 금액을 넣었다면 정말 큰일 났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2년간 금융소비자 2명 중 1명은 금융 사기를 당할 뻔하거나,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중 약 40%가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전방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은 올 10월 15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만 15∼79세의 금융소비자 25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12일 밝혔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49.9%가 2년 사이 피싱, 투자 사기 등의 금융 사기에 노출되거나 실제 피해를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피해 금액은 피싱 954만 원, 투자 사기 2111만 원으로 집계됐다. 피싱에 비해 투자 사기 피해자들의 상황 인지가 늦다 보니 피해 규모도 큰 것으로 풀이된다. 피싱 경로의 대부분은 문자메시지였던 반면 투자 사기는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중심이었다. 문제는 금융 사기 피해자들이 좀처럼 피해 금액을 회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체 피해자 중에서는 약 40%가, 60대 이상 고령층 피해자 중에서는 63% 정도가 투자금을 전혀 되찾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예진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주임연구원은 “앞으로의 금융 교육에 다양화된 금융 사기 행태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를 구제받는 방법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신한은행이 내일부터 임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을 신청받는다. 리테일서비스직 직원의 경우에는 올해 38세인 직원(1986년생)도 신청할 수 있게 희망퇴직 대상을 대폭 넓혔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13일부터 17일까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대상은 △부부장·부지점장 이상 직원 중 근속 15년 이상, 1966년(만 58세) 이후 출생 직원 △4급 이하 직원 중 근속 15년 이상, 1972년(만 52세) 이전인 출생 직원 △리테일 서비스직 직원 중 근속 7.5년 이상, 1986년(만 38세) 이전 출생 직원이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임직원은 출생 연도에 따라 7~31개월 치의 특별퇴직금이 지급된다. 신한은행은 내년 1월 2일까지 이번 희망퇴직 절차를 마무리짓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만 44세까지 대상이었던 희망퇴직 연령을 올해 만 38세인 1986년생까지 낮추며 희망퇴직 문을 넓힌 것과 관련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인사 적체를 줄이고 조직 내 인력 순환을 늘리자는 차원”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의 연이은 희망퇴직 행보가 조직 슬림화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본점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영업점인 ‘AI 브랜치’를 열었다. 방문 고객이 입구에서 AI 은행원의 안내를 받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AI 브랜치가 전국적으로 늘어날수록 지점 인력들을 단계적으로 감축해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앞으로 공시가격 12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도 주택연금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정례회의에서 하나은행과 하나생명이 신청한 ‘민간 주택연금 서비스’를 비롯한 25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신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 가입이 불가능한 노령가구에 자체적으로 주택연금을 제공한다. 현재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 상품은 만 55세 이상 주택 보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되, 집에 계속 거주하면서 생활자금은 평생 연금 형태로 받는 제도다. 다만 주택연금 가입 자격은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의 주택·주거용 오피스텔로 한정돼 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산이 부동산 위주로 쏠려 있는데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었던 노령 세대들이 상당수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중산층 입장에서 새로운 노후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정책금융을 넘어 민간 주택연금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KB캐피탈 등 금융사 16곳의 ‘클라우드를 활용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내부망 이용’도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됐다. 외부 생성형 AI를 내부 정보처리시스템과 연계함으로써 다양한 맞춤형 금융 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자영업자 이모 씨(39)는 이달 4일 보유 중인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돈을 넣었다. 이 씨는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까지 치솟는 걸 보고 주식을 정리하기로 했다”며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차라리 나아 보여,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CMA에 여윳돈을 모두 예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4∼9일 시중은행과 증권사의 대기성 자금이 무려 43조 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를 잠시 보류하고 자금을 안전한 곳에 묻어두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 시장도 관망세가 짙어지는 등 정치 리스크가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모양새가 심화되고 있다.● 은행 요구불예금 나흘 새 40조 원 증가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9일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40조7159억 원이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대비 40조4544억 원 증가한 수준이다. 9일에는 하루 만에 잔액이 28조306억 원이나 불어나기도 했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계좌에 예치된 금액을 뜻하는데, 통상 금융상품에 투자되기 전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진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되면서 불확실성이 확산됐고 이에 따라 대기성 자금이 늘어난 것”이라며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증시에서 ‘패닉셀’이 급증한 점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돈을 빼 일단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 이용 고객들의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CMA 잔액도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일 기준 CMA 잔액은 86조2109억 원으로 3일 대비 2조3754억 원 불어났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탄핵 불발 등으로 어떤 상황이 생길지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안전한 투자처로 여유 자금을 옮겨둔 금융 소비자가 늘어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도 관망세 금융 시장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강해지는 분위기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726건으로 올해 거래가 가장 많았던 7월(9206건) 대비 59.5% 줄었다. 현재까지 집계된 지난달의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2501건이었다. 집을 산 사람은 매수한 날로부터 한 달 내에 신고하면 돼, 지금 시점에서 11월 한 달의 모든 거래를 집계하긴 어렵지만 10월과 대동소이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수요자들이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정국 혼란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져 12월 거래량도 살아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이달 첫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에 대한 ‘매매수급지수’는 99.2로 3주 연속 100을 밑돌았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아파트)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 문의 자체가 뜸한 상황”이라며 “이렇다 보니 재건축 완료 이후 집을 팔려고 했던 사람들은 팔기를 포기하고 다른 가족이 거주하게 하는 등의 대응책을 찾고 있다”고 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한화생명·손해보험·자산운용 등 한화 금융계열사 3곳은 이달 3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화 인공지능(AI)센터’ 개소식을 개최했다고 9일 밝혔다. AI센터를 통해 현지 글로벌 AI 생태계와 긴밀히 협력하며 한화 금융계열사의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기로 했다. 한화 AI센터는 AI 연구뿐 아니라 현지 대학, AI 스타트업, 투자회사 등과 활발히 교류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투자 기회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은 “한화 AI센터에는 미래 금융서비스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겠다는 비전이 담겨 있다”며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인 샌프란시스코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금융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금융권의 외화 유동성을 점검하고 취약계층 자금 공급 현황 등을 논의하고자 업권을 넘어 금융지주 수장들을 소집하는 방안도 저울질하고 있다.8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와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를 마친 뒤 김병환 위원장 주재로 간부회의를 개최한다. 간부회의에서는 금융시장의 확대된 변동성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금융위는 KB,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 산업·수출입·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수장들까지 참여하는 긴급 점검회의 개최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지주 회장들과 만나 시장 현안에 대해 소통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금융위뿐 아니라 금융감독원도 업권별 간담회를 연달아 개최하고 있다. 이달 5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6일 보험사 최고리스크담당자(CRO) 간담회를 가졌으며 9일에는 은행 여신·자금담당 부행장 간담회, 10일에는 저축은행 CEO 간담회를 각각 진행할 예정이다.금융당국의 이 같은 행보는 정치적인 상황이 금융시장의 위험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당일 원-달러 환율은 1440원대까지 급등(원화 가치 급락)하는 등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앞서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19.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주간 거래에서 환율이 1420원대에 진입한 것은 2022년 11월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이후 2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이처럼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가 이어지면 금융지주의 자본 건전성이 낮아질 수 있다. 5대 금융지주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높아질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종전 대비 0.01~0.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고환율은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산업의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들에게 대출을 내주며 수익을 거둬온 주요 시중은행 입장에선 연체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은행권뿐 아니라 저축은행·새마을금고중앙회 등 2금융권도 돌발 사태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인해 최근 자산 건전성 악화, 수익 부진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작은 변수 하나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앞서 정부가 증시와 채권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10조 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와 4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 등의 준비를 마무리지은 상황이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주의 상황을 살펴보고 자금 투입 시기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가계대출 잔액이 8개월 연속으로 늘어나면서 은행과 2금융권이 대출을 옥죄는 정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연말까지는 높은 대출 문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신협중앙회는 다주택자가 주택 구입을 위해 신청하는 담보대출(잔금대출 포함) 취급을 연말까지 전면 중단한다고 5일 밝혔다. 타 금융사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은 다주택자의 갈아타기도 제한하기로 했다. 기존에 수도권으로 한정해 왔던 대환대출 제한을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신협 관계자는 “연말까지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고 총량 관리를 하기 위한 조치이며 필요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9일부터 타 금융기관 대환 목적의 주담대와 전세·신용대출 판매를 모두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비대면 전용 주담대, 전세·신용대출 판매를 멈춘 데 이어 오프라인 영업점에서의 대환대출도 중단하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차원에서 우리은행도 4일부터 신규 신용대출에 적용되는 우대금리 항목을 삭제했다. 직장인대출, 신용대출 등 대출 상품 8종에 대해 제공해 왔던 0.5∼1.4%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또 ‘우리WON주택대출’과 ‘우리WON전세대출’ 등 8종의 대출 상품 판매 중단 기한을 이달 8일에서 22일로 미뤘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5일부터 해당 상품들의 판매를 중단해 왔다. 은행, 상호금융 등 업권을 가리지 않고 대출 문턱을 높이는 이유는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3조3387억 원으로 전월 대비 1조2575억 원 증가했다. 9월(5조6029억 원), 10월(1조1141억 원) 등 최근 석 달 사이 월별 대출 증가 폭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총액이 8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여 안심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둔화되고 있는 대출이 다시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대출 잔액을 연간 목표치 수준까지 줄이지 못한 은행에 한해 내년부터 대출 시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하향할 예정이다. 이듬해 대출 영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이 가계부채 잔액을 관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대출 문턱이 조금이라도 낮은 곳을 계속해서 찾아다니는 분위기”라며 “이 때문에 업권마다 순차적으로 대출 잔액이 늘어나는 등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전모 씨(65)는 6개월 전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고 있어 고민에 빠졌다. 은퇴 후 보유한 부동산을 정리해 대출금을 갚고 지방 전원주택으로 이사하려고 했지만, 집이 팔리지 않으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전 씨는 “처음 내놨을 때보다 가격을 1억 원 내렸는데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은퇴 후 고정 수입이 100만 원대로 줄어든 상태라 대출 이자 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쥐고 있는 한국의 고령층은 보유 자산에 비해 쓸 수 있는 돈이 적다. 현금화가 가능하고 배당 소득 등이 유입되는 금융 자산과 달리 부동산 자산은 즉시 유동화하기 어렵고 대출 이자 등으로 그나마 있는 소득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인이 보유한 순자산의 77.1%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 비율은 22.9%에 그쳤다. 한국인의 비금융자산 보유 비율은 미국(37.3%), 일본(43.1%, 2022년 기준)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전 씨처럼 한국에선 집 한 채가 고령층 보유 자산의 대부분인 경우가 많아 노인 빈곤층의 비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OECD 평균(14.2%)의 3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OECD는 빈곤율을 ‘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을 가진 인구 비율’로 정의하고 있는데, 보유 자산을 고려하지 않는 OECD 기준에선 ‘똘똘한 집 한 채’로 노후를 대비한 한국 고령층 상당수는 빈곤층으로 분류됐다. 대출을 지렛대 삼아 부동산 구입에 쓰다 보니 고령자들은 빚만 잔뜩 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1∼3월) 말 기준 92%로 주요국 중 5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자산의 높은 부동산 비중은 경제 성장 동력도 약화시킨다. 주식, 채권 등으로 흘러갈 자본이 부동산에 묶이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한 심포지엄에서 “한국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더 많은 자금이 공급돼야 한다”며 “국내외 금융 여건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가계와 기업이 과도한 대출을 받아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 부문으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영국 남동부 억필드에 거주하는 맬컴 마케시 씨(83)는 농부로 일하다가 2006년에 은퇴했다. 은퇴 전엔 매일 소젖을 짜며 농사일을 했던 그지만 은퇴 후엔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 여행을 즐긴다. 마케시 씨는 “일할 때는 저소득층에 속했지만 지금은 연금 덕분에 도리어 형편이 나아져 중산층에 해당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마케시 씨는 한 달에 2400파운드(약 425만 원) 정도의 연금을 받고 있다. 국가연금이 그중 65%를 차지하고 있고 개인연금 17%, 퇴직연금은 10% 정도다. 나머지 8%는 세상을 떠난 마케시 씨의 아내가 고용주로부터 받았을 연금의 절반이다. 마케시 씨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 국가연금에 조금씩이라도 항상 추가로 납입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한두 개 갖고 있다. 소득세를 피하면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영국 노동연금부가 관리하는 국가퇴직연금신탁(NEST)은 2012년 디폴트 옵션을 의무화했다. NEST 가입자의 99%가 디폴트 옵션에 가입하고 있는데 연평균 수익률은 8∼9%에 이른다.● 60대에 창업 도전… 고령층 소비가 경제 뒷받침 한국에서 2025년은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원년’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장수 국가인 일본은 고령사회(노인 14% 이상)에서 초고령사회로 오기까지 10년이 걸렸고 프랑스는 39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고령사회가 된 2018년부터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게다가 내년 1965년생을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부머’들이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은퇴 수순을 밟는다. 문제는 기록적인 고령화 속도와 달리 노년층의 은퇴 후에 대한 준비는 미진하기만 하다는 점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소득절벽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대규모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는 이유다. 준비 없는 초고령화로 신음하는 우리와 달리 선진국은 두둑한 연금을 바탕으로 고령층이 활발한 소비와 경제 활동에 나서는 추세다. 정부가 잘 운용해온 공적연금뿐만 아니라 사적연금이 이를 뒷받침하고, 재취업 시장도 탄탄한 덕이다. 덕분에 노인들은 선진국 경제의 ‘비밀 무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70세 이상 미국인은 현재 총 가계자산의 약 26%를 보유하고 있다. 연금 부자도 많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올해 2분기(4∼6월) 말 기준 자사 401K(미국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중 계좌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의 잔액을 가진 가입자가 49만7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자산을 바탕으로 노인들은 거침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 지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총지출의 약 22%를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이 고금리 추세, 장기화된 코로나 팬데믹, 미중 갈등 등 글로벌 경제 불안정성 속에서도 탄탄한 경제성장을 자랑할 수 있었던 것은 노인 소비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이비붐 세대만 해도 현재 77조1000억 달러(약 10경8109조6200억 원)의 부를 축적했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라는 쌍둥이 재앙으로부터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 중 대부분이 은퇴했기 때문에 노년층의 지출은 실업률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연구조사평가 및 통계위원회(DREES)에 따르면 2024년 월 4000유로(약 590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은퇴자가 약 7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전체 연금 수급자 1700만 명 중 4.4%가량이다.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장피에르 퐁생 씨(78)는 법정 정년인 60세에 은퇴한 후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은퇴 땐 뒤늦은 재혼에서 얻은 딸이 고작 한 살이었고, 이듬해엔 아들까지 태어났다. 60대 초반에 ‘늦깎이 아빠’가 된 그는 과감하게 부동산 컨설팅 창업을 결심했다. 60대 창업은 녹록지 않았다. 현직에서 잘 알던 지인들은 이미 퇴직해 고객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부동산 경기가 나쁘면 아예 수입이 ‘0유로’인 달도 있었다. 전기료 등 고정 비용만 나가 적자를 볼 때도 허다했다. 퐁생 씨는 “그래도 든든한 연금보험금이 3곳에서 나왔기 때문에 창업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연금에 일반 퇴직연금과 고위 임원용 퇴직연금까지 3곳에 ‘연금 파이프라인’을 뚫어놨던 것. 3곳에서 들어오는 연금 수입은 현재 월평균 6000유로(약 882만 원)에 달한다. 그는 ‘3중 연금’ 덕에 어린 두 자녀를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었다. 연금을 든든한 발판 삼아 사업도 키울 수 있다. 퐁생 씨의 지금 소득은 퇴직 전의 60%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제 두 아이는 훌쩍 자라 독립을 앞두고 있지만 그는 계속 일할 계획이다. 퐁생 씨는 “일하는 게 재밌어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금으로 크루즈 여행”, 여유 누리는 은퇴 부자들“내년 70세 생일을 맞아 아들 둘, 손자 넷을 데리고 한국-일본 크루즈 여행을 갈 겁니다. 경비는 모두 제가 냅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비크로프트에 사는 애니타 하워드 씨(69)는 학교 교사를 하다가 은퇴 후 주민들에게 미술 수업을 하고 책을 쓰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혼자 사는 그는 현재 아무런 경제 활동을 하지 않지만 본인의 연금만으로 손주까지 함께하는 크루즈 여행을 계획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다. 하워드 씨가 은퇴 후에도 자녀, 손주를 챙길 수 있는 이유는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과 노령연금이 생활을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하워드 씨는 매달 4000호주달러(약 360만 원)의 퇴직연금과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집의 일부 공간을 렌트하며 월 600호주달러(약 54만 원) 정도 추가 수입도 거둔다. ‘슈퍼’(최고)라는 이름을 내건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은 1992년부터 근로자 가입이 의무화됐는데 연간 수익률 8%대, 지난해엔 수익률 9%대를 기록했다. 맡겨두면 두둑한 연금자산을 누릴 수 있는 호주의 노인들은 “퇴직연금을 중도에 인출해 쓰는 건 인생이 끝장난 사람이나 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워드 씨도 “교사로 근무했을 때 월급의 10%는 퇴직연금에 넣었다”며 “지금은 월요일마다 친구들과 모여 노래를 부르고 주민들에게 1시간 반 동안 미술을 가르치면서 만족스러운 은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중학교 교사 출신 시노미야 마사요 씨(70)는 국민연금과 후생연금(퇴직연금의 일종) 등 월 63만 엔(약 585만 원)을 받고,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은 국민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시노미야 씨는 “개인연금도 많이 적립했다. 남편도 조그만 부동산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 면에서 식사나 의료 등 힘든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도 사회 담당 강사로 재취업해 경제활동을 이어나가는 시노미야 씨는 은퇴 전보다 월급(현재 17만 엔·약 159만 원)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노후가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정규직 담임 교사로 일할 때와 비교하면 책임이 줄어든 데다 학부모들과 부딪칠 일이 없고, 휴일도 많아졌다”며 “여유가 생긴 덕분에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대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누구의 할머니, 아내보다 선생님으로 불리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밖에 나가서 일할 때가 재미있어 은퇴 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며 웃었다.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2025년을 앞두고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내년과 후년 성장률이 1%대로 전망되는 등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초고령사회 원년을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2024년 7월 1일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19.2%로 내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기정사실화됐다. 고령사회가 된 2018년 이후 불과 7년 만의 일이다. 가뜩이나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초고령사회라는 난제에 직면한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수출이 위협받는 가운데 내수라도 살려야 하는데 고령인구와 노인빈곤율의 급증은 소비 진작과 경제 선순환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드리우고 있다.● 준비 없이 맞이한 초고령화미국 등 선진국에서 부자 노인이 여전한 소비력을 보이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과 달리 한국의 고령층은 지갑을 닫고 있다. 근로소득에 의존하면서 살다가 은퇴 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금을 받아들고는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 소비부터 줄이는 것이다. 미국의 퇴직연금제도인 401K의 10년간(2013∼2022년) 연평균 수익률은 7.79%인 반면에 한국 퇴직연금의 10년간(2014∼2023년) 연평균 수익률은 2.07%에 불과하다. 매월 50만 원씩 30년을 꾸준히 퇴직연금을 넣는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 근로자는 7억2000만 원을 손에 쥐게 되지만 한국 근로자에게 돌아오는 퇴직금은 2억50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미국 등 선진국 은퇴자가 연금 수익 등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보내는 반면에 한국은 ‘쥐꼬리 연금’, ‘은퇴 거지’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나오는 이유다. 벌어둔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점도 한국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고령층 자산의 83.66%는 부동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은 9.41%, 금융투자 자산은 1% 미만이다. 자산은 많아도 이를 바탕으로 풍족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노인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일자리로 근로소득을 확보할 처지도 안 된다. 한국의 일하는 노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37.3%에 달하지만, 이 중 절반 가까운 노인들이 월 100만 원도 못 벌고 있다. 정부에서 노인형 일자리를 양산하지만 월 급여는 21만 원에 불과하다. 고령 취업자를 직군별로 살펴보면 단순 노무(34.6%)와 농림어업 숙련종사자(23.3%)의 합이 절반 이상이다. 한국의 고령층은 연금뿐 아니라 금융자산, 일자리 기회가 모두 부족한 ‘삼저(三低)’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김모 씨(73)도 2010년 그간 운영해온 가게를 닫은 뒤 마땅한 벌이가 없어 생활이 막막해진 경우다. 국민연금에 최소 금액만 넣은 탓에 월 수령액이 4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동안에는 다행히 인근 학교에서 숙직 전담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면서 월 90만 원씩 챙겼지만, 지난해 실직하면서 이마저도 끊겼다. ● 활력 떨어지는 한국 경제도 조로화 기로초고령화는 한국 경제에도 최대 위협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선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내년부터 70%를 밑돌기 시작해 2050년에는 51.9%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내년 20%를 넘은 뒤 2050년에는 40.1%까지 치솟을 예정이다. 이 같은 문제는 노동생산성 저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미국(77.9달러), 독일(68.1달러), 프랑스(65.8달러), 영국(60.1달러) 등의 국가가 한국을 크게 앞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까지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 연령에 진입하면서 2015∼2023년 연간 경제성장률이 0.3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은퇴할 경우 2024∼2034년 11년에 걸쳐 연간 경제성장률이 0.2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진단한다. 결국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발맞춰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근로 의지가 강하고 교육 수준 및 디지털 친화력이 높은 만큼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취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은에서는 이들의 고용률이 증가할 경우 경제 성장률 하락폭이 최대 0.22%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연금 제도 개선으로 노인들의 주머니를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의 의무연금 소득대체율은 31.2%로 OECD 회원국의 평균치(50.7%)를 크게 밑돌고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센터장은 “(개인들도) 퇴직금이나 주택 등의 자산을 활용해서 장기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연금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퇴직연금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주요 시중은행에 10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10월 31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로 5대(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시중은행에 순유입된 자금은 954억 원이었다. 보험, 증권 등 다른 금융권으로 전출된 자금은 4750억 원이었고, 5704억 원어치는 은행권이 다른 금융회사에서 신규로 유치했다. 실물이전 초기 시중은행들이 예상보다 유치전에 선방한 것이다. 근로자가 속한 회사에서 직원들의 퇴직금을 운용, 관리하는 확정급여(DB)형은 5대 은행에 1464억 원 순유입됐다. 반면 근로자가 직접 운용 방법을 정하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은 각각 106억 원, 404억 원씩 순유출됐다. 한편 5대 은행의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은 지난달 28일 기준 180조8028억 원으로 10월 말 대비 1조6951억 원 증가했다. 적립금의 증가, 감소는 실물이전 외에도 신규 가입, 퇴직금 지급, 추가 납입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담당 임원은 “매년 4분기(10∼12월)는 연간 퇴직연금 적립액 중 70% 이상이 유입되는 시기”라며 “안정적인 운용을 중시하는 중장년 고객층은 은행권으로, 투자 성향이 공격적인 30∼40대는 증권사로 각각 갈아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기존에 보유한 연금 상품을 별도의 해지 절차 없이 타사로 그대로 옮길 수 있게 한 제도로 10월 31일 시행됐다. 지금까지 퇴직연금을 다른 회사로 옮기려면 보유 상품을 모두 팔아 현금화했어야 했는데 이 같은 불편함을 없앤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행 첫 달까지의 흐름만 보면 당장 ‘머니무브’가 일어났다고 보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연금 가입자들이 해당 제도를 인지하고 투자 성향에 맞춰 적극적으로 갈아타기까진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불법대출 여파로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조만간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행장은 금일 면접을 거쳐 이르면 다음 주 확정될 예정이다. 검찰은 손 전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이날 서울 중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다음 달 31일로 임기가 끝나는 조 행장의 연임이 어렵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에 포함된 7명의 사외이사 대부분이 조 행장의 임기 연장을 부정적으로 본 것이다. 지난해 7월 부임한 조 행장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에 직접적으로 연루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출이 나간 이후 위법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를 고의로 지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에게 350억 원의 부당대출을 내준 사실을 적발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수사 과정에서 70억∼80억 원의 추가 부당대출 정황을 포착하고 이날 손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직장인 윤모 씨(35)는 지난해 가입한 저축은행 예금 만기에 맞춰 신규 투자처를 찾아보다 결국 미국 주식 투자를 선택했다. 1년 전만 해도 저축은행 예금 금리가 연 4.5%였지만 지금은 이자율이 가장 높은 상품 금리가 3.6%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윤 씨는 “보통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금리를 더 얹어주는 편인데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수가 계속해서 우상향한 미국 S&P500지수에 여윳돈의 절반가량을 투자했다”고 했다. 지난달까지 4% 수준의 예금을 내놨던 저축은행들이 금리를 연일 낮추고 있다. 시중은행 수신 금리와 큰 차이가 없다 보니 투자처를 고민하다 여윳돈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20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79곳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이날 기준 3.52%로 지난달 말(3.61%)보다 0.09%포인트 하락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짜리 예금 금리(연 3.15∼3.55%)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 9∼10월 사이에는 4% 이상의 예·적금을 판매한 저축은행만 20곳이 넘었는데, 한 달여 사이에 고금리 상품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근 두 달간 특판상품을 판매해 이듬해 운영 자금을 거의 확보해서 더 이상 높은 금리를 제시할 이유가 없다”며 “아직 연체율 부담이 커 수신액을 무작정 늘리는 식의 영업을 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102조5684억 원으로 7월(99조9128억 원), 8월(100조9568억 원)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늘었다. 개인들은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에서 고금리 상품을 찾기 힘들어지자 예금을 해지하고 있다. 19일 기준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586조3058억 원으로 지난달 말(597조7543억 원)보다 약 1.9%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계좌에 예치된 금액을 뜻하는데, 통상 은행 금융상품에 투자되기 전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진다. 이들에게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미국 주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011억9137만 달러(약 141조 원)로 집계됐다. 미국 대선 직후인 이달 7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겼다. 개인들이 이달 들어 18일까지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SOXL’로 순매수 규모가 4억4271만 달러에 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개인투자자들이) 금리 인하 이후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투자처로 관심을 돌리는 분위기”라며 “다만 중장기 수익률보다는 단기간에 일확천금을 벌고 싶어 하는 ‘한탕주의’가 심해지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직장인 윤모 씨(35)는 지난해 가입한 저축은행 예금 만기에 맞춰 신규 투자처를 찾아보다 결국 미국 주식 투자를 선택했다. 1년 전만 해도 저축은행 예금 금리가 연 4.5%였지만 지금은 이자율이 가장 높은 상품 금리가 3.6%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윤 씨는 “보통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금리를 더 얹어주는 편인데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수가 계속해서 우상향한 미국 S&P500지수에 여윳돈의 절반가량을 투자했다”고 했다. 지난달까지 4% 수준의 예금을 내놨던 저축은행들이 금리를 연일 낮추고 있다. 시중은행 수신 금리와 큰 차이가 없다 보니 투자처를 고민하다 여윳돈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20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79곳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이날 기준 3.52%로 지난달 말(3.61%)보다 0.09%포인트 하락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짜리 예금 금리(연 3.15~3.55%)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 9~10월 사이에는 4% 이상의 예·적금을 판매한 저축은행만 20곳이 넘었는데, 한 달여 사이에 고금리 상품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근 두 달간 특판상품을 판매해 이듬해 운영 자금을 거의 확보해서 더 이상 높은 금리를 제시할 이유가 없다”며 “아직 연체율 부담이 커 수신액을 무작정 늘리는 식의 영업을 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102조5684억 원으로 7월(99조9128억 원), 8월(100조9568억 원)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늘었다. 개인들은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에서 고금리 상품을 찾기 힘들어지자 예금을 해지하고 있다. 19일 기준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586조3058억 원으로 지난달 말(597조7543억 원)보다 약 1.9%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계좌에 예치된 금액을 뜻하는데, 통상 은행 금융상품에 투자되기 전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진다. 이들에게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미국 주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011억9137만 달러(약 141조 원)로 집계됐다. 미국 대선 직후인 이달 7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겼다. 개인들이 이달 들어 18일까지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SOXL’로 순매수 규모가 4억4271만 달러에 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개인투자자들이) 금리 인하 이후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투자처로 관심을 돌리는 분위기”라며 “다만 중장기 수익률보다는 단기간에 일확천금을 벌고 싶어 하는 ‘한탕주의’가 심해지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전세계 4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아폴로가 서울 지점을 개설하고 이재현 전 삼성증권 부사장을 파트너 겸 한국 대표로 선임했다고 18일 밝혔다.이 대표는 한국장기신용은행과 KPMG, JP모건, 골드만삭스 등을 거쳤으며 BNP파리바 투자은행(IB) 부문 한국 대표, 골드만삭스 투자부문 한국 대표 등을 역임했다. 최근까지는 삼성증권의 기업금융1부문장(부사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그는 서울 지점 인력 확충, 기관 투자자 네트워크 구축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1990년 설립된 아폴로는 블랙스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그룹과 함께 미국의 4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꼽힌다. 올 6월 말 기준 운용자산 규모는 6960억 달러(약 696조 원) 수준이다. 2006년 이후 아시아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 중이며 현재 도쿄, 시드니, 홍콩, 뭄바이, 싱가포르 등에 진출해 있다.스캇 클라인만 아폴로 자산운용 부문 공동 대표는 “한국은 주요 금융 허브 중 하나“라며 ”한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자산운용 솔루션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달러와 비교한 원화 가치가 올 들어 8% 가까이 떨어지며 주요국 중 두 번째로 큰 낙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시중은행의 외환 거래 손실이 벌써 지난해의 4배에 육박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외화 유동성 점검에 나선다.17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5일 오후 3시 30분 1398.8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치면서 지난해 말보다 8.6%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 것은 곧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뜻으로 이 기간 원화 절하율은 7.92%로 집계됐다. 가장 높은 절하율을 보인 엔화(9.6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절하율이다. 다른 주요국 통화의 달러 대비 절하율은 유로 5.11%, 영국 파운드 1.08%, 호주 달러 5.67%, 대만 달러 5.99% 수준이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핵심 산업인 반도체의 위기론 속에 한국에 대한 투자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을 반영하는 환율 흐름”이라고 말했다. 환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은행권의 외환 손실 규모가 상반기(1∼6월)에 비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외환 거래 누적 손실은 총 3864억 원이었다. 손실액이 전년 동기(1018억 원) 대비 약 3.8배로 불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부터 강달러 추이가 지속되면서 은행들이 보유한 외화 부채의 평가손실이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20일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 10여 곳의 외환·자금 담당 임원을 소집해 은행권의 유동성 현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달 말 달러화 예금은 한 달 전보다 31억 달러 줄었다. 환율 상승으로 예비용 자금 수요가 줄고 달러화 매도는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우리은행에서 25억 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또 발생했다.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5일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로 인해 25억 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발생일은 올 3월 14일이며 손실 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담보가액이 33억2100만 원이어서 실제 손실액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번 금융사고는 재개발 상가를 할인 분양받은 고객이 할인받기 전의 분양가로 대출을 신청하면서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제보를 접수받은 뒤 자체 조사를 거쳐 이 같은 사고를 확인했으며 형사 고발을 준비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가 매도인과 매수인이 이면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를 은행에 알리지 않아 실제 분양가보다 많은 대출액이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우리은행의 금융사고는 올해 들어 4번째로 앞서 우리은행에서는 올 6월 경남 지역 영업점에서 1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해 준법감시인을 교체했다. 이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로 올 8월 165억 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9월에는 주거용 오피스텔 담보대출이 나가는 과정에서 채무자가 제출한 서류가 허위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사고 금액은 약 55억 원 수준이었다.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7일부터 진행해 온 우리금융그룹,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연장했다. 내부통제 체계뿐 아니라 동양·ABL생명 인수 추진 과정에서 자본비율 준수 여부 등도 살펴볼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임원회의에서 우리금융 정기검사 과정에서 내부통제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부동산 개발 사업의 위험을 키우는 고질적인 ‘저자본, 고대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가 도입된다. 토지를 현물로 출자하는 토지주에게 과세 시점을 늦춰주고, 일본 도쿄 ‘롯폰기 힐스’처럼 시행사가 개발한 부동산을 직접 운영할 경우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준다. 이를 통해 개발 사업비 가운데 자기자본 비중을 현재 3∼5%에서 선진국 수준인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정부는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등 반복되는 부동산 PF 위기의 근본 원인이 시행사의 낮은 자기자본 비중에 있다고 보고 우수 개발업자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토지주가 시행사에 토지나 건물을 현물로 출자하면 법인세나 양도소득세 납부를 늦춰준다. 그동안 국내 개발 사업은 토지 확보 단계부터 시행사가 브리지론(토지 매입을 위한 단기 대출)으로 대부분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앞으로는 대출을 줄이고 자본 투자를 늘려 시행사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토지주들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대규모 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것보다 토지 매각을 통한 수익 회수를 선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행사가 준공 후 부동산을 직접 관리, 운영하는 개발 사업에 대해선 용적률 상향, 기부채납 완화 등의 혜택도 주기로 했다. 현재는 시행사들이 개발이 끝난 뒤 분양만 잘되면 큰 수익을 거두는 구조다. 이는 쪼개 팔기 쉬운 사업장을 만드는 데 치중하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미국, 일본 대형 시행사들은 직접 부동산을 운영하면서 임대수익을 올린다.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겼을 때 부실이 건설사 및 금융권으로 전이되는 문제도 개선한다. 건설사들은 시행사에 지급보증을 서고 금융기관은 보증만 믿고 사업성 평가 없이 대출을 내주던 관행을 손질하는 것이다. PF 대출 시 금융권의 사업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자기자본 비율이 낮은 사업장에 대출을 해주는 경우 충당금을 더 많이 쌓도록 한다. 정부는 금융사들이 사업성 평가를 외부 용역을 통해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 PF 대출 과정에서 ‘전문평가기관 인증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시행사가 채무 불이행 시 건설사에 과도한 의무를 지우는 책임준공 관행에 대한 개선 방안도 내년 1분기(1~3월)에 추가로 마련한다. ‘깜깜이’였던 PF 사업 정보를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PF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전문가와 부동산 개발 업계에선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자기자본과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방안은 조세특례제한법, 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 등의 제정·개정이 필요해 당장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옥석 가리기’ 과정에서 약 2400개에 달하는 시행사 중 영세 업체들이 도태될 수도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책방향은 맞지만 대부분 법 개정이 필요해 효과는 2026년에나 나올 것”이라며 “자본부터 설계·공간 구성, 분양, 운영 노하우까지 두루 갖춘 디벨로퍼와 영세 디벨로퍼 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KB국민은행이 예·적금 상품 금리를 소폭 낮추며 ‘금리 인하’ 행렬에 합류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은행권은 수신금리를 순차적으로 낮춰 왔다.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예·적금 금리를 상품, 만기에 따라 0.10∼0.2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로써 한은의 금리 인하 이후 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모두 예·적금 금리를 낮추게 됐다. 한은은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낮추며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했다. 시중은행에 앞서 BNK경남·부산은행은 지난달 17일 주요 수신상품 금리를 낮춘 바 있다. 은행권의 연이은 수신금리 인하로 예대금리 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수신금리는 내리면서도,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출금리는 높게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의식한 조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상황을 고려하면 은행들이 빠른 시일 내에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며 “(대출금리 인하는) 내년 1분기(1∼3월) 즈음에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민은행은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제한을 완화할 예정이다. 주택담보대출 중 생활안정자금대출 한도를 최대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상향하고, 타행 주담대 고객이 국민은행 주담대로 갈아타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