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송평인 논설위원

논설위원실

구독 151

추천

안녕하세요. 송평인 논설위원입니다.

pisong@donga.com

취재분야

2024-10-28~2024-11-27
칼럼94%
사설/칼럼3%
문학/출판3%
  • “기후문제에 제3의 길은 없어… 좌우 넘어 대타협 이뤄야”

    《영국 사회학자이자 상원의원인 앤서니 기든스 경을 19일 영국 웨스트민스터 상원건물 입구에서 만났다. 상원의원은 방문자를 입구까지 직접 내려와 맞는 관행이 있다. 하원 건물은 커튼 카펫 의자 등 내부의 주조색이 소박한 녹색인 데 비해 상원 건물은 적색이라 느낌이 아주 달랐다. 안에는 티룸도 있고 펍(pub)도 있다. 작은 마을 같다. 기든스 경과 마주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책 ‘기후변화의 정치학’ 얘기를 했다. 기든스 경과 티룸에서 마주 앉았다.》“너무 춥다고? 온난화는 현실이다, 강력하고 피할수 없는” ―북반구에서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그런데도 지금 지구온난화를 확신하는가. 과학적 진실이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과 다를 때 어떻게 지구온난화의 위기가 실재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나. “웨더(weather)와 클라이밋(climate)을 구별해야 한다. 웨더가 그날그날의 날씨를 의미한다면 클라이밋은 일정 기간 날씨의 평균을 의미한다. 또 웨더가 지구상의 어떤 특정 지역의 기후를 의미한다면 클라이밋은 전 지구에 걸친 기후를 의미한다. 최근 영국은 추웠지만 이웃나라 아일랜드는 예년보다 훨씬 따뜻했다. 지구온난화는 웨더가 아니라 클라이밋에 관련된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또 하나의 특징은 단순히 덥다, 춥다가 아니라 극단적인 기후 패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호주는 오랜 기간 가뭄에 시달리고 영국은 예전보다 훨씬 빈번한 홍수에 시달린다. 최근 아이티 지진은 지구온난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크다. 그건 자연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강력할 것이고 게다가 아무도 피해 갈 수 없다.” ―‘2012’란 영화를 본 적이 있나. 지구 종말에 관한 영화다. 우리는 오늘날 지구 종말을 주제로 다룬 소설 영화 만화에 둘러싸여 있다. 지구온난화도 이런 유행 중 하나가 아닌가. “그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어쨌든 일반인은 이런 종류의 지구 종말 얘기와 기후변화를 거의 구별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픽션과 현실을 구별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기후변화는 세계 각국의 과학자 100여 명이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를 통해 과학적 발견에 기초해서 내린 결론이다. 물론 미래 위험을 100% 장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무시한다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2012’ 대신 괜찮은 영화를 하나 소개하고 싶다. 지난해 영국 여성감독 프래니 암스트롱이 만든 ‘에이지 오브 스튜피드(Age of Stupid)’라는 영화다. 기후변화를 다룬 이 영화로 영국에서는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해보다 10% 줄이기 위한 10 대 10 캠페인이 시작됐다.” ―지난해 펴낸 저서 ‘기후변화의 정치학’에서 기후변화는 좌·우파의 문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기후변화 정책은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기후변화 정책은 미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와 사회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나라인 미국을 보자. 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기후변화 이슈에서 일부 공화당의 지지를 받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우리가 목격한 것은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의 정치적 양극화다. 그 결과는 글로벌한 차원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바마는 덴마크 코펜하겐 회의에 참석했지만 내놓을 제안이 없었다. 좌우 대립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가능한 곳에서 어떻게든 ‘정치적 대타협(political concordat)’을 이뤄내야 한다. 기후변화 정책은 정권의 부침과 상관없이 살아남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정권 교체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목표에 천착하는 ‘공무 영역(civil service)’을 확보해야 한다.” ―환경운동과 기후변화 정책은 어떤 관련이 있는가. “환경운동은 기후변화를 정치적 의제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지만 그 자체는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이 가진 극단적인 탈집권화, 제로 성장 사회, 비폭력 같은 신조는 현실 정치와 부합하지 않는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같은 구호는 지키려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구온난화와 싸우는 것과는 상관없다. 환경운동가들은 ‘지구를 구하자’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기후변화 정치는 지구를 구하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 지구 자체는 우리가 무엇을 해도 살아남는다. 문제는 거기에 사는 사람이다.” ―원자력 발전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원자력은 신뢰할 만하고 경쟁력이 있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원자력은 핵 확산, 테러리즘과도 관련돼 있기 때문에 복잡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계 주요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맞추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국제적인 핵 관리의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원자력 발전을 대규모로 확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원자력과 핵무기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북한과 이란이 원자력으로 핵무기를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핵 확산과 관련해서 중동은 특히 위험한 곳이다.”▼“향후 20년 저탄소 녹색혁명 시대깵 일자리도 많이 생길 것”▼ ―기술 발전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기술의 발전은 ‘저탄소 경제(low carbon economy)’를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재생에너지 기술을 중심으로 해서 저탄소 경제로 가기 위한 더 큰 산업혁명의 시작단계에 있다. 최근 20년간 정보기술(IT)이 세계 경제를 이끌었듯이 앞으로 20년은 새로운 환경기술이 세계를 이끌 것이다. 재생에너지 기술 없이 저탄소 경제로 이행할 수 없다. 중국과 인도는 지금 새로운 발전모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국가가 단순히 옛 서방 선진국의 길을 따른다면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오늘날 중국과 인도의 리더십이 서서히 인정받고 있다. 이들 국가가 새로운 발전모델을 찾는 데 기술 혁신은 아주 중요하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개념 대신에 ‘녹색 성장’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나는 녹색성장을 저탄소 경제로 가기 위한 출발이라고 보며 그 개념에 매우 호의적이다. 한국이 광범위한 지속가능한 투자에 힘을 기울이기로 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 이행 과정을 통해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사람들이 이제는 기후변화 정책을 비용이 더 드는 골치 아픈 문제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 분야에서 더 많은 진전을 이루는 나라일수록 글로벌화된 저탄소 경제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제3의 길’의 이론가로 유명하다. ‘기후변화의 정치학’은 기후변화에 관한 제3의 길을 모색하는 것인가. “아니다. 기후변화의 정치학은 좌파, 우파의 구별을 넘어선 문제를 다룬 것이다. 제3의 길은 글로벌 시대에 대응해 전통 좌파와는 다른 중도 좌파의 새로운 전략을 모색한 것이다.” ―당신의 부지런함과 끈기에 늘 놀란다. 70세가 넘도록 책을 2년에 한 권, 어떨 때는 한 해에 한 권 펴내고 있다. (기자가 나이를 확인하기 위해 ‘72세가 맞느냐’고 물으니 ‘완전히 틀렸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자가 놀라 ‘그럼 몇 살이냐’고 물으니까 ‘29세’라고 했다. 기자가 폭소를 터뜨리자 그가 ‘어쨌든 질문을 계속하고 보자’고 말했다.) 어떻게 그 나이에도 계속 그렇게 일할 수 있나. “내가 좋아하는 모토 중 하나는 윌리엄 베버리지의 것이다. 그는 영국 복지국가 건설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유명한 ‘베버리지 보고서’의 저자다. 그가 80세가 됐을 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전히 급진적이 되기에 충분할 만큼 젊고 여전히 누군가가 산을 옮길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게 나의 모토이고 우리가 따라야 할 아주 좋은 모토라고 생각한다.”런던=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앤서니 기든스는…1998년 ‘제3의 길’ 주창 좌파의 중도화 이끌어앤서니 기든스 경(72)은 세계적 명성을 지닌 영국 사회학자. 1987년 케임브리지대 교수, 1997 런던정경대(LSE) 학장 등을 지냈으며 2003년 이후 LSE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초기에는 사회학 연구에 집중했으나 1990년대 이후 모더니즘이 사회 및 개인에게 미친 구체적 결과를 탐구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998년 그가 제시한 ‘제3의 길’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등에게 영향을 미쳐 좌파의 중도화를 이끌었다. 2004년 영국 노동당 소속의 1대 종신 상원의원이 됐다. 지난해에는 환경 문제를 다룬 ‘기후변화의 정치학’을 펴내 또다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주요 저서로 ‘사회학’ ‘자본주의와 현대사회이론’ ‘모더니즘과 자아정체성’ 등이 있다.}

    • 2010-01-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특파원 칼럼/송평인]독일의 反통일세력이 됐던 사람들

    민중의 진정한 바람을 이른바 양심적이라는 지식인들이 배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올해 20주년을 맞는 독일 통일의 역사에도 그런 측면이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당초 동독주민이 원한 것은 동독을 떠나는 것이었다. ‘우리는 나가고 싶다(Wir wollen aus)’라는 시위구호는 이런 심정을 나타낸 것이었다. 딱딱한 표현을 빌리자면 여행의 자유, 출국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수많은 동독 주민이 체코로, 폴란드로, 헝가리로 탈출할 기회를 엿보았다. 그해 가을 라이프치히의 월요 시위가 시작되고 10월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동독 주민의 입에서 ‘우리는 여기에 남겠다(Wir bleiben hier)’는 구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우리가 인민이다(Wir sind das Volk)’는 구호가 함께 등장했다. 동독의 주인은 공산당이나 슈타지(비밀경찰)가 아니라 인민이고 그 인민은 바로 우리라는 뜻이다. 동독 공산당의 진정한 위기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동독에서 내보내 주기만 해달라던 사람들이 생각을 바꿔 남겠다고 했을 때 단순히 여행규정 완화조치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태가 다가온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해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여전히 ‘우리가 인민이다’는 구호가 나오고 있었지만 그 사이에 ‘우리는 한 민족이다(Wir sind ein Volk)’라는 새로운 구호가 등장했다. 동독 주민이 통일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라이프치히의 월요 시위를 주도한 ‘노이에스 포룸(Neues Forum)’ 구성원 대부분은 단지 사회주의를 개혁하길 원했을 뿐이다. 노이에스 포룸의 구성원은 이른바 빌둥스뷔르거툼(Bildungsb¨urgertum·교양시민층)이라고 해서 작가 예술가 학자 교사 등 ‘먹물 든’ 지식인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동독에서 특혜를 누리던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슨 박해 같은 것을 당한 사람도 아니었다. 이들은 시위대가 “우리가 인민이다”라고 선언한 데 대해서는 흡족해했지만 11월 9일 이후 “우리는 한 민족이다”라고 외치고 나서자 깜짝 놀랐다. 어찌된 일인지 막상 통일을 앞두고 서독의 좌파 지식인 대부분도 통일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를 꺼리고 그 희망을 부추기는 세력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주간 신문 ‘디 차이트’의 테오 조머 같은 이는 “독일 통일의 해골을 납골당에서 도로 꺼내오는 것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공포와 테러를 안겨줄 뿐”이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동독 주민은 단순히 통일도 아니고 하루빨리 통일이 실현되기를 원했다. 사실 그들이 원한 통일의 속도는 통일의 주역이 된 기민당(CDU)의 헬무트 콜 총리조차 처음에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빠른 것이었다. 오스카어 라퐁텐이 이끌던 사민당(SPD)은 이 과정에서 완전히 반(反)통일 세력이 됐다. 과거 동방정책을 이끌었던 빌리 브란트 전 총리가 속한 정당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사민당이 통일 지연으로 초래될 수 있는 정치적 혼란은 아랑곳없이 통일헌법이 필요하다고 떠들고 있을 때 동독 주민은 계속 서독으로 넘어가면서 조속한 통일을 온몸으로 촉구했다. 결국 독일은 국민에게서 사랑받던 기본법을 그대로 둔 채 초단기간인 11개월 만에 통일을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툭하면 분단의 모순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진짜 통일을 필요로 하는 순간, 그것을 요구하는 인민 앞에서 반(反)통일세력이 되는 극적인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송평인 파리 특파원 pisong@donga.com}

    • 2010-01-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테러범, 속옷에 폭탄 숨겨 탑승… 착륙직전 폭파 시도

    성탄절 아침에 들려온 항공기 폭파테러 기도 소식에 미국 국민은 경악했다. CNN과 폭스뉴스 등 미국의 뉴스전문 채널은 성탄절부터 이튿날까지 온통 ‘테러 뉴스’만을 쏟아냈다.○ ‘꽝’ 소리와 함께 자욱한 연기 속에 화염“폭죽이 터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샴페인병이 열리는 소리 같기도 했고…. 유리창이 깨졌거나 비행기 동체에 뭐가 부딪힌 줄 알았다.” 테러용의자 좌석에서 6열 앞인 13열에 앉아 있었던 비나 사이갈 씨는 화공약품 냄새를 맡고 뒤를 돌아보자 화염이 솟아올랐다고 전했다. 비행기 안은 순식간에 승객들의 비명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사업차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뒤 귀국하던 칼스 키프먼 씨는 “당혹감이 공포와 절망으로 바뀐 것은 한순간이었다”며 “승무원들의 눈에서도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용의자는 폭발 시도 전에 20분 동안 화장실에 가 있었고, 다시 자리에 돌아와서는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속이 안 좋다”고 얘기한 뒤 배와 무릎을 담요로 덮었고 그 순간 연기와 함께 ‘퍽’ 하는 소리가 시작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용의자는 고성능 폭발물질 PETN을 속옷에 꿰매 탑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PETN은 TNT의 1.66배의 폭발력을 가진 고성능 폭발물질. 뉴욕포스트는 “용의자는 속옷 안 사타구니 근처에 PETN 분말을 채운 콘돔을 꿰맨 것으로 나타났다”며 “PETN에 주사기로 화학물질을 주입해 폭발시키려 했다”고 전했다. 불발 원인에 대해 ABC방송은 “뇌관 역할을 하는 액체가 미처 분말에 주입되지 못했거나 주입된 액체가 너무 적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 구멍 난 보안체계이번 폭탄테러 시도는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테러 방지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정작 보안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용의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히폴 공항에서 탑승할 때 보안검색에서 걸리지 않았다. 미국의 국가대테러센터가 의심스러운 인물 데이터베이스(55만 명)에는 올라 있었지만 탑승 금지 대상자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더욱이 범인의 아버지 알하지 우마루 무탈라브 씨는 이미 6개월 전에 나이지리아 정부와 미 대사관에 아들의 극단적인 행동을 신고했지만 당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호에크스트라 하원 의원(공화·미시간 주)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는 그가 알 카에다 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것을 최소한 2, 3개월 내에 알았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미 ABC방송은 용의자가 인터넷을 통해 예멘의 한 과격 지도자와 접촉했다고 미 당국에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검색 강화 후폭풍사건 직후 항공기보안 검색이 대폭 강화됐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국제선 항공기 승객들은 착륙 1시간 전부터는 기내에서 움직이지 말고 좌석에 앉아 있도록 하고 어떤 개인소지품도 무릎 위에 놓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국제선 승객들은 기내에 반입할 수 있는 가방을 1개씩만 허용하며 미국 국내선 항공 승객들도 강화된 보안검색을 받게 된다고 항공사들은 발표했다.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을 비롯해 유럽 각국 공항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국제공항에서는 여성 핸드백만 기내 반입이 허용됐을 뿐 모든 짐을 수하물로 부치도록 했다. 영국 런던 히스로 국제공항에서도 미국행 여객기 탑승객을 대상으로 이중의 보안검색과 기내 반입품 제한 등 종전보다 훨씬 강화된 보안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현지 반응ABC, NBC 등 공중파 방송과 CNN, 폭스뉴스 등은 테러전문가들을 출연시켜 용의자가 알 카에다와의 연루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전하면서 “미국이 아직도 테러의 위협에 노출돼 있으며 비행기 등 대중교통수단이 주요 타깃”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용의자가 착륙 직전까지 비행기 폭발 시도를 하지 않은 이유, 공모자는 없는지 등 주요 의문점을 분석하기도 했다.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도 1면 머리기사로 테러 미수사건을 다뤘다. 뉴욕타임스는 테러용의자가 알 카에다와 연루된 예멘의 폭탄전문가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번번이 테러의 위험에 노출되면서도 보안에 구멍이 뚫리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타임지는 ‘증오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기사에서 “9·11테러 이후 공항보안 검색을 피하기 위한 기발한 수법들이 나오고 있다”며 “자살을 각오하고 속옷 안에 교묘히 폭발물을 숨기는 등의 방식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나이지리아 부유한 은행가의 아들이슬람교 전파 앞장서 ‘알파’ 별명▼■ 범인은 23세 런던 유학생 미 여객기 폭파미수범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는 올해 23세로 영국 런던에서 유학한 열성적인 이슬람 신자로 밝혀졌다.압둘무탈라브는 나이지리아의 부유한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알하지 우마루 무탈라브 씨는 나이지리아 퍼스트뱅크 은행장을 최근까지 지냈고 1970년대에는 나이지리아 정부에서 장관급 관료로 일했다. 이런 아버지를 둔 덕분에 압둘무탈라브는 지난해까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런던(UCL)에서 3년간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그 전에는 아프리카 토고의 수도 로메의 브리티시 인터내셔널 스쿨(BIS)에서 고교과정을 수학했다. 압둘무탈라브는 고교 재학 당시부터 동급생에게 열성적으로 이슬람교를 전도했으며, 그 때문에 이슬람 학자를 뜻하는 신조어인 ‘알파’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런던을 떠난 이후 아버지와의 접촉을 끊고 이집트와 두바이에서 거주해 왔다. 아버지는 아들이 극단적 종교 성향을 지닌 것을 우려해 6개월 전 아부자 주재 미국대사관과 나이지리아 보안기관에 그의 활동내용을 신고했다. DPA통신에 따르면 현재 나이지리아 당국의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그의 아버지는 자신이 신고를 했는데도 아들이 어떻게 미국까지 갈 수 있었는지 의아해한 것으로 전해졌다.압둘무탈라브는 런던에 거주할 당시 UCL에서 멀지 않은 고급 주택가인 메릴번 구역의 한 아파트에 살았다. 그와 UCL를 같이 다닌 파브리치오 카발로 마린콜라 씨(22)는 영국 인디펜던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매우 종교적이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극단적인 행동을 보인 적은 없다”고 말했다.압둘무탈라브는 5월 대학에서 6개월짜리 코스를 더 밟겠다는 이유로 영국 정부에 비자 신청을 했으나 거부됐다. 선데이타임스는 영국 출입국 당국이 그가 공부를 하겠다는 대학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그의 비자 신청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16일 가나 수도 아크라의 KLM항공 사무소에서 현금 2831달러를 주고 항공권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여행 경로는 당초 24일 밤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네덜란드 암스테르담→미국 디트로이트에 도착한 뒤 다시 암스테르담을 거쳐 아크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그는 지난 2년간 이슬람 테러조직과 관련이 있는 인물로 미국의 감시리스트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런던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복수 비자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그는 영국 첩보기관 MI5의 감시망에도 걸려들었으나 지속적인 감시를 할 만큼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영화속 영웅’처럼 참사 막은 영화감독▼■ 범인 제압한 승객은 ‘크리스마스 재앙’을 막은 야스퍼르 스휘링아 씨(32·사진)는 네덜란드 영화감독. 플로리다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비행기를 탄 스휘링아 씨는 “갑자기 ‘뻥’ 하는 소리를 들었고 30초쯤 지나자 연기가 났다”며 “일부가 비명을 질렀고 (나는) 주저하지 않고 연기가 나는 쪽으로 점프를 했다”고 숨 가쁜 상황을 전했다. 범인 좌석(19A)에서 오른쪽 반대편인 20J에 앉아 있었던 그는 승객 4명의 머리 위를 다이빙하듯 훌쩍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의 무릎 담요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본 그는 재빨리 용의자의 몸을 뒤져 다리에 붙어 있던 폭발물을 제거했다. 그는 곧 “물을 달라”고 외쳤고 승무원들이 소화기를 갖고 달려와 불을 껐다. 스휘링아 씨는 범인의 목을 조른 상태로 1등석으로 데려 갔다. 용의자와 격투하다 오른손에 화상을 입은 그는 “내가 영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무엇인가 해야 할 상황이었고 너무 늦지 않았음에 행복하다”고 말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09-12-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바마 방문때 대규모 시위” 세계 환경전사 450명 기후열차 타고 코펜하겐 입성

    약 450명의 ‘에코(Eco) 전사’를 태운 ‘기후 특급열차(Climate Express)’가 6일 덴마크 코펜하겐 중앙역에 들어섰다.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출발한 이 열차는 독일과 덴마크의 국경을 넘어 14시간을 달려왔다. 교통수단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의 27%가량을 차지하는 큰 오염원이다. 브뤼셀에서 코펜하겐까지는 약 800km. 여객기로는 1시간 45분에 갈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이 경우 1인당 115kg의 CO₂를 배출한다. 기차로 가면 33kg의 CO₂를 배출하는 데 그친다. 이들이 항공기를 마다하고 14시간씩 열차로 달려 코펜하겐에 온 이유다. 열차는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람들을 싣고 왔다. 공통점이 있다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을 크게 우려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히말라야의 빙하를 구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네팔인 셰르파도 있었고, 청정 바다를 살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대서양을 노를 저어 건넌 여성도 있었다. 미래의 스키장에 눈이 녹을 것을 걱정하는 익스트림 스키어도 있었다. 특히 멀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에 내려 다시 기후 특급열차가 기다리는 브뤼셀까지 와 기차를 탄 기후전문가도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5일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일본 교토에서 모여 지구를 온난화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에서 코펜하겐까지 열차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코펜하겐에 몰려온 것은 유엔 기후회의를 이끌게 될 정상들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당초 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문 일정에 맞춰 대규모 시위를 계획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일정이 9일에서 18일로 변경되면서 대규모 시위는 다음 주로 연기됐다. 이에 따라 벨라센터 회의장 주변의 보안 조치도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이번 회의에는 전 세계 5000여 명의 기자가 프레스센터 이용을 신청할 정도로 취재 열기도 뜨겁다. 코펜하겐 시내의 호텔은 비어있는 방이 거의 없다. 코펜하겐에 숙소를 확보하지 못한 일부 참가자는 50km 이상 떨어진 국경 너머 스웨덴 말뫼 등에까지 가서 방을 잡았다.코펜하겐=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2-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코펜하겐을 희망의 호펜하겐으로”

    덴마크 코펜하겐 유엔 기후회의가 7일 시작된다. 회의를 앞두고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던 코펜하겐 벨라센터 회의장 주변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막판에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6일 긍정적 분위기로 돌아섰다. ‘기후 특급열차’ 등을 타고 세계 각국에서 몰려들기 시작한 환경운동가들은 상황의 반전을 환영하며 코펜하겐(Copenhagen)을 희망(Hope)의 호펜하겐(Hopenhagen)으로 바꾸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는 노벨 평화상 수상식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코펜하겐에 잠시 들를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바꿔 정상회의가 열리는 마지막 날인 18일 참석하기로 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중국과 인도가 각각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는 등의 진전된 상황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코펜하겐 회의 참석을 이날 공식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17일 출국해 19일 귀국한다. 이 대통령은 18일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과 개발도상국 감축활동 등록부(NAMA Registry) 제안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선도적 역할을 국제사회에 설명하고 동참을 호소할 예정이다.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협약을 마련하기 위한 이번 회의는 18일까지 열리며 현재까지 세계 105개국 정상이 참여키로 했다. 이들 105개국은 세계 인구의 82%, 국내총생산(GDP)의 89%,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차지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으로 편입될지도 관심거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의무감축국이 아닌 나라는 한국과 멕시코뿐이다. 코펜하겐=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2-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지구를 구할 2주일…코펜하겐 유엔 기후회의 7~18일 열려

    2012년 만료되는 교토기후변화협약(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이후의 세계 기후 질서를 결정할 덴마크 코펜하겐 유엔기후회의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라는 공식 명칭을 가진 이번 회의는 전 세계 192개국에서 1만5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7∼18일 코펜하겐 벨라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4일 “이번 회의에는 92개국 국가 정상이 참가할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당시에는 단 한 명의 정상도 참석하지 않았다. 정상들 대부분은 회의 막바지인 17, 18일로 예정된 정상회의에 맞춰 코펜하겐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러 가는 길에 코펜하겐에 들른다. 17, 18일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말 “코펜하겐에서 성공이 가시화되고 있다. 구속력 있는 협정을 위한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견해차가 커 구속력 있는 합의가 나올지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4개 개도국은 1일 예비모임에서 주최국 덴마크가 마련한 초안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거부하고 공동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들 국가는 앞서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치를 발표했으나 그 목표치는 교토의정서 체제에서처럼 구속력이 없는 것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 등에 앞서 선제적으로 감축 목표를 발표한 한국도 역시 자발적 감축을 바라고 있다. 회의를 앞두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3일 영국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측이 대기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를 450ppm에 묶어 지구 기온 상승을 섭씨 2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은 불충분하다”고 실망을 드러냈다. 그는 또 16일 코펜하겐에서 열 계획이었던 대중강연을 취소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2-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CO2, 난 덜 줄이고 넌 더…” 192개국 뜨거운 實利전쟁

    《‘어떻게 하면 나는 (온실가스를) 덜 줄이고 남들은 더 줄이게 할 수 있을까.’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7∼18일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회의 당사국 총회를 관통하는 테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은 비용이 많이 들고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산업을 발전시키고 자동차를 많이 타며 넉넉하게 냉난방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러면 온실가스가 많이 발생하고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기후’는 망가진다. 이른바 ‘공유지(共有地)의 비극’인 셈이다.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보다 아무런 합의가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7일 개막을 앞두고 이번 기후변화회의의 5대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의미 있는 결과 나올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2012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국제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이다. 각국은 올해 3월부터 다섯 번에 걸쳐 독일과 스페인 등지에서 협상을 해 왔다. 이 결과 코펜하겐에서 논의할 200쪽에 이르는 협상 문안이 마련됐다. 여기엔 각국이 제안한 모든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합의가 안 된 부분엔 괄호가 쳐져 있다. 그런데 이 괄호의 수가 1000여 개에 이른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려면 괄호를 모두 없애서 30쪽 정도인 교토의정서 수준의 문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 회의에서 끝내기에는 사실 벅차다”고 말했다. 더욱이 세계 192개국에서 1만5000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회의라 각국 대표가 돌아가며 3분씩만 발언을 해도 꼬박 이틀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법적 합의문의 전 단계인 ‘선언문’ 수준의 정치적 합의문을 이끌어 내는 한편 향후 협상시한과 방향에 대한 결정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핵심은 비켜가는 미국과 중국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두 나라인 미국과 중국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 코펜하겐에 잠시 들러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17%의 감축 목표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90년에 비해서는 3% 감축하는 수준이어서 교토의정서에서 당초 미국에 요구됐던 감축 수준보다도 낮다. 오바마 대통령이 코펜하겐 방문 계획을 밝히자 중국도 처음으로 감축 목표를 언급하며 구체적인 수치를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절대치 목표도 아니고 배출전망치(BAU) 대비도 아닌 ‘탄소집약도(국내총생산·GDP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라는 어려운 개념을 들고 나왔다.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탄소집약도를 40∼45%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탄소집약도는 GDP 대비이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경우 탄소집약도가 줄어들어도 탄소 배출량 자체는 늘어날 수 있다. 양국이 코펜하겐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관심이 쏠려 있지만 협상이 타결될 정도의 획기적인 태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문제는 역시 돈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으로부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기술이전과 재정 지원을 원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역사적 책임이 있다. 반면 개도국들은 현재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지만 역사적으로는 배출량이 많지 않다. 온실가스를 줄이기보다 당장 경제개발을 통해 성장을 하는 게 급하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선진국은 재산세를 낼 만큼의 부(富)를 이뤘지만 개도국들은 아직 소득세를 내는 수준”이라고 비유하고 있다. 국제회의에서 지원금액 등의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면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이 일정 수준 이상의 금액을 제시하기 전에는 이번 회의에서 감축 목표와 관련된 합의가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 선진국들, 각종 ‘조건’ 떼어내나 일본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25% 감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여기엔 ‘선진국과 주요 개도국들이 동참할 경우’라는 전제조건이 달려있다. EU와 호주, 뉴질랜드도 다른 나라의 동참 등 각종 조건을 내걸고 감축목표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의 무조건적인 감축 목표를 원하고 있다. 각국이 이번 회의에서 이런 전제조건들을 떼어낼지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아이디어 만발 시위대 11월 스페인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선 한 시민단체가 회담장을 쇠사슬로 둘러싸는 퍼포먼스를 했다. 각국 대표들이 합의하기 전에는 나오지 못하게 한 것이다. 마치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들의 회의인 ‘콘클라베’를 연상시키는 이벤트였다고 한국 협상단 관계자는 전했다. 수백 개의 탁상시계를 회담장 로비에 늘어놓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를 하거나 얼음동상을 세워놓고 녹아내리게 만드는 등 환경단체 시위대의 아이디어는 다양하다. 협상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이번 코펜하겐 회의에서도 기발한 시위 아이디어가 대거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2도냐 6도냐 방치 땐 금세기말 기온 6도 치솟아 대재앙감축해도 2도↑… “더는 타협할 때 아니다” ▼2012년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이후의 세계 기후 질서를 결정할 코펜하겐 기후회의가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7∼18일을 ‘지구를 구할 2주일’이라고 부른다. 회담이 실패할 경우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폭풍 홍수 가뭄 열파 등 재앙으로 이어지고 지구 곳곳에서 대량 이주와 이로 인한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회담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큰 변화가 예상되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경제 구조를 친환경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코펜하겐 회담의 절박성은 ‘2도냐 6도냐의 선택’이란 말로 흔히 설명된다. 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지고 약속대로 실천한다 해도 금세기 말 지구의 기온은 지금보다 약 2도 올라가게 돼 있다. 코펜하겐 회담은 지금 이대로 둘 경우 6도까지 기온이 올라가 지구가 대재앙에 직면하게 되는 상황을 막자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가 2012년을 1년 남짓 남기고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더는 타협이 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저명한 기후학자이며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장인 제임스 한센 박사는 2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온난화는 링컨이 직면했던 노예제도 문제나 윈스턴 처칠이 직면했던 나치즘의 문제와 유사한 것”이라며 “타협점을 찾아 노예제도를 50%, 혹은 40% 줄이자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세계 각국의 협상가들이 주최 측인 덴마크가 작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회의에 회의를 거듭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날은 16일이다. 이날 새로운 기후 질서의 윤곽이 드러난다. 이 초안을 놓고 92개국 정상들이 17, 18일 결론을 낼 예정이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한국=자율감축 선도국’ 이미지 공세감축 의무 없는 개도국 지위 유지전략2005년 한국 배출량 세계 16위EU “선진국 포함시켜야” 주장 ▼미국 중국보다는 덜하지만 한국도 이번 코펜하겐 회의에서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다. 경제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개발도상국’에 포함됐지만 개도국 중 처음으로 온실가스 자율감축 목표를 세운 나라라는 점에서 찬사를 듣고 있다. 교토의정서는 세계 각국이 자발적으로 선진국과 개도국 2개 범주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의무국(Annex I)이고 개도국은 온실가스 감축의무국이 아니다(Non-Annex I). 한국은 스스로를 개도국으로 분류했다. 따라서 최소한 교토의정서가 끝날 때까진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다. 그러나 유럽을 중심으로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해 의무감축국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돼 있고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이라는 점 때문이다. 한국이 뿜어내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이런 수준에 근접해 있다. 2005년 한 해 동안 배출량이 5억9400만 t으로 세계 16위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달 개도국 가운데 처음으로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추정 배출량(BAU)의 30%까지 줄이겠다”고 수치를 제시하며 자율감축 의지를 세계에 발표했다. 국내 경제단체들은 “달성하기 부담스러운 수치”라고 반발했지만 그 덕분에 한국은 의무감축국 포함 논란에서 한 발짝 멀어졌다. 특히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주요 개도국이 자율감축 목표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한국이 개도국의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는 호평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코펜하겐 회의에서 ‘한국=온실가스 자율감축에 앞장서는 개도국’이라는 인식을 굳힌다는 방침이다. 개도국 지위는 유지하되 ‘자율감축’에 방점을 찍어 선진국에 맞먹는 의무를 다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회의장에서 ‘개도국 감축행동 등록부’ 마련도 제안할 예정이다. 개도국이 감축한 온실가스 양을 이곳에 공개할 경우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감축량을 인정하고 이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자는 아이디어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09-12-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터치스크린 누르면 웰컴 대신 “안녕하세요”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이 1일(현지 시간)부터 한국어 작품안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로써 영국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러시아 에르미타시 박물관 등 세계 3대 박물관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멀티미디어 기기를 이용한 한국어 작품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서비스는 모두 대한항공이 각 박물관과 계약을 체결하고 후원하는 것이다. 이날 오전 8시 반 대한항공은 대영박물관 인라이튼먼트 갤러리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닐 맥그리거 대영박물관장, 한승수 전 국무총리, 유의상 주영 한국대사관 공사, 원용기 주영 한국문화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어 작품안내 서비스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식과 시연행사를 열었다. 맥그리거 관장은 “세계 모든 문명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이곳에 한국어로 한국인 관람객들에게 주요 작품을 설명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조 회장도 “대영박물관의 유물은 한 국가, 한 인종만이 독점할 수 없다”며 “이번 서비스를 계기로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유물을 한국의 문화예술 애호가도 골고루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비스의 첫 관람객이 된 김준성 씨(39·관광객)는 “대영박물관에서 첨단 디지털 기기를 통해 한국어 작품안내를 받게 돼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어 작품설명은 ‘로제타스톤’ ‘람세스 2세 두상’ ‘파르테논신전’ ‘길가메시 신화 점토’ 등 대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주요 작품 220여 점에 대해 이뤄지며 다른 9개 언어로 제공되는 작품안내 서비스와 내용 등이 동일하다. 특히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는 첨단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설명을 듣고 싶은 작품이미지를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대한항공은 2008년 2월 루브르박물관을 시작으로 올해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시박물관에 이어 이번에 대영박물관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동아시아 언어 중에 세계 3대 박물관에서 모두 자국어 안내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은 한국어가 유일하다. 루브르박물관에는 중국어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에르미타시박물관에는 일본어와 중국어 서비스가 없다. 런던=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2-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특파원 칼럼/송평인]“삼성-LG는 알지만 한국은…”

    프랑스 파리7대학은 한국학 중국학 일본학 등 동아시아 학과가 많기로 유명하다. 이 밖에 동아시아를 가르치는 프랑스 내 또 다른 중요한 학교로는 동양어학교(INALCO)가 있다. 그러나 이 학교에는 중국학과 일본학과만 있지 한국학과가 없다. 따라서 프랑스에서 한국학은 파리7대학이 근거지와 같은 곳이다. 파리7대학의 올 한국학과 신입생을 상대로 한 앙케트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한국어를 공부한다고 하면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에블린 에야모라는 학생은 “깜짝 놀랄 것이다. 평소 생각지도 않았던 나라에 내가 왜 관심을 갖는지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발레리 로지에라는 학생은 “친구들은 한국어는 중요한 언어가 아니며 차라리 중국어를 공부하라고 충고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학생 대부분이 비슷한 응답을 했다. 그럼에도 올해 이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은 지난해 54명에서 70명으로 크게 늘었다. 물론 이 수는 일본학과 174명, 중국학과 99명에 비하면 적은 것이다. 게다가 동양어학교 중국학과와 일본학과에 훨씬 더 많은 학생이 입학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세 나라를 나란히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프랑스에서 여전히 압도적으로 중요한 동아시아어는 일본어와 중국어다. 그렇다고 해도 이 대학 한국학과 신입생이 2001년 7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10배로 늘어난 70명은 놀라운 것이다. 이들 학생 중 상당수가 한국학을 택한 이유에 대해 “한국 기업에서 한국어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이들은 주변의 불안해하는 시선에도 한국어를 선택하면 취업의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삼성 등 한국 기업의 약진은 눈부시다. 프랑스 경제일간지 ‘레제코’는 9일자에서 삼성 휴대전화가 프랑스 시장의 40%를 점유해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세계시장 점유율 38%를 차지하고 있는 노키아가 프랑스 시장에서는 삼성에 발목이 잡혀 그 절반 수준인 20%에 묶여 있는 현상을 ‘미스터리’라고까지 보도했다. 여기에 3위는 LG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과 LG를 합칠 경우 점유율은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TV는 말할 것도 없다.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등 전 분야에서 삼성 TV는 프랑스 1위다. LG는 PDP 분야에서 프랑스 3위다. 이제 프랑스에서 삼성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프랑스인은 삼성이 한국 기업인지 잘 모른다. 어렴풋이 일본이나 중국 기업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한국학과를 지원할 정도의 학생들은 삼성 LG 기아 현대가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주변 사람들의 불안해하는 시선을 받고 있고, 그 주변 사람들이란 자기가 쓰는 삼성 휴대전화가 한국 것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인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기업이 어느 나라 기업임을 스스로 광고하고 다니는 일은 없다. 노키아가 핀란드 기업이지만 굳이 핀란드 기업임을 선전할 필요는 없었다. 노키아는 오히려 그 이름 때문에 일본 기업처럼 보여 잘나가기도 했던 기업이다. 그러나 노키아가 핀란드 기업임이 알려지면서 핀란드의 이미지가 크게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프랑스에서 한국 기업의 약진을 어떻게 한국의 이미지와 더 잘 연결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송평인 파리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조일환 대사 佛국가공로훈장

    조일환 주프랑스 한국대사(사진)가 최근 프랑스 정부로부터 국가공로 훈장인 그랑 오피시에를 받았다고 대사관이 21일 밝혔다. 그랑 오피시에는 프랑스 정부의 1등급 국가 훈장으로 1963년 샤를 드골 당시 대통령에 의해 처음 제정된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퇴임을 앞둔 조 대사가 주프랑스 대사로 재직하면서 한국과 프랑스 양국 간 우호관계 확대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의 협력관계 강화에도 이바지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훈장 수여 이유를 밝혔다.}

    • 2009-1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세계적 톱 모델 김다울 씨 숨진채 발견

    톱 모델로 활동해 온 김다울 씨(20)가 19일 프랑스 파리 10구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프랑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김 씨가 숨져 있는 것을 친구가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봐서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유서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김 씨의 소속사인 ‘에스팀’의 직원들과 동료 모델들은 20일 “자살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김소연 에스팀 대표는 직원 몇 명과 함께 급히 파리로 떠났다. 에스팀 관계자는 “다울이가 파리 컬렉션이 있던 최근까지 파리에 상주하며 잡지 촬영 등 모델 일을 해왔고 다음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평소 동료 모델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었다”고 말했다.김 씨의 사망 소식은 뉴욕매거진닷컴이 19일(현지 시간)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김 씨의 현지 에이전시인 넥스트는 성명을 통해 “그녀는 최고의 모델이었고 좋은 친구였다”며 “슬픈 시간에 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해 달라”고 밝혔다.1989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씨는 8세 때 싱가포르로 이민을 갔으며 13세 때 싱가포르 로레알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며 모델로 정식 데뷔했다. ‘개성파’ 모델 이미지가 강했고, 영어 실력이 좋아 소속사에선 어릴 때부터 김 씨를 해외 무대로 내보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2006년 파리 컬렉션을 시작으로 샤넬, DKNY 등 유명 브랜드의 패션쇼 무대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4월 세계 패션모델 랭킹을 소개하는 ‘모델스닷컴’ 사이트 내 ‘세계 여성 모델 톱 50’ 순위에 한국 여성 모델로서는 혜박 이후 두 번째로 올랐으며, 지난해에는 미국의 유명 잡지인 ‘뉴욕 매거진’에서 선정한 ‘주목해야 할 모델 톱 10’에 들기도 했다.김 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뉴욕 매거진 사이트는 이를 톱뉴스로 보도했다. 국내에선 케이블TV 채널들이 그의 생전 활동을 소개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급히 편성하는 등 추모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2009-1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판롬파위, 벨기에 언어갈등 해결한 ‘조용한 리더’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선출된 헤르만 판롬파위 벨기에 총리(62)는 조용한 리더로 불린다. 지난해 12월 플레미시(네덜란드어권)와 왈롱(프랑스어권) 간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총리가 된 이후 더는 벨기에가 둘로 쪼개질 것 같은 갈등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플레미시에 속하면서도 프랑스어를 할 줄 알고 영어에도 능숙한 그는 언어적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풀어가는 솜씨를 갖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판롬파위 의장은 1947년 브뤼셀 교외 에테르베크에서 태어났다. 브뤼셀에서 교육을 받고 성장했으며 대학에서 철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가톨릭 신자로 EU의 첫 퍼스트레이디가 될 부인 헤이르트라위 씨와의 사이에 네 자녀를 두고 있다. 여러 권의 책을 썼으며 시에 관심이 많다. 일본 전통 시 하이쿠를 짓기도 한다. 1988∼1993년 기독민주당의 당수를 지냈고 플레미시와 왈롱 간 대립이 격화된 2007년 하원의장을 지냈다. 한편 EU의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로 지명된 캐서린 애슈턴 통상담당 집행위원(53)은 지난해 피터 맨덜슨 집행위원이 영국 통상산업장관 직을 맡기 위해 EU를 갑자기 떠나면서 빈자리를 맡았고 이후 1년 만에 EU 외교총책의 자리까지 오른 ‘신데렐라’ 같은 인물이다. 그는 런던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 전문가이지만 1999년 업홀랜드의 애슈턴 남작부인이라는 일대(一代) 귀족 작위를 받아 영국 상원의원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시민단체나 보건기구에서 일한 경력이 전부. 2001년부터 교육기술부 등 부처에서 차관보 혹은 차관을 지낸 후 2007년 고든 브라운 총리에 의해 상원의 노동당 지도자로 지명됐다. 유럽의회 의원 중 일부는 특히 그의 국제경험 부족을 걱정한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주 능력 있는 인물”로 평가했다.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파트너로 활동했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獨국민, 국방장관 부부에 열광

    명문가 출신에 빼어난 미모-지성 겸비“美-佛처럼 정치를 섹시하게 만들 부부”독일인들은 요즘 기사당(CSU) 소속의 카를테오도어 추 구텐베르크 국방장관 부부에게 열광하고 있다. 귀족 출신인 추 구텐베르크 장관(38)은 젊고 활달하고 지적인 데다 그의 옆에는 미모에 지성까지 겸비한 역시 귀족 출신의 부인 슈테파니 씨(33)가 있다. 독일 언론은 이들의 인기가 록 스타나 할리우드 스타 부부에 비견한다고 전한다. 보수정치인 칭찬에 인색한 주간 슈피겔조차 최근 “‘젤’을 발라 머리를 넘긴 고풍스러운 멋의 그는 아마도 독일에서 유일한 정치적 스타”라고 했다. 프랑켄 지방의 귀족으로 남작 칭호를 가진 그는 친가 쪽으로는 나치 히틀러 암살 음모에 가담하고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에 반대한 것으로 유명한 기사당의 정치인 카를 테오도어 프라이허 폰 운트 추 구텐베르크가 할아버지이며, 외가 쪽으로는 오스트리아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이 속한 합스부르크 로트링겐 집안의 후손으로 크로아티아의 정치인인 야콥 폰 운트 추 엘츠가 할아버지다. 그는 인문계 고교인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힘든 산악특수부대원을 자원해 군복무를 마친 뒤 대학에서 정치와 법을 공부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대충 법을 공부한 게 아니다. 2007년 바이로이트대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헌법의 발전과정’이란 제목의 법학박사 학위 논문을 제출해 최우수(summa cum laude)로 통과했다. 가족이 소유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고, 일간 벨트의 프리랜서 기자로 일한 특이한 경력도 있다. 국방장관으로 13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헬기를 타고 독일군 기지 순찰에 나섰다 탈레반의 총격을 받았으나 무사했다. 부인 슈테파니 씨는 철혈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고손녀로 비스마르크 쇤하우젠 백작부인으로 불린다. 아동 포르노를 추방하기 위한 ‘위험에 빠진 순결(Innocence in Danger)’이라는 단체를 이끌고 있다. 여러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뿐만 아니라 수도관이나 간단한 라디오는 스스로 고쳐 쓸 줄 아는 서민적 모습도 있다.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16일 “미국의 빌 클린턴 부부,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카를라 브루니 부부처럼 이 부부는 정치를 ‘섹시하게’ 만들고 있다”고 평했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1-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독일인에게 최고로 행복한 날” 10만명 모여 자유의 축제

    장벽 상징 도미노 1000개 바웬사 처음 손대 무너뜨려한국인 3명 분단국대표 참여“마음속 장벽도 무너뜨리자” 젊은 세대들 희망의 목소리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이 되는 9일(현지 시간),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오는데도 브란덴부르크 문 주변은 축제 열기에 휩싸였다. 쇠네펠트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운터 덴 린덴에 내려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향했으나 동쪽(옛 동독지역)에서 서쪽(옛 서독지역)으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곳은 바로 옛 베를린 장벽이 서 있던 곳. 형형색색의 그림이 그려진 1000개의 스티로폼 도미노 패널이 다시 장벽을 이루고 기자의 갈 길을 막아섰다. 물론 이 모형 장벽은 북쪽으로는 독일 국회의사당, 남쪽으로는 포츠담 광장에서 끝난다. 그러나 평소 같으면 한 걸음이면 건널 수 있는 곳을 몇백 m씩 돌아가야 하니 20년 전 장벽에 가로막힌 독일인들의 신세가 가슴에 와 닿았다. 옛 동독인들은 한 걸음이면 건널 수 있는 이곳을 헝가리로, 체코로, 폴란드로 수백 수천 km씩 돌고 돌아 탈출을 시도했다. 이날 포츠담 광장에서 국회의사당까지 1.5km에 걸친 스티로폼 모형 장벽이 무너지는 데는 2분이 조금 넘게 걸릴 뿐이었지만 실제 ‘철의 장벽(Iron Curtain)’이 무너지는 데는 약 40년이 걸렸다. 교사를 하다 은퇴했다는 지빌레 헤르타 씨(60)는 “브란덴부르크 문을 통과하려는 사람은 모두 같은 불편을 겪고 있지만 오늘은 독일인에게는 더 없이 행복한 날”이라며 감격해했다. 그는 “처음 통독이 되고 나서는 동서독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다”며 “교육 분야만 하더라도 서독은 개인주의적으로 가르치는데 동독은 집단주의적으로 가르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여기 도미노에 그림을 그린 많은 어린 학생의 작품을 보면서 기성세대가 아닌 새로운 세대의 마음속에서는 동서독의 차이가 서서히 사라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서독 간의 물리적 장벽은 무너졌지만 아직도 심리적 장벽은 무너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통일둥이’들이 20세를 맞는 지금 그들은 심리적 장벽도 젊은 세대들로부터 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슈테파니라고만 밝힌 여대생(22)은 두 살 때 베를린 장벽 붕괴를 맞았다. 그에게 동독 시절의 추억은 없다. 베를린 장벽 붕괴 후에는 동베를린에서 서베를린으로 옮겨와 살았고 서독의 또래들과 같이 성장했다. 그에게 동서독 출신의 차이를 느끼느냐고 물었더니 “많은 친구가 서베를린 출신이지만 말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별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서독 출신인 슈테판 로케 씨(27)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일곱 살이었는데 특별한 기억은 없다”며 “단지 아버지가 독일 축구국가대표팀이 훨씬 강해질 것이라고 말한 것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자유의 축제’라고 불린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높이 2.3m의 도미노 패널 1000개를 넘어뜨리는 행사. 첫 도미노를 밀어뜨린 영광의 주인공은 자유노조 운동을 이끌며 동유럽 공산주의 붕괴의 물꼬를 튼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이었다. 도미노 패널은 독일의 어린 학생들과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맡아 만들었다. 베를린 장벽 붕괴를 배경으로 한 소설 ‘오래된 정원’을 쓴 소설가 황석영 씨, 독일에서 유학한 조각가 안규철 씨와 화가 서용선 씨 등 3명도 분단의 상징국가 대표로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 황 씨는 감기로 참석하지 못해 안 씨와 서 씨 두 사람만 참석했다. 독일인은 이날 행사에서 냉전으로 인한 최후의 분단국가 한국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이 무너뜨린 도미노 패널은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전시된 안 씨의 패널 앞에서 한 번 멈춰 섰는데 그 자리에서 독일 공영방송 ZDF가 안 씨를 인터뷰했다. 안 씨가 선정된 것은 물론 그가 분단국가인 한국의 예술가라는 이유에서다. 안 씨는 “통독 전에 슈투트가르트에서 유학하면서 서베를린에 와본 적이 있다”며 “그때는 장벽 앞에서 세계의 끝에 와 있다는 서늘한 느낌을 가졌는데 지금 이런 뜨거운 축제분위기에서 이곳을 찾으니 감회가 특별하다”고 말했다. 이번 베를린 장벽 붕괴 축제는 유럽연합(EU)의 정치적 통합을 강화한 리스본조약 발효를 눈앞에 두고 EU의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가 각별한 우의를 과시하며 열렸다.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는 ‘프랑스가 함께 축하한다(Frankreich feiert mit)’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내걸려 눈길을 끌었다. 또 프랑스 파리의 콩코드 광장에서는 베를린 ‘자유의 축제’와 같은 시간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유럽의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 27명이 출연해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축하 연주를 하며 통독의 기쁨을 같이 나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사르코지 대통령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바웬사 전 대통령과 함께 축제의 자리를 지켰다. 20년 전 브란덴부르크 문은 기관총과 철조망에 둘러싸여 외롭게 서 있었다. 하지만 이날 저녁엔 10만여 명의 군중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상전벽해한 브란덴브루크 문을 바라보는 기자는 한 사람의 한국인으로 착잡한 심정이 들었다. 베를린=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1-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동독 주민들, 장벽 넘으면서 ‘統獨’에 대해 발로 투표한 것”

    “독일 통일이 공산당 압제에 도전해 시위를 일으킨, 평범하지만 용감한 동독 주민들에 의해 시작된 것처럼 한반도 통일도 북한의 억압받는 주민들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외교안보보좌관을 지낸 호르스트 텔치크 씨는 8일 베를린장벽 붕괴 20주년을 앞두고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텔치크 씨는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로부터 1990년 10월 3일 통일까지 긴박했던 329일을 다룬 ‘329일-내부에서 본 통일’(1996년)이란 책을 썼다. 이 책은 당시 내무장관으로 통일 협상을 이끈 볼프강 쇼이블레 현 독일 재무장관의 ‘조약-나는 통일을 어떻게 협상했나’(1991년)와 함께 독일 통일을 연구하는 사람에게 필독서로 꼽힌다. 본보는 지난달 17일 쇼이블레 장관과의 인터뷰를 게재한 데 이어 독일 뮌헨에 거주하고 있는 텔치크 씨를 인터뷰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없었다면 통일이 가능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는 독일 통일의 열쇠를 쥐고 있었다. 1989년만 해도 그는 독일 통일에 찬성하지 않았다. 독일 통일은 50년이나 100년 후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심지어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뒤에도 콜 총리가 독일 의회 연설을 통해 발표한 10개조 통일안을 ‘일방적인 명령’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결국 몇 주 후인 1990년 2월 10일 모스크바에서 콜 총리를 만나 독일 통일에 동의했다. 이미 동독 주민의 과반수가 통일을 원하고 있고 수십만 명이 서독으로 달아났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말이다. 그는 단지 현실을 인정한 것이었고 더는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실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동독에 배치된 35만 명의 소련군을 동원하는 것이었지만 그렇게 됐다면 피의 대학살이 일어났을 것임에 틀림없다.” ―독일이 당시 운이 좋았던 것인가. “정말로 운이 좋았다. 통일은 아주 갑자기 일어났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1차적으로 고르바초프가 자기 나라에서 시작한 개혁 정책과 1989년 폴란드와 헝가리의 자유화에 영향을 받아 일어났다. 이런 변화의 물결이 결국 동독으로 흘러들어갔고 1989년 10월 동독 전역에서 군중시위가 일어났다. 마찬가지로 아무도 북한에서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 ―동독 사회주의통일당(SED) 정치국원이었던 귄터 샤보스키가 11월 9일 장벽이 무너진 날 기자회견에서 동독이 국경을 즉각 개방한다고 말한 것은 역사적 실수였나. “SED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분명 큰 실수를 저질렀다. 왜냐하면 새로운 여행규칙은 사실 그 다음 날 발표될 예정이었는데 그 내용인즉 동독 주민은 우선 신청서를 제출하고 그 다음에 해외로 나가도록 허가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샤보스키 발표 때문에 동독 주민은 즉각 국경검문소로 몰려가 국경을 통과해버렸다. 동독 주민들이 주도권을 쥐고 성공으로 이끌었다.” ―장벽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유혈사태가 시작됐을 개연성이 아주 높다. 국경 경비대원 중 한 명이 총을 발사하기 시작했을 것이고 유혈 대학살로 이어졌을 것이다. 다행히 국경경비대는 아주 이성적으로 행동했고 바리케이드를 치웠다.” ―베를린장벽 붕괴로부터 통일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왜 통일을 서둘렀나. “콜 총리가 1989년 11월 21일 10개조 통일안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통일까지 5년에서 10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동독 주민은 조속한 통일을 원하고 이를 압박했다. 1989년 주민 10만 명 이상이 서독으로 넘어갔다. 여기에 4만 명이 동독을 떠나겠다고 공식 신청서를 냈다. 1990년 초에도 매일 점점 더 많은 동독 주민이 서독으로 떠났다. 이런 식의 탈출은 동독으로서도 서독으로서도 지탱할 수 없는 것이었다. 특히 동독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재정적으로 파산상태였다. 단지 콜 서독 정부만이 동독을 지원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고 결국 그 책임을 떠맡기로 한 것이다.” ―한국의 많은 지식인은 독일 통일이 일방적 흡수통일이라고 비판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시위 도중 ‘우리는 한 민족이다(Wir sind ein Volk)’라고 외치면서 통일을 먼저 요구한 것은 동독 주민이었다. 그들은 수만 명씩 서독으로 넘어가면서 이미 발로 투표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대안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 동독은 파산상태였다. 누가 동독의 경제를 안정시키고, 그들의 빚을 갚아주고, 산업과 인프라를 현대화시켜 줄 수 있는지는 동독인들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장벽 붕괴 20년 후 얼마나 많은 동독인이 통일에 만족한다고 생각하는가. “여론조사에 따르면 3분의 2가 통독에 만족하고 3분의 1이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동독에는 200만 명 이상의 공산당원이 아직 남아있다. 그들은 모든 특권을 잃었다. 그들이 통일에 만족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호르스트 텔치크는… 1940년 체코 슈테텐 출생 1945년 독일 바이에른 정착 1962∼1967년 베를린자유대에서 정치학 전공 1968∼1979년 베를린자유대 오토쥐르연구소에서 정치학 강의 1983∼1990년 헬무트 콜 총리 외교안보보좌관 1991∼1993년 베텔스만재단 총재 1993∼2000년 BMW 이사 2003∼2006년 보잉 독일법인 사장 1999∼2008년 뮌헨국제안보정책회의 의장 2009년 3∼9월 한독미디어대학원대 총장 현재 미국 뉴욕 외교관계위원회 국제자문위원}

    • 2009-11-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동독 재건비 2260조원… 매년 증가

    독일 통일 이후 옛 동독 지역 재건을 위해 약 1조3000억 유로(약 2260조 원)가 투입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독일 주간지 벨트암존타크가 7일 독일 할레 경제연구소(IWH)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울리히 블룸 IWH 소장은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놀라운 것은 총액 자체가 아니라 매년 그 금액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엘베 강이 범람한 2003년을 예외로 하더라도 특히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난 블룸 소장은 “이 비용은 단순히 통일 비용으로 계산해 서독인이 동독인의 복지를 떠맡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며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의 경우 많은 전문인력이 서유럽 국가로 이주해 일하기 때문에 낭비가 되지만 동독인은 서독에서 일하면서 독일 내에서 한해 약 60억∼70억 유로의 가치를 창출한다”고 덧붙였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1-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佛 자크 랑 특사 9일 방북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대북특사인 자크 랑 하원의원이 9일 북한을 방문한다고 AP통신이 4일 전했다. 랑 특사는 방북기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동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랑 특사는 이번 방북을 통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한 핵문제의 해결 방안을 중점적으로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핵 문제의 진전을 전제로 유럽연합(EU)이 대북 경제 지원에 나서는 방안도 강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1-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EU 정치통합 마지막 걸림돌 사라졌다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이 유럽의 정치 통합을 이끌 리스본 조약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리스본 조약은 다음 달 1일 발효되며 유럽 통합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클라우스 대통령의 서명은 체코 헌법재판소가 3일 유럽연합(EU) 리스본 조약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뒤 몇 시간 뒤에 이뤄졌다.체코는 EU 27개 회원국 중 비준 절차를 마무리 짓지 않은 마지막 나라다. 조약 서명을 거부해 온 클라우스 대통령은 “헌재에서 합헌 결정이 내려지면 더는 비준을 방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클라우스 대통령은 “비록 나 자신은 동의하지 않지만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조약에 서명했다. 체코 의회는 이미 오래전에 조약을 비준했지만 지난달 상원의원 17명이 위헌심판을 청구하고 클라우스 대통령이 “헌재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는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태도를 고수해 비준 절차가 마무리되지 못했다.EU 정상들은 체코의 헌재 결정에 앞서 지난달 29일 체코를 위한 타협안을 마련해 합헌 결정을 유도했다. 리스본 조약은 기본권 헌장을 통해 EU 회원국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있는데 타협안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체코에서 추방된 독일인 후손들이 토지 반환을 요구할 수 없도록 체코에 예외적으로 기본권 헌장 적용 배제를 인정한 것. 2차 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부는 체코 슈체친에 사는 독일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체코를 침공했고 체코는 전쟁이 끝난 뒤 보복조치로 이 지역 독일인을 추방하고 재산을 압류했다. 클라우스 대통령은 리스본 조약의 발효로 쫓겨난 약 200만 독일인의 재산반환 소송이 촉발될 것을 우려해왔다. 리스본 조약은 소위 ‘EU 대통령’으로 불리는 2년 6개월 임기(1회 연임 가능)의 이사회 상임의장과 외교장관직을 신설하는 등 EU의 정치적 통합을 강화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EU 순회의장국인 스웨덴은 체코 대통령이 리스본 조약에 서명함에 따라 EU 초대 대통령 선출에 대한 공식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1-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베를린 장벽 붕괴 주역 3인 한자리에

    고르비 “처음엔 독일통일 반대 입장… 콜총리에 미안”콜 “고르비는 핵심 파트너… 기분나쁠땐 부시에 전화”부시 “역사는 탄압받던 사람들 가슴속에서 이뤄진것”20년 전 베를린 장벽 붕괴를 이끌었던 주역 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79),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85),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78)은 베를린 장벽 붕괴 기념일을 약 일주일 앞둔 지난달 31일 베를린에서 만나 당시 상황을 회고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를 가졌다. ‘통일 재상(宰相)’ 콜 전 총리는 이날 미클로시 네메트 전 헝가리 총리, 타데우시 마조비에츠키 전 폴란드 총리 등 1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옛 베를린 장벽 터 바로 동쪽에 위치한 프리드리히슈타트팔라스트 극장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부시 전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독일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였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2월 허리 수술 이후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고 뇌중풍(뇌졸중)으로 인한 안면마비로 발음도 어눌해진 콜 전 총리는 “병 때문에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며 “당신들이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부시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면 금방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해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역시 2년 전 허리 수술 이후 어렵게 비행기 여행을 한 부시 전 대통령은 “든든한 바위와 같은 콜 전 총리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인물 중의 한 명”이라고 칭찬한 뒤 “그러나 우리가 기념하기 위해 만난 이 역사적 사건은 본이나 모스크바, 워싱턴이 아니라 오랫동안 천부인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이뤄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1996년 작고한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을 거론한 뒤 “대처, 미테랑 그리고 나는 당시 두 개의 독일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이에 대해 콜 총리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콜 총리와는 처음에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며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프랑스는 영국이 독일 통일에 적대적이었고 프랑스도 독일 통일을 불안하게 여겼다는 내용의 외교 문서를 공개한 바 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9일에는 ‘자유의 페스티벌’이란 행사가 열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 자리에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과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등을 초청했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1-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국학 강좌 수강생 밀물 …유럽 대학가, 한류에 젖다

    최근 프랑스 독일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한국 연구와 한국어 배우기 등 ‘한국 바람’이 크게 일고 있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거나 나아가 한국의 정치 경제와 역사를 공부하려는 학생이 급증하고 있는 것. 유럽에서 삼성 LG 현대 기아 등 한국 기업의 이미지가 높아지고 젊은이들이 한국 대중문화에 친숙해지면서 일어나는 새로운 현상이다. 프랑스 리옹3대학의 이진명 한국학 교수는 30일 “지난해에는 50명 한 반으로 한국어 강의를 꾸렸으나 올해는 70명으로 늘어나 35명씩 두 반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파리7대학의 한국학 강의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지난해 54명이던 파리7대학 한국학과 등록생은 올해 70명으로 늘었다”며 “내가 강의하는 한국근현대사도 올해부터는 30∼40명이 들어가는 일반 강의실이 비좁아 대강당으로 옮겨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에 따르면 파리7대학의 경우 1990∼2009년 중국어과 학생 수는 약 2.5배, 일본어과는 2배 증가한 데 비해 한국어과는 4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최근 5년 새 중국어나 일본어과의 학생 수는 정체를 보이거나 줄어든 데 비해 한국어과는 크게 늘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의 이은정 한국학 교수는 “지난해 한국학과 지원자가 32명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지원자가 68명으로 2배가량 늘었다”며 “정원(28명)을 초과한 40명을 어쩔 수 없이 탈락시켰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한국정치입문, 한국경제입문, 한국역사입문 등의 과목은 50∼80명이 몰려 강의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셰필드대 동아시아연구소 제임스 그레이슨 석좌교수는 “셰필드대와 런던대 등에서 한국학 학위를 원하는 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지난해 셰필드대의 경우 270명이 한국학 과목을 수강했다”고 말했다. 한국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동기는 매우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실제적인 동기가 많았다. 이진명 교수가 파리7대학 한국어학 학생 60여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약 80%가 한국 기업에서 일하거나 양국 간 문화 교류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은 한국이 강한 산업 분야로 전자 자동차 조선 분야를 거론했고 삼성 LG 현대 기아 등 한국의 대표 기업 브랜드를 잘 알고 있었다. 학생들은 영화 가요 등 한국 대중문화에도 친숙했다. ‘올드 보이’나 김기덕 감독 등 국제적으로 유명한 영화나 영화감독도 잘 알고 있었지만 ‘엽기적인 그녀’ ‘미녀는 괴로워’ ‘달콤한 인생’ 등 세계 영화제와 별 관련이 없는 영화나 ‘풀하우스’ 등 TV 드라마가 더 친숙하다고 꼽는 학생도 많았다. 또 비, 빅뱅, 소녀시대, 이효리, 원더걸스 등 가수들에게 관심이 많은 학생도 적지 않았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0-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