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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도 없고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질 걱정도 없는 은행이 있다. 돈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금고 문을 활짝 열 정도로 문턱이 낮은 착한 은행이다. 바로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농림진흥재단(농림재단)이 운영 중인 ‘나무은행’이다.○ 버려진 나무로 새로운 숲 조성 경기도 첫 나무은행인 광주나무은행은 광주시 도척면 궁평리 3만8828m²(약 1만1700평)의 땅에 조성됐다. 2005년 만들어진 광주나무은행에는 현재 7200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지난해에는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에 3만8025m²(약 1만1500평) 규모의 파주나무은행이 새로 조성됐다. 현재 이곳에서는 5000여 그루의 나무를 보호 및 관리 중이다. 현재 나무은행 2곳에서 보호 및 관리 중인 나무는 느티나무 벚나무 단풍나무 등 38종 1만2000여 그루. 모두 택지개발이나 도로 개설, 재건축, 가로수 정비 등 각종 공사 현장에서 옮겨온 나무들이다. 보통 지방자치단체나 공사업체 관계자들이 나무 기증 의사를 밝히면 농림재단 직원들이 현장 실사에 나선다.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판정이 내려진 나무들을 나무은행으로 이식해 관리한다. 전기톱과 굴착기 삽날에 쓰러져 삶을 마감할 뻔했던 나무들이 살아남아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되는 셈이다. 물론 모든 나무가 은행으로 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100여 건, 5만1000여 그루에 대한 기증 신청이 있었지만 실제 나무은행으로 이식된 것은 절반에 못 미치는 47건 2만1000여 그루에 불과하다. 나중에 분양할 때 어느 정도 양호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 학교나 복지시설에서 인기 나무은행에서 2, 3년 동안 보호를 받으며 자란 나무들은 다시 일반에 분양된다.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지자체 등 공공기관, 학교, 사회복지시설 등이다. 개인은 분양받은 나무를 재판매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제한된다. 그만큼 분양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나무은행의 분양 가격은 조달청 고시가격과 비교할 때 적게는 10%, 많아도 30% 수준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철쭉 한 그루의 경우 보통 조달청 고시가격은 4700원 안팎이지만 나무은행에서는 47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다만 분양 과정에서 필요한 운반 비용 등은 인수자가 부담해야 한다. 주로 학교나 사회복지시설의 분양 신청이 많다. 학교 숲 조성 사업에 활용돼 학생들을 위한 녹색 쉼터 역할을 한다. 또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의 산책로 및 정원에 심어져 정서치료 및 재활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팔당호 수질 개선을 위해 조성된 광주시 경안천 습지생태공원에는 나무은행에서 분양된 벚나무 500그루가 자라고 있다. 올해 분양은 16일부터 시작했다. 느티나무 770그루, 벚나무 300그루, 산수유나무 75그루 등 약 2000그루가 대상이다. 형태나 생육 상태가 모두 양호한 나무들이다. 분양 신청은 농림재단 홈페이지(www.ggaf.or.kr)에서 가능하다. 신청서에 분양 목적과 원하는 수종, 규모 등을 적어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분양이 결정된다. 분양은 10월까지 이뤄지며 수목의 생육을 고려해 한여름인 7, 8월에는 분양하지 않는다. 농림재단 관계자는 “묘목이 아니라 다 자란 나무를 재활용하는 것인 만큼 개인보다는 기관 및 단체를 대상으로 분양한다”며 “버려진 나무를 다시 살린다는 나무은행의 취지에 따라 이를 알리는 표찰을 나무에 달도록 한다”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서울 강동구 천호동과 경기 하남시 창우동을 연결하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가 19일 개통된다. 15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번에 개통되는 서울∼하남 BRT 구간은 총연장 10.5km(서울 5.1km, 하남 5.4km)에 이른다. 2006년 7월 광역BRT사업에 선정돼 국비와 지방비 절반씩 총 308억 원이 투입됐다. 서울 6개, 경기 하남 7개 등 총 13개 정류장이 설치됐으며 버스운행관리시스템 및 버스정보안내시스템 등을 통해 승객들에게 다양한 교통정보가 제공된다. 서울∼하남 BRT가 개통되면 버스 속도는 현재 시속 24km에서 29km로 약 20% 향상되고 버스 운행 시간의 편차도 2, 3분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중교통 이용 증가로 교통체증이 줄고 환경 개선도 기대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개통 초기 교통체계 변경에 따른 혼선이 있을 수 있어 운전자 및 보행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지역 여건에 따라 BRT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영세 기업을 사들인 뒤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기업 사냥꾼’과 비슷하게 대학을 인수해 매각한 지방 사립대 전직 총장과 이사장이 검찰에 적발됐다. 대학 고위 운영진이 한꺼번에 구속된 것은 드문 일이다. 이에 따라 사립대 운영 및 법인 매각 과정에 대한 교육당국의 부실한 관리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부(부장 강해운)는 사채 수십억 원을 빌려 경기지역 사립전문대인 K 대학을 인수한 뒤 학교 운영비 381억 원을 횡령한 혐의(횡령 등)로 이 대학 전 총장 A 씨(64·여)와 전 이사장 B 씨(61)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2006년 사채 수십억 원을 끌어다 해당 대학을 인수했다. 이어 2007년 1월 각각 총장과 이사장에 취임해 직접 학교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친인척이나 지인을 이사로 임명하고 기존 경영진에 압력을 가하는 등 학교 운영 전반에 관여하면서 대학운영에 써야 할 자금 93억 원을 빼돌려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 등은 또 대여금 명목으로 대학 자금 288억 원을 무단 인출하는 등 총 381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들이 대학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100억 원대에 이르는 양도 차액을 남긴 것으로 보고 매각 과정의 불법성 유무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과 대학 측에 따르면 A 씨는 10여 년 전 경기지역 모 대학 이사장을 지냈다. 현재도 모 고등학교 법인의 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업무상 알고 있던 B 씨와 함께 학교를 인수했다. 총장직에서는 올 2월 물러났다. B 씨는 이사장 취임 1년 뒤 A 씨와 마찰이 생겨 학교를 떠났다. 현재는 서울에서 예술 관련 학교를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학교 운영 과정에서 거액의 횡령 사실이 확인돼 지난주 초 두 사람을 구속했다”며 “추가 범죄사실에 대해 수사를 계속 하고 있는 만큼 이르면 다음 주 중 이들을 기소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A 씨 등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 사실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당 대학 관계자는 “문제가 된 법인 관계자들은 현재 학교를 모두 떠난 만큼 더 이상 학교 운영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교비 횡령 사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파악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평택=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이성교제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친어머니를 폭행해 숨지게 한 10대와 “몸속 귀신을 쫓아야 한다”며 70대 노모를 때려 숨지게 한 무속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양주경찰서는 양주시 모 아파트에서 어머니 이모 씨(41)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해 등)로 조모 씨(19)를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14일 오후 6시 20분경 자신의 집에서 불건전한 이성교제를 지적하는 이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집에 있던 공구로 이 씨를 마구 때려 살해한 혐의다. 조 씨는 1시간 뒤 퇴근한 아버지(48)가 방에서 옷을 갈아입는 틈을 타 둔기를 휘둘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조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수원서부경찰서도 친어머니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존속상해치사)로 무속인 정모 씨(51·여)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올 1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수원시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 조모 씨(75)의 몸속에 있는 귀신을 쫓아낸다며 무속도구를 이용해 조 씨를 마구 때려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조 씨의 사망원인은 폭행에 의한 ‘속발성 쇼크사’(심한 폭행에 따른 피하출혈로 인한 사망)로 밝혀졌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새로 신 내림을 받아야 하는데 어머니 몸속에 잡귀가 있어 신이 내리지 않았다”며 “어머니와 합의해 의식을 진행했다”고 진술했다.양주=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광주시 국제협력관실에 근무하는 강화경 씨(30·여)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광주시와 자매결연을 한 센다이(仙臺) 시가 이번 지진으로 심각한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2년 6개월 전부터 일본 교류 업무를 맡아온 강 씨는 현재 센다이 시 직원들과 힘들게 연락하며 지원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강 씨는 “최악의 상황에서 오히려 차분한 센다이 시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광주시와 센다이 시는 20년 지기 광주시와 센다이 시가 인연을 맺은 것은 1991년. 당시 광주시장이던 이효계 전 숭실대 총장(76)의 제안으로 본격적인 교류의 물꼬를 텄다. 2000년에는 우호도시, 2002년에는 자매결연을 했다. 센다이 시는 시내버스 1대에 ‘광주호’라는 이름을 붙여 두 도시의 우정을 기렸다. 광주시는 호남고속도로 동림 나들목에서 상무지구를 잇는 도로를 ‘센다이로’로 명명했다. 2005년 독도 문제로 반일 여론이 거센 와중에도 광주시는 ‘센다이로’의 이름을 없애는 대신 월드컵경기장 주변 도로를 ‘센다이로’로 재지정했다. 또 매년 가을 열리는 광주김치축제에는 양쪽 시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해 화합을 다졌다. 광주시는 센다이 시가 사상 최악의 지진 피해를 보자 14일 전국에서 가장 먼저 복구지원단을 구성했다. 총괄반 예산지원반 구호물품지원반 의료대책반 긴급구조반 등으로 구성된 복구지원단은 센다이 시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곧바로 현지로 급파될 예정이다. 우선 생수와 컵라면, 생필품 등 1억 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전달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강운태 광주시장은 12일 센다이 시장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다. 송한철 광주시 국제교류담당은 “센다이 시 기능이 회복되지 않아 당장 지원단을 파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장 접근이 가능해지는 대로 경제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지원단을 파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요청이 오면 언제라도…”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현지 요청이 있을 경우 곧바로 인력이나 구호품을 보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지자체는 자매결연을 한 일본 내 지자체의 피해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제주도는 ‘삼다수’ 생수 2L짜리 25만 병(500t·1억 원 상당)을 지진피해 현지에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외교통상부와 생수 수송방안을 협의 중이다. 충남도는 소방방재청과 연계해 구조인력과 음향탐지장비 및 매몰자 영상탐지기 등을 보내기로 했다. 인천시는 우호협력도시인 요코하마(橫濱) 시에 7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함에 따라 재일교포로 구성된 인천시 자문단 10여 명의 도움을 받아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2010년 아이티 강진 때 10만 달러, 2008년 중국 쓰촨(四川) 성 지진 때 30만 달러의 구호금을 내놓은 경기도는 이번에도 거액의 구호금을 일본에 지원할 방침이다.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르면 8월경 경기 파주시 임진강 남쪽 철책지역이 일반에 공개된다. 그동안 이곳은 군부대 허가를 받은 농민과 어민, 일부 전문가만 출입이 가능했다. 경기도와 육군1사단은 파주시 문산읍 통일대교 남단에서 문산읍 장산리 초평도까지 2.7km에 이르는 임진강변을 생태 탐방로로 개방하기 위해 정찰시스템 확충 등 군(軍) 경계력 보강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앞서 경기도와 1사단은 지난해 5월 임진강 철책 개방을 위한 협약을 맺고 11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경계력 보강 사업이 7월경 마무리되면 양 기관은 별도의 협의를 거쳐 개방 시기를 정할 예정이다. 임진강 철책 개방은 1978년 한국군이 서부전선 경계를 맡으며 철책이 세워진 지 33년 만의 일이다. 임진강 철책 안쪽은 그동안 안보상의 이유로 해당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이나 어민, 연구 목적으로 허가를 받은 전문가 외에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다. 철책이 개방되면 임진강을 따라 조성된 폭 2.5m의 농로를 걸으며 두루미 독수리 등 천연기념물은 물론이고 노랑머리 연꽃 등 희귀 동식물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현재 개방 시기는 8월경으로 예상되며 보안상 이유로 지정된 출입구를 통해 낮 시간에만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일명 ‘장자연 편지’에 대한 친필 감정 결과가 다음 주 초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기지방경찰청은 11일 “전모 씨(31·광주교도소 수감)로부터 압수한 장자연 씨 편지와 편지봉투 등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친필 감정이 빠르면 다음 주 14, 15일경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 편지 등을 2009년 3월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 씨와 수백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전 씨로부터 압수했다. 김갑식 경기경찰청 형사과장은 “필적 감정 결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발표하고, 경기경찰청은 감정 결과와 종합조사 결과를 동시에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편지 등이 전 씨의 위조로 밝혀질 경우 문건 자체가 조작된 이상 수사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재수사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반면 장 씨의 친필로 드러나거나 감정 불가 판정을 받을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편지 사본의 내용을 검토해서 수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사실상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하다. 경찰은 “현재까지는 장 씨 친필 편지로 추정되지 않지만 국과수 감정 결과가 감정 불가 판정이 나올 경우에 대비해 현재 확보한 사본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 씨를 상대로 9일 실시한 면담(프로파일링) 내용과 전 씨의 정신병력 등을 토대로 심리 상태 등을 분석 중이다. 경찰은 “전 씨가 수감 중이던 2006년 8월 경기 안양의 모 병원에서 첫 정신장애 진단을 받았으며 이후 우울증과 망상증 등 여러 정신장애를 앓아왔다”며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들이 면담 내용과 전 씨의 정신병력, 주변 진술 등을 가지고 종합적인 심리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 씨로부터 압수한 장 씨 친필 추정 편지 24장은 모두 A4용지에 쓰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전 씨가 2003년 11월부터 이달 7일까지 주고받은 편지 2439건 중 받은 편지는 880통으로 주로 서울과 경기 일원의 지인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김문수 경기도지사(사진)의 이른바 ‘쪼개기 후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수원지검 공안부(부장 이태형)는 11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3층에 있는 경기도 산하 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신보)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약 3시간에 걸쳐 경기신보 이사장실과 기획부 사무실 등지에서 여섯 상자 분량의 서류 및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자료를 확보했다. 경기신보는 지난해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직원들 이름으로 김 지사 후원계좌에 약 6000만 원을 ‘쪼개기’ 입금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경기선관위)는 지난해 12월 경기신보 직원 280여 명이 직급별로 10만∼100만 원씩을 김 지사 후원금으로 낸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후원금을 낸 직원은 전체의 94%가량이다. 경기선관위는 박모 이사장과 기획본부장 기획부장 등 3명이 후원금 입금을 강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에 대한 1차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이르면 다음 주 초에 박 이사장 등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자발적으로 낸 후원금으로 강요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에 앞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김 지사 후원금 계좌에 3억 원가량을 ‘쪼개기’ 입금한 혐의를 받고 있는 KD운송그룹에서 확보한 자료를 집중 분석하는 한편 대원고속 재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 한 해 경기도내 전체 버스회사에 총 1095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했으며 이 가운데 KD운송그룹에는 통합환승 할인 손실보전금으로 85억 원, 시내·외버스 재정지원금으로 211억 원 등 작년 한 해 총 354억 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경기 고양시가 덕양구 현천동 난지물재생센터 등 관내 서울시 소유 시설을 강제 철거하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의정부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김수천)는 서울시가 “공익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고양시를 상대로 낸 난지물재생센터 내 시설물 13개에 대한 행정대집행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데다 행정대집행 정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1심 판결 전까지 행정대집행을 정지하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법원은 지난달 11일 마포구 폐기물처리시설 위탁업체가 고양시를 상대로 낸 시설물 3곳에 대한 행정대집행 집행정지 신청도 같은 취지로 받아들인 바 있다. 고양시는 올 1월 덕양구 현천동에 있는 마포구 폐기물처리시설 내 시설물에 대해 1차 행정대집행을 통보했다. 지난달 9일에는 난지물재생센터 내 시설물에 대해 2차 행정대집행을 통보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3일 집행정지 신청과 행정대집행 취소소송을 동시에 냈다. 법원의 잇따른 판결로 고양시가 서울시 또는 마포구 운영 기피시설 내 불법 시설물을 강제 철거하려던 계획은 법원의 1심 판결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고양시는 지난해부터 서울시에 기피시설 문제 해결을 촉구해왔다. 최근에는 공무원들을 투입해 일반인은 물론 학교 등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여 논란을 빚기도 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2009년 3월 자살한 연기자 장자연 씨와 수백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하는 전모 씨(31·광주교도소 수감)로부터 압수한 편지봉투 사본에서 소인을 조작한 흔적이 발견됐다. 경기지방경찰청은 10일 전 씨에게서 압수한 편지봉투 사본 가운데 우체국 소인에서 발신지와 일련번호가 네모난 모양으로 예리하게 오려진 사본 3통을 공개했다. 이 사본에 있는 소인에는 날짜만 적혀 있다. 통상 일반편지 봉투에 찍히는 소인에는 날짜와 우체국 명칭, 우체국 고유 일련번호가 함께 찍힌다. 경찰은 “편지 발신지를 숨기기 위해 전 씨가 소인의 발신지 부분을 오려내 조작했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 씨가 장 씨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연예기획사 사장 김모 씨 사건 재판부에 낸 탄원서에 첨부한 편지들의 봉투 사본 50여 장에도 대부분 발신지가 빠져 있다. 이날 공개된 편지봉투 사본은 경찰이 전 씨 수감실에서 9일 압수한 봉투 24장 가운데 일부다. 또 2003년 11월부터 이달 7일까지 7년여간 전 씨가 교도소에서 외부와 주고받은 2439건의 우편물 수발신대장에서 ‘장자연’ 또는 ‘설화’(전 씨가 장 씨를 부른 별칭) 명의로 된 발신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 씨는 그동안 2006년부터 2009년 3월 장 씨가 숨지기까지 수백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해왔다. 경찰은 이와 함께 2006년 전 씨와 같은 수감실에서 생활했던 또 다른 전모 씨에게서 “장 씨 얘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출소 후에 장 씨의 편지라며 전 씨가 보내준 편지는 버려서 없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날 편지봉투 사본과 함께 공개한 신문스크랩은 전 씨가 신문을 A4용지에 오려붙이고 형광펜으로 줄을 그은 것으로 신문이나 A4용지 여백에는 글씨가 쓰여 있다. 주요 내용은 ‘내 동생 자연아 설화야 미안하다.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 등이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낸 장 씨의 친필 추정 편지 원본 24장은 전 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편지사본과 내용이 동일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9일 전 씨 수감실에서 압수한 두 상자 분량의 물품은 △친필추정 편지 24장 △편지봉투 20여 장 △신문스크랩 70여 장 △수용자기록부 △접견표 △복사비 납입영수증 70여 장 △편지사본 1000장 등 총 29개 항목에 1200여 점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전 씨의 자작극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장 씨의 원본 필적과 이번에 압수한 전 씨 보관 편지의 글씨체는 육안으로 봐도 차이가 있다”며 “하지만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국과수의 필적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적 감정 결과 전 씨가 보관해온 편지의 글씨체가 장 씨의 친필인 것으로 최종 확인될 때에는 편지 내용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2월 강도강간 혐의로 처음 구속됐던 전 씨는 2006년 8월부터 지금까지 정신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출소할 예정이었으나 교도관을 폭행한 혐의로 징역 1년 3개월이 추가돼 아직까지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경찰 범죄심리관이나 정신과 전문의들은 정신장애가 있는 전 씨가 망상증적 증상으로 자작극을 벌였을 개연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주민센터 행패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이숙정 경기 성남시의원(36·여)이 지난해 한 미용실에서도 지갑을 도난당했다며 소란을 일으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0일 성남시의회 한나라당협의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해 9월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A미용실에서 300만 원이 든 지갑을 도난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 의원은 경찰과 함께 미용실을 찾아와 폐쇄회로(CC)TV와 직원들의 소지품, 분리수거함까지 확인했다. 다음 날 미용실 직원 2명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피의자신문조서까지 작성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다른 곳에서 지갑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고 두 달 뒤 “사과를 하겠다”며 미용실을 찾았지만 직원들은 만남을 거부했다. 미용실 측은 “(이 의원이) 미용실에 올 때마다 ‘자기가 누군지 모르냐’고 해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무고로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휴대전화 착신을 정지시킨 채 외부와 연락을 끊은 상태다.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경기 성남시는 위례신도시 조성과 관련해 도시지원 시설용지를 직접 개발하는 등 사업권 일부를 확보하기로 국토해양부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합의했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성남시는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지구 내 도시지원 시설용지 14만5075m²(약 4만4000평)를 조성 원가로 공급받는다. 이곳에는 최첨단 의료 바이오 분야 업체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또 임대주택 2140채를 지을 수 있는 이주용 임대주택 땅 7만9574m²(약 2만4000평)를 조성원가의 60%에 인수하기로 했다. 일반분양 아파트 1385채를 건립할 용지도 인수해 직접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LH는 또 위례신도시 주변 남한산성순환도로 확장에 보상비 170억 원만 부담하는 계획을 바꿔 공사비를 포함해 920억 원을 부담하기로 협의했다. 신도시 근처에 공영차고지를 추가로 확보해 주차난 해소도 기대된다. 이번 사업권 확보로 성남시는 약 5000억 원 이상의 재정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2009년 3월 자살한 연기자 장자연 씨의 친필 편지가 수백 통에 이르며 이 편지 중에 장 씨가 접대했던 인사들의 실명이 적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장 씨가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전모 씨(31)와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장 씨 편지는 50여 통이었다. 공개된 편지들은 전 씨가 장 씨 사건 관련 재판에서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던 사본이다.전 씨를 최근 면회한 지인 A 씨는 8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장 씨가 전 씨에게 쓴 편지는 800통 정도, 전 씨가 장 씨에게 보낸 건 1000통이 넘는다”고 밝혔다. A 씨는 “(공개된 편지 50여 통 외의) 나머지 편지에도 술 접대에 대한 장 씨의 고충이 적혀 있다”며 “(미공개) 편지에는 술자리에 있었던 인사들의 이름도 있다”고 말했다. 또 “장 씨가 작성한 술 접대자 명단은 60여 명”이라고 밝혔다.그동안 공개됐던 편지에는 접대 대상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으며 ‘날 괴롭혔던 31명은 이름만 적어서 보낸다’는 내용이 있으나 명단은 첨부되지 않았다. A 씨는 미공개 편지에 적힌 인사들의 이름을 직접 봤으나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전 씨가 편지와 명단 등 장 씨가 직접 쓴 글을 전 씨 주변 사람 여러 명에게 나눠줘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A 씨에 따르면 장 씨와 전 씨는 편지를 우편으로 주고받지 않고 또 다른 지인을 통해 인편으로 주고받았다는 것. 장 씨가 전과자인 전 씨와 편지 왕래를 하는 것이 자신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다는 설명이다. 전 씨가 편지를 부칠 때도 장 씨와 가까운 사람의 주소로 보내 전달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법원으로부터 전 씨가 수감돼 있는 감방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편지 원본 확보에 나섰다. 만약 전 씨가 장 씨의 편지를 더 갖고 있다면 압수수색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또 조현오 경찰청장은 장 씨의 편지 사본으로 알려진 문건의 진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사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을 거쳐도 필체(글씨의 모양)가 동일한지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압흔(눌러 쓴 흔적) 등을 파악할 수 없어 친필 여부를 규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편지 원본을 확보하는 문제가 장 씨 사건 재수사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류원식 기자 rews@donga.com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돕기 위한 범시민 지역복지운동이 경기 광명지역에서 펼쳐진다. 광명시는 7일 광명시사회복지협의회와 ‘광명 희망나기 운동’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 기관은 앞으로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민관 공동으로 범시민 복지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광명시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복지운동을 펼칠 희망나기 운동본부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희망나기 운동본부는 공식적인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차상위계층 등을 중심으로 대상자를 선정해 생계비, 의료비, 교육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은 △자녀와의 관계 단절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인 △교육비 및 생활비가 부족한 한부모 가정 △중증질환으로 의료비 부담이 큰 가정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위기 청소년 △일시적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청장년층 △생활이 어려운 조손가정 등이다. 광명시는 이런 처지에 놓인 주민이 지역 내 3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희망나기 운동본부는 학생, 주부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에 걸쳐 모금운동을 하고 월급 끝전 모으기 등 다양한 기부 유도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올해는 10억 원 이상의 성금을 모은 뒤 대상자 심사를 거쳐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광명시는 희망나기 운동본부에 운영비를 지원하게 된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불우이웃이 많지만 공식적인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희망나기 운동이 이런 분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경찰이 2009년 3월 자살한 연기자 장자연 씨와 생전에 편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전모 씨(31)를 상대로 편지 내용의 진위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7일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후 광주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전 씨와 면담했다. 전 씨는 이 자리에서 “고교 1학년 때 장 씨를 처음 만나 알게 됐다”며 “교도소에서도 장 씨를 ‘설화’라고 칭하며 계속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전 씨는 “장 씨의 억울한 죽음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해 편지를 지인들에게 나눠 보낸 적이 있다”면서도 직접 방송사에 제보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다만 방송사 기자와 한 차례 면회한 사실은 인정했다. 또 장 씨와 만나게 된 과정과 편지를 보낸 지인에 대해서는 “경찰이 직접 알아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 씨는 1999년 2월부터 4년 동안 교도소에 있다가 2003년 2월 출소한 뒤 같은 해 5월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은 장 씨가 자살한 직후 수감 중인 전 씨를 조사했지만 자신을 ‘홍콩 재벌 아들’이라고 허위 주장을 하는 등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해 별도 압수수색을 실시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편지의 존재 및 진위를 확인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조만간 전 씨 수감실을 압수수색할 방침이다. 또 언론사를 통해 편지를 확보해 진위를 가릴 계획이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자연 사건’ 수사 여부는) 문서를 입수해 검토해보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여성연대 등 4개 정당 및 여성단체는 이날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 상납 리스트’를 공개하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관련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배우 김여진 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고 장자연 씨의 죽음에 관한 모든 의혹을 밝혀주세요”라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최우열 기자 dnsp@donga.com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캄보디아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마오(가명·29) 씨. 3년여 전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김치찌개와 삼계탕을 능숙하게 만들 정도로 한국 생활에 익숙해졌다. 한국어를 잘 아는 편이어서 의사소통에 큰 지장이 없다. 올해는 귀화시험을 치러 국적을 취득할 예정. 그러나 혼자서 공공기관을 이용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매번 남편이나 시어머니가 동행해 서류를 작성하거나 신청했다. 마오 씨는 지난달 25일 경기 지역의 주민센터를 찾았다. 동아일보 취재진의 요청으로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을 1부씩 떼보기로 했다. 난생처음 혼자서, 한국에서 민원서류를 발급받는 데 도전한 셈이다. 그는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증명서 발급 창구로 다가갔다.○ 외국어 견본도 없어 “가족관계증명서를 받으려고 합니다.” “본인 것인가요? 국적은 취득했나요?” “아니에요….” “그러면 남편 것을 떼야 해요. 서류 여기 표시된 데 쓰시면 돼요. 신분증 주시고요.” 마오 씨는 약간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30대로 보이는 여직원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한눈에도 외국인이 분명한데 천천히,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 ‘홍길동’이라는 이름이 적힌 견본양식이 있었지만 외국어로 된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캄보디아어 견본은 물론이고 어떤 종류의 외국어 견본도 없었다. 약간 주눅이 든 마오 씨는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삐뚤빼뚤한 글씨였지만 별 막힘 없이 이름과 주소를 썼다. 청구 이유가 적힌 항목에서 펜이 멈췄다. 뭐라고 적어야 할지 몰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애타는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직원들은 자기 일 하기에 바빴다. 기자의 도움으로 ‘회사 제출용’이라고 적었다. 다음은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를 신청한 경험 덕분에 이번에는 조금 빨리 서류를 만들었다. 서류 2통을 떼는 데 30분이 걸렸다. 내국인이었으면 2, 3분도 걸리지 않았을 일이다. 마오 씨는 “처음이라 많이 떨렸는데 다행”이라며 “앞으로 혼자서도 일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렵게 받은 서류지만 마오 씨가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많다. 가족관계증명서에는 모든 가족의 이름이 한글과 한자로, 마오 씨의 이름이 한글로 나와 있다. 마오 씨의 외국인등록증에는 ‘MAO’라고 씌어 있다. 모두 공공기관이 발행했지만 표기가 다르다. 마오 씨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름이 간단해서다. 다른 친구들은 본명이 길어 학교나 은행에서 본인임을 증명할 때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민등록등본에는 아예 이름이 없다.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외국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인 결혼이주여성이 등본에 오르려면 남편이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가 있는 사람만이 기재될 수 있어서다. 마오 씨는 “등본에 남편하고 아이들이 다 적혀 있고 나만 빠진 것을 보면 기분이 조금 그렇다. 열심히 공부해서 빨리 국적을 취득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센터서는 통역 서비스 행정기관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불편은 마오 씨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이런 점을 감안해 1, 2년 전부터 많은 지방자치단체와 기관이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그러나 관련 부처가 행정의 원칙을 앞세우면서 가로막혔다. 예를 들어 외국인등록증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여권의 인적사항을 근거로 만들므로 이름을 영어로 표기할 수밖에 없다, 가족관계등록부는 한국인의 신분관계를 증명하는 공문서라 영문자 도입이 적절치 않다는 식이다.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하는 행정서비스는 점점 좋아지지만 결혼이주여성은 이용법을 전혀 몰라 답답해한다. 몽골 출신의 이라 경기도의원(34·여)은 “출입국 관련 업무 등 일부 분야에 제한된 통역·번역 서비스를 일상 생활민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본동을 찾아가봤다. ‘국경 없는 마을’로 불리는 국내 최대의 다문화지역. 정식으로 등록된 외국인이 1만6000명에 이른다. 불법 체류자를 포함하면 6만 명의 외국인이 안산시에 산다. 원곡본동 주민센터는 1월부터 중국어 통역봉사자를 배치했다. 한자와 베트남어로 된 민원서류 견본양식도 만들었다. 주민센터마다 모든 언어의 통역사를 두기는 어려워서 외국어 견본양식을 만들었다. 행정안전부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민원24(www.minwon.go.kr) 사이트를 만들어 올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입국부터 취업 혼인 한국어교육 자녀양육 등 한국 생활에 도움이 되는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한글 서비스만 가능해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은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위주로 민원안내를 바꾸려 한다”며 “외국어로 된 내용을 늘리는 등 정보제공에 더 많이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안산=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취업의 벽에도 웁니다 ▼공공기관 통한 취업 5.6%뿐… “경력 살린 일자리 안내 필요”고용노동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결혼이민자 취업지원 종합대책(안)’에 따르면 국내 결혼이민자는 2007년 12만6900명에서 2009년에는 16만7000여 명으로 늘었다. 이들 대다수가 일자리를 원하지만 취업의 벽은 높은 편이다. 결혼이민자 12만9112명을 대상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9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취업자는 40.2%에 그쳤다. 그나마도 임시 일용직이 절반(51.6%)을 넘었다. 취업 관련 정보를 얻는 데부터 난관을 겪기 때문. 이들은 주로 친구나 지인(33.6%)을 통해 취업정보를 구했다. 공공기관에서 안내를 받았다는 비율은 5.6%뿐이었다. 충리샤 씨(45·여)는 한국에 오기 전, 중국 산둥 성의 미용실에서 7년 동안 일했다. 미용기술을 더 배운 뒤 중국에 돌아가 미용실을 차릴 계획을 세우고 2003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미용실에서 일하기 어려웠다. 2005년 한국인을 만나 결혼을 하면서 꿈은 더 멀어졌다. 아이 돌보랴 집안일 하랴, 취직은 엄두도 못 냈다. 그는 “말도 안 통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도 몰랐다. 결혼이민자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3년 결혼한 뒤 중국에서 한국에 들어온 김은화 씨(34·여)도 “일자리 관련 정보를 얻는 것부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손을 완전히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결혼이민자를 위한 진로설계 지원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올해는 결혼이민자를 채용하는 사업주에게 고용촉진지원금을 주고 직업교육훈련생을 뽑을 때 우대하는 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여성가족부도 ‘여성 새로 일하기 센터’에 등록한 결혼이민 여성을 6개월 동안 채용한 기업에 월 50만 원을 지급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단순한 일자리에 치중해 효과가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국에서 쌓은 경력을 이어주는 등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말이다. 일본 규슈에서 1996년 한국으로 시집 온 이시카와 하다코 씨(48·여)는 “주변에 간호사나 유치원 교사를 하다 한국에 온 사람이 많지만 전과 같은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어·문화적 차이로 이주민이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이나 취업 지원을 통해 경험과 노하우를 살릴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시혜식이 아닌 맞춤형 지원으로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경기도교육청이 내년부터 각 고등학교에 역사 관련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토록 했다가 현행법 위반이라는 지적에 선택을 권장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3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28일 ‘한국사 또는 동아시아사 중 한 과목을 필수 이수 과목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이 담긴 ‘2011학년도 경기도 초중고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을 고시했다. 그러나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교육과정 기준과 내용은 교과부 장관이 정할 수 있다. 결국 경기도교육청이 역사 관련 과목을 필수 이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은 법령에 위배될 수밖에 없다. 경기도교육청은 뒤늦게 교과부로부터 이런 사실을 통보받고 협의를 벌인 끝에 ‘역사 관련 과목을 가급적 필수 과목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지침을 변경키로 했다. 이어 조만간 교육과정 편성위원회를 다시 열어 고시를 취소하고 지침을 수정해 다시 고시할 예정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대부분의 고교에서 역사과목을 선택하고 있어 필수 과목 지정에 큰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조사 뒤 행정취소를 해야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이 법령 검토를 제대로 못한 부분이 있는 만큼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봄은 전문 등산객은 물론 일반 나들이객의 마음도 설레게 한다. 가벼운 옷차림에 물 한 병과 손수건 한 장만 있으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계절이다. 특히 최근 걷기 열풍에 힘입어 버스나 전철만 타면 갈 수 있는 경치 좋은 산행길이 수도권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맞춤형 코스인 것이 특징. 올겨울 한파와 구제역 사태 속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있다가 봄을 앞두고 새 단장이 한창인 수도권 걷기 코스를 살펴봤다.○ 이름도 모습도 각양각색 지난해 11월 개장한 경기 ‘가평 올레길’은 올봄부터 본격적인 손님맞이에 나선다. 경기북부지역은 지난해 말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출입이 어려웠다. 총 10개 코스 128km로 이뤄진 가평 올레길은 가평군 연인산과 청평면 북면 상면 하면 등 10곳에 조성됐다. 전체 코스를 걷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4시간이다.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사단법인 제주올레로부터 ‘올레’ 명칭의 사용을 승인 받고 운영 컨설팅을 받은 곳이다. 이달 말까지 안내판 및 편의시설 설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가평군은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 가운데 약 20%인 40만 명이 올레길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주시 ‘심학산 둘레길’도 인기다. 2009년 11월 해발 192m의 심학산에 조성된 6.8km 구간의 걷기 코스다. 심학산은 자유로와 인접한 산으로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의 경우 평일에는 평균 1000명, 주말에는 평균 5000명의 걷기 마니아들이 심학산 둘레길을 찾았다. 주변에 헤이리 예술마을, 파주출판도시 등이 가까워 걷기 전후에 들르면 좋다. 지난해 말 조성된 ‘과천 숲길’도 봄을 앞두고 새 단장을 하고 있다. 과천 숲길은 과천시가 도시탐방, 역사문화탐방 등의 주제에 맞춰 지정한 걷고 싶은 거리 가운데 13개 코스를 일컫는다. 관악산과 청계산 일대에 걸쳐 짧게는 30분 길게는 4시간가량 소요되는 코스로 이뤄졌다. 과천시는 주요 코스에 야생화탐방로를 조성하는 등 코스별 특색을 강화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13개 코스 65.4km의 ‘군포 수릿길’과 숲과 갯고랑을 걷는 ‘시흥 늠내길’도 경기지역의 이름난 걷기 코스 중 하나다. ○ 걷기 열풍은 계속 제주 올레길의 성공에 힘입어 당분간 걷기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도 앞 다퉈 새로운 걷기 코스 개발에 한창이다. 수원시에는 광교신도시 조성에 맞춰 60km 길이의 둘레길이 만들어진다. 광교산 자락을 따라 20km의 산둘레길과 원천저수지 등 호수 및 하천을 따라가는 40km의 물둘레길로 이뤄진다. 북한산 둘레길의 도봉산 구간(26km)은 6월 말 개통 예정이다. 앞서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서 성북구 정릉, 고양시 북한산성 등지를 거쳐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을 잇는 둘레길이 지난해 8월 조성됐다. 도봉산 구간이 완공되면 북한산 둘레길은 전체 70km에 이른다. 최근에는 폐철도 주변을 이용한 코스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경기 남양주시 등과 함께 서울 한강변에서 남양주, 양평까지 이어지는 옛 중앙선 철길을 따라 걷기 코스와 자전거길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경춘선 복선 전철로 남게 된 폐철도 주변에도 산책로 조성이 검토되고 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다양한 유적 및 생태환경을 갖춘 경기북부를 ‘특정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경기도는 경기북부를 남북문화교류 거점 및 세계적 문화관광지로 육성하기 위해 ‘문화관광권형 특정지역’ 지정을 추진한다고 2일 밝혔다. 특정지역은 지역균형개발 및 지방중소기업육성에 관한 법률(지균법)에 따라 지역의 역사문화 및 경관자원을 이용해 특정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개발제도다. 현재 전국적으로 백제문화권(충남 공주 논산시 등), 내포문화권(충남 보령 서산시 등) 등 8곳이 특정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경기북부에는 선사유적지(연천군 전곡읍)를 비롯해 남한 내 고구려 유적의 약 60%가 자리하고 있다. 6·25 관련 안보관광지도 많다. 반면 수도권정비계획, 군사시설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등 중복규제로 개발에 제한을 받고 있다. 그러나 특정지역으로 지정되면 사회간접자본(SOC) 및 문화유적 정비, 관광휴양시설 확충 등 전체 사업비의 절반까지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또 각종 개발행위 관련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된다. 광역단체장에게 실시계획 승인권이 부여돼 규제완화 및 개발사업 추진도 한층 쉬워진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최근 2, 3년 사이 막걸리 열풍이 거세지면서 와인의 인기는 시들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토종 와인의 사정은 다르다. 아직 프랑스나 이탈리아 유명 와인보다 지명도는 낮지만 조금씩 한국 와인의 기반을 닦아가고 있다. 특히 경기지역에서는 와인을 주제로 한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이 추진돼 눈길을 끌고 있다. ○ 최고의 와인 위한 ‘선의의 경쟁’ 경기지역에서는 안산시, 가평군 등지에서 자체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곳은 안산시 대부포도로 만든 ‘그랑꼬또’. 큰 언덕이라는 뜻의 대부도 이름에서 딴 브랜드로 1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대부도 일대 포도 생산 농가들이 1996년 그린영농조합을 설립해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와인을 생산했다. 2009년에는 741m²(약 220평)에 이르는 공장과 전시장을 새로 지었다. 매출액도 2006년 2억6000만 원에서 2009년 4억2000만 원으로 늘었다. 박영화 이사는 “앞으로 3, 4년 내 세계 어떤 와인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와인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평군의 ‘아가페 와인’도 눈에 띈다. 남한 최북단의 서늘한 기후에서 생산되는 포도를 이용해 만든다. 2009년 시제품이 생산됐다. 지난해에는 12t의 포도를 수확해 8.5t의 와인을 만들었다. 아가페 와인의 특징은 가시오갈피 등 몸에 좋은 기능을 결합한 이른바 기능성 와인이라는 점. 아직은 제조 초기여서 지역 내 소비가 많지만 전망은 밝다. 지난해 가을 가평에서 열린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행사주로 채택돼 큰 인기를 모았다. 안성에서는 ‘꼼빼 와인’이 생산된다. 안성에 포도를 들여온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선교사 콩베르 신부의 이름 앞 글자(Com)와 페스티벌의 앞 글자(fe)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 다양한 와인관광상품 개발 각 지역에서는 와인을 이용한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가평군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가평읍 복장리 호명산 자락에 와인밸리를 조성한다. 약 3만5000m²(약 1만 평)의 땅에 포도밭과 양조장, 레스토랑 등을 지어 견학과 체험 등을 동시에 하도록 할 계획이다. 안산시는 4월 완공되는 조력발전소와 함께 대부포도, 시화호 갈대습지 등을 연계하는 관광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안성시 서운면 방아동마을에 자리한 포도박물관은 이미 지역 명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4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단순히 볼거리만 있는 게 아니라 와인 만들기, 포도식초 만들기, 족욕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인기 있다. 특히 포도를 생산하는 서운면영농조합과 함께 꼼빼 와인 등의 마케팅 및 판매를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관람객 1만여 명이 이곳을 다녀갔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