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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geopolitics)·지경학(geoeconomics)적 긴장에 따른 무역 분절화가 지속될 경우 세계 실질소득이 5%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석이 나왔다. 제조업 중심이었던 한국의 무역 구조가 다변화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랄프 오싸 WTO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경제조사통계국장은 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 세계경제와 금융안전 컨퍼런스’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무역 분절화를 꼽았다. 그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경제 위험 요인은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 교역이 분절화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시뮬레이션 결과 현재와 같은 분절화가 계속된다면 최악의 경우 세계 경제 실질소득이 5%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미중 무역갈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여러 리스크가 있는 반면 기회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오싸 국장은 “많은 국가들이 구매 혹은 조달 국가를 중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까지 포함하는 ‘차이나+1’ 전략을 통해 다변화하고 있고, 실증적으로 한국이 그 ‘+1’ 국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오싸 국장은 “흥미로운 변화는 한국 무역에서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 부문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디지털 방식으로 제공 또는 실행되는 서비스 부문의 무역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한국 무역 구조가 다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다음 달부터 영리 목적으로 화폐 도안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주화 도안 무단 도용 논란을 겪은 경주 명물 ‘십원빵’(사진) 판매도 합법화될 예정이다. 한국은행은 영리 목적의 화폐 도안 이용을 허용하도록 ‘한국은행권 및 주화의 도안 이용 기준’을 개정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한은은 “국민의 창의적 경제 활동과 서민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화폐 도안은 한은이 별도로 허용한 경우를 제외하고 영리 목적의 사용이 금지됐다. 지난해 한은은 10원짜리 동전을 본떠 만든 일명 ‘십원빵’ 판매 업체들에 디자인 변경을 요구했다가 과잉규제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는 십원빵뿐 아니라 화폐 도안을 활용한 티셔츠 등 의류와 소품, 규격 요건을 준수한 화폐 모조품도 폭넓게 허용된다. 다만 영리 목적과 관계없이 화폐 위변조를 조장하거나 화폐 품위와 신뢰성을 저해하는 부적절한 도안 이용은 여전히 제한된다. 음란성과 폭력성, 혐오감 등이 표현되거나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부적절하게 이용되는 경우 등도 규제 대상이다. 예컨대 불에 탄 화폐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또 신사임당과 세종대왕 등 화폐 도안의 인물만 떼어내 사용하거나 원래 모습과 다르게 변형하는 경우 저작권법 위반이 될 수 있다. 한은은 화폐 도안의 규격 요건도 제시했다. 종이로 만든 은행권 모조품은 실제 규격의 50% 이하나 200% 이상 크기로 배율을 유지해야 한다. 주화 모조품은 실제 규격의 75% 이하 또는 150% 이상으로 만들도록 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다음달부터 영리목적의 화폐 도안 이용이 가능해진다. 지난해 주화 도안 무단도용 논란을 겪은 경주 명물 ‘십원빵’ 판매도 합법화될 예정이다.한국은행은 영리목적의 화폐 도안 이용을 허용하도록 ‘한국은행권 및 주화의 도안 이용기준’을 개정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한은은 “국민의 창의적 경제활동과 서민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화폐 도안은 한은이 별도로 허용한 경우를 제외하고 영리 목적의 사용이 금지됐다. 지난해 한은은 10원짜리 동전을 본떠 만든 일명 ‘십원빵’ 판매 업체들에게 디자인 변경을 요구했다가 과잉규제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앞으로는 십원빵뿐 아니라 화폐 도안을 활용한 티셔츠 등 의류와 소품, 규격 요건을 준수한 화폐 모조품도 폭넓게 허용된다. 다만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화폐 위변조를 조장하거나 화폐 품위와 신뢰성을 저해하는 부적절한 도안 이용은 여전히 제한된다. 음란성과 폭력성, 혐오감 등이 표현되거나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부적절하게 이용되는 경우 등도 규제 대상이다. 예컨대 불에 탄 화폐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또 신사임당과 세종대왕 등 화폐 도안의 인물만 떼어내 사용하거나 원래 모습과 다르게 변형하는 경우 저작권법 위반이 될 수 있다.한은은 화폐 도안의 규격 요건도 제시했다. 종이로 만든 은행권 모조품은 실제 규격의 50% 이하나 200% 이상 크기로 배율을 유지해야 한다. 주화 모조품은 실제 규격의 75% 이하 또는 150% 이상으로 만들도록 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중동 정세 악화와 리비아의 석유 생산 중단 등으로 국제유가가 3% 넘게 급등했다. 26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59달러(3.50%) 오른 배럴당 77.4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유럽 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전 거래일보다 2.41달러(3.05%) 상승한 81.43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리비아 동부 정부는 26일 성명을 통해 모든 유전을 폐쇄하고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생산과 수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해 공급 우려를 키웠다. 지난달 리비아의 하루 평균 석유 생산량은 118만 배럴에 달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동부 유전 지대를 장악한 국가안정정부(GNS)와 서부를 통치하는 통합정부(GNU)가 리비아 중앙은행 총재 거취를 두고 벌인 갈등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리비아발 공급 차질이 이어지면 국제 유가가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앞서 25일 대규모 무력 충돌을 빚었다. 이스라엘은 전투기 100여 대를 동원해 헤즈볼라 거점 지역을 선제 공격했고, 헤즈볼라는 무인기(드론)와 로켓 320여 발을 이스라엘로 발사했다. 일각에서는 지정학적 이슈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통계에 따르면 지정학 이슈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20% 내외로 결국 수요와 공급의 펀더멘털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26일 오전 11시 서울 은평구의 한 대형마트. 장을 보러 온 오현미 씨(60)는 채소 판매대 앞에 서 한참 동안 배추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는 “5인 가족이라 추석 전에 배추를 30포기 사서 김장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 비싸서 20포기만 사야겠다”고 했다. 주부 박광숙 씨(62)는 “꼭 사야 할 게 없으면 아예 마트에 오지 않을 정도로 먹거리 가격 부담이 크다”며 “아들, 며느리가 추석에 집에 올 텐데 상차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라고 했다. 먹거리 가격 급등으로 추석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폭염으로 인해 채소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역대급 더위에 출하량이 줄고 품질이 저하되면서 정상적인 상품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먹거리 물가 급등, 추석 차례상 비용도 올라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무 한 개 가격은 3901원으로 전년 대비 45.56% 올랐다. 배추 한 포기는 7306원으로 1년 전 같은 날보다 26.71% 상승했다. 배추 한 포기에 무 한 개만 해도 1만1000원이 넘는 셈이다. 시금치 소매 가격은 100g 기준 3675원으로 1년 전 같은 날보다 51.42% 올랐다. 시금치 한 단이 통상 400g임을 고려하면 한 단 가격은 약 1만4700원이 나온다. 그 외에 청양고추(1481원·37.77%↑), 청상추(2456원·36.98%↑), 적상추(2069원·20.71%↑) 등도 가격이 크게 뛰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출하량 감소로 인해 상추, 시금치, 깻잎 등 잎채소류의 시세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채소 가격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한 달 넘게 지속된 불볕더위 탓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밤 최저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열대야 일수는 이날 기준 38일로 역대 가장 많았다. 곧 9월을 앞뒀음에도 찜통더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비용이 지난해 추석보다 10% 가까이 더 든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물가협회가 22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 전통시장에서 28개 차례 용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다. 협회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은 28만7100원으로 지난해 추석보다 2만3830원(9.1%) 높아졌다. 10년 전 추석 차례상 비용(19만8610원)과 비교하면 무려 44.6% 오른 수치다. 올해 조사 품목 28개 가운데 23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무(22.3%), 시금치(18.9%) 등 채소 외에도 도라지(52.6%), 고사리(27.5%) 등 임산물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곶감(25.9%), 대추(23.3%), 배(23.3%), 밤(22.2%) 등 과일과 견과류들도 1년 전보다 가격이 20% 이상 올랐다. 반면 내린 품목은 애호박 등 5개에 불과했다.● 통계와 소비자 체감 장바구니 물가 차이 커 소비자들은 이처럼 고물가에 고통을 받고 있는데 통계상으로는 물가 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부문별 물가 상황 평가 및 머신러닝을 이용한 단기 물가 흐름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6%로 소폭 반등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달 2%대 초반, 다음 달 2.0% 내외로 점차 안정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품목별로는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장마와 불볕더위가 지나감에 따라 완만한 둔화 흐름을 보이고, 석유류 가격 상승률도 국제유가 하락 등을 반영해 둔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근원상품가격 상승률과 집세를 제외한 근원서비스물가 상승률은 각각 1%대 후반, 2%대 중반 수준을 보일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계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의 간극이 발생하는 이유로 오랜 기간 지속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년째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다 보니 물가 수준 자체가 높아졌고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점점 더 커지는 것”이라며 “여기에 더해 채소, 과일, 외식 등 사람들이 자주 마주하는 품목들을 중심으로 가격이 특히 많이 오른 것도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며 2년 넘게 이어온 긴축 기조의 종말을 예고했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연이은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그널에 미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일제히 급등하고 금값은 1% 이상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들썩였다. 파월 의장은 23일(현지 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의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에서 열린 ‘잭슨홀 회의’에서 “(통화) 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다”며 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다음 달 17,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뜻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같은 달 6일 발표되는 8월 고용보고서에서 미국의 일자리 둔화세가 확인되면 이른바 ‘빅컷’ 즉 0.50%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 총재 또한 “끈질겼던 인플레이션이 저물고 있다”며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영국 중앙은행은 이달 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춰 5.00%로 만들었다. 2020년 3월 이후 첫 금리 인하였다. 파월 의장의 기조연설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세계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미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3.97포인트(1.15%) 오른 5,634.61, 나스닥지수는 258.44포인트(1.47%) 오른 17,877.79에 거래를 마쳤다. 범유럽 주가지수 유로스톡스600은 0.5% 상승해 3주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795%로 6.7bp(1bp는 0.01%포인트) 떨어졌다(채권 가격 상승). 금과 가상자산도 강세를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은 이날 장 중 전장보다 1.2% 상승해 온스당 2512.63달러에 거래됐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3일 6만∼6만1000달러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파월 의장 연설 이후 6만4000달러대까지 급등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22일 기준 61조2662억 원으로 일주일 사이 1조1420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176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도 다소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의 완만한 둔화, 미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투자자들의 컨센서스가 모아진 만큼 이들 변수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 28일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인공지능(AI) 투자 불안을 해소할지와 미 대선 등이 향후 증시 향방을 결정할 변수로 꼽힌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한국은행이 22일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면서 역대 최장기간 동결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해 2월 금리 인상을 멈춘 이후 13차례(약 1년 7개월) 연속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이미 금리를 내렸거나 인하를 사실상 예고한 상태지만 한국만 불어나는 가계빚에 손발이 묶여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물가 수준만 보면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금리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가 둔화하고 물가상승률도 내리는 상황만 보면 금리를 인하하는 게 맞지만, 집값과 가계빚 등 금융 불안이 심각해 현재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의 금리 동결 행진은 속속 금리 인하를 개시하는 다른 나라들의 행보와는 상반된 흐름이다. 앞서 캐나다가 주요국 중 최초로 올 6월부터 금리를 두 번 연속 낮췄고 6월에 금리를 한 차례 내린 유럽중앙은행(ECB)은 9월 추가 인하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또 중국도 지난달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낮췄고, 영국 역시 이달 초 4년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글로벌 통화정책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미국도 다음 달 인하가 확실시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현지 시간) 공개한 7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19명의 참석자 중 대다수는 9월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으로 봤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한 번에 0.5%포인트를 내리는 ‘빅컷’을 점치는 전망도 커지고 있다. 이날 한은의 금리 동결 결정에 대통령실은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지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며 이례적으로 별도 입장을 내놨다.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이날 당장 금리를 내렸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애초에 가계부채 및 집값 관리에 실패한 것이 지금 한은의 손발을 꽁꽁 묶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제 와서 내수를 살리려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는 불붙은 부동산 시장과 가계대출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가계부채는 6월 말 현재 1896조 원으로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 부동산 가격 역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해 서울 아파트값은 22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정부 ‘가계빚-집값 늑장대응’ 부메랑… 내수침체에도 금리 못내려[한은 역대최장 금리동결]한은, 올 성장률 2.5→2.4% 하향… 이창용 “가계부채 위험 신호 많아”부동산 과열에 ‘금리인하’ 못꺼내… 정부, 뒤늦은 규제로 주담대 급증금융권 “금리인하 10월도 미지수”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되고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묶어둔 것은 부동산 시장 열풍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아서다. 22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3.50% 동결을 발표하며 “내수는 시간을 갖고 금리 인하 폭 등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부동산 가격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안은 지금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하다”고 밝혔다. 세수 부족 등으로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인해 한은 역시 금리 인하 카드를 선뜻 꺼낼 수 없게 된 것이다.● 집값-가계부채에 막혀 버린 금리 인하 경제 지표들은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가리키고 있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2.5%에서 2.4%로 낮춘 수정 전망치를 발표하며 “소득 개선 지연 등의 영향으로 내수 회복세가 더디다”고 평가했다. 물가도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5%로 5월(2.6%)에 비해 0.1%포인트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금리 인하를 미룬 것은 내수 침체보다는 부동산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를 더 시급한 문제로 봤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금리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내수 부진을 더 가속할 위험이 있지만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 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총재는 경기가 나빠지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 대응에 대해 “그런 고리는 한 번 끊어줄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빚을 내 집을 사는 ‘영끌족’에게도 “만약 예전의 0.5% 금리 수준으로 조만간 돌아가서 ‘영끌’ 시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분명히 이야기하겠다. 금통위원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통화정책은 운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8·8 공급대책’에도 불구하고 한국부동산원의 8월 둘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32%로 5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부동산 거래가 살아나면서 올 6월 말 가계부채 잔액은 3개월 전보다 13조8000억 원 불어나 역대 최대를 보였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16조 원 늘어 전체 가계 빚 증가를 이끌었다.● 금리 인하 10월에도 미지수 정부의 ‘자충수’가 가계부채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가 올해 초 1%대 정책 대출을 내놓고, 당초 7월 시행 예정이었던 2단계 스트레스(가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미루는 등 주담대 증가세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다음 달부터 수도권 주담대 대출한도를 줄이기로 하는 등 정부가 뒤늦게 규제에 나섰지만 효과 여부도 미지수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금리는 높여 놓고 가계와 기업에 저금리성 정책자금을 공급하면서 부채 급증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정책 대출 증가로 주택 수요는 늘었는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봉쇄함에 따라 주택 공급이 막혀 집값도 급등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결국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안정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이 총재의 발언에 10월 인하를 점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JP모건은 이날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당초 예상했던 10월보다는 11월로 한 달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너무 늦어져 경기 침체에 대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세운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보다 금리 인상 폭이 작았던 만큼 금리 인하 속도도 미국보다 늦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대통령실은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아쉽다”는 입장을 냈다. 금통위 고유 권한인 기준금리 결정을 두고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건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의 발언이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대통령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자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지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다음 달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100%”라며 “한국은 다음 금통위가 10월이고,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 우리 물가가 잡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10월까지 가면 너무 늦지 않느냐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하반기 소비 감소로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는 만큼 내수 개선을 위해 금통위가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있는데 한은이 이런 추세와는 다르게 뜸을 들이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기류다. 특히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내수 진작에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한은이 보조를 맞추지 않자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실의 유감 표명과 달리 한은의 동결 결정이 적절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은 통화정책국장을 지낸 홍경식 국제금융센터 부원장은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 가운데 금리를 내리면 다시 집값이 급등하고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지금은 내수 진작보다 가계 빚과 주택가격 상승 억제가 더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이 다음 금통위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에는 한은이 정부 뜻을 거슬렀지만 다음에는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압력이 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약해져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기관마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 “다양한 얘기를 들어보되 최종 결정은 금통위가 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지난해부터 주요 시중은행이 공격적으로 늘려 온 기업대출 중 부실채권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체감경기가 두 달 연속 악화되는 등 기업들의 향후 실적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기업대출 부실이 은행 자산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공시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844조97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784조197억 원) 대비 7.8% 증가한 규모로 가계대출 증가 폭(2.4%)을 크게 웃돌았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압박하자 은행들은 영업 활로를 찾기 위해 앞다퉈 기업대출을 늘린 결과다. 문제는 대출 규모와 함께 부실채권도 급증했다는 점이다. 6월 말 기준 4대은행의 기업대출 중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규모는 2조8075억 원으로, 지난해 말(2조4168억 원)보다 16.2% 불어났다. 이에 따라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2022년 말 0.26%, 지난해 말 0.31%에 이어 6월 말 0.33%로 꾸준히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0.15%, 0.17%, 0.19% 등으로 올랐지만 기업대출에 비해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내수 회복 지연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향후 기업대출 부실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2개월 연속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전(全)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2.6포인트 떨어진 92.5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3.0포인트)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 지수(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 지표다. 장기(2003년 1월∼2023년 12월) 평균치(100)를 웃돌면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의 심리가 낙관적,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전산업 CBSI는 3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다 7월 하락 전환한 뒤 2개월째 떨어졌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CBSI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제조업 CBSI는 92.8로 전월보다 2.9포인트 낮아졌다. 신규 수주(―0.8포인트), 자금 사정(―0.8포인트) 등이 주요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비제조업 CBSI도 2.4포인트 하락한 92.2로 조사됐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대선 관련 불확실성 확대,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가능성과 중국 경기 회복 지연 등 여러 글로벌 리스크 요인이 한꺼번에 나타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를 발판으로 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싼 이자로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방법)가 최근 증시 급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중국 위안화가 새로운 ‘조달 통화’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글로벌 시장이 저렴한 자금 조달 통화로 널리 사용되는 중국 위안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8월 들어 위안화가 달러 대비 2% 급등했지만 당분간 청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의 상당수는 중국 수출업체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정기예금 수익률은 저조한 데 반해 현금을 달러로 보유하면 연 5%의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 투자은행 맥쿼리에 따르면 중국 수출업체와 다국적 기업들은 2022년 이후 5000억 달러가 넘는 외화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위안화를 빌려 달러 표시 채권을 사들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2년 말 이후 외국인의 위안화 채권 보유액은 9220억 위안 증가해 6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CNBC방송은 “위안화는 엔화 다음으로 잠재적인 캐리 트레이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시장이 이러한 가능성을 엿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위안화는 엔화만큼 거래량이나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고 환금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위안 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본 미즈호은행의 비슈누 바라탄 상무이사는 “위안화는 엔화만큼 유동적이거나 글로벌하지 않고, 중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크다”고 설명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기업들이 올 상반기(1∼6월) 영업이익 100조 원을 회복하는 등 지난해의 부진을 딛고 호실적을 거뒀다. 순이익률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19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12월 결산 620개 코스피 상장사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474조480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02조9903억 원으로 전년 동기(53조8006억 원) 대비 91.43%나 훌쩍 뛰었다. 순이익(78조7372억 원) 역시 1년 전(37조9986억 원)보다 107.21% 확대됐다. 연결 매출액 비중 9.9%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해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3.72%, 79.0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 흑자를 달성한 기업도 620개사 중 492사로 1년 전(476개사)보다 16개사 늘었다. 업종별로는 17개 업종 가운데 반도체 등이 포함된 전기전자(15.10%), 운수창고업(10.36%), 의약품(8.43%), 건설업(7.86%) 등 11개 업종의 매출이 크게 올랐다. 반면 철강금속(―6.82%), 전기가스업(―5.84%) 등 6개 업종의 매출은 떨어졌다. 영업이익 역시 철강금속(―33.29%), 기계(―22.14%), 화학(―6.59%), 통신업(―2.48%) 등 4개 업종은 감소세를 보였다.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 상장사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12월 결산 1146개 코스닥 상장사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5조4996억 원)과 순이익(3조8596억 원)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1.44%, 8.93% 감소했다. 부채비율도 2분기(4∼6월) 말 기준 106.40%로 지난해 말보다 0.61%포인트 증가하는 등 재무 건전성도 악화됐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임직원들의 보수가 1년 새 2∼3배씩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1∼3월) 가상자산 시장이 활황을 맞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올 상반기(1∼6월) 47억4922만 원의 보수(급여 14억5322만 원, 상여 32억9600만 원)를 받았다. 앞선 2022년 상반기(13억3100만 원)나 지난해 상반기(13억9800만 원) 보수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보수보다도 월등히 높은 금액이다. 같은 기간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이 20억8500만 원,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18억2200만 원,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8억7700만 원을 수령했다. 두나무 직원들도 4대 은행 직원들 못지않은 두둑한 보수를 챙겼다. 올 상반기 두나무 직원 601명의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3373만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5944만 원)의 2.25배 수준이다. KB국민과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은행 직원의 지난해 1인 평균 급여는 1억1600만 원이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승인 등의 호재로 1분기 거래량이 급증했던 것을 높은 성과급의 배경으로 분석한다. 비트코인 가격은 3월 처음 1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다만 2분기(4∼6월)에 시장이 조정기를 맞으면서 거래소들의 성장세도 주춤해졌다. 두나무의 2분기 영업이익은 1590억 원으로 1분기(3356억 원)보다 53% 급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이란과 그 대리 조직이 24시간 안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 미국 폭스뉴스가 12일(현지 시간) 중동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가능성을 거론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통신 등은 이번 주 안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즉각 경계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중동으로 급파하고, 최신 스텔스 전투기인 ‘F-35C’를 탑재한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링컨)함을 중동에 배치하기로 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 선물 가격은 80.06달러로 마감했다. 5일 72.94달러를 기록했지만 불과 1주일 만에 9.76% 올랐다. 국제 유가 상승 여파 등으로 국내 수입 물가 또한 6, 7월 연속 두 달째 상승했다.● 이스라엘, 이란 공격 대비 최고 경계 태세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등은 향후 24시간 이내(12∼13일 사이)에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살해된 것에 대한 보복이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스라엘은 며칠 안에 (이란의)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우리 또한 이 우려를 공유한다”고 12일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같은 날 이란, 헤즈볼라 등의 공격에 대비한 ‘다전선(multi-front) 전투 계획’을 승인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 또한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상공에서 전투기의 순찰을 늘리는 등 공격과 방어에서 최고의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와디예 일대를 공습해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대도 파괴했다. 미국은 항공모함과 잠수함을 중동에 급파해 이란의 공격 및 확전에 대비할 계획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1일 핵추진잠수함 ‘USS 조지아’함을 중동에 배치할 것을 명령한 데 이어 링컨함의 배치 또한 서두르라고 지시했다. 현재 남중국해 인근에 있는 링컨함이 중동에 도달하려면 최소 1주일이 걸릴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블링컨 장관이 13일부터 이스라엘, 카타르, 이집트 등 3개국을 순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와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중재해 왔다. 국제사회도 바빠졌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서방 5개국은 12일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위협을 중단하라”는 공동성명을 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교황청 2인자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등은 각각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에게 전화해 이스라엘 공격을 만류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숄츠 총리에게 “우리는 침략자(이스라엘)에 대응할 권리가 있다. 압력, 제재, 괴롭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식으로든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은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보복에 대한 이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13일 로이터통신은 이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가자지구 휴전협상이 실패하거나 이스라엘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판단되면 직접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이 언제까지 협상이 진전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치솟는 유가, 물가 불안도 고조 중동에 전운이 감돌면서 국제 유가도 치솟고 있다.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80.06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3.22달러(4.2%) 올랐다. 같은 날 유럽 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전 거래일보다 2.64달러(3.3%) 오른 82.30달러로 마쳤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가 변동에 민감한 7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4% 올랐다. 6월(0.6%)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세다. 올 들어 수입물가지수는 5월(―1.3%)을 제외하고 계속 오름세다. 통상 수입물가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이란과 그 대리 조직이 24시간 안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미국 폭스뉴스가 12일(현지 시간) 중동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가능성을 거론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통신 등은 이번 주 안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고 전했다.이스라엘군은 즉각 경계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중동으로 급파하고, 최신 스텔스 전투기인 ‘F-35C’를 탑재한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링컨)함을 중동에 배치하기로 했다.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 선물 가격은 80.06달러로 마감했다. 5일 72.94달러를 기록했지만 불과 1주일 만에 9.76% 올랐다. 국제 유가 상승 여파 등으로 국내 수입 물가 또한 6, 7월 연속 두 달째 상승했다.● 이스라엘, 이란 공격 대비 최고 경계 태세폭스뉴스에 따르면 이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등은 향후 24시간 이내(12~13일 사이)에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살해된 것에 대한 보복이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스라엘은 며칠 안에 (이란의)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우리 또한 이 우려를 공유한다”고 12일 밝혔다.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같은 날 이란, 헤즈볼라 등의 공격에 대비한 ‘다전선(multi-front) 전투 계획’을 승인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 또한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상공에서 전투기의 순찰을 늘리는 등 공격과 방어에서 최고의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와디예 일대를 공습해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대도 파괴했다.미국은 항공모함과 잠수함을 중동에 급파해 이란의 공격 및 확전에 대비할 계획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1일 유도미사일 잠수함 ‘USS 조지아’함을 중동에 배치할 것을 명령한 데 이어 링컨함의 배치 또한 서두르라고 지시했다. 현재 남중국해 인근에 있는 링컨함이 중동에 도달하려면 최소 1주일이 걸릴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블링컨 장관이 13일부터 이스라엘, 카타르, 이집트 등 3개국을 순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와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중재해 왔다.국제사회도 바빠졌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서방 5개국은 12일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위협을 중단하라”는 공동성명을 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교황청 2인자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등은 각각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에게 전화해 이스라엘 공격을 만류했다.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숄츠 총리에게 “우리는 침략자(이스라엘)에 대응할 권리가 있다. 압력, 제재, 괴롭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식으로든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은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보복에 대한 이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NYT는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이란이 국제적으로 더 고립되는 것을 막으면서 힘을 과시해야 한다는 고민을 할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치솟는 유가, 물가 불안도 고조중동에 전운이 감돌면서 국제 유가도 치솟고 있다.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80.06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3.22달러(4.2%) 올랐다. 같은 날 유럽 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전 거래일보다 2.64달러(3.3%) 오른 82.30달러로 마쳤다.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가 변동에 민감한 7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4% 올랐다. 6월(0.6%)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세다. 올 들어 수입물가지수는 5월(―1.3%)을 제외하고 계속 오름세다. 통상 수입물가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증시 폭락장의 ‘트리거’(방아쇠)를 당겼다는 비판에 휩싸였던 일본 중앙은행이 당분간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 같은 발언으로 엔고(円高) 현상에 제동이 걸리면서 국내 증시를 비롯한 일본,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주가지수가 이틀째 상승하며 진정 국면에 돌입했다. 하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싼 이자로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방법) 청산 우려나 미국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엔고 제동에 亞 증시 이틀째 상승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7일 오전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강연에서 “금융 자본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2일과 5일 증시를 덮쳤던 ‘패닉 셀’의 원인으로 급격한 엔고 현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가 지목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발언이 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면서 엔-달러 환율은 급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오전 10시경까지 엔-달러 환율은 144엔 중반대를 유지했지만 우치다 부총재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147엔대까지 오르는 등 30분 만에 2.5엔가량 급등했다. 5일 100엔당 96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엔 재정환율도 930원대로 하락했다. 증시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오전 한때 2.6% 이상 빠지는 등 약세장을 형성했지만 엔화 약세 신호와 함께 장중 3.39%까지 뛰었다가 전날 대비 414.16엔(1.19%) 상승한 35,089.62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도 한숨 돌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1.83% 오른 2,568.41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도 2.14% 상승했다. 대만 자취안지수(3.87%) 등 중화권 지수도 일제히 올랐다.● 日 금리 인상·美 경기 침체 우려 여전 이틀 연속 시장은 진정됐지만 증시를 널뛰게 할 ‘뇌관’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는 “증시 불안 때문에 일본이 금리 인상에 대한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뿐”이라며 “일본 내 물가가 계속 오르고 엔저가 장기화하면 금리를 또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이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글로벌 증시 하락이 다시 본격화될 수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도 여전히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가 긴급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등 월가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빠른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9월 이전에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이라며 긴급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마이클 개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이코노미스트 역시 “지금 연준이 긴급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하는지를 묻는다면 과거 사례를 볼 때 ‘아니다’라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글로벌 증시 폭락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체거래소(ATS)인 블루오션은 5일 오후 거래량 폭주를 이유로 제휴를 맺은 국내 모든 증권사에 서비스 중단 및 결제 취소를 통보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9개 증권사에서 9만 개 계좌, 6300억 원 상당의 주간 거래 취소가 발생했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결제 취소가 지연됐고 돈이 묶인 투자자들은 매도 기회를 놓쳐 애를 태워야 했다. 주간 거래는 7일까지도 일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여전히 개별 종목 거래는 막힌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지 대체거래소 시스템 오류로 인한 일방적 거래 취소로 국내 증권사의 잘못을 단정하긴 어렵지만 증권사와 투자자 간 자율 조정을 우선 추진하는 등 투자자의 불만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신무경 기자 yes@donga.com}
6월 경상수지가 6년 9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흑자를 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9개월 연속 증가한 영향이 컸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 6월 경상수지는 122억6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2017년 9월(123억4000만 달러) 이후 최대 흑자 폭이자 2016년 6월(124억1000만 달러), 2017년 9월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상반기(1∼6월) 누적 경상수지는 377억3000만 달러 흑자로 한은 전망치(279억 달러)를 훌쩍 웃돌았다. 수출이 늘고 수입은 줄면서 상품수지는 114억7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2020년 9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1년 사이 50.4%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정보통신기기(26.0%), 석유제품(8.5%), 승용차(0.5%) 등도 수출 호조를 보였다. 반면 수입은 내수 부진으로 1년 전보다 5.7% 감소했다. 한은은 하반기에도 경상수지는 흑자를 보이겠지만 수입 감소세가 완화되면서 흑자 규모는 상반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 개선에 따른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투자 소득도 양호한 수준으로 유입되면서 당분간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미국 경기 침체,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가능성,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 경기 침체 공포로 ‘검은 월요일’이 한국 증시를 덮치면서 5일 투자자들은 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속절없이 추락하자 투자자들은 “전쟁이라도 난 거냐”며 떨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이어진 강세장에 따른 일시 조정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 버블’ 붕괴에 따른 장기 침체의 전조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외국인, 이틀 만에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2조3000억 원 매도… 개미들 곡소리 5일 외국인투자가는 코스피에서만 약 1조5000억 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하면서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2일 약 8000억 원의 물량을 내던진 데 이어 이틀 만에 2조3000억 원 가까운 주식을 팔아 치운 것이다. ‘AI 거품론’이 확대되는 가운데 외국인들의 매도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종목에 집중됐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30% 내린 7만1400원에 마감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10월 24일(―13.80%) 이후 16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SK하이닉스의 주가도 9.87% 떨어졌다. 현대차는 8.2% 빠졌다. 이날 오전 11시경 코스피가 5% 넘게 빠지는 등 급락이 거듭되자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지만 공포에 질린 ‘패닉 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장중 최대 10.8%까지 빠지면서 2,400 선도 깨졌으나 장 막판에 외국인투자가가 일부 돌아와 8.77% 내린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서 하루에 사라진 시가총액은 235조 원에 달한다.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로, 코스피 급락 시 치솟아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110.66% 오른 45.86으로 마감하며 역대 두 번째로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증시가 개장하기 전 서둘러 미국 주식을 팔려는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5일 오후 한국 증권사를 통해 이뤄진 주간거래 체결분이 통째로 취소되기도 했다. 장중 한때 1355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도 20원 가까이 급등하며 오후 3시 반 기준 1374.8원까지 올랐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한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가가 10% 이상 빠지면 국가 비상사태 아니냐”고 했고, 또 다른 투자자는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고 했다. 빚을 내서 투자한 일명 ‘빚투족’들은 반대 매매에 떨고 있다. 한 투자자는 “밸류업 효과 등으로 코스피가 3,000 선을 넘을 것 같다고 해서 빚을 내서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이렇게 떨어질 줄 몰랐다. 현실이 지옥 같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국내 증시에서의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19조4226억 원이다. 연초(17조5584억 원) 대비 2조 원 가까이 불어난 상태다. ● “이달 내에 반등” vs “증시 부진 당분간 계속”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기 강세장에 따른 일시 조정”이라는 의견과 “미국발 장기 침체의 서막이 열렸다”는 분석이 엇갈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증시가 많이 올랐다는 부담에 과도하게 하락한 것 같다”며 “9월 미국 금리 인하에 앞서 국내외적으로 기술적 반등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2,400대에서 지지선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최근 내림세는 기업의 실적 하락보다는 시장 심리가 위축되면서 벌어진 발작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달리 미국발 경기 침체 초입에 들어섰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경기 부진으로 인해 투자처가 없어 유동성이 당장 불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증시 부진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도 높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의 ‘믿는 구석’이 수출인데, 주요 교역국인 미국이 경기 부진에 빠진다면 국내 경제엔 치명타”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일본 증시가 하루 만에 4,400엔 넘게 급락하며 1987년 ‘블랙 먼데이’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낙폭을 보였다. 미국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와 일본 증시 상승을 견인해온 ‘슈퍼 엔저’의 종말이 맞물리면서 일본 대표 지수는 올해 상승분을 모두 토해냈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향후 엔고(円高) 현상이 가속화되면 일본의 수출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엔고의 저주 걸린 日 증시 5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4%(4,451엔) 폭락한 31,458.42엔에 마감했다. 3,836엔 떨어졌던 1987년 10월 20일 ‘블랙먼데이’를 뛰어넘는 하락 폭이다. 이날 일본 중견기업 1900개를 포함한 토픽스는 전장보다 12.23%(310.45포인트) 하락한 2,227.1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토픽스와 닛케이지수 선물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지만 폭락세를 멈추진 못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앞서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지표 등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이날 주가 움직임에 대해 “만석인 극장에서 누군가 ‘불이야’를 외쳤을 때와 같은 광경”이었다며 “시장 참가자 전원이 주식 매도로 움직였다”고 전했다. 여기에 일본이 지난달 2010년부터 이어온 ‘제로(0) 금리’ 정책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한 것도 주식시장 불안을 부추겼다. 앞서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달 말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행 0∼0.1%에서 0.25%로 인상했다. 3월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한 지 4개월 만이다.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결정한 뒤 그간 지속돼 왔던 ‘슈퍼 엔저’ 시대가 저물고 엔화 가치는 급등하고 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1엔대까지 떨어졌다(엔화 가치 상승).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초 161.90엔까지 올랐지만 한 달여 만에 20엔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원-엔 재정 환율도 하루 만에 40원 이상 올라 5일에 100엔당 960원대까지 상승했다.● 엔 캐리 청산, 증시 폭락 부추겨 ‘엔 캐리 트레이드’(싼 이자로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방법)가 청산 수순을 밟으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돼 증시 하락이 더 가팔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일본은 10년 넘게 유지해온 통화 정책을 비로소 바꾼 만큼 정책 변경에 따른 파장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슈퍼 엔저가 막을 내리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는 일본 내에서도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헤지펀드 등 글로벌 투자자들은 일본에서 저렴하게 돈을 빌려 미국의 채권이나 주식 등 글로벌 시장에 투자해 왔다. 하지만 일본의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이 불어나고 엔화 가치 급등으로 인한 손실도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서둘러 자산을 매각하고 빚 갚기에 나서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얘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글로벌 증시 폭락을 더 부추기고 있다”며 “미국의 경기 침체는 달러화 약세, 엔화 강세로 나타나기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더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하지 않았다면서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세계 각지에 투자하는 금융거래. 요즘처럼 일본 금리가 오르면 저렴한 엔화로 사들인 자산을 되팔아야 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미국 경기 침체 공포로 ‘검은 월요일’이 한국 증시를 덮치면서 5일 투자자들은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속절없이 추락하자 투자자들은 “전쟁이라도 난 거냐”며 떨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이어진 강세장에 따른 일시 조정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 버블’ 붕괴에 따른 장기 침체의 전조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외국인, 이틀 만에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2조3000억 원 매도…개미들 곡소리5일 외국인 투자가는 코스피에서만 약 1조5000억 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하면서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2일 약 8000억 원의 물량을 내던진 데 이어 이틀 만에 2조3000억 원 가까운 주식을 팔아 치운 것이다. ‘AI 거품론’이 확대되는 가운데 외국인들의 매도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종목에 집중됐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30% 내린 7만1400원에 마감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10월 24일(―13.80%) 이후 16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SK하이닉스의 주가도 9.87% 떨어졌다.이날 오전 11시경 코스피가 5% 넘게 빠지는 등 급락이 거듭되자,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지만 공포에 질린 ‘패닉 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장중 최대 10.8%까지 빠지면서 2,400 선도 깨졌으나 장 막판에 외국인 투자가가 일부 돌아와 최종적으로 8.77% 내린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1.30% 내리면서 700 선을 내줬다.역대급 낙폭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한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가가 10% 이상 빠지면 국가 비상사태 아니냐”고 했고, 또 다른 투자자는 “살다 살다 이렇게 주가가 많이 떨어지는 건 처음 봤다.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고 했다. 2일부터 시작된 증시 폭락에 빚을 내서 투자한 일명 ‘빚투족’들은 반대 매매에 떨고 있다. 한 투자자는 “밸류업 효과 등으로 코스피가 3,000 선을 넘을 것 같다고 해서 빚을 내서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이렇게 떨어질 줄 몰랐다. 현실이 지옥 같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국내 증시에서의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19조4226억 원이다. 연초(17조5584억 원) 대비 2조 원 가까이 불어난 상태다. ● “이달 내에 반등” vs “코스피 2,000 선까지 밀려”이 같은 증시 폭락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기 강세장에 따른 일시 조정”이라는 의견과 “미국발 장기 침체의 서막이 열렸다”는 분석이 엇갈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경기 침체를 단정할 근거가 없는데, 증시가 많이 올랐다는 부담에 과도하게 하락한 것 같다”며 “9월 미국 금리 인하에 앞서 국내외적으로 기술적 반등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2,400대에서 지지선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최근 내림세는 기업의 실적 하락보다는 시장 심리가 위축되면서 벌어진 발작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발 경기 침체에 따른 우려에 대해서도 “현재 미국의 실업률(4.3%)로 장기 침체에 빠졌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경기 침체를 거론하려면 실업률이 최소한 6%대는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미국의 양적 완화를 통한 실업률 억제가 한계를 맞으면서 미국발 경기 침체 초입에 들어섰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경기 부진으로 인해 투자처가 없어 유동성이 당장 불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외 증시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내년까지 코스피가 2,000 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미국 경기 침체의 부정적 여파가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실물 경기로 옮아 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의 ‘믿는 구석’이 수출인데, 주요 교역국인 미국이 경기 부진에 빠진다면 국내 경제엔 치명타”라며 “통화 당국에서 금리 인하 등을 통해 내수 경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호주 최대 석유 개발 회사 우드사이드가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구역이 “유망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철수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우드사이드의 결론은 액트지오와 달리 심층 평가를 통해 내려진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우드사이드 15년 탐사 끝에 철수 6일 우드사이드는 동아일보에 “2021년 동해 8광구와 6-1광구에 대한 3차원(3D) 물리 탐사를 완료했고 그 결과를 한국 정부에 제공했다”며 “2022년 BHP와 합병하면서 글로벌 탐사 자산 포트폴리오를 검토한 결과 한국을 포함한 몇 개의 탐사 사업에서 ‘엑시트(exit)’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해 심해 탐사가 상업적으로 유망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현재 해당 해역에 관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동해 8광구와 6-1광구는 앞서 정부가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고 발표한 곳이다. 우드사이드는 2007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이들 광구에 대한 탐사를 수행했다. 우드사이드는 당시 탐사 과정에서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019년 석유공사와 각각 50% 지분으로 2029년까지 유효한 조광권을 확보하고 심해 탐사를 진행하다 지난해 1월 돌연 철수했다. 우드사이드는 2023년 반기 보고서에서 “더 이상 유망하다고 볼 수 없는(no longer considered prospective) 지역에서 철수하며 탐사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계속하고 있다”며 그 대상 중 하나로 한국을 적시했다.● 미국 멕시코만 등에선 탐사 작업 지속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별도의 자료를 내고 우드사이드의 철수는 심층 분석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드사이드는 보다 정밀하고 깊이 있는 자료 해석을 통해 시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 단계인 ‘유망구조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철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해당 지역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떨어져 철수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높게 분석한 액트지오와 우드사이드가 서로 다른 자료를 분석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산업부는 “석유공사는 그간 축적된 탐사 자료와 우드사이드가 철수하며 넘겨준 자료, 자체 추가 탐사 자료 등을 지난해 2월 액트지오에 의뢰해 자료 해석을 진행했다”고 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비슷한 탐사 자료를 보고 분석하더라도 기관이나 전문가마다 가진 경험과 분석 근거가 달라 다양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드사이드의 경영 환경 역시 철수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지목했다. 우드사이드는 2022년 6월 호주의 자원 개발 기업 BHP사와 합병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드사이드가 한국에서 철수한 건 기존에 추진하던 글로벌 해양 프로젝트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우드사이드는 미국 멕시코만과 호주 서부 해안의 탐사 시추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호주 서쪽 해안 ‘젬트리’ 광구에 대해선 “인근 가스전과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탐사 작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동해 심해 탐사의 유망성을 이들 지역보다는 낮게 평가한 셈이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야당 국회의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 ‘자료 제공 불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