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조은아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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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사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은퇴재테크 서적 ‘지금 당장 금퇴 공부’를 펴냈습니다.

achim@donga.com

취재분야

2024-09-18~2024-10-18
중동50%
국제정세16%
국제일반8%
유럽/EU8%
문학/출판6%
국제경제4%
연극2%
산업2%
미국/북미2%
인사일반2%
  • 우크라 선수단 “천국의 489명과 함께 뜁니다”

    “당신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입니다.” 안 이달고 프랑스 파리시장은 1일(현지 시간) 파리시청사에서 2024 파리 올림픽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선수들에게 파리시 최고 훈장인 ‘그랑 베르메유’ 메달을 수여하며 이같이 말했다. 3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전쟁에도 불구하고 올림픽까지 진출한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격려하고 지지와 연대의 뜻을 표한 것이다. 선수단을 대표해 수여식 단상에 오른 20여 명의 선수들은 좀처럼 웃지 않았다. 이들은 미소 대신 단상 위 스크린에 ‘천국의 우크라이나팀 489명’의 사진을 띄운 뒤 묵념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이후 숨져 올림픽에 도전하지 못한 선수와 코치들을 추모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올림픽에 체조, 양궁, 육상, 다이빙 등 26개 종목에, 140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우크라이나가 참가한 여름 올림픽 중 가장 작은 규모의 선수단이다. 전쟁으로 많은 선수들이 숨지거나 참가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쟁에 관여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는 출전이 금지됐다. 다만 심사를 통해 러시아 선수 15명은 중립국 소속으로 나왔다. “파리 올림픽은 축제 분위기지만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하루하루를 전쟁같이 보내고 있어요.” 행사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입을 모아 강조했다. 고향이 러시아의 점령지인 남부 헤르손주 근처인 18세 다이빙 선수 올렉시 세레다 씨는 “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경보 알림이 떠서 가슴을 졸일 때가 많다”며 “아버지와 여동생에게 수시로 연락해 생사를 묻다 보니 경기에 집중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트비 비드니 우크라이나 스포츠부 장관은 “최근 우리 체조 선수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가족이 숨졌다는 소식을 들은 채 경기에 나가야 했다”며 “이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일부 선수들은 메달 획득보다 올림픽 참가 자체가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족을 잃은 슬픔,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공격, 이로 인한 단전으로 훈련이 거의 불가능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올림픽 무대까지 진출했기 때문. 육상 선수 안네 리지코바 씨는 “전쟁 뒤 훈련을 몇 개월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며 “꼭 올림픽에 나와 세계를 향해 우리를 잊지 말아 달라고, 또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올림픽에서 러시아 침공의 부당함을 알리는 ‘외교관’을 자처했다. 세레다 씨는 “(중립국 소속이더라도) 러시아 출신 선수들과는 대화도 악수도 거부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비드니 장관은 “이 전쟁이 우리만의 전쟁이 아니라 세계의 공통된 가치를 위한 전쟁임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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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객들은 집에 가라”… 입장료 걷고 물총 쏘며 여행 막아[글로벌 포커스]

    “오늘도 1만7000명이 우리 섬에 도착한다. 또 힘든 하루가 다가왔다.” 하얀 외벽에 바다를 닮은 파란색 지붕. 한국에서도 인기 신혼여행지로 꼽히는 섬. 세계적인 인기 관광지 그리스 산토리니섬 주민들은 요즘 매일 아침이 두렵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산토리니섬의 파나기오티스 카발라리스 시립단체회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이 같은 한탄을 쏟아냈을 정도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산토리니섬의 인구는 1만5000명. 섬 거주민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괴롭단 얘기다. 나중에 관광객 수는 1만1000명으로 정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과한 규모다. 섬이 외지인으로 가득 차 혼잡이 예상되자 카발라리스 회장은 주민들에게 “웬만하면 집에 있으라”고 조언했다.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으로 인한 문제가 커지자 최근 산토리니와 상위 행정구역인 남에게해 공무원들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안건은 ‘크루즈 관광객 유입 제한’. 니코스 조르조스 산토리니 시장은 “섬에 내리는 크루즈 승객이 하루에 8000명을 넘진 않아야 한다”며 “내년부터 이 상한선을 적용해 우리 섬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관광객 폭증으로 인해 고통받는 건 산토리니섬뿐만이 아니다. 팬데믹이 끝난 뒤 몇 년을 참았던 여행 욕구가 폭발하면서 최근 세계 곳곳이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요 관광지 주민들은 “외지인들이 몰려들어 일상생활마저 힘들 정도”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특히 유럽의 오버 투어리즘은 한계를 넘어서고 있단 평가마저 나온다. 여름 바캉스 기간이 길고 국경을 쉽게 넘나들 수 있다 보니 유독 두드러진다.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지역 문화재를 훼손하는 경우까지 생기며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이에 이탈리아나 스위스 등에선 관광객을 줄이려 입장료를 받고, 스페인에선 시민들이 ‘관광객 반대’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우리 도시, 관광객에게 안 팔아” “관광객들은 집에 가라!” 세계적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의 건축물들로 유명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선 지난달 6일 이런 구호가 울려 퍼졌다. 150개가 넘는 단체로 구성된 시위대 약 3000명이 ‘관광객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관광 반대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전하기 위해 일부 호텔과 레스토랑 테라스를 봉쇄했다. 또 일부 시위대는 관광객들에게 물총까지 쐈다. ‘바르셀로나는 팔리지 않을 것’이란 시위대 팻말에선 주민들이 삶의 터전인 바르셀로나를 관광객에게 빼앗겨 버렸다는 불만이 묻어났다. 바르셀로나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 도시 방문자는 약 1220만 명. 도시 인구(약 160만 명)의 7.6배에 이르렀다. 바르셀로나는 유명 건축물과 요리, 프로축구팀 FC바르셀로나 등 이른바 ‘관광 자산’이 넘친다. 공항과 항구 인프라 등이 잘 갖춰져 관광객들이 항공편과 크루즈선으로 찾아오기 쉽다. 바르셀로나 지역 정치인들이 크루즈 관광객들을 ‘메뚜기 떼’에 비유해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북아프리카 서쪽 해안에 있는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도 ‘투어리즘 포비아(Tourism Phobia·관광 공포증)’가 심각하다. 국내 한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로도 입소문을 탄 이곳은 검고 흰 모래가 이색적인 화산섬으로 유명하다. 인구가 약 221만 명인데 지난해 관광객은 6배가 넘는 1390만 명이 찾아왔다. 올 4월엔 좀 더 극단적인 시위마저 벌어졌다. 카나리아 제도의 가장 큰 섬인 테네리페섬에서 ‘카나리아 제도는 이제 지쳤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주민들이 단식 투쟁에 나섰다. 이들이 바라는 건 호텔 및 해변 리조트 건설 같은 관광 개발 사업의 중단이다. 단식 투쟁 단체의 루벤 페레스 플로레스 대변인은 현지 언론에 “(지역 당국이 우리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이 사람들은 목숨을 걸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탈리아 북부의 ‘바다 위의 도시’ 베네치아에선 올 4월 관광객 유입을 제한하기 위한 도시 입장료 5유로(약 7400원) 도입을 두고 찬반 시위가 뜨거웠다. 결국 시 정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베네치아를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며 입장료 부과를 결정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입장료만으로 오버 투어리즘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도시 이미지만 나빠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호텔 늘어 집 구하기 어려워” 도대체 관광객이 얼마나 몰려들기에 유럽 도시들은 이렇게 뿔이 났을까.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올해 해외 관광객 수는 15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에 비해 2% 늘어난 규모다. 특히 유럽은 올해 1분기(1∼3월)에만 1억2000만 명이 방문했다. 사실 관광객이 늘면 국가 경제에 분명 도움이 된다. UNWTO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관광 수입은 1조5000억 달러(약 2060조 원)에 이른다. 이 중 유럽은 6600억 달러로, 어느 대륙보다도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런데도 주민들이 관광객을 거부하는 주된 이유는 물가가 치솟고 관리 비용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 관광협회는 “관광객이 늘면서 이 지역 물가가 오르자 공공 서비스가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관광 수익이 늘어나도 지역 주민에게 고르게 분배되지 않아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온다. 오히려 관광객 탓에 주민들의 주거난이 심각해지기도 한다. 관광객을 받으려는 호텔이나 숙박 예약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주택이 늘다 보니 정작 실수요자들이 적절한 비용으로 생활할 수 있는 주택이 줄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동부의 발레아레스 제도의 이비사섬에선 주민들이 집을 구하지 못해 차량이나 텐트에서 살기도 한다. 이 지역 시민경비대 IGC 측은 영국 BBC방송에 “경비 3, 4명이 섬의 차량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을 정도다.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이 부족하니 집값도 계속 뛰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주택 임차료는 지난 10년간 약 68%가 올랐다. 바르셀로나에서 교사로 일하는 카를로스 라미레스 씨(26)는 미 CNN방송에 “바르셀로나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2∼4명씩 같이 사는 것”이라며 “현지인, 특히 젊은이들이 도시에서 자기 공간을 갖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지인들이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점도 주민들의 심기를 건드린다. 지난해 이탈리아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에선 한 독일 남성이 16세기에 만들어진 분수에서 사진을 찍으려다 조각상을 망가뜨려 지역민들의 분노를 샀다. 피렌체시는 동상 훼손으로 들어갈 보수 비용을 약 5000유로로 추산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선 영국 남성들이 눈총을 받았다. 주말에 저렴한 여행상품으로 건너와 술집을 돌아다니며 공공장소에서 노상 방뇨를 하고 운하에 구토하는 장면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결국 암스테르담시는 지난해 18∼35세 남성 관광객의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처벌을 경고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최근 관광객 증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광지 주민들에 대해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관광업을 통해 지역경제가 발전했고, 수입도 늘었는데 불편이 커지자 관광객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근시안적인 생각이라는 것. 실제로 오버 투어리즘으로 인한 불만이 가장 많이 나오는 유럽의 경우 관광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세계관광및여행협회(WTTC) 통계를 인용해 2022년 기준 유럽 전역에서 약 3470만 명이 관광업에 종사했고, 지중해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약 15%가 관광에서 발생한다고 전했다. 그리스 산토리니섬 GDP의 90%는 관광업이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이터통신도 스페인의 관광 로비단체 등을 인용해 지난해 스페인의 경제 성장을 관광업이 이끌었다고 전했다.● 쓰레기 청소하면 무료 투어 관광객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나 도시들이 내놓는 가장 기본적인 해법은 ‘입장료 받기’다. 관광객의 경제적 부담을 늘려 가급적 덜 오게 만들려는 취지다. 이탈리아 서북부 해안을 따라 위치한 다섯 개의 절벽 마을 친퀘테레는 낭만적인 해안 산책로 ‘사랑의 길’을 지난달 12년 만에 재개장하며 입장료를 도입했다. 방문객들은 사전에 5유로의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입장 인원도 시간당 400명으로 제한했다. 방문객들은 가이드 안내를 받으며 리오마조레에서 마나롤라까지 한 방향으로만 걸을 수 있다. 2020년 종영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인 스위스 호수 마을 이젤트발트도 드라마 팬들이 몰리자 통행료 5프랑(약 7800원)을 받기 시작했다. 입장료 외에도 도시로 들어오는 크루즈선을 줄이거나 신규 호텔 건설을 금지하는 규제들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관광객 억제책도 한계가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올해 도시 입장료 5유로를 도입했지만 관광객이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베네치아는 내년에 입장료를 10유로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관광객 수 줄이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관광객 줄이기 대신 관광객과의 공생을 모색하는 도시들도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관점 바꾸기’ 전략을 쓰고 있다. 관광객들이 ‘암스테르담은 파티의 도시’란 인식을 버리고 지역 주민의 시각에서 도시를 경험하게끔 유도하는 전략이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은 관광객의 친환경 활동을 장려하는 ‘코펜페이’란 시범 사업을 도입했다. 수로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줍거나 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박물관을 방문하거나 도시 정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면 관광 혜택을 준다. 예컨대 현지 환경 비영리기구 ‘그린카약’은 녹색 카약을 타고 시 수로를 따라 물에 떠다니는 쓰레기들을 줍는 봉사자에게 무료 수상 투어를 해준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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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올림픽 휩쓴 K분식… 500인분 바로 동나

    “떡볶이가 맵긴 하지만 맛있어서 천천히 다 먹을 거예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도심의 ‘2024 파리 올림픽 코리아하우스’ 내부 분식 코너 앞에서 만난 덴마크 관광객 줄리 키아고 씨는 “한국 음식은 낯설면서도 매력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파리 올림픽을 맞아 한국 문화 홍보를 위해 마련한 코리아하우스가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코리아하우스 정원에 마련된 ‘비비고 시장’에선 떡볶이와 만두, 주먹밥 등 한국 분식을 선보였다. 파리 시민들은 물론이고 올림픽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이 분식 코너에서 긴 줄을 서고 있었다. 딸과 함께 틱톡 홍보물을 보고 찾아왔다는 파리 시민 카리나 카무 씨는 “한식당처럼 분식을 사먹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신나는 K팝을 들을 수 있어 좋다”며 기뻐했다. 이날 준비한 500인분은 순식간에 다 팔려 나갔다. 코리아하우스는 지난달 25일 파리 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리는 앵발리드 근처 학술회의장 ‘메종 드 라 시미(화학의 집)’ 건물을 통째로 빌려 문을 열었다. 11일까지 운영되는 이곳엔 CJ그룹, 오비맥주, 하이브, 포토이즘 등 민간기업과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도자재단, 한국국제교류문화진흥원 등 공공기관까지 총 15곳이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각 기업과 기관들은 한식을 비롯해 K팝과 셀프 스튜디오 등 다양한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와 화려한 한복을 입어볼 수 있는 전시관은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정원에선 경쾌하게 흘러나오는 K팝에 단체로 춤을 추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그간 코리아하우스는 올림픽 때마다 선수단 지원과 메달리스트 인터뷰 장소 정도로 활용됐다. 하지만 올해는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허브로서 자리매김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코리아하우스가 대중에게 공개된 지난달 26일부터 닷새간 1만6019명이 방문했다. 이 중 절반가량은 외국인이었다. 대한체육회 측은 “앞으로도 코리아하우스를 올림픽 기간 한국 스포츠는 물론 K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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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 3명 살해범은 무슬림” 소문… 英전역, 反이슬람 폭력시위

    영국 서부 사우스포트에서 지난달 31일 어린이 3명이 숨지는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가 무슬림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수도 런던 등 영국 전역에서 반(反)이슬람 폭력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당국이 시위대를 엄벌할 뜻을 밝혔지만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흉기 난동범이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면서 반이슬람 여론을 고조시키고 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대는 사우스포트의 이슬람 사원(모스크) 앞에 세워진 경찰차와 일반 차량에 불을 질렀다. 인근 건물 벽을 허물고 경찰에 벽돌도 던졌다. 이 과정에서 최소 53명의 경찰관이 다쳤다. 경찰은 이번 시위를 극우 단체 ‘영국수호리그(EDL)’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같은 날 런던에서도 대규모 반이슬람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총리 집무실이 있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일대에서 경찰에 맥주캔과 유리병을 던졌다. 런던 경찰은 “폭력적 무질서와 응급구조대원 폭행, 시위법 위반 등의 혐의로 1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북동부 항구 도시 하틀풀에서도 경찰에 유리병이나 달걀 등을 던지는 시위가 벌어졌다. 또 맨체스터의 홀리데이인 호텔 밖에서도 약 40명이 시위를 벌였다. 맨체스터이브닝뉴스는 해당 호텔에 수용된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항의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반이슬람 시위를 촉발한 사건은 지난달 29일 사우스포트의 댄스 교실에서 발생했다. 불법 침입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6∼9세 여자 어린이 3명이 숨졌으며 어린이 8명과 성인 2명이 다쳤다. 경찰은 피의자가 웨일스 카디프 태생의 17세 남성이라고 밝혔을 뿐 그의 종교는 공개하지 않았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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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떡볶이 맵긴 하지만 맛있어”…파리 휩쓴 K분식, 500인분 순식간에 동나

    “떡볶이가 맵긴 하지만 맛있어서 천천히 다 먹을 거예요.”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도심의 ‘2024 파리 올림픽 코리아하우스’ 내부 분식 코너 앞에서 만난 덴마크 관광객 줄리 키아고 씨는 “한국 음식은 낯설면서도 매력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파리 올림픽을 맞아 한국 문화 홍보를 위해 마련한 코리아하우스가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코리아하우스 정원에 마련된 ‘비비고 시장’에선 떡볶이와 만두, 주먹밥 등 한국 분식을 선보였다. 파리 시민들은 물론이고 올림픽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이 분식 코너에서 긴 줄을 서고 있었다.딸과 함께 틱톡 홍보물을 보고 찾아왔다는 파리 시 카리나 카무 씨는 “한식당처럼 분식을 사먹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신나는 K팝을 들을 수 있어 좋다”며 기뻐했다. 이날 준비한 500인분은 순식간에 다 팔려 나갔다.코리아하우스는 지난달 25일 파리 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리는 앵발리드 근처 학술회의장 ‘메종 드 라 시미(화학의 집)’ 건물을 통째로 빌려 문을 열었다. 11일까지 운영되는 이곳엔 CJ그룹, 오비맥주, 하이브, 포토이즘 등 민간기업과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도자재단, 한국국제교류문화진흥원 등 공공기관까지 총 15곳이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각 기업과 기관들은 한식을 비롯해 K팝과 셀프 스튜디오 등 다양한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와 화려한 한복을 입어볼 수 있는 전시관은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정원에선 경쾌하게 흘러나오는 K팝에 단체로 춤을 추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그간 코리아하우스는 올림픽 때마다 선수단 지원과 메달리스트 인터뷰 장소 정도로 활용됐다. 하지만 올해는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허브로서 자리매김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코리아하우스가 대중에게 공개된 26일부터 닷새간 1만6019명이 방문했다. 이 중 절반가량은 외국인이었다. 대한체육회 측은 “앞으로도 코리아하우스를 올림픽 기간 한국 스포츠는 물론 K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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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이비통 쟁반’에 럭셔리 에펠탑 메달…파리의 ‘명품 올림픽’

    26일(현지 시간) 개막한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점차 메달 시상이 늘기 시작하며 ‘올림픽의 주인공’인 금메달을 중심으로 올림픽 곳곳에 스며든 ‘명품 브랜드’ 작품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파리 올림픽의 프리미엄 파트너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계열사들이 다수 참여해 화려함을 뽐내는데,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너무 많이 노출됐다는 비판도 나온다.올림픽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메달은 LVMH 산하 주얼리 브랜드인 쇼메가 디자인했다. 한국에선 송혜교 차은우 등이 홍보대사로 활약 중인 브랜드다. 메달엔 쇼메가 1920년대부터 내놓은 ‘선버스트(태양 폭발)’ 모티브 디자인이 담겼다. 중심에는 에펠탑의 실제 철제 조각이 들어가 파리 올림픽의 상징성을 더했다. 이 철제의 육각형 모양은 프랑스 대륙을 표현한다. 메달 뒤편엔 통상적인 올림픽 메달처럼 오륜, 그리스 신화에서 ‘승리의 여신’인 니케 등이 새겨졌다. 다만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와 함께 기존 메달엔 없던 에펠탑도 그려져 파리 올림픽 메달이란 특수함을 드러냈다.금메달에 숨은 비밀은 금메달이 실제 금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란 점이다. 미국 매체 USA투데이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라 금메달은 은이 오히려 최소 92.5%로, 금은 약 6g을 차지해야 한다. 금이 비교적 많진 않기 때문에 값어치가 생각만큼 높진 않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금메달은 약 950달러(132만 원)의 가치를 갖는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각각 대부분 은과 구리로 구성된다. 심지어 메달을 운반하는 보관함까지 명품의 향기가 느껴진다. 루이비통 트렁크와 비슷한 갈색 체스판 무늬로 디자인됐다. 메달 시상 자원봉사자들의 의상 역시 LVMH의 작품이다. 느슨한 바지, 폴로 셔츠와 모자는 1920년대 스포츠 의류에서 영감을 얻었다. 마찬가지로 LVMH 계열 프랑스 정통 남성복 ‘벨루티’는 ‘미드나잇 블루’ 색상이 돋보이는 프랑스 선수단의 개막식 단복을 제작했다. 턱시도, 셔츠, 벨트, 스카프, 신발 등을 모두 제작했는데 ‘프랑스식 우아함’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올림픽 곳곳에 LVMH의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다 보니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올림픽 경기장엔 광고가 없는데, 상호를 박진 않아도 특정 브랜드의 상징적인 디자인이 자주 노출되면 순수한 스포츠 행사란 취지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IOC의 전 마케팅 담당자 마이클 페인 씨는 AFP통신에 “LVMH와 IOC의 파리 올림픽 파트너십은 훌륭했지만 개막식에서 대규모 광고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프랑스뿐 아니라 다른 참가국들도 명품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미국 선수단의 단복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랄프로렌이 2008년부터 맡아 디자인하고 있다. 이탈리아 선수단의 단복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설립된 아르마니가 만든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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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몸 굳어가는 셀린 디옹, ‘사랑의 찬가’ 기적을 노래하다

    “푸른 하늘이 무너질 수 있어요. 땅도 무너질지 몰라요.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상관없어요. 세상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아요.”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마무리되던 26일 밤 12시(현지 시간) 직전. 프랑스 파리의 껌껌한 밤을 흰 조명으로 화려하게 빛낸 에펠탑 2층 중앙에서 샹송의 대명사 에디트 피아프(1915∼1963)의 ‘사랑의 찬가’가 애절하게 흘러나왔다. 카메라가 에펠탑 무대를 클로즈업하자 진주 자수로 빛나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캐나다 퀘벡 출신 가수 셀린 디옹(56)이 나타났다. 온몸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희귀 신경질환인 ‘전신 근육 강직인간증후군(SPS)’을 앓아 다소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그는 빗속에서도 힘 있게 노래를 불렀다. 개막식 피날레를 어떤 가수가 장식할지는 행사 보안과 흥행을 위해 사전에 공개되지 않지만 며칠 전부터 디옹이 파리에 도착했다는 소식에 디옹의 공연 루머가 돌았다. 그럼에도 ‘설마 디옹이 무대에 오를까’라고 의심하던 이가 적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병을 고백한 지 약 1년 반 만에 기적을 이룬 것. 디옹도 이날 감격에 찬 듯 눈물을 글썽거렸다. 문화적 역량을 보여줬지만 다소 난해했다는 지적이 나온 개회식을 ‘디옹의 피날레’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공연은 역경을 딛고 도전하는 올림픽 그 자체였다는 얘기다.● “기어서라도 무대에 오르겠다” 디옹이 건강한 모습으로 올림픽 주제곡(‘더 파워 오브 더 드림’)을 불렀던 28년 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개회식 때보다 감동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 정상급의 ‘디바’였던 당시와 달리 최근 디옹의 삶은 역경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옹은 2016년 든든한 매니저였던 남편 르네 앙젤릴을 17년의 투병 끝에 암으로 떠나보냈다. 그 뒤 음악적으로도 슬럼프가 찾아왔고, 2022년에는 SPS에 걸려 가수 활동을 하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게 된다. 2022년 12월 디옹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눈물을 머금은 채 “SPS란 희귀 난치병에 걸렸다”며 “가끔 걷지 못하고 성대 조절도 잘 안 돼 노래하기가 어렵다”고 고백하며 공연 일정을 취소했다. 무대 복귀가 어려울 것 같던 디옹이 2020년 3월 공연 이후 4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꾸준한 치료와 관리였다. 그는 지난달 아마존을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는 셀린 디옹’에서 “매주 5일 운동과 물리 및 보컬 치료를 반복했다”고 소개했다. 다큐멘터리에는 치료를 받으며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디옹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영국 BBC방송은 디옹이 받은 ‘목소리 재활’ 치료의 효과가 입증된 셈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무대와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어 가능했다. 지난달 미 NBC의 ‘투데이쇼’에서 인터뷰 중 눈가가 촉촉해진 디옹은 “기어서라도, 손으로 말을 하더라도 무대에 다시 오르겠다”며 “그(무대에 선) 순간이 그립다”고 했다.● “복귀 시기, 내 몸이 말해줄 것” 디옹은 무대 복귀를 꿈꾸면서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5월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복귀 시기를 묻는 질문에 “난 모른다. 내 몸이 말해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치료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재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프랑스에선 숨진 연인을 위해 ‘사랑의 찬가’를 만들었던 피아프와 디옹의 삶이 묘하게 닮았다는 반응도 많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디옹의 공연은 피아프에 대한 헌사”라고 했다. 전신 근육 강직인간증후군(SPS) 100만 명당 1명이 걸리는 희귀 난치병으로 온몸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신경질환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40세 이상 여성이 이 병의 환자 중 다수를 차지한다. 치료제는 아직 없고, 완치도 불가능하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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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소 수척해진 셀린 디옹, ‘사랑의 찬가’로 기적을 부르다

    “푸른 하늘이 무너질 수 있어요. 땅도 무너질지 몰라요. 당신이 날 사랑하든 상관없어요. 세상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아요.”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마무리되던 26일(현지 시간) 자정 직전. 프랑스 파리의 껌껌한 밤을 흰 조명으로 화려하게 빛낸 에펠탑 2층 중앙에서 샹송의 대명사 에디트 피아프(1915~1963)의 ‘사랑의 찬가’가 애절하게 흘러나왔다.카메라가 에펠탑 무대를 클로즈업하자 진주 자수로 빛나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캐나다 퀘백 출신 가수 셀린 디옹(56)이 나타났다. 온몸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희귀 신경질환인 ‘전신 근육 강직인간증후군(SPS)’을 앓아 다소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그는 빗속에서도 힘 있게 노래를 불렀다.개막식 피날레를 어떤 가수가 장식할지는 행사 보안과 흥행을 위해 사전에 공개되지 않지만 며칠 전부터 디옹이 파리에 도착했다는 소식에 디옹의 공연 루머가 돌았다. 그럼에도 ‘설마 디옹이 무대에 오를까’라고 의심하던 이가 적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병을 고백한 지 약 1년 반 만에 기적을 이룬 것. 디옹도 이날 감격에 찬 듯 눈물을 글썽거렸다.문화적 역량을 보여줬지만 다소 난해했다는 지적이 나온 개회식을 ‘디옹의 피날레’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공연은 역경을 딛고 도전하는 올림픽 그 자체였다는 얘기다. ● “기어서라도 무대에 오르겠다”디옹이 건강한 모습으로 올림픽 주제곡(더 파워 오브 더 드림)을 불렀던 28년 전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개회식 때보다 감동적이었던 평가도 나온다. 세계 정상급의 ‘디바’였던 당시와 달리 최근 디옹의 삶은 역경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옹은 2016년 든든한 매니저였던 남편 르네 앙젤릴을 17년의 투병 끝에 암으로 떠나보냈다. 그 뒤 음악적으로도 슬럼프가 찾아왔고, 2022년에는 SPS에 걸려 가수 활동을 하는게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2022년 12월 디옹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눈물을 머금은 채 “SPS란 희귀 난치병에 걸렸다”며 “가끔 걷지 못하고 성대 조절도 잘 안 돼 노래하기가 어렵다”고 고백하며 공연 일정을 취소했다.무대 복귀가 어려울 것 같던 디옹이 2020년 3월 공연 이후 4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꾸준한 치료와 관리였다. 그는 지난달 아마존을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는 셀린 디옹’에서 “매주 5일 운동과 물리 및 보컬 치료를 반복했다”고 소개했다. 다큐멘터리에는 치료를 받으며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디옹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영국 BBC방송은 디옹이 받은 ‘목소리 재활’ 치료의 효과가 입증된 셈이라고 전했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무대와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어 가능했다. 지난달 미 NBC의 ‘투데이쇼’에서 인터뷰 중 눈가가 촉촉해진 디옹은 “기어서라도, 손으로 말을 하더라도 무대에 다시 오르겠다”며 “그(무대에 선) 순간이 그립다”고 했다.● “복귀 시기, 내 몸이 말해줄 것”디옹은 무대 복귀를 꿈꾸면서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5월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복귀 시기를 묻는 질문에 “난 모른다. 내 몸이 말해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치료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재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다.프랑스에선 연인을 잃은 뒤 ‘사랑의 찬가’를 만들었던 피아프와 디옹의 삶이 묘하게 닮았다는 반응도 많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디옹의 공연은 피아프에 대한 헌사”라고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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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회식 앞 고속철 선로 연쇄 방화… 파리 올림픽 테러 공포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 당일인 26일(현지 시간) 새벽에 프랑스 수도 파리와 북·서·동부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노선 3곳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 사건이 발생했다. 프랑스 정부는 “조직적인 방해 행위”라고 비난하며 배후를 추적하고 있다. 또 이날 프랑스 남동쪽 한 공항에선 폭탄 경보가 발령돼 사람들이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개회식을 앞두고 보안이 강화됐는데도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공 인프라를 파괴하고 인명 피해도 야기할 수 있는 사건이 벌어지자 ‘올림픽을 겨냥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 철도공사(SNCF)는 이날 “25일 밤부터 26일 새벽까지 장거리 철도망을 마비시키는 대규모 방화 추정 공격을 받아 철도 운행이 지연되거나 취소됐다”고 발표했다. SNCF 측은 “고속철도의 서부, 북부 및 동부 노선에서 ‘악의적 행위’가 발생했으며 남동부 노선에선 이러한 행위가 미수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프랑스 국내 철도는 물론이고 영국과 이어지는 유로스타 등 타국행 열차 노선도 정상 운행에 불편을 겪었다. SNCF는 “여행객들은 일정을 연기하고 기차역에 가지 않기를 권한다”고 전했다. 장피에르 파랑두 SNCF 최고경영자(CEO)는 “약 80만 명의 승객이 피해를 입었다”며 “화재는 (운행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전략적인 장소에서 발생했다”고 말해 계획 범죄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즉각 위기 대응 본부를 가동하며 “이번 파괴행위는 고속철도망을 차단하려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파리 검찰청도 “‘조직범죄 근절을 위한 국가 관할권’에 따라 수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경 프랑스 남동부 스위스와 독일 국경지대의 유로공항에서 폭탄 경보가 발령돼 터미널 내 모든 사람이 대피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공항은 즉시 폐쇄되고 항공편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가 추후 재개됐다.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26일∼9월 8일) 동안 발생이 우려됐던 테러에 대한 공포가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에 치안력이 집중되며 상대적으로 타 지역의 보안이 헐거워진 탓이란 지적도 일고 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AFP에 “(올림픽 보안에 대해) 프랑스 당국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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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獨, ‘트럼프 재집권 대비’ 국방 협력 협정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유럽에서 가장 많이 지원하는 영국과 독일이 국방 협력 협정을 맺었다.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것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후보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활동 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24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달 4일 출범한 영국 노동당 정부의 존 힐리 국방부 장관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과 국방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은 양국이 방위 산업, 유럽 안보, 우크라이나 지원 등과 관련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공동 선언에 명시된 목표에는 영국과 독일의 방위산업 강화, 유럽과 대서양 안보 강화, 합동 작전의 효율성 개선, 사이버 영역 같은 진화하는 안보 과제 대응, 우크라이나 지원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정은 양국 국방 정책을 즉각적으로 변화시키는 건 아니지만 우선 양국 무기 체계와 탄약이 표준화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이번 방위 협력은 트럼프 후보가 최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J 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오하이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며 빠르게 추진됐다. 게다가 트럼프 후보는 나토 탈퇴까지 시사하며 유럽 국가들에 ‘나토 방위비를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면 나토의 우크라이나 지원 연대가 깨질 수 있어 두 국가가 사전에 지원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영국과 독일은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2개국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영국은 749억 유로(약 113조 원), 독일은 668억 유로(약 100조 원)를 지출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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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올림픽 잇단 테러 경고… 이스라엘, 자국 경찰 투입한다

    “이 팔레스타인 선수들은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한다. 이스라엘이 죽였기 때문이다.” 파리 올림픽 개막을 사흘 앞둔 23일 프랑스 파리의 친(親)팔레스타인 단체 ‘팔레스타인 비상사태’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팔레스타인 운동선수 7명의 얼굴 사진이 담긴 이미지와 함께 등장한 글이다. 이 단체 소속 활동가들은 “올림픽 개막 전까지 숨진 7명의 초상화를 파리 곳곳에 붙여 세상에 알리자”며 집단행동을 촉구했다. 최근 프랑스 내 친팔레스타인 단체들은 파리 북부 프랑스올림픽위원회 건물 앞에서 거의 매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24일 이스라엘과 서아프리카 말리의 남자 축구 경기가 열리는 ‘파르크데프랭스’ 일대에서는 대규모 반(反)유대주의 시위가 열릴 예정이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4일 이스라엘 vs 말리 경기서 대규모 시위 예고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거듭된 테러 경고에 직면한 이스라엘 선수단과 관중 또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올림픽을 관람할 자국민들에게 테러 위험을 경고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회의(NSC)는 23일 성명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 조직들이 올림픽 기간 중 이스라엘인 혹은 각국의 유대인들에 대한 공격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NSC는 자국민 여행객이 반이스라엘 시위를 미리 확인해 피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군이 제공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도 당부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특히 우려하는 경기는 이스라엘과 말리의 축구 경기다. 르몽드에 따르면 친팔레스타인 단체 ‘유로팔레스타인’이 이날 경기 중 관중석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의 민간인 대량 학살에 반대하는 평화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평화 시위라고 해도 축구 경기 특성상 관중이 흥분하기 쉽고, 말리는 인구의 약 95%가 무슬림이며 이스라엘과 수교도 하지 않은 상태다. 자칫하면 반이스라엘 정서가 폭발하며 대규모 충돌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이스라엘은 1972년 뮌헨 올림픽 때 선수들 살해 사건을 당한 뒤 자체적으로 경기장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스라엘 당국이 직접 경계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말리와 자국의 축구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주변을 순찰하고, 관중을 수색할 수 있도록 자국 경찰 여단을 투입하기로 했다. 프랑스 경찰 또한 경기장 주변 지역에서 시위가 발생하면 즉각 대처에 나서기로 했다. 올림픽 기간 중 파리 내 보안 인력만 하루 평균 3만 명 배치된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의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둘러싼 논란도 일고 있다. 친팔레스타인 단체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학살자’ 헤르초그에게 ‘레드카펫’을 깔아 주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의 외교부는 23일 ‘X’(옛 트위터) 계정에 “인종차별주의자이자 테러리스트인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 대표단을 받아들이고 보호하는 건 아동 살해자들에게 합법성을 부여하겠다는 뜻”이라며 프랑스 정부와 IOC를 모두 비난했다.●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 250여 명 적발 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이번 올림픽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40세 러시아인 남성이 외국에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23일 기소됐다. 이 남성이 올림픽 기간 중 프랑스를 불안정하게 만들 친러시아 작전을 준비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의 위협 또한 여전하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올림픽 참가자 약 100만 명에 대한 보안 조사에서 최소 4300여 명의 위험인물이 적발됐다. 이 중엔 이슬람 극단주의자 250여 명이 포함됐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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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反이스라엘 시위 예고에 올림픽 현장 긴장…이 정부 “테러 경고”

    “이 팔레스타인 선수들은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한다. 이스라엘이 죽였기 때문이다.”파리 올림픽 개막을 사흘 앞둔 23일 프랑스 파리의 친(親)팔레스타인 단체 ‘팔레스타인 비상사태’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팔레스타인 운동선수 7명의 얼굴 사진이 담긴 이미지와 함께 등장한 글이다. 이 단체 소속 활동가들은 “올림픽 개막 전까지 숨진 7명의 초상화를 파리 곳곳에 붙여 세상에 알리자”며 집단행동을 촉구했다. 최근 프랑스 내 친팔레스타인 단체들은 파리 북부 프랑스올림픽위원회 건물 앞에서 거의 매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24일 이스라엘과 서아프리카 말리의 남자 축구 경기가 열리는 ‘파르크데프랭스’ 일대에서는 대규모 반(反)유대주의 시위가 열릴 예정이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24일 이스라엘 vs 말리 경기서 대규모 시위 예고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거듭된 테러 경고에 직면한 이스라엘 선수단과 관중 또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올림픽을 관람할 자국민들에게 테러 위험을 경고했다.이스라엘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날 성명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 조직들이 올림픽 기간 중 이스라엘인 혹은 각국의 유대인들에 대한 공격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NSC는 자국민 여행객이 반이스라엘 시위를 미리 확인해 피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군이 제공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도 당부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특히 우려하는 경기는 이스라엘과 말리의 축구 경기다. 르몽드에 따르면 친팔레스타인 단체 ‘유로팔레스타인’ 이 이날 경기 중 관중석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의 민간인 대량 학살에 반대하는 평화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평화 시위라고 해도 축구 경기 특성상 관중들이 흥부하기 쉽고, 말리는 인구의 약 95%가 무슬림이며 이스라엘과 수교도 하지 않은 상태다. 자칫하면 반이스라엘 정서가 폭발하며 대규모 충돌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최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이스라엘은 1972년 뮌헨 올림픽 때 선수들 살해 사건을 당한 뒤 자체적으로 경기장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스라엘 당국이 직접 경계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말리와 자국 축구 경기장 주변을 순찰하고, 관람객들을 수색할 수 있도록 자국 경찰 여단을 투입하기로 했다. 프랑스 경찰 또한 경기장 주변 지역에서 시위가 발생하면 즉각 대처에 나서기로 했다. 올림픽 기간 중 파리 내 보안 인력만 하루 평균 3만 명 배치된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의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둘러싼 논란도 일고 있다. 친팔레스타인 단체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학살자’ 헤르초그에게 ‘레드카펫’을 깔아 주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의 외교부는 23일 ‘X’(옛 트위터) 계정에 “인종차별주의자 겸 테러리스트인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 대표단을 받아들이고 보호하는 건 아동 살해자들에게 합법성을 부여하겠다는 뜻”이라고 프랑스 정부와 IOC를 모두 비난했다.● 최소 4300여 명의 위험 인물 적발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이번 올림픽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40세 러시아인 남성이 외국에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23일 기소됐다. 이 남성이 올림픽 기간 중 프랑스를 불안정하게 만들 친러시아 작전을 준비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이다.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의 위협 또한 여전하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올림픽 참가자 약 100만 명에 대한 보안 조사에서 최소 4300여 명의 위험 인물이 적발됐다. 이 중엔 극단주의 이슬람주의자 250여 명이 포함됐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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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크롱, 각국 기자들과 1시간 셀카 찍고 악수 ‘올림픽 마케팅’

    “파리 올림픽 이후에는 세계가 프랑스를 (투자처로) 더 많이 선택할 거라 확신합니다.”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을 나흘 앞둔 22일(현지 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엘리제궁에 모인 내외신 기자들에게 “올림픽은 우리의 유산뿐 아니라 우리의 기술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영어로 직접 이번 올림픽의 특별함을 수차례 강조한 마크롱 대통령은 올림픽 이후 프랑스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유도해 경제적 효과를 키우려는 ‘올림픽 마케팅’에 발 벗고 나선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토니 에스탕게 파리올림픽조직위원장, 아멜리 우데아카스테라 프랑스 체육장관 등과 함께 엘리제궁에 수천 명의 기자들을 초대해 극진하게 환대했다. 그는 “프랑스의 식문화를 즐기라”며 회견장 곳곳에 마련한 바게트와 마카롱, 샴페인 등을 권했다. 대통령이 외빈을 맞을 때 자주 등장하는 자갈밭 깔린 엘리제궁 입구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마치 해외 영업에 나선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느낌이 물씬했다. 단상에서 “이번 올림픽은 아주 특별한 올림픽이 될 것”이라며 ‘특별하다’는 표현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는 “처음엔 말도 안 되는 미친(crazy) 소리라 했던 센강 개회식도 현실이 됐다”며 센강 개회식을 소개했다. 특히 일부 수영 경기가 센강에서 열리는 점을 강조하며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프랑스인들은 센강에서 수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건 올림픽이 남기는 유산 중 하나”라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으로 처음 당선된 뒤 맨 먼저 만난 사람 중 하나가 바흐 IOC 위원장이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나는 (IOC에) 프랑스 올림픽 개최를 설득했고, 결국 꿈이 이뤄졌다”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5분 안팎의 공식 연설 뒤에 단상으로 내려와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함께 약 1시간에 걸쳐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셀카’까지 찍으며 대화를 나눴다. 한 나라의 정부 수반이 개별적으로 긴 대화의 시간을 갖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격의 없이 터놓고 대화를 이어가는 대통령에게 즉석 인터뷰를 시도하는 외신 기자들도 눈에 띄었다. 영어권의 한 기자는 돌연 마크롱 대통령에게 붙어 은밀하게 귓속말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질문과 답이 잘 들리지 않자 대통령실 직원들이 해당 기자에게 어떤 질문을 했는지 역취재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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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러 경계 구역’ 지정된 佛시테섬, 무인도처럼 썰렁

    “사람이 이렇게 없는 광경은 처음이에요. 정말 비현실적이네요.”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19일 프랑스 파리 시테섬. 파리를 관통해 흐르는 센강의 중앙에 위치한 이 섬에서 만난 노천 서점 부키니스트 주인 크리스틴 프라발 씨는 홀로 도로에 앉아 이같이 말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파리시청사 등 관광 명소가 있어 항상 관광객이 모여드는 시테섬 일부가 무인도처럼 썰렁해졌기 때문이다. 128년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센강에서 야외 개막식을 여는 파리시는 18일부터 개막식 주변 지역을 ‘테러 경계구역(회색 지역)’으로 지정했다. 주변에는 2m 높이의 울타리도 세웠다. 이 지역 안으로 통과하려는 사람은 사전에 정부에서 심사를 통해 발급받은 QR코드를 경찰에게 제시해야만 한다. 특히 가장 경계 수준이 높은 회색 지역은 올림픽 행사 관계자나 취재진 등 제한된 인원만 QR코드를 받아 진입했다. 한 주민은 기자에게 “감옥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이 재앙 같은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회색 지역보다 센강에서 멀어져 경계 수준이 낮은 ‘빨간 지역’은 도보로는 자유롭게 지날 수 있다. 하지만 차량과 자전거는 QR코드 검문을 받아야 했다. 정부의 정책 홍보 부족 탓인지 복잡한 지침을 숙지하지 못한 주민들은 QR코드를 받지 못하거나 발급이 지연돼 불편을 겪었다. 에펠탑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앙드레아 테고 씨는 “QR코드를 발급받기까지 시간이 걸려 근처 병원 예약 증명서와 직장 근무 서류를 제시해 겨우 이 지역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기간 차량이 통제되고 경기장과 개막식장 주변을 중심으로 지하철역 17곳이 폐쇄돼 급하게 이동해야 하는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전거로 출근하는 직장인이 크게 늘었다. 시 당국은 경계를 철저히 강화하려 하고 있지만 최근 샹젤리제 거리의 ‘루이뷔통’ 매장에서 경찰이 칼에 찔리는 등 도심 곳곳에서 사고가 발생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파리에서 테러가 많이 일어났던 만큼 당국은 올림픽 기간에 통제 구역을 통과하려는 이들을 까다롭게 조사하기로 했다. 21일 르몽드 등에 따르면 내무부는 올림픽 참가 선수 및 코치, 언론인, 자원봉사자, 경찰 등 관계자 100만 명을 심사한 결과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 4355명을 추려내 올림픽 행사장 출입을 막았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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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샹젤리제 명품매장서 칼부림…올림픽 8일 앞두고 치안 우려 커져

    파리 올림픽 개막(26일)을 8일 앞두고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근처의 한 명품 매장에 칼을 든 남성이 나타나 경찰관을 공격해 부상을 입혔다. 관광객이 많고 보안에 공들이는 명품 매장이 모여 있어 안전한 지역으로 꼽히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칼부림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최근 파리 시내 곳곳에서 일상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일어나 올림픽 치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AFP통신에 따르면 경찰관 한 명이 18일(현지 시간) 파리 8구 샹젤리제 거리 근처 루이비통 매장에서 칼에 찔려 다쳤다. 익명을 요청한 경찰 및 검찰의 소식통은 AFP통신에 가해자가 경찰의 총격으로 중상을 입었다가 숨졌다고 밝혔다. 가해자의 경찰 공격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프랑스 방송 BFMTV에 따르면 다친 경찰관은 이날 오후 7시경 ‘매장 안에 칼 든 남자가 있다’는 루이비통 사설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매장으로 출동했다. 경찰관들이 매장에 도착했을 때 해당 남성은 도망치려 했으나 결국 경찰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고 손에 든 칼을 경찰관들을 향해 휘둘렀다. 경찰관 중 한 명이 가스를 발사해 진압하려 했지만 남성은 이를 피해 칼로 경찰관 한 명을 찔렀다. 경찰청은 피해 경찰이 목 뒤 경추 부위를 칼에 찔렸다고 설명했다. 이 경찰관은 심각한 부상으로 긴급 치료를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어 다른 경찰관이 남성에게 총격을 가했다. 남성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늦은 밤 숨졌다고 검찰이 BFMTV에 전했다. 수사 결과 가해 남성은 정보당국도 인지하지 못한 27세의 불법 체류자였다. 로랑 루네즈 파리경찰청장은 “현재로선 테러의 동기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올림픽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파리 올림픽을 약 일주일 앞두고 시내 곳곳에서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며 치안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 사건 사흘 전인 15일에는 파리 동역에서 순찰하던 군인 한 명이 괴한의 흉기에 찔렸다. 17일엔 파리 20구의 한 식당 테라스에 차량이 돌진해 한 명이 숨지고 여섯 명이 다쳤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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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 연임… 또한번 ‘여성 최초’ 역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66·사진)이 연임에 성공했다. 18일 CNN 등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인준 투표에서 전체 720표 가운데 401표를 얻어 과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EU에서 그를 대체할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 데다 2년 넘게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당선 가능성에 따른 안보 불안 상황 등으로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투표에 앞선 연설에서 “향후 5년은 향후 50년간 세계에서 유럽의 위치를 정의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가 스스로 미래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사건이나 다른 일로 미래가 만들어질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집권 기간(5년) 중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위협과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의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 출신인 폰데어라이엔은 보수 성향이며 유럽 통합에 긍정적인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아버지는 외교관이었고 1958년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13세 때 독일로 돌아왔는데 영어와 프랑스어도 유창하다. 런던정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다 진로를 바꿔 독일 하노버의대를 졸업했다. 산부인과 의사로 활동하다 2003년 니더작센주 의원으로 선출되며 정치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2년 뒤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발탁돼 가족청소년부와 노동사회부 장관을 거쳤다. 또 2013년에는 독일 최초의 여성 국방부 장관이 됐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019년 여성 최초로 EU 집행위원장에 올랐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고,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발생했다. EU 출범 뒤 ‘최악의 상황’이란 평가가 나왔지만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총 7명의 아이(2남 5녀)를 둔 엄마로 남편은 사업가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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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입양돼 스타셰프로… 성화 들고 뛴다

    “프랑스로 입양되고 나서 TV로 서울 올림픽을 봤어요. ‘운동을 잘하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어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죠.” 7세에 프랑스로 입양돼 스타 셰프로 성장한 피에르 상 부아예 씨(44)는 11일(현지 시간) 파리 자신의 식당에서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26일 성화 봉송 주자로 선정된 소감을 들려줬다. 입양 뒤 낯설었던 프랑스에서 서울 올림픽을 보며 위안을 받았던 그는 “그때부터 축구와 테니스, 탁구, 유도 가릴 것 없이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다”고 했다. 부아예 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 남부 산촌 프퓌엉블레로 입양됐다. 당시 서류에 적힌 한국 이름은 ‘김상만’. 프랑스 양부모님은 그를 위해 프랑스 이름 중간에 ‘상만’을 넣어주려 했지만, 서류를 작성한 공무원의 실수로 ‘상’만 들어갔다. 그는 현재 파리와 인근에서 식당 11곳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 셰프다. 2015년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당시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과 방한했으며, 2022년 한국에서 ‘루이뷔통’ 팝업 레스토랑을 총괄하기도 했다. 부아예 씨는 성화를 들게 된 소감에 대해 “뛰면서 감정이 북받쳐 행사를 망칠까 봐 걱정”이라며 “달리면서 과거 힘들었던 일들이 쭉 떠오를 것 같고, 그간 달려온 삶을 인정받는 듯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털어놨다. 프랑스에서 한국 입양아로서 달려온 삶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입양 초기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며 고민과 스트레스를 아드레날린으로 바꿀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올림픽의 ‘마라톤’에 빗대며 “인생을 달려온 과정엔 ‘훌륭한 선수 뒤의 코치와 가족’처럼 감사한 사람들이 있었다”며 “바쁜 세상이지만 실패와 어려움 속에서 도움을 준 사람들과 극복한 경험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부아예 씨는 낯선 땅에서 성장해 성화 봉송 주자까지 된 자신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 그는 “내가 ‘길의 아이’였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며 “사람들이 날 보며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부아예 씨에게 ‘서울 올림픽’과 ‘스포츠’가 프랑스에서 한국을 기억할 수 있는 매개가 됐듯, ‘요리’는 그와 한국을 끈끈히 이어주는 끈이 되고 있다. 7세 때까지 맛보던 한국의 맛을 요리사가 되어 프랑스 음식에 접목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요리로 프랑스와 한국의 가교(架橋) 역할을 하고 싶다”며 “한국은 제 영감의 원천이자 뿌리”라고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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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전 일감 최소 10년치 확보… 미래 먹거리 SMR 사업도 기대감

    한국수력원자력이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2기를 짓는 사업을 수주하면서 고사 위기에 몰렸던 국내 원전 업계에 ‘훈풍’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 수주 덕분에 최소 10년 치 일감을 확보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럽 한복판에서 원전 세계 2위 가동국인 프랑스를 꺾은 만큼 네덜란드와 폴란드 등에서의 추가 수주 가능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지·보수 작업도 한국 기업들 준비해야” 17일 국내 원전 중소·중견 기업들 사이에서는 ‘낙수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다. 체코 원전 사업에서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공급을 맡게 될 두산에너빌리티가 협력사에 부품 발주를 넣으면 일감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 원전 부품 업체인 경성정기의 성남현 전무는 “과거 회사가 어려워 직원들이 월급을 반납하고 밤에 대리운전 ‘투잡’을 뛰며 버틴 적도 있었다”며 “국내 원전 업계가 이제야 빛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의 원자력발전소 진동감시시스템 제작업체인 나다의 이해철 대표는 “원전을 짓고 난 뒤에도 30∼40년간 운영을 하면서 유지·보수 작업이 필요한데 이런 사업도 한국 기업들이 많이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2015년 26조6000억 원이던 국내 원자력 산업계의 전체 매출은 탈원전 정책에 따라 2018년 20조6000억 원 규모로 급감한 뒤 지지부진했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고 있다. 미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SMR 사업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데 한국도 속도를 낼 여건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체코를 포함한 거의 모든 유럽 국가에서 SMR 사업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며 “SMR은 대형 원전보다 전기 생산 규모가 작을 뿐 안전성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SMR 수출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장 우리가 신규 원전 수주에 성공한 체코가 대형 원전은 물론 차세대 원전 모델 SMR 건설에도 관심이 크다. 체코전력공사 내부에 관련 팀을 따로 두고 운영할 정도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 역시 차세대 SMR로 개발 중인 혁신형 SMR(i-SMR)을 적극 활용해 체코에서 관련 사업 수주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원전도 EDF 등과 3파전 이번 수주로 네덜란드와 폴란드 등으로의 추가 수출 가능성 역시 커지고 있다. 한수원은 폴란드와의 신규 원전 관련 타당성 조사 계약을 준비 중이고, 네덜란드와는 이미 입찰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황 사장은 “네덜란드도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전력공사(EDF)의 3파전”이라며 “1년 반 정도의 타당성 조사 기간을 거쳐 입찰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술로 원전을 지어 가동 중인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도 올해 원전 추가 건설 입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드 알카비 오스트리아 주재 UAE 대사 겸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재 UAE 대표는 17일 로이터통신에 “추가 원전이 원자로 2∼4기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고 올해 입찰 절차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새로운 발전소의 규모는 건설과 기술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기존 발전소를 건설한 한국은 어떤 입찰에서도 우선 입찰자로 취급받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체코 신규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에 패한 프랑스는 한국이 프랑스보다 우위를 점한 이유에 주목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7일(현지 시간) 체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의 이번 승리는 가격 경쟁력보다는 한수원이 공사 지연 시 제공하는 보증 때문”이라며 “반면 EDF는 핀란드와 영국 건설 현장에서 (공사 속도가)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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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 연임 확정…66년만에 女최초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66)이 연임에 성공했다. 18일 CNN 등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인준 투표에서 전체 720표 가운데 401표를 얻어 과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EU에서 그를 대체할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 데다 2년 넘게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당선 가능성에 따른 안보 불안 상황 등으로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투표에 앞선 연설에서 “향후 5년은 향후 50년간 세계에서 유럽의 위치를 정의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가 스스로 미래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사건이나 다른 일로 미래가 만들어질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집권 기간(5년) 중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위협과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의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독일 출신인 폰데어라이엔은 보수 성향이며 유럽통합에 긍정적인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아버지는 외교관이었고 1958년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13세 때 독일로 돌아왔는데 영어와 프랑스어도 유창하다. 런던정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다 진로를 바꿔 독일 하노버의대를 졸업했다. 산부인과 의사로 활동하다 2003년 니더작센주 의원으로 선출되며 정치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2년 뒤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발탁돼 가족청소년부와 노동사회부 장관을 거쳤다. 또 2013년에는 독일 최초의 여성 국방부 장관이 됐다.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019년 여성 최초로 EU 집행위원장에 올랐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고,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발생했다. EU 출범 뒤 ‘최악의 상황’이란 평가가 나왔지만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총 7명의 아이(2남 5녀)를 둔 엄마로 남편은 사업가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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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감사원장 “나랏돈 관리 못해” 정부 공개 저격[조은아의 유로노믹스]

    한국 정치권에서 감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럽 경제 강국들에선 감세 등 무분별한 재정 운용으로 정부 부채 위기가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감사원은 이달 7일(현지 시간) 총선이 종료된 지 열흘도 안 돼 “정부가 경제성장을 너무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비현실적인 재정 목표를 정했다”며 정부의 재정 운용 실책을 공개 저격했다. 재정이 탄탄하기로 유명한 독일조차 내년 예산의 적자가 26조 원에 이른다며 바짝 긴장했다. 영국에서도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노동당 정부가 임명한 신임 재무장관이 첫 공식 연설에서부터 보수당 집권 기간 정부 지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며 재정 개혁을 예고했다. 부채를 관리하는 지표인 재정 준칙을 시행 중인 선진국들에서조차 정부 부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재정 준칙조차 없는 한국에선 나랏돈이 더욱 비효율적으로 지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佛감사원장, 정부 재정운용 공개저격 이달 7일 총선을 치른 프랑스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데 돌연 감사원이 직접 나서 정부의 재정 운용 실책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해 정부 부채 위기감이 커졌다. AFP에 따르면 프랑스 감사원은 15일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예산 적자와 공공 부채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감사원은 “프랑스가 유로존의 재정 준칙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으며 새로운 경제 충격에 위험하게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피에르 모스코비치 감사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2025~2027년 경제전망을 낙관적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또 재정 적자 감축 폭을 유로존이 정한 한도인 3%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크롱 대통령과 현 재무장관을 당혹스럽게 하는 발표라고 평했다. 공공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정책을 공약한 극좌 및 극우 정치인을 겨냥한 것이라고도 해석했다.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이 된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은 연금개혁을 취소한다는 공약을 내걸어 정부 부채가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금개혁은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면서 근로자들로부터 연금 보험료를 더 오래 걷어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취지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개혁을 애써 추진했다.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가 2022년 기준 117.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78.6%)를 훌쩍 넘을 정도로 정부 부채가 심각하다. 그런데 NFP의 공약대로 이 방침이 취소되면 당초 목표 보다 연금 수급 시기가 앞당겨지고 보험료가 덜 걷혀 재정에 무리가 갈 수 있다. ● 獨, 예산쇼크 이어 또 적자2020년 팬데믹 극복 과정에서 재정 지출을 늘린 선진국들은 경제난까지 겹치며 정부 돈을 적극 풀면서 재정 적자가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선거를 거치며 표심을 얻을 수 있는 감세 정책을 적극 내놔 더 문제였다. 이렇게 나라 빚이 많아지면 정부가 취약계층 복지는 물론 성장을 위한 인프라 투자에도 나서기 힘들어진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가 나라 빚을 갚기가 힘들어지니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 관리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재정 강국으로 통하는 독일마저 올해 갑자기 예산에 구멍이 생기는 전무후무한 사태를 겪은 데 이어 내년 재정 적자가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내각은 2025년 예산안에서 170억 유로(약 26조 원)의 적자를 추산했다.4일 실시된 총선에서 14년 만에 노동당이 집권에 성공한 영국에서도 레이철 리브스 신임 재무장관이 총선 다음날인 8일 “14년 동안 벌어진 혼란과 경제적 무책임이란 유산(정부 부채)을 마주하고 있다”며 당장 보수당 집권 기간 벌어진 정부 지출에 대한 조사부터 착수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진보적인 편인 영국 노동당은 경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우클릭’하며 ‘분배’ 대신 ‘성장’을 내세우고 경기를 살리려 안간힘을 쓰려는 중인데, 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노동당은 17일 의회를 시작하며 밝힌 국정운용 방침에서 경제성장과 함께 안정적인 재정을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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