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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등반을 마음껏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메달까지는 이번에도 조금 모자랐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21)은 두 번째 올림픽 등반을 마친 뒤 “후련하다”고 했다. 서채현은 10일 프랑스 르부르제 클라이밍센터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볼더링·리드에서 총점 105점을 받아 결선 진출자 8명 중 6위로 대회를 마쳤다. 3년 전 8위로 마쳤던 도쿄 대회보다 한 발짝 메달에 가까워졌다.클라이밍 볼더링·리드는 볼더링과 리드 각각 100점 만점으로 두 종목 점수를 합산해 결정한다. 도쿄 대회 때는 스피드까지 세 종목 등수를 곱해 순위를 냈으나 종목별 차이를 고려해 이번 대회에는 두 종목으로 분리됐다. 서채현은 이날 먼저 열린 볼더링에서 각각 25점 만점의 문제 4개에서 하나도 완등을 못 해 28.9점 최하위에 그쳤다. 준결선에서는 올림픽 무대에서 처음 볼더링 한 문제를 완등해내며 44.2점을 받았었기에 더 아쉬웠다. 결선에서 볼더링 3위 선수 기록이 59.7점이라 이미 21.2점이 뒤졌던 서채현으로서는 메달권 도전을 위해서는 리드에서 경쟁 성수들을 22점차 이상으로 제쳐야 했다.서채현은 주 종목 리드에서 76.1점을 받았다. 리드는 1점 포인트부터 매 홀드가 1점, 10점 포인트부터는 매 홀드 2점, 30점 포인트부터는 매 홀드가 3점, 후반부 60점 포인트 이후부터는 매 홀드를 잡을 때마다 4점이 더해진다. 볼더링에서 59점대 점수를 받아 3, 4위에 올라있던 매킨지 오새아니아(호주)와 오리안 베르통(프랑스)는 리드에서 45점대에 그쳤고 서채현은 합계 점수에서 이들을 재쳐 순위를 끌어올렸다.서채현은 “볼더링 끝나고 이번에도 8위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리드로 순위를 뒤집어 리드 선수로서 뿌듯하다. 이번에는 (저번보다) 두 계단 끌어올렸으니 다음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는 더 끌어올려 꼭 메달을 따보고 싶다”고 했다. 서채현은 이날 모든 선수가 고전했던 볼더링 4번 문제에서 세 차례 시도 만에 10점 포인트를 잡아 참가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9.8점)를 받기도 했다. 볼더링은 매 점수 포인트에 도달할 때까지 실패한 횟수마다 0.1점씩 감점을 받는다. 앞서 1~3번 문제를 모두 완등했던 안야 간브렛(25슬·로베니아)도 4번 문제는 다섯 차례 시도해 10점 포인트를 잡아 9.6점을 받는 데 만족해야 했다.서채현은 “4번은 제가 평소 약했던 유형이었다. 1~3번에서 무조건 승부를 보고 4번은 ‘내 꺼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있게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제가 할 수 있다는 걸 느껴 뿌듯했다”며 “아직은 볼더링 제한시간 4분이 촉박하게 느껴지는데 좀 더 연습하면 볼더링 전문 선수들처럼 좋은 성적도 노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4년 뒤라도 서채현은 스물 다섯, 클라이밍 선수로는 한창 전성기일 나이다. 서채현은 “3년 전 (도쿄 대회 때)보다 멘탈도, 피지컬도 많이 발전했다. 또 도쿄 때는 무관중으로 경기를 했는데 많은 관중들이 홀드 하나 잡을 때마다 큰 함성을 질러주셔서 다음 홀드를 잡는 데 큰 힘이 됐다”며 “매년 대회를 하며 지나가다보면 4년이 금방오더라”며 “다음에는 꼭 메달을 걸고 집에 가고싶다”고 했다.루브르제=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호응을 받으면서 등반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저 즐겁다. 그런 순간이 한 번 더 오게 됐으니 결선에서는 무대를 진심으로 즐겨보고 싶다.” 한국 여자 스포츠클라이밍 ‘간판’ 서채현(21·사진)이 리드에서 반격에 성공하며 결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서채현은 8일 프랑스 르부르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볼더링·리드 준결선 리드 경기에서 72.1점을 받아 공동 4위에 올랐다. 6일 열린 볼더링에서는 13위(44.2점)에 머물렀던 서채현은 주종목 리드에서 선전하며 합계 점수 8위(116.3점)로 상위 8명이 진출하는 결선행 막차를 탔다. 스포츠클라이밍 세부 종목 중 볼더링·리드는 이름 그대로 볼더링과 리드를 합쳐 순위를 가린다. 볼더링은 미리 정해둔 홀드(손과 발로 잡거나 디딜 수 있는 부분)만 활용해 가장 적은 횟수에 4, 5m 벽을 오르는 문제 4개를 푸는 종목이고 리드는 높이 15m 암벽에 매달려 6분 동안 더 높이 오르는 사람이 이기는 종목이다. 볼더링과 달리 리드는 한 번 실패하면 재도전 기회가 없다. 서채현은 볼더링 8위 선수에게 19.8점 뒤진 채 리드 경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실수하면 안 된다’는 부담 속에 이날 경기를 치러야 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결선 진출 기록을 남긴 서채현은 “오늘은 결선을 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긴장이 좀 됐다. 이제 (결선에서는) 그런 압박감은 없으니 무대를 온전히 즐기다 보면 좋은 결과도 따라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는 이번 대회 결선은 10일 오후 5시 15분에 열린다. 한국 여자 다이빙 ‘간판’ 김지수(26)는 이날 3m 스프링보드 준결선에서 13위(총점 272.75)에 그쳤다. 그러면서 ‘한 끗 차이로’ 12위까지 받는 결선행 티켓 획득에 실패했다. 루브르제=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올림픽 2연패는 기정사실이었다. 관심은 이미 8번이나 갈아치운 세계기록을 올림픽에서 또다시 경신할 수 있느냐였다. 6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 단 네 번의 도약으로 6m를 넘어 일찌감치 금메달을 확정한 ‘21세기 인간새’ 아먼드 듀플랜티스(25·스웨덴)는 세계기록인 6m25에 도전했다. 듀플랜티스는 1, 2차 시기를 실패했지만 3차 시기에 사뿐히 바를 넘어 4월 자신이 세웠던 세계기록(6m24)을 다시 경신했다. 듀플랜티스가 개인 9번째 세계기록을 쓰며 남자 장대높이뛰기 ‘역사상 최고(GOAT·Greatest Of All Time)’의 반열에 올랐다. 지난 40년간 남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은 25번 경신됐는데 그중 3분의 1이 넘는 9번을 듀플랜티스 홀로 해냈다.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올림픽 무대에서 남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열린 도쿄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듀플랜티스는 1952년 헬싱키 대회와 1956년 멜버른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밥 리처즈(미국) 이후 68년 만에 올림픽 2연패를 한 선수가 됐다. ‘원조 인간새’로 불리던 세르게이 붑카(우크라이나)도 올림픽에서는 1988년 서울 대회, 한 차례만 우승했었다. 금메달을 획득하고 약 12시간 뒤 파리 오메가 하우스에 나타난 듀플랜티스는 지난 밤 “치킨과 피자를 먹으며 파티를 즐겼다”고 했다. 그는 “수천 번 눈을 감고 그렸던 장면이 현실이 됐다. 어려서 집 뒷마당에서 놀 때부터 늘 세계기록으로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꿈을 꿨다. 선수에게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서 세계기록을 깼다. 그것도 내가 뛰어본 경기 중 가장 많은 관중 앞에서 그걸 이루게 됐다”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다음 세계기록 경신을 묻는 질문에 듀플랜티스는 “당장은 좀 즐기겠다. 방금 올림픽에서 세계기록을 깼다. 선수로 할 수 있는 정말 미친 일을 해낸 것이다. 일단 다음 일은 미뤄두고 지금을 완전히 즐기겠다. 그게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듀플랜티스의 경쟁자는 자기 자신이 된 지 오래다. 올 시즌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6m를 넘는 높이를 성공시킨 선수도 듀플랜티스뿐이다. 듀플랜티스는 이날도 참가 선수 12명 중 홀로 6m 이상을 넘었다. 6m10을 1차 시기에 넘어 2016년 리우 대회 때 티아구 브라스(브라질)가 세운 올림픽 기록(6m3)을 깬 듀플랜티스는 곧바로 자신의 세계기록에 도전해 성공했다. 듀플랜티스는 타고난 장대높이뛰기 선수다. 장대높이뛰기 선수였던 미국인 아버지와 7종 경기 및 배구 선수로 뛰었던 스웨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7세 때 이미 3m86을 뛰어 ‘신동’으로 불린 듀플랜티스는 2018년 유럽 육상선수권대회에서 주니어(20세 미만) 세계기록인 6m5를 넘으며 우승했다. 2019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5m97로 2위를 차지해 성인 국제무대에서도 주요 선수로 떠올랐다.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나고 자라 대학도 루이지애나주립대에 진학했지만 국제 대회에서는 어머니의 나라인 스웨덴을 대표해 뛰고 있다. 듀플랜티스는 2020년 2월 세계육상연맹 인도어 투어미팅에서 6m17을 넘어 2014년 르노 라빌레니(프랑스)가 작성한 종전 실내 세계기록(6m16)을 6년 만에 바꿔 놓았고, 이후 계속 자신의 세계기록을 새롭게 하며 ‘세계 최강자’의 자리를 4년 넘게 지키고 있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2·사진)이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정상을 차지하며 한국 선수단에 11번째 금메달을 안긴 날 대표팀 이탈 의사를 밝히는 폭탄선언을 했다. 자신의 무릎 부상을 두고 대표팀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 게 이유다.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5일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허빙자오(9위)를 2-0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격 펜싱 양궁을 제외한 종목에서 나온 한국의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이다. 한국 배드민턴이 올림픽 단식 정상에 오른 건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이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방수현(52)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땄다. 그런데 안세영은 이날 우승 뒤 기자회견에서 “(작년 아시안게임 때 당한 무릎)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고 완전히 나을 수 없었는데 대표팀에서 부상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실망을 많이 했다”며 “앞으로 대표팀과 계속 같이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대표팀이 7일 파리에서 귀국하면 안세영과 면담 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기로 했다. 안세영은 이런 불만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협회 측에 표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재(25)는 이날 파리 올림픽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은메달을 땄다. 한국 사격의 이번 대회 6번째 메달(금 3개, 은메달 3개)로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이다. 안세영 “계속 가기 힘들다” 금메달 딴날 대표팀 이탈 폭탄선언[PARiS 2024]작년 亞게임서 오른쪽 무릎 다쳐… “심각한 부상 안일하게 여겨 실망 협회가 너무 많은 것 막고 있어… 대표팀 떠나도 올림픽 자격 줘야”협회 “의료지원 부족하다 느낀듯”“이제야 숨이 쉬어진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부상 이후 못 올라설 때 울고 짜증 내고 이랬던 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무릎아, 너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살 뻔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셔틀콕 천재’ 안세영(22)이 “파리에서 낭만 있게 끝내고 싶다”던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낭만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 배드민턴 선수로는 1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이 시상식 종료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과 기자회견장에서 연거푸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저격’하며 대표팀 이탈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여자 단식 랭킹 1위 안세영은 5일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에서 허빙자오(27·중국·9위)를 상대로 52분 만에 2-0(21-13, 21-16) 완승을 거뒀다. 그러면서 한국 선수로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52)에 이어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에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배드민턴은 2008년 베이징 대회 혼합복식 챔피언 이용대(36)-이효정(43) 조 이후로 5개 모든 종목(남녀 단·복식, 혼합복식)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추가하지 못하던 상태였다. 안세영은 자신의 첫 올림픽이었던 2021년 도쿄 대회 때 천위페이(26·중국·3위)에게 패해 8강에서 탈락했다. 천위페이는 결국 도쿄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천위페이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결승을 치르던 중 오른쪽 무릎 인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대표팀과 안세영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된 시점이다. 지난해 한국 배드민턴 단식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을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하던 안세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부상을 당한 뒤로 좀처럼 국제대회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지속적인 무릎 통증이 문제였다. 안세영은 올해 5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아시안게임 후 2∼6주 정도 재활을 거치면 복귀할 수 있다는 진단 내용과 다르게 통증이 줄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다른 병원을 방문해 짧은 시간 내에 좋아질 수 없고 올림픽까지 최대한 통증에 적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남기기도 했다. 안세영은 “당시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런데 이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협회에 많이 실망했었다”면서 “(큰 부상이 아니라는) 오진이 나온 순간부터 참으며 경기를 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다시 검진해 보니 상태가 더 안 좋았다. 올림픽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참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수정)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트레이너 선생님이 자꾸 눈치를 보는 상황을 만들어 죄송한 생각도 든다”고도 했다. 안세영은 계속해 “(협회에 실망했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배드민턴만 계속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 되든 견딜 수 있을 것”이라며 “대표팀을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뛸 수 없다는 건 선수에게 좀 야박하지 않나 싶다. 협회가 너무 많은 걸 막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안세영은 또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했던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하나만 나온 걸 좀 돌아봐야 할 시점이지 않나 싶다”면서 “이번 금메달로 배드민턴이 좀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배드민턴이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안세영에게 한의사를 따로 붙여주는 등 협회에서도 의료 지원을 해줬지만 선수 본인은 부족하다고 느낀 것 같다”면서 “안세영이 대표팀 활동과 관련해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출해 온 건 사실이다. 협회도 계속 면담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전했다. 안세영은 올해 1월 자신의 요구사항을 담은 의견서를 협회에 보냈고,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협회에 전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테니스 메이저대회에서 역대 최다인 24번이나 우승한 남자. 서른일곱,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세계랭킹 2위)가 다섯 번의 도전 끝에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코비치는 5일 파리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에서 카를로스 알카라스(21·스페인·3위)를 2-0(7-6, 7-6)으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두 세트 만에 승부가 난 경기치고는 드물게 2시간 50분이나 걸린 접전이었다.이로써 조코비치는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4대 메이저대회(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에서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올림픽 우승까지 더한 것이다. 단식 선수로는 슈테피 그라프(독일), 앤드리 애거시, 세리나 윌리엄스(이상 미국), 라파엘 나달(스페인)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다. 이번 올림픽 2회전에서 조코비치에게 패해 탈락한 나달은 “원하는 걸 얻고 골든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걸 축하한다. 잘했다”는 인사를 조코비치에게 전했다.조코비치는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 최고령 우승 기록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로저 페더러(43·은퇴)가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우승할 때 남긴 31세다. 조코비치는 “내가 꿈꾸며 상상했던 그 모든 것을 넘어섰다. 이번 우승은 내가 테니스를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성취”라고 했다.이날 조코비치는 우승이 확정되자 코트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코트 옆 벤치로 걸어가 앉은 뒤에도 얼굴을 수건에 파묻고 한참을 더 울었다. 대회 자원봉사자로부터 세르비아 국기를 건네받은 조코비치는 가족이 있는 관중석으로 올라가 아내, 아들, 딸, 팀원들을 얼싸안았다.조코비치는 경기 후 코트 인터뷰에서 “두 세트 모두 타이브레이크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접전) 경기였다”며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내 모든 걸 바쳤다. 그리고 서른일곱에 드디어 이뤘다”고 말했다.조코비치는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가장 많이 한 선수이지만 그동안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올림픽 첫 출전이던 2008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2012년 런던, 2021년 도쿄 대회에선 4위를 했다. 2016년 6월 프랑스 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뒤 두 달 만인 그해 8월 참가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1회전 탈락의 쓴맛을 보기도 했다.조코비치는 “지난 네 번의 올림픽에서 4강에 세 번 올랐는데 한 번도 결승에 못 갔다. ‘이번엔 꼭 넘어서자’고 다짐했다”며 “오늘은 예전처럼 떨리지는 않았다. (결승에 올라) 이미 메달을 확보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또 “나도 나를 의심할 때가 있긴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신념이 더 강하다. 언젠가는 금메달을 딸 거라 생각했다. 언제 따느냐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조코비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후 세 번째 나선 올림픽에서 ‘골든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조코비치는 ‘이번 금메달로 테니스 커리어를 완성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테니스를 사랑한다. 우승만을 위해 뛰는 건 아니다”라며 “세르비아를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하는 건 기쁜 일이다. 4년 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도 뛰고 싶다”고 말했다.결승전 패자 알카라스는 “결정적인 순간에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중요했다. 힘든 순간에도 최고 레벨의 테니스를 해내야 했는데 조코비치는 그걸 해냈고 나는 실패했다”고 말했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제야 숨이 쉬어진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부상 이후 못 올라설 때 울고 짜증 내고 이랬던 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무릎아, 너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살 뻔했다’고 말해주고 싶다.”‘셔틀콕 천재’ 안세영(22)이 “파리에서 낭만 있게 끝내고 싶다”던 약속을 지키며 ‘셔틀콕 여제’가 됐다. 다만 이날 한국 배드민턴은 안세영의 금메달을 오롯이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한국 배드민턴 선수로는 1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은 시상식이 끝난 뒤 자신의 무릎 부상 대처에 안일했던 대표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대표팀 탈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세계배드민턴연맹(BWF) 여자 단식 랭킹 1위 안세영은 5일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에서 허빙자오(27·중국·9위)를 상대로 52분 만에 2-0(21-13, 21-16) 완승을 거뒀다. 그러면서 한국 배드민턴 선수로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52)에 이어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배드민턴 5개 종목(남녀 단·복식, 혼합 복식)을 통틀어도 한국 선수가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 주인공이 된 건 2008년 베이징 대회 혼합복식 챔피언 이용대(36)-이효정(43) 조 이후 안세영이 처음이다.안세영은 자신의 첫 올림픽이었던 2021년 도쿄 대회 때 천위페이(26·중국·3위)에게 패해 8강에서 탈락했다. 천위페이는 결국 도쿄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천위페이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경기 도중 오른쪽 무릎 인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대표팀과 안세영 사이에 갈등이 시작된 시점이다.올림픽 시상식이 끝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안세영은 “당시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런데 이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조금 많이 실망했었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면서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배드민턴만 계속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 되든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리고 계속해 “대표팀에서 떠난다고 올림픽에서 못 뛰게 된다는 건 선수에게 좀 야박하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 (배드민턴)협회는 너무 많은 걸 막고 있으면서도 자유라는 이름으로 많은 방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했던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하나만 나온 걸 좀 돌아봐야 할 시점이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경쟁자들이 하위 랭커에게 잡히고, 부상에 기권하는 변수에 흔들리는 가운데도 홀로 이변 없이 1위 자리를 지킨 안세영은 “처음에 오진이 나왔던 순간부터 계속 참고 경기를 했는데 지난해 말 검진을 다시 해보니 좀 많이 안 좋았다. 올림픽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아 계속 참고 하는 상황이었다.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잘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올림픽은 정말 이변이 많은 대회라고 생각해 부상이 있는데도 쉬지 않고 계속 훈련했다. (이번 금메달로) 그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게 된 것 같아 좋다”고 했다.세계랭킹 1위로 올림픽 금메달까지 정복한 안세영은 “다시 1등 자리에 오를 수 있어 행복하고 ‘꿈을 이뤘다’는 감정이 정말 좋다. 이번 우승으로 배드민턴이 좀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배드민턴이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전 8번의 올림픽 여자 단식 우승자 평균 나이(25세)보다 세 살 어린 안세영은 “전성기가 오기엔 아직 어린 것 같다. 더 많은 경험을 하다 보면 더 많은 걸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세영이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도 우승하면 배드민턴 여자 단식 역대 두 번째 2연패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기록을 남긴 건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대회 챔피언 장닝(49·중국)뿐이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이 남녀 대표팀에서 모두 3관왕을 내며 파리 올림픽 양궁에 걸린 금메달 5개를 싹쓸이했다. 김우진(32)은 4일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꺾고 금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 한국의 10번째 금메달이다. 김우진은 세트 점수 5-5(27-29, 28-24, 27-29, 29-27, 30-30)로 비긴 뒤 슛오프 원샷 승부에서 4.9mm 차로 이겼다. 두 선수 모두 10점을 쐈는데 김우진의 화살은 정중앙에서 55.8mm 거리에 꽂혀 60.7mm의 엘리슨보다 가까웠다. 김우진은 단체전, 여자 대표팀 임시현(21)과 팀을 이룬 혼성전에 이어 대회 3관왕에 올랐다. 김우진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 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개인전 우승은 처음이다. 이로써 김우진은 올림픽 통산 5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이 부문 한국 선수 1위가 됐다.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이 금메달 4개를 땄다. 임시현은 전날 대표팀 후배 남수현(19)과의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세트 점수 7-3(29-29, 29-26, 30-27, 29-30, 28-26)으로 이겨 역시 단체전, 혼성전 우승에 이어 3관왕이 됐다. 한국 선수의 여름올림픽 3관왕은 3년 전 도쿄 대회 때 여자 양궁 안산(23)이 처음 달성했고 임시현, 김우진이 각각 2, 3번째다. 임시현과 동갑내기 대학 동기인 양지인은 3일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카미유 예제예프스키(프랑스)를 슛오프 승부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한국 사격의 세 번째 금메달이다. 양지인과 임시현은 한국체육대 22학번 동기다. 이날까지 금 3개, 은메달 2개를 딴 한국 사격은 2012년 런던 대회(금 3개, 은메달 2개)와 함께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펜싱 사브르 여자 대표팀은 4일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 42-45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브르 여자 대표팀의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윤지수(31) 전하영(23) 최세빈(24) 전은혜(27)로 팀을 이룬 한국은 4강전에서 펜싱 종주국이자 사브르 단체전 세계랭킹 1위 프랑스를 45-36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한국 유도는 이날 혼성 단체전 3위 결정전에서 독일을 추가 골든스코어(연장전) 경기 끝에 4-3으로 꺾고 동메달을 땄다. 배드민턴 안세영(22)은 여자 단식 결승에 올라 5일 허빙자오(중국)와 금메달을 놓고 다툰다. 양궁 金 5개, 전종목 휩쓸었다남자양궁 개인전 金으로 3관왕세트 점수 2-4로 끌려가다 역전美선수와 슛오프도 10점 명승부“아직 할게 많아, LA올림픽 준비”이우석, 단체 金이어 개인 동메달55.8mm 대 60.7mm. 단 4.9mm 차로 김우진(32)의 올림픽 3관왕과 한국 양궁의 올림픽 전 종목(금메달 5개) 석권이 이뤄졌다. 한국 양궁 대표팀 최고참 김우진은 4일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슛오프 승부 끝에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물리쳤다. 이번 대회 남자 단체전과 혼성전 금메달리스트인 김우진은 개인전 우승까지 차지하며 여자 양궁 대표팀 임시현(21)에 이어 한국 선수단 두 번째로 3관왕이 됐다. 또 자신의 올림픽 금메달을 통산 5개로 늘리며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금메달을 갖게 됐다. 이날 결승전 3세트까지 세트 점수 2-4로 뒤졌던 김우진은 4세트를 따내며 4-4 동점을 만들었다. 5세트에서 김우진은 세 발의 화살 모두 10점에 꽂았다. 엘리슨도 물러서지 않았다. 역시 세 발 전부 10점을 쐈다. 승부는 원샷으로 메달 색깔을 가리는 슛오프로 넘어갔다. 슛오프에서도 두 선수 모두 10점을 쐈다. 먼저 쏜 김우진의 화살은 과녁 정중앙에서 55.8mm 떨어진 곳에 꽂혔다. 이어 쏜 엘리슨의 화살은 정중앙에서 60.7mm 거리였다. 4.9mm 차로 김우진의 승리였다. 고교생이던 18세에 태극마크를 처음 단 김우진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르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하지만 잠시 자만한 순간 시련이 찾아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4위로 4명을 뽑는 대표팀에 승선했으나 출전 선수 3명엔 들지 못했다. 그는 사대 밖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응원해야 했다. 절치부심한 김우진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져 돌아왔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체전 우승으로 올림픽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21년 도쿄 대회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대표팀에서 10년 넘게 김우진과 동고동락했던 오진혁은 “순둥이였던 우진이가 완벽주의자가 돼서 돌아왔다. 자기가 맡은 건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지고 해낸다”며 “많은 선수들을 봤지만 옆에서 보고 있으면 ‘잘 쏠 수밖에 없겠네’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우진이가 유일했다”고 했다. 그런 김우진에게도 아쉬움은 있었다. 바로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앞선 두 대회에서도 기량만큼은 김우진을 따를 선수가 없었다. 하지만 리우 대회 개인전은 32강에서, 도쿄 대회에선 8강에서 떨어졌다. 이상하리만치 개인전에만 들어서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김우진은 이번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가장 우선시하는 건 당연히 단체전 3연패”라면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엔 개인전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다”고 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김우진은 이우석(27) 김제덕(20)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임시현과 짝을 이룬 혼성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강전에서 후배 이우석을 슛오프 끝에 이기고 결승에 오른 김우진은 평소 한국 선수에게 강했던 엘리슨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금메달 확정 후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한 김우진은 “5개의 금메달로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금메달 보유자가 돼 기쁘다. 하지만 여전히 할 게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며 “오늘의 기쁨은 과거로 남기고 4년 뒤 열릴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4강에서 김우진에게 패해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렸던 이우석은 플로리다 운루(독일)를 세트 점수 6-0으로 완파하고 동메달을 따냈다. 김제덕은 8강에서 탈락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셔틀콕 천재’ 안세영(22)에게는 ‘방수현(52) 이후 최초’라는 표현이 늘 따라다닌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방수현 이후 최초로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가 됐다. 이에 앞서 안세영은 방수현 이후 최초로 한국 선수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단식 랭킹 1위에 오르는 기록도 남겼다. 배드민턴 세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전영 오픈 여자 단식 우승 기록이 있는 한국 선수도 방수현과 안세영뿐이다. BWF 여자 단식 랭킹 1위 자격으로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안세영은 4일 ‘방수현 이후 최초’ 기록을 또 한 번 남겼다. 안세영은 이날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25·인도네시아·8위)에 2-1(11-21, 21-13, 21-16) 역전승을 거두고 방수현 이후 한국 선수 최초로 이 종목 올림픽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안세영이 5일 오후 5시 55분 시작 예정인 결승에서도 승리하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당시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최초로 한국인이 이 종목에서 우승하는 기록도 남길 수 있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천위페이(26·중국·2위)가 조기 탈락한 것도 안세영에게 고무적인 요소다. 2021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 주인공이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안세영과 맞붙었던 천위페이는 전날 8강에서 같은 나라 대표 허빙자오(27·중국·9위)에게 0-2(16-21, 17-21)로 패했다. 허빙자오는 이날 준결승에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금메달리스트 카롤리나 마린(31·스페인·4위)에게 기권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 안세영과 맞붙게 됐다. 3년 전 도쿄 올림픽 때 천위페이에게 패해 8강에서 탈락했던 안세영은 “천위페이와 올림픽에서 다시 붙어 보고 싶기는 했다. (천위페이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는 게) 딱 멋있는 그림이기는 했다”면서 “천위페이와 붙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우승을 해야 하니 굳이 더 생각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계속해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신 덕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면서 “이 들뜬 마음을 내려놓기가 아쉬울 정도다. 그래도 파리에서 낭만 있게 끝낼 수 있도록 내일만 신경 쓰겠다. 마지막 관문에서 더 많은 힘을 낼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안세영은 허빙자오를 상대로 통산 8승 5패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로는 총 8번 맞붙어 1번밖에 패하지 않았다. 결승전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안세영이 결승에서 첫 세트를 내준다고 해도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안세영은 야마구치 아카네(27·일본·5위)와 맞붙었던 전날 8강 맞대결 때도 1세트를 먼저 내준 뒤 역전승을 거뒀다. 야마구치는 안세영 이전까지 47주 동안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선수다. 안세영은 “첫 판(세트)을 지고나면 정신이 번쩍 들면서 스스로를 몰아붙여 승리를 따내는 힘이 되기도 한다”며 “2세트부터는 ‘할 수 있다’고 마음을 다잡고 하니까 되더라. 체력이 좋아져서 그런지 (1세트를 내줬는데도) 크게 걱정은 안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 “금메달이 욕심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아직 대회가 끝난 게 아니다. 욕심은 접어두고 내일 경기에 올인(다걸기)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돌아이’ 되면 할 수 있대요.” 한국 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 최세빈(24)은 4일 우크라이나와의 파리 올림픽 단체전 결승을 앞두고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동메달 멤버였던 ‘맏언니’ 윤지수(31)만 빼고 이번 대회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 최세빈, 전은혜(27), 전하영(23) 모두 올림픽이 처음이었다. 역시 올림픽 데뷔전이었던 이번 대회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도운 박상원(24)은 동갑내기 최세빈에게 “세빈아, 너는 이제 위에 올라가서 돌면(미치면) 돼. 그렇게 하면 여자 사브르도 진짜 할 수 있어”라고 응원을 보냈다. 여자 대표팀마저 우승했다면 한국은 올림픽 펜싱 역사상 처음으로 같은 나라에서 남녀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가져가는 기록을 남길 수도 있었다. 남자 사브르 팀의 기운을 받은 ‘올림픽 초짜 트리오’는 거칠 것이 없었다. 이들은 결승 마지막 9라운드를 시작할 때만 해도 상대 팀 우크라이나에 40-37로 앞서 있었다. 다만 단체전 내내 ‘마무리 투수’로 나서 한국에 승리를 선물하던 전하영이 상대 ‘에이스’ 올가 하를란(34)에게 42-45 역전을 허용하면서 한국은 결국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은메달 역시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올림픽 단체전에서 기록한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은메달을 목에 건 최세빈은 “저희 다 돈 것 같다”며 웃었다. 이번 은메달이 더욱 고무적인 건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3년 전 도쿄 대회 때 동메달을 땄는데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윤지수 한 명만이 ‘맏언니’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윤지수는 국제무대에 많이 노출된 자신보다 후보 선수였던 전은혜가 출전하는 게 결승 진출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자진해서 경기에서 빠졌다. 준결승에서 빠진 윤지수는 한번 교체된 선수는 이후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결승에도 나서지 못했다. 준결승 때 주장 윤지수의 교체 선수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전은혜는 안방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펜싱 종주국 프랑스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한국 여자 사브르 역사상 첫 올림픽 단체전 결승 진출에 힘을 보탰다. 전은혜는 “언니가 ‘네가 들어가면 좋겠다’고 먼저 얘기해줘 정말 고마웠다. 그만큼 저를 믿고 신뢰한다는 뜻이지 않나. 4년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려고 이번에 은메달을 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라운드 역전을 허용한 전하영 역시 밝게 웃었다. 전하영은 “베테랑 올가 선수에게 대범함이나 침착함에서 많이 밀렸다. 그래도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경기였다. 4년 뒤에는 더 성장해 금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한국을 꺾은 우크라이나 대표팀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조국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셔틀콕 천재’ 안세영(22)에게는 ‘방수현(52) 이후 최초’라는 표현이 늘 따라다닌다.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방수현 이후 최초로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가 됐다. 이에 앞서 안세영은 방수현 이후 최초로 한국 선수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단식 랭킹 1위에 오르는 기록도 남겼다. 배드민턴 세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전영 오픈 여자 단식 우승 기록이 있는 한국 선수도 방수현과 안세영뿐이다.BWF 여자 단식 랭킹 1위 자격으로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안세영은 4일 ‘방수현 이후 최초’ 기록을 또 한 번 남겼다. 안세영은 이날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25·인도네시아·8위)에 2-1(11-21, 21-13, 21-16) 역전승을 거두고 방수현 이후 한국 선수 최초로 이 종목 올림픽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안세영이 5일 오후 5시 55분 시작 예정인 결승에서도 승리하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당시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최초로 한국인이 이 종목에서 우승하는 기록도 남길 수 있다.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천위페이(26·중국·2위)가 조기 탈락한 것도 안세영에게 고무적인 요소다. 2021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 주인공이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안세영과 맞붙었던 천위페이는 전날 8강에서 같은 나라 대표 허빙자오(27·중국·9위)에게 0-2(16-21, 17-21)로 패했다. 허빙자오는 이날 준결승에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금메달리스트 카롤리나 마린(31·스페인·4위)에게 기권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 안세영과 맞붙게 됐다. 3년 전 도쿄 올림픽 때 천위페이에게 패해 8강에서 탈락했던 안세영은 “천위페이와 올림픽에서 다시 붙어 보고 싶기는 했다. (천위페이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는 게) 딱 멋있는 그림이기는 했다”면서 “천위페이와 붙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우승을 해야 하니 굳이 더 생각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계속해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신 덕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면서 “이 들뜬 마음을 내려놓기가 아쉬울 정도다. 그래도 파리에서 낭만 있게 끝낼 수 있도록 내일만 신경 쓰겠다. 마지막 관문에서 더 많은 힘을 낼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안세영은 허빙자오를 상대로 통산 8승 5패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로는 총 8번 맞붙어 1번밖에 패하지 않았다. 결승전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안세영이 결승에서 첫 세트를 내준다고 해도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안세영은 야마구치 아카네(27·일본·5위)와 맞붙었던 전날 8강 맞대결 때도 1세트를 먼저 내준 뒤 역전승을 거뒀다. 야마구치는 안세영 이전까지 47주 동안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선수다.안세영은 “첫 세트 때는 긴장을 너무 많이 하니까 몸이 잘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올림픽이 워낙 큰 무대다 보니 긴장을 하지 않는 게 쉽지 않다”고 웃으며 “2세트부터는 마음을 다잡고 하니까 되더라. 체력이 좋아져서 그런지 (1세트를 내줬는데도) 크게 걱정은 안 했다”고 말했다.그리고 계속해 “금메달이 욕심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아직 대회가 끝난 게 아니다. 욕심은 접어두고 내일 경기에 올인(다걸기)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돌아이’ 되면 할 수 있대요.”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 최세빈(24)은 4일 2024 파리 올림픽 우크라이나와의 단체전 결승을 앞두고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여자 사브르 대표 선수들은 2021 도쿄 올림픽 동메달 멤버였던 맏언니 윤지수(31)만 빼고 최세빈, 전은혜(27), 전하영(23) 모두 올림픽이 처음이었다.역시 올림픽 데뷔전이었던 이번 대회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도운 박상원(24)은 동갑내기 최세빈에게 “세빈아, 너는 이제 위에 올라가서 돌면(미치면) 돼. 그렇게 하면 여자 사브르도 진짜 할 수 있어”라고 응원을 보냈다. 여자 대표팀마저 우승했다면 한국은 올림픽 펜싱 역사상 처음으로 같은 나라에서 남녀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가져가는 기록을 남길 수도 있었다.남자 사브르 팀의 기운을 받은 ‘올림픽 초짜 트리오’는 거칠 것이 없었다. 이들은 결승 마지막 9라운드를 시작할 때만 해도 상대 팀 우크라이나에 40-37로 앞서 있었다. 다만 단체전 내내 ‘마무리 투수’로 나서 한국에 승리를 선물하던 전하영이 상대 ‘에이스’ 올가 하를란(34)에게 42-45 역전을 허용하면서 한국은 결국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은메달 역시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올림픽 단체전에서 기록한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은메달을 목에 건 최세빈은 “저희 다 돈 것 같다”며 웃었다.이번 은메달이 더욱 고무적인 건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3년 전 도쿄 대회 때 동메달을 땄는데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윤지수 한 명만이 ‘맏언니’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윤지수는 국제무대에 많이 노출된 자신보다 후보 선수였던 전은혜가 출전하는 게 결승 진출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자진해서 경기에서 빠졌다. 준결승에서 빠진 윤지수는 한번 교체된 선수는 이후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결승에도 나서지 못했다.준결승 때 주장 윤지수의 교체 선수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전은혜는 안방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펜싱 종주국 프랑스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한국 여자 사브르 역사상 첫 올림픽 단체전 결승 진출에 힘을 보탰다. 전은혜는 “언니가 ‘네가 들어가면 좋겠다’고 먼저 얘기해줘 정말 고마웠다. 그만큼 저를 믿고 신뢰한다는 뜻이지 않나. 4년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려고 이번에 은메달을 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마지막 라운드 역전을 허용한 전하영 역시 밝게 웃었다. 전하영은 “베테랑 올가 선수에게 대범함이나 침착함에서 많이 밀렸다. 그래도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경기였다. 4년 뒤에는 더 성장해 금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한국을 꺾은 우크라이나 대표팀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조국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집념의 우크라이나에 통한의 역전패를 허용하며 올림픽 첫 결승 무대를 은메달로 마쳤다.국제펜싱연맹(FIE) 랭킹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한국 여자 사브르 국가대표 전하영, 최세빈, 윤지수, 전은혜는 3일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결승에서 랭킹 3위 우크라이나에 42-45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 ‘에이스’ 울하 카를란(3위)이 첫 주자로 나서 5-3으로 앞서간 1라운드를 제외하고는 한 라운드도 우크라이나에게 리드를 내주지 않은 채 2~8라운드를 마쳤다. 마지막 9라운드 역시 40-37, 3점차 리드 상황에서 맞았다.하지만 이번 대회 내내 ‘마무리 투수’ 역할을 했던 전하영이 카를란에게 42-43 역전을 허용한 뒤 연속 실점하며 42-44, 매치 포인트 위기에 몰렸다. 프랑스팬들의 열띤 응원을 받은 카를란은 이내 마지막 득점까지 성공시킨 뒤 피스트에서 포효했다.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펜싱 종주국 프랑스에서 열린 이번 대회를 통해 결승 진출이라는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뒀다. 2021년 도쿄 대회 동메달 당시 대표팀은 막내였던 윤지수(31·17위)는 맏언니로 이번 대회에 나서 “메달 색을 바꿔보고 싶다”는 바람을 이뤘다. 윤지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이번이 첫 올림픽 무대였다.올림픽 3연패를 완성한 한국 남자 대표팀과 함께 사브르 종목 사상 첫 남녀 대표팀 동반 금메달을 완성하고 싶다는 바람은 다음기회로 미루게 됐지만 한국 사브르는 2개 대회 연속 남녀 대표팀 동반 메달 기록은 이어가게 됐다. 여자 사브르 대표팀 역시 이번 대회 남자 대표팀처럼 4강에서 안방 팬들의 압도적 응원을 받은 프랑스를 꺾었다. 남자 사브르가 2016~2017시즌부터 8년 연속 세계랭킹 1위를 사수한 데다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으로 확실한 ‘톱도그’였던 것과 달리 여자사브르는 세계랭킹 4위로 랭킹 1위 프랑스를 상대해야 하는 ‘언더도그’였다.한국 여자 사브르는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선수가 8위인 전하영이었고 최세빈이 10위, 전은혜는 37위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 개인전 금·은 메달을 나눠가진 마농 아피브루넷(2위), 세라 발제흐(1위)를 비롯해 세실리아 베르데르(9위), 세라 누차(14위) 등 상위 랭커들로 구성된 프랑스를 45-36으로 완파했다.개인전 출전권을 따지 못한 전은혜가 4강부터 맏언니 윤지수의 교체 선수로 합류해 팀원 전원이 메달을 합작한 것도 남자 사브르와 닮은 점이었다. 남자 사브르 역시 후보선수였던 도경동이 결승에서 맏형 구본길의 교체 선수로 합류해 메달 획득을 도왔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체조 요정 여서정(22)이 두 번째 올림픽 무대를 7위로 마쳤다. 여서정은 3일 파리 베르시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기계체조 뜀틀 결선에서 1, 2차 평균 13.416점으로 7위에 올랐다.전체 8명의 참가선수 중 7번째로 연기한 여서정은 1차 시기에서 난도 5.4점 짜리 공중에서 1바퀴 반을 도는 연기를 시도했으나 착지 때 한 발을 앞으로 디디며 수행점수 8.766점으로 14.166점을 받았다. 여서정은 2차 시기에서는 충분한 높이를 만들지 못하고 공중 동작에 애를 먹었고 착지 때 앞으로 발을 디디는 실수가 이어지며 12.666점을 추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여서정은 2021 도쿄올림픽 때도결선 1차시기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 여서정(난도 6.2)를 성공시키며 1, 2차 시기 평균 14.733으로 동메달을 땄다. 이는 한국여자 체조가 올림픽에서 딴 첫 메달이었다. 비록 이후 부상과 슬럼프로 어려움을 겪으며 올림픽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이 기술을 한 번 더 시도하지는 못했지만 여서정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 단체팀 주장으로 36년 만에 한국 여자 기계체조를 단체를 올림픽 결선 무대에 올렸다. 금메달은 ‘리빙 레전드’ 시몬 바일스에게 돌아갔다. 바일스는 1, 2차 합계 15.300점으로 1위에 올라 여자 단체, 개인종합에 이어 뜀틀에서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수집하고 3관왕에 올랐다. 바일스는 1차 시기에서 난도 6.4점 짜리 유리첸코 더블 파이크를 흔들림 없이 성공시킨 뒤 환하게 웃었다. 착지 후 한 발을 움직여 0.1점을 감점받고도 15.700점을 받았다. 여자 뜀틀은 남자 뜀틀보다 10cm정도 낮은데 바일스는 남자 선수들도 성공시키기 어려워 하는 이 기술을 깜끔하게 성공시켰다. 1차 시기에서 충분한 점수를 벌어둔 바일스는 난도를 낮춘 2차 시기에서 14.900점을 더하고 가뿐히 선두를 확정지었다. 바일스가 나서지 않았던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던 레베카 안드레드(브라질)는 1, 2차 시기 평균 14.966점으로 2위에 올랐다. 이날 두 번째로 연기한 북한의 안창옥은 평균 14.216점으로 4위를 차지했다. 1차 시기에서 더블 트위스트 유리첸코를 완벽한 착지로 성공시켜 14.066점(난도 5.0, 수행 9.066)을 받았고 2차 시기에서는 난도 5.6짜리 기술을 완벽에 가까운 착지로 성공시켜 14.366점을 받았다. 성공적인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안창옥은 먼저 연기한 불가리아 발렌티나 조지에바와는 반갑게 포옹했다. 바로 옆에 앉아있던 여서정도 축하를 전하기 위해 손을 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안창옥은 별다른 인사 없이 여서정을 지나쳤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 여서정과 안창옥은 똑같이 14.183을 받아 화제가 됐다. 둘은 점수가 같았으나 1차 시기 기술점수(14.400)가 더 높은 여서정이 5위로, 안창옥이 6위로 결선 무대를 밟았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셔틀콕 천재’ 안세영이 파리의 낭만을 만끽하기까지 이제 2승만 남았다.안세영(세계랭킹1위)은 3일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8강에서 직전 세계랭킹 1위 아카네 야마구치(6위)에게 2-1(15-21, 21-17, 21-8) 역전승을 거두고 4강 진출을 확정했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 앞서 올해 두 차례 맞대결을 벌였는데 1승1패로 1승 씩을 나눠가졌다. 다만 3월 같은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결승에서는 안세영이 2-1(18-21, 21-13, 21-10)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한 바 있다. 같은 경기장에서 다시 만난 두 선수의 결말도 같았다. 안세영은 1세트 한때 스매시가 여러 차례 라인을 넘어가며 5-10까지 끌려갔다. 급격한 방향전환이 필요한 네트 플레이에서 반복해 실점했다. 연속득점으로 9-11까지 쫓아가며 1세트 전반을 마쳤다. 1세트 후반부 랠리가 길어질 수록 안세영의 철벽 수비가 빛났다. 안세영은 조급하게 공격하지 않았고 랠리를 이어가며 끊임없이 틈을 엿봤고 14-15까지 아카네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후 전매 특허인 대각 스매시가 자주 라인을 벗어나 범실이 자주나와 1세트를 14-21로 내줬다. 안세영이 이번 대회에서 내준 첫 세트였다. 2세트에는 1세트 때 라인을 벗어났던 긴 리시브가 조금씩 라인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2세트 먼저 점수를 내며 앞서간 안세영은 2-4로 다시 리드를 내주자 매서운 공격 본능을 보였다. 빈틈을 보이면 사정없는 스매시를 내리 꽂으며 연속득점해 4-4 균형을 맞췄다. 반대로 이번엔 아카네의 셔틀콕이 네트 라인을 빗겨가며 승부처마다 안세영에게 득점을 안겼다. 쓸데없는 범실로 내주는 점수가 줄고 반대로 아카네의 범실로 버는 점수가 늘었다. 안세영의 자신감도 되살아났다. 아카네의 범실로 2세트 전반을 11-6로 여유있게 마친 안세영은 2세트 후반 아카네가 빈틈을 보일 때마다 자비 없는 스매시로 기세를 이어갔다. 후반 한때 범실이 쏠려나오며 1점차(17-16)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리드를 내주진 않았다. 아카네가 추격을 좁혀올 때마다 경기장을 찾은 한국 관중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외치며 안세영에게 기를 불어넣었다. 안세영은 연속득점으로 달아나며 매치포인트(20-17)를 선점했다. 반복된 드롭샷 공격을 철벽수비로 막아낸 안세영은 통쾌한 직선 스매시를 날렸고 아카네의 리시브가 네트에 막히며 그대로 세트를 끝냈다.3세트에서 안세영은 아카네의 전의를 무너뜨리는 ‘스매시 쇼’를 펼치며 세계랭킹 1위의 위용을 되찾았다. 전매특허인 대각 스매시도 자로 잰듯 라인 위에 똑 떨어지며 3-1로 앞서갔다. 이어 드롭샷을 주고받은 직후 대각선으로 방향을 크게 넘겨 아카네의 중심을 무너뜨린 뒤 그대로 셔틀콕을 내리꽂아 공격을 성공시키며 상대의 기를 완전히 죽였다. 아카네는 범실을 쏟아냈고 안세영은 6-1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긴 랠리 뒤 몸쪽을 공략한 안세영의 파워 스매시를 받아내지 못한 아카네는 코트 위에 대자로 뻗어 허공을 보며 가뿐 숨을 몰아쉬었다. 넉넉한 11-5 리드로 3세트 전반을 마친 안세영은 후반에서도 그물망 수비로 아카네의 모든 공격을 받아내는 ‘쇼’를 이어갔다. 안세영은 후반 아카네에게 3점만 내준 채 20-8 매치포인트를 선점했다. 아카네의 실점으로 안세영은 21-8로 그대로 경기를 끝낸 뒤 관중석을 향해 포효했다.안세영의 4강 상대는 랏차녹 인타논(태국)-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 중 승지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누구도 메달 후보로 꼽지 않았다. 조별예선에서도 1승 2패에 그쳤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16년 만의 최고 성적이었다. 한국 배드민턴 혼합복식 대표 김원호(25)-정나은(24) 조가 파리 올림픽을 2위로 마쳤다. 김원호-정나은 조는 2일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41분 만에 랭킹 1위 정쓰웨이(27)-황야충(30·중국) 조에 0-2(8-21, 11-21)로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랭킹 1위 정쓰웨이-황야충 조는 조별예선 때도 김원호-정나은 조(8위)에 0-2 완패를 안긴 상대였다. 한국 배드민턴은 2008년 베이징 대회 때 금 1개, 은 1개, 동메달 1개를 따낸 뒤로는 올림픽 결승 진출 기록도 남기지 못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3년 전 도쿄 대회 때까지 매번 동메달 1개만 가지고 돌아왔다. 김원호-정나은 조가 이번 대회 결승 진출로 이미 16년 만의 최고 성적을 남겼던 셈이다. 김원호-정나은 조는 ‘집안 싸움’으로 열린 준결승에서 이번 대회 금메달 후보로 손꼽혔던 BWF 랭킹 2위 서승재(27)-채유정(29) 조를 꺾고 결승에 올라왔다. 김원호-정나은 조는 맞대결에서 5전 전패로 밀렸던 ‘한국 대표팀 1진’을 꺾기 위해 77분간 혈투를 치렀다. 김원호는 준결승 3세트 도중 비닐봉지에 속을 게워 내면서 말 그대로 ‘토 나오게’ 뛰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배드민턴 국가대표 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김원호가 받은 질문은 딱 하나.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어머니가 따로 해주신 말씀이 있느냐’란 것이었다. 김원호의 어머니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때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을 따낸 길영아 삼성생명 감독(54)이다. 김원호는 당시 “어머니께서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주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고 하셨다”고 답했다. 하늘이 메달을 내려주면서 길 감독과 김원호는 한국 1호 모자(母子)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김원호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금메달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늘 올림픽 메달을 따는 걸 상상했지만 정말 이뤄질 줄은 몰랐다”며 “이제 내가 ‘길영아의 아들’로 불리는 게 아니라 어머니를 ‘김원호 엄마’로 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서승재-채유정 조는 결승전 전에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BWF 랭킹 5위인 일본의 와타나베 유타(27)-히가시노 아리사(28) 조에 0-2(13-21, 20-22)로 패하며 이번 대회를 4위로 마쳤다. 남자 복식과 혼합 복식에 모두 출전한 서승재는 결국 ‘노 메달’로 대회를 마치게 됐다. 서승재는 강민혁(25)과 짝을 이룬 남자 복식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양궁이 파리 올림픽 남녀 단체전에 이어 혼성전에서도 정상을 차지하며 ‘절대 강자’임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렸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 이은 이 종목 2연패다. 김우진(32)과 임시현(21)으로 구성된 한국 양궁 혼성 대표팀은 2일 파리 올림픽 혼성전 결승에서 독일의 운루 플로리안-미셸 크로펜 조에 세트 점수 6-0(38-35, 36-35, 36-35)으로 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양궁이 여름올림픽에서 딴 통산 30번째 금메달이다. 이로써 김우진과 임시현은 각각 남녀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이번 대회 한국은 펜싱 사브르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오상욱(28)을 포함해 2관왕이 3명으로 늘었다. 한국이 단일 여름올림픽에서 3명의 2관왕을 낸 건 처음이다. 임시현은 3일, 김우진은 4일 개인전에서 3관왕에 도전한다. 두 선수가 남녀 개인전에서도 우승하면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에 걸린 금메달 5개를 싹쓸이하게 된다. 임애지(25)는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임애지는 이날 여자 54kg급 8강전에서 예니 아리아스(콜롬비아)에게 3-2(30-27, 30-27, 28-29, 29-28, 28-29)로 판정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올림픽 복싱은 3위 결정전을 따로 치르지 않고 준결승전에서 패한 선수 2명 모두에게 동메달을 준다. 한국 복싱의 올림픽 메달은 12년 만이다. 한순철 복싱 대표팀 코치(40)가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60kg급에서 은메달을 땄다. 임애지는 4일 오후 11시 34분 하티세 아크바시(23·튀르키예)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배드민턴 혼합복식의 김원호(25)-정나은(24) 조는 이날 결승에서 이 종목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정쓰웨이-황야충 조에 0-2(8-21, 11-21)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원호는 대를 이어 ‘모자(母子)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길영아 삼성생명 감독(54)이 어머니다. 김하윤(24)은 유도 여자 무제한급(78kg 초과)에서 동메달을 땄다. 신유빈(20)은 탁구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중국의 천멍에게 0-4(7-11, 6-11, 7-11, 7-11)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신유빈은 3일 오후 8시 30분 하야타 히나(일본)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이변은 없었다” 한국 양궁 세번째 金… 전종목 석권 보인다[PARiS 2024]김우진-임시현 혼성전 우승남녀 개인전까지 금메달땐대회 3관왕… 金 5개 싹쓸이한국 양궁 남녀 대표팀 에이스 김우진(32)과 임시현(21)이 압도적인 기량으로 파리 올림픽 혼성전 금메달을 따냈다. 앞서 남녀 단체전에서 우승한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수확하며 전 종목 석권(금메달 5개)에 한발 더 다가섰다. 임시현-김우진 조는 2일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양궁 혼성전 결승에서 독일을 세트 점수 6-0(38-35, 36-35, 36-35)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나란히 남녀부 1위로 통과한 두 선수는 파리 올림픽 랭킹 라운드 각 1위, 남녀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혼성전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직전 대회인 도쿄 올림픽 때까지 27개의 금메달을 딴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로 30개째를 채웠다. 남자 단체전 우승으로 한국 양궁 선수 최초로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을 딴 김우진은 개인 통산 4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수녕(양궁)과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 등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금메달(4개)과 타이다. 개인전 16강에도 올라 있는 김우진은 4일 남자 개인전에서도 정상을 밟으면 대회 3관왕이자 금메달 5개로 한국 선수 역대 최다 금메달 보유자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역시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했던 임시현도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임시현 역시 3일 열리는 개인전에서 우승하면 3관왕을 차지한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인 임시현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동반 3관왕에 도전한다. 혼성전이 올림픽에 처음 도입된 2021년 도쿄 대회에서는 안산이 처음으로 3관왕에 올랐었다. 앵발리드 경기장의 도깨비 같은 바람도, 상대 팀 선수들의 반격도 두 양궁 천재의 화살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우승에 이르기까지 가장 치열했던 승부는 16강에서 만난 대만과의 경기였다. 한국은 1, 2세트를 먼저 따내며 세트 점수 4-0으로 앞섰으나 3, 4세트를 내리 내주며 4-4 동점을 허용했다. 남녀 2명의 선수가 한 발씩 쏴서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에선 한국 선수들의 강심장이 빛을 발했다. 먼저 쏜 임시현이 화살을 10점에 꽂자 곧바로 김우진도 10점을 쏘며 뒤를 받쳤다. 대만 선수들 역시 9점, 10점을 쏘며 반격했지만 한국의 1점 차 승리였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우리 선수들은 슛오프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훨씬 강점을 보인다.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끼리 연습 경기를 자주 치러 슛오프 상황을 워낙 자주 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슛오프를 통해 첫 관문을 어렵게 통과한 임시현과 김우진은 8강에서 이탈리아를 6-2로 완파한 데 이어 4강에서도 인도를 6-2로 꺾었다. 두 경기 모두 첫 세트를 내줘 0-2로 시작했지만 이후 내리 세 세트를 따냈다. 특히 김우진은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2∼4세트 6개의 화살을 모두 10점에 명중시켰다. 기세를 탄 임시현-김우진 조는 독일과의 결승에서는 세 세트 만에 6-0으로 완승을 거뒀다. 경기장 스탠드 8000석을 대부분 메운 한국 관중은 “대∼한민국”을 연호하고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했다. 두 선수의 우승이 확정된 뒤 경기장엔 아이브를 비롯한 K팝 아이돌의 노래가 흘러나오며 한국의 금메달을 축하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양궁이 파리 올림픽 남녀 단체전에 이어 혼성전에서도 정상을 차지하며 ‘절대 강자’임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렸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 이은 이 종목 2연패다.김우진(32)과 임시현(21)으로 구성된 한국 양궁 혼성 대표팀은 2일 파리 올림픽 혼성전 결승에서 독일의 운루 플로리안-미셸 크로펜 조에 세트 점수 6-0(38-35, 36-35, 36-35)으로 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양궁이 여름올림픽에서 딴 통산 30번째 금메달이다. 이로써 김우진과 임시현은 각각 남녀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이번 대회 한국은 펜싱 사브르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오상욱(28)을 포함해 2관왕이 3명으로 늘었다. 한국이 단일 여름올림픽에서 3명의 2관왕을 낸 건 처음이다. 임시현은 3일, 김우진은 4일 개인전에서 3관왕에 도전한다. 두 선수가 남녀 개인전에서도 우승하면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에 걸린 금메달 5개를 싹쓸이하게 된다.임애지(25)는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임애지는 이날 여자 54kg급 8강전에서 예니 아리아스(콜롬비아)에게 3-2(30-27, 30-27, 28-29, 29-28, 28-29)로 판정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올림픽 복싱은 3위 결정전을 따로 치르지 않고 준결승전에서 패한 선수 2명 모두에게 동메달을 준다. 한국 복싱의 올림픽 메달은 12년 만이다. 한순철 복싱 대표팀 코치(40)가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60kg급에서 은메달을 땄다. 임애지는 4일 오후 11시 34분 하티세 아크바시(23·튀르키예)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배드민턴 혼합복식의 김원호(25)-정나은(24) 조는 이날 결승에서 이 종목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정쓰웨이-황야충 조에 0-2(8-21, 11-21)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원호는 대를 이어 ‘모자(母子)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길영아 삼성생명 감독(54)이 어머니다. 김하윤(24)은 유도 여자 무제한급(78kg 초과)에서 동메달을 땄다.신유빈(20)은 탁구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중국의 천멍에게 0-4(7-11, 6-11, 7-11, 7-11)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신유빈은 3일 오후 8시 30분 하야타 히나(일본)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파리=이헌재 uni@donga.com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무명시드의 반란이었다. 한국 혼합복식 김원호-정나은 조(세계랭킹 8위)가 우승후보 서승재-채유정(2위)를 준결승에서 꺾고 2024 파리올림픽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러면서 한국 배드민턴 혼합복식은 16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확보했다. 한국 혼합복식은 2008년 베이징 대회 이용대-이효정 조의 금메달이 마지막 메달이었다.김원호-정나은 조는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4강에서 대표팀 동료 서승재-채유정 조를 2-1(21-16, 20-22, 23-21)로 꺾었다. 김원호-정나은 조는 이번 대회 혼합복식 4강 진출 팀 중 유일하게 시드를 받지 못한 팀이었다. 배드민턴 복식은 4위 팀까지만 시드를 배정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날 1세트부터 서승재-채유정을 21-16로 따돌리며 앞서갔고 2세트도 듀스 접전을 벌인 끝 20-22으로 내줬다. 김원호-정나은은 3세트에도 먼저 20점 고지를 잡으며 20-18로 매치포인트를 잡았다. 경험이 많은 서승재-채유정도 가볍게 물러나지는 않았다. 결국 양 팀은 20-20, 21-21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이후 서승재-채유정이 연속해 범실로 2실점하며 23-21로 승리를 확정했다. 김원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인 길영아 삼성생명 감독의 아들이다. 결승 결과에 따라 ‘모자’ 금메달리스트의 탄생도 가능해졌다. 김원호는 서승재와는 한때 남자복식 파트너를 지냈던 사이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 도전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진검승부를 벌인 끝에 희비가 갈렸다.이날 한국의 혼합복식 집안싸움이 벌어진 코트 양 끝의 코치석은 텅 비어있었다. 지도자들은 보통 토너먼트에서 자국 선수들끼리 맞대결이 성사되면 관례적으로 벤치를 비워둔다. 애초에 한국은 혼합복식이 아닌 여자복식에서 이 같은 그림이 펼쳐질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날 앞서 열린 여자복식 8강에서 세계랭킹 2위 백하나-이소희 조는 물론 김소영-공희영 조가 동반 탈락했다. 또 남자복식에서 서승재도 약 다섯 시간 전 이 곳에서 강민혁과 나선 남자복식 메달 도전을 8강에서 마감한 상태였다.서승재는 이날 오후 1시 강민혁과 나선 남자복식(4위)에서 패한 뒤 8강에서 이번 대회 2번 시드를 받고 나선 킴 애스트럽-앤더스 스카럽 래스머슨(덴마크)조에 0-2로 패하고 약 다섯 시간 만에 다시 코트를 밟았다. 하지만 혼합복식에서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며 동메달결정전에서 마지막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같은날 옆 코트에서 여자단식 16강에 나선 김가은(17위)은 인도네시아의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8위)를 상대로 1세트를 4-21로 완패한 김가은은 2세트를 21-8로 잡은 뒤 3세트에서 20-20 듀스 끝 21-23으로 게임을 내주고 1-2로 패,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다만 한국 여자단식에는 아직 세계랭킹 1위 ‘끝판왕’ 안세영이 남아있다. 이번 대회에 1번 시드로 나서 부전승으로 8강에 오른 안세영은 2일 야마구치 아카네(6위)와 맞대결한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형, 정신 차려요. 뭐 하는 거예요.” 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 도경동(25)은 한국 시간으로 지난달 31일 열린 파리 올림픽 단체전 8강전 캐나다와의 경기 뒤 라커룸에서 팀의 최고참 구본길(35)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안 되면 제가 언제든 뒤에서 나갈 테니까 자신 있게 뛰어요.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한국은 캐나다를 45-33으로 꺾었지만 구본길은 8강에서 부진했다. 구본길은 8강전을 마친 뒤 원우영 코치(42)에게 4강전 때는 자기 대신 도경동을 투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먼저 물었다. 그러자 도경동은 “형, 자신 없어요? 형은 자신 있게 해야 돼요”라고 다시 한 번 말했다. 구본길은 펜싱 종주국 프랑스와의 4강전에선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10-7로 리드를 넘겨받아 3라운드에 피스트에 오른 구본길은 내리 5점을 뽑으며 15-7로 점수 차를 벌렸다. 구본길의 연속 5포인트로 한국은 기세를 탔다. 한국은 안방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프랑스를 결국 45-39, 6점 차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구본길은 “동생들이 ‘형! 끝까지 한 번 더 해 봐요’ 하면서 나를 끝까지 믿어주고 자신감을 심어줬다”며 “프랑스 관중의 야유고 뭐고 간에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오로지 내 뒤엔 동료들이 있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한국 시간으로 날을 넘겨 1일 오전 열린 헝가리와의 결승전. 이번엔 ‘비밀 병기’ 도경동이 해결사 역할을 하며 한국의 3연패에 큰 힘을 보탰다. 사브르 단체전 대표팀은 4명이다. 8강전과 4강전엔 개인전 세계 랭킹이 높은 오상욱(1위) 구본길(22위) 박상원(23위)이 출전했다. 후보 선수인 도경동(75위)은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그러다 결승전에서 헝가리에 30-29, 한 점 차로 쫓기던 6라운드에 구본길과 교체돼 이번 대회 처음으로 피스트에 올랐다. 오상욱, 구본길, 박상원과 달리 도경동은 파리 올림픽 개인전 출전 티켓도 얻지 못했다. 도경동은 헝가리의 라브 크리스티안을 향해 칼을 겨누자마자 순식간에 5점을 뽑으며 35-29로 달아났다. 도경동이 5점을 얻는 데 걸린 시간은 8초. 도경동은 프랑스와의 4강전이 끝난 뒤 “뛰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했었는데 출전 기회를 얻자 ‘물 만난 고기’처럼 빛을 발하며 ‘신 스틸러’로 등극했다. 원 코치는 도경동의 결승전 활약을 두고 “나도 소름이 돋았다. 미치는 줄 알았다”며 “경동이가 피스트로 올라갈 때 손가락질을 딱 하면서 자기를 믿으라고 하더라. 그걸 보고 ‘오케이, 됐다’ 싶더라”고 말했다. 작년 4월 입대해 국군체육부대 소속인 도경동은 10월 전역 예정이었는데 올림픽 금메달로 전역 시기를 두 달가량 앞당기게 됐다. 구본길은 이날 결승전 승리로 한국의 올림픽 단체전 3연패 금메달을 모두 갖게 됐다. 구본길은 한국이 2012년 런던,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우승할 때도 사브르 대표팀이었다. 구본길은 결승전이 끝난 뒤 올림픽 무대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올림픽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앞으로 1년은 무조건 쉴 것이다. 이제 집에 가서 육아를 해야 한다”고 했다. 구본길은 아내가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 구본길은 “이제 목표는 나고야다.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2년 뒤인 2026년에 일본 나고야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구본길은 그동안 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6개의 금메달을 땄는데 1개를 더 추가하면 한국 선수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파리 올림픽 때 꼭 금메달을 따고 오상욱 선수(28)와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요.” 일본에서 나고 자란 한국 여자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22)는 원래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의 열혈 팬이었다. 그러다 진천선수촌 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오상욱 팬클럽 회원으로 변신했다. 허미미는 “오 선수가 키(191cm)도 크고 얼굴도 멋진 데다 어쩌다 만나면 일본어로 먼저 말을 걸어주기 때문에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오상욱은 고교 3학년이던 2014년 12월 당시 국내 랭킹 1위였던 구본길(35)을 꺾고 한국 펜싱 최연소 국가대표 타이틀을 따낼 때부터 ‘꽃미남 검객’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리고 이번 파리 대회에서 한국 펜싱 최초로 올림픽 2관왕에 오르면서 전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이번 올림픽 기간 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전 세계 각지에서 올라오는 ‘오상욱 찬양’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한 여성이 이번 올림픽 개인전 결승 중계 화면을 갈무리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은 1일 기준으로 조회수가 300만 번이 넘었고 댓글도 3000개 가까이 달렸다. 이 여성은 “이 남성이 정말 아름답고 재능이 있다는 걸 꼭 공유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K드라마에서 K올림픽으로 전환할 때”라는 SNS 게시물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정작 오상욱은 자신이 이 정도로 인기가 있는지 몰랐던 눈치다. 오상욱은 단체전 결승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하는가’라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한 한국 기자가 ‘브라질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고 하자 “제가요? 왜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오상욱은 대신 “개인전 우승보다 단체전 우승이 더 뿌듯하고 감동적”이라며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펜싱 선수로 올림픽 첫 2관왕 역사를 쓰게 돼 영광”이라고 교과서적인 답변을 내놨다.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대표팀 후배 도경동(25)이 “우리는 지금 오상욱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오상욱은 “아니다. 우리는 그냥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몸을 낮췄다. 오상욱의 스승인 도선기 대전대 감독이 “상욱이는 실력 못지않은 인성을 갖춘 선수”라고 평한 그대로였다. 어펜져스 1기 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미혼이었던 오상욱은 배우 김유정(25)을 이상형으로 꼽는다. 오상욱은 한 방송에 출연해 “정말 멋있다. 기회가 되면 꼭 뵙고 싶다”고 김유정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