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법조계에선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17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58·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혐의가 인정될 경우 시장질서 교란으로 인한 중대범죄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쟁사인 하이브의 인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0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실제 인수를 저지했다는 혐의의 중대성을 감안해 전격적으로 영장이 청구됐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영장 청구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긴급 임원회의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검찰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 승인”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김 위원장이 에스엠 인수와 관련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높이는 방식(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의 보고를 받고 승인을 했다고 판단하고 영장을 청구했다.이번 사건은 지난해 2월 카카오와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전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당시 에스엠 창업주이자 전 총괄프로듀서였던 이수만 씨가 이사진과의 분쟁에서 밀려 경영 일선을 떠나게 되자, 이 씨의 지분을 인수하려고 두 회사가 경쟁했다. 당시 하이브는 이 씨와, 카카오는 에스엠 이사진과 손을 잡았다.하이브는 에스엠 주가가 계속 올라 공개 매수 희망 가격마저 넘어서자 인수를 포기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주가 급등 현상을 조사해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냈고, 금감원은 기소 의견으로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을 검찰에 송치했다.검찰은 이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공판에서 김 위원장 등 카카오 고위 임원이 참여한 카카오그룹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가 시세 조종을 승인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카카오가 지난해 2월 16, 17일과 27, 28일 등 총 4일간 2400억 원을 투입해 총 553회에 걸쳐 에스엠 주식을 하이브의 공개 매수 가격인 12만 원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여 주가를 올렸다는 것이다. 다만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 청구서엔 배 전 대표 등에게 적용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와의 공모 혐의는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SM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다.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의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매수”라고 반박했다. 또 김 위원장이 에스엠 인수와 관련된 보고를 받고, 승인을 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인수 방법에 대해선 보고받지 못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열 예정이다.● 카카오 다른 계열사들도 수사 중카카오 앞에 산적한 사법 리크스는 더 있다. 현재 카카오는 바람픽처스 인수 관련 시세조종 의혹, 카카오T 블루 콜 몰아주기 의혹, 가상화폐 횡령·배임 의혹 등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카카오는 회사 여력의 상당 부분을 한동안 재판 대응에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이다.에스엠 시세 조종 사건으로 향후 김 위원장이 유죄 판결을 받거나, 양벌규정에 따라 카카오 법인에 벌금형이 내려지면 카카오뱅크 1대 주주 지위를 내려놔야 할 수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하는 대주주다.카카오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 계열사 매각이나 인수합병, 쇄신 작업 등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사업이나 프로젝트는 원점 재검토되거나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법리스크 여파로 지난해 12월 카카오페이의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가 무산됐으며,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럽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 ‘프리나우(FreeNow)’ 인수도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정부가 산사태 관리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산사태 취약지역’을 대폭 늘린다. 산림청은 현재 약 2만9000개인 산사태 취약지역을 2027년까지 11만 개로 늘린다고 17일 밝혔다. 산사태 취약지역이란 산사태 등으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곳을 미리 지정해 정부가 예방 조치를 하는 곳을 말한다.산림청은 산사태 취약지정을 지정·고시하고 현장 점검이나 보수 공사 등 예방 조치를 벌이고 있다. 2011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이후 처음으로 도입돼 2019년 2만6238개소, 2021년 2만6923개소, 2023년 2만8988개소 등 매년 늘어나고 있다. 다만 산사태 피해의 대다수가 산사태 취약지역 밖에서 일어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이달 폭우 및 산사태로 사망 사고가 발생한 충남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 일대도 3년 전 산림청 조사에서는 산사태 위험이 없다고 판단돼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발생한 산사태 총 피해건수 9668건 중 93%가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일어났다. 이에 산림청은 산사태 취약지역을 3년 안에 3배 이상 늘리기로 결정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앞으로 산사태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산사태 취약지역에 대한 지정·관리와 산사태 예방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현지점검을 철저히 해 국민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10일 폭우로 1명이 숨진 충남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 주민들은 여전히 사고 당시의 참상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지방리 이장 송미숙 씨는 “비만 내리면 또 사고가 날까 너무 두렵다”고 16일 기자에게 말했다. 당시 폭우로 무너진 산이 주택을 덮쳐 60대 여성이 매몰돼 숨졌다. 송 씨는 “사고 지점은 원래도 비가 내리면 주민들이 산사태를 걱정하던 곳”이라며 “최근에는 외부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난개발까지 일삼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평소 산사태를 걱정해왔고 결국 우려대로 사망 사고까지 벌어졌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이 지역은 정부가 지정, 관리하는 ‘산사태 취약지역’에서 제외돼 있었다. 산사태 취약지역이란, 산사태 등으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곳을 별도로 지정해 현장 점검이나 보수 공사 등 예방 조치를 하는 것이다. 산림청은 3년 전 지방리 일대를 점검했을 때 ‘동네 야산’ 정도로 간주하고 “산사태 위험 대상이 아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본보에 “사고가 발생한 곳은 200m 높이의 동네 야산 수준이라 강원이나 경북처럼 산사태 위험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매년 벌어지는 산사태 인명 피해의 대부분은 정부가 지정한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산사태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금의 산사태 취약지역은 산 상부에 초점을 둬 만들었지만 실제로 산사태 피해는 인위적 개발이 벌어졌던 산 하부에 집중됐다”며 “도로, 건물, 태양광발전단지 등 공사가 있었던 산 주변 지역까지 감안해 위험 등급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사태 93%가 취약지역 밖… “위험지도 새로 그려야”5년간 산사태 9668건 중 8977건산림청 “국토 63% 산림, 관리 한계”“난개발 조사 등 대책 시급” 목소리충남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 주민들이 전한 10일 산사태 당시 현장은 참혹했다. 쏟아진 폭우가 산에 스며들어 지반이 약해졌고 결국 산이 무너졌다. 밀려온 토사는 사람이 사는 주택을 덮쳤다. 길이 3m가량 될 법한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뒹굴었다. 한 주민은 “지방리 일대 산림이 마구잡이로 개발돼 여기저기 산을 깎는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산사태 걱정에 불안한 여름을 보내는 중”이라고 16일 동아일보 취재팀에 말했다. 최근 5년간 벌어진 산사태 피해의 93%는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했다. 정부의 산사태 관리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제도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산사태 93%, 취약지역 밖에서 발생 산림청은 산사태로 인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산림보호법에 따라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고시한다. 지정 절차를 보면 우선 해당 지역에 대한 기초 조사를 하고, 관할 지방청 및 지방자치단체가 현장 실태조사를 거친다. 산사태 위험등급, 지형, 사람이 사는 인가 규모, 공공시설, 낙석 및 붕괴 여부, 지반, 심어진 나무 종류, 토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이 제도는 2011년 16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참사 이후 마련됐다. 산림청은 매년 관리 대상을 넓혀 지난해 기준 총 2만8988곳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취약지역으로 지정되면 산사태 예방 사업 우선 시행, 연 2회 이상 현지 점검, 대피소 지정, 거주민 대상 산사태 예방 교육 등의 혜택이나 지원을 받는다. 문제는 대부분의 산사태 피해와 사상자가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산림청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발생한 산사태 총 피해건수 9668건 중 93%(8977건)가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일어났다. 특히 지난해엔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인명 피해가 집중됐다. 지난해 산사태로 5명이 숨졌던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2명이 숨진 예천군 감천면 벌방1리도 취약지역이 아니었다. 총 2명이 숨진 영주시 장수면 갈산리, 각각 2명이 사망한 봉화군 춘양면 학산리와 서동리 모두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이었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산림당국에서 관리하는 전국 산림 47만여 개를 모두 취약지역으로 지정해서 관리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산면처럼 마을 주민들은 이미 산사태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있었는데도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고, 결국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들을 감안하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사태 취약지역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최근 이상기후와 잦아지는 폭우 및 극한 호우, 산림 난개발 등으로 산사태 위험성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진산면 역시 사고 당일 오전 3시간 동안 약 170mm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산림청 측은 “한국은 전체 국토의 63%가 산림이다. 폭우가 지속되면 대부분의 지역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곳을 관리하기엔 인력, 예산 등의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산사태는 비가 왔다고 한두 시간 내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서 예측 가능하다”고 말했다. 얼마든 인명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사태 취약지역 선정이 지반, 토양 등 산사태가 발생하는 자연적 요소에만 집중되다 보니 공사 등으로 인한 산 하부의 변화는 간과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실제로 산이 무너진 곳과 산사태 취약 지역이 다르다. 새로운 위험지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금산=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24시간 상시 교대 근무를 하는 공군 군사경찰(헌병) 병사의 휴식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의견이 나왔다. 15일 인권위는 공군참모총장에게 이러한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공군 군사경찰 병사들의 위로 휴가 일수를 점차 늘리고 이와 별개로 인력도 늘려 휴식 시간을 추가로 부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앞서 공군 군사경찰을 자녀로 둔 진정인들은 인권위에 “병사들이 주말과 공휴일도 없이 24시간 상시 밤낮이 매일 바뀐 상태로 근무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실제로 병사들은 복무기간 동안 평일과 공휴일 구분 없이 24시간 교대 체계로 근무하며, 근무시간이 매일 바뀌는 탓에 수면시간도 불규칙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공군 측은 업무 특성상 24시간 상시 교대는 불가피하며, 군사경찰 병사들에게는 6주마다 1일의 위로휴가를 추가로 부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 군인권보호위원회는 공군 측의 해명을 받아들여 현행 근무 체계를 인권침해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특히 공군이 제공한 위로휴가 일수는 군사경찰의 현실적인 인력상황을 고려해 기준을 정했다고 판단했다. 대신 인권위는 군사경찰 임무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휴식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서울 지역에 설치된 전체 가드레일(방호울타리)의 80% 이상이 차량과의 충돌 사고에서 보행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행자가 차에 치여 다치거나 숨진 일부 지역에는 사고 전후로 바뀐 게 없었다. 앞서 1일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를 계기로 가드레일 체계를 점검하고 보행자 안전을 보호하는 쪽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 가드레일 80% 이상은 보행자용… 충돌에 취약 10일 서울시가 서울시의회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서울 가드레일 설치 현황’에 따르면 서울에 가드레일이 설치된 곳은 총 1만2614곳이다. 이 중 1만509곳(83.3%)이 보행자용, 2105곳(16.7%)이 차량용이다. 보행자용은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고 무단횡단을 막고 자전거 넘어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다. 차량 충돌 시험 등을 거치지 않아 충돌 사고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 힘들다. 시청역 사고 현장의 가드레일이 바로 2012년에 설치된 보행자용이었다. 반면 차량용은 차량 충돌 시험을 거치고 9단계로 나뉘는 성능 기준을 충족한다. 차량이 돌진해도 그 충격을 일정 부분 상쇄하거나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 10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살펴본 서울 영등포구 7호선 보라매역 5번 출구 인근 차도와 인도 사이에는 보행자용 가드레일 8개가 설치돼 있었다. 앞서 5월 이곳에서는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인도로 돌진해 운전자, 동승자, 보행자 2명이 다쳤다. 사고 이후에도 보행자용 가드레일은 바뀌지 않았다. 특히 이곳은 오전에도 30분간 100여 명이 다닐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지만, 가드레일이 일부 구간만 설치되어 있어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모두 막지도 못했다. 차와 버스가 쌩쌩 달리는 와중에도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3명 있었다. 지난해 8월 약물에 취한 남성이 롤스로이스를 몰다 인도로 돌진해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에는 사고 이후에도 가드레일이 새로 설치되지 않았다. 취재팀이 둘러본 현장은 인도와 차도 사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아 보였다. 10여 분간 현장을 지켜보는 동안 보행자 40여 명 중 5명은 차도로 내려가 걸었다. 가드레일이 없다 보니 인도와 차도에 걸쳐 차량 5대가 일명 ‘개구리 주차’돼 있어 시민들이 지나다니기도 쉽지 않았다. 시민들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압구정역 현장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 씨(34)는 “사고가 났던 곳인 줄 몰랐다. 인도로 차량이 돌진해 사람이 죽었는데 바뀐 게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보라매역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나모 씨(36)는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많이 하고 차량도 불법 유턴을 많이 해서 사고가 잦은 편”이라며 “약한 가드레일을 튼튼한 걸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당시 사고를 목격했다는 한 식당 주인은 “단순한 무단횡단 방지용 말고 시민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 최모 씨(42)는 “시청역 때도 보행자용 가드레일이 쓸모없었는데 여기 있는 것도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 “위험 지역 전수조사 필요” 전문가들은 보행자 교통사고 위험지역을 전수조사를 통해 우선 파악한 뒤 차량용 가드레일을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보행자가 많은 곳, 사고가 잦은 곳 등 위험 지역들을 파악해 보호 강도가 높은 가드레일을 설치해야 한다”며 “내 집 앞이나 매일 걷는 길이 공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긴급 예산이라도 편성해 가드레일을 설치하거나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어떤 지역이 더 위험한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시속 30km로 달려오는 차라도 견디는 방호울타리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 기법 등을 도입해 도로 특징들을 파악한다면 전수조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검찰이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전에서 하이브의 인수를 방해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경영쇄신위원장)를 9일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불러 조사했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사건을 검찰에 넘긴 지 약 8개월 만이다.● 남부지검, 김범수 12시간 넘게 조사 이날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김 위원장을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오전 8시 10분경 취재진을 피해 비공개로 출석했다. 검찰은 지난해 2월 김 위원장이 에스엠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가 에스엠을 인수하지 못하게 하려고 인위적으로 에스엠 주가를 끌어올릴 것을 지시, 승인했는지를 집중 추궁하며 12시간 넘는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앞서 3월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공판에서 김 위원장 등 카카오 고위 임원이 참여한 카카오그룹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가 하이브의 에스엠 인수를 저지하려는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승인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카카오그룹 고위 경영진이 참석해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인 투심위를 통해 김 위원장이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벌어진 시세조종을 보고받거나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는 것이다. 당시 공판에서 검찰은 하이브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지난해 2월 28일 오전 에스엠 투심위가 열렸고, 이 자리에 김 위원장 등이 참여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투심위가 열리기 전후 카카오 경영진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에서 김 위원장이 회의에 관여한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에스엠 주가 급등이 발단 사건은 지난해 2월 카카오와 하이브가 에스엠을 인수하기 위해 1조 원대 ‘쩐의 전쟁’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수만 에스엠 창업자(전 에스엠 총괄프로듀서)가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고, 방시혁 의장의 하이브는 이 씨가 보유하고 있던 에스엠 지분의 80%가량인 14.8%를 인수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지난해 2월 9일 당시 에스엠 주가는 주당 9만8500원이었는데, 하이브가 밝힌 공개 매수 가격은 12만 원이었다. 카카오도 에스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후 에스엠 주가는 갑자기 뛰기 시작했고 지난해 2월 16일에는 주당 13만1900원, 지난해 3월 8일에는 하이브의 공개 매수 희망 가격을 넘어선 주당 15만8200원까지 올랐다. 결국 하이브는 인수 계획을 접었고, 카카오가 에스엠을 인수했다. 하이브는 에스엠 주가가 갑자기 급등한 이유를 조사해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요청해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카카오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2월 16, 17일과 27, 28일 등 총 4일간 2400억 원을 투입해 총 553회에 걸쳐 에스엠 주식을 12만 원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여 주가를 올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배 전 대표와 지모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를 각각 지난해 11월과 올 4월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김 위원장이 금감원에서 송치된 지 8개월 만에 불러 조사한 검찰은 그의 진술 등을 검토해 추가 조사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김 위원장 소환 조사를 기점으로,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카카오 관련 수사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카카오는 김 위원장의 소환 조사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건물에서 화학물질 누출 의심 신고가 접수돼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소방 당국의 확인 결과 하수구 등 악취가 원인으로 추정됐고, 특별히 유해한 화학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7일 강남소방서에 따르면 6일 오후 2시 2분경 강남구 삼성동의 한 근린생활시설에서 “건물 내부에 알 수 없는 기체가 새는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사고로 건물 주민 등 40명이 대피했고, 총 11명이 메스꺼움이나 통증을 호소해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 중 8명은 병원으로 이송돼 검사 후 귀가했다. 소방 당국과 경찰 등은 인력 172명, 장비 60대를 동원해 현장을 통제하고 8시간 동안 화학물질 누출 여부를 조사했다. 1차 조사에서 황화수소가 검출됐으나 극소량이었고 정밀조사 결과 다른 화학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썩은 계란 냄새가 나는 황화수소는 흡입할 경우 질식할 수 있는 독성 가스다. 노출 정도와 시간에 따라 호흡곤란, 어지럼증부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다만 황화수소는 하수구나 집수정 악취로도 극소량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소방 당국은 건물 집수정에서 배관을 타고 올라온 악취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8일까지 건물을 폐쇄하기로 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일단 유관 기관에 집수정을 청소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올 1월 경기 부천에서 임산부를 이송하던 구급차가 황색신호에 직진하던 승용차와 충돌해 구급대원 3명이 다쳤다. 지난해 8월엔 충남 천안의 한 교차로에서 구급차와 승용차가 충돌해 구급차에 타고 있던 보호자가 숨지고 구급대원 1명이 크게 다치는 등 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소방·구급차 등 긴급자동차의 교통사고가 매년 200건 넘게 발생해 190여 명이 다치거나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사고의 약 절반이 교차로에서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응급 환자를 이송하거나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하던 긴급자동차를 일반 차량이 미처 피하지 못한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현재 일부 교차로에 설치돼 운영 중인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시스템은 긴급자동차가 출동할 때 교차로 신호를 자동으로 파란불로 바꿔 출동 속도를 높이고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소방자동차 사고, 매년 200건 이상 발생 현행법상 소방차와 구급차 등은 ‘긴급자동차’로 분류돼 긴급 출동 시 신호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일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총 672건의 긴급자동차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연평균 224건으로, 매년 19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구급활동 중 일어난 사고가 437건으로 가장 많았고, 화재(119건)가 뒤를 이었다. 도로 유형별로는 전체의 47%가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소방차나 구급차 등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긴급자동차로 분류된다. 도로교통법 제29조에 따르면 일반차량 운전자는 교차로나 그 부근에서 긴급자동차가 접근하는 경우 교차로를 피해 일시 정지하거나, 긴급자동차가 우선 통행할 수 있도록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 차량이 소방차 등을 발견하지 못한 채 주행하다가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일반 차량의 속도가 빠를수록 운전자의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전방의 시공간 범위도 좁아져 긴급자동차와 부딪칠 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출동 시간 줄이고 안전도 지킨다 소방청과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등은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처음으로 도입된 이 시스템은 소방차 등의 이동 경로에 따라 교차로 신호를 일시적으로 제어한다. 소방차 등이 요청할 경우 교차로의 신호등이 모두 파란색으로 바뀌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이 시스템이 설치된 경기 의왕시 지역에선 실제 소방차의 출동 시간이 40%가량 빨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의왕소방서 협조로 소방 펌프차에 탑승해 확인한 결과 시스템을 켜지 않고 소방서에서 약 4.9km 떨어진 롯데마트 의왕점으로 출발하자 총 12분 11초가 걸렸다. 의왕소방서 관계자는 “이 지역은 군포나 안양 등으로 빠져나가는 차가 많은 구간이라 항상 막힌다”며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차가 거의 멈춰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탑승 때는 우선신호시스템을 켜고 출발했다. 소방차 내부 태블릿PC에 롯데마트 의왕점을 도착지로 지정한 후 ‘출동’ 버튼을 누르자 시스템이 실행됐다. 이어 펌프차가 주행하는 구간의 신호등마다 모두 파란불로 바뀌면서 7분 14초가 걸렸다. 시스템을 켜지 않고 출동했을 때보다 5분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시스템을 가동하면 긴급차량이 신호등의 200∼300m 거리로 접근할 때마다 즉각 파란색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소방관, 구급대원 등은 빠른 출동 시간과 안전 운행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의왕소방서 김태준 소방관은 “사이렌을 켜도 7분 안에는 절대 못 오는 거리인데, 시스템을 켜니까 무리하지 않고 빨리 올 수 있었다”며 “환자 이송, 화재 진압 등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빨리 출동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빨간불에 가는 거랑 파란불에 가는 건 확실히 다르다. 소방관들과 구급대원들의 안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지역별로 편차 큰 우선신호시스템 다만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은 일부 지역에만 많이 설치돼 있는 상황이다. 신호를 제어해야 하는 만큼 소방청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 5월 말 기준 이 시스템은 전국 2만3967곳에 설치됐다. 경기(1만1179곳), 인천(3084곳), 부산(2189곳) 등 상위 세 곳이 전체의 약 68.6%를 차지했다. 반면 대구는 1곳에 불과했고, 광주(31곳), 울산(48곳), 서울(704곳) 등 대도시도 적은 편이었다. 전문가들은 응급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구급대원 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우선신호 시스템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화재, 구조, 구급 등 긴급 상황에서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긴급차량의 우선신호 도입은 필요하다”며 “출동 시간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소방차량의 교통사고 등을 예방할 수 있도록 일부 지역뿐만 아니라 전 지역으로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긴급차량 우선신호 시스템소방차, 구급차 등 긴급차량의 이동경로에 따라 교차로 신호를 일시적으로 제어해 긴급차량이 신호 제약 없이 무정차 통행할 수 있도록 맞춤형 신호를 부여하는 시스템.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소설희(경제부) 이축복(산업2부) 이청아(국제부)이채완(사회부) 한종호(산업1부) 기자}
재난 및 응급 상황에서 소방·구급차 등이 신속히 출동해 대처하기 위해선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관계 당국은 강조한다. 소방시설 주변엔 불법 주정차를 하지 않아야 하고, 교차로에서 사이렌이 들릴 경우 차량을 서행하는 등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화재 진압엔 7분, 심정지 환자 소생엔 5분이 ‘골든타임’이다. 골든타임이란 시민의 생명 보존과 재난 확산 제어를 위해 관계 당국이 대응해야 하는 한계시간이다. 이 시간을 지체할 경우 응급환자 소생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재난 확산 가능성은 높아진다. 먼저 차량 주정차가 중요하다. 비상소화장치 등 소방시설로부터 5m 이내나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좁은 도로, 소방차 전용 구역에는 절대 주차를 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통행로와 소화전 확보가 어려울 경우 소방 당국은 불법 주정차 차량을 제거하거나 견인하는 등의 ‘강제처분’을 할 수 있다. 소방기본법 제25조에 따라 강제처분된 차량은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시민들도 소방차 전용 구역에 5분 이상 불법 주차한 차량을 발견할 경우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교차로와 도로에선 시민들의 ‘길 터주기’가 특히 중요하다. 교차로에서 구급차 등 긴급차량이 지나갈 경우 교차로를 피해 도로 오른쪽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해 통행로를 확보해 줘야 한다. 일방통행로는 우측 가장자리에 정지하면 긴급차량이 지나갈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사이렌이 들린다면 신호등이 파란불이더라도 일단 서행하면서 교차로에 진입하는 것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일반 도로에서 긴급차량이 지나간다면 편도 1차선 도로는 우측 가장자리로 붙어 최대한 진로를 양보하고, 편도 2차선 도로는 긴급차량이 1차선으로 갈 수 있도록 2차선으로 이동하면 된다. 편도 3차선 이상의 도로에선 긴급차량이 2차선으로 갈 수 있도록 일반차량은 1차선이나 3차선으로 양보해 운전해야 한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긴급차량 우선신호 시스템이 대폭 확대돼야 하지만 대도시의 경우 정체 구간이 많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시민들의 길 터주기 협조와 불법 주정차 문제 해결 등이 일단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소설희(경제부) 이축복(산업2부) 이청아(국제부)이채완(사회부) 한종호(산업1부) 기자}
1일 발생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당시 인도에 서 있었던 사상자들과 가해 차량 사이의 가드레일(방호울타리)이 충돌 사고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가드레일은 단순 무단 횡단 및 자전거 추락 방지용이었다. 성능 기준이 취약한 탓에 애초부터 보행자 보호 역할을 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서울 중구에 따르면 이 가드레일은 2012년에 설치됐다. 현행법상 가드레일은 ‘차량용’과 ‘보행자용’으로 나뉜다. 차량용은 차량이 도로를 이탈해 인도 등을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사고 위험 구간, 교차로, 고속도로 등에 설치된다. 차량 충돌 시험도 거쳐 일정한 성능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보행자용은 무단 횡단이나 자전거 쓰러짐 사고를 막기 위한 목적이다. 충돌 성능 시험도 거치지 않는다.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를 보면 가해 차량은 순식간에 가드레일을 부수고 시민들을 덮쳤다. 전문가들은 보행자용도 차량 충돌을 버틸 수 있도록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호주에선 내년 1월 1일부터 모든 도로에서 새 가드레일을 설치할 경우 MASH 3등급(TL3) 이상을 충족하도록 했다. 이는 무게 2270kg 차량이 시속 100km로 충돌해도 버티는 정도의 성능이다. 이번에 가해자가 몰던 제네시스 G80은 공차(빈차) 중량이 1930kg이었고, 시속 100km로 역주행했다. 더 튼튼한 가드레일이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의 보행자용 가드레일은 차가 들이받았을 때 엿가락처럼 휘어질 수밖에 없다. 내구성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행로 가드레일, 손으로 흔들어도 덜컹덜컹… “기준 강화해야”[서울 시청역앞 역주행 참사]사고 대비용 아닌 사람-차도 분리용… 성능-관리 규정 모호해 곳곳 방치시속 85km 충돌 견디게 강화 검토… 美-호주선 차량 충돌시험 의무화1일 역주행 참사가 벌어진 서울 중구 시청역 뒤편 인도에는 사고 당시 부서진 가드레일의 잔해가 3일까지도 그대로 있었다. 가해 운전자 차모 씨(68)의 제네시스 G80 차량이 질주한 세종대로18길 100여 m 구간에는 같은 규격의 가드레일이 인도에 설치돼 있었다. 가드레일 곳곳은 과거에도 충격을 받은 듯 휘어져 있었다. 일부 가드레일은 고정 장치가 헐거워서 기자가 손으로 잡고 흔들자 통째로 덜컹덜컹 흔들릴 정도였다. 근처를 지나가던 직장인 손모 씨(28)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가드레일 덕분에 안전하다고 느꼈는데 이번 사고 영상을 보곤 생각이 바뀌었다”며 “앞으로는 차도에서 멀리 떨어져 걸어야겠다”고 말했다.● 법 규정 미비… 충북, 경남서도 유사 사고현재 가드레일 유지, 보수, 성능과 관련된 법 기준은 취약하다. 보도 설치 및 관리 지침에 따르면 인도에 설치된 가드레일은 명확한 교체 주기가 없다. 도로 표지병(도로 바닥에 설치하는 불빛 장치)은 3년, 시선유도표지는 5년마다 교체하도록 규정한 것과 다르다. 이 탓에 가드레일은 심각하게 훼손됐을 때를 빼면 교체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차원의 점검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가드레일은 보행자 무단횡단 방지 등이 목적이기 때문에 별도로 전체 조사를 실시한 적이 없다”며 “미관상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개선하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 있던 가드레일은 사람과 차도를 구분하고, 사람이 차도로 뛰어들거나 무단횡단하는 것을 방지하는 분리시설”이라며 “차량 사고에 대비한 방어 울타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인도를 덮친 차량을 가드레일이 막아주지 못해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여러 번이었다. 지난해 5월 충북 음성군에서 70대 운전자의 차량이 인도를 침범해 10대 두 명이 숨졌다. 가드레일이 있었지만 피해를 막지 못했다. 지난해 9월에는 경남 양산시에서 덤프트럭이 가드레일을 뚫고 근로자 2명을 덮쳐 그중 1명이 숨졌다.● 서울시 대책 마련… 전문가들 “설치 기준 강화해야” 가드레일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자 서울시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사람들이 모여 있어 차량에 의해 상해를 받을 수 있는 곳들을 점검하고 (가드레일의) 강도를 보완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시속 85km로 돌진하는 차량에도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가드레일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동 인구가 많거나 차량이 빨리 달리는 구간, 사고 위험이 큰 구간을 먼저 조사한 뒤 가드레일을 ‘핀셋 보강’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가드레일의 성능을 강화하고 관련 기준도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명훈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돌진하는 차량을 밀어낼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야 한다”며 “아랫부분은 차량용 가드레일, 윗부분은 기존 보행자용으로 된 ‘겸용 방호울타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보행자용 가드레일 설치 기준이 정부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며 “기술 개발도 지원하면 설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와 미국 일부 주(州) 등에서는 가드레일을 설치할 때 차량 충돌 시험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미국 연방고속도로관리국(FHWA)은 2016년경부터 공사 현장 인근 등에는 충돌 시험을 통과한 제품만 사용하도록 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지난해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가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68세 남성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9명이 사망하면서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을 독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서울시에서 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 운전자는 3.9%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2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3만9614건으로, 2005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5년 6165건이던 고령 운전자 사고는 2015년 2만3063건, 2020년 3만1072건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2.1%(2022년)로 전체 교통사고(1.4%)보다 높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고령층 운전면허 소지자도 급증하고 있다. 2019년 333만7165명이었던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지난해 474만7426명으로 42.3%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2040년 고령 운전자가 13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경찰청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각 지방자치단체가 시행 중인 면허 자진 반납 정책의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서울시는 2018년부터 70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10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사업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반납자 수는 2022년 2만2626명으로 전체 면허 소지자(57만1974명)의 3.9%에 그쳤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반납자에게 ‘100원 택시’ 등을 지원하는 등 반납 후 생길 불편을 해결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5월 고령 운전자에게 운전 능력 평가 등을 실시해 결과에 따라 야간·고속도로 운전을 금지하는 ‘조건부 면허제’를 발표했다가 반발이 거세게 일자 하루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안전장비 장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년 6월 도로운송차량법 시행령을 개정해 신차를 대상으로 페달 오작동 방지 장치를 의무적으로 달게 할 계획이다. 이 장치는 차량 앞뒤에 장착된 센서와 카메라로 장애물을 인식해, 운전자 실수로 가속 페달을 세게 밟으면 자동으로 엔진 출력을 낮춰 급가속을 방지한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이 가해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 옮겨 조사에 나섰다. 가해 운전자 차모 씨(68)가 왜 역주행을 했는지, 그의 주장대로 급발진이나 차량 결함인지, 왜 사람들을 치기 전 운전대를 틀지 않았는지, 고령탓인지 등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주차장 나간 뒤 역주행 질주… “굉음” 경찰과 목격자, 차 씨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1일 오후 9시 26분경 서울 중구 시청역 뒤편에 있는 웨스틴조선호텔 주차장에서 차 씨의 검은색 제네시스 G80 차량이 빠져나왔다. 차 씨 부부는 호텔에서 열린 처남의 칠순 잔치에 참석했다가 귀가하는 길이었다. 운전석에는 차 씨, 조수석에는 아내가 탔고 다른 탑승자는 없었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등을 보면 차 씨의 차는 갑자기 세종대로 18길 4차선 일방통행 도로를 신호도 무시하고 빠르게 역주행했다. 경찰이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한 결과 차 씨는 가속 페달을 90% 이상 밟았고, 시속 100km가 넘었다. 약 200m를 질주한 끝에 인도와 차도를 분리해 놓은 가드레일을 먼저 들이받았다. 그러곤 붕 떠서 날아가는 듯이 인도 위의 시민 11명과 오토바이 2대를 연속으로 쳤다. CCTV에는 담소를 나누던 시민들이 갑자기 다가오는 헤드라이트 불빛을 보고 놀라는 장면이 담겼다. 차량 속도가 너무 빨라 피할 겨를이 없었다. 이후 차 씨의 차량은 계속 질주해 횡단보도에 서 있던 시민들과 BMW, 쏘나타 승용차를 추가로 들이받았다. 그러곤 교차로를 가로질러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 근처까지 와서야 속도를 줄이며 멈춰 섰다. 앞에 행인들이 있었지만 차량 속도가 줄어든 덕분에 재빨리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불과 몇 초 만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소방 등 당국에는 9시 27분에 사고가 처음 접수됐다. 인근 호프집에서 사고를 목격한 신모 씨(61)는 “천둥 소리가 나서 놀라 나가 보니 피 흘리는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 급발진 논란… 전문가 “운전자 부주의 가능성” 현장에서 검거된 차 씨는 급발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목격자들은 “일반적인 급발진 사고와 달라 보였다”고 말했다. 목격자 정모 씨는 “시속 100km도 넘어 보이는 속도로 브레이크도 안 밟고 시민들을 친 것 같았다”며 “사고 이후엔 멈추더니 차에서 남녀가 내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운전자 부주의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사고 영상으로는 브레이크가 정상 작동을 하며 차가 멈췄던 것으로 보인다”며 “운전 부주의로 보이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교통사고 전문 최충만 변호사는 “급발진 차량은 정면으로 가지 역주행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급발진의 경우 장애물에 막혀야 차가 멈춘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차가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해 차량은 두 달 전 경기 안산의 한 차량정비업체 종합검사 결과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사고 차량 자동차등록원부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2018년 5월 제조돼 2022년 6월과 올 5월 두 차례에 걸쳐 안산의 차량정비업체에서 검사를 받았다. 올해 5월 8일 종합검사를 진행한 A업체는 “(가해 차량에 대한) 종합검사 당시 모든 항목에서 ‘양호’가 나왔다”고 밝혔다. 급발진과 관련해선 “‘센서 진단’을 진행했는데 적합, 양호하다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2일 국과수에 가해 차량 감정을 의뢰했다. 차 씨 부부가 차량에 타기 전 다투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소문에 대해서 경찰은 “블랙박스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블랙박스에는 차 씨 부부가 운전 중 놀란 듯 ‘어, 어’ 하는 음성 등만 담겼다. 경찰은 차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이 가해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 옮겨 분석에 나섰다. 가해 운전자 차모 씨(68)가 왜 역주행을 했는지, 그의 주장대로 급발진이나 차량 결함인지, 왜 사람들을 치기 전 운전대를 틀지 않았는지, 고령의 나이 탓인지 등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주차장 나간 뒤 역주행 질주… “굉음”경찰과 목격자, 차 씨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1일 오후 9시 26분경 서울 중구 시청역 뒤편에 있는 웨스틴조선호텔 주차장에서 차 씨의 검은색 제네시스 G80 차량이 빠져나왔다. 차 씨 부부는 호텔에서 열린 지인의 칠순 잔치에 참석했다가 귀가하는 길이었다. 운전석에는 차 씨, 조수석에는 아내가 탔고 다른 탑승자는 없었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등을 보면 차 씨의 차는 갑자기 세종대로 18길 4차선 일방통행 도로를 신호도 무시하고 빠르게 역주행했다. 경찰이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한 결과 시속 100km가 넘었다. 약 200m를 질주한 끝에 인도와 차도를 분리해 놓은 가드레일을 먼저 들이받았다. 그러곤 붕 떠서 날아가는 듯이 인도 위의 시민 11명과 오토바이 2대를 연속으로 쳤다. CCTV에는 담소를 나누던 시민들이 갑자기 다가오는 헤드라이트 불빛을 보고 놀라는 장면이 담겼다. 차량 속도가 너무 빨라 피할 겨를조차 없었다. 충돌 직후에는 주변 가게에서 사람들이 나와 황망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펴보는 모습이 담겼다.이후 차 씨의 차량은 계속 질주해 횡단보도에 서 있던 시민들과 BMW, 쏘나타 승용차를 추가로 들이받았다. 그리곤 교차로를 가로질러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 근처까지 와서야 속도를 줄이며 멈춰 섰다. 앞에 행인들이 있었지만 차량 속도가 줄어든 덕분에 재빨리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불과 몇 초 만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소방 등 당국에는 9시 27분에 사고가 처음 접수됐다. 인근 호프집에서 사고를 목격한 신모 씨(61)는 “천둥 소리가 나서 처음엔 비가 오는 줄 알았다. 놀라서 나가 보니 피 흘리는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 급발진 논란… 전문가 “운전자 부주의 가능성”현장에서 검거된 차 씨는 급발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목격자들은 “일반적인 급발진 사고와 달라 보였다”고 말했다. 목격자 정모 씨는 “시속 100km도 넘어 보이는 속도로 브레이크도 안 밟고 시민들을 친 것 같았다”며 “사고 이후엔 정상적으로 멈추더니 차에서 남녀가 내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운전자 부주의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사고 영상으로는 브레이크가 정상 작동을 하며 차가 멈췄던 것으로 보인다”며 “급발진보다는 운전 부주의로 보이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교통사고 전문 최충만 변호사는 “급발진 차량은 정면으로 가지 역주행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급발진의 경우 장애물에 막혀야 차가 멈춘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차가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해 차량은 두 달 전 경기 안산의 한 차량정비업체 종합검사 결과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사고 차량 자동차등록원부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2018년 5월 제조돼 2022년 6월과 올 5월 두 차례에 걸쳐 안산의 차량정비업체에서 검사를 받았다. 올해 5월 8일 종합검사를 진행한 A업체는 본보에 “(가해 차량에 대한)종합검사 당시 모든 항목에서 ‘양호’가 나왔다”고 밝혔다. 급발진 관련해선 “‘센서 진단’을 진행했는데 적합, 양호하다고 나왔다”고 설명했다.경찰은 2일 국과수에 가해 차량 감정을 의뢰했다. EDR 분석에는 통상 약 2개월이 소요되지만 경찰은 신속한 분석을 요청했다고 한다. 차 씨 부부가 차량에 타기 전 다투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일부 소문에 대해서 경찰은 “블랙박스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블랙박스에는 차 씨 부부가 운전 중 놀란 듯 ‘어, 어’ 하는 음성 등만 담겼다. 경찰은 차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할 계획이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서울지하철 3호선 선로를 점검하던 특수 차량에 장착된 리튬 배터리에서 불이 나 5시간 만에 진화됐다. 서울에만 이 같은 특수 차량이 총 33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를 계기로 소방청은 새로운 유형의 화재에 대응하기 위해 ‘소화기 등 인증기준 개선 실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1일 서울교통공사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42분경 도곡역∼대치역 구간 하행선 선로에 있던 특수 차량에서 불이 났다. 공사는 특수 차량이 이동하던 중 엔진룸에 있는 리튬 배터리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했다. 역무원은 즉시 신고했고 소방 당국은 인력 140명과 장비 37대를 동원해 오전 5시 48분경 특수 차량을 수서 차량기지로 견인했다. 선로에서 진화 작업을 하다가는 자칫 불길이 지하 공간에 더 번지거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 당국은 특수 차량에서 리튬 배터리를 뜯어낸 뒤 물을 채운 수조에 통째로 담가 불을 껐다. 호스로 물을 뿌려서는 리튬 배터리에 붙은 불을 끄기 어렵기 때문이다. 화재 발생 약 5시간 만인 오전 8시 42분경 불은 완전히 꺼졌다. 소방 관계자는 “리튬 배터리 화재는 열폭주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23명이 사망한 화성 공장 화재 역시 원인이 리튬 배터리였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리튬 배터리를 장착한 특수 차량은 서울에 총 33대다. 이 중 17대는 지하철 궤도 점검에, 나머지 16대는 지하철 전기 작업에 쓰인다. 공사는 리튬 배터리 화재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전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소방청은 TF를 만들어 소화기 인증기준 개선에 착수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현재 국제적으로 리튬 배터리 화재에 대한 별도의 소화기 인증 기준은 없다. 미국과 일부 국가만 금속화재 소화기(D급) 기준을 도입했다. 소방청은 “최근 배터리 산업의 발전 등으로 금속화재용 소화기 기준 마련 요구도 많아지는 만큼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해 인증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속화재 진화에는 마른 모래나 팽창질석 등을 쓰고 있다. TF는 리튬 배터리 화재 진압용 소화기의 성능, 시험 방법 등을 포함한 KFI 인증 기준을 만들 방침이다. 이르면 이달 내 마그네슘 소화기 인증 기준을 개선하고, 금속화재 소화기(D급) 형식 승인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사거리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해 최소 9명이 숨지는 등 1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검거된 68세 남성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27분경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68세 남성이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이 과속으로 역주행해 인도를 걸어가던 보행자 여러 명과 도로 위에 있던 차들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소방당국은 오후 11시 30분 기준으로 사망자 9명, 중상 1명(가해 차량 운전자), 경상 3명 등 총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 운전자의 신병을 확보한 가운데, 가해 운전자는 ‘급발진’이 원인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경기 안산의 한 여객운송업체 소속 버스운전사로 알려진 가운데, 사고 직후 갈비뼈에 통증을 호소해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 현장 목격자는 “숭례문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운전 중에 신호를 대기하고 있었는데 오른쪽(세종대로18길 방향)에서 검은색 제네시스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역주행했다”며 “인도에 있는 사람 10여 명을 치고 나서도 브레이크를 안 밟은 것처럼 속도를 줄이지 않고 사거리 방향으로 내달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에 따르면 오후 9시 50분경 시청역 7번 출구 앞에서 119 구급대가 들것에 사상자들을 실어 이송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현장에서 목격된 가해 차량은 운전석과 바로 뒤 좌석이 심하게 파손된 모습이었다. 운전석에는 터진 에어백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천이 매달려 있었다. 경찰은 해당 운전자의 음주운전 및 마약 복용 여부 등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후 10시 37분경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피해자 구조 및 치료에 총력을 다하라”고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긴급 지시했다. 68세 운전차량 인도 돌진… 보행신호 기다리던 시민들 덮쳐서울광장앞 교통사고 9명 사망교차로 한복판-횡단보도-차도 등피해자들 여기저기 쓰러져 아수라장목격자 “천둥소리 같은 굉음 들려”1일 오후 9시 26분경 대형 교통사고로 최소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일대는 소방차와 구급차, 인근을 통행하다가 멈춰 선 차량들로 마비됐다. 오후 9시 반경 본보 기자가 찾은 사고 현장에는 사상자 10여 명이 인도와 도로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었다. 시청역 교차로를 지나는 횡단보도에 약 6명이 쓰러져 있었고, 교차로 한복판에는 사고 차량에 치여 튕겨나간 것으로 보이는 사상자 2, 3명이 쓰러져 있었다. 인근 도로에도 사상자 3, 4명이 쓰러져 있었다. 본보가 확보한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에는 인도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서 있던 시민 11명을 가해 차량이 들이받는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 다른 CCTV 장면에는 가해 차량이 약 50m를 역주행해 오토바이 2대를 들이받고 그 충격으로 오토바이가 인근의 가게로 날아가는 순간이 담겼다. 사고 직후 오후 10시 40분경 소방당국은 중상을 입은 가해 차량 운전자를 포함해 최소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사상자 중 남성이 12명, 여성이 1명이었다. 소방당국과 목격자 등에 따르면 사고 직후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G80 차량에서 68세 남성 A 씨와 여성 한 명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자에게 음주 측정을 실시했으나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가해 차량에 동승했던 여성은 현장에서 본보 기자를 만나 자신이 가해자의 아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에게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차가 막 여기저기 다 부딪혀서 저도 죽는 줄 알았다”며 “남편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왼쪽 갈비뼈 부근이 아프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은 음주를 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경찰이 바로 측정했다”며 “남편 직업이 버스 운전사라 매일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다”고 말했다. 또 “남편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 시내버스를 운전해왔다”며 “착실한 버스 운전사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갑자기 급발진하면서 역주행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는 소방차와 경찰차, 응급차 등이 계속 몰려오고 구급대원들이 사상자들을 긴급히 실어 나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구급대원들은 사상자 중 쓰러져 있던 7명에 대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다. 참사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한 시민들은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사고 수습 과정을 지켜봤다. 현장 목격자 김모 씨는 “가해 차량이 갑자기 인도로 달려오며 오토바이 2대와 시민들을 덮쳤다”며 “충돌 당시 순간 천둥 소리 같은 굉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고령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최근 잇달았던 노인 운전자 사고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4월 22일 경기 성남시 판교노인종합복지관 주차장에서는 90세 고령 운전자 박모 씨가 몰던 차량이 복지관을 찾은 노인 4명을 덮쳐 1명이 숨졌다. 2021년 9월에는 60대 운전자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의 횡단보도에서 자신이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행인들을 치어 6세 여자아이 1명과 아이 엄마 등 총 6명이 다쳤다. 행정안전부는 현장상황관리관을 사고 현장에 보내 사고 수습을 지원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을 총동원해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정부가 오토바이 등 이륜차 번호판 크기를 키우고, 후면 번호판도 단속하는 등 이륜차 사고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이륜차 앞쪽에 번호판을 다는 방안은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어 전문가들은 “이륜차 앞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경찰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륜차 후면 번호판 규격 및 문자 크기를 확대하기로 하고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을 9월 개정할 계획이다. 또 후면 번호판 무인단속장비를 지난해 342대에서 올해 529대로 확대하기로했다. 이륜차에 대한 단속 확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인공지능(AI) 활용 첨단 무인단속카메라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이륜차 사고의 치사율이 높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오토바이 등 이륜차 사고 관련 사망자가 392명으로 전체 자동차 사고 사망자 2551명의 15.4%에 이른다”며 “등록된 이륜차 대수에 비하면 일반 자동차 사고에 비해 사망자 수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이 2018∼2022년 교통사고 기록을 분석한 결과 사고 시 사망에 이르는 비율은 이륜차(2.5%)가 일반 자동차 등 사륜차(1.4%)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공단이 2022년 이륜차 교통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과속으로 인한 이륜차 사고의 치사율은 14%에 달했다. 이륜차가 과속할 경우 사고에 대처할 시간이 짧아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으로는 이륜차 과속 및 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앞번호판 부착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명찰 효과’를 통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단속 카메라는 앞번호판만 인식하도록 설계돼 있다 보니 이륜차의 뒷번호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며 “(앞번호판이 도입될 경우) 단속 효율도 올라가고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명찰 효과’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대신 일정 배기량 이하의 오토바이부터 앞번호판 부착을 시행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전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하거나 안전교육을 받은 이륜 차주에 대해 보험료 할인 등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은 올 4월 발간한 ‘이륜차 안전 제고를 위한 기술 개발과 보험 적용’ 보고서에서 “정부와 보험회사 차원에서 조향장치 감지 기술 등 안전기술을 적용한 이륜차나 정부의 안전교육 과정을 이수한 운전자들에게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 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
충북 옥천군 옥천읍 마암리 과선교 사거리에서 지난달 두 명의 여중생이 함께 탑승하고 있던 전동 킥보드와 자동차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여중생 한 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창원시에서도 전동 킥보드를 함께 타던 고등학생 2명이 차에 치였는데 이 중 1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이용이 늘면서 이처럼 관련 사고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안전장비 미착용, 무면허 운전, 2인 이상 탑승 등 현행 도로교통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인명 피해가 늘고 있는 것이다.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PM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근 인공지능(AI) 동작 감지기(모션 센서)를 활용하는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구조를 요청하는 방식 등이다. 전문가들은 “사고를 줄이려면 PM 법정 최고 속도를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폭증하는 PM 사고, 보험은 사각지대 경찰청에 따르면 PM 사고는 2021년 1735건, 2022년 2386건, 지난해 2389건으로 매년 늘었다. 2018년 사고 건수가 225건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5년 새 1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연령대별로 10대의 사고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동아일보가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PM 연령대별 사고·사망·부상 현황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이 무면허로 전동 킥보드를 주행하다 적발된 사례는 2021년 3531건이었다. 이어 2022년 1만3365건, 지난해 2만68건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10대 이용자가 일으킨 사고 건수 역시 같은 기간 549건에서 1032건, 1021건으로 증가 추세다. 10대는 원동기 면허 등을 취득할 수 없는 연령대라서 사실상 대부분 무면허 운전자다. 경찰 등 정부 기관이 국내에서 운행하는 PM이 몇 대가 있는지 공식 통계조차 집계하지 못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전동 킥보드 등을 공유하는 서비스는 자유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어 별도 집계가 안 되고 있다. 또 개인이 구입하는 전동 킥보드는 공식 번호판을 발급받지 않기 때문에 몇 대가 판매되었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사고가 폭증했지만 PM 이용자들은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자동차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 PM을 자동차로 규정하지 않아 보험 가입 의무에서 제외하고 있다. 전동 킥보드 대여업체가 보험사 간 맺은 단체보험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기기 고장에 따른 이용자 피해만 보상해 주는 형태다.● “AI 모션 센서로 사고 위험 감지” 업계에서는 AI 모션 센서를 PM에 탑재해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최근 모빌리티 안전관리 서비스 스타트업이 개발한 안전관리 시스템 ‘라이더로그’가 대표적이다. 라이더로그는 PM에 탑재된 AI 모션 센서로 이동장치의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고 시 구조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사고 처리를 돕는다. 실제로 사고 상황을 가정해 라이더로그가 부착된 PM을 일부러 세게 넘어뜨리자 약 90초 만에 모니터링하는 곳으로 알림이 왔다. 해당 기술을 개발한 김경목 별따러가자 공동대표는 “전동 킥보드에 충격이 발생하면 AI가 사고 여부를 판단해 본사에 알린다”며 “충격량, 속도, PM의 방향 등 데이터를 종합해서 사고 여부를 판단한다. 90초 이내에 다시 일어나거나 운행을 시작하면 가벼운 사고라고 판단해 사고 접수를 취소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본사 모니터링 시스템에는 실제 발생한 5건의 사고 발생 내용이 해당 PM의 이동 경로에 따라 표시돼 있었다. 구간별 주행 속도와 급가속, 과속 여부 등 세부 데이터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모션 센서 기술은 현재 상용화 초기 단계지만 향후 PM은 물론 이륜차 위험운전 관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지방에서 트랙터나 경운기 등에도 부착해 고령 운전자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M 속도 상한 낮춰야” 전문가들은 현재 시속 25km로 설정된 PM 제한 속도를 낮춰야 중대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22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PM 관련 실험을 진행한 결과, PM 속력을 시속 25km에서 20km로 낮추면 정지거리가 26%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정지거리는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다 전방의 돌발 상황을 인지한 지점부터 멈출 때까지 주행한 거리를 가리킨다. 시속 25km일 때 정지거리는 약 7m, 20km는 5.2m였고, 10km는 2.4m로 급감했다. 지방자치단체는 현재 25km인 제한 속도를 20km로 낮추는 도로교통법 개정을 앞다퉈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고 있다. 공유 서비스 업체인 ‘스윙’은 자체적으로 최고 속도를 시속 20km로 낮췄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전동 킥보드는 이용자가 서 있는 상태로 타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높고, 바퀴가 작기 때문에 사고 위험성이 높다”며 “최고 속도를 하향하고 사고 위험이 큰 야간 시간대에는 추가로 속도를 제한해 운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 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8일 오전 4시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를 탑승해 새벽을 여는 시민들을 만났다.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는 올 10월부터 정식 운영될 예정이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종로4가 광장시장 중앙정류소부터 충정로역까지 자율주행버스에 탑승해 미화원과 경비원 등 새벽 근로자 4명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이른 새벽과 밤늦은 출퇴근길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고 대중교통 사각지대도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탑승은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의 정식 운행, 노선 확대 등에 앞서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시는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 1호로 동북권과 서남권을 아우르는 도봉산역~영등포역 구간을 선정했다. 버스는 10월부터 해당 구간 약 25.7km를 오갈 예정이며, 시내버스 첫차보다 최대 30분 빠른 오전 3시 30분경 출발해 새벽 근로자의 출근길을 밝힌다. 이날 버스에 탑승한 이혜식 씨는 “개인회사에서 청소반장으로 일하고 있어 매일 새벽마다 동대문에서 충정로까지 버스를 타고 있다”며 “오늘 자율주행버스를 타보니 승차감이 비교적 안정적이라 앞으로도 계속 이용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는 지하철역과 거리가 먼 교통소외지역, 서울 출퇴근길이 불편한 수도권 지역 등으로도 ‘지역맞춤 자율주행버스’를 확대해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지역맞춤 자율주행버스란 지하철역과 거리가 멀어 대중교통 접근이 불편하거나 어르신 등 교통약자가 높은 언덕길을 올라야 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골목골목 투입할 수 있는 중소형 버스다. 시는 내년 3개 지역 시범 도입을 시작으로 26년부터 10개 이상 지역으로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버스 운전기사 분들도 꺼리는 이른 새벽 시간에 출근해야 하는 근로자분들이 (버스가 없어 택시를 타고 출근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자율주행버스가 이른 시간 새벽을 여는 분들의 출근길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말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다음 달부터 장기 입원 중인 환자가 서울 어디에 살든 집에 있으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외래 진료가 가능한 장기 입원 환자가 집에서 돌봄, 식사 등을 한번에 제공받으며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일부 자치구에서 시범 운영해온 ‘재가 의료급여’ 사업을 7월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다고 27일 밝혔다. 재가 의료급여란 환자가 집에서 머물며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료, 돌봄, 식사, 이동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다만 장기 입원 중인 환자 중에서도 의료적 필요도가 낮고 퇴원 후 안정적인 주거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지원한다. 돌봄 서비스는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를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장애인활동지원, 가사간병서비스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면 관련 기관과 연계해 지원한다. 의료 및 돌봄뿐만 아니라 도배·장판, 단열, 소독·방역, 냉난방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연간 200만 원 내에서 지원한다. 재가 의료급여 사업은 환자의 건강 수준, 생활 실태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퇴원 시부터 1년까지 제공되며, 필요할 경우엔 대상자 평가를 통해 추가로 1년 연장할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관할 내 의료급여 수급자 중 장기 입원자는 이달 기준 1만여 명이며, 이 중 올 하반기 월평균 200여 명을 지원한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서울 동작구는 지난해 7월부터 장기 입원 의료급여 수급자 300여 명 중 12명의 대상자를 발굴했다. 사업을 제공한 결과 참여자의 80%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보건복지부와 보완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한 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서울 광화문광장이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과 같은 국가상징공간으로 탈바꿈한다. 2026년까지 100m 높이의 게양대와 초대형 태극기(사진), 애국을 상징하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광화문광장에 들어선다. 서울시는 미국 워싱턴의 워싱턴기념탑(모뉴먼트),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과 같이 역사와 문화가 깃든 국가상징공간을 광화문광장에 조성한다고 25일 밝혔다. 광화문광장이 경복궁과 마주하고 있고, 매년 2000만 명이 넘는 서울 시민과 전 세계 관광객이 찾는 장소라는 걸 고려해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광화문광장에는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가 설치된다. 게양대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가로 21m, 세로 14m 크기의 태극기가 특수 제작돼 걸릴 예정이다. 게양대 하부 15m가량을 빛기둥과 미디어 아트로 제작해 국가 행사 등이 있을 때마다 홍보물을 상시 전시한다. 김승원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주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외교부청사가 92m 높이인 점을 고려해 멀리서도 눈에 띄도록 100m 높이로 지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게양대 앞에는 애국과 불멸을 상징하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설치된다. 올림픽 성화 같은 형태의 실제 불꽃 형태로 조성할지, 조명 방식으로 설치할지 국가보훈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국가상징공간은 현재 광화문광장 내에 있는 세종로공원 옆 부지에 2026년 2월경 들어설 예정이다. 세종로공원은 야외 레스토랑과 휴게소 등을 갖춘 녹지공간으로 같은 해 11월까지 탈바꿈한다. 이미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화문광장에 국가주의적 조형물을 추가로 조성하는 방안에 대한 반대 의견도 나왔다. 문화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지나친 애국주의를 추구하는 시대착오적 조치”라고 밝혔다. 광복 70주년이던 2015년에도 국가보훈처가 광화문광장에 태극기 설치를 추진했지만, 서울시 시민위원회가 반대해 무산됐다. 서울시는 “기존 동상 위치를 고려해 위치를 잡았고 미디어 작품으로서 기능할 수 있어 동상과는 다른 성격의 시설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