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사교육비 증가) 문제의 원흉이자 본체인 상대평가 대입 경쟁 체제를 바꿔야 한다.” 지난달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도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능을 절대평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생들을 줄 세우는 대입 체제가 유지되는 한 사교육 의존을 낮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128개 시민단체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 등은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 수능은 명백한 고난도 불수능이었다”며 “사교육 시장은 불수능 맹위에 물을 만난 듯 일찍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사교육비 상승세의 근본 원인은 킬러 문항이 아니라 대입 상대평가 체제”라며 “이러한 상황은 정부가 핀셋으로 킬러 문항 몇 개를 덜어낸다고 할지라도 상대평가 수능에서는 0.0001점이라도 높이기 위한 출혈적 사교육이 확대될 수밖에 없음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육·시민단체들은 10월 교육부가 내신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내용의 2028 대입 개편 시안을 발표하자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 “내신·수능의 절대평가 도입을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이른바 상대평가 금지 법안인 초중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도 촉구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재건축 초과이익을 8000만 원(기존 3000만 원)까지 면제하고 1주택 장기보유자의 부담금 감경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법 개정안 등 안건 147건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의 안전 관리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지우는 이른바 ‘이태원 참사 재발 방지법(재난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도 이날 의결됐다. 4시간여 만에 147건을 처리하면서 투표 시작 후 가결 선포까지 30초도 걸리지 않은 안건이 대다수였다. 자리를 비우는 의원이 많아지자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표결이 안 되면 큰일 나니까 의원님들은 자리를 비우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법 개정안과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불리는 노후 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 도시재정비촉진 특별법 개정안 등 재건축·재개발을 지원하는 법안을 일괄 처리했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은 1기 신도시의 아파트 용적률을 높이고 안전진단을 면제하는 등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이다. 교육 관련 법안도 통과했다. 교육부가 관리하는 유치원과 복지부가 담당하는 어린이집을 교육부 산하 통합 체계로 일원화하는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일원화)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다. 취업 후 학자금 대출 상환 면제 대상을 중위소득 100%(4인 가구 월 소득 540만 원) 이하 대학생으로 확대하고 등록금 대출 구간과 근로장학금 지원 구간을 현행 8구간(4인 가구 월 소득 1080만 원)에서 9구간(4인 가구 월 소득 1620만 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 등이다. 교원 보호를 위한 아동학대범죄처벌 개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경제·산업 지원법도 처리됐다. 10월 일몰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2026년까지 3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제정안 등이 의결됐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술을 부당하게 탈취했을 때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 배상을 하게 하는 내용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이날 통과된 이태원 방지법은 다수 대중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축제 가운데 주최자가 없거나 불분명한 경우 관할 지자체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처럼 식품에 마약 관련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할 수 있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도 통과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에 호소하는 법안들도 처리됐다.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안과 전북자치도특별법 개정안,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 종합 관리 용역 발주 근거를 마련하는 등의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개정안 등이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2024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의대 합격선(표준점수 기준)이 지난해보다 8∼17점 오를 것이라는 입시업체들의 예측이 나왔다. 올해 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으로 출제돼 수험생의 표준점수가 크게 오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표준점수는 개인 점수와 전체 응시생 평균의 차이를 보여주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전체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라간다. 어려운 시험을 다른 학생들보다 잘 보면 점수를 더 주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시험이 어려울수록 표준점수 합격선은 높아진다. 8일 입시업계는 국어, 수학, 탐구 3영역 표준점수를 더한 서울대 의대 합격선을 428∼434점으로 예측했다. 지난해보다 11∼17점 높다. 연세대 의대는 426∼431점으로 10∼15점, 고려대 의대는 423∼428점으로 8∼13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418점,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398∼406점이다. 인문계에선 서울대 경영대가 406∼411점으로 3∼8점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세대 경영 402∼403점, 고려대 경영 395∼403점, 서강대 경영 388∼394점 등이다. 입시업계는 최상위권의 변별력이 높아져 소신 지원 경향이 뚜렷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과생의 인문계열 교차지원도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수학 선택과목에서 이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미적분(148점)과 문과생이 다수인 확률과 통계(137점)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지난해 3점에서 올해 11점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과 상위권 학생들이 인문계열에 지원하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N수생 등 졸업생에게 밀린 고3 현역의 고전도 예상된다. 새로운 유형의 킬러(초고난도) 문항, 대거 늘어난 준킬러 문항을 처음 접한 이들 중 상당수는 벌써 재수를 고려하고 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학생들이 사교육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전까지는 사교육 의존도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수능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은 수험생은 대구 경신고를 졸업한 이동건 씨(449점)로 확인됐다. 이 씨는 생명과학Ⅱ에서 한 문항을 틀렸지만,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은 선택과목을 골랐기 때문에 전 과목 만점자(435점)인 유리아 씨(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 졸업생)보다 점수가 높았다. 이 씨와 유 씨는 모두 서울 강남의 대형 입시학원 시대인재에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원은 6월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초고난도) 문항’ 배제 지시 이후 정부의 사교육 카르텔 조사 때 압수수색과 세무조사를 당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재건축 초과이익을 8000만 원(기존 3000만 원)까지 면제하고 1주택 장기보유자의 부담금 감경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법 개정안 등 안건 147건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의 안전 관리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지우는 이른바 ‘이태원 참사 재발 방지법(재난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도 이날 의결됐다.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법 개정안과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불리는 노후 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 도시재정비촉진 특별법 개정안 등 재건축·재개발을 지원하는 법안을 일괄 처리했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은 1기 신도시의 아파트 용적률을 높이고 안전진단을 면제하는 등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이다. 도시재정비촉진 특별법 개정안은 낙후된 원도심 재정비를 위해 재개발 지구의 최소 면적을 완화하고 건축규제의 완화 특례를 확대했다.교육 관련 법안도 통과했다. 교육부가 관리하는 유치원과 복지부가 담당하는 어린이집을 교육부 산하 통합체계로 일원화하는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일원화)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다. 취업 후 학자금 대출 상환 면제 대상을 중위소득 100%(4인가구 월 소득 540만 원) 이하 대학생으로 확대하고 등록금 대출 구간과 근로장학금 지원 구간을 현행 8구간(4인 가구 월 소득 1080만 원)에서 9구간(4인가구 월 소득 1620만 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 등이다. 교원 보호를 위한 아동학대범죄처벌 개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경제·산업 지원법도 처리됐다. 10월 일몰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제도)를 2026년까지 3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제정안 등이 의결됐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술을 부당하게 탈취했을 때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게 하는 내용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개정안도처리됐다. 이날 통과된 이태원 방지법은 다수 대중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축제 가운데 주최자가 없거나 불분명한 경우 관할 지자체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처럼 식품에 마약 관련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할 수 있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도 통과됐다.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에 호소하는 법안들도 처리됐다. 충북 지역의 자립 발전기반을 지원하는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안과 전북도에 글로벌 ‘생명경제도시’를 위한 종합계획 수립 권한 등 중앙정부 권한 일부를 부여하는 전북자치도특별법 개정안,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 종합 관리 용역 발주 근거를 마련하는 등의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개정안 등이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영유아 교육(유치원)은 교육부, 보육(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로 나뉘어 있던 정부 업무 체계가 내년 6월부터 교육부로 통합된다.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개정안은 복지부의 영유아 보육 업무를 교육부로 이관해 영유아 보육과 교육 주관 부처를 교육부로 단일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미취학 아동이 다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운영 업무의 주무 부처는 복지부와 교육부로 나뉘어져있다. 어린이집 운영 감독은 지방자체단체와 복지부가 하지만 유치원은 교육청과 교육부가 관리 감독을 해왔다. 보육과 교육을 담당하는 부처가 다르다 보니 연속성있는 돌봄과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개정안 통과로 영유아 보육, 교육 사무를 담당하는 부처를 교육부로 일원화하는 유보통합 추진의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교육부는 행정안전부와, 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안정적으로 업무 이관을 추진하기 위해 인력과 조직 등 개편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은 정부의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 6월 말부터 시행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내년 3월부터 교장이나 교육지원청장이 학교 폭력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조치를 미루거나 이행하지 않으면 피해 학생과 학부모가 이를 교육감한테 신고할 수 있다. 신고를 받은 교육감은 지체없이 사실 관계 조사에 나서야 한다. 8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교육장이나 학교장이 학폭 심의에서 결정된 가해 학생에 대한 징계·조치를 미루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현행법상 교육장은 학폭 조치를 14일 이내 이행하고, 학교장은 이에 협조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장이나 학교장이 이 기한을 어겨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없었다.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가 지연되면 피해 학생이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초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에 지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의 경우 강제 전학 처분을 받고도 1년 가까이 자신이 학폭을 저지른 학교에 다녔다.개정안에는 피해 학생과 학부모가 학폭 심의 진행 상황을 통지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도 담겼다. 교육장은 앞으로 학폭 심의 회의가 열리는 날짜와 장소, 안건, 회의 결과를 학생, 학부모에게 통지해야 한다. 개정안은 내년 3월 1일부터 시행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역대급 불수능이었다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전 과목 만점을 받은 주인공은 용인 한국외대부설고를 졸업한 여자 재수생인 것으로 7일 드러났다. 고3 재학생 중에서는 만점자가 나오지 않았다. 교육계에 따르면 올 수능의 만점자는 단 1명이다. 과학탐구를 응시한 자연계 지원자인 이 학생은 국어(언어와매체), 수학(미적분), 생물Ⅰ, 지구과학Ⅰ에서 만점을 받았다. 절대평가인 영어와 한국사에서도 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아 1등급을 받았다. 불수능 만점자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의대에는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의예과는 수능 응시 영역 기준으로 과학탐구 영역에서 ‘물리’ 또는 ‘화학’ 중 1과목을 반드시 응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의대 진학을 희망하지만 과탐 선택 과목으로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을 응시했다. 서울대 의대 정시 지원 자격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만점자가 서울대 의대까지는 기대하지 않아서 지난해 선택했던 과목 그대로 공부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서울 강남의 유명 입시학원을 다니며 입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 한국외대부설고 측은 “최근 10년간 수능 만점자를 10명, 수능 도입 후로는 총 16명을 배출했다”고 밝혔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정부가 ‘킬러(초고난도) 문항’을 없애기로 한 뒤 처음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 영역의 체감 난도가 모두 지난해보다 높아 역대급 ‘불수능’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출제 당국은 ‘킬러 문항’ 대신에 다양한 유형의 고난도 문항이 출제돼 상위권의 변별력을 높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수험생을 괴롭히는 킬러 문항이 출제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16일 실시된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150점, 수학 148점으로 국어가 2점 높았다. 지난해는 국어 134점, 수학 145점으로 수학이 11점 더 높았다. 특히 국어는 평이했던 지난해보다 체감 난도가 크게 올랐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2019년(150점)과 함께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후 가장 높았다. 표준점수는 개인 점수가 전체 응시생 평균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라간다. 통상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 이상이면 어려웠다고 입시업계는 평가한다.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영어의 경우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은 전체 응시생 중 4.71%(2만843명)로, 지난해 7.83%(3만4830명)보다 1만3987명이 줄었다.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입시업계에선 지난해보다 국어와 영어 점수가 대입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수학의 비중은 작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탈락하는 수험생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교육계에선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이 올 수능의 수험생 체감 난도를 높였다고 분석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6월 “수능에서 교육과정 밖의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수험생들은 이를 ‘쉬운 수능’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별력 확보를 위해 킬러 문항 못지않은 고난도 문항이 출제되고, 정답과 헷갈리는 선택지가 배치되자 당황한 수험생이 많았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어렵다는 평가가 있지만 킬러 문항 배제만으로도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계기는 마련됐다”고 말했다. 역대급 불수능에 전 영역 만점자는 1명에 그쳤다. 용인외대부고를 졸업한 여학생으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과학 2과목을 선택한 자연계열 지망생이다. 수능 만점자는 2014학년도 33명까지 나온 적도 있지만 문·이과 통합수능이 도입된 2022학년도는 1명, 지난해는 3명에 그쳤다.수학 22번 문항 등 논란 여전‘킬러 문항’ 정의 자체가 모호일부선 “불수능에 사교육 심화” 지난달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해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7일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도 최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여전히 ‘킬러 문항이 출제됐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역대급 ‘불수능’에 사교육 의존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이날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발표와 함께 이례적으로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교육부는 킬러 문항 논란을 일으킨 수학 영역 22번 문항에 대해 “시민단체가 제시한 근거는 의도적으로 교육과정 외, 대학 교재에서 발췌한 것”이라며 “하지만 본 문항은 대학 과정의 해석 능력이 필요하지 않고, 교육과정 내에서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4학년도 수능 수학 영역 46개 문항 중 6개(13.04%) 문항이 고교 교과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 출제된 것으로 판정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학 22번 문항의 경우 “함수부등식은 대학 교재에서 나오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교사와 수험생도 “킬러 문항이 많은 불수능이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소속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힘들어 하면 킬러 문항”이라며 “킬러가 제거됐는데도 전국에서 국어 만점자가 64명밖에 안 나왔다면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단 얘기”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처음부터 킬러 문항에 대한 정의가 모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6월 킬러 문항 예시로 과도하게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개념이 한 문제에 들어간 경우를 뽑았다. 이 기준대로 평가원은 현장 교사 25명(수능출제점검위원회)이 수능 전 킬러 문항이 없는 것을 확인했고, 이달 5일에도 평가자문위원회를 열어 점검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교육당국은 성취 기준 등 각종 요소를 결합해 킬러 문항을 정의했지만 수험생들은 풀기 어려우면 무조건적으로 킬러 문항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킬러 문항 유무보다 사교육 감소 효과를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부 주장대로 최상위권 변별력은 확보했더라도, 대통령이 6월 킬러 문항 배제를 지시한 목적인 ‘사교육 의존도 낮추기’는 실패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있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킬러 문항이 있었냐, 없었냐는 차치하고 정부가 킬러 문항 배제 원칙을 만든 목적은 사교육비 경감인데, 수능이 어려워 학원 등록 문의는 예년보다 많다”고 전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내년 3월부터 현직 교사 대신 수사 경력이 있는 퇴직 경찰이나 생활지도부장 등의 경험이 있는 퇴직 교사가 학교 폭력(학폭)을 조사한다. 학교전담경찰관(SPO)도 앞으로 학폭 조사를 자문하고 학폭 심의에도 참여한다. 교사들의 가중된 업무를 줄이고 학폭 사안 심의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교사 대신 전직 수사관 등이 학폭 조사 교육부는 행정안전부·경찰청과 함께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제도 개선 및 SPO 역할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에 교사가 해 온 학폭 업무를 수사 및 조사, 학생 선도 경력 등 전문성 있는 외부 인력에게 이관하는 것이 이번 방안의 핵심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현장 교원과의 간담회에서 학폭 업무를 외부로 이관해 달라는 교사들의 요청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당시 “학폭 발생 시 교사는 (피해, 가해 학생) 학부모 사이에서 재판관 역할을 하기 힘들다”며 교육부에 경찰청과 협의해 SPO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교사들은 “학폭 사안 조사 및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지나쳐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호소해 왔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국 177개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제로센터를 신설하고, 내년 안에 학폭전담조사관 2700여 명을 위촉한다. 이들 조사관은 퇴직 경찰이나 생활지도 경력의 퇴직 교사 중에서 뽑는다. 지난해 발생한 학폭 건수가 6만2052건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교육지원청별로 15명의 조사관을 두고, 1명당 매월 2개 학폭 사건을 담당한다. 조사관이 학교로 직접 찾아가 피해, 가해 학생을 조사한 뒤 이를 각 교육지원청 학교폭력제로센터에서 주최하는 ‘학교폭력 사례회의’에 보고한다. 센터장은 이 회의를 거쳐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요청한다. 회의에는 조사관과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반드시 참여하고, 사안의 경중에 따라 해당 학교 교사도 참여할 수 있다. 기존에는 교내 학폭 전담기구 소속 교사의 조사를 거쳐 교육지원청에 학폭 심의를 요청했다. 앞으로는 심의 전 단계에서 학폭 사건 조사의 공정성, 객관성 등을 검토하는 절차가 추가된다. 다만 학폭 책임교사의 역할이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교사는 사안 조사 대신 피해, 가해 학생의 화해나 피해 학생의 회복을 돕는 업무에 집중한다.● SPO, 학폭 심의에 의무 참여 학폭 사안 처리 과정에서 SPO의 역할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학폭 예방, 가해 학생 선도, 피해 학생 보호를 맡았다. 앞으로는 조사관이 학폭 사건을 초동 조사해 SPO에 공유하면, 보완 조사 여부 등을 자문한다. 학폭 사안 처리의 마지막 단계인 학폭 심의에도 SPO를 의무적으로 참석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심의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동안 학부모들은 학폭 심의 결과를 두고 공정성, 형평성 등 문제를 제기해 왔다. 경찰청은 이를 위해 현재 1022명인 SPO를 105명 늘린다. 1127명의 SPO는 각각 10개 학교를 담당한다. 소식을 접한 교원단체들은 학폭 전담 조사관 제도 운영을 환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교사들이 부담을 덜고 교육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조사관의 전문성, 책무성이 담보될 구체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조사 단계에서 각종 학부모 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 등의 교권 피해가 감소할 것”이라며 반겼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련 과목을 담당하는 전국 고등학교 교사의 75.5%는 지난달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에서 ‘킬러(초고난도) 문항’이 제거되지 않았다고 봤다. 올 수능의 EBS 연계율이 50%이상이라고 생각하는 교사들 비율도 절반에 못미쳤다.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중·고교 교사 4127명을 대상으로 수능 운영 제도와 관련해 설문한 결과를 5일 공개했다. 교육부는 이번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 제거됐다고 밝혔지만 현장 교사들의 체감도는 낮았다.이번 조사 결과 올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한 2278명 중 75.5%(1720명)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10명 중 8명 꼴이다. ‘그렇다’는 응답은 24.5%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6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사교육에 의존해야 풀 수 있는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올 수능이 EBS에서 50%이상 연계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6.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53.6%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교사들 대부분 수능 접수와 시험 감독 및 운영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99.3%는 수능 감독 및 운영 업무의 고충이 크다고 답했다. 특히 수능 원서 접수 방식을 온라인으로 개선해야한다는 응답 비율은 96.6%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서울의 한 초등학교 고학년인 A 군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A 군은 담임 교사의 권유로 난독 여부를 판별하는 검사를 받은 뒤 ‘경계선 지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계선 지능은 지능지수(IQ)가 71∼84로 지적장애(70 이하) 수준을 웃돌지만, 집중력 등이 떨어져 학습 부진을 겪는다.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부터 A 군처럼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각각 난독, 경계선 장애 지원 대상으로 선정해 언어발달 치료를 지원해 왔다. 조기에 지원하면 치료를 받고 학습 기능이 향상될 수 있어서다. 그런데 A 군은 올해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교사가 경계선 지능이 아니라 난독 의심으로 검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관할 교육지원청에서는 “경계선 지능 지원 신청 절차가 이미 마감됐으니, 6개월 후에 다시 지원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A 군 부모는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검사를 마쳤는데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난독과 경계선 지능 모두 회당 6만 원 상당인 언어·발달 치료가 6개월간 36차례씩, 최대 4번까지 지원된다. 두 가지 장애 모두 지원 시기는 비슷하나 선정 절차는 따로 진행된다. 중복 지원, 변경도 불가능하다. 문제는 난독과 경계선 지능의 증상이 매우 비슷해서 전문가가 아닌 이상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검사 신청서는 교사가 제출할 수 있는데, 처음부터 교사가 이를 잘 구별해 지원하기는 어렵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자칫 학생과 맞지 않는 장애 검사를 권유했다가 학생이 치료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기라도 하면 학부모로부터 원망을 들을까 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난독증을 겪어 시교육청의 지원을 받는 학생은 올 10월 말 기준으로 958명이다. 경계선 지능 치료 지원을 받는 학생은 같은 시기 기준으로 739명이다. 최근 3년새 6∼8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비대면 수업이 늘면서 일부 학생들이 언어 습득 지연을 겪는 일이 많아졌다. 시교육청의 올해 난독 및 경계선 지능 치료 지원 예산은 약 25억 원이다. 지원 대상에 선정되면 인당 최대 800여만 원에 상당하는 치료 혜택을 받는다. 자비로 치료하기가 어려운 가정 등에서는 이 사업에 자녀가 선정되기만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한 전문치료기관 관계자는 “교사가 의사도 아니고 정확한 병명을 처음부터 가려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차라리 신청 주체를 학부모까지 넓혀서 자발적으로 신청하도록 바꾸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경북 영주시는 내륙이지만 교통이 좋아 ‘육상 양식’에 최적화된 도시입니다.”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국내 도시 중 한 곳인 영주에서 스마트 양식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 있다. 수산생명의학을 전공한 김민수 대표가 세운 한국수산기술연구원(KOF)이다. 김 대표는 수산자원연구소와 해양자원연구소 등에서 근무하며 20년간 고민한 끝에 육지에서 새우를 양식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육지에 양식장을 지어 최대한 바닷물과 유사한 수질을 구현하고 수질 정화, 모니터링, 질병 예방 등 수산 양식의 각 단계를 첨단 기술을 도입해 관리한다. 이 같은 스마트 양식은 구체적인 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좀 더 정확한 첨단 양식 방법으로 양식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다. 김 대표는 28일 “육상 양식은 바닷물의 해양오염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주에 첨단 새우 양식장 건립 추진KOF는 영주를 살리기 위해 SK머티리얼즈가 유치한 소셜벤처들 중 한 곳이다. 소셜벤처란 이윤 추구와 동시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방점을 둔 기업이나 조직을 말한다. SK머티리얼즈는 자회사인 SK스페셜티(특수가스 제조·판매)의 공장이 있는 영주에서 ‘STAXX’라는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주가 살아야 이곳에 기반을 둔 기업도 제대로 활동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함께 성장해 나가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다. 영주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10만749명. 인구 수가 10만 명 아래로 떨어질 위험에 처한 상황이다. STAXX 프로젝트는 이 지역의 △경제 활성화 △외부 관광객 유치 △원도심 노후화 및 공동화 문제 해결 등을 목표로 10개의 소셜벤처를 발굴·육성한다. 마침 스마트 아쿠아팜을 세우기 적합한 장소를 물색하던 KOF는 영주를 택했다. 고속철도(KTX)가 있어 교통 이용이 용이한 데다 STAXX의 지원을 받으며 동시에 영주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KOF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영주에 양식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양식장이 생기면 인근의 풍기인삼 농가와 협업해 사료 원료를 조달받을 계획이다. 직원 10명은 영주로 이주해 근무한다. 작지만 인구 유입 효과도 창출하는 셈이다. 영주 농가들이 처음부터 양식장을 반겼던 건 아니다. 수질 오염에 대한 우려와 외지 사람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직접 주변 농가 주민들을 찾아가 스마트 아쿠아팜의 안정성과 육지 양식이 영주 지역경제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설명해 설득했다”며 “양식에서 발생하는 오염수가 바다에 유입될 우려도 없다”고 강조했다. ● 영주 지역 특화 주류 만드는 증류소영주 전통시장인 중앙시장 안에 증류소 구축을 추진하는 소셜벤처도 있다. 영주만의 지역 특화 주류를 개발·판매하는 ‘리쿼스퀘어’는 증류소를 구축하고 이를 관광 자원화해 외지인들의 유입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리쿼스퀘어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곰표밀맥주’를 만든 주류회사 창업자들이 모여 만든 기업이다. 지난달 말에는 증류소 개업에 맞춰 음악 축제인 ‘영주 어번 버스킹 페스티벌 2023’을 개최하기도 했다. 영주 시민 400여 명이 참여해 공연을 함께 즐겼다. 중앙시장 상인들도 적극 동참했다. 관람객은 입장권 대신 지역 상생펀드에 소액 투자했고, 이 자금은 회사가 중앙시장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쓰일 예정이다. STAXX 프로젝트에 선발된 소셜벤처 대부분이 지역 농가와 협업해 원가를 절감함으로써 지역과 상생하는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엘그라운드’는 지역의 농산물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개발, 운영해 농가 소득을 올려준다. ‘비네스트’는 영주 사과 등 잉여 농산물을 활용해 콤부차, 요거트 등 식음료 제품을 생산하고, ‘피키차일드컴퍼니’는 영주 한우를 활용한 요식업을 한다. 영주의 빈집을 양질의 주거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블랭크’도 있다. SK그룹과 경북도, 영주시는 마케팅, 구매, 유통,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들을 지원한다. SK머티리얼즈는 50억 원을 기부해 조성한 ‘경북 청년애(愛)꿈 ESG펀드’로 이들의 성장을 돕는다. SK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인 ‘행복나래’도 이들을 지원한다. 비네스트는 올해 행복나래가 실시한 상품 경쟁력 강화 사업을 통해 기존에 구상한 고칼로리의 발효맛 콤부차를 제로칼로리의 탄산음료 스타일로 개선했다. 또한 제품 이름과 디자인 등에서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영주에서 캠핑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기업인 ‘백패커스플래닛’ 등은 경영 조언을 받기도 했다. STAXX 프로젝트가 뜨면서 젊은 창업가들이 영주로 모이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지역연계형 청년창업 지원사업(넥스트로컬)에서 영주는 창업가들이 선호한 10개 후보 도시 중 2위를 기록했다. 현재 넥스트로컬 4개 팀이 영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스타트업의 혁신적 아이디어로 지방소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주관한 ‘2023 BETTER里(리) 실증사업’ 도시로 영주가 선택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공사에서 선발한 8개 스타트업이 영주에서 관광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자녀의 부정 행위를 적발한 감독관 교사의 학교를 찾아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전화로 “인생 망가뜨려 주겠다”고 협박한 학부모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고발하기로 했다. 교권 침해 행위가 형사 처벌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관할청이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고 돼 있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가 교권 침해 사건의 고발 주체로 나선 것은 처음이다. 24일 교육부와 시교육청은 “자녀가 부정 행위로 처리되자 교사의 학교로 찾아가 피켓 시위와 부적절한 통화를 한 것은 수능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잘못된 이의 제기이고 명예 훼손, 협박 등 범죄”라며 “교육부 장관과 서울시교육감 공동으로 학부모를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개별 학교 사안을 직접 고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교육부와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해당 학부모의 자녀는 이달 16일 수능 4교시 탐구 영역 종료 종이 울린 뒤 답안지를 마킹하려다 사선을 그었고 수정테이프로 수정했다. 시험 종료 뒤 펜을 들고만 있어도 부정 행위다. 해당 수험생의 이번 수능 성적은 모두 무효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의 어머니는 17일과 21일 감독관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 앞에서 파면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수험생의 아버지는 17일 감독관에게 전화로 “내가 변호사인데 한 아이 인생을 망가뜨렸으니 네 인생도 망가뜨려 주겠다”, “앞으로 인생 재밌어질 거니 기대하라”고 협박하고 교사를 찾겠다고 학교에 침입했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은 이날 고발 조치를 환영한다며 “피해 교사는 ‘교사들에게 책임만 요구하는 수능 운영 제도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후 서울의 103개 고등학교가 수험생을 대상으로 마약 오남용 예방 교육을 실시한다. 마약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청소년 마약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3∼7월 검거된 10대 마약사범은 561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179명)의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학교로 직접 찾아가는 마약 예방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본부 소속 마약류 예방·재활교육 전문 이미숙 강사(50·사진)로부터 청소년 마약 실태와 예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 미디어 통해 마약류 노출 많아져―현장에서 체감하는 청소년 마약 실태는…. “마약류 중독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낮다. 주위에서 마약 하는 친구를 봐도 그게 범죄라고 인식하지 못할 정도다. 통상 청소년 마약 중독은 ‘실험적-사회적-도구적-습관적-강박적’ 5단계로 구분되는데, 경각심이 낮으면 ‘실험적 중독’으로 진입하는 첫발을 떼기가 쉬워진다. ―유명 연예인 마약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 마약 사범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전에 비해 마약류에 대한 노출이 너무 늘었다. 학교 교육을 나가 보면 노래 가사에 특정 약 이름이 나와 궁금해 그걸 찾아봤다는 학생들이 많다. 어떤 학생은 약을 하면 실제 노래 가사에서 묘사된 상태가 되는지 알고 싶었다고 하더라. 최근 ‘힘쎈여자 강남순’ ‘하이쿠키’ 등 마약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방영돼 화제가 됐다. 문제는 이런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마약을 하면 힘이 세지고, 집중이 잘되는 것처럼 청소년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점이다. 청소년 마약 사범 급증의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는 마약류로 분류돼 있는 식욕억제제 등의 오남용이다. 고등학생도 병원에 가 처방받을 수 있는 데다, 초등학생까지 이를 인터넷으로 구입하는데 법 체계가 이를 걸러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ADHD·다이어트 약 오남용 막아야―청소년 마약 범죄를 예방할 방법은…. “마약류 예방 교육 시기를 좀 앞당길 필요가 있다. 성 교육도 용어를 순화해서 이제는 유치원 때부터 하듯 말이다. 청소년 시기 온라인을 통해 마약류에 잘못 노출되기 전에 미리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은 청소년을 비롯해 전 연령대가 마약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 자체가 너무 제한적이다. 학교나 지역아동센터에서 단체로 교육을 신청해 듣게 하는 것 외에는 마약 예방 교육을 받을 방법이 거의 없다. 물론 가정에서의 노력도 필요하다. 고카페인 음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약, 다이어트 약은 중독성 약물이다. 자녀에게 이를 권하거나 병원에서 무분별하게 처방받아선 안 된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에선 무엇을 가르치나. “마약 중독의 폐해와 실상을 다양한 실제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마약 중독은 종합적인 질병을 유발하는데도 대부분의 청소년이 마약이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 거의 모르고 있다. 주변에서 마약을 하더라도 범죄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호기심에 손을 댄다. 수능이 끝난 후 마약이 합법인 나라로 여행을 가 마약을 한 경우 국내에 들어오면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라는 사실도 주지시킨다. 마약 중독을 벗어나기 위해 상담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도 안내하고 있다.”● 친구가 마약 권하면 단호하게 거절해야―마약 중독 회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마약 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엔 마약을 하기 쉽게 만드는 주변 환경이나 사람을 차단하고, 일상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해나가야 한다. 마약을 한 번이라도 경험하면 힘들고 우울한 기분이 들 때 마약을 하고 싶은 갈망과 충동이 생긴다. 이걸 참으면 화가 나고 갈등을 일으키기 쉬운데, 그걸 다스리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작업이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정과 사회에서의 응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제2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2024∼2028)에 따르면 17개 시도에 청소년 마약 중독자 치유 지원을 위한 중독재활센터가 설치된다. ―마약 중독 예방을 위해 제도적으로 보완될 부분은…. “마약 예방 교육과 교육에 필요한 교재, 인력 등이 모두 많이 부족하다. 학교 보건교사를 대상으로 마약 예방 교육 교재가 제작된 적은 있지만 일반인 대상 교재는 없다. 기존에 교육부에서 약물 오남용 교육을 해왔는데, 주로 술 담배만 언급했다. 마약은 이름조차 언급하지 못했다. 그러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올해부터 마약류 오남용 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청소년이 마약류를 접하기 쉬운 엔터테인먼트 업계 등에서는 교육이 의무화될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청소년기 심리적 특징 중 하나가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거나 특별해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 수단이 마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친구가 마약을 권할 때 이를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로봇이 튀긴 수제 돈까스와 치킨은 맛이 일품입니다.”22일 서울 성북구 숭곡중 2층 조리실. 창가를 따라 나란히 3대의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올 8월 설치된 ‘급식 로봇’ 4대를 통제하는 PC다. 숭곡중 조리 종사원이 버튼을 누르자, 로봇에 달린 양팔의 분당 회전 횟수, 방향, 인덕션 온도 등이 설정됐다. 이날의 급식 메뉴는 치킨·볶음밥·김치볶음·소고기탕국. 천장에 닿을 듯 키가 큰 로봇이 양팔로 통을 집어 든다. 첫 번째 메뉴인 치킨을 만드는 튀김 로봇 ‘숭바삭’이다. 숭곡중 학생들이 직접 지어준 이름이다. 통 안에는 튀김옷을 묻힌 닭 조각들이 한가득 담겨 있다. 로봇이 통을 뜨겁게 달궈진 기름에 담그자 기름이 사방으로 튄다. 열기에 급식실 내부가 금세 뿌옇게 변했다. 그래도 걱정이 없다. 스테인레스 재질의 급식 로봇 덕분이다. 김혜영 영양사는 “튀김을 한 날엔 조리 종사원들이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했다”였다며 “(로봇 도입으로) 조리 업무 강도도 줄고, 음식 맛 자체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전국 최초로 ‘급식 로봇’이 도입된 숭곡중에서 22일 로봇이 만드는 급식 조리과정을 공개하는 시연이 이뤄졌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급식실 조리사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업무 강도를 낮추기 위해 시범적으로 숭곡중에 한국로보틱스가 제작한 급식 로봇 4대를 들였다. 조리 중에 발생하는 미세분진인 조리흄이 폐 건강을 해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제 폐암 등으로 인한 학교 급식 종사원의 산업 재해 승인 누적 건수는 94건에 이른다. 급식 로봇이 도입됐어도 숭곡중 조리사 6명과 영양사 1명은 그대로 일한다. 전 처리, 소분, 로봇 청소, 레시피 개발 등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대신 조리사 업무 중 가장 힘들고 어려운 볶음, 튀김 등 업무를 로봇에 이관했다. 그동안 학생, 교직원 730명이 먹는 급식은 온전히 7명이 책임져야 했다. 우종영 한국로보틱스 대표는 “급식실에 도입된 로봇은 사람과의 협업이 필요한 로봇”이라며 “음식을 대량으로 조리할 때 사람이 하기 힘든 부분을 로봇이 도울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학생들 반응도 긍정적이다. 숭곡중 학생회장인 조형찬 군은 “처음에는 조리사님들 손맛이 빠져 맛없을 줄 알았는데 튀김이 바삭바삭하고 맛있다”며 “기술 가정 시간에 로봇을 배워도 와닿지 않았는데, 급식에 도입된 걸 보니 로봇이 우리와 가까이 있다는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부회장 한다희 양도 “부모님께서도 조리사 분들이 힘드실 것 같다고 걱정하셨는데, 로봇 도입 소식을 들은 뒤 일을 덜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좋아하셨다”고 했다. 만일의 사고를 대비한 안전장치도 장착됐다. 사람이 ‘급식 로봇’에 접근하면 센서가 동작을 감지한다. 자동으로 속도를 늦추거나 아예 작동을 멈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숭곡중 사례를 가지고 시스템을 보완하면 (다른 학교로) 확대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 같다. 조리 종사원 인력이 부족한 학교를 중심으로 (급식 로봇이 도입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美예일대, 내년 한국학 전공 개설… 고려대와 학술교류 정례화미국 예일대 동아시아학과에 내년 가을 한국학 세부 전공이 개설된다. 예일대가 1701년 개교한 이후 323년 만이다. 한국어를 수강하는 예일대 학생은 최근 6년 새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BTS로 상징되는 케이팝, 한류의 영향이 크다. 예일대는 한국과의 학술 교류를 늘리기 위해 고려대와 손잡고 인문사회·첨단과학 등 분야의 연구·교육 협력을 강화한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이 13일 미국에서 피터 샐러베이 예일대 총장을 만났다.》 “한국 드라마나 케이팝도 언젠가 인공지능(AI)이 만든 콘텐츠로 대체될 수 있을까요?”(예일대 학생) “AI 시대에도 여전히 고급 통역에 대한 수요는 있습니다. 대중문화도 마찬가지이지요.”(김동원 고려대 총장) 13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노사관계 전문가인 김동원 고려대 총장이 미국 예일대 헨리 R 루스홀 강당에서 ‘AI 시대 노동과 기술’을 주제로 40분간 특별 강연을 하자 이 같은 질문이 나왔다. 김 총장은 답변하며 “AI가 차이콥스키와 같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려대 한류 포럼에 몰려온 예일대생들 13, 14일 이틀간 예일대에서 한류를 주제로 학술 교류 행사인 ‘제1회 고려대-예일대 포럼’이 개최됐다. 고려대와 예일대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 현대자동차가 재정 지원한 이 포럼에서 한국 문화 전문가인 고려대 미디어학부 박지훈, 신혜린 교수는 각각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위기와 기회, 한국 드라마 ‘모범택시2’에서 나타난 복수의 탈식민화 등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번 포럼은 예일대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준비한 한국 관련 학술·문화 행사인 ‘예일코리아위크(Yale Korea Week)’에 열려 의미가 크다고 예일대 측은 밝혔다. 한국 대학 중 고려대만 유일하게 참석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 뉴스를 보면 사법 체계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강한데, 그런 정서가 어디로부터 기인하는 건가요?” 예일대 학생들은 문화 영역을 넘어 사회학적인 분석을 요구하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졌다. 예일대 동아시아학과 4학년 코리 던 씨는 “일본학을 하려다 한국이 좋아 한국 젠더 문제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K팝과 K드라마에 대한 한국 학자들의 분석을 직접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예일코리아위크에는 양 대학 교수, 학생 등 총 300명이 참석했다. 김환수 예일대 동아시아학연구소장은 “학자들이 이젠 한국학이 살아야 일본학, 중국학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며 “이번 행사는 그런 인식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설명했다.● 예일대 “한국학 개설, 다른 美 명문대도 늘 것” 예일대는 내년 2학기 동아시아학과에 한국학 세부 전공을 개설한다. 1701년 개교한 이후 323년 만이다. 그동안 동아시아학과 학생들은 일본학, 중국학 중에서만 전공을 선택해야 했다. 김 소장이 2018년 예일대의 첫 한국학 교수로 임용되면서 그나마 한국 종교, 북한 관련 수업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예일대는 올해 어경희 동아시아학과 교수까지 5년 새 총 4명의 한국학 교수를 뽑았다. 미국 주요 명문대 중 한국학과가 있는 곳은 1981년 이를 개설한 하버드대를 비롯해 컬럼비아대, 스탠퍼드대 등이다. 예일대 관계자는 “다른 미국 명문대도 한국학 개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예일대가 한국으로 눈을 돌린 것은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예일대에 따르면 한국어 강의를 듣는 학생 수는 2017년 82명에서 올해 184명으로 6년 새 2배 넘는 규모로 늘었다. 예일대는 학부와 대학원생 모두 의무적으로 언어 강좌를 3학기 이상 들어야 한다. 한국어 수강생 수는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 영어 수화에 이어 다섯 번째다. 지역학 전공으로 개설되지 않은 나라의 언어 수강생이 급증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고려대-예일대 대학원생 교류도 기대 이런 기류 속에서 예일대는 고려대와 손잡고 전 학문 분야에 걸쳐 연구·교육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차원이다. 한류가 양국을 대표하는 명문사학 학술 교류의 촉매가 된 셈이다. 예일대 국제처는 올 3월 고려대를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고려대 역시 해외 유수 대학과의 학술 교류에 대한 수요가 큰 상황이라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두 학교 모두 자국 내에서 전통이 깊고 인문·사회·법학 등 분야가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년에는 고려대 서울 안암캠퍼스에서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양교 공동 포럼이 개최된다. 김 총장은 “기후위기나 국제관계 등 인류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대학이 힘을 보태려면 국경을 넘나드는 대학 간 교류가 중요하다”며 “양자컴퓨터 개발과 같은 연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첨단과학과 상경계 등 학문 분야의 협력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피터 샐러베이 예일대 총장은 재임 기간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발전에 힘써 왔다. 고려대는 현대자동차, SK 등 국내 유수 기업과 협력해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계약학과는 대학과 기업이 계약을 맺고 특정 분야 전공을 개설해 인력을 양성하는 학과를 말한다. 신지웅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앞서 나가는 한국 기업이 많기 때문에 협력 기회가 주어진다면 연구자들로서는 배울 게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뉴헤이븐=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방탄소년단(BTS) 정국? 한류 열풍 이전 같으면 이름 자체를 ‘존’으로 바꿔 소개했을 겁니다.” 그레이스 카오 미국 예일대 사회학과 교수(55·사진)는 14일 미국 예일대 도서관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사회에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왜 한국이냐?’고 묻는 질문 자체가 줄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류의 영향으로 미국 사회 전반에서 한국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카오 교수는 이날 열린 ‘제1회 고려대-예일대 포럼’에서 사회자를 맡아 토론을 진행했다. 카오 교수는 펜실베이니아대와 예일대에서 줄곧 인종, 민족, 이민을 연구해온 사회학자다. 현재 예일대에서는 ‘계층화와 불평등 실증연구센터(CERSI)’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2021년부터는 예일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1980년대 영국 뉴웨이브(1970년대 중반 영국에서 등장한 록 음악 장르)와 2020년대 케이팝을 비교하고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는 수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그는 “정원이 15명 정도인 세미나 수업인데, 늘 꽉 찬다”며 “학생들에게 매주 케이팝 30곡씩을 듣고 오는 과제를 내주기 때문에 학기가 끝나면 350곡 정도를 듣게 된다”며 웃었다. 그의 수업에서는 서태지가 데뷔한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케이팝의 시초부터 아이돌 탄생 시스템까지 총망라해 다룬다. 최근에는 케이팝 신인 그룹을 수업에 초청하기도 했다. 카오 교수는 “올여름 한국에 가서 방송사별 음악 프로그램을 전부 관람했다”며 “그때 우연히 ‘트렌드지(TRENDZ)’라는 그룹의 매니저와 알게 된 뒤 줌 화상회의로 수업을 참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BTS를 계기로 케이팝 열풍 현상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유학 온 제자들에게 한국어를 배웠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 영상 콘텐츠 소비가 확 늘어났는데, BTS가 그 당시 이미 수많은 영상을 제작해 올려놨던 것도 BTS 팬층이 급증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카오 교수는 케이팝이 아시아계 미국인의 인종 경험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주목한다. 그는 “미국 문화에서 아시아인들이 소외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었다”면서 “일본 문화가 인기를 끌 때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하류문화에 머물렀지, 케이팝처럼 빌보드 차트에 계속 오른 적은 없었다”고 했다. 카오 교수는 “최근 실시한 설문에서 미국인의 60%가 한국 드라마 1개 이상을 시청하고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미국 내 한국 콘텐츠 소비가 많다”고 말했다.뉴헤이븐=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16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교사의 실수로 1교시 시험 종료 알람이 1분 30초가량 일찍 울린 사고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17일 학부모들의 항의 민원이 이어졌고, 수험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17일 서울시교육청과 경동고 등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경동고의 50대 교사 A 씨는 16일 1교시 국어 시험이 진행될 동안 교내 방송실에서 아이패드와 전자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시험관리 타종 교사인 그는 착오 없이 시간을 확인하려고 휴대전화보다 화면 사이즈가 3배 정도 큰 아이패드를 사용했다. 그런데 시험 종료 약 2분 전 아이패드가 갑자기 꺼졌다. A 씨는 방송실 내 다른 방에 뒀던 자신의 휴대전화를 가져왔지만, 당황한 탓에 책상에 놓인 전자시계 시간을 잘못 보고 시험 종료 약 1분 30초 전에 종을 울렸다고 한다. 시험 종료 알람이 일찍 울리는 바람에 수험생들이 답안지 마킹을 못 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이후 A 씨는 시간을 잘못 확인했음을 깨닫고 오전 10시 정각에 또다시 종을 울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이패드가 꺼진 이유는 아직 조사 중”이라며 “당황한 교사가 아이패드에서 휴대전화로 시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라고 말했다. 경동고 측에는 수험생과 학부모로부터 항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수험생들은 “종료 알람이 1분 30초 일찍 울렸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경동고 측은 “시험감독관, 교무부장 등에게 확인해보니 1분 일찍 울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작지 않다. 2020년에도 서울 강서구 덕원여고 시험장에서는 타종을 맡은 교사의 실수로 수능 4교시에 종료 알람이 약 3분 일찍 울렸다. 수험생 등 25명은 국가와 담당 교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올 4월 2심 재판부는 수험생 8명에게 국가가 1인당 700만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수험생 등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고소했지만,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됐다. 타종을 맡은 교사도 직무유기로 고소됐지만 ‘혐의 없음’으로 처분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수험생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강남이나 목동에선 수시 원서를 넣기 전 90만 원씩 하는 입시 컨설팅을 기본적으로 최소 3번 이상은 받고 시작해요. 학교는 대입 정보가 너무 없어요.” 올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자녀를 둔 서울의 학부모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2024학년도 대학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 10명 중 4명이 수시모집 대비를 위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4%는 수시 사교육비로 500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 수험생 10명 중 4명 “수시 대비 사교육” 동아일보가 지난달 27∼31일 입시업체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에 의뢰해 올해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 64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8.8%(249명)는 수시 준비를 위해 사교육 업체의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1.9%(12명)는 ‘받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사교육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거나 받을 예정인 응답자 중 29.5%는 ‘100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답했다. ‘500만 원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도 8.4%였다. 서울 강남구의 한 학부모는 “수리(수학) 논술은 대학마다 문제 유형이 달라 대학별 대비반이 따로 있다. 내신, 수능에 수시까지 3중 사교육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학부모 B 씨는 자녀가 대입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치동 입시 컨설팅 업체를 두 차례 찾았다. 이른바 ‘시작점 컨설팅’과 ‘원서 접수 컨설팅’을 받기 위해서다. 시작점 컨설팅이란 학생이 고1·2 때 받은 내신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등을 토대로 고3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어느 대학을 노려 볼 수 있는지 등을 알려주는 사교육 서비스다. B 씨는 “막상 수시 원서를 쓸 때 성적에 맞는 대학에선 1학년 1학기 때의 독서 활동 기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며 “학교에서는 수시 지원에 대비해 과목 선택이나 각종 활동을 추천해주지 않기 때문에 준비가 안 된다”고 말했다.● 자소서 폐지에도 사교육 여전 수시모집은 학생부종합(학종), 학생부교과(내신성적), 논술, 실기 등 총 4가지로 분류된다. 이 중 학종은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금수저 전형’ 논란이 일면서 ‘자동봉진’(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 비교과 영역이 대폭 축소됐다. 올해부턴 자기소개서도 폐지됐지만 여전히 수험생들은 공교육 내에선 준비가 어렵다고 느낀다. ‘수시 사교육을 받은 적 있거나 받을 예정’이라고 답한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부분은 ‘원서 접수 관련 컨설팅’(23.6%)이다. ‘모의지원 및 합격예측’(21.6%), ‘면접 및 구술’(20.1%),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전략 컨설팅’(16.5%), ‘논술’(12.3%)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수시는 최대 6곳에 원서를 넣을 수 있는데, 수험생들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분석해 좀 더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지원하길 원한다. 하지만 일선 학교는 졸업생 입시 결과(입결)조차 분석하지 못한다. 고교 교사 출신인 한 입시 컨설턴트는 “요즘은 학교가 외부 입시강사를 초청해 대입 설명회를 열고, 학생들도 별도로 컨설팅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 가장 큰 이유로 ‘학교에서 충분한 수시 관련 정보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38.7%)을 꼽았다. 이어 ‘대학마다 전형 방법이 너무 다양해 혼자 준비하기 어려워서’(33.3%), ‘논술, 면접 등 대학별 고사 준비가 어려워서’(25.3%) 등의 순이었다. 그나마 특수목적고(특목고)에서는 진학 지도가 적극 이뤄지지만 특목고 학생들도 수시 사교육을 받는다. 학교에서 주로 합격 안정권에 원서를 내라고 권하는데, 학생들은 좀 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서울 최상위권 대학 상경계열에 재학 중인 A 씨는 “학교에서는 말렸지만 입시컨설팅에서 권해줘 상향 지원해 합격했다”고 말했다.● 학원가 컨설팅 비용, 시간당 50만 원 넘어 요즘 수시 사교육은 크게 3종류로 나뉜다. B 씨 자녀 사례처럼 고1·2 때 학종에 대비해 고교 3년간 선택 과목, 동아리 활동 등 학교 생활 전반을 목표 대학의 평가요소에 맞춰 계획해주는 ‘시작점 컨설팅’이 첫 번째다. 다른 두 가지는 수시 원서를 어느 대학, 학과에 넣을지 졸업생들의 입시 결과를 분석해 알려주는 ‘원서 접수 컨설팅’과 ‘대학별 고사(논술전형) 대비 사교육’이다. 컨설턴트들은 학생들이 목표로 하는 학과와 관계된 과목의 수업 시간에 어떤 질문을 하고, 과제를 해가면 좋다는 식의 세세한 조언을 해준다. 사교육 업체의 ‘진학 상담·지도’ 과목 교습비 기준은 전국 교육지원청마다 다 다르다. 입시 컨설팅 업체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경우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정한 1분당 교습비 상한선 5000원 기준을 따라야 한다. 1시간에 30만 원이 상한인 셈이다. 하지만 실제 컨설팅 가격은 약 1시간에 최소 50만 원 선이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전화, 이메일 등으로 추가 상담이 이뤄지기 때문에 교습비를 어기는 건 아니다”라며 “최상위권만 모여 소규모로 하는 초고액 컨설팅은 업계에서도 가격을 잘 모른다”고 했다. 논술이나 면접은 고3 여름부터 대학별 고사 대비반이 개설된다. 고3 학부모 C 씨는 “학교마다 문제 유형이 다 다른 데다 수학학원은 ‘우리는 수리논술은 못 가르친다’고 해서 별도로 학원을 또 등록시켰다”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올해 7월 발생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교권 보호 대책이 마련됐지만 교원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학교에서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달 25∼30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원 546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5.3%가 초중등교육법 등 교권 4법 통과와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시행 이후에도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9월부터 교권 보호 고시를 시행했다. 교사들이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 고발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응답이 28.4%로 가장 많았다. ‘인력·예산 등 교육부·교육청 지원이 부족하다’(16.4%), ‘학칙 미개정으로 세부 생활지도 적용 한계가 있다’(15.8%) 등도 원인으로 지적됐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