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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고 유럽과 대만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다. 현지 신문 알아흐람 등에 따르면 이집트 보건부는 14일 자국 내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집트 보건부는 코로나19 확진자의 국적, 나이, 성별, 감염 경로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은 15일 교민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코로나19 확진자가 30대 나이의 중국인으로 이집트 수도 카이로 내 대형 쇼핑몰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세계 의료계는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의료체계가 열악한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전염이 폭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존 은켕가송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장은 “코로나19가 아프리카의 취약한 나라들을 강타하면 그 결과는 너무도 파괴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이날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미국과학발전협의회(AAAS) 콘퍼런스에서 “아프리카에 코로나19가 퍼질 경우 중국보다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코로나19 백신 연구를 위해 1억 달러(약 1185억 원)를 기부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서둘러 자국 의료진에 코로나19 진단법을 훈련시키는 중”이라고 전했다. 유럽과 대만에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 프랑스 보건부는 “중국 후베이(湖北)성 출신의 80세 중국인 남성 관광객이 14일 코로나19 감염으로 치료를 받던 프랑스 파리의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중국 본토 외에 홍콩과 필리핀, 일본 등 세 곳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 1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만 중앙전염병지휘센터(CECC)는 이날 60대 중반의 대만 남성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사망한 남성은 해외에 방문한 적이 없으며 B형 간염과 당뇨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과 대만의 사망자는 중국 본토 외 사망자로는 홍콩, 필리핀, 일본에 이어 각각 네 번째와 다섯 번째다. 연 9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미국 하와이도 코로나19로 비상이 걸렸다. 15일 일본에서 최근 코로나19 양성 확진을 받은 60대 일본인 부부가 1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열흘간 하와이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된 탓이다. 이 부부 중 남편은 14일, 부인은 15일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구가인 기자}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고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다. 현지 알아흐람 신문 등에 따르면 이집트 보건부는 14일 자국 내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집트 보건부는 코로나19 확진자의 국적, 나이, 성별, 감염 경로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은 15일 교민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네트워크서비스(SNS)에 “코로나19 확진자가 30대 나이의 중국인으로 이집트 수도 카이로 내 대형 쇼핑몰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세계 의료계는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의료체계가 열악한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전염이 폭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존 엔켄가송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장은 “코로나19가 아프리카의 취약한 나라들을 강타하면 그 결과는 너무도 파괴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이날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미국과학발전협회(AAAS) 콘퍼런스에서 “아프리카에 코로나19가 퍼질 경우 중국보다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코로나19 백신 연구를 위해 1억 달러(약 1185억원)를 기부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서둘러 자국 의료진에게 코로나19 진단법을 훈련시키는 중”이라고 전했다.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 프랑스 보건부는 “중국 후베이(湖北)성 출신의 80세 중국 남성 관광객이 14일 코로나19 감염으로 치료를 받던 프랑스 파리의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중국 본토 외에 홍콩과 필리핀, 일본 등 세 곳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 연 900만 명 이상 관광객이 찾는 미국 하와이도 코로나19로 비상이 걸렸다. 15일 일본에서 최근 코로나19 양성 확진을 받은 60대 일본인 부부가 1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열흘간 하와이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된 탓이다. 60대인 이들 부부 중 남편은 14일, 부인은 15일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우려가 커지자 하와이 보건당국은 14일 이 부부가 1월 28일부터 2월 3일까지 마우이섬에, 3일부터 7일까지 오아후섬 호놀룰루에 머물렀다고 동선을 공개했다. 전염병학 전문가인 새라 박 박사는 NYT 인터뷰에서 “이 남성 확진자가 하와이 방문 전 혹은 1월 말 하와이 방문 길에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잇따라 입항을 거부당했던 크루즈선 ‘웨스터댐호’가 13일 캄보디아 남서부 시아누크빌항에 입항했다. 1일 홍콩에서 출항한 이 크루즈선은 2200여 명을 태운 채 2주 동안 바다에서 표류해 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승객 1455명과 승무원 802명을 태운 웨스터댐호는 이날 이른 아침 시아누크빌항에 도착했다. 웨스터댐호는 앞서 태국, 일본, 대만, 괌, 한국, 필리핀 등에 입항을 시도했지만 거부당했다. 선사 측은 정기적으로 승객에 대한 건강검진을 진행했으며 확진자는 없다고 밝혀 왔다. 캄보디아 당국은 혈액검사 등을 통해 승객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하선을 허가할 예정이다. 웨스터댐 측이 승객에게 전한 서한에 따르면 승객들은 빠르면 14일부터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전세기를 통해 귀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입항 허가는 훈 센 총리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훈 센 총리는 전날 현지 언론 프레시뉴스 인터뷰에서 “진짜 병은 바이러스가 아닌 두려움이다. 캄보디아는 어떤 나라도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스위스 암호장비회사 ‘크립토AG’를 몰래 소유한 채 수십 년간 세계 120여 개국의 기밀을 무차별적으로 빼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한국 일본 등 각국 정부가 신뢰하며 사용해온 암호 장비가 CIA가 심은 조작 프로그램에 의해 첩보 제공 통로로 변질돼 큰 충격을 안긴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독일 공영방송 ZDF, 스위스 SRF방송은 11일 CIA와 독일 정보당국의 기밀 문건을 입수해 “CIA가 옛 서독 정보기관 BND와 손잡고 크립토의 암호 장비를 이용해 동맹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타국의 암호 통신문을 해독하고 기밀을 빼냈다”고 폭로했다. 크립토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을 위한 암호 장비를 생산하며 미 정부와 연을 맺었다. 크립토 고객들은 회사의 실제 주인이 CIA임을 알지 못한 채 장비를 구매했다. 1970년대부터는 미 국가안보국(NSA)도 기밀 탈취에 가담했다. 미국은 1950년대 중국 소련 북한의 암호를 해독할 수 없게 되자 ‘루비콘’이란 이름의 이 작전을 추진했다. 미국과 독일은 크립토를 운영하기 위해 양국의 간판 기업인 모토로라와 지멘스를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독 통일 후인 1993년 독일 BND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루비콘 작전에서 손을 뗐다. 독일 지분을 사들여 작전을 이어가던 CIA도 2018년 회사를 매각했다. 국제 보안시장에서 온라인 암호 기술이 대중화, 고급화하면서 크립토의 위상이 떨어졌다고 WP는 전했다. CIA와 BND는 각국의 기밀 정보를 취득하면서 장비 판매료로도 수백만 달러를 챙겼다. 1981년 크립토의 최대 고객은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이란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이라크 리비아 요르단 한국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소련, 중국, 북한 등은 크립토가 서방과 연계됐다고 의심해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 미국은 1978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 협상을 중재할 때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참모들과 논의하는 내용을 모두 엿들었다. 또 1979년 이란 테헤란 대사관에서 발생한 444명의 미국인 인질 사태 때 이슬람 율법학자들을 감시했다. 미국은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대서양 포클랜드제도에서 벌인 전쟁 때도 아르헨티나군의 정보를 빼내 핵심 동맹 영국에 넘겼다. WP는 “1980년대 미 정보기관이 입수한 해외 첩보의 40% 정도가 루비콘 작전으로 입수됐다. CIA 역사상 가장 대담한 작전”이라고 지적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구가인 기자}
지난해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가 당국의 탄압을 받았던 34세 중국 안과의사 리원량(李文亮)이 7일 숨진 가운데 우한 참상을 고발한 인권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陳秋實·35·사진) 씨의 행방도 묘연하다. 중국 정부의 여론 통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그가 ‘제2의 리원량’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CNN은 코로나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에서 사태를 고발해 온 천 씨가 6일부터 실종 상태라고 보도했다. 가족은 당국으로부터 그가 격리됐다는 통보만 받았을 뿐 이유와 정확한 행방을 모르고 있다. 그의 친구인 유명 무술인 쉬샤오둥(徐曉冬)도 유튜브에서 “당국이 부모에게 구금 사실만 알렸다. 부모가 추가 정보를 묻자 답을 거부했다”고 고발했다. 천 씨의 모친은 동영상을 통해 “아들을 찾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칭다오 출신인 천 씨는 우한 봉쇄령이 내려지고 하루 뒤인 지난달 24일부터 우한 병원, 장례식장 등의 상황을 전한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렸다. 당국의 조직적 은폐 논란, 관영 매체의 일방적인 친(親)정부 보도에 대한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그의 동영상은 누리꾼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천 씨는 지난달 30일 영상에서 “무섭다. 앞에는 바이러스가 있고 뒤에는 공안이 있다”며 당국이 자신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살아 있는 한 우한에서 보도를 계속할 것”이라며 “죽는 게 두렵지 않다. 내가 왜 공산당을 두려워해야 하느냐”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8월 반정부 시위가 열리는 홍콩을 찾아 웨이보로 라이브 중계를 했다. 베이징으로 돌아온 후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 추종자가 74만 명에 이르렀던 그의 웨이보 계정도 돌연 삭제됐다. 천 씨는 두 달 후 유튜브와 트위터로 “각 부처로부터 조사를 받았다”고 알렸다. 그는 최근 미 온라인매체 쿼츠에 “경찰이 나를 찾을 수 없다며 칭다오의 부모님 집을 찾아왔다. ‘아들이 정부에 부정적 발언을 퍼뜨리지 못하게 하라’며 부모님을 압박했다”고 공개했다. 그의 실종은 리원량의 사망과 연관돼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웨이보에는 제2의 리원량을 용납할 수 없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관련 글 대부분이 바로 삭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우한 및 칭다오 경찰에 연락했지만 양측 모두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일본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일본 전체가 공포에 휩싸였다. 중국 크루즈선에서도 감염자가 탑승했던 것으로 확인됐고, 미국 크루즈선 탑승객의 감염 의혹도 제기돼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수천 명이 좁고 폐쇄된 배 안에서 밀집해 있는 크루즈선의 특성상 한번 퍼진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진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장년층이 크루즈선의 주 고객이라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사태 축소 급급한 일본 일본 정부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남아 있는 승객들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이날 “세계보건기구(WHO) 측에 감염자들이 일본 입국 전 감염됐음을 설명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WHO도 감염자 현황을 집계하면서 이들을 ‘기타 지역’ 감염자로 분류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7월 24일 도쿄 올림픽 개막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올림픽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WHO에 10억 엔(약 108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최대 감염자 보유국이라는 사실을 돈으로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후생노동성은 탑승객 3711명 중 기침과 발열 증상이 없고, 지난달 25일 홍콩에서 내린 80세 홍콩 남성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하지 않은 3438명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들이 선내에서 감염자들과 상당 기간 생활했다는 점에서 검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홍콩 남성이 2일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일본 정부는 5일 오전에야 승객들의 객실 밖 출입을 자제시켰다는 점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 3일간 감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셈이다. 선사 측이 공용 시설에 대한 소독을 제대로 했는지도 불투명하다. 전염병 전문의 미즈노 야스타카(水野泰孝) 씨는 NHK 인터뷰에서 “추가 감염자의 등장은 배를 얼마나 철저히 소독하는지에 달렸다”고 우려했다. 홍콩 남성 외 감염자가 승선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마이니치신문은 5, 6일 감염자로 판명된 20명 중 홍콩 남성과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은 2명뿐이며 나머지 18명의 감염 경로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일본 전역에 신종 코로나가 만연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배가 요코하마에 도착하기 전 2일 오키나와에 잠시 들렀다고 보도했다. 당시 약 2600명의 승객이 최소 몇 시간 동안 상륙해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13명이 배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다카야마 요시히로(高山義浩) 오키나와현립 주부병원 감염증내과 부부장은 “춘제(중국의 설) 때 많은 중국인이 일본을 찾았다”고 우려했다.○ 각국 크루즈선 비상 세계 각국에도 크루즈선 비상이 걸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6일 밤 도쿄 관저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감염자가 탑승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홍콩발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의 입국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배는 8일 오키나와현에 기항하지 못하고 곧바로 홍콩으로 돌아가게 됐다. 중국 크루즈선에서도 감염자가 탑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중국을 출발해 베트남, 홍콩 등을 거쳐 중국으로 돌아온 싱멍(星夢)크루즈 스제멍(世界夢)호에서 59세, 33세 모녀 승객이 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배의 승객과 선원은 각각 4482명, 1814명에 이른다. 홍콩 당국은 이 배가 5000명 이상을 감염에 노출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배는 지난달 19∼24일 항해 이후에도 3차례 더 항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7일 미국 뉴저지주에 입항한 ‘로열캐리비안’호의 중국인 탑승객 12명이 신종 코로나 증상을 호소해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ABC방송 등이 전했다. 이 크루즈선은 지난달 27일 미국을 떠났고 카리브해 바하마를 들렀다 복귀했다. 크루즈선 내 집단 감염 공포가 미국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구가인 기자}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인생을 걸어야 한다.” 지난해 말 보석 중 ‘희대의 탈주극’을 통해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도주한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자동차그룹 회장(66)이 최근 미 CNBC 인터뷰에서 외국인 경영자에 배타적인 일본 문화를 비판하며 한 말이다. 곤 전 회장 외에도 하워드 스트링어 전 소니 최고경영자(CEO·78) 겸 회장, 마이클 우드퍼드 전 올림푸스 CEO(60) 등 일본 간판 기업을 맡았던 외국인 경영자들은 모두 아름답지 못한 이별을 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지난달 15일 곤 전 회장 사태가 ‘외국인 슈퍼스타 CEO’와 일본문화의 충돌에 관한 논쟁을 다시 야기했다고 진단했다. 서구 출신 유명 경영자의 일본 근무 기피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공격적 외국인 CEO vs 보수적 일본 임원진 현재 일본 유명 기업의 외국인 CEO로는 2015년부터 다케다약품을 이끌고 있는 크리스토프 웨버 사장(54)이 꼽힌다. 대형 제약업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출신의 프랑스인인 그는 2014년 다케다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부임했고 한 해 뒤 CEO에 올랐다. 약 5만 명의 직원을 보유한 95년 전통의 제약회사를 무리 없이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웨버 사장과 달리 일본에서 2000년대 들어 ‘최초의 외국인 CEO’ 타이틀을 달고 화려하게 부임했던 다른 외국인 수장들은 대부분 불명예 퇴진했다. 대표적 인물이 스트링어 전 소니 회장이다. 영국 웨일스 출신으로 미 CBS방송 사장 등을 지낸 그는 2005년 ‘주식회사 일본’을 상징하는 소니의 첫 외국인 CEO가 돼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게임, 음악, 영화 등 소프트웨어(SW) 산업을 육성하려 했던 그는 가전 등 기존 하드웨어(HW) 산업의 재도약을 노렸던 일본인 경영진과 충돌했다. 스트링어의 재임 중 소니는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했다. ‘천문학적 연봉을 받으면서 실적 개선도 이뤄내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결국 2012년 퇴진했다. 후임자 히라이 가즈오 전 회장은 컴퓨터사업 매각, 이미지센서 등 신규 사업 강화, 플레이스테이션 등 게임 산업의 활황 등을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8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에는 약 20년 만의 최고 영업이익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스트링어 전 회장에 대한 재평가론이 등장했다. 하드웨어 대신 소프트웨어에 치중한다는 방향 설정이 맞았는데도 일본인 임원들이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스트링어 전 회장은 2014년 연설에서 “큰 기업을 경영하는 일은 공동묘지를 운영하는 것과 비슷하다. 밑에 수천 명의 사람이 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며 일본인 직원과 소통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외국인 경영자의 공격적 경영 노선과 보수적인 일본 임원의 충돌 사례는 다른 기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10년 노무라홀딩스의 첫 외국인 임원이 된 제시 바탈 전 영업총괄 CEO(63)는 과감한 채권 투자를 주장하다 일본인 경영진과 마찰을 빚고 사임했다. ○ 연봉·배타적 사법 체계도 갈등 요인 양측 갈등을 격화시키는 요소는 ‘돈’이다. 2018년 11월 곤 전 회장이 체포됐을 때 일본 언론은 집중적으로 그가 받은 돈에 대한 보도를 쏟아냈다. 같은 해 그는 연봉과 성과급으로 총 1690만 달러(약 232억 원)를 벌었다. 메리 배라 미국 제너럴모터스 CEO(2190만 달러)보다 적었지만 일본 사회는 그의 연봉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였다. 도요타를 이끌고 있는 도요다 아키오 CEO가 2017년 3억8000만 엔(약 42억 원)을 받은 것과 비교된다. 컨설팅업체 윌리스타워왓슨 일본지사는 매출 1조 엔 이상인 일본기업 77곳, 미국기업 262곳 등 주요국의 매출 상위권 기업 CEO의 연봉 중간값을 비교했다. 2018년 기준 일본 CEO의 평균 연봉은 1억5600만 엔(약 17억 원)으로 미국 CEO(14억7500만 엔)의 약 10분의 1이었다. 독일(7억4300만 엔), 영국(6억1000만 엔), 프랑스 CEO(5억2800만 엔)의 연봉도 일본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일본 CEO의 연봉에서는 기본급이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미국 CEO는 기본급이 10%가 채 되지 않으며 대부분이 성과급인 것과 차이가 크다. 천문학적 연봉을 받는 대기업 임원이 ‘아메리칸드림’의 표상인 미국, 종신 고용과 공동체 의식을 중시하는 일본의 기업문화가 대립하는 지점이다. 소니 임원 출신인 오사나이 아쓰시(長內厚) 와세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닛케이아시안리뷰에 “경영진 보상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회사 비용 절감에는 기여할지 몰라도 국제 인재 유치를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사법 체계가 외국인을 차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곤 전 회장은 세 차례 체포와 석방을 반복했고 일본 사법 역사상 최고액인 15억 엔(약 160억 원)의 보석금을 냈다. 그는 “변호인 없이 조사를 받은 적도 여러 번”이라고 주장했다. 제프리 소넌펠드 미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경영전문지 ‘치프이그제큐티브’ 기고에서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로 여겨졌다는 점이 곤을 대하는 일본 정부의 방식을 더 무자비하게 보이도록 했다. 각국 경영자들이 개인적으로 곤의 도주에 환호했다”고 지적했다. 우드퍼드 전 올림푸스 CEO는 지난달 영국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왜 그랬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곤을 두둔했다. 올림푸스의 첫 외국인 CEO인 그는 전임자 시절의 대규모 회계부정, 조직적 은폐 등을 폭로하려다 일본인 임원진과 극한 갈등을 겪었다. 결국 이사회로부터 5개월 만에 해임됐다. 우드퍼드 사장은 “나 역시 일본에서 위험을 느꼈고 늘 불안했다”고 밝혔다.○ 구로후네(黑船)와 잘라파고스 일본 역사와 문화적 전통을 살펴보면 양측의 충돌이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853년 매슈 페리 미국 해군 제독이 이끄는 대형 서양식 철선이 도쿄만 입구에 나타났다. 타르로 선체 전체를 검게 칠한 배, 즉 ‘구로후네(黑船)’에 겁을 먹은 에도 막부는 쇄국 정책을 폐지하고 개항했다. 이 사건은 15년 후 일본 근대화의 단초인 메이지(明治) 유신의 계기가 됐다. 약 170년 전 꽁꽁 문을 닫아 건 일본 사회를 강제로 개방하게 만들었던 외세의 상징 ‘흑선’은 일본 사회에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개혁의 원동력인 동시에 콤플렉스를 발현시켜주는 기제가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일본에서도 성과를 낸 외국인을 ‘구로후네’로 칭송하면서도 속으로는 경계하고 배척하는 마음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은 식민지 경험이 없고 단일민족 정체성이 강하다. 이에 기인한 자부심이 배타성의 근원”이라고 설명했다. 곤 전 회장의 사태 배후에도 일본과 프랑스 정부의 힘겨루기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017년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과거 경제장관 시절부터 “르노가 닛산을 자회사로 만들어 완전히 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 역시 간판 기업을 외국으로 넘겨줄 수 없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현재 르노는 닛산 지분 43%, 닛산은 르노 지분 15%를 교차 보유하고 있다. 닛산의 일본인 경영진은 지분 구조상 르노가 우위에 있는 데다 사실상 프랑스인인 곤의 점령군 행세에 큰 불만을 표했다. 이 와중에 곤이 르노와 닛산의 완전 통합을 추진하자 이를 닛산의 해체로 받아들여 그를 일본에서 몰아내기로 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보기술(IT) 분야를 포함한 일본 산업 전반이 자국 친화적인 기술과 서비스로 국제 표준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외국인 경영자와 일본 임원의 충돌을 야기하는 요소로 꼽힌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 경제는 고도의 기술력, 1억2000만이란 거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소니, 파나소닉, 마쓰시타 등은 한때 세계 전자업계의 표준으로 통했다. 하지만 자국 시장에 치중하는 사이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쇠퇴했다. 일본 휴대전화 인터넷망 개발자인 나쓰노 다케시(夏野剛) 게이오대 교수는 이런 현상을 태평양의 외딴 제도 갈라파고스(Galapagos)에 빗댄 ‘갈라파고스 신드롬’으로 칭했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영감을 준 갈라파고스제도는 남미 대륙에서도 약 1000km 떨어져 있다. 이곳의 고유종들은 독자적 진화를 이뤄냈지만 교통 발달 등으로 외래종이 유입되자 면역력 약화로 멸종 위기에 처했다. 기술적으로는 앞섰을지 몰라도 디자인과 유저인터페이스(UI) 등에서 뒤떨어진 일본 휴대전화가 해외에서 잘 팔리지 않는 현상이 갈라파고스의 멸종 동물과 비슷하다고 비유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Japan)’과 ‘갈라파고스’란 말을 합성한 잘라파고스(Jalapagos)라는 말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일본 사회는 세계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 개방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지만 동시에 영향력을 뺏길 것을 두려워한다. 일종의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확산으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면서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직접 만든 이른바 ‘DIY(do it yourself) 마스크’가 화제다. 최근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자사 트위터 계정에 기상천외한 마스크를 만들어 쓴 시민들의 사진과 영상을 게재했다. 머리에 뒤집어쓰는 생수통과 자몽, 귤 등 과일 마스크가 대표적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사진과 함께 “중국인들은 모든 혁신을 동원해 플라스틱 상자는 물론이고 포멜로(중국 자몽), 오렌지 껍질 등을 이용해 DIY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고 썼다. 웨이보 등 중국 SNS에서는 여성의 속옷이나 배춧잎 등 채소를 이용해 만든 마스크 사진도 올라왔다. 마스크가 갈수록 부족해지면서 일부 지방정부는 복권처럼 추첨을 통해 마스크를 구입할 자격을 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동부 푸젠성 샤먼시는 1일부터 온라인 메신저 위챗 계정에 ‘마스크 복권 사이트’를 열었다. 주민들은 매일 오전 추첨에 응모해 당첨문자를 받으면 이튿날 지정 약국에서 신분증을 제시한 후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마스크 종류는 선택할 수 없고 한 번에 최대 6장까지 살 수 있다. 샤먼시 관계자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군중과 섞여 기다리다가 교차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내 마스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해외에 있는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싹쓸이해 중국으로 보내는 사례가 늘면서 마스크 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폭등했다. 이에 대만과 인도 등 일부 국가들은 최근 자국 마스크와 방호복 수출을 금지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수천 명의 승객을 태운 대형 크루즈(유람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19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 난사항에서 4428명의 승객을 태우고 출발해 베트남을 거쳐 24일 귀항한 홍콩 ‘월드드림크루즈’에서 최소 3명 확진자와 2명 의심환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 크루즈는 5박 6일간 베트남 유명 관광지 다낭과 할롱베이, 냐짱에 정박했다. SCMP는 현지 관영매체를 인용해 승객 가운데 우한 출신 28명을 포함해 후베이성 출신이 108명이라고 전했다. 또 4일 일본 후생노동성은 전날 밤 요코하마항으로 들어온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를 정박시킨 채 탑승자 전원에 대한 검역을 진행했다. 이 크루즈는 지난달 20일 요코하마에서 3500명을 태우고 출항해 가고시마현과 홍콩, 오키나와현 나하 등을 거쳐 3일 돌아왔다. 1일 나하에서 이미 검역을 했지만 지난달 25일 홍콩에서 내린 관광객이 2일 확진 판정을 받자 재검역을 한 것이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탑승자 10명 정도가 발열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크루즈선사협회(CLIA)는 크루즈 출발 전 14일 이내로 중국 본토를 여행한 승객 및 승무원의 탑승을 금지하기로 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우한대 중난(中南)병원 응급실 간호사인 궈친(郭琴) 씨는 지난달 초부터 매일 10시간 넘게 100명이 넘는 발열 환자들을 정신없이 진료했다. 우한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발생지다. 지난달 12일 궈 씨는 체온이 37.8도까지 올라갔고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11세 아들과 노부모가 떠올랐다. “내가 꼭 돌봐야 하는데…. 죽으면 안 되는데….” 그가 입원한 동안 동료들은 숨 돌릴 틈 없이 움직였다. 격리 병상에 누워 있어야 했던 그는 “동료들을 도울 수 없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병세가 회복돼 지난달 27일 퇴원한 그는 바로 다음 날인 28일 병원에 복귀했다. 이날도 10시간 이상 일했다. “내가 돌아온 건 영웅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염병과의 사투에서) 이탈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궈 씨는 신징(新京)보 기자에게 담담히 말했다. 궈 씨처럼 최전선에서 신종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이 주목받고 있다. 부족한 의료 장비와 인력, 마스크에 눌려 생긴 상처, 거친 손 등을 담은 사연과 사진,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공유되고 있다. 최근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트위터에 ‘경의를 표한다’는 글과 함께 마스크를 벗은 중국 의료진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의료진은 오랫동안 마스크 등을 착용해 얼굴에 눌린 자국과 상처가 생겼다. 런민일보는 ‘짧은 휴식시간에 마스크를 벗은 의사와 간호사의 사진이 중국 전역 수백만 누리꾼을 감동시켰다’고 전했다. 이 계정에는 ‘22세 간호사의 얼룩덜룩한 손 사진이 사람들의 마음을 녹였다’며 후난성 어린이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거칠어진 손등 사진이 공개됐다. 지난달 30일에는 병원 책상이나 바닥에서 쪽잠을 자는 의료진의 모습을 소개하기도 했다. 우한 파견 간호사 모집 공고를 보자마자 지원한 간호사들이 현장에서 써내려가는 일기도 화제다. 한 간호사는 ‘내 경험이 환자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기쁜 일이다. 그러나 아들이 마음에 걸린다. 아들은 끝까지 나를 막았다. 집에서 짐만 챙겨서 우한으로 날아왔다’라고 적었다 현재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에는 의료진 6000명이 투입됐지만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의사들이 하루 2∼3시간씩 잠을 자는 등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신문 및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중국 의료진이 화장실에 갈 시간이 부족해 방호복 안에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일한다고 전했다. 장비 부족으로 의료진이 겪는 어려움도 크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SNS상에 중국 의료진이 쓰레기봉투로 보호 장비를 만들고, 좌절감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공유되며 안타까움을 샀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미국 상원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최종 표결을 5일 실시한다. 이로써 지난해 9월 24일 하원이 탄핵 조사를 시작한 후 약 4개월 반 동안 이어진 탄핵 정국이 마무리된다. 집권 공화당이 상원 100석 중 53석을 점유하고 있어 부결 가능성이 높다. CNN 등은 공화, 민주 양당이 탄핵 투표를 5일 미 동부 시간 오후 4시(한국 시간 6일 오전 6시)에 실시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3일에는 검사 역할을 맡은 야당 민주당의 탄핵소추 위원단과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이 각각 최종 진술을 진행한다. 이와 별도로 3∼5일 사흘간 상원의원 100명이 각자 릴레이 연설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 승리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정적(政敵)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수사를 압박했다는 이유로 탄핵 위기를 맞았다. 상원은 지난달 31일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로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에 대한 증인 채택안을 반대 51표, 찬성 49표로 부결했다. 민주당은 볼턴 전 보좌관을 증인으로 끌어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려고 했지만 수적 열세를 뒤집지 못했다.다만 공화당에서는 대통령과 앙숙인 밋 롬니 및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 2명이 이 표결에 찬성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공포로 중국이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조용하게 남을 돕고 있는 시민과 의료진의 미담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안후이(安徽)성의 한 파출소에 젊은 남성이 나타나 작은 상자 10개를 접수창구에 놓고 사라졌다. 상자에는 마스크 500개가 들어 있었다. 중국에서는 우한 폐렴 때문에 마스크가 동난 상황이다.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해당 남성이 도망치듯 뛰어가는 모습과 그에게 거수경례로 고마움을 표하는 경찰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가 공유되고 있다. 또 태국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28일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에게 무료로 마스크를 나눠주는 중국 남성의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자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이 남성이 “중국을 위해, 친구들을 위해 이렇게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한 폐렴에 걸린 환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진료하는 의료진에 대한 미담도 이어졌다. 우한 폐렴 지정 의료기관인 우한 진인탄(金銀潭)병원의 장딩위(張定宇) 병원장은 2년 전부터 근육이 수축하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어 다리가 불편한데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환자 진료에 매달리고 있다. 그는 아내가 우한 폐렴에 걸린 상황에서도 환자들을 돌봤다고 한다. 보호복을 착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진료에 집중하기 위해 삭발한 여성 간호사의 사진도 SNS상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중국 밖 추가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세계 각국은 방역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중국과 접경지역 출입국 검문소 운영을 중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 검역 공항 확대부터 사실상 국경 차단까지 28일까지 우한 폐렴 확진자 5명이 발생한 미국은 우한 폐렴 검역 공항을 5곳에서 2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HHS) 장관은 이날 워싱턴 청사 기자회견에서 “현 단계에서 미국인들은 안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발동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우한 폐렴에 대한 여행 자제 권고 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넓혔다. 미 CNBC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중국에 대해 여행경보 최고 수준인 여행 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은 수요 감소를 이유로 일부 중국 노선을 2월 1일부터 8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접경지나 인접국들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은 30일부터 중국 본토를 오가는 열차 운행을 중단하고 본토 출신 개인 관광객의 입경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반중 정서에 우한 폐렴 공포가 더해지며 홍콩에서는 본토와의 국경 전면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반중 시위대는 29일 국경 봉쇄를 주장하며 대중교통 방해시위를 벌였다. 또 28일 홍콩과 접경한 중국 선전 검문소에서 반중 시위대가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제 폭탄이 발견된 것을 비롯해 최근 잇따라 3건의 사제 폭탄 관련 사건이 일어났다. 입경 금지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이 중국인 입경을 전면 혹은 선별적으로 금지했다. 카자흐스탄은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싱가포르는 최근 2주 이내 후베이성을 방문한 이들의 입국과 공항 환승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24일부터 출입국 검문소 운영을 중단하고 러시아 역시 다음 달 초까지 중단 방침을 연장하기로 했다.○ 우한 폐렴에 몸살 앓는 글로벌 기업들 중국에 생산공장을 둔 글로벌 기업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다음 달 초 춘제 연휴를 마치고 생산을 재개하려 했지만 공장 가동 시점을 다시 10일 이후로 미뤘다. 현재 아이폰의 대다수 물량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28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우한 폐렴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로 향후 실적 전망치를 평소보다 넓게 잡았다고 밝혔다. 문을 닫는 매장도 급증하고 있다. 28일 스타벅스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스타벅스 매장 4000여 곳 중 절반 이상이 영업을 중단했다. 맥도널드와 KFC 등 상당수 패스트푸드점도 문을 닫았다. 한편 시장에서는 중국 매출이 큰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 전기차 회사 테슬라 등도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해 질문한 방송 진행자에게 욕설을 하면서 호통을 쳐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곧 출간될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을 폭로했다. 미 상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현재 최측근의 막말과 예전 최측근의 폭로로 트럼프 대통령이 겹악재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우크라 스캔들’ 질문에 인터뷰 중단한 폼페이오 25일 미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이 방송의 뉴스쇼 진행자인 메리 루이즈 켈리는 전날 폼페이오 장관을 인터뷰하며 지난해 5월 경질된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에 관해 질문했다. 요바노비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정부 압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 경질됐다. 최근 그의 해임 한 달 전인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그(요바노비치)를 쫓아내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되며 다시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요바노비치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란에 대한 질문만 하기로 하지 않았느냐”며 대답을 피했고, 질문이 이어지자 인터뷰를 중단했다. 그는 이후 개인 접견실로 켈리를 불러 욕설과 함께 인터뷰 시간만큼 길게 고함과 호통을 쳤다고 켈리는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국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켈리를 비난하는 개인 성명까지 배포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런 행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을 무리하게 옹호하면서 중심을 잃은 국무부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5일 “국무부의 내부 사기 하락과 함께 수장에 대한 신뢰 약화 등의 문제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 “트럼프, 바이든 조사와 우크라 원조 연계 지시” 주장한 볼턴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과거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볼턴 전 보좌관은 3월 17일 출간 예정인 회고록 ‘상황이 벌어진 방 (The Room Where It Happened)’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가 조 바이든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동의할 때까지 군사지원금 지급을 유보하겠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대가성도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회고록이 사실이라면 이를 뒤집는 셈이다.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로 경질된 볼턴 전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폭탄 증언을 할 수 있는 ‘키 맨’으로 여겨져 왔다. 볼턴의 책에는 수십 장 분량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내용이 들어 있으며 폼페이오 장관, 윌리엄 바 법무장관 등의 일화도 포함돼 있다고 NYT는 전했다. 회고록 내용이 알려지면서 볼턴을 탄핵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는 민주당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트위터에 “나는 볼턴에게 우크라이나의 군사 원조가 바이든을 비롯한 민주당에 대한 조사와 관련 있다고 결코 말하지 않았다”며 “볼턴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건 단지 책을 팔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구가인 기자}
최근 평양 인근의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 다수의 차량 활동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고 CNN이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CNN이 공개한 미국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랩스(Planet Labs)의 16일 촬영 사진에 따르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 생산하는 산음동 연구단지에서 차량 5, 6대가 빠져나가는 모습이 잡혔다. 공장 건물 뒤편에선 청색의 대형 컨테이너가 며칠 새 연이어 드나든 정황도 포착됐다. CNN은 미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런 활동은 미사일 시험 발사에 앞서 우리가 봐온 것과 일치한다”고 전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도발 임박 징후와 함께 ‘통상적 활동’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장 며칠 내 ICBM 시험발사에 나설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산음동에서 과거에도 차량 움직임이 종종 포착됐고 일부는 실제 발사로 이어졌다”며 “지금으로선 도발 준비로 단정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해 첫 도발 관련 징후인 만큼 지속적인 정찰 및 감시 활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마라톤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무기’를 거론한 이후 미사일 개발의 메카인 산음동에서 차량의 활발한 이동이 포착된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 산음동 연구단지는 평안북도 동창리 발사장과 함께 북한 미사일 도발의 ‘양대 축’이어서 미국의 집중 감시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초 동창리 발사장의 엔진시험 이후 미국은 가로세로 10cm 미만의 물체도 식별할 수 있는 정찰위성을 증강 운용해 산음동 단지 내 차량의 종류와 동선(動線), 인력 움직임을 훑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새 전략무기’ 개발에 성큼 다가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동창리에서 성능을 검증한 ‘신형 액체엔진’을 활용한 신형 ICBM의 추진체 개발과 조립 작업이 본격적으로 착수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컨테이너가 최근 산음동 단지를 잇달아 들락거린 정황이 미국 민간위성에 포착된 것도 ICBM 등 미사일 부품의 이동과 연관됐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화성―14(ICBM급)·15형(ICBM)보다 더 무거운 탄두를 미 본토 어디든지 날려 보낼 수 있는 신형 ICBM을 개발해 김정일 생일(2월 16일)이나 김일성 생일(4월 15일)에 공개하거나 발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이 최대 사거리가 1만5000km가 넘는 신형 ICBM의 조속한 전력화에 역량을 집중하라고 산음동 연구진에게 지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구가인 기자}
2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무장 반군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중동부 가즈니 주에서 비행기 한 대가 추락했다고 AP통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탈레반은 자신들이 미군 비행기를 격추시켜 미군 고위 장교 등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측 미군 장교 사망을 부인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사고가 보도된 후 성명을 통해 “정보 임무를 수행하던 비행기가 가즈니주 데흐야크 지구의 사도 켈 지역에서 추락했다”며 “고위 장교를 포함한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이 같은 주장을 부인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미 고위 장교가 사망하지 않았다”며 “여전히 추락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미군 중 누구로부터도 (사고 관련) 즉각적인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아리프 누리 가즈니 주정부 대변인은 “사고기가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남서쪽에서 130km 떨어진 데하크 지구에서 현지 시간 오후 1시 10분경 추락했다”면서 “추락 지점이 탈레반이 통제하는 지역에 있다”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사고 발표 당시 가즈니 주 관계자들은 추락기가 국영항공인 아리아나 아프간항공 소속 보잉기라고 밝혔지만, 항공사 측은 “모든 비행이 정상적으로 완료됐다”며 추락설을 부인하는 성명을 냈다. 가즈니주의 경찰은 BBC에 “사상자에 대한 정보는 없으며 비행기가 추락한 원인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해당 추락이 미국과 관련돼 있다는 목격담도 나오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가즈니 주정부 대변인을 인용해 “목격담에 따르면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으며, 조종사의 시신만 간신히 알아볼 정도다. 잔해와 시신의 형태로 미뤄 아프가니스탄 사람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가즈니주의 언론인 타리크 가즈니왈은 AP통신에 “사고기 추락지점이 미군기지로부터 10km 떨어진 곳”이라고 전했다. 현재 소셜네트워크(SNS) 상에는 사고 현장을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항공 애호가들은 잔해의 표식과 등록번호 등을 토대로 추락한 항공기가 미군의 감시·정찰용 항공기인 E-11A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 관계자는 BBC에 “현 시점에는 미군 자산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만일 탈레반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 미-탈레반 간 아프간 평화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말 탈레반을 몰아내기 위해 아프간을 침공했다. 2018년 중반부터 미국과 탈레반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협상을 진행 중이나 협상 중에도 아프간 내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해 질문한 방송 진행자에게 욕설을 하면서 호통을 쳐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보좌관은 곧 출간될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불리한 내용을 폭로했다. 미 상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현재 최측근의 막말과 예전 최측근의 폭로로 트럼프 대통령이 겹 악재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 스캔들’ 질문에 인터뷰 중단한 폼페이오 25일 미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이 방송의 뉴스쇼 진행자인 메리 루이즈 켈리는 전날 폼페이오 장관을 인터뷰 하며 지난해 5월 경질된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에 관해 질문했다. 요바노비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정부 압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경질됐다. 최근 그의 해임 한 달 전인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그(요바노비치)를 쫓아내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되며 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요바노비치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란에 대한 질문만 하기로 하지 않았느냐”며 대답을 피했고, 질문이 이어지자 인터뷰를 중단했다. 그는 이후 개인 접견실로 켈리를 불러 욕설과 함께 인터뷰 시간만큼 길게 고함과 호통을 쳤다고 켈리는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국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켈리를 비난하는 개인 성명까지 배포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런 행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을 무리하게 옹호하면서 중심을 잃은 국무부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5일 “국무부의 내부 사기 하락과 함께 수장에 대한 신뢰 약화 등 문제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바이든 조사와 우크라 원조 연계 지시” 주장한 볼턴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과거 트럼프 행정부 핵심인사였던 볼턴 전 보좌관은 3월 17일 출간 예정인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가 조 바이든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동의할 때까지 군사지원금 지급을 유보하겠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대가성도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회고록이 사실이라면 이를 뒤집는 셈이다.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로 경질된 볼턴 전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시작과 끝을 목격한 ‘키 맨’으로 여겨져 왔다. 볼턴의 책에는 수십 장 분량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내용이 들어 있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윌리엄 바 법무장관 등의 일화도 포함돼있다고 NYT는 전했다. 회고록 내용이 알려지면서 볼턴을 탄핵 증인으로 세워야한다는 민주당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트위터에 “나는 볼턴에게 우크라이나의 군사 원조가 바이든을 비롯한 민주당에 대한 조사와 관련 있다고 결코 말하지 않았다”며 “볼턴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건 단지 책을 팔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21∼24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지난해 발생한 러시아 스파이 의혹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스위스 일간 타게스안차이거를 인용해 다보스가 속한 그라우뷘덴주(州) 경찰이 지난해 8월 다보스에서 러시아 정보요원 2명을 붙잡았다가 풀어줬다고 전했다. 이들이 올해 다보스포럼을 겨냥해 첩보를 준비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 정보요원들이 각국 정상의 숙소인 고급 알파인 리조트에 3주씩 머무는 것을 수상하게 여겨 수사를 시작했다. 이 중 한 명은 배관공으로 위장했고 주요 시설에 도청·감시 설비를 설치해 첩보를 수집하려 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립국 스위스는 최근 몇 년간 러시아의 첩보 활동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스위스 연방정보국은 2018년 보고서에서 스위스 내 러시아 외교관 4명 중 1명이 첩보요원이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날 BBC에 지난해 8월 러시아인 2명이 조사받은 사실을 확인해주며 이들이 외교 여권을 지녔지만 정부에 등록된 외교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베른 주재 러시아대사관 측은 “언론이 아무것도 아닌 일로 스캔들을 만들어 화제몰이를 한다”고 주장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7년 7월 “한국이 미사일방어(MD)에 대한 비용 100억 달러(약 11조5900억 원)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주한미군 철수를 연계했다는 폭로가 등장했다. 17일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 출간을 앞둔 자사 기자 2명의 책 ‘매우 안정적인 천재(A Very Stable Genius)’를 발췌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국방부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그들(한국)에게 임대비를 청구해야 한다. 우리 군인들 비용도 받아내야 한다”고 언급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했다고 전했다. WP는 MD를 북한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격추해 한국과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 사실상 사드임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초 자신을 비판한 책 ‘화염과 분노’가 자신의 정신 건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자 “나는 안정적인 천재”라고 반박했다. 이 브리핑은 대통령에게 동맹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기 위해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이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의 말을 무시한 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은 아무 가치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부동산 사업가인 자신의 이력을 반영하듯 부동산 용어를 써가며 “나토 회원국은 미국에 진 빚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당신들이 수금하지 못했다. 사업을 했으면 완전히 파산했을 것”이라고 참모들을 비판했다. 417쪽 분량의 이 책에는 참모들이 대통령의 무지에 당황한 여러 일화가 포함됐다. 인도와 중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음을 몰랐던 트럼프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회담에서 “(인도가) 중국과 국경을 접한 것도 아니지 않냐”며 양측 갈등을 대수롭지 않게 평했다. 저자들은 “당시 모디 총리가 너무 놀라 눈이 튀어나올 정도였다”고 전했다. 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 공습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념관을 방문하려는 일정을 준비하던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뭘 둘러보는 일정인가(What‘s this a tour of)”라고 물었다. 저자들은 “그가 진주만이란 단어를 들어봤고 역사적 전투가 벌어졌다는 것을 이해하는 듯했지만 그 이상에 대해서는 모르는 듯했다”고 꼬집었다. 한 참모는 “대통령은 위험하리만큼 무지하다”고 우려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호주가 불타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발발한 산불이 5개월째 이어져 국가 전체가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 15일까지 사망자가 28명에 달하고 한국 국토보다 넓은 약 12만 km²가 불탔다. 10억 마리의 야생동물도 떼죽음을 당했다. 호주를 대표하는 코알라는 약 3만 마리가 희생돼 멸종설까지 돌고 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온난화와 이상 고온 등이 꼽힌다. 하지만 그 이면에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지도자의 무능이 자리한 ‘전형적 인재(人災)’란 분석이 확산되면서 국민의 분노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 산불 와중에 비밀 휴가 떠난 총리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인물은 집권 자유당을 이끄는 스콧 모리슨 총리(52)다. 2018년 8월 집권한 그는 남동부에서 시작된 산불이 호주 전역으로 번지던 지난해 12월 16∼21일 미국 하와이로 가족 휴가를 떠났다. 그가 휴가를 떠난 16일은 최대 도시 시드니 등이 포함된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산불이 급속도로 번진 시점이어서 비난 여론이 고조됐다. ‘산불이 아니라 원자폭탄 수준인데도 총리가 자리를 비웠다. 중앙정부의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당시 모리슨 총리는 행선지와 휴가 일정도 밝히지 않은 채 떠났다. 소셜미디어에 하와이에 머무는 총리 사진이 떠돌자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 와중에 같은 달 19일 소방대원 2명이 화재 진압 중 순직했다. 그는 하와이에서 ‘뒷북’ 사과 성명을 발표했고 21일 귀국했다. 적절한 대응 시점이 지나간 뒤였다. 귀국 후에도 그의 악수(惡手)가 이어졌다. 민심이 흉흉한데도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강행했다. 2일 뉴사우스웨일스의 한 피해 마을을 찾은 그는 분노한 주민들의 욕설과 조롱에 쫓기듯이 자리를 떴다. 10일에는 시드니, 멜버른, 캔버라 등 대도시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 수만 명은 모리슨 정권의 무능도 규탄했다. 모리슨 총리는 12일 호주 ABC방송 인터뷰에서 초동 대응 실패를 인정하며 “지금 깨달은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휴가를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여론은 싸늘하다. 영국 가디언은 8∼11일 진행된 올해 첫 여론조사에서 총리의 지지율이 한 달 전보다 8%포인트 떨어진 37%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총리의 국정 수행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답은 한 달 전보다 11%포인트 오른 59%였다. 제1야당 노동당의 앤서니 앨버니즈 대표의 지지율은 46%로 총리보다 9%포인트 높았다.○ 석탄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 중도우파 성향인 집권 자유당의 화석연료 옹호 정책이 산불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모리슨 총리는 그간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왔다. 이는 석탄, 천연가스, 철광석 등 원자재와 에너지 산업 의존도가 높은 호주 경제 구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호주는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의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2018년 호주의 석탄 수출액은 670억 호주달러(약 53조5000억 원).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석탄, 철광석, 액화천연가스(LNG)는 호주의 3대 수출 품목이며 국민 1인당 연 7300호주달러(약 583만 원)의 부(富)를 창출한다. NYT는 “중국 경제 급성장 등의 영향으로 원자재 수출이 호황을 보이면서 호주 경제가 지난 30년간 단 한 번도 경기 침체를 겪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석탄 생산지인 북동부 퀸즐랜드주가 호주 정계의 주요 경합지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모리슨 총리는 지난해 5월 강경보수 성향인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국민당은 퀸즐랜드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모리슨 총리는 줄곧 자국의 석탄 산업을 맹렬히 옹호해 왔다. 그는 지난해 말 인터뷰에서 ‘화재로 석탄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말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모리슨 총리는 “무모하게 일자리를 파괴하고 경제를 망가뜨리는 일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총선 결과가 모리슨 총리의 이런 행보를 더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그가 이끄는 자유국민연합(자유당-국민당)은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줄곧 노동당에 뒤졌다. 심지어 총선 당일 출구조사에서도 패배가 확실시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자유당의 승리였다. 유권자들이 ‘환경’보다 ‘돈’을 택했기 때문이다. 총선 과정에서 빌 쇼튼 당시 노동당 대표는 탄소 배출 규제 강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을 내걸었다. 반면 모리슨 총리는 “노동당이 호주가 감당할 수 없는 청구서를 요구한다”며 고용 증가, 재정흑자 달성 등을 제시했다. 자유당은 2013년 집권 후 파벌 다툼으로 총리가 두 차례나 바뀔 정도로 내부 분열이 심했지만 유권자들은 개의치 않았다. 일각에서 “경제적 안정을 택한 결과가 이번 산불 사태로 이어졌다”는 자성론이 나오는 이유다. ○ 대기 오염, 수질 오염도 심각 산불 이후 고조된 대기 오염은 새로운 난제로 부상했다. 산불로 인한 연기 때문에 비행기로 약 2시간 떨어진 뉴질랜드에서도 매연 피해를 호소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이달 초에는 뉴질랜드 남섬의 빙하지대가 바람을 타고 온 산불 재에 뒤덮여 지저분한 회갈색으로 변한 모습이 목격됐다.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의 대기질지수(AQI·Air Quality Index)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한때 1000을 돌파했다. AQI가 300 이상이면 매우 나쁨, 400 초과면 최고 심각 단계인데 이를 훨씬 넘어섰다. 이 정도 수치는 하루 평균 19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과 맞먹는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현재 호주 전역에서는 산불로 인한 연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AP통신은 정부가 마스크 350만 개를 배포했다고 전했다.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산불 피해가 심각한 뉴사우스웨일스와 빅토리아주에서는 천식 환자의 구급차 호출이 화재 전보다 50% 늘었다. 수도 캔버라의 한 간호사는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연기로 자기공명영상(MRI) 기계가 종종 오작동한다”고 호소했다. 미 과학잡지 MIT테크놀로지 리뷰 등은 이번 산불로 지난해 세계 탄소 배출량의 1%에 해당하는 4억 t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고 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산불 연기가 지구를 한 바퀴 순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의 대기질 악화는 물론이고 대규모 산불로 형성된 ‘산불 적란운(pyrocumulonimbus)’이 세계 기상 악화를 야기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화재운(火災雲)으로도 불리는 적란운은 하늘로 올라간 재, 연기, 연소 물질 등을 통해 화재를 유발하는 일종의 뇌우다. 비는 뿌리지 않고 번개만 치는 바람에 산불이 재발하고 화재를 더 키운다. 15일부터 뉴사우스웨일스를 비롯한 호주 일부 지역에 집중 호우가 쏟아졌다. 일부 산불이 진화됐지만 수질 오염, 산사태 등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이미 지난 5개월간의 화재가 낳은 수많은 재가 강과 호수를 오염시켰다. 식수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CNN은 산불로 건조해진 땅에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질 경우 홍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산 피해도 엄청나다. CNN에 따르면 산불로 인한 사유재산 피해는 50억∼100억 호주달러(약 4조∼8조 원)로 추정된다. 피해를 복구하려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존 퀴긴 퀸즐랜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CNN 기고에서 “재난으로 인한 최종 비용이 1000억 호주달러(약 80조 원)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했다.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비용도 있다. 일부 생태학자는 호주 코알라가 이미 ‘기능상 멸종(functionally extinct)’ 상태라고 진단한다. 인간의 도움 없이 자생적으로 생존하고 번식할 수 없다는 뜻이다. 뉴질랜드 코알라를 수입하자는 온라인 청원도 등장했다.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의 고온 건조한 여름은 다음 달까지 계속된다. 피해 규모도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가짜뉴스로 민심 흉흉 산불의 규모와 원인을 둘러싼 가짜뉴스 논란도 거세다. 이달 들어 전 세계 소셜미디어를 통해 ‘위성으로 관찰한 결과 호주 대륙 전체가 시뻘겋게 불타고 있음이 한눈에 보인다’고 주장하는 사진이 널리 퍼졌다. 브리즈번의 한 예술가가 제작한 합성 이미지임이 뒤늦게 밝혀졌지만 상당수 사람들이 진실로 받아들였다. 일부 보수 언론은 피해 규모를 축소 보도해 비판받고 있다. NYT는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 등이 피해를 줄여 보도했을 뿐 아니라 화재 원인도 기후변화가 아닌 방화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이번 산불로 불탄 면적이 지난 15년간 뉴사우스웨일스 한 주(州)의 산불 피해 면적을 모두 합한 것과 비슷하다. 보수 매체의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화재 전문가인 스티븐 파인 미 애리조나대 교수는 NYT에 “호주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대규모 화재가 점점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 원인이 기후변화라는 것도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BBC 등에 따르면 고온 건조한 호주의 여름(매년 12월∼다음 해 2월)에 화재가 빈번한 것은 새롭지 않지만 화재 빈도와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매년 크고 작은 산불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1910년 이후 호주의 연평균 기온은 1도 이상 따뜻해졌다. 지난해 12월 17, 18일 양일간 평균 기온은 각각 40.9도와 41.9도를 기록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기후변화 문제를 외면했던 모리슨 총리도 산불과 온난화의 연관성을 처음 인정했다. 그는 12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점점 더워지고 더 건조해지는 여름 속에 살고 있다. 분명히 광범위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을 두고 연정 파트너인 국민당은 물론이고 집권 자유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제기된다. 가디언은 보수 성향 의원들이 “환경 친화적 해결책이 실업을 늘리고 전력 비용을 올려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불 원인과 대책을 둘러싼 사회 갈등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구가인 comedy9@donga.com·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