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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9월부터 한국 기업들이 달러화 결제 없이 원화로 인도네시아의 희토류 등을 수입할 수 있게 된다. 31일 외환 당국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원화-루피화 직거래 결제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사실상 협의를 마무리했다. 이르면 9월 내에 원화-루피화 직거래 결제 시스템 도입과 관련한 업무협약식을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5월 양국의 중앙은행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1년 4개월여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그간 국내 기업들이 인도네시아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한 이후 송금을 해야 했다. 하지만 직거래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국내 민간 은행 등에 원화를 맡긴 뒤 루피화로 송금을 요청하면 된다. 통화 직거래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달러화 환전 절차가 없기 때문에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율 변동 위험도 축소할 수 있다. 국내 은행들에 시스템 참여 의사를 확인한 결과 대다수 시중은행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중앙은행과 외환 당국 등은 합의 내용에 각국의 시중 은행들이 달러화 결제보다 원화-루피화 직거래 결제 시 더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는 데 노력한다는 문구를 삽입할 예정이다. 결제 시스템 활성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인도네시아는 신흥 자원 부국으로 반도체 핵심 원자재인 희토류를 비롯해 이차전지 원료인 니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미중 갈등으로 중국 시장이 막히면서 인도네시아가 대체 자원 공급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양국 간 교역 금액은 총 212억 달러(약 29조 원)로 12번째로 많았다. 수출액은 91억 달러, 수입액은 이보다 큰 121억 달러(약 16조6900억 원)였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피해를 입은 판매업체와 소비자를 위한 지원책이 구체화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피해를 입은 영세 소상공인 판매업체에 특례보증으로 긴급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책금융을 동원해 줄도산에 처한 소상공인들에게 저리로 대출해 주는 것이다. 자금은 IBK기업은행이 맡고 금융위 산하 신용보증기금이 특례보증으로 긴급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가장 우려되는 사안이 판매자 도산”이라며 “그러나 긴급자금 투입으로 자금을 충분히 빌려준다면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중소벤처기업부에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급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소상공인이 재난, 천재지변 등으로 피해가 있거나 거래처 부도 등으로 급격한 경영 어려움에 처했을 경우 긴급 융자하는 제도다. KB국민은행도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금융 지원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티몬·위메프와 거래하며 선정산대출을 받고 만기를 맞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대출금 기한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이자율 인하 등의 지원을 시작했다. 금감원은 15개 은행 부행장들에게 피해 소상공인 관련 대출 기한 연장, 상환 유예를 요청했다. 국내 9개 카드사는 티몬·위메프에서 결제한 뒤 피해를 입은 일부 소비자를 대상으로 결제 취소를 신청받기로 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NH농협카드로 티몬·위메프에서 정상적으로 물품·서비스 등을 결제하고 이를 제공받지 못한 소비자는 카드사의 이용대금 이의제기 절차를 통해 결제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결제 금액 20만 원 이상에 할부 3개월 이상인 경우 할부계약 철회, 잔여 할부금 지급 거절이 가능하다. 협회는 “이의 제기는 카드사 고객센터, 홈페이지 또는 카드사 모바일 앱을 통해 할 수 있다”며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결제 취소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티몬과 위메프에 대해 추가적인 현장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집단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25일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긴급 현장조사를 벌인 공정위는 경영진을 압박하면서 대응을 촉구했지만 소비자 환불 접수 건수와 규모, 지급 여력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다음 주에 추가 현장 점검을 통해 이들의 전자상거래법 규정 위반 여부를 살펴볼 방침이다. 또 공정위는 다음 달 1일부터 9일까지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를 통해 집단 분쟁조정 신청을 받는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여행, 숙박, 항공권을 구입한 소비자가 청약 철회를 요청했지만 대금 환급을 거절당한 경우 등이 우선 대상이다. 집단 분쟁조정은 50명 이상의 소비자가 비슷한 유형의 피해를 입은 경우 일괄적으로 분쟁을 조정하는 제도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큐텐그룹의 유동성이 마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동성이 꽉 막힌 상황에서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들의 불안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6일 네이버쇼핑과 다음 쇼핑하우는 이용자 피해를 막기 위해 티몬·위메프의 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네이버 쇼핑 검색에서 티몬과 위메프 상품 노출을 일시 중단했다”며 “상품이 정상적으로 제공되면 협의를 거쳐 서비스 재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여행사들에 이어 네이버와 카카오도 티몬·위메프 상품 노출을 중단하는 등 주요 판매자들이 떠나면서 티몬과 위메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미정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는 상품이 팔리지 않아 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는 티몬·위메프의 미정산액이 1700억 원을 훌쩍 넘길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규모 파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6, 7월의 판매대금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을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미정산액이 훨씬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미정산액이 3000억 원을 웃돌 수도 있다고 본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의 현장 점검이 끝나는 대로 피해를 입은 영세 소상공인 판매업체에 특례보증으로 긴급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IBK기업은행이 자금을 담당하고 신용보증기금이 특례보증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판매업체에 긴급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해 각 부처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 등은 29일 오전에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미정산 상황을 점검하고 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내년부터 자녀에게 물려주는 재산에 상속세를 매길 때 자녀 한 명당 공제해주는 금액이 10배로 늘어난다. 최고세율도 50%에서 40%로 낮춘다. 최고세율 조정은 25년 만에, 상속세 공제 한도는 9년 만의 개편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나서 국회 통과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하향 조정하고 상속세 자녀공제 금액을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확대해 중산층, 특히 다자녀 가구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자녀공제 금액이 5억 원으로 늘면 물려받은 전체 재산에서 5억 원은 빼고 상속세를 계산하게 된다. 아울러 정부는 최저세율인 10%가 적용되는 구간도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기업의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 20%를 할증하는 제도도 없앤다. 다만 최대 30억 원인 배우자 공제와 일괄공제 5억 원은 유지된다. 정부는 또 결혼과 출산을 늘리기 위해 신혼부부가 혼인 신고를 하면 연말정산 때 최대 100만 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결혼세액공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올해 1월부터 2026년까지 혼인 신고한 신혼부부들이 대상이다. 또 자녀 한 명당 15만∼30만 원씩 세액공제를 해주던 것도 25만∼40만 원으로 10만 원씩 올리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은 올해 세법 개정안에는 담기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미 종부세 납부 인원과 세액이 크게 줄어든 데다 종부세를 개편하면 지방 재정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 논의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내년부터 과세하기로 했던 가상자산 투자 소득은 과세 시점을 2년 유예했다. 세법이 정부안대로 개정된다면 내년부터 5년 동안 세수가 총 18조4000억 원 줄어든다. 세수 펑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3년째 감세 기조를 이어가면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억 재산 상속세, 자녀 2명이면 1억5000만원 → 0원[2024년 세법 개정안]지난해 부과 대상자 1만9944명… ‘중산층 세금’ 변질된 상속세 개선민주당 “초부자 감세엔 동의 못해… 공제는 합리적 수준이면 논의 가능”정부가 20여 년 만에 상속세 개편에 나서면서 과거에는 자산가들의 세금이었던 상속세가 최근 중산층 세금으로 변질됐다는 문제 제기는 상당 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현재 50%인 상속세 최고 세율을 40%로 낮추고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한 할증을 폐지하는 등의 방안은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자녀 한 명당 5억 원 공제 정부가 25일 올해 세법 개정안을 통해 공개한 상속세 개편의 핵심 중 하나는 자녀 공제 금액을 현재 1인당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상향하는 내용이다. 국회를 거쳐 이 같은 개정이 이뤄지면 25억 원의 재산을 배우자와 자녀 2명에게 물려주는 경우의 상속세 부담은 기존의 4억4000만 원에서 1억7000만 원으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기획재정부의 추산에 따르면 25억 원의 재산 가운데 5억 원은 배우자에게, 20억 원은 자녀 2명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가정했을 때 현재는 배우자 공제 5억 원과 일괄 공제 5억 원을 제외한 15억 원에 대해 상속세가 부과된다. 자녀 공제가 1인당 5000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녀 수에 따른 공제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녀 공제가 1인당 5억 원으로 높아지면 자녀가 2명인 경우에는 배우자 공제 5억 원에 기초 공제 2억 원, 자녀 공제 10억 원이 적용된다. 25억 원의 상속재산 가운데 17억 원을 제외한 8억 원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매기는 것이다. 또 자녀가 3명이면 상속세가 4000만 원으로 줄어들고 4명 이상이라면 공제액이 상속액을 초과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만약 상속재산이 17억 원에 자녀가 2명이면 아예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현재는 1억5000만 원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약 12억 원이다.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를 물려줘도 세금을 내지 않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한 것은 1997년에 5억 원의 일괄 공제를 신설한 이후 27년째 상속세 공제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서울의 아파트 한 채만 상속해도 상속세 납부를 피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는 상속 재산이 5억 원만 넘어도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한 개선안”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초부자 감세’ 반대 1997년 2805명 수준이었던 국내의 상속세 부과 대상자는 지난해 1만9944명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여야 모두 공제액을 높여 납부 인원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대가 마련된 상황이다. 최근 여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일괄 공제를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상향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고 세율 인하 등을 놓고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에 정부는 50%였던 상속세 최고 세율을 40%로 낮추고 대기업 최대주주의 주식 상속분 등에 대한 20% 할증은 폐지하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공제는 물론 과세표준, 최고 세율, 할증 등을 모두 손질하는 전방위적인 개편안을 들고나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재부가 내놓은 상속세 개정안에 대해 ‘부자 감세’라며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상속세 등을 언급하며 “초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낮추는 세제 개편안은 집권 초부터 이어져 온 부자 감세 기조를 더욱 명확히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다만 공제액 상향과 관련해서는 “합리적인 수준이라면 조정할 수 있다”며 협상의 여지는 열어 뒀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상속세 자녀 공제 금액을 5억 원으로 상향한 것 등에 대해선 “과하다”면서도 “상속세 부과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본 뒤 동의할 만한 수준에서 공제액을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속세 개편은 세율은 물론 공제액 상향 등까지 모두 국회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2027년부터로 다시 늦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각종 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당초 2022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이미 두 차례 연기된 바 있다. 2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가상자산 양도나 대여로 연 250만 원 넘는 수익을 거둔 투자자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의 세금을 부과하려던 계획을 2년 늦추기로 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이달부터 처음 시행되는 상황 등을 고려해 2027년부터 과세에 나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상자산과 관련한 소비자 보호와 투명성 등에서 아직 보완할 측면이 있다”며 “또 서민, 중산층 투자 자산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유예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가상자산 과세는 유예하더라도 여러 종류의 신종 투자상품에 대한 과세 인프라는 계속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국세청에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 가상자산 취득 가격을 정확하게 산정하기 힘든 경우 양도 가액의 최대 50% 범위 안에서 일정 비율을 취득 가액으로 결정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미술품과 저작권 등의 권리를 분할 발행해서 투자할 수 있게 만든 조각투자상품에 대해서도 현재의 펀드와 동일하게 배당소득으로 과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겠다는 계획도 이번 세법 개정안에 담았다. 정부는 올 초부터 금투세 폐지 방침을 밝혀 왔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내년부터 자녀에게 물려주는 재산에 상속세를 매길 때 자녀 한 명당 공제해주는 금액이 10배로 늘어난다. 최고세율도 50%에서 40%로 낮춘다. 최고세율 조정은 25년 만에, 상속세 공제 한도는 9년 만의 개편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나서 국회 통과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하향 조정하고 상속세 자녀공제 금액을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확대해 중산층, 특히 다자녀 가구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자녀공제 금액이 5억 원으로 늘면 물려받은 전체 재산에서 5억 원은 빼고 상속세를 계산하게 된다. 아울러 정부는 최저세율인 10%가 적용되는 구간도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기업의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 20%를 할증하는 제도도 없앤다. 다만 최대 30억 원인 배우자 공제와 일괄공제 5억 원은 유지된다. 정부는 또 결혼과 출산을 늘리기 위해 신혼부부가 혼인 신고를 하면 연말정산 때 최대 100만 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결혼세액공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올해 1월부터 2026년까지 혼인 신고한 신혼부부들이 대상이다. 또 자녀 한 명당 15만∼30만 원씩 세액공제를 해주던 것도 25만∼40만 원으로 10만 원씩 올리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은 올해 세법 개정안에는 담기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미 종부세 납부 인원과 세액이 크게 줄어든 데다 종부세를 개편하면 지방 재정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 논의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내년부터 과세하기로 했던 가상자산 투자 소득은 과세 시점을 2년 유예했다. 세법이 정부안대로 개정된다면 내년부터 5년 동안 세수가 총 18조4000억 원 줄어든다. 세수 펑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3년째 감세 기조를 이어가면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정부가 20여 년 만에 상속세 개편에 나서면서 과거에는 자산가들의 세금이었던 상속세가 최근 중산층 세금으로 변질됐다는 문제 제기는 상당 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현재 50%인 상속세 최고 세율을 40%로 낮추고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한 할증을 폐지하는 등의 방안은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자녀 한 명당 5억 원 공제 정부가 25일 올해 세법 개정안을 통해 공개한 상속세 개편의 핵심 중 하나는 자녀 공제 금액을 현재 1인당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상향하는 내용이다. 국회를 거쳐 이 같은 개정이 이뤄지면 25억 원의 재산을 배우자와 자녀 2명에게 물려주는 경우의 상속세 부담은 기존의 4억4000만 원에서 1억7000만 원으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기획재정부의 추산에 따르면 25억 원의 재산 가운데 5억 원은 배우자에게, 20억 원은 자녀 2명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가정했을 때 현재는 배우자 공제 5억 원과 일괄 공제 5억 원을 제외한 15억 원에 대해 상속세가 부과된다. 자녀 공제가 1인당 5000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녀 수에 따른 공제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녀 공제가 1인당 5억 원으로 높아지면 자녀가 2명인 경우에는 배우자 공제 5억 원에 기초 공제 2억 원, 자녀 공제 10억 원이 적용된다. 25억 원의 상속재산 가운데 17억 원을 제외한 8억 원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매기는 것이다. 또 자녀가 3명이면 상속세가 4000만 원으로 줄어들고 4명 이상이라면 공제액이 상속액을 초과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만약 상속재산이 17억 원에 자녀가 2명이면 아예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현재는 1억5000만 원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약 12억 원이다.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를 물려줘도 세금을 내지 않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한 것은 1997년에 5억 원의 일괄 공제를 신설한 이후 27년째 상속세 공제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서울의 아파트 한 채만 상속해도 상속세 납부를 피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는 상속 재산이 5억 원만 넘어도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한 개선안”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초부자 감세’ 반대 1997년 2805명 수준이었던 국내의 상속세 부과 대상자는 지난해 1만9944명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여야 모두 공제액을 높여 납부 인원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대가 마련된 상황이다. 최근 여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일괄 공제를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상향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고 세율 인하 등을 놓고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에 정부는 50%였던 상속세 최고 세율을 40%로 낮추고 대기업 최대주주의 주식 상속분 등에 대한 20% 할증은 폐지하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공제는 물론 과세표준, 최고 세율, 할증 등을 모두 손질하는 전방위적인 개편안을 들고나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재부가 내놓은 상속세 개정안에 대해 ‘부자 감세’라며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상속세 등을 언급하며 “초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낮추는 세제 개편안은 집권 초부터 이어져 온 부자 감세 기조를 더욱 명확히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다만 공제액 상향과 관련해서는 “합리적인 수준이라면 조정할 수 있다”며 협상의 여지는 열어 뒀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상속세 자녀 공제 금액을 5억 원으로 상향한 것 등에 대해선 “과하다”면서도 “상속세 부과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본 뒤 동의할 만한 수준에서 공제액을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속세 개편은 세율은 물론 공제액 상향 등까지 모두 국회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올 5월에 태어난 아기가 1년 전보다 500명 넘게 늘어나며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출생아 수가 2개월 연속 늘어난 건 8년 6개월 만이다. 출산의 선행 지표로 꼽히는 결혼 건수도 두 달 연속 20% 넘게 늘었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올 5월 1만9547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514명(2.7%) 늘어난 규모다. 출생아 수가 전년 동월 대비로 두 달 연속 증가한 건 2015년 10, 11월 이후 처음이다. 출생아 수는 4월에 19개월 만에 증가세로 반전한 바 있다. 결혼 건수도 2만923건으로 전년보다 21.6%(3712건) 늘었다. 5월 기준으로 결혼 건수가 2만 건을 넘어선 건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결혼 건수는 올 4월에도 24.6%(3565건) 늘며 2018년 10월(26.0%)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바 있다. 출산과 결혼 모두 두 달째 늘었지만 저출산 흐름이 완전히 반전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의 경제적 지원 등 여러 정책이 나오면서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고 있다”며 “민관이 같이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엔데믹-지자체 장려금에 결혼 늘어… “지속될지는 지켜봐야”출생아 두달연속 증가“주거 불안 등 근본문제 해결 필요”출생아가 두 달 연속 반등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급감했던 결혼 건수가 지난해부터 회복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은 2019년 4.7건에서 2022년 3.7건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3.8건으로 다시 늘었다. 계봉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혼인 건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단기 반등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에 줄었던 혼인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통상 결혼 건수가 늘면 2년 정도 시차를 두고 출생아 수도 늘기 때문에 올 하반기(7∼12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책이 결혼을 늘리고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결혼 지원금이 있는 지자체의 결혼 건수 증가율이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신혼부부에게 최대 500만 원의 결혼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는 대전의 1∼5월 누적 결혼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 증가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일각에선 출산율이 더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1991∼1995년은 1987년 62만 명까지 줄었던 출생아가 70만 명대로 회복된 시기다. 1992년 출생아는 약 73만 명으로 5년 전보다 10만 명 이상 늘었다. 이들이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면서 당분간 혼인과 출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인구효과’는 결혼 적령 인구가 다시 감소하면 금세 사라질 수밖에 없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혼인 증가로 인한 출산율 반등은 2∼4년 정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고용과 주거 문제 등 젊은층의 근본적인 불안을 해소하지 않으면 출산율의 지속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구 효과가 끝나기 전에 젊은층이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하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부터 부모급여 인상 등 중산층 이상 가정에 출산 유인이 될 만한 정책들이 발표됐지만, 그 효과는 아직 크지 않다”며 “저출산 정책이 출산율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강민수 신임 국세청장(사진)이 엄정한 국세 행정을 강조하면서 최근 축소 흐름을 유지해 온 세무조사를 다시 늘릴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강 청장은 23일 국세청 본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세청 본연의 업무인 국가 재원 조달과 공정 과세에 더욱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불편부당한 자세로 신고검증은 추상같이 하고 세무조사는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 과세를 소홀히 하는 것은 성실하게 납세하는 대다수 국민에 대한 도리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엄격한 세무 집행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강 청장은 악의적이고 지능적인 탈세와 관련해서는 “비정기 선정, 장부 일시 보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데 있어 주저함 없이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여건이나 인력 상황 등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연간 조사 건수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2019년 1만6008건이었던 세무조사를 지난해 1만3992건까지 줄인 바 있는데 이를 다시 늘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우리처럼 배달을 아예 안 하는 음식점도 많은데 일부 음식점의 배달비만 따로 지원하면 결국 내가 낸 세금으로 다른 음식점을 돕는 것 아닙니까?” 최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돈가스집 사장님은 정부의 배달비 지원 계획을 듣더니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영세 자영업자의 배달비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벌써 역차별 우려가 나오는 것입니다. 실제로 통계청의 ‘배달앱 및 배달대행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외식업체 가운데 배달앱을 이용하는 업체의 비율은 28.7%에 그쳤습니다. 전체 외식업체의 70% 이상이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니 이 사장님의 지적에는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외식업체의 배달앱 이용은 업종과 규모에 따른 편차도 큽니다. 한식음식점(20.2%)과 제과점(37.1%)은 이용률이 낮은 반면 피자·햄버거·샌드위치 및 유사 음식점업(83.4%)과 치킨전문점(79.1%) 등은 활용 비중이 높습니다. 또 연 매출이 5000만 원 이하인 업체는 13.5%만 배달앱을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는데요. 정부의 배달비 지원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영세 자영업자 중에서는 소수만 배달비를 지출하고 있는 셈입니다. 고금리, 고물가 속에 인건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데 배달비까지 무거운 짐이 된 영세 자영업자를 어떻게든 도와야 한다는 정부의 고민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배달비 때문에 힘들다”고 하니 세금으로 배달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 대응인지는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영업자가 지불하는 배달비는 그래도 매출이 발생할 때 뒤따르는 비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직접 돈을 벌 때 발생하는 비용까지 보전해 주기보다는 임차료나 전기요금처럼 기본 경비에 가까운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배달비 지원은 결국 배달 플랫폼 기업으로 그 돈이 흘러간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23일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의 상생 협의체를 출범시키며 배달 수수료 인하 압박에 나서는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배달비 지원에서도 역차별 논란을 넘어서는 현명한 해법을 찾아내길 기대해 봅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당장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려 하다가 놓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긴 호흡으로 봤을 때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리고 풀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계획입니다.”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하반기(7∼12월)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가 열렸습니다.한국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매년 6월 말이나 7월 초에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고 남은 한 해 동안의 경제 정책 목표를 제시하곤 하는데요.이번 경제정책 방향 발표는 남은 한 해가 아니라 향후 3년 혹은 그 이상의 중장기 과제를 함께 내놓기로 하면서 관심을 모았습니다.2024년 현재, ‘역동성’이 떨어졌다는 것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취약점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마련한 ‘역동경제 로드맵’인데요.요즘은 인기가 많이 식었다고 하지만….여전히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엘리트 조직으로 꼽히는 기재부가 생각하는 한국의 문제와 그 해결의 방향성이 담겨 있습니다.이번 로드맵 작업에는 실제로 실력 있는 기재부 사무관들이 대거 투입됐다는 후문입니다.● 10대 과제, 33개 세부 추진 과제로 ‘총망라’역동경제 로드맵의 실제 책자는 목차를 제외하고 총 69페이지 분량입니다.총론과 10대 과제, 향후 일정, 참고 자료로 구성된 전형적인 정부 발표 자료인데요. 왜 이런 로드맵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달성한 한국의 성장 엔진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인식을 앞세우면서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그러면서 제시한 10대 과제는 ‘혁신 생태계 강화’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 이동성 개선’이라는 3개 분야로 나눴습니다.이 10대 과제라는 것이 그 자체로 하나씩의 과제는 아닌데요. 10대 과제 밑의 세부 추진 과제를 세어보니 33개에 이릅니다.생산성 향상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균등한 기회와 정당한 보상, 가계소득·자산 확대, 교육 시스템 혁신 등의 카테고리에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들을 모두 담았다고 봐도 되는 로드맵 아닐까 싶습니다.● “고용 70% 차지하는 서비스업, 영세화로 낙후” 딱딱한 정부 발표 자료 중에서도 유난히 작은 글씨가 많이 달린 이 책자를 전부 요약해 드리는 건 사실 큰 의미도, 재미도 없어 보입니다.어찌 보면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얘기해 온 한국의 문제들이기에 새롭지 않을 수 있고, 내용도 복잡한데요.그럼에도 이 ‘재미없는’ 자료를 다시 짚어보는 이유는 2024년 현재,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 관료들의 문제 인식과 미래 과제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그런 관점에서 눈에 띄는 부분을 살펴보자면….우선 정부는 현재 한국 경제의 생산성 자체에 문제가 있는데 특히 산업별, 기업별 편차가 크다는 인식입니다.해외 주요국에 비해 중소기업의 비중이 너무 크고 서비스 산업과 농업 등의 생산성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뒤처져 있다는 것인데요.서비스업의 경우 국내 고용의 70%, 부가가치의 60%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정부는 “힘들다”라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을 내놓고 있고 이번에도 역동경제 로드맵과 함께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별도 대책을 내놓았는데요.영세화된 서비스업의 경쟁력 자체가 떨어지는 근본적인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 셈입니다.● “농촌 고령화되는데 먹거리 수입은 힘들어”먹거리와 주거 문제를 한 발 떨어진 시장 관점에서 지적한 분석도 짚어볼 만합니다.최근 먹거리 물가에 비상이 걸린 상황. 정부는 기후변화와 고령화 속에 농업 생산성이 낮아지고 있는데 유통에서는 경쟁이 제한된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국내 농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높은 관세율 때문에 수입이 힘든 상황이 결국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것인데요.규모를 키운 공동영농 등으로 농업 경쟁력을 높이고 관세율을 낮춰서 해외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방향성입니다.주거 측면에서도 영세화된 단기 임대와 비등록 사업자가 민간 임대 시장을 주도하면서 주거 안정성이 떨어지고 전세 사기 등의 위험까지 커졌다고 지적했는데요.개인 간의 계약으로 ‘2+2’, 4년 정도의 거주가 보장되는 방식의 임대차 시장 자체가 선진국과는 차이가 크다는 것입니다.일본이나 미국 등의 경우 규모화·전문화된 기업을 중심으로 주택 임대 시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이 덧붙었는데요.이에 따라 정부는 집을 사지 않아도 수십 년 이상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민간 장기 임대 서비스를 2035년 10만 채까지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습니다.● 정부 혼자 못 푸는 문제도 많아69페이지에 이르는 큰 숙제. 눈에 띄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 자료를 다시 살펴보면서 드는 생각은 역시나 ‘실제로 얼마나 개선 혹은 해결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입니다.사실 굵직한 과제의 경우 그 열쇠가 정부 손에 쥐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요.대표적으로 보면 대기업 중심의 생산성 높은 경제 시스템 구축과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완화 등의 과제가 그렇습니다.정부가 뒤를 받칠 수야 있겠습니다만 미래 신산업 발굴을 정부가 이끌어 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산업의 성패는 어쩌면 정부보다는 기업의 손에 쥐어져 있을지도 모르는 시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 역시 정부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정부가 추진할 수는 있지만 곳곳에서 강한 반발을 마주할 가능성이 큰 사안도 적지 않아 보이는데요.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 제정의 경우 10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고 수입 농산물 관세율 인하는 농민 단체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이슈입니다. ● 스스로 목표 세운 정부, 실행이 관건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서 중·장기 목표를 제시한 만큼 앞으로 이 과제들을 어느 정도까지 풀어낼 수 있을 것인지는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이번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F1)의 피트스탑 장면 사진을 손에 들고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까지 원팀이 된 정책 속도전을 강조했습니다.이날 최상목 부총리도 “우리 경제는 이제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윤석열 정부 2년에서 3년으로 넘어가는 피트 스톱에 들어왔다”라며 “경제팀이 힘을 모아 서민·중산층 시대 구현을 향해 전력 주행하겠다”라고 강조했는데요.최고 시속 370킬로미터를 넘나들며 정신없이 진행되는 F1 경주에서, 중요한 타이어 교체 전략을 실행하는 피트스톱이 가지는 중요성처럼 중·장기 전략을 기반으로 경제 정책을 실행하겠다는 설명이겠습니다.로드맵이 발표 이후에 만난 한 기재부 당국자는 “하나씩 두 개씩, 조금씩이라도 이 방향을 향해서 꿋꿋하게 가겠다”라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정부 스스로 내놓은 숙제를 정말로 잘 풀어가는지를 계속 살펴보면서 또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일이나 구직 활동을 모두 하지 않고 있는 대졸자가 올 상반기(1∼6월)에 400만 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대졸 이상(전문대졸 포함) 학력의 비경제활동인구는 올 상반기에 월평균 405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만2000명 늘어난 것으로 199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치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만 15세 이상인 인구를 뜻하는데 여기에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취업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 등도 포함된다. 비경제활동인구에서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이 비율은 2020년 상반기 23.7% 수준이었지만 올 상반기 25.1%로 처음 25%를 넘어섰다. 또 대졸 이상 청년층(15∼29세)의 비경제활동인구는 올 상반기 월평균 59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00명 늘었다. 20대 청년층이 대졸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를 주도하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의 역동성이 떨어지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청년층에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취업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청년 첫 일자리 31%는 ‘1년이하 임시-일용직’‘그냥 쉬는’ 대졸자 405만명“대기업 공채 폐지로 취업여건 악화”청년 일자리 여건 악화는 청년들의 첫 일자리 경험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5월을 기준으로 학교를 졸업하거나 도중에 그만둔 뒤에 취업한 경험이 있는 청년층 376만5000명 가운데 118만1000명은 첫 일자리가 계약 기간 1년 이하의 임금근로 일자리로 나타났다. 계약 기간 1년은 양질의 일자리인 상용직과 임시·일용직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쓰이는데 임시·일용직으로 사회 활동을 시작한 청년의 비중이 올해 31.4%에 이른 것이다. 이는 관련 통계가 공표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10년 전인 2014년 5월(19.5%)과 비교하면 11.9%포인트 더 높다. 첫 일자리 가운데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은 일시적 임금근로 일자리의 비중도 올 5월 7.7%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등을 포함하는 일시적 일자리까지 계산하면 올해 청년층의 첫 일자리 가운데 단기 일자리 비중이 39.1%에 이르는 셈이다. 2021년 5월(40.4%)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수치인데 10년 전에는 이 비중이 31.8% 수준이었다. 반면에 올해 첫 일자리가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았지만 계속 근무가 가능한 일자리인 청년은 52.6%, 계약 기간 1년이 넘는 임금근로 일자리인 청년은 5.8%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두 일자리에 처음 취업하는 비중은 58.4%에 머무르면서 10년 전(65.1%)보다 6.7%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을 제외한 상당수 대기업이 대졸 공채 제도를 폐지하면서 경력 없는 대졸자의 취업 여건이 악화된 것이 사실”이라며 “대학이 배출하는 인력의 업무 능력이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치는 문제도 청년층 취업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의 가맹택시를 관리하는 KM솔루션의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이다. 카카오가 카카오T 앱을 이용하지 않은 택시 매출에까지 수수료를 부과했다는 것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KM솔루션 본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인 KM솔루션은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카카오 가맹택시를 관리하는 가맹본부다. 지난해 대구시의 신고로 대구·경북 지역 카카오택시 가맹본부인 DGT모빌리티에 대한 조사를 벌여온 공정위는 최근 DGT모빌리티에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한 바 있다. 공정위는 다른 택시 호출 앱이나 배회 영업을 통해 올린 매출에도 카카오가 일괄적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계약 조건에 어긋나기 때문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수년 전 ‘절세 단말기’라는 광고를 보고 미등록 결제대행업체(PG)와 계약을 맺었다. 세금과 4대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일부 신용카드 결제는 미등록 업체의 단말기를 이용한 것이다. 부가가치세를 신고하면서 이 단말기를 이용한 매출 자료를 신고에서 누락한 A 씨는 결국 국세청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부가세를 추징당했다. 21일 국세청은 일부 미등록 결제대행업체들이 A 씨 사례처럼 세금과 4대 보험료 탈루를 조장하는 상황에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정상적인 결제대행업체의 경우 가맹점의 결제 자료가 자동적으로 과세 당국에 신고되는 반면 미등록 업체는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른바 절세 단말기 사용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이를 악용해 세금을 탈루하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직원 명의의 미등록 단말기를 이용해 일부 매출액을 숨기거나 사업자 등록 없이 영업하면서 미등록 단말기로 대금을 결제하는 등의 사례다. 국세청 관계자는 “미등록 업체를 통해 결제한 매출액도 반드시 부가세 신고에 포함해야 한다”며 “신고 오류의 경우 최대 40%에 이르는 무신고·과소신고 가산세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으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체코에서 비밀 특사로 매달려 ‘팀 코리아’가 해냈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체코 정부가 24조 원 이상 규모의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하면서 정부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산업부, 한수원 등 관계부처 및 기관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경사를 냈다”며 화색을 띠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1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안 장관을 비밀 특사로 한 달간 두 차례나 보내 체코 정부 관계자들을 직접 접촉하며 친서로 설득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만나 “바라카 원전 사업을 보고 판단해 달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프랑스가 체코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마크롱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드라이브를 거는 바람에 여러 차례 위기를 느꼈지만 체코 측에 ‘프랑스는 해줄 수 없는 것을 한국은 해 줄 수 있다’고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입찰 참여 포기로 수주전이 한국과 프랑스의 맞대결이 된 4월부터 정부는 대통령실 차원의 ‘워룸’(전시 상황실) 체제를 가동하면서 총력전에 나섰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안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입찰이 2파전으로 굳어진 이후 체코를 3번 방문했다”며 “4월부터는 거의 매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수시로 대면 보고도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체코에 보낸 원전 관련 자료는 수만 페이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체코 측에서도 200여 명의 원전 전문가가 달라붙어 20만 시간을 검토했다고 한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온 타임 위딘 버짓(on time within budget), 즉 약속된 기간 내에 완공을 시켜 공기를 맞춰주고, 예산도 적게 들어가는 전략이 먹혔다”며 “우리나라가 제조업에 강한 만큼 반도체 산업이나 자동차 산업처럼 체코의 산업협력 가능성을 패키지로 약속한 것도 득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봉사단 파견과 케이팝 댄스 공연 등 ‘문화 외교’도 큰 몫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지 주민들이 프랑스보다 한국 기업을 원한다고 발표했는데 여러모로 체코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으로 유입된 사실이 새로 드러난 가운데 증여세 과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국세청은 현재로서는 증여세 등을 추가로 과세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17일 국세청에 따르면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과세 가능성에 대한 물음에 “시효나 관련 법령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노 관장은 최근 최 회장과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SK 측에 300억 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 돈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 메모에는 이 300억 원 이외에도 604억 원이 추가로 가족 등에게 배정됐다고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 회장 측은 “300억 원을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세무 당국은 비자금과 관련해 통상 대가성이 없는 순수한 증여인 경우 증여세를, 구체적인 대가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비자금이 가족 간에 오고간 경우에도 증여세를 매길 수 있다. 실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용 씨에게 흘러 들어간 비자금에도 뒤늦게 증여세가 부과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번 사안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이 이미 지나서 증여세 부과가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세자가 부정한 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지만 2000년 이후에 벌어진 상속·증여에 대해서만 이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사실 관계가 확정된 이후에 과세 여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억대 수입을 올리는 10, 20대 유튜버와 인터넷 방송 진행자(BJ)가 2년 만에 2.5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종 고소득자인 이들이 수입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 늘고 있는 ‘후원금’ 형태의 소득은 세무당국이 잡아내기 어려워 과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유튜버, BJ 등 1인 미디어 창작자가 신고한 수입은 1조1400억 원으로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2020년 4500억 원이었던 이들의 신고 수입은 2년 만에 약 2.5배로 증가했다. 특히 수입 상위 1%에 해당하는 393명의 총수입은 333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수입의 29.2%를 차지하는 규모로, 1인당 평균 8억48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2019년에는 상위 1%의 유튜버가 평균 6억7100만 원을 벌었는데 3년 새 26.4% 늘었다. 특히 청소년과 청년층에 고소득 유튜버가 집중됐다. 유튜브 주 소비층이 젊은 층인 만큼 또래 구독자를 타깃으로 한 10, 20대 유튜버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22년 기준으로 1억 원이 넘는 수입을 신고한 20대 이하 유튜버, BJ는 1324명으로 전체 억대 수입 신고자의 47.6%였다. 그러나 국세청에 신고된 유튜버와 BJ들의 수입은 실제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유튜버의 소득(사업소득)에 과세되는 종합소득세는 돈을 지급하는 구글 등을 통해 원천징수할 수 없고 본인이 신고를 통해 납부해야 한다.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과세 당국이 구글의 거래 내역 등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징수해야 한다. 게다가 유튜버가 구독자들로부터 받는 ‘후원금’의 경우에는 세무 당국이 적발해 내기가 더 어렵다. 개인 계좌를 오가는 돈이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후원금은 분명 유튜브 활동으로 인한 수익이지만 개인 간 거래를 개별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유튜버들을 다 모니터링해 의심되는 사례를 따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현재의 국내 일자리 10개 가운데 9개는 불과 6년 뒤에 90% 이상의 업무가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전문화된 고숙련 노동도 더 이상 AI 기술 확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국내 일자리 중 약 12%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15일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의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방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AI와 로봇을 활용한 기술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일자리의 38.8%에서 70% 이상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AI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AI가 시력, 청력, 말하기, 문제 해결, 정교한 동작 등 44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을 평가한 다음 직업별로 요구되는 능력에 적용한 결과다. 보고서는 2030년에는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 고위험군 일자리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6년 뒤에는 AI가 70% 이상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의 비율이 98.9%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현재 일자리의 89.8%는 업무의 90% 이상을 AI로 대체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 연구위원은 “국내 취업자가 수행하고 있는 거의 모든 직무가 가까운 미래에 AI와 로봇으로 대체 가능한 성격임을 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30년의 AI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주방장 및 요리연구가, 패스트푸드 종업원, 냉난방 설비 조작원, 음료 조리사 등은 전체 직무(100%)의 자동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의회의원·고위공무원 및 공공단체 임원(64%), 항공기 조종사(78%), 작가(80%) 등은 직무 자동화 비율이 비교적 낮게 예측됐다. 이날 KDI와 한국노동연구원이 ‘인구구조 변화, 다가오는 AI 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모색’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도 국내 일자리 중 12%에 해당하는 약 341만 개는 AI 기술로 대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분석팀장이 AI 특허 정보를 활용해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출한 결과다. 오 팀장은 “AI는 비반복적, 인지적 업무를 대체하는 경향이 크다”며 “고소득, 고학력 근로자가 AI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AI 기술 확산이 청년층과 여성 고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KDI가 기업의 AI 도입 결과를 분석한 결과 남녀 모두 청년층에서 고용 하락 효과가 크고 여성 청년층의 경우 임금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AI 기술을 도입했거나 앞으로 도입할 예정인 국내 기업의 경우 47.9%가 신규 채용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연구위원은 “AI 기술은 숙련된 근로자보다는 경력이 비교적 많이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를 대체하는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로또복권 추첨에서 60명이 넘는 1등 당첨자가 나왔다. 역대 최다 당첨자가 쏟아지면서 1등 당첨금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4억1992만여 원에 그쳤다. 14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동행복권에 따르면 전날 추첨한 1128회 로또 추첨에서 당첨번호인 ‘1, 5, 8, 16, 28, 33’을 모두 맞힌 1등 당첨은 6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2년 12월 발행이 시작된 로또의 최다 당첨 건수다. 종전 최다 기록은 2022년 6월 12일 제1019회 로또 추첨의 50건이었다. 무더기 당첨에 따라 이번 1등 당첨금은 4억1992만여 원에 그쳤지만 역대 최저 기록을 깨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가장 적은 1등 당첨금은 30명의 당첨자가 나온 2013년 5월 18일(제546회) 추첨으로 1인당 4억953만여 원이었다. 이번 1등 당첨의 경우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이 건당 3억1400만 원 정도로 예상된다. 복권 당첨금이 3억 원을 초과하면 33%의 세금이 부과된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 여당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를 유예하는 방안을 비중 있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자산별 과세형평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년 넘게 세율과 공제액이 그대로라 ‘중산층 세금’이라는 비판을 받던 상속세 공제 한도를 높이고, 종합부동산세의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4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 원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 세율로 세금이 부과될 예정이었다. 정부는 과세 체계가 완비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달 19일부터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되기는 하지만 과세를 위한 가상자산 법제화까지는 ‘투자자 자진신고 납부 및 지원 시스템’ 등의 후속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과세 체계 및 인프라 미비를 이유로 이미 두 차례 유예된 바 있지만 정부는 한 차례 더 유예하는 방안을 비중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도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시행일을 2028년 1월 1일로 3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 시행을 연기하는 것은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내건 공약이기도 하다. 송 의원은 “주식보다 손실 가능성이 큰 고위험 자산인 가상자산에 소득세까지 부과되면 투자자 대다수가 시장을 떠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상속세법의 개편 수위를 고민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일괄 공제를 기존의 5억 원에서 상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부 야당 의원들도 공제 한도 확대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상속세의 유산취득세 전환도 화두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물려주는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이 정해지는 유산세 방식이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물려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해 세 부담이 줄어든다. 상속세 제도를 운영 중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국 중 유산세 방식을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뿐이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폐지까지 거론됐지만 지방 재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징벌적 과세의 정상화’라는 기조로 부분적인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는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가 거론되고 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올 들어 5월까지의 나라 살림 적자 폭이 74조 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수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정부 지출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결과다. 11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1∼5월 관리재정수지는 74조4000억 원 적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조 원 늘어난 것으로 5월 누적 기준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큰 적자 규모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을 뺀 것으로 실제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기간 정부의 총수입은 기금 수입 등이 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6000억 원 증가한 258조2000억 원이었다. 하지만 국세 수입의 경우 151조 원으로 1년 전보다 9조10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부가가치세는 5조3000억 원 더 걷혔지만 법인세수가 15조3000억 원 줄어들면서 세수 감소 폭을 키웠다. 이런 가운데 총지출은 1년 전보다 23조 원 늘어난 310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출 측면에서는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 등 복지 분야(9조9000억 원) 지출 증가 폭이 컸다. 한편 5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 잔액은 전달보다 17조9000억 원 증가한 1146조8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