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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국 의대 40곳의 2025학년도 대학별 입학 정원을 20일 발표했다. 총정원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어난 가운데 비수도권 의대(27곳)는 정원이 현재보다 1639명, 경기·인천 지역 의대(5곳)는 361명 늘었다. 서울 지역 의대는 1명도 늘지 않았다. 의사단체의 강력한 반발에도 정부가 서둘러 대학별 정원을 발표하면서 의대 증원의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 것은 1998년 이후 27년 만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증원분) 2000명 중 비수도권 대학에 82%에 해당하는 1639명을 배정했고, 지역인재전형을 적극 활용해 지역 정주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서울과 경인 지역 간 과도한 편차 극복을 위해 서울에는 신규 정원을 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국 지방 거점 국립대 중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등 7곳은 정원이 일괄적으로 200명으로 늘면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정원을 보유한 ‘매머드급 의대’가 됐다. 특히 충북대의 경우 현재 49명인 정원이 200명으로 308%나 늘었다. 또 정원 50명 미만이던 ‘미니 의대’들은 80∼100명으로 늘었다. 비수도권 중규모 의대들은 정원이 100∼150명 사이가 됐다. 교육부는 배정 기준으로 “비수도권 집중 배정, 소규모 의대 역량 강화, 지방 및 비필수 의료 지원 등 3대 기준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이 몰려 있는 서울 소재 의대 8곳에는 증원분이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당초 몇 명이라도 배정할 방침이었는데 지역균형 원칙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배경을 전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 3.61명, 인천 1.89명, 경기 1.80명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원이다.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의사단체는 일제히 반발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오늘(20일)부터 14만 의사들은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며 “필요하면 정치권과도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3개 단체는 이날 화상회의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의대 증원]“지방의료 붕괴 막겠다” 82% 배정… 지방거점 국립대, 3~4배로 늘려성균관대-아주대, 40→120명… ‘미니의대’ 80명 이상으로 증원당장 내년부터 시설 확충해야… 교수 확보 등 여건 개선 쉽지않아“해부시신 1구로 40명씩 실습 우려” 20일 발표된 의대 정원 배분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요 지역 거점 국립대 정원을 200명으로 대폭 늘린 것과 당초 “조금이라도 배분하겠다”는 방침을 바꿔 서울 지역에 인원을 전혀 배정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 안팎에선 ‘의대 증원’이 지방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의사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얻기 위한 조치란 해석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대국민 담화문에서 “의료개혁의 가장 절박한 분야는 지역 의료 강화”라고 강조했다.● ‘빅7’ 국립대 의대 출현 이날 의대 정원 배분 결과에 따르면 경북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북대, 전남대, 충북대, 충남대 등 지역 거점 국립대 의대 7곳은 정원이 58∼151명씩 늘어 200명의 ‘매머드 의대’로 거듭나게 됐다. 특히 충북대 의대는 49명에서 200명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고, 경상국립대 의대도 76명에서 200명으로 163% 늘었다. 200명 미만을 신청한 강원대와 제주대만 ‘신청 범위 내에서 배정한다’는 방침에 따라 각각 132명, 100명이 배정됐다. 지금까지 단일 의대 기준으로 정원이 가장 많은 대학은 전북대(142명), 2위는 서울대(135명)였다. 하지만 이번 조정으로 서울대는 지방 국립대 ‘빅7’은 물론이고 조선대 원광대 순천향대(각각 150명)보다도 적은 11위가 됐다. 지금까지는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을 산하에 둔 울산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가톨릭대 의대가 톱5 의대로 꼽혔는데 판도가 바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경기·인천 지역은 정원이 40∼49명이었던 ‘미니 의대’ 5곳의 정원이 80∼130명으로 총 361명 늘었다. 경기 수원시에 있는 성균관대와 아주대의 경우 의대 정원이 각각 40명에서 120명으로 3배가 됐고, 인천에 있는 가천대의 경우 40명에서 130명으로 더 크게 늘었다. 이들 대학은 모두 서울에 있다는 이유로 전혀 증원되지 않은 고려대(106명), 연세대(110명) 등보다 규모가 커졌다. 정부는 예고한 대로 정원 50명 미만이었던 미니 의대 17곳의 정원을 최소 80명 이상으로 늘렸다. 미니 의대는 1980년대 정부의 ‘미니 의대 다수 설립’ 정책에 따라 설립됐지만 정원이 적은 탓에 규모의 교육을 수행하기 어렵고, 다양한 커리큘럼을 도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대 정원이 49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난 동아대 관계자는 “학교 병원이 1000병상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증원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영남대 계명대 등 비수도권 중규모 의대의 경우 100∼150명 수준이 됐다.● 단기간 대폭 증원 ‘겉핥기 실습’ 우려 정부가 비수도권에 증원분을 집중 배정한 것은 장기적으로 지방에 정착해 지방 의료 붕괴를 막을 의사를 키워내기 위한 것이다. 비수도권 의대를 졸업하고, 해당 지역에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수련 과정을 마칠 경우 절반 이상이 해당 지역에 정착한다는 연구 결과를 배정에 참고했다고 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대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높이고 지역병원 수련을 확대하는 등 전 주기에 걸친 지역 의사 확보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정원이 많게는 4배로 늘어나는 만큼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의대는 이르면 예과 2학년부터 인체 해부를 배우기 위해 6∼8명으로 조를 짜고 커대버(해부용 시신) 실습을 한다. 그런데 실습용 시신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재학생만 늘면 커대버 한 구당 학생 30∼40명이 실습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대의 경우 실험과 실습 위주로 운영되는 만큼 커대버 외에도 단기간에 실습 시설 확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국립대 의대 관계자는 “겉핥기 실습으로 양질의 의사를 길러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내년도 입학생이 예과 2년을 거쳐 본과에 들어가는 2027년까지는 교육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또 늘어나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2027년까지 거점 국립대 교수 1000명을 확충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의료계에선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의 한 국립대 의대 교수는 “정부는 기금 교수를 전임 교수로 채용하겠다고 하는데 명찰만 바꾸는 조삼모사”라며 “석사 이상의 학위와 교육 및 연구 경험이 있는 신규 교수 후보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니 의대의 경우 평균 임상의학 교수 수는 학교당 162.7명으로 일반 의대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 지역의 한 의대 교수는 “미니 의대는 정원이 2, 3배로 늘어난 만큼 단기간에 교수를 대거 충원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평가를 통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부는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교육부와 복지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이 협력하며 교원 확보, 시설·기자재 확충을 적극 지원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은택 nabi@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의대 증원 인원을 한 명도 확보하지 못한 서울 지역 대학들은 20일 정부 발표 직후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방 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지만 지역 거점 국립대가 200명으로 서울 지역 주요 의대의 2배 안팎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수험생, 의대생, 학부모들은 정부를 상대로 정원 배정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이날 교육부가 서울 지역 의대에는 증원 인원을 한 명도 배분하지 않았다고 밝히자 서울 주요 대학 관계자들은 난감하다는 분위기였다. 특히 총장을 비롯한 대학 본부 측은 의대의 반발과 비판을 감수해가며 증원을 추진했는데 허탈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서울 사립대 총장은 기자에게 “배정 결과 발표를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다른 서울 지역 총장도 전화해 ‘이게 도대체 무슨 근거냐’고 불만을 토로하더라”고 말했다.서울 소재 의대 중에는 학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적극적으로 증원을 신청한 곳이 적지 않았다. 한 서울 대학 관계자는 “의대 교수들과 학생들의 극렬한 반발도 달래가며 신청했는데 벌써 의대에선 ‘결국 정부에게 이용만 당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한 것에 대한 ’괘씸죄‘로 서울이 증원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서울 지역 의대 중 이화여대 의대는 내년도 정원이 현재와 똑같은 76명으로 전국 의대 40곳 중 가장 작은 ‘미니 의대’가 된다. 지금까지는 정원 규모로 전국 의대 중 18위로 중상위권이었다. 현 정원이 86명인 중앙대는내년에 4번째로 작은 의대가 되고, 정원이 93명인 가톨릭대는 5번째로 작은 의대가 된다. 반면 경인 지역 의대 정원은 2, 3배로 늘어 서울 소재 의대들 사이에선 ‘서울 역차별’이란 비판도 나온다.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서울에 정원을 배분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당초 적은 숫자라도 배분하려고 했는데 배분 과정에서 지역 균형 원칙이 더 강조되면서 방침이 바뀌었다”며 “서울 지역 의대의 경우 신청 규모도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이날 서울 지역 일부 의대생과 학부모, 수험생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정부를 상대로 “의대 증원과 배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찬종의 이병철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증원분 배정 처분에 대해 학부모들의 분노가 커서 앞으로 집단소송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개원의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0일부터 차기 회장을 뽑는 선거에 돌입한다. 정부와 의사들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강경파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 동네병원 휴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의협에 따르면 제42대 회장 선거에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박인숙 전 국회의원,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 대표 등 5명이 출마했다. 이 중 정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강경파로 분류된다. 임 회장의 경우 선거운동 과정에서 “당선인 신분으로 전국 의사 총파업을 주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 위원장도 “상황을 보고 하루 이틀 정도 휴진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의협 내에선 선거가 임 회장과 주 위원장의 양강 구도로 흘러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아 선거 후 동네병원 집단 휴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주 위원장의 경우 과거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냈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난 점이 변수로 꼽힌다. 후보 중 유일하게 의대 증원에 찬성 입장인 정 대표는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사들이 국민들이 뭘 잘 모른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국민들이 옳은 것”이라며 “증원에 찬성하는 교수도 많다”고 밝혔다. 또 “정부와 의사단체 간 협상이 진행된다면 전공의, 의대생도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의대생 수업에 지장이 없으려면 300명 증원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의협은 20∼22일 전자투표 방식으로 회장을 뽑는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득표 상위 2명을 놓고 25, 26일 결선투표를 치른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의대 교수 사직 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방재승 전국 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장(사진)이 18일 “국민 없이는 저희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직서 제출에 대해선 “교수들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며 철회하지 않았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이기도 한 방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매일 신문, 유튜브 댓글 등에서 국민의 크나큰 분노를 느낄 수 있었고 자괴감도 느꼈다”며 “국민 여러분의 고충과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듣고 그동안 미흡했던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사직서 제출에 대해선 “이달 중 (사태를) 해결 못 하면 의대생 유급과 전공의 행정처분, 대형병원 줄도산으로 이어지면서 대한민국 의료는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며 “제발 대화에 나와 달라는 일종의 호소”라고 강조했다. 이날 연세대, 충북대, 동아대 의대 교수들도 “전공의에 대한 사법처리가 진행되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직에 동참한 대학이 20곳으로 늘었다. 연세대가 사직 행렬에 동참하면서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이 모두 사직 의사를 밝히게 됐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는 18일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총회를 열고 사직서 제출 시기를 당초 발표했던 18일에서 25일로 연기했다. 비대위가 19일부터 사직서를 취합해 25일 일괄 제출한다. 전국 의대 20곳이 모인 전국 의대교수비대위가 “25일부터 순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맞춘 것이다. 한편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분들께는 우리 학회의 협력적인 대응을 통해 최선의 진료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국 의대 교수들이 25일부터 순차적으로 사직서를 집단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의대 교수들을 향해 “제자인 전공의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으나 절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국 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온라인 회의를 열고 25일부터 각 의대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발표했다. 비대위에는 20개 의대가 참여했는데 이 중 16개 의대가 사직서 제출에 찬성했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17일 대국민 호소문에서 “사태가 파국에 이른다면 성균관대 의대 교수를 비롯해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들은 현장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연세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18일 오후 5시 임시 전체회의를 열어 대정부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앞서 11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가 18일부터 사직서를 순차 제출하겠다고 밝힌 이후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비대위는 정부에 ‘2000명 증원’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제발 2000명이라는 수치를 풀어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사직서를 제출한 뒤에도 수리되기 전까지는 진료, 응급실, 중환자실 근무에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들의 사직서가 각 대학에서 실제 수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앞서 전공의 집단 사직 때도 정부는 각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수리하지 말 것을 지시했고 병원들도 이에 따랐기 때문이다. 개원의들도 17일 열린 대한개원의협의회(개원협)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준법투쟁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석 개원협 회장은 “주 40시간 근무를 한다는 분도 있고, 주 5일만 한다는 선생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7일 채널A ‘뉴스A’에 출연해 교수들의 집단 사직은 “국민에 대한 겁박”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에 대한민국의 의사가 하나도 현장에 남아 있지 않는다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실어 날라서 환자를 치료하겠다”며 “거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에 대해서는 다 책임을 져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 원장은 이날 의료원 연구동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앞서 이 병원 소속 교수들(전문의협의회)이 전공의 파업 지지 성명을 낸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교수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 절망스럽다”고 했다. 이어 “국립중앙의료원의 이름을 넣어 비이성적 대응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15일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는 “전공의가 불이익을 받는 일이 발생하면 전문의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국 의대 교수들이 25일부터 순차적으로 사직서를 집단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의대 교수들을 향해 “제자인 전공의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으나 절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15일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온라인 회의를 열고 25일부터 각 의대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표했다. 비대위에는 20개 의대가 참여했는데 그 중 16개 의대가 사직서 제출에 찬성했다. 앞서 11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가 “18일부터 전원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교수들의 집단 행동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비대위는 의료 대란의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면서도 ‘2000명 증원’은 철회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제발 2000명이라는 수치를 풀어달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직서를 제출한 뒤라도 진료, 응급실, 중환자실 근무에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대학별 응급실, 중환자실 근무 방침은 25일 추가로 논의한다. 비대위 관계자는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까지는 암 환자 등 응급, 중증환자를 돌볼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의 사직서가 각 대학에서 실제 수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앞서 전공의 집단 사직 때도 정부는 각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수리하지 말 것을 지시했고 병원들도 이에 따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YTN에 출연해 교수들의 집단 사직은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며 업무개시명령 등 행정조치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달 20일부터 파업 중인 전공의들을 향해선 “행동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한다”며 수련병원들이 입고 있는 대규모 적자에 대해 추후 전공의들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편 교수들의 집단 행동을 비판하는 병원 내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주영수 국립의료원장은 의료원 연구동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앞서 이 병원 소속 교수들(전문의협의회)이 전공의 파업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낸 것을 겨냥해 “이들의 문제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교수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 절망스럽다”고 했다. 이어 “구성원들과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의 이름을 넣어 성명문을 발표한 것과 앞으로의 비이성적 대응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15일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는 “전공의가 불이익을 받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곡히 바라는 마음이나 혹여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전문의들 역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정부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로 생긴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달 중 상급종합병원과 공공병원이 의사를 새로 채용할 경우 1인당 월 최대 1800만 원을 주기로 했다. 간호사는 월 최대 400만 원씩 준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강화하고 응급실 의료진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또 의료 수요 분산을 위해 13일부터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1, 2차 병원으로 환자를 옮기는 경우 기존에 환자 부담이었던 구급차 이용료도 전액 국고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병원 41곳에는 예산 948억 원을 투입하고, 연장 및 휴일 진료를 하는 국립중앙의료원과 지방의료원에는 예비비 393억 원을 지원한다. 동네병원(1차 병원)부터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도 개선한다. 지금은 1차 병원 진료의뢰서를 받으면 3차 병원 진료가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2차 병원의 진료의뢰서가 있어야 3차 병원에 갈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한편 전날(12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정부를 향해 중재안을 제안했던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대 정원 1000명 정도) 증원은 저로선 괜찮다고 본다”며 증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의협과 전공의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증원 규모)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싸움을 멈추고 진료를 재개하자”고 재차 제안했다. 제안이 안 받아들여질 경우 서울대 교수들은 예고한 대로 ‘18일 전원 사직’을 강행할 방침이다. 서울대, 연세대, 가톨릭대 등 전국 19개 의대가 모인 ‘전국 의과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역시 15일까지 사직 의사 취합 후 사직서 제출 시기를 조율하기로 했다. 또 전공의 26명은 국제노동기구(ILO)에 “한국 정부가 병원 복귀를 강제하는 건 강제 노동에 해당한다”며 긴급 개입을 요청했다. 정부는 교수 집단행동이 현실화될 경우 전공의 때와 마찬가지로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 등으로 대응할 예정이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아보카도는 아빠 손톱만큼 자르세요.” “네!” 12일 오후 2시 반 충북 진천군 상신초교 2층. ‘늘봄 6반’ 교실에서 정규 수업을 마친 1학년 학생 10명이 앞치마를 두른 채 ‘나는야 환경요리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교실 바닥이 온돌이다 보니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실내에는 온기가 돌았다. 옆반에선 창의미술 수업이 한창이었다. 늘봄 강사가 전자칠판에 띄운 피카소 그림을 보면서 학생들은 각자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렸다. 서로 그림을 자랑하면서 깔깔 웃기도 했다.● 상신초 1학년 80% 이상 늘봄 참여 맞벌이 부모 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늘봄학교는 학교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초등학생을 돌봐주는 제도다. 올해는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시행되는데 1학기에는 2741곳에서 시범 실시되고 2학기에는 전국 6175곳의 모든 초교로 확대된다. 상신초의 경우 이달 11일부터 늘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전교생 1293명으로 지역에서 규모가 큰 편인데 초1 학생 224명 중 180명, 80.4%가 늘봄 참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대상 학생이 많다 보니 늘봄 프로그램도 보드 게임, 창의 미술, 한글놀이 등으로 다양했다. 프로그램 중에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것도 있었다. 상신초와 진천교육지원청이 함께 학교 인근 아파트 커뮤니티센터를 활용한 ‘마을돌봄’을 오후 2∼6시 운영하는 것이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충북혁신도시 내 거점형 늘봄학교를 구축해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지역 사회 도서관과 체육시설 등을 활용한 ‘늘봄 타운’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상신초를 찾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앞치마를 두르고 학생들과 함께 양배추와 계란 등을 활용한 샐러드를 만들었다. 신체 놀이 ‘함께해유’ 프로그램에서 학생들과 익살스러운 춤을 추기도 했다. ● 학부모들 “학교 울타리 안에 있으니 안심”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전국 시범학교에서 초1 학생 약 12만8000명이 늘봄학교를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전체 학생 중 이용 비율이 70.2%에 달한다. 교육부는 이 비율이 유지될 경우 2학기에는 초1 학생 약 24만4000명이 늘봄학교를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이 부총리가 교사 및 학부모와 가진 차담회에선 늘봄학교 도입 전 가졌던 우려가 상당 부분 불식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학부모는 “늘봄학교에서 공부만 시킬까 봐 걱정했는데 아이가 ‘재미있게 놀고 왔다’고 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다른 학부모는 “아이가 화, 수, 목요일 1시간씩만 늘봄학교를 이용 중인데 앞으로 이용 시간을 하루 2시간으로 늘릴 것”이라며 “학교 울타리 안에 있으니 안심이 된다”고 했다. 상신초의 1학년 교사는 “시행 전에는 교사 업무 공간이 줄거나 교실 뒷정리 등 업무가 늘어날까 봐 걱정했는데 교육부에서 해당 부분을 지원해 줘 빠르게 정착 중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부총리는 “늘봄학교는 저출생 문제 해소를 위해 어렵더라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진천=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의 병원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교수들도 대학별로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나서며 긴장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오후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소속 교수 43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긴급총회를 연 후 “정부가 사태 해결에 진정성 있게 나서지 않으면 18일에 교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내부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일정 시점에 행동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87%가 동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사태 장기화에 따른 의료진 한계 상황과 진료 연속성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진료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직서는 개별적으로 제출하고, 수리 가능성이 낮은 만큼 개별적으로 외래진료를 줄이면서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은 지키기로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을 경우 1개월이 지나야 계약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이날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고 비대위 중심으로 사직서 제출 등 집단 행동을 논의하기로 했다.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이날 단체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에 대한 사법 처리나 의대생에 대해 유급 조치가 내려질 경우 의대 교수들도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를 위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에 대화를 제안하며 “13일 오후 6시까지 답을 달라”고 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교수들도 대학별로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긴장이 높아지는 모습이다.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오후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소속 교수가 참여한 가운데 긴급총회를 연 후 “정부가 사태 해결에 진정성 있게 나서지 않으면 18일에 교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내부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일정 시점에 행동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87%가 동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사태 장기화에 따른 의료진 한계 상황과 진료 연속성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진료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다만 사직서는 개별적으로 제출하고, 수리 가능성이 낮은 만큼 개별적으로 외래진료를 줄이면서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은 지키기로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을 경우 1개월 지나야 계약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연세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이날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고 비대위 중심으로 사직서 제출 등 집단 행동을 논의하기로 했다.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이날 단체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에 대한 사법 처리나 의대생에 대해 유급 조치가 내려질 경우 의대 교수들도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사직으로 의견을 모은 울산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이르면 주내에 사직서 제출 일정을 공지할 것으로 보인다.한편 이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휴학계를 낸 채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를 위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에 대화를 제안하며 “13일 오후 6시까지 답을 달라”고 제안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간호사 업무 범위를 8일부터 대폭 확대하자 간호사단체가 ‘간호법 재추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처럼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할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는 업무 범위와 책임 소재를 명문화해 달라는 취지다. 지난해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던 대통령실도 “상황이 달라진 만큼 다시 논의해 볼 수 있다”며 전향적 태도를 보여 다음 달 총선 후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법으로 정해지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의료 강화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뒷받침하고 논란의 여지를 없앤 새로운 간호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일부 조항을 수정해 재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8일부터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가 응급환자 심폐소생술 등 89개 업무를 추가로 할 수 있다는 지침을 시행했다. 전공의 공백을 PA 간호사로 채우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상당수의 병원에선 ‘변화를 실감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침을 따르다가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병원장 책임”이라고 명시했지만 간호사 사이에선 ‘소송이 제기되면 결국 우리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이 때문에 간호법을 통해 업무 범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 달라는 요구가 나온 것이다. 간협의 간호법 재추진 방침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는 의료개혁에 간호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여야도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의료개혁 전반을 논의하면서 그 안에서 간호법 문제를 다루는 건 우리 입장과 부합한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 대응 및 공공·필수·지역의료 살리기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성주 의원도 “국민의힘이 입장을 바꿔 찬성한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간호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했다.간호법의료법에 포함돼 있던 간호사의 지위와 업무 등을 분리해 독자적으로 규정한 법. 지난해 4월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정부가 이달부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게 급여와 별도로 매달 100만 원의 수련 비용을 지원하고, 파업 불참 전공의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에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당근책’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병원과 의대에선 교수들까지 집단 사직 움직임을 보이며 사태가 더 확산되고 있다.● 전공의 수당 지급하고 핫라인 개설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주재하고 전공의 처우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당장 이달부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에게 매월 100만 원씩 수련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외과, 흉부외과 전공의만 받아온 수련 보조 수당을 확대한 것이다. 또 전공의들이 겪는 유무형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며 ‘전공의 상담 창구’ 개설 방침도 밝혔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병원에 남아 있거나 복귀한 전공의들을 비판하며 실명 일부가 포함된 리스트까지 만들었다는 논란을 두고 한 총리는 “인격적 폭력이며 국민께 실망과 분노를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에 관련 조치도 지시했다. 정부는 따돌림당하는 전공의들이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는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도 복지부 내에 설치하기로 했다. 철저히 익명을 보장해 전공의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핫라인(직통) 형태로 운영한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못하도록 교사·방조한 행위와 협박성 보복 등 위법사항을 철저히 점검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정부는 과도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에 대해 연속 근무 제한 시간을 현재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조속히 검토해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수 집단 사직 결의 움직임 중대본에 따르면 7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주요 수련병원 100곳의 전공의 1만2907명 중 계약을 포기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1만1985명(92.9%)에 달했다. 전공의들이 여전히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형병원 및 의대 교수들은 “제자들을 지키겠다”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 교수 등으로 구성된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긴급 총회에서 ‘전원 사직서 제출’을 결정했다. 일각에선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가톨릭대 성균관대 의대가 연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5곳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들은 이번 주말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전국 의대 교수들의 모임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9일 비공개 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등 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집단 사직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대학이나 병원 측이 수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동맹 휴학한 의대생에게 유급 예고가 전달된 첫 사례도 나왔다. 8일 한림대에 따르면 동맹 휴학에 참여한 이 대학 의대생 80여 명에게 수업 일수가 미달돼 유급을 예고한다는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교육부는 “한림대 기초해부학 과목 담당 교수가 학생들이 정해진 유급 기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여 학교와 상의 없이 유급 예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한림대 의대는 과목별 유급 기준이 다르다. 학교 측은 문제 없이 잘 협의하겠다고 교육부에 알려왔다”고 밝혔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8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40대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이모 씨는 내시경으로 조직검사를 받기 위해 입원한 환자를 면담하고 병실을 나왔다. 원래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맡던 업무였지만 이날부터 간호사가 환자를 면담한 후 결과를 교수에게 보고하게 됐다. 이 병원에선 이날부터 시행된 보건복지부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에 따라 상처 부위 드레싱과 심전도 측정도 PA 간호사들이 맡았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좀 더 전문성이 필요한 시술 등은 교육을 받은 뒤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병원에선 1700여 명의 간호사 중 85명이 PA 간호사로 각 진료과에서 활동 중이다. 이날부터 의사가 하던 업무 중 89개가 간호사들에게도 허용되며 각 병원은 간호사 업무 영역 확대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었다. 다만 병원마다 내부 위원회를 꾸려 업무 범위를 정하는 과정 등에 다소 시간이 걸려 현장 의료진 상당수는 “당장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없다”고 했다. 부산대병원을 포함한 일부 병원은 선제적으로 위원회를 만들어 간호사 업무 범위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고려대 안산병원도 이번 주부터 ‘간호사 업무 범위 설정 위원회’를 꾸리고 업무 범위 심의에 나섰다. 간호사 업무 지원 범위에는 위관 삽입, 실밥 제거 등을 새로 포함시켰다. 서울아산병원은 새 업무를 맡기 위해 교육 훈련을 받을 간호사 모집을 6일부터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간호사 10여 명에게 교육을 이수하게 한 뒤 수술실과 진료실 등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성모병원 관계자도 “간호사 업무로 허용된 89개 업무와 관련해 내부 협의를 거쳐 일부는 적용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당장 변화를 실감하긴 어렵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한 전문간호사는 “지침에서 간호부와의 협의를 거쳐 업무 범위를 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상당수 병원은 당분간 업무 범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사고 발생 시 병원장이 법적 책임을 진다고 명시했지만 시범사업 형태이다 보니 소송이 제기되면 결국 간호사에게도 책임이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행위로 나쁜 결과가 나오면 환자나 보호자들이 PA 간호사를 민형사상 고발하게 된다. 전공의 1명 일을 하려면 PA 간호사가 최소 3배는 필요할 텐데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서울대 의대가 현재 135명인 의예과 입학정원을 내년에 150명으로 늘려 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의과학과 신설 및 별도 정원 50명 배정도 요청했다. 서울대는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의약 분업 당시 감축된 정원 15명을 회복해 필수공공의료 및 지역의료 공백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달 4일 마감한 교육부의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신청 때 증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또 “임상의사가 아닌 기초보건 및 첨단 바이오헬스 분야 연구에 기여하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의과학과’를 신설할 계획”이라며 추가로 50명을 배정해 달라고 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의과학과 신설을 통해 “바이오헬스 관련 학과 및 첨단융합학부와 연계한 교육 연구를 통해 우수 인력 양성에 기여할 것”이란 구상도 밝혔다. 학내에서 의대 교수 및 재학생 등을 중심으로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정부에 증원 규모를 전달했다”는 반발이 나오자 신청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국가장학금 대상 구간을 ‘8구간 이하’에서 ‘9구간 이하’로 확대해 전체 대학생 중 75%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는 정부 방침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9구간은 물론이고 8구간 지원에도 부정적인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장학금 대상 구간 확대는 5일 경기 광명시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공개됐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전체 200만 명의 대학생 중 100만 명이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고 있다”며 “수급 대상을 150만 명까지로 늘리겠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7일 “윤 대통령이 발표한 대로 국가장학금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대상을 ‘8구간 이하’에서 ‘9구간 이하’로 확대할 방침”이라며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하기 전까지 재원 확보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국가장학금은 가구 소득 수준과 연계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기준이 되는 월 소득인정액은 소득평가액에 주택과 차량 등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더한 것으로 올해 4인 가구 기준으로 8구간은 월 1146만 원 이하, 9구간은 월 1719만 원 이하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에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놓고 여당과 야당이 대립했을 때 교육부는 “월 소득인정액 8구간 학생의 경우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이 1000만 원 이상이다. 재원의 규모나 재정의 효율적 사용 취지에 맞느냐는 의문이 든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시와 입장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 교육부는 “당시는 이자 면제가 이슈였고 대출금의 이자 납부는 대출 제도의 기본 원칙이란 점 등을 고려했던 것”이라며 “국가장학금의 경우 상환 의무 없이 1∼3구간은 연 570만 원, 4∼6구간은 연 420만 원, 7∼8구간은 연 350만 원을 주는 것이라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아직 장학금 확대에 필요한 예산이 얼마인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8구간(350만 원)보다 낮은 200만 원을 50만 명에게 준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1조 원의 예산이 든다. 교육계에선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교육부가 태도를 바꿔 선심성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가장학금 지급 대상을 50만 명으로 늘리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며 “재원 마련 방안도 없이 발표했다는 점에서 ‘선심성’이란 비판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서울대 의대가 현재 135명인 의예과 입학정원을 내년에 150명으로 늘려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의과학과 신설 및 별도 정원 50명 배정도 요청했다.서울대는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의약분업 당시 감축된 정원 15명을 회복해 필수공공의료 및 지역의료 공백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달 4일 마감한 교육부의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신청 때 증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서울대는 또 “임상의사가 아닌 기초보건 및 첨단 바이오헬스 분야 연구에 기여하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의과학과’를 신설할 계획”이라며 추가로 50명을 배정해 달라고 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의과학과 신설을 통해 “바이오헬스 관련 학과 및 첨단융합학부와 연계한 교육 연구를 통해 우수 인력 양성에 기여할 것”이란 구상도 밝혔다. 학내에서 의대 교수 및 재학생 등을 중심으로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정부에 증원 규모를 전달했다”는 반발이 나오자 신청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교육부는 의대 40곳의 내년도 희망 정원 접수 결과 발표 직후인 6일부터 대학별 정원 배분 절차에 착수했다. 이르면 이달 중 배분을 완료할 방침이지만 민감한 사안이라 위원회 구성에 시간이 걸릴 경우 다음 달로 배정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대 증원 정원 배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위원 후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정위는 각 대학이 신청한 증원 규모와 실제 대학 여건, 교육 시설과 교원 수 등을 고려해 정원을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40개 대학이 신청한 인원은 총 3401명이지만 배정위는 정부에서 발표한 2000명만 배분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복지부에서 현장을 점검한 만큼 현장 실사를 생략하며 최대한 배분을 서두를 계획이다. 다만 교육부 관계자는 “배정위에 의료계와 교육계 전문가를 넣어야 하는데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어 공언한 대로 이달 중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내부적으로 설정한 마감시한은 ‘다음 달 중하순’이다.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의 협의 등을 거쳐 각 대학에 정원을 통보한 후 각 대학이 입시요강을 만들고 5월 중 선발 정원과 함께 공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7년 만의 증원이고 규모도 유례 없는 수준인 만큼 부실 논란이 나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대학들도 증원 절차를 조속히 끝내달라는 입장이다. 입시요강을 조속히 확정해야 9월 시작하는 대입 수시모집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원 공고를 마치고 증원이 기정사실화되면 의대 교수와 의대생들의 반발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선 이달 말까지 증원 규모를 알려줘야 실무적으로 준비할 여력이 된다”고 했다. 예상보다 큰 증원 규모에 대한 내부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건국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6일 성명을 내고 “건국대 충주병원의 경우 40명 정원으로도 실습이 파행 운영되는데 120명으로 증원을 신청했다”며 학교 측에 후속 대책을 요구했다. 휴학계를 낸 의대생 중 상당수도 “돌아갈 이유가 더 없어졌다”는 분위기다. 다만 개강이 계속 지연되면서 의대생 중에는 동맹 휴학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본인을 비수도권 의대생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휴학계를 제출하긴 했지만 온전한 자의는 아니었다”며 “동기와 선후배들의 강경한 분위기 속에서 개인 사정으로 휴학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집단행동에 동참하기를 요구받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의과대학이 있는 전국 40개 대학이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총 3401명 늘려 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다. 지난해 11월 정부에 제출한 희망 규모(2151∼2847명)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란 생각에 각 대학이 경쟁적으로 증원 희망 규모를 적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의대를 보유한 전국 대학 40곳은 제출 시한이었던 4일 밤 12시까지 모두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신청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대학 13곳이 총 930명을 신청한 반면 비수도권 27개 대학이 총 2471명을 신청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비수도권 대학 신청 비율이 72%인 것은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에 대한 지역의 강력한 희망을 표시한 것”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정원 2000명의 배정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학별 신청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방 거점 국립대 위주로 대규모 증원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 내용이 공개된 대학을 보면 의대 정원이 49명인 충북대는 현재의 5배가 넘는 250명으로 201명 늘려 달라고 신청했으며, 정원이 110명인 경북대는 현재의 2.3배인 250명으로 140명 늘려 달라고 신청했다. 의사단체에선 “대학들이 교육 여건을 무시한 채 과도하게 증원을 신청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의대 교수들의 분노와 절규가 담긴 반대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본부가 터무니없는 증원안을 제출했다. 정부가 각 대학본부를 압박해 의대 정원 증원을 신청하게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대 교수들과 재학생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강원대 의대 교수 2명은 5일 “(대학본부가) 일방적으로 140명 증원을 신청해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올 통로를 막았다”며 삭발했다. 원광대에선 의대 학장을 비롯한 의대 교수 5명이 보직 사임 의사를 밝혔고, 충북대 의대의 한 교수는 교수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의대에선 김영태 병원장과 김정은 의대 학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중대본은 이날부터 병원을 이탈하고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에 대해 3개월 의사 면허정지 처분에 착수했다. 대상자는 4일 기준으로 병원에서 이탈한 것으로 확인된 전공의 8983명이다. 정부는 4일 현장 점검을 마친 주요 병원 50곳 소속 7034명부터 이날 면허정지 사전통지를 시작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에 대한 형사 고발도 검토 중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불가피하게 의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지방대, 의대 정원 5배까지 증원 신청… 교수들, 증원취소 소송요청 규모, 작년 11월보다 늘어대학들, 마감 3시간前 무더기 신청수도권 930명-비수도권 2471명교수들 “복지장관 증원 권한없어”… 사직서 제출 등 집단반발 움직임도 전국 의대 증원 신청 마감일(4일)까지만 해도 정부는 대학 40곳의 희망 규모가 2500명 안팎일 것으로 예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지난해 수요조사 때와 비슷한 규모(2151∼2847명)의 증원 신청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예상을 넘는 3401명이었다. 특히 막판에 ‘눈치작전’을 벌이던 대학들이 대규모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감 막판 3시간 동안 1400명 몰려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대를 보유한 대학 40곳 중 상당수는 신청 마감 시한인 4일 밤 12시 직전까지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대학 내부적으로는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을 총장이 설득했고, 대외적으로는 다른 대학들이 어느 정도 숫자를 제출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탐색전을 벌였다. 마감일 오후 6시까지 신청한 대학이 17곳으로 절반에 못 미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오후 9시까지만 해도 교육부에 제출된 신청 규모는 2000명을 조금 웃돌았지만, 이후 마지막 3시간 동안 1400명 가량의 증원 신청이 무더기로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대학은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만큼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서 대규모 증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에선 “이번에 신청하지 않으면 반세기는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정부가 총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확정한 가운데 ‘많이 써 낸 대학에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더 배정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 증원 신청이나 기한 연장은 없다는 정부 방침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025년에 당장 늘릴 수 있는 규모가 (정부가 발표한) 2000명을 월등히 상회한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대 경쟁적으로 대규모 증원 신청 교육부는 이날 수도권 13개 대학은 930명 증원을 신청한 반면에 비수도권은 27개 대학이 2471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대학은 대학당 평균 71.5명을, 비수도권 대학은 대학당 평균 91.5명을 신청한 것이다. 의대를 보유한 대학 40곳 중 증원을 신청하지 않은 대학은 없었다. 특히 정원 50명 미만의 ‘미니 의대’들은 정원을 최대 4, 5배까지 늘리겠다고 제출했다고 한다. 울산대의 경우 기존 정원 40명의 4배에 가까운 150명으로 110명 늘리겠다고 신청했다.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대들은 이번 의대 증원을 ‘절호의 찬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수 학생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학비가 비싼 만큼 재정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대학 위상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병원으로 환자들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분원과 병상을 늘려 지역 거점 병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도 작용했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경북대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정원을 2.3배로 늘리겠다는 경북대 총장에게 ‘지방대에 재정 투자를 확실하게 할 테니 아무 걱정 말고 의대 확충을 해 달라’고 하는 걸 보고 다들 경쟁적으로 써낸 것 같다”고 말했다.● 소송, 사임…의대 교수들 반발 대학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증원 희망 규모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나자 의사단체는 강력히 반발했다. 이날 의대 33곳의 교수협의회 대표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증원 처분과 후속 조치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집행 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이들은 “고등교육법상 교육부 장관이 의대 입학정원 증원 결정을 해야 한다. (증원을 결정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무(無)권한자이므로 증원 결정은 당연무효”라고 주장했다. 대학교수들의 반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충북대병원과 경북대병원 교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의대 교수 사이에서 김영태 병원장과 김정은 의대 학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김 병원장은 6일 교수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다른 의대에서도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또는 겸직 해제 등의 집단행동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의대가 있는 전국 대학 40곳이 정원 2500명 안팎을 늘려 달라고 4일 교육부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증원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란 의사단체의 주장과 달리 “신입생을 대폭 늘려도 충분히 교육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마감된 교육부의 의대 증원 신청 접수에서 대학 40곳 중 27곳이 총 2200명가량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증원 희망 수치를 공개하지 않은 13곳이 지난해 교육부 수요 조사 때 제출한 증원 규모 등을 감안하면 총 증원 희망 규모는 25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조사에서 대학들은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는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집단 병원 이탈과 재학생들의 대규모 휴학계 제출에도 희망 규모를 줄이지 않은 것이다. 지방의 일부 대학은 현 정원을 최대 5배가량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청주시에 있는 충북대는 현재 49명인 정원을 250명으로 늘려달라고 신청했다. 대구의 경북대는 현재 110명인 정원을 250명으로 127% 늘려 달라고 했다. 경남 진주시에 있는 경상국립대는 76명인 정원을 200명으로 163% 늘려 달라고 했다. 정원이 40명으로 ‘미니 의대’에 속하는 제주대, 대구가톨릭대는 60여 명씩 150% 증원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가 있는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총 2000명을 늘릴 경우 대학당 평균 40명을 늘리게 된다. 그런데 이미 정부에서 지방 중심으로 증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 중 상당수는 그만큼 배분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 큰 숫자를 부른 걸로 안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신청 과정에서 ‘2000명 증원’을 반대하는 의대 교수 및 재학생과 신청 규모를 놓고 상당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막판 조율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이날 밤 12시까지 신청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대구 경북대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지역 거점 의대와 거점 병원에 대한 정부의 재정 투자는 확실하게 할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의대 확충을 해 달라”며 증원 신청을 독려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홍원화 경북대 총장이 “(경북대는) 230%로 늘리는 건데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반발이 있어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걱정하지 마시라”라고 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경찰이 의료 공백 사태의 책임을 물어 1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사태 이후 첫 강제 수사다. 보건복지부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3명의 의사면허 번호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의료 현장 복귀를 명령했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2월 29일까지 복귀하라’고 밝혔지만 대다수가 응하지 않자 의사 단체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1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과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의 자택 등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영장에는 지난달 17일 비대위 회의록과 투쟁 로드맵, 단체행동 관련 지침 등을 압수 대상으로 적시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등 5명을 의료법 위반과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은 전공의 집단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등 집단행동을 교사하거나 방조해 수련 병원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6일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복지부도 1일 홈페이지를 통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 등 병원 이탈 전공의 13명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공시 송달했다. 공문을 보낼 대상이 연락이 안 닿을 때 홈페이지 게시 등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정부는 명령에 불응한 전공의의 면허를 최소 3개월 정지시키고 사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태 초기 업무개시 명령 대상 중 등기우편이 반송되거나 전화번호가 바뀐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이날 압수수색과 공시 송달에 대해 “자발적 의사로 이뤄진 사직서 제출을 교사했다고 누명을 씌우고, 사직 및 계약 종료 등으로 돌아갈 병원도 없는 전공의들에게 노동을 강제한다”며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께 불편을 끼칠 수도 있다”며 추가 집단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 위원장은 “공권력이 전공의 후배에게 압박을 가한다면 한발 더 나아가 개원의들도 휴일이 아닌 평일에 휴진하고 집회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정부, 전공의 13명 면허번호 공개… ‘최소 3개월 정지’ 처분 착수 [의료공백 혼란]전공의에 업무개시명령 공시 송달“미복귀 확인뒤 고발 오래 안걸릴것”… 대상자들 “인턴 끝나 복귀할 곳 없어”경찰, 의협 ‘투쟁 로드맵’ 등 압수수색… 병원장들 “환자 우선” 연일 복귀 촉구 정부는 복귀 시한으로 정한 지난달 29일이 지나자마자 강제 수사에 돌입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3명의 면허번호까지 공개하며 면허 정지 및 고발 수순에 착수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동네 병원도 진료를 중단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시 송달로 면허정지·고발 시동 1일 0시 보건복지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서를 공시 송달했다. 이름 중 일부 글자는 가렸지만 소속 병원과 6자리 의사면허번호는 공개했다. 공시 송달은 보통 공고로부터 14일 뒤를 효력 발생 시점으로 설정하지만 이번에는 ‘공고 당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효력 발생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령서 송달이 급박하게 이뤄지느라 일부 전공의의 소속 병원과 면허번호가 잘못 기재됐다가 수정되기도 했다. 정부는 전공의 단체 지도부를 시작으로 예고했던 최소 3개월 면허정지와 형사 고발을 이어갈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시 송달을 이어가면서 4일부터 현장 조사를 거쳐 미복귀가 최종 확인된 전공의에게 면허정지 및 고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또 “2020년의 경우 미복귀 확인 후 고발까지 이틀 걸렸다. 이번에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도 이달부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공시 송달 대상이 된 전공의들은 반발했다. 류 전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턴 과정이 이미 끝나 복귀할 병원이 없는데 업무를 어떻게 개시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개원의 진료 중단 가능성”같은 날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위원장과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한 지난달 6일 전후 작성된 회의록과 투쟁 로드맵 등이 포함됐다.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에서 이들의 혐의에 대해 “정부 정책 폐기를 목적으로 전공의 9006명과 공모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후 진료를 불가능하게 해 병원들의 정상적 업무 수행을 방해했다”고 적시했다. 또 “전공의들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배포·전파했다”고도 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우리가) 그런 적도 없고 만약 그렇게 하더라도 (전공의들이) 따를 것도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또 “하루이틀 개원의가 집단 휴직하는 건 비대위에서 정할 수 있다”며 전공의에 이어 동네 병원도 진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의사협회(WMA)도 이날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강압적 조치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병원장들 “지금이라도 복귀해야”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병원장들은 연이어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호소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1일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내 “여러분을 의지하고 계신 환자분들을 고민의 최우선에 두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복귀를 촉구했다. 이화성 가톨릭대의료원장도 산하 8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요청했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병원장은 지난달 28, 29일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유사한 메시지를 전했다. 조규홍 장관도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지금이라도 속히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귀 시한이 지나긴 했지만 연휴 동안 복귀할 경우 행정 조치 여부를 추가로 판단할 것”이라며 선처 가능성을 시사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