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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 국내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60% 이상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국내 관광 활성화로 중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12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 금지 조치가 본격 시행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9일까지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63.6% 감소했다. 공사는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중국인 관광객은 올해 400만 명으로 지난해(807만 명)의 반 토막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과거 일본과 대만도 중국과의 외교 갈등으로 피해를 봤지만 한국은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고 중국 정부의 제재 강도도 높다”고 우려했다. 공사는 중국인 관광객이 50% 감소하면 생산유발 효과가 13조2000억 원 줄고 취업유발 효과가 15만4000명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국내 관광 활성화다. 동남아시아 중동 등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공사의 설명이다. 먼저 봄 여행주간(4월 29일∼5월 14일)을 지난해보다 이틀 더 늘린다. 국내 여행을 활성화하기 위해 휴가를 확산하는 캠페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전 국민이 남은 휴가를 하루만 더 써도 1조8000억 원의 여행 소비가 추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 기간 임직원들에게 공동 연차와 권장 휴무를 쓰게 해서 휴가를 소진케 하고 있다. 효성과 한화케미칼은 다음 달 2, 4일에 전 임직원이 공동 연차를 내고 쉰다. 에쓰오일은 다음 달 4일 하루만 공동 연차를 실시한다. LG전자와 한화테크윈은 다음 달 2, 4일을, LG디스플레이는 다음 달 2, 4, 8일을 권장 휴무일로 지정했다. 또 공사는 올해 여행주간에 소비 지출액 8조5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지방자치단체와 여행업체들과 함께 국내 여행 콘텐츠를 개발한다. 청소년과 취약계층 여행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전국 38개 지역에서 걷기 축제를 개최하는 등 국내 여행 활성화 분위기를 확산한다. 한편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봄 여행주간을 맞아 13일부터 주중 운행하는 전국 5대 관광벨트 8개 관광전용열차 승차권을 30% 할인해준다. 대상 열차는 중부내륙열차 O·V-트레인, 남도해양열차 S-트레인, 평화열차 DMZ-트레인, 정선아리랑열차, 서해금빛열차 등이다.손가인 gain@donga.com·이샘물 기자}
정부의 공식 경기 진단에 ‘긍정적 회복 신호’라는 말이 1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올해 들어 수출이 3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증가를 보이는 등 회복 조짐이 나타나면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금의 회복세가 반도체 호황 등 외부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은 데다 기업 구조조정, 북한 리스크 등 대내외 위험 요인이 워낙 엄중해 경기가 본격적으로 좋아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 회복세 제약→긍정적 회복 신호 기재부는 11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수출 증가세 지속, 경제 심리 개선 등 긍정적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긍정적 회복 신호’라는 문구가 그린북에 포함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매달 발간되는 그린북에는 정부의 공식 경기 진단이 담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정부는 경기 전망을 어둡게 봤다. 3월 그린북에서 정부는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둔화가 이어지며 경기 회복세가 제약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출과 소비 등 주요 지표가 호전되면서 정부의 경기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489억 달러(약 55조746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13.7% 늘어난 규모다. 반도체 호재에 고무된 유 부총리는 이날 이례적으로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공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1분기(1∼3월) 경기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개선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10∼12월·0.5%)보다 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수출부문 체감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전망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 2200여 개를 대상으로 ‘2017년 2분기(4∼6월) 경기전망지수(BSI) 조사’를 실시한 결과 2분기 수출부문 경기전망은 103으로 전 분기(82)보다 21포인트 상승했다. 100을 넘어선 것은 2015년 2분기(106) 이후 2년 만이다. 2015년 1월부터 19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하다가 최근 5개월간 증가세가 이어져 수출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 “2분기는 1분기보다 안 좋을 것” 하지만 위험 요인들의 벽은 여전히 높다. 당장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 보복,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 등 통상 현안이 말끔히 해결되지 않았다. 북한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경우 외화자금 유출 등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전망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3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었고 내수도 완전히 살아났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건 명확하지만 1, 2월 지표만 갖고 성장률 상향 조정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기업들도 현재의 경기 호전세가 ‘반짝 호황’일 수 있다며 의심을 거두지 않는 분위기다. 대한상의가 집계한 전국 BSI는 89로 나타났다. BSI가 100 이상이면 향후 경기가 지금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2분기 BSI는 1분기 68에 비해 21포인트 상승했지만 2014년 3분기(7∼9월) 103을 기록한 뒤 11개 분기 연속으로 기준치(100)를 넘지 못하고 있다.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 / 이샘물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비(BE) 정상회담’ 행사에서 ‘대학입학금 폐지’와 ‘최저임금 인상’ 공약 등 청년복지 공약을 내놨다.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대학 입학금을 폐지하는 동시에 대학 등록금을 동결하고 현재 시간당 6470원인 최저임금을 임기 내에 1만 원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내용이다. 또 현재 대기업의 60% 수준인 중소기업 임금을 대기업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게 매달 5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해 정책을 개발하는 청년수석실을 청와대에 만든다는 구상도 내놨다. 안 후보의 청년층 공략에는 최근에 두드러지고 있는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2030세대의 지지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선 이념과 지역 대결 양상이 약해지면서 세대별 표심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대선 판도를 가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2012년 정계에 입문했을 때만 해도 청년층의 ‘롤모델’로 높은 지지를 받았던 안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선 열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MBC-한국경제신문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7, 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19∼29세에서 23.5%, 30대에서 28.4%의 지지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19∼29세 45.4%, 30대 48.6%)에게 크게 뒤처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야권 관계자는 “기성 제도권 정치로 들어오면서 청년층의 지지가 자연스럽게 낮아진 것”이라며 “촛불시위대가 던진 화두를 문 후보가 선점하고 안 후보를 적폐 세력으로 묶은 영향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안 후보는 이날 청년복지 공약 발표 행사에서 청년들을 의식한 듯 그동안 고집한 ‘칼정장(갖춰 입은 정장)’을 버리고 넥타이를 풀고 소매를 걷어붙인 채 “잊으셨을 텐데 저도 잘나가던 청년 멘토 출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의 텃밭으로 평가되는 2030세대 표심 공략에 성공하면 파괴력이 더욱 클 것이라는 게 안 후보 측의 판단이다. 특히 문 후보가 탄핵 국면에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에게 집중돼 있던 2030세대의 지지세를 아직 완전히 흡수하지 못한 만큼 안 후보가 청년층의 한 표를 가져올 경우 문 후보로부터 두 표를 빼앗아 오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 후보는 경제 분야에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하며 문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의 대선 후보 초청 특별강연에 참석한 안 후보는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주장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 공약을 내놓은 문 후보를 겨냥했다. 이어 “반(反)기업 정서는 실체가 없다고 본다. 기업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아주 극소수의 불법적인 행위를 통해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인들이 나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이르면 11일 선대위 구성을 완료할 방침이다. 안 후보는 김한길 전 의원에게 선대위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문병기 weappon@donga.com·장관석·이샘물 기자}
동아일보가 진행 중인 ‘충전 코리아, 국내로 떠나요’ 캠페인에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동참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자 회원사 임직원들의 국내 여행을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전경련은 회원사 531곳에 국내 관광 활성화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고 10일 밝혔다. 전경련은 회원사들에 회의, 행사, 교육연수 등은 가급적 국내 주요 관광지에서 시행하고, 인센티브 성격의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국내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다음 달 초 징검다리 연휴를 활용해 임직원에게 휴가를 적극 권고하고 국내 여행을 독려하자는 내용도 공문에 담았다. 전경련의 캠페인 참여는 기업인들이 솔선수범해 내수 침체 극복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국내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기업 경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7월 91만7519명에서 올해 2월 59만790명으로 35.6% 줄었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줄면서 관련 산업의 침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29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를 ‘봄 여행주간’으로 지정하고 국내 관광 프로그램과 할인 행사 정보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배 전무는 “봄 여행주간에 많은 회원사가 국내 관광에 동참해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다음 달 초순에 근로자의 날(1일), 부처님오신날(3일), 어린이날(5일), 대통령선거일(9일) 등이 몰려 있는 만큼 이 기간을 활용해 국내 여행지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 상반기(1∼6월)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하지 않는다. 실적 부진과 업황 악화 등으로 인해 신규 채용을 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두 기업 모두 상반기 공채를 하지 않는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처음이다. 국내 500대 기업(매출액 기준) 5곳 중 1곳은 올 상반기에 채용을 하지 않거나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경제연구원의 ‘2017년 상반기 500대 기업 신규채용 계획’에 따르면 응답 기업 200곳 중 18곳(9.0%)은 채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27곳(13.5%)은 지난해보다 신규 채용을 줄인다고 답했다. 둘을 합치면 22.5%다. 상반기 신규 채용을 늘린다고 응답한 기업(11.0%)의 두 배가 넘었다. 한경연은 이 조사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했다. 채용을 하지 않거나 전년보다 줄인다는 기업 비중은 2015년(11.6%)과 지난해(11.5%)에 비해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대내외적 여건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국내에서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여파가 지속되는 데다 다음 달 대선이 치러진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해외 변수도 기업들의 채용을 막고 있다. 신규 채용 감소 이유를 묻는 질문(중복 응답)에 기업들은 ‘국내외 경제 및 업종 경기상황 악화’(34.2%)와 ‘회사 내부 상황이 어려워서’(31.6%)를 많이 꼽았다. 회사 내부 상황은 사업 구조조정, 긴축경영, 분사 등이 포함된다. ‘경기 악화로 신입사원 조기 퇴사, 이직 등 인력 유출이 줄어서’(11.8%) ‘통상임금이 늘어나는 등 인건비 부담이 증가해서’(9.2%) 등을 꼽는 기업도 있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래 예측이 어느 정도 돼야 직원을 뽑을 수 있는데, 지금은 불확실성이 너무 강해 기업들이 관망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봉급 인상이 많이 되거나 안 될 수도 있고, 노동조합 힘이 강해지거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경기 회복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 채용 바람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수출이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데다 세계 경기도 회복세가 지속되는 중이어서 하반기(7∼12월)에는 대기업들의 신규 채용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신규 채용을 지난해보다 늘리겠다는 기업(11.0%)과 지난해 수준으로 채용하겠다는 기업(29.5%)은 전년 같은 조사에서보다 각각 9.1%, 27.2%에 비해 소폭 늘었다. 신규 채용을 늘린다고 응답한 이유(중복 응답)는 ‘이직 증가로 생긴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34.1%)가 가장 많았다. 기업들은 대졸 신규 채용 규모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중복 응답)으로 적정 정원(T/O)을 57.2%로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국내외 업종경기 상황(19.7%), 인건비 총액(16.9%)이 뒤를 이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 또는 국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어젠다(중복 응답)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환경 조성(36.9%)과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투자 활성화 유도(24.4%)가 많은 선택을 받았다. 한편 상반기에 예정된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서 기업들은 이공계(평균 54.4%)와 남성(평균 73.8%)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3880만 원(월 32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응답 기업의 68.0%는 정년연장제도에 따른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고 답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피부성형치료용 레이저기기 생산업체 루트로닉은 세계 6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매출의 70% 이상을 외국에서 번다. 글로벌기업과 경쟁해도 손색없는 제품을 내놓으려고 매출액의 15%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결과다. 본사 임직원 280명 중 R&D 인력이 30%에 달한다. 루트로닉의 지난해 매출액은 845억 원으로 전년의 720억 원보다 17.4% 늘었다. 건강 및 미용 제품은 최근 2년간 두 자릿수의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며 국내 수출산업의 ‘효자’로 떠올랐다. 반면 기존 주력산업들의 수출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5, 2016년 제조업 전체 수출품목 1259개의 수출액을 분석한 결과 2년간 건강제품군(14개 품목)과 미용제품군(12개 품목)의 연평균 증가율은 14.8%, 48.1%였다. 같은 기간 전통 주력산업인 석유제품(―27.8%), 철강(―10.4%), 자동차(―8.9%), 조선(―7.3%)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제조업 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2015년에도 전년 대비 8.0% 수출액이 줄어들었다. 연평균 ―7.0%다. 산업계에서 지난 2년을 ‘한국 수출의 보릿고개’로 부른 이유다. 2년간 수출이 감소한 품목은 770개로 전체의 61.2%에 달했다. 지난해 건강과 미용 제품군의 수출액은 각각 전년 대비 54억9000만 달러(약 6조1500억 원), 13억2000만 달러(약 1조4800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자동차(―51억6000만 달러), 철강(―10억8000만 달러)의 수출 감소액에 맞먹는 규모다. 대한상의는 건강 및 미용 제품군이 선전하는 비결로 꾸준한 기술개발과 소비자 맞춤형 전략, 한류 열풍 등을 꼽고 있다. 지난 2년간 건강 품목에서는 신약 개발 성공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의약품(연평균 25.9%), 제품 기술력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의료용 기기(연평균 10.0%)가 눈에 띄었다. ‘성형 한류’ 덕에 의료위생용품(연평균 11.1%) 수출도 크게 증가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한국 의료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증가하면서 의료제품 수출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출시장의 지각변동이 중국시장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최성호 경기대 융합교육대학 교수는 “최근 중국의 부품·소재 자급률이 상승하고 소비자 구매력이 증대되면서 수출 패러다임이 중간재에서 최종 소비재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기업들이 로봇에 꽂혔다. 새로운 로봇산업 진출을 꾀하는가 하면 관련 기술을 가진 벤처들과의 제휴도 활발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 로봇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화테크윈은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산업자동화전시회 ‘오토메이션월드 2017’에서 협동 로봇 ‘HCR-5’ 출시 행사를 열었다. 협동 로봇은 사람과 가까운 거리에서 업무를 도와주는 첨단 로봇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주역으로 꼽는 이들도 많다. 국내 기업이 협동 로봇을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제조업 현장에서는 무인으로 움직이는 산업용 로봇이 주로 사용돼 왔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대부분 대당 수억 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로봇과 관련한 숙련된 전문가와 함께 사람들이 일하는 공간과 분리된 넓은 공간이 필요해 중소기업들은 도입하기 쉽지 않았다. 반면 협동 로봇은 사람의 업무를 옆에서 돕는 차원이어서 사용법이 쉽고 가격도 수천만 원대로 비교적 저렴하다. 주로 위험한 공정이나 반복적이고 지루한 공정에서 시간과 노동력을 아끼는 데 쓰인다. 사람과 로봇이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라는 얘기다. 한화테크윈이 협동 로봇에 주목한 것은 자동화 및 지능화된 공장인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하기 위한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미 관련 산업 성장세도 가파르다. 세계 협동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2146억 원에서 2022년 3조6000억 원으로 연평균 6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테크윈은 협동 로봇을 독자 개발했다. 항공기 엔진 및 에너지 장비, 산업용 장비, 폐쇄회로(CC)TV 등의 사업에서 쌓은 역량이 뒷받침했다. 한화테크윈은 정밀기계 가공기술, 제어기술, 영상분석 및 소프트웨어(SW) 기술 등을 축적해왔다. 무인 감시 경계 로봇, 자율주행 이동 로봇 등 다양한 로봇 관련 프로젝트도 수행했다. 협동 로봇 시장은 유니버설로봇(덴마크), ABB(스위스) 등 해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에 맞서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는 이날 직접 협동 로봇 소개에 나섰다. 한화테크윈이 로봇산업 진출에 얼마나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 대표는 “앞으로도 로봇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아시아, 유럽 등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현재 한국로봇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다. 로봇사업 기술력 강화를 위해서는 독자 기술 개발만큼 외부 기술 도입이 중요하다. 로봇사업을 미래 먹을거리로 지목한 LG전자는 현재 가정용 및 상업용 로봇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개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날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에스지로보틱스’와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에스지로보틱스는 지난해 스위스 국제로봇대회 ‘사이배슬론’에서 하반신 장애인을 위한 보행 보조 로봇 ‘워크온’으로 3위에 입상했다. 대표는 공경철 서강대 기계공학과 교수다. LG전자는 기존에 축적한 가전 및 사물인터넷(IoT) 역량에 에스지로보틱스의 웨어러블 로봇 기술력이 더해질 경우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분산된 로봇 기술 역량을 한데 모으기 위해 관련 조직을 통합한 ‘H&A스마트솔루션BD’를 신설했다.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 2017’에서는 공항 청소 로봇, 잔디 깎기 로봇 등을 선보였다. 이 로봇들은 10여 년 전 로봇청소기에서 확보한 내비게이션 기술 및 청소 기능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하는 식으로 기존 노하우를 극대화한 제품들이다. 같은 전시회에 출품한 공항 안내 로봇은 현재 시험 운행 중이다. 올해 말에는 인천국제공항에 이 로봇을 실전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LG전자는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은 최근 사업 목적에 ‘서비스 로봇, 산업용 로봇 등과 부분품 제작, 판매 임대, 서비스업’을 추가했다. 현대차는 CES 2017에서 근로자 부상을 방지하고 근력을 보조하는 산업용 웨어러블 기기부터 노약자 보행을 돕는 생활용 웨어러블 기기 등을 선보였다.이샘물 evey@donga.com·신동진 기자}
GS칼텍스는 지속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 디플레이션 우려 등 국내외 시장의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수익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간다는 전략이다. 정유, 석유화학, 윤활유 등 기존 사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원가 절감 및 수익 확보를 위한 설비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추진해 왔던 경쟁력 개선 활동을 더욱 세분해 추가적인 개선 영역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또 유가 등 외부 환경에 따른 변동성이 큰 기존 사업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미래 사업을 확대해 안정적인 수익구조 확보와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그동안 석유 및 석유화학, 윤활유 생산 및 고도화 시설 등에 투자해 생산 경쟁력을 높여 왔다. 또 생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원유 도입처를 다변화하는 등 경제성 있는 신규 원유 발굴 및 도입에도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액의 약 71%를 수출에서 기록하는 등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이에 더해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맞춰 고도화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하루 27만4000배럴의 국내 최대 규모 고도화 처리 능력을 갖추고, 최고의 배럴당 수익성을 추구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석유화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투자를 지속해 왔다. 그 결과 폴리에스테르 산업 기초원료인 파라자일렌 135만 t과 합성수지 원료인 벤젠 93만 t을 비롯해 톨루엔 17만 t, 혼합자일렌 35만 t 등 연간 총 280만 t의 방향족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1988년 연산 12만 t 규모로 시작한 폴리프로필렌 사업은 1989년 연산 18만 t 규모로 증설했다. 고품질의 폴리프로필렌 제품을 국내외에 공급하기 위해 중국 석유화학 시장은 물론이고 국내 최초로 유럽 지역의 복합수지 사업에도 진출했다. GS칼텍스는 2010년 윤활유 인도법인 설립 및 2012년 중국법인과 모스크바 사무소 설립 등 활발한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세계 여러 국가에 윤활유를 공급하고 있으며, 윤활기유 전체 생산물량의 70%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윤활기유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아시아의 선도적인 윤활기유 공급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기존에 축적된 기술 및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바이오케미칼 및 복합소재 분야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약 500억 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바이오부탄올 시범공장을 착공했으며, 올해 하반기(7∼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복합소재 분야에서도 그동안 확보된 기술 및 원료 역량을 바탕으로 상용화 기술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며, 수요시장 확대 및 신규 응용처 발굴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중국, 체코 공장에 이어 지난해 국내 복합수지 업계 최초로 멕시코 법인을 설립함으로써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GS칼텍스는 현재 추진 중인 연구개발(R&D) 활동이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신규 아이템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GS칼텍스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 분야에서도 끊임없이 연구개발 요소들을 발굴해 대외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회사의 성장 발판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코오롱그룹은 1954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을 독점 공급하며 한국 의(衣)생활에 혁신을 일으킨 뒤 60여 년간 소비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라이프스타일 이노베이터’라는 코오롱그룹의 비전은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라이프스타일을 혁신하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화학섬유 제조와 건설, 무역 등의 사업을 펼쳐오던 코오롱그룹은 하이테크 산업 및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바이오 신약과 투명폴리이미드 필름 등이 대표적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세계 최초의 퇴행성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의 신약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또 같은 해 11월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과 단일국 기준으로 역대 최고액인 5000억 원에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디스플레이 시장의 조기 선점을 위해 지난해 양산설비 투자를 확정했다.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은 유리처럼 투명하고 강도가 세면서도 수십만 번을 접어도 흠집이 나지 않아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특히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차세대 스마트폰으로 준비하고 있는 폴더블 폰 등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재이기도 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유연 유기태양전지도 개발하고 있다. 유기태양전지는 유기물을 기반으로 제작된 태양전지로 기존 무기태양전지에 비해 가볍고 유연하며 형태 및 색상 구현이 자유롭다.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작동이 가능해 의류, 포장지, 벽지, 소형 전자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에 중요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9년부터 플렉시블 유기태양전지 모듈 개발에 노력해 왔다. 2011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차세대 유기태양전지 개발’ 국책사업 수행 업체로 선정됐으며 산학연이 최신 기술개발 현황을 논의하는 유기태양전지 심포지엄을 매년 열어 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자동차 소재 등 고부가가치 소재들의 글로벌 시장 확대도 가속화할 계획이다. 코오롱그룹은 미래 신수종산업 발굴과 인재 육성을 위해 2011년 8월 대전 KAIST 내에 ‘코오롱-KAIST 라이프스타일 이노베이션 센터’를 열었다. 또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그룹 차원의 연구개발(R&D)센터인 ‘코오롱미래기술원’도 새로 건립할 계획이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LG전자 최고경영자(CEO)인 조성진 부회장은 △품질 최우선 △수익성 기반의 성장 기조 △1등 체질 내재화 및 스마트 워킹 등 3대 중점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조 부회장은 가전 분야에서 얻은 경험 및 노하우와 ‘제조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품질’이라는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일등 품질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양적 성장에 집착하지 않고 수익성을 전제로 한 성장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B2C 분야에서는 사업 구조 고도화, 프리미엄 브랜드 강화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체력을 만들기로 했다. 기업 간 거래(B2B) 분야에서는 고객 밀착형 사업 방식으로 성장을 가속화해 시장 기회를 선점할 방침이다. LG전자는 올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중동, 독립국가연합(CIS), 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 ‘LG 시그니처’를 확대 출시하면서 브랜드 마케팅 투자를 지속한다. 생활가전 사업은 소비자의 생활 패턴에 맞춰 주방공간과 생활공간으로 나눠 공략한다. 융복합과 프리미엄에 집중하며 고수익을 유지한다. TV 사업은 차원이 다른 ‘올레드 TV’와 나노셀 기술을 적용한 ‘슈퍼울트라HD TV’를 앞세운 ‘듀얼 프리미엄 전략’을 기반으로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모바일 사업은 기본 성능, 품질 혁신 등 제품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수익 창출을 위한 사업 구조를 만든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도약하기 위한 기반 다지기에 집중한다. LG전자는 로봇을 미래사업의 한 축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여러 조직으로 분산돼 있던 사물인터넷(IoT) 역량을 통합해 ‘H&A스마트솔루션BD’를 신설했다. 기존의 가전사업과 연계성이 높은 가정용 생활로봇과 공공서비스를 위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LG전자는 또 자동차 부품, 에너지 등 B2B 사업 중심으로 미래 먹을거리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앞서 LG전자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13년 자동차 부품 관련 조직을 통합해 VC(자동차 부품)사업본부를 신설했다. LG전자는 어려운 사업 환경 속에서도 연구개발(R&D)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10년 약 2조7000억 원이던 연간 R&D 투자액을 2014년 약 3조7000억 원까지 늘렸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도 2010년 4.6%에서 2015년 6.7%로 꾸준히 상승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를 “LS그룹의 미래 성장을 준비하는 원년”으로 선포하고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경영환경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할 수 있는 강한 체질을 갖추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구 회장이 방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다. 그는 최고기술책임자(CTO) 간담회, 기술협의회 등에 빠지지 않고 참가하며 그룹의 R&D 전략과 방향 등을 직접 챙기고 있다. LS그룹은 올해 지주사 내에 기술전략부문을 신설해 CTO 체제하에서 디지털 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R&D 전략 구체화와 디지털 역량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발맞춰 주요 계열사들은 초고압직류송전(HVDC), 초전도케이블, 마이크로그리드(독립형 전력망) 등 신사업 분야 프리미엄 제품 제조 기술을 국산화해 해외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LS전선과 LS산전은 차세대 송전 방식으로 불리는 HVDC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교류전력을 직류로 변환해 송전하는 기술이다. 장거리 송전 시 기존 교류 방식에 비해 전력 손실과 유도장애가 현저히 적어 초고압 대용량 송전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 세계 HVDC 시장 규모는 현재 약 60억 달러로 추산되며, 2026년까지 15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LS산전은 소규모 지역에서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차세대 전력망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은 칠레 국영기업 코델코와 합작법인 형태로 귀금속 생산 플랜트를 준공해 연간 금 5t, 은 540t, 셀레늄 200t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산업기계와 첨단부품 사업을 하고 있는 LS엠트론은 유럽과 미국 등의 친환경 엔진을 장착한 트랙터를 개발했다. 친환경 액화석유가스(LPG) 전문기업 E1은 싱가포르, 미국 휴스턴 등 해외 지사들을 거점으로 네트워크와 트레이딩을 확대하는 등 해외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LS 관계자는 “앞으로도 친환경 첨단 산업 분야에서 세계 시장에 적극 진출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한화그룹은 혁신과 내실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일류 경쟁력 강화에 모든 에너지를 결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룹의 핵심 사업 경쟁력을 글로벌 리더 수준으로 끊임없이 격상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한화는 올해도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핵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한화’의 기틀을 다져 나가는 데 주력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사업 분야별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선점할 사업 구조 고도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방산부문은 해외 사업 비중을 확대해 글로벌 방산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출 예정이다. 한화는 최근 2년 사이 한화테크윈,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등을 인수하면서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일류 방산기업과도 당당히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기존의 탄약·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 장갑차, 항공기·함정용 엔진과 레이더 등의 방산 전자 부문까지 방산사업 영역을 확대해 글로벌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화학부문은 기존 범용 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의 원천기술 확보에 매진한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말 열과 압력에 강한 ‘고부가 염소화 폴리염화비닐(CPVC)’의 국산화를 위해 내놓은 공법이 신기술 인증을 받았다. 한화토탈은 태양전지 봉지재용 EVA 제품이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세계 일류 상품에 선정되며 첨단 제품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한화토탈은 35만 t 규모의 세계 태양전지용 EVA 시장에서 약 35% 점유율을 달성하며 1위에 올라 있다. 한화첨단소재는 자동차 경량 소재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미국 앨라배마와 버지니아를 비롯해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 체코 등에 해외법인을 설립하여 자동차 부품 생산 및 공급을 위한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한화첨단소재의 강화 열가소성 플라스틱(GMT)과 저중량 강화 열가소성 플라스틱(LWRT)은 각각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유지하고 있다. 태양광 부문은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선도 기업의 위상을 강화한다. 한화의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화큐셀은 셀 생산 규모 세계 1위로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확고하게 지배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생산능력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2011년 퀀텀기술로 다결정 셀 효율 세계 1위 기록을 보유한 데 이어 2015년 다결정 모듈 효율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대기업 회원사들이 참여하는 ‘대기업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며 대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그룹이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기업연합회로 개명 예정)를 탈퇴한 가운데 대한상의가 전경련 기능을 흡수해 대기업 정책의 주도권을 쥐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상의가 대기업위 설치를 검토하게 된 배경은 최근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고 기업 규제 입법이 확산 일로에 있기 때문이다. 상의는 대기업위를 구성해 대기업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하고 규제입법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대기업의 성장과 경제사회 발전 간 선순환 관계를 복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경제 관련 어젠다를 발굴해 정책 제안을 하는 한편 상법 공정거래법 등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계획이다. 회원사 간 교류를 강화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수행한다. 현재 대한상의에는 중소기업위원회와 중견기업위원회가 구축돼 있다. 대기업위가 신설되면 대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자기소개서에서 실패 경험을 물어보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을 보겠다는 겁니다. 기업에서 일하면서 어려운 일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보는 거죠.” 2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8회 청년드림 잡 페스티벌의 ‘대기업 공채상담 존’에서는 취업 상담이 한창이었다. 참여 대기업은 현대자동차, SK플래닛, LG CNS, 롯데슈퍼, 포스코에너지, 한화케미칼, SPC그룹, 이케아, 인터파크, 킨텍스 등 10곳. 구직자들은 길게 늘어선 줄에도 아랑곳 않고 순서를 기다렸다. 차례가 오면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취업 팁을 들으며 연신 눈을 반짝였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경기 고양시, 육군 1군단과 공동으로 연 이날 행사에는 6000여 명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행사 시작 30분 전 이미 구직신청서를 작성한 수백 명이 전시장 문 앞에 진을 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현장 면접부터 고민 상담까지 행사장엔 대기업 공채상담 존뿐 아니라 △현장 면접 존 △직무 멘토링 존 △취업 서포터 존 △일자리 정보 존 등 총 6개 존이 마련됐다. 구직자들에게 보다 풍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현장 면접 존에서는 기업 51곳이 부스를 차리고 즉석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을 마친 정엄중 씨(26)는 “회사에 대한 정보도 들으며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면접을 봤다. 채용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직무 멘토링 존에서는 국내외 기업 10곳이 국내영업, 해외영업, 마케팅, 금융, 유통·물류, 인사 등 직무별로 부스를 마련해 상담에 나섰다. 구직자 임모 씨(28·여)는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고 새 일자리를 찾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해외영업 상담을 받은 임 씨는 “스펙이 모자라는 것 같다는 고민을 얘기했더니 ‘자신만의 강점이 있으면 된다’며 학교 선배처럼 말해줘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청년드림 잡 페스티벌에서는 취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서비스도 제공됐다. 취업 서포터 존을 찾은 구직자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인·적성 검사, 면접 스피치 컨설팅을 받고 개인 프로필용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고양시 일자리센터는 ‘모의 면접’ 기회를 마련했다. 실제 구직자 4, 5명이 팀을 이뤄 약 50분간 실전처럼 모의 면접을 진행했다. 일자리센터 관계자는 “면접이 끝나면 각자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전화로 피드백을 해준다”고 말했다. 이른바 면접 준비를 위한 ‘원 포인트 레슨’ 서비스다.○ 청년 진로 탐색까지 돕는다 구직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기업에 지원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정보를 몰라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행사에서는 ‘현장 매칭’ 서비스를 통해 구직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다. 상담사들에게 이력서를 제출하고 본인이 원하는 직무를 이야기하면 행사 참가 기업들 중 적합한 곳을 소개받는 식이다. 김준영 씨(29)는 “물류·유통 분야 사무직에 관심이 있었는데 현장 매칭 상담을 통해 기업 5곳을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청년드림 잡 페스티벌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의 수요를 반영해 진로 탐색, 직업 체험, 채용 면접이 모두 한자리에서 이뤄지는 ‘통합 일자리 박람회’다. 행사장에는 능력중심 채용 관련 정보가 담긴 책자를 무료로 제공하는 ‘청춘책방’도 마련됐다. 아직 본인의 적성과 소질을 잘 모르는 구직자들이 ‘소질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코너도 인기를 끌었다. 행사장 벽면들도 온통 정보의 마당이었다. 일례로 ‘자기소개서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코너에서는 “단점이라도 솔직하게 고백해야 하느냐”는 질문과 “단점을 쓰려면 자신의 단점을 발견하고 고쳐 나가기 위해 노력한 부분을 보여주는 게 좋다”는 조언이 담겼다. 또 ‘직무별 면접 질문 리스트’에서는 분야별로 자주 나오는 면접 질문이 수록됐다. 금융·보험·증권 직무에서는 “전일 당사의 주가는 얼마였느냐” “엥겔계수란 무엇이냐”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경우” 등 자주 나오는 면접 질문을 소개했다. 신연수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장은 “요즘 청년들은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다고 하는데 체감 실업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청년들이 좋은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양=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전제 조건은 사실 고용 경직성 해소입니다. 정의당 지지 기반에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많다 보니 이 문제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되는데, 장기적인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중소기업 대표 A 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을 대폭 강화할 때 유연성도 더 여유 있게 검토할 수 있습니다.”(심상정 정의당 대표) 28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초청 특별강연’. 대한상공회의소가 제19대 대선 후보들을 초청해 여는 첫 순서였다. 이날 오후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유승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의 후보들도 초청할 예정이다. 이날 강연은 청중이 수차례 박수를 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심 대표가 “‘가뜩이나 기업이 어려운데 심상정이 대통령 되면 기업 다 망하지 않냐’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관중석에선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그는 “정의당은 그동안 분배 정책만 있고 성장 정책은 없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 왔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나자 기업인들은 거침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대기업 B사 관계자는 “모든 정권에서 규제 개혁을 추진했지만 기업이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규제 문제는 원점에서 전체적으로 재검토하고,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규제와 공익적 가치를 위해 강화해야 될 규제를 이해관계 당사자들과 토의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대한상의는 정치권과의 소통에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확한 현실 분석과 장기적인 해법을 토대로 공약이 수립돼 차기 정부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한상의가 5개 정당 대표에게 ‘제19대 대선 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을 전달하고 27일부터 주요 대선 후보들의 경제 공약을 회원사들에 알리기 시작한 것도 그 일환이다. 심 대표는 “경제계 제언에 담긴 3대 틀(공정사회, 시장경제, 미래번영)은 그동안 경제계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아주 신선한 제안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또 “새로운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소통하려는 모습에 저도 큰 고무를 받았다”고 화답했다. 한편 심 대표는 경제 성장 해법에 대해 △재생에너지사업 인프라 투자 확대 △제조업 첨단화 및 서비스화 △중소기업 클러스터 사업 △신(新)평화경제 구축 등 ‘4대 산업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중요한 경제 정책은 경제 주체들과 반드시 정말 깊이 있는 소통과 토론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계가 정치권과의 활발한 소통 의지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한 화답이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국내 대표 경제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제대로 된 경제 대통령’을 뽑겠다고 나섰다. 주요 후보의 일자리 창출 등 경제공약을 매일 회원사들에 알려 ‘포퓰리즘’을 경계하고 ‘정책 선거’ 분위기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이다. 대한상의의 이런 움직임은 과거에는 없었다. 대한상의는 27일 회원사에 제공하는 정보 서비스인 ‘대한상의 인포’를 통해 ‘제19대 대선 후보 공약 미리보기 시리즈’를 시작했다. 이날 첫 주제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5개 정당 대선 후보의 일자리 정책 구상을 소개했다. 대한상의는 일자리 창출 해법에서 대선 후보의 공약을 크게 ‘정부 역할 강화론’과 ‘시장 기능 활성화론’으로 구분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행정 수요가 많은 부문의 공무원을 더 많이 채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혀 ‘정부 역할 강화론’을 펴는 것으로 분류됐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시장 기능 활성화론’을 펴는 후보로 구분됐다. 대한상의는 과거 대선 때는 당별로 확정 후보를 초청해 강연 형식으로 경제 구상을 들었다. 이번처럼 대선 주자의 공약을 비교 정리해 회원사와 공유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데 기업이 정책 정보를 얻을 시간이 별로 없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한편 회원사의 의견도 듣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대선이 급박하게 치러지면서 자칫 신중한 고민 없이 수립된 공약이 차기 정부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상의 회장단이 23일 국회를 찾아 5개 정당 대표에게 ‘제19대 대선 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을 전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당시 “공약은 정책화 과정을 거치면서 나라 살림과 국민의 삶을 결정한다”며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대한상의의 이번 시도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대한상의는 국내 대·중·소기업 약 17만 곳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전국 72개 지역상공회의소는 각 지역 경제계의 목소리를 집약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대한상의의 공약 미리보기 시리즈는 매일 오전 9시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을 통해 회원사에 전달된다. 정보서비스 수신 등록 인원은 문자와 카톡에 대해 27일 기준 각각 700여 명이다. 지역상의에서 1차로 정보를 받아 해당 지역 회원사에 전달하는 경우도 많아 공약 미리보기 시리즈는 대부분의 회원사가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의는 27일에 이어 매일 노동 대기업 조세 복지 정부조직 등에 대한 정책 공약을 차례로 연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 최저임금, 공정거래, 소비자 보호, 상법, 법인세, 육아휴직, 4차 산업혁명 등 경제 공약 전반을 정리해 기업들에 알린다는 구상이다. 기업은 경제 단체가 공약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전달하자 반색하고 있다. 대선 공약은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5대 그룹 관계자는 “대기업 규제 등 경영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을 미리 검토하고 파악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회원사들로부터 공약과 관련한 피드백도 받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단체의 공개적인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가 음성적으로 민원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정책 수립의 파트너로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정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고받는 채널이 열려 있어야 기업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민간에서의 경제 어젠다 주도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한상의 같은 경제 단체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32)가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석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26일 한화에 따르면 김 상무는 23∼26일 중국 하이난(海南) 성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 참석했다. 그동안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온 재계 총수들은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줄줄이 발이 묶였다. 2007∼2013년 보아오포럼 이사를 지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4년 만에 포럼에 참석했지만 올해는 검찰의 출국 금지로 중국에 가지 못했다. 2013년 4월 보아오포럼 이사에 오른 뒤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구속돼 수감 중이다. 한화는 이번 보아오포럼에서 포럼 주최 측과 공식 세션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열었다. 24일 열린 이번 세션에는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태국 등의 스타트업 창업자 20명이 패널로 참석했다. 패널로 참석한 김 상무는 “각 국가의 아시아 스타트업들이 서로 통합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더 큰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션 참석자들은 향후에도 정기적으로 모여 아시아 스타트업 생태계의 지속적인 발전 방안을 마련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등 지난해부터 검토해 온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데다 국회에서 지배구조 개편에 불리한 방향의 상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는 데 따른 부담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24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관련) 법률, 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한 뒤 결과를 주주들과 공유하겠다. 다만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수년간 시장에서 추측성으로 거론되던 지주사 전환을 지난해 11월 처음 공식화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공개적으로 주주 제안을 해오면서다. 당시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어떤 방향도 정해놓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뜻은 주주들이 원하는 대로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 이슈가 공론화되자 삼성전자 주가는 무섭게 오르기 시작했다. ‘주가 200만 원’ 시대가 열렸고 시가총액은 290조 원까지 치솟았다. 이달 14일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이 “주주들과 약속한 사안인 만큼 차질 없이 검토해 예정대로 발표하겠다”고 말하자 주가는 다시 한 번 최고가를 찍었다. 그만큼 시장의 기대가 컸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지금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하면 정권이 바뀌기 전에 승계를 마무리하려 한다는 오해가 생기기 십상”이라며 “기대치가 너무 커져 버려 시장에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주기 위해 고심 끝에 주총에서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 카드를 내려놓기로 한 주요한 배경은 정치권의 움직임이다. 국회가 쏟아내고 있는 지주회사 옥죄기 방안들이 추후 대형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월 “자회사 지분 의무 소유 비율을 높여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지주회사가 재벌의 승계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지주회사가 의무적으로 가져야 하는 자회사 지분을 현행 ‘20% 이상’에서 10%포인트만 올려도 지주회사 전환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삼성전자의 경우 30조 원가량이 추가로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야권에서 발의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주회사는 경영권 방어에 더 취약해진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조항이 대표적이다. 일반이사와 감사위원을 따로 선출하면 지주회사는 자회사 감사위원을 뽑을 때 소유 지분과 상관없이 의결권을 3%만 행사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10여 년 전까지 정부가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독려했는데 지금은 정치권이 걸림돌을 만들려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현 지배구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날 삼성 지배구조와 관련 있는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삼성SDS 주가는 각각 7.27%, 8.47% 급락했다.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사(APG)의 박유경 이사는 이날 주총에서 삼성전자가 그동안 해 온 쇄신 노력을 중단하지 말고 추진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 이사는 “보통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지금이 이럴 때인가’라는 생각을 하는데 최대한 냉정하게 쇄신과 혁신 모멘텀을 유지하는 게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주주들 모두에 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김지현 jhk85@donga.com·이샘물 기자}
“저희가 ‘해주십사’ 하는 내용만 들어 있지 않고 화두를 던지는 내용입니다.” 23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전날 발표한 ‘제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을 5개 정당에 전달하기 위한 여의도 순회의 시작이었다. 박 회장은 이후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차례대로 방문했다. 면담 시간은 15분 정도씩이었다. 점심시간과 이동 시간까지 더해져 모든 일정은 오후 3시가 훌쩍 넘어서야 끝났다. 박 회장이 국회를 찾은 것은 지난해 5월 20대 국회 개원 후로만 여덟 번째다. 하지만 이날의 방문은 이전 일곱 번과는 목적이 전혀 달랐다. 그는 각 당 대표들에게 책자를 전달할 때마다 “과거처럼 기업들의 ‘위시리스트’를 드리는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하며 해법을 찾아야 하는 ‘어젠다’를 제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상대방의 고충을 알고 사회문제가 뭔지를 인식한다는 전제가 깔려야 서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한편으로는 ‘정치권은 개혁 주체’ ‘기업은 개혁 대상’이라는 이분법적 틀을 깨고 국회와 기업이 함께 국가 경제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선언적 의미이기도 하다. 정치권과 경제계는 한동안 극심하게 대립해 왔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법 등 경제활성화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서명운동까지 벌였지만 결국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는 상법개정안이 갈등의 중심에 떠올랐다. 유력 대선 후보들의 경제공약들도 대부분 ‘재벌 개혁’ ‘대기업 규제’ 등에 집중돼 있다. 대한상의 측에서 전날까지도 각 당 대표들이 박 회장의 방문에 냉담한 반응을 보일까 걱정했을 정도였다. 재계의 제언문 전달은 대선 주자들이 공약을 점검하면서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달라는 강한 요청이었다. 박 회장은 “선거(운동) 기간이 짧아 시간이 없으니 화두를 던져야 (정치권이) 화답도 하고 의견도 줄 과정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했다. “앵무새처럼 일방적인 얘기만 해서는 안 되고, 균형감을 갖춘 얘길 제시해야 후보들도 귀담아듣고 고민할 것이라 생각했다”고도 했다. 대선 주자들이 경제 구상을 점검하고 현장과 소통할 수 있도록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박 회장과 동행한 최충경 창원상의 회장은 “경제에는 여야도 없고, 보수 진보도 없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누구나 살려야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상의는 이번 제언문에서 ‘공정사회, 시장경제, 미래번영’이라는 키워드를 축으로 국가의 핵심 의제 9건을 짚었다. 전문가들은 상의의 제언문이 정치권과 재계가 경제 전체 문제를 협의하고 함께 답을 찾아나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이런 경제계의 목소리를 일부나마 공약집에 담을 경우 정재계가 협업하는 개혁 모델은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물론 재계의 이번 시도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박 회장 역시 “(대선 후보들이) 대답을 하실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기업인들도 국민이니까 답을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내비쳤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쌀가게에서 세계적 자동차 회사를 일군 정주영 신화는 옛이야기가 되는 듯합니다. 포화 상태인 시장, 짙게 깔린 불확실성, 계단을 오를 때마다 턱턱 막히는 보이지 않는 장벽….” (A기업) 대한상공회의소가 22일 내놓은 ‘제19대 대선 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이라는 책자의 세 번째 페이지는 취업준비생, 비정규직 근로자, 기업들의 발언들을 담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라면 허울뿐인 경제공약을 만들기보다 재계 현장의 목소리부터 귀 기울여 달라는 의미다. 재계가 이처럼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는 것은 국내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반도체, 석유화학, 중간재 등의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반짝 호황’으로 인한 착시효과일 뿐이라는 지적이 있다. 국내 정치 리스크와 대외 돌발변수 탓에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경제 암흑기에 맞닥뜨릴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벼랑 끝에 몰린 경제계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삼성 서초사옥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대기업 경영 활동은 사정당국의 칼날 아래 얼어붙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재계 1위 삼성의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특검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은 최태원 회장을 포함한 SK그룹 전현직 경영진부터 소환했다. 다음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롯데와 CJ 외에도 기업들은 “우리라고 타깃이 안 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몸을 사리고 있다.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10대 그룹 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일부 기업들이 최고 실적들을 냈지만 문제는 3년 후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투자가 ‘올스톱’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투자가 주춤하면 중소기업들도 성장동력을 잃게 된다. 중소·중견 기업들마저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수사에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했던 까닭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외 악재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은 날이 갈수록 강도가 세지고 있다. 금속업체 B사는 “제품의 90%가량을 중국 현지 공장에서 만드는데 올해 들어 중국 정부가 합당한 이유도 없이 통관에 트집을 잡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연이어 미국 내 가전공장 설립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달래기’에 나섰다. 정작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제대로 된 정치적 리더십 절실 재계에서는 차기 정부의 ‘경제 리더십’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대선 주자들도 경제 관련 구상을 속속 내놓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대부분 성장 해법보다는 규제를 앞세운 ‘재벌 개혁’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올 1월 “우선 10대 재벌에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고 그중에서도 4대 재벌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재벌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다른 대선 후보들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주요한 경제개혁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10대 그룹 한 임원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내부 검토들이 속도를 내고 있었는데 최순실 사태 이후 모든 논의를 멈췄다”고 말했다. 반기업 정서가 워낙 커져 기업 스스로 마련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은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볼 우려가 커서다. 검찰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지배구조 개선에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이유다. 기업인들은 제언문에 “지배구조는 꼭 바꿔야 한다”면서도 “방법은 시장경제 안에 있다”고 적시했다. 가령 소액주주 또는 근로자 대표의 이사회 진출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은 주식회사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제도 개선’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공정하고 일관된 집행’에 힘써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담았다. 재계는 “한국 경제는 두터운 ‘불신의 벽’에 갇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기업을 믿지 못하다 보니 ‘이건 해라, 저건 하지 말라’며 일일이 규제하고 정치권은 대립 프레임에 갇혀 오늘도 공전 중이라고 꼬집었다. 기업들이 규범을 뒷전으로 밀어둔 채 실적만 챙기고 있다는 반성도 빼놓지 않았다. ‘기득권 내려놓기’도 주요한 제언으로 거론됐다. 불공정거래를 반복하는 기업, 성과에 비해 과도한 임금을 상시적으로 요구하는 노조, 자격증을 방패 삼은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 등을 예로 들었다. 대선 후보들이 수많은 일자리 공약을 발표해 왔지만 제대로 된 노동개혁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제언문은 “비정규직이라 받는 불이익, 정규직이라 당연시되는 기득권을 함께 조정해 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썼다.○ 10년, 100년 내다본 계획 세워야 경제계에서는 대선이 급박하게 치러지는 만큼 경제 밑그림과 정책이 근시안적으로 마련되지는 않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정치 시계가 빨라지면서 대선 후보들이 자칫 ‘선명성 함정’에 빠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국가 전체적으로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만큼 한국 사회와 한국 경제의 현실을 잘 진단하고 미래 비전과 해법을 설정하는 데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존 정책이 조용히 사라지는 ‘새 정부 신드롬’도 우려하고 있다. 정책 시계가 5년이 아닌 10년, 100년을 내다보고 이뤄져야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언문에 “미래 예측 가능성을 위해 현재 정부의 좋은 정책은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계속 유지, 발전시켜 달라”는 내용이 담긴 이유다. 제언문 작성에 참여한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에 대한 안정성이 확보돼야 미래 예측가능성도 높아져 기업들이 사업을 벌일 수 있다”며 “차기 정부는 일관적으로 정책을 펴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샘물 evey@donga.com·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