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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동 전 쎄트렉아이 의장 등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출신 연구자 27명이 KAIST에 30억 원을 기부했다. 한국 최초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 발사 30주년(11일)을 맞아 기부한 것으로 기부금은 우주 분야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기술 연구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KAIST는 산학연 각계에서 활동 중인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출신 27명이 30억 원의 발전기금을 기부 약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기부금 명칭은 ‘우리별 위성 연구기금’이다. 연구소는 한국의 우주개발 역량이 걸음마 수준이던 1989년 8월 설립됐다. 설립 직후 영국 서리대와 국제공동연구협약을 맺고 전기전자와 물리학 등 다양한 전공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파견해 위성 개발에 착수했다. 우주 분야 인력을 양성하고 위성 기술을 전수받아 빠른 속도로 기초 역량을 올리기 위한 전략이었다. 우리별 1호는 서리대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완성한 국내 첫 위성이다. 1992년 8월 11일 남미 기아나 쿠루 우주기지에서 발사돼 한국을 세계 22번째 위성 보유국의 위치로 올렸다. 연구소는 한국 인공위성 연구와 개발의 산파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받는다. 우리별 2, 3호와 과학기술위성 시리즈 5기, 차세대 소형위성 1기 등도 발사했다. 이번 기부자 명단에는 박 전 의장 외에 김성헌 미국 코넬대 의대 교수, 선종호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 최경일 KT샛 최고기술경영자(CTO) 등이 이름을 올렸다. 연구소가 해외 우주기술 선진 대학으로 파견했던 유학생 출신들이다. 이들은 “KAIST에 감사하는 마음과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에 보답하기 위해 기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기자 jawon1212@donga.com}
1992년 8월 11일 오전 8시 8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 우주기지에서 ‘우리별 1호’가 우주로 향했다. 우리별 1호는 한국의 첫 인공위성으로 우주과학기술 불모지였던 한국의 첫 우주시대를 여는 출발점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다. 올해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에 이어 4일에는 한국 최초 달 궤도선 ‘다누리’가 발사됐다. 자력으로 지구 저궤도에 실용급 위성을 올려놓을 수 있는 발사체는 물론이고 우주 탐사 기술 확보에도 나선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등 우주 개발 선도국과도 국제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국제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 늦었지만 기업이 위성 만드는 시대 열어 한국의 우주 개발은 198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첨단기술 육성 방안 중 하나로 우주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공식 문서 형태로 정리된 자료는 1993년 마련된 ‘21세기에 대비한 항공우주사업의 육성 방안’이 처음이다. 선진국에 비해 30∼40년 늦은 시작이었다. 우주 개발은 보통 발사체와 위성, 우주 탐사 등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국내에선 인공위성 개발이 가장 먼저 추진됐다. 우리별 1호는 한국 인공위성 개발의 시작점이다. 우리별 1호는 가로 352mm, 세로 356mm, 높이 670mm, 무게가 48.6kg인 소형 위성이다. 1987년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이 마련되고 1989년 문을 연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의 연구팀이 영국 서리대의 기술 지원을 받아 개발했다. 30년 전 프랑스 발사체 아리안V-52에 실려 발사된 우리별 1호는 고도 1300km 지구 경사각 66도인 임무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세계 22번째로 인공위성 보유국이 된 순간이었다. 지구 표면 촬영과 지구 주변 방사선 측정이라는 과학 임무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권세진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소장은 “우주를 향한 한국의 도전이 시작됐던 것”이라고 평가한다. 우주과학과 우주천문학 연구가 본격 도약하고 우주를 꿈꾸는 인재 육성도 늘어나는 등 우리별 1호 발사가 국내에 가져온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제는 차세대 중형 위성 2호 등 민간기업 주도로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우리별 1호를 개발한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인력이 1999년 설립한 국내 최초 위성 개발 전문기업 쎄트렉아이를 비롯해 KT SAT, LIG넥스원 등 굵직한 국내 토종 위성기업들도 생겨났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등 위성 관련 국내 스타트업들도 꿈틀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세계 6∼7위권 인공위성 개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는 11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우리별 1호 발사 30주년 워크숍에서 “우리별 1호 개발이 위성 기술 획득 단계였다면 독자 개발 단계, 기술 성숙 단계를 거쳐 현재는 기술 고도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우리별 1호는 지구 1300km 상공을 지금까지 돌고 있다. 원래 임무 기간이었던 5년을 넘겨 7년간 더 작동하다가 2004년 지구와 교신이 끊겼다. 그런데 우리별 1호 발사 30주년을 맞아 이번에 우리별 1호 위성 귀환 임무가 추진된다. 누리호로 수거 위성을 쏘아올리고, 우리별 1호를 수거해 지구로 가지고 온다는 구상이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는 우리별 1호를 포획해 대기로 재진입시키면서 아직 국내에 없는 우주 탐사 핵심기술인 궤도 조정, 랑데부, 위성 근접 비행 등을 수행하는 연구를 기획 중이다.○ 우주 탐사 영역으로 확장 한국은 이제 소형 영상 레이더, 저궤도 위성 양자통신 암호 통신 시스템, 인공위성 레이저 탑재체 등 차세대 인공위성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과학 실험이나 산업, 안보 더 나아가서는 심우주 탐사에도 쓰일 수 있는 기술들이다. 인공위성을 포함해 발사체나 우주 탐사 분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5월 1조9330억 원을 들여 누리호보다 강력한 2단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에 들어갔다. 점점 더 저가 경쟁으로 치닫는 상업 발사 시장에서 누리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2030년 달 착륙 검증선, 2031년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임종빈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정책연구1팀장은 “우주로의 활동 영역 확장과 우주 자원 역량 확보로 지속가능 사회, 경제 발전과 세계 영향력 있는 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5일 우주 비행을 시작한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KPLO)’가 첫 궤적 수정에 성공했다. 7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다누리는 이날 오전 10시쯤 첫 궤적 수정 기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궤적 수정 기동은 예정된 궤적을 이탈하지 않기 위해 비행 방향을 조정하는 어려운 과정이다. 다누리는 ‘탄도형 달 전이(BLT)’ 궤적이라는 복잡한 경로를 따라 달 궤도에 접근하기 때문에 궤적 수정 기동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다누리는 달 상공 100km 궤도에 안착하기까지 앞으로 최대 8번의 궤적 수정 기동이 예정돼 있다. 이 과정이 예상보다 잘 진행되면 궤적 수정 횟수를 줄일 수 있고, 다누리의 임무 기간도 당초 예정보다 연장될 수 있다. 추력기 작동에 드는 연료 사용이 줄어들며 임무 수행에 쓸 연료가 늘기 때문이다. 첫 기동 후 다누리는 태양 방면으로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향해 이동한다. 그러다 다음 달 2일쯤 초속 0.17km의 속도에서 추력기를 작동해 지구 방면으로 방향을 전환할 예정이다. 이후 12월 중순 달에 근접해 12월 말에는 달 상공 궤도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된다.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서 “다누리의 주요한 임무는 궤도 설계, 심우주 항행, 고추력 추진계, 우주선 간 통신에 쓰이는 35m 안테나 등과 관련된 기반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누리 발사 프로젝트에 참여한 미국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의 이안 게릭 베텔 교수는 “다누리의 임무 기간 1년(내년 1~12월)이 지난 후에 한국이 다누리를 달 상공 약 20km 이내로 접근시킨다면 달의 암석을 더 잘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달은 과거 자기장을 생성했으나 지금은 더 이상 생성하지 않아 달 암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누리의 임무 연장 여부는 2023년 7월에 남은 연료 상황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이날 정부는 다누리와 누리호를 발판으로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가칭)을 올해 안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꾸로 타는 보일러’처럼 두 번 태우는 방식으로 열효율을 극대화한 차세대 발사체는 2031년까지 개발한다는 목표로 올해 5~11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한다. 다누리 후속 사업으로 2030년 달 착륙선 검증선, 2031년 달 착륙선 개발도 준비 중이다. 민간 기업을 위한 고체연료 발사장 신규 구축, 나로 우주센터 고도화,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등도 추진하고 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KPLO·사진)’가 다섯 달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다누리가 올해 말 예정대로 달 궤도에 안착하면 한국은 세계 7번째 달 탐사국이 된다. 다누리는 5일 오전 8시 8분 48초(현지 시간 4일 오후 7시 8분 48초)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의 우주군 기지 40번 발사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 발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누리가 발사된 지 1시간 30여 분이 지난 오전 9시 40분경 지상국과의 첫 교신이 확인됐고, 1차로 목표했던 ‘탄도형 달 전이방식(BLT)’의 궤적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다누리는 2016년 1월 개발에 착수돼 7년간 약 2367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공식 명칭은 ‘달을 남김없이 누리고 오라’는 의미로 올해 대국민 명칭 공모전을 통해 정해졌다. 순조롭게 출발한 다누리는 달 목표궤도 안착을 위한 149일간의 여정에 나선다. BLT는 지구와 달, 태양의 중력을 이용해 달 궤도에 진입시키는 방식이다. 궤적 수정 작업도 최대 9번 이뤄질 예정이다. 12월 중순 달 궤도에 도착한 후에도 5차례의 추가 기동을 통해 최종 목적지인 달 상공 100km 원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12월 31일 목표 궤도에 안착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 탐사에 나선다. 다누리는 달 궤도를 1년간 매일 12바퀴씩 돌며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후 연료가 남으면 임무가 연장될 수 있다. 다누리 발사는 한국 우주 탐사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러시아, 미국, 일본, 유럽, 중국, 인도에 이은 7번째 달 탐사국 반열에 오른다.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발사 성공에 이어 신흥 우주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다누리호는 신(新)자원 강국, 우주경제 시대를 앞당길 대한민국 선발대”라는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다누리 교신 확인, 가슴 졸인 92분…달 넘어 우주탐사 첫걸음 연비 감안 ‘달 직항’ 대신 우회 선택… 과기부 “1차 목표궤도 성공적 진입”태양전지판 정상 작동, 통신도 원활… 방향 수정 9회-추가 기동 5회 거쳐올해말 달 상공 100km 안착 목표… “누리호와 함께 우주영토 개척 발판” 5일 오전 9시 10분경부터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제센터에서는 적막이 흘렀다.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KPLO)’가 우주로 떠난 지 1시간이 막 지났을 무렵이었다. 예정대로라면 다누리는 호주 캔버라의 미국항공우주국(NASA) 지상국과 첫 교신에 벌써 성공했어야 했다. 초조한 1분, 1초가 흘렀다. 그렇게 30분가량이 지난 9시 40분경, NASA로부터 다누리와 지상국 간의 교신이 이뤄졌다는 정보가 도착했다. 92분 만의 첫 교신 확인이었다. 문상만 항우연 달탐사사업단 책임연구원은 “첫 교신이 가장 중요하다. 한참 소식이 없어 정말 긴장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항우연은 곧바로 발사기관인 스페이스X로부터 다누리 궤도 정보 데이터를 넘겨받아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오후 2시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누리가 성공적으로 1차 목표 궤도인 ‘전이 궤적’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다누리는 태양전지판이 정상적으로 전개돼 전력 생산을 시작했고 탑재 컴퓨터를 포함한 장치들 간 통신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며 “각 장치 온도도 표준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누리는 본격적인 달 탐사를 시작하기 전 5개월에 가까운 긴 여정 동안 많은 고비를 넘어야 한다. 특히 지구, 달, 태양의 중력을 이용해 달 궤도에 진입시키는 ‘탄도형 달 전이 방식(BLT)’을 쓴다. BLT는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인 38만4000km의 약 4배에 달하는 최대 156만 km 지점까지 비행했다 돌아오는 궤적이다. 총 이동 거리가 600만 km에 이른다. 대신 중력을 활용하기에 지구∼달 직항 때보다 연료가 25% 적게 든다. ‘시간’ 대신 ‘연비’를, ‘최단 경로’보다는 ‘최적 경로’를 택한 셈이다. 당초에는 ‘위상궤도 전이 방식(루프 트랜스퍼)’이 검토됐다. 지구를 중심으로 긴 타원형 궤도를 몇 차례 돌면서 서서히 달 궤도에 진입시키는 방식이다. 예상 기간은 약 30일이었지만 문제는 연료였다. 탑재체 개발 과정에서 다누리 무게가 늘어나 연료 소모량이 적은 BLT로 선회해야 했다. 다누리는 정해진 길을 벗어나지 않도록 최대 9번의 방향 수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달 근처에 무사히 도착하더라도 목표 궤도인 달 상공 100km에 안착하려면 5차례의 추가 기동이 필요하다. 최종 성공 여부를 떠나 다누리의 달 궤적 진입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과 함께 한국이 우주 영토를 개척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구 중력을 벗어나 달로 향하는 다누리는 대한민국 우주 탐사 역사의 첫걸음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지구를 넘어 위대한 도약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종암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한국이 다른 행성으로 탐사활동을 하는 첫 이정표”라고 말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한국 우주개발 역사상 최초의 달 궤도선인 ‘다누리(KPLO)’가 5일 오전 8시 8분(현지 시간 4일 오후 7시 8분) 우주로 향한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다누리를 실은 우주발사체 ‘팰컨9’은 이날 오전 11시 15분경 발사장인 미국 플로리다주 미 우주군 기지에서 기립을 완료했다. 팰컨9은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 소유 발사체다. 팰컨9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다누리는 약 40분 후 로켓에서 분리된다. 이어 약 20분이 흐른 뒤 호주 캔버라에 위치한 안테나를 통해 첫 교신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로켓 분리 정보를 분석해 5일 오후 1∼2시 사이 다누리가 달로 향하는 목표 궤적인 ‘달 전이 궤적’ 진입에 성공했는지 판가름하고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달 궤도에 보내는 다누리는 가로 3.18m, 세로 6.3m, 높이 2.67m 크기에 무게는 678kg이다. 우주탐사 기반 기술을 검증하고 확보하기 위해 개발됐다. 국내 연구기관과 대학이 개발한 관측 장비와 우주인터넷 등 국산 탑재체 5종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제공한 달 극지방 촬영 카메라 ‘섀도캠’을 싣고 있다. 다누리는 135일간 565만6000km에 걸친 우주여행을 거친 뒤 12월 중순 달 궤도에 도착하게 된다. 임무 고도인 달 상공 100km에는 12월 31일 진입할 예정이다. 이후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2∼12월 달 표면 전체 편광지도를 제작하고 우주인터넷 기술을 검증하는 등의 세계 최초 과학 임무를 수행한다. 2030년 발사가 예정된 한국형 달 탐사선의 착륙 후보지 탐색도 다누리의 주요 임무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한국 우주개발 역사상 최초의 달 궤도선인 ‘다누리(KPLO)’가 5일 오전 8시 8분(현지시간 4일 오후 7시 8분) 우주로 향한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다누리를 실은 우주발사체 ‘팰컨9’는 이날 오전 11시 15분경 발사장인 미국 플로리다주 미 우주군 기지에서 기립을 완료했다. 팰컨9는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 소유 발사체다. 팰컨9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다누리는 약 40분 후 로켓에서 분리된다. 이어 약 20분이 흐른 뒤 호주 캔버라에 위치한 안테나를 통해 첫 교신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로켓 분리정보를 분석해 5일 오후 1~2시 사이 다누리가 달로 향하는 목표궤적인 ‘달 전이궤적’ 진입에 성공했는지 판가름하고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달 궤도에 보내는 다누리는 가로 3.18m, 세로 6.3m, 높이 2.67m 크기에 무게는 678㎏이다. 우주탐사 기반 기술을 검증하고 확보하기 위해 개발됐다. 국내 연구기관과 대학이 개발한 관측 장비와 우주인터넷 등 국산 탑재체 5종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제공한 달 극지방 촬영 카메라 ‘섀도캠’을 싣고 있다. 다누리는 135일간 565만6000㎞에 걸친 우주여행을 거친 뒤 12월 중순 달 궤도에 도착하게 된다. 임무 고도인 달 상공 100㎞에는 12월 31일 진입할 예정이다. 이후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2~12월 달 표면 전체 편광지도를 제작하고 우주인터넷 기술을 검증하는 등의 세계 최초 과학 임무를 수행한다. 2030년 발사가 예정된 한국형 달 탐사선의 착륙 후보지 탐색도 다누리의 주요 임무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기자 jawon1212@donga.com}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촬영한 동그란 바퀴를 닮은 ‘수레바퀴 은하’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붉은색 빛과 함께 내부 구조의 모습까지 생생히 담겼다. 우주 먼지에 가려져 있어 이전의 우주망원경으론 관찰할 수 없던 구조다. 수레바퀴 은하는 약 5억 광년 밖 조각가자리에 위치해 있다. 중앙과 외곽으로 두 개의 고리가 있는 ‘고리 은하’다. 우리 은하와 같은 나선 은하에 비해 고리 은하는 훨씬 드물게 관측된다. 과학자들은 거대한 나선 은하가 다른 은하와 고속으로 충돌한 뒤 구조와 형태가 바뀌며 수레바퀴 모양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한다. NASA는 “수레바퀴 은하의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연못에 돌이 떨어지면 그로부터 원형으로 물결이 퍼져 나가는 것처럼 두 개의 고리가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레바퀴 은하의 형태가 계속 바뀌는 과도기적 단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JWST는 지난달 27일 약 136억 년 전 은하도 발견했다. 135억 년 전 은하를 발견한 지 1주일 만에 최고(最古) 은하 관측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영국 에든버러대 천문학연구소의 캘럼 도넌 연구원 팀은 “138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난 지 2억3500만 년이 지났을 때 존재했던 은하 ‘CEERS-93316’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0일 스위스와 미국 연구진이 JWST를 통해 빅뱅으로부터 3억 년 지난 시기의 은하인 ‘GLASS-z13’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촬영한 동그란 바퀴를 닮은 ‘수레바퀴 은하’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붉은색 빛과 함께 내부 구조의 모습까지 생생히 담겼다. 우주 먼지에 가려져 있어 이전의 우주망원경으론 관찰할 수 없던 구조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과학 관측을 시작한 JWST가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레바퀴 은하는 약 5억 광년 밖 조각가자리에 위치해 있다. 중앙과 외곽으로 두개의 고리가 있는 ‘고리 은하’다. 우리 은하와 같은 나선 은하에 비해 고리 은하는 훨씬 드물게 관측된다. 과학자들은 거대한 나선 은하가 다른 은하와 고속으로 충돌한 뒤 구조와 형태가 바뀌며 수레바퀴 모양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한다. NASA는 “수레바퀴 은하의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연못에 돌이 떨어지면 그로부터 원형으로 물결이 퍼져 나가는 것처럼 두 개의 고리가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레바퀴 은하의 형태가 계속 바뀌는 과도기적 단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JWST는 지난달 27일 약 136억 년 전 은하도 발견했다. 135억 년 전 은하를 발견한지 1주일 만에 최고(最古) 은하 관측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영국 에든버러대 천문학연구소의 캘럼 도넌 연구원팀은 “138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난 지 2억 3500만 년이 지났을 때 존재했던 은하 ‘CEERS-93316’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0일 스위스와 미국 연구진이 JWST를 통해 빅뱅으로부터 3억년 지난 시기의 은하인 ‘GLASS-z13’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과학자들은 JWST가 빅뱅 이후 1억 년 정도 된 초기 우주까지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JWST는 지난해 12월 25일 발사된 뒤 지구에서 150만 ㎞ 떨어진 ‘제2라그랑주점’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달 12일 별의 생성과 소멸, 은하의 진화 등을 보여주는 ‘첫빛’ 이미지를 보내온 데 이어 본격적인 과학 관측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기자 jawon1212@donga.com}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천문연맹(IAU) 총회가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흘간의 일정으로 개막했다. 우주 생성 초기 모습을 선명한 이미지로 선보인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 프로젝트에 참가한 과학자, 인류 최초로 블랙홀 주변을 영상화한 과학자 등 천문학 석학들의 강연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모두를 위한 천문학’을 주제로 2일 오후 5시 개막한 이번 총회는 11일까지 전체 205개 세션, 약 1700개의 학술 발표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데브라 엘머그린 IAU 회장은 이날 개막식에서 “이번 총회 동안 천문학적 발견과 노력을 주목해 달라”며 “일상 속에 살아 숨쉬는 천문학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IAU는 84개국 1만2000명 이상의 천문학자로 구성된 천문학 분야 세계 최대 국제기구다. 총회는 3년마다 대륙을 순회하며 열리는데, 한국에서 IAU 총회가 열린 것은 1919년 IAU 설립 이후 처음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천문학 학술대회답게 이번 총회에 현장 270명, 온라인 1478명을 합해 총 1748명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됐다. 3일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과학성과에 대한 초청 강연이 진행된다. 5일에는 블랙홀 주변을 영상화한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의 셰퍼드 돌먼 국제연구단장이, 6일에는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브라이언 슈밋 호주국립대 교수가 연단에 선다. IAU 유튜브를 통해 대중 강연을 들을 수 있다. 전문가 학술교류 이외에 다양한 일반 국민 대상 프로그램도 펼쳐진다. 6, 7일 국립부산과학관에서는 JWST 프로젝트에 참여한 손상모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 박사와 황호성 서울대 교수, 이정은 전명원 경희대 교수 등이 ‘차세대 천문학’을 주제로 강연한다. 9일 오후 3시부터 벡스코 야외 전시장에서는 지역 주민과 관광객 대상 천체관측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엘머그린 회장은 개막식을 앞두고 가진 언론간담회에서 “모두를 위한 천문학이란 주제에 걸맞게 세계적 석학들이 천문학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대중강연과 함께 다양한 시민 대상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를 총괄하는 조직위원장이자 IAU 부위원장인 강혜성 부산대 교수는 “이번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게 된 데는 천문학 발전에 국내 학자들의 국제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총회에서 다양하고 의미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인천 영종도와 송도를 잇는 인천대교는 국내에서 가장 긴 사장교로 꼽힌다. 사장교는 교각 위에 세운 주탑에 여러 개 케이블을 사선으로 걸친 형태의 다리로, 케이블이 교량 하중을 지탱하는 원리다. 사장교를 지지하는 케이블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전체 교량 안전이 위협을 받게 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구조연구본부 조창빈 선임연구위원 연구팀은 사장교 케이블을 분해하지 않고도 손상을 사전에 감지하는 새로운 검사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육지와 섬을 잇거나 만을 가로지르는 장대 교량들은 대부분 사장교처럼 주탑과 주탑 사이에 케이블이 지지하는 구조로 설계된다. 주탑 간 거리가 300∼800m에 이를 정도로 멀어 교량을 지지하는 케이블 역할이 중요하다. 해상 교량은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 때문에 부식되기 쉬워 평소 유지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사장교의 케이블 구조물은 100m에 이르는 높은 주탑에 설치돼 있고 보호재로 단단히 덮여 있어 직접 눈으로 점검하는 데 한계가 많았다. 연구진은 청진기로 몸속 상태를 알아내듯이 전자기장을 이용해 보호재 속에 들어 있는 케이블을 꺼내지 않아도 부식과 손상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케이블은 자기장에 반응하는 금속이지만 그 겉을 감싸고 있는 보호재가 자기장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물질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높은 주탑 가까이에 있는 교량 케이블 상단부까지 검사를 할 수 있도록 비파괴검사 센서를 싣고 올라가는 로봇도 개발했다. 작업자가 직접 높은 위치까지 센서를 운반할 필요가 없어 안전사고 위험을 현저히 낮췄다. 건설연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국내 비파괴검사 장비 업체인 스마트제어계측에 이전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정확도가 확보되면 사장교 외에도 케이블로 지탱되는 현수교나 출렁다리(관광용 보도현수교)에도 적용할 계획이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은 올해 5월 아시아 선수 중 처음으로 2021∼2022시즌 득점왕에 올랐다. 하지만 손흥민은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선정하는 시즌 베스트11에서 제외됐다. 이미 올해의 선수 후보에서도 제외된 터라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 연구진이 축구선수에 대한 수상 투표가 편향돼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언 매카티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경영학과 교수 연구진은 투표자와 투표 대상 선수 간의 문화적 유사성이 수상자 선정 투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13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여기서 문화적 유사성이란 인종이나 종교, 사용하는 언어 등을 따진 것이다. 연구진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진행된 ‘발롱도르’ 투표 데이터를 분석했다. 발롱도르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프랑스 축구전문지 프랑스풋볼이 주관하는 상으로, 그해에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활약을 보여준 축구선수에게 주고 있다. 각국 대표팀 감독과 주장, 기자단 등 200여 명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2010∼2012년과 2015년 진행된 투표에서는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에게 상이 돌아갔다. 나머지 해에는 포르투갈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투표권을 행사한 관계자들은 자신과 같은 국적을 가졌거나 동일한 리그나 팀에서 뛰는 선수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종과 언어, 종교, 출생 지역도 예상대로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식민지 출신이라는 점도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미국 최대의 영화상인 ‘오스카상’이나 미국프로농구(NBA)의 최우수상처럼 FIFA의 상도 투표그룹의 편향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표팀 주장들이 감독들보다 더 편향된 것으로 나타났고, 언론인들의 편향이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선수를 평가하는 요소에 더욱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총 득점수나 분당 득점수, 어시스트 숫자 등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12일(현지 시간)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우주망원경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관측한 총천연색 사진을 공개했다. 별들의 요람 ‘용골자리 성운’, 1877년 최초 발견된 소은하군 ‘스테팡 5중 은하’ 등 여러 천체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현재까지 인류가 촬영한 우주 천체 사진 중 지구에서 가장 멀고 가장 해상도가 높다. 개발에 약 100억 달러(약 13조 원), 25년이 소요된 JWST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관측에 나서게 된다. JWST가 이날 초고선명 사진을 공개하며 깜짝 데뷔했지만 벌써부터 후속 우주망원경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유럽과 일본, 중국이 줄지어 우주망원경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 역시 미국과 함께 우주망원경을 개발 중이다. 우주망원경은 빅뱅 이후 초창기 은하 생성의 비밀, 생명의 기원 등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 첩보위성 기술 활용해 넓은 우주 관측 우주망원경은 지구 대기권 바깥 우주 공간에서 천문 관측을 수행하는 광학 관측 장비를 뜻한다. 천문학자들은 감마선부터 전파까지 다양한 파장을 활용해 천문 관측을 수행하는데 지상에서는 대기의 영향으로 관측하지 못하는 파장대역이 많다.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라이먼 스피처는 1940년대 이런 문제를 극복할 우주망원경 개념을 제시했는데 이는 실제로 실천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90기 이상의 크고 작은 우주망원경이 우주로 향했고 이 가운데 26기가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이런 움직임에서 가장 적극적인 국가다. 나사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개발하면서 2027년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을 발사하는 계획을 내놨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어머니’로 불리는 로먼의 이름을 딴 이 우주망원경은 미국 국가정찰국(NRO)이 첩보용으로 비밀리에 사용하던 것을 2011년 기증받은 것이다. 항성의 빛을 가리며 주변에 있는 희미한 빛을 측정하는 장치인 코로나그래프계측기(CGI) 등 우주 관측에 필요한 부품을 장착하며 연구용으로 개조됐다. 거울의 지름은 2.4m로 허블과 같지만 광시야계측기가 달려 있어 3억 픽셀의 고해상도 사진 촬영이 가능해졌다. 미국이 한때 자랑하던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100배 더 넓은 시야로 더 적은 시간 동안 더 넓은 영역을 관측할 수 있다. 허블이 찍은 사진 100장을 합쳐야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 한 장이 된다는 의미다.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은 우주의 물질 분포를 파악해 우주의 확장과 시간에 따른 암흑에너지의 영향을 측정할 계획이다.○ 한국도 참여한 우주망원경 스피어X, 유럽·일본도 독자 추진 한국도 나사와 함께 우주 전체를 찍는 적외선 우주망원경 ‘스피어X’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우주의 특정 지역에 대한 깊고 정밀한 탐사를 수행한다면 스피어X는 지구 주변 궤도를 돌며 우주 전체 지도를 만드는 임무를 띠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이 망원경 개발에서 기기, 자료 처리 소프트웨어, 과학 연구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나사는 2016년 ‘차세대 플래그십’ 우주망원경으로 외계행성을 찾는 우주망원경 등 4개 후보를 선정했다. 이 4개 우주망원경은 각각 관측 파장대와 임무가 서로 다른데 이 중 하나를 최종 후보로 결정해 2035년 우주로 보낼 계획이다. 유럽과 일본도 독자 우주망원경 확보에 나서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2026년 우주망원경 플라토(PLATO)를 우주로 띄울 예정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이름을 딴 플라토에는 총 26개의 카메라가 장착돼 있는데 태양과 같은 별(항성) 주변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행성을 찾는 임무를 맡았다. 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JAXA)는 중력파를 관측할 라이트버드를 2027년 발사할 계획이다. 초기 우주가 생성된 직후 약 10∼38초 동안 방출된 원시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다. 우주 급팽창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 중국도 가장 도전적 과제 목표로 우주망원경 발사 중국은 최근 미국 다음으로 우주 개발에 가장 야심 찬 계획을 내놓고 있다.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허블보다 300배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적외선 우주망원경 ‘쉰톈’을 2024년 발사한다. 10년간 우주에 머물며 전 우주의 40%에 이르는 구역을 관측하겠다는 목표다. 올해 말 완성될 중국의 우주정거장과 함께 궤도를 돌며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속성, 우주의 대규모 구조, 은하의 형성과 진화를 탐구한다. 인도도 우주망원경 강국으로 꼽힌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현재 운용 중인 아스트로샛의 후속으로 ‘아스트로샛-2’를 2025년 우주로 띄워 5년 동안 우주 기원 탐색 등의 임무를 맡길 계획이다. 양성철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망원경은 인류의 순수한 과학적 탐구욕을 채우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한국에서 ‘수포자(수학포기자)’가 생기는 이유는 항상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완벽하게 잘해야 하는 사회 문화적 배경에 있다고 본다.” 5일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고등과학원 석학교수·사진)는 13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필즈상 수상 기념 강연 및 해설 강연’에 앞서 간담회를 갖고 “학생들이 이런 현실에 주눅들지 말고 자기 마음이 이끄는 대로 폭넓고 깊이 있는 공부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한국 학생들이 유학하며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숱하게 봤다고 했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나 프린스턴대라는 최고 대학에서 다양한 문화권과 국가 출신의 우수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한국 학생들이) 준비가 잘돼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좁은 범위에서 완벽하고 빨리 풀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넓고 깊게 하는 공부는 덜 돼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이어 “사회 교육 정책을 조금이나마 당장 바꿀 수 있는 어르신들에게 부탁한다”며 “학생들의 용기가 배신당하지 않도록 좋은 정책의 틀을 짜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자신만의 수학 교육 방법도 소개했다. 그는 “초보 부모로서 잘 아는 게 없다”면서도 “첫째 아들이 만들어 온 수학 문제를 하루에 하나씩 풀고 있다”고 했다. 허 교수는 “대단한 문제를 만들어 오는 것은 아니고 학교에서 봤던 문제를 변형하는 식”이라며 “이런 과정이 수학적, 정서적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날 필즈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는 ‘경계와 관계’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그는 “순수 수학이 우리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바로 우리가 스스로 편견을 넘도록 해준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이 반짝임 속에 ‘우주 태초의 빛’이 담겨 있을까. 허블 우주망원경을 뛰어넘는 성능을 갖추고 지난해 12월 25일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관측한 영상이 11일(현지 시간) 처음 공개됐다. 현재까지 인류가 촬영한 우주 천체 사진 중 가장 해상도가 높은 사진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JWST로 본 이 총천연색 영상은 지구로부터 46억 광년(1광년은 9조4607억 km) 떨어져 있는 ‘SMACS 0723’ 은하단의 모습이다. 가운데 강한 빛의 가장자리에 보이는 휘어진 빛은 ‘SMACS 0723’ 은하단보다 훨씬 더 멀리 떨어진 초기 우주에서 온 빛으로 추정된다. 약 135억 년 전의 빛일 가능성이 있다. 은하단의 강한 중력으로 빛이 증폭되고 휘어져 보이는 ‘중력 렌즈’ 현상이 나타났다. 138억 년 전 빅뱅으로 태어난 우주에선 그로부터 약 3억 년 후 은하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하지만 인류는 135억 년 전으로 추정되는 ‘태초의 빛’ 생성 과정을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사진에 담긴 휘어지고 희미한 빛들에는 우리가 간절히 알고 싶어 하던 우주 탄생의 비밀이 있다.NASA, 제임스 웹 망원경사진 공개13조원 들여 제작… 작년 12월 발사, 지구서 150만km 떨어진 곳서 관측46억 광년 거리 은하 고해상도 포착중력-원심력 상쇄 ‘빛의 왜곡’ 없고 중력 렌즈 현상, 멀리서 온 빛 보여바이든 “인류에게 역사적인 순간” 인류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크고 강력한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첫 총천연색 관측 이미지가 공개됐다. 지금껏 가장 해상도가 높은 우주 천체 이미지다. 11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JWST가 관측한 ‘SMACS 0723’ 은하단 이미지를 공개했다. 이 은하단은 지구에서 약 46억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km) 떨어져 있다. ○ “휘어진 빛은 태초의 빛일 가능성 높다”JWST는 과거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했던 천체를 촬영해 공개했다. 그런데 기존 허블의 관측 이미지에서 볼 수 없었던 휘어진 은하들이 드러났다. SMACS 0723 은하단보다 훨씬 더 멀리서 온 천체의 빛이다. SMACS 0723 은하단의 강한 중력이 이 빛을 확대해 휘어짐을 일으키는 ‘중력 렌즈’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측은 “이미지에서 중력 렌즈 현상을 보이는 천체나 흐릿한 천체는 SMACS 0723 은하단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라며 “우주 초창기에서 온 빛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학과 기술, 우주 탐험과 인류 모두에게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13조 원을 투입해 제작한 최첨단 적외선 우주망원경인 JWST는 1960년대 미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폴로 프로젝트’를 이끈 제임스 웹 NASA 2대 국장(1906∼1992)의 이름에서 따왔다. 지난해 12월 25일 발사돼 올해 1월 지구에서 150만 km 떨어진 임무 지역인 라그랑주 L2 지점에 안착했다. 이 지점은 중력과 원심력이 상쇄돼 빛의 왜곡이 없기 때문에 우주 관측에 유리하다. JWST가 등장하기 전 우주망원경의 강자는 허블 우주망원경이었다. NASA가 1990년 4월 고도 547km의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려 30년 이상 관측해 왔다. JWST는 가시광선과 근적외선만 관측할 수 있었던 허블과 달리 중적외선 영역의 빛 파장까지 관측할 수 있다. 해상도도 100배 이상 높다. ○ “우주 탐색의 가능성 넓혔다”NASA는 5년 전부터 JWST의 관측 성능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천체를 논의하고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SMACS 0723 은하단 외에도 4개의 천체를 추가로 관측해 12일 공개했다. 600광년 떨어져 있는 ‘용골자리 성운’과 1150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 ‘WASP-96b’, 2000광년 떨어진 ‘남쪽꼬리 성운’, 2억9000만 광년 거리의 ‘스테팡 5중 은하’다. JWST는 앞으로 우주 생성 초창기의 비밀을 풀고 외계 행성과 생명체 발견 등을 주제로 관측을 진행한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이번 관측 이미지에 대해 “지금까지 찍은 우주의 모습 중 가장 깊은 곳”이라면서도 “사진 속의 우주는 쭉 뻗은 팔 끝에 쥐고 있는 하나의 모래알 크기에 불과한 작은 영역”이라고 했다. 양성철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35억 년 전 우주에서 처음으로 은하들이 생성되기 시작한 초창기 천체들의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돼 우주 탐색의 가능성을 넓힌 게 이번 관측의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설명했다.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포착한 첫 총천연색 이미지를 공개했다. 현재까지 인류가 촬영한 우주 천체 사진 중 가장 해상도가 좋은 사진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이미지 공개는 12일(현지시간) NASA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첫 관측 결과를 정식 발표하기 하루 전에 이뤄졌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인류가 개발한 우주 망원경 중 가장 크고 강력해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이해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를 받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나서 먼저 그 의미를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한 사진은 지구에서 약 46억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km) 떨어져 있는 ‘SMACS 0723’ 은하다. NASA는 미국 동부 시간 기준 12일 오전 10시 30분(한국시간 오후 11시 30분) SMACS 0723를 포함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처음 관측한 5개 천체의 이미지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공개한 SMACS 0723 은하는 멀리서 온 천체의 빛을 확대해 휘어짐 현상을 일으키는 ‘중력 렌즈’ 역할을 하는 천체로 관심을 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관측 이전에는 관측할 수 없던 거리에 있던 은하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가시광선, 근적외선 스펙트럼을 관찰하던 허블 우주망원경과는 달리 적외선 대역 관측도 가능해 우주의 더 깊숙한 공간을 관측할 수 있다. 공개된 이미지 중간에 보이는 빛이 중력렌즈에 의해 증폭되고 휜 것이 관찰된다. NASA는 “SMACS 0723 은하보다 훨씬 초기 우주에서 온 빛”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SMACS 0723 은하의 이미지를 공개하며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12일 전체 이미지가 공개돼 전 세계와 공유하면 “과학기술과 인류 전체를 위한 우주탐사에 있어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1990년대부터 고도 537~541km의 지구 저궤도를 돌며 관측 임무를 수행한 허블 우주망원경의 뒤를 잇는 차세대 우주 망원경이다. 1996년부터 제작에만 약 100억달러(약 13조 원)가 투입됐다. 천문학 사상 최대 프로젝트로 손 꼽힌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금빛의 육각형 거울 18개를 벌집 형태로 이어붙여 만든 주경의 지름만 6.5m에 이른다. 천문학자들은 중간 크기의 블랙홀, 우주 팽창 속도 등 천문학과 우주 연구에서 그동안 연구가 어려웠던 분야에 새로운 관측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35억 년 전 빅뱅 직후 우주 생성 초기 신호를 포착하고 외계행성과 외계 생명체 조사 임무도 맡았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지난해 12월 발사돼 올해 1월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임무지역인 라그랑주 L2 지점에 안착했다. 지구와 달 사이 38만5000㎞보다 약 4배 먼 거리다. 라그랑주 L2는 우주 관측에 유리하다. 중력과 원심력이 상쇄돼 빛의 왜곡이 없다. 태양이 지구 뒤에 가려져 햇빛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목적지에 도착 후 우주 환경에 맞춰 18개의 거울을 보정하고 정렬하는 등 실제 관측을 위한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 이후 첫 관측과 분광 관측이 진행됐다. NASA는 제임스 웹이 보내오는 데이터를 받아 천문학자와 대중을 위한 이미지로 처리하는 과정을 거쳤고, 이번에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유전자 가위는 생명 정보를 담은 유전자의 특정 염기서열을 효소를 통해 잘라내는 유전자 교정 기술 중 하나다. 고장 난 유전자를 고치는 방식으로 농축산물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유전질환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21세기가 낳은 가장 혁신적인 생명공학 기술로 손꼽힌다. 하지만 유전자 교정으로 유전질환을 치료해도 자손에서 기존 유전질환이 대물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키스 정(한국명 정재기·사진)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동물의 배아 유전자를 교정하고 교정된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것을 입증하며 유전자 가위의 발전을 이끌어온 핵심 연구자로 꼽힌다. 삼성호암재단이 수여하는 2022 호암 의학상을 수상한 정 교수는 1일 화상 인터뷰에서 “유전자 가위는 미래 인간 질병 치료의 핵심”이라며 “유전자 가위 활용으로 생물의학 연구에 파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유전 질환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사람을 포함한 동물과 식물의 유전 정보가 들어 있는 DNA를 자르고 편집하는 기술이다.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담은 DNA는 아데닌(A), 시토신(C), 구아닌(G), 티민(T) 등 네 가지 염기 배열로 이뤄져 있다. DNA 염기 중 단 하나만 잘못돼도 심각한 질병을 앓는다. 유전질환을 유발하는 특정한 부위의 염기를 잘라내 교정하는 게 유전자 가위 기술이다. 여러 유전자 교정 기술 중 2012년에 등장해 올해로 10년이 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빠른 속도와 높은 정확도로 생명과학의 판도를 바꿀 신기술로 주목받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크게 DNA를 절단하는 가위 역할을 하는 효소 ‘캐스나인’과 절단해야 할 부위를 알려주는 ‘가이드 RNA’로 구성된다. 정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동물의 배아에 최초로 도입해 교정된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는 사실을 처음 입증했다. 정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유전자 교정 효과가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전자 교정 과정에서 원치 않는 부위까지 잘리는 문제를 최초로 확인하고 이를 실제 세포에서 찾아내는 기술도 개발했다. 현재 이 방법은 학계와 생명공학 관련 산업계에서 표준 기술로 사용되고 있다. 정 교수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미래 인간 유전병 치료의 핵심으로 기대하는 것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정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오작동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엉뚱한 DNA를 잘라 내거나, 원치 않는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는 게 대표적이다. 정 교수는 이런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개발해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정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교정 정확도가 높고, 어떤 교정이 이뤄졌는지 알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정 교수는 “한국인 연구자들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 후보로 거론돼 왔던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 김대식 성균관대 의대 교수, 김형범 연세대 의대 교수 등이다. 정 교수는 “현재 한국 연구자와 함께 연구하고 있는 것은 없지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함께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인간 질병 치료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한국계 수학자 최초로 ‘수학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다. 앞서 올해 2월에는 국제수학연맹(IMU)이 한국의 국가 수학 등급을 4그룹에서 최고 등급인 5그룹으로 승격시켰다. 국내 수학계는 “한국이 세계 수학계 리더 역할을 맡게 됐다. 이제 한국을 빼놓고 수학을 논할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늦깎이 국제 무대 데뷔한 한국 수학의 급성장 필즈상 수상은 수학자들에게 최고의 영예로 평가받는다. 수학계는 이번 필즈상 수상을 국내 수학계의 쾌거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지만 않았을 뿐 한국 초중고교 시스템과 대학, 대학원에서 배출된 인재가 이룬 성과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가능케 한 연구 성과도 서울대 석사과정 때의 연구가 근간이 됐다. 한국은 현대적 개념의 수학의 역사가 비교적 짧은 편이다. 국제수학연맹(IMU)에는 1981년에야 가입했다. 1951년 가입한 일본과 비교해 30년이나 늦다. 하지만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중국 등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해왔다. 한국 수학자들의 자생적 노력을 통해 수학 관련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출판 수를 세계 10위권 초반으로 끌어올리고, 순수이론기초과학 연구기관인 KAIST 부설 고등과학원(1996년), 수학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2005년)를 설립했다. 한국은 2014년 수학올림픽이라 부르는 세계수학자대회(ICM)를 일본과 중국, 인도에 이어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열었다. 지금의 허 교수도 그런 노력의 과정에서 주목을 받게 된 젊은 수학자다. 허 교수 국적이 미국이라는 점이 알려지며 한국 수학계의 쾌거가 맞느냐는 의문들이 제시되지만 허 교수는 “한국에서의 초중고교 그리고 대학, 대학원 시절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자양분이 됐다”며 한국에서의 수학 교육이 필즈상 수상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창옥 KAIST 수리과학과 교수(한국산업응용수학회 회장)는 “허 교수 같은 사람이 나타난 것은 한국 수학계 전체 토양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라며 “한국도 세계적 수학자를 길러낼 수 있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허 교수처럼 필즈상 후보로서 충분한 업적과 자격이 있는 젊은 연구자들은 더 있다. 수학계에선 오성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수학과 교수, 최경수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등을 차기 필즈상 후보로 꼽고 있다. ○ 높아진 국제 위상만큼 자유로운 연구 풍토 조성해야 IMU는 올해 2월 한국 수학의 국가 등급을 4그룹에서 최고 등급인 5그룹으로 승격시켰다. 역대 회원 국가 중 최단 기간에 최고 그룹으로 승격한 것이다. 5그룹 승격에 따라 한국은 2월부터 IMU 총회 등의 선거 등에서 5표의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달 5일에는 금종해 대한수학회장(고등과학원 교수)이 IMU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 집행위원은 IMU 운영 방향과 목표 등을 설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현민 부산대 수학과 교수(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는 “한국 수학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있다”며 “학자들만의 노력이 아니라 국민들의 지원도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국내 수학 연구 생태계 재편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사립대들이 취업률을 이유로 수학과를 없애고 있어 수학을 연구할 수 있는 안정적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승열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정부출연연구소의 수학 관련 일자리를 확보하는 등 관련 정부 투자가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주 아주대 수학과 석좌교수는 “허 교수가 석사학위 지도교수이던 김영훈 서울대 교수나 한국에서 잠시 강의했던 일본의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를 좋은 멘토로 둬 성장했듯 학생들이 멘토를 만나게 하고 롤모델을 지속으로 제시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 역시 “젊은 수학자들이 즐겁게 큰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여유롭고 자유로운 연구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내 인생의 롤모델은 주변 친구들과 선생님이었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는 6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열린 필즈상 수상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허 교수는 “한국에서 초중고를 거치며 한 반에 40∼50명과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알아간 과정이 지금의 나를 만든 자양분이 됐다”고 했다. 필즈상 수상을 가능케 한 연구성과에도 이런 경험이 녹아 있다는 설명이다. 허 교수는 “현대 수학에서 공동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다른 동료들과 함께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며 깊은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동연구 과정이 수학 연구자에게는 큰 즐거움”이라며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문제도 풀어낼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허 교수를 두고 표현한 ‘수포자(수학포기자)’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허 교수는 “수포자였던 적은 없으며 그런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대학교 3, 4학년에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학업을 쉬다가 우연한 기회에 수학을 만나 매력을 느끼고 아직까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즈상이란 큰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부담감은 있지만 억눌리지 않고 앞으로도 찬찬히 꾸준히 공부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자신의 일상에 대해 “연구활동은 하루에 4시간만 집중해서 하고 나머지는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집안일도 많고, 아이들 공부를 봐주기도 하며 머리를 식히고 다음 날 다시 공부하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라고 전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39·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한국계로는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을 품에 안으며 한국 수학계에 새 역사를 썼다. 국제수학연맹(IMU)은 5일 오전(현지 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에서 필즈상 수상자로 허준이 교수와 마리나 뱌조우스카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교수, 위고 뒤미닐코팽 프랑스 고등과학원 교수, 제임스 메이나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필즈상은 탁월한 업적을 세운 만 40세 이하 젊은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수학계 최고 권위의 학술상이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에서 발표와 수여가 이뤄진다. 노벨상에 수학 분야가 없어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이날 알토대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허 교수는 수상자로 호명되자 동료 수학자 200여 명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거듭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허 교수는 이번 수상에 대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나의 수학적 영웅 이름 아래에 내 이름이 오르게 된다니 낯설고 무게가 많이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필즈상은 수학 역사가 깊은 미국과 유럽에서 대부분 수상자가 나온다. 아시아권엔 벽이 높다. 1936년 필즈상 시상을 처음 시작한 이후 아시아 출신으로는 허 교수를 포함해 지금까지 9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최근 30년 내엔 허 교수 외에 이란 테헤란공대 출신의 고(故) 마리암 미르자하니 교수(2014년 수상)가 유일하다. 일본은 3명, 중국은 1명을 배출했다. 허 교수는 아버지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어머니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가 유학하던 시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미국 국적인 허 교수는 국내에서 서울 방일초등학교와 이수중학교를 나온 뒤 상문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검정고시를 거쳐 2007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와 수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2009년 같은 학교 수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대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면서 2012년 45년간 수학계 난제였던 ‘리드 추측’을 해결해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6년 뒤 2018년 리드 추측을 포함하는 ‘로타 추측’마저 해결해 세계 수학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필즈상 선정위원회는 “대수기하학의 도구를 사용해 여러 조합론 문제를 풀어 ‘기하학적 조합론’을 발전시킨 공로로 허준이 교수에게 필즈상을 수여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카를로스 케니그 국제수학연맹 회장은 “허 교수는 매우 다른 두 분야인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에서 교차점을 찾아 조합론의 난제를 해결했다”며 “이런 발견은 잘 나오지 않으며 조합론 연구로 필즈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말했다. 허준이 교수 ‘필즈상’ 수상 의미‘리드추측’ ‘로타추측’ 난제 등 풀어 ‘조합 대수기하학’ 아이콘으로“한국, 세계 수학계 리더로 떠올라 교육개편-연구 투자 등 뒷받침을”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의 연구 분야는 ‘조합 대수기하학’이다. 대수기하학은 방정식으로 풀 수 있는 기하학적 공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조합론은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것들의 수를 세는 문제를 탐구한다. 중고교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경우의 수’와 비슷한,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분야다. 허 교수는 대수기하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조합론의 오랜 난제를 여러 개 해결하면서 ‘조합 대수기하학’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보통 수학자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 해냈다수학자들은 보통 난제를 추측의 형태로 제시한다. 허 교수는 유명한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을 비롯해 조합론에서 해결되지 못했던 11개의 추측을 대수기하학을 이용해 해결했다. 대부분 수학자는 평생 문제 하나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대수기하학에 대한 강력한 직관을 바탕으로 조합론의 난제를 공략했다. 두 분야 모두에 정통한 수학자만이 시도할 수 있는 매우 어려운 연구다. 허 교수는 1차 다항식으로 직선이나 평면을 나타내고 2차 다항식으로 타원이나 쌍곡선을 분석하는 대수기하학을 접목하는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엄상일 기초과학연구원(IBS) 이산수학그룹 CI(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조합론에서 제기되는 추측 문제는 이해하기 쉽지만 풀기는 어렵다”며 “허 교수의 진짜 업적은 풀지 못한 문제를 어떤 방법을 써서 풀어야 할지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수기하학이라는 아이디어를 연결해 풀어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수학 연구 생태계 재편은 숙제올 2월 국제수학연맹(IMU)이 한국 수학의 국가 등급을 4그룹에서 최고 등급인 5그룹으로 승격시킨 데 이어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으로 한국 수학계는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세계 수학계 리더 중 하나로 떠올랐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수학 연구 생태계 재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학자들은 수학 연구 관련 정부출연연구소를 늘리거나 관련 투자가 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현민 부산대 수학과 교수는 5일 “국내 사립대들은 취업률이란 잣대로 수학과를 없애거나 소홀히 하고 있어 수학 생태계 자체가 위험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승열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도 “허 교수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미국 클레이재단 지원을 받아 강의 없이 5년 동안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대 중반 박사를 배출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창옥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한국의 박사과정 시스템은 이른 나이에 박사 학위를 하고 좋은 업적을 쌓아가기 힘든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수학 교육 개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처럼 뒤늦게 수학에 입문해 성과를 내는 ‘슬로 스타터’(시동이 늦게 걸리는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양산되고 있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들을 막을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허 교수에게 축전을 보내 “이번 수상은 수학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음을 각인시켜 준 쾌거”라며 “허 교수의 노력과 열정에 찬사를 드린다”고 했다.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헬싱키=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지인들이 기억하는 허 교수는 글을 잘 쓰고 겸손하고 따뜻하면서도 집중력과 재능은 최고 수준인 보기 드문 수학자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함께 박사과정을 밟은 김재훈 KAIST 수리과학과 교수에 따르면 허 교수는 음식 주문시간도 아까워 손님 없는 식당을 찾는 ‘지식 흡입가’다. 김 교수는 “2009년 9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일리노이대 수학과 건물인 알트겔드홀 지하 컴퓨터실에는 항상 종이와 프린터 토너가 부족했다”며 “매일 수백 장씩 논문을 프린트하는 한 학생 때문이었는데 그가 바로 허준이였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그렇게 인쇄한 논문을 모두 꼼꼼히 밑줄을 치며 읽고 그 종이에 본인의 생각을 적어 뒀다고 한다. 글씨체도 화려했다. 김 교수는 “한번은 포커를 치는데 허 교수 본인의 패가 나빠 먼저 죽고는 남은 사람이 베팅하는 시간 동안 가방에서 논문을 꺼내 읽었다”며 “물건을 사는 데 드는 시간이 아까워 가격을 비교하지 않고 무조건 제일 비싼 물건을 사는 등 본인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에는 전혀 가치를 두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고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복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허 교수가 서울대 수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을 때 지도교수였던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허 교수는 연구도 뛰어나지만 완벽한 강연과 수려한 글쓰기까지 갖춘 보기 드문 수학자”라며 “겸손하고 따뜻해 모두의 존경과 사랑을 이끌어내는 한편 자신의 연구에는 한없이 엄격해 모든 게 철저히 확인되기 전까지 밤잠을 설치는 완벽주의자”라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박준택 씨를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한 공기업에 다니고 있는 박 씨는 허 교수에 대해 “준이는 중학생이 하룻밤 사이 썼다고 믿을 수 없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소설을 발표했다”며 “준이가 당연히 글 쓰는 사람이 되리라 믿었다”고 말했다. 서울 방일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수중학교를 다니던 허 교수는 예술에 빠져들었다. 시와 소설처럼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것에 열중했다. 박 씨는 “뒷산에 올라 세계를 관찰하다 내려와 아무도 없는 성당에서 전날 작곡한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헬싱키=김미래 동아사이언스 기자 futurekim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