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9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15분간 이어진 회담에서 이 대표가 제기한 12가지 의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 대표의 15분 분량의 모두발언에 대해 윤 대통령이 비공개 회동에서 답하는 식이었다. 두 사람은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이태원참사특별법’ 등 주요 특검 및 특별법을 비롯해 민생회복지원금 등에 대해선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다만 의료개혁과 연금개혁의 필요성 등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다. 》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특검법 수용을 압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이에 대한 별도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비공개 회의에서 그 부분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가 김 여사를 직접 지칭하지 않고 ‘주변 인사’라고 언급한 이유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통령 가족과 주변인을 다 포괄적으로 포함해서 ‘주변’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21대 국회 임기 중 처리하겠다고 벼르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수용도 촉구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채 해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며 “채 해병 특검법을 적극 수용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 것. 이 문제는 비공개 회담에서 시간상 논의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모두 이 대표의 모두발언에만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민생지원 필요” “취약층 우선”… ‘전국민 25만원’ 입장차 민생지원금-전세사기특별법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 대표가 총선 기간에 공약한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크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물가 금리 재정 상황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금 상황에선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고 했다. 보편 지급보다는 선별 지원에 무게를 실은 것. 이 수석은 “논의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지원방안, 서민금융 확대방안, 전세사기특별법 피해자 지원 방안 등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제기하는 부분은 추가 지원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필요한 경우 협의해 시행 여부를 논의하자는 취지로 논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민생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정책적 현안이라는 데에도 인식을 같이했다”면서도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당 야당 간에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우리 당이 가장 역점적으로 주장했던 것이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보편 지급이었는데, 윤 대통령이 ‘국가 재정이나 인플레이션 등이 우려된다’며 단칼에 잘랐다”고 했다. 두 사람은 연구개발(R&D) 예산 증액과 관련해서도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R&D 예산 복원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가능하면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과 함께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비공개 회담에서도 “R&D 예산 삭감에 따라 석박사 연구보조금 문제가 크다”며 복원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R&D 자금은 국가경쟁력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며 R&D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향후 R&D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尹 “이태원 손배소 1심 판결에 항소 안할것” 이태원 특별법-거부권 행사“조사위 영장청구권 등 특별법 문제해소된다면 무조건 반대 아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세 차례 언급하며 윤 대통령에게 수용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1월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으며, 민주당은 다시 국회로 돌아온 특별법을 5월 임시국회 내에 재표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이태원참사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으로,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방지책, 그리고 피해자 유족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 “다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에서 영장청구권을 갖는 등 법리적 문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해소하고 다시 논의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이도운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의 국가 책임을 묻는 민형사 재판이 진행 중인 데 대해 “1차 판결에 대해 유가족이 동의하면 국가는 더 이상 항소하지 않을 생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李 “의료개혁 적극 협력”… 연금개혁 법제화 시점은 이견 의정갈등 해법-연금개혁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료개혁 및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대통령께서 결단해서 시작한 의료개혁은 정말로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고 평가하며 “그런데 의정 갈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어서 꼬인 매듭을 서둘러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해법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제안한 국회 공론화 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며 민주당 주도를 강조했다 .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의료개혁과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고 의료개혁 방향은 윤 대통령의 방향이 옳다,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연금개혁 문제에 대해 속도를 내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을 함께했다. 다만 법제화 시점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이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 “이제 대통령이 선택하고 결정할 일만 남았다”고 신속 입법을 촉구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최근 공론화위가 내린 결론에 대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유보적인 것에 대해 대통령실의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그렇지 않아도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에게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는데,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논의가 어렵고 22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답이 왔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번 총선을 치르면서 ‘180석이나 만들어 줬는데 그동안 대체 뭐했느냐’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 22대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인 동시에 유권자들이 더불어민주당에도 일하라고 주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4·10총선에서 5선에 성공한 민주당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은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긴 했지만, 국민의힘과의 지역구 득표율 차이는 5.4%포인트에 그쳤다. 결코 민주당이 잘해서 승리한 게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는 ‘채 상병 특검법’ 등을 할 수 있는 데까지 마무리하고, 22대 국회에선 더 적극적인 입법 성과로 지지자들에게 효능감을 줘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총선 직후부터 21대 국회 임기 내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위해 속도전에 나서는 한편 ‘제2양곡법’과 ‘민주유공자법’ 등을 야권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등 ‘입법 드라이브’를 이어가고 있다. 동아일보는 정 의원을 첫 순서로 다음 달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키 플레이어’로서 활동이 예상되는 여야 의원들의 인터뷰를 이어간다.● “국회 압수수색, 체포동의안 남발 막을 것” 정 의원은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대로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부터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국정 운영이 제대로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이 정권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채 상병 사건과 김건희 여사 문제를 처리하지 않고 그냥 두면 곪아버린다”고 지적했다. 차기 국회의장 경선에 출마한 정 의원은 “다만 지금도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 처리에 반대하고 있어 의사일정 합의가 전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국회의장이 무조건 여야 합의만 요구할 게 아니라, 합의가 끝내 안 될 경우 다수당인 민주당 요청에 따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방치하는 건 직무유기”라며 “협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의장의 역할이고, 그게 안 되면 국회법 절차에 따라 본회의를 열고,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국회의장이 되면 국회 본관 및 의원회관에 대한 과도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했다. 그는 “최근처럼 국회가 자주 압수수색을 당한 적이 없다”며 “지난 국회에선 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압수수색을 허용했는데, 내가 국회의장이 되면 영장 집행 검사들의 국회 출입을 물리적으로 제한하는 등 정치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도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순으로 구성돼 있다”며 “행정부가 의회를 무시하거나 입법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을 땐 제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직접 보고했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정 의원은 “물론 잘못이 있는 경우 체포동의안을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한 전 장관처럼 본회의장에서 구속영장 내용을 줄줄이 다 읽는 등의 영장주의에도 어긋나는 행태는 의장이 직접 제지했어야 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 지침에 따라 총리와 장관들도 국회에서 굉장히 공격적으로 답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국회의장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탓에 국회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라며 “국회의 위상과 권위를 다시 세우겠다”고 했다.● “李 당 대표 연임 나쁘지 않아”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 의원은 이 대표와 가장 가까운 최측근 의원이다. 최근 이 대표에게도 직접 국회의장 출마 계획을 밝혔다는 그는 “이 대표는 웃기만 했고 따로 특별한 말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내 국회의장 경선이 과열되고 있는데 좋지 않다고 본다”며 “일부 후보들이 ‘명심(이재명의 의중)’을 말하는 것 자체가 이 대표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이 대표가 굳이 먼저 김건희 특검법을 언급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일부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란 의미로 비명계를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공격받고 있다”며 “나는 이 대표의 19대 대선 경선부터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20대 대선 경선 후보 때도 늘 도왔던 정치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지”라고 했다. 이 대표의 당 대표 연임 필요성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 대표는 여전히 (연임 여부를) 고민 중인 것 같다”면서도 “국민이 기대하는 입법 성과를 내고, 윤석열 정권의 국정기조 변화를 유도하려면 상당히 지도력 있는 대표가 당을 계속 끌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당 대표를 지내는 동안 본인의 수사 문제와 당내 (비명계 의원들과의) 이견들로 굉장히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그런 이견이 없지 않나”라며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당 대표 연임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조언했다”고 덧붙였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요즘 야권에서는 ‘이조제이(以曺制李)’라는 신조어가 돌고 있습니다. ‘이이제이’(以夷制夷·오랑캐로 다른 오랑캐를 제압한다)에 빗대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간 미묘한 경쟁 관계를 보여주는 표현이죠.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12석을 확보하며 원내 3당으로 입성하게 된 조국혁신당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복잡한 속내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여러분들께서 걱정하실 내용도 없고, 혹시 오해할 내용도 없습니다. 민주당을 사랑하는 당원으로서 서운하실 수 있겠다고 생각되나 그리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번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근 이재명 대표의 온라인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 이 같은 글을 올렸습니다. 그가 조국혁신당의 워크숍에 참석해 국회 상임위 활동법과 TV토론 잘하는 법을 비롯해 SNS 활동에 충실하라는 등의 내용을 강연한 것을 두고 민주당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해당(害黨)’ 행위가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자 직접 진화에 나선 겁니다. 정 최고위원은 “본의 아니게 걱정을 끼쳐드렸다면 그 부분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제 잘못”이라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제가 앞장서서 지킬 테니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썼습니다.단순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결국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간의 향후 관계 설정 과정의 험난함을 보여주는 예고편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우당이지만, 곧 변수가 될 수도 있다”조국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핵심 텃밭인 광주와 전남, 전북에서 모두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앞섰습니다. 광주에선 조국혁신당(47.72%)이 더불어민주연합(36.26%) 10%포인트 넘게 앞섰죠. 광주 5개 전 지역구에서 여유 있게 이긴 덕입니다. 조국혁신당은 전남에서도 43.97%를 얻어 더불어민주연합(39.88%)을 앞섰습니다. 전남에선 총 22개 시군 가운데 목포 여수 순천 나주 광양 등 시 단위에선 조국혁신당이 전부 승리했습니다. 전북에서도 조국혁신당이 45.53%로 더불어민주연합(37.63%)을 앞선 가운데, 전체 15개 시군 중 무주 장수 순창 고창 부안 5곳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조국혁신당이 이겼습니다.민주당으로선 총선에서 압승하고도 개운치 않은 배경이겠죠. 여유가 사라지니 화장실 들어올 때와 나갈 때가 다른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조국 대표가 “원내교섭단체 의석을 현행 20석에서 10석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를 곧장 총선 공약으로 발표하며 화답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조국혁신당이 실제 원내교섭단체가 될 가능성이 커지니 민주당 내 반대 기류가 커지고 있습니다.현재 12명인 조국혁신당이 20명의 원내교섭단체를 만들려면 진보당 3명, 새로운미래 1명, 기본소득당 1명, 사회민주당 1명 등에 더해 더불어민주연합 내 시민사회 몫 2석까지 총 8명을 ‘영끌’해야 합니다. 다만 이 중 진보당 2석(지역구 제외)과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시민사회 몫 2석은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 들어온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이들이 조국혁신당으로 옮기려면 더불어민주연합이 민주당과 합당한 다음, 민주당이 이들을 ‘제명’해줘야 합니다.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의원이 소속 정당을 탈당하면 자동으로 의원직이 상실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기본소득당과 사회민주당 출신들이 각자 본래 정당으로 돌아가는 건 자유이지만, 시민사회 몫으로 들어온 사람들까지 조국혁신당으로 가라고 제명해줄 순 없다”고 했습니다. 남 좋은 일 시키려고 판을 깔아준 건 아니라는 거죠.민주당 최고위원들도 조국혁신당의 교섭 단체화에 일제히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가 될 수 있도록 돕자”는 기류인데, 최고위원들은 “조국혁신당이 지금이야 ‘우당(友黨)’이지만, 22대 국회 개원 후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결사반대한다는 거죠. 한 민주당 관계자는 “최고위원 중 상당수가 22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나 상임위원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 그들로선 새로운 원내 교섭단체가 생기는 것 자체가 골치 아픈 것”이라고 했습니다. ● 이재명-조국 “동병상련”아직까지 이 대표는 조 대표에 대해 우호적인 듯 합니다. 두 사람은 함께 일했던 업연이나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고 합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조 대표에 대해 개인적으로 동병상련을 느끼더라”며 “계속 사법리스크에 끌려다니고, 가족이 도륙당한 상황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듯하다”고 설명했습니다.조 대표도 지난달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에게 ‘동병상련’을 느꼈다는 취지로 말하더군요.“과거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단식을 했는데, 너무 고생하시는데 중앙 정치인이 아니라서 아무도 관심이 없더라고요. 당시 저는 대학 교수였는데 (보기에) 안쓰럽더라고요. 연락이 돼서 가서 우려를 말씀드리고 거리에서 북토크를 했어요. 그 뒤로는 서로 만나서 얘기한 적은 거의 없는 거 같네요. (당 대표로서 예방한 이후엔 따로 연락 안 했는지?) 네. 그 분 당 대표 돼서 단식하시고, 저도 수사받고 할 때 서로 연락은 했죠. 서로 건강 조심하셔라, 수사받을 때 잘 받으셔라 하는 정도의 소통은 있었어요.”이 대표도 이 때의 좋은 기억 때문인지, 총선 이틀 뒤인 12일 “조국혁신당도 중요한 정치세력이다. 당연히 존중하고 함께 가야 한다”며 “(조 대표와도) 조속히 만나 대화하고 협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국혁신당과의 ‘범야권 연대’ 의지를 직접 적극적으로 밝힌 것이죠.다만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유지될 수 있을 진 모르겠습니다. 이 대표가 그렇게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죠. 총선 후 첫 한국갤럽 조사(4월 16~18일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전화 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 ±3.1%포인트에 95% 신뢰수준. 응답률은 12.1%)에 따르면 장래 대통령감을 묻는 말에 조국 대표는 7%로 이재명(24%), 한동훈(15%)에 이어 단번에 3위 주자로 올라섰습니다. 총선 전 마지막 조사였던 3월 첫째 주보다 조 대표는 4%포인트 올랐고, 이 대표는 1%포인트 올랐습니다. 총선에서 대승한 이 대표로선 약간 아쉬울 법한 성적이죠.자세히 보면 조 대표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차기 지도자감으로 7%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54%를 받은 이재명 대표에 비하면 아직 낮지만, 총선 전과 비교하면 조 대표는 3%에서 4%포인트가 올랐지만, 이 대표는 58%에서 4%포인트가 빠졌네요.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40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보입니다. 40대의 조 대표 지지율은 총선 전 4%에서 총선 후 11%로 늘었고, 이 대표의 지지율은 같은 기간 45%에서 38%로 7%포인트 빠졌습니다. 조 대표는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전라에서 차기 지도자로 14%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총선 전(7%)보다 2배 늘어난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이 대표도 지지율이 30%에서 37%로 늘었습니다만, 같은 야권 내에 두 자릿수 지지율의 경쟁자가 생긴 것이 반갑지는 않을 겁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조 대표가 22대 국회에 입성하면 임종석, 송갑석 등 민주당의 친문, 호남 출신 원외 인사들이 자연스레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조제이의 시간이 왔다”고 했습니다. 조국으로 이재명을 제압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거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총선 승리 후 사저로 찾아온 조 대표에게 “정권 심판의 바람을 일으켰고 범야권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고 격려한 것도 영향이 있을 겁니다.이 대표와 조 대표는 22대 국회 개원 후에나 공식적으로 만나 대화할 것이라 합니다. 192석의 거야 수장이 된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관계를 이어 나갈지 벌써 흥미진진합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국회 상임위원회 18개를) 다 가져와도 된다.”(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는 이번에는 꼭 민주당이 갖는 게 맞다.”(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22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부터 민주당 내에서 법사위와 운영위 등은 물론이고 18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다 ‘싹쓸이’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4·10총선에서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까지 포함해 총 175석을 얻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과반이 훌쩍 넘는 의석수를 앞세워 국회 운영권을 확실히 쥐고 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국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선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의 난항이 예상된다.● 175석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앞두고 ‘강공’ 원내대표 출신으로 5선에 성공한 김태년 의원은 17일 통화에서 “특정 정당의 의석수가 168석을 넘으면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이 된다. 이론상 168석을 넘어가는 순간, 그 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직을 다 가져가도 국회가 돌아간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원활한 국회 운영을 위해서 여야 간 상임위원장을 배분했던 것일 뿐, 반드시 나눠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21대 국회 때도 180석을 확보했던 민주당은 첫 원 구성 때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가져갔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고수하자 국민의힘이 협상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 당시 김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로 해당 협상을 진행했다. 홍 원내대표도 “법사위원장을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맡는 게 맞고 그게 이번 총선의 민심”이라며 “운영위도 역시, 국회 운영은 다수당이 책임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운영위 피감 기관에는 대통령실 등이 포함돼 있어 관례상 여당 몫으로 분류돼 왔다. 역시 5선에 성공한 윤호중 의원도 이날 “민주당은 22대 국회의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맡아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며 “일하지 않는 정부여당을 상대로 ‘일하는 국회가 무엇인지’ 본때를 보여주자”고 했다. 당내에서 원 구성 협상 단계부터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다음 달 3일로 확정된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관련 내용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원 구성 협상을 주도할 원내대표 후보군에는 민주당 주류로 자리 잡은 친명(친이재명)계가 ‘선수 파괴’를 주장하며 선수에 관계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원내대표 출마를 검토 중인 재선의 민형배 의원은 “기존 여의도 문법대로 반장선거 치르듯이 인기투표 식의 원내대표 선거를 해서는 안 된다”며 “선수를 따지는 관례보다는 당원들의 뜻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원내대표에는 통상 3선 이상이 도전해왔다. 관례상 원내 1당의 최다선 의원들이 도전했던 국회의장 선거에서도 ‘선수 파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의장을 꼭 최다선이 해야 하는 법은 없다”며 6선의 조정식 추미애 의원에 더해 추가로 도전장을 냈다.● 與 “무소불위의 독재적 발상”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모두 야당이 차지하겠다는 것은 또 폭주하겠다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당 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도 “여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오만함”이라며 “입법 폭주를 위한 모든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무소불위의 독재적 발상”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거대 야당을 제때 상대하기 위해 원내대표 선출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도 분출했다. 영남권의 한 당선인은 “원내 지도부 구성에 손 놓고 있다가 22대 국회 전반기부터 두 손 두 발 묶인 채 끌려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3선에 성공한 한 당선인도 “이미 21대 국회 전반기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4선에 성공한 김도읍 김상훈 김태호 박대출 의원과 3선에선 이양수 이철규 송언석 추경호 의원 등이 거론된다.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175석 대승을 거둔 이재명 대표는 어쩌면 지난 공천 과정에서의 ‘비명횡사’와 ‘탈당 릴레이’에 대해 “거봐라, 내가 맞았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재명의 승리가 아니었다. 집권여당의 참패였을 뿐이다. 정부 임기 3년 차에 치러지는 중간 심판 성격의 선거 구조상, 이번 총선은 애초 야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야당은 ‘금 사과값’도, ‘의료 대란’도, ‘대파 논란’도 모두 정부·여당 탓을 하면 된다. 하지만 여당은 야당의 탓만 할 수는 없다. 이미 권력을 손에 쥐고도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못했다”, “야당이 우리보다 더 나쁜 놈들이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무능을 인정하는 것밖에 안 된다. ‘원톱’으로 선거를 이끌면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만 내세웠던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 아마추어’라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대선에서 표를 줬건만, 지난 2년간 못해놓고 또다시 자신들을 대신해 이재명과 조국을 심판해 달라니 얼마나 무책임한가. 결국 무능한 윤석열과 어설픈 한동훈의 합작에 따른 참패다. 이재명의 패착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게 ‘서울 동작을’ 패배다. 4선 중진 출신인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와 경찰 출신 정치 신인 민주당 류삼영 후보가 맞붙었던 동작을에 이 대표는 직접 찾아간 것만 8번일 정도로 공을 들였다. 사실상 ‘나경원 vs 이재명’ 구도로 치러진 선거에서 결국 진 거다. 이 대표가 나 후보를 ‘나베’(나경원+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합성어)라고 불러 여성 비하 막말 논란을 일으킨 것이 결정적 패배 요인이었다. 나 후보는 이 발언 직후 “내가 마지막 방파제이고 최후의 전선”이라며 호소 전략에 나섰고, 이겼다. 서울 도봉갑과 마포갑 등 전혀 예상도 못 하다 뺏긴 지역들도 있다. 도봉갑은 2008년 한 번을 제외하면 1988년 이래 민주당 계열이 지켜온 텃밭이다. 마포갑도 노웅래 의원 부자가 20년간 터를 닦아온 곳이다. 그런 도봉갑엔 ‘차은우보다 이재명’을 외쳤던 안귀령 후보를 공천해 국민의힘 김재섭 후보에게 패했고, 마포갑에는 ‘이재명표 영입인재’인 이지은 후보를 공천했다가 더불어시민당 출신 국민의힘 조정훈 후보에게 졌다. 2012년 민주통합당 시절부터 민주당이 지켜온 경기 화성을에서 패배한 것도 결국 이 대표의 공천 실패다. 이 대표와 개인적 친분이 상당하다는 민주당 공영운 후보는 ‘아빠 찬스’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더니 결국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에게 졌다. 3자 구도 선거에서 제3지대 후보의 깜짝 역전극이 성공했다는 건 그만큼 민주당이 공천을 못했고, 선거운동을 망쳤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비명(비이재명)계 박용진 의원은 총선 한 달 전인 3월 13일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 대표는 ‘내 선택이 맞았다’라고 할 수 있다”는 말에 “국민이 바보는 아니다. 좋은 결과가 반드시 나쁜 과정을 대신해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쁜 과정에 대한 기억은 따로다. 과정에 대한 평가는 따로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지고도 당의 후보였던 이재명에 대한 평가나 반성은 하지 않았다. 과연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할지 지켜볼 일이다.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해석을 묻는 질문에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짤’ 한 장으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고 했습니다. 175석 압승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고마워해야 한다는 거죠. 집권여당이 워낙 못한 데에 따른 민심의 매서운 심판이 민주당의 승리라는 결과로 나타났을 뿐, 결코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선거가 아니라는 겁니다. ● 무능력한 윤석열과 어설펐던 한동훈정부 임기 3년 차에 치러지는 중간 심판 성격의 선거 구조상, 이번 총선은 애초 야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야당은 ‘금 사과값’도, ‘의료 대란’도, ‘대파 논란’도 모두 정부·여당 탓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여당은 야당의 탓만 할 수는 없습니다. 말 그대로 이미 권력을 손에 쥔 집권여당이면서,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못했어요”, “야당이 우리보다 더 나쁜 놈들이에요”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의 무능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밖에 안 되기 때문이죠. ‘원톱’ 체제로 선거를 이끌면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내세웠던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 아마추어’라는 평가를 듣는 이유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이미 대선 때 사람들이 국민의힘에 힘을 몰아줬건만, 지난 2년 가까이 못해놓고 이제 와서 또다시 자신들을 대신해 이재명과 조국을 심판해달라니 얼마나 무능하고 무기력합니까.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괜히 선거전문정당이 아니다”라며 “한동훈이 혼자 읍소하다가, 갑자기 골든크로스라 했다가, 오락가락하는 선거 메시지를 내뱉는 동안 민주당은 이재명, 이해찬, 김부겸이 각각 세 곳에서 한목소리로 ‘정권심판’을 외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능한 윤석열과 어설픈 한동훈의 합작에 따른 참패라는 거죠. “(윤석열) 대통령도 어찌 보면 본인이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못했기 때문에, 누군가가 더 미웠기 때문에 대통령이 된 측면이 있잖아요. 지금 야당도 본인들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윤 대통령에 대한 심판 전선 때문에 (승리하게) 된 거란 말이에요. 이게 온전히 나를 지지하는 거라고 착각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조국 대표든, 이재명 대표든 지금부터 잘해서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해야지, 상대가 싫어서 얻은 표를 나를 좋아해서 찍은 표라고 착각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또 나빠지는 겁니다. 그걸 경계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민주당 이철희 전 의원도 SBS 선거 개표방송에 나와 이같이 지적했더군요. 100% 공감합니다.● 물론 이재명도 못 했다당내에선 ‘이재명도 이번 선거 때 결코 잘한 건 아니’란 말도 슬슬 나옵니다. 지금쯤 이재명 대표는 어쩌면 자신의 공천이 다 옳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실제 내부 평가가 그렇지만은 않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게 ‘서울 동작을’ 패배입니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 때 유독 동작을 선거에 공을 들였죠. 본인이 직접 동작 지역을 찾아가 민주당 류삼영 후보를 지원한 것만 8번, 전화 연결 및 유튜브 라이브로 고공 지원에 나선 것까지 치면 10번도 넘을 겁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 4선 중진 출신이 나경원 후보를 내세웠던 만큼 이재명 대표가 직접 정치 신인 류삼영 후보를 지원했던 것”이라며 “사실상 ‘나경원 대 이재명’의 구도였던 셈”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진 겁니다.개인적으로는 이 대표가 ‘나베’라고 언급한 게 가장 큰 패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동작을 지원 유세 도중 “별명이 ‘나베’(나경원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합성어)라고 불릴 정도로 국가관이나 국가정체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나베’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나경원 후보를 비하하기 위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이름을 섞어 만든 표현입니다. 일본어로는 ‘냄비’를 뜻하다 보니, 여성을 매춘부 등에 빗대는 여성 비하 용어라는 지적을 받았죠.솔직히 나 후보 입장에선 정말 ‘땡큐’였을 것 같습니다. 이 발언 덕에 ‘방파제론’으로 맞설 수 있었으니까요. 그는 이 대표 발언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코 저는 쓰러지지 않는다. 동작 주민이 나경원을 지켜주실 것”이라며 “나경원만 무너뜨리면 대한민국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내가 마지막 방파제이고 최후의 전선”이라고 적었습니다. 이밖의 공천 참패도 적지 않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총 48석이 걸린 서울에서 37석을 얻었는데, 지난 21대 총선 때 얻었던 41석보다 4석 줄어든 성적입니다. 선거구 획정에 따라 텃밭 중 하나인 노원병이 사라진 데다, 도봉갑과 마포갑, 동작을에서 패배했죠.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 A 는 “혁신공천이랍시고 도봉갑에 안귀령, 마포갑에 이지은을 꽂았던 것이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도봉갑은 2008년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승리했던 것을 제외하면 1988년 이래 줄곧 민주당 계열이 지켜온 대표적인 텃밭입니다. 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1996년부터 2004년까지 현역 의원을 지냈고, 이어 김 전 의장의 부인인 인재근 의원이 2012년부터 내리 3선에 성공했던 곳이죠. 민주당 관계자 B는 “국민의힘 김재섭 당선인이 열심히 바닥부터 닦는 동안 우리 당은 도봉갑을 ‘이미 잡은 물고기’라고 보고 지역 연고도 없는 안귀령 후보를 벼락 공천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포갑 역시 노웅래 의원이 2004년에 한 번, 2012년부터는 내리 3선을 했던 지역이죠. 그 전엔 노 의원의 부친인 노승환 의원이 1988년에 당선됐던 곳이기도 하고요. 노웅래 의원은 돈 봉투 의혹으로 이번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됐고, 이 자리에 이 대표가 영입한 인재인 경찰 출신 이지은 후보가 공천됐으나 결국 국민의힘 조정훈 당선인에게 패했습니다.경기도로 범위를 넓혀보면 경기 화성을에서 패배한 것도 결국 이 대표의 공천 실패 사례입니다. 화성을도 민주당이 2012년 민주통합당 시절부터 내내 지켜온 텃밭이죠. 이 대표와 개인적 친분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공영운 후보는 ‘아빠 찬스’ 논란으로 선거 막판 곤욕을 치르더니 결국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기간 동안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에게 역전을 당했습니다. 3자 구도로 치러진 선거에서 제3지대 정당 후보의 깜짝 역전극이 성공했다는 건 그만큼 민주당이 공천을 못 했고, 공 후보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실패했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총선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는지“어렵겠지만 민주당이 이기길 기대한다. 민주당 내의 비정상을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선거를 통해 제1야당으로서 나라 전체의 비정상을 바로잡을 의무도 있다.”―그럼 이 대표는 ‘내 선택이 맞다’라고 할 수 있다“국민이 바보는 아니다. 좋은 결과가 반드시 나쁜 과정을 대신해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쁜 과정에 대한 기억은 따로다. 과정에 대한 평가는 따로 있어야 한다.”지난 3월 14일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인터뷰 도중 했던 말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패배를 분석하는 자체 백서에 당시 당의 후보였던 이 대표에 대한 평가나 반성은 제외했습니다. 900쪽짜리 백서엔 온통 ‘정권교체 프레임 탓’, ‘문재인 정부 탓’이어서 당내에서도 논란이 됐죠. 민주당이 과연 이번 총선 과정에 대해선 제대로 평가할 지 지켜볼 일입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의 4·10총선 참패 후 국정 쇄신 의지를 드러내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과의 만남에 거듭 긍정적 입장을 나타냄에 따라 현 정부 출범 후 첫 영수회담 성사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영수회담에 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고, 후임 국무총리 인준 등 현안 곳곳에서 거대 야당의 이해를 구하는 게 불가피한 만큼 회담 성사 여부가 국정기조 변화의 리트머스 시험지로도 평가된다. 이 대표는 1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의 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당연히 만나고 당연히 대화할 것이다. 윤 대통령도 야당의 협조와 협력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못 한 게 아쉬울 뿐”이라고 했다. 이어 “야당을 때려잡는 게 목표라면 대화할 필요도, 존중할 필요도 없겠지만 (야당은) 국정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축”이라며 “삼권분립이 헌정질서의 기본임을 생각한다면 존중하고 대화하고 이견이 있는 부분은 서로 타협해야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총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이 협치 의지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 대표의 이날 영수회담 제안에는 “일단 계획이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조직을 추스르고 정비할 때라 마지막에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체제 정비도 안 된 상태에서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 왔다. 그러나 4·10총선에서 싸늘한 민심을 확인한 여당에서조차 “국정 파트너로 야당을 만나야 민생을 챙기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다음 주 초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 발표와 함께 향후 국정 쇄신 방향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국민 담화 발표가 아닐 경우 국무회의 등을 통해 메시지가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 또 일방 소통 비판을 고려해 기자회견도 검토 대상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의 후임 인선 콘셉트를 ‘정무형 통합형’으로 놓고 다각도로 고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 박주선 전 의원,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의 후임으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복수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이재명 “尹, 야당 협조 필요할 것”… 與서도 “당연히 만나야” [4·10 총선 후폭풍]총선뒤 수면위 다시 오른 ‘영수회담’李, 당대표후 8차례 제의했지만… 尹 ‘형사 피고인’ 인식에 만남 회피巨野, 민생 내세워 주도권 잡기 나서… 안팎 협치 압박에 대통령실 셈 복잡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년이 다 되도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지 않아 온 것은 이 대표가 대장동 의혹에 연루된 수사 대상이자 형사재판의 피고인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 탓이다. 이 대표를 향한 수사가 이뤄지던 2022년 하반기 윤 대통령은 한 참모에게 이 대표가 구속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지 않느냐”는 조언에도 윤 대통령은 달라지지 않았다. 만남이 검찰에 불필요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러나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진통 끝에 국회에서 2차례 기각됐고, 이번 총선 결과는 거야의 압승으로 끝났다. ‘포스트 이재명’ 시대를 계기로 대야 소통에 시동을 걸려던 윤 대통령의 시나리오는 무산됐다. 이제 192석을 확보한 ‘반윤(반윤석열) 거야’를 상대로 국정 3년을 이끌어야 하는 윤 대통령을 향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으로 소통과 협치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면서 대통령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 李 “당연히 尹 만나고 대화할 것” 이 대표는 12일 윤 대통령과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당연히 만나고 당연히 대화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못 한 게 아쉬울 뿐”이라고 영수회담을 촉구했다. “당연히 이 나라 국정을 책임지고 계신 윤 대통령께서도 야당과의 협조,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2022년 8월 당 대표 취임 후 8차례 영수회담을 제의해 왔다. 민주당 당선인들도 “영수회담이 됐든 뭐가 됐든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출발점”(민형배), “첫 번째로 단행돼야 하는 것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고민정) 등 만남을 압박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통화에서 “이 대표가 먼저 앞장서 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여당을 향해 대화와 통합을 위해 손을 내밀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잇따른 회담 요구는 총선에서 압승한 이 대표를 필두로 “거야의 세 과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 회복이라는 명분을 야당 대표가 먼저 던져 국정 운영 협의 과정에서 주도권을 갖고 오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대표가 차기 야권 대권주자로 확실하게 올라선 만큼, 윤 대통령과의 대등한 이미지를 강조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못 박으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대통령실 “아직 생각 안 하고 있다”지만 반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회담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대통령이 생각을 안 하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지금은 조직을 추스르고 정비할 때라 영수회담 여부는 마지막 단계 때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등 후임 인선, 개각, 대통령실 개편 등 총선 패배에 따른 숙제가 산더미처럼 밀려 윤 대통령이 숙고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즉답을 내놓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간 대통령실은 야당 대표의 카운터파트는 여당 대표라는 인식도 있었다. 윤 대통령이 1월 KBS 대담 때도 “대통령실은 여당과 별개이기 때문에 영수회담은 없어진 지 오래” “정당 지도부와 만날 용의는 있지만 여당 지도부를 무시할 수 있어 곤란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총선 참패로 임기 3년을 여소야대 국면에서 이끌게 된 만큼 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은 영수회담에 대해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라며 “당연히 만나야 하고, 만나서 풀어야 할 문제도 너무 많다”고 말했다. 경기 포천-가평 김용태 당선인도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부자연스럽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만나서 민생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 정치의 시작”이라고 했다. 영수회담 제안과 무산이 반복됨에 따른 경직성이 여야 소통에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 과제 이행 지연, 민생 법안 표류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한 조언 그룹 인사는 “대선 직후 윤 대통령에게 2024년 총선 전까지 대통령이라는 생각보다는 낮은 자세로 임하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며 “이제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먼저 만나자고 해도 부족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년이 다 되도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지 않아 온 것은 이 대표가 대장동 의혹에 연루된 수사 대상이자 형사재판의 피고인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 탓이다. 이 대표를 향한 수사가 이뤄지던 2022년 하반기 윤 대통령은 한 참모에게 이 대표가 구속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지 않느냐”는 조언에도 윤 대통령은 달라지지 않았다. 만남이 검찰에 불필요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그러나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진통 끝에 국회에서 2차례 기각됐고, 이번 총선 결과는 거야의 압승으로 끝났다. ‘포스트 이재명’ 시대를 계기로 대야 소통에 시동을 걸려던 윤 대통령의 시나리오는 무산됐다. 이제 192석을 확보한 ‘반윤(반윤석열) 거야’를 상대로 국정 3년을 이끌어야 하는 윤 대통령을 향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으로 소통과 협치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면서 대통령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李 “당연히尹 만나고 대화할 것”이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과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당연히 만나고 당연히 대화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못 한 게 아쉬울 뿐”이라고 영수회담을 촉구했다. “당연히 이 나라 국정을 책임지고 계신 윤 대통령께서도 야당과의 협조,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2022년 8월 당 대표 취임 후 8차례 영수회담을 제의해 왔다.민주당 당선인들도 “영수회담이 됐든 뭐가 됐든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출발점”(민형배), “첫 번째로 단행돼야 하는 것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고민정) 등 만남을 압박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통화에서 “이 대표가 먼저 앞장서서 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여당을 향해 대화와 통합을 위해 손을 내밀 필요가 있다”고 했다.잇따른 회담 요구는 총선에서 압승한 이 대표를 필두로 “거야의 세 과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 회복이라는 명분을 야당 대표가 먼저 던져 국정 운영 협의 과정에서 주도권을 갖고 오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대표가 차기 야권 대권주자로 확실하게 올라선 만큼, 윤 대통령과의 대등한 이미지를 강조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못 박으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대통령실 “아직 생각 안 하고 있다”지만반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회담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대통령이 생각을 안 하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등 후임 인선, 개각, 대통령실 개편 등 총선 패배에 따른 숙제가 산더미처럼 밀려 윤 대통령이 숙고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즉답을 내놓기 어려운 형편이다.그간 대통령실은 야당 대표의 카운터파트는 여당 대표라는 인식도 있었다. 윤 대통령이 1월 KBS 대담 때도 “대통령실은 여당과 별개이기 때문에 영수회담은 없어진 지 오래” “정당 지도부와 만날 용의는 있지만 여당 지도부를 무시할 수 있어 곤란하다”고 밝히기도 했다.그러나 총선 참패로 임기 3년을 여소야대 국면에서 이끌게 된 만큼 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은 영수회담에 대해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라며 “당연히 만나야 하고, 만나서 풀어야 할 문제도 너무 많다”고 말했다. 경기 포천·가평 김용태 당선인도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만나 이야기 하는 것을 부자연스럽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만나 민생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 정치의 시작”이라고 했다. 영수회담 제안과 무산이 반복됨에 따른 경직성이 여야 소통에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국정 과제 이행 지연, 민생 법안 표류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한 조언 그룹 인사는 “대선 직후 윤 대통령에게 2024년 총선 전까지 대통령이라는 생각보다는 낮은 자세로 임하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며 “이제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먼저 만나자고 해도 부족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민심은 윤석열 정부를 심판했다. 4·10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 이어 또 지역구 의석만으로 과반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99.73% 개표가 이뤄진 11일 오전 6시 30분 현재 민주당은 전체 254개 지역구 중 161곳에서 1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은 각각 비례 14석과 12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 시간 기준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이 얻는 비례 의석을 합치면 범야권 의석은 187석으로 예상된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과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이 얻었던 183석보다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90곳에서 1위에 올랐다. 국민의힘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19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돼 비례를 합쳐 109곳에서 이기고 있다. 21대 총선 때는 비례를 포함해 103석이었다.집권 3년 차에 치러진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여당이 이런 격차로 참패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의석수가 많은 여소야대 구도가 이어지게 됐다. 22대 총선 투표율은 67.0%로,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 32년 만에 역대 총선 중 가장 높았다.민주당은 122석이 걸린 수도권 102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19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부산에서는 민주당이 1곳, 국민의힘이 17곳에서 앞서고 있다. 조국혁신당을 제외한 제3지대도 군소정당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다. 개혁신당은 지역구의 경우 이준석 후보(경기 화성을)가 민주당 공영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비례대표에서도 2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미래는 김종민 후보(세종갑)의 당선이 확정됐으나 비례대표는 한 석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녹색정의당은 지역구와 비례 의석 모두 확보에 실패해 원외 정당으로 밀려나게 됐다.범야권의 압승으로 22대 국회에서도 개원 직후부터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예상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미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 출국 논란과 관련해 윤 대통령을 겨냥한 국정조사 및 특검(특별검사)법 추진 가능성 등을 열어둔 상태다. 조국혁신당도 22대 국회 개원 즉시 민주당과 힘을 합쳐 ‘한동훈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정책 및 입법 주도권도 거야(巨野)가 쥐고 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대통령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떤 입장을 전하기조차도 어렵다”며 “최종 의석수가 정해진 뒤에 입장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여권은 취임 이후 이어진 윤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오기와 독선에 따른 불통 논란에 중도층이 등을 돌린 것을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디올 백 수수 논란, 이 전 대사 논란 등이 이어지며 민심이 이반했다는 것이다. 고물가 속 민생고가 가중되고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는데도 정부가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져 야권의 정권심판론 바람을 막지 못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여당과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명분을 찾기 어려웠던 선거”라고 평가했다.윤 대통령은 향후 국정기조 전환과 쇄신을 위해 개각과 인적 개편 방안을 놓고 다각도로 구상할 수밖에 없다. 여권에서는 선거 패배에 따른 대통령실장과 수석급 참모들의 사퇴 가능성도 거론된다. 총선 후 쇄신 차원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교체하는 방안도 나오지만 범야권 손에 달린 임명동의안 통과의 벽도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핵폭탄을 맞았다.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실상의 식물 정부가 됐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실과 여당이 총선 참패 원인을 놓고 충돌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민심은 윤석열 정부를 심판했다. 4·10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 이어 또 지역구 의석만으로 과반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93.36% 개표가 이뤄진 11일 오전 3시 58분 현재 민주당은 전체 254개 지역구 중 161곳에서 1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은 각각 비례 14석과 12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 시간 기준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이 얻는 비례 의석을 합치면 범야권 의석은 187석으로 예상된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과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이 얻었던 183석보다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90곳에서 1위에 올랐다. 국민의힘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19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돼 비례를 합쳐 109곳에서 이기고 있다. 21대 총선 때는 비례를 포함해 103석이었다.집권 3년 차에 치러진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여당이 이런 격차로 참패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의석수가 많은 여소야대 구도가 이어지게 됐다. 22대 총선 투표율은 67.0%로,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 32년 만에 역대 총선 중 가장 높았다.민주당은 122석이 걸린 수도권 102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19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부산에서는 민주당이 1곳, 국민의힘이 17곳에서 앞서고 있다. 조국혁신당을 제외한 제3지대도 군소정당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다. 개혁신당은 지역구의 경우 이준석 후보(경기 화성을)가 민주당 공영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비례대표에서도 2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미래는 김종민 후보(세종갑)의 당선이 확정됐으나 비례대표는 한 석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녹색정의당은 지역구와 비례 의석 모두 확보에 실패해 원외 정당으로 밀려나게 됐다.범야권의 압승으로 22대 국회에서도 개원 직후부터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예상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미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 출국 논란과 관련해 윤 대통령을 겨냥한 국정조사 및 특검(특별검사)법 추진 가능성 등을 열어둔 상태다. 조국혁신당도 22대 국회 개원 즉시 민주당과 힘을 합쳐 ‘한동훈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정책 및 입법 주도권도 거야(巨野)가 쥐고 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대통령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떤 입장을 전하기조차도 어렵다”며 “최종 의석수가 정해진 뒤에 입장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여권은 취임 이후 이어진 윤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오기와 독선에 따른 불통 논란에 중도층이 등을 돌린 것을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디올 백 수수 논란, 이 전 대사 논란 등이 이어지며 민심이 이반했다는 것이다. 고물가 속 민생고가 가중되고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는데도 정부가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져 야권의 정권심판론 바람을 막지 못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여당과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명분을 찾기 어려웠던 선거”라고 평가했다.윤 대통령은 향후 국정기조 전환과 쇄신을 위해 개각과 인적 개편 방안을 놓고 다각도로 구상할 수밖에 없다. 여권에서는 선거 패배에 따른 대통령실장과 수석급 참모들의 사퇴 가능성도 거론된다. 총선 후 쇄신 차원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교체하는 방안도 나오지만 범야권 손에 달린 임명동의안 통과의 벽도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핵폭탄을 맞았다.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실상의 식물 정부가 됐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실과 여당이 총선 참패 원인을 놓고 충돌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4·10 선택의 날이 밝았다. 유권자들의 한 표가 ‘우리의 내일’을 결정한다. 윤석열 정부 3년 차에 치러지는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누가 국회 의석수 과반을, 누가 원내 1당을 차지하느냐가 현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의 국정 운영 방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선거를 하루 앞둔 9일 여야 수장은 각각 “딱 한 표가 부족하다”(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대선 때보다 더 절박하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라며 마지막 표심에 호소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진행한 마지막 공식 유세에서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위대한 나라다. 범죄자들이 뭔 짓이든 다 하게 넘겨주기엔 너무 아깝지 않느냐, 너무 허탈하지 않느냐, 너무 소중하지 않느냐”라고 했다. 오전에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에선 “정부와 여당에 계속 싸울 수 있는 힘을 달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민주당의 마지막 공식 유세에서 “내일은 심판의 날”이라며 “너희들의 국정 실패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경고한다, 경고장을 날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외쳤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 대장동 재판에 출석하는 길엔 “잡으라는 물가는 못 잡고 정적과 반대 세력만 때려잡는다”며 총선 전날 재판이 잡힌 것에 반발했다. 여야 선대위는 선거 전날까지도 전국 50∼60곳을 본투표 당일 표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박빙’ 지역으로 봤다. 국민의힘은 지역구와 비례 의석을 합쳐 ‘120석 안팎’을 내부 전망치로 꼽았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전국 박빙 지역 60곳에서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 현상이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며 “이 중 3분의 1만 승리해도 120여 석 확보가 가능하다”고 했다. 민주당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은 “(비례 의석 포함) 151석을 목표로 순항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당의 골든크로스 주장에 대해선 “저희 분석으로는 어느 곳에서도 골든크로스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2020년 21대 총선 때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180석 압승을 거두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기에 힘을 실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집권당이었던 새누리당이 122석으로 과반은 물론이고 원내 1당에 실패하면서 ‘정부여당 심판 투표’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19대 총선 때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끌었던 새누리당이 기대 이상의 과반을 얻어 정권 재창출을 이끌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선거운동을 하면서 나라 걱정이 되기는 처음이다. 생각하는 것보다도 사람들이 더 윤석열 정부에 화가 나 있었다. 설령 우리 당이 과반을 못 한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민심이면 22대 국회 이후 임기 동안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 싶더라.” 지난주 더불어민주당의 계파색이 옅은 온건파 의원의 말입니다. 캐스팅보트 지역의 현역 의원인 그는 생각보다 잔뜩 성난 민심에 놀랐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물론 민주당 의원이니까 저렇게 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여야 모두 이번 선거 내내 ‘심판’이라는 단어를 사람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외친 건 확실합니다. 정권 3년 차에 치러지는 중간 평가격의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을,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 조국) 심판론’을 외쳐왔죠. 양쪽 다 “내가 더 잘할 테니 나를 뽑아 달라”가 아니라 “쟤를 뽑으면 우리 다 같이 죽는 것이니 나를 뽑아라”는 협박 수준에 가까운 선거 운동을 펼쳤습니다. 정책공약은 사라졌고, 한동훈과 이재명 여야 수장을 중심으로 막말과 독설이 판을 쳤고요. 여느 선거 때나 ‘네거티브’와 ‘비방전’은 있었다지만, 이번처럼 서로가 감정적으로 적대화하는 수준은 처음 보는 듯합니다. 좋은 말도 자꾸 들으면 질린다는데, 서로를 향한 욕설과 비방을 몇 달째 들으면서 사람들의 분노 수위도 당연히 올라갔고요. 그 분노의 표심이 역대 총선 최고 사전투표율(31.3%)로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21대 국회 내내 여야 간 협치의 발목을 잡았던 ‘증오 정치’ ‘혐오 정치’가 총선을 계기로 더 독해진 겁니다. 여기에 거대 양당만으로 모자라 한 때 나라를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두동강 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까지 가세하면서 진영 간 적대심은 극대화됐습니다. 현재 분위기상으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합치면 확실히 과반은 나올 것 같은데, 분노의 표심을 먹고 22대 국회 원내에 입성하게 될 이들이 자신들의 지지층만 얼마나 극단적으로 대변할지 벌써 두렵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21대 국회 내내 민주당 의원들이 지지층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기껏 180석 만들어 줬는데 대체 뭐한 것이냐’는 거였다. 이번에도 과반을 달성하게 되면 절대 그런 소리를 듣지 않게 더 독하게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일단 현재 지지율 상 비례대표 2번으로 원내 입성이 확실해 보이는 조국 대표가 그 선두에 서겠죠. 조국혁신당은 이미 22대 국회 개원 직후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조 대표는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도 “한동훈 특검법은 법안 내용이 준비돼 있다”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당연히 동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고요. 국민의힘에선 ‘감옥 갈 준비나 해라’며 콧방귀를 뀌는 분위기이지만, 조 대표는 자신이 감옥에 가더라도 자기 뜻을 이어갈 비례대표 동료들과 당원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의원직을 상실한들 그렇게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는 거죠.민주당의 신임 당 대표 후보군도 이미 면면이 화려합니다. 정청래, 우원식, 박찬대 등 이재명 체제에서 ‘찐명’ 인증을 받은 분들이 8월 열리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이재명의 뒤를 잇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이밖에 박지원, 김부겸 등 OB와 박용진, 임종석 등이 후보 지원 유세를 다니는 것도 사실상 전당대회 준비용으로 봐야겠죠.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김부겸 선대위원장은 원래도 조국 대표와 가까운 사이이고, 이번 총선 때도 조국혁신당을 향해 상당히 열린 자세를 유지해왔습니다. 박 전 원장은 ‘명예 조국혁신당 당원’ 얘기를 했다가 당 지도부로부터 경고까지 받았죠. ‘반조국’ 전선에 섰던 박용진 의원은 결이 다르겠지만, 임종석 전 실장도 ‘친문’(친문재인) 키워드로 조 대표와 뭉칠 가능성이 작지 않습니다. 누가 되든 민주당 신임 대표와 조국혁신당 신임 대표 간 ‘협업’ 가능성이 큰 거죠. 민주당이 1당이 될 경우 국회의장도 맡게 됩니다. 국회의장은 관례상 원내 1당의 최다선 의원이 맡는데, 경기 하남갑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이번에 당선되면 6선이라 당내 최다선 중 한 명이죠. 추 전 장관은 이미 최근 인터뷰에서 “헌정사 여성 최초 국회의장이란 기대감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혁신 의장’에 대한 기대라면 제가 얼마든지 자신감 있게 그 과제를 떠안을 수 있다”고 도전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한 야당 의원은 “추미애 국회의장 시대가 열리면, 양당 모두 원내대표가 필요 없지 않겠나”라며 “여야 합의고 뭐고, 추미애 하고 싶은대로 하게 될 것”이라고 쓴웃음을 짓더군요. 하긴, ‘원내 입성 후 검찰 개혁 입법을 어떻게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 “강단 있게 하면 되는 것이다. 쫄지 않고 하면 된다. 그걸 또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답한 추 후보인데, 국회의장도 정말 ‘쫄지 않고’ 할까 봐 제가 쫄립니다. 여기에 초선 후보들도 심상치 않죠.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도 사과하기는커녕 “국민의힘이 더 심하다” 또는 “그게 뭐가 문제냐”는 ‘배째라’ 식의 논리도 버팁니다. 대학생 딸 이름으로 편법 대출까지 받아 가며 서울 반포 아파트를 매입해 논란이 된 민주당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는 “언론과 검찰, 대통령실 악의 3축 결탁을 돌파하겠다”고 되레 공세에 나섰습니다. 그는 4일 지역 유세에서 “어따가 한동훈이 양문석을 고소하나” “한동훈에게 경고한다. 말장난하지 말고 너부터 깨끗이 해라”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민주당 공영운 후보(경기 화성을)도 ‘아빠 찬스’ 논란 앞에서 매우 당당했죠. 그는 군 복무 중이던 25살짜리 아들에게 현 시세 30억 원 수준의 서울 성동구 성수동 땅과 건물을 증여해 논란이 되자 “자녀가 향후 결혼 등을 준비함에 있어 집 한 채는 해줘야겠다는 마음에 증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아들에겐 서울 성수동 땅 물려주고, 본인은 화성으로 출마하네요. 공 후보는 이후 32살짜리 딸도 같은 성수동에 22억 원짜리 주택을 갖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을 때도 “영끌, 갭투자를 젊은이들이 많이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온 가족이 성수동을 잘 아시는 것 같은데 그냥 서울 중성동갑으로 출마하시지 그러셨을까요. (실제 당에서도 제안했던 것으로 아는데 본인이 조금 더 텃밭으로 분류되는 화성 출마를 강력 희망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변호사’인 민주당 양부남(광주 서을) 후보도 20대 두 아들에게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재개발 구역 내 단독주택을 증여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에 양 후보는 “부모찬스라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검사 시절이었던 당시(2004년), 서울 발령을 예상하고 매입한 단독주택으로 재개발 호재를 노린 부동산 투자가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죠. 자신이 사들인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2020년 6월 확정됐으니 재개발을 노린 게 아니었다는 겁니다. 한남3구역은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곳이고, 이미 2000년부터 ‘용산구 일대 재개발 활활…한남동 등 5개 구역에서 9만2000여 평 추진’(한국경제) 등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던 이른바 ‘대장주’인데, 사람들을 바보로 아나요.아직 의원 배지 달기도 전부터 이런데 의원 나리들이 되시면 얼마나 더 기세등등할까 싶습니다. 오죽하면 대표적인 진보 진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마저 공영운 양문석 양부남 후보(국민의힘에선 장진영 후보)를 콕 찍어 “22대 국회 입성이 부적절하다”라고 했겠습니까. 당내에선 벌써 21대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보다 더 독한 모임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도 나옵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더니 정말 지긋지긋하던 21대 국회가 벌써 그리워지는 것 같습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막을 올렸습니다. 매일 정말 코미디 같은 발언과 명장면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치인들 스스로가 정치를 우습게 만드는 순간들입니다. 김남국 “몰빵” 코인 투기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가,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입당한 김남국 의원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월 2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선거 출정식에 식빵 모자를 쓴 채 나타났습니다. 손에는 ‘몰빵’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었습니다. ‘더불어몰빵’은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가 아니라 지역구도 민주당, 비례대표도 민주연합에 표를 몰아달라는 의미의 구호죠. 코인에 몰빵 투자하더니, 비례대표 투표도 몰빵하랍니다.가가호호, 가가국민…51.7㎝ 투표용지 촌극 투표장에서 받아보실 비례대표 투표용지입니다.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 등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을 비롯해 무려 38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면서 길이가 무려 51.7㎝에 이릅니다. 역대 가장 긴 투표용지라죠. 개표용 기계가 읽을 수도 없는 길이라 100% 수작업으로 개표하게 생겼습니다. 현역 국회의원이 한 명이라도 있는 원내 정당들이 더불어민주연합(3번), 국민의미래(4번)에 이어 녹색정의당(5번), 새로운미래(6번), 개혁신당(7번), 자유통일당(8번), 조국혁신당(9번) 순으로 배치됐고 그 뒤로는 원외 정당들입니다. 원외는 가나다순으로 배정이 되다 보니 ‘가’자로 시작하는 당 간 자리다툼도 치열했습니다.국민의힘 출신 민경욱 전 의원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이 원외 1등이 될 줄 알았나 봅니다. 그는 3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등입니다!”라고 썼는데, 기쁨도 잠시, ‘가가국민참여신당’이 치고 들어왔습니다. 원래는 ‘국민참여신당’이었는데 당명에 ‘가가’를 붙여 새로 등록했다죠. 반공정당코리아도 정식 당명에 ‘가나’를 붙여 ‘가나반공정당코리아’란 의미로 12번을 차지했습니다. 치열합니다.한동훈 “정치를 개 같이 해” vs 정청래 “개에게 사과해”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선거 운동 첫날부터 다소 흥분했나 봅니다. 그는 3월 28일 오전 서울 신촌 집중 유세에서 “정치를 개 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지 정치 자체에는 죄가 없다”고 외쳤습니다. 평소 그의 조곤조곤 화법과 비교하면 수위가 세네요. 한 위원장의 막말 논란을 놓칠 민주당이 아니죠. ‘선거전문정당’ 답게 민주당은 즉각 무학대사의 ‘불안돈목(佛眼豚目·부처님 눈으로 보면 다 부처로 보이고 돼지 눈으로 보면 다 돼지로 보인다)’는 고사를 인용하며 여유 있게 받아쳤습니다. 민주당 김민석 상황실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들이 저열하게 갈 때 우리는 고상하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는 미국 선거 격언을 언급하며 “저희는 남아 있는 기간 동안 내내 품격 있게 국민들 앞에 지지를 호소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도 하더군요. 하지만 하지 말란다고 안 할 민주당 의원들이 아니죠. 정청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한동훈에게 경고한다”며 “반려동물 가족들에게 사과하라! 개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적었습니다. 아 정말 너무 웃기네요. 한동훈 가발 벗기기 공약 구속 중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차린 소나무당도 ‘옥중 창당’부터 ‘옥중 출마’까지, 각종 황당 이슈로 연일 화제죠. 최근 온라인상에선 ‘소나무당의 파격공약’이라는 글이 ‘밈’처럼 빠르게 확산됐는데, ‘한동훈 끌고 와 국감에서 가발 벗기기’, ‘윤석열 사형’, ‘친일파 무덤 파묘’ ‘서울대 폐지 및 모든 국공립대 통폐합’ ‘언론 전면 개혁’ 등 온갖 거칠고 황당한 주장들이 담겨 있습니다. 소나무당에 직접 확인해보니 당의 공식 공약은 아니고, 소나무당 비례대표 2번을 받은 변희재 후보가 유튜브에서 해 온 말들이라 합니다. 인요한 “이종섭, 외국에선 이슈도 안 돼”지난해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아 ‘변화’와 ‘통합’, ‘미래’를 외치던 인요한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서 당선권인 비례대표 8번을 받고, 선거대책위원장까지 맡은 것도 정말 우스운 일입니다. 불과 지난해 11월만 해도 “(국민들은) ‘그동안 당에 책임 있는 분들이 변화하려는 의지가 과연 있는가’를 지켜보고 있다. 이런 국민의 뜻을 엄중히 생각하고 당이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부터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맞는 말 대잔치’를 하시던 분이 이제 와서 위성정당 비례대표라뇨. 너무 ‘내로남불’ 아닙니까.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 인 후보는 연일 여당의 ‘엑스맨’에 가까운 발언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3월 27일 이종섭 주호주 대사 출국 논란에 대해 “사실 외국에서는 이슈도 안 된다”며 별문제가 아니란 취지로 언급했는데 이틀 만에 이 대사는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29일엔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에 대해 “다 지나간 일”이라며 “제가 뉴욕에서 4년을 살았는데, 마피아도 아이와 부인은 안 건든다”라고 또 해외와 비교를 했습니다. 이럴 땐 상당히 외국인 같은데, 한동훈 위원장의 ‘개’ 발언 막말 논란에 대해선 “전라도 말로 ‘짠해 죽겄다’라고 감싸더군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국 “내 딸은 국법 질서를 지키고 있다”“리보크(Revoke, 철회)가 아니라 반납했다고요. 발런테럴리(Voluntarily, 자발적으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3월 27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예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자기 딸 관련 문제를 묻는 질문에 “(내 딸은) 학위와 의사면허를 스스로 반납했다”라고 답했는데, 이를 통역사가 ‘리보크’라고 통역하자 ‘자발적’이란 의미를 담아서 다시 말해달라고 요구한 거죠. 영어로 하면 ‘발런텔럴리 리턴드’라네요. 또 하나 배워갑니다.조 대표는 최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도 딸 얘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내 딸은 자의의 결정으로 스스로 학위와 의사 면허를 반납했다. 표창장 제출 과정에서 딸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건 판결문에도 나와 있지만, 딸은 그걸 다 받아들이고 새 삶을 살고 있다. 즉 국법 질서를 지키고 있다. 수사 다 받았고, 비난도 다 받았고, 벌도 받았고, 문제의 표창장으로 받은 이익을 스스로 다 삭제했다”라고 했습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윤석열 정권은 4·10총선 이후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입니다. 우리가 더 위기에 빠뜨릴 것입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25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영어로 하면 ‘리셋(reset)’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꼭 대통령 탄핵으로만 (결과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윤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데드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들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단계에 이르렀고, 결국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이 터지면서 끝내 탄핵으로 마무리됐다”며 “윤석열 정부도 행태를 보면 박근혜 정부와 똑같진 않더라도, 그런 흐름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탄핵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범야권이 대통령 탄핵 추진에 필요한 200석을 확보하는 것은 현재로서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전제한 뒤 “대통령의 불법이 확인되고, 그 부분이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윤 대통령의 불법 의혹은 이종섭 주호주 대사 출국과 관련해 명백한 수사 방해 등 이미 여러 가지”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도 날을 세웠다. 조 대표는 22대 국회 개원 후 첫 특별검사(특검)법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는 “윤 대통령도 한동훈 특검법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다”며 “총선 이후엔 민심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과의 1 대 1 토론도 제안했다. 그는 “나는 한 위원장을 먼저 비난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한 위원장이 자꾸 나를 보고 ‘극단주의자’라는 둥 이야기한다”라며 “한 위원장은 총선 이후 국회의원이 될 것도 아니니, 지금 해야 할 일은 선거운동이 아닌 수사받을 준비”라고 했다. 그는 최근 조국혁신당의 지지율 상승세에 대해 “‘돌풍’이라는 표현이 객관적으로 맞는 말 같다”고 했다. 그는 “2월 13일 창당 선언 당시 목표를 10석, 원내 3당이라고 했는데 기대치보다 여론조사 결과가 좀 더 잘 나오고 있다”고 했다. 총선에서 최소 10석 이상을 확보해 개원 후 민주당과의 본격 입법 연대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국회 상임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도 민주당을 지원하는 역할을 자청했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간 이견이 있는 법안에 대해 충분히 숙의하라는 취지로 마련된 제도이지만,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민형배 의원을 꼼수 탈당시켜 제도를 무력화하는 등 ‘거야(巨野)’의 입법 폭주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현실적으로 거대 양당 간 숙의를 통한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안건조정위 무력화는) 현실 정치 안에서의 선택”이라고 했다.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조 대표는 “내가 통제하거나 개입할 수 없는 결정 때문에 지금 내 역할과 임무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조국혁신당 당원만 14만3000명이고, 비례대표 의원도 10명 이상 생긴다”며 “최악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들이 내 뒤를 이어 윤석열 정권 종식을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윤석열 정권은 4‧10 총선 이후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입니다. 우리가 더 위기에 빠뜨릴 것입니다.”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25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영어로 하면 ‘리셋(reset)’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꼭 대통령 탄핵으로만 (결과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윤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데드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들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단계에 이르렀고, 결국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이 터지면서 끝내 탄핵으로 마무리 됐다”며 “윤석열 정부도 행태를 보면 박근혜 정부와 똑같진 않더라도, 그런 흐름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탄핵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범야권이 대통령 탄핵 추진에 필요한 200석을 확보하는 것은 현재로서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전제한 뒤 “대통령의 불법이 확인되고, 그 부분이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윤 대통령의 불법 의혹은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 관련 명백한 수사방해 등 이미 여러 가지”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도 날을 세웠다. 조 대표는 22대 국회 개원 후 첫 특별검사(특검)법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는 “윤 대통령도 한동훈 특검법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다”며 “총선 이후엔 민심을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과의 1대1 토론도 제안했다. 그는 “나는 한 위원장을 먼저 비난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한 위원장이 자꾸 나를 보고 ‘극단주의자’라는 둥 이야기한다”라며 “한 위원장은 총선 이후 국회의원이 될 것도 아니니, 지금 해야 할 일은 선거운동이 아닌 수사받을 준비”라고 했다. 그는 최근 조국혁신당의 지지율 상승세에 대해 “‘돌풍’이라는 표현이 객관적으로 맞는 말 같다”고 했다. 그는 “2월 13일 창당 선언 당시 목표를 10석, 원내 3당이라고 했는데 기대치보다 여론조사 결과가 좀 더 잘 나오고 있다”고 했다. 총선에서 최소 10석 이상을 확보해 개원 후 민주당과의 본격 입법 연대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국회 상임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도 민주당을 지원하는 역할을 자청했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간 이견이 있는 법안에 대해 충분히 숙의하라는 취지로 마련된 제도이지만,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민형배 의원을 꼼수 탈당시켜 제도를 무력화하는 등 ‘거야(巨野)’의 입법 폭주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현실적으로 거대 양당 간 숙의를 통한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안건조정위 무력화는) 현실 정치 안에서의 선택”이라고 했다.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조 대표는 “내가 통제하거나 개입할 수 없는 결정 때문에 지금 내 역할과 임무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조국혁신당 당원만 14만3000명이고, 비례대표 의원도 10명 이상 생긴다”며 “최악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들이 내 뒤를 이어 윤석열 정권 종식을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또 전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자고 하는 것을 보니 선거철은 선거철인가 보다.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 원, 가구당 평균 10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안합니다.” 그는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유세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하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에는 1인당 10만 원을 추가 지급하자”고도 했다. ‘금사과’에 ‘금파’까지, 물가에 분노하는 민심을 겨냥한 공약이다. 이 대표가 돈을 나눠주겠다고 말하는 순간 현장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솔직히 돈 준다는데 싫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민주당은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나눠주려면 13조1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전 국민 5132만 명에게 25만 원씩,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 300만 명에게 10만 원씩을 준다는 계산이다. 이 대표는 이 돈을 ‘새 발의 피’, ‘푼돈’이라 했다. 그는 이날 송파구에선 “윤석열 정권이 그동안 퍼준 부자 감세, 민생 없는 민생토론회에서 밝혔던 기만적인 선심성 약속들을 이행하는 데 드는 900조∼1000조 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손톱’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고, 영등포에선 “13조 원은 연간 예산에 비하면 푼돈”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에 팁이라도 주듯 “아, 이 무식한 양반들아 이렇게 하면 된다고!”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참 돈 나눠주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자기 돈이 아니라서 문제다. 그가 중앙 정치판에 등판한 뒤로 대선과 총선 등 선거철마다 전 국민 지원금 이슈가 되풀이되고 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4월과 2021년 1월, 경기도지사 이재명은 경기도민들에게 ‘재난기본소득’으로 1인당 10만 원씩을 나눠줬다. 그걸로 뜨더니, 대선 때는 ‘기본소득’을 공약하며 전 국민에게 연 25만 원을 시작으로 임기 내 100만 원까지 주겠다고 했다. 대선에서 떨어진 뒤에도 그의 선심성 돈 풀기 공약은 이어졌다. 다만 코로나 때는 여당이었고, 지금은 야당이란 점을 망각한 듯하다. 그는 작년엔 전국 4인 가구에 최대 100만 원씩 난방비를 나눠주자며, 이를 위한 7조5000억 원을 만들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고, 정유사들로부터 ‘횡재세’를 거둬들이자고 했다. 이 대표의 추경 요구는 지난해에만 3차례, 무려 30조 원 규모였다. 예산 집행 권한은 어차피 정부에 있기 때문에 야당 대표로서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최선인 거다. 결국 자기가 책임지고 주지도 못할걸 말로만 먼저 생색내는 셈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이재명이 주도하는 현금 살포 전략에 질질 끌려다녔다. 이재명이 난방비를 풀자고 하면 여당 5선 의원이 “전 가구에 3개월간 10만 원씩 주자”고 가세하는가 하면, 시의원들까지 나서 정부에 돈을 풀라고 압박했다. 이번에도 국민의힘은 여론 눈치를 보다 하루 늦게야 “무책임한 현금 살포 공약”이라고 뒷북 공격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포퓰리즘 경쟁에서 밀리기는 싫었는지 돌연 ‘무상 대학등록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줏대도 없고 전략도 없는 여당이 이재명이 또 쏘아 올린 퍼주기 경쟁에 이번에도 휘둘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또 전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자고 하는 것을 보니 선거철은 선거철인가 봅니다. 지난해 2월 14일 ‘이재명이 또 쏘아올린 퍼주기 경쟁’() 이란 제목으로 칼럼을 썼었는데요, 13개월만에 또 돈을 나눠 주자네요.“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 원, 가구당 평균 10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안합니다.”이재명 대표는 24일 서울 송파구 유세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벼랑에 놓인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특단의 긴급구호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에는 1인당 10만 원을 추가 지급하자고도 했습니다. ‘금사과’에 ‘금파’까지, 요즘 물가에 분노하는 민심을 겨냥한 공약인거죠. 이 대표가 돈을 나눠주겠다고 말하는 순간 현장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솔직히 돈 준다는데 싫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민주당은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나눠주는 데 드는 예산이 13조 1000억 원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전 국민 5132만 명에게 25만 원씩,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 300만 명에게 10만 원씩을 준다는 계산입니다. 이 대표는 이날 하루 종일 서울 곳곳을 누비며 13조 원을 ‘새발의 피’, ‘손톱’, ‘푼돈’이라고 했습니다. 송파구에선 “13조 원 정도로 죽어가는 민생경제와 소상공인, 골목경제, 지방경제를 살릴 수 있다”며 “윤석열 정권이 그 동안 퍼준 부자 감세, 민생 없는 민생토론회에서 밝혔던 기만적인 선심성 약속들을 이행하는 데 드는 900조~1000조 원에 비하면 ‘새발의 피’, ‘손톱’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영등포에선 “당장 1000조 원 쓸 생각 말고, 부자 세금 수십 조 깎아주는 거 철회하고 13조 원은 연간 예산에 비하면 푼돈”이라고 했고요. 정부 여당에게 선거 팁이라도 주는 듯 “그렇게 해야 돈이 도는 거예요, 경제가 사는 거예요”라며 “아, 이 무식한 양반들아 이렇게 하면 된다고!”라고 외치기도 했더군요. 참 돈 나눠주기 좋아하는 이재명 대표입니다. 자기 돈이 아닌 게 문제이지만요. 이 대표가 중앙 정치판에 등판한 뒤로 대선과 총선 등 주요 선거철마다 전국민 지원금 이슈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 때도 그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이슈의 최대 수혜자였습니다. 2020년 4월 경기도지사 시절 그는 ‘1차 재난기본소득’ 명목으로 경기도민 1293만여 명에게 1인당 10만 원씩 1조 원 넘게 나눠줬습니다. 이듬해 1월에는 경기도에 사는 외국인까지 포함해 또 1조 3000억 원 넘게 쐈고요. 당시 같은 민주당 소속인 문재인 정부도 “급하니까 ‘막 풀자’는 건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라고 말렸지만 그는 ‘보편 지급’ 목소리를 키웠습니다. 지난 대선 때는 ‘기본소득’을 공약하며 전 국민에게 연 25만 원을 시작으로 임기 내 100만 원을 주겠다고 했고요.대선 후에도 그의 선심성 돈풀기 공약은 이어졌습니다. 다만 코로나 때는 여당이었고, 지금은 야당이란 점을 잊은 듯 합니다. 그는 2023년 1월 “난방비가 폭등하고 있다”며 전국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 원씩 ‘에너지 물가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했습니다.총 7조5000억 원짜리 프로젝트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고, 정유사 등에 ‘횡재세’를 걷자고 했죠. 요즘 이 대표가 “초대기업이 흑자가 몇 조 원 씩 나는데, 세금 몇백 억 씩 깎아주면 투자할 것 같냐”, “돈이 없다면서 초대기업, 초자산가 세금은 왜 깎아주냐”고 편 가르기식 주장을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논리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에만 세 차례 30조 원 규모의 ‘민생 회복 프로젝트’를 주장하며 거듭 추경 편성을 요구했습니다. 예산 집행 권한은 결국 정부에 있으니 야당 대표로서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최선인 겁니다. 결국 말로만 생색내는 거죠. 이에 대해 ‘이재명 저격수’인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인천 계양을)는 SNS에 “이재명 후보가 또 시작한 것 같다. 본인이 줄 수도 없는 돈으로 사탕발림식 생색만 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안철수 후보(성남 분당갑)도 “망국적 악성포퓰리즘 선동”이라며 “국가적 위기나 재난 상황도 아닌 총선 국면에서 무차별적으로 돈 살포 공약으로 표를 더 얻어보겠다는 속셈”이라고 했고요. 개혁신당도 “물가는 시장에 있는 돈이 흘러가는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많이 흘러가면 갈수록 물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돈을 더 풀면서 물가를 잡겠다는 것은 집에 불났는데 기름 넣는 꼴입니다. (중략) ‘물가를 잡겠다’ ‘돈을 뿌리겠다’와 같은 듣기 좋은 소리만 하면서 전국을 누비실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잡아준 재판일정이나 충실히 임해야 합니다”라고 이재명 뼈를 때렸고요. 정작 국민의힘은 이날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일단 침묵하더군요. 이 대표의 제안이 선거 국면에서 표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당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제안을) 단순히 ‘포퓰리즘’이라고 가볍게 치부하면 국민들 입장에선 ‘야당은 국민 돕자고 하는데 여당은 도대체 뭐하나’라고 할 수 있다”라고 했더군요.그러더니 다음날 돌연 “세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한 모든 대학등록금을 면제하고 두 자녀 이상 가정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무상 대학등록금 카드’를 꺼내들더군요.그 동안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퍼주기 경쟁 신호탄을 쏘아 올릴 때마다 번번이 휘둘렸습니다. 5선 중진 의원이 앞장서 “전 가구에 3개월간 10만 원씩 난방비를 지급하자”고 이 대표 주장에 가세하는가 하면, 시의회 의원들까지 “정부가 빨리 돈을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죠. 줏대없는 국민의힘이 이재명이 또! 쏘아올린 퍼주기 경쟁에 이번에도 말려드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1인당 25만 원, 가구당 평균 100만 원의 민생 회복 지원금 지급을 (정부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약 13조 원 규모라고 밝히며 “윤석열 정권이 그동안 퍼준 부자 감세와 ‘민생 없는 민생토론회’에서 밝혔던 기만적 선심 공약 이행에 드는 900조∼1000조 원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 손톱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4·15총선을 12일 앞두고 14조3000억 원 규모의 1차 코로나 재난지원금 지급안을 발표해 ‘돈 선거’ 논란이 인 바 있다. 총선을 17일 앞두고 다시 나온 전 국민 지원금 주장에 대해 국민의힘은 “뼛속 깊은 ‘돈 살포’ DNA”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송파구 유세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벼랑에 놓인 민생경제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세워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등 취약계층에는 1인당 10만 원의 추가 지급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13조 원의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국민 세금”이라며 “국채를 발행할 수도 있고 기존 예산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꾸 국가 재정적자를 이야기하는데 가난하고 어려울 때 100만 원과 여유 있을 때 100만 원의 가치는 다르다”며 “13조 원의 재원을 다른 데서 조정하든지 해서 만들고 나중에 채워넣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민생회복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지역화폐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때부터 추진해온 대표 브랜드 정책이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민생회복지원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논의에 즉각 착수할 것을 공식 요청한다”고 했다. 李 “민생지원금 13조 추경하자” 與 “또 선거용 돈살포냐” ‘1인 25만원 지원금’ 제안 논란李 “부자세금 수십조 안깎아주면돼… 재난금때 소고기 사먹고 좋았잖나”文정부 총선땐 재난지원금 논란… 與 “李가 줄수도 없는 돈으로 생색” “민생경제 비상사태 해결을 위해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 원, 가구당 평균 10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안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같은 취약계층에는 1인당 10만 원 추가 지급을 추진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새마을전통시장 앞에서 “오늘은 주요한 정책 하나를 발표할까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가 “벼랑 끝에 놓인 민생경제 회생을 위해 특단의 긴급 구호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하자 현장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 대표는 2020년 코로나 당시 문재인 정부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던 점을 강조하며 “모두가 죽겠다 할 때 가구당 100만 원 안 되는 돈을 지역화폐로 지급했더니 동네가 약 6개월 동안 활황이었다”, “100만 원도 안 되는 돈 지급할 때 정말 활황이었다. 소고기 사먹고 좋았잖아요”라고 했다. 이 대표는 2022년 연 25만 원부터 시작하는 전 국민 보편기본소득 지급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 이재명 “13조 원 추경하자” 민주당이 추산한 예산 13조 원은 전 국민 5132만 명에게 각 25만 원,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300만 명에게 추가 10만 원씩을 합한 액수다. 이 대표는 1인당 지급액을 25만 원으로 책정한 이유에 대해선 “많으면 많을수록 국민은 좋겠지만, 재원도 필요하고 지나치게 (지급액이) 많을 경우 소비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과거 경험치로 볼 때 4인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 원이 적당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13조 원을 ‘새 발의 피’, ‘푼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이 퍼준 부자감세, 민생토론회에서 밝혔던 기만적 선심 약속들에 드는 약 900조∼1000조 원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 손톱이다”라고 했다. 서울 영등포 지원 유세에서도 “1000조 원 쓸 생각 말고, 부자 세금 수십조 원 깎아주는 걸 철회하라”며 “연간 예산에 비하면 푼돈 13조 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 이 무식한 양반들아, 이렇게 하면 된다”고도 했다. 그는 재원 마련 방법을 묻는 질문에 “재원은 국민 세금”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럼 또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물을 텐데, 국채를 발행할 수도 있고, 기존 예산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총선 결과에 상관 없이 지급의 주체는 현 정부다. 이 대표는 “민생회복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에 즉각 착수할 것을 (국민의힘에) 공식 요청한다”고 했다. 김민석 선대위 상황실장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면 추경의 방식으로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다”고 했다. ● 與 “또 선거용 돈 살포” 정치권에선 즉각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원희룡 인천 계양을 후보는 “이 후보가 또 시작한 것 같다. 본인이 줄 수도 없는 돈으로 사탕발림식 생색만 내고 있다”고 했다. 또 여권은 윤석열 대통령이 1000조 원 규모의 공약을 쏟아냈다는 이 대표의 주장에도 “해당 공약엔 민간 투자가 대부분인 사업이나 민주당이 필요성을 주장한 사업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개혁신당도 논평에서 “‘물가를 잡겠다’ ‘돈을 뿌리겠다’와 같은 듣기 좋은 소리만 하면서 전국을 누빌 게 아니라 법원에서 잡아준 재판 일정이나 충실히 임하라”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4·15총선을 12일 앞두고 1인 가구 40만 원∼4인 가구 이상 100만 원을 나눠주는 전 국민 1차 재난지원금 지급안을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에선 당시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마스크 대란 극복과 재난지원금 지급을 꼽았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4·7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앞두고도 3월 말부터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선거용 매표 행위”라는 야당 반발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같은 팬데믹 사태가 아닌 시점에 전 국민에게 일괄 돈을 지급하는 것이 실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는 전 국민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었다”며 “이제 막 선거운동이 시작된 시점에 전 국민 지원금을 꺼내 든 것이 지난 총선 때의 학습 효과에 따른 계산이라면 상당히 포퓰리즘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민생경제 비상사태 해결을 위해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 원, 가구당 평균 10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안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같은 취약계층에는 1인당 10만 원 추가 지급을 추진하겠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새마을전통시장 앞에서 “오늘은 주요한 정책 하나를 발표할까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가 “벼랑 끝에 놓인 민생경제 회생을 위해 특단의 긴급 구호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하자 현장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이 대표는 2020년 코로나 당시 문재인 정부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던 점을 강조하며 “모두가 죽겠다 할 때 가구당 100만 원 안 되는 돈을 지역화폐로 지급했더니 동네가 약 6개월 동안 활황이었다”, “100만 원도 안 되는 돈 지급할 때 정말 활황이었다. 소고기 사먹고 좋았잖아요”라고 했다. 이 대표는 2022년 연 25만 원부터 시작하는 전 국민 보편기본소득 지급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재명 “13조 원 추경하자”민주당이 추산한 예산 13조 원은 전 국민 5132만 명에게 각 25만 원,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300만 명에게 추가 10만 원씩을 합한 액수다. 이 대표는 1인당 지급액을 25만 원으로 책정한 이유에 대해선 “많으면 많을수록 국민은 좋겠지만, 재원도 필요하고 지나치게 (지급액이) 많을 경우 소비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과거 경험치로 볼 때 4인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 원이 적당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이 대표는 13조 원을 ‘새발의 피’, ‘푼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이 퍼준 부자감세, 민생토론회에서 밝혔던 기만적 선심 약속들에 드는 약 900조~1000조 원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 손톱이다”라고 했다. 서울 영등포 지원 유세에서도 “1000조 원 쓸 생각 말고, 부자 세금 수십 조 원 깎아주는 걸 철회하라”며 “연간 예산에 비하면 푼돈 13조 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 이무식한 양반들아, 이렇게 하면 된다”고도 했다.그는 재원 마련 방법을 묻는 질문에 “재원은 국민 세금”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럼 또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물을 텐데, 국채를 발행할 수도 있고, 기존 예산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총선 결과에 상관 없이 지급의 주체는 현 정부다. 이 대표는 “민생회복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에 즉각 착수할 것을 (국민의힘에) 공식 요청한다”고 했다. 김민석 선대위 상황실장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면 추경의 방식으로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다”고 했다.● 與 “또 선거용 돈 살포”정치권에선 즉각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원희룡 계양을 후보는 “이 후보가 또 시작한 것 같다. 본인이 줄 수도 없는 돈으로 사탕발림식 생색만 내고 있다”고 했다. 개혁신당도 논평에서 “‘물가를 잡겠다’ ‘돈을 뿌리겠다’와 같은 듣기 좋은 소리만 하면서 전국을 누빌 게 아니라 법원에서 잡아준 재판일정이나 충실히 임하라”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문재인 정부는 2020년 4‧15총선을 12일 앞두고 1인 가구 40만 원~4인 가구 이상 100만 원을 나눠주는 전 국민 1차 재난지원금 지급안을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에선 당시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마스크 대란 극복과 재난지원금 지급을 꼽았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4‧7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앞두고도 3월 말부터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선거용 매표 행위”라는 야당 반발이 이어졌다.전문가들은 코로나 같은 팬데믹 사태가 아닌 시점에서 전 국민에게 일괄 돈을 지급하는 것이 실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는 전 국민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었다”며 “이제 막 선거운동이 시작된 시점에 전국민 지원금을 꺼내든 것이 지난 총선 때의 학습 효과에 따른 계산이라면 상당히 포퓰리즘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4·10총선에 비례대표 후보자를 내는 정당만 38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대 총선 때 35개보다 3개 많은 역대 최다 기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들을 모두 인정하면 유권자들이 선거날 받는 투표용지 길이가 역대 최장인 51.7cm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위성정당을 허용하는 준연동형 비례제 이후 생긴 기현상이 이번 선거에서도 이어진 것”이라며 “급조된 ‘꼼수’ 위성정당과 비례 전문 정당이 선거 직전에 졸속으로 난립하면서 검증도 되지 않은 각종 전과자 및 무자격자들이 원내에 입성하게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직능별 전문가 및 소수 정치세력을 보호하기 위한 비례대표제 취지 자체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후보 등록 마감일인 이날까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주도하는 위성정당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을 비롯해 조국혁신당,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등 38개 정당이 일제히 비례후보를 냈다. 이들이 당선권에 배치한 후보들 중엔 전과자 및 각종 논란성 인물이 포함됐다. 민주당은 더불어민주연합을 진보당 등 야권 소수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와 함께하는 ‘준(準)위성정당’으로 포장하려다 보니 반미 시위 참여 이력 등 논란이 있는 인사들의 원내 입성을 보장해 줬다는 비판을 받는다. 진보당이 추천한 후보 3인은 더불어민주연합 5번, 11번, 15번을 받았다.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17번까지 당선됐다. 국민의힘도 민주당보다 앞서 위성정당 창당을 선언하고도 졸속으로 후보를 검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위상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은 횡령 및 폭력 전과에도 당선권인 10번에 배치됐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은 21대 총선에서 19석을 확보했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난립하는 틈을 타 양 진영의 극단적 성향의 비례 전문 정당들도 덩달아 등판했다. 조국혁신당의 경우 비례 2번을 받은 조국 대표를 비롯해 황운하(8번), 차규근(10번) 등 당선권 내에 재판 중인 사람만 3명이다. 자유통일당도 불법 정치자금 의혹 속에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불출마를 선언했던 황보승희 의원과 국민의힘 경선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비례 1, 2번으로 냈다. 윤광일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략적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정작 당의 가치나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릴 사람들은 배제됐다”고 지적했다.여야 ‘위성정당 꼼수’ 25억 챙기고… 무자격논란 인사, 당선권에4년전보다 더 난립한 비례정당… 폭력전과자 면접도 없이 포함재판 중인 인사들도 당선권에… “의원직 상실형 땐 줄줄이 승계”전문가 “비례 제도 뜯어고쳐야” 21대에 이어 22대 총선에도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이 출현하면서 무자격 논란 비례대표 의원들이 또다시 원내에 대거 입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거대 양당은 이번에도 비례투표 용지 상단을 차지하기 위한 의원 ‘꿔주기’ 꼼수를 되풀이하면서 수십억 원의 선거보조금도 따로 챙겼다. 전문가들은 “비례대표제 자체에 대한 숙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폭행 전과자도 당선권 포함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비례대표 후보자 중에는 과거 반미 운동에 가담했거나 폭행 전과로 논란이 된 인물들이 포함됐다. 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는 주한미군사격장 폐쇄 등을 주장한 진보당 정혜경 전 경남도당 부위원장(5번),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사면복권을 주장했던 전종덕 전 민노총 사무총장(11번)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서 10번을 받은 김위상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은 과거 공금 횡령과 폭력 전과(집행유예)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와의 관계를 고려해 면접도 없이 당선권에 배정된 것으로 알려져 도마에 올랐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을 받은 박은정 전 광주지검 부장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이른바 ‘찍어내기 감찰’로 법무부에서 해임 처분을 받았다. 조국 대표(2번)는 자녀 입시비리 및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3심을 앞두고 있고, 황운하 의원(8번)도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관련해 2심 재판 중이다. 야권 관계자는 “이들이 모두 의원직 상실형을 받게 되면 뒤 번호 후보들이 줄줄이 승계를 받게 된다”고 했다. 자유통일당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받은 황보승희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지자 국민의힘을 탈당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구속 중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창당한 소나무당은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받은 변희재 씨를 2번,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을 3번으로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로 꼼수 위성정당이 이번에도 등장해 비례대표 후보 검증 기능이 약화했을뿐더러 표의 비례성을 높이고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가 훼손됐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미래는 호남권 인사를 뒤 번호로 배제했다가 ‘호남홀대론’이 나오자 뒤늦게 조배숙 전 전북도당위원장을 13번에 배치했다. 민주당도 시민사회 몫 비례대표로 반미 성향 단체 활동 등의 전력이 있는 인사들이 추천되자 뒤늦게 교체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당 안팎에선 “진보당, 새진보연합 추천 인사를 앞 순번에 배치하느라 정작 지역 안배 차원에서 민주당에서 추천한 대구경북 인사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아무리 ‘자매정당’이라고 해도 모정당이 위성정당에 하나하나 관여할 순 없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 위성정당에도 선거보조금 수십억 원씩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 총 501억9700만 원 규모의 선거보조금을 배분할 예정이다. 총액의 절반을 원내 교섭단체에 지급하도록 돼 있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최소 125억 원가량씩 받는다. 양당의 위성정당도 5석 이상 20석 미만 정당에 총액 5%를 지급하는 규정에 따라 25억 원가량씩 챙긴다. 두 당은 투표용지 상단을 차지하기 위해 현역 의원들을 위성정당으로 ‘꿔주기’ 하면서 각각 14석(더불어민주연합), 13석(국민의미래)을 확보한 상태다. 황운하 의원과 황보승희 의원의 입당으로 원내 정당이 된 조국혁신당과 자유통일당도 선거보조금 잔여금 일부를 의석수 비율에 따라 지급받게 됐다. 현역 의원 5명 이상을 보유한 녹색정의당과 새로운미래도 최소 25억 원의 선거보조금을 받는다. 의석이 없거나 5석 미만 정당이라도 최근 선거 득표율 등에 따라 총액의 2%를 지급한다는 정치자금법 27조에 따라 기후민생당(민생당 후신)과 진보당도 최소 10억 원의 보조금을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