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내년 집값은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보이며 2% 하락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1일 발표한 ‘2024년 주택·부동산 경기전망’을 통해 “정책 강화,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부동산시장에) 추가적인 자금 유입이 어려울 것”이라며 이 같은 전망을 내놨습니다. 올해 3분기(1~9월)까지는 지난해와 올해 초 발표된 각종 규제 완화와 40조 원에 육박하는 정책 금융,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 판매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자금 유입 수준이 당초 예상보다 커지면서 집값이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올 4분기(10~12월) 이후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규제 완화에 따라 매수 심리가 연초 대비 회복됐으나 여전히 과거 대비 부담스러운 가격 수준, 고금리 장기화 우려, 대출 경직성 등으로 내년에는 현재 수준의 거래량이 지속되기 어려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7월 이후 회복 기미를 보였던 부동산시장은 최근 들어 주춤대는 모양새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2일 발표한 ‘10월 5주차(조사기준·10월 3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매매가가 0.04% 올랐지만 상승폭은 전주(0.05%)에 비해 줄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기준금리와 주택담보대출금리 상승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매수에 관심을 보였던 수요자들이 줄어들고, 매매시장의 전반적인 상승 동력이 떨어진 결과”라고 풀이했습니다. 이처럼 밝지 않은 시장 전망에 국토교통부의 내년 정책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재정투자가 시장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그리고 그 힌트를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총지출 기준)은 60조 6471억 원으로, 올해(55조 7514억 원)보다 8.8%(4조 8930억 원) 늘어났습니다. 정부가 건전 재정 원칙에 따라 내년 총예산안을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 증가하도록 편성한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증가율입니다. 국토부의 예산안은 ⓵국민 안전 ⓶주거 안정 ⓷민생 지원 ⓸미래 성장 동력 확충 ⓹지역 활력 제고 등 5가지를 기준으로 편성됐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신규로 추진하거나 금액이 대폭 상향 조정된 사업 가운데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것들이 적잖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지난달 말 펴낸 보고서 ‘2024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국토교통위원회’를 토대로 눈여겨볼 만한 내년 국토부 사업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또 앞으로 진행될 국회 심의 및 의결 과정도 예상해보겠습니다. ● 전세사기 구제-대구경북신공항-호남선 고속화 등 본격화 국토부가 내년에 새로 추진할 사업은 모두 35개이고, 여기에 투입될 예산은 1409억 원입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사업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따라 편성된 ‘전세사기 피해방지 및 지원’(편성액·41억6700만 원)입니다. 다세대나 연립주택 등을 중심으로 전세금이 급락하면서 사회문제가 됐던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업무를 전담할 ‘전세사기 피해 지원 위원회 및 지원단’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비용입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건설(100억 원)도 주목할 만한 사업입니다.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기존 대구시 동구에 있는 대구 공군기지와 대구국제공항을 폐쇄하는 대신 지어지는 공항입니다. 위치는 대구시 군위군 소보면과 경북 의성군 비안면에 건설될 예정인 공항으로. 대구시청에서 직선으로 약 47km 떨어진 곳입니다. 호남선 고속화 사업(100억 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대전시 가수원에서 충남 계룡을 거쳐 논산역까지 총 29.2km 구간의 철로 선형을 개량하는 사업입니다. 이 구간은 일제 강점기인 1914년에 건설된 이후 선형 개량이 되지 않아 곡선 구간의 기울기가 심하고, 철도건널목이 많아 철도 운행 안전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왔습니다. 민관협력지역상생협약 사업(135억 원)도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편성됐습니다. 인구감소 지역 내 빈집이나 폐시설, 지역자원 등을 활용하여 주기적인 방문을 유도하고 생활인구 유입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들이 추진됩니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 등록 인구나 상주인구, 체류인구, 유동인구 등과 같은 기존의 인구수 통계 기준으로 책정되는 것이 아니라 올해 5월부터 적용하는 새로운 인구개념입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생활인구는 ‘주민등록 등록인구’에다 ‘체류인구’와 ‘외국인등록인구’를 더한 값입니다. 결국 그만큼 인구수가 늘어나게 됩니다. 학계에서는 생활인구를 도입하면 등록인구를 기준으로 할 때보다 인구수가 최대 1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 내년에 사업비가 크게 늘어나는 사업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이 가운데에는 일반철도 안전이나 시설개량 등도 있지만 가덕도신공항 건설이나 주택도시보증공사 출자, 분양주택 융자 등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력이 큰 사업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가덕도신공항건설 사업의 경우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보상비 및 설계비 등 소요 예산을 반영해 전년 대비 무려 4026% 늘어난 5233억 원이 증액됐습니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 출자 사업은 2023년에 기금운용계획에는 당초 편성되지 않았으나 기금운용계획 자체변경을 통해 3839억 원으로 계획액을 수정했고, 2024년 계획안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여력 확대를 위해 7000억 원으로 늘려 편성됐습니다. ● 저출산 극복 위한 신생아 특례대출도 신설 국토부는 매년 수조 원 규모로 추진하는 주택구입·전세자금 융자 사업 관련 예산을 내년에는 대폭 확대했습니다. 2022년 8조 5217억 원 수준에서 올해 11조 3164억 원으로 늘린 데 이어 내년에는 12조 3645억 원으로 추가 확대했습니다. 이 가운데에서도 주목할 사업은 ‘신생아 특례대출’입니다.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지원 방안’에 포함된 사업입니다. “출산 가구의 주거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집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에 따라 추진되는 것입니다. 당시 정부는 저출산 극복 방안으로 ⓵출산가구 주택공급 지원 ⓶출산가구 금융지원 ⓷혼인·출산에 유리하게 청약제도 개선 등 3가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신생아 특례대출 관련 내용을 별도로 책정했습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연소득 1억 3000만 원 이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며, 대상주택(주택가액·9억 원 이하, 전세보증금·5억 원 이하)과 대출한도(5억 원, 3억 원)는 기존 대출상품보다 완화됩니다. 또 대출신청일 기준 2년 이내에 아이를 낳은 가구로 2023년 출산가구부터 적용됩니다. 정부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큰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토부는 2024년 주택구입자금 대출소요 추정액 34조 9000억 원 가운데 26조 6000억 원이 신생아 특례자금으로 이용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전·월세 자금 대출소요 추정액 22조 원 가운데 7조 6000억 원이 신생아 특례대출과 전세사기 피해가구 임차보증금대출 등으로 활용될 것으로 봤습니다. 신생아 특례대출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기존대출상품과 비교해 소득요건은 높이고 출산가구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소득요건 상향을 통해 지원대상을 확대하되 실제로 아이를 출산한 가구로 지원대상을 제한하려는 취지로 분석됩니다. 국토부는 또 혼인 여부가 아닌 출산 여부를 기준으로 신생아 특례대출의 지원대상을 선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즉 혼인 신고한 법률혼 부부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출산한 부부가 소득이나 자산요건을 충족할 경우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경우 부작용도 우려됩니다. 부부 중 한 명이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무주택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신생아 특례대출 대상에서 제외되는데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한 경우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이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산정책처는 따라서 국토부가 신생아 특례대출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지원과 이를 통한 출산율 제고라는 사업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사전에 검토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8개 신공항, 국회세종의사당 등 건설사업 가속화 국토부 내년 예산안에는 논란이 적잖은 신공항 건설 사업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서산공항, 백령도소형공항, 새만금신공항, 울릉도 소형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도 소형공항 등 8개나 됩니다. 이를 위해 올해 대비 4배 가까운 5351억 9400만 원이 늘어난 6718억 800만 원이 편성됐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신공항 건설비용이 지속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등에 따르면 신공항 사업의 본격 추진에 따라 2023년에 3435억 원 수준인 항공·공항 부문 지출이 2027년 2조 7809억 원으로 연평균 68.7% 급증합니다. 또 신공항 건설사업이 포함된 일반공항 건설 및 관리 프로그램 지출은 연평균 86.2% 증가합니다. 예산정책처는 이런 적극적인 재정투자가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원활한 사업 추진 및 예산 집행을 통해 공항을 적기에 준공하여 사업 목적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5년간(2018~2022년) 신공항 사업의 집행실적은 계획을 크게 밑돌아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매년 예산액 대비 집행률이 50% 미만이었고, 5년간 평균 집행률은 39.9%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국토부 유관 부처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내년에 1420억 원을 책정했습니다. 올해(2235억 원)보다 무려 36.5%(815억 원) 줄었습니다. 이 가운데 눈여겨볼 사업은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사업입니다. 건설용지 확보를 위한 보상비 350억 원이 반영됐습니다. 국회세종의사당은 세종동 일대 63만1000㎡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며, 12개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머물 수 있는 의원 사무실과 회의실 등이 마련됩니다. 또 국회 사무처 소속 부서 일부와 국회도서관 분관, 국회예산정책처와 국회입법조사처 등이 이전하게 됩니다. 이러한 정부 예산안은 국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됩니다. 국회는 이를 위해 1일 심의에 착수했습니다. 헌법에는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규정이 지켜진 경우는 손에 꼽습니다. 지각 처리가 다반사였고, 지난해의 경우 시한을 무려 22일 넘긴 12월 24일 새벽에 가까스로 의결 처리했습니다. 이는 국회 선진화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가장 늦은 기록이었습니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1일 열린 예산안 심의의 첫 단추에 해당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여야가 팽팽히 맞서며 순탄치 않은 미래를 예고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긴축 기조를 엄호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을 비판하며 보다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주문했습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붕어빵틀에서 인공위성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1년 12월 10일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 성동구 청계천로 530에 위치한 청계천박물관에서 기획전시를 개최했습니다. 이듬해 4월까지 진행된 이 전시회는 ‘청계천 기계공구상가’의 역사를 소개하는 내용들로 채워졌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이를 소개하는 보도자료의 제목으로 붕어빵틀과 인공위성을 거론한 데 대해 “일상적인 것에서 최첨단의 물건까지 가능한 곳, 청계천의 넓은 제작 스펙트럼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여겨졌던 ‘세운상가 일대 청계천을 한 바퀴 돌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실제로 가능한 일임을 보여주겠다는 뜻입니다. 당시 전시에선 청계천에 붕어빵틀을 제작 의뢰한 뒤 일주일 만에 만들어지는 제작과정을 영상에 담아 소개했습니다. 또 미디어아트 작가 송호준이 청계천에 의뢰해 만든 인공위성(‘OSSI-1’)을 2013년 4월 카자흐스탄에서 우주로 쏘아 올리는 과정을 담은 영화 ‘망원동 인공위성은’을 무료로 상영했습니다. 제작 당시 공정에 참여했던 청계천 기술장인의 작업 일부를 재현하는 이벤트도 진행됐습니다. 최근 청계천 기계공구상가 일대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이곳을 포함한 주변 일대를 재정비하기 위한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이하 ‘변경안’)을 확정하고 지난 25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주민공람을 진행 중입니다. 변경안은 종로구 종묘에서 중구 퇴계로 일대 약 43만㎡ 부지를 대규모 녹지공간과 업무 및 주거용 건물, 다양한 문화·상업시설이 어우러진 ‘녹지생태도심’으로 바꾸기 위한 재개발 사업 시 반영해야 할 지침입니다. 핵심은 종묘에서 퇴계로까지 1km 정도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세워진 세운상가 전체를 공원(존치정비구역)으로 만들고, 세운상가 좌우에 위치한 기계공구상가나 인쇄소 밀집지역 등은 고밀 개발을 통해 직주 근접이 가능한 복합업무단지로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오세운 서울시장이 33대 시장(2006년 7월 1일~2010년 6월 30일)으로 재직하던 2006년에 추진했던 재정비계획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됐던 국내 부동산 경기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여기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2011년 10월 27일~2020년 7월 9일) 세운상가와 주변 일대 관리 방향을 개발 대신 보전과 재생으로 바꾸면서 동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서울시의 이번 변경안에 대해 여전히 반대와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세운상가가 지닌 근대 서울의 역사적 가치를 송두리째 뽑아 버리는 일이 마냥 옳으냐는 지적이 적잖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가군을 없애고 조성한 녹지축 주변으로 남산의 경관을 가리게 될 초고층 건물군을 조성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합니다. 서울의 한복판에 자리한 세운상가와 주변 일대가 지닌 역사적 가치가 무엇인지, 현재 상황은 어떠한지, 서울시가 그리는 미래는 어떻게 될지를 짚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운상가, 신문화의 전진기지 세운상가는 서울 종로구 종로3가와 중구 퇴계로 3가까지 남북으로 연결된 주상복합상가 건물 7곳을 통칭하는 이름입니다. 일반적으로 ‘세운상가’로 불립니다. 세운은 1966년 4월 서울시장으로 부임한 김현옥 시장이 ‘세계(世界)의 기운(氣運)이 이곳에 모이라’는 뜻에서 붙인 것이었습니다. 건물은 모두 8개였는데, 현재는 7개만 남아 있습니다. 북쪽(종로3가)에서 남쪽(퇴계로3가)으로 세운상가(현대상가)-세운상가 가동-청계상가-대림상가-삼풍상가-풍전호텔(현 호텔PJ)-신성상가(인현)-진양프라자의 순으로 배치돼 있습니다. 종묘 바로 앞에 위치했던 세운상가(현대상가)는 2008년 철거되고, 현재는 공원(세운초록띠공원→다시세운광장)이 조성돼 있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2010년 발행한 책(‘세운상가와 그 이웃들’)에 따르면 세운상가의 뼈대는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소개공지대(疏開空地帶)’입니다. 이는 시가지에 화재가 났을 때 주변으로 번지는 일을 막기 위해 대규모 직선형으로 조성하는 빈터입니다. 미국과 전쟁을 치르던 일제는 일본의 주요 도시가 폭격받고, 제주와 부산 근처에 미군기가 출현하자 1945년 3월 ‘한반도 내의 도시소개대망’을 세운 뒤 서울에 5곳의 소개공지대를 결정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세운상가 자리로, 규모가 폭 50m, 길이 1km에 달했습니다. 일제가 미국에 항복하고 해방이 되자 텅 빈 공터였던 이곳에 무허가 건축물이 난립합니다. 해외 교민과 북쪽에서 내려온 이주민, 서울로 일자리를 찾아 모인 농촌지역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이었습니다. 서울시는 한국전쟁 이후 복구계획을 세우고 이곳에 도시계획도로를 건설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재정 부족과 행정력 부재 등으로 계획은 실현되지 못합니다. 그 결과 무허가 건축물은 더욱 늘어났고, 지역 환경은 갈수록 나빠졌습니다. 게다가 일대에 대규모 사창가도 형성되자 여론의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소개공지와 주변 지역 환경정비를 위한 도심부 불량주택지대 재개발을 주요 시정계획으로 정합니다. 그리고 도로 대신 세운상가를 건설하기로 결정합니다. 이 과정에 김현욱 시장은 재개발지구 지정-계획 수립-건축물 철거를 동시에 진행하는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보였습니다. 건설공사도 거침없이 진행됐습니다. 1966년 9월 8일 첫 기공식이 거행됐는데, 이듬해인 1967년 11월 17일 첫 상가(현대상가)의 준공식이 진행됐을 정도였습니다. 이를 통해 2000개가 넘는 점포와 호텔 객실 177실, 주거용 아파트 851채가 들어서는 초대형 주상복합 건축물이 들어섭니다. 세운상가는 당시로는 획기적인 개념들이 많이 도입됐습니다. 8~17층 높이의 건물 1~4층에는 상가를 넣고, 5층 이상에 아파트를 배치한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었습니다. 당초 계획에는 1층은 자동차 전용도로와 주차장으로 구상됐으나 최종적으로는 상가가 들어섰습니다. 또 전체 상가군을 세운상가(현대상가)+세운상가 가동, 청계+대림상가, 삼풍상가+풍전호텔(현 호텔PJ), 신성(인현)상가+진양프라자 등 4개 지구로 나눈 뒤 일상 도시 생활에 필요한 동사무소, 파출소, 은행, 극장, 초등학교 등을 배치했습니다. 주변 지역의 개발을 고려해 생활거점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였습니다. 특히 4개 상가군은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종로와 을지로, 퇴계로 일대에 이미 활성화돼 있던 산업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배치했습니다. 예컨대 세운상가(현대상가)와 세운상가 가동은 전자제품, 청계+대림상가에는 기계·조명·건축자재 관련 시설을 유치하는 식입니다. 사람이 걷는 보행로와 차들이 다니는 도로를 분리하는 ‘보차분리’도 도입됐습니다. 이를 위해 보행로는 3층에 설치한 데크를 활용하게 했습니다. 이를 통해 종묘에서 퇴계로까지 1km 거리를 걸어서 통행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었습니다. 아파트는 당시로서는 최첨단 시설을 고루 갖춘 최고급이었습니다. 1968년 10월 14일 자 동아일보에 실린 분양 광고에는 ‘실내 전체 스팀 난방, 온수, 냉수 상시 공급, 수세식 화장실과 최신욕조와 샤워 설비, 주부실(안방)은 스팀식 온돌 장치, 어린이 놀이터 설치’와 같은 홍보문구가 보입니다. 상가 시설에는 TV, 냉장고, 오디오 등 각종 전자기기는 물론 국내 최초 대형 슈퍼마켓, 미용체조실(헬스장), 실내골프장, 사우나 등 당시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기능들이 최초로 입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세운상가는 신문화의 전진기지였습니다. ● 세운상가, 도심 팽창에 외면받다 1967년 처음으로 모습이 공개됐을 때 세운상가에 대한 기대는 컸습니다. 세운상가로 인해 서울의 상업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기존 백화점은 건물이 낡고, 거의 임대방식의 소매인이 운영하는 잡화점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는 지하철이 다니지 않던 시기였으므로, 종로 중구 등 도심으로 걸어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습니다. 그 결과 세운상가에는 당대 최고 유명인사와 고위 관료 등이 입주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세운상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비판의 이유는 크게 3가지였습니다. 첫째는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입니다. 인접 지역의 건축물과 비교할 때 너무나 크고, 동서 방향으로 발달한 서울시의 도로 축을 단절시킨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녹지축 단절을 유발했다는 문제입니다. 북악산-창덕궁-종묘로 이어지던 녹지가 남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3층에 보도를 둔 보차도 분리 시도에 대한 비난입니다. 동서 방향 중심인 서울시 교통흐름에 남북 방향의 도로를 설치해 방해했다는 것입니다. 또 보행로를 3층에 둠으로써 1층 공간이 주차차량, 통과차량, 보행자가 엉키는 혼잡만 유발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처럼 서울시의 도시형성 질서를 거스르는 건물군의 배치는 결과적으로 동서로 이어지는 도시축의 흐름을 단절하고, 주변 지역의 개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도 주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또 계획의 도와 달리 세운상가 좌우측에 위치한 주변 상권의 기능 연계마저 막고,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당시 설계를 주도했던 윤승중 원도시건축 명예회장은 책(‘세운상가와 그 이웃들’)에서 이에 대해 “(세운상가를) 계기로 주변에 영향을 줘서 같이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것을 기대했지만 70년대까지는 경제적인 능력이 따라오질 못하면서 주변 지역 개발이 안 됐고, 80년대 이후에는 서울시가 재개발지구로 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는 1970~1990년대까지 가파른 경제성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구와 자동차 등으로 도심 교통난이 심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울역사편찬원에 따르면 1960년까지 244만 명에 불과했던 서울 인구는 1970년 543만 명, 1980년 836만 명으로 폭증합니다. 자동차는 1961년 4506대에서 1970년 3만 4870대, 1980년 13만 505대로 수직상승합니다. 세운상가의 쇠퇴는 주거시설부터 나타나기 시작됐습니다. 1970년대 강남개발이 본격화되고, 한강변에 대형 공급 아파트가 건립되면서 거주민들의 이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상권도 1970년대 명동 인근에 위치한 신세계 미도파 롯데백화점 등이 잇따라 개관하면서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잃게 됩니다. 직격탄은 세운상가의 주력이던 전기·전자업종이 1977년 도심부적격 업종으로 지정되고 도심 외곽으로 이전하는 정책이 결정된 일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1983년 서울 용산구 일대에 위치한 청과물시장을 송파구 가락동으로 이전시키고, 그 자리에 대규모 가전제품 판매단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합니다. 이어 1987년 용산 전자상가가 가동되고, 1998년 서울 광진구에 테크노마트가 들어서면서 상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이후 역대 서울시장들은 세운상가와 주변 일대 재정비계획을 세우고, 세운상가 전면 철거 등을 추진했지만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의해 급제동이 걸립니다. 2014년 세운상가 철거와 주변 8개 구역을 통합개발하는 계획을 전면 취소하는 대신 전체를 171개로 쪼개 분할 개발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뚜렷한 성과가 나지 않자 박 전 시장은 2020년 3월 발표한 ‘세운상가 일대 도심산업 보전 및 활성화 대책’을 통해 “‘개발·정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세운상가 일대의 미래 관리 방향을 ‘보전·재생’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아예 재개발이나 철거 대신 기존 시설의 유지 관리에 초점을 맞춰 관리해나가겠다는 의미였습니다. ● 세운상가 자리에 연트럴파크 4배 녹지축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 24일 발표한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이하 ‘변경안’)은 다시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세운상가와 주변 일대의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그 필요성에 대해 변경안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재개발이 좌초된 세운지구에는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 97%에 달하며, 붕괴 화재 등에 취약한 목조 건축물도 57%에 이른다”며 안전에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세운상가와 주변 일대의 경쟁력 약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최근 작성한 ‘서울도심 기본계획-2023년’에 따르면 세운상가 주변 지역 사업체 대표자의 70% 이상이 50대 이상이며, 2017년 사업체 1곳당 매출액은 2010년 대비 15% 감소했습니다. 여기에 도심 공동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재정비촉진지구 내 정비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실이 늘어났고, 2020년 1월 유동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3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게다가 난개발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변경안의 핵심은 미국 뉴욕 맨해튼이나 일본 도쿄처럼 도심에서 일하면서 근처 녹지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여가 활동까지 누리게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세운상가를 이루는 7개 노후 상가를 공원으로 바꾸기로 하고, 삼풍상가와 풍전호텔(호텔 PJ)을 도시계획시설 상 공원으로 결정했습니다. 7개 상가 중앙 지점부터 공원화해 위아래로 확산시켜 나간다는 구상입니다. 공원으로 지정된 토지는 협의 매수 대상이 돼 서울시가 토지 소유주와 가격을 놓고 협상에 들어가게 됩니다. 서울시는 소유주와 협상을 시도하되 결렬되면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북악산-창덕궁-종묘-남산을 거쳐 한강으로 이어지는 약 14만㎡ 녹지 축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트럴파크(경의선숲길공원·3만4200㎡)의 무려 4배 크기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 과정에서 박원순 전 시장이 1100여억 원을 투입해 만든 공중보행로는 철거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서울시는 공중보행로 사업과 세운지구 개발 사업 간 연결성이 없어 별도로 추진계획을 세워 처리 방안을 고민하겠다며 직답을 피하고 있습니다. 주변 지역은 세운상가 개발과 묶어 통합 재개발을 유도해나갈 방침입니다. 우선 블록별로 공원을 조성하고 주변 건물들 전면부는 공원과 연결할 계획입니다. 지하공간을 통합 개발해 자동차가 지상으로 다니는 것을 최소화하고, 남은 공간은 직선 형태의 공원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또 청계천과 도심공원 일대에는 도심 공동화를 막고, 직주(직장·주거) 혼합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1만 채 규모의 도심 주거단지도 조성합니다. 개발되는 주택의 10%는 도심형 임대주택으로 만들어 직장인, 청년, 신혼부부 등에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종묘~퇴계원 일대에 위치한 각종 영화관이나 공연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국내 영화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충무로를 도심 문화거점으로 활용하고, 을지로 일대 도심공원 지하에 1200석 규모의 대규모 뮤지컬 전용 극장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런 서울시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되기에는 적잖은 걸림돌이 있습니다. 우선 기존 소유주나 상가 영세 임차인들 반발입니다. 실제 세운지구 일대 상가주 등 일부 주민은 서울시 수용계획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세운상가에서 활동하는 영세 임차인들의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우려도 해결과제입니다. 세운지구의 대표적인 업종이자 가장 비중이 큰 인쇄업종의 경우 종사자 수만 1만 4000명으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이들의 90%가량이 5인 이하 사업장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공시가격의 신뢰성·투명성·정확성 높인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보도자료, ‘부동산 공시제도 개선방안’(이하 ‘개선방안’)의 제목입니다. 공시가격은 현재 67개 행정제도의 기초자료로 활용됩니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 등 조세 ▲건강보험료 ▲각종 부담금 ▲기초연금, 국가장학금, 근로장려금 등 각종 복지제도 ▲보상 소송 경매 등 각종 토지보상 ▲국·공유재산의 담보 제공이나 사용료 산정 등에 사용됩니다. 그만큼 국민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셈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산정근거 미공개, 외부검증 미흡 등과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게다가 지난 문재인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직접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인 부동산 정책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무리한 공시가격 현실화가 꼽힙니다. 집값이 급등한 가운데 공시가격을 시세에 빠른 속도로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재산세가 폭등하는 등 적잖은 부작용이 뒤따랐기 때문입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과 정부 출범 초기 국정과제에 ‘공시가격의 투명성과 정확성 제고’를 약속했고, 이번 발표는 그 결과물입니다. 부동산 공시제도의 토대가 되는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약칭 ‘부동산공시법’)은 1989년 지가산정의 기준을 정하고, 토지·건물·동산 등의 적정한 가격 형성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23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수정작업이 이뤄졌습니다. 특히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방식의 방향을 정하는 수술은 3차례나 진행됐습니다. 공교롭게도 모두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 좌파 정부에서 추진됐습니다. 대부분 공시가격의 균형성과 형평성 제고 등을 명목으로 공시가격 올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즉 공시가격과 시세의 격차를 줄이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가 핵심이었습니다. 반면 4번째가 될 이번 작업은 공시가격에 대한 신뢰도 제고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공시가격이 폭등하면서 이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아진 탓입니다. 다만 이번 개선방안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빠져 있습니다. 국토부는 별도로 로드맵을 만들어 다음 달 발표 예정인데, 목표치(현실화율 90%)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민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번 4차 부동산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톺아보겠습니다. ●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3차례 수술 부동산공시법은 1980년대 말 전국을 휩쓸었던 부동산 투기 열풍이 사회적인 쟁점으로 떠올랐던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4월 ‘지가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됐고, 같은 해 7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이전까지 공시가격은 기준지가(활용·공공보상, 주무부처·건설부(현 국토교통부)) 시가표준액(지방세,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기준시가(국세, 국세청) 등으로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져 사용됐습니다. 이를 통합해 공신력을 높이고, 공적 지가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데 법 도입 목적이었습니다. 부동산 공시제도 개발작업에 직접 참여했던 채미옥 (사)연구그룹 미래세상 이사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국토연구원이 발행하는 ‘월간국토’에 게재한 에세이(‘부동산 공시가격제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통해 “전국적인 부동산 투기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의 과세대상 필지에 대해 동일한 시점과 기준으로 시장 상황을 반영한 지가정보가 필수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국내 부동산 공시제도가 독자적인 노력을 통해 개발됐는데도 일본의 공시지가제도를 베낀 것으로 오해받고 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는 정부와 업계, 연구기관의 긴밀한 업무협의와 협조체제를 통해 지가체계를 일원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일본의 공시지가제도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자초한 결과였습니다. 채 이사는 이에 대해 “▲기존 기준지가정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외국제도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부처 간 경쟁의식을 잠재울 수 있다는 장점 ▲국내 연구진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제도보다는 외국에서 사용하는 제도라야 안도하던 사회 분위기 등이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에도 1993년까지 토지 과세기준의 현실화가 목표였지만 지가가 급등하면서 목표 달성에는 실패합니다. 이후 지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공시가격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거친 뒤 1999년 하반기 이후부터 부동산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에 김대중 정부는 집권 3년 차인 2000년에 공시지가 현실화 계획을 발표합니다. 지가변동률을 웃도는 적극적인 공시지가 조정을 통해 시세반영률을 2005년까지 9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하지만 이때에도 현실화율의 기준이 되는 시세 산정에 개발이익 등을 배제함으로써 목표를 이루지 못합니다. 두 번째 수술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에 진행됩니다. 집권 내내 규제 정책을 쏟아내며 부동산과의 전쟁을 치렀던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등의 보유세 과세표준을 산정하기 위해 정부가 모든 건물과 부속 토지를 일체로 평가해 가격을 공시하는 ‘주택가격공시제도’를 도입합니다. 이로 인해 공시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쏟아졌고, 우려는 현실화됐습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경우 처음으로 산정된 2006년 16.20%를 보인 데 이어 2007년에는 22.73%로 치솟은 것입니다. 표준지도 2005년 26.25%, 2006년 17.81%, 2007년 12.40%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11월에 내놓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 역시 공시가 현실화율 제고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공시가격의 균형성을 높이고, 형평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에서 공동주택은 2025~2030년까지, 단독주택은 2027~2035년까지, 토지는 2038년까지 모두 현실화율을 90%로 끌어올리기로 했습니다. 적정가격보다 낮게 공시하는 관행이 지속되면서 평균 현실화율이 50~70% 수준에 불과한 데다, 주택 유형이나 주택 금액별 현실화율이 제각각이어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현실화 제고, 세율 인상 등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면서 보유세 등 국민 부담 확대를 초래했고, 부동산 유형별 차이를 반영한 현실화율 제고 속도 차등 적용은 불균형만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발생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는 민심 이반을 불러왔고,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패배와 이듬해 5월 대선 패배로 이어졌습니다.● 정확한 산정-검증 강화-투명한 결과 공개 국토부가 이번에 내놓은 개선방안은 크게 ⓵정확한 공시가격 산정 ⓶철저한 검증 ⓷투명한 정보공개 등 세 갈래로 나뉩니다. 정확성 제고를 위한 정책과제는 모두 6가지입니다. 우선 첫 번째는 조사에 필요한 인원 투입 확대(현재 520명→650명+α)와 업무 조정 통한 업무 부담 최소화입니다. 두 번째는 가격 산정에 필요한 기초자료 보강입니다. 특히 지자체가 층, 면적, 구조 등과 관련한 주택의 물리적 특성 변화를 수시로 갱신하는 과세대장을 공시가격에 산정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을 내년 상반기 중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세 번째는 조사자의 현장 조사 강화입니다. 현장 조사 결과와 건축물대장 등과 같은 공부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점검하겠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가격 산정 역량 강화를 위한 담당자 교육 강화와 산정시스템 고도화, 지자체의 평가지표 개선 등입니다. 특히 지자체 업무평가 시 자체적인 공시가격 산정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다섯 번째는 지자체가 개별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사용하는 비준표의 신뢰도 높이기입니다. 이를 위해 비준표 배율을 정비하고, 통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가칭)비준표 검증위원회’가 구성됩니다. 마지막으로 조사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면서 객관적인 공동주택가격 산정이 가능한 ‘자동산정모형(AVM)’의 적용입니다. AVM은 부동산원이 2021년 자체 개발한 것으로, 실거래가격 등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해당 부동산가격을 자동으로 산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철저한 검증은 ⓵공시가격 검증센터를 통한 상시검증제도 도입과 ⓶지자체의 공시가격 검토기능 확대 ⓷이의신청 검토기관 독립 등 3가지로 추진됩니다. 공시가격검증센터는 올해 서울시를 대상으로 세부 절차나 운영방식 설계를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한 뒤 내년 중 2~3개 시도에 시범 적용할 예정입니다. 검증센터는 이의신청에 대한 1차적 검토 권한도 갖습니다. 투명한 정보공개는 ⓵특성조사 객관화와 등급 공개 ⓶소유자 대상 정보공개 확대 ⓷공시가격 조사·산정 담당자 실명제 확대 등 3가지입니다. 특히 내년부터 아파트의 층, 향, 조망 등 가격 결정 요인에 등급을 매겨 단계적으로 공개할 방침입니다. 그동안 로열층(통상 중간층)을 기준으로 층별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비율인 ‘층별효용비’가 세대 별로 공개되지 않아 공시가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의 경우 조사자가 세대별 층별효용비를 모두 동일하게 적용했고, 이후 검증 과정에서도 걸러지지 않아 2019년, 2개 동 아파트 230채의 공시가격이 모두 정정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에 국민 관심사가 높고 등급화가 상대적으로 쉬운 층(최대 7등급)·향별(8방향) 등급부터 먼저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어 조망(도시·숲·강·기타 등)과 소음(강·중·약) 등 조사자 주관이 적용되는 항목에 대해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2026년까지 등급 공개를 추진합니다. ● 공시가 현실화율 목표 90%에서 80%로 낮아질 듯 한편 이번 개선방안에는 빠져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내달 중 발표될 예정인데, 시세의 90% 수준 달성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는 폐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토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보도자료(‘공시가격 현실화 재검토 연구용역 추진’)를 통해 “현행 현실화 계획은 목표 현실화율(90%) 수준이 높다”며 “적정가격의 개념과 해외사례 등을 고려하여 현행 목표 현실화율의 적절성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11월 국토부 의뢰로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90%인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90%를 유지할 경우 집값 급락 시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를 초과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판단 근거입니다. 다만 연구 과정에서 현실화율을 80%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당시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불안한 시장 상황으로 인해 결론은 내리지 않았습니다. 국토부는 이를 토대로 올해 8월 다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 연구용역’을 발주했습니다. ‘부동산공시법’ 취지와 국민의 보유세 부담 적정 수준, 부동산 시장 상황,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해 현실화율 목표치를 새로 제시하는 게 핵심과제입니다. 또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 간 역전현상 최소화 등 공시가격에 대한 국민 수용성 제고도 고려”라고 덧붙엿습니다. 지난해 11월 조세재정연구원이 내놓은 용역결과를 반영하라는 의미입니다. 이와 함께 현실화율 목표 달성 기간 및 달성계획 재검토와 예측하지 못한 경기 변동, 대내외 여건변화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비상대응방안’ 을 제시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현실화 계획의 기계적 적용에 따른 보유세 부담 급등 증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탄력적인 조정장치’도 요구했습니다. 여기에서 탄력적 조정장치는 현실화 계획 일시 중단을 뜻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현실화율 제고를 위한 공시가 인상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공시가격 상승률을 떨어뜨리는 장치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시세와는 별개로 매년 오르도록 한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당초 계획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24년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5.6%가 적용돼야 합니다. 이에 앞서 국토부는 국민 세 부담 완화 차원에서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렸습니다. 그 결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2.7%에서 69%로 낮아진 상태입니다. 일각에서는 현실화율 목표가 90%에서 80%로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금액을 시세의 80~90% 수준에서 책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7일(이하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무력 충돌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예고한 가운데 12일엔 대규모 병력과 탱크, 장갑차 등을 집결시켰습니다. 13일에는 가자지구 북부 팔레스타인 거주민들에게 24시간 내에 가자지구 남부로 대피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군사력은 이스라엘이 월등히 앞서지만 지난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처럼 이번 무력충돌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하마스보다 전력이 강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어 전면전 가능성마저 예상됩니다.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한 미국과 하마스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받는 이란의 대리전 혹은 ‘신(新)중동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한 미국이 하마스의 배후 지원 의혹을 이유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60억 달러(12일 환율 1338원 기준·약 8조 원)를 다시 동결한 것은 이런 우려를 키웁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세계 경제에 또 하나의 전쟁 리스크가 덮친 셈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이번 전쟁이 유가 급등을 초래하는 수준으로 확대된다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해 세계 경제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부총재는 11일 진행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확대돼 유가가 10% 상승하면 1년 후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p) 증가하고, 글로벌 생산은 0.15%p 감소하면서 이미 어려운 환경에 있는 각국 중앙은행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경제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국제 경제 위축은 수출 반등을 기반으로 한 경제 회복 전략을 물거품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수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시장 부진으로 고통 받으면서 해외건설 시장에서 탈출구를 모색해왔던 건설업계에는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현 정부가 출범 이후 공을 들여왔던 ‘제2 중동 건설 붐’ 조성 작업에도 차질이 우려됩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건설프로젝트 ‘네옴시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가운데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팔레스타인 지지’ 발언이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자칫 전체 프로젝트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았던 자잿값이 또다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는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부동산시장 회복에 또다른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무력충돌이 국내 건설업계에 미칠 파장을 짚어보겠습니다.● 9월까지 수주실적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 현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경기 침체의 돌파구로 해외건설 수주 활성화를 삼았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을 단장으로 ‘제2의 중동 붐을 견인할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을 출범시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UAE를 방문해 ‘제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수주 활동 지원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 ()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23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24억 달러)보다 5%가량 늘어났습니다. 이는 2015년(9월 누적수주액·345억 달러) 이후 가장 많은 수주액입니다. 올해 수주 상황을 보면 5월까지는 지난해 수준에 못 미쳤지만, 6월 173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실적을 뛰어넘었습니다. 이어 8월에 200억 달러를 돌파했고, 9월까지 기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해외건설협회는 이에 대해 “수주 유력 공사의 입찰 결과 발표 및 계약이 지연되면서 6월 중순까지는 실적이 저조했지만, 이후 예고됐던 대형 공사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해외건설 수주목표 ‘350억 달러+α’ 달성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2007년 이후 2015년까지 398억~716억 달러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2016년 이후에는 223억~351억 달러대의 박스권에 갇혀 있습니다. 올해 수주액을 지역별로 보면 국내업체의 텃밭인 중동지역에서 9월 말까지 80억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66억 달러)을 20% 넘게 웃돌았습니다. 태평양·북미, 중남미 지역의 성장세도 눈에 띕니다. 올 9월까지 수주액은 각각 74억 달러, 13억 달러로 이미 지난 한 해 실적을 넘어섰습니다. 공종별로는 산업설비가 110억 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절반 수준인 46.8%를 차지합니다. 이어 건축(90억 달러) 전기(15억 달러) 토목(13억 달러)의 순으로 뒤를 잇습니다. 업체별로는 삼성물산(58억 달러)과 현대건설(56억 달러)이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달리는 가운데 현대ENG(29억 달러) SK에코ENG(18억 달러) 대우건설(17억 달러)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당초 올 4분기(10~12월)에도 활발한 해외공사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현대건설의 경우 사우디에서 네옴시티 터널 프로젝트와 자푸라 가스전 2단계, 사파니아 가스전 프로젝트 등에 대한 수주를 기대했습니다. 이밖에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삼성ENG, ㈜한화 건설부문 등도 중동지역에서 공사 수주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거나 신 중동전쟁으로 비화하면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공사 발주나 계약이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전체 사업비가 5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는 무력 충돌이 신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신 중동전쟁으로 비화 시 자잿값-분양가 자극 우려 건설업계는 무력 충돌이 해외공사 수주보다는 국내 건설공사비에 미칠 영향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원재자값이 크게 오르면서 공사비 부담이 껑충 늘어나고 아파트 분양가가 크게 오르는 등 이미 적잖은 부작용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공사비 부담 증가를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건설공사비지수입니다. 원자재와 인건비, 장비 등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를 지수로 나타낸 것인데, 공사비 수준을 보여줍니다. 한국건설기술원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51.26으로 전월 대비 0.01%, 작년 동월 대비로는 2.99%가 올랐습니다. 이처럼 지수가 오른 데에는 경유(17.39%), 휘발유(9.91%), 전지(6.52%), 플라스틱 1차 제품(0.57%), 강화 및 재생목재(0.32%) 등의 가격 상승이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건설자재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유가 불안 소식에 시멘트업계는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 국제유가 상승은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유연탄 가격의 상승 요인이 되고, 이는 시멘트 가격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대표적인 유연탄 수출국인 러시아로부터 수입물량이 줄면서 국내 공사비가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치솟고 있는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또다시 자극할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R114’가 올해 들어 7월 초까지 공급된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3.3㎡(공급면적 기준) 기준 평균 분양가가 1908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년 전인 2021년 민간 아파트 평균분양가(1467만 원)보다 약 30% 이상 높아진 가격입니다. 중저가로 분류되는 분양가 6억 원 이하 아파트 비중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2021년까지만 해도 분양가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전체 민간분양 아파트의 90.5%를 차지했습니다. 9억 원 이하로 범위를 넓히면 97.6%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6억 원 이하 비중이 72% 수준으로 크게 내려앉았습니다. 9억 원 이하도 91.3%로 떨어졌습니다. 이처럼 분양가가 급등한 데에는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의 사실상 폐지와 함께 철근, 시멘트 등 아파트 필수자재 가격 상승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철근은 2021년 초 t당 70만 원대였지만, 지난해 100만 원을 돌파했고, 최근까지도 90만 원 후반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멘트 가격도 2021년 초 t당 7만 5000원에서 올해 7월 기준 12만 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주택업계는 이에 대해 “고분양가는 결국 내 집 마련 실수요자의 부담이 되고,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스라엘-하마드의 무력충돌이 신중동전쟁으로 비화한다면 업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정부와 건설업계 무력 충돌이 이스라엘에 국한된 상황에서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중동 지역에 파견된 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게 건설업계의 일반적인 반응입니다. 중동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건설 사업에서 전쟁 등 예상하기 어려운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며 “기존 사업과 추후 발주의 일정이 지연될지를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도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충돌이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다만 양측의 무력충돌이 주변으로 확대되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동 현장 근무자들에게 준비 상황을 점검하도록 지시해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도 상황 변화를 집중 점검하면서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나간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향후 사태의 전개를 낙관할 수 없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며 “금융·외환시장과 실물경제 상황을 24시간 점검하는 한편 상황별 대응계획을 재점검해 필요 시 즉각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에 편승한 석유류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특별 현장 점검을 시행하는 등 물가 관리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해외건설의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필요하다면 ‘민관 합동 비상 대책반’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중동시장이 국내 건설사의 핵심 주력시장인 만큼 상황이 악화할 경우를 대비한 여러 가지 준비 방안은 마련해나가겠다는 것입니다. 박선호 해외건설협회장은 “현재 상황만으로는 중동 지역에 대해 비관도 낙관도 하기엔 이르다”면서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의) 확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같은 중동지역이라도 무력충돌에 따른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맞춤형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예컨대 미국이 원유 수출 대금에 대해 다시 동결 조치를 내린 이란의 경우 국내업체들이 진출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사우디를 포함한 나머지 중동지역 국가들은 최근 유가의 흐름을 고려할 때 시간이 걸리더라도 에너지나 인프라 관련 공사 발주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대비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충고했습니다. 그는 이어 올해 수주 목표인 ‘350억 달러+α’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도 “4분기에 계약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들을 봤을 때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4도(都)3촌(村)’이 가능하게 농산어촌 주택은 1가구 1주택에서 제외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이하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원 장관은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국토 이용 방식에 근본적인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4도 3촌'은 원 장관이 만든 표현으로 "(일주일 가운데) 4일은 수도권이나 대도시 등에서, 나머지 3일은 농산어촌 지역에서 지내는 생활"을 의미합니다. 원 장관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부산에서 개최됐던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대한민국은 산업화 민주화를 이뤄냈고, 이제는 지방시대를 통해 더욱 도약해야 한다”며 내놓은 여러 대책과 궤를 같이합니다. 국토부의 싱크탱크인 국토연구원이 이달 초 다주택자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보고서(‘국토이슈리포트-다주택자 규제정책의 전환 필요성과 과제’)를 내놓은 점도 원 장관의 발언을 주목하게 만듭니다. 보고서의 핵심은 “다주택자 기준을 2주택에서 3주택으로 높이고, 특별시나 광역시, 특례시,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주택은 다주택 기준에서 제외하자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미 농·어촌 및 지방 중소도시에 위치한 공시가격 3억 원 이하 주택을 매입했거나 상속받아서 다주택자가 된 경우, 1주택자 수준의 종부세를 매기고 있습니다. 즉 공시가격만 과세표준에 합산하고 주택 수는 제외해 주는 식입니다. 국토연구원의 제안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일정 조건을 갖춘 주택에 대해선 아예 1주택 산정에서 제외하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고려할 때 비수도권 중소도시 부동산의 가치에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에 인구유출까지 겪으면서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빈집’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빈집은 대부분 현지에서 천덕꾸러기, 또는 처치 곤란한 골칫거리로 치부되기 일쑤입니다. 마을 미관을 해칠뿐더러, 안전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범죄에 악용되거나 주변 지역의 정주 환경을 악화시키고, 사회적 평판을 떨어뜨리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빈집이 한 번 생기면 주변에 빈집이 늘어나는 ‘전염 효과’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원 장관의 발언이 현실화한다면 빈집의 가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미 정부는 비수도권 지역의 빈집 활용에 적극적입니다. 2021년에 관련 법(‘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규모 주택 정비법’)을 개정해 관할지역 시장·군수에게 정기적인 관리의무를 부여했고, 빈집 활용에 대한 시민공모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에는 여러 부처마다 제각각으로 실행하던 빈집 관련 실태조사를 통합했습니다. 임시휴일과 개천절을 더한 연휴 기간이 그 어느 때보다 긴 이번 추석에 비수도권 지역 중소도시에 위치한 고향을 방문하셨다면 마을 빈집을 꼼꼼히 둘러보실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원 장관의 발언 내용과 국토연구원 보고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빈집 활용 방안 등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농산어촌 주택을 대도시권 거주자 별장으로 쓰자”원 장관은 21일 열린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제주도지사로) 지방자치 행정도 해보고 국토교통부 장관 업무도 해본 입장에서 국토 재배치 수준의 국토 이용의 대전환이 불가피한 시점이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정부가 활용하는 국토 이용의 큰 틀은 박정희 대통령 때 만들어졌고, 큰 성과를 냈지만 50년이 지나면서 과도한 수도권 집중과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이라는 문제에 부닥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 장관은 과도한 수도권 집중은 집값 급등과 같은 문제를 낳고, 이로 인해 결혼 포기, 출산 포기, 사회생활 포기 국가 성장 제한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방은 효율적인 자원 배분도 어려운 상태에서 나눠갖기식 자원 배분과 경쟁적인 서로 베끼기식 지방개발로 인해 모두가 특별해지지 못하는 상황이 몇십 년째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원 장관은 “이런 결과로 인구소멸과 인구 고령화, 초저출산이라는 한국적 현상으로 나타났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첨단화를 이뤄내기 위해선 국토의 재배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국토 재배치 방안으로 ▲국토 이용 방식의 대전환과 ▲농산어촌 주택에 대한 ‘1가구 1주택’ 해제 ▲산업단지 재배치 등을 제시했습니다. 토지 이용 방식의 대전환은 경직적이고, 부처 할거주의로 운영되고 있는 토지 이용 방식의 수정을 의미합니다. 국토부가 국토 이용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농지나 산지, 해양, 국립공원 등으로 지정된 곳은 손을 댈 수 없는 현행 방식을 바꾸자는 겁니다. 산업단지 재배치는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기업과 산업시설의 지방 분산과 함께 울산 창원 광주 등 지방지역 산업단지의 적극적인 활성화 지원 등이 핵심입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농산어촌에 대한 1가구 1주택 해제는 ‘4도 3촌의 생활이 가능한 환경 조성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수도권이나 비수도권 대도시 거주자가 농산어촌 지역의 집을 갖도록 장려해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농산어촌에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자는 게 핵심입니다. 원 장관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는 자기 연봉의 15배를 바쳐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하지만 지방에서는 절반 수준으로 내 집 마련도 가능하다”며 “이게 된다면 농산어촌으로 묶여 있는 지방 국토를 넓게 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수도권은 수도권, 농촌이면 영원히 시골이 되는 상황도 타개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원 장관은 또 토론 과정에서 나온 질문에 답변하면서 “수도권 또는 대도시 거주자들이 지방에서 주택들을 구입해 별장이 됐든, 재택근무 공간이 됐든, 회원제 주거, 관광공간이 됐던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농산어촌 주택에 대한 1가구 1주택 해제 조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다주택자 기준 2주택에서 3주택으로 완화하자”원 장관의 주장이 실현되기 위해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합니다. 국토연구원이 이달 7일 발표한 보고서(’국토이슈리포트-다주택자 규제정책의 전환 필요성과 과제’)가 주목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보고서의 핵심은 다주택자를 규정하는 기준을 완화하자는 것입니다. 2주택자부터 다주택자로 보는 현행 기준이 세제 형평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똘똘한 한 채’가 있는 인기지역에 주택 수요를 집중시켜 지역 소멸 부작용을 초래하는 만큼, 인구 및 자가점유율, 지역 쇠퇴 상황 등을 감안해 통상적 다주택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것입니다. 단계적 확대 방안은 3단계로 나뉘어 추진됩니다. 우선 1단계에서는 주택 수를 2채 이상에서 3채 이상으로 높이고, 이를 비수도권 지역 중 인구가 10만 명 미만이고 자가점유율이 상위 30%에 들어오는 지역, 1000명당 주택 수가 많은 강원·충청·전라·경상 지역부터 적용합니다. 2단계에서는 주택 수 상향 적용 지역을 비수도권 인구 20만 명 미만 중소도시(103개 시군) 가운데 자가점유율 상위 40% 이상인 지역으로 확대합니다. 이런 기준을 초과하는 대도시 지역은 가격 기준으로 다주택자를 판단합니다. 즉 대도시라면 기준가액을 초과한 경우 다주택자로, 기타 지역은 주택가액 합산 또는 소유 주택 건수 중 선택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식입니다. 대도시 고가 주택 1채를 소유한 사람과 지방에 2채를 소유한 사람이 받는 규제가 동일한 것이 오히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주택 수 기준을 특별시 광역시 특례시 인구 40만 명 이상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대합니다. 기타 지역의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 지역이라면 가격 기준을 적용합니다. 다만 이런 다주택자 기준 확대가 전·월세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2주택자의 경우 거주 주택 이외의 주택은 임대주택으로 8년 이상 활용하거나 본인이 이용한다면 연간 90일 이상은 거주해야만 하는 단서를 달도록 했습니다. 또 다주택자 기준을 바꾸기 위해 사전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절차를 거치고, 정교하게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설문조사 결과 국민 절반 가까이는 다주택자 기준의 재설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또 다주택자 기준도 현행보다 높아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다주택자 기준’에 대해 가장 많은 응답자의 48.3%가 ‘주택 3채를 보유한 가구’라고 대답했습니다. ‘2주택자’(44.2%)보다 4.1%포인트(p) 높은 수치입니다. 이는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1월 18~2월 4일까지 전국 152개 시군구에 거주하는 성인 66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조사와 지난해 3월 7~21일까지 실시한 전문가 45명을 대상으로 한 서면조사 결과입니다.● 전국 빈집 13만여 채…전남 경북 전북 순으로 많아중소도시에 위치한 빈집은 이런 일련의 조치에서 최우선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구유출 심화 등으로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면서 늘어나는 빈집 관리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빈집은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통계청과 관리 책임을 진 국토부와 농식품부, 해수부 등이 제각각으로 통계를 산정해온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 결과 빈집 수치가 기준에 따라 10만여 채에서 151만여 채로 달라지면서, 고무줄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또 기초 지자체(시군구) 228곳 가운데 24%인 54개 지역에서는 관련 조례조차 없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2021년 3월 ‘소규모 주택 정비법’을 개정해 관할지역 지자체장(시장·군수)이 5년 단위로 의무적으로 빈집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주변 환경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빈집에 대해서는 집주인에게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올해 6월에는 국토부 농식품부, 해수부 등 3개 부처가 공동으로 빈집실태조사의 세부 추진 절차와 지자체의 빈집 관리 전담부서 지정 등에 대한 지침서(‘전국 빈집실태조사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전국 지자체에 배포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그동안 도시와 농어촌에서 서로 달랐던 빈집 기준이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는 주택’으로 통일됐습니다. 또 빈집의 관리상태에 대한 구분도 1~3등급으로 일원화됐습니다. 빈집 조사와 정보 관리 업무는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부동산원으로 단일화됐습니다. 6월 이후 ‘빈집정보시스템’을 구축 중인 부동산원은 앞으로 시군별 통계 등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한편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빈집은 모두 13만2052채입니다. 도시지역이 4만2356채, 농촌지역이 6만6024채, 어촌지역이 2만3672채입니다. 다만 이는 도시지역과 농어촌지역을 별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도농복합지역이나 반농반어지역 등 일부 지역이 중복 조사돼 실제보다 수치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시도별로는 전남이 2만 8019채로 가장 많습니다. 뒤를 이어 경북(2만 1963채) 전북(1만 9104채) 경남(1만 4455채) 등도 1만 채 넘는 빈집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장 적은 곳은 세종(647채)였습니다. 서울(2859채) 부산(4897채) 인천(2985채) 등 대도시에도 빈집은 있습니다. 빈집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농어촌이나 지방 중소도시는 지역산업의 쇠퇴에 따른 일자리 감소, 주택 소유자의 고령화, 주택 상속 등이 주원인입니다. 반면 대도시지역은 주택의 물리적 상태가 양호하고, 주택에 대한 임대수요가 있지만 소유자가 재건축·재개발 등을 기대하고 빈집으로 방치하는 경우가 적잖았습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부동산 문제 해결의 기초.’ 문재인 정부가 모델로 삼았던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실책으로 집값과 땅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항변할 때마다 앞세웠던 말입니다. 언론이 비판의 근거로 삼는 통계 수치가 잘못됐고, 보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심지어 “정확한 정보는 정확한 통계에서 나오며, 이는 부동산 문제의 핵심을 들춰 주고 문제의 해법을 찾는 열쇠가 된다”며 “반면 잘못된 통계는 판단을 오도하고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주장까지 펼쳤습니다. 또 “통계 왜곡의 부작용은 심각하다”거나 “통계는 속일 수 없다”며 언론 등을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통계로 보는 부동산에 대한 오해와 진실’) 문재인 정부는 문 전 대통령이 노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에서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 비서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고, 평생의 정치적 동반자였다는 점에서 노 정부의 진화된 형태(‘업그레이드 버전’)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매우 닮았습니다. 집값 하향 안정을 목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규제 위주의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또 두 정부 모두 집권 5년 동안 20회가 훌쩍 넘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통계에 대한 태도는 달랐습니다. 통계의 ‘정확성’을 강조했던 노 정부와는 달리 문 정부는 부동산 통계 가운데에서도 핵심인 부동산 가격 통계를 입맛에 맞게 ‘마사지’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난 것입니다. 감사원은 지난 15일 보도자료(‘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를 통해 “(문 정부의) 대통령비서실(이하 ‘BH’)과 국토교통부 등은 통계청과 (부동산 가격통계 작성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통계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서술정보를 왜곡하게 하는 등의 각종 불법행위를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감사원은 또 “이에 대해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의 범죄혐의가 확인된 관련자(12명=BH 6명+국토부 3명+부동산원 3명)에 대해서는 지난 13일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검찰청은 지난 20일 사건을 국토부와 통계청 등이 세종시, 대전시에 위치한 점을 고려해 대전지방검찰청에 배당했습니다. 수사 결과 감사원 발표가 사실로 확인되면 처벌을 받습니다. 통계법 위반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됩니다. 문 정부 청와대 참모와 장관 등을 지낸 인사들 모임인 ‘사의재’는 감사원 발표에 대해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부동산 주간 동향 통계를 추가로 받아본 것, 관계기관에 급격한 통계 수치 변동의 설명을 요청한 것 등 감사원이 문제 삼은 모든 사안은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의 판단은 다릅니다. 통계법(27조의 2의 2항) 위반 혐의가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련 조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통계작성기관에서 작성 중인 통계 또는 작성된 통계를 공표 전에 제공 또는 누설하거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며 통계수치 사전 공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김현미 전 장관이 국회의원이던 2013년 7월 대표 발의한 것으로, 2014년 박근혜 정부의 통계법 개정안에 반영된 뒤 2015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됩니다. 현재까지 이 조항이 적용된 사례는 한 번도 없습니다. 따라서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혐의가 입증되면 김 전 장관은 자신이 놓은 덫에 걸리는 첫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큽니다. 흔히 통계는 국가 운영의 기본 인프라로 여겨집니다. 국가의 상태를 측정하고 수치화한 정보는 정부 운영의 기초자료이기 때문입니다. 통계를 뜻하는 영단어 ‘statistics’가 ‘국가’를 뜻하는 ‘state’로 시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례는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통계를 만들기 위해 독립성과 중립성, 정확성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반면교사로 남길 바랍니다. 감사원 발표 자료와 언론 보도 등을 밝혀진 문 정부의 부동산 통계 조작과 이를 은폐하기 위한 시도 과정을 다시 꼼꼼히 들여다보는 이유입니다.● 집권 초기는 통계 결과 수정 유도 감사원에 따르면 문 정부의 집값 통계 왜곡 시도는 집권 직후(2017년 5월 10일)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런 작업은 정권 퇴임(2022년 5월 9일)을 6개월 앞둔 2021년 11월까지 이어집니다. 그 횟수는 최소 94회에 달합니다. 사실상 집권 기간 내내 통계 왜곡 작업이 이뤄졌다는 뜻입니다. 집권 초반기인 2017년 6월부터 2018년 8월까지만 해도 압박의 수위는 높지 않았습니다. 공표 전 가격통계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그 결과가 맘에 들지 않으면 현장점검을 지시하거나 결정 근거를 해명하라는 지시를 반복적으로 내리는 식이었습니다. 즉 알아서 통계수치를 수정해 제출하라는 우회적인 압력이었습니다. 공표 전 통계 자료 공개 요구는 집권한 지 불과 한 달 정도 지난 6월 9일에 있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BH(정책실장)는 첫 부동산 대책 발표(발표시점·6월 19일)를 앞두고 주 1회 공표되는 자료로는 대책 효과를 확인하기에 부족하다며 국토부에 작성 중에 있는 ‘서울 주간 주택동향(매매)’을 추가로 조사(주중 조사)하여 보고하도록 요구합니다. 이에 부동산원이 제공 중인 정보로도 시장동향을 확인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거절했지만 이튿날인 6월 10일 다시 주중 조사를 요구합니다. 당시 BH는 부동산원에 “한시적으로 몇 주간 주택시장을 모니터링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고, 주중 조사는 2021년 11월 12일까지 계속됐습니다. 그 결과 부동산원은 주 1회 국토부에 보고하던 주간 가격 통계를 6월 12일부터 ▲주중치(보고시점·매주 금요일) ▲속보치(매주 월요일) ▲확정치(매주 화요일)로 구분해 BH와 국토부에 주 3회씩 보고합니다. 이후 통계 왜곡 시도가 본격화됩니다. 2018년 8월 말경 발표된 ‘8월 4주차 통계’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서울시장이던 고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계획’(7월 10일)의 여파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67%로 껑충 뛰었습니다. 이를 발표 전인 8월 24일에 사전 보고받은 BH는 수치를 낮추고, ‘8·27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영향이 미치고 있는 것처럼 반영할 것을 지시합니다. 8·27 대책은 수도권에 30만 채 이상의 추가 주택 공급이 가능하도록 30여 곳의 공공주택 추가 개발 진행과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을 골자로 합니다. 문 정부 최초의 공급대책이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서울시도 정부의 설득을 받아들이고 계획 발표 7주가 지난 8월 26일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합니다. 이에 따라 부동산원은 4주차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을 0.45%로 낮춰 발표합니다. 당시 부동산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개발 호재와 상승 기대감으로 매물 회수되며 상승세이나, 통합개발 보류된 영등포구(+0.47%)는 상승 폭이 소폭 축소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금주 조사는 8월 21~27일까지의 가격변동을 반영한 것으로 금주 일요일부터 순차 발표된 정부의 시장안정정책이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집권 중반기부터 통계 조작 노골화 집권 중반기(2018년 9월 이후)부터 문 정부의 통계 왜곡 요구 수준은 강도가 높아집니다. BH는 “(이전까지 가격 산정 과정에 반영하던) 임의의 가중치 적용을 중단”하게 합니다. 또 국토부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에는 호가 등을 변동률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고, 반대로 하락할 때는 호가 등을 그대로 반영하도록 지시”합니다. 정확성과 일관성이 중요한 통계 산정방식을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바꾼 셈입니다. 업무 지시도 간접적인 유도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적인 읍소나 협박 등을 동원해 노골적으로 바뀝니다. 김 전 장관의 취임 2주년을 앞둔 2019년 6월 하락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 3주차 통계(6월 20일)에서 매매가 변동률이 마이너스(-)에서 보합(0.0%)으로 바뀌자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 (중략) 전주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부탁드리면 안 되겠습니까”라며 압박을 가합니다. 이에 부동산원은 서울 매매가 변동률을 –0.1%로 소개한 뒤 “하락폭이 컸던 일부 인기 신축 및 재건축 단지는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구축 단지는 여전히 매물 누적으로 하락하는 차별화된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며 “32주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에 따르면 당초 이 보도자료에는 “서울지역이 보합세로 전환, 강남 4구의 상승세가 커지고 있다”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 담길 예정이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압박에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국토부는 2019년 7월 4일 부동산원 직원을 세종시로 불러들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의 조직과 예산은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하기에 이릅니다. 또 한 달 뒤인 8월에는 부동산원 원장에게 “국토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며 본업(주택통계 등)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실제 가격 반영이 어렵다고 판단한 부동산원 직원들은 2019년 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70주 동안 BH와 국토부에 보고하는 주중치에 대해서는 아예 표본조사도 하지 않고, 임의대로 산정한 가격을 청와대와 국토부에 제공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즉 ‘엉터리 통계’였던 것입니다. 문제는 BH와 국토부가 주중치보다 속보치나 공식 발표 통계인 확정치를 더 낮게 산정하도록 요구했다는 점입니다. 이후에도 통계 왜곡은 계속됐고, 대상도 총선을 2개월 앞둔 2020년 2월 서울지역 매매가에서 수도권 매매가로 확대됩니다. 2019년 서울 강남지역을 타깃으로 투기적 대출 수요 규제 강화와 종합부동산세율 상향 조정 등을 골자로 하는 ‘12·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뒤 서울 강북과 수도권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2020년 8월부터는 서울 전세가격도 대상에 포함됩니다. 직전인 그해 7월 말부터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예상됐던 전세금 상승을 우려한 조치였습니다. 실제로 3개월 뒤인 11월 1주차부터 전세금 상승폭이 커지자 BH는 국토부를 질책했고, 국토부는 다시 부동산원에 ‘통계 마사지’ 압박을 가합니다. 이에 11월 2주차(11월 12일) 보도자료에는 0.16%로 집계됐던 서울 전세금 변동률이 0.14%로 0.02%포인트(p) 낮춰져 소개됩니다.● 통계 왜곡 사실 은폐 시도도 그 결과 문 정부 5년간 부동산원 통계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25.79%였지만, KB국민은행 시세로는 62.19%로 껑충 뛰었습니다. 무려 36.40%포인트(p)에 달하는 차이가 발생한 것인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통계 조사를 책임졌던 부동산원 직원들의 저항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문 정부의 통계 조작이 시도됐던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 사이에 모두 12차례에 걸쳐 정부 보고용 가격 조사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거절됐습니다. 부동산원 관계자들은 심지어 2019년 11월 경찰 정보관에게 “BH(국토교통비서관실)와 국토부가 아파트 가격 통계에 외압을 가하고 있다”고 제보했고, 이런 사실은 당시 BH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보고됐습니다. 하지만 추가적인 조사 등 별도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통계 왜곡을 은폐하거나 여론을 호도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났습니다. 2020년 7월 김 전 국토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집값 상승률은 11.5%”라고 말한 게 언론과 경실련 등으로부터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당시 BH(정책실장)는 8월 19일 열린 대책회의(‘부동산 통계현안과 개선방안’)에 참석한 국토부 관계자에게 “적극적으로 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의 우수한 통계를 홍보하세요. 경실련 본부장이 날뛸 때 강하게 반박하라는 말입니다”라며 질책했습니다. 이후 부동산원은 통계 조작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표본가격 현실화 등과 같은 작업을 진행하면서 변동률이 크게 오르는 일을 막기 위해 기존 가격 낮추거나 기준시점을 임의로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5년 단위인 통계표본 전면 교체 작업을 3년 만인 2021년 7월에 앞당겨 단행하면서 기존 표본은 낮춘 값으로, 추가되는 신표본은 실거래가로 각각 반영했습니다. 또 기존 통계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신구 표본 간 격차도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8차례에 걸쳐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또 경실련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통계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달라는 거듭된 요청에 대해 “주택가격동향조사 표본 현황은 관련법에 따라 비공개 대상으로 자료제공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또는 “부동산원의 주택가격 동향조사 이외에도 공동주택 실거래가격 지수, KB 등 타 기관이 생산 공표하는 주택가격 동향 및 매매수급지수 등 주택가격과 관련한 다양한 지표를 활용 중”이라는 동문서답으로 직답을 피했습니다. 문 정부에서 이처럼 부동산 가격 통계에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관심을 보인 이유는 27회에 걸쳐 대책을 쏟아내면서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을 중요 국정과제로 내세운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즉 정책 실패가 정권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실제로 문 정부는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고, 그 첫 번째 원인으로 무리한 부동산 정책이 지목됐습니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가리기 위한 집값 통계 왜곡이 결국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에 불과했음이 들통난 셈입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말로만 지방을 외치는 과거의 전철을 절대 밟지 않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지역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라며 “모든 권한을 중앙이 움켜쥐고 말로만 지방을 외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같이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지역에 변변한 쇼핑몰 하나 짓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정치적 상황을 더 이상 국민들이 허용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우리 국민 누구나 거주지 인근에서 필수 의료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한민국은 산업화, 민주화를 이뤄냈다”며 “이제는 지방시대를 통해 대한민국이 더욱 도약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발언은 역대 정부의 해묵은 과제였던 국토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해결책이자 청사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 핵심에 ‘공정한 접근성’ ‘재정 자주권 강화’ ‘비교 우위 산업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 ‘지역 산업과 연계된 교육’ 등을 골자로 하는 5대 전략과 9대 정책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수위와 강도 측면에서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만큼 국토의 균형 발전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소멸위험지역인데,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지역은 이미 절반도 넘는 118곳이나 됩니다. 소멸위험지역은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인구소멸지수)이 0.5 미만인 곳입니다. 이 지수 수치가 낮으면 인구의 유출·유입 등 다른 변수가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경우 약 30년 뒤에는 해당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국토 균형 발전은 역대 정부가 공통적으로 짊어졌지만 누구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심지어 이를 빌미 삼아 표심을 겨냥한 선심 행정이나 불필요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건설공사를 남발한 경우도 적잖습니다. 그 결과 국토 균형 발전 정책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국민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다짐대로 지방을 살려야 저성장과 저출산, 고령화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균형 발전 정책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자세로 역대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들도 되짚어보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앞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해나가면서 염두에 둬야 할 사항들도 찾아보겠습니다.● 지방시대 이끌 5대 전략, 9대 정책 추진현 정부는 국토 균형 발전 정책을 책임질 기구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이하 ‘지방시대위원회’)를 조직해 지난 7월 출범시켰습니다. 윤 대통령이 14일 선포한 지방시대 관련 사업 역시 지방시대위원회가 주도하게 됩니다. 지방시대위원회는 같은 날 5대 전략과 9대 정책을 담은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5대 전략은 국토 균형 발전을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이라는 두 개의 축을 토대로 ‘자율’ ‘고정’ 연대‘ ’희망‘의 가치를 담아서 정리한 것으로, ⓵자율성 키우는 과감한 지방분권 ⓶인재를 기르는 담대한 교육개혁 ⓷일자리 늘리는 창조적 혁신성장 ⓸개성을 살리는 주도적 특화발전 ⓹삶의 질 높이는 맞춤형 생활복지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9대 정책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2027년까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들입니다. ⓵기회발전특구 지정 ⓶교육자유특구 도입 ⓷도심융합특구 조성 ⓸문화·콘텐츠 생태계(’문화특구‘) 조성 ⓹첨단전략산업 중심 지방경제 성장 ⓺지방 신산업 혁신역량 강화 ⓻매력 있는 농어촌 조성 ⓼지역 민간투자 활성화 ⓽지방분권형 국가로의 전환 등입니다. 이 가운데 핵심은 ’4대 특구(⓵~⓸)‘로 국토 균형 발전의 가시적이고 체감으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보여줄 핵심적인 정책들입니다. 기회발전특구는 기업의 지방 이전과 투자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인구를 유입시키자는 목적에서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광역시는 약 500만㎡(150만 평), 도 지역에서는 660만㎡(200만 평) 이하 규모로 조성되는 일종의 경제특구입니다. 여의도(290만㎡)의 2배 안팎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전에도 국토 균형 발전을 명목으로 전국 각지에 다양한 형태의 경제특구가 지정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정부는 그 원인을 중앙정부가 주도하면서 지방의 수요와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했습니다. 또 특구에 제공되는 인센티브 수준이 낮고, 초기 투자 지원에 한정된 점도 문제로 봤습니다. 따라서 기회발전특구에는 설계단계부터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세제 감면 △규제 특례 △재정 지원 △거주 여건 개선 등 10가지 이상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상속세 △양도소득세 △소득‧법인세 △취득세 △재산세 등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파격적인 세제 혜택도 부여할 방침입니다. 또 기업의 지방지역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에 대한 특례를 지방정부가 직접 기획할 수 있도록 권한을 넘겨주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주택 특별공급 △주택 양도세 특례 부여 △초·중·고 설립 지원 등을 통해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들이 지방에서 일하기 좋은 거주 환경을 마련해줄 계획입니다. 교육자유특구는 능력 있는 인력 양성과 정착을 위한 핵심적인 조건 가운데 교육 환경이 차지하는 판단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즉 지방에 거주해도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 없이, 지역인재가 공교육을 통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자유특구에서는 중앙정부, 지자체, 교육청, 대학, 지역 기업, 지역 공공기관 등이 협력해 지역의 공교육 혁신과 지역인재 양성 및 정주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체제를 도입합니다. 교육자유특구로 지정되면 지방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함께 지역 맞춤형 공교육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반영해 규제를 완화하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게 됩니다. 정부는 이달 중 정부 시안을 발표하고, 11월에는 공청회 개최와 현장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시범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또 12월에 시범사업을 공모한 뒤 2024년부터 시범운영을 실시할 방침입니다. ● 기회발전-교육자유-도심융합-문화 등 4대 특구 집중 추진 도심융합특구는 지방 대도시 도심에 첨단·벤처 일자리(산업)와 삶(주거), 여가(상업·문화)를 한 데 모아둔 복합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지방에도 ‘판교 테크노밸리’와 같은 공간을 조성해 청년과 기업의 발길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에 따라 추진되는 것입니다. 이 특구는 기존에 도시 외곽에 추진되었던 지역개발과는 달리 KTX나 지하철 역세권 등 교통이 편리한 도심지에 위치합니다. 도심융합특구에서는 도시·건축 규제를 파격적으로 완화(입지규제 최소구역)해 도심에 고밀도 복합개발을 가능토록 하고 규제자유특구 등 각종 특구를 복수로 적용해 각각의 특구에서 제공되는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도심융합특구 조성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 선도 사업지로 선정한 5대 광역시(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에서 내년부터 지역별 특색을 살린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부산은 센텀2 도심첨단산업단지 일대에 미래 모빌리티와 로봇, 인공지능에 특화된 사업단지가 들어서게 됩니다. △대구는 옛 경북도청-삼성캠퍼스-경북대 일대△광주는 광주시청 인근 상무지구 △대전은 옛 충남도청과 KTX대전역 일대 △울산은 울산KTX역-테크노파크 일대에 각각 미래형 첨단산업단지와 문화시설 등이 조성됩니다. 문화특구는 지방의 ‘로컬리즘(지방다움)’을 콘텐츠·브랜드로 육성하는 사업입니다. 지방의 관광자원과 문화를 자산으로 키우자는 게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올 12월에 7개 권역별로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13개 ‘문화특구(대한민국 문화도시)’를 지정한 뒤 도시별로 최대 200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문화 향유 프로그램 개발 △문화공간 조성 △지역문화에 기반한 문화콘텐츠 생산·확산 △문화인력 양성 등과 같은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지방 공연예술단체와 지역 공연·전시의 창작·제작·유통에 총 490억 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또 특색있는 로컬 여행 콘텐츠를 활용한 ‘워케이션’(일을 뜻하는 ‘Work’와 휴가를 뜻하는 ‘Vacation’의 합성어·일을 하면서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근무 형태를 의미) 프로그램과 야간관광 특화도시 조성 등을 통해 지역 체류형 여행 모델도 확산시켜 나갈 방침입니다. 지방의 자원·문화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가치 창업가(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지역 대표기업인 로컬 브랜드 육성하는 사업도 추진합니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주변 소상공인과 협업하고 지역의 인적·물적 자산을 연결해 골목상권을 넘어 골목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사업화 등을 패키지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내년 예산으로 88억 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좌우 없이 국토균형발전 외쳤지만 수도권 집중 가속화 정부는 4대 특구를 포함한 9대 정책이 실행되면 △양질의 신규 일자리와 청년 인구가 늘어나고 △지방대학은 지역의 혁신과 인재양성의 산실이 되며 △농·어촌과 도시가 상생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청사진이 그대로 구현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국토 균형 발전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가 핵심 정책과제로 삼았습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이후로는 최상위 국정과제로 국가 균형 발전을 내세웠습니다. 당시 노 정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2003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 수도권 소재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위한 행정중심복합도시(1개), 혁신도시(10개), 기업도시(6개) 건설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지역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일자리와 삶의 질이 보장되는 경쟁력 있는 지역 창조’를 내세운 뒤 광역경제권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5+2 광역경제권정책’을 제시했습니다. 또 ‘5+2’의 7개 광역경제권에다 163개 시·군의 기초생활권, 7개 초광역벨트권 육성전략을 담은 ‘3차원 지역발전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 행복, 지역희망: HOPE 프로젝트’라 이름 붙이고,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 정책으로 △지역행복생활권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력 제고 △교육여건 개선 및 창의적 인재 양성 △지역문화 융성 및 생태 복원 △사각지대 없는 지역복지·의료 구축 등을 추진했습니다. (이상대, ‘지역발전정책의 전개 동향과 향후 방안-국토연구 제100권 기념 특별논단’) 지난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2월 1일 개최된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선포식’에 참석해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국가 균형 발전의 엔진을 다시 힘차게 돌려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에 맞춰 정책과제 달성을 위한 ‘3대 전략’과 ‘9대 핵심과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의 결과는 수도권 인구 집중 가속화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확대였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가운데 하나가 ‘지역 내 총생산(GDRP)’입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GDRP가 2015년부터 역전되기 시작했고, 2021년에는 그 격차가 5.6%포인트(p)로 커졌습니다. 취업자의 50.5%(기준시점·2021년)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100대 기업의 본사 가운데 86%(2022년)가 수도권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구도 전체 인구의 50.5%(2022년)가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이는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이 그만큼 성과를 내기 어려운 과제임을 반증합니다. 정부가 14일 발표한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이 반드시 성공해 대한민국이 또다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봅니다.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오늘이 제일 싸다.” 요즘 새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나도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최근 1년 새 아파트 분양가가 무서울 정도로 치솟고 있습니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산하기관인 주택도시금융원이 매월 집계하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서 확인됩니다. 지난달 발표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1㎡ 기준)는 492만 7000원이었습니다. 1년 전(440만 4000원)보다 11.9%가 올랐습니다. 분양가 상승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공급망 대란으로 자재비가 크게 올랐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시멘트 가격 인상의 여파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제조원료인 유연탄 가격 상승을 이유로 업계는 지난해 2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모두 33%에 달하는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그 여파로 레미콘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인 골재 가격도 크게 올랐습니다. 인건비 상승도 원인입니다. 여기에는 개별 인건비 상승도 문제지만 2018년 7월 도입된 ‘주 52시간제’가 큰 몫을 차지합니다. 근로 시간이 줄면서 그만큼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인건비도 비례해서 증가한 것입니다. 2018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1000억 원 이상 사업장의 경우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지연으로 공사비가 최대 14.5%, 노무비는 최대 20.5%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 초 부동산 시장 정상화 차원에서 실시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폐지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부는 올해 1월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4곳을 제외하고는 전국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습니다. 이밖에 미국의 고금리 기조, 경기 부양을 기대했던 중국이 오히려 부동산 위기 등 혼란을 겪는 상황 등이 겹치면서 주택업체들은 예상되는 사업 리스크 비용까지 분양가에 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지난 4일 발표한 ‘경기도형 공공분양주택’(일명 ‘지분적립형 주택’) 공급계획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국내에서는 첫선을 보이는 유형으로, 분양가의 10~25%를 내고 입주한 뒤 나머지는 20~30년 동안 분납하는 주택입니다. 초기 부담이 크게 줄어든 탓에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하는 ‘뉴:홈’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토지임대부 주택’ 등과 함께 ‘반값 아파트’로 불립니다. 실제 입주금이 그만큼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내 집 마련 실수요자의 부담을 크게 줄인 공급방식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표현입니다. 하지만 이들 반값 아파트가 무조건 환영받는 것은 아닙니다. 전매가 제한돼 있거나 아예 개인 간 거래가 금지되는 등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일부는 거주하면서 임대료(사용료)를 내야 하는 등 별도 비용도 발생합니다.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지분적립형 주택’ ‘토지임대부 주택’ ‘나눔형 주택’이 치솟는 민간아파트 분양가에 견제장치가 될 수 있을까요. 그 가능성과 한계 등을 짚어보겠습니다.<‘반값 아파트’ 주요 유형별 비교>구분GH, 지분적립형 주택SH, 토지임대부 주택LH, 나눔형주택(이익공유형)정의-집값을 분할 납부-건물만 분양-토지는 공공 보유-처분수익을 공공과 공유특징-분양가 25% 최초 부담-나머지 지분(75%)을 20~30년 간 분할 취득-건물분 분양가 책정 -토지사용료(임대료) 납부-시세 70% 이하 공급-5년 후 공공환매-수분양자가 처분손익의 70% 취득 운영기간-20년 또는 30년 -40년, 추가 연장 가능 -40년, 추가 연장 가능임대료- 주변 전세시세 80% 이하(공공지분 사용료)-조성원가 또는 감정가+3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없음처분방법-제3자에 지분 전체 전매허용(전매제한 10년)-공공 환매(개인간 거래 불허) -공공 환매(개인 간 거래 불허)처분가격-감정가격(지분 비율대로 공공과 차익 배분)-분양가+1년 만기 정기예금이자-처분손익(감정가-분양가)을 수분양자 70%, 공공 30%로 배분 실거주의무-5년-5년-5년자료 : 각 기관● 장기 할부 구입 상품인 ‘지분적립형 주택’ GH의 공급계획에 따르면 ‘지분적립형 주택’은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A17 블록에 지어질 주택 600채 가운데 240채입니다. 전용면적 60㎡ 이하 규모로 지어지는데 2025년 하반기에 착공한 뒤 준공을 1년 정도 남겨둔 2028년 초 공급될 예정입니다. 후분양으로 분양된다는 뜻입니다. 일반 공공분양아파트와 가장 큰 차이점은 최초 입주 시 분양가의 10%에서 25%만 내면 입주해 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후 4~5년마다 일정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서 20~30년 뒤에 지분 100%를 갖는 방식입니다. 계약금(통상 분양가의 20%)에 약간의 웃돈을 더한 현금을 내고 입주한 뒤 자동차 할부금을 갚듯 정기적으로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는 식입니다. A씨가 분양가 5억 원짜리 주택을 20년 만기 4년 단위 지분적립형으로 분양받는 경우를 따져보겠습니다. 우선 입주할 때 분양가의 25%인 1억 2500만 원을 냅니다. 이후 4년마다 나머지 지분(75%)을 5차례에 걸쳐 분양가의 15%(7500만 원)에 가산이자(연리 2%)를 더한 금액을 분납하면 됩니다. 이런 5번의 분납 과정에서 이자가 9000만 원 정도가 발생합니다. 결국 A씨가 분양가 5억 원짜리 주택을 내 집으로 만들기 위해 투입하는 비용은 5억 9000만 원입니다. 여기에 입주 시 GH 보유 지분(75%)에 대한 사용료(보증금 또는 임대료)도 별도로 부담해야 합니다. 지분적립형 주택이 투기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돼 있습니다. 우선 5년 동안은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하고, 최초 입주일로부터 10년 간 다른 사람에게 판매(전매)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A씨가 10년 이상 거주했지만 100%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매한다면 매매 시점의 지분 비율로 GH와 차익을 나눠 갖습니다. GH는 지분적립형 주택을 수도권 지역 거주자의 내 집 마련 꿈 실현 방안으로 활용할 방침입니다. 2021년 기준 수도권 거주민의 자가보유율은 54.7%로 광역시(62.0%)나 그 외 지역(69.0%)에 비해 현저히 낮은데,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뜻입니다. 김세용 GH 사장은 “커다란 목돈을 들이지 않고 내 집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지방정부로서 법을 개정하지 않고 현행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내놓게 됐다”며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지속할 수 있는 부지를 지속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이달 수도권에서 공공주택 3200여 채가 공급됩니다. 이 가운데 SH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분양할 아파트 260채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입니다. 토지 소유권은 공공(SH)이 갖고, 건물 소유권만 분양하는 방식입니다. 땅값이 빠지는 만큼 분양가가 낮아져 말 그대로 ‘반값 아파트’입니다. 아직 설계 단계인 지분적립형 주택과 달리 토지임대부 주택은 1970년대부터 국내에 도입됐고, 10년 전인 이명박 정부 때에도 활발하게 공급됐습니다. 올해에도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강동구 강일지구에서 사전분양돼 모두 수십 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6월 분양됐던 강동구 강일지구 3단지 2차는 전용면적 49㎡ 단일형, 총 590채의 아파트가 공급됐는데, 추정분양가가 약 3억 1400만 원이었습니다. 당시 비슷한 규모 주변 아파트 시세는 7억~8억 원대였습니다. 다만 분양가 이외에 공공이 보유한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추가 부담해야 합니다. 임대료는 택지를 만드는 데 들어간 조성원가 또는 감정가에 은행 3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을 적용한 금액입니다. 2차의 경우에는 월 35만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아파트는 분양받은 사람에게 낮은 이자의 전용 모기지도 제공됩니다. 분양가의 최대 80%까지 5억 원 한도로 지원하며, 40년 만기로 소득에 따라 1.9~3.0%의 고정금리 조건입니다. 지분적립형 주택과 마찬가지로 후분양 방식입니다. 건설이 90% 정도 진행된 시점인 2026년에 본청약을 진행하며, 당첨자가 준공 아파트를 확인한 뒤 계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계약을 포기해도 청약 제한 등과 같은 불이익은 없습니다. 40년간 거주한 뒤 재계약을 통해 최장 80년(40년+40년)까지 거주할 수 있습니다. 최소 5년 이상 실거주해야 하며, 이후 매매를 원하면 해당 아파트를 분양한 공공기관(SH)에만 팔 수가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토지임대부 주택이 5년 전매제한 이후 자유롭게 거래되면서 ‘로또 아파트’로 불리며 부동산 투기꾼의 먹잇감이 됐는데, 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 이익나눔형 등 다양한 유형의 ‘뉴:홈’ ‘뉴:홈’은 현 정부가 청년·서민층의 내 집 마련 부담 최소화를 내걸고 추진하는 공공주택 브랜드입니다. 여기에는 3개 유형(▲이익나눔형 ▲선택형 ▲일반형)이 있습니다. 토지임대부 주택도 이익나눔형에 포함됩니다. 이익나눔형은 시세의 70% 이하로 분양하면서 분양가의 최대 80%까지 40년 만기의 장기에 연리 1.9~3.0%로 최대 5억 원까지 대출해주는 주택입니다. 특징은 5년 의무 거주 이후 이사하고 싶을 때 공공에만 되팔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때 발생하는 시세차익의 70%는 분양받은 사람의 몫입니다. 토지임대부는 공공에만 환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익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택형은 먼저 6년 간 임대로 거주한 뒤 분양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주택입니다. 일단 입주 때에는 추정분양가의 절반 정도를 보증금을 내고, 나머지 절반은 월세로 냅니다. 이 때 추정분양가는 통상 시세의 80% 수준인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 분양가보다 낮게 책정됩니다. 월세도 시세의 70~80% 수준에서 결정됩니다. 임대보증금도 전용대출 상품이 마련됩니다. 전세대출 형태인데, 보증금의 80%까지 연리 1.7~2.6% 조건입니다. 거주하고 6년 뒤 분양을 받지 않는다면 추가로 4년을 더 임대로 살 수 있습니다. 분양을 받을 경우 분양가는 추정분양가에다 6년 후 감정가격을 더한 뒤 둘로 나눈 값, 즉 평균으로 정해집니다. 선택형도 분양가의 80%까지 40년 만기, 연리 1.9~3.0% 조건으로 최대 5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형은 시세의 80% 수준에서 분양가가 책정되는 상품입니다. 다른 유형과 마찬가지로 전용 대출상품이 지원됩니다만 조건은 다릅니다. 대출한도가 4억 원이고, 분양가의 70%까지만 가능합니다. 만기도 30년으로 짧고, 금리도 연 2.15~3.0%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뉴홈에 대한 시장 반응은 뜨거운 편입니다. 올해 2월 첫선을 보였던 뉴홈 브랜드 사전청약 결과 1798채 모집에 2만 7153명이 신청해 평균 1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고금리 영향으로 주택경기가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당시 시장 상황에선 이례적인 성과여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어 지난 6월에 있은 올해 1차 공급분도 평균 청약경쟁률 20.5대 1의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현 정부는 임기 내 50만 채를 뉴홈으로 공급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에만 1만여 채를 분양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달과 12월에 각각 3274채, 4821채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달 공급물량은 나눔형이 ▲하남교산(452채) ▲안산장상(439채) ▲서울 강서마곡 10-2(토지임대부 260채) 등 1151채, 선택형이 ▲구미갈매역세권(300채) ▲군포대야미(340채) ▲화성동탄2(500채) 등 1140채, 일반형이 ▲구리갈매역세권(365채) ▲인천계양(618채) 등 983채입니다. 12월에는 나눔형으로 ▲남양주왕숙2) 836채 ▲마곡 택시차고지(토지임대부) 210채 ▲한강이남 300채 ▲위례A1-14 260채 ▲고양창릉 400채 ▲수원당수2 403채 등 2409채가 예정돼 있습니다. 선택형은 ▲부천대장 400채 ▲고양창릉 600채 ▲남양주진접2 300채 등 1300채, 일반형은 ▲대방동 군부지 836채 ▲안양관양 276채 등 1112채입니다.● 2~5년 뒤에나 가능한 본청약도 실수요자 부담 ‘반값 아파트’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시세나 민간아파트 분양가보다 낮은 분양가로, 내 집 마련 실수요자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우려도 적잖습니다. 우선 지분적립형 주택의 ‘사용료’, 토지임대부 주택의 ‘토지지분 임대료’ 등과 같은 숨겨진 비용이 입주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지분적립형의 경우 입주할 때 공공기관 보유지분을 고려한 사용료(임대료)를 별도로 내야 하는데, 이 몫이 제법 큽니다. GH 분석자료에 따르면 분양가 5억 원 주택의 경우 지분 25% 취득에 필요한 1억 2500만 원의 자금 이외에 공공기관 지분 75%에 대한 사용료로 2억 1000만 원을 추가로 확보해야만 합니다. 이는 주변 전세시세(3억 5000만 원)에 GH가 제시한 적용률(80%)과 GH의 지분보유율(75%)를 각각 곱한 금액입니다. 이 금액은 일종의 전세보증금처럼 이용됩니다. 만약 사용료로 보증금을 절반(1억 500만 원)만 낸다면 나머지는 월세 형태로 납부해야 합니다. 이 경우 22만 원 정도입니다. 1억 500만 원(보증금의 절반)에다 전월세 전환율(2.5%)을 곱한 뒤 12개월로 나눈 값입니다. 다만 사용료는 추가 지분을 취득함에 따라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토지임대부 주택의 토지지분 임대료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임대료 수준은 택지를 만드는 데 들어간 조성원가 또는 감정가에 은행 3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을 적용한 후 주변시세 등을 고려해 해당 지역 지자체장이 정하게 됩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임대료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또 지자체장의 결정에 따라 더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투자수익이 반값 아파트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치를 밑돌 수 있다는 점도 숨겨진 걸림돌입니다. 지분적립형의 경우 20년에서 30년 이후에나 100% 지분을 확보할 수 있고, 그 이전에 매각한다면 공공기관과 보유지분 비율만큼 매매차익을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다만 시세대로 팔 수 있어 집값 상승 시 지분만큼의 매매차익을 노릴 수 있습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해당 주택을 분양한 공공기관에만 되팔 수 있고, 판매가는 주변 시세와 상관없이 1년 만기 정기예금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합친 금액으로 정해집니다.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매매차익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는 주변 시세가 아무리 올라도, 이자 비용만 받는 수준이고, 그 금액만으로 다른 일반 아파트를 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뉴:홈의 이익나눔형 주택의 경우에도 5년간 전매가 금지되고, 공공기관에만 환매가 허용됩니다. 또 판매가는 주변시세 등을 반영한 감정가로 결정되지만 이익이 발생하면 70%는 수분양자(입주자)가, 나머지는 공공기관이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본청약이나 실제 분양까지 2~5년이나 남았다는 점도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부담입니다. 청약 조건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기 때문입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날개 꺾인 새만금국제공항’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에서 새만금 관련 주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하자 언론에는 이러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새만금국제공항(이하 ‘새만금공항’) 관련 예산이 국토교통부 요구액(580억 원)의 11.4%인 66억 원으로 쪼그라든 탓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같은 날 “새만금 기반시설 건설사업이 확실한 경제적 효과를 올리려면 현재 시점에서 명확하게 목표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계획을 뛰어넘어 전북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새만금 빅 픽처’를 세우라”고 지시한 사실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국토부가 이에 호응해 “기존 새만금 SOC 사업 가운데 새만금공항 사업 등의 적정성과 경제성을 내년 6월까지 재검토하겠다”며 “결과에 따라 (일부 SOC)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재검토 과정에서 새만금공항이 최우선 타깃이 될 것이라는 분석마저 내놓고 있습니다. 현재 새만금 관련 SOC 가운데 새만금을 관통하는 동서남북 고속도로는 이미 완공됐고, 인근에 위치한 전북 전주로 향하는 고속도로나 새만금항(港) 공사는 이미 본격화됐습니다. 반면 새만금공항과 새만금항 인입철도는 아직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특히 새만금공항의 경우 사업 추진이 늦어지면서 예산도 거의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7월 발행한 결산보고서(‘2022 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예산 200억 원 가운데 집행된 금액은 5.4%(11억 8400만 원)에 불과합니다. 올해로 이월된 금액(4억 2000만 원)을 포함해도 집행률은 8.0%(16억 400만 원)입니다. 사용된 예산도 대부분 기본조사설계에 필요한 환경영향평가용역 선금(11억 5200만 원)이었습니다. 예산정책처는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2021년에도 실시설계 비용을 전액 불용했고, 2023년 예산(75억 원)도 연내 실시설계를 완료할 것을 전제로 편성했지만 차년도(2024년)로 이월될 것으로 보인다”며 철저한 사업관리를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새만금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 방침에 따라 계속 추진 여부는 불투명해졌습니다. 이를 계기로 전국에서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신공항 사업들이 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기존 공항도 매년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가 수요 확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적잖기 때문입니다. 전국 공항 상황과 현재 추진 중인 신공항을 짚어보고, 이들이 ‘혈세 먹는 하마’ 또는 고추 등 농산물을 말리는 데 사용되는 ‘고추 공항’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따져보는 이유입니다.● 양양 등 일부 공항 영업이익률 –1000% 밑돌아 국토부가 2021년 발표한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1~2025년)’(이하 ‘6차 공항계획’)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공항은 모두 15곳입니다. 교육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사설비행장이나 군 비행장은 제외한 수치입니다. 우선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추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이 있습니다. 전세계 항공시장을 대상으로 하며, 동북지역의 허브공항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김포, 청주, 김해, 대구, 무안, 제주 등 6개 공항은 각각 권역의 핵심교통시설인 거점공항입니다. 해당 권역을 중심으로 국내선과 국제선 수요를 처리합니다. 인천국제공항과 함께 관문공항 기능도 맡습니다. 관문공항은 국제선 운항 기준에 따라 한 나라의 첫 도착지나 마지막 출발지가 되는 국제공항을 의미합니다. 나머지 광주, 울산, 여수, 포항·경주, 군산, 사천, 원주, 양양 등 8개 공항은 주변 지역 수요를 책임지는 일반공항입니다. 국제선 기능을 갖고 있는 양양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국내선 수요만을 담당합니다. 결국 국제선을 탈 수 있는 곳은 모두 8곳이고, 나머지 7곳은 국내선 전용 공항입니다. 소유주체별 분류로 보면 인천-김포-제주-울산-여수-무안-양양 등 7곳은 순수 민간공항입니다. 반면 김해-광주-청주-대구-포항·경주-군산-사천-원주 등 8곳은 민간과 군이 함께 사용하는 민군 겸용 공항입니다. 국토부와 국방부가 사용협정서 등을 맺고 역할 분담을 합니다. 국내 공항의 경영실적은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15개 공항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발생과 같은 변수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했을 때 흑자를 낼 수 있는 곳은 인천과 김포, 김해, 제주, 대구 등 5개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대구도 2017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나머지 공항은 상황이 심각합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전인 2019년 기준으로 봤을 때 포항·경주공항의 경우 매출액 9억 원, 영업이익 –155억 원, 영업이익률 –1809.3%였습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양(매출·14억 원/영업이익·–168억 원/영업이익률·–1239.9%) ▲원주(5억 원/-47억 원/-1037.3%) ▲사천(8억 원/-77억 원/-1025%) 등 3곳은 모두 영업이익률이 –1000%를 밑돌았습니다. 이밖에 ▲여수(27억 원/-185억 원/-693.8%) ▲울산(32억 원/-162억 원/-506.6%) ▲군산(15억 원/-46억 원/-307.2%) ▲무안(118억 원/-154억 원/-131.3%) ▲광주(88억 원/-77억 원/-88.1%) ▲청주(210억 원/-99억 원/-47.1%) 등 6개 공항도 두 자릿수 이상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공항은 국가 운영에 필요한 핵심 SOC이자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중추시설로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상업시설과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경영실적은 지나치게 저조한 수준입니다. 지방공항에 ‘혈세 먹는 하마’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부산 대구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신공항 건설 추진 이런 상황에도 현재 추가 건설이 추진되는 지방공항은 무려 10곳이나 됩니다. 우선 6차 공항계획에 따라 추진하는 곳이 8곳입니다. 이번에 재검토 지시가 내려진 새만금공항을 비롯해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 제주 2공항, 서산공항, 백령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등입니다. 여기에 경기도가 추진하는 경기국제공항과 경기 포천시의 포천공항도 있습니다. 부산에 들어설 가덕도신공항은 추정 총사업비만 13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올해 말 기본계획이 확정되면 토지보상에 들어가는 등 본궤도에 오르게 됩니다. 개항시기는 2029년으로 당초 계획보다 5년 앞당겨졌습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정부 예산안에 건설보상비 3224억 원, 설계비 1910억 원, 시설부대비 229억 원 등 총 5363억 원을 책정했습니다. TK신공항은 대구 시가지가 확장되면서 시내에 자리하게 된 대구국제공항과 대구공군기지를 대체할 용도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위치는 대구시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 일대로 정해졌고, 추정사업비는 12조 8000억 원입니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설계비로 100억 원이 편성됐습니다. 제주 제2공항은 기존 제주국제공항의 심각한 포화상태를 해결할 용도로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6조 6700여억 원을 투입해 건설할 계획이지만 사업 추진 여부를 놓고 제주도민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기본설계비로 173억 원을 배정했습니다. 울릉도(울릉공항)와 흑산도(흑산공항), 백령도(백령공항)에 들어설 신공항은 모두 섬 지역의 불편한 교통난 해소와 관광 활성화를 통한 국토의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모두 50인 승 이하 소형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소규모로 조성됩니다. 현재 울릉공항은 2026년 하반기 개항을 목표로 건설공사가 한창입니다. 역시 2026년 개항을 목표로 하는 흑산공항은 연내 착공을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백령공항은 지난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으며, 2027년 개항 목표입니다. 정부는 내년에 백령공항 설계비로 40억 원을 책정했습니다. 서산공항은 충남 서산시 고북면과 해미면 일대에 위치한 공군 제20 전투비행단의 활주로를 활용해 민간항공기가 이용할 시설들을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사업비 532억 원으로 추정된 이 사업은 지난 5월 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하면서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당정 협의를 통해 극적으로 부활했습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설계비 명목으로 10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경기국제공항은 경기도가 추진하는 경기 남부지역의 새로운 국제공항입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포천공항은 포천시가 자작동에 위치한 육군비행장에 소형 민간항공기가 사용할 시설물을 설치하는 사업인데, 역시 초기 단계입니다.● 전후방 경제 효과 기대 vs 수요 부족 문제 해결 어려워 이들 10개 공항 가운데 신공항과 인근 공항이 통폐합이 예정된 곳도 있습니다. TK신공항은 완공되면 대구공항이 폐쇄되고. 새만금공항도 계획대로라면 인근에 위치한 군산공항의 민간항공 기능을 합치게 됩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새로 시설을 짓고, 별개 공항으로서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정부의 의도는 6차 공항계획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공항이 전·후방 산업 파급효과가 큰 경제활동의 거점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공항건설 및 운영과정에서 직·간접적인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매우 크고, 제작·정비, 공항 운영, 물류, 관광 등 주변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국제공항입니다. 2024년까지 4조 8000억 원을 투입하는 4단계 사업(제2터미널 확장+활주로 1개 신설 등)과 공항 운영을 통해 창출될 경제적인 가치(2019년 기준)가 생산유발 56조 원, 부가가치유발 24조 원, 취업유발 45만 명으로 추정됐습니다. 여기에 지방공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경제권은 지역균형 발전의 교두보이자, 지역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상생 매개체로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언론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현존하는 15개 공항 가운데 10곳이 만성적자에 시달릴 정도로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신공항이 ‘혈세 먹는 하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공항 이용 상황을 보여주는 활주로 활용률이 매우 낮습니다.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국내 항공수요가 정점이었던 2019년 국내 공항 활주로 이용률(인천국제공항 제외)을 분석한 결과, 제주(102%) 김해(73.2%) 김포(62.1%) 대구(22.3%) 청주(13.3%) 등 5곳만 두 자릿수였고, 나머지는 모두 한 자릿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2019년 1%에 머물렀던 양양국제공항의 경우 수요 부족을 이유로 올해 6월 운영이 중단됐다가 지난달 초 재개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령공항’이라는 별명까지 나돌 정도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할 뚜렷한 방안이 보이질 않는다는 점입니다. 1980년대 말 3저 호황과 서울올림픽, 해외여행자유화 등에 힘입어 국내 항공수요가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고속도로 신설과 확장, KTX 운행 등과 같은 대체 교통수단의 발달로 그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게 2001년 중앙고속도로 및 서해안고속도로 개통과 영동고속도로 확장, 2004년 및 2010년 KTX 개통입니다. 굳이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전국 구석구석을 오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입니다. 정부가 꾸준히 지방공항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도 이같은 우려를 키웁니다. 정부는 ▲2001년 지방공항 활성화 대책 ▲2013년 지방공항 활성화 협의회 구성 ▲2015년 지방공항 활성화 방안 ▲2017년 지방공항 활성화 TF 구성 ▲2019년 지방 시범공항 지정·지원 등을 진행했습니다. 또 거의 매년 국토부의 업무계획에 지방공항 활성화 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받아든 성적표는 기대수준을 크게 밑돕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1인 세대 1000만 명 시대 코앞.’지난 22일 각 언론사 인터넷판에 동시다발적으로 이런 제목의 기사가 주요하게 다뤄졌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이날 발표한 ‘2023 행정안전통계연보’(이하 ‘연보’)를 토대로 작성된 기사였습니다. 핵심은 1인 세대 수가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1000만 돌파를 눈앞에 뒀다는 얘기였습니다. 연보에 따르면 2022년 12월 31일 기준 주민등록 세대는 2370만 5814세대였습니다. 이 가운데 1인 세대가 41.0%(972만 4256세대)를 차지했습니다. 전년인 2021년 말 40.3%(946만 1695세대)로 사상 처음 40%를 돌파했는데, 1년 만에 0.7%포인트가 또 올랐습니다.눈길을 끄는 점은 최근 10년(2013~2022년)간 전체 세대(2045만 6588세대→2370만 5814세대)가 15.9% 증가하는 동안 1인 세대(687만 8287세대→972만 4256세대)는 41.4% 급증했다는 것입니다. 이 기간 주민등록인구(5114만 1463명→5143만 9038명)는 0.6% 늘어나는 데 머물렀습니다. 인구나 전체 세대 수 증가 폭을 크게 웃돌며 1인 세대가 늘어난 데에는 저출산과 함께 세대 분화가 주원인입니다. 일자리나 학업 등을 이유로 고향을 떠나면서 세대 분리를 했거나,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어서도 결혼하지 않은 채 가족들과 세대 분리를 한 채 혼자 살거나, 결혼했다가 이혼한 나홀로족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실제로 같은 기간 2인 세대(415만 8302세대→574만 4486세대·증가율 38.1%)나 3인 세대(379만 4892세대→401만 553세대·5.7%)는 증가했지만 4인 이상 세대(562만 5107세대→422만 6519세대)는 무려 24.9%가 줄었습니다. 여기에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의 영향도 큽니다. 1인 세대를 연령대별로 보면 70대 이상이 19.1%(185만 5150세대)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18.1%(175만 8095세대)로 뒤를 이었습니다. 둘을 합치면 60대 이상이 37.2%로 3분의 1이 넘습니다. 불과 4년 전인 2018년까지만 해도 전체 연령대에서 1위는 50대(19.0%)였습니다. 문제는 고령자 나홀로 세대가 여러 가지 문제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정부 차원의 관리가 절실하다는 점입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해 4월 발표한 ‘2022년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인 가구 빈곤율은 47.2%였습니다. 전체 인구의 빈곤율(15.3%)보다 3배 이상 높은 값입니다. 그런데 65세 이상 고령층 1인 가구의 경우 72.1%로 훨씬 높습니다. 빈곤율은 가처분소득이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에 해당하는 값)의 50%를 밑도는 가구의 비율입니다. 고령자 나홀로 세대는 외로움이나 대화 부족 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높고, 하루 권장 에너지 섭취 기준에 미달하는 등 건강관리가 미흡합니다. 이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질환 발병률도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입니다. 주거 부문도 예외는 아닙니다.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 등을 중심으로 ‘고령자복지주택’이나 ‘지역활력타운’, ‘한국판 은퇴자복합단지’(K-CCRC·이하 ‘K-은퇴자마을’) 등을 만들거나 시범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다만 그 규모가 크지 않거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앞으로 2년 뒤인 2025년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관련 사업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입니다.● 정부가 건설비 80% 지원하는 고령자복지주택국토부가 추진하는 고령자복지주택은 고령의 입주자가 사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무장애(無障礙) 설계’가 적용된 주택과 간호사실, 물리치료실, 텃밭 등과 같은 사회복지시설이 같이 있는 영구임대주택입니다. 2011년부터 선보이기 시작해 ‘공공실버주택’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선정한 110개 핵심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촘촘하고 든든한 주거복지 지원’에도 포함됐는데, 2027년까지 5000채가 공급될 예정입니다.국토부는 매년 2, 3회에 걸쳐 사업제안 공모방식을 통해 지원 대상을 선정합니다. 선정된 사업은 임대주택 규모에 따라 건설비의 80%까지, 사회복지시설은 별도의 건설비(27억 3000만 원)를 각각 지원받습니다. 고령자복지주택은 올해 6월까지 모두 72곳, 7548채가 선정됐고, 27곳 3254채가 준공된 상태입니다. 또 지난 7월 30일에는 올해 1차 사업지 7곳이 선정됐습니다. ▲경기 포천시(100채) ▲강원 화천군(60채)·횡성군(100채) ▲충북 증평군(80채) ▲충남 홍성군(100채) ▲전남 고흥군(150채) ▲경기 부천 대장신도시 A-12 블록(120채) 등입니다. 고령자복지주택 사업지는 대개 고령화율이 높은 지역이 선정되며, 지역 사회에서 주거와 복지를 종합 지원하는 고령자 주거복지 플랫폼으로 활용됩니다. 지난해 6월에 대상에 선정됐던 의성군이 대표적입니다.의성군은 고령화율(2021년 기준·43%)이 전국 1위인 지역입니다. 당시 전국 평균 고령화율(17.1%)의 2배를 훌쩍 넘습니다. 의령군은 임대주택 60채와 체력건강증진실, 상담실, 취미 교실 등과 같은 프로그램실 등이 들어서는 복지시설을 함께 건설할 계획입니다. 올해 사업지로 선정된 대장신도시는 정부가 수도권 주택난 해소를 목적으로 조성하는 3기 신도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에도 인천 계양신도시(A-18블록·100채)와 경기 남양주 왕숙신도시(S-18블록·100채)를 고령자복지주택 사업지로 선정했습니다. 정부는 3기 수도권 신도시에 들어설 고령자복지주택을 주변 지역의 고령자주거복지 거점센터로 활용할 방침입니다. 따라서 나머지 3기 수도권 신도시에도 고령자복지주택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령자복지주택에 입주하려면 65세 이상 무주택세대 구성원이면서 고령자복지주택이 들어서는 지역의 거주자여야 합니다. 여기에 국가유공자이거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생계급여·의료급여 수급자,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50% 이하이면 우선순위에 따라 입주 자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방소멸 위기 대응 등 다목적 카드인 ‘지역활력타운’윤석열 정부가 새로 도입한 지역활력타운은 인구소멸 위기를 해소하고, 은퇴자 및 청년층 등의 비수도권 지역 정착을 지원할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다목적 사업입니다. 지역 사회가 직면한 지방소멸과 초고령화 등 인구 리스크에 대처하고 국정 목표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실현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됐습니다. 정부가 올해 1월 16일 발표한 보도자료(‘지방소멸 위기극복을 위해 5개 중앙부처 손을 맞잡다’)에서 이는 잘 드러납니다. 보도자료에서 정부는 지역활력타운을 “수도권 은퇴자·청년층 가운데 지방 정착을 희망하는 수요를 위해 주거·문화·복지가 결합된 수요 맞춤형 주거거점을 다(多)부처 협업으로 제공해 지속적인 지방 이주 및 정착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정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사업 대상 지역은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인구감소지역 등으로 제한됩니다. 현재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89곳입니다.정부는 이런 기준에 따라 2월부터 시범사업 후보지 선정을 위한 공모를 진행했고, 6월에 ▲강원 인제 ▲충북 괴산 ▲충남 예산 ▲전북 남원 ▲전남 담양 ▲경북 청도 ▲경남 거창 등 7곳을 후보지로 최종 선정했습니다. 공모작업을 주도한 국토부에 따르면 인제에는 2027년 신설될 KTX역과 연계한 타운하우스 90채가 건설됩니다. 괴산에는 은퇴자나 귀농·귀촌자들이 꿈꾸는 정원형 주거단지 조성을 목표로 타운하우스 40채와 단독주택지 15필지가 만들어집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예산에는 방송인 백종원의 예산시장 살리기와 연계한 지역 활성화를 목적으로 청년 임대형 공동주택 28채만 들어섭니다. 남원에는 자연과 함께하는 타운하우스 32채, 단독주택 32채, 초소형주택 10채 등이 조성됩니다. 담양에는 예술인특화단지, 농촌 유학시설 등에 필요한 기반 시설 조성을 목표로 공동주택 346채와 단독주택 154채가 건설됩니다. 청도에는 도시 인프라와 자연을 함께 즐기는 전원주택 50채, 거창에는 주변 교육시설을 활용한 평생교육 연계 모델로 활용할 타운하우스 32채와 단독주택지 18필지가 각각 계획됐습니다. 이들 7곳에 대해서는 국토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7개 부처와 관할 광역 지자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다양한 지원사업을 제공하게 됩니다. 예컨대 국토부는 안정적인 주거공급과 기반 시설을 제공하고, 행안부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급하고, 문체부는 여가·문화 인프라 확충을 위한 국민체육센터 건립을 지원하는 식입니다.● 수도권 베이비부머 10명 중 7명, 비수도권 이주 의사K-은퇴자마을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2021년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가 추진했던 사업입니다. 사업목적은 지역활력타운과 유사합니다. “대도시(수도권)의 베이비부머가 이주하여 지역의 다양한 세대와 교류하며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주거단지”입니다.저고위가 2020년 12월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K-은퇴마을 모형을 개발한 뒤 유휴시설(빈집·미분양 상가 등)에 주택 및 생활SOC 등을 조성하고 지역의 기존자원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또 공공기관(LH 등), 민간기업, 지역공동체, 대학 등의 협업을 통해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이와 관련해 LH 산하 연구기관인 ‘토지주택연구원’은 2021년부터 후속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올해 6월 그 결과물을 묶어 보고서(‘초고령사회 대응 K-CCRC(한국판 은퇴자복합단지)의 정책추진과 계획모형에 관한 연구’)로 발행했습니다.정권이 바뀌면서 K-은퇴자마을의 추진동력은 크게 떨어졌지만, 연구보고서 내용은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현 정부가 참고할 내용이 적잖습니다. 우선 수도권 지역 베이비부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 후 또는 가까운 미래에 비수도권 지역에 K-은퇴자마을이 조성된다면 “이주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74.9%에 달했습니다. 이들은 이주하려는 이유에 대해서 ▲은퇴 후 안정된 노후생활(22.6%) ▲고령자를 위한 여러 복지시설(21.2%) ▲안전한 고령친화 생활공간(18.6%)의 순으로 대답했습니다. 또 이주시기로 ▲노인연금수령 연령 65세 이후(55.9%) ▲은퇴 후 언제든지(27.6%) ▲정년 60세 이후(16.0%) 등을 꼽았습니다.보고서는 또 인구감소지역 89곳을 대상으로 K-은퇴자마을의 정책목표 등을 토대로 평가한 결과 ▲경북 영양군(100점 만점 기준·81점) ▲경북 영덕군(79점) ▲경북 군위군(78점) ▲경남 남해군(77점) ▲전남 신안군(76점)의 순서대로 적합한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이들 지역은 인구감소율(⓵)과 고령화율(⓶), 노인주거복지시설공급률(⓷), 노인여가복지시설보급률(⓸), 노인 의료복지시설 공급률(⓹), 노인 경제 활동률(⓺), 노인 일자리 지원기관비율(⓻), 노인 인구수 대비 병·의원시설 비율(⓼), 노인 인구수 대비 의료인력 비율(⓽) 등 9개 평가항목에서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현재 운영되고 있는 국내외 은퇴자마을들을 분석한 결과 은퇴자마을의 세대 규모는 200채 내외에서 500채 이상이며, 입지는 도시의 기능이 작동하고 지역과 교류할 수 있는 생활시설이 있거나 자연환경이 좋은 도심 근교라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보고서는 “2020년 베이비부머(1955~1974년)가 노인인구로 편입하기 시작하면서 2025년 이후부터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향후 반세기 동안 인구 절반가량이 노인 인구가 되는 이른바 ‘극초고령사회’(2070년 고령화율 46.4%)를 맞이하게 된다”며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막다른 인구 위기, 지역위기를 넘어 국가 위기의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정부 계획대로 고령자복지주택과 지역활력타운, K-은퇴자마을은 다가올 위기를 막아줄 든든한 방파제로 자리 잡길 기대해봅니다.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새로운 문명이 열리는 곳, 새만금’새만금개발청이 누리집에 올린 새만금 사업소개문의 제목입니다. 이에 따르면 새만금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간척사업으로서, 전북 부안군과 군산시를 잇는 33.9km에 달하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통해 토지(291㎢)와 담수호(118㎢) 등 409㎢의 땅을 새로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이렇게 조성된 땅은 서울(면적 605.2㎢)의 3분의 2, 프랑스 파리(105.4㎢)의 4배에 해당합니다. 또 우리나라 전체 국민에게 약 9.9㎡씩 나눠줄 수 있는 규모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5174만 명)으로 조정해도 1인당 7.9㎡에 달합니다.계획대로 진행되면 사업지역 내 약 27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첨단 도시가 들어서게 됩니다. 이 도시는 ▲세계를 선도하는 그린 에너지와 신산업 허브이면서 ▲모두가 살고 싶은 명품 수변도시 ▲친환경 첨단농업 육성거점 ▲특색 있는 관광생태 중심도시 ▲세계로 열린 개방형 경제특구의 역할도 맡습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전체 사업지를 6개 권역으로 나눴습니다. ▲1권역은 산업연구(74.4㎢) ▲2권역은 복합개발(62.1㎢) ▲3권역은 관광레저(31.6㎢) ▲4권역은 배후도시(10.0㎢) ▲농업생명권역(103.6㎢) ▲기타 권역(9.3㎢) 등입니다. 여기에 투입될 추정사업비는 국비 12조 1400억 원, 지방비 9500억 원, 민자 9조 7000억 원 등 모두 22조 7900억 원입니다. 이 가운데 지난해까지 방조제 건설공사(2조 9000억 원)를 제외한 용지조성과 기반시설 구축, 수질 개선에 약 9조 원이 투입됐습니다.새만금개발청은 소개문에서 “새만금의 미래는 바로 21세기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과 발전의 상징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기회와 가능성을 주는 땅이 될 것”이라고 끝을 맺었습니다.하지만 1991년 착공을 시작한 새만금에 이런 미래 청사진이 그려지기까지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당초 2004년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30년 넘게 추진되면서 정권을 거칠 때마다 공사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고 사업목적이 바뀐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 새만금에서 열렸던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세계 잼버리’)가 부실 운영으로 큰 논란을 빚으면서 또 다른 시련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세계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놓고 야당과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여당이 잼버리를 명분으로 전라북도가 새만금 사업 예산을 따냈다며 철저한 검증을 선언하고 나선 것입니다. 갯벌 보존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또다시 커지고 있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실제로 시공사 선정 입찰이 진행 중이던 신공항(‘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새만금 사업 자체가 정치적으로 급조된 데다 역대 정권마다 사업 목표마저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빚어진 태생적인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마저 내놓습니다. 새만금에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요. 또 정부의 청사진은 실현될 수 있을까요. ● 정치적 목적에서 출발…2차례 중단 등 우여곡절잘 알려진 대로 새만금 사업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본격화됩니다. 하지만 이 사업의 구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운영하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새만금 간척사업’에 따르면 박정희 정부는 1960년대 말 극심한 가뭄과 1970년대 초 세계적인 식량 파동이 덮치자 위기 대비 차원에서 1971년 새만금 사업의 기원인 ‘옥서지구 농업개발사업계획’(이하 ‘옥서지구 계획’)을 수립합니다. 이어 1975년 서남해안 일대 132개 지구, 4050㎢ 규모의 간척 가능지역에 대한 자원조사를 실시하고, 이듬해인 1976년 59개 지구를 개발대상지로 선정합니다. 여기에 ‘옥서지구 계획’이 담겼고, 계획 대상지 일부에 현재의 새만금 사업지가 포함됩니다.전두환 정부가 집권한 1980년대 초 냉해로 인한 쌀 흉작 등이 큰 문제가 되자 옥서지구 계획은 1986년 ‘김제지구 간척지 농업개발사업’으로 이름을 바꿔 재추진됩니다. 하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경제 부처 장관들의 반대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합니다.이후 노태우 대통령이 민정당 후보로 대선에 나서면서 새만금 사업은 본격화됩니다. 이 과정은 새만금방조제의 출발지인 전북 부안군이 운영하는 누리집(‘디지털부안문화대전’)에 올려진 글(‘계화도와 새만금 간척사업’)에 잘 정리돼 있습니다. 이 글에 따르면 1987년 13대 대선을 엿새 앞둔 12월 10일 당시 민정당 노태우 후보는 전북 전주 유세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을 선거공약으로 전격 채택합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는 공약에 새만금을 넣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유세에서 호남지역 민심을 달래줄 ‘선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급조한 것입니다. 그는 발표 과정에서 “서해안 지도를 바꾸게 될 새만금에 대단위 방조제 축조사업을 최우선 사업으로 선정, 신명을 걸고 임기 내 완성하여 전라북도 발전의 새 기원을 이룩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이어 다음날 농수산부(현 농림수산축산부)는 “1986년부터 사실상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이 사업을 1989년 상반기에 세부 실시 계획의 확정과 함께 본격 추진해, 1996년까지 방조제를 완성하겠다”고 발표합니다. 박정희 전두환 두 정권에서 검토했으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장됐던 새만금 사업이 부활한 것입니다.당선 이후 노태우 대통령은 사업 추진에 미온적이었습니다. 예산도 제대로 배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를 밀어붙인 게 김대중 당시 야당(신민주연합당) 총재였습니다. 1991년 7월 16일 여야 영수 회담에서 김 총재는 선거 공약인 새만금 사업의 이행을 요구한 것입니다. 이에 추경으로 200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고, 그해 11월 28일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서 ‘새만금 간척 종합 개발사업’의 착공식이 열립니다.● 정권마다 시대 상황 반영한 사업목적 변경 이후 집권한 정부에서는 이데올로기에 상관없이 새만금은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신성불가침의 국책사업이 됩니다. 전북 지역의 숙원사업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업목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정됐고, 예산 부족으로 사업이 늦춰지거나 환경보존 요구에 아예 중단되는 일도 발생합니다.우선 노태우 정부에서 새만금은 ‘농업 식량 생산기지’였습니다. 착공식에서 노 전 대통령은 간척지의 용도를 임해 공업단지와 우량 농지로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1998년 감사원 감사 결과 용지계획은 농지로만 사용하려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후 정부에서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새만금의 사업목적을 달리합니다. 즉 김영삼 정부는 ‘대중국 교두보’, 김대중 정부는 ‘환황해 경제권의 생산·교역·물류 전진기지’를 덧붙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용지계획은 초기 구상안을 고수합니다.이 과정에서 사업이 중단되는 일도 발생합니다. 야당 총재 시절 새만금 사업을 밀어붙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부임한 이듬해인 1999년 4월부터 2001년 5월까지 2년여 동안 공사가 중단됩니다. 당시 전북도에서 새만금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문제에 대해 민관 공동 조사를 진행한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집권하면서 새만금은 큰 변화를 겪습니다. 새만금을 복합적으로 개발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용지계획이 100% 농수산 개발 중심에서 72% 농지, 나머지 28% 비농지로 바뀐 것입니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새만금 공사는 중단됩니다. 환경단체가 2001년 8월 새만금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과 함께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요구했고, 2003년 7월 서울행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후 2006년 3월 대법원이 새만금 사업을 지속해도 좋다는 확정판결을 내릴 때까지 공사는 멈춰 섰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만금 사업은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습니다. 우선 새만금을 ‘동북아 경제중심지’를 위한 다기능 융복합기지로 조성한다는 방침에 따라 농지 대 비농지의 비율이 ‘7:3’에서 ‘3:7’로 바뀝니다. 산업단지와 관광단지 등을 개발할 수 있는 비농지 면적도 늘어납니다. 이어 착공 19년 만인 2010년 4월 27일 방조제(33㎞)가 완공됩니다.박근혜 정부는 ‘한·중 경협단지 조성’을 사업목적으로 내세우고 2013년 9월 국토교통부 산하에 새만금개발청을 만들어 새만금 관련 모든 개발 업무를 일원화합니다. 또 새만금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새만금위원회 발족, 새만금종합실천계획안 확정 등과 같은 후속작업을 추진합니다. 문재인 정부도 새만금에 정권 핵심사업을 구현해줄 매개물로 활용합니다. 당시 8% 수준인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이끌어갈 전진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 신공항 건설 둘러싸고 또다시 논란 점화현 정부는 새만금을 첨단산업 특화단지로 조성하는 방안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새만금을 이차 전지 분야 국가 첨단 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선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새만금에 신규 산단 조성, 기반 시설 구축, 연구개발, 사업화 등에 필요한 지원을 받게 됩니다. 특화단지 투자 기업에는 세액 공제, 판로 개척, 투자 촉진 보조금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됩니다. 전북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생산액 8조 5000억 원, 부가가치 2조 7000억 원, 고용 창출 3만 2000명의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정부는 또 지난해 8월 ‘초고속 이동 수단 하이퍼튜브’(’한국형 하이퍼루프‘) 종합시험센터 구축사업 대상사업자로 전북도를 선정했습니다. 전북도는 사업지로 새만금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한국형 하이퍼루프는 진공에 가까운 관(‘튜브’)에서 시속 1000km 속도로 이동하는 철도입니다. 계획대로라면 KTX를 이용해 2시간 넘게 걸리는 서울~부산 구간을 20분이면 닿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비행기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꿈의 수송 수단으로 불립니다.전북도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2024~2032년까지 9000여억 원을 투입해 초고속 추진동력과 열차부상시스템, 아진공(진공에 가까운 상태) 차량 및 무선 시스템, 아진공 튜브 인프라 건설, 하이퍼튜브 시스템 통합·운영 기술 등을 개발하게 됩니다.계획대로 진행되면 새만금에는 미래형 교통수단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하이퍼튜브부터 신공항(‘새만금 국제공항’)-신항만-철도-자율주행차 등이 모두 들어서게 됩니다. 상상으로 펼쳐왔던 미래 교통 시스템이 모두 실현되는 ‘미래 교통망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잼버리 부실 운영 사태를 계기로 신공항 건설사업자 선정에 노란불이 켜지면서 이런 계획에도 차질이 우려됩니다. 새만금 신공항의 비용 대비 편익(B/C)이 0.478로 매우 낮다는 점도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B/C가 1.0 이하이면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새만금 신공항의 인근에 위치한 광주공항과 무안 공항이 매년 적자에 유령 공항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특히 무안 공항은 현재 전라도의 유일한 국제공항이지만 올해 6월까지 이용객이 8만 5135명에 불과합니다.갯벌 보존 요구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북 녹색연합은 11일 성명서를 통해 “새만금 신공항 계획 부지인 수라갯벌이 아직 매립되지 않고 남아있는 만경수역의 마지막 갯벌이자 연안습지”라며 “전 세계 철새 이동 경로 중 가장 많은 멸종위기종들을 포함하고 있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의 핵심 기착지이며, 국제적으로 중요한 철새도래지인 만큼 신공항 건설사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새만금 준공 시기는 당초 2004년에서 2050년으로 대폭 늦춰졌습니다. 또 2030년까지 전체의 78%, 2040년까지는 87%까지 개발한다는 단계적인 목표도 세웠습니다. 정권 교체와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사업목적에 적잖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새만금개발청의 소개문에는 “새만금이 펼쳐나갈 미래는 그간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아주 새롭고 놀라운 모습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지난 33년의 여정과 현재 나타나고 있는 변수들을 감안하면 여러모로 의미심장해 보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반시장적 수단으로 (부동산) 시장을 파괴하는 행위는 반드시 차단하겠다.”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택 시세 조작을 주도하는 작전세력을 수개월간의 기획조사 끝에 적발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여기에서 “이런 집값 작전세력을 근절하지 않으면 가격 정보가 왜곡돼 시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고, 국민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뒤 이같이 밝혔습니다.또 이를 위해 “지난달부터 아파트 실거래정보 공개 시 등기 여부 및 등기일을 공개해, 거래 신고 정보의 신뢰도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고, 부동산 교란행위신고센터에서는 집값 작전 세력들의 담합이나 집값 띄우기 등을 신고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원 장관의 메시지는 국토부가 전날(10일) 발표한 ‘집값 띄우기 허위거래신고 조사결과’(이하 ‘조사결과’)를 다시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입니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나오는 ‘집값 바닥론’을 앞세워 활개를 칠 것으로 우려되는 ‘작전세력’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됩니다.실제로 최근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거나 하락세를 멈추면서 ‘부동산시장 바닥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집값이 상승세 반등하거나 재건축 움직임이 활발한 서울 강남의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新高價) 거래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일단 집값의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정부가 공식 통계로 활용하는 한국부동산원의 주간통계에 따르면 8월 1주 차(7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4% 올랐습니다. 4주 연속 상승한 것입니다. 특히 서울은 0.09% 상승하며 12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전문가들이 많이 이용하는 KB부동산의 주간통계에서도 양상은 비슷합니다. 8월 1주 차(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제자리걸음(0.00%)을 했습니다. 지난해 7월 18일(-0.02%) 이후 계속 떨어지다가 약 1년여 만인 지난주 보합세로 돌아선 데 이어 2주 연속입니다.신고가 거래도 눈에 띕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동 ‘현대 1·2차’ 160㎡(전용면적 기준) 아파트는 지난달 27일 65억 원에 거래됐습니다. 직전 최고가(60억 2000만 원·2021년 12월)보다 약 5억 원가량 높습니다.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1차’ 84㎡ 아파트도 지난달 24일 27억 원에 팔리며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122㎡ 아파트도 지난달 16일 55억 원에 거래되며 기존 신고가(54억 원)를 뛰어넘었습니다.일반적으로 시세 차익을 노린 집값 띄우기는 가격 상승기에 두드러집니다. 국토부 조사 결과에서도 적발된 조작 건수의 80%가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 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1년 새 진행된 것들이었습니다. 집값 바닥론에 집값 띄우기용 거래가 다시 활개를 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투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게 근본적인 목적입니다. 이를 위해선 정확한 시세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집값이 작전세력에 의해 부풀려진 것은 아닌지 파악해내는 선구안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국토부가 적발한 시세 조작 사례들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숙지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단속된 자전거래, 집값 띄우기 위한 불법 가능성국토부 발표는 2021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2년여 동안 이뤄진 아파트 거래 가운데 불법 의심 1086건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이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541건에서 의심 정황이 적발됐습니다.국토부가 제시한 대표사례는 모두 관계인 간 허위계약을 통한 자전거래(自轉去來)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아는 사람끼리 짜고 치듯 내부자 간 거래를 통해 집값을 부풀린 겁니다.자전거래는 원래 주식투자의 한 방식으로 합법적인 거래방식입니다. 주식시장에서는 비슷하지만 불법적인 거래형태를 ‘통정거래’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둘 다 방법은 유사합니다. 보유 중인 주식을 판 뒤 곧바로 동일한 가격으로 같은 수량의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입니다.다만 통정거래는 주식시장 거래시간(오전 9시~오후 3시) 사이에 이뤄지는 반면 자전거래는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전·오후 동시호가(오전 8~9시·오후 2시 50분~3시) 시간대를 이용합니다. 즉 자전거래는 증권시장에서 이뤄지는 거래와 별개로 진행된다는 겁니다. 주로 대기업 안에서 장부가격을 현실화할 목적으로 그룹 계열사끼리 보유 중인 주식을 주고받을 때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그런데 부동산시장에서는 시세를 올릴 목적으로 허위계약 등을 이용해 진행되는 내부자 간 거래를 자전거래로 통칭합니다. 남귤북지(南橘北枳·남쪽의 귤이 북쪽으로 가면서 탱자가 된다)가 된 셈입니다.이번에 적발된 부동산시장 자전거래는 크게 ▲가족 간 거래 ▲공인중개사 개입 거래 ▲외지인 활용 거래▲법인과 법인대표 간 거래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가족 간 거래는 부모-자식, 형제간에 이뤄집니다. 국토부가 공개한 가족 간 거래로 적발된 사례는 2건인데, 모두 모자간 거래였습니다.첫 번째는 매도자인 딸과 매수인 부모가 신고가 거래를 하면서 대금을 지급하고 거래를 끝낸 뒤 6개월 후 계약을 해지했는데, 이 과정에서 위약금 없이 매매대금 전부를 돌려준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아예 신고가 거래로 신고했지만, 계약서를 쓰지 않았고 거래대금을 주고받은 기록조차 없는 상태에서 1년 뒤 계약을 해지했다가 적발됐습니다.특히 첫 번째 거래는 공인중개사에게 현저하게 낮은 중개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중개사가 작전에 개입했을 가능성마저 제기됐습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해당지역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청에 허위 매매계약 신고 여부에 대한 추가 확인해줄 것을 통보했습니다.● 특수관계인 간 신고가 계약 후 해지해 시세 끌어올리기공인중개사나 외지인 등을 활용한 자전거래는 가족 간 거래보다 상대적으로 치밀하게 진행돼 눈길을 끕니다.공인중개사가 개입한 대표적인 유형으로 제시된 전북지역 사례의 경우 매도인이 공인중개사가 짜고 40차례가 넘는 자전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매도인은 신고가 계약을 포함해 여러 차례에 걸쳐 계약 해제 신고를 하면서 실거래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 뒤, 해제 신고된 가격 수준으로 제삼자에게 해당 주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경기지역에서 적발된 사례는 매도인과 매수인이 3억 7800만 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한 뒤 2개월 뒤에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거래와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실제 거래가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자료가 없습니다. 계약금(4000만 원) 지급 여부를 증빙할 자료도 없고, 계약서도 존재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에 대해 거래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계약 해제와 동시에 계약서를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정부는 불법적 자전거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판단에는 이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해당단지 동일 규모 아파트를 신고가로 계약 신고한 뒤 해지하는 일을 2차례 반복하면서 가격 띄우기를 시도한 정황도 영향을 미쳤습니다.인천지역 사례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매수인이 집을 사면서 공인중개사의 중개보조원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빌리는 형식을 취하고, 대금은 중개보조원이 매도인에게 직접 이체합니다. 그런데 3개월 뒤 거래계약은 해지되고, 매도인은 계약금과 중도금 전액을 중개보조원에게 돌려줍니다. 이 과정에서 매도인이 매도희망가로 1억 6000만 원을 요청했지만, 중개사가 마음대로 1억 7500만 원에 거래된 것처럼 신고한 사실이 드러납니다.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세 띄우기를 시도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습니다. 충남에 위치한 아파트를 경기지역에 살고 있는 매도인과 매수인이, 대구지역에서 활동 중인 공인중개사를 이용한 경우입니다.이들은 2억 7000만 원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신고한 뒤 2개월 뒤에 계약 해지 신고를 합니다. 이후 매도인은 한 달 뒤에 제3의 매수인에게 2억 7000만 원에 해당 아파트를 파는 데 성공합니다. 또 해당 매도인은 동일한 아파트 단지에서 모두 8차례에 걸쳐 거래와 해제를 반복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법인과 직원 간 거래는 가족 간 거래와 비슷합니다. 부산에서 적발된 경우인데 회사가 분양한 물건을 직원에게 3억 3400만 원에 신고가로 매도한 뒤 9개월 뒤 계약 해지를 하면서 계약금을 모두 돌려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고가만큼 거래금액이 올라가 다수의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10월부터 부동산 허위신고시 처벌 대폭 강화한편 정부는 앞으로 작전세력에 의한 집값 띄우기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대폭 강화할 방침입니다. 자전거래 등을 통한 허위신고나 해제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집값 교란 상황을 막겠다는 것입니다.이를 위해 지난 4월 부동산거래신고법을 개정해 재산상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거짓으로 거래 신고를 하거나 거래취소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이 규정은 10월 19일부터 시행됩니다.부동산 교란행위 신고센터와 부동산광고시장 감시센터를 통합해 부동산 불법행위 통합 신고센터()로 개편하고, 교란행위 신고 대상도 집값 담합 등 7개에서 허위신고 등을 포함한 불법 중개행위 등 50개로 대폭 늘렸습니다.주요 신고 대상은 공인중개사법 관련 ▲무자격 중개 ▲무등록 중개 ▲이중 거래계약서 작성 ▲중개보수 초과수수 ▲중개의뢰인과 직접 거래 ▲온라인 현수막 등을 이용한 특정가격 유도 ▲중개의뢰 제한 및 유도 ▲거짓거래 완료 ▲시세보다 높은 표시·광고 강요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돼 있습니다.부동산거래신고법 관련은 ▲(실제 거래가격과 다른) 업·다운 계약신고 ▲허위 실거래가 띄우기 ▲부동산 계약일 거짓신고 ▲부동산 거래의 지연신고 등입니다.국토부는 또 지난 7월 25일부터 거래 신고정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아파트 실거래정보 공개 시 등기완료 여부와 등기일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이와 함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부동산 불법행위를 적발해내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이를 위해 오는 11월까지 ‘AI를 활용한 부동산 이상거래 선별 고도화 방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연구용역은 크게 4갈래로 추진됩니다. 우선 부동산 이상거래 감지를 위한 분석 방법론 검토입니다. AI를 활용한 다양한 분석 방법의 이론적 검토와 함께 부동산거래자료(RTMS)나 건축물대장 및 등기자료, 공시자료 등 이용 가능한 행정정보와 연계한 분석모형을 만드는 것입니다.두 번째는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부각된 전세 사기를 포함한 부동산 이상거래 사례 및 유형에 대한 분석 검토와 기준 제시입니다. 전세사기 등 불법행위 발생사례 및 유형과 부동산 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하는 이상 거래 발생사례 및 유형, 부동산 불법행위의 구조적 특징을 고려한 이상 거래 감지 기준 등을 정립하는 작업입니다.세 번째는 부동산 불법행위 방지를 위한 이상거래 선별 고도화 방안 제시입니다. 전세 사기 발생 확산 방지를 위한 상시 모니터링 방안 및 부동산 이상거래 선별 방안 제시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모색 등이 주요 과제입니다.마지막으로 모의 조사를 통한 가용성 검증입니다. 전세사기가 빈번한 지역을 대상으로 모의 조사를 실시하고, 대규모 개발 예정지 인근을 대상으로 이상 거래 모의 조사를 실시하는 일입니다.국토부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미등기 거래 가운데 상습 위반이 의심되는 거래에 대해서는 허위신고 여부를 직접 조사한 뒤 형사처벌 대상으로 인정되면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입니다. 현재는 미등기 건에 대해 관할지역 지자체에 통보하고, 해제 신고 지연이나 등기 처리 지연의 경우 과태료만 부과하고 있습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최근 ‘무량판 구조’라는 말이 연일 언론을 도배하고 있습니다. 무량판(無梁板)은 ‘없을 무(無)’와 ‘대들보 량(梁)’이라는 말 그대로, 대들보가 없는 건축물 구조 형식을 말합니다. 평소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입니다. 그 시작은 올해 4월 29일 발생한 인천 검단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였습니다. 이날 밤 11시 25분경 지하 1층과 지하 2층 주차장 슬래브가 한꺼번에 무너진 일입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준공(2023년 10월)을 눈앞에 둔 새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이어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여기에는 2년 전인 2021년 6월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건물 붕괴 사고, 지난해 1월 6명의 희생자를 냈던 광주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등이 잇따르면서 건축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이에 따라 정부가 대대적인 사고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설계 단계부터 시공-시설물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관련 법규나 기준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납니다. 또 무량판 구조가 사용된 사실도 확인됩니다. 이에 한국도시주택공사(LH)는 무량판 구조를 적용해 건설한 지하주차장 91곳을 전수 조사했는데, 15곳에서 결함이 발견됩니다.이 과정에서 부실공사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던 ‘삼풍백화점’이 소환됩니다. 28년 전인 1995년 6월 붕괴되면서 약 1500명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인명피해를 일으켰던 이 백화점에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기 때문입니다.이후 무량판 구조에 대한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됩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일 2017년 이후 무량판 구조로 지어졌거나 짓고 있는 아파트 293곳(7월 31일 현재 기준)을 점검하겠다고 발표합니다. 대상은 지하주차장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생활하는 주거시설도 포함됩니다. 또 필요시에는 2017년 이전 준공된 무량판 구조 적용 아파트에 대해서도 점검을 실시할 수도 있다는 입장도 덧붙였습니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점검 대상은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현존하는 모든 건축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무량판 구조를 둘러싼 혼란이 올해 말을 넘어서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무량판 구조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 무량판 구조를 포함한 아파트를 지을 때 사용하는 철근콘크리트를 활용한 구조 형식들을 비교해보겠습니다. 또 삼풍백화점의 붕괴 원인도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현재 확산되는 무량판 구조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다소 과장됐기 때문입니다.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할 정부의 무량판 구조 아파트 점검계획도 톺아보겠습니다. ● 기둥식 vs 벽식 vs 무량판의 특징일반적으로 아파트는 철근이 들어간 콘크리트를 주재료로 지어집니다. 이때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뼈대에 해당하는 구조물은 크게 3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우선 기둥과 대들보. 슬라브로 전체 건물의 하중을 견디도록 하는 ‘기둥식(라멘식) 구조’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대들보를 뺀 게 ‘무량판 구조’입니다. 아예 기둥도 없애고 대신 벽으로 하중을 지탱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벽식 구조’라고 합니다.기둥식은 기둥과 기둥 사이에 보가 설치되고 그 위에 슬라브가 얹히는 만큼 층고가 높아집니다. 또 벽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어 내부 공간 변경이 자유롭고, 리모델링도 편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층간 소음 방지에도 유리합니다. 다만 공사비도 무량판이나 벽식보다 많이 듭니다. 공사 기간도 상대적으로 깁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기둥식이 벽식이나 무량판에 비해 직접공사비는 5~6% 정도, 전체적인 비용까지 감안하면 30%까지 비쌀 수 있다고 추정합니다.벽식은 기둥 없이 벽이 천장 슬래브를 떠받치는 형태입니다. 3가지 구조 형식 가운데 공사비가 가장 적게 들고, 공사 기간도 짧습니다. 보를 넣지 않는 만큼 층고가 낮습니다. 층고가 낮다는 것은 정해진 용적률에서 더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층간소음에 취약하고, 벽체를 허물 수가 없어 내부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고, 리모델링도 쉽지 않습니다.현재 국내에서 지어지는 아파트는 거의 대부분 벽식구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점 때문입니다. LH가 지난 2021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2025년에 공급 예정인 LH아파트 14만1184채 가운데 벽식구조가 11만 850채로 83.9%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기둥식 구조는 1만 9573채로 13.8%에 불과했습니다.무량판은 대들보를 없앤 만큼 시공이 간단합니다. 대신 층고를 높일 수 있고, 보가 없어서 천장에 다양한 설비를 설치하기가 쉽습니다. 기둥식 구조 다음으로 층간 소음도 적습니다. 기둥식만큼 내부 공간 활용도도 높고, 리모델링에도 유리합니다. 다만 공사비가 기둥식 다음으로 많이 듭니다. 국내에서는 한동안 무량판 구조는 기피 대상이었습니다. 비싼 공사비 탓도 있지만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여파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고급 아파트에서 많이 채택합니다. 층고를 높이고 자유롭게 내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다 벽식보다는 층간 소음 방지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무량판의 최대 단점은 슬라브와 기둥이 만나는 지점에 하중이 몰리면서 붕괴할 위험이 크다는 점입니다. 즉 수평하중에 취약하고 한 번 무너지면 슬라브가 시루떡처럼 포개지면서 아래로 떨어지게 돼 인명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둥과 슬라브가 만나는 지점에 지지판을 덧대거나 기둥의 대가리 부분을 크게 만듭니다. 기둥과 슬라브 연결 부분에 철근을 추가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이런 철근을 ‘전단보강근’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경우 전단보강근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는 설계부터 붕괴를 향한 걸음 시작무량판 구조에 대한 불안감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95년 6월 29일 발발한 이 사고로 사망 502명, 실종 6명, 부상자 937명에 달하는 초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합니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인명피해 사고 가운데 단일 건으로는 가장 큰 것입니다. 당시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검찰의 요구로 꾸려졌던 조사단의 일원이었던 정란 단국대 석좌교수가 2005년 발표한 보고서(‘삼풍백화점, 왜 무너졌나’)는 원인을 잘 요약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사고조사단이 사고 직후부터 4개월 동안 설계, 시공/감리, 유지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당시 서울지방검찰청이 발행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수사 및 원인규명 감정단 활동 백서’를 발췌해 정리한 것입니다. 사고 발생 10주년을 맞아 사고 원인을 재조명함으로써 일반 국민의 안전의식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작성됐습니다.보고서에 따르면 잘 알려진 대로 삼풍백화점은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부실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우선 설계단계에선 건물 5층을 당초 롤러스케이트장으로 사용하기로 했다가 식당가로 용도변경을 했지만, 그에 걸맞은 구조설계 변경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또 최초 설계에서 3차례에 걸쳐 설계 변경을 진행했는데, 구조계산서와 구조설계도면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다수 발견됐습니다. 심지어 일부 기둥의 구조설계도면은 구조계산서에서 요구한 기둥 크기나 철근량이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백화점은 설계부터 붕괴를 향한 발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옮기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시공단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잦은 백화점 건물 용도변경으로 설계도면을 수시로 바꾸면서 정상적인 공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철근 등도 설계도와 달리 엉터리로 시공된 경우가 적잖았습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결함은 무량판 구조의 안전에 핵심 시설인 기둥과 슬라브가 만나는 지점을 보강하기 위해 설치해야 할 지지대(‘지판’)를 누락하거나 기준에 크게 미달한 상태로 시공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시설물 이용과정(유지관리)에서도 적잖은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5층을 롤러스케이트장에서 식당가로 바꾸면서 대리석 및 화강석 등 마감재 설치, 온들 설치 등으로 당초 설계값보다 4배 이상 하중이 늘어났지만 적절한 보강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또 구조계산서에 반영되지 않은 냉각탑을 설치하는 등 건물 안전에 심각한 훼손이 이뤄지는 일들이 적잖게 이뤄졌습니다. 보고서는 이를 종합해 “(1989년 12월 이후 1995년 6월 붕괴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장기간에 걸쳐 균열이나 처짐 등 붕괴에 선행되는 여러 징후가 발생했는데도 안전진단을 소홀히 하고, 대처에 미흡하면서 엄청난 참사가 발생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붕괴된 인천 LH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자재도 부실지난 4월 붕괴된 인천 검단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는 조사 결과, 삼풍백화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문제점들이 드러났습니다. 즉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축소판으로 여길 정도로 부실이 적잖았습니다. 우선 설계부터 하자가 많았습니다. 정부 사고조사위원회가 지난달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32개 기둥 전체에 전단보강근을 설치해야 합니다. 그런데 설계도에는 절반에 가까운 15곳에 전단보강근 설치 표시가 누락돼 있었습니다. 이 15개 기둥은 모두 지하주차장 붕괴과정에서 부서졌습니다. 이처럼 설계도에서 전단보강근 설치가 누락된 이유는 공사비를 줄이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라기보다는 실수에서 빚어진 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지하주차장 91곳을 조사한 뒤 지난말 30일 발표한 자료(‘지하주차장 무량판구조 안전점검 추진현황’)에서도 확인됩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91곳 가운데 15곳에서 전단보강급 미흡이 발견됐고, 이 가운데 10곳에서 설계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원인은 크게 3가지였습니다. ▲실시설계 단게에서 건축계획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구조계산을 반영하지 못했거나 ▲구조계산은 했는데 구조도면에 옮기는 과정에서 누락했거나 ▲ 구조계산 프로그램에 계산식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였습니다.시공도 문제였습니다. 붕괴되고 남은 8개 기둥을 조사한 결과 절반인 4개가 설계도면과 다르게 전단보강근이 누락돼 있었습니다. 시공과정에서 누락 역시 철근을 빼돌리기 위한 경우보다는 철근 배근 설계도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여기에는 건설현장에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현실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과정상 문제를 감독할 감리도 엉터리였습니다. 감리는 시공사가 철근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만드는 ‘샵 드로잉’이라는 도면을 확인한 뒤 승인하는 절차를 책임지는데, 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자재도 부실했습니다. 무엇보다 기둥이나 슬래브를 만드는 콘크리트 품질이 형편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사고 구간 콘크리트 강도를 시험한 결과 설계도 요구 수준의 70%에 불과했습니다. 통상 설계 강도의 85% 이상이 돼야 하는데, 이를 크게 미달한 것입니다.유지관리도 허술했습니다. 해당 지하주차장은 상부에 어린이 물놀이터가 들어서는 공간이었습니다. 건설사는 이를 위해 흙을 1.1m 쌓고 나무 등을 식재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그런데 놀이터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흙을 지하주차장 상부로 2m 넘게 쌓아 올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시적으로 과부하가 걸린 셈입니다. 또 붕괴사고가 일어나기 전 비가 와 흙이 물을 머금으면서 하중은 더욱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0월에 무량판 구조 아파트 안전 종합대책 발표정부가 3일 발표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는 LH 조사 결과에서 확인된 문제들이 민간 아파트에서도 존재하는지를 들여다보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대상은 2017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 188곳과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105곳 등 모두 293곳입니다. 이는 7월 말 기준으로 집계된 수치입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별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그 숫자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조사는 9월 말 완료를 목표로 7일(월요일)부터 시작됩니다. 통상 아파트 안전점검에는 3개월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이번에는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필수 점검 대상에 초점을 맞춰 신속하게 진행해 기간을 대폭 단축한다는 게 정부 방침입니다. 조사는 민간 안전진단 전문기관이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국토안전관리원이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또 조사 대상 범위는 지하주차장 등 공용시설뿐만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생활하는 거주공간인 주거동(아파트)도 포함됩니다. 정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것으로 인정되면 2017년 이전에 준공된 단지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또 조사 결과 철근(전단보강근) 누락 등과 같은 문제가 발견된다면 시공사가 올해 말까지 보수·보강 공사를 진행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만약 건설 과정에서 법령 위반 행위가 적발된 설계·시공·감리업체에 대해서는 엄중 처벌할 방침입니다. 설계자의 경우 건축법과 건축사법 등에 따라 2년 이하 지역,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등록취소나 영업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을 받습니다. 시공자는 건설기술 진흥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20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등록취소, 영업정지와 같은 행정처분, 감리자는 1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등록말소, 영업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을 각각 받게 됩니다.정부는 또 무량판 구조 아파트 전수조사 결과와 인천 검단 LH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 원인 등을 종합해 10월 경에는 무량판 구조 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여기에는 무량판구조를 특수구조물에 포함시켜 안전 확인절차를 강화하고, 상세 설계기준을 보완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정부는 건설 이권 카르텔 혁파방안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인천 검단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에서 설계도 이상이나 시공 문제점 등을 관리 감독해야 할 감리가 자기 몫을 다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습니다. 정부는 그 배경에 이권 카르텔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LH에 일감을 따내기 위해 설계나 감리업체가 눈치를 보거나, LH 퇴직자를 영입하는 등 짬짜미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감리의 시공사로부터의 독립성 확보와 전문성 강화방안, 설계·감리의 전관 유착 방지 방안 등을 제시할 방침입니다. 여기에는 LH의 전관 예유 방지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비수도권 지역의 경기 활성화 추진”정부가 최근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하 ‘개발이익환수법’) 시행령 일부를 개정하기로 하고 내세운 명분입니다. 개정 방안의 핵심은 올 9월부터 내년 말까지 인가 등을 받은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개발부담금 부과 대상 면적 기준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즉 ▲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이하 ‘세종시’) 도시지역은 660㎡ 이상에서 1000㎡ 이상으로 ▲광역시와 세종시를 제외한 도시지역은 990㎡에서 1500㎡으로 ▲도시지역을 제외한 지역은 1650㎡에서 2500㎡ 이상으로 각각 상향 조정하겠다는 겁니다. 면적 기준을 50% 이상 높이고 개발부담금 면제 대상을 늘려줌으로써 비수도권 지역의 부동산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는 비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비수도권 지역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전국 집값은 전월 대비 0.05% 떨어졌습니다. 수도권은 서울을 중심으로 반등에 성공하면서 0.03% 올랐습니다. 반면 비수도권은 0.13% 하락하며 지난해 7월(-0.01%) 이후 계속 추락 중입니다. 다만 지난해 12월(-1.42%)을 정점으로 하락폭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조치를 통해 비수도권 지역 부동산 경기 회생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국토부는 이에 앞선 2017~2019년에도 비수도권의 개발부담금을 한시적으로 완화해주는 조치를 시행한 적이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부동산개발 사업 인가를 받으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사업 속도도 빨라진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자칫 ‘뜨거운 감자’가 될 수도 있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꺼낸 이유는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적잖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수도권의 경우 상당수 지역이 인구감소로 인한 소멸 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지역 경제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을 고려한다면 정부로서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2023년 7월 세계경제전망(WEO)’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내렸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이번까지 5회 연속 하향 조정입니다. 올해 들어 IMF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높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IMF는 그 원인으로 중국 경제의 더딘 회복과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을 꼽고 있습니다.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다만 이런 문제들의 해법이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카드로 선택된 비수도권 지역의 개발부담금 대상 한시적 확대 조치가 정부의 바람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한편 전문가들은 개발부담금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정부 방침과는 달리 현재보다 부과 대상을 확대하고, 징수율을 높이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어떤 게 합리적인 선택일까요. 개발부담금의 속사정을 짚어보겠습니다.● ‘토지공개념 3법’으로 등장한 개발부담금개발부담금은 잘 알려진 대로 ‘토지공개념 3법’ 가운데 하나로 도입됐습니다. 나머지는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에 의한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법’에 의한 토지초과이득세제입니다. 1986년 3저(저금리, 저유가, 저환율) 호황과 86아시안 게임, 88서울올림픽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크게 늘어난 시중 유동성으로 심각한 부동산 투기와 땅값 급등이 발생하자 시장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마련됐습니다. 도입 과정에서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적잖았지만 민심을 등에 업은 노태우 정부는 밀어붙였고, 토지공개념 3법은 1990년 본격 시행됩니다. 예상대로 시장 안정에는 일정 수준 성과를 거두지만 그 효력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일부 위헌 판정 등으로 3법이 10년이 채 못 가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토지공개념 3법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는 평가마저 나옵니다. 택지소유상한제는 660㎡(200평) 이상 택지 보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6대 도시 외의 지역에는 적용되지 않는 등 실효성이 없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진 데다 외환위기로 촉발된 부동산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1998년 9월 폐지됩니다. 또 이듬해인 1999년 4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정까지 받습니다. 토지초과이득세는 유휴토지 등의 소유자에 대해 3년 단위로 토지초과이득의 30%(1000만 원 이하) 또는 50%(1000만 원 초과)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중과세로 재산권 침해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1994년 7월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습니다. 이어 1998년 12월 외환위기의 여파로 완전히 폐지됩니다. 개발부담금제는 택지개발, 공단조성, 골프장건설 등 다양한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해 개발이익의 20~25%를 부담금으로 걷는 제도입니다. 현재까지 30년 넘게 유지되고는 있지만 이 역시도 부과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등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습니다. 첫해인 1990년 5월 당시 건설부(현 국토교통부)가 확정한 개발부담금 부과 대상은 1021건, 329㎢(9942만여 평)로 추정됐습니다. 이 가운데 골프장만 87건, 122㎢(3694만여 평)로 전체의 39%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부과된 개발부담금은 188건, 227억 원에 그쳤습니다. (정책브리핑, ‘토지투기 억제와 토지공개념의 변형’)이후 1997년까지 꾸준하게 늘어가던 개발부담금 징수액은 외환위기에 다시 발목이 붙잡힙니다. 1998년 9월에 법률 개정을 통해 1999년 1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부과 유예 조치가 내려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경기 상황에 따라 개발부담금은 부담률 인하나 한시 감면, 대상 기준 상향 조정 등과 같은 조치가 이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행 초기 개발이익의 50%였던 부담률이 현재는 20~25%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10만여 건, 6조 5000여억 부과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개발부담금은 국토부가 현재 운영하는 15개 부담금 가운데 징수액 규모가 가장 큽니다. 또 토지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핵심적인 제도로서 큰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기획재정부가 올해 5월 발행한 ‘2022년 부담금운용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거둬들인 각종 부담금은 모두 22조 3710억 원입니다. 이 가운데 국토부가 징수한 부담금은 1조 5794억(7.1%)입니다. 전체 18개 부처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환경부-보건복지부에 이어 5번째입니다.국토부가 운영하는 15개 부담금 가운데에선 개발부담금의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지난해 징수액이 5727억 원으로 전체 부담금 징수액의 36.3%나 됩니다. 이어 교통유발부담금(5079억 원)이 32.2%를 차지했고, 광역교통시설 부담금(1949억 원·12.3%) 개발제한구역 보전부담금(1558억 원·9.9%) 등의 순으로 뒤를 잇습니다. 1990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거둬들인 개발부담금은 건수로는 10만2238건이고, 징수액은 6조 5188억 원에 달합니다. 다만 그 과정은 들쭉날쭉했습니다. 도입 초기 수백억 원대에 머물다 1997년 3800여억 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이듬해 1452억 원으로 꺾이고 맙니다. 이후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2008년까지는 꾸준하게 1000억 원대에서 맴돕니다. 반등은 2009년부터 시작됩니다. 그해에 2734억 원으로 2000억 원대를 돌파한 뒤 2017년(3250억 원)에 3000억 원대에 진입합니다. 그리고 부동산 경기가 뜨거웠던 2020년(4283억)에 4000억 원을 넘어섰고, 지난해(5727억 원)에는 5000억 원 선마저 뚫었습니다. 시도별 징수액(누적금액 기준)을 보면 신도시 등 택지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경기도가 전체의 60%가 넘는 3조 9730억 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뒤를 이어 서울(4376억 원·6.7%) 인천(3256억 원·5.0%) 부산(2176억 원·3.3%) 충남(2141억 원·3.3%) 등의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수도권이 4조 7362억 원으로 전체의 72.7%를 차지해 눈길을 끕니다. 징수된 개발부담금의 절반은 토지가 속한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지고, 나머지 절반은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약칭 ‘지방분권균형발전법’)에 따라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이하 ‘특별회계’)에 포함됩니다. 특별회계 자금은 섬, 비수도권 지역 소도시, 접경지, 농어촌 및 산촌 등의 생활환경 정비나 전원마을 조성 등을 지원하는 데 사용됩니다. ● 개발부담금 징수율 높이기 등 해결과제 수두룩한편 정부가 이번에 비수도권 지역에 대해 개발부담금 적용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개발부담금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쪽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국토부의 싱크탱크인 국토연구원도 대표적인 곳입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토지의 공공성 제고를 위한 사전 개발이익환수제도 도입 방안 연구’)에서 “토지 개발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환수하는 조세, 부담금 등을 통해 거둬들인 환수금이 개발이익의 1.5~4.5%에 불과하다”며 “개발부담금 운영방식을 전반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토지 개발과 계획에 따라 발생한 이익은 312조~94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또 이를 적절하게 환수하지 못해 불로소득이 된다면 부동산 투기가 만연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됐습니다. 그런데 2020년 환수한 개발이익은 13조 9000억 원으로 개발이익의 1.5~4.5%에 불과했습니다. 조세 가운데 재산세(토지분)는 6조 3000억 원, 종합부동산세는 3조 9000억 원, 양도소득세(토지, 부동산)는 1조 6000억 원이었습니다. 또 부담금 가운데 개발부담금은 6000억 원, 농지보전부담금이 1조 2000억 원, 대체산림자원조성비가 3000억으로 집계됐습니다. 재건축부담금은 실적이 없었습니다. 국토연구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개발부담금 부과 대상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 있다고 강조합니다. 현재는 비도시지역 신규개발지를 중심으로 개발사업을 정의하고 있어 기존 시가지에서 추진하는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환수하기에는 제약이 많다는 것입니다.예컨대 한국전력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매각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지 개발사업의 경우 도시계획 변경을 통해 제3종 일반주거지역(허용용적률·250%)에서 일반상업지역(800%)으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개발부담금은 부과되지 않았고, 개발이익의 일부인 1조 7000억 원을 공공기여 형태로 환수하는 데 그쳤습니다. 국토연구원은 따라서 “개발이익환수법의 입법 목적에 맞게 개발부담금 부과 대상을 지목변경 등과 같은 유형적 개발-개발이익에서 용도지역·지구 변경 등과 같은 무형적 개발-계획이익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개발부담금의 징수율 높이기도 중요한 해결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해 말 징수율은 73%(누적징수액 기준)에 불과합니다. 개발부담금은 현금 이외에도 토지나 건축물과 같은 현물로 낼 수 있습니다. 또 2017년 말부터는 신용카드로도 납부가 가능해졌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현물 납부의 경우 내야할 개발부담금과 물납부동산의 차액에 대해서도 신용카드 납부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개발부담금의 들쭉날쭉한 운용도 문제입니다. 기재부도 이에 대해 ‘2022년 부담금운용 종합보고서’에서 “(개발부담금을) 부동산 경기상황에 따라 부과 중지와 재부과를 반복하는 것은 제도 운영의 안정성과 납부의무자 간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개발부담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준 완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개발부담금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부과 대상 확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은 서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에게 이 책이 주택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믿음직한 길잡이이자 친구가 되기를 바랍니다.”한국부동산원이 지난해 11월 발행한 책 ‘주택청약의 모든 것’의 서문에 실린 인사말입니다. 부동산원은 또 “지금까지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던 청약제도의 탄생과 역사, 유형별 신청 자격과 당첨자 선정방식, 그리고 청약홈 시스템 메뉴의 설명까지 총망라했다”며 “좀 더 쉽게 청약제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글자, 한 글자 고심하여 작성했다”고 밝혔습니다.‘대한민국 주택청약의 바이블’이라는 부제가 붙여진 이 책은 모두 5개 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1장(‘내 집 마련, 청약이 답이다’)은 청약 제도의 필요성과 전체 내용을 요약했고, 2장(‘청약의 기초 다지기, 청약도 공부가 필요하다’)에선 청약 통장과 입주자 공고문, 청약 자격에 대한 세부 내용을 다뤘습니다. 3장(‘특별공급으로 청약 신청하기’)과 4장(‘일반공급으로 청약 신청하기’)는 관련 공급방식의 특징과 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설명해주고, 5장(‘청약 신청, 이제부터는 실전이다’)은 실제 주택 청약 방법 등을 소개했습니다.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청약제도는 ‘난수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책 출간에는 이런 비판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부동산원은 책의 도입부(프롤로그)에서 “이 책은 청약 초심자부터 다년간의 청약 경험이 있는 분들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한 든든한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그런데 부동산원은 7개월 남짓 지난 올 6월 27일 ‘2023년 최신 개정판’을 내놨습니다. 책 발행 이후 추진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하 ‘공급규칙’) 개정 사항을 반영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26일 발표됐던 ‘청년·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50만 채 공급계획’과 올해 2월 28일 자로 개정된 공급규칙입니다. 그 결과 새 책은 기존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한눈에 모아보기-2023년 주택청약 뭐가 달라지나요?’와 ‘만화로 보는 청약부터 입주까지의 모든 것’ 등이 추가됐습니다.문제는 부동산원이 조만간 개정판을 다시 내야 할 처지라는 점입니다. 2월 이후 이미 차례에 걸쳐 ‘공급규칙’이 개정된 데다 연내 추가 개정도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달 초 입법 예고된 개정령 안에는 ▲사전당첨 부적격자의 통장 부활 기준 추가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군경 등 특별공급 신설 ▲해외근로자 특별공급 근거 명확화 ▲입주예약자의 다른 본청약 당첨 여부 조회 근거 마련 ▲계약 취소된 주택의 공급계약 근거 마련 등 청약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내용들이 포함돼 있습니다.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기존 제도의 운용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정책 개정은 불가피합니다. 또 이를 반영한 개정판을 내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게 지나치게 잦다면 문제입니다. 청약제도가 난수표로 불릴 정도로 어려워진 직접적인 이유도 잦은 제도 변경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공급규칙의 변경 과정과 문제점, 해결방안 등을 짚어보는 이유입니다. ● 공급규칙 도입 후 연 평균 3.6회 수정 청약제도는 단순하게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정부가 주택을 나눠주는 방법에 대한 기준(조건·방법·절차 등)을 정해 놓은 것입니다. 정부가 이처럼 주택공급에 적극 개입하는 이유는 좁은 국토에서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주택을 건설하고,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게 우선 공급하기 위해서입니다. 부동산원의 책(‘주택청약의 모든 것’)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의 주택공급 제도는 1963년 제정된 ‘공영주택법’입니다. 당시에는 저소득자이면서 무주택자, 분양대금을 상환할 수 있거나 임대료를 지급할 수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공공주택의 일환인 공영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정해진 것이었습니다. 당시 공급방식은 현재처럼 복잡하지 않고, 단순 추첨방식이었습니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도시 주택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1972년 제정된 ‘주택건설촉진법’에 근거해 1977년 8월 ‘국민주택 우선 공급에 관한 규칙’을 신설하고, 국민주택청약부금 가입자에게 주택 분양 우선권을 부여하기 시작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급규칙은 공공주택에만 적용됐습니다. 이에 이듬해인 1978년 5월 민영주택까지 포함한 공급규칙을 만들게 되는데, 그것이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입니다. 이후 현재(7월 20일)까지 공급규칙은 무려 162차례에 걸쳐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연평균 3.6회에 달합니다. 부동산원은 이에 대해 “주택시장의 상황, 시대 여건의 변화 등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변화와 진화는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규제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주택에 대한 과수요 상황에서 주택을 실수요자에게 나눠주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당시 대표적인 조치로는 소형 공공주택에 대한 소득제한과 민영주택의 채권입찰제, 전매제한 및 재당첨 제한 기간 연장 등이 있습니다. 1990년대에는 수도권 1기 신도시를 앞세운 주택 200만 채 건설과 금융실명제, 토지거래허가제도 등이 시행되면서 부동산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지자 정부는 분양가 전면 자율화나 전매제한 폐지 등과 같은 규제 완화책을 쏟아냅니다. 민영주택 청약 자격도 세대주에서 20세 이상 성인으로 전환해 청약 자격 문호를 대폭 넓힙니다.1990년대까지만 해도 공급규칙 개정은 연 1회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운영됐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2000년대 접어들어서 상황은 크게 바뀝니다. 2000년 이후 올해까지 개정 횟수는 무려 129회에 달합니다. 연 평균으로 5.4회입니다. 특히 2010년에는 한 해 동안 무려 10차례나 공급규칙이 개정됩니다. 정부의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공급규칙이 규제 강화와 완화라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 발생한 결과인데, “청약제도가 ‘누더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 직접적인 이유가 됩니다.● 시대 변화 반영부터 생색내기용까지도162차례에 걸친 공급규칙 개정과정에서 전체 개정은 1995년과 2005년 두 차례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일부 개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시장 상황이나 시대적인 수요 변화를 반영한 불가피한 변화와 진화가 상당수를 차지하지만 일부 이를 의심할 만한 경우도 있습니다. 시대적인 수요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인구정책 변화에 따른 청약 혜택 변화입니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길거리 현수막이 나부끼던 1970년대 정부는 공공아파트 청약에 ‘불임시술자’ 우대를 제시합니다. 그 시작은 1976년입니다. 당시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은 제4차 경제 5개년 개발계획 기간에 연평균 인구증가율을 1.6%로 억제하기로 정합니다. 이에 정부는 1977년 ‘국민주택 우선공급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면서 공공부문이 짓는 아파트 청약 우선순위 조건에 영구불임시술자를 포함시킵니다. 그 결과, 1976년 말까지 8만여 명에 불과했던 영구불임시술자는 1977년 8월 말 14만여 명으로 불어날 정도로 큰 효과를 거둡니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운 좋으면 주택 뽑기 당첨’ 30년)불임시술자에 대한 우대 조치는 1978년 제정된 공급규칙에도 이어져 20년간 유지되다 1997년 7월 18일 폐지됩니다. 전년도인 1996년 6월 당시 정부가 “35년간 시행돼온 출산 조절을 통한 인구억제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뒤 이뤄진 후속조치였습니다.그런데 9년 뒤인 2006년 인구정책은 다시 주택청약제도와 연결됩니다. 다만 이전과는 완전히 상반된 방식입니다. 저출산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자 2006년 8월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민법상 미성년자인 3자녀 이상의 자녀를 둔 무주택 세대주에게 건설 양의 3% 범위 안에서 1회에 한해 특별 공급할 수 있다”는 규정을 공급규칙에 끼워 넣은 것입니다. 이후 다자녀 우선공급은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습니다.이 밖에 공급규칙 도입 초기에 15년 이상 무사고 운전자나 동일 직장 10년 이상 취업자에 대한 청약 우선제도 등이 도입됐다가 1999년 대대적인 규제 완화 방침에 따라 폐지되기도 했습니다.반면 개정의 필요성에 의구심이 드는 경우도 보입니다. 정부가 이달 초 입법 예고한 개정령안에 포함된 ‘해외근로자 특별공급 근거 명확화’는 그런 유형입니다. 개정령 안은 국외에서 1년 이상 ‘취업한’ 근로자를 ‘근무한’으로 바꾸는 게 전부입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현행 규정의 문언 해석상 해외기업에 취업한 근로자만이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국내기업 소속 해외파견자도 인정됨을 명확하게 기술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규정은 1978년 공급규칙에 제정된 이후 한 번도 누락된 적이 없이 유지돼온 것입니다. 굳이 덧대거나 바꿀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최근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해외 건설 수주 지원방안에 가짓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서 공급규칙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평가마저 나옵니다. ● 복잡해진 공급규칙에 불법·편법 잇따라 이처럼 잦은 변화와 진화로 인해 공급규칙은 현재 국토부 실무자들도 “헷갈린다”고 실토할 정도로 복잡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유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이용자인 국민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복잡해진 청약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부적격 처리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부동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청약 부적격 당첨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 7월까지 주택청약 신청자 중 부적격 당첨자가 5만 1750명으로 집계됐습니다.2021년 7월 진행된 3기 신도시 1차 사전청약에서는 최초 당첨자 4333명 가운데 493명(11.4%)이 부적격 당첨자로 처리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10만 명 가까이 몰리며 21.6 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은 당첨자 10명 가운데 1명 이상이 문제가 된 셈입니다.복잡해진 공급규칙은 이용자인 국민들의 불필요한 비용 지불이나 불법이나 편법 부추기기와 같은 부작용도 가져옵니다. 1970~1980년대 등장했던 ‘강남 복부인’이나 1990~2000년대의 ‘떴다방’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최근 들어서도 편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7~2018년에는 특별공급으로 미성년자나 20대 사회 초년병이 당첨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편법 증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2020년 8월 국토부가 발표한 ‘부동산 범죄 수사 결과’에서는 수도권지역의 한 고시원에 위장 전입한 18명이 인근 아파트에 당첨된 사실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습니다.문제는 현행 공급규칙을 근본적으로 수정할 만한 뾰족한 방법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전체 국민(5174만 명·2021년 기준)의 절반을 훌쩍 넘어선 2734만여 명(2023년 6월 기준)에 달하는 청약통장 가입자가 큰 걸림돌입니다. 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공급규칙 전반을 손대기가 쉽지 않습니다.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공급규칙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현행보다 상위 규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국회입법조사처 국토해양팀 장경석 입법조사관(선임연구관)은 “현재는 국토부 자체적으로 개정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남발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공급규칙 개정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상위 규정으로 정해 제도의 안정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공급규칙이 결국 주택을 나눠주는 방법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필요한 곳에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즉 나눠줄 파이(집)를 키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모두 돌아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만성적으로 수요가 초과된 도심지역에 원활한 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재건축 등 관련 규제를 서둘러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에게 이 책이 주택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믿음직한 길잡이이자 친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해 11월 발행한 책 ‘주택청약의 모든 것’의 서문에 실린 인사말입니다. 부동산원은 또 “지금까지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던 청약제도의 탄생과 역사, 유형별 신청 자격과 당첨자 선정방식, 그리고 청약홈 시스템 메뉴의 설명까지 총망라했다”며 “좀 더 쉽게 청약제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글자, 한 글자 고심하여 작성했다”고 밝혔습니다.‘대한민국 주택청약의 바이블’이라는 부제가 붙여진 이 책은 모두 5개 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1장(‘내 집 마련, 청약이 답이다’)은 청약 제도의 필요성과 전체 내용을 요약했고, 2장(‘청약의 기초 다지기, 청약도 공부가 필요하다’)에선 청약 통장과 입주자 공고문, 청약 자격에 대한 세부 내용을 다뤘습니다. 3장(‘특별공급으로 청약 신청하기’)과 4장(‘일반공급으로 청약 신청하기’)는 관련 공급방식의 특징과 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설명해주고, 5장(‘청약 신청, 이제부터는 실전이다’)은 실제 주택 청약 방법 등을 소개했습니다.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청약제도는 ‘난수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책 출간에는 이런 비판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부동산원은 책의 도입부(프롤로그)에서 “이 책은 청약 초심자부터 다년간의 청약 경험이 있는 분들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한 든든한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원은 7개월 남짓 지난 올 6월 27일 ‘2023년 최신 개정판’을 내놨습니다. 책 발행 이후 추진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하 ‘공급규칙’) 개정 사항을 반영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26일 발표됐던 ‘청년·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50만 채 공급계획’과 올해 2월 28일 자로 개정된 공급규칙입니다. 그 결과 새 책은 기존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한눈에 모아보기-2023년 주택청약 뭐가 달라지나요?’와 ‘만화로 보는 청약부터 입주까지의 모든 것’ 등이 추가됐습니다. 문제는 부동산원이 조만간 개정판을 다시 내야 할 처지라는 점입니다. 2월 이후 이미 차례에 걸쳐 ‘공급규칙’이 개정된 데다 연내 추가 개정 가능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달 초 입법 예고된 개정령 안에는 ▲사전당첨 부적격자의 통장 부활 기준 추가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군경 등 특별공급 신설 ▲해외근로자 특별공급 근거 명확화 ▲입주예약자의 다른 본청약 당첨 여부 조회 근거 마련 ▲계약 취소된 주택의 공급계약 근거 마련 등 청약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내용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기존 제도의 운용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정책 개정은 불가피합니다. 또 이를 반영한 개정판을 내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게 지나치게 잦다면 문제입니다. 청약제도가 난수표로 불릴 정도로 어려워진 직접적인 이유도 잦은 제도 변경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공급규칙의 변경 과정과 문제점, 해결방안 등을 짚어보는 이유입니다. ● 공급규칙 도입 후 연 평균 3.6회 수정 청약제도는 단순하게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정부가 주택을 나눠주는 방법에 대한 기준(조건·방법·절차 등)을 정해 놓은 것입니다. 정부가 이처럼 주택공급에 적극 개입하는 이유는 좁은 국토에서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주택을 건설하고,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게 우선 공급하기 위해서입니다. 부동산원의 책(‘주택청약의 모든 것’)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의 주택공급 제도는 1963년 제정된 ‘공영주택법’입니다. 당시에는 저소득자이면서 무주택자, 분양대금을 상환할 수 있거나 임대료를 지급할 수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공공주택의 일환인 공영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정해진 것이었습니다. 당시 공급방식은 현재처럼 복잡하지 않고, 단순 추첨방식이었습니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도시 주택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1972년 제정된 ‘주택건설촉진법’에 근거해 1977년 8월 ‘국민주택 우선 공급에 관한 규칙’을 신설하고, 국민주택청약부금 가입자에게 주택 분양 우선권을 부여하기 시작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급규칙은 공공주택에만 적용됐습니다. 이에 이듬해인 1978년 5월 민영주택까지 포함한 공급규칙을 만들게 되는데, 그것이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입니다. 이후 현재(7월 20일)까지 공급규칙은 무려 162차례에 걸쳐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연평균 3.6회에 달합니다. 부동산원은 이에 대해 “주택시장의 상황, 시대 여건의 변화 등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변화와 진화는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규제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주택에 대한 과수요 상황에서 주택을 실수요자에게 나눠주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당시 대표적인 조치로는 소형 공공주택에 대한 소득제한과 민영주택의 채권입찰제, 전매제한 및 재당첨 제한 기간 연장 등이 있습니다. 1990년대에는 수도권 1기 신도시를 앞세운 주택 200만 채 건설과 금융실명제, 토지거래허가제도 등이 시행되면서 부동산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지자 정부는 분양가 전면 자율화나 전매제한 폐지 등과 같은 규제 완화책을 쏟아냅니다. 민영주택 청약 자격도 세대주에서 20세 이상 성인으로 전환해 청약 자격 문호를 대폭 넓힙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공급규칙 개정은 연 1회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운영됐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2000년대 접어들어서 상황은 크게 바뀝니다. 2000년 이후 올해까지 개정 횟수는 무려 129회에 달합니다. 연 평균으로 5.4회입니다. 특히 2010년에는 한 해 동안 무려 10차례나 공급규칙이 개정됩니다. 정부의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공급규칙이 규제 강화와 완화라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 발생한 결과인데, “청약제도가 ‘누더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 직접적인 이유가 됩니다.● 시대 변화 반영부터 생색내기용까지도 162차례에 걸친 공급규칙 개정과정에서 전체 개정은 1995년과 2005년 두 차례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일부 개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시장 상황이나 시대적인 수요 변화를 반영한 불가피한 변화와 진화가 상당수를 차지하지만 일부 이를 의심할 만한 경우도 있습니다. 시대적인 수요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인구정책 변화에 따른 청약 혜택 변화입니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길거리 현수막이 나부끼던 1970년대 정부는 공공아파트 청약에 ‘불임시술자’ 우대를 제시합니다. 그 시작은 1976년입니다. 당시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은 제4차 경제 5개년 개발계획 기간에 연평균 인구증가율을 1.6%로 억제하기로 정합니다. 이에 정부는 1977년 ‘국민주택 우선공급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면서 공공부문이 짓는 아파트 청약 우선순위 조건에 영구불임시술자를 포함시킵니다. 그 결과, 1976년 말까지 8만여 명에 불과했던 영구불임시술자는 1977년 8월 말 14만여 명으로 불어날 정도로 큰 효과를 거둡니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운 좋으면 주택 뽑기 당첨’ 30년) 불임시술자에 대한 우대 조치는 1978년 제정된 공급규칙에도 이어져 20년간 유지되다 1997년 7월 18일 폐지됩니다. 전년도인 1996년 6월 당시 정부가 “35년간 시행돼온 출산 조절을 통한 인구억제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뒤 이뤄진 후속조치였습니다. 그런데 9년 뒤인 2006년 인구정책은 다시 주택청약제도와 연결됩니다. 다만 이전과는 완전히 상반된 방식입니다. 저출산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자 2006년 8월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민법상 미성년자인 3자녀 이상의 자녀를 둔 무주택 세대주에게 건설 양의 3% 범위 안에서 1회에 한해 특별 공급할 수 있다”는 규정을 공급규칙에 끼워 넣은 것입니다. 이후 다자녀 우선공급은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 공급규칙 도입 초기에 15년 이상 무사고 운전자나 동일 직장 10년 이상 취업자에 대한 청약 우선제도 등이 도입됐다가 1999년 대대적인 규제 완화 방침에 따라 폐지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개정의 필요성에 의구심이 드는 경우도 보입니다. 정부가 이달 초 입법 예고한 개정령안에 포함된 ‘해외근로자 특별공급 근거 명확화’는 그런 유형입니다. 개정령 안은 국외에서 1년 이상 ‘취업한’ 근로자를 ‘근무한’으로 바꾸는 게 전부입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현행 규정의 문언 해석상 해외기업에 취업한 근로자만이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국내기업 소속 해외파견자도 인정됨을 명확하게 기술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규정은 1978년 공급규칙에 제정된 이후 한 번도 누락된 적이 없이 유지돼온 것입니다. 굳이 덧대거나 바꿀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최근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해외 건설 수주 지원방안에 가짓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서 공급규칙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평가마저 나옵니다. ● 복잡해진 공급규칙에 불법·편법 잇따라 이처럼 잦은 변화와 진화로 인해 공급규칙은 현재 국토부 실무자들도 “헷갈린다”고 실토할 정도로 복잡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유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이용자인 국민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복잡해진 청약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부적격 처리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부동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청약 부적격 당첨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 7월까지 주택청약 신청자 중 부적격 당첨자가 5만 175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2021년 7월 진행된 3기 신도시 1차 사전청약에서는 최초 당첨자 4333명 가운데 493명(11.4%)이 부적격 당첨자로 처리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10만 명 가까이 몰리며 21.6 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은 당첨자 10명 가운데 1명 이상이 문제가 된 셈입니다. 복잡해진 공급규칙은 이용자인 국민들의 불필요한 비용 지불이나 불법이나 편법 부추기기와 같은 부작용도 가져옵니다. 1970~1980년대 등장했던 ‘강남 복부인’이나 1990~2000년대의 ‘떴다방’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최근 들어서도 편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7~2018년에는 특별공급으로 미성년자나 20대 사회 초년병이 당첨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편법 증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2020년 8월 국토부가 발표한 ‘부동산 범죄 수사 결과’에서는 수도권지역의 한 고시원에 위장 전입한 18명이 인근 아파트에 당첨된 사실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현행 공급규칙을 근본적으로 수정할 만한 뾰족한 방법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전체 국민(5174만 명·2021년 기준)의 절반을 훌쩍 넘어선 2734만여 명(2023년 6월 기준)에 달하는 청약통장 가입자가 큰 걸림돌입니다. 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공급규칙 전반을 손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공급규칙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현행보다 상위 규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국회입법조사처 국토해양팀 장경석 입법조사관(선임연구관)은 “현재는 과장 전결로 개정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남발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공급규칙 개정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상위 규정으로 정해 제도의 안정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급규칙이 결국 주택을 나눠주는 방법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필요한 곳에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즉 나눠줄 파이(집)를 키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모두 돌아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만성적으로 수요가 초과된 도심지역에 원활한 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재건축 등 관련 규제를 서둘러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2025년 한국 초고령 사회 진입’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22 고령자 통계’는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901만8000명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9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전체 인구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고령인구 비중’)도 17.5%로 높아졌습니다. 2025년이면 고령인구 비중이 20.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를 넘어선다는 것은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의미합니다. 예상대로라면 2018년(고령인구 비중·14.3%)에 고령사회(고령인구 비중 14%)가 된 한국은 7년 만에 한 단계 높은 초고령 사회로 바뀌는 셈입니다. 오스트리아(53년)나 영국(50년) 프랑스(39년) 미국(15년)은 물론 우리보다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여겨지고 있는 일본(10년)보다 훨씬 빠른 속도입니다.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2070년 국내 고령인구 비중은 46.4%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고령인구라는 뜻입니다.이 시점에 주목하는 이유는 노인복지법 등 다수의 노인 대상 복지제도에서 대상 기준으로 65세를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 연령대를 전후로 기력이 떨어지면서 근로활동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가뜩이나 취약해진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특히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 매우 높습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2021년 65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노인빈곤율’)은 37.6%로 나타났습니다. 줄곧 40%대에 머물러 있다가 2020년(38.9%)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섰고, 2021년에 조금 더 낮아진 것입니다. 그럼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5%(2019년 기준)와 비교하면 3배가량 높고, 전체 OECD 회원국 가운데에서 최고 수준입니다.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구성된 ‘연금 3종 사다리’를 갖출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구비한 국민들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특히 2005년 12월 도입된 퇴직연금의 경우 적립액을 온전히 쌓고 있는 근로자와 자영업자가 684만 명(2021년 기준)으로 전 국민(5174만 명)의 13.2%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지난 11일 공포한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일부 개정 법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개정 법률의 핵심은 주택연금 가입 대상 범위를 공시가격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확대입니다. 이를 통해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할 카드인 ‘주택연금’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입니다.주택연금은 일종의 역(逆)모기지 상품입니다. 모기지(mortgage)는 부동산을 담보로 주택자금을 장기로 대출해 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예컨대 3억 원을 4%로 빌려준 뒤 20년에 걸쳐 원리금을 181만 원씩 갚는 식입니다. 역모기지는 이와는 반대입니다. 대출을 연금처럼 매월 나눠서 먼저 받은 뒤, 나중에 목돈으로 갚는 방식입니다. 즉 5억 원짜리 1주택자가 70세에 주택연금(종신지급방식·정액형·3월1일 기준)에 가입했다면 매월 150만 원씩을 평생 받고, 사망하면 주택을 처분해서 한꺼번에 갚는 것입니다. 결국 주택연금은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나, 별도의 소득이 없는 고령자의 노후 소득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상품입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2020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가구의 자가보유율(77.2%)과 자가점유율(75.4%)은 일반가구(자가보유율 60.6%, 자가점유율 57.9%)에 비해 높습니다. 주택연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크다는 뜻입니다. 이번에 바뀌게 된 주택연금 관련 제도의 의미와 활용법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가격 기준 확대로 19만여 채 혜택 기대개정 법률은 ‘주택담보노후연금보증’(이하 ‘주택연금’) 대상 주택을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시 또는 고시되는 가격이 9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 또는 시설을 보유한 사람으로 확대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가격은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했습니다. 즉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겠다는 뜻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이미 공개했습니다. 국토부가 2023년 공시가격을 산정하면서 적용한 현실화율이 69.0%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거래가 기준으로는 약 17억 4000만 원까지 해당됩니다. 정부는 또 개정 법률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이에 따라 10월 11일부터는 공시가격 9억 원 이상 주택으로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번 조치는 주택연금 활성화라는 목적과 함께 2020~2021년에 나타났던 주택가격 급등과 같은 시장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가입 요건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이에 따라 아파트 연립 다세대 등 공동주택 기준으로 19만여 채 정도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3월 발표한 ‘2023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9억 원 초과~12억 원 이하 주택은 무려 19만3769채에 달합니다. 전체 공동주택(1486만 채)의 1.3%에 해당합니다.지역별로는 서울이 14만2512채(73.5%)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어 경기(3만9818채) 부산(5389채) 대구(3044채) 대전(1036채) 등의 순입니다. 이들 지역에서 주택연금에 새로 가입한다면 매월 수십~수백만 원을 매월 연금처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누리집에 공개한 ‘월 지급금 예시’에 따르면 시세 12억 원 상당의 1주택자가 주택연금에 종신지급방식 정액형으로 신규 가입한다면 50세(배우자가 55세 이상)의 경우 매월 94만 9000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월 수령액은 나이가 많을수록 늘어납니다. 즉 55세는 141만 5000원으로 ▲60세는 245만 7000원 ▲65세는 261만 5000원 ▲70세는 276만 3000원 ▲75세는 297만 원 ▲80세는 331만 원으로 올라갑니다. 앞으로 주택연금 월 수령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부가 주택연금의 월 지급금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5억 원으로 묶여 있는 주택연금 총대출 한도의 상향 범위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입 대상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위원회가 앞으로도 주택시장 등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3년마다 주택가격요건 적정성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3년마다 가입 상한액이 바뀔 수 있다는 뜻입니다. ● 민간 역모기지 시장 실패에 2007년 7월 도입 국내 주택연금제도가 출범하게 된 주요 배경에는 민간 역모기지 시장의 실패를 들 수 있습니다. 주택연금제도가 출범하기 이전인 1995년과 2000년 민간은행에서 저소득 자가주택 거주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역모기지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실적 부진으로 판매가 중단됐고, 2004년 재도입됐지만 역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역모기지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우선 판매를 맡은 금융기관의 경우 주택가격과 금리의 변동, 계약자가 예상보다 오래 사는 데 따른 리스크 부담 등으로 종신상품 취급을 기피하고 있었습니다. 대출을 받아야 하는 수요자 측면에서는 당시 역모기지의 대출금리가 높고 세제감면 등과 같은 혜택이 없는 상황에서 대출 기간이 비교적 단기 위주(5~15년)라는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고령자들이 집에서 강제로 쫓겨날 것을 우려해 이용을 꺼린 것입니다.정부는 이에 2005년 1월 ‘역모기지 활성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저소득 자가주택 거주 고령자의 거주권과 노후 소득을 종신으로 보장하는 현재와 같은 주택연금제도가 2007년 7월 출범합니다. 당시 판매 조건은 65세 이상이면서 주택가격은 시가 6억 원 이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여러 차례 관련 규정 개정을 거쳐 현재 가입자 연령은 배우자 중 한 명이 55세 이상, 주택가격은 공시가격 9억 원 이하로 확대됐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주택가격 기준은 오는 10월 공시가격 12억 원으로 더 늘어납니다. 대상 주택도 일반주택뿐만 아니라 노인복지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으로 넓어졌습니다.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초기 주택연금 판매는 기대를 밑돌았습니다. 1년 6개월 뒤인 2008년 가입자가 1210명에 불과했고, 1만 명 돌파도 2012년(1만2299명)에나 가능했습니다. 이후 2015년까지 매년 5000~7000명 증가에 머물다가 2016년 이후부터 1만 명씩 늘어났습니다.여기에는 전통적으로 주택을 상속 수단으로 인식하는 정서가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즉 ‘자식에게 집 한 채는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활성화의 발목을 잡은 것입니다. 한국 부동산시장에서 오랫동안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던 ‘부동산 불패’ 신화도 문제였습니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주택연금 가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하지만 최근 자녀들에게 손 벌리고 싶지 않다는 부모 세대의 인식 변화 등으로 인해 주택연금 이용자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특히 금리 인상 등으로 집값이 폭락했던 지난해는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1만 4580건입니다. 전년(1만805건)보다 무려 34.9% 늘어났고, 2007년 주택연금 도입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반면 해지 건수는 3430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전년(5135건) 대비 33.2% 줄었습니다. 그 결과 올해 2월 말 기준 주택연금 가입자는 모두 10만 9423명입니다. 가입자의 평균 나이는 72세, 평균 월 지급금은 116만 원, 가입주택의 평균 가격은 3억 6600만 원입니다. ● 담보제공-연금 지급방식 등 꼼꼼히 따져보며 가입해야주택연금은 담보 제공방식부터 연 급지급방식, 월 수령액 지급 유형 등 따져야 할 것들이 적잖습니다. 자기에 맞는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며 유리한 것을 선택하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주택연금은 담보 제공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뉩니다. 주택소유자가 소유권을 갖고 주택금융공사는 담보주택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저당권 방식과 주택소유자가 주택을 주택금융공사에 신탁(소유권 이전)하고 공사는 우선수익권을 담보로 확보하는 신탁방식입니다. 신탁방식은 2021년 6월에 새로 도입됐습니다. 주택연금은 또 연금 지급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나뉩니다. 우선 평생 연금을 받는 종신 방식과 10~30년까지 일정 기간만 받는 확정 기간 방식이 있습니다. 또 매월 연금을 받으면서도 목돈을 쓰기 위해 일정 규모의 인출 한도를 설정해 수시로 찾아 쓸 수 있는 혼합방식(종신혼합방식+확정기간 혼합방식)이 있습니다.인출 한도란 목돈이 필요할 때 수시로 인출할 수 있도록 앞으로 받을 연금의 일부를 미리 떼어 설정해둔 금액입니다. 인출 한도는 가입 후에도 설정할 수 있는데, 주택구매나 임차 자금, 도박, 투기 등의 용도로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밖에 기초연금을 받으면서 2억 원 미만의 1주택 소유자라면 종신 방식보다 최대 약 21% 많은 월 지급금을 받을 수 있는 우대방식을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또 보유주택에 주택연금 이외에 대출을 받은 게 있고, 이를 상환하고 싶다면 대출상환방식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이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종신지급방식으로 60%를 훌쩍 넘습니다. 이어 종신혼합방식도 23% 이상입니다. 즉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은 주택연금을 평생 받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뜻입니다.주택연금 가입 때 월 수령액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급유형이라고 하는데 크게 세 가지입니다. 매월 평생 동일한 금액을 받는 정액형과 가입 초기에 일정 기간은 많이, 이후에는 줄어든 금액을 받는 초기증액형, 초기 월지급금은 적지만 3년마다 4.5%씩 일정하게 늘어난 금액을 받는 정기증가형입니다. 다만 초기증액형과 정기증가형은 종신 방식에만 선택이 가능합니다. 정액형도 종신 방식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확정기간방식이나 우대방식, 대출상환방식은 정액형만 이용이 가능합니다. 이런 이유로 정액형 이용 비율이 70%로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이어 초기증액형(20%)이 큰 차이로 2위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5% 이하 수준입니다. 매월 받게 될 연금 규모는 부부 중 연소자를 기준으로 가입 시점의 나이, 담보주택 가격 등에 따라 결정됩니다. 담보주택 가격은 부동산테크 인터넷 시세-KB 인터넷 시세-국토부 공시가격-주택금융공사와 협약한 감정평가기관의 6개월 이내 감정평가액을 순차적으로 적용합니다.주택연금 이용 시점을 놓고 저울질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가입비용입니다. 특히 평생 지급 방식인 경우 주택연금은 죽을 때를 모르기에 대출 기간이 확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20년이 될지 40년이 될지 모른다는 뜻입니다.그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대가로 주택금융공사는 가입자에게서 보증료(보험료)를 받습니다. 따라서 주택연금이라는 이름으로 받는 월 수령액은 ‘대출금+이자+보증료(보험료)’인 셈입니다. 즉 손에 쥐는 대출금(월 수령액) 이외에 이자와 보증료가 추가된다는 뜻입니다. 보증료는 주택연금 가입 시에 내는 초기보증료(주택가격의 1.5%)와 매월 내야 하는 연보증료(보증잔액의 0.7%)로 나뉩니다. 다만 보증료와 이자는 당장 지불하지 않고 죽을 때 원금과 함께 갚는 방식입니다. 연보증료의 산정기준이 되는 보증 잔액은 대출잔액과 같은 것으로, 현재까지 받은 월지급금과 개별인출금, 보증료, 대출이자 등을 모두 더한 금액입니다.대출이자는 대출잔액에 가입자가 금융기관과 약정한 금리를 적용해 산정됩니다. 이때 기준금리를 코픽스로 정하면 6개월마다, CD라면 3개월마다 변경됩니다. 대출이자는 매월 내야 할 금액이 대출잔액에 자동으로 더해지기 때문에 복리로 계산됩니다. 가입자가 안정적으로 연금을 지급받고 싶다면 주택연금전용계좌(이하 ‘전용계좌’)를 개설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주택연금 지킴이 통장으로 불리는 전용계좌는 월 185만 원 이하까지 보호하며, 압류가 금지됩니다.주택연금이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구성된 노후생활 보장 3층 사다리를 보완할 수 있는 카드가 되길 기대해봅니다.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매년 7월 7일은 ‘도로의 날’입니다. 정부가 경부고속도로 개통(1970년 7월 7일)을 기념하기 위해 1972년 제정했습니다. 경부고속도로는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고속국도 1호선이자,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입니다. 그 가치(2020년 기준)가 무려 351조 원에 달하고, 국민 1인당 편익으로 환산하면 연간 675만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동서 화합을 상징하는 ‘호남~남해 고속도로’가 개통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정부도 이런 의미를 살리기 위해 7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전국 소통 50년!, 미래 연결 100년!’을 주제로 다양한 정책 세미나와 전시회 등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소통의 상징이어야 할 고속도로 한 곳이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통의 쏘시개’가 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정부가 신설을 추진했다가 백지화를 선언한 ‘서울~양평 고속도로’입니다. 일반적으로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정치권에서 크게 환영받습니다. 지역민에게 생색을 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건수’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수도권 동남부의 혼잡도 개선과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도 갖췄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이 고속도로에 김건희 여사 일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정부의 계획이 숨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이를 ‘고속도로 게이트’ ‘처가 카르텔’ 등으로 규정하고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야당의 주장은 정부가 고속도로의 도착점(종점부) 예정지를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의 땅이 위치한 곳으로 갑자기 바꿨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야당의 주장에 대해 ‘가짜 뉴스’이자 ‘거짓 선동’이라고 반박하며 이를 주장하는 일부 야당 인사를 경찰에 고발까지 했습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원희룡 장관은 6일 국민의힘과의 당정 협의회 직후 아예 사업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원 장관은 “팩트를 얘기하고, 노선을 설명해도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우리가 말릴 방법이 없다”며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선 노선 검토뿐 아니라 도로개설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도로의 날’이 되새기고자 한 교훈은 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결코 경부고속도가 지닌 가치는 가볍게 넘길 수 없습니다. 또 도로는 부동산 가치를 급격하게 바꾸는 핵심 시설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도로 현황과 경부고속도로의 여러 기록들을 되짚어보는 이유입니다.● 고속도로 연내 5000km 돌파우리가 흔히 도로라고 통칭하지만, 도로법에 따르면 국내 도로는 모두 7개로 나뉩니다. 고속국도-일반국도-특별시도.광역시도-지방도-시도-군도-구도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관리 주체에 따른 구분입니다. 이 가운데 고속국도는 고속도로로 더 많이 불리는 도로로서, 국토부 장관이 관리합니다. 도로교통망의 중요한 축을 이루며,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로서 자동차 전용의 고속교통에 사용됩니다. 일반국도는 주요 도시와 항만, 공항, 국가산업단지, 관광지 등을 연결하는 도로로서, 고속도로와 함께 국토부 장관이 관리하는 간선도로입니다. 특별시도나 광역시도는 특별시 또는 광역시의 주요 도로망을 형성하면서, 해당지역의 주요 지역과 인근 도시, 항만, 산업단지, 물류시설 등을 연결하는 도로입니다. 지방도는 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가 관할지역에 있는 도로 가운데 도청 소재지에서 시청 또는 군청 소재지를 연결하는 주요 도로 등을 의미합니다. 이밖에 시도는 특별자치시장 또는 시장, 군도는 군수, 구도는 구청장이 각각 지정 관리하는 도로입니다. 이런 도로들의 현황은 국토부가 매년 발행하는 ‘도로 주요 통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에 발행한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도로는 모두 11만4314km입니다. 이는 개통된 것뿐만 아니라 건설 중인 도로까지 포함한 수치입니다. 전년(11만3405km)보다 909km 늘어났습니다. 도로 연장 기준으로 1위는 시도로 3만2636km에 달합니다. 이어 군도(2만2121km) 지방도(1만8316km) 구도(1만6838km) 일반국도(1만4200km) 특별.광역시도(5264km) 고속국도(49439km)의 순으로 뒤를 따릅니다. 주목할 것은 고속국도입니다. 총연장이 1980년까지만 해도 1225km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1990년 1551km, 2000년 2131km, 2010년 3859km, 2020년 4848km로 시간이 갈수록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이면 화도~양평 등 3개(67km)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총 길이 5000km 돌파가 확실시됩니다. 이러한 고속국도 증가는 ‘전국토의 1일 생활권’을 거쳐 ‘반나절 생활권’으로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시도별 도로보급 상황을 보면 단순하게 총길이만 기준으로 할 때 1위는 경기도로 1만4902km입니다. 이어 경북(1만3735km) 경남(1만3020km) 전남(1만808km) 등도 1만km가 넘습니다. 하지만 면적당 도로연장(1㎢ 기준)은 서울시가 13.84km로 가장 길고, 강원도가 0.58km로 가장 짧습니다. 인구 1000명 당 도로 길이로 보면 강원도가 6.39km로 가장 길고, 서울시가 0.89km로 가장 짧습니다. 현재 국내 도로를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87% 수준으로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특히 면적과 인구 등을 고려한 도로연장은 OECD 37개 나라 가운데 하위권이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이 1.57km에 불과한 데 반해 일본(5.89km)과 미국(3.66km) 영국(3.31km) 등은 2배를 넘었습니다. 다만 고속국도와 일반국도를 합친 간선도로는 한국이 0.26km로 일본(0.28km) 미국(0.20km)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체면치레는 했습니다. ● 전국 도로 ‘10X10X6‘ 형태로 배치 국내 도로에 대한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국가도로망종합계획’이라는 게 있습니다. 도로법에 따라 10년 단위로 수립하는 것으로, 국내 도로망 구축계획의 기본방향과 세부과제 등을 담고 있습니다. 2014년 관련 법 개정으로 도입근거가 마련된 뒤 2016년에 1차 계획(2011~2020년)이 발표됐고, 2020년 1차 계획이 종료되면서 이듬해인 2021년에 2차 계획(2021~2030년)이 공개됐습니다. 2차 계획에 따르면 국내 간선도로망은 남북방향 10개 도로와 동서방향 10도로에 대도시권 고속교통망을 이루는 방사형 도로 6개로 구성됩니다. 남북방향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동서방향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일련번호가 매겨집니다. (표 1 참조) 순환도로는 5대 광역도시권에서 추진되는 데, 수도권에는 순환1축(수도권 제1순환선)과 순환2축(수도권 제2 순환선+중부내륙선+평택시흥선) 등 2개가 있습니다. 나머지는 대전권 대구권 부산권 광주권에서 각각 지정됐습니다. 2025년까지 100% 국가 재정을 투입해 19개의 고속도로가 신설되고, 18개 고속도로의 확장공사도 진행됩니다. 신설도로 가운데에는 경부고속도로 화성~서울 구간 지하화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같은 지하도로 건설사업이 4건 포함돼 있습니다. 민간자본으로 추진되는 사업도 15건이나 됩니다. 경기 광주~화성~평택 고속도로를 시작으로 제2용인~서울, 시흥~송파, 서울~양주, 양재~고양, 공주~천안 등 6건(2023년 6월 기준)은 신규 사업으로 적격성 조사나 전략 환경영향평가 등을 받고 있습니다. 나머지 포천~화도, 광명~서울, 평택~부여~익산, 서창~김포, 오산~용인, 사상~해운대, 평택~시흥 확장, 성남~서초, 성남~강남 등 9개 사업은 전략 환경영향평가 이후 단계를 밟거나 공사가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이밖에 일반 국도 28개가 신설 및 확장사업으로, 국도대체우회도로 4개가 신설, 국가지원지방도 24개 구간이 신설 및 확장사업으로 추진 중에 있습니다. 도로건설비용은 고속국도가 일반국도에 비해 훨씬 비쌉니다. 고속국도의 경우 신설(4차로 기준)할 때 시설비와 토지매입비 등을 합쳐 1km 당 609억 원, 확장(4차로->8차로)할 때 473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반면 일반국도는 신설 때 371억 원, 확장 때 222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도로 건설의 평균 공사기간은 고속도로가 신설에 7년, 확장에 5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최근 5년간 준공한 도로건설현장의 평균치입니다. 반면 국도는 신설에 9년, 확장 또는 개량에 7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지도도 7년이 소요됐습니다. ● 50년간 경부고속도로 발생 편익은 351조 원 국내에서 도로의 가치를 웅변하는 시설물로 경부고속도로만한 것이 없습니다. 한국 경제의 압축성장을 가능하게 한 결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잘 알려진 대로 경부고속도로 건설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1968년 2월 1일 착공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150달러에 불과했던 나라에서 정부 예산의 23%를 투입해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사실에 엄청난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가진 장비와 기술도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처마다 불투명하다는 게 근거였습니다. 실제로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우리나라 보유한 중장비는 1647대로 대부분이 한국전쟁 전후에 도입된 노후장비였습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밀어붙이기로 착공 2년 5개월 만인 1970년 7월 7일에 총연장 428km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과정도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선 국토교통부 출신 공무원 모임인 ‘대한건설진흥회’가 최근 누리집에 게재한 ‘비화! 경부고속도로 건설 뒷이야기’에 생생한 후기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6화 ‘땡땡이 계산기를 밤새 돌리며’에 따르면 1968년 초만 하더라도 경부고속도로의 소요 공기를 3년 6개월로 판단하고 전 노선 준공일을 1971년 6월 30일로 계획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1968년 1월말 지침을 내리면서 정부는 준공시기를 1970년 12월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합니다. 이는 1968년 9월 11일 대구~부산간 기공식 자리에서 참석한 박 대통령은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완료되는 1970년 말까지 완공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공식화됩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10월 하순 대전~대구 간 공사 물량의 윤곽이 나오게 되자 6개월을 다시 단축하여 1970년 6월 30일까지 준공하는 최종 공사계획이 확정됩니다. 당초 계획보다 무려 1년을 앞당긴 것입니다. 경부고속도로 개통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옵니다. 우선 평균 15시간 걸리던 이동시간이 4시 30분대로 단축됐고, 포화상태였던 경부선 철도의 여객 및 화물수송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화물수송 능력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면서 자동차, 제철, 정유공장 등 관련 산업이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자리 잡았고, 이를 통해 1970년 이후 펼쳐진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이 가능해졌습니다. 한국도로공사가 경부고속도로 개통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20년에 제작한 홍보 책자(‘기적의 50년, 희망의 100년’)에 따르면 시설과 동원된 장비는 어마어마한 수준을 자랑했습니다. 연동원 장비가 165만 대, 연동원 인원은 892만 명에 달했습니다. 자재도 시멘트 680만 대, 아스팔트 47만 드럼, 철근 5만t, 강재 1만t이나 됐습니다. 건설공사에 투입된 비용은 429억 원이었습니다. 1km에 1억 원 정도가 투입된 셈입니다. 현재는 606억 원이 투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도 턱없이 낮은 금액입니다. 특히 용지비가 2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도로공사가 서울시립대 등에 의뢰해 경부고속도로의 가치를 분석한 보고서(‘경부고속도로 개통 50년의 사회경제적 직접효과 평가 연구’)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를 아예 안 짓거나 10년 정도 개통이 늦었을 경우와 비교한 결과, 245조~351조 원의 편익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1970년 개통 당시만 해도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졌으나 결과적으로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5000만 국민들에게 통행시간 단축, 운행비용 절감 등 직접적인 편익을 제공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또 “경부고속도로 개통으로 인해 50년 간 사회적 직접효과 편익으로 국민들은 연간 1인당 평균 675만 원의 혜택을 받게 됐다”고 추정했습니다.국내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학술단체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목학회는 올해 3월 ‘토목의 날’ 기념식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대한민국 토목문화유산 1호로 선정했습니다. 대한민국 토목문화유산 선정은 50년 이상 된 토목구조물 가운데 미래세대에게 토목유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로, 올해가 처음입니다. 토목학회는 선정 이유에 대해 “국가 고도경제 성장 및 균형발전을 촉진하고, 국내 건설사업의 기술력 향상과 함께 1970년대 중동 건설 수출에 기여하는 등 그 가치와 우수성을 인정받아 가장 먼저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집값은 올해 내내 떨어지고, 회복은 2024년 이후가 될 것이다.”집값이 급락하던 지난해 말 관련 전문가와 학계는 입을 모아 올해 부동산시장을 이같이 전망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집값이 고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경기침체 우려 등이 팽배한 상태라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락폭이 한 자릿수에 머물 것이라는 측과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는 주장만 엇갈릴 뿐이었다.6개월이 지난 현재 이들은 당시 전망을 유지하고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은 7월 하반기가 시작된다는 시기적 이유와 함께 최근 주택시장에 반등을 기대할 만한 적잖은 변화가 감지된다는 점에서 비롯됐다.아파트 실거래가 상승세 이어가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0.01%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2월 하락 전환한 이후 16개월 만이다. 아파트 실거래가는 전국 기준으로 2월(1.04%)에 반등한 이후 3월(1.09%)에 이어 4월(0.83%)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한국은행이 6월 28일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이하 지수)는 100으로, 전월(92) 대비 8p 올랐다. 2022년 5월(111)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1년 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는 뜻이다. 2020년 6월 이후 꾸준히 100을 웃돌던 지수는 지난해 2월부터 100 밑으로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상이 직격탄이 됐다. 이후 계속 100을 밑돌던 지수는 지난해 11월(61)에 저점을 찍은 뒤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그리고7개월 연속 올라 6월 100에 도달했다.황희진 한국은행 통계조사팀장은 이와 관련해 “전국 주택 가격 하락폭 둔화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16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면서 부동산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확산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개점휴업 상태였던 거래량도 최근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아파트의 한 달 거래량은 1000건을 크게 밑돌았다. 그런데 올해 들어 달라지기 시작했다. 1월 1416건으로 늘어났고, 2월(2459건)에는 배가량 껑충 뛰었다. 이어 3월(2983건), 4월(3189건)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4월 거래량은 2021년 8월(4065건) 이후 최대다. 5월도 3306건으로 이미 전월을 추월했다.거래된 물건들의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부동산R114가 최근 두 달(5~6월) 동안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4198건(계약해제 제외)을 대상으로 3~4월에 동일 단지·면적에서 거래가 1건 이상 체결된 1246건의 평균 매매가를 비교한 결과 829건(66.5%)이 상승 거래였다. 3~4월 조사(63.6%)보다 2.9%p 높아진 수치다.게다가 주택구매력도 커지고 있다. 이는 중위소득 가구(소득별 5분위로 나눴을 때 3분위에 해당)가 은행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구매력 지수로 평가되는데, 이 수치가 증가 추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3월 전국 아파트 주택구매력지수(HAI)는 107.3이다. 지난해 9월 78.0까지 빠졌다가 조금씩 올라 12월 95.3을 기록했고, 올해 들어선 1월(102.5) 100을 넘어선 뒤 2월(104.4)과 3월 각각 수치가 높아진 것이다.이는 국내 중위소득 가구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중간 가격 수준의 주택을 매입한다고 가정할 때 현 소득으로 대출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수치가 100보다 클수록 중위소득 가구가 주택을 큰 무리 없이 매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집값 바닥 찍었나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한 듯, 최근 쏟아지는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은 6개월 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다. 5월 26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하반기 주택 가격이 0.7% 하락하면서 연간으로 4.8%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지방은 하반기 1.6% 떨어져 연간 하락폭이 5.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반면 수도권은 상반기(-4.7%) 하락폭을 유지한 채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0%’에 머문다는 것이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최저가 매물이 소진돼 저점을 보인 후 소폭 상승세를 보이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저효과에 따른 기술적 회복(상승)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중소·중견 건설업체 모임인 대한전문건설협회 산하기관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하반기 전망을 수정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연말까지 매달 발행하는 ‘주택시장동향’을 통해 “주택시장이 침체국면에 진입했고, 이런 상황이 앞으로 2~3년은 지속되면서 가격 하락폭을 키울 것”이라거나 “시장 경착륙 위험은 2023년에도 연이어 지속되고, 저점 도달 예상”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그런데 최신호(6월 26일자 ‘주택시장동향-5월호’)에서는 “과거 정상 수준을 밑도는 주택 거래량과 분양시장 불안감 등 위험 요인을 감안한다면 주택 가격은 하반기 하락폭이 둔화되면서 저점에 도달한 후 횡보하는 보합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수도권 아파트시장 경기는 ‘저점’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되며, 주택 거래량 등 위험 요인이 하반기 적절히 제어된다면 시장 회복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올해 큰 폭의 집값 하락을 예고했던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아예 “집값이 지난해 말 저점을 찍었다”고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5월 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정책포럼(‘부동산시장의 현황·전망 및 개선방안’)에서 “부동산시장은 서울 아파트 가격지수 기준 2021년 10월 최고점을 기록한 후 지난해 12월 저점을 지났고, 올해 4월 현재 저점 대비 6.6%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국고채 10년물 금리와 상관관계가 높다”면서 “상반기에 나타난 주택 가격 상승은 국고채 10년물 금리 하락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즉 금리인하 효과로 집값이 반등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다만 “가계부채 또는 환율이 국가 경제의 주요 리스크로 부각될 시 다시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 여지는 남겼다.전월세시장은 하반기에도 침체 전망김 교수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각종 강연과 저술, 미디어와 인터뷰 등을 통해 “올해와 내년 부동산시장은 굉장히 힘들 것”이라며 “2025년 이후가 돼야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지속적으로 내놓았다. 특히 2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개최한 ‘제1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 기조강연에서 “연말 기준금리를 3.5%로 가정했을 때 올해 서울의 연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30%에 달하고, 2018년 4분기 가격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반면 김 교수와 함께 집값 대폭 하락을 주장해온 한문도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6월 2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2023년 부동산 정책포럼’에서 “올해 부동산시장 가격 반등은 일시적인 상황이자 ‘데드캣 바운스’에 해당할 뿐이며, 추후 재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데드캣 바운스는 가격이 급락했다가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최근 나타나는 상황은 추세적 변화가 아니라, 단기적 상승에 불과하다는 뜻이다.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W자’형 더블딥이나 바닥이 넓은 ‘U자’형, 기울기가 완만한 욕조형, 한동안 오른 뒤 횡보하는 탁자형 등 여러 유형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곧바로 큰 상승 사이클로 접어들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앞으로 금융시장 이슈에 따라 출렁이는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한편 전세사기나 역전세로 혼란스러웠던 전월세시장은 하반기에도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건산연은 “매수세 축소에 기인한 추가 수요 유입이 예상되고, 월세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수요가 일부 회복되면서 (전셋값) 하락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입주 물량이 수요를 넘어서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돼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하반기 2.0% 추가 하락을 전망했다.박 전문위원은 “역전세난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될 확률이 높다”며 “특히 고점 계약이 집중된 4분기(10~12월) 역전세난이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다만 아파트 전세금이 지난해 매매가보다 더 크게 하락해 수요가 생겨나고 있는 데다, 빌라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전세금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이 기사는 에 실렸습니다]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주택건설 산업의 혁신 아이콘으로 부상할 것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경기 용인시 영덕구에서 진행된 공공임대주택(‘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준공식에 참석한 뒤 기념사에서 “건설 산업의 미래 먹거리임에도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만큼, 정부와 업계가 합심해서 성장 잠재력을 힘껏 끌어 올리겠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날 지어진 주택은 지하 1층, 지상 13층에 106채가 들어선 1개 동짜리 신축 아파트였습니다. 100층 높이의 건축물을 짓고, 수십 미터 깊이의 지하터널도 뚫을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시대에 이 정도 규모라면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원 장관이 큰 기대를 거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 답은 ‘모듈러 공법’을 적용해 지어졌다는 데 있습니다. 모듈러 공법은 기본 골조와 전기배선, 현관문, 욕실 등 아파트의 70~80%를 공장에서 미리 만든 뒤 아파트 단지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짓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탈현장 건설(Off-site Construction)’ 또는 영어 단어의 앞글자만 따서 ‘OSC’라고도 부릅니다. 모듈러 공법은 수천 년 이어져온 인류의 건설공사 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일반적인 건설공사는 공사현장에 각종 자재들을 가져와 수많은 인력이 달라붙어 쌓고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즉 거의 모든 작업이 사람의 손을 거쳐 현장에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반면 모듈러 공법은 전체 작업의 70~80%가 공장에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작업은 로봇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건설공사 기간은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들쑥날쑥한 공사품질도 균일화할 수 있습니다. 건설공사 품질과 생산성이 제조업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의미의 건설업은 앞으로 점점 설자리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국내 건설업은 주 52시간 노동, 강성의 건설노조 및 전문건설 인력의 노무비 상승, 폭발하는 민원 등으로 공기지연과 원가상승 등과 같은 문제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모듈러 공법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는 모듈러 공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핀란드와 노르웨이, 스웨덴은 전제 주택시장에서 모듈러 공법 활용 비율이 무려 4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영국 싱가포르 미국 등에서는 이미 30층을 훌쩍 넘는 고층 건축물까지 등장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제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수준이어서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원 장관의 기대대로 모듈러 공법 활성화는 한국 건설업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을까요. ● “9개월 공사를 1개월 만에 끝냈습니다” 그 가능성을 짚어보기 위해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의 건설과정을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진행 중인 ‘중고층 모듈러주택 실증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사업입니다. 또 모듈러 공법으로 13층 높이의 아파트를 지은 건 전 세계에서 6번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체 아파트는 106채이며, 전용면적 기준 17㎡ 크기의 원룸(거실·방+화장실+주방) 102채와 37㎡ 크기의 신혼부부용 주택(거실+방2+화장실+주방) 4채로 이뤄져 있습니다. 준공 승인까지 마쳐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고 앞으로 청년들(80채)과 고령자(13채), 주거약자(9채), 신혼부부(4채) 등의 보금자리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13층 가운데 스포츠시설 등 주민공동시설과 편의시설이 들어서는 지하 1층과 지상 1~2층, 건물 전체의 지지대 역할을 맡아줄 계단실과 엘리베이터실 등은 일반 아파트처럼 철근콘크리트를 이용해 지었습니다. 건물 전체 하중을 떠안는 부분으로 안전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나머지 지상 3~13층까지 11개 층은 충북 진천에 위치한 공장에서 사전 제작됐습니다. 과정은 ‘자재절단-모듈(아파트 유니트) 조립-철근배근-아파트 바닥 콘크리트 타설-전기배관배선-외부마감-실내마감’ 등 7단계로 진행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발장, 옷장, 화장실 등과 같은 가구와 가전제품 등도 설치했습니다. 만들어진 컨테이너 박스 모양의 모듈은 모두 120개였습니다. 아파트 17㎡ 짜리 102개와 34㎡ 짜리로 연결하기 위해 제작한 17㎡ 짜리 8개, 지붕, 옥상용 모듈 등 10개입니다. 34㎡ 아파트 모듈을 굳이 17㎡ 2개로 나눠 제작한 이유는 운반할 때 적용되는 도로교통법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단일 화물의 중량이 25t을 넘길 수 없는데, 이를 맞추려면 현재로서는 25㎡ 이내 규모만 가능합니다. 이후 용인 영덕 현장까지 운반한 뒤 레고 블록을 쌓듯 조립해 붙여나갔습니다. 공사기간은 터파기부터 준공까지 13개월로 일반적인 공법을 활용한 아파트 건설기간(표준공기 기준·20~21개월)보다 35~40% 정도 줄었습니다. 시공을 맡은 현대엔지니어링의 김경수 현장소장은 “3~13층까지 모듈을 쌓는 과정에 50일이 소요됐다”며 “노조 파업 등과 같은 외부변수만 없었다면 30일 이내 처리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이 과정을 기존 방식대로 지었다면 최소 9개월 정도가 필요합니다. 정부는 특히 이번 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모듈러 공법을 활용한 건축물이 콘크리트 건축물에 비해 부실하다는 편견을 없애는 데 주력했습니다. 지진, 화재, 운반·시공 단계에서 안전 연구와 검증을 진행했고, 층간소음 차단 기술도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지진 강도 6을 견딜 수 있고, 불이 나도 3시간 이상 버틸 수 있는 층간소음 3등급의 주택이 완성됐습니다. 실제로 외면만 봐서는 일반 공법으로 지어진 것과 다른 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김 소장은 “‘힐스테이트’ 브랜드에서 사용되는 최고급 마감재와 전자제품 등을 설치했다”며 “일반적인 공공임대아파트보다 훨씬 고급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사망사고 1위 건설업의 대안으로 큰 주목 이러한 모듈러 공법의 장점은 우선 공사기간 단축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모듈러 공법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일반 아파트를 지을 때 6개월 이상 걸리는 공사기간이 평균 30~40일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공사기간 단축은 공사비 감축으로 이어집니다. 공사기간이 줄어든 만큼 인건비 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소음이나 분진 발생이 적기 때문에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민원 대응에도 효과적입니다. 주요 선진국에서 적극적으로 모듈러 공법을 활용하는 직접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공장에서 전체 공정의 70~80%가 이뤄지는 과정에서도 공사비가 줄어듭니다. 자재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목재 철근 등 각종 자재를 주문해서 현장 상황에 맞춰 잘라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 과정에서 자투리 등 건설 폐기물이 생기기 일쑤입니다. 반면 모듈은 규격이 정해져 자재를 맞춤 제작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습니다. 한번 기존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진 건축물과 달리 만들어진 모듈을 고스란히 재활용 또는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경비를 그만큼 줄일 수 있고, 탄소 절감에도 효과적입니다. 국토부는 모듈러 공법을 활용해 주택을 지을 경우 90% 이상 재활용 가능한 철골 구조 활용을 통해 기존 건설방식 대비 탄소배출량을 44%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건설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낮은 생산성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건설업종은 전통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인데, 숙련공의 부족과 노령화가 심각합니다. 게다가 현장마다 다른 시공방식으로 인한 표준화가 어렵습니다. 그 결과 건설업은 현장에서 낭비하는 시간이 전체 공정의 57%를 넘는다는 해외 연구기관의 분석도 있습니다. 이는 제조업(12%)을 크게 웃도는 것입니다. 최근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중대재해처벌법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각종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근로자 사망사고 등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그런데 산업재해, 특히 사망사고 발생 1위는 건설업계가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전체 중대재해 사고는 611건이고 사망자 수는 64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건설업은 사고 328건에 사망자수는 341명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사고 건수는 7.1%(25건)가 줄고, 사망자 수도 5.0%(18명)나 감소한 것이지만 여전히 전체 사고 중 절반 이상인 53.0%을 차지했습니다. 기후변화 등 변수 발생이 많은 옥외 작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종 특성 탓입니다. 모듈러 공법을 적극 도입한다면 외부 작업이 줄고, 사고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질 수 있습니다. ● 국내 대형 건설사, 참여 잇따라 모듈러 공법을 활용한 건설시장이 국내외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국내시장은 올해 2500억 수준으로 올라서고, 2030년에는 2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세계 모듈러 건축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2022년 기준 약 121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2030년까지는 약 2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특히 초거대 미래형 신도시인 ‘네옴시티’ 건설을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현재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 모듈러 공사가 발주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국내 건설업체들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번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의 시공을 주도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2012년부터 모듈러 공법에 대한 연구개발 및 시공 역량 확보를 위한 노력을 펼쳐왔습니다. 또 이번 사업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해 말부터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서도 모듈러 주택(‘가리봉 구 시장부지 복합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을 지을 예정입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포스코건설, 포스코A&C 등 3사도 올해 글로벌 모듈러 시장 진출을 위해 손을 잡았습니다. 3사는 업무협약을 통해 국내는 물론 중동 등 글로벌 모듈러 시장 개척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GS건설은 이미 2020년 영국과 폴란드의 모듈러 주택전문업체를 인수하면서 시장 참여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이밖에 DL이앤씨, 코오롱글로벌 등도 모듈러주택 사업 참여를 공식화했습니다. 하지만 활성화를 위해 넘어서야 할 걸림돌도 적잖습니다. 무엇보다 철근콘크리트 등과 같은 재료를 활용해 현장에서 대거 인력이 투입되는 건설방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각종 제도가 모듈화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특히 건축물의 ‘내화 기준’은 시급하게 조정해야 할 요소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내화구조란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일정 시간 동안 불이 번지지 않거나 열을 견뎌야 하는 기준입니다. 해당기준은 일정 두께 이상이 됐을 때는 불에 견딜 수 있다고 판단하는 데 모듈러 건축의 경우 콘크리트 벽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만큼 실효성 있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조봉호 아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고층건물의 내화기준이 2시간 기준인데, 한국은 3시간이다”며 “이로 인해 모듈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줄이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국제 표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듈러를 포함한 공업화 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극복해야할 과제입니다. 국내에서는 1980~1990년대에 모듈러 공법과 비슷한 PC공법(Precast concrete)을 활용한 조립식 주택이 유행했습니다. PC공법은 기둥이나 벽 등과 같은 구조물을 콘크리트를 주재료로 사용해 사전에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해 짓습니다. 반면 모듈러 공법은 철골구조물을 주재료로 사용하며 구조물 이외에 아파트 한 채에 들어가는 화장실, 가구 등을 사전에 모두 제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1988년 PC공법으로 지어진 대표적인 아파트가 올림픽선수기자촌입니다. 그런데 당시 PC공법으로 지어진 아파트 가운데 구조와 구조를 연결하는 연결부위에서 물이 새거나 단열 부실 문제 등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심지어 발코니 등 일부 시설물이 떨어져나가는 일이 터지면서 사회문제가 됐습니다. 이로 인해 조립식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빗발쳤고,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PC공법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