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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2대 국가전략기술에 5년간 30조 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앞서 나가는 선도 기술을 3개에서 6개로 늘린다는 목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6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제1차 국가전략기술 육성 기본계획(2024∼2028년)’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나온 중장기 계획이다. 1차 기본계획의 핵심은 과학기술 주권 확보다. 기술 개발에 뒤처질 경우 단순히 하나의 산업 분야를 잃는 것이 아니라 국가 산업 전반의 약화와 안보 위협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속도’와 ‘글로벌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나가고 있는 과학 강대국들을 빠르게 따라잡으면서 동시에 힘을 합쳐 글로벌 선도국으로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현재 세계 선도 수준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차세대 통신 외에 △인공지능(AI) △첨단 바이오 △차세대 원자력 등 추격 중인 기술 3개를 추가적으로 선도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이 빠르게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재정적·제도적 지원에 나선다. 5년간 민간 수요를 바탕으로 연구개발(R&D) 지원에 30조 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3대 게임 체인저 분야인 AI·반도체, 첨단 바이오, 양자 기술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또 누적 3조 원 규모의 전략기술 플래그십 10대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그중 하나인 ‘양자 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는 이날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받았다. 함께 예타가 면제된 사업은 이공계 대학원 연구생활장려금(한국형 스타이펜드),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활용한 백신 신속 개발 플랫폼 사업 등 6개다. 초격차 기술 선점이 필요한 핵심 사업은 ‘전략연구사업(MVP)’으로 선정해 집중 지원에 나선다. 동시에 한미 핵심·신흥 기술 대화, AI 정상회의, 바이오 1.5트랙 등 다양한 나라가 참여하는 글로벌 전략기술 협의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다. 기술 패권 경쟁이 심해지며 주요국들 간의 협의는 기술 안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 위원회에서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내년도 R&D 예산이 29조7000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유 장관의 예상대로라면 올해 R&D 예산(26조5000억 원)보다 12%가량 증액되는 셈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정부가 12대 국가전략기술에 5년간 30조 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앞서 나가는 선도 기술을 3개에서 6개로 늘린다는 목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6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제1차 국가전략기술 육성 기본계획(2024~2028년)’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나온 중장기 계획이다. 1차 기본계획의 핵심은 과학 기술 주권 확보다. 기술 개발에 뒤처질 경우 단순히 하나의 산업 분야를 잃는 것이 아니라 국가 산업 전반의 약화와 안보 위협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정부는 ‘속도’와 ‘글로벌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나가고 있는 과학 강대국들을 빠르게 따라잡으면서 동시에 힘을 합쳐 글로벌 선도국으로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현재 세계 선도 수준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차세대 통신 외에 △AI △첨단 바이오 △차세대 원자력 등 추격 중인 기술 3개를 추가적으로 선도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정부는 국가전략기술이 빠르게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재정적·제도적 지원에 나선다. 5년간 민간 수요를 바탕으로 연구개발(R&D) 지원에 30조 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3대 게임 체인저 분야인 AI·반도체, 첨단 바이오, 양자 기술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또 누적 3조 원 규모의 전략기술 플래그십 10대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그중 하나인 ‘양자 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는 이날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받았다. 함께 예타가 면제된 사업은 이공계 대학원 연구생활장려금(한국형 스타이펜드),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활용한 백신 신속개발 플랫폼 사업 등 6개다.초격차 기술 선점이 필요한 핵심 사업은 ‘전략연구사업(MVP)’으로 선정해 집중 지원에 나선다.동시에 한미 핵심·신흥 기술 대화, AI 정상회의, 바이오 1.5트랙 등 다양한 나라가 참여하는 글로벌 전략기술 협의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다. 기술 패권 경쟁이 심해지며 주요국들 간의 협의는 기술안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한편 이날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 위원회에서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내년도 R&D 예산이 29조7000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유 장관의 예상대로라면 올해 R&D 예산(26조5000억 원)보다 약 12% 가량 증액되는 셈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보안 기능이 뛰어나 전 세계 사용자가 최소 9억 명이 넘는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40·사진)가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의 부르제 공항에서 긴급 체포됐다. 당국은 텔레그램이 마약 밀매, 사이버 폭력, 테러 조장, 아동 성범죄 등의 온상이 됐는데도 CEO인 그가 이를 방치하고 있음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은 한국에서도 성 착취물을 제작·유통한 ‘N번방 사건’, 청소년 마약 유통 사건의 창구가 되는 등 광범위하게 악용되고 있다. 익명성을 보장해 범죄 추적이 쉽지 않다. 현지 방송 ‘TF1’과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두로프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개인 전용기를 타고 프랑스로 왔고, 이날 오후 8시경 입국 과정에서 체포됐다. 당국은 텔레그램을 통한 각종 범죄가 횡행하는데도 그가 이를 억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집중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등은 그가 빠르면 25일 법정에 출석할 것이며 최대 20년형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1984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두로프는 2013년 형 니콜라이와 텔레그램을 창업했다. 마크 저커버그 미국 페이스북 창업주에 빗댄 ‘러시아의 저커버그’,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은둔의 CEO’ 등의 별명이 있다. 두로프는 텔레그램 출시 전 ‘프콘탁테(VK)’라는 소셜미디어도 만들었다. 이후 줄곧 “반(反)정부 시위에 참가한 VK 사용자 정보를 제출하라”는 러시아 보안기관의 요구를 거부했고 2014년 독일로 이주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카리브해 세인트키츠네비스 등의 시민권을 얻었다. 현재 텔레그램 본사는 UAE 두바이에 있다. ‘용산’도 쓰는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 창업자 체포 후폭풍 촉각[텔레그램 창업자 佛서 체포]서버 위치조차 몰라 추적 어려워… 尹 ‘내부총질 체리따봉’ 문자 논란도국내 사용자 315만명, 10년새 3배… 전문가 “향후 보안정책 바뀔수도”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체포되자 국내에서 “그동안 보안성이 높아 텔레그램을 이용했는데 앞으로 개인 정보가 공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텔레그램 사용자 수는 10년 새 3배로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다. 과거에는 정보 보안이 필수적인 대통령실, 정치인, 주요 기업 임원진 등이 주로 텔레그램을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업무적인 대화를 많이 해야 하는 직장인까지 보안을 위해 텔레그램을 찾고 있다.● 국내 사용자 약 315만 명, 빠르게 늘어 25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최근 텔레그램은 카카오톡, 인스타그램에 이어 메신저 시장에서 3위로 올라섰다. 6월 기준 사용자 수는 약 315만 명으로 2014년 100만 명에서 세 배로 늘었다. 카카오톡 사용자 수(4543만 명)의 10분의 1도 안 되지만 올해 상반기(1∼6월)에만 사용자 수가 7.5% 증가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인스타그램 사용자 수는 1.1% 늘었고, 카카오톡은 0.2% 감소했다. 국내에서 텔레그램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2014년에 있었던 ‘사이버 검열’ 논란이다. 검찰 등 수사기관이 카카오톡의 대화 내용을 수집한다는 논란이 일자 서버가 해외에 있는 데다 보안성이 높다고 알려진 텔레그램으로 대거 이동하는 ‘사이버 망명’ 붐이 일었다. 텔레그램 보안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데에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두 사람 외에는 암호화된 메시지를 풀 수 없는 보안 기술이 주로 거론된다. 암호화된 메시지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메시지 수신자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서버에도 암호화된 메시지만 저장된다고 텔레그램 측은 주장한다. 보안 기능 덕에 국내 정·재계 인사들 사이에서 텔레그램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공식 업무용으로는 내부 인트라넷 메신저를 사용하지만 외부 메신저로 카카오톡보다는 텔레그램을 주로 사용한다. 이는 검사 시절부터 텔레그램을 사용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 시절부터 텔레그램으로 소통을 하다 보니 취임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많이 쓰게 됐다는 것이다. 2022년 7월에는 윤 대통령이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텔레그램으로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보낸 일명 ‘체리 따봉’ 문자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국내 대기업에서도 임직원들의 업무 및 소통 채널로 폭넓게 활용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결제, 선물 등 다른 서비스와 연결이 많이 돼 있는 국내 플랫폼과 달리 메신저 기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보안성이 높다고 판단해 텔레그램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버 장소 파악 안 된다는 게 인기의 핵심” 보안 기술이 텔레그램의 인기를 모두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톡 역시 2014년 이후 텔레그램식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 ‘비밀 채팅’ 기능을 추가했다. 전문가들은 ‘텔레그램의 서버가 어디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문제가 되더라도 법망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점’을 텔레그램 인기의 핵심 이유로 꼽았다. 텔레그램의 본사 위치는 공개되지만 정확한 서버 장소는 알려진 바가 없다. 10년 전 텔레그램은 데이터 서버가 영국, 싱가포르, 미국에 분산돼 있다고 밝혔으나 수시로 서버를 옮기고 있어 현재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즉, 우리나라 사법 당국이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국제 수사 공조를 요청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텔레그램은 ‘검열’ 반대로 시작된 기업이라 자체 검열뿐 아니라 각국 정부의 수사 요청에도 비협조적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텔레그램은 성범죄와 마약 거래의 온상이 되고 있다. 2018년 ‘n번방 사건’이 대표적이다. 범인들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영상물을 만들고, 성관계 영상을 찍도록 협박했는데, 이를 모두 텔레그램에서 유포했다. 지난해에는 인천의 고3 학생 3명이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거래하고 직접 투약한 사건도 있었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꿔 말하면 범죄 악용을 막기 위해 앞으로 텔레그램 내용이 공개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감청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치인 등 요직자들이 여전히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법망을 피할 수 있어 범죄자들도 많이 쓰고 있다”며 “두로프의 체포로 텔레그램 보안 정책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올해 6월 보잉의 유인우주선 ‘스타라이너’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했지만 기체 결함으로 지구로 복귀하지 못한 두 우주비행사가 결국 내년 2월 스페이스X 우주선을 타고 돌아온다.24일(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미국 휴스턴의 존슨우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라이너에 탑승한 부치 윌모어(61)와 수니 윌리엄스(58)를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건’으로 귀환시킨다고 발표했다. NASA는 이날 오전 보잉 고위 임원들과 논의한 결과 NASA측 관계자들이 만장일치로 두 우주비행사 복귀에 크루드래건을 활용하는 쪽을 택했다고 밝혔다. 보잉 역시 “NASA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스타라이너는 6월 6일(현지시간) ISS 도킹(결합)에 성공했지만 비행 중 28개의 추진기 중 5개가 고장나고, 추진기에 압력을 가하는 역할을 하는 헬륨이 누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보잉은 결함 해결에 나섰고 NASA 역시 안전이 확보된 스타라이너로 두 우주비행사를 귀환시키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결함 보완이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유인 귀환을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확실성(안전성)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윌모어와 윌리엄스는 다음 달 ISS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떠나는 크루드래건에 탑승해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NASA는 6개월마다 4명의 우주비행사를 ISS로 보내 과학 실험을 진행하는 ISS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크루드래건은 2020년부터 ISS 임무에 투입돼 왔으며, 이번 임무가 9번째다.크루드래건에 탑승할 수 있는 총 인원은 4명으로 윌모어와 윌리엄스의 자리를 고려해 이번 임무에는 2명의 우주비행사만 탑승할 예정이다. 이르면 9월 24일께 발사 예정으로 6개월 임무를 마친 뒤 내년 2월에 지구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현재 ISS에 도킹해 있는 스타라이너는 9월 중 우주비행사 없이 ISS에서 분리해 지구로 재진입할 예정이다.하지만 NASA는 이번 결정이 ISS 임무에서 스타라이너를 배제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밝혔다. 당초 NASA는 스타라이너가 유인 귀환에 성공 시 크루드래건과 함께 ISS 임무에 활용할 예정이었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경영자가 스타라이너가 안전하게 돌아온 뒤에도 문제 해결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며 “보잉이 스타라이너 프로그램을 계속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한국에서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연구가 부족하다. 한 나라의 과학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이런 혁신 연구다.”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만난 닉 캠벨 스프링거 네이처 정책최고담당자(부사장)는 한국의 과학 역량 중 가장 부족한 것으로 ‘혁신’을 꼽았다. 스프링거 네이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를 발행하는 회사로 세계 과학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캠벨 부사장은 한국의 혁신 연구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투자뿐 아니라 성과를 기다려 줄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성과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체계도 필수”라고 조언했다.●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의 연구 해야” 그는 네이처가 주관하는 ‘스프링거 네이처 한국 연구 자문 포럼(KRAF)’ 참석차 방한했다. 각국의 연구성과 평가 방식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자리다. 한국의 과학 경쟁력에 대해 “자연과학 분야에선 잘하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성과가 잘 나오고 있진 않다”며 “여러 방면에서 고르게 성과를 내는 스위스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은 아직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 이에 대해 캠벨 부사장은 “노벨상은 혁신적이고 장기적인 연구에 수여되는 경우가 많다”며 “‘고위험 고수익(high risk-high return)’ 연구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스몰 스텝이 아니라 빅 스텝을 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연구를 어떤 지표로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세계적으로 연구성과 평가가 질적 평가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리서치 엑설런스 프레임워크(REF)’ 평가 방식을 소개했다. REF는 경제, 사회, 대중에 미치는 영향을 광범위하게 평가하는데 특히 연구의 독창성, 무결성(데이터의 정확성과 일관성) 등을 중요하게 본다. 캠벨 부사장은 “연구마다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10개 연구 중 1개는 엄청난 결과 낼 것” 그는 한국 과학계에 “정확한 답은 없지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프로젝트를 선정해서 10개 정도 해 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10개 연구 프로젝트 가운데 1개는 엄청난 결과를 낸다”며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메신저리보핵산(mRNA) 연구가 단적인 예”라고 했다. 2020년 mRNA 백신이 상용화됐고, 그 백신을 만든 커리코 커털린 바이오엔테크 수석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캠벨 부사장은 “10개 중 어떤 연구가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중 한 개는 반드시 영향력이 큰 연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가지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가지는 것’과 ‘여러 분야에서 고르게 잘하는 것’ 중 한국의 과학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캠벨 부사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빅 퀘스천(big question)을 해결하려면 어떤 특정 연구를 깊이 있게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뛰어난 연구자들이 있어야 하고, 특정 분야에 정통한 수준 높은 연구자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중국이 빠른 시간 안에 과학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엄청난 돈을 투자했고 인력을 키웠다. 국제 협력에도 집중했다”며 “중국 과학계가 국제화되고, 중요성이 높은 연구에 집중하면서 급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정부가 9월 말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열고 이공계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책에는 이공계 석박사생에게 안정적으로 생활비를 지원하는 ‘한국형 스타이펜드(Stipend·연구생활장학금)’ 등 대책이 포함될 예정이다. 2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를 주축으로 범부처가 이공계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의대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데다 많은 수의 이공계 전공 학생들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어서다. 대책에는 연구개발(R&D) 과제에 참여하는 석사 대학원생에게는 월 80만 원, 박사생에게는 110만 원을 지급하는 한국형 스타이펜드가 포함될 전망이다. 이는 내년 정부 예산안에도 반영돼 있다. 대통령 과학장학금을 확대하고, 이공계 학생 외에도 과학기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처우 개선 방안도 담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한국에서 과학자로 사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키워 주는 것”이라며 “의사로 사는 것만큼 과학자로서의 삶이 가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정책이 다수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인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과학기술인 묘역 제정과 은퇴 후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인 ‘사이언스빌리지’ 확대 등도 논의됐다. 하지만 부처 간 이견이 커 실제 대책으로 구체화될지는 불확실하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5.2%(2022년 기준)로 세계 2위지만 연구 성과는 세계 8위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는 22일 ‘네이처 인덱스’에서 “한국은 과학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성과는 놀라울 정도로 적다”고 평가했다. 네이처는 데이터를 활용해 각 국가의 R&D 영향력 및 경쟁력 등을 분석해 네이처 인덱스를 발표한다. 이번엔 한국을 집중 분석했다. 네이처는 한국 특집호에서 “한국은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가성비(bang for buck)가 낮은 나라”라고 지적했다. 네이처 인덱스에 따르면 2022년 국가별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은 이스라엘이 5.6%로 세계 1위며 한국은 5.2%로 2위다. 이어 미국(3.6%), 일본(3.4%), 독일(3.1%) 등 순이다. 주요 국가들 가운데 이스라엘과 한국만 5%가 넘는다. 한국의 연구 성과는 세계 8위에 그쳤다. 미국이 1위였고, 중국이 2위, 독일이 3위였다. 네이처는 국가별 R&D 경쟁력 및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성과 지표(셰어·Share)를 활용했다. 한국이 과학 분야에서 투입 대비 성과가 떨어지는 원인에 대해 ‘다양성의 부족’과 ‘학계와 산업계 간 선순환 고리가 약화됐다’는 점을 지목했다. 네이처는 “한국의 연구 성과가 세계에 알려지려면 다양성과 개방적 문화가 중요하다”며 “해외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한국 주요 대학들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심해 자율성이 부족하다”며 “규제로 인해 대학의 연구가 산업으로 제대로 흘러가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매년 R&D 예산부터 과제까지 수시로 바뀌니 돈은 돈대로 쓰고 과학계 성과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며 “예산 및 과제의 연속성, 적극적 인재 확보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韓, 학계와 산업계 선순환 구조 약해져… 여성 연구인력 23% 그쳐, 대표적 약점”[투자 성과 못내는 한국 R&D]“韓 R&D 성과 저조” 印, 13위→9위로 올라 韓 추격중“韓, 학계-산업계 사이 벽 깨고… 해외 인재 한국에 남게 지원을”과학 분야별 한국의 연구 성과 순위는 대체로 7∼8위 수준이었다. 가장 좋은 성적을 얻은 분야는 물리학으로 중국, 미국, 독일, 영국, 일본에 이어 6위였다. 반면 건강 과학 분야에서는 14위에 그쳤다. 네이처 인덱스에서 중국과 인도의 성과는 특히 두드러졌다. 중국은 지난해 처음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인도는 2020년 세계 13위였으나 지난해 9위까지 올라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네이처는 올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도 내 연구 기관이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지난 10년간 대학 수가 752개에서 1016개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네이처는 일본과 비교해 한국을 꼬집기도 했다. 네이처는 “이미 노벨상 수상자 20여 명을 배출한 일본의 경우 수십 년에 걸쳐 하나의 주제를 연구한다”면서 “반면 한국에서는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꾸준한 투자를 해야 학계 및 사회에 영향력이 큰 혁신 연구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여성 과학자 비중이 지나치게 낮은 점도 지적했다. 네이처는 “2022년 기준 한국의 여성 연구인력은 전체 인력의 23%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현상이 한국의 가장 두드러진 약점”이라고 했다. 또 “10억 원 이상의 대형 과학 프로젝트를 맡는 남성 연구자는 1100명인데 여성은 70명에 머물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졸업 직후에는 남성과 비슷한 비율로 과학계에 취업하지만 30∼50대까지는 남성에 비해 30%가량 낮은 취업률을 보인다는 문제점도 언급했다. 한국 과학계 경쟁력을 높일 방안으로 우선 학계와 산업계를 연결할 것을 조언했다. 네이처는 “과거 한국은 국가 (과학)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에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과학계와 산업계를 연결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과학계와 산업계 간 긴밀한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송세경 전 KAIST 산학협력중점교수(한국생성AI파운데이션 회장)는 “학계와 산업 사이에는 철옹성 같은 장벽이 있다”며 “교수 창업이 많이 늘고 있지만 창업 겸직이 허용되는 기간은 3년 정도로 매우 짧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또 “한국이 더 많은 국제협력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 인재 유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사진)가 국내 항암제 중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FDA의 승인을 받은 국내 신약은 렉라자를 포함해 총 9개지만 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항암 분야에서 국내 신약이 FDA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유한양행은 렉라자와 존슨앤드존슨의 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의 병용 요법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두 치료제의 병용 요법은 임상 3상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 단독 복용에 비해 질병 진행 혹은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켰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2018년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인 얀센에 기술 수출했다. 현재 글로벌 판매 및 생산은 얀센이, 국내 판매와 생산은 유한양행이 맡는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 1차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이미 판매를 시작했다. 이번 승인으로 유한양행은 얀센으로부터 10% 이상의 제품 판매 로열티는 물론이고 800억 원 규모의 마일스톤(기술료)을 수령할 예정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국내 연구진이 공기 중에서 수분을 모아 마실 수 있는 물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향후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한국기계연구원은 임현의 자연모사연구단 연구단장(사진)팀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휴대용 수분 포집 시스템’을 이용한 ‘물 수확기’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물 수확기는 공인인증기관으로부터 물 수확 성능과 물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현재 국내 기업인 퓨어시스에 기술을 이전해 휴대용부터 대용량까지 다양한 제품군의 사업화를 계획하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휴대용 수분 포집 시스템은 ‘흡착→탈착→응축→살균’ 순서를 반복하며 물을 모은다. 기존의 수분 포집 시스템은 냉각식 제습기와 에어컨같이 응축기·증발기·압축기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다 보니 소음과 무게 등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에너지 효율도 떨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열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주는 열전소자를 사용했고 열전소자의 발열면을 흡습판으로 활용했다. 물 수확기는 크게 물을 포집하는 흡습판과 응축판으로 구성돼 있다. 흡습판이 공기 중 수분을 흡착시켜 응축판으로 보내면 여기서 물이 응축돼 모인다. 이 과정에서 흡습판과 응축판은 추가 에너지 공급 없이 서로 열을 주고받으며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기존 제습 시스템 대비 2배 이상 높아졌다. 예를 들어 흡습판이 온도를 내리면 흡습판의 열이 응축판으로 이동해 온도를 섭씨 80도까지 올린다. 이를 통해 표면 박테리아를 1분 내로 살균할 수 있다. 임 단장은 “식수 부족, 가뭄 등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음용수 생산 시스템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국내 항암제 중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FDA의 승인을 받은 국내 신약은 렉라자를 포함해 총 9개지만 FDA 장벽이 높기로 알려진 항암 분야에서 국내 신약이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20일 유한양행은 렉라자와 존슨앤드존슨의 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두 치료제의 병용요법은 임상 3상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 단독 복용에 비해 질병 진행 혹은 사망위험을 30% 감소시켰다. 비소세포폐암은 뇌로 전이되기가 쉬운데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는 뇌 전이에도 큰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EGFR 변이를 보유한 NSCLC 환자 1차 치료제인 타그리소 대비 우월성을 입증한 최초의 약물”이라며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렉라자는 유한양행이 2015년 국내 바이오 기업 오스코텍으로부터 기술이전한 약물이다. 이후 2018년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인 얀센에 렉라자를 기술수출했다. 현재 글로벌 판매 및 생산은 얀센이, 국내 판매와 생산은 유한양행이 맡는다.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 1차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이미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 1월부터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유한양행은 보험 급여가 통과될 때까지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치료제를 공급하는 ‘조기 공급 프로그램(EAP)’을 시행한 바 있다.회사는 이번 FDA 승인으로 승인 심사를 앞둔 유럽, 중국, 일본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번 승인으로 유한양행은 얀센으로부터 10% 이상의 제품 판매 로열티는 물론 800억 원 규모의 마일스톤을 수령할 예정이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렉라자의 FDA 승인은 유한양행의 연구개발(R&D) 투자의 유의미한 결과물”이라며 “글로벌 혁신신약 출시와 함께 유한양행의 글로벌 탑 50 달성을 위한 초석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국내 연구진이 공기 중에서 수분을 모아 마실 수 있는 물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향후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20일 한국기계연구원은 임현의 자연모사연구단 연구단장팀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휴대용 수분 포집 시스템’을 이용한 ‘물 수확기’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기를 이용하면 공기중에서 약 3㎏의 물을 얻을 수 있다. 물 수확기는 공인인증기관으로부터 물 수확 성능과 물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현재 국내 기업인 퓨어시스에 기술을 이전해 휴대용부터 대용량까지 다양한 제품군 사업화를 계획하고 있다.연구팀이 개발한 휴대용 수분 포집 시스템은 ‘흡착→탈착→응축→살균’ 순서를 반복하며 물을 모은다. 기존의 수분 포집 시스템은 냉각식 제습기와 에어컨 같이 응축기·증발기·압축기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다 보니 소음과 무게 등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에너지 효율도 떨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열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주는 열전소자를 사용했고 열전소자의 발열면을 흡습판으로 활용했다. 물 수확기는 크게 물을 포집하는 흡습판과 응축판으로 구성돼 있다. 흡습판이 공기 중 수분을 흡착시켜 응축판으로 보내면 여기서 물이 응축돼 모인다. 이 과정에서 흡습판과 응축판은 추가 에너지 공급 없이 서로 열을 주고 받으며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기존 제습 시스템 대비 2배 이상 높아졌다. 예를 들어 흡습판이 온도를 내리면 흡습판의 열이 응축판으로 이동해 온도를 섭씨 80도까지 올린다. 이를 통해 표면 박테리아를 1분 내로 살균할 수 있다.임 연구단장은 “식수 부족, 가뭄 등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음용수 생산 시스템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엄중한 경고를 했다. 전쟁의 성격이 (이전과) 완전히 바뀌고 있다.” 프린스턴 라이트 미국 육군 우주 및 미사일 방어 사령부 대령은 6일(현지 시간)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열린 우주 및 미사일 방어 콘퍼런스에서 이처럼 말하며 군의 우주 역량을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현대 전자 장비 전쟁’이라고 표현하며 통신위성과 이를 막기 위한 전파 교란 등 우주 관련 기술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언급했다. 19일 우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주 전쟁’의 서막이 오르며 미국과 중국이 국방 전력 확보를 위해 통신위성 구축 및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술 수준 및 진입 시기에서 모두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美, 국제 협력으로 통신위성 더 강화 통신위성은 고도 300∼1500km 사이의 지구 저궤도에 여러 대의 위성을 쏘아올려 지상에 기지국이 없이도 전화, 인터넷이 가능하게 하는 위성을 말한다. 전쟁이 시작되면 상대 군의 지휘 및 통신 체계를 차단하기 위해 지상 기지국부터 파괴한다. 이 때문에 통신위성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나르는 ‘핵심 전력’이다. 이미 핵심 전력을 보유한 미국은 지금의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국방 전문 매체인 디펜스뉴스는 14일 미국 우주군이 영국, 캐나다와 함께 위성 공급망 확보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겉으로 내세운 명분은 공급망 확보지만 이면에는 미국이 통신위성 생태계를 더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통신위성의 약 80%가 북미에서 제조 및 발사된다. 대다수의 통신위성 정보를 미국이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위성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미국만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지게 됐다. 지난해 발간된 우주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제작된 위성 수가 2018년 469대에서 2022년 2510대로 5.4배가량으로 늘었다. 그러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미국이 동맹국과 손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中, 미국 대항해 자체 위성 구축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중국은 자체 위성 구축과 더불어 미국의 군사 위성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ASAT)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은 ‘중국판 스타링크’로 불리는 ‘천범성좌(千帆星座)’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이달 5일 중국의 국유기업인 상하이 위안신위성과학기술공사(SSST)는 중국 산시성 타이위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위성 18대를 발사하며 신호탄을 터뜨렸다. 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올해 108대, 2025년 말까지 648대, 2030년까지 1만5000대의 위성을 궤도로 올릴 계획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전파 및 위성 기술의 수준이 한참 뒤처진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라고 했을 때 중국은 89.6%, 우리나라는 85.9% 정도에 불과하다. ASAT 기술도 전무하다. 정부는 올해 5월에야 저궤도 통신위성 2대를 올리기로 결정했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 6년간 약 32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최성환 한화시스템 전문위원은 “저궤도 통신위성이 최근 국방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맞다”며 “예산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군 혹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투자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달 표면의 충돌구(크레이터)에 처음으로 한국인 이름이 붙여지게 됐다. 19일 경희대 우주탐사학과 다누리 자기장 탑재체 연구팀은 특이한 자기장 특성을 보이는 달 뒷면의 한 크레이터에 조선시대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남병철 선생의 이름이 붙었다고 밝혔다. 현재 달 크레이터의 이름은 국제천문연맹이 각 나라 연구팀들의 신청을 받아 선정한다. 이번에 경희대 연구팀의 신청으로 최종 심사를 거쳐 14일 ‘남병철 크레이터’가 탄생한 것이다. 경희대 연구팀은 한국의 첫 달 궤도선인 다누리로 달 표면의 자기장을 연구하고 있다. 남병철 크레이터는 달 표면의 자기장 변화 연구를 진행하던 여러 크레이터 중 하나였다. 연구진은 이 크레이터에 아직 이름이 없다는 것을 알고 공동 연구 중이던 이언 개릭베설 미국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상의해 이 크레이터의 이름을 신청하게 됐다. 달 표면의 크레이터에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크레이터의 과학적 의미, 명명되는 이름이 과학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남병철 크레이터는 크레이터의 안과 밖의 자기장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이름이 명명되기 전인 2021년 이 크레이터에 대한 연구 내용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되기도 했다. 당시 논문을 발표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연구진은 지름 100km의 철이 풍부한 운석이 달 표면에 사선으로 날아와 충돌했다고 추정했다. 운석 내 철 성분이 강한 자기장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남병철 선생(1817∼1863)은 조선 후기 예조판서와 대제학 등을 지낸 문신으로, 천문학자이자 수학자로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중 대표적인 업적이 ‘남병철 혼천의’다. 혼천의는 지구, 태양, 달의 움직임을 재현하고 위치를 측정하는 기기다. 남병철 혼천의는 쉽게 관측할 수 있도록 한 개량 혼천의다. 경희대 연구팀은 한국천문연구원 고천문연구센터의 추천과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남병철 크레이터로 이름을 제안했다. 연구진은 “현재 달을 돌고 있는 궤도선 다누리가 임무 기간에 남병철 크레이터에 대한 추가 관측을 하면 새로운 연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영국 남서부 솔즈베리 평원에 있는 거대 돌기둥 ‘스톤헨지’의 유적 일부가 무려 750km 떨어진 스코틀랜드에 있던 돌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5000여 년 전 신석기 시대에 거석(巨石)을 수백 km 이동시킬 수 있는 사회적 기반과 기술이 갖춰져 있었다는 간접적인 증거가 나온 셈이다. 호주 커틴대와 영국 애버리스트위스대 연구팀은 15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스톤헨지 중심부의 제단석이 스코틀랜드 북동부 오르카디안 분지의 구적색 사암과 매우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스톤헨지의 구조를 보면 세로로 세워져 있는 높이 8m, 무게 9t가량의 돌 수십 개와 이를 받치는 가로석으로 구성돼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 건축물은 예배, 의식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까지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앞선 연구를 통해 스톤헨지의 돌들은 사르센 사암과 청회색 사암인 블루스톤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비교적 크기가 작은 블루스톤은 약 225km 떨어진 웨일스 지역 북쪽 펨브로크셔 프레슬리 언덕에서 이동시켜 왔다. 크기가 큰 사르센은 2020년에서야 영국 잉글리시 헤리티지 재단과 셰필드대 고고학자들에 의해 유래가 밝혀졌다. 연구진이 사르센 사암 조각을 X레이 분광법으로 분석한 결과 스톤헨지 유적에서 약 25km 떨어진 말버러 다운스의 웨스트우즈 지역에서 왔다는 것이 확인됐다. 당시 연구진은 “블루스톤에 비해 크기가 큰 사르센이 블루스톤만큼 멀리서 이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가능한 한 가까운 곳에서 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영국과 호주 공동 연구팀이 분석한 제단석은 이 돌들을 받치고 있다. 두께 50cm, 가로세로가 각각 1m, 5m로 무게는 6t 정도다. 연구진은 제단석 조각을 구성하는 지르콘, 인회석, 금홍석의 화학 성분과 연대를 분석했다. 이를 영국 및 아일랜드 곳곳의 퇴적층과 비교한 결과 스코틀랜드 북동부 오르카디안 분지의 구적색 사암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르카디안 분지에서 스톤헨지 유적까지의 거리는 무려 750km. 당초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훨씬 먼 거리다. 그간 많은 연구자들은 제단석도 블루스톤이 유래한 프레슬리 언덕에서 온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주와 영국의 공동 연구팀 역시 프레슬리 언덕 근처를 중심으로 연대 분석을 실시했지만 제단석과 일치하지 않았다. 결국 연구진은 분석 범위를 넓혀 스코틀랜드 북부까지 조사하다가 이번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동 연구팀은 “5000여 년 전인 신석기 시대에 750km 거리를 운송할 만한 높은 수준의 사회 조직과 운송 수단이 존재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먼 거리를 어떻게 이동했느냐는 아직 미스터리다. 공동 연구팀은 스코틀랜드의 험한 지형을 고려했을 때 육로보다는 수로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어떻게 스톤헨지를 만들었는가’라는 책을 쓰기도 한 고고학자 마이크 피츠는 “그렇게 중요한 화물(제단석)을 수로로 이동시켰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을 보였다. 공동 연구팀은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더 정확한 유래 위치와 이동 경로 등을 조사 분석할 계획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고 대화할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뇌에 전극을 심어 생각을 읽어내는 ‘뇌 임플란트’ 기술이 상용화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 등 미국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뇌 임플란트 기업에 적극 투자하면서 상용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 5년 만에 복원한 목소리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뇌에 전극을 이식해 정상적으로 대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14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루게릭병은 운동을 담당하는 영역의 뇌세포가 조금씩 사멸하면서 서서히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뇌질환이다. 이번에 전극을 이식받은 케이시 해럴 씨(45)는 5년 전에 루게릭병 증상이 나타났고, 현재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못 하는 상태다. 연구진은 환자의 두개골에 구멍을 내고 언어를 담당하는 뇌 영역 피질에 256개의 전극을 심었다. 여기에는 페이팔의 창업자 틸이 투자한 미국의 뇌 임플란트 개발 기업 블랙록 뉴로테크의 기술이 사용됐다. 연구진은 전극에서 오는 뇌 신호를 분석해 단어와 문장으로 변환했다. 그러고 나서 환자의 목소리를 학습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문장을 환자의 음성으로 바꿨다. 해럴 씨는 “내 목소리와 매우 흡사하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옆에 있던 가족들도 함께 울었다. 블랙록의 뇌 임플란트는 해럴 씨에게 이식된 후 8개월 동안 97.5%의 정확도를 유지했다. 연구진은 “건강한 사람이 문단을 소리내어 읽을 때 단어 오류율 역시 1∼2%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굉장히 정확한 수준”이라고 했다.● 2030년 5조 원대 시장으로 성장 전망 전문가들은 의학 기술과 AI 발전으로 뇌 임플란트 기술이 앞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재관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10여 년 전부터 뇌의 신호를 읽으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최근 뇌 신호를 분석하는 속도가 매우 빨라지는 등 기술력이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블랙록 뉴로테크뿐 아니라 머스크 CEO가 창업한 뉴럴링크 역시 뇌 임플란트 상업화를 위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뉴럴링크는 올해 1월 첫 환자에 이어 이달 초 두 번째 환자에게 뇌 임플란트를 실시했고,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 뉴럴링크 역시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전극을 삽입하는데, 총 1024개의 전극을 사용한다. 뉴럴링크는 연내 8명의 환자에게 추가적으로 전극을 이식할 계획이다.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투자한 싱크론도 대규모 임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싱크론은 두 회사와는 다르게 두개골을 뚫지 않고 뇌경색 환자나 심근경색 환자에게 시술하는 스텐트를 이용한다. 뇌 혈관에 스텐트를 설치하고 스텐트 내 전극을 이용해 뇌 신호를 읽어들이는 원리다. 뇌에서 직접 신호를 받는 것보다는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외과적인 수술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뇌 임플란트 시장 규모는 2022년 17억1000만 달러(약 2조3200억 원)에서 2030년 40억 달러(약 5조43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11.2%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약 6000만 년 전 공룡을 멸종시키고 지구 생명체 75%의 생명을 앗아간 대멸종의 원인이 소행성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간 대멸종의 원인으로 거대한 화산 폭발, 혜성 혹은 소행성 충돌 등 여러 가설이 제기돼 왔다. 이번 연구로 소행성 충돌 가설에 좀 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마리오 피셔괴데 독일 쾰른대 교수팀은 15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백악기와 팔레오기 사이에 일어난 대멸종의 원인이 탄소질의 소행성 충돌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대멸종 원인의 유력한 가설로 화산 폭발과 천체의 충돌이 꼽힌다. 학계에서는 천체 충돌일 가능성을 좀 더 높게 보고 있다. 6600만 년 전 ‘칙술루브(Chicxulub)’라는 천체가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충돌해 칙술루브 충돌구를 만들면서 공룡 등을 멸종시켰다는 것이다. 칙술루브가 소행성인지 혜성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2021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는 칙술루브가 태양의 중력에 의해 분해된 혜성의 일부라는 연구가 실리기도 했다. 쾰른대 연구팀은 백악기와 팔레오기의 경계가 되는 지층에서 루테늄(Ru) 동위원소를 분석했다. 루테늄은 지구 암석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 드문 원소이기 때문에 지구에 충돌한 천체에서 유래됐을 가능성이 높다. 루테늄은 총 7가지의 동위원소(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를 가지고 있는데, 천체마다 동위원소의 비율이 모두 다르다. 때문에 이 비율을 확인하면 어떤 천체에서 유래했는지 추정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칙술루브가 탄소로 이뤄진 탄소질 소행성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혜성의 구성 비율과는 전혀 달랐다. 또 지구를 덮친 이 행성이 지구 가까운 곳에서 온 것이 아니라 목성 너머의 먼 태양계에서 형성된 소행성이라는 것도 추가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칙술루브가 혜성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이번 결과는 오랜 논쟁을 해결하고 지구와 충돌한 외계 암석에 대한 이해를 재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며 2018년 금융 당국이 내린 제재를 전부 취소해야 한다는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제재가 이뤄진 지 5년 9개월 만에 나온 1심 판결이다. 금융 당국 처분이 발단이 돼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계부정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올 2월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이 행정소송에서도 유사한 판결을 내리면서 이 회장의 항소심 재판에 영향을 미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등을 상대로 낸 시정요구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내린 (제재 및 과징금 등)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금융감독원은 2011년 설립 이후 적자를 이어가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 상장 직전인 2015년 1조9000억 원의 흑자를 내는 과정에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고 회계 처리 방식을 ‘지분법’으로 바꿔 자산 가치를 4조5000억 원가량 부풀렸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증선위와 금융위도 대표이사·임원 해임 권고 및 과징금 80억 원 등 제재를 결정했다. 증선위 고발과 검찰 조사를 거쳐 자본시장법 위반 등 19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회장은 올 2월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회계부정 수사’ 발단 된 제재 취소… 이재용 2심 내년 1월 결론‘삼바’ 제재 취소당국 “삼바, 합작사 분식 회계” 제재… 법원 “재량권 범위내 회계처리” 판단이재용 ‘회계부정’ 1심서 전부 무죄… 항소심, 5차례 공판후 판결 예정재판부는 우선 2012∼2014년 재무제표가 분식회계라는 증선위 판단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지배하면서 이를 종속기업으로 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은 회계부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원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 처리 정당” 재판부는 “합작투자 자체로 공동 지배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바이오젠의 콜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 등을 살 수 있는 권리)이 ‘실질적 권리’에 해당해 지배력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2014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 지배했다고 보아 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하여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은 ‘원칙 중심 회계 기준’ 아래에서 재량권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금융당국의 제재도 모두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각 처분은 사실상 일체의 처분으로 이뤄졌고 위법한 회계 처리에 대한 제재 등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서로 불가분적 관계여서 제재를 전부 취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처분은 기초가 되는 사실을 일부 오인했거나 위반 내용과 제재 수준 사이의 이익형량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 처리로 관련 자산과 자기자본을 일부 부풀린 점은 인정했다. 금감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판결문을 입수하는 대로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한 내용을 분석해 금융위에 항소 여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재용 2심, 5번 공판 뒤 내년 1월 선고 앞서 금감원은 2011년부터 적자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6년 코스피 상장 직전 회계 처리가 변경되면서 1조9000억 원의 흑자를 낸 것과 관련해 ‘고의적 분식회계’로 판단하고 2018년 5월 중징계를 의결했다. 증선위와 금융위원회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행위를 분식회계로 보고 같은 해 11월 과징금 80억 원 부과 등의 처분을 내렸다. 증선위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2년여간 수사를 벌여 2020년 9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기소 3년 5개월 만인 올해 2월 5일 이 회장의 19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던 상황 등을 고려하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 처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회장의 1심은 총 107회 재판이 진행됐고, 이 회장은 법원에 96회 출석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마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이 회장 항소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항소심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5번의 공판기일을 진행한 뒤 내년 1월 27일 판결을 내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다음 달 30일 첫 정식 공판에서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등이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1심 판단과 관련한 증거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10월 14일에는 회계 부정 부분을, 10월 28일과 11월 11일에는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을 각각 심리한 뒤 11월 25일 결심공판을 열고 검찰 구형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하게 된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미국 정부가 ‘기업 분할’ 카드까지 꺼내며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독점을 깨려는 것은 거대 기업의 독점이 산업 발전과 소비자 이익을 저해한다는 오랜 믿음 때문이다. 앞서 미 수도 워싱턴 연방법원의 아미트 메흐타 판사 역시 286쪽에 걸친 판결문을 통해 “구글의 유통 계약은 일반 검색 서비스 시장의 상당 부분을 배제했고 경쟁사의 경쟁 기회를 손상시킨다”며 “구글이 휴대전화와 브라우저에서 유통을 독점했기 때문에 온라인 광고 가격을 꾸준히 인상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에 대한 기업 분할 고려는 2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MS)를 분할하려던 시도가 실패한 뒤 미 정부가 불법 독점을 이유로 회사를 분할하려는 첫 번째 움직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AT&T부터 MS까지… 독점 기업 분할 시도 미국은 42년 전인 1982년 미 전역의 통신산업을 지배하던 공룡 기업을 분할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대부분의 전화 통신을 독점하고 있던 거대 기업 AT&T에 대해 반(反)독점 소송을 제기해 7개의 지역 벨 운영회사로 쪼갰다. 이는 미 통신산업의 근간을 바꾼 결정적 순간으로 꼽힌다. AT&T가 사실상 해체되면서 새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했고 소비자 이익 개선과 기술 발전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1998년 미 정부는 MS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MS가 막강한 윈도 운영체제(OS)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 브라우저를 끼워팔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2000년 연방 판사는 MS를 분할하라고 명령했지만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MS는 기술을 공유하고 끼워팔기 관행을 시정하기로 합의해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당시 주요 법적 판결이 유지됐기에 MS는 신생 인터넷 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외신들은 “덕분에 구글과 같은 젊고 새로운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 OS-웹브라우저 사업 매각 가능성 구글의 온라인 검색 관련 독점에 대해 법무부가 기업 분할이라는 제재를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구글 분할이 실제 추진된다면 여러 사업부 중 안드로이드 OS, 웹브라우저 크롬의 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는 안드로이드 OS와 크롬을 강제 처분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안드로이드 OS와 크롬 모두 시장에서 점유율이 매우 높은 상태라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더라도 다시 반독점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모바일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OS 점유율은 약 70%, 데스크톱 기준 크롬 점유율은 약 75%다. 구글의 글로벌 검색 서비스 시장 점유율 또한 89.2%에 달한다. 그간 구글의 경쟁사인 MS 등은 구글의 검색 우위가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유리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블룸버그는 법원이 구글의 데이터를 경쟁사에 양도하거나 라이선스를 부여해 공유하도록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 제품에서도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것을 방지하겠단 의도다.● 핵심은 기술 및 서비스 공유 메흐타 판사는 구글의 온라인 광고 독점 역시 문제 삼았다. 구글 매출의 약 3분의 2가 검색 광고에서 나온다. 이에 구글이 소유한 온라인 텍스트 광고 플랫폼인 애드워즈의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애드워즈는 키워드 검색 때 특정 기업의 홈페이지나 제품을 가장 먼저 노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의뢰 기업이 모든 콘텐츠를 넘겨야 하므로 애드워즈를 통해 유입되는 데이터의 양이 엄청나다. 구글과 법무부가 향후 2심, 최종심 판결 때까지 불꽃 튀는 법적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과거 MS 사례와 마찬가지로 양측이 일정 수준에서 합의를 볼 가능성을 제기한다. 뉴욕타임스(NYT)는 구글이 다음 달 광고 기술에 대한 또 다른 반독점 소송으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메타 등 다른 빅테크도 비슷한 처지라고 전했다. 다음 달 구글이 어떤 처분을 받든, 해당 규제가 빅테크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미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글로벌 구직자 중 절반 가량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력서를 작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고용 시장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여러 대기업들이 AI 사용 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공표했지만, 유료 AI 서비스를 사용하는 경우 사람이 쓴 것과 구분하기가 어려워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는 영국 스타트업 칸바가 5000명의 글로벌 구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5%가 생성형 AI를 사용해 이력서를 작성하거나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HR 컨설팅 기업인 뉴로사이트가 1500명의 학생 구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역시 57%가 이력서 작성을 위해 오픈AI의 생성형 AI ‘챗GPT’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챗GPT를 이용해 손쉽게 이력서를 쓸 수 있게 되면서 최근 국내외 고용 시장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지원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AI를 활용한 성의 없는 이력서도 많아 검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유료 AI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는 실제 사람이 쓴 것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이런 이유로 딜로이트, EY, PwC, KPMG 등 글로벌 빅4 회계법인은 AI를 이용한 지원서 작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역시 약 65%가 이력서에 AI 사용 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답했다. 고용 시장에서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사용 여부를 알 수 있게 하는 ‘워터마크’ 기술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IT 업계 관계자는 “인재 채용은 회사 경쟁력과 직결되는 일인만큼 신중해야 한다”며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화성 지하에 상당량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론적으로는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화성 지하 11.5∼20km 사이에 많은 양의 물이 존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추정한 물의 양은 화성 전체를 약 1.6km 깊이로 덮을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이었다. 연구진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무인탐사선 ‘인사이트’의 데이터를 활용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인사이트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1300여 건의 화성 지진을 감지해 온 무인 탐사선이다. 인사이트가 수집한 지진파 데이터는 화성 내부 구조를 추측할 수 있는 자료다. 지진파는 암석의 재질이나 내부 균열 등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물로 덮인 화성의 ‘중간 지각’은 화성암인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마이클 맹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화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는 못했지만 이론적으로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한 것”이라며 “지구의 깊은 바닷속에 미생물이 살고 있는 것처럼 화성의 축축한 지각 역시 미생물이 살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화성에서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것이란 증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학연구소(INAF) 등 공동 연구진은 화성의 남극 아래 1.5km 깊이에 지름 20km의 호수가 존재한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연구진은 유럽우주국(ESA)의 화성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가 수집한 음향탐사 레이더 데이터를 활용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