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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는 50여 년간 국내에서 쌓은 도로 건설과 유지 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꾸준히 개척하고 있다. 해외 진출 초기에는 시공감리와 같은 단순 용역 위주였지만, 점차 민관합작투자사업(PPP), 운영유지관리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해외 진출 18년 만인 지난해 해외 사업 누적 수주액 3700억 원을 넘겼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6월부터 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고속도로 유지관리 업무를 시작했다. 알마티 순환고속도로는 카자흐스탄 정부가 진행한 최초의 PPP 사업이다. PPP는 건설사가 시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분 투자 및 운영까지 맡아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인구 증가에 따른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추진했다. 도로공사는 알마티 순환고속도로의 시공과 운영에 모두 참여했다. 시공에는 SK에코플랜트 및 알라르코, 마크올 등 튀르키예 건설사 두 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도로공사가 해외에서 처음 수주한 PPP 사업으로, 사업비는 8540억 원이다. 2039년 4월까지 약 15년간 운영유지관리 사업도 수주했다. 사업 계약 금액은 1612억 원이다. 도로공사가 2022년 방글라데시에서 수주한 파드마 대교 운영유지관리 사업도 대표적인 수주 성과다. 2022년 6월 개통한 파드마 대교는 방글라데시 영토를 가로지르는 파드마강을 건너는 교량으로 길이가 20km에 달한다. 사업비 3조6000억 원이 투입된 방글라데시 초대형 토목 사업으로, 운영유지관리 계약 금액은 5년간 1005억 원이다. 파드마 대교 시공은 중국 건설사가 맡았지만, 운영유지관리 사업은 도로공사와 중국철도대교공사가 각각 75%, 25% 지분으로 나눠 맡았다. 도로공사가 해외 도로의 운영유지관리를 맡은 첫 사례다. 도로공사는 2027년 5월까지 도로와 시설물 등 기본적인 유지관리뿐만 아니라 ‘하이패스’와 같은 지능형 교통관리 시스템을 설치하고 통행료 수납 업무까지 담당하게 된다. 도로공사는 파드마 대교와 이어져 있는 55km 길이 N8고속도로의 운영유지관리 사업도 맡고 있다. N8고속도로는 방글라데시 최초의 고속도로로, 사업 계약 금액은 1040억 원이다. 도로공사가 단독으로 수주했다. 사업 다각화에 힘입어 한국도로공사 해외 수주액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해외 진출 첫해인 2005년 연간 수주액은 4억2100만 원이었다. 방글라데시에서 대형 사업을 따낸 2022년 연간 수주액은 역대 최고인 1839억3700만 원까지 올랐다. 지난해까지 누적 수주액은 3755억5100만 원이다. 2026년까지 누적 수주액을 1조 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사업자 선정이 또 유찰됐다. 사업자 선정이 유찰된 건 이번에 세 번째로, 국토교통부는 20일 재공고를 내기로 했다. 19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마감한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사업자 선정 입찰에 현대건설이 주관하는 컨소시엄 한 곳만 참여했다. 이에 국토부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조달청에 재공고를 요청했다. 조달청은 20일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재공고를 낼 예정이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은 경쟁 입찰이 원칙이다. 두 곳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는 얘기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666만 ㎡에 공항시설과 항만 인프라 등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사업비 10조5300억 원으로, 공사 기간은 6년이다.국토부가 올해 5월 진행한 1차 입찰에는 응찰자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아 무산됐다. 6월 2차 입찰에서는 현대건설 컨소시엄 한 곳만 참여해 경쟁이 성사되지 않아 유찰됐다. 국토부는 두 차례나 사업자 선정이 유찰되자 3차 입찰 조건은 일부 완화했다. 상위 10대 건설사 중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 수를 기존 2곳에서 3곳으로 늘렸다. 공사기간과 설계기간도 각각 1년, 2개월 연장했다. 하지만 3차 입찰마저 유찰되면서 일각에선 수의계약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직장인 김모 씨(38)는 올해 4월 준공 20년이 넘은 서울 아파트의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자신의 청약통장 가점으로는 서울에서 분양받을 확률이 너무 낮아 구축을 선택한 것. 1주택자가 되고 나니 당첨은 더 힘들어졌다는 판단에 주택청약종합저축도 최근 해지했다. 김 씨는 “청약통장에 있는 돈은 다음 달 잔금에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1순위 가입자가 1년 만에 47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청약 경쟁률과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청약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1순위 가입자는 1668만2779명으로 집계됐다. 전월(1673만5611명)보다 5만2832명 감소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6만7423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1순위 가입자는 2022년 11월(1760만4331명) 정점을 찍은 뒤 1년 8개월 연속으로 줄고 있다. 청약통장은 가입 기간과 납입액 등에 따라 1, 2순위를 구분한다.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나 용산구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하는 민영주택의 경우 가입 기간이 2년 이상이고 납입액이 300만 원(전용 85㎡ 이하) 이상이어야 1순위다. 1순위와 2순위 가입자를 더한 전체 가입자는 지난달 2548만9863명으로, 전월보다 1만6526명 감소했다. 지난달 2순위 가입자가 전월보다 소폭 늘면서 전체 가입자는 1순위 가입자에 비해 덜 줄어들었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줄어든 원인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서울 등 청약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선 당첨 가능성이 워낙 낮다는 게 첫째 이유다. 이달 분양한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는 당첨자 중 청약가점 만점자가 3명이나 나왔다. 자신의 가점이 어차피 당첨과 거리가 먼 수준이라면 적금통장으로 갈아타 이자라도 챙기려 한다는 것이다. 고분양가도 청약통장 해지 사례가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만에 하나 당첨이 되더라도 분양가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싸졌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401만7000원이었다. 2018년 2월(2192만1000원)과 비교하면 6년 5개월 만에 2배로 뛰었다. 반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지방에선 청약통장을 사용해 분양을 받기보다는 미분양 주택을 할인된 가격에 사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선 청약통장 없이도 살 수 있는 매물이 쌓여 있다”며 “청약통장을 해지해 기존 주택 구입 자금으로 쓰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정부가 서울 용산, 송파 등지의 국유지를 활용해 2035년까지 청년주택 2만2000채를 공급한다. 1기 신도시인 경기 부천시 중동과 군포시 산본의 용적률을 높여 총 4만 채의 신규 주택을 추가로 짓겠다는 밑그림도 공개됐다. 정부는 14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5년도 국유재산종합계획’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노후한 청·관사와 군부대 이전 부지 등을 개발해 2035년까지 청년주택 2만2000채를 단계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서울 용산 유수지와 송파 보안클러스터 등 청·관사 19곳과 동작구 대방동 군부지 등 국유지 19곳이 개발 후보지다. 원룸과 더불어 1.5룸과 투룸으로 주택 공급 유형을 다양화하고, 피트니스센터 등 공유시설도 짓기로 했다. 창업을 꿈꾸고 있는 청년들을 위한 창업 기숙사도 확대된다. 현재 개발 중인 서울 종로·관악 복합청사 내 임대주택을 창업을 희망하는 대학생에게 시세보다 20∼30% 저렴한 창업기숙사로 제공하고 추후 전국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이날 국토교통부는 1기 신도시 가운데 중동과 산본에 용적률을 높여 신규 주택 4만 채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기본계획도 발표했다. 중동의 경우 재건축 시 기준 용적률을 현재 평균 216%에서 350%로 높여 2만4000채, 산본의 경우 평균 206%에서 330%로 높여 1만6000채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1기 신도시 5곳 중 구체적으로 지역별 기본계획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안양시 평촌은 이달 중, 성남시 분당과 고양시 일산은 다음 달 기본계획을 통해 주택 공급 규모를 발표한다. 국토부는 영구임대주택을 재건축해 1기 신도시 이주민들에게 임시 거처로 제공하기로 했다. 1기 신도시 인근 유휴부지와 공공택지를 확보해 이주 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먼저 이주민의 임시 거처로 쓴 뒤 리모델링해서 분양하는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방식도 검토하기로 했다.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법인 택시 기사에게 주 40시간 이상의 최저임금을 고정적으로 지급하도록 한 ‘택시 완전월급제’가 20일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다. 택시업계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여당이 제도 폐지를 골자로 한 법 개정에 나섰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개정을 반대하고 있어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택시 완전월급제는 2019년 택시발전법을 개정해 도입했다. 법인 택시 기사의 주당 근로 시간을 40시간 이상으로 정하고, 이에 따라 택시회사는 법인 택시 기사에게 최저임금(월 200만 원 이상)을 고정적으로 지급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개정법에 따라 2021년 1월 서울에서 먼저 시행됐고, 나머지 지역에선 이달 20일부터 시행된다. 택시업계에선 완전월급제가 도입 취지와 달리 기사의 처우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때문에 서울에서도 현재 해당 제도를 운영하는 업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택시회사들은 완전월급제가 시행되면 경영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노사 자율로 근로 시간을 주 40시간 미만으로 정하도록 한 택시발전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대체로 개정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위는 19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노총이 법 개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12일 불법사채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 토론회를 열고 “불법사채와 관련된 구조적, 제도적 근절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최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성준 의원과 이재명 전 대표 비서실장 출신 천준호 의원이 각각 대부업체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당론 추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부터 세 차례 이어진 입법 토론회에서는 대부업체 자본 요건을 대폭 강화해 진입 장벽을 높이고, 대부업자의 무분별한 등록과 폐업을 막기 위해 재등록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현행법상 ‘대부업’으로 통칭되는 명칭을 ‘불법사채’와 ‘합법대부업’ 등으로 구분지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野, 불법사채 근절 위한 3차례 토론회 개최 천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불법사채 근절 3대 입법 토론회’의 마지막인 3차 토론회를 열었다.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불법대부업 근절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전문가들의 대안들이 제시됐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전무는 지난달 열린 1차 토론회에서 “현행법은 대부업자의 무분별한 등록과 폐업의 반복을 막기 위해 폐업 1년 후 재등록 제한을 두고 있지만 배우자나 자녀 등 친족 명의로 등록을 하는 등 이를 회피하는 경우가 잦다”며 “재등록 제한 범위를 직계존비속까지 확대하거나 재등록 제한 기한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현행 대부업법이 불법사채와 합법적 대부업체를 모두 ‘대부업’으로 통칭하는 점도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일반 소비자가 합법과 불법업체를 구별 못 한 채 거래를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현행법상 불법사채업을 뜻하는 ‘미등록 대부업’을 불법사채업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천 의원은 “세 차례의 토론회를 통해 대부업 등록 요건 강화 방안과, 불법사채 계약 무효화 및 금전적 처벌 강화 방안, 불법사채 피해 방지를 위한 서민 금융 강화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며 “이를 종합해 관련 법안을 추가 발의하고, 향후 대부업법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서민들의 불법사채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9월 정기국회에서 당 차원 적극 추진” 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 불법사채 피해 근절을 위한 입법 보완책 마련에 고삐를 죄겠다는 방침이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에는 대부업법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현행 1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30배 늘리고 최고 이자율(20%)을 넘는 대부업을 체결할 경우 이자 전액을 무효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대부업체 자기자본 요건 강화와 더불어 대부업체 대표자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대부업체 임직원으로 1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보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천 의원실 관계자는 “이미 발의된 대부업법 개정안과 더불어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담은 추가 입법을 준비 중”이라며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서 꾸준히 입법 과제를 발굴할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불법사채 문제는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봤던 사안”이라며 “새 지도부가 꾸려지고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당 차원 과제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8·8 주택공급 대책’에서 가장 관심이 쏠린 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였다. 서울 그린벨트를 풀어 최소 1만 채 이상 아파트를, 이르면 2029년부터 분양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서울 신축 아파트가 부족하다는 우려를 해소할 만한 물량을 당장 공급할 수 없으니 불안 심리라도 잠재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읽혔다. 서울에서 대규모 아파트를 지을 빈 땅이 거의 없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깔려 있었을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는 4년 전 문재인 정부도 검토했던 공급 방안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집값을 잡기 위해 강력한 규제책을 쏟아냈다.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취득세율을 대폭 높인 2020년 ‘7·10 대책’은 수요 억제책의 정점이었다. 대책을 두고 ‘공급 없이 수요만 옥죈다’는 비판이 확산했다. 대책 발표 나흘 뒤 홍남기 당시 경제부총리는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며칠 뒤 문재인 대통령이 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주택 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야당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발언해 그린벨트 해제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제동을 걸었다. ‘그린벨트는 미래 후손을 위해 남겨둬야 한다’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뜻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가 컸다고 한다.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인사까지 한마디씩 보태면서 그린벨트 해제 이슈는 정치 쟁점으로 비화했다. 정부와 서울시 입장 차이에 여당의 엇박자까지 더해지면서 혼란이 극에 달했다. 결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그린벨트 해제를 백지화했다. 부총리가 그린벨트 해제 검토를 언급한 지 6일 만이었다. 주택은 한 채도 공급하지 못하고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만 깎아 먹은 해프닝으로 남았다. 현 정부와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 한목소리를 낸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미 훼손돼 환경적으로 보전 가치가 적은 지역을 골라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한다. 여기엔 신혼부부와 청년층을 위한 장기전세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그동안 미래 세대를 위해 보전해 온 그린벨트를 높은 집값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들을 위해 활용할 때라고 본 것이다. 설익은 발언으로 혼란만 초래했던 4년 전과 비교하면, 적어도 청사진은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실현은 다른 문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부동산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달라지는 건 이미 전 국민이 경험했다. 이명박 정부 때 지정한 신규 택지지구가 박근혜 정부에서 취소된 적도 있다. 같은 당이 정권을 재창출했는데도 정책이 뒤집힐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서울 그린벨트를 당장 풀고 토지 보상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더라도 최초 분양은 2029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2, 3년이 지난 뒤에나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진짜 공급’이 이뤄지는 셈이다. 공급 규모를 늘리고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데 시급한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서울시장이 바뀌고 대통령이 바뀌어도 주택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데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김호경 산업2부 기자 kimhk@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불법 사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업체 등록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불법 사채업자에 대해서는 원금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국민의힘도 올해 6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논의된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 관리감독 강화와 온라인에서 불법 사채 광고 사전 차단 등을 담은 관련 법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 달 발의할 계획이다. 플랫폼 사채의 실상을 고발한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시리즈 보도 이후 정치권이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9일 민주당에 따르면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다음 주 ‘대부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다. 해당 개정안은 대부업 등록 시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현행 1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30배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대부업자가 최고 이자율(20%)을 넘는 대부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자 전부를 무효화하고, 불법 사채업자에 대해선 계약 전부를 무효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대출나라’ 등 대부 중개 플랫폼에 대한 불법 사채업자의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박 원내수석은 “불법 사채업체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위기에 빠진 서민을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며 “대부업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했다. 이재명 당 대표 후보 비서실장 출신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의원도 대부업 자기자본 요건을 강화하고, 대부업체 대표자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대부업체의 임직원으로 1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보유하도록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발의했다. 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토론회를 거쳐 해당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관계자는 “불법 사채 문제는 이 후보도 성남시장 시절부터 강조했던 내용”이라며 “당 차원에서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민의힘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 카페 등의 불법 사채 광고를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정부와 협의해 관련 법안 정비를 준비해왔다”며 “온라인 대부 플랫폼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을 주로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사채땐 계약 무효… 대부업 자본요건 1000만→3억 상향”[22대 국회, 불법사채와의 전쟁]여야 “불법사채 근절” 처벌 강화 추진지금은 법정이자 초과분만 환수… 사채업자들 “걸려도 남는 장사”전문가 “대부업 가장납입 차단위해 일본처럼 순자산액 기준 규정 필요”2021년 2월부터 불법 사채 조직을 운영해 온 총책 ‘강 실장’은 지난해 3월 경찰에 붙잡혔다. 강 실장의 조직은 다른 사람 명의의 대부업 등록증을 활용해 대부중개 플랫폼에서 ‘정식 대부업체’라고 광고했다. 이 광고를 보고 연락을 해 온 피해자를 상대로 연이율 최고 5214%에 달하는 불법 고리영업을 했다. 법원이 인정한 강 실장 조직의 불법 대출 규모는 37억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총책과 함께 기소된 공범들에게 추징한 금액은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억 원가량뿐이었다. 현행법상 전체 원리금(원금+이자) 가운데 연 20%인 법정이자를 넘어선 초과 이자분만 범죄 수익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불법 사채 원금 환수’ 길 열리나 이처럼 현행 대부업법은 법정 상한을 초과한 이자에 대해서만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원금과 법정이자에 대해서는 환수 규정이 없다 보니 현재는 불법 사채를 적발해도 연 20%인 법정이자를 초과해 지급한 이자만 환수가 가능하다.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걸려도 금전적 불이익이 크지 않은 셈이다. 이는 불법 사채가 근절되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다음 주 발의할 예정인 ‘대부업법 개정안’에는 법정이자를 초과하는 대부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자계약 부분을 무효로 하고, 불법 사채업자의 경우에는 그 계약 전부를 무효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불법 사채업체의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환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 일본의 경우 ‘불법 사채는 위법한 계약이라 원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2008년 9월)이 불법 사채 근절의 본보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개정안은 대부업 등록 자본요건을 현행 1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30배나 올리는 등 강화하기로 했다. 대부업 등록 자본요건은 2015년 이후 9년째 1000만 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자본 유지 의무 조항이 없다 보니 처음 등록할 때 한 번만 1000만 원 잔액을 인증하면 불법 사채업자들도 손쉽게 ‘정식 대부업체’로 위장할 수 있다. 개정안에 따라 자기자본 요건이 3억 원으로 늘어나면 소규모 불법 사채업자들의 경우 시장 진입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은 2007년 ‘대금업법’을 시행하면서 대부업체 자산액 기준을 300만 엔(약 2800만 원)에서 5000만 엔(약 4억6300만 원)으로 점차 높이면서 대부업체 수가 10%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의원도 ‘대부업에 등록하려는 자는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대부업체에서 최소 1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기준을 추가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천 의원은 대부업법 위반에 따라 벌금액이 5000만 원에 그치는 상황을 고려해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추가 발의할 계획이다. 천 의원은 “범죄 수익을 추징해 피해자에게 돌아가게 하고 벌금형을 상향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불법 계약 무효화를 실현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천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 및 상담건수는 6만3283건으로 전년(6만605건) 대비 4.6%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 대부업체는 8597곳 중 5873곳이 개인사업자인데, 상당수가 불법 사채와 연결된 업체로 추정된다. ● “대부업체 자본요건에 부채도 반영해야” 전문가들은 대부업 자본요건을 높이는 것에 더해 ‘가장 납입’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도 개정안에 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대부업법 자본요건은 법인은 자기자본, 개인은 순자산액 기준이다. 부채는 자기자본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일부 법인들 사이에선 처음 등록할 때만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와 자본요건을 맞추는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 일본은 이런 꼼수를 막기 위해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액’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불법 사채 피해자를 지원해 온 민생연대 송태경 사무처장은 “가장 납입을 차단하고, 재무적으로 부실한 업체들이 대부업체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면 금액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자본요건 기준을 일본처럼 ‘순자산액’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미등록 대부업자 명칭을 불법 사채업자로 바꾸고 등록 대부업체 상호를 대부에서 생활금융 등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급격한 등록요건 상향 시 불법 음성시장이 커질 가능성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정부가 ‘8·8 주택공급 대책’과 관련해 서울 등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면 5∼6년 뒤, 이르면 2029년부터 주택 분양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토지 보상, 보호종 및 문화재 발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정부가 공급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낙관적인 계획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9일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그린벨트는 지장물이 적고 보상이 빠르다”며 “앞으로 5, 6년 후면 일반분양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이르면 2029년 분양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린벨트를 통한 공급이 당장 공급난 우려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진 차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입주까지) 8∼10년가량 걸린다”고 밝혔다. 분양부터 입주까지 통상 3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대책 발표 다음 날인 9일엔 분양 시기를 기준으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정부는 11월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를 발표한다. 후보지 발표 이후 분양과 동시에 진행되는 착공까지는 △지구 지정 △토지 조성 △택지 조성 등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토지 보상에 얼마나 시일이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공공이 신규 택지를 조성할 경우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토지를 수용하기 때문에 소유주와 극심한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3기 신도시 중 한 곳인 하남교산은 2018년 12월 3기 신도시 후보지로 선정됐다. 하지만 토지 보상 과정에서 토지주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6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착공하지 못했다. 그린벨트에는 일반 택지보다 주택, 상가 등 건물이 적지만 사람이 거주하는 ‘자연취락지구’가 있어 보상 갈등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현행법상 강제 수용이 가능하지만 토지주가 팔지 않고 버티면 공공이 강제로 철거하긴 어렵다 보니 공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 및 문화재 이슈도 배제할 수 없다. 하남교산, 과천지구 등 3기 신도시 여러 곳에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맹꽁이 서식이 확인돼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느라 공사가 지연됐다. 정부가 2020년 7월 발표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공공개발사업은 주민 반대와 세계문화유산 이슈 등으로 사실상 사업이 무산된 상황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강남 보금자리 주택은 일반 택지보다 공급 속도가 빨랐다”며 “결국 어떤 지역을 해제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강남 보금자리 주택은 2008년 9월 공급 계획을 발표해 2011년 1월 일반분양을 시작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환경적 가치가 적고 토지 소유자가 적어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곳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서울시가 연일 신고가가 이어지는 강남 3구 및 용산구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8일 발표된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으로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집값이 급등 중인 반포동 한남동 등에 대한 ‘핀셋 규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구 내 다른 동네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도 막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집값 20주째 상승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검토 오세훈 서울시장은 9일 중구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주택 공급 확대 브리핑에서 “정부의 이번 주택 공급 확대 종합대책이 집값을 안정화하는 데 효과를 거두기를 바란다”면서도 “계속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관찰돼 추가 조치가 필요할 때가 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을 포함해 ‘플랜 B’들이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추가 설명에서 현재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용산구 내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들 외에 다른 구역들까지 전체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정부가 주택 시장의 공급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서울시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방향을 밝힌 것이다. 현재 강남구 대치·개포·일원·수서·자곡동 등 6.02km², 서초구 서초·양재·방배·우면·내곡·염곡동 등 21.27km², 용산구·한강로 1·2가·용산동3가 등 용산정비창 개발사업구역 및 인근 정비사업구역 등 0.72km²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특정 지역을 거래 규제 지역으로 지정하는 제도로,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대표적인 규제 방식이다.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전세를 끼고 집을 구입하는 ‘갭투자’가 막히고 실거주 목적 매매만 가능하다. 이 제도는 통상 동, 지번을 콕 집어 지정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핀셋 규제’로 불린다. 대치동과 청담동 등이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상태에서 최근 서초구 반포동에 신축 대단지 입주가 몰리자 강남권 안에서도 특히 반포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집값이 많이 오른 동네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면 반포동, 용산구 한남동 등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서초구 반포동 등을 중심으로 신고가가 계속되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이날 발표가 핀셋 규제를 넘어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의도까지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남 3구와 용산구를 통째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경우 기존 동별로 지정할 때와 달리 이들 구 내 다른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송파 등 그린벨트 해제 유력 전날 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활용해 올해 5만 채, 내년 3만 채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각각 발표한 것에 대해 서울시는 ‘훼손된 그린벨트’를 대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생태적 보전 가치가 낮은 지역 중 경사가 낮거나 농경지 경작지 창고 등이 들어서 훼손이 심한 곳 위주로 풀겠다는 것. 대상지에는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2 등이 공급된다. 장기전세주택2는 신혼부부가 거주 중 아이를 낳으면 최장 20년까지 주변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세를 유지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가 유력한 지역으로 서초구 세곡동, 강남구 내곡동 등이 거론된다. 강남 3구에서 대단지 아파트를 지을 만한 규모의 그린벨트는 대모산 일대(강남구 내곡동 수서동, 서초구 세곡동), 우면산 일대(서초구 우면동), 송파구와 경기 하남시 접경지역(송파구 오금동 방이동 등) 등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강남권이 아니면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는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는 정비사업 지원 방안도 발표했다. 우선 올 하반기 재개발·재건축 조합 등에 전자의결방식인 전자투표 조합총회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10개 구역을 대상으로 전자투표 비용 50%를 지원하는 식이다. 정비사업 통합심의 대상은 기존 도시계획·건축·교통·환경·교육·공원 부문에서 소방(성능설계), 재해영향평가 부문까지 확대해 사업시행인가 기간을 3개월 추가 단축할 계획이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여야가 ‘불법 사채의 관문’으로 피해자를 대거 유입하면서도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에 대한 관리 감독과 처벌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에는 불법 사채를 방치하는 플랫폼 사업자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민의힘도 금융당국이 대부중개 플랫폼을 집중 감독하도록 하는 한편, 불법 사채광고를 차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 중이다.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은 대부업체의 광고를 모아 보여주는 웹사이트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30여 곳이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포털에서 ‘급전 대출’ ‘소액 대출’로 검색할 때 상위에 나오는 웹사이트 대다수가 대부중개 플랫폼에 해당한다. 2022년 금융감독원 설문조사 결과 불법 사채 피해자의 약 80%가 플랫폼을 통해 불법 사채를 처음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과 추심 등 전 과정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플랫폼을 통해 불법 사채에 처음 발을 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규정상으로는 금융당국 및 지방자치단체에 정식 등록된 대부업체만 대부중개 플랫폼에 광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불법 사채 조직의 영업창구로 악용되는 상황이다. 불법 사채 조직들은 보통 다른 사람 명의로 된 등록증을 돈을 주고 사와 범행에 활용하는데, 플랫폼들이 이런 위장업체를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플랫폼을 통한 불법 사채 피해자는 계속 늘고 있는데도 플랫폼 업체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가려 지금까지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았다. 현행 대부업법상 대부중개업자, 즉 플랫폼이 불법 사채 조직이나 업자에게 ‘중개’를 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광고비를 받고 광고만 올려주는 행위는 중개로 보기 어렵다 보니 플랫폼에 대한 직접 처벌이 이뤄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발의할 예정인 대부업법 개정안의 불법 중개 처벌 조항에 ‘미등록 대부업자가 대부중개 플랫폼을 이용하게 해선 안 된다’는 조항이 포함된 배경이다. 정식 업체로 위장해 불법 사채업을 벌이는 미등록 업체를 방치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플랫폼도 처벌할 수 있게 되는 것. 또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의 관리감독 기관을 현행 지자체에서 금융위원회로 변경해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관리감독을 받도록 했다. 이는 지자체에 전문성을 갖춘 감독 인력이 없어 감독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인 점을 보완한 조치다. 현재 영업 중인 플랫폼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고,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돼 있는데, 지자체에는 전문성을 갖춘 감독 인력이 없어 관리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국민의힘이 이르면 9월 중 발의할 예정인 관련 법안에도 금융감독원과 금융위 등이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을 직접 규제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여당은 포털사와 협력해 불법 사채조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카페 등에 올린 불법 사채 광고를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나체 사진이나 지인 연락처를 대부업체에 담보로 제공하는 불법 대부계약을 무효화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을 예정이다. 불법 사채 근절에 대한 여야 간 협치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통화에서 “서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민주당과도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진화하는 층간소음 차단 기술‘아파트 공화국’ 한국에서 층간소음은 이웃 간 분쟁의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층간소음은 집 구조마다 전달 경로가 제각각이고 발생 원인도 다양하다. 건설업계는 흡음재 개발, 주파수 추적 등 층간소음 예방을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섰다.4월 넷플릭스는 영화 ‘84제곱미터’ 제작 확정 소식을 발표했다. 장르는 스릴러로 소개했다. 주인공은 국민 평형이라 불리는 전용면적 84㎡ 규모의 아파트를 마련했으나 매일 밤 층간소음으로 이웃과 갈등을 겪는다. 지난해 9월 개봉한 고 이선균, 정유미 주연의 영화 ‘잠’에서는 아랫집 이웃이 겪는 층간소음이 미스터리 소재로 다뤄졌다. 층간소음은 ‘아파트 공화국’인 한국에서 영화 속 공포의 소재로 다뤄질 만큼 민감하면서도 일상과 밀접한 주제다. 관련 분쟁이 늘어나자 정부는 신축 아파트 입주 전 층간소음 성능 검사를 의무적으로 통과하도록 하는 등 규제 강화에 나섰다. 건설사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건설사들, ‘층간소음’ 집중 연구 5일 찾은 경기 용인시 기흥구 ‘래미안 고요안랩’. 4층 높이의 아파트처럼 보이는 이곳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연구소다. 복도를 따라 10개 호실이 들어섰는데 거실, 방, 화장실 등 내부 구조는 일반 아파트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인위적인 층간소음을 발생시켰을 때 호실마다 차이가 나타났다. 위층에서 소음 측정에 쓰는 2.5kg짜리 고무공(임팩트볼)을 떨어뜨리자 기자가 있던 아래층 A호실에선 소음뿐 아니라 발바닥에 진동까지 느껴졌다. 반면 B호실에서 같은 실험을 하니 진동과 소음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B호실 위층 바닥은 두께가 같아도 신발 깔창처럼 탄성이 있는 합성수지(EVA)가 내장돼 있다고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10개 호실은 바닥 두께, 구조, 건물 하중을 지지하는 방식 등이 달라 이곳에서의 연구는 10개 아파트 단지에서 실험하는 것과 같다”며 “EVA를 활용한 기술은 최고 28층 약 500채 규모로 짓는 부산 동래구 명륜2구역 재건축 현장을 시작으로 적용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DL대덕연구소에서도 층간소음 실험이 한창이었다. DL이앤씨가 개발한 바닥 구조인 ‘D-사일런트 플로어’가 설치된 곳에서 임팩트볼을 떨어뜨렸다. 아래층에 있던 기자에겐 바로 위층이 아닌 2개 층 윗집에서 나는 소음처럼 느껴졌다. 해당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호실로 이동했다. 일부러 발을 크게 구르자 거실에 설치된 월패드에서 “층간소음이 발생했습니다. 주의를 기울여 주세요”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벽에 내장된 소음·진동 감지 센서가 바닥의 진동과 소음을 감지해 월패드로 신호를 보내주는 것이다. 부모가 집에 없을 때 아이들이 층간소음을 낼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미리 입력된 가구주 휴대전화에도 관련 알람이 전송됐다. DL이앤씨는 월패드 알림 기술을 경기 연천군 499채 규모의 한 아파트 단지에 적용했다. 회사 관계자는 “월패드를 설치한 입주자들에게서 아이에게 뛰지 말라고 설득하기 쉬워졌다는 후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건물 구조마다 소음 전달 경로 달라 다른 건설사들도 층간소음 해결책을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용인시 기흥구에 전문 연구시설을 짓고 층간소음에 취약한 주파수 대역을 찾고 있다. 이를 활용해 층간소음이 적게 발생하는 평면·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천장, 벽 등 충격음이 전달되는 경로에 진동을 줄일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해 층간소음을 차단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 GS건설은 초고탄성 완충재, 고밀도 모르타르를 적용한 1등급 바닥 구조를 개발했다. 대우건설은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고 완충재, 모르타르 두께를 늘렸다. 층간소음은 바닥, 벽, 천장 등에 충격을 가할 때 발생하는 소음을 통칭한다. 충격으로 발생한 진동이 상하, 좌우로 전파돼 천장 마감재 등 가벼운 물체를 흔들리게 해 다른 가구가 이를 듣는 것이다. 그 때문에 소음이 처음 발생하는 정확한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같은 아파트이더라도 복도식과 계단식, 평형 등 내부 구조에 따라 소리가 다른 방식으로 흡수되고 굴절된다. 건물 하중을 지탱하는 방식이 벽인지, 보와 기둥인지에 따라서도 소음 전달 경로가 달라진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에 따르면 층간소음을 느꼈을 때 실제 발생 장소가 바로 위층인 경우는 65%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위층의 위층, 위층의 옆집, 아랫집 등으로 다양하다. 이처럼 까다로운 과제이다 보니 건설업체들이 아예 공동 연구에 나서기도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3월 현대건설, 삼성물산,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 7곳과 층간소음 해소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개별 건설사가 수주한 재건축, 리모델링 현장에서 층간소음 기술을 공동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층간소음은 외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다양한 실험 장소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 건설사가 모두 같은 마음으로 뛰고 있다”고 했다.● 규제 강화하지만 관건은 비용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정부는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는 건설사 등 사업 주체가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결과를 입주 예정자에게 알릴 의무가 생겼다. 이를 어기거나 거짓으로 알릴 경우 과태료 500만 원이 부과된다. 입주 전 성능 확인도 강화됐다. 2022년 8월 이후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30채 이상 공동주택은 시공 이후 성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해당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사업자에게 보완 시공 또는 손해배상을 권고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강북구 미아동 40채 규모의 도시형생활주택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총 10곳에서 검사를 받았다. 내년 이후부터는 재건축, 재개발로 짓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준공 전 검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나아가 기준 미달 시 준공허가를 받을 수 없게 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준공허가를 받아야 은행 잔금 대출 등이 가능한 만큼 입주 전 보완 시공 등에 나서라는 취지다. 관건은 비용이다. LH 토지주택연구원에 따르면 4등급 바닥 구조를 1등급으로 향상하는 데 추가로 드는 비용은 1채당 540만 원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1등급 성능을 인정받은 바닥 구조를 설치하려면 4등급 수준인 일반 바닥 구조 대비 2∼3배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강화된 층간소음 규제에 대응하려면 분양가가 1채당 2000만 원 가까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중견·중소 건설사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층간소음 저감 기술이 없어 대형 건설사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LH에서 상용 가능한 보완 시공 기술을 내놓기로 했으나 내년 12월 이후에나 도입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입주 전 성능검사에서 기준 미달 시 보완 시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개수대, 조리 공간 등을 분리하는 ‘아일랜드’식 주방을 갖추려면 기본 전선, 배관 작업 등이 모두 끝나야 한다”며 “보완 시공을 위해 바닥을 모두 들어내는 것은 실무적으로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바닥 슬래브와 천장 사이 배관 등이 오가는 공간에 석고보드를 시공하거나 흡음재를 채우는 방식으로 충격음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음기준 미달 땐 집주인에게 배상… 세입자는 보상 못 받나층간소음 규제 강화 실효성은? 연말까지 개정안 발의 목표배상 금액 기준 두고도 이견건설사 반발 심해 입법 미지수최근 서울 한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실시한 바닥충격음 성능검사에서 소음 기준(49dB·데시벨)을 충족하지 못했다. 입주 전 바닥충격음 성능검사를 의무화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2022년 8월 시행된 이래 처음 나온 기준 미달 사례다. 관할 구청은 시공사에 보완 시공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성능검사 결과가 소음 기준에 미달하면 지방자치단체는 시공사에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을 권고할 수 있다. 강제성이 없다 보니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주택법을 개정해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을 강제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준공을 불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말까지 개정안 발의가 목표지만 풀어야 할 난제들이 적지 않다.먼저 손해배상 대상을 정하는 것부터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손해배상 대상은 소음 기준에 미치지 못한 단지의 모든 입주 예정자로 정할 방침이다. 입주 전이라 실제 소음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집주인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는 게 적절하다는 논리다.이를 두고 배상을 받은 집주인이 입주하지 않고 세를 놓으면 실제 소음 피해를 보는 세입자는 아무런 배상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손해배상 단지명을 공개하면 부동산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전월세 가격이 조정되면서 (세입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음에 취약한 단지라는 게 알려져 보증금이나 월세가 내려가면 세입자들은 소음 피해를 감수하는 대신 임차료 혜택을 보는 셈이라 간접적인 배상 효과를 누리게 된다는 뜻이다.얼마를 배상해야 하는지도 쟁점이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올해 1월 발간한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손해배상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에서 적정 배상액을 소음 기준치 미달 정도에 따라 ㎡당 6만6990∼33만7034원을 제시했다. 국민 평형(전용면적 84㎡)으로 환산하면 1채당 560만∼2800만 원이다. 대규모 단지라면 배상액이 시공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애초 국토부는 정부 차원에서 손해배상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판단하는 배상액을 정부가 정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가이드라인 제작 여부를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을 의무화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시공사의 부담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건설업계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법이 개정되더라도 입주민들이 체감하는 소음 개선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다. 소음 기준치가 49dB로 너무 낮다는 이유에서다. 49dB은 조용한 사무실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소음 수준이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2005년 이후 웬만한 아파트들은 소음 기준치(50dB) 이내로 지어졌다. 그런데도 층간소음 민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현재 소음 기준치는 당시보다 1dB 강화된 수준이라, 법이 개정돼도 층간소음 민원이나 갈등이 줄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용인=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대전=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정부가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특례법 제정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서울에 최소 1만 채 등 8만 채 규모의 신규 택지 지정에 나선다. 정부는 8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재건축 재개발 촉진법’(가칭)을 제정해 안전진단부터 준공까지 사업단계를 간소화해 통상 15년 걸리던 사업기간을 9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정비사업 최대 용적률도 3년 한시로 30%포인트까지 더 높일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나온 4번째 공급대책이다. 각종 규제 완화 등에도 도심주택 공급에 속도가 나지 않자 ‘특례법’ 카드까지 꺼내든 것이다. 정부는 또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올해 11월 5만 채, 내년 3만 채 규모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각각 지정한다. 대규모 주택을 지을 용도로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촉진법 등이 여소야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당론이 정해진 건 없지만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만 차기 당 대표로 유력한 이재명 후보가 중산층을 겨냥한 정책을 쏟아낼 수 있어 전향적인 검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례법 만들어 재건축 기간 15년 → 9년 단축… 野 동의가 관건[8·8 주택공급 대책]정부 “수도권 42만여채 공급”집값 뛰자 尹정부 4번째 대책 발표… 재건축 절차 6→4단계로 간소화전문가 “공사비 급등 대책은 없어… 서울 공급부족 해결 역부족” 지적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위해 특례법 제정까지 추진하고 나선 것은 서울 도심에 신축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8월, 작년 9월, 올해 1월 총 3번의 공급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가시적인 효과는 미미했다. 공사비 급등 여파로 착공과 인허가 등 주택 공급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사이 서울 주요 지역의 집값은 가파르게 올랐다. 이번 ‘8·8대책’은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 용적률 상향, 취득세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가 망라된 ‘종합선물세트’ 수준이다. 이를 통해 수도권에만 42만7000채를 조기 또는 추가 공급한다는 게 정부 목표다. 전문가들은 일부 대책에 기대를 나타내면서도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성이 바닥에 떨어진 현 상황을 해결하기엔 역부족라는 데 입을 모은다. 게다가 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법 개정 사항이 많아 대책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절차 단축하고 용적률 상향 8일 정부가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은 재건축·재개발 사업 시 거쳐야 하는 법적 절차를 간소화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정비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라 안전진단 통과부터 관리처분인가까지 착공 전 6단계를 거쳐야 한다. 촉진법에선 기본계획과 정비계획, 사업시행과 관리처분계획을 동시에 진행해 4단계로 줄인다는 구상이다. 3년 한시적으로 정비사업 최대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최대 1.3배까지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건축물 높이 제한과 공원 녹지 의무 확보 기준도 완화한다. 더 많은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해 공급 물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현재 정비사업을 할 때 전체 주택의 60% 이상은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5㎡ 이하로 채워야 하는데, 이런 의무도 폐지한다. 조합원 간 의견 대립으로 정비사업이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건축 조합 설립 요건도 완화한다. 조합원 동의율 요건을 75% 이상에서 70% 이상으로, 동별 동의율은 2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촉진법에 담길 예정이다. 1000채 이상 사업장에서 공사비 갈등이 발생하면 관할 지자체가 외부 전문가를 파견해 갈등을 중재하는 식이다.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조합원의 분담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재건축으로 지어진 신축아파트 취득세를 1주택자 조합원에 한해 최대 40% 깎아주는 게 대표적이다. 다만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지역의 분양가 12억 원 이하인 경우에만 적용된다. ● “재건축 기간 6년 단축” vs “실효성 의문”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옥죄었던 규제를 풀어 공급을 확대하겠다며 총 3번의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사비 급등, 최저임금 상승 등의 직격탄을 맞아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22년 ‘8·16대책’에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및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9·26대책’에선 3기 신도시 공급 속도를 높이고, 올해 ‘1·10대책’에선 준공 30년이 넘는 아파트의 안전진단 규제 완화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올해부터 2029년까지 서울 도심에서 13만 채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서울에서 구역 지정을 마친 정비사업 규모(37만 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정비사업에서 ‘시간은 돈’이다. 준공 30년이 넘은 단지는 안전진단 없이도 사업에 착수하면 최대 3년을 줄일 수 있고, 이번 대책으로 추가로 3년이 줄어 통상 15년인 사업 기간을 6년 단축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비사업은 금융기관에서 사업비를 빌려와 진행하기 때문에 사업 기간이 단축되면 사업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공급 부족은 정부 규제보다는 공사비 급등 등 사업성 악화에 따른 것인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주임교수는 “사업이 안 되는 이유가 따로 있는데 이번 대책으로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당장 정비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것도 관건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과 도정법 개정 등 관련 법안의 입안 속도에 따라 정책 현실화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준공 30년이 넘는 단지의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위한 도정법 개정안(1·10대책)은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됐지만 아직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와 관련해서도 정부와 여당은 폐지 의지가 확고하지만 야당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초환은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사업성이 비교적 좋은 강남, 여의도 등 최고 입지 재건축에만 혜택을 준다는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직장인 장모 씨(39)는 집값이 급등하던 2020년 5월 ‘영끌’ 매수한 서울 성동구 전용면적 114m² 아파트를 지난달 처분했다. 이 아파트는 올해 준공 20년 차다. 장 씨는 2억8000만 원의 차익을 거두긴 했지만 4년간 대출 이자와 수리비 등을 빼면 사실상 손해를 겨우 면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리모델링과 인근 재개발 호재를 보고 매수했지만 가격 오름세가 기대에 못 미쳤다”며 “당분간 전세로 살면서 돈을 모아 준신축을 매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19주 연속 오르는 가운데 신축과 구축 간 가격 상승세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집값 급등기 때만 해도 구축 가격이 신축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 재건축 기대감에 ‘갭투자’와 ‘몸테크(낡은 집에 살며 재건축까지 버티는 것)’ 수요가 몰리면서다. 하지만 최근엔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구축 인기가 줄어들고 거주 편의성이 좋은 신축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초기 비용이 높거나 내 집 마련 시기를 늦추더라도 신축에 살겠다는 의미로 ‘얼죽신(얼어죽어도 신축 아파트 선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준공 5년 이하 신축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5.8로,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93.7)보다 2.1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매매가격지수는 2021년 6월 가격(100)을 기준으로 상대적인 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신축 단지가 구축보다 인기가 많다는 뜻이다. 2021년 12월에는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가 105.1로, 준공 5년 이하(103.6)보다 높았다. 지난해 8월 준공 5년 이하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가 20년 초과 아파트를 역전한 뒤 격차가 계속 벌어졌다. 인접한 동네에서도 구축과 신축 간 가격 흐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마포구 ‘성산시영’은 올해로 준공 38년를 맞은 재건축 추진 단지다. 소형 평수가 많아 2020, 2021년 ‘영끌’ 수요가 특히 몰렸다. 이 단지 전용면적 50m²는 올해 1월 9억2200만 원에 팔렸는데 가장 최근에는 8억8000만 원에 거래되며 가격이 연초보다 4200만 원 떨어졌다. 반면 인근 준공 9년 차인 서대문구 ‘DMC 파크뷰자이’ 전용면적 84m² 거래가는 같은 기간 11억1000만 원에서 13억 원으로 1억9000만 원 올랐다.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한 단지 주민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1992년 지어진 강서구 소형 아파트를 4년 전 6억8000만 원에 매수한 직장인 강모 씨(39)는 “한때 10억 원에 육박했던 가격이 현재 7억 중반대 수준”이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대출을 더 많이 받아 준신축을 샀을 텐데…. 요즘 아쉬움이 부쩍 자주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축 인기가 떨어진 원인으로 공사비 급등과 금리를 꼽았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구축 단지들은 재건축 기대감에 급등했지만, 2022년부터 금리가 오른 데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급락기 때 신축에 비해 가격이 더 많이 내려갔고 회복 속도도 더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내 편의시설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선택 기준도 영향을 미쳤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추진부 부부장은 “과거에도 신축 선호는 있었지만 최근 3, 4년 새 입지나 평수뿐만 아니라 지하주차장,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비싸더라도 신축을 사려는 수요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직장인 장모 씨(39)는 집값 급등기였던 2020년 5월 ‘영끌’해 매수한 서울 성동구 전용면적 114㎡ 아파트를 지난달 처분했다. 이 아파트는 올해 준공 20년차가 됐다. 장 씨는 2억8000만 원의 차익을 거뒀지만 4년 간 대출 이자와 수리비 등을 빼면 사실상 손해를 겨우 면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리모델링과 인근 재개발 호재를 보고 매수했지만, 가격 오름세가 기대에 못 미쳤다”며 “당분간 인근 단지 전세로 살면서 돈을 더 모은 뒤 상급지 준신축을 매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19주 연속 오르고 있는 가운데 신축과 구축 간 가격 상승세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집값 급등기 때만 해도 재건축 기대감에 ‘몸테크(낡은 집에 살며 재건축까지 버티는 것)’ 수요가 몰리면서 구축 가격이 신축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 하지만 최근엔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구축 인기가 줄어든 반면 신축 선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얼죽신(얼어죽어도 신축 아파트 선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1년 12월 당시 준공 20년이 넘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5.1로 준공 5년 이하 신축 매매가격지수(103.6)보다 높았다. 매매가격지수는 2021년 6월 가격(100)을 기준으로 상대적인 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구축 단지가 신축보다 더 인기가 많았다는 뜻이다. 반면 올해 6월 기준 준공 20년 초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3.7로, 준공 5년 이하(95.8)보다 줄었다. 준신축(준공 5년 초과~10년 이하)과 준준신축(준공 10년 초과~15년 이하) 매매가격지수는 각각 96.5, 97.9로 20년이 넘는 구축보다 높았다. 서울에서 상승세가 가파른 지역인 마포구에서도 구축과 신축 간 가격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마포구 ‘성산시영’은 올해로 준공 38년를 맞은 재건축 예정 단지다. 소형 평수가 많아 2020, 2021년 ‘영끌’ 수요가 특히 몰렸다. 이 단지 전용면적 50㎡은 올해 1월 9억2200만 원에 팔렸는데 가장 최근에는 8억8000만 원에 거래되며 가격이 연초보다 4200만 원 떨어졌다. 반면 인근 준공 9년차인 ‘DMC 파크뷰자이’ 거래가는 같은 기간 11억1000만 원에서 13억 원으로 1억9000만 원 올랐다. 전문가들은 구축 인기가 떨어진 원인으로 공사비 급등과 금리를 꼽았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구축 단지들은 재건축 기대감에 급등했지만, 2022년부터 금리가 오른 데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급락기 때 신축에 비해 가격이 더 많이 내려갔고 회복 속도도 더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단지 내 편의시설을 중시하는 세태가 거론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추진부 부부장은 “과거에도 신축 선호는 있었지만 최근 3, 4년 새 입지나 평수뿐만 아니라 지하주차장,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비싸더라도 신축을 사려는 수요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지난달 경매 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19주 연속 오르면서 경매 시장에도 훈풍이 옮겨간 것이다. 반면 서울 오피스텔과 빌라 낙찰가율은 전월보다 떨어지며 경매 시장에서도 아파트와 비(非)아파트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4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3.7%로 집계됐다. 2022년 8월(93.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비율은 지난해 7월 86.3%에서 지난해 12월 80.1%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들어 공급난 우려에 매수세가 살아나자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달 낙찰된 서울 아파트 129채 중 27채(20.9%)는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받더라도 시세보다 저렴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용산구 원효로동 ‘산호아파트’ 전용면적 41㎡는 11억5237만 원에 낙찰됐다. 감정가(8억3800만 원)의 약 1.4배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59㎡는 감정가의 1.3배인 22억3388억 원에 낙찰됐다. 지난달 같은 단지에서 거래된 신고가(22억5000만 원)보다 불과 1612만 원 낮은 가격이다. 하지만 서울 오피스텔과 빌라 경매시장에는 온기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주거용 오피스텔 낙찰가율은 85.3%로 전월(86.1%)보다 감소했다. 빌라 낙찰가율 역시 82.6%에서 81.8%로 소폭 줄었다. 고금리와 전세사기 여파로 임차 수요가 줄면서 경매시장에서도 비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임의경매는 9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날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639건으로 2015년 4월(668건) 이후 가장 많았다. 기초자치단체별로는 구로구(195건), 광진구(41건), 강서구(39건) 등의 순이었다. 오피스텔과 빌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가 많은 지역인 점을 감안할 때 ‘영끌족’ 매물이 대거 경매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3개월 이상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면 채권자가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집값 상승기에 무리한 대출을 받았다가 금리를 감당하지 못한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한동안 임의경매 매물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9주 연속 오르고 있는 가운데, 경매 시장에도 훈풍이 옮겨가면서 낙찰가율이 2개월 연속 상승했다. 반면 서울 오피스텔과 빌라 낙찰가율은 전월보다 떨어져 경매시장에서도 아파트와 비(非) 아파트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4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3.7%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 2022년 8월(93.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해 7월 86.3%에서 지난해 12월(80.1%)까지 떨어졌다가 올 들어 공급난 우려에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낙찰가율이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달 낙찰된 서울 아파트 129채 중 27채(20.9%)는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받더라도 시세보다 저렴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용산구 원효로동 ‘산호아파트’ 전용면적 41㎡는 지난달 2일 진행된 경매에서 11억5237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가는 감정가(8억3800만 원)의 약 1.4배 수준이다. 지난달 22일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59㎡ 경매에는 13명이 응찰해 감정가의 1.3배 수준인 22억3388억 원에 낙찰됐다. 이는 지난달 같은 단지에서 거래된 신고가(22억5000만 원)보다 약 1600만 원 저렴한 가격이다. 하지만 서울 비(非)아파트 경매시장에는 온기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주거용 오피스텔 낙찰가율은 85.3%로 전월(86.1%)보다 감소했다. 빌라 낙찰가율 역시 82.6%에서 81.8%로 소폭 줄었다. 전세사기 여파로 오피스텔과 빌라를 찾는 임차 수요가 줄면서 경매시장에서도 비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임의경매는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아파트 시장 침체에 무리한 대출을 감당하지 못한 ‘영끌족’까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63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372건)의 약 2배 수준으로, 월간 기준 2016년 7월(663건) 이후 8년 만에 가장 많았다. 특히 구로구 임의경매 신청 건수가 195건으로 서울 25개 가운데 가장 많았다. 광진구(41건), 강서구(39건)가 그 뒤를 이었다. 집합건물에는 아파트, 집합상가, 오피스텔, 빌라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임의경매가 많은 지역들은 공통적으로 오피스텔과 빌라 많은 지역인 점을 감안할 때 비아파트 매물이 대거 경매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3개월 이상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면 채권자가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경매 업계에선 집값 상승기에 무리한 대출을 받았다가 전월세 수요가 급감하면서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한 ‘영끌족’ 매물이 대다수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연준이 9월 회의 때 금리를 내리면 2022년 초부터 시작됐던 글로벌 고금리 사이클이 2년 반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유럽과 중국 등 세계 각국도 금리를 이미 내렸거나 내릴 채비에 나서고 있다. 내수와 부동산 시장 침체에 시달리는 한국 역시 조만간 미국을 따라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와 같은 5.25∼5.50%로 동결하면서, 지금처럼 인플레이션 안정이 유지될 경우 9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금리를 인하하기에 적절한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금리 인하는 9월 회의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0’회에서 여러 차례의 금리 인하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올해 남은 9, 11, 12월 등 세 차례의 FOMC에서 최대 세 번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월가는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의 100%로 보고 있다. 금리 선물(先物) 시장 지표로 연준의 금리 정책을 전망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일 오후 4시 현재 시장 참가자는 연준이 9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확률을 86.5%로 보고 있다. 특히 9월에 금리를 0.5%포인트 한꺼번에 내리는 ‘빅컷’을 단행할 확률도 13.5%로 전망하고 있다. 연준이 이처럼 금리 인하에 빠르게 시동을 건 것은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고용시장도 둔화됐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연준이 중시하는 6월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은 전년 대비 2.5%로 2022년 7.0%를 넘나들었던 것보다 크게 안정됐다. 동시에 실업률은 2년 7개월 최고치인 4.1%로 올라섰다.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필요해진 셈이다. “美, 올해 최대 3번 금리인하 가능성”… EU-中 이미 내려[美 9월 금리인하 시사]끝이 보이는 고금리 시대주식-부동산 등 자산가치 상승에소비-투자도 증가, 경제 변화 전망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아직 끝나진 않았지만 우리는 금리를 완화할 여유가 있다”며 “(높은 금리로 인해) 노동 시장이 더 이상 냉각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연준이 예상대로 다음 달 금리를 내리게 되면 이는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이 된다. 당시 연준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금리를 제로 수준(0∼0.25%)으로 낮췄다가 인플레이션이 악화되자 2022년 3월부터 숨 가쁘게 금리를 올렸다. 이후 한 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과 0.75%포인트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반복하면서 지난해 7월에는 금리를 2001년 닷컴버블 이후 최고치인 현 수준(5.25∼5.50%)까지 올리고 1년 넘게 유지해 왔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도 이미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에 나섰다. 캐나다는 주요 7개국(G7) 중 최초로 올해 6, 7월 두 달 연속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기존 5.0%에서 4.5%로 낮췄다. 유럽중앙은행(ECB)도 6월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4.25%로 인하했다. 중국 역시 지난달 22일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 낮췄다. 1일 영국 중앙은행도 기준 금리를 기존 5.25%에서 0.25%포인트 인하한 5.0%로 낮췄다. 영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각국이 금리를 내리거나 내릴 준비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제에는 일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금융시장에서는 주식과 부동산, 가상화폐 등 주요 자산 가치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부채 상환 부담이 줄어들면서 실물 경제 쪽에선 각국의 민간소비와 기업 투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강달러 현상이 완화돼 아시아 등 다른 나라의 통화 가치가 반등할 여지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금리를 내린다면 이는 코로나19발 경제위기가 완전히 끝났다는 의미로 금리 인하 국면은 최소 내년까지는 갈 것”이라며 “미국이 내리면 유럽 등 다른 나라도 따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美 금리인하 신호에 한은도 10월 내릴 가능성… 집값-가계빚 변수[美 9월 금리인하 시사]내수 부진에 경기부양 필요성 커져… 美인하땐 자본 유출 우려도 줄어집값 상승세 조짐에 주담대 급증… 美대선-중동 위기 등에 인하 부담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켜면서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도 변곡점을 맞이했다. 내수 경기 침체와 물가상승세 둔화로 한은의 10월 금리 인하설이 힘을 얻고 있지만 최근 달아오르고 있는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가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 대선과 중동 확전에 따른 유가 변동, 환율 불안 등도 한은이 마음 놓고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이유다. ● 미국이 내리면 10월 인하 가능성 현재 경기와 물가 지표만 놓고 보면 한은은 지금 당장이라도 금리인하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리 인하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물가상승률은 올 4월 이후 3개월 연속 2%대에 머무르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또 올해 2분기(4∼6월) 성장률이 내수 부진 등의 여파로 마이너스(―0.2%)로 추락하면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필요성은 더 커졌다. 여기에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움직임이 한은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려 한국과의 금리 차(2.0%포인트)가 줄어들면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내려도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차선을 바꾸고 방향 전환할 상황은 조성됐다”라며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은 2021년 8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뒤 2023년 1월 현 수준(3.50%)까지 높이고 1년 6개월 이상 유지하고 있다. 한은의 긴축은 고물가 고환율 등 코로나 이후 경제위기 국면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고금리가 이어지는 동안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이 늘어 내수 및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고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치솟는 등 부작용이 이어졌다. 이에 정부와 여당 등도 최근 한은에 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부동산 및 가계부채가 변수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한은에 큰 부담이다. 불어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최근 불붙은 아파트 가격에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다섯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28% 올랐다. 19주 연속 상승이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도 약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서울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주변으로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값 상승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늘려 가계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점도 섣부른 금리인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여기에 미국 대선과 중동 전쟁, 달러화 강세로 인한 환율 상승, 국제 유가 급등 등으로 인해 국내 물가가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르면 10월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다만 한은이 미국의 금리 인하에 기계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정부의 대출 규제 등 부동산 대책 효과 등을 살핀 뒤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내수 침체를 고려하면 한은이 이달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면서도 “다만 부동산 시장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대출 규제 시행 이후인 10월에 금리 인하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에선 이미 금리 인하 기대감에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이르면 11월, 현실적으로는 내년 1월에야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30대 직장인 류모 씨는 이달 초 서울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아파트’ 전용면적 84㎡를 19억3000만 원에 계약했다. 주택담보로 6억 원의 대출도 받았다. 인근 단지에서 전세로 거주하던 류 씨는 “자녀가 진학할 학교와 직장과의 거리 등을 고려해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샀다”며 “3, 4년 전 가격이 크게 오를 때 매수 타이밍을 놓쳤는데, 이번이 다시 찾아온 기회인 것 같아 3월부터 적극적으로 매물을 알아봤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값과 거래량이 오르는 데는 실수요 거래 증가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40대 중심의 실수요자들이 대거 아파트 매매에 나선 반면 저금리 시절 ‘영끌’ 선두에 섰던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반 토막이 났다. 3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30∼4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63.5%로 집계됐다. 30∼40대 매수 비중은 2021년 62.5%까지 올랐지만 2022년 55.0%로 떨어졌다. 이후 지난해 59.7%에 이어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30∼40대를 중심으로 생애 첫 매수자 등 실수요자들이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본보가 법원 등기정보광장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의 생애 첫 매수자 비중은 35.3%였다. 2022년 34.1%, 2023년 32.2%보다 높은 수치다. 실수요자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서울 아파트값과 거래량은 동반 상승하고 있다.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000건을 돌파하며 3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평균 매매가격도 12억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다. 반면 2020∼2021년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영끌 매수’와 ‘갭투자’의 주역이었던 20대 비중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 비중은 2022년 5.4%, 2023년 3.6%에 이어 올 상반기에는 2.3%로 하락했다. 20대 비중이 낮아진 건 신생아특례 등 정책대출의 수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최근 평균 결혼 연령이 올라 20대는 정책대출을 잘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금 자산이 부족한 20대 실수요자들에게도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30∼40대 실수요자들이 서울 집값 상승 추세 속에서 적극 매수에 나선 것은 부동산 급등기 당시 매수 타이밍을 놓친 학습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이 연령대는 20대보다는 상대적으로 현금 자산이 많다. 또 대출을 일으킬 만큼 소득도 안정적이다. 집값이 오를 때 매수를 주저하지 않는 배경이 된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서울 강남권을 제외하면 서울 집값이 아직은 최고점이 아니어서 추가 상승 기대감이 있다”며 “대출 금리도 비교적 안정화돼 자금 동원 능력이 있는 생애 첫 매수자들에겐 이번이 기회로 여겨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삼성물산이 올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 11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31일 국토교통부가 건설사의 공사 실적과 경영 상태, 기술력 등을 평가한 ‘2024년 시공능력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삼성물산의 평가액이 올해 31조8536억 원으로 평가 대상 건설사 7만3004곳 중 가장 많았다. 삼성물산은 2014년부터 1위를 한 차례도 놓치지 않았다. 이어 현대건설(17조9436억 원), 대우건설(11조7087억 원), 현대엔지니어링(9조9809억 원) 순으로 평가액이 높았다. GS건설은 지난해 5위에서 올해 6위로 한 계단 내려갔고, DL이앤씨가 6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이어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가 7∼9위에 자리했다. 지난해 11위였던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다시 10대 건설사에 진입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