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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 이하 영유아와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이 잇달아 열린다. 어린 관객을 고려한 연출과 극장 내 수유 공간 등 편의시설을 갖춘 세심함이 눈길을 끈다. 국립극장과 국립극단은 다음 달 2일부터 10일까지 매주 토, 일요일 4일간 ‘더 어린 관객을 위한 극장’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36개월 이하 영유아 관객을 대상으로 한 공연을 한다. 극장 입구에 유모차 보관 공간을, 객석 인근에 별도 수유 공간도 마련했다. 다음 달 9, 10일에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 무대에 오르는 논버벌 인형극 ‘램’은 일반 객석이 아닌 원형극장 가운데 바닥에 가족 단위로 이불을 깐 뒤 그 위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작품은 아이들에게 익숙한 공간인 ‘방’을 배경으로 꿈속 이야기를 다룬다. 김미란 협력 연출가는 “영유아 관객들의 생애 첫 관람 경험이기 때문에 낯선 객석이 아닌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고민했다. 꿈에 대한 이야기여서 자연스럽게 이불이라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영유아들이 보호자 품에 안기기도 하고, 이불 위에 눕고 뒹굴며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2, 3일 하늘극장에서 선보이는 ‘빙빙빙’은 관객 참여형으로 진행된다. 움직임은 있지만 형태가 없는 바람을 비닐 등을 통해 느끼고 만지며 마치 놀이처럼 느껴지게 구성했다. 이 작품 역시 36개월 이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다. ‘더 어린 관객을 위한 극장’은 전석 무료이며 사전 예약제로, 국립극단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회차당 선착순 12∼15가족씩 모집한다. 토요일 오전 11시 오후 3시, 일요일 오전 11시에 각각 공연한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선 24일부터 31일까지 36개월 이상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극 ‘어딘가, 반짝’(사진)이 공연된다. 지난달 22일부터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을 진행 중인 예술의전당은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달 샤베트’를 원작으로 한 음악극을 시작으로 총 3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중 마지막 작품인 ‘어딘가, 반짝’은 배우를 꿈꾸지만 외모에 대해 고민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로 자기 몸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전석 4만 원.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국제전문도슨트를 양성하는 국제도슨트협회(IDA·회장 성민경)가 9월 2일 서울 중구 소테츠호텔즈 더 스프라지르 서울 명동에서 협회 창단식을 연다.성민경 국제도슨트협회 회장은 “한국 미술을 해외에 알리는 국제 전문 도슨트를 양성하기 위해 협회를 창설하게 됐다”며 “도슨트를 전시 해설사에서 대중의 삶에 예술을 들여오는 안내자인 전문가로 양성해 풍요롭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이번 창단식에서 국제도슨트협회는 사단법인 행복한 미술, 507 미술관과 심리상담 전문 교육기관인 주식회사 엠피스트와 업무협약(MOU)도 맺을 예정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아빠는 왜 맨날 잠만 자? 그럼 난 누구랑 놀아!” 아빠는 휴일에 낮잠을 자고 싶지만 아이는 아빠랑 놀 생각에 신이 난다. 마침 TV에선 일기예보가 나온다. “오늘 곳곳에 소나기 소식이 있습니다.” 아빠는 비를 핑계로 집에 머물고 싶지만 아이는 오히려 비 오는 날 밖에서 놀 수 있는 이유를 하나둘 말한다. 아빠는 바람이 많이 불어 몽땅 날아가 버릴 거라고 하지만 아이는 해맑은 표정으로 “아빠랑 같이 있으면 끄떡없어. 아빠가 꽉 잡아주면 되지!”라고 말한다. 결국 아빠와 아이는 담장에 페인트칠을 하고 슈퍼맨처럼 날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때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고 아빠와 아이는 행복한 표정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휴일에 쉬고 싶은 아빠와 마냥 놀고 싶은 아이가 함께한 하루를 다뤘다. 아이가 있는 집의 흔한 주말 풍경이 아닐까. 연필로 그린 스케치에 파랑, 빨강, 초록 등 최소한의 색을 덧입힌 그림은 여름철 내리는 장맛비처럼 시원한 느낌을 준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1세대 민중미술가’로 불리는 임옥상 씨(73·사진)가 과거 부하 직원을 상대로 저지른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임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추행 정도, 범행 후 경과를 비춰 볼 때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임 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형사합의금 2000만 원을 공탁한 점을 감안해 실형은 선고하지 않았다. 임 씨는 2013년 8월 자신의 미술연구소에서 일하던 직원을 강제로 뒤에서 껴안고 입맞춤 등을 한 혐의로 공소시효(10년) 만료를 앞둔 올 6월 기소됐다. 서울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중구 남산에 설치된 ‘기억의 터’ 등 현재 시립 시설에 남아 있는 임 씨의 작품 5점을 조속히 철거할 방침이라고 17일 밝혔다. 임 씨가 박근혜 정부 당시 촛불 집회를 그린 ‘광장에, 서’는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본관에 걸렸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세운 조각상 ‘대지의 아들 노무현’,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 있는 ‘전태일 동상’도 그의 작품이다.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K팝 콘서트는 파행을 이어가던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의 구원투수였다.” 괜한 말이 아니었다.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1일 열린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무려 6년간의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대회 초반부터 부실한 운영으로 논란이 됐다. 새만금은 그늘이 없는 간척지임에도 불구하고 폭염 대비책이 미흡했고, 샤워장 화장실 등 필수 위생시설이 태부족했다. 다행히 파행으로 시작된 잼버리는 환호로 마무리됐다. 당초 6일 새만금특설무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팝 콘서트는 폭염과 태풍의 영향으로 장소와 일정이 변경돼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날 콘서트에선 153개국 4만3000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K팝 공연을 즐겼다. 생중계된 방송에서 청소년 대원들은 카메라가 자신들을 비출 땐 출신 국가명을 화면에 띄운 스마트폰을 흔들며 흥분했다. 세계인에게 조롱거리가 된 잼버리 부실 운영 여론을 만회하려는 듯 콘서트 생중계 카메라 역시 K팝 가수들의 공연과 열광하는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의 모습을 교차로 내보냈다. K팝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하며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스러웠다. 2시간가량 생중계된 K팝 콘서트에는 뉴진스, 아이브, NCT드림 등 내로라하는 K팝 가수 19개 팀이 총출동했다. 뉴진스는 당초 출연할 계획이 아니었으나 일정을 조정해 무대에 섰다. 아이브도 콘서트 개최일 변경으로 불참 의사를 밝혔다가 공연 전날 콘서트 참여 계획을 밝혔다. K팝 스타들은 노래를 부르기 전, 그리고 노래 사이사이 전 세계 대원들을 향해 영어로 인사를 건넸다. 영어권 국가 출신이거나 거주 경험이 있는 가수들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대원들에게 말을 걸었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지만 영어 문장을 열심히 외워 대원들에게 인사말을 건네는 가수들도 상당했다. 가수들은 잼버리를 준비한 조직위원회, 정부 부처 관계자도 아니었지만 이날 무대를 위해 해외 팬들에게 건넬 말을 손수 영어로 준비해 오는 애정을 보인 것. 폭우에도 일부 걸그룹은 하이힐을 신은 채 안무를 소화하며 대회 파행의 빈틈을 메웠다. 잼버리 조직위 측이 대원들의 코로나 검사 비용 부담에 대해 문의한 서울시 공무원에게 “새만금을 떠나는 순간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한(본보 12일자 A2면) 무책임한 모습들과 너무나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K팝 콘서트를 앞두고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방부는 11일 K팝 콘서트에 현재 일부 군인 신분인 방탄소년단(BTS)이 모두 참여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BTS 팬들은 “잼버리 파행의 뒷수습을 BTS에게 시키려는 권위주의적 발상”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외신도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로이터통신과 AFP 등은 “폭염, 비위생적 환경 등으로 얼룩진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K팝 콘서트와 사과로 끝났다” “한국 정부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일정을 변경해) K팝 콘서트를 열었다”며 일침을 가했다. 6년간 준비한 잼버리를 통해 국격을 높였어야 할 대상은 10대 위주의 K팝 스타가 아닌 조직위와 전북도, 관계 정부 부처다. 국제 행사 파행의 빈틈을 세계에서 활약하는 스타들로 메우는 아마추어식 행태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엄마가 나보고 수영을 하래!” 아기 하마가 물속에 발을 담근 채 물고기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야. 넌 비늘이 없잖아. 아가미도 없고. 다 없는데 수영을 어떻게 하니?” 하마의 이야기를 들은 물고기 친구들은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하지만 엄마에게 백번도 넘게 수영하는 법을 들은 아기 하마는 엄마의 말이 계속 귀에 맴돈다. “힘을 빼고 몸이 떠오르면 앞다리를 살랑살랑 흔들래. 그러면 앞으로 갈 거래.” 갑자기 하늘에선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연못물이 불어나 물에 잠긴 하마는 엄마가 알려준 수영법을 생각하며 하나씩 행동에 옮긴다. 지켜보던 물고기들은 하마를 응원한다. 결국 하마는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헤엄쳐 나간다. 하마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일 앞에서 망설이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전한다.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작가는 파스텔과 색연필을 사용해 푸른 호수와 하마를 부드러운 색감으로 그려냈다. 옆이 아닌 위로 넘기는 제본 방식도 신선하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2017년 3월부터 시행됐던 한국 단체관광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미국과의 패권 갈등,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위험 고조, 폭우 등으로 중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단체관광 재개를 통한 경제 활성화, 한국과의 반도체 협력을 포함한 관계 개선 등을 모색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한국, 미국, 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중국인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한다며 “여행 시장이 전반적으로 평온하게 운영되고 있어 교류 및 협력에 긍정적인 역할을 촉진했다”고 밝혔다. 올 2월 20개국, 3월 40개국에 문을 연 데 이은 3차 조치다. 이를 통해 한국은 약 6년 5개월 만에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받지 못했던 미국, 일본 등은 3년 6개월여 만이다. 국내에서는 중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중 관계 회복, 경제적인 측면 등을 고려할 때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 측과 관광 재개 시점, 방식 등에 관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조치가 시행되진 않은 만큼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11일부터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중단됐던 중국∼한국 간 6개 노선 페리 운항도 재개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관광 통계에 따르면 한국을 찾는 중국인의 90%가 항공, 10%가 페리 등 선박을 이용한다”며 중국 웨이하이∼경기 평택 등 6개 노선의 페리 운항을 재개한다고 설명했다. 이달 말에는 중국 베이징, 선양의 비자 신청센터 또한 문을 열기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달 월별 방한 외래 관광객 수에서 중국이 1위(잠정 24만 명)로 집계됐다”며 올가을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9월 29일∼10월 6일)을 겨냥해 다음 달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에서 ‘K관광 로드쇼’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재개 조치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늦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국이 한중 관계 개선보다는 경제 활성화 목적으로 이를 허용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늘어나면 한국 관광객의 중국 방문 또한 증가할 것이고, 이는 최근 물가 하락과 소비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큰 중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중국이 사드(THAA·고도고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2017년 3월부터 시행돼 온 한국 단체관광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금지해 온 중국인의 해외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10일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중국인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1차(2월) 20개국, 2차(3월) 40개국에 문을 연데 이은 3차 조치다. 문화여유부는 “중국 공민(국민)의 해외 단체여행과 관련한 여행사 업무를 시범적으로 재개한 뒤 여행시장이 전반적으로 평온하게 운영돼 여행 교류·협력에 긍정적인 역할을 촉진했다”면서 전면 개방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한국은 6년여 만에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일본 미국 등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금지됐기 때문에 3년 6개월여 만이다. 국내에서는 중국의 이번 결정에 대체로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기 회복은 물론,한중 관계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의 단체관광 재개는 한중 관계 회복이나 경제적인 측면 등을 고려할 때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중국 측과 관광 재개 시점, 방식 등 관련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조치가 시행되진 않은 만큼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진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코로나19 유행으로 중단됐던 중국~한국간 6개 노선 페리 운항도 11일부터 재개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관광 통계에 따르면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의 경우 90%가 항공, 10%가 페리 등 선박을 이용한다”며 “중국 하이웨이시~경기 평택등 6개 노선의 페리 운행이 재개된다”고 설명했다.5월 중국 단체관광객의 제주 무비자 환승 제도가 재개된 가운데 이달 말 중국 베이징과 선양에 비자신청센터도 개소될 예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지난달 월별 방한 외래 관광객수 1위(잠정 24만 명)으로 집계됐다”며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를 겨냥해 다음달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 K관광 로드쇼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재개 조치가 마지막인 3차에서야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중 관계 개선보다는 중국의 필요에 따른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물가 하락과 소비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큰 중국 당국이 여행, 항공업 등 경제 파급 효과가 큰 관광산업 개방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항상 어두운 방 안에 움츠려 있는 한 아이가 있다. 침대 안에만 숨어있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한 어른이 다가와 말한다. “내 말을 한번 듣고 나면 세상이 완전히 다르게 보일 거야. 들을 준비 됐니?” 어른이 들려준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우리 마음속에는 더하기와 빼기가 있는데 이 둘은 항상 힘겨루기를 한다. 세상에 아름다움을 얼마나 더하거나 뺄지는 우리 스스로가 정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을 통해서다. 예를 들어 진심 어린 말로 아름다움을 더하고, 별생각 없는 거짓말로 아름다움을 뺀다. 어른은 말한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을 하나씩 할 때마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늘어나. 살다 보면 지칠 때도 있겠지만, 너는 네 안의 숨은 힘을 발견하고 말 거야.”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을 더하기와 빼기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에겐 세상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고 말한다. 물에 살짝 번진 수채화 물감의 질감이 도드라진 그림도 매력적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김준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65·사진)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김 원장은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문체부가 산하 기관을 대상으로 한 경영평가에서 출판진흥원이 최하 등급(D등급)을 받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17일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오랫동안 출판계 전문경영인으로 지내왔다. 미흡한 경영평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이날 출판진흥원과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서울국제도서전 수익금 상세 내역 보고 누락을 놓고 ‘이권 카르텔’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사표 제출과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원장의 임기는 2024년 12월까지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출판진흥원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감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김 원장의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장관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최근 5년간 출판진흥원에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상세 내역 보고를 누락했다며 실정법 위반 여부에 따라 책임자 등을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윤철호 출협 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보조금 정산 규정에 따라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며 반발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요즘 연극계에선 연극 ‘나무위의 군대’로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온 배우 손석구의 ‘가짜 연기’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올해 6월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다. “350석 규모의 소극장 무대에서 마이크를 차고 연기하는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손석구는 “(과거) 연극할 때 나보고 사랑을 속삭이라고 하는데, 그럴 거면 마이크를 붙여주든가 하지. 왜 그렇게 가짜 연기를 시키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래서 연극을 관뒀다. 다시 연극을 하면서는 내가 하는 연기 스타일이 연극으로 다시 왔을 때 되는지 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특히 답변 중 ‘가짜 연기’라고 언급한 부분이 논란이 됐다. 논란에 불을 지핀 건 동아연극상 등 굵직한 국내 주요 연극상에서 연기상을 휩쓴 배우 남명렬이었다. 남 씨는 1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서 손석구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링크하며 “속삭여도 350석 정도는 소리로 채우는 배우는 여럿 있다. 모든 연기는 허구의 인물을 연기하는 것일진대 진짜 연기가 무엇이라 규정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오만하다”고 지적했다. 연극인들의 반응은 대개 남 씨의 입장과 비슷했다. 한 중견 연극 연출가는 “가짜 연기란 말에 어폐가 있다. 연극은 원래 허구인 가짜다. 처음부터 무대라는 공간을 집이나 바다, 왕궁 등이라고 치고 그 허구의 공간에서 배우와 연출 간의 약속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가짜 연기’란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유명 연극 연출가는 “보통 연극 무대에선 마이크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 정확한 딕션과 호흡, 발성으로 대사를 전달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연기술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며 “연극인이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 건 오페라 무대에서 성악가들이 마이크를 쓰지 않듯 자존심의 영역이다. 헌데 이를 두고 ‘가짜 연기’ 운운하는 것은 연극의 메커니즘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손석구가 매체 연기로 뜨기 전 연극 작품을 몇 편이나 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손석구는 논란이 일자 최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남명렬 선배에게 손편지를 써서 사과했다”며 뒤늦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손석구가 사과해야 할 대상은 남 씨 외에도 또 있다. 바로 시간과 돈을 들여 그의 연기를 보러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다. 손석구는 가짜 연기 발언 외에도 “다시 내가 하는 연기 스타일이 연극으로 다시 왔을 때 되는지 보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연극 무대는 주연 배우의 연기 스타일을 실험하는 테스트 베드가 아니다. 많은 연극 배우들이 공연 전 몇 달간 연습 기간을 가지는 건, 그 과정에서 다양한 연기 스타일을 고민하고 동료 배우들과 합을 맞춘 뒤 완벽한 무대를 선보기 위함이다. 그것이 바로 2시간 넘게 객석에 앉아 자신들의 연기를 관람하는 관객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기자간담회가 열리기 전 이미 손석구의 티켓파워로 해당 공연은 전석 매진된 상태였다.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흥행이 보장됐기 때문일까. 손석구의 발언엔 오만함이 묻어 있었다. 제아무리 잘나가는 스타일지라도, 활동하는 영역과 인기의 근간이 되는 팬을 향한 존중은 갖춰야 할 기본 개념이다. 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김준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65)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사의를 표명했다.김 원장은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문체부 산하 기관을 대상으로 한 경영평가에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최하 등급(D등급)을 받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17일 문체부에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오랫동안 전문경영인으로 지내왔는데 경영평가에서 ‘미흡’을 받은 데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이날 출판진흥원과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서울국제도서전 수익금 상세 내역 누락을 놓고 ‘이권 카르텔’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사표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원장의 임기는 2024년 12월까지다.이와 관련,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감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김 원장의 사표 수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최근 5년간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상세 내역을 누락했다며 실정법 위반 여부에 따라 수사 의뢰하겠다고 24일 밝혔다.박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출협의 회계처리를 들여다본 결과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상세 내역 누락 등 한심한 탈선 행태가 발견됐다”며 이같이 말했다.출판사들로 구성된 사단법인인 출협은 10억 원 안팎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아 매년 서울국제도서전을 개최해왔다.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보조금 집행과 사용내역 등을 감독하고 있다.문체부는 “출협이 2018년부터 5년간 보조금 정산 과정에서 수익금의 상세 내역을 한 차례도 출판진흥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감독 기관인 출판진흥원이 확인 과정 없이 이를 그대로 추인해왔다”고 밝혔다. 올해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의 경우 10억원 가량의 보조금이 지원됐다. 문체부는 “출협은 도서전 기간 입장료와 출판사 등 참가 기관의 부스 사용료를 받아 수억 원대의 수익금을 얻었다. 하지만 감사 과정에서 출협이 입출금 내역 일부를 지우고 제출하는 등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제출한 수익금 내역에서 지워진 상당 부분이 해외 참가 기관으로부터 받은 참가비로 밝혀졌으며 출협은 감사 전까지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박 장관은 “이런 의혹 뒤에 출협과 출판진흥원의 묵시적인 담합이 있었는지, 이권 카르텔적 요인이 작동했는지를 면밀히 추적할 것”이라며 “조사 결과 보조금법 등 실정법 위반 혐의가 밝혀지면 출협 책임자에 대해 관계 당국에 수사를 의뢰하고, 출판진흥원에 대해서도 정산 업무 소홀에 대한 감독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철호 출협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윤 회장은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상세내역 누락이 있다는 박 장관의 지적에 대해 “출협은 보조금 정산 규정에 따라 정산 완료 및 회계 검사를 통해 필요한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 정산 완료 확정 통보 공문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부터 수령했다”고 밝혔다.윤 회장은 또 “출협은 최근 십수 년간 서울국제도서전과 관련해 문체부와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의 승인 없이 정산을 마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문체부의 출협 방문 감사 시에는 아예 관련된 모든 통장 자체를 공개했다”고 했다. 이어 “출협은 지원받고 있는 국고보조금의 사용내역과 관련하여 현재 박보균 장관이 문제 삼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그리고 그 이전에도 문체부의 담당자가 원하는 바에 따라, 공개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공개해왔다”며 “2018년과 2019년에는 수익금 상세 내역 제출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박 장관이 출협이 비협조적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윤 회장은 “출협은 문체부의 산하 기관이 아니다”며 “통장 내역을 제출해달라고 요청에 응한다고 해서 출협의 다른 거래 내역까지 모두 밝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출협이 서울국제도서전 수익금의 초과 이익을 국고에 반납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박 장관이 비판한데 대해 윤 회장은 “서울국제도서전은 국가행사가 아닌 민간의 행사”라며 “행사에 일부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수익금의 초과 이익은 국고에 반납하라는 의무’를 부과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공직자가 더 이상 대립과 갈등, 의혹의 증폭에 몰두하지 말고 문화발전의 본령에 집중하기를 바란다”며 “박 장관의 해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아저씨는 먼 곳에 사는 친구에게 보낼 편지를 부치려고 집을 나선다. 하지만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안 좋은 일만 거듭 생긴다. 계단에서 작은 공을 밟아 미끄러지고, 길을 걷다가 2층에서 떨어진 카펫에 깔린다. 넥타이 가게 앞에서 넥타이를 보던 아저씨의 다리에 한 부인이 큰 개를 묶어놓고 가게에 들어가는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 아저씨는 우체통에 구겨진 편지를 넣은 뒤 가까운 공원에 가 아이스크림을 하나 산다. 하지만 벤치로 걸어가던 중 아이스크림이 땅에 떨어진다. 오늘 하루 꾹꾹 참아온 아저씨는 이번만은 견디기 힘들어 눈물을 터뜨린다. 그때 한 여자아이가 아저씨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주며 말한다. “이거 드세요.” 아저씨는 아이의 친절 덕분에 생긋 웃으며 일어난다. 예상치 못한 일에 휘둘리는 삶 속에서 작은 위로의 손길이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만화 느낌이 나는 귀여운 그림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만화 ‘검정고무신’의 이우영 작가가 저작권 관련 법정 분쟁 중 올해 3월 세상을 등진 사건과 관련해 출판·캐릭터 업체가 고인에게 주지 않은 수익금을 지급하라는 정부의 결정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7일 “특별조사 결과 출판·캐릭터 업체인 형설앤과 원작자인 이우영 작가가 2008년 맺은 ‘검정고무신’ 사업권 계약에 불공정 행위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형설앤에 분배하지 않은 수익금을 공동작가인 이우영 이우진 씨에게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원작 이용료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에서 파생된 투자 수익, 라이선싱 사업에 따른 수입도 배분하도록 했다. 이우진 작가는 이우영 작가의 동생이다. 형설앤 측은 문체부의 결정을 이행한 후 9월 14일까지 이를 증빙할 자료를 문체부에 제출해야 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소녀의 할머니 집은 파도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릴 만큼 바다 가까이에 지어진 집이다. 소녀는 아침마다 할머니와 소라를 주우러 간다. 속이 비어 있는 소라만 집에 가져오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이 소라 껍데기는 누군가의 작은 집이었단다”라고 일러준다. 할머니의 이야기에 소녀의 상상이 펼쳐진다. 주황색 둥그런 방이 있는 집, 하얗고 올록볼록한 집, 반짝이거나 빛바랜 집…. 소라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무슨 소리일까. 둥근 껍데기 속에 꼬마유령이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소녀는 궁금한 것도 많다. 바위와 돌멩이들의 나이는 몇 살인지, 바다는 어떻게 동시에 파란색 흰색 초록색 하얀색을 띨 수 있는지…. 바다를 마주할 때마다 알고 싶은 것이 하나둘 생겨난다.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펼치는 상상의 나래와 기발한 질문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푸른 파도 물결, 다양한 동식물이 사는 바닷속을 시원하게 표현한 그림들은 무더운 여름철 독자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또 유화와 수채화 중간 느낌의 질감 역시 묘한 매력을 풍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어둠 속에 머물고 있나요? 그렇다면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도 언제나 빛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한 소녀가 서 있다. 소녀의 손끝엔 연녹색 빛의 작은 꽃 한 송이가 들려 있다. 소녀는 불쑥 겁이 날 때 크게 숨을 쉰 뒤 자신이 한 이 말을 꼭 붙들자고 스스로에게 당부한다. “작은 빛 하나가 온 하늘을 밝힐 순 없어도 작은 시작이 되어 줄 거야.” 어두운 길을 걷다 헤맬 수도 있고, 작은 빛이 두려움을 거두는 데 무슨 도움을 줄까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소녀는 ‘희망’으로 대변되는 작은 빛의 힘을 믿고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소녀의 조언이 더해질 때마다 각각 어둠 속에 갇혀 있던 친구들이 자신만의 ‘색’을 입고 하나둘 모여든다. 책장을 넘길수록 어둠을 뚫고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듯 그림의 색이 환해진다. 검은색 위주였던 첫 장과 달리 마지막 장은 알록달록 그 자체다. “겁이 나고 움츠러들 때마다 할 수 있다 믿으며 한 번 더 뛰어오르라”는 소녀의 조언에 용기를 얻게 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세계 3대 클래식 콩쿠르로 손꼽히는 ‘퀸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는 매년 다른 악기로 콩쿠르가 치러진다. 그렇다 보니 악기별로는 4∼5년 주기를 두고 열린다. 지난해 2017년 이후 5년 만에 열린 첼로 부문 콩쿠르에서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3위를 차지한 에스토니아 출신 첼리스트 마르셀 요한네스 키츠의 퍼스트 라운드 경연 때였다. 프랑스 출신 작곡가 앙드레 졸리베의 녹턴을 첫 곡으로 선보인 그는 일본인 피아니스트 소노다 나오코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서정적인 첼로 선율을 뽐내고 있었다. 사건은 연주가 시작되고 6분 34초 만에 발생했다. 종이 악보가 아닌 전자 악보를 사용하던 소노다의 태블릿PC가 갑자기 작동되지 않은 것. 악보를 외우지 못한 소노다는 당황했고, 태블릿PC 화면만 손가락으로 연신 두들겨댔다. 첼로와 피아노의 협연곡이지만, 20초간 피아노 선율은 정지 상태에 가까웠다. 이 사건은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 ‘모든 피아니스트의 악몽’이라 불린다. 이 해프닝이 다시 떠오른 건, 최근 문화계에 부는 인공지능(AI) 및 로봇 열풍을 바라보면서다. 국립발레단이 이달 1, 2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선보인 ‘피지컬 싱킹+AI’는 인간과 AI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인 이영철 지도위원은 챗GPT에 키워드를 주고 ‘한 사람의 인생과 AI의 탄생을 엮은 짧은 이야기를 써 달라’고 했다. 이를 토대로 이 위원이 작곡 및 안무 AI를 활용해 음악과 안무를 구성했다. 지난달 30일 국립국악관현악단 공연에선 인간(지휘자 최수열)과 로봇(에버6)이 동시에 지휘자로 나섰다. 로봇은 무려 2곡을 단독 지휘했다. 놀라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함께 지휘에 나선 최 씨는 “로봇 지휘자가 시선 교환을 통한 단원들과의 소통 등에서는 인간을 능가하지 못함을 체감했다”고 고백했다. 앞서 언급했던 태블릿PC 전자 악보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국내 연주회에서 연주자가 처음 전자 악보를 사용한 건 피아니스트 손열음이다. 2011년 12월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무대에서 그는 베토벤 교향곡 ‘합창’ 4악장 악보를 태블릿PC에 담아 스스로 악보를 넘기며 연주해 화제가 됐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전자 악보가 인기를 끌며 연주자 대신 악보를 대신 넘겨주는 사람, ‘페이지 터너’의 영역은 점점 좁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소노다가 전자 악보가 아닌 페이지 터너와 호흡을 맞췄다면 ‘모든 피아니스트의 악몽’과 같은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얻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제아무리 AI 등의 기술이 비집고 들어와도 예술의 감동은 사람의 손끝에서 빚어진다. 연극 등 무대 예술에선 같은 캐릭터, 같은 대사를 연기해도 배우가 누구인지에 따라 관객이 느끼는 ‘연기의 맛’이 달라진다. 프레디 머큐리(1946∼1991)의 목소리를 학습한 AI가 김광석(1964∼1996)의 ‘서른 즈음에’를 불러 화제가 됐지만, 원곡 가수가 만들어낸 감동은 끌어내지 못했다. 그게 바로 예술의 묘미다. 기계가 학습으로 인간의 감수성을 따라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AI 열풍 속 ‘인간 예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짜뉴스 퇴치 TF’ 내에 과학과 미디어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가짜뉴스 신속 대응 자문단’을 운영한다고 4일 밝혔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허위 조작 정보의 생산 및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가짜뉴스 퇴치 TF’ 내에 전문가 대응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자문단에는 원전 설계 및 원자력 안전 분야 전문가인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와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허위 조작 정보 문제와 팩트체크 연구를 해 온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양선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 등이 참여한다. 자문단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을 비롯해 여러 분야의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한 대처 방안과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태어나서 한 번도 할아버지를 본 적 없는 아이는 할아버지를 만나면 꼭 아빠에 대한 말을 전하고 싶다 말한다. 아이가 할아버지에게 소개하는 아빠는 아이 인생의 동반자이자 든든한 울타리 같은 존재다. “아빠가 그러는데요. 많이 웃고, 신나게 놀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오래 산대요.” “우리 아빠는 잠자리에서 늘 책을 읽어줘요. 책을 읽지 않는 아이는 창문이 없는 집에 사는 것과 같대요.” “아빠랑 헤어질 때는 언제나 꼭 끌어안으며 인사해요. 아빠가 그러는데, 포옹은 행복을 주는 마법이래요.” “아빠는 내가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대요.” 아이에겐 언제나 자신을 믿어주고, 슬퍼서 눈물을 펑펑 흘릴 때 조용히 다가와 닦아주는 아빠의 존재는 영웅 그 자체다. 훈훈한 사례를 곁들여 “우리 아빠는 나의 세상이에요”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아이의 모습은 이 세상 엄마 아빠들에게 ‘좋은 부모’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따뜻한 글만큼이나 포근한 느낌을 주는 그림 역시 보는 재미를 더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