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스무 살 셔틀콕 천재 안세영(삼성생명)이 코리아오픈 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다. 안세영이 우승 물꼬를 튼 한국은 이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합작하는 풍성한 성과를 거뒀다. 세계 랭킹 4위 안세영은 10일 전남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랭킹 10위 포른파위 초추웡(24·태국)을 2-0(21-17, 21-18)으로 눌렀다. 2019년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해 32강에 머물렀던 안세영은 두 번째 도전에서 챔피언이 됐다. 2020년과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한국 선수가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것은 2015년 현 국가대표 코치인 성지현이 우승한 이후 2015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 여자 복식 정나은(화순군청)-김혜정(삼성생명) 남자복식 강민혁(삼성생명)-서승재(상무)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코리아오픈 3개 종목 이상에서 우승한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지난달 전영오픈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한 뒤 귀국한 안세영은 이번 대회 4강에서 인도의 세계적인 스타 푸살라 신두(세계 랭킹 7위)를 제압하며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결승에서는 1세트 16-16까지 맞서다 강한 스매싱 공격으로 첫 세트를 딴 뒤 2세트에서도 17-17에서 각도 깊은 공격을 펼친 끝에 승리를 낚았다. 경기 후 환호한 안세영은 관중석을 향해 자신이 쓰던 라켓을 던져주는 화끈한 세리머리를 펼쳐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을 열광시켰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 국가대표로 선발된 안세영의 최대 강점은 침착함이 꼽힌다. 이날도 접전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플레이하다가 결정적인 공격력으로 포인트를 쌓았다. 여자 복식 결승에선 정나은-김혜정이 태국의 베냐파 아임사드-눈타카른 아임사드를 2-0(21-16, 21-12)으로 제압했다. 정나은과 김혜정은 한국 배드민턴의 강세종목인 여자 복식을 책임질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남자 복식 강민혁과 서승재는 결승에서 인도네시아의 파자르 알피안-무하마드 라이언 아르디안토에 2-1(19-21, 21-15, 21-18)로 역전승했다. 삼성생명은 금메달리스트 3명을 배출하는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퍼라면 누구나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적은 스코어를 적는 ‘에이지 슈터(Age Shooter)’를 꿈꾼다. 80세에 80타를 치려면 골프 실력만 갖고는 안 된다. 건강이 뒷받침돼야 도전이라도 해볼 수 있기에 골퍼의 버킷 리스트 맨 꼭대기를 차지해도 손색이 없다. 1945년에 태어난 해방둥이 이동욱 씨(77)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405번 에이지슈터가 됐어요. 이븐파 이하 스코어로는 230번 될 겁니다.” 사이클 버디 6번에 이글은 30번, 홀인원도 10번 했다는 그는 2019년 골프 이론과 인생을 담은 ‘온 그린’이란 책을 펴냈다. 한 달 전 강원 강릉 샌드파인GC에서 70타와 72타를 기록했다는 이 씨가 처음 에이지 슈터가 된 것은 71세 때로 71타를 쳤다. 부산고와 연세대 상대를 거쳐 1973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경제기획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30년 공직생활을 했다. 골프는 1988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파견 갔던 198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베스트스코어는 67타에 핸디캡은 0~2를 오간다고 한다. 7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심심치 않게 골프장에서 ‘7’자를 그리는 비결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근력을 유지한 덕분이다. 특히 하체 근력 단련에 집중한다. 학창 시절 축구 선수를 해 남다른 하체를 지녔다는 이 씨는 “골프 칠 때 홀과 홀 사이의 거리가 멀거나 남한테 지장을 주지 않는 경우라면 카트 타지 않고 무조건 걷는다”고 말했다. 18홀 동안 1만3000보 이상 걷게 된다는 게 그의 얘기. 집에서는 스쾃을 매일 20번씩 3차례 반복하고 있다. 묵직한 키 높이 스트레칭 봉을 어깨에 짊어지고 회전을 되풀이하는 체조는 자신만의 몸통 근력 강화 비법. 굿샷의 바탕이 되는 큰 근육을 키우고 몸의 꼬임을 느끼게 하는 데 최적의 훈련이다. 이 씨는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10m 정도 된다. 동년배들과 라운드를 하면 50야드 가까이 더 칠 때도 있다”며 웃었다. 고반발 클럽을 사용하면 똑같은 조건에서 20야드는 더 나가게 된다고 했다. 이기광 국민대 체육대학 교수는 “50세 이상 성인은 해마다 1~2%의 근육량이 감소해 80세에는 총 근육량의 40~60%를 잃는다”며 “주 2,3회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면 근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척추 전문 남기세병원 남기세 원장은 “적어도 3번 홀까지는 걸어 다녀야 몸도 잘 풀린다. 전철, 버스 타고 다니면서 하체를 단련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이 씨는 골프 연습장에 가면 자주 찾거나 라운드 예정인 골프장의 코스를 머릿속에 그려가며 공을 친다.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웨지 등을 번갈아 쓰며 가상 라운드를 한다는 것. 목적의식을 가져야 연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식단에 하루 세끼 식사는 꼭 오전 7시, 낮 12시, 오후 7시에 시작한다. 그 덕분에 174cm에 75kg 체중을 수십 년째 유지하고 있다. 그는 라운드를 할 때 캐디에게 의존하지 않고 거리, 라이, 바람, 경사 등을 스스로 파악해 클럽을 결정한다. “18홀을 도는 동안 굉장히 바쁘고 두뇌 활동을 많이 하게 됩니다. 한 달에 책 4,5권을 읽는 것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스웨덴 연구 결과를 보면 골프를 열심히 치면 기대수명을 5년 늘린다고 한다. 다만 ‘걷기 라운드’가 전제다. 영국 에딘버러대학 앤드루 머리 박사는 “18홀을 도는 동안 6.5~12km를 걷게 돼 500칼로리를 소비하게 된다”고 밝혔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최고령 에이지슈터는 1973년 만 103세 나이로 103타를 친 캐나다 출신 아서 톰프슨(1869~1975)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신기록 탄생이 기대된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입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는 이번 마스터스에 출전하면서 “가장 큰 과제는 72홀을 걷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슈퍼카라도 펑크 난 타이어로는 질주할 수 없다. 강한 하체가 무병장수를 향한 ‘굿샷’을 만든다.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볼빅의 브랜드 가치는 이미 시장에서 입증됐다. 다만 최근 어려운 상황들을 통감하면서 하루 속히 경영을 정상화시키겠다.” 새롭게 국산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을 이끌게 된 홍승석 신임 대표(57)는 부푼 기대감과 무거운 사명감이 교차하는 듯했다.●“재무 안정성과 경영 정상화 당면 과제”지난달 30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볼빅 대표로 선임된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골프회사 볼빅에 취임해 무한한 영광이라 생각한다.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문을 열었다. 대표이사 공모를 통해 새롭게 사령탑에 오른 홍 신임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장기신용은행 및 솔브레인 저축은행 대표와 제닉 부대표 등을 역임했다. 금융, 제조업 경영 전문가로 알려진 그가 볼빅의 구원투수로 나선데 대해 “뛰어난 볼빅의 브랜드 가치가 어려운 재무적 문제와 맞물려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부분을 안타깝게 생각했다”며 “재무적 안정과 경영 효율성이 가미되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브랜드 가치를 더욱 강화해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고속성장 끝 적자 브레이크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 문경안 회장이 2009년 인수한 볼빅은 컬러볼 신드롬을 일으키며 국내외 골프 용품 시장에서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국산 골프공이 외면 받던 시절 볼빅은 품질 개선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국내 골퍼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2008년 7억 원에 머물던 볼빅의 매출액은 2013년 300억 원 매출을 돌파했다. 볼빅은 타이틀리스트에 이어 국내 2위 브랜드로 발돋움했고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7년에는 수출 1000만 달러 고지를 돌파했다. 하지만 2019년 수익성 악화가 심해지며 적자로 전환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출이 막히면서 타격이 커졌다. 2020년에는 회계법인이 감사의견 거절을 내면서 코넥스 시장에서 상장폐지 대상이 됐다. 의류, 골프 클럽, 배드민턴 용품 등으로 업종 다각화를 꾀했지만 이렇다할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외부투자 유치 노력도 번번이 마지막 문턱에서 성사되지 못하다가 지난달 벤처캐피털인 TS인베스트먼트로부터 22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해 한숨 돌렸다. 홍 대표는 볼빅의 위기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공격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제2공장 건립, 제품 다양화 및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수출 급감 및 매출 이익을 기대만큼 달성하지 못했다. 단기적인 채무 급증으로 재무 안정성이 저하됐다.”●“신규 유입 MZ세대 골퍼 공략에 주력” 코로나 사태로 젊은 세대의 골프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볼빅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홍 대표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MZ세대 골퍼를 타기팅한 제품 및 마케팅 강화를 통하여 볼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계획”이라면서 “국내 시장의 확고한 입지 구축 후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미국, 유럽, 일본, 동남아 등지에 전략적인 마케팅과 더불어 젊은 감각의 골퍼를 집중 타깃으로 삼아 수출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격화되고 있는 컬러볼 제품 경쟁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볼빅은 컬러볼 선두 주자로서 최고의 품질 및 컬러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 부분을 더욱 강화하겠다. 생산 공장 및 R&D 센터도 국내에 확보하고 있어 지속적인 제품 개발 및 고품질의 상품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홍 대표는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볼빅이 지나치게 제품군을 다양화하면서 오히려 경쟁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우선적으로 볼빅이 잘할 수 있는 컬러볼 마케팅과 판매에 집중할 것이다. 하이 프리미엄 컬러볼의 대명사로서 자리매김을 하며 브랜드 가치를 활용한 용품 시장에 대한 전략을 재정비하려 한다. 다만 클럽 및 골프와 별개인 사업 아이템은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젊은 명품 골프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을 1차 목표로 내세웠다. “그간 선보였던 일부 저급한 볼 라인업도 있었지만 이제 제품군을 통합 개량할 것이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깎아먹고 영업이익을 만들기 어려운 제품군은 도려내겠다. 제대로 만들고, 홍보하고, 판매해 사람들에게 제 값 받고 인정받는 브랜드의 비전을 모토로 할 것이다.” ●“골프의 매력은 자연과 사람의 교감” 홍 대표는 1998년 박세리가 맨발 투혼 끝에 우승한 US여자오픈을 지켜본 뒤 1999년 골프에 입문했다. 핸디캡 12에 베스트 스코어는 2015년 경기 용인시 코리아CC에서 기록한 72타. 한 차례 홀인원을 기록한 적이 있는데 2012년 경주 블루원 보문CC에서 짜릿한 손맛을 느꼈다고 한다. 가장 자신 있는 클럽은 드라이버로 250야드 이상 보내는 장타력에 방향성을 겸비했다. 건강관리를 위해 반드시 1주일에 2회 이상 헬스클럽에서 1시간 이상 러닝 및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최대한 유쾌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하며 명상에 심취하기도 한다. 골프의 매력은 자연과 사람의 교감에서 오는 희열, 감동이라고 생각한다는 홍 대표는 기억에 남는 골프장으로 레이크사이드, 일동레이크, 거제 드비치를 꼽았다. “도시 생활을 하다보니 호수나 바다를 보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느낄 수 있어 물과 어우러진 코스를 선호하게 되는 것 같아요.”‘굿샷 라이프’는 스포츠와 건강을 화두로 삼습니다. ‘TNT(Tee & Tea) 타임’은 골프장 안팎의 생생한 스토리를 전달합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인주연(25·골든블루)이 짜릿한 손맛을 보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3년 연속 홀인원을 낚았다. 인주연은 8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CC(파72)에서 열린 2022시즌 KLPGA투어 개막전 롯데렌터카여자오픈 2라운드 14번홀(파3·147야드)에서 8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기록했201다. 이로써 인주연은 2020년 롯데칸타타여자오픈과 지난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3연속 홀인원 행진을 이어갔다. 3년 연속 홀인원은 조윤지(2017, 2018, 2019년)에 이어 두 번째 진기록이다. KLPGA투어에서 개인 최다 홀인원 기록은 양수진, 안송이, 정일미, 최유림이 함께 갖고 있는 4회다. 네 명은 모두 4년 연속도, 3년 연속도 아니다. 2022시즌 1호 홀인원의 영광을 안은 인주연은 “할 줄 몰랐는데 기쁘다. 2020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매 시즌 한 번씩 하고 있어서 나도 신기하다”며 웃었다. 그는 또 “(공이 들어가는 것을) 직접 눈으로 봤다. 거리는 141m 정도 보고 8번 아이언으로 쳤는데, 핀 우측에 있는 경사를 맞고 좌측을 한번 크게 튀더니 한 번 더 튀기고 들어갔다”며 “동반자들이 축하를 정말 많이 해줬다. 나도 깜짝 놀라서 클럽도 떨어뜨리고, 동반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기쁨을 만끽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인주연의 홀인원은 영양 만점이라 주위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홀인원을 했더라도 해당 홀에 상품이 걸려 있지 않거나 앞서 다른 선수가 먼저 했다면 부상은 받을 수 없는 게 일반적이다. 최다 홀인원 기록 보유자 네 명의 경우는 한두 번 부상을 받지 못했다. 조윤지도 2108년 한국여자오픈에서 홀인원했을 때만 한 차례 부상(기아 스팅어 승용차)을 받았을 뿐이다. 인주연은 처음 홀인원을 했을 때는 상금 200만원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고급 안마의자(바디프랜드 더 파라오)를 가져갔다. 이번에는 6000만 원 상당의 벤츠 전기차(Mercedes-EQ EQA 250)를 챙겼다. 인주연은 “사실 올해 내가 번 상금으로 차를 산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상금을 열심히 모아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마침 차량을 받게 돼 더 좋은 것 같다. 드라이브를 좋아해서 내가 직접 타고 다닐 예정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주연이 시즌 첫 정규대회에서 맛본 짜릿한 손맛이 재도약의 발판이 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8년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투어 첫 승을 거둔 그는 지난해 정규투어에서 상금 79위(약 8100만 원)로 마쳐 시드를 놓쳤다. 올해는 부분 시드로 드림(2부)투어와 정규투어를 병행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 직전에는 6일까지 전남 무안에서 드림투어에 나선 뒤 제주로 이동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인주연은 “힘은 들지만 생각이라도 ‘힘들지 않다’라고 생각하려 노력중”이라며 “체력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정규투어 상금 랭킹 60위, 드림투어 상금 순위 20이 안에 드는 것이 1차 목표다. 매 대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큰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꿈의 골프 무대’ 마스터스가 7일 미국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막을 올린다. 대회 개막을 알리는 시타(始打)는 1963년 시작된 이래 명인열전을 만들어내는 전통 가운데 하나. ‘명예 시타자(Honorary Starters)’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 자리에 올해는 톰 왓슨(73)이 새롭게 합류해 잭 니클라우스(82), 게리 플레이어(87)와 대회 첫날 1번홀에서 첫 티샷을 날리게 됐다. 메이저 최다 우승 기록(18승) 보유자인 니클라우스는 마스터스 역대 최다인 6승을 올렸다. 1986년에는 46세로 우승해 역대 최고령 챔피언 기록도 수립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플레이어는 9차례 메이저 우승 가운데 3승을 마스터스에서 올렸다. PGA투어 통산 39승(메이저 8승 포함)을 기록한 왓슨은 두 차례 그린재킷을 입었다. 지난해 시타에서 니클라우스는 허리를 굽혀 티업 하는 동작이 쉽지 않다는 듯 “가장 힘든 일”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멋진 샷을 날려 박수갈채를 받았다. 당시 플레이어는 80대 중반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호쾌한 샷을 날린 뒤 특유의 발차기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이 장면을 지켜본 필 미컬슨, 버바 왓슨 등 현역 선수들의 시선에는 존경심과 부러움이 교차했다. 철저하고 꾸준한 자기 관리를 통해 건강을 지켰기에 가능한 영광이었기 때문. 수십 년간 고관절 질환에 시달린 니클라우스는 체력과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해 오랜 세월 주 3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매일 1시간 30분씩 체조와 등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한계 극복의 과정이었다. 키(168cm)가 작아 럭비, 크리켓 선수가 되기를 포기했던 플레이어는 어려서부터 강도 높은 근력 운동으로 ‘미스터 피트니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80대에도 1주일에 4, 5번 하루 1000개가 넘는 크런치(윗몸일으키기를 할 때 3분의 1 정도만 올렸다 버티고 내려오는 운동)를 한다. 엘리베이터를 멀리하고 계단 걷기도 실천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4가지 건강 장수 비결을 밝힌 바 있다. ‘첫째, 식사량은 절반으로 줄이고 둘째, 운동은 두 배로 늘린다. 셋째, 3배 더 웃고 넷째, 자신과 남을 무한히 사랑하라.’ 두 80대 레전드와 비교하면 아직 ‘한창’인 왓슨은 만 69세였던 2019년 US시니어오픈에서 69타를 쳐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더 적은 타수를 기록하는 에이지 슈트를 개인 통산 10번째로 작성했다. 그는 “골프를 하면서 화를 못 다스린 적이 없다. 늘 밝고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골프에서 맨 먼저 티샷 하는 사람을 오너(honor)라고 하는데 오너(owner)로 잘못 아는 경우가 많다. 명예도 소유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홍란(36)은 2005년 19세 나이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했다. 당시만 해도 17시즌을 연속으로 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리라. 20대를 관통해 30대 중반에 접어들도록 줄곧 필드를 지킨 그는 꾸준함의 대명사로 이름을 날렸다.한국 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 장식한 레전드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홍란은 2022시즌 개막을 눈앞에 둔 요즘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무척 낯설다. “불과 지난해 이맘 때만해도 KLPGA 선수 세미나는 잘 했는지, 바뀐 규정은 더 없는지 후배들에게 물어보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동계훈련을 마무리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시즌 시작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였겠죠. (은퇴하고 나니) 이젠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몸과 마음을 여유롭게 지내려 합니다.”올해 36세가 된 홍란은 17년 동안 KLPGA투어에 개근하며 최다 출전 기록(356개 대회), 최다 커트 통과(287개 대회), 최다 라운드 플레이(1043라운드) 등 갖가지 역사를 썼다. 정규투어에서 10년 이상 연속으로 활동한 선수들의 모임인 ‘K-10 클럽’에도 맨 먼저 가입했다. 통산 상금은 24억 원에 이른다. 2008년 KB국민은행 스타투어 2차 대회에서 첫 우승을 신고한 뒤 그해 제7회 레이크사이드 여자오픈에서 다시 정상에 올랐다. 2010년 S-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 개인 통산 3승째를 거둔 뒤 8년 가까운 무관 끝에 2018년 브루나이 레이디스오픈에서 다시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통산 우승은 4차례. 선수 수명이 짧은 KLPGA투어에서 20대와 30대에 모두 우승한 선수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지난 시즌 상금 순위 78위에 머물며 17년 내내 지켜온 시드를 놓친 그는 은퇴를 결심했다.“아빠 캐디와 합작한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아”홍란은 투어 생활을 정리한 소감에 대해 “참 많은 것에 감사하다고 느꼈다”며 “많은 분들의 후원, 응원, 노력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행운이 많이 따랐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프로로서 받을 수 있는 상과 역할도 두루 경험해 봤기에 후회는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투어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에게 순간순간이 다 기억에 남을 터. 그래도 ‘명장면 톱3’를 뽑아달라고 했다. 3개만 꼽으려니 아쉽다는 그는 2번째 우승 무대였던 2018년 레이크사이드여자오픈에 엄지를 세웠다. “첫 우승은 아니었지만 아빠가 캐디를 해주시면서 처음 우승을 합작했던 대회였고,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보니 아빠랑 만들어낸 추억이 생생했고 승리까지 가졌다는 게 진짜 값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2018 브루나이 여자오픈 우승. 그는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때였고 내가 더 이상 투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나 고민할 때 찾아온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삼천리 소속으로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이 됐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세번째로는 2014년 KLPGA챔피언십을 소개했다. 홍란은 연장전 패배로 2위에 머물렀다. “투어에서 연장전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준우승이 오히려 발전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만약 그 대회에 우승해서 5년 시드를 받았다면 17년 동안 투어를 못 뛰었을지도 몰라요.” 5년 출전권을 보장받았다면 현실에 안주해서 선수 생활이 단축될 수 있었다는 의미. 그의 성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본인이 가장 의미 있게 여기는 기록은 단연 ‘17시즌 연속 시드 유지’다. “가장 애착이 갑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 기록이 가장 늦게 깨지기를 바랍니다. 이 기록이야 말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홍란이 가졌던 마음가짐, 체력관리 등 모든 걸 표현해주고 내 자신에게 칭찬할 수 있는 값진 선물 같습니다.” 김재열 SBS 골프 해설위원은 “롱런을 가능하게 했던 철저한 자기관리는 모든 선수의 모범이 될 만하다”며 “골프에 대한 열정과 사랑, 절대 포기하지 않는 진정한 프로페셔널 정신을 보여준 본보기”라고 평가했다. 지유진 삼천리 골프단 감독은 “성실하고 현명했던 선수”라며 “기록은 언젠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지만 17년 시드 유지는 부상도 없어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깨기 어려울 것 같다”고 평가했다.“스폰서와 오랜 관계가 내게는 행운”홍란은 메인 스폰서인 삼천리, 용품계약을 한 야마하(오리엔트골프), 의류업체 엠유 등 후원기업과 모두 10년 안팎의 장기간 한 배를 탔다. 주위의 부러움을 살 만한 대목. 홍란 역시 “진짜 운이 좋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바로 스폰서와의 관계”라며 “선수가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스폰서를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저 같은 경우는 모든 스폰서 분들이 든든하게 함께 해주셨고 또 함께 기록을 새운다는 마음으로 지원을 해주셨던 거 같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또 “늘 좋은 성적만 거둔 게 아닌데도 심적으로 불안해하지 않도록 항상 응원과 격려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에 저 또한 힘을 내서 멋진 기록을 함께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말로 표현이 부족 할 만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란은 타이틀리스트도 17년 내내 스폰서가 돼 주셨다고 강조했다. 야마하를 수입하는 오리엔트골프 이동헌 대표는 “홍란 프로는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지녔다. 성인이 돼도 부모의 등 뒤에 숨는 프로가 있는가 하면 계약 조건을 조율할 때도 혼자 회사를 찾아 꼼꼼하고 세심하게 검토했다”고 말했다. 오리엔트골프는 2014년부터 후원해 온 홍란이 중요한 기록을 세웠을 때 축하 자리를 마련하며 마치 회사 직원의 경사처럼 함께 기뻐해 줬다. 홍란은 “야마하는 든든한 지원군 같았고 오래 같이 하고 싶은 회사라고 생각했다”며 “클럽은 골프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자신감의 원천이다. 제 기록의 거의 야마하와 함께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고 전했다.“넓게 멀리 보는 후배들이 많이 나와 주기를”앞으로 홍란은 삼천리가 여자 골프 꿈나무 육성을 위해 운영하는 ‘삼천리 골프 아카데미’에서 멘토로 활동할 계획이다. 그는 “당분간 골프 선수 홍란이 아닌 사람 홍란을 찾기 위해 휴식도 하고 건강도 챙기려 한다”며 “주니어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차차 제 역할을 찾아가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주니어 시절에는 무엇보다 여러 가지 시도와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갖는 게 필요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프로에서는 경험이 아닌 실력을 보여주고 성적으로만 평가되는 곳이기에 주니어 때는 경기에서 실패할 수도 있더라도 공이나 클럽을 다양하게 사용해 보거나, 어느 순간 긴장이 되는지 어떤 코스를 좋아하는지도 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란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은퇴 경기도 치를 계획이다. 아직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은퇴 경기 전에 1,2개 대회에 출전한 뒤 고별 무대에 오를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얘기. 그래서 운동도 재개했다. “골프선수라면 부상이 없는 경우가 드물어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운동은 꾸준하게 하고 있어요. 오히려 골프가 아닌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이라서 더 즐거운 마음으로 하게 되는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좋아해서 헬스장을 주 2~3회 정도 이용하고 있고요. 은퇴 경기도 남아 있으니 골프 연습도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홍란은 지난 연말 KLPGA 시상식에서 신설된 ‘아름다운 기부상’ 첫 수상자가 됐다. 1000라운드 출전을 기념해 1000만 원을 KLPGA에 기부하는 등 평소 선행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는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지금 너무나 긴장되면서 또 설레는 마음일거 같다. 준비 많이 한 만큼 기량 잘 보여 줄 수 있도록 시즌 전에 참가 대회 수나 스케줄을 잘 계획하고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좀 더 넓고 멀리 볼 수 있을 겁니다. 파이팅.” 인생 2막을 막 시작한 홍란의 목소리가 밝기만 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시즌 장타왕 최고 기록은 312.4야드(약 286m)다. 미국 국적인 마이카 로렌 신(27)이 2020년 기록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마이카 로렌 신은 지난해에도 308.5야드로 2년 연속 타이틀을 차지했다. 다음달 개막하는 올 시즌에는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해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괴물 신인 정찬민(23·CJ온스타일)이 그 주인공이다. ●“거리 보다 쇼트게임 보완에 집중” 187cm, 107kg의 당당한 체구를 지닌 정찬민은 지난해 스릭슨(2부)투어에서 상금 랭킹 1위에 오르며 다음달 개막하는 2022시즌 코리안투어에 데뷔하게 됐다. 스릭슨투어는 공식 기록 집계가 안 돼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평균 320야드 이상을 날리는 괴력의 소유자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 한 차례 출전한 코리안투어 대회인 부산경남오픈에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321.8야드를 찍었다. 코리안투어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정찬민은 1월 29일부터 3월 12일까지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의 키어랜드골프장에서 40일 넘는 동계훈련을 소화했다. 오전에는 롱게임, 쇼트게임을 가다듬고 오후에는 연습 라운드를 돌며 실전 감각을 쌓았다. 정찬민은 “무엇보다 100m 이내의 다양한 기술샷 등을 보완했다”며 “동계 훈련 기간 동안 천연 잔디에서 오랜 시간 동안 매일 쇼트게임 훈련을 할 수 있어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샷을 정교하게 다듬으며 컨트롤 능력을 보강했다”고 말했다. 체력훈련은 유산소 운동 보다는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로 진행했다. 근력을 더 키우고 장기레이스에서 체력을 강화할 목적.●“80g대 묵직한 샤프트 장착으로 파워 업” “세 번의 도전 끝에 정규투어 출전권을 따낸 만큼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2017년과 2018년 국가대표를 지낸 그는 2019년부터 3년 동안 스릭슨투어에서 활동했다. 2019년과 2020년 정규투어 자격시험에 해당하는 퀄리파잉 테스트(QT)에 두 차례 응시했으나 모두 낙방하는 아픔을 겪었다. 골프를 포기할까 고민할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코리안투어 대회 정상에 오르는 꿈을 생각하며 버텼다. 올 시즌 첫 번째 목표는 평생 한번 뿐인 명출상(신인상) 수상이다. 데뷔 첫 해 우승을 한다면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게 그의 포부다. 폭발적인 장타는 정찬민의 최고 장점으로 꼽힌다. 드라이버는 캘러웨이 로그 ST MAX LS 9도 제품을 쓰고 있다. 캘러웨이 피팅 팀에 따르면 드라이버에 장착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80g대 샤프트의 헤드 쪽 부분에 2인치 팁 커팅을 해 최대한 무겁고 강하게 세팅했다는 게 특이점이라고 한다. 스윙 측정 결과 그의 클럽 스피드는 115~120마일에 이르며 볼 스피드는 175~180마일로 국내에서 거의 최상급 수준이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과 견주어도 높은 편. 스핀 레이트 2200~2400 rpm. 정찬민의 남다른 장타 능력은 고교 시절부터 유명했다. 2016년 대구CC에서 열린 송암배 당시 고교 2학년 정찬민은 마지막 라운드 15번 홀(파5·448m)에서 드라이버 대신 3번 우드로 290m를 날린 뒤 8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투온에 성공해 이글을 낚기도 했다. 허정구배 대회가 열리는 남서울CC에서는 모든 파5홀에서 투온이 가능했다. 정찬민이 기억하는 자신의 ‘롱기스트’ 기록은 370m. 국가대표였던 고3 시절 영국 로열리버풀골프장에서 열린 영 챔피언스 트로피 대회에서였다고 한다. 정찬민은 “장타를 치고 있으니 장타왕에 대한 의욕이 있다”며 “코스 공략할 때 다른 사람들보다 더 공격적으로 칠 수 있어서 스코어를 줄이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드로우, 페이드 등 장타 구질을 자유자재로 칠 수 있는 게 최고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거리에 목마른 주말 골퍼를 향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연습 스윙을 많이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강하게 10번, 보통으로 10번 이렇게 반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몸의 코일링(상체 꼬임)에 신경 쓰시면 좋습니다.”●“화려한 아마추어 경력이 오히려 독” 정찬민은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골프를 시작했다. 아버지를 따라가서 공을 쳐보니 재미가 있어 인연을 맺게 됐다. 주니어 시절 될성부른 대형 떡잎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2016년과 2017년 국내 최고 권위의 아마추어 대회 가운데 하나인 송암배를 2년 연속 우승했다. 2016년 첫 우승 때는 2위 김한별을 6타차로 제쳤고 2017년 대회 타이틀 방어를 할 때는 10타차의 대승을 거둘 만큼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2017년에는 일송배 제35회 한국주니어선수권에서도 정상에 올라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화려한 아마추어 경력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솔직히 아마추어에서 잘 쳐서 프로를 만만하게 생각했어요. 쉽게 보고 넘어온 프로세계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남다른 장타 능력을 갖추고도 정규투어 진출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장점인 드라이버 샷이 스트레스를 부를 때도 있었다. 그는 “멘털 강화를 위해 그냥 생각을 좀더 심플하게 가지려 했다. 만약 대회에 나가 실수가 나왔으면 최대한 빨리 잃어버린다든지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3년 스릭슨 투어 생활은 소중한 경험” 고단한 스릭슨투어 생활은 소중한 경험이 됐다. “스릭슨 투어 상금 순위 1위를 해서 매우 영광이었습니다. 코리안투어에 가기 전에 제 실력을 좀 더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시도해 보면서 어느 부분을 좀 더 보완하고 훈련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던 한 해였어요.” 스릭슨투어와 코리안투어의 가장 차이로는 그린스피드를 꼽았다. 그는 “코리안투어 대회 코스는 스릭슨 투어 대회 코스보다 그린이 빨랐다”며 “스릭슨투어는 카트를 타고 이동을 하는데 10, 20차 대회는 걸어서 플레이를 하고, 코스 세팅도 까다로워 코리안투어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릭슨투어는 지난해 연간 4개 시리즈. 20개 대회에 총상금 17억원 규모로 확대되면서 스타 등용문이 됐다. 스릭슨투어를 후원하고 있는 던롭스포츠코리아(대표 홍순성)는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모든 개별 대회에 클럽 수리 차량인 투어밴 서비스를 지원하고 전폭적인 선수 후원으로 호평을 들었다. 정찬민은 지난해 스릭슨투어 12차전과 최종 20차전에서 2승을 거두고 2차례 준우승을 하며 오랫동안 기다린 코리안투어 출전자격을 따냈다. 2022시즌 코리안투어 개막전은 4월 14일부터 17일 강원 춘천 라이에빌CC에서 열리는 제17회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올 시즌은 상금과 대회수에서 코리안투어 사상 최대 규모로 펼쳐진다. 총 22개 대회에 160억5000만 원 이상의 총상금이 걸렸다. ‘큰 칼’을 찬 준비된 신인 정찬민의 시선이 역대급 무대를 향하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2017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상 시상식 때 일이다. 김지현(31)과 장은수(24)는 나란히 눈부신 드레스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받았다. 김지현은 당시 시즌 3승을 올리며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오지현, 이지현과 우승을 번갈아 하면서 ‘지현 천하’라는 말까지 나오던 시절이었다. 장은수는 동갑내기 박민지를 제치고 평생 한 번 뿐인 신인상을 타이틀을 안은 뒤 눈물까지 쏟았다. 다음달 개막하는 KLPGA투어 2022시즌을 앞둔 김지현과 장은수는 화려한 과거 기억은 이미 지운지 오래인 듯 했다. 18일 경기 파주 서원밸리CC에서 창단식을 가진 신생 대보건설 골프단과 스폰서 계약을 마친 두 선수는 절치부심하며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모든 아이언 샷을 5m 이내에”김지현과 장은수는 누구보다 새 시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지현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가 겹쳐 2019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통산 5승을 달성한 후 3년 가까이 우승과 거리가 멀어졌다. 신인왕 등극 후 꾸준히 안정된 성적을 내던 장은수는 2020시즌 상금 랭킹 64위에 처져 정규투어 시드를 놓쳤다. 2017년 KLPGA투어 데뷔 후 처음으로 강등의 충격을 받은 장은수는 지난해 드림(2부)투어 상금 랭킹 3위에 올라 정규투어 자격을 회복했다. 김지현은 두 달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팜스프링에서 동계훈련을 가졌다. 오전 라운드(9홀 또는 18홀), 오후 연습장(샷 또는 쇼트게임), 저녁 체력 운동을 반복하는 일정을 주 6회 소화했다. 김지현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시즌 때와 비슷한 스케줄로 생활하려 했다”며 “내 장점인 아이언 샷을 모두 5m 이내 붙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해마다 1승씩을 목표로 삼은 김지현은 그 첫 단계로 모든 대회 톱10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대보건설이 주최하는 ‘대보 하우스디 오픈’을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꼽고 싶어요. 한화클래식 우승도 꿈꾸고 있습니다.”●“강도 높은 체력훈련은 부상도 예방”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던 김지현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체력 보강에 주력했다. “체력 운동은 시즌 중에도 그렇지만 시즌 준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체 밸런스가 깨지지 않도록 전담 트레이너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어요.” 어깨나 손목 등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으며 연습 전후와 라운드 전후 운동도 빼놓지 않았다. 고무줄이나 공 등 소도구를 활용해 몸의 균형을 잡고, 스트레칭으로 몸에 쌓인 피로를 풀었다. 초등학교 때 쇼트트랙 선수를 했던 김지현은 고되고 지루한 근력 운동이 몸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때 고된 스케줄에 따른 체중 감소를 막기 위해 닭 가슴살, 고구마, 감자, 파스타 등 단백질과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으로 하루에 5끼니를 먹는 식이요법도 병행하기도 했다.●“오랜 경험은 30대 챔피언을 향한 밑거름”김지현은 투어 입문 후 CJ와 6년, 한화와 6년 장기 계약을 한 뒤 대보건설과 새 인연을 맺었다. 김지현은 “후원사가 있기 때문에 지금 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보건설은 처음 골프단을 결성한 만큼 내외부적으로 갖는 기대가 클 것이다. 거기에 부응하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은 “뛰어난 기량과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이 대한민국 골프 발전에 기여하고 더불어 회사도 함께 성장하는 ‘윈윈’의 결과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골프단 창단을 계기로 회사의 위상도 높이고 그린콘서트로 대표되는 대보그룹의 자선문화와 나눔의 철학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KLPGA투어에서 30대 챔피언은 맥콜 모나파크오픈 우승자인 김해림(당시 32세)이 유일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서는 서른 줄에 접어든 선수는 노장 취급을 받기 일쑤다. 어린 선수들이 워낙 잘 치다 보니 고참 선수들은 부담감에 시달리며 오히려 경기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올해 31세가 된 김지현도 예외는 아니었다. 잘 쳐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더 안 풀렸던 것 같았다는 게 그의 설명.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훈련에 전념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지현은 “엄청나게 장타를 치는 후배들이 많다. 그래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로 여러 상황을 판단하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샷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내 장점이 아닐까 싶다”며 “해야 할 것을 하며 기다리다 보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순간이 찾아올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열 SBS골프 해설위원은 “현실적으로 받아드릴 수 있는 부분은 모두 받아드리고 편하게 시즌을 시작한다면 좋을 결과가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지현은 투어 데뷔 후 10년 넘게 캘러웨이 클럽만 사용하고 있다. 그는 “캘러웨이의 클럽과 기술을 믿기 때문에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때까지 함께 할 것 같다”고 신뢰감을 드러냈다. 드라이버 정확도에 집중하고 있는 김지현은 해마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좋아지고 있다. 2019년 28위(77.9%)에서 2020년 14위(81.6%)로 향상됐고 지난해에는 6위(81.6981%)였다. 캘러웨이 피팅팀에 따르면 김지현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볼 스트라이킹을 지향한다. 스윙 스피드의 에너지가 공에 잘 전달되는지를 따지는 에너지 전달율에서 KLPGA투어 최상위권이라는 게 캘러웨이 측의 설명이다. 아이언 샤프트는 다소 무게감이 있는 NS pro 950(95g) 샤프트를 선택해 일관성과 그린 적중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지현은 “팬들의 응원에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기에 많은 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며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평생 팬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실력과 인성을 갖춘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과거와 다른 장은수 보여드릴게요.”호랑이 띠인 장은수는 1월 17일부터 2월 28일까지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그는 “코로나로 작년에는 국내에 머물렀기에 이번 해외 전지훈련은 매우 오랜만에 다녀온 느낌이 들었다”며 “올해는 골프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시즌이라 그 어느 때 보다 진지했고 샷 연습과 체력훈련까지 모든 것에 더 많이 공을 들였다”고 했다. 비거리 증대와 아이언 샷 위주의 훈련 과정을 거쳤다. 성적 부진으로 드림투어로 밀려났을 때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드림투어에 처음 갔을 때는 의기소침해졌고 예민해졌어요. 하지만 막상 시즌에 돌입하고 나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다시 나만의 골프를 찾고 자신감을 되찾는데 만 집중했습니다.” 시련은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장은수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골프에 대한 새로운 마음가짐을 찾았다. 2022년 정규투어에서 과거의 장은수와 다른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 준 값진 시간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장은수는 KLPGA투어 통산 102개 대회에 출전해 두 차례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아직 투어에서 우승을 신고하지 못했기에 이번 시즌 첫 승 갈증부터 풀고 싶다. “새로 창단한 골프단에서 같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돼 큰 영광이에요. 아직 정규투어 우승이 없는데도 저를 믿고 후원해 준 대보건설과 함께 첫 우승의 기쁨을 누리고 싶어요.” 지난해 드림투어 2차전에서 6차 연장 끝에 정상에 오르며 근성과 함께 결정적인 고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클러치 능력이 향상됐다는 평가도 들었다. 김재열 해설위원은 “장은수 프로는 절박함을 느꼈기 때문에 독해졌을 것이다. 드림투어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골프를 이해하는 정도가 넓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은수는 “정규투어와 드림투어는 대회 코스 상태에서부터 많은 차이가 있었다. 후원 계약 문제 등에서도 냉정한 현실을 느꼈다. 정규투어에 복귀해 항상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싶다. 늘 떳떳하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보그룹 홈페이지에 나오는 회사 경영지침은 ‘지금 처한 곳에서 최선을 다하자’와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 ‘러프’와 ‘해저드’를 뚫고 부활을 꿈꾸는 김지현과 장은수도 가슴에 새길 만한 문구였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타이거 우즈(미국)와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전성기 시절 1야드(약 91cm) 단위로 거리를 측정하는 정교한 플레이로 유명했다. ‘골프 여제’ 고진영(27)이 우즈와 소렌스탐 등이 갖고 있던 갖가지 기록을 줄줄이 깨뜨리는 비결도 ‘초정밀 골프’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시즌 첫 출전 우승으로 2022년 전망 활짝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LPGA투어에서 처음으로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스코어를 기록해 소렌스탐과 유소연,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던 이 부분 신기록을 수립했다. 또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30라운드 연속 언더파 행진도 이어갔다. 앞서 2019년에는 114홀 연속 노보기 기록을 세우며 우즈의 110홀 연속 노보기 기록을 넘어섰다. 지난 10개 대회에서 6차례 우승을 차지한 고진영의 LPGA투어 통산 우승 횟수는 13회.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6승이 지난해 7월 이후 최근 8개월여 사이에 나왔을 만큼 필드를 지배하고 있다. 고진영에게 HSBC 위민스 챔피언십은 시즌 첫 출전 무대였다. 앞서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3개 대회에는 나서지 않았다. 대신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팜스프링 테라라고골프장에서 45일 넘는 동계훈련에 공을 들였다. 고진영의 훈련을 이끈 이시우 프로는 “코어 운동과 코어 회전을 통해 쉽게 스윙 밸런스와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연습에 집중했다”고 전했다.●필드 샷 데이터 분석으로 커진 자신감고진영은 아이언 계약사인 브리지스톤을 수입하는 석교상사 이민기 회장을 비롯한 투어 팀의 방문도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석교상사 팀은 한국에서 미국 훈련장을 찾아 국내에서는 추운 날씨와 선수 컨디션 문제로 할 수 없었던 필드 샷 데이터 분석을 실시했다. 고진영은 매트가 아닌 페어웨이 잔디와 언듈레이션에서 이뤄진 측정을 통해 실제 대회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얻어 견고한 스윙을 장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고진영이 사용하는 아이언은 브리지스톤 투어 B 201CB. 7번 아이언을 33도로 세팅하고 번호별로 4도씩 로프트 간격을 유지한다. 고진영은 7번 아이언의 경우 측정 결과 비거리 137m, 스핀량 6000rpm을 거의 일정하게 유지했다는 것. 석교상사 신용우 상무는 “고진영 프로의 스윙은 마치 로봇 같았다. 샷 마다 편차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 까지 연습장을 떠나지 않을 만큼 집요하게 매달렸다”고 말했다. 한 용품업체 클럽 피팅 전문가는 “트랙맨 테스트를 할 때 평소 플레이보다 데이터 값이 올라가거나 편차가 심한 경우도 있다. 고진영 프로의 경우는 연습 때부터 한결 되고 일관된 스윙을 갖고 있다보니 훈련 성과가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민기 회장을 비롯한 석교상사 현장 방문팀은 고진영을 비롯해 임희정, 박현경, 배소현, 유수연 등 팀 브리지스톤 선수들을 위해 훈련 지원 뿐 아니라 한식 제공 등 격려의 자리를 마련해 선수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미세 조정으로 최적의 샷 구현고진영은 2018년 LPGA투어 진출 후 해마다 80% 가까운 그린적중률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송곳 아이언’의 대명사로 불렸다. 지난해 2위(78.77%)로 마쳤지만 1위 렉시 톰프슨(78.81%)과의 격차는 0.04%에 불과했다.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도 고진영의 그린적중률은 시즌 1위에 해당되는 83.3%였다. 석교상사에 따르면 “고 프로가 훈련 도중 스핀량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 급히 납 테이프를 구매해 클럽 웨이트에 변화를 줬다. 이번 대회에서도 납 테이프를 붙인 채 사용했다”고 귀띔했다. 고진영은 시즌 첫 대회에서 드라이버 비거리 245야드에 페어웨이 안착률은 89%에 이를 정도로 안정된 티샷을 펼쳤다. 고진영은 아이언을 제외한 나머지 클럽은 계약을 하지 않고 다양한 제품을 테스트해가며 자신과 궁합이 맞는 브랜드를 선택하고 있다. 드라이버는 지난해 도쿄 올림픽 이후부터 타이틀리스트 TSi3를 쓰고 있다. 처음에는 로프트 9도 제품을 사용하다 시즌 막판 체력 소모가 심해지면서 스윙 스피드가 떨어지고 탄도가 낮아졌다. 이에 고진영은 피팅을 통해 10도 제품이 최적의 퍼포먼스를 보이면서 올 들어도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최상의 플레이에 1도 차이도 큰 영향을 준 셈이다. 시즌 도중 클럽 교체나 피팅 변경에도 과감할 만큼 고진영은 자신의 몸 상태와 스윙에 맞는 최적의 제품에 열린 태도를 지녔다. 2021시즌 9월 이후 고진영은 7개 대회에서 모두 톱6에 들며 4번이나 정상에 오르는 폭풍질주를 했다. 고덕호 프로는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 컨트롤이 더욱 정교해졌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집중력은 단연 최고”라고 칭찬했다.●맞춤형 훈련으로 실전 효과 극대화고진영은 LPGA투어 데뷔한 2018년 첫 출전한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대기록 한 가지를 세웠다. 1951년 이스턴오픈의 베벌리 헨슨(미국)이후 67년 만에 사상 두 번째로 LPGA투어 공식 데뷔전에서 우승한 신인 선수가 된 것. 흔히 프로골퍼는 시즌 첫 출전한 대회에서는 경기 감각을 찾기 어려울 때가 있다. 우승 후보로 지목된 강자들은 주위의 시선을 부담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예상 밖의 다크호스가 우승 트로피를 드는 이유다. 고진영은 다르다. 이시우 프로는 “고진영 프로는 동계훈련을 마치거나 시즌 도중 스윙 교정을 한 직후 바로 우승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자신의 골프에 대한 이해도와 실전을 염두에 둔 훈련을 실시하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5주 스윙 교정의 효과를 봤다. 임팩트 때 볼 콘택트에 집중하다보니 상체가 앞으로 쏠려 정확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려고 큰 근육 위주 스윙으로 몸의 축을 유지하는 데 신경을 썼다. 신용우 상무는 “고 프로는 매사에 목표가 명확하다. 오늘은 어떤 연습을 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와야 할지 정하고 이를 달성하고자 노력한다. 자기 컨트롤도 철저하다”며 “연습 라운드를 대하는 모습도 대회와 같은 루틴으로 준비한다. 하루 1분 1초로 허투루 쓰지 않고 진지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내 사전에 안주는 없다.”고진영는 싱가포르에서 시즌 첫 정상에 오른 뒤 여전히 갈증을 느끼는 듯 했다. 우승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번 주는 전지훈련이 끝나고 나온 첫 대회였다. 어떤 것이 부족한지 스스로 잘 알았기 때문에 1주일이라는 시간동안 뭘 해야 할지 깨달았다. 한국에 돌아가서 열심히 연습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린 챔피언에게서 여유나 느긋함은 찾기 힘들었다. 고진영은 귀국 후 사흘 만에 수원CC 연습장에서 이시우 프로와 함께 스윙을 점검했다. 왼쪽 어깨와 백스윙 톱에서 부자연스러운 동작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시우 프로는 “스윙할 때 연결동작이 더욱 매끄러워질 수 있도록 리듬 잡는 것 위주로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마다 고진영과 동계훈련을 같이 하고 있는 한국여자골프(KLPGA)투어 간판스타 박현경은 “언니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늘 분석하고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려 노력한다.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물어보며 발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좀처럼 만족하지 않고, 언제나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고진영. 그래서 그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됐는지 모른다. 더 오래 더 멀리 갈 것 같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올해는 3승 해야죠.” 2022시즌 목표를 물었더니 구체적인 승수까지 밝혔다. 이소미(23·SBI저축은행)는 그럴 만도 했다. 201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루키 시즌에 우승은 없었어도 상위권 성적으로 마친 뒤 2020년 첫 승을 신고한 데 이어 지난해만 2승을 올렸다. ‘늘 성장하는 해를 만든다’는 자신의 골프 철학에 따라 이번에는 눈높이를 한 단계 더 높였다. 3승 가운데 메이저 타이틀이 포함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각오.● 역대급 강훈련으로 떨쳐낸 잘못된 습관이소미는 최근까지 제주에서 두 달 넘게 강도 높은 동계훈련을 가졌다. 무엇보다 시즌 내내 일관된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체력 강화에 집중했다. “지구력을 높이려고 러닝과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병행했어요. 순발력, 근력을 키우고 유산소 운동도 다양하게 지속적으로 했죠. 이제 시즌 전까지 체력훈련으로 딱딱해진 몸을 유연성 운동을 통해 부드럽게 만들 생각입니다. 선수 생활 오래하려면 부상이 없어야죠.” 고교 시절부터 자신을 지도한 한연희 전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과 함께 진행한 이번 전지훈련에서 이소미는 스윙 교정에도 공을 들였다. 임팩트 후 왼쪽 어깨가 빨리 열려서 오른쪽으로 향할 때가 있던 구질을 바로 잡았고, 스윙도 한결 간결해졌다. 이소미는 “하루 일과를 마치면 피곤해서 더 이상 움직이기조차 싫을 정도로 힘든 스케줄이었다”며 웃었다. 제주 날씨가 바람, 눈 등이 심해 힘들 때도 많았지만 오히려 악천후에 대처하는 요령을 터득했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한연희 감독은 “이소미 프로가 이번 겨울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땀을 흘리며 잘못된 습관을 고쳤다. 정신적으로도 여유를 갖게 됐으며 자신감을 심어준 만큼 지난해 보다 나은 성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소미의 소속사인 지애드 관계자는 “이소미 프로는 성실의 대명사다. 훈련량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고 전했다.● “안정된 성적의 비결은 감정 컨트롤”2021시즌 이소미는 28개 대회에 출전해 컷오프 1회, 기권 1회를 빼면 나머지 26개 대회에서 모두 컷을 통과할 만큼 기복이 없었다. 상금 7억5840만1922 원을 받아 상금 랭킹 6위였다. 평균 타수는 70.84타로 7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 KLPGA투어에 데뷔할 당시 조아연, 임희정, 박현경 등 입회 동기들에 비해 강력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이젠 어엿한 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소리 없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폰서십을 맺은 업체만도 8개에 이르러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라고 부를만하다. SBI저축은행이 메인스폰서이며 벤제프(의류), 캘러웨이(용품), 렉서스(차량), 광주CC(골프장) 등에 이어 새롭게 리쥬란(화장품), 커피스미스(음료)와도 계약을 마쳤다. 지난 시즌 거둔 눈부신 성과에 대해 그는 “성적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 부분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감정 컨트롤이 힘들어진다. 그저 ‘내가 준비한 모든 것을 하고 오자’라는 마음으로 대회에 나섰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퍼팅 연습 때 눈을 감으면 성공률 높아져”이소미는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12위(245.6야드)로 상위권을 유지하면서도 페어웨이 안착률이 77.2%(30위)에 이를 정도로 티샷이 안정적이다. 주말골퍼를 위한 장타 요령에 대해 그는 “너무 큰 스윙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적당한 백스윙 크기와 함께 공을 정확하게 맞추려고 하면 된다. 몸이 유연하면 아주 좋으니 연습 전 스트레칭은 필수다”고 조언했다. 그린적중률도 11위(76.7%)에 오를 만큼 날카로운 아이언 샷을 지녔으며 평균 퍼팅수는 27위(30.35개). 퍼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그는 “공이 퍼터 가운데에 정확히 맞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눈을 감고 퍼팅 연습을 하면서 퍼터를 몸으로 느끼면서 연습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짧은 퍼팅은 최대한 낮게 스트로크를 하고 리듬을 일정하게 해야 성공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김재열 SBS 골프 해설위원은 “장타에 탄도가 높아진 샷을 가진 이소미 프로는 긍정적인 마인드도 강점이다. 주니어 때 같은 퍼팅의 일관성만 겸비한다면 최고의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소미는 시즌 개막전으로 다음달 7일 제주에서 열리는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 출전해 대회 2연패를 노린다. 타이틀 방어와 함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전년도에 우승을 한 의미가 있는 대회라 욕심이 납니다. 남은 기간 쇼트게임 훈련을 하고, 컨디션 조절을 잘해서 지난해처럼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시작하고 싶어요.”● “골프는 인간의 자제력을 시험하는 스포츠”이소미는 한국 골프의 간판스타 최경주(52)와 인연으로 유명하다. 전남 완도가 고향인 이소미는 최경주의 완도 화흥초등학교 후배다. 최경주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7세 때 골프에 입문한 ‘탱크 키즈’다. 이소미는 초등학교 시절인 2007년 모교를 찾은 최경주에게 그립 등에 대해 한 수 지도를 받기도 했다. 당시 최경주에게 “꿈은 크게, 실천은 작은 것부터”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최경주처럼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벙커샷을 연습한 적도 있다. 이소미는 금호중앙여고에 다니던 2017년 국가대표 자격으로 2017년 SK텔레콤오픈 재능기부 프로암 ‘행복나눔’ 행사에 참가해 최경주를 다시 만나 필드 레슨을 받았다. 이 때 최경주는 “국가대표 선수가 된 후 성공하는 비율은 0.1%도 안 된다. 앞으로 자기관리, 훈련 등이 더 중요하다. 더 자신에게 집중하고 수양해야 한다”며 이소미를 격려했다. 이소미는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골프 여제’ 박인비와 처음 동반 라운드를 했다. 2021년 한 해를 통틀어 가장 행복하고 대단한 라운드였다고 말할 만큼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경기 후 그는 인스타그램에 “처음으로 나도 저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존경받은 선수가 될 거야!”라는 글을 남겼다. 범띠 골퍼 이소미는 팬들의 기억 속에 멋쟁이 선수로 남고 싶다고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 있고 이소미답게 플레이한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 인내심을 강조했다. 골프의 매력도 “인간의 자제력을 시험하는 듯한 스포츠라는데 있다”고 평했다.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힘든 시기가 찾아와도 괴로워하지 않고 배우려고 했다. 매번 찾아오는 어려움 속에 깨달음을 얻고 싶다’는 내용의 글도 남겼다. 자신과의 싸움을 즐긴다는 이소미가 새 무대에 오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3억(2019년)→5억(2020년)→8억(2021년)→10억?(2022년). 박현경(22·한국토지신탁)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후 해마다 전진을 거듭했다. 루키였던 2019년 3억 원(23위)이던 시즌 상금은 2020년 5억2000만 원(7위)이 됐고, 지난해 8억4000만 원(4위)으로 늘었다. 올 시즌 그의 시선은 상금 10억 원 돌파를 향하고 있다. 꾸준한 상승세를 감안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하루해가 짧았던 미국 동계훈련” 박현경은 1월 2일부터 2월 18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팜스프링에서 동계훈련을 가진 뒤 귀국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일주일 자가 격리를 마치고 국내 훈련을 재개할 계획이다. 박현경은 4월 롯데렌터카여자오픈으로 막을 올리는 2022시즌 KLPGA투어에서 3가지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무엇보다 우승부터 해야죠. 그래야 대상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거든요. 그 다음으로 15번 이상 톱10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지난해에는 톱10 14번을 했는데 그 때보다 1개는 더 잘해야죠. 한 시즌 동안 가장 꾸준한 플레이를 했던 선수에게 주는 대상을 받고 싶습니다.” 동계훈련 성과에 대해 그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했다. 그래도 뭔가 숙제가 끝나지 않은 기분이다”며 “아이언 샷의 볼 콘택트 능력이 향상됐고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도 비거리 훈련을 지속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현경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32.6야드로 69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체 평균 수준인 비거리 증대를 주요한 과제로 정했다. 미국 현지에서 박현경의 훈련을 진행한 이시우 프로는 “스윙할 때 회전축을 잡아주면서 거리 향상과 콘택트를 보완했다. 손목과 팔의 간격에 대한 회전 연결 이해도가 높아졌다”면서 “비거리가 240야드 가까이로 늘어나 중상위권 이상으로 올라갈 것 같다. 다음 샷을 할 때 반 클럽 짧게 잡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KLPGA투어에서 드라이버 비거리 240야드는 3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80%에 육박하는 박현경의 사용 드라이버는 브리지스톤 투어B JGR 프로토 9.5도. 샤프트는 벤투스 블루 5S를 장착했다. 길이는 45.25인치에 웨이트는 D1. 클럽 계약사인 석교상사 투어팀에 따르면 “기존보다 탄도를 낮추며 전체적인 거리를 늘리기 위해 조금 하드한 특성의 샤프트로 교체했다”며 “스윙 스피드를 높이는 훈련에 집중해 샤프트 교체에도 캐리 거리가 줄지 않아 전체적인 거리가 늘었다”고 전했다. 40일 넘는 동계훈련은 하루해가 짧게 느껴질 만했다. 오전 5시에 일어나 오전 7시부터 연습 라운드에 들어간 뒤 오후에는 쇼트 게임, 샷 연습, 상황별 레슨을 소화했다. 저녁 식사 후 체력훈련을 하거나 스트레칭과 복근 운동으로 일과를 마무리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타이트한 라이에서 아이언 샷을 집중적으로 연습해 그린 적중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쇼트게임은 거리감에 치중했다는 게 이시우 프로의 설명이다. 지난 시즌 그린적중률은 73.3%로 41위였다.●“꾸준한 성적은 한결 같은 체력이 필수” ‘골프 여제’로 발돋움한 세계 랭킹 1위 고진영과 합동 훈련도 큰 도움이 됐다. 박현경은 “진영 언니와 함께 운동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언니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늘 분석하고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언니 정도의 위치에 있다면 여유롭게 훈련할 것 같은데 언니는 아니다. 이시우 프로님 뿐 아니라 같이 훈련하는 선후배들에게도 지금은 어땠는지, 이렇게 하면 어떤지 늘 물어보고 분석한다. 배울 점이 너무 많고 변함없이 존경스럽다”고 덧붙였다. 박현경은 2020년 KLPGA챔피언십에서 투어 첫 승을 거둔 뒤 고진영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고진영과 통화를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찾았다는 것. 박현경은 “진영 언니가 ‘우승하지 말라’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밖은 하늘에 맡겨 두고 욕심을 내지 말라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박현경의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린다. 지난해 28개 대회에서 컷 탈락은 단 한 번, 6월 롯데오픈에서 나왔을 뿐이다. “체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지난 시즌 끝난 후부터 계속 운동을 해왔어요. 체력 운동도 열심히 했지만 체력을 관리하는 방법도 배워가고 있습니다. 체력 관리 노하우는 더 배우고 느낀 다음 공개해 드릴게요.”●“퍼팅할 때 손목 사용은 절대 금물” 박현경이 꼽은 안정된 성적의 배경은 ‘컴퓨터 퍼팅’이다. 지난해 평균 퍼팅수는 29.45개로 KLPGA투어 1위를 차지했다. 그는 “퍼팅 성공률이 향상돼 버디율과 리커버리율까지 좋아지면서 기복 없는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지난해 개인적으로 가장 큰 성과였다”고 분석했다. 박현경은 장갑을 벗지 않고 퍼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왼손 장갑을 낀 채 퍼팅을 하면 그립과 손의 밀착력을 최대한 높일 수 있어 퍼터와 몸의 일체감이 좋아지고 퍼팅을 끝까지 제어할 수 있다고 한다. 어드레스 때는 고정한 왼쪽 손목이 임팩트 때도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 왼쪽 한손만으로 퍼터를 잡고 스트로크 연습을 하기도 한다. 퍼팅할 때 손목을 쓰는 건 절대 금물이라는 게 그의 설명. 김재열 SBS 해설위원은 “지난해 같은 퍼트감을 유지하면서 비거리까지 늘렸다면 한결 편하게 그린을 공략할 수 있다”며 “박현경 골프는 섬세함을 위주로 하는 스타일인데 여기에 경험을 더한다면 한 단계 올라설 것이다”고 말했다.●“발전하는 과정을 느낄 때 행복” 필드 밖에서 박현경은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한우 홍보대사로 위촉된 뒤 버디 1개당 한우 1㎏씩 적립해 총 185개의 버디로 적립한 한우 185㎏을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기부했다. 팬클럽인 ‘큐티풀 현경’과 함께 버디 기금과 기부금을 합산해 전북 익산시 저소득층 청년들에게 2344만2000만 원을 전달했다. 한국체대에 발전기금 1000만 원을 내놓기도 했다. 성적이 좋아야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그에게 올해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를 묻자 한국여자오픈을 지목했다. 지난해 크리스 F&C 제43회 KLPGA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우승하며 ‘메이저 퀸’이라는 영광스러운 닉네임도 얻었지만 한국여자오픈에서는 마지막 날 마지막 홀 결정적인 실수 한 방에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한국여자오픈 파이널 라운드 마지막 홀 티샷이 가끔 생각납니다. 프로 데뷔를 하고 나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뽑고 싶어요. 그런 만큼 올해는 그 대회에서 꼭 우승하고 싶어요.” 당시 박현경은 대회 4라운드 17번홀까지 박민지와 공동 선두를 이뤘다. 하지만 18번 홀 티샷을 러프에 빠뜨리면서 결국 보기로 마쳐 이 홀에서 버디를 낚은 박민지에 2타 뒤진 2위로 끝냈다.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할 만큼 큰 상처를 입었지만 그래도 쓴 약이 된 듯 하다. “골프는 자꾸만 더 노력하게 만들어서 매력적이에요. 사람들은 결과만 따지지만 저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 과정 속에서 발전하는 내 모습을 볼 때 너무나도 행복해요. 올해도 저를 비롯한 모든 KLPGA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루 빨리 골프장에서 만나 뵙기를 바랍니다.”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이런 글도 있다. ‘낯설다고 뒷걸음치지 않아야지. 모든 것을 경험하는 법을 배우고 새로움 앞에서는 떨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지. 곧게 뻗어가라는 뜻을 지닌 이름을 가진 박현경이 묵묵히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스포츠에서 ‘나이는 숫자가 불과하다’는 표현을 쓸 때가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40대 전성기’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지난 시즌에는 PGA투어 51개 대회에서 40세 이상 선수가 8승을 합작했다. 시즌 2승을 거둔 48세 스튜어트 싱크를 비롯한 7명이 ‘4학년’ 이상이었다. 필 미컬슨은 51세 나이로 PGA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메이저 대회 최고령 챔피언 기록까지 갈아 치웠다. 국내로 시야를 돌려보면 상황은 다르다. ‘나이는 못 속인다’고 해야 할 판이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는 황인춘(당시 43세)이 2017년 10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4차 연장전 끝에 우승한 뒤 4년 넘게 40대 우승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 2022시즌에는 올해 불혹의 나이가 된 문경준(40·NH농협은행)이 40대 우승을 향해 달려갈 선두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KB금융 리브 챔피언십에서 6년, 69개 대회 만에 개인 통산 두 번째 타이틀을 안았다. 문경준은 황인춘 이후 최고령 우승자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부상 없이 모든 대회 톱10 진입 목표”1982년에 태어난 문경준은 “늘 20대 중반 정도 마인드로 사는데 40살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올해 열심히 해서 다시 한번 정상에 서고 싶다. 모든 대회 톱10 진입과 제네시스 포인트 랭킹 톱5도 목표”라고 새 시즌을 향한 각오를 밝혔다. 프로골프 세계에서 40대는 한때 ‘샌드위치 세대’로 불리기도 했다. 20~30대 후배에겐 파워에서 밀리고 50세 이상이 출전하는 챔피언스 투어에는 참가할 수 없다. 하지만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고성능 클럽이 쏟아져 비거리 핸디캡을 줄여주고 있으며, 과학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으로 체력의 한계도 극복하는 양상이다. 풍부한 경험과 노련한 쇼트게임 능력은 어린 선수들이 갖지 못한 차별화된 장점을 꼽힌다. 문경준은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 자신과 싸울 뿐이다”라면서 “다만 어린 선수들의 유연성과 체력은 좀 부럽다”며 웃었다. 2022시즌에 앞서 그는 무엇보다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부상 방지를 위한 간결한 스윙도 신경 쓰는 부분. “부상당한 팔꿈치 치료를 위해 본의 아니게 집에서 많은 휴식을 했습니다. 이제 컨디션이 올라와 재활운동과 체력운동, 샷 연습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 “쇼트 퍼팅 성공률 향상은 과제”지난해 문경준은 상반기 시즌 개막 후 6월까지 6개 대회에서 우승 1회 포함 3차례 톱10에 들며 컷 탈락 한 번 없는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하반기 3차례 컷 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2021시즌 100점 만점에 80점을 주고 싶다는 그는 “국내외 투어를 병행하다보니 체력관리를 제대로 못해 기복이 있었던 것 같다. 적절한 휴식이 필요했는데 해외 투어에 다니면 골프장 환경(연습장, 쇼트게임장, 퍼팅 그린)이 너무 좋아 매일 연습만 했던 게 부상을 불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에는 일관성을 높이려고 체력 운동과 컨디셔닝 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다. 문경준은 “체력 보강도 기본에 충실하려 한다. 골프 피트니스, 비거리 향상 등 다 중요하지만 몸 안에 어떻게 어디서부터 안정이 되고 어떻게 힘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배우며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경준은 퍼팅 보완을 주요 과제로 지적했다. 지난해 그는 코리안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291.3야드(21위)를 기록하며 후배들과 당당히 맞섰다. 드라이버는 캘러웨이 에픽 맥스 LS(로우스핀) 7.5도를 쓰는 데 샤프트는 44.74인치에 후지쿠라 벤투스 블랙 7 X를 장착했다. 그린적중률도 71.23%(18위)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아이언 샷의 달인으로 꼽히는 그는 몸통 스윙을 강조했다. “팔이 아닌 몸의 회전을 이용한 스윙을 해야 아이언 샷의 정확도가 높아져요. 원하는 지점으로 공을 보내려면 클럽과 몸이 따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무엇보다 중심축을 유지하면서 자신에 맞는 스윙을 하는 게 중요해요.” 양쪽 팔 사이에 공을 끼고 스윙을 하면 몸통 스윙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연습 방법도 조언했다. 공 대신 수건을 써도 된다고 한다. 반면 평균 퍼트수는 1.84개로 82위에 처졌다. “특히 취약했던 1,2m 거리의 짧은 퍼팅 성공률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 ● “내편 같은 NH농협은행 응원으로 다시 우승”문경준은 지난해 NH농협은행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하며 안정된 투어 환경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2015년 GS칼텍스 매경오픈 이후 많은 기회가 있었는데도 우승이 없었습니다. NH농협은행 입단을 계기로 손병환 회장님과 권준학 은행장님 그리고 많은 임직원분들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다시 우승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자신감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좋은 건 내편이 많아 졌다는 겁니다.” 그는 또 “회사에서는 사회 환원과 스포츠 마케팅의 일환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 저는 골프를 통해 또 제 삶을 통해 그 이상의 가치를 드리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경준은 고교 1학년까지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다 대학교 2학년 재학 중 교양과목으로 골프를 처음 접했다. 뒤늦게 골프 선수가 됐지만 테니스와 골프의 공통점이 많았기에 빠르게 적응했다는 그는 24세 때인 2006년 프로에 데뷔했다. 2019년 우승 없이 7차례 톱10에 들며 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대상을 받았다. 그는 평생 한 번 하기도 힘든 앨버트로스를 두 번이나 했다. 지난해 3월 유러피언투어 케냐 사바나 클래식에 출전했다가 2라운드 7번홀에서 파4 홀인원을 기록했다. 앨버트로스의 확률은 200만분의1로 알려져 있다. 홀인원의 확률은 1만2000분의 1. 문경준은 2009년 성남 남서울CC에서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2라운드 9번 홀에서 앨버트로스를 처음 낚았다. 파5 홀에서 세컨드 샷을 홀에 집어넣었다. 문경준은 “골프를 20년 가까이 했지만 파4 홀인원은 처음이었다.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집에서는 아침상 차리는 세 아들 아빠.”세 아들을 둔 문경준은 남다른 가족사랑으로 유명하다. 필드 안팎에서 다둥이 아빠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의 아침식사는 제가 챙기려고 노력합니다. 골프선수이지만 제 인생에서 골프보다 더 중요한건 한 여자의 남편이고 세 아이의 아빠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어요. 그래서 시간 나는 데로 와이프, 아이들과 함께 놀고 이야기하고 공부도 하고 지냅니다. 그냥 거리낌 없는 편한 아빠였으면 좋겠어요.” 문경준은 지난해 우승 후 “아빠 우승했다. 얘들아 고기 먹으러 가자”는 소감을 밝히며 활짝 웃었다. 올해도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구슬땀을 쏟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이글 이글 이글.’ 윤이나(19·하이트진로)는 화끈한 ‘이글 쇼’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세상에 알렸다. 지난해 6월 충북 청주 그랜드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점프(3부)투어 6차전 1라운드에서 3개의 이글을 낚았다. KLPGA에서 한 선수가 한 라운드에서 이글 세 방을 기록한 건 사상 처음. 당시 스코어는 67타. 이글 3개, 버디 1개에 보기 2개를 했다. 18홀을 도는 동안 한 번도 쉽지 않은 이글을 3개나 낚은 뒤 그는 훨훨 날아올랐다. 점프투어를 거쳐 드림(2부)투어에 뛰어들어 상금왕에 오르는 고공비행 끝에 2022시즌 KLPGA 정규투어에 신인으로 데뷔하게 됐다. 이번 시즌 KLPGA 정규투어 루키 그룹에는 선배 언니들을 위협할 강자들이 유난히 많다. 슈퍼루키 윤이나는 ‘2022학번’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샌디에이고 동계훈련 구슬땀지난 연말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동계훈련을 하고 있는 윤이나는 “고대하던 정규투어에서 뛰게 돼 무척 설레고 기대된다”며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서 안정적으로 시드를 유지하면서 우승과 신인상을 노리겠다”고 3가지 목표를 밝혔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무엇보다 쇼트 게임 연마에 중점을 두고 있다. 100m 안쪽 웨지 샷과 그린 주변 어프로치, 퍼팅 등이 집중 점검 대상이다. 시즌 때 거의 매주 대회가 열리는 빡빡한 스케줄을 감안해 주 3회 강도 높은 체력 트레이닝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오늘도 연습라운드 장소인 테라라고GC의 파5홀에서 이글을 했다”며 ‘이글 머신’다운 면모도 보였다. 여가시간에는 주로 책을 읽고 골프와 관련된 메모를 즐겨한다고 한다. 정규투어 데뷔는 4월 7일 시즌 개막전으로 막을 올리는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서 이뤄질 예정.드림투어 상금왕으로 자신을 향한 기대감이 높아진 데 대해 윤이나는 “큰 관심을 가져주셔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직 부족한 만큼 훌륭한 선배, 동료 선수들과 함께 경기하면서 계속 배우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윤이나는 지난해 9월 정규투어인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해 3라운드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7위를 차지했다. 일찌감치 실력을 검증받은 만큼 정규투어에서도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드림투어와 정규투어는 시합장 세팅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코스 상태, 그린스피드, 카메라, 갤러리 등등도 차이가 많습니다. 달라진 환경에서 갖고 있는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재열 SBS 골프해설위원은 “국가대표 출신으로 올해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다. 비거리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약점을 찾기 힘든 선수”라며 “시즌 시작 후 조급하지 않게 경험만 쌓아간다면 무궁한 발전의 잠재력을 지녔다”고 윤이나를 평가했다.● 폭발적인 비거리에 정확성까지 겸비키 170cm인 윤이나는 250m 넘는 장타를 치는 파워히터로 유명하다. 그의 용품 계약사인 타이틀리스트의 스윙 분석에 따르면 평균 드라이버 헤드스피드는 98~105마일에 이른다. KLPGA투어 선수들의 평균 드라이버 헤드스피드가 90~93마일인 것을 감안하면 파워부터가 남다르다. 윤이나는 50g대의 샤프트를 사용하는 대부분 여자 선수와 달리 60g대의 플렉스 S샤프트를 선택했다. 아이언은 타이틀리스트 620CB(4번~8번)와 620MB(9번~P)를 콤보로 쓰고 있는데 여자 선수들보다 로프트를 더 높게 구성하고 있다. 7번 아이언의 경우 남자 선수들과 비슷한 35도로 높인 제품을 쓰고 있다. 여자 선수들의 7번 아이언 평균 로프트는 32도. 힘이 좋고 거리가 멀리 가기 때문에 높은 로프트를 사용해 비거리보다는 정확도를 더 확보하려 하는 것. 아이언 샷의 정확도가 높아 그린적중률은 85%를 넘나든다. 오른쪽 무릎을 안으로 살짝 넣었다가 스윙을 시작하는 ‘트리거 동작’도 장타의 비결로 꼽힌다. 타이틀리스트 리더십팀 김창균 피터는 “대부분 국내 여자 선수들은 별도의 트리거 동작을 갖고 있지 않다. 윤이나 프로는 본인만의 트리거 동작을 통해 스윙 전 경직돼 있던 근육을 풀어줘 더욱 안정감 있고 리듬감 있는 스윙을 구사한다. 미세하지만 오른쪽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 펴주는 동작은 하체에 파워를 더욱 실어주어 장타 퍼포먼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창균 피터는 “윤이나 프로가 압도적인 장타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훌륭한 체격조건도 있지만 어릴 적부터 무조건 세게 치도록 지도한 아버지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윤이나의 아버지는 딸이 골프를 처음 시작한 초등학생 때부터 OB를 내지 않기 위해 혹은 스코어를 잘 내기 위해 드라이버를 컨트롤해서 치기보다는 무조건 세게, 멀리 치도록 가르쳤다고 한다. 샷의 파워와 힘의 한계를 늘릴 수 있는 주니어 시기에 꾸준히 힘을 활용하고 키울 수 있도록 연습한 것이 장타의 기반이 됐다는 것이다. 윤이나 역시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정확도에 대한 부담감이나 두려움을 갖지 말고 자신 있게 강하게 스윙하는 게 좋다. 거리를 내기위한 근력운동도 함께 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스타 산실 강민구배 중학생 챔피언윤이나는 초등학교 시절 스크린골프를 통해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어렸을 때 아빠, 아빠친구와 등산을 갔다가 스크린 골프장까지 따라갔어요. 그 때 골프에 반해서 가르쳐 달라고 졸랐죠. 공이 잘 맞아서 날아가는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취미로 조금씩 배우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대회에 나가 106개를 쳤어요.” 연습보다 대회 나가는 게 더 재미있어서 선수를 하게 됐다는 윤이나는 중학교 3학년 때인 2019년 대전 유성CC에서 열린 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4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이 대회는 한국 여자골프의 산실로 불리는 국내 최고 권위의 무대다. 앞서 신지애, 김세영, 김효주, 고진영, 최혜진 등을 우승자로 배출한 골프 스타의 등용문이기도 하다. 윤이나는 중학생으로는 김세영(2006년), 김지희(2009년), 신다인(2016년)에 이어 4번째 챔피언이 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강민구 배에서 우승한 건 큰 영광이에요. 멋진 선배 프로님들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2년 동안 활약한 윤이나는 2018년 제20회 제주도지사배 주니어선수권에서 여중부 1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3년 연속 국내 주요 주니어 대회 우승 을 휩쓸었다. 2019년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 주니어 걸스 챔피언십 단체전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지난해 5월 프로 전향한 그는 KLPGA 점프투어 시드순위전을 수석으로 합격했다. 점프투어 4개 대회에서 우승 1회, 준우승 2회, 3위 1회의 눈부신 성적으로 드림투어로 승격해 2승을 포함해 8차례나 톱10에 드는 강세를 보였다. 드림투어에서 평균 타수 69.1613타(2위), 평균 퍼팅수 29.5484개(4위)를 기록할 만큼 고른 기량을 펼쳤다. 롤 모델로는 신지애와 이정은6를 꼽았다. 성실함과 지치지 않는 열정,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닮고 싶다는 게 그의 애기.윤이나에게 골프의 매력을 물었더니 “끝이 없다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배우고 또 배워도 끝이 없어요. 하면 할수록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생겨납니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어요.” ‘이나’라는 한글 이름은 ‘윤이 나다’에서 따왔다. 세상의 밝은 빛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라는 뜻이라고 한다. 새로운 광채를 꿈꾸는 윤이나가 더 큰 무대를 향한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내겐 더 많은 날이 있어 무슨 걱정이 있을까. 하루하루 사는 것은 모두 기쁨일 뿐이야(봄여름가을겨울,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김효주(27·롯데)는 10년 전 이맘때 꿈 많은 17세 고교생이었다. 골프 기대주로 서서히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던 그는 대원외고 2학년에 다니던 2012년 4월 아마추어 초청선수로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마트오픈에서 덜컥 정상에 올랐다. 그것도 나흘 연속 선두를 질주한 끝에 9타차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완성해 챔피언만이 오를 수 있는 꽃마차에 몸을 실었다. 김효주 골프 인생의 꽃길이 열렸다.제주는 약속의 땅‘그린의 천재 소녀’로 주목받은 뒤 강산이 한 번 변할 동안 한국 골프의 간판스타로 이름을 날린 김효주는 초심을 떠올리며 본격적으로 2022시즌 대비에 들어갔다. 8일부터는 제주로 이동해 실전 라운드 위주로 동계훈련에 나선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자신을 지도한 한연희 전 대표팀 감독, 절친한 선후배들과 호흡을 맞춘다. 김효주는 “지난 연말까지는 지인들도 만나면서 휴식시간을 보냈다”며 “새해 들어 트레이닝센터에서 무게운동을 포함한 PT(퍼스널 트레이닝)에 집중하며 실내연습장에서 스윙감을 찾기 위한 가벼운 연습을 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매일 1시간 30분씩 근력을 키운 그는 2월 말까지 제주의 골프장을 돌며 연습라운드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김효주는 동계훈련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겨울에 흘린 땀방울이 한해 성적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얘기. 제주는 과거 중고생 시절 국가대표로 자주 찾던 곳. 힘들 때도 많았지만 우승의 기분 좋은 추억도 쏟아지는 장소다. 주니어 시절을 떠올리며 훈련에 몰두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김효주는 올 들어 요넥스 골프와 후원 계약을 3년 연장했다. 2014년부터 요넥스 드라이버, 우드, 유틸리티, 아이언을 사용한 그는 새 클럽 테스트를 마친 뒤 “내가 가진 힘에 비해 비거리가 많이 나가게 설계가 된 것 같다. 관용성도 뛰어나다”며 평가했다. 요넥스 골프 관계자는 “제주에서 3월 출시 예정인 EZONE GT3 드라이버의 3가지 제품을 번갈아 쳐본 뒤 김효주 프로에게 맞는 최적의 클럽을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국내외 오가며 우승 트로피 사냥김효주는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새해 첫 출격할 계획이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5년 3개월 만에 LPGA 대회 우승을 차지한 기분 좋은 기억을 살려 타이틀 방어를 노린다. 2014년 비회원 신분으로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LPGA투어에 직행한 김효주는 LPGA투어에서 통산 4승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KLPGA투어에 전념하며 2020년 국내 상금왕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KLPGA투어 4개 대회에서 2차례 우승을 포함해 3차례 톱10에 드는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KLPGA투어에서 14승(아마추어 1승 포함)을 거두며 통산 상금만도 32억8000만 원에 이른다.김효주는 2012년 KLPGA투어 첫 우승을 계기로 그 해 10월 프로에 전향했다. 올해는 프로 10년차가 되는 시즌이다. 지난 10년 동안 최고의 순간을 3가지 꼽아달라는 주문에 그는 프로 첫 우승을 신고한 2012년 롯데마트오픈과 함께 2020년 롯데칸타타오픈을 꼽았다. 이 대회에서 오랜 무관의 설움을 끊고 3년 6개월 만의 KLPGA 우승을 하며 재도약의 터닝포인트가 됐기 때문이다. 마지막 하나는 2021년 도쿄올림픽 출전이다. “프로의 입장에서 다시 달았던 태극기의 무게감을 실감할 수 있었으며 그 어떤 대회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올림픽의 감동이 컸어요.”몸은 단단, 마음엔 여유10년 넘게 김효주를 지켜 본 김재열 SBS 골프해설위원은 “골프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플레이 도중 얘기도 많이 하고 자주 웃는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가득 차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또 “내면적인 변화 뿐 아니라 외형적으로는 근육과 몸무게가 늘어 예전에 비해 파워가 생겼다. 비거리와 체력적인 자신감이 두드러진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더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 US여자오픈 등 메이저 대회 우승도 충분히 도전해볼만 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비거리 보다는 정확한 방향성으로 필드를 지배했던 김효주는 갈수록 길어지는 코스 전장과 러프, 까다로운 그린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막혀 정체기를 겪기도 했다. 2018, 2019년에는 정상 언저리만 맴돌 뿐 우승이 없었다. 너무 일찍 꽃을 피운 김효주 시대가 조기 마감되는 게 아닌가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김효주는 이를 악물었다. 2020년 초 50일간의 동계훈련을 통해 체중을 5kg 가까이 늘리며 강철 같은 근력도 키웠다. 몸의 중심을 이루는 코어 근력을 강화하려고 스쿼트, 데드 리프트, 벤치프레스 등을 밥 먹듯 했고, 하루 5km 달리기도 추가됐다. 근육을 키우려고 식이요법도 병행했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하루에 달걀f 8개, 닭 가슴살 600g을 먹기도 했다. 그 덕분에 240야드 정도였던 드라이버 비거리를 20야드 넘게 늘렸다. 예전 보다 짧은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할 수 있게 돼 한결 편안한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이번 동계훈련에서도 벌크업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20대 중반을 넘기면서 정신적으로도 한층 성숙됐다는 평가다. ‘행복한 골프’를 강조하는 김효주는 “지난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며 “동료,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자신의 본분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만족할 만한 성과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었어요. 과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10년에 대한 스스로의 기대와 목표를 만들고 그것을 이루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선수라면 우승을 해야 합니다. 해마다 우승할 수 있는 기량의 흐름을 유지하고 싶어요.”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스무 살을 약관이라고 한다. 갓을 쓰는 나이. 어른 대접 받을 때가 됐다는 것이다. 2002년 태어나 올해 만 20세가 된 김주형(20·CJ대한통운)은 이미 필드의 거물이 된 듯 하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대상, 상금왕 등 4관왕을 차지한 데 이어 지난주 막을 내린 아시안투어에서 상금왕(50만7553달러·약 6억 원)에 등극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투어 상금 1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강욱순(1996, 1998년)과 노승열(2010년)에 이어 12년 만이다. 노승열(19세 5개월 25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연소(19세 7개월 3일) 기록도 세웠다.● 100위 밖 세계 랭킹이 어느새 79위김주형은 “상금왕이라고 하는 것은 그 투어에서 한 시즌 동안 최선을 다했다는 결과인 것 같다. KPGA와 아시안 투어 상금왕 수상은 그래서 더욱 만족스럽다”며 “항상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목표를 차근차근 이뤄나가면서 성취감을 즐긴다”는 그의 시선은 한국과 아시아 무대를 뛰어넘어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연초 설계한 자신의 2022시즌 주요 목표는 세계 랭킹 100위 이내 유지, 우승 1개 하기, 미국 진출(콘 페리 투어·2부 투어). 새해 들어 이미 고속주행모드에 들어간 모습이다. 아시안투어 싱가포르오픈에서 우승한 데 이어 다음 대회인 싱가포르 인터내셔널을 공동 2위로 마치며 세계 랭킹을 79위까지 끌어올렸다. 2주 전만해도 그의 세계 랭킹은 132위였다. 김주형은 2월 3일 개막하는 아시안투어 사우디 인터내셔널에 출전한다. 이 대회는 더스틴 존슨, 브라이슨 디섐보, 잰더 쇼플리, 필 미켈슨 등 특급스타들도 나선다. 총상금만해도 500만 달러(약 60억2000만 원). 아시안투어는 공식 홈페이지에 이 대회를 소개하며 김주형을 사진과 함께 비중 있게 다뤘다. 아시아의 대표 주자로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 “골프 고향 세인트앤드루스 갈 생각에 설레어”새해 벽두부터 우승 트로피를 조기 수집한 그는 메이저 대회에 2개 이상 출전하겠다는 새 각오도 공개했다. 아시안투어 상금왕에 오르며 7월 골프의 성지인 스코틀랜드의 유서 깊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제150회 디오픈(브리티시오픈) 출전권까지 받았다. 지난해에도 디오픈 출전권을 확보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문제로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김주형은 “일단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설렌다”며 “작년에 디오픈에 참가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지만 이렇게 다시 한번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올해는 꼭 참가해 차분하게 나만의 경기를 잘 풀어나가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메이저 대회는 참가할 수 있는 카테고리들이 제한돼 있어 PGA투어 초청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라며 “올해 더 정진하여 다른 메이저 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오차 범위가 미세한 견고한 스윙”김주형 스윙의 장점은 샷의 일관성이 꼽힌다. 키 180cm, 몸무게 100kg의 건장한 체격을 바탕으로 뒤틀림이 많지 않은 스윙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 클럽 계약사인 타이틀리스트 선수지원팀 임지웅 담당 피터는 “스윙 분석기 결과를 보면 스윙 궤도나 스피드 등의 오차 범위가 굉장히 작은 견고한 스윙을 지녔다”며 “지난해 아이언을 신형 T100으로 바꾼 후 아이언의 방향성과 그린을 공략하는 정확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코리안투어에서 김주형은 평균타수 1위(69.16타)에 올랐다. 그린적중률은 73.9%로 2위.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294야드)와 페어웨이 안착률(71.21%)은 모두 12위에 오를 만큼 ‘멀리 똑바로’ 치는 스타일이라는 평가다. 평균 퍼트수는 1.78개로 17위. 평균 버디수(4.16개) 1위였다. 티박스부터 그린까지 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안정된 기량을 앞세워 코리안투어 14개 대회에서 SK텔레콤오픈 우승을 포함해 8차례나 5위 이내에 진입하는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아시아경기 첫 프로 출전 허용올해 9월 중국 항저우에서는 아시아경기가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프로 선수도 처음으로 골프 종목 출전이 가능해졌다. 아시아경기 골프는 직전 대회인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경기까지 아마추어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었다. 대한골프협회는 최근 총회를 통해 아시아경기 남자 대표 4명을 프로 2명, 아마추어 2명으로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프로 선수는 세계 랭킹을 통해 출전 자격을 부여할 전망. 이로써 아시아경기 국가대표 선발을 향한 경쟁이 치열하게 됐다. 이번주 세계 랭킹에서 한국 선수 가운데는 임성재가 24위로 가장 높고, 김시우가 57위, 이경훈이 58위다. 아시아경기 골프는 개인전과 단체전을 치른다. 금메달을 따면 병역 면제 혜택도 받는다. PGA투어에서 뛰는 강성훈, 이경훈은 과거 아시아 경기 금메달을 통해 해외 무대에 집중할 수 있었다. ● “태극마크는 오랜 꿈”김주형은 태극마크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해외 여러 곳에 살면서 다른 선수들이 국기를 달고 경기를 뛰는 것들을 보고만 지냈습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설레는 일일 것 같아요.”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골프 교습을 하는 아버지와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따라 중국, 호주, 필리핀, 태국 등을 돌아다니며 거주했다. 어려서부터 외국 생활을 오래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을 떠올리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김주형은 “아시아경기 전까지 남아있는 대회에서 최선을 다해 기회가 된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써 태극기를 달고 좋은 경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김주형은 2018년 6월 프로 데뷔를 했다. 만 16세 때 일이다. 하루라도 빨리 프로의 꿈을 이루고 싶었던 그에게 스무 살의 의미를 물었다. ”20세가 됐다고 엄청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웃음). 다만 나이가 들고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책임감이 커져간다는 걸 하루하루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20살이 되었으니 조금 더 침착하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골퍼가 돼야죠.“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2018년 여름 그는 설 자리를 잃었다. 최악의 부진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드림투어(2부) 하반기 시드를 놓쳐 더 이상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상심이 컸던 그는 스크린 골프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경기 감각이라도 유지하고 싶어서였다. 주위에서는 스크린 골프가 스윙을 망칠 수도 있다며 뭐라 수군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 됐다. 스크린골프 G투어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재도약에 성공했다. 올해 KLPGA 1부 정규투어 신인으로 데뷔를 앞둔 박단유(27·지벤트)다.● “스크린에 이어 정규투어 신인상도 노릴래요.”2015년 5월 KLPGA에 입회한 그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실내외를 넘나들며 우승트로피를 수집했다. 스크린 골프 G투어에서는 통산 4승을 거뒀다. 2020시즌 G투어에서는 우승 3회, 준우승 1회의 기록을 남기며 최우수선수(MVP)에 해당되는 대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필드 골프인 KLPGA 드림투어에서 2승을 올리며 상금 랭킹 8위에 올라 2022 시즌 정규투어 루키 자격을 획득했다. 박단유는 올해 신인상 자격이 있는 29명의 새내기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기에 더욱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박단유는 “오랫동안 기다리고 꿈꿔왔던 정규투어라 더욱 설레고 기대가 된다”며 “항상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생각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갖고 골프를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항상 옆에서 응원해주고 믿어주는 가족들이 있었기에 또래 친구들보다 오래 걸렸지만 계속 도전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단유는 KLPGA 정규투어를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어린 후배들과 경쟁해야 하는 면도 있지만 내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2022년에는 정규투어 우승을 해보고 싶어요.”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을 향한 의욕도 넘쳐 보인다. 박단유가 올해 최고 루키에 오른다면 2018년 스크린 골프 G투어 수상에 이어 스크린과 필드에서 모두 신인상을 차지하는 진기록도 세운다. 정규투어에서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열쇠로는 강한 체력을 꼽았다. 매주 대회가 연속되기 때문에 체력이 받쳐줘야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동계훈련에서도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근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다음달부터 두 달 동안 제주에 훈련 캠프를 차리기로 했는데 아이언 샷의 정확도를 높이고, 드라이버 비거리를 늘리는 것도 과제다. 올해는 필드 골프에만 전념할 계획.● “스크린 골프가 필드 골프 향상의 보약.”흔히 스크린골프에 집중하다보면 필드 골프에서 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통설도 있다. 박단유 역시 “필드 골프만 치는 선수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스크린 골프에 대해 잘 모르기도 했고, 필드 골프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막상 직접 접해 본 스크린골프는 달랐다. “G투어를 시작한 2018년에는 스크린 골프 기술이 많이 향상돼 필드 골프와 비슷한 구질과 거리를 구사할 수 있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스크린골프는 거리감과 방향성을 화면으로 볼 수 있어서 퍼터 거리감이나 본인의 샷 구질, 거리감을 확실히 연습할 수 있어 필드에서도 큰 도움이 됐어요.” 박단유의 G투어 베스트 스코어는 2019년 롯데렌터카 5차전에서 기록한 62타. 필드 골프 최저타도 지난해 호반 드림투어 3차전 1라운드에서 작성한 62타로 같다. 스크린 골프에서는 21언더파 51타를 친 적이 있다는데 코스는 골프존카운티 무주CC였다고. 18홀을 도는 동안 이글 4개, 버디 13개, 파 1개를 적었다. 박단유는 “이벤트였고, 레이디 티에서 친 기록이긴 해도 잊지못할 라운드였다”며 웃었다. 스크린골프에서 홀인원을 7번 했다고 한다. 2018년 드림투어에서 상금 58만8500 원을 벌어 랭킹 141위였던 그는 이듬해 스크린 골프 G투어에서 3722만 원을 받은데 이어 2020시즌 G투어 상금액은 7255만 원까지 늘었다. 출중한 기량을 펼쳐 ‘믿보박(믿고 보는 박단유)’라는 별명까지 붙었다.지난해 스크린 골프와 필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할 수 있었던 데 대해 박단유는 “꾸준한 스윙과 숏게임 연습을 G투어에 접목시켜 좋은 성적을 만들어냈고, 그 기운과 자신감이 드림투어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크린골프가 골프 대중화를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스크린 골프는 필드 골프보다 시간과 장소, 경제력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골프를 접할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아마추어 분들이 보다 쉽게 골프에 입문하게 된 것 같아요.” 골프존 관계자는 “필드 골프를 하다가 스크린 골프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어프러치, 퍼팅을 어려워하는 데 박단유 프로는 쇼트게임이 특별한 강점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100m 이내 어프로치는 짧고 강하게.”박단유의 장점은 100m 이내 거리의 어프로치 샷이다. 65m 이내에서는 58도. 75m는 54도, 85m는 50도, 95~100m는 피칭웨지를 사용한다. 그는 “100m 이내의 샷을 가깝게 붙이기 위해서는 짧고 강한 스윙을 연습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거리를 조절하기 위해서 큰 스윙으로 손을 쓰거나 힘을 조절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100% 스피드와 힘으로 스윙크기를 조절한다면 더 일관성 있는 샷을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재열 SBS해설위원은 “박단유 선수는 거리 보다는 정확도로 승부를 하는 선수다. 무엇보다 퍼트 능력이 뛰어나다”며 “차분하고 침착한 성격을 지녀 올 시즌 꾸준함과 일관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단유와 클럽 계약을 한 캘러웨이골프 코리아 손형우 피터는 “박단유 프로 스윙의 장점은 넓은 아크를 그리는 시원한 풀스윙을 가졌다”며 “어택 앵글이 높아 좋은 탄도를 낸다”고 분석했다. 손 피터는 또 “하체 회전을 중시하고 일정한 리듬감을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둔 스윙이라 정확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박단유가 골프와 인연을 맺은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어머니를 따라서 실내 연습장에 갔다가 혼자 스윙하는 모습을 본 레슨프로의 권유로 시작했다. 필드에서 길을 잃었던 그가 처음 골프채를 잡은 실내에서 희망을 찾았다고 해야 할까. “저마다 목표는 달라도 그 목표를 향해 다양한 길을 걸어보면 좋겠어요. 도전과 경험을 통해 올라설 수 있어요.”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스물 살에 골프를 시작했다. 프로 선수가 된 건 서른이 넘었을 때다. 남들이 모두 늦었다고 여길 만 만했지만 그는 달랐다. 운동, 육아, 학업을 병행하는 쉽지 않은 여정에도 그는 묵묵히 걸어간 끝에 40대 후반에 필드의 여왕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최근 2년 연속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챔피언스투어 상금왕에 오른 김선미(49·한광전기공업)다.●“3년 연속 상금 1위 향해 다시 달려야죠” 새해 들어 세는 나이로 50이 된 그는 수은주가 영하 10도 아래로 뚝 떨어진 요즘도 새로운 시즌에 대비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체력 훈련 위주로 몸을 만들고 있어요. 올 겨울도 코로나로 해외 전지훈련을 못 가게 돼 마음이 바쁘네요. 2월부터 제주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3연패를 향해 각오를 단단히 해야죠.” 김선미는 만 40세 이상이 출전하는 챔피언스투어에 42세 때인 2015년 뛰어들어 2016년과 2017년 연이어 상금 랭킹 2위로 시즌을 마친 뒤 2020년과 지난해 연이어 상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챔피언스 투어 통산 76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은 단 한 번뿐이다. 74개 대회 연속 컷 통과 행진을 하고 있을 만큼 꾸준한 페이스다. “오래도록 간절하게 상금왕을 기다렸어요. 꾸준한 성적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타이틀이기에 제 자신 칭찬해주고 싶어요. 지난해는 대회가 줄어들긴 했어도 4차 연장 끝에 우승도 하고 잊지 못할 시즌이 됐네요. 한광전기공업, 레노마 등 후원해 준 기업도 큰 힘이 됐습니다.” 지난해 챔피언스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KLPGA투어 정규 대회에도 2차례 출전해 조카뻘 되는 쟁쟁한 후배들과 기량을 겨뤘다.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과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 나선 건 소중한 경험이 됐다. “어린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와 실력을 통해 영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더라고요.”●“하루 25명 레슨 하느라 입에선 단내” 키가 커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구 선수를 한 김선미는 구타가 일상화된 단체 운동을 견디지 못해 고교 시절 배구 코트를 떠나야 했다. 우연찮게 아버지 친구의 권유로 20대 때 골프를 시작한 그는 26세 결혼한 뒤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골프채를 잠시 내려놓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30세 나이에 KLPGA 정회원 자격증을 딴 뒤 투어 생활을 하던 그는 30대 중반을 넘긴 2009년 경희대 골프산업학과에 입학해 늦깎이 대학생이 된데 이어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공부와 투어프로 생활을 병행하며 레슨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서울 강남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하루 25명까지 가르치느라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난 적도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골프를 배우지 못했지만 하나하나 골프를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프로가 된 뒤에는 20년 동안 3일 이상 클럽을 놓은 적이 없을 정도로 매달렸습니다. 군대 갔던 아들이 14일 제대한 걸 보면 세월 참 빠르네요.” 김선미에게 볼, 장갑, 골프화 등을 지원하는 타이틀리스트 관계자는 “골프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며 항상 노력하는 선수다. 더 높은 무대를 향해 정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평소 받지 않던 클럽 피팅까지 해가며 경기력을 끌어올리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꿈을 펼치는 투어 활성화되기를” 지난해 ‘탱크’ 최경주(52)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했다. 최경주는 챔피언스투어를 ‘ATM투어’라고 불렀다. 대회에 나가면 돈이 나온다는 의미로 그만큼 상금 규모, 대회장 분위기가 좋다는 의미다. 이런 환경이 김선미에게는 부럽기만 하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KLPGA 챔피언스투어도 직격탄을 맞아 대회 취소가 쏟아졌다. 김선미는 “챔피언스 투어는 젊을 때 꿈을 이루지 못했거나, 가정생활을 하느라 누군가의 삶에 묻혀 있던 선수들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새로운 활력을 전하는 무대”라며 “왕년의 스타들도 적극적으로 출전하면 흥행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순미 KLPGA 수석 부회장은 “김선미 프로는 슈퍼우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다른 회원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며 “챔피언스투어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간결한 스윙이 정확성의 기반” 김선미는 정교한 아이언 샷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의 통산 그린적중률은 78.6%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90%를 넘기도 했다. 그 비결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김선미는 “8,9번 아이언 연습과 100m 이내 샷을 집중적으로 해보면 좋다. 하프스윙을 하면서 볼 콘택트 능력을 향상시키면 몸에서 자연스럽게 힘도 빠지면서 정확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쇼트 아이언으로 편차를 줄이고 일관성을 높이면 긴 클럽 역시 좋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간결한 스윙과 과도한 체중이동을 피하면서 임팩트가 한 부분이 아닌 공 앞 30cm 정도까지의 구간이라고 생각하고 길게 가져가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했다. 힘의 분산이 덜 되고 몸의 축이 흔들리지 않게 돼 정타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60세까지 10승 달성 꿈” 김선미는 2022년 새해 상금왕 3연패와 투어 1승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면서 먼 훗날까지 내다봤다. “60세까지 투어 생활을 하고 싶어요. 앞으로 10년 동안 5승 더하면 10승 채우는데 꼭 이루고 싶네요.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합니다. 아프지 않는 게 핸디죠. 오히려 체력은 어렸을 때보다 좋아진 거 같아요. 다시 태어나도 골프 선수가 되고 싶을 만큼 골프를 사랑합니다.” 최근 KLPGA에서는 20대 중반만 넘어가도 황혼기라는 얘기가 나온다. 너무 일찍부터 과도한 운동에 노출돼 더 이상 뭔가를 할 육체적, 정신적 의욕이 사라진 ‘번아웃’에 쉽게 휩싸인다. 잦은 부상도 선수 수명을 단축시킨다. ‘엄마 골퍼’ 김선미는 달랐다. 출발은 늦었지만 50대를 바라보는 요즘도 열정은 뜨겁기만 하다. 그의 도전은 그래서 더욱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잔디에서 공부터 치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매트에서만 쳐서요.” ‘꿈의 무대’를 앞둔 안나린(26·메디힐)은 벌써부터 부푼 기대감에 의욕이 넘쳐 보였다. 미국에 가면 뭐부터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연습’부터 꺼냈다. 지난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를 수석 합격한 그는 11일 미국으로 출국해 빅 리그를 향한 첫 발을 내디딜 계획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컨디션 조절을 한 뒤 27일 플로리다 주 보카 레이턴에서 개막하는 시즌 두 번째 대회 게인브릿지 LPGA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영어도 잘하고 서핑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안나린은 “출국 날짜가 다가오지만 아직 실감이 나진 않는다. 현지에 도착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이맘때 기억을 떠올렸다. 2021년이 밝았을 때 그는 US여자오픈(당시 12월 개최) 출전 후 자가격리를 마친 직후였다. 이 대회를 통해 미국 진출을 향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다고 한다. 안나린은 “미국 대회를 다녀와서 느꼈던 부분이 조금만 더 열심히 해서 얼른 미국에서 투어를 뛰어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소망을 이뤄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5일 생일을 맞았던 그는 “아침에 어머니가 끓여주신 미역국을 먹고 오전 8시부터 운동을 했다”며 “오후 늦은 시간부터 가족과 함께 보냈는데 오랜만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케이크 자르고 와인으로 건배하는 시간을 가져 너무 행복했다”며 웃었다. 부모님이 지어준 ‘나린’이란 이름은 순한글 고어에서 유래했다. 내려준다는 의미라고 한다. 하늘에서 LPGA투어 카드라는 큰 선물을 내려준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LPGA투어에 가서는 주업인 골프 외에도 하고 싶은 게 적잖다. 그는 “미국 가서 언어를 더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예전부터 꼭 한번 배워보고 싶었는데 못했던 서핑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상종가로 스폰서 계약만 10개에 이르러 안나린은 주목할 루키로 LPGA에 뛰어들면서 최근 스폰서 계약도 줄을 잇고 있다. 고진영과 박성현 등 간판스타들이 소속된 세마 스포츠마케팅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마쳤다. 7일에는 메디힐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했다. 엘앤피코스메틱이 운영하는 메디힐 골프단에는 김세영, 유소연 등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포함돼 있다. 태안모터스 아우디(차량), 보그너(의류), 캘러웨이(용품), 타이틀리스트(볼), 풋조이(장갑, 골프화) 등과도 후원 계약을 맺었다. 세마 스포츠마케팅은 앞으로 2개 업체와 서브 스폰서 계약을 추가한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상종가는 안나린이 LPGA투어에서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재열 SBS 해설위원은 “안나린이 Q시리즈를 치른 골프장이 국내에는 생소한 버뮤다잔디였는데도 1등을 차지한 걸 보면 대단하다. 그런 적응 능력이면 큰 걱정 안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잎새가 두꺼운 버뮤다잔디는 결의 영향을 받기 쉬워 그린스피와 라인을 읽을 때 각별한 신중함이 필요하다. 다만 김 위원은 “긴 이동 시간에 따른 체력 문제를 잘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나린과 5년 가까이 인연을 맺은 프로골퍼 출신 윤소원 용인대 교수는 “안나린 프로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함, 침착함이 최대 장점”이라며 “난도가 높은 코스에서 성적을 잘 내는 편이며 쇼트게임 특히 퍼팅이 강한 선수여서 모든 조건이 바뀐 투어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윤 교수는 또 “예전부터 시간을 내서 영어를 준비했기에 어느 정도 소통은 될 것이다.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라면서 “수석이라고 부담을 느낄 것 같지는 않다. 너무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 본인의 장점을 잘 살려 플레이한다면 꾸준한 성적을 낼 것 같다”고 조언했다. 안나린은 2021시즌 KLPGA투어에서 우승은 없었지만 2차례 준우승을 포함해 11차례 톱10에 들며 2년 연속 상금 6억 원을 돌파했다. 이같은 상승세는 그린에서 강점을 보이며 평균 퍼팅수 2위(29.62개)에 오른 것도 비결로 꼽힌다. 홍미영 세마스포츠마케팅 전무는 “안나린 프로 어머니에게 들은 장점이 있다. 음악적인 템포, 박자감이 좋다고 하더라. 골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전했다.●늦깎이로 시작했지만 만개한 기량 안나린은 골프 시작이 일반적인 선수들보다 훨씬 늦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이 골프를 권유했는데 안한다고 했다. 뛰어노는 걸 좋아해 태권도, 축구를 즐겼다는 것. 골프는 가만히 서서 하는 것 같아 재미없어 보였다고 한다. 그렇게 멀어진 골프에 꽂히게 된 건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보게 된 골프 대회 중계 때문. “신지애, 최나연, 박인비 프로가 활약하던 모습을 자주 봤어요.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한항공 엔지니어로 일하던 아버지가 제주로 전근을 가면서 한라중에 다니던 2009년 가을 본격적으로 골프채를 잡았다. 뒤늦게 골프에 입문하면서 국가대표나 상비군 경력도 변변히 쌓을 수 없었고 주니어 대회 때도 우승 한번 한 적이 없었다. 2부 투어 시절 유일하게 우승 경험을 했을 뿐이다. 투어에 뛰어들어서도 정상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졌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2020년 10월 오택캐리어 챔피언십에서 KLPGA투어 93번째 도전 끝에 첫 우승을 달성한 뒤 11월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에서 다시 정상에 올랐다. 4주 사이에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다시 들어올리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안나린은 “물론 나 역시 우승을 간절히 원했다. 다만 내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 그날이 따라오리라는 생각뿐이었다. 투어 프로라는 생활 자체가 직업으로서도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LPGA투어도 오랜 목표 가운데 하나였기에 어떤 고민이나 흔들림 없이 묵묵히 그 ‘고지’를 향해 다가갔다. ●아직 갈 길 멀어. 9번홀 티샷 준비 중 한국 선수들은 LPGA투어에서 2015년 김세영부터 2019년 이정은까지 5년 연속 신인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특히 이정은은 2018년 Q시리즈 수석 통과한 뒤 최고 루키의 영예까지 안았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신인왕과 인연을 맺지 못했기에 안나린과 이번에 같이 데뷔하는 최혜진 등이 다시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안나린 역시 신인상 뿐 아니라 다승 등도 물론 노리지만 우선은 투어에 빨리 적응하면서 자신 만의 강점을 갖추려고 한다. 안나린은 자신의 골프 인생을 18홀 라운드라고 보면 현재 상황을 9번홀 티샷 준비에 비유했다. “9번홀이 끝나면 후반전인 데 아직 후반전은 시작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나아갈 길과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에서 흔히 드라이버는 쇼라고 한다. 2022년 새해부터는 그 쇼에도 변화가 일어날지 모른다. 드라이버 샤프트 길이가 46인치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골프 규칙을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지난해 48인치까지 허용되던 드라이버 샤프트 길이를 올 들어 2인치 줄이기로 했다. 비거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오히려 골프 게임의 묘미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이 있다. 폭발적인 드라이버에 이어 웨지를 잡아 손쉽게 버디를 쌓는 모습에 열광할 팬들이 있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46인치 보다 긴 드라이버를 쓰는 대표적인 선수인 필 미켈슨, 브라이슨 디섐보, 브룩 핸더슨 등을 중심으로 반론도 거세다. 미켈슨은 이번 조치에 대해 “한심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40년 만에 골프 붐이 일어난 마당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다. 드라이버 길이가 줄면 비거리도 줄어든다. 그만큼 골프의 인기도 줄어들 것이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규정은 공식 대회에만 적용된다. 주말골퍼들은 50인치 드라이버를 꺼내들어도 무방하다. 강제 의무 조항도 아니어서 주최 측이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때맞춰 장타를 둘러싼 조명도 쏟아지고 있다.여자 장타왕은 290야드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비거리는 1980년부터 공식 집계되기 시작했다. 1980년 초대 장타왕에 오른 댄 폴은 274.3야드를 기록했다. ‘필드의 물리학자’ 디섐보가 2021년 작성한 역대 최고 기록 323.7야드 보다 약 50야드(약 45m) 차이가 난다. 지난 42년 동안 해마다 1m 이상 늘어난 셈이다. 지난 시즌 폴 보다 짧게 친 선수는 196명 중 최하위였던 최경주(269.5야드) 뿐이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장타 1위 앤 밴 담의 비거리는 290.8야드에 이른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 장타자 김아림도 지난 시즌 LPGA투어에서 276.8야드로 5위를 차지했다. 1980년 PGA투어 선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56.5야드였다. 2022시즌 296.1야드 보다 40야드 가까이 적다.악동 존 댈리 장타왕 최다 11회PGA투어를 빛낸 최고 장타왕은 역시 ‘풍운아’ 존 댈리다. 1991년 25세의 나이로 처음 장타 1위에 이름을 올린 뒤 2002년까지 11차례 최고 장타자에 등극했다. 1994년 데이비스 러브3세에게 장타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면 12년 연속 장타왕에 군림할 수 있었다. 댈리는 1997년 처음으로 평균 300야드 벽을 깨며 장타 타이틀을 지키기도 했다. 댈리가 12차례 장타 1위를 기록하는 동안 300야드를 넘긴 시즌은 4차례였다. 댈리는 장타를 자신 만의 무기로 삼아 1991년 PGA챔피언십과 1992년 BC오픈, 1995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댈리는 한국 최고의 메이저대회인 코오롱배 한국오픈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며 국내 골프팬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03년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CC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특유의 장타를 앞세운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쳐 까다롭기로 소문난 대회 코스를 무력화시킨 끝에 마지막 날 4언더파를 쳐 승부를 결정지었다.솔방울 쳤던 왼손 장타왕 왓슨댈리의 후계자는 솔방울을 치며 독학으로 골프를 익힌 ‘왼손 거포’ 버바 왓슨이다. 왓슨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 장타왕에 오른 뒤 2012년과 2014년 장타 1위를 차지해 두 번째로 많은 5회 기록을 남겼다. 왓슨은 2012년 ‘명인 열전’이라는 마스터스에서 헤드와 샤프트가 온통 눈에 띄는 핑크색으로 된 핑의 ‘핑크 G20’ 모델을 사용해 주목받았다. 이 드라이버는 로프트 8.5도에 44.5인치 샤프트가 장착됐다. 핑은 왓슨이 300야드 이상을 날릴 경우 300달러 씩 자선기금을 적립했다. 장타가 나올 때 마다 누군가를 위한 선행을 실천한 것이다. 댈리에 앞서 1980년부터 1990년까지 장타 1위를 차지한 시즌에 우승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장타왕=무관’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던 시기였다. J.B. 홈스(2011, 2016년), 더스틴 존슨(2015년), 로리 매킬로이(2017, 2018년) 브라이슨 디섐보(2020, 2021년) 등도 장타왕 클럽 멤버다. 디섐보는 지난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3라운드 6번홀(파5)에서 드라이버 티샷으로 370야드를 보내는 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캐리 거리 344야드(약 315m)에 볼 스피드는 시속 196마일(약 315km), 클럽헤드 스피드는 137마일(약 220km)에 이르렀다. 5야드라도 멀리 치고 싶은 골퍼 욕망PGA투어 최다승 타이 기록인 82회 우승을 달성한 타이거 우즈와 45차례 PGA투어 챔피언에 오른 미켈슨은 장타왕에 오른 적이 없다. 골프위크에 따르면 우즈는 네 차례 장타 2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 장타 1위는 아니었어도 우즈와 미켈슨이 300야드를 훌쩍 넘기는 비거리를 바탕으로 우승컵을 수집했다는 사실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골프를 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만 얼마라도 드라이버를 더 보내고 싶어 한다. 티샷이 짧아 남보다 늘 세컨드 샷을 먼저 해야 한다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골프가 직업인 프로들도 마찬가지다. ‘남달라’ 박성현은 “꾸준히 275야드를 보내면 골프가 편해질 것 같다”고 말한다. 김아림 역시 “안정적으로 5~10야드를 더 쳐야 한다. 그래야 쇼트게임 부담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드라이버 샤프트 제한을 뚫고 비거리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 멀리 치기 위한 남다른 노력이 새해에도 필드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P.S PGA투어에서 드라이버 거리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수집할까. 라운드 마다 두 개의 홀에서 측정된 거리의 평균 값을 계산한다. 바람의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마주보는 방향의 두 개 홀이 선택된다. 맞바람 1개 홀, 뒷바람 1개 홀로 정해 바람의 영향을 상쇄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페어웨이나 러프에 상관없이 공이 멈춘 지점에서 거리를 잰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장호테니스재단은 주니어 테니스 유망주 김장준(15·씽크로아카데미)과 이서아(13·춘천스포츠클럽)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한국 주니어 남자부 단식 랭킹 1위, 복식 1위에 올라있는 김장준은 1월 제8회 요넥스 양구 실내주니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에만 단식 4관왕을 차지한 기대주로 꼽힌다. 이서아는 주니어 여자부 단식 랭킹 2위, 복식 14위에 올라 있다. 이서아는 올해 14세부 대회에서 단식 우승 2회를 기록했으며, 이덕희배 대회에서는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장호테니스재단 관계자는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어려운 환경에도 테니스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보유한 선수 2명을 엄선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체육진흥공단 감사실에서 이번 후원에 동참해 뜻깊은 의미를 더했다. 장호테니스재단은 한국 테니스 스타의 요람인 장호 홍종문배 전국주니어대회를 올해로 65회째 개최하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