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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가족은 22일(현지 시간) 해리스 후보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 자리에 총출동해 지지를 표했다. 특히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가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딸 엘라 엠호프(25), 조카 미나 해리스(40), 대녀(代女·세례식에서 대부모가 보호를 약속한 여자아이) 헬레나 허들린(20) 등이 연설자로 나섰다.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생물학적 자녀가 없는 해리스 후보를 ‘캣 레이디(cat lady·자식 없이 고양이를 키우는 여성을 비하하는 말)’라고 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엘라는 10대 사춘기 시절 만난 ‘새엄마 해리스’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곁에 있으며 내 말을 들어줬다”고 했다. 자신에게 했듯 미국민의 말을 듣고 보살피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후보의 동생 마야(57)는 17세 때 홀로 딸 미나를 출산했다. 마야는 ‘10대 싱글맘’인 자신을 언니가 헌신적으로 도왔다고 강조해 왔다. 미나는 ‘이모 해리스’를 두고 “미국인과 정의를 위해 싸우면서도 일요일 가족의 저녁 식사를 직접 요리하는 사람”이라며 “이 특별한 여성을 우리의 다음 대통령으로 선출하자”고 외쳤다. 허들린은 해리스와 엠호프 변호사의 만남을 주선한 영화감독 레지널드 허들린과 크리셋 허들린 부부의 딸이다. 그는 ‘대모 해리스’를 “진심을 다해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가르쳐준 사람”이라고 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조만간 중국을 방문해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는다. 남은 임기 동안 외교 정책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조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 미·중 관계를 개선하는데 힘을 쏟는 것으로 풀이된다.백악관은 설리번 보좌관이 27~29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고위 관리들과 만나 양국 관계와 국제 현안을 주제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23일(현지 시간)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과 왕 부장은 1월 태국 방콕에서의 회담을 마지막으로 총 4차례 대면 회담을 가졌다. 설리번 보좌관이 직접 중국을 찾는 것은 처음이다. 로이터통신과 악시오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방중 기간 왕 부장과 만나 양국 관련 현안과 더불어 대만 해협 문제, 북한·중동·미얀마 문제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러시아 군수산업에 대한 중국의 지원과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우려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는 이번 회담에서 연말경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여는 것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정상 간 핫라인 재개와 펜타닐 단속에 합의했다. 올해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이에 대한 후속 조치 논의와 함께 양국 관계를 안정시킬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설리번 보좌관의 방중은 오는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집권 민주당과 공화당 간 경쟁이 본격화된 시점에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 겸 부통령 모두 관세 부과 등 강경한 대(對)중국 정책을 예고한 상태다. 다만 익명의 미 행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대선이) 요점이 아니다. 이번 회담은 양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며 “올해가 가기 전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이것에 회담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전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가족은 22일(현지 시간) 해리스 후보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 자리에 총출동해 지지를 표했다. 특히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가 첫번째 결혼에서 얻은 딸 엘라 엠호프(25), 조카 미나 해리스(40), 대녀(代女) 헬레나 허들린(20) 등이 연설자로 나섰다.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생물학적 자녀가 없는 해리스 후보를 ‘캣 레이디(cat lady·자식 없이 고양이를 키우는 여성을 비하하는 말)’라고 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엘라는 10대 사춘기 시절 만난 ‘새엄마 해리스’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곁에 있으며 내 말을 들어줬다”고 했다. 자신에게 했듯 미국민의 말을 듣고 보살피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해리스 후보의 동생 마야(57)는 17세 때 홀로 딸 미나를 출산했다. 마야는 ‘10대 싱글맘’인 자신을 언니가 헌신적으로 도왔다고 강조해왔다. 미나는 ‘이모 해리스’를 두고 “미국인과 정의를 위해 싸우면서도 일요일 가족의 저녁 식사를 직접 요리하는 사람”이라며 “이 특별한 여성을 우리의 다음 대통령으로 선출하자”고 외쳤다. 허들린은 해리스와 엠호프 변호사의 만남을 주선한 영화감독 레지날드 허들린과 크리셋 허들린 부부의 딸이다. 그는 ‘대모 해리스’를 “진심을 다해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가르쳐준 사람”이라고 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지난달 13일 피격 후 실내 유세만 진행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약 한 달 반 만인 21일 첫 야외 유세를 가졌다. 다만 경호를 맡은 백악관 비밀경호국이 그가 등장한 무대에 두꺼운 방탄 유리막을 설치했고 최소 5명의 경호원을 배치해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전했다. 지난달 트럼프 후보의 피격으로 ‘경호 실패’ 비판을 받았던 경호국 측은 현직 대통령과 부통령 등에게만 제공했던 야외 방탄 유리막을 트럼프 후보에게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이번 대선의 주요 경합지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시버러에서 미 외교안보 정책을 주제로 연설했다. 그는 “재집권하면 미국을 ‘최강의 힘(maximum strength)’으로 되돌리고 세계를 평화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군에 따른 혼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 위협이 일어났다는 점을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 세계를 제3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몰고 갔지만 자신은 이런 갈등을 종식할 수 있다며 “전화 한 통이면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선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민주당 대선 후보를 ‘카멀라 동지(Comrade Kamala)’라고 비꼬아 부르며 해리스 부통령이 ‘극좌’ 성향이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이어 “카멀라 동지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제3차 세계대전 발발이 사실상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집권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과 잘 지냈다며 “지금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 그들(중국)은 대만을 공격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증액을 두고 “내가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을 늘리게 했다. 우리 동맹국은 돈을 내지 않았기에 내가 ‘여러분은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 동맹국은 통상에서 우리를 이용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의 군을 위해 돈을 지불하고 있다”고도 했다. 재집권하면 한국 등 동맹국에 방위비 증액을 거세게 요구할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비판했다. 그는 “전직 미 대통령 누군가가 미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계획 및 재원을 러시아에 줬는데 러시아는 이를 만들었고 우리는 만들지 못했다. 그 사람이 버락 후세인 오바마였을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지난달 13일 피격 후 실내 유세만 진행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약 한 달 반만인 21일 첫 야외 유세를 가졌다. 다만 경호를 맡은 백악관 비밀경호국이 그가 등장한 무대에 두터운 방탄 유리막을 설치했고 최소 5명의 경호원을 배치해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전했다. 지난달 트럼프 후보의 피격으로 ‘경호 실패’ 비판을 받았던 경호국 측은 현직 대통령과 부통령 등에게만 제공했던 야외 방탄유리막을 트럼프 후보에게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트럼프 후보는 이날 이번 대선의 주요 경합지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보로에서 미 외교안보 정책을 주제로 연설했다. 그는 “재집권하면 미국을 ‘최강의 힘(maximum strength)’으로 되돌리고 세계를 평화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군에 따른 혼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 위협이 일어났다는 점을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 세계를 제3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몰고 갔지만 자신은 이런 갈등을 종식할 수 있다며 “전화 한 통이면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또 대선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민주당 대선 후보를 ‘카멀라 동지(Comrade Kamala)’라고 비꼬아 부르며 해리스 부통령이 ‘극좌’ 성향이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이어 “카멀라 동지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제3차 세계대전 발발이 사실상 보장된다”고 주장했다.자신은 집권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과 잘 지냈다며 “지금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 그들(중국)은 대만을 공격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증액을 두고 “내가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을 늘리게 했다. 우리 동맹국은 돈을 내지 않았기에 내가 ‘여러분은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 동맹국은 통상에서 우리를 이용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의 군을 위해 돈을 지불하고 있다”고도 했다. 재집권하면 한국 등 동맹국에 거센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뜻을 분명히 했다.트럼프 후보는 이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비판했다. 그는 “전직 미 대통령 누군가가 미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계획 및 재원을 러시아에 줬는데 러시아는 이를 만들었고 우리는 만들지 못했다. 그 사람이 버락 후세인 오바마였을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체첸공화국을 깜짝 방문해 우크라이나와의 전투를 준비 중인 체첸군을 격려했다. 우크라이나 지상군에 본토를 기습당해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체첸의 러시아에 대한 협력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러시아는 최근 남서부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대규모 공격을 당했지만,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물류 요충지를 장악하는 등 점령 범위를 넓히며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은 20일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오른팔’로 통하는 람잔 카디로프 체첸 지도자(leader)를 만났고, 우크라이나와의 전투를 준비하는 체첸군과 자원봉사자들을 시찰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체첸공화국 구데르메스의 러시아 특수부대 대학에서 체첸군에게 “여러분들이 있는 한 우리는 절대적으로, 절대적으로 무적”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체첸공화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4만7000명 이상의 병력을 파견했다. 카디로프는 자신을 ‘푸틴의 보병’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런 보병이 더 많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며 “보병 한 명이라도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오세티야의 베슬란 마을도 16년 만에 찾았다. 이곳은 2004년 이슬람 무장 세력이 학교를 공격해 330명 이상이 숨졌다. 러시아에선 최악의 테러 현장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당시 숨진 아이들의 어머니들과 만나 “어린이가 136명 숨졌다”며 “테러리스트와 싸웠던 것처럼 쿠르스크 지역, 돈바스에서 범죄자들과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남서부 쿠르스크주 대신 동부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20일 전략적으로 중요한 물류 거점인 도네츠크의 노브고로드스코예를 해방시켰다고 발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동부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와 토레츠크에서 열세를 인정했다. 하지만 21일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를 향해 최대 규모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같은 날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수도로 향하는 드론 11대를 파괴했다”며 전쟁 발발 후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 중 하나라고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진행자 필 도너휴(사진)가 18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의 가족들은 다음 날 미 NBC 아침 방송 ‘투데이쇼’에 공유한 성명을 통해 그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투데이쇼는 도너휴가 정기적으로 출연했던 프로그램이다. 도너휴는 1967년 11월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토크쇼 ‘필 도너휴 쇼’를 시작하며 진행자로 이름을 떨쳤다. 그는 청중과 직접 소통하는 형식의 토크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너휴는 1996년 방송계를 떠날 때까지 ‘에미상’을 20차례 수상했다. 또 1980년에는 ‘피보디상’도 수상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 민주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하기 위한 전당대회 시작 하루 전인 18일(현지 시간) 92쪽 분량의 정강 정책을 발표하며 “‘소중한 동맹(valued ally)’ 한국과 함께 북한의 위협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은 정강 정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비판하는 등 한미 동맹의 가치를 거듭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동맹을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내 파트너십을 확대하겠다고도 언급했다. 민주당은 이날 정강 정책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불법적인 미사일 능력 증강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에 맞서 우리 동맹국, 특히 한국의 편에 서 왔다”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태평양 안보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3국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한반도 일대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후보의 한반도 정책은 동맹국을 위협할 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도 해가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후보가 ‘독재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으며 미국을 당혹스럽게 했다”며 “한국과의 무역 분쟁을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해 소중한 동맹인 한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경제기술 분야에서 ‘혁신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한국 등 동맹국과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정강 정책은 △하위 계층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경제 성장 △‘부(富)’ 아닌 ‘일’에 대한 보상 △국민의 지출 비용 절감 △기후 위기 대응, 에너지 비용 절감 및 에너지 독립성 확보 △지역사회 보호 및 총기 폭력에 대응 △민주주의 강화 및 자유 보호 △국경 보안 및 망가진 이민 체계 개편 △통합 강화 △미국의 리더십 강화 등 총 9개 부문으로 마련됐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진행자 필 도나휴가 18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88세.고인의 가족들은 이튿날 미 NBC 아침방송 ‘투데이쇼’에 공유한 성명을 통해 그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투데이쇼는 도나휴가 정기적으로 출연했던 프로그램이다. 유족들은 그가 “오랜 병을 앓고 있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사망 원인이나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도나휴는 1967년 11월 오하이오주 데이튼에서 시작한 자신의 이름을 딴 토크쇼 ‘필 도나휴 쇼(이후 ‘도나휴’로 변경)’로 청중과 직접 소통하는 새로운 주간 토크쇼의 형식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방송은 정치·사회적 이슈부터 연예인 인터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도나휴는 흑인 인권 운동가 출신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지낸 넬슨 만델라가 감옥에서 석방된 직후 처음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도나휴 쇼의 인기 요인으로 위협적이지 않은 부성적인 이미지와 여성 청중과의 유대감과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날카로운 인터뷰 스타일을 꼽았다. 그는 1980년 “불쾌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능력과 타고난 정직함이 돋보인다“는 평가 속에 미국 방송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꼽히는 ‘피바디상’을 받았다. 또 약 30년간 방송을 진행하며 총 20차례 ‘에미상’을 수상했다.그러나 도나휴는 1980년대 후반 등장한 ‘토크 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등 다른 토크 쇼 프로그램에 밀리면서 은퇴를 선언했다. 도나휴 쇼는 1996년 종영까지 약 7000개의 에피소드가 방영됐다. 그는 은퇴 후 2002년 MSNBC를 통해 잠시 방송 활동을 재개하기도 했다.도나휴는 5월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최고 훈장인 ‘대통령 자유 훈장’을 수상했다.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도나휴가) 솔직하고 개방적인 대화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수천 번의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국가의 담론을 이끌었다”며 추켜세웠다.고인의 가족은 성명에서 조화 대신 세인트 주드 어린이 병원이나 필 도나휴·노트르담 장학 재단에 기부해 줄 것을 요청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 민주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하기 위한 전당대회 시작 하루 전인 18일(현지 시간) 92쪽 분량의 정강 정책을 발표하며 “‘소중한 동맹(valued ally)’ 한국과 함께 북한의 위협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은 정강 정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비판하는 등 한미 동맹의 가치를 거듭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동맹을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내 파트너십을 확대하겠다고도 언급했다.민주당은 이날 정강 정책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불법적인 미사일 능력 증강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에 맞서 우리 동맹국, 특히 한국의 편에 서 왔다”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태평양 안보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3국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한반도 일대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트럼프 후보의 한반도 정책은 동맹국을 위협할 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도 해가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후보가 ‘독재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으며 미국을 당혹스럽게 했다”며 “한국과의 무역 분쟁을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해 소중한 동맹인 한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경제기술 분야에서 ‘혁신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한국 등 동맹국과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이번 정강 정책은 △하위 계층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경제 성장 △‘부(富)’ 아닌 ‘일’에 대한 보상 △국민의 지출 비용 절감 △기후 위기 대응, 에너지 비용 절감 및 에너지 독립성 확보 △지역사회 보호 및 총기 폭력에 대응 △민주주의 강화 및 자유 보호 △국경 보안 및 망가진 이민 체계 개편 △통합 강화 △미국의 리더십 강화 등 총 9개 부문으로 마련됐다.한편 정강 정책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여전히 주어로 돼 있었다. 대선 후보가 바뀌었어도 정강 정책 내용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66번째 생일을 맞아 이탈리아 폼페이를 찾은 미국 팝스타 마돈나(사진)가 지역 청소년 연극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돈나는 16일(현지 시간) 폼페이 유적지가 모여 있는 ‘폼페이 고고학 공원’을 방문해 “지역 청소년 프로젝트 ‘하늘을 나는 꿈(Sogno di Volare)’에 1년간 자금을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마돈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10대들을 만나 공연을 감상한 뒤 지원을 결정했다. 마돈나는 자신이 설립한 자선재단 ‘레이 오브 라이트(Ray of Light)’를 통해 1년간 25만 유로(약 3억7000만 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로 4년째에 접어든 ‘하늘을 나는 꿈’ 프로젝트는 수백 명의 청년이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곡을 각색한 뒤 폼페이를 시작으로 이탈리아에서 순회공연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3년간 이 프로젝트에는 청소년의 학교 중퇴율과 실업률이 높은 지역인 베수비오의 청년 약 300명이 참여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가자지구 휴전 협상의 향방이 이르면 수일 안에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등 협상 중재국들은 협상 타결을 위해 치열한 막판 외교전에 돌입했다. 중재국들의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신화통신과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미국, 카타르, 이집트 등 중재국과 이스라엘 대표단은 2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앞서 중재국 3국은 15~16일 이틀간 카타르 도하에서 휴전회담을 진행한 뒤 공동 성명을 통해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됐다며 다음 주말 이전에 카이로에서 휴전협상 타결을 목표로 회담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악시오스는 미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주말까지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을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휴전 협상에 대해 “낙관적”이라며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몇 가지 문제만이 남았다”며 타결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전했다. 중재국들의 낙관에도 불구하고 핵심 쟁점에 대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견해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가자지구 국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이 주둔할 것을 주장하는 등 최근 몇 달간 주요 협상 국면마다 하마스가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 조건을 내걸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마스 측은 17일 사미 아부 주흐리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우리가 합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환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중동 순방을 미뤘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물밑 설득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튿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협상에 관한 쟁점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베단트 파텔 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블링컨 장관이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 타결”을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한다며 “이 지역의 모든 당사자가 긴장 고조나 합의 마무리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스라엘에 보복을 예고했던 이란이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추진될 시간을 주기 위해 공격을 연기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하마스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에 대한 이란의 보복이 추후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현재 이란과 친(親)이란 세력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로켓·미사일 부대의 경계 수준을 낮춘 상태라고 평가 중이다.중재국들도 휴전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중동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주변국들을 설득하고 있다. NYT 등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중재국 회담 첫날인 15일 저녁 알리 바게리 이란 외무장관 대행에게 통화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알사니 총리는 이튿날 회담을 마치고 다시 전화해 “(중동) 지역 내 평화와 긴장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란이 협상이 진전 중인 시점에 공격을 감행할 경우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아시아계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08년 780만 명으로 미 전체 유권자의 3.7%에 불과했던 아시아계 유권자는 올해 대선에서 1500만 명(6.1%)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4년간 아시아계 유권자의 증가율 역시 15%로 히스패닉 유권자(12%), 흑인 유권자(7%)보다 빠른 속도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후보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안팎의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인 만큼 아시아계 표심을 얻어 최종 승자가 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아시아계 표심, 초박빙 대선의 한 수 1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아시아계 유권자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유권자층이자 전형적인 유동층”이라고 진단했다. 아시아계 유권자의 학력이 다른 인종에 비해 높아 정치 성향보다는 개별 후보자의 매력, 정책 설득력 등을 보고 일종의 ‘투표 쇼핑’을 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계 유권자의 투표율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대선 당시 아시아계 유권자의 전국 투표율은 2016년 대선보다 40% 급증했다. NYT 또한 2020년 대선 때는 아시아계 유권자의 비중이 히스패닉계, 흑인계보다 미미했지만 2024년 대선에서는 거의 모든 주에서 아시아계 투표가 해당 주의 판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미 50개 주 중 대선 승자를 결정적으로 좌우한다는 평가를 받는 네바다, 애리조나,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위스콘신주 등 7개 경합주에서 아시아계 유권자의 표심이 해당 주의 승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7개 주에서 두 후보 간 지지율 차는 대부분 1%포인트 내외에 불과하다. 이에 양당은 모두 한국어, 중국어, 힌디어 등 여러 아시아 언어로 맞춤형 우편물을 제작해 배포하고, 각각의 언어로 신문 광고도 게재하고 있다. 특히 7개 경합주 중 아시아계 유권자 비중이 11%로 가장 높은 네바다주에서는 양당이 치열한 격돌을 펼치고 있다. 2021년 기준 아시아계 유권자 중 가장 수가 많은 집단은 중국계(약 280만 명)였다. 이어 필리핀계(260만 명), 인도계(210만 명), 베트남계(130만 명), 한국계(110만 명) 등이 있다.● 해리스 ‘최초의 아시아계 대선 후보’ 강조 자메이카계 흑인 아버지와 인도 타밀계 어머니를 둔 해리스 후보는 특히 아시아계 유권자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는 미 대선에 출마한 첫 아시아계 후보다. AP통신은 인도계 여성이라는 해리스 후보의 정체성이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의 많은 아시아계 및 이민자 가정에 기쁨을 선사했다고 진단했다. 많은 선거 전문가들 또한 조지아주 외에도 애리조나주, 네바다주 등 주요 경합주에 대규모 인도계 커뮤니티가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인도계 커뮤니티의 표심이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이끈 주요 원동력이었다는 것이다. 해리스 후보는 과거 자신에게 “한국계 친인척도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한국계 유권자에게 어필했다. 해리스 후보의 여동생인 마야의 남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법무차관을 지낸 토니 웨스트다. 웨스트의 여동생이 한국계 남성과 결혼하면서 해리스 부통령 또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이다. 또한 해리스 캠프는 아시아계 유권자를 전담할 직원을 여럿 두고 있다. 최근에는 경합주의 아시아계 유권자를 위해 더 많은 직원을 채용 중이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아시아계는 대체로 정당을 선택해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기에 대선 같은 본선거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다”고 진단했다. 흑인은 자신들이 공권력 남용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있고, 히스패닉계는 이민 등의 의제에 민감하다. 하지만 아시아계는 인종에 관한 특정 의제가 없는 편이고 정치적으로도 중도 성향이 많다. 결국 두 후보가 어떤 대선 캠페인을 펼치느냐에 따라 이들의 표심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가 출시한 AI 챗봇 ‘그록’에서 선보인 ‘이미지 생성 기능’이 논란에 휩싸였다. 대다수 AI 챗봇에서 규제하는 선정적이거나 혐오 논란을 야기할 이미지, 저작권이 있는 캐릭터를 무단으로 활용한 이미지 등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xAI는 13일(현지 시간) ‘그록-2’와 ‘그록-2 미니’의 베타 버전을 X 프리미엄 (이상) 요금제를 구독한 사용자에게 먼저 선보였다. 문제는 신설된 ‘이미지 생성’ 기능으로 폭력적이거나 정치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 등은 그록-2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9·11테러가 벌어진 세계무역센터로 돌진하는 모습’, ‘속옷 차림의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등의 이미지 생성 요청에 응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가 직접 그록-2 미니를 사용해본 결과, ‘나치식 경례를 하는 미키마우스’ 등 저작권이 있으며 논란이 큰 이미지의 생성 또한 가능했다. 그록에서는 ‘생성형 AI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리는 표지(標識) 또한 없어 콘텐츠의 진위를 가리기도 쉽지 않다.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I) 또한 ‘그록-2’가 오해의 여지가 있는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는다며 “이 기능이 악용되거나, AI 생성 이미지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오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머스크 CEO는 그간 AI 챗봇에 대한 각종 규제를 “지나친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록을 두고도 “어떤 도발적인 질문에도 답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도 ‘X’에 “그록은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AI”라고 썼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아시아계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08년 780만 명으로 미 전체 유권자의 3.7%에 불과했던 아시아계 유권자는 올해 대선에서 1500만 명(6.1%)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4년간 아시아계 유권자의 증가율 역시 15%로 히스패닉 유권자(12%), 흑인 유권자(7%)보다 빠른 속도다.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후보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안팎의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인 만큼 아시아계 표심을 얻어 최종 승자가 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아시아계 표심, 초박빙 대선의 한 수1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아시아계 유권자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유권자층이자 전형적인 유동층”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아시아계 유권자의 학력 또한 다른 인종에 비해 높아 정치 성향보다는 개별 후보자의 매력, 정책 설득력 등을 보고 일종의 ‘투표 쇼핑’을 한다고 설명했다.아시아계 유권자의 투표율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대선 당시 아시아계 유권자의 전국 투표율은 2016년 대선보다 40% 급증했다. NYT 또한 2020년 대선 때는 아시아계 유권자의 비중이 히스패닉계, 흑인계보다 미미했지만 2024년 대선에서는 거의 모든 주에서 아시아계 투표가 해당 주의 판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특히 미 50개 주 중 대선 승자를 결정적으로 좌우한다는 평가를 받는 네바다, 애리조나,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위스콘신주 등 7개 경합주에서 아시아계 유권자의 표심이 해당 주의 승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7개 주에서 두 후보 간 지지율 차이는 대부분 1%포인트 내외에 불과하다.이에 양당은 모두 한국어, 중국어, 힌디어 등 여러 아시아 언어로 맞춤형 우편물을 제작해 배포하고, 각각의 언어로 신문 광고도 게재하고 있다. 특히 7개 경합주 중 아시아계 유권자 비중이 11%로 가장 높은 네바다주에서는 양당이 치열한 격돌을 펼치고 있다.2021년 기준 아시아계 유권자 중 가장 수가 많은 집단은 중국계(약 280만 명)였다. 이어 필리핀계(260만 명), 인도계(210만 명), 베트남계(130만 명), 한국계(110만 명) 등이 있다.● 해리스 ‘최초의 아시아계 대선 후보’ 강조자메이카계 흑인 아버지와 인도 타밀계 어머니를 둔 해리스 후보는 특히 아시아계 유권자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는 미 대선에 출마한 첫 아시아계 후보다.AP통신은 인도계 여성이라는 해리스 후보의 정체성이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의 많은 아시아계 및 이민자 가정에 기쁨을 선사했다고 진단했다. 많은 선거 전문가들 또한 조지아주 외에도 애리조나주, 네바다주 등 주요 경합주에 대규모 인도계 커뮤니티가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인도계 커뮤니티의 표심이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이끈 주요 원동력이었다는 것이다.해리스 후보는 과거 자신에게 “한국계 친인척도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한국계 유권자에게 어필했다. 해리스 후보의 여동생인 마야의 남편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법무차관을 지낸 토니 웨스트다. 웨스트의 여동생이 한국계 남성과 결혼하면서 해리스 부통령 또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이다.또한 해리스 캠프는 아시아계 유권자를 전담할 직원을 여럿 두고 있다. 최근에는 경합주의 아시아계 유권자를 위해 더 많은 직원을 채용 중이다.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아시아계는 대체로 정당을 선택해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기에 대선 같은 본선거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다”고 진단했다. 흑인은 자신들이 공권력 남용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있고, 히스패닉계는 이민 등의 의제에 민감하다. 하지만 아시아계는 인종에 관한 특정 의제가 없는 편이고 정치적으로도 중도 성향이 많다. 결국 두 후보가 어떤 대선 캠페인을 펼치느냐에 따라 이들의 표심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가 AI 챗봇 ‘그록(Grok)’의 신형 모델에서 선보인 ‘이미지 생성 기능’이 논란에 휩싸였다. 다른 대다수 AI 챗봇에선 규제되고 있는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이미지는 물론 저작권이 있는 캐릭터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머스크 CEO는 그간 그록의 장점으로 어떤 “도발적인 질문”에도 답할 수 있단 점을 내세웠지만, 느슨한 규제 탓에 저작권 침해나 ‘딥페이크’ 제작 등 악용될 여지가 많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xAI는 13일(현지 시간) 홈페이지에서 “자체 AI 챗봇 그록의 신형 모델 ‘그록-2’와 ‘그록-2 미니’의 베타 버전을 선출시한다”고 밝혔다. X에서 프리미엄 (이상) 요금제를 구독한 경우 사용할 수 있다. xAI는 업계를 선도하는 챗GPT나 클라우드 등과 견줄 만한 ‘최첨단 성능’을 강조하고 있으나,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대목은 새로 추가된 ‘이미지 생성’ 기능이다. X 이용자들은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 사진 등을 활용해 ‘바로크(Baroque) 시대 복장을 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를 제작해 공유하고 있다.문제는 일반적인 AI 챗봇에서는 규제할 만한 폭력적인 이미지 제작도 그록에선 승인된다는 점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자체 확인 결과, 그록-2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헬리콥터로 9·11 테러가 벌어졌던 세계무역센터로 돌진하는 모습’이나 ‘속옷 차림의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의 이미지 생성 요청에 응했다”고 보도했다. ‘마약을 흡입하는 도널드 덕’이나 ‘나치식 경례를 하는 미키마우스’ 등 저작권이 있는 캐릭터를 이용한 논란이 클 이미지 생성도 가능했다.동아일보가 직접 그록-2를 사용해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요청을 제외하고는 유명 정치인이나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폭력적인 이미지 생성에 별 다른 제한이 없었다. 심지어 이미지에 ‘생성형 AI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리는 표식도 없어 이미지 진위 여부를 가리기도 힘들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그록-2는 오해의 여지가 있는(misleading)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느슨한 안전 장치를 갖고 있다”며 “이 기능이 악용되거나, AI 생성 이미지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오도할 가능성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xAI는 지난해 11월 그록을 처음 출시하며 “질문에 재치 있게 답변하도록 설계”된 “반항적인 성향”의 모델이라며, 다른 AI 챗봇은 거부할 만한 “도발적인 질문”에도 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이미지 생성 기능이 화제가 되자 머스크 CEO는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AI”라고 X에 게시글을 올려 더욱 논란에 불을 지폈다.지금까지 여러 빅테크의 AI 챗봇들은 허위 정보 유포나 인종차별적·선정적인 콘텐츠 규제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구글은 자체 챗봇 ‘제미나이’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출시했다가 “나치 군복을 입은 흑인 남성” 등 공격적인 이미지 제작이 논란이 되자 기능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그록-2는 이미 AI 업계에서 표준이 된 대부분의 안전 장치가 부족한 도구”라고 지적했다.IT 전문 매체 더 버지는 “그록이 계속 느슨한 규제를 유지한다면 X에 대한 이용자의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다”며 “최근 머스크가 해온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요 광고주들과 사용자들이 X를 피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이번 주 내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이란에서 한 여성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단 이유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하반신 마비 위험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당국은 내부 소요를 우려해 사건 공개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란 여성 아레주 바드리(31·사진)는 지난달 22일 귀갓길에 총에 맞아 폐와 척수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마잔다란주 바볼사르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수술을 받은 뒤 3주 넘게 입원해 있으며, 허리 아래로 감각이 전혀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경찰은 귀가 중이던 바드리의 차가 ‘압류 목록’에 올라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에게 차를 세우라고 명령했다. 그의 차가 압류 대상이 된 이유는 ‘히잡을 쓰지 않고 반복적으로 운전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명령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단 이유로 차량 바퀴와 운전석으로 발포했다. 이란 경찰청은 지난해 4월부터 감시 카메라를 활용해 공공장소나 차 안에서 히잡 미착용 여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왔다. 히잡을 쓰지 않고 운전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적발되면 차량 압류까지 가능하다. 이란 인권감시기구(HRM)에 따르면 바드리는 등에 박힌 총알은 제거했지만, 완전히 걷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바드리는 폐 수술도 받아야 해 이란 경찰이 관리하는 수도 테헤란의 발리 아사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이란 당국은 바드리 관련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는 걸 극도로 민감해하고 있다. 그의 가족들은 하루 몇 분만 면회할 수 있고, 휴대전화는 압수됐다. 미국으로 망명한 이란 여성 언론인 마시 알리네자드는 X에서 “바드리 가족과 친척들은 사건을 알리지 말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며 “21세기에 머리를 가리지 않았단 이유로 엄마가 경찰 총에 맞았단 사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며 분노했다. BBC방송은 “이런 유의 사고를 덮으려는 이란 당국의 태도는 처음이 아니다”며 “지난해 10월 숨진 아르미타 게라반드 사건 때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당시 17세였던 게라반드는 지하철역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고 경찰에게 폭행당해 28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BBC에 따르면 경찰은 게라반드 가족에게도 입을 다물라고 압박했다. 이란은 2022년 히잡 미착용으로 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한 마사 아미니(당시 23세) 사건 이후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지자 다소 단속을 완화했으나, 최근 들어 다시 고삐를 조이고 있다. 이달 초에도 14세 소녀가 히잡을 쓰지 않았단 이유로 경찰에게 폭행당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지상전을 감행한 지 8일째인 13일 거침없는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러시아 쿠르스크주의 74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올해 7개월 동안 점령한 면적을 일주일 만에 차지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쿠르스크주에 인접한 벨고로드주도 민간인 사상자가 나와 러시아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지상전은 ‘대반격’이라고 명명했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었던 지난해 공격과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밀한 기습을 대담하게 추진해 러시아 영토를 적지 않게 점령하는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동부전선은 열세에 처해 있어 평화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최소 800km² 통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13일 “하루 동안 3km를 더 진격해 러시아 영토 40km²를 추가로 장악했다”고 밝혔다. AFP통신도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자료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최소 800km²(서울 면적의 1.32배) 통제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점령했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본토 면적(1000km²)은 러시아가 올해 탈취한 우크라이나 영토(1175km²)와 맞먹는다. 이번 지상전으로 러시아에선 약 20만 명의 주민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주에서 선전하며 인접한 벨고로드주에서도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뱌체슬라프 글랏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에서 “연이은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집들이 파괴되고 민간인 사상자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상전은 우크라이나의 철저한 보안 유지가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병력 이동은 훈련이라고 감췄으며, 일부 군인은 군복 대신 사복을 입고 움직였다.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도 지상전 개시 며칠 전에야 임무를 전달받았으며, 미국조차 공격 개시 다음 날에야 상황을 파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지상전 성공의 키워드는 속임수와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충격에 빠뜨리기 위한 여러 가능성을 오랫동안 고려했는데, 작전이 상당 부분 진행될 때까지 서방과 공유하질 않았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4일 소셜미디어 X에 “우리는 쿠르스크주에서 1∼2km 전진했다”며 “러시아 군인 100명을 포로로 잡았다”고 썼다.● “동부전선 수세로 평화협정 쉽지 않아” 우크라이나군이 지상전에 투입한 군 장비에 ‘△’ 표시를 새긴 점도 눈길을 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쿠르스크주로 진격 중인 우크라이나군 장비에 예외 없이 ‘△’ 표시가 새겨져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일각에선 이번 지상전을 ‘세모 작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당시 승리를 염원하는 뜻으로 ‘Z’ 표시를 한 것과 비슷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연설에서 “우리가 전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걸 거듭 입증했다”며 “이번 성과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국경 지역에서 러시아 군대를 더 많이 파괴할수록 평화와 안보가 가까워질 것”이라고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 진격이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러시아 내에선 이번 공격으로 협상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전날 “민간인을 공격하고 원자력발전소를 위협하는 자들과 무슨 협상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동부전선에선 고전하고 있어 이번 작전이 대세를 바꾸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일부 지역을 점령한다고 해서 러시아에 실존적 위협을 주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지상전을 감행한 지 8일째인 13일 거침없는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러시아 쿠르스크주의 74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올해 7개월 동안 점령한 면적을 일주일 만에 차지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쿠르스크주에 인접한 벨고로드주도 민간인 사상자가 나와 러시아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우크라이나의 이번 지상전은 ‘대반격’이라고 명명했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었던 지난해 공격과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밀한 기습을 대담하게 추진해 러시아 영토를 적지 않게 점령하는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동부 전선은 열세에 처해 있어 평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최소 800㎢ 통제”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13일 “하루 동안 3km를 더 진격해 러시아 영토 40㎢를 추가로 장악했다”고 밝혔다. AFP통신도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자료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최소 800㎢(서울 면적의 1.32배) 통제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미 CNN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점령했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본토 면적(1000㎢)은 러시아가 올해 탈취한 우크라이나 영토(1175㎢)와 맞먹는다. 이번 지상전으로 러시아에선 약 20만 명의 주민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주에서 선전하며 인접한 벨고로드주에서도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뱌체슬라프 글랏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에서 “연이는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집들이 파괴되고 민간인 사상자도 발생했다”고 밝혔다.이번 지상전은 우크라이나의 철저한 보안 유지가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병력 이동은 훈련이라고 감췄으며, 일부 군인은 군복 대신 사복을 입고 움직였다.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도 지상전 개시 며칠 전에야 임무를 전달받았으며, 미국조차 공격 개시 다음날에야 상황을 파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지상전 성공의 키워드는 속임수와 도박”이라고 평가했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에서도 시르스키 총사령관에게 “다음 ‘주요 단계’를 진행하라”며 두루뭉술하게 요청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충격에 빠뜨리기 위한 여러 가능성을 오랫동안 고려했는데, 작전이 상당 부분 진행될 때까지 서방과 공유하질 않았다”고 했다.● “동부전선 수세로 평화협정 쉽지 않아”우크라이나군이 지상전에 투입한 군 장비에 ‘△’ 표시를 새긴 점도 눈길을 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쿠르스크주로 진격 중인 우크라이나군 장비에 예외 없이 ‘△’ 표시가 새겨져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일각에선 이번 지상전을 ‘세모 작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당시 승리를 염원하는 뜻으로 ‘Z’ 표시를 한 것과 비슷하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연설에서 “우리가 전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걸 거듭 입증했다”며 “이번 성과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국경 지역에서 러시아 군대를 더 많이 파괴할수록 평화와 안보가 가까워질 것”이라고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 진격이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러시아 내에선 이번 공격으로 협상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전날 “민간인을 공격하고 원자력발전소를 위협하는 자들과 무슨 협상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동부전선에선 고전하고 있어 이번 작전이 대세를 바꾸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일부 지역을 점령한다고 해서 러시아에 실존적 위협을 주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유럽연합(EU)이 12일 소셜미디어 X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더 많은 이용자가 있을수록 더 큰 책임이 따른다”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오후 X에 생중계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와의 대담에 앞서 ‘유해 콘텐츠’ 검열 의무를 준수하라는 주의를 준 것이다. EU 디지털 정책을 이끄는 티에리 브르통 내수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머스크와 트럼프 대담을 직접 언급하며 “유럽 내에 ‘잠재적으로 유해한 콘텐츠(potentially harmful content)’가 확산될 위험이 있다”며 머스크 CEO에게 보낸 서한을 X에 공개했다. 브르통 위원은 “증오와 무질서, 폭력을 조장하는 내용이나 특정 허위 정보가 유포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며 필요하다면 “어떤 수단도 활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대대적인 빅테크 규제에 나선 EU는 X에 대해서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EU 집행위는 지난달 12일 X가 광고 투명성 등의 영역에서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위반했다는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DSA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높은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제정됐다. 다만 이처럼 EU가 선제적으로 공개 경고를 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가 빅테크를 통제하려는 시도가 매우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영국에서 극우세력발(發) 허위 정보로 폭력 시위가 번진 뒤 유럽 국가들이 온라인 정치 담론에 더 민감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브르통 위원은 서한에서 영국 사례를 거론하며 “X가 테러리즘과 폭력, 증오, 인종차별을 선동하는 콘텐츠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유로뉴스는 “폭력과 무질서를 선동할 우려가 있는 콘텐츠를 퍼뜨리는 X에 대해 EU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머스크 CEO는 EU의 경고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한 공개 뒤 ‘너나 잘하라’는 뉘앙스의 욕설이 담긴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을 X에 게시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