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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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장바구니에 담은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leemail@donga.com

취재분야

2024-10-22~2024-11-21
연극47%
문화 일반30%
인사일반7%
문학/출판7%
음악7%
무용2%
  • ‘K팝 대부’ 김형석, 한국어 교육 위해 英 옥스퍼드에 1400여곡 사용 허락

    작곡가 겸 음악 프로듀서 김형석이 한국어 보급을 위해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 자신이 작곡한 1400여 곡의 사용을 허락했다.김형석은 지난 4일(현지시간) 옥스퍼드 대학교 셸더니언 홀에서 특강과 미니 콘서트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K팝의 대부로부터 듣는 K팝’을 제목으로 한 특강은 조지은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와 함께 K팝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진단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17세기에 세워진 셸더니언 홀에서 강연한 아시아 대중음악인은 김형석이 처음이다.김형석은 “세계적 명문인 옥스퍼드대를 K팝이 휘감았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며 “언어가 중요한 인공지능 시대에 한국어가 널리 보급되고 교육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의 창작곡들을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한국어 교육 목적으로 사용케 했다. 또한 그가 조 교수와 함께 만든 한글 학습 노래 ‘가나다송’도 이 자리에서 발표했다.김형석은 “K팝은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포용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일부의 우려에도 K팝의 미래는 밝다”며 “앞서 K팝은 과거 디지털 음원이 등장하면서 음악 시장에 닥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고 평가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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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가 연주하니… 색깔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두 사람의 기타 연주가 시작되자 전시장 좌우 벽면에 댜양한 색상의 파동이 일었다. 점차 격렬해지는 음악에 덩달아 화려해지는 파동을 감상하던 중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한 사람의 손에 기타가 없었던 것. 노트북 앞에서 팔을 요란하게 흔들며 기타를 치는 흉내만 내고 있었다. 가까이 들여다본 노트북 화면엔 음표 없이 복잡한 수식과 단축키만 가득했다. 5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아트코리아랩×SAT 예술기술 마스터클래스’ 쇼케이스에선 인공지능(AI) 기반의 모션캡처 기술을 활용한 공연이 펼쳐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아트코리아랩이 창작자 21명을 대상으로 열흘간 진행한 마스터클래스의 작품 발표회다. 캐나다 SAT(Society for Arts and Technology)의 아트디렉터, 연구자를 초청해 강의와 창작을 결합한 과정으로 마련됐다. 1996년 설립된 SAT는 오스트리아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프랑스 ‘이르캄’, 미국 ‘뉴잉크’와 더불어 세계적인 기술융합예술 전문기관으로 꼽힌다. 이날 쇼케이스에선 관객의 동작을 실시간으로 데이터화해 시각예술로 표현한 작품도 선보였다. 전시장에 설치된 키넥트(동작 인식 장비) 카메라에 다가서자 관객의 형체가 벽면에 오색찬란한 불빛으로 그려졌다. 박지수 작가는 “작품을 전시장에 실제 구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경험이 풍부한 선생님들에게 즉각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며 “아직 기술융합예술 분야가 발전하지 않은 국내에서 노하우를 전수받기 어려워 느꼈던 갑갑함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번 마스터클래스엔 신진 작가들 외에 기성 작가들도 참여했다. 최해인 아트코리아랩 예술기술지원팀장은 “인터랙티브 예술용 프로그램인 ‘오시아 스코어’ 등 국내에서 접할 기회가 드문 심화 기술을 배우려는 30, 40대 이상 기성 작가들의 수요가 많았다”며 “과거 일회성에 그쳤던 중장기 고급과정을 꾸준히 넓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참여 작가들은 창작 및 유통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다. 고태현 작가는 “단지 기술 습득을 넘어 SAT의 주요 기획자들과 직접 만났다는 의미가 크다. 향후 해외 출품이나 상주 작가 등을 준비할 때 필요한 접점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교육을 총괄한 피아 발타자르 SAT 디렉터는 “기술융합예술 분야는 장르, 국가 등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작가들과 융복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한국 예술가들은 배우려는 의지가 강해 앞으로 더 깊이 있는 작품세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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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레 스타’ 박세은-이상은, 국내서 갈라쇼 선보여

    해외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스타 무용수들을 만나 볼 수 있는 발레 갈라쇼 2편이 잇달아 펼쳐진다. 이달 20∼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BOP)의 ‘에투알 갈라’가 공연된다. 2021년 동양인 최초로 BOP 수석무용수가 된 박세은이 출연하고, 프로그램 구성 및 캐스팅도 직접 맡았다. ‘카르멘’ ‘신데렐라’ ‘돈키호테’ 등 발레단 핵심 레퍼토리 18개를 선별해 20, 21일과 23, 24일로 나눠 공연한다. 레오노르 볼라크, 발랑틴 콜라상트, 해나 오닐, 폴 마르크, 기욤 디오프 등 BOP 간판 수석무용수 6명이 함께 무대에 선다. 13일엔 국내외 7개 발레단 소속 무용수 20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2024 발레스타즈’가 경기 성남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영국 국립발레단 소속 이상은 수석무용수가 ‘빈사의 백조’를, 핀란드 국립발레단 종신단원 강혜지가 ‘발레 102’를 각각 선보인다. 최근 유명 발레단의 정단원 활동이 확정된 루키 무용수들도 볼 수 있다. 한국인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 내년 2월 입단 예정인 전민철이 무대에 올라 ‘호두까기 인형’ 파드되 등을 춘다. 올 9월부터 파리오페라발레단 정단원으로 활동하는 이예은은 ‘라 실피드’ 파드되를 선보인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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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바둑 올림픽’ 응씨배… 36년만에 4강 진출 실패

    국제 바둑 대회인 응씨배에서 한국이 36년 만에 4강 진출에 실패했다. 4일 한국기원에 따르면 한국팀의 마지막 기사였던 원성진 9단이 이날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10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 선수권대회 8강에서 중국 셰커 9단에게 276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5명 전원이 탈락했다. 1988년 시작된 응씨배에서 6차례 정상에 올라 최다 우승국인 한국이 4강에도 오르지 못한 건 처음이다. 응씨배는 대만 기업가 잉창치(應昌期·1914∼1997)가 창설한 국제 바둑 대회로, 4년마다 열려 ‘바둑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한국팀은 전날 열린 16강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신진서 9단을 비롯해 박정환 9단, 신민준 9단, 김진휘 7단이 모두 패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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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크인 한양’ ‘강철부대W’… 채널A “차원 다른 즐거움 기대하세요”

    채널A가 올 하반기 새로운 드라마 3편, 예능 3편을 각각 선보인다. 드라마 ‘체크인 한양’ ‘새벽 2시의 신데렐라’ ‘결혼해YOU’ 등 3편이 하반기 시청자를 찾아간다. 예능에서는 여성 강철부대 편인 ‘강철부대W’, 연애 예능의 대명사 ‘하트시그널’의 새 시즌, 신개념 세러피(테라피·치유) 예능인 ‘애라원’(가제)이 방영을 앞두고 있다.● ‘조선시대 특급 호텔’에서 펼치는 로맨스 사극 ‘조선시대 초호화 호텔에 인턴으로 입사했다면?’이란 상상을 바탕으로 한 성장 로맨스 사극 ‘체크인 한양’이 올 하반기 안방극장을 찾는다. 디저트 바, 뷰티 살롱, 카지노까지…. 오늘날 호텔에서나 볼 법한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조선의 호텔 ‘용천루’와 그곳에 교육 사환으로 입사한 이팔청춘 4인방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주 골자. 조선시대 호텔에 인턴으로 입사한 이들이 정규직 사원이 되기 위해 매 단계 시험을 치르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오늘날 청춘들의 현실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통통 튀는 성격의 주인공 남녀는 배우 배인혁과 김지은이 각각 맡았다. 배인혁은 혼란한 나라를 바로잡고자 신분을 숨긴 채 용천루에 잠입한 왕자 이은 역을 부드러운 눈빛과 묵직한 카리스마로 소화할 예정이다. 박종은 총괄 프로듀서는 “이은 역은 궁궐에서의 습관과 말투를 미처 고치지 못해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코믹함도 전달해야 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배인혁은 이를 섬세한 연기로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난 배우”라고 캐스팅 배경을 밝혔다. 왕자 이은과 좌충우돌 부딪치며 인연을 맺는 남장 여자 홍덕수 역은 김지은이 연기한다. 또 배우 김민정이 ‘용천루’의 총지배인 설매화 역으로 특별 출연하며 약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동명의 인기 웹툰·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새벽 2시의 신데렐라’는 8월 24일 처음 방송된다. 부잣집 왕자님이 곁에 있어도 눈앞의 상황이 먼저인 여주인공이 등장해 어릴 적 읽은 동화 속 환상과는 다른 현실을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다. 주인공 ‘윤서’는 3년간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재벌 3세라는 사실을 안 뒤 그의 어머니로부터 ‘이별 종용 돈봉투’를 받으며 결별을 결심한다. 하지만 애인 ‘주원’은 그녀의 마음을 돌리고자 온갖 노력을 쏟아붓는다. 현실 감각 충만한 ‘능력자’ 팀장 윤서 역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에서 활약한 배우 신현빈이 연기한다. 그와 달리 순정파 사랑을 좇는 연하남 주원 역은 드라마 ‘슈룹’ ‘방과 후 전쟁활동’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 문상민이 맡아 새로운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가족들과 도란도란 웃으며 함께 보기 좋은 로맨틱 코미디물 ‘결혼해YOU’도 올 하반기 안방극장을 찾는다. 올해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최악의 ‘빌런남’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이이경이 순수한 섬 총각으로 변신하면서 또 다른 매력 발산에 나설 예정. 이이경은 소위 결혼 기피 조건을 모두 갖춘 총각 ‘봉철희’ 역을 맡아 비혼주의 7급 공무원 ‘정하나’와의 청량한 로맨스를 선보인다.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에서 심수련(이지아)의 친딸 민설아 역을 맡아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배우 조수민이 정하나 역을 연기한다.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전개로 ‘막장 드라마’에 익숙한 요즘 방송가에서 ‘디톡스 드라마’ 자리를 노린다.● 독거미부대 등 여군들의 ‘강철 승부’ 강인한 군인 정신과 강철 체력을 앞세워 ‘밀리터리 예능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강철부대’는 파격적인 콘셉트로 돌아온다. 앞서 시즌 1∼3과 달리 최초로 여군 특집이 제작된다. 10월 첫 편이 방송되는 ‘강철부대W’가 그것이다. “작전할 때는 저를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군인입니다”라고 말하는 여군들이 한 치의 양보 없는 전투와 경합에 나선다. 이번 ‘강철부대W’에서는 육군특수전사령부, 제707특수임무단, 해병대, 군사경찰특임대, 독거미부대-여군특임중대 등 국내 최정예 부대 출신 여군 예비역들이 함께할 예정이다. 다른 ‘여성 서바이벌’ 콘텐츠에선 보기 힘들었던, 여군의 실제 훈련과 저격수 간의 사격 대결 등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화면 가득 펼쳐질 예정이다. 또한 선임과 후임 간 깍듯한 경례, 타 부대와의 자존심 싸움 등 여군의 실제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 소개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제작진은 여군 특유의 역량과 매력을 화면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서혜승 총괄 프로듀서는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군인 간 대결을 여성들이 수행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상상했다”며 “성별을 떠나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갖는 자부심, 혹독한 미션을 수행해 내는 강인함을 통해 앞선 강철부대 시리즈와는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애 예능인 ‘하트시그널’은 새 시즌(가제 ‘골든러브’)으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사랑의 핵심인 ‘설렘’의 감정에 다시 주목한다. 외모와 재력 모두 ‘황금기’를 달리는 30∼50대 싱글들이 출연해 각자의 매력 발산에 나선다. 사회적 지위는 안정됐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여전히 불안하고, 때론 상처가 있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나이와 연륜이 쌓인 만큼 깊이 있고 더욱 배려하는 사랑의 형태가 등장하는 것이 이번 시즌의 관전 포인트. 2017년부터 4개 시즌이 주로 20대 청춘남녀를 그렸던 것에 비해 더욱 현실적이고 열정적인 ‘인생 연인’ 찾기 심리전이 펼쳐진다. 서혜승 프로듀서는 “최근 자극적인 콘셉트의 연애 예능들이 나왔지만 정작 연애 프로그램이 가장 천착해야 할 ‘설렘’은 사라지고 있다”며 “30∼50대 출연자들은 사랑을 향한 진정성과 본연의 매력을 모두 갖췄기에 강력한 설렘을 준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농익는 사랑의 감정을 보여주려 한다”고 했다. 낚시 예능(‘도시어부’), 입시 예능(‘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등 새 예능 장르를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국내 최초의 세러피 예능이 시청자를 찾아간다. 올 하반기 공개 예정인 ‘애라원’이 그것이다. 2020년부터 프로그램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세 아이를 둔 엄마 MC로 활약해온 배우 신애라가 출연한다. 그는 세러피 하우스의 원장으로 등장해 다양한 세러피 노하우를 들려줄 예정이다. 구독자 23만여 명의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집 정리 꿀팁, 요리 레시피 등을 공유하면서 보여준 ‘친근하고 똑 부러지는 언니’ 같은 모습을 이젠 스마트폰을 넘어 방송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애라원을 찾는 연예인 회원들은 다이어트, 정신 단련 등 여러 방면에서 신애라만의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강도 높은 스파르타식 노하우부터 시청자 누구나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노하우까지 폭넓게 다뤄질 예정. 지치고 힘든 일상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신애라표 치료법’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애라원’의 김승훈 총괄 프로듀서는 “다양한 고민과 성향을 가진 회원들이 서로의 세러피 비법을 공유함으로써 출연진은 물론이고 시청자도 치유받는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채널A는 7월 7일부터 새로운 CI와 슬로건 ‘즐겨봐 너의 세상, Play the Next’를 선보이는 것과 함께 더욱 새로운 프로그램의 기획 및 제작에 나설 계획이다. 곽정아 채널A 성장전략팀장은 “독창적인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가 다음 이야기를,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방송이 되려 한다”며 “개국 13주년을 맞은 올해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고, 앞으로도 시청자 관점에서 소통하며 끊임없는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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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월 김삿갓-부산 야구왕… 지자체, 로컬 뮤지컬에 꽂히다

    “바람 따라 물길 따라 삿갓을 쓰고 그렇고 그런 세상 그대로 지나가세.” 삿갓 하나 쓴 채 발 닿는 대로 조선을 방랑한 사람이 있다. 양반가 자제임에도 선대의 죄로 인해 벼슬길이 막혀 강원 영월에서 방랑 생활을 시작한다. ‘김삿갓’으로 잘 알려진 김병연의 이야기다. 이를 재창작한 뮤지컬 ‘영월 김삿갓, 노마드 시인’이 영월 관풍헌 야외무대에서 다음 달 31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공연된다. 영월군과 지역 극단 ‘시와별’이 공동 기획했다. 전국 곳곳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고유 문화를 담은 창작뮤지컬 제작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7일 강원 춘천시 봄내극장에서는 강릉의 지역 설화를 바탕으로 한 강릉시의 창작뮤지컬 ‘월화전’이 공연된다. 신라시대 명문가의 외동딸 연화와 마을에 새로 부임한 화랑 무월랑 간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상설 공연을 목표로 기획됐으며 강릉 출신 배우, 창작진이 제작에 참여했다. 지역 인기 스포츠를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도 있다. 지난달 4∼9일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야구왕, 마린스!’가 그것. 유소년 야구단의 꿈과 성장을 그린 가족 뮤지컬로, 뮤지컬 ‘마리 퀴리’ ‘광주’ 등을 만든 공연제작사 라이브와 부산시, 부산문화회관이 공동 제작했다. ‘구도(球都) 부산’이라고도 불리며 야구가 지역 대표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데서 착안했다. 배우 김수로가 해설가 역을 맡았고 실제 야구장을 표현한 무대, 속도감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등이 볼거리로 꼽혔다. 총 8회 공연됐고, 관객 5000여 명을 모았다. 이런 ‘로컬 뮤지컬’은 지역 경제와 문화를 활성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만들어진다. 황숙희 영월군 문화관광체육과 팀장은 “관광지가 문을 닫는 야간에도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관광객의 발길을 모으고 지역 침체를 막고자 기획됐다”며 “뮤지컬은 단순 노래나 연극과 비교해 시민 접근성과 흡인력이 훨씬 높은 장르”라고 말했다. 지역 예술가를 육성한다는 의의도 있다. ‘야구왕, 마린스!’에는 부산 출신 신진 예술가 30명이 제작에 참여했다. 배우 9명, 연주자 10명, 음향·조명 등 창작진 11명 등이다. 부산문화회관 관계자는 “지역 예술인을 발굴, 양성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작품”이라며 “지역 특화 브랜드로 키운 뒤 다른 지역에서도 순회공연을 펼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제작사에는 창작뮤지컬 초연에 드는 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배경희 라이브 콘텐츠사업부 팀장은 “지자체의 비용 지원을 받음으로써 비교적 낮은 리스크로 새 콘텐츠를 창작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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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성진, 응씨배 8강 탈락…韓바둑, 36년 만에 4강 진출 실패

    국제 바둑 대회인 응씨배에서 한국이 36년 만에 4강 진출에 실패했다.4일 한국기원에 따르면 한국팀의 마지막 기사였던 원성진 9단이 이날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10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 선수권대회 8강에서 중국 셰커 9단에게 276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5명 전원이 탈락했다. 1988년 시작된 응씨배에서 6차례 정상에 올라 최다 우승국인 한국이 4강에도 오르지 못한 건 처음이다.응씨배는 대만 기업가 잉창치(應昌期·1914∼1997)가 창설한 국제 바둑 대회로, 4년마다 열려 ‘바둑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한국팀은 전날 열린 16강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신진서 9단을 비롯해 박정환 9단, 신민준 9단, 김진휘 7단이 모두 패했다.이날 원성진은 상변 전투에서 불리해지자 하변 패싸움에서 반전을 노렸지만, 중국 셰커 9단의 방어를 뚫지 못했다. 중국은 셰커 9단에 이어 커제 9단도 4강에 올랐다. 대만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리스트인 쉬하오훙 9단이 8강에서 중국의 리친청 9단에게 승리를 거뒀다. 대만 기사가 응씨배에서 4강에 오른 건 쉬하오훙이 처음이다. 일본의 이치리키 료 9단도 중국의 쉬자양 9단을 꺾고 4강에 합류했다.3번기로 진행되는 4강전은 중국 닝보로 옮겨 6일 열린다. 응씨배 우승 상금은 40만 달러(약 5억5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10만 달러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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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전, ‘아르코꿈밭극장’으로 17일 다시 연다

    가수 김민기가 운영하다가 문을 닫은 ‘학전’ 소극장이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이름을 바꿔 17일 재개관한다. 올 3월 15일 폐관한 지 125일 만이다. 3일 오전 찾아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학전’ 소극장은 막바지 내부 공사가 한창이었다. 건물 앞에 공사 차량이 세워져 있고, 인부들은 마감 공사로 바빴다. 다만 건물 외벽에 있는 ‘학전’이란 간판은 아직 붙어 있었다. 조만간 이 간판이 떼어지고, ‘아르코꿈밭극장’이란 간판이 걸릴 예정이다. 1991년 개관한 ‘학전’은 최근 몇 년 동안 심각한 경영난을 맞았다. 김민기가 사비까지 쏟았지만 적자 상황은 심각해졌다. 이런 까닭에 33년간 운영됐던 학전의 건물도 ‘노쇠’해져 있었다. 이 건물을 임차해 ‘학전의 뜻’을 이어가기로 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는 지나친 리모델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누수 문제가 심각했던 기존 지하 소극장은 노후화된 조명 위주로 환경 개선을 했다. 극단 사무실이 있었던 2층은 관객을 위한 임시 라운지로 바뀌고, 3층 연습실은 관객과 창작진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된다. 다만 김민기가 사용하던 4층 집무실 공간은 아직 활용 방안을 정하지 않았다. 17일 재개관일에는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주제로 행사가 열린다. ‘학전’ 출신 단원들이 있는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가 극장 앞마당에서 ‘학전’의 어린이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 넘버를 포함한 노래 2곡을 부른다. 소극장에서는 판소리 그림자 인형극 ‘와그르르르 수궁가’가 공연된다. 이후 19일부터는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가 주최하는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의 해외 초청작이 공연된다. 캐나다 극단의 ‘사랑에 빠진 뽀메로’ 등 3편이다. ‘학전’의 새 이름인 ‘아르코꿈밭극장’은 어린이들의 꿈이 움트고 자라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학전’에서 김민기란 이름은 지워졌지만 어린이 창작 뮤지컬에 힘을 쏟았던 그의 뜻은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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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기의 ‘학전’, ‘아르코꿈밭극장’으로 17일 새출발한다

    가수 김민기가 운영하다가 문을 닫은 ‘학전’ 소극장이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이름을 바뀌 17일 재개관한다. 지난 3월 15일 폐관한 지 125일 만이다. 3일 오전 찾아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학전’ 소극장은 막바지 내부 공사가 한창이었다. 건물 앞에 공사 차량이 세워져 있고, 인부들은 마감 공사로 바빴다. 다만 건물 외벽에 있는 ‘학전’이란 간판은 아직 붙여져 있었다. 조만간 이 간판은 떼어지고, ‘아르코꿈밭극장’이란 간판이 걸릴 예정이다. 1991년 개관한 ‘학전’은 최근 몇 년 동안 심각한 경영난을 맞았다. 김민기가 사비까지 쏟았지만 적자 상황은 심각해졌다. 이런 까닭에 33년 간 운영됐던 학전의 건물도 ‘노쇠’해져 있었다. 이 건물을 임차해 ‘학전의 뜻’을 이어가기로 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는 지나친 리모델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누수 문제가 심각했던 기존 지하 소극장은 노후화된 조명 위주로 환경 개선을 했다. 극단 사무실이 있었던 2층은 관객을 위한 임시 라운지로 바뀌고, 3층 연습실은 관객과 창작진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된다. 다만 김민기가 사용하던 4층 집무실 공간은 아직 활용 방안을 정하지 않았다. 17일 재개관일에는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주제로 행사가 열린다. ‘학전’ 출신 단원들이 있는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가 극장 앞마당에서 ‘학전’의 어린이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 넘버를 포함한 노래 2곡을 부른다. 소극장에서는 판소리 그림자 인형극 ‘와그르르르 수궁가’가 공연된다. 이후 19일부터는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가 주최하는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의 해외 초청작이 공연된다. 캐나다 극단의 ‘사랑에 빠진 뽀메로’ 등 3편이다. ‘학전’의 새 이름인 ‘아르코꿈밭극장’은 어린이들의 꿈이 움트고 자라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학전’에서 김민기란 이름은 지워졌지만 어린이 창작 뮤지컬에 힘을 쏟았던 그의 뜻은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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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이드 아웃2, 개봉 19일만에 티켓수입 10억달러

    디즈니 픽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가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단 기간에 티켓 수입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할리우드의 ‘빌리언 클럽(billion club)’에 합류했다. 1일(현지 시간) 미국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인사이드 아웃2’는 개봉 19일 만에 전 세계에서 티켓 수입 10억1481만 달러를 기록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으로는 역대 11번째로 10억 달러를 돌파한 작품이 됐다. 2015년 개봉한 전편의 흥행 총액(8억5000만 달러)을 개봉 20일도 안 돼 가뿐히 넘어선 것. 올해 들어 빌리언 클럽에 들어선 영화는 ‘인사이드 아웃2’가 유일하다. 한국에서도 열기가 뜨겁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일 기준 국내 누적 관객 수는 572만 명. 이미 전편의 국내 관객 수(497만 명)를 훌쩍 넘긴 수치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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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이드 아웃2’ 역사상 최단기간 빌리언클럽 합류

    디즈니 픽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가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단기간에 티켓 수입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할리우드의 ‘빌리언 클럽’(billion club)에 합류했다. 1일(현지 시간) 미국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인사이드 아웃 2’는 개봉 19일 만에 전 세계에서 티켓 수입 10억1481만 달러를 기록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으로는 역대 11번째로 10억 달러를 돌파한 작품이 됐다. 2015년 개봉한 전편의 흥행 총액(8억5000만 달러)을 개봉 20일도 안 돼 가뿐히 넘어선 것. 올해 들어 빌리언 클럽에 들어선 영화는 ‘인사이드 아웃 2’가 유일하다.한국에서도 열기가 뜨겁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일 기준 국내 누적 관객 수는 572만 명. 이미 전편의 국내 관객 수(497만 명)를 훌쩍 넘긴 수치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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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로 재창작 ‘사랑은 비를 타고’ 등… 7월 전국 곳곳서 공연예술 축제 한마당

    국내외 연극, 뮤지컬을 다채롭게 접할 수 있는 공연예술 축제가 이달 전국 곳곳에서 개최된다. 우선 올해 제42회를 맞은 대한민국연극제가 경기 용인에서 이달 23일까지 진행된다. 한국연극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연극제는 전국 최대 규모의 연극제로 꼽힌다. ‘연극, 르네상스를 꿈꾸다’를 주제로 열리는 올해 행사에서는 그리스 연출가 이아니스 파라스케보풀로스가 연출하고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고대 그리스 비극 ‘안티코네’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외 경남 통영에서 활동하는 극단 벅수골의 ‘하얀파도’, 강원 지역 극단 도모의 ‘인과 연’ 등 지역 단체 초청작이 공연된다. 아시아 최대 규모 뮤지컬 축제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도 8일까지 대구 전역에서 이어진다. 이번 열여덟 번째 행사에는 역대 최다 국가가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총 7개국의 작품 25편이 공연된다. 고전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를 뮤지컬로 재창작한 ‘싱잉 인 더 레인’, 오랑우탄의 머리뼈를 인류 조상의 화석이라고 속인 ‘필트다운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미싱링크, 어느 사기꾼의 이야기’ 등이 관객을 만난다. 어린이를 위한 공연예술 축제도 있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아시테지코리아)가 주최하는 ‘제32회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가 18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개최된다. 한국을 포함해 영국, 브라질, 태국 등 8개국 출신 공연단체가 참여한다. 어린이의 자기 긍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댄스 드라마 ‘문제적 핑크’, 시각장애인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참여형 공연 ‘빙빙빙’ 등 총 11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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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미국 기자가 파헤친 6·25의 세계사

    20일 별세한 할리우드 배우 도널드 서덜랜드는 1970년 영화 ‘매시’로 스타가 됐다.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블랙코미디로, 당시 미국 내 반전 열풍을 타고 흥행했다. 미국 역사에서 소외된 전쟁으로 꼽히는 6·25전쟁은 그제야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1953년 휴전 협정을 맺은 지 17년 만이다. 신간은 막대한 사상자를 내고도 세상에서 오래도록 잊혔던 ‘가장 추운 겨울’, 6·25전쟁의 비화를 파헤친다. 미국 언론인이자 역사가인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약 10년에 걸쳐 참전 용사들과 100여 건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뉴욕타임스 기자로 일하던 1964년 베트남전의 진실을 밝히는 보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등 미국 외교정책의 이면을 알리는 데 힘썼다. 그의 유작인 이 책은 2009년 초판이 발간됐으며, 군사용어와 오역을 고친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밀도 높은 상황 묘사와 생생한 인용구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다.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남침 직후 참전을 결정하는 순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한국에서 막 돌아온 맥아더 장군은 합참에 ‘지상군의 지원 없이는 결정적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보고했다. 전쟁과 평화를 판가름해야 하는 순간. 면도를 하다가 전화를 받은 트루먼은 새벽 5시에 미 지상군의 투입을 승인했다. 저자는 지정학적, 전략적 가치가 낮은 한반도를 놓고 자본주의, 공산주의 양대 진영이 큰 희생을 치른 이유를 분석한다. 예컨대 마오쩌둥에게 참전은 서방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을 참패시키고 내부 입지를 굳힐 기회였다는 것. 이 과정에서 6·25전쟁은 남북한 사이에 벌어진 내전뿐만 아니라 미국, 소련, 중국, 일본 간의 지정학적 긴장관계와 냉전질서가 맞물리며 빚어진 국제전이라는 점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70여 년 전 한반도에서 벌어진 6·25전쟁을 다시 되짚어보는 것은 지금 필요한 일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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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사하며 공연도 즐겨요”… MZ세대 ‘뮤지컬 펍’에 발길

    26일 서울 중구의 뮤지컬 펍 ‘쇼플릭스’. 오후 8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웃고 떠들던 손님들이 일제히 식당 앞 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검정 유니폼과 앞치마를 입은 배우 6명이 안개 효과 사이로 등장했다. 방금까지 와인과 감바스를 서빙하던 직원들이 뮤지컬 ‘록키호러쇼’의 캐릭터들로 변신한 것. 이들은 화려한 색감으로 변하는 조명 아래서 이 작품의 킬링 넘버 ‘타임 워프’를 노래하고 춤췄다. 10여 분간 이어진 공연이 끝나고, 손님들은 수저와 스마트폰 카메라를 내려놓은 채 손뼉 치며 환호했다. 손님 채모 씨(27)는 “밥을 먹으며 공연을 관람하는 건 일반 공연장에서는 상상 못 할 특별한 경험”이라며 “일상에 치여 극장에 가지 못했던 아쉬움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 뮤지컬 펍은 오래전 쌀 창고로 사용되던 층고 높은 건물을 170석 규모 식당 겸 공연장으로 개조한 것이다. 공연장용 음향·조명 설비를 갖추고 배우 18명을 섭외했다. 사장 곽현걸 씨는 “뮤지컬 팬이 늘어났지만 값비싼 티켓, 경직된 관람 문화로 인해 공연을 쉽게 즐기긴 어려워졌다”며 “관객에겐 편안한 공연을, 신인 배우들에겐 무대 경험을 제공하고자 뮤지컬 펍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펍이 ‘낮은 장벽’을 앞세워 젊은층 호응을 사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캐스팅’은 입장료 1만5000원에 매일 다른 공연을 제공한다. 1만 원대 음료를 주문하면 배우가 직접 서빙한다. 직장인 권지은 씨(28)는 “뮤지컬을 보려면 티켓 값 10만 원은 기본, 저녁밥도 거르고 공연장에 뛰어가야 한다”며 “뮤지컬 펍은 그보다 저렴한 가격에 객석 ‘1열’ 자리에서 공연을 보고 밥까지 먹을 수 있으니 가성비가 좋다”고 했다. 여기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경험소비 트렌드와 국내 뮤지컬 시장 성장세도 영향을 미쳤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약 4591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부산 수영구 ‘시카고’에서는 새빨간 롱부츠를 신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킹키부츠’ 등 광안대교 야경을 바라보며 뮤지컬 갈라쇼를 감상할 수 있다. ‘시카고’ 사장 김민지 씨는 “10대부터 40대에 이르는 젊은 손님들의 호응이 좋다. 대구, 남해 등 멀리서도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무대 경험이 소중한 신인 배우들에게는 성장의 발판이 된다. 강원 양양의 ‘양리단길호텔 Y라운지’ 무대에 서는 배우 김혁주 씨는 “올해 준비하던 공연 두 편이 무산돼 오디션을 찾아보던 중 뮤지컬 펍을 발견했다.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연기할 수 있어 더욱 즐겁고 배우는 점이 많다”고 했다. ‘캐스팅’ 사장 이재호 씨는 “오디션 문이 좁은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무명 배우들이 경험을 쌓고 즉석에서 캐스팅 제안도 받는 등용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오늘날 뮤지컬 산업은 단순 공연 관람을 넘어 관객이 교류, 소비하는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변모한 대학로 대신 뮤지컬 펍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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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대 불교대백과사전 42년만에 완간

    세계 최대 규모의 불교종합대백과사전으로 꼽히는 ‘가산불교대사림(伽山佛敎大辭林)’이 편찬 시작 약 42년 만에 완간됐다. 25일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은 올해 2월 가산불교대사림 제17∼20권을 출간해 발간 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지관 스님(1932∼2012)이 동국대 불교대학장 재직 시절인 1982년 편찬을 위한 기초 작업을 시작한 지 42년 만이다. 총 20권으로 제본된 가산불교대사림에는 표제어 11만9487항이 수록됐다. 크기는 4×6배판이며 권당 무게는 약 6kg에 달한다.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는 34만286장 분량이다. 가산불교대사림에는 불경의 삼장(경장·율장·논장)에 기반한 표제어의 다양한 용례가 담겼다. 근본 불교 용어는 물론이고 불교 전승지에서 변이·토착화하거나 새로 만들어진 술어도 망라한다. 한글로 표기하되 불교의 1차 언어인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티베트어와 한자를 병기한 것이 특징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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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학엔 티처스가 와야지… “부모님들도 TV 앞으로”

    지난 겨울방학을 뜨겁게 달군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이하 티처스)가 올여름 안방극장을 다시 찾는다. 강사 경력 20년, 누적 수강생 수 910만 명에 달하는 1타 수학 강사 정승제의 입에서 “이런 ‘노베이스(기초가 없는 학생)’는 처음”, “하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로 긴장감 넘치는 도전기가 펼쳐진다. 30일부터 돌아오는 ‘티처스’에는 총 16명의 도전 학생이 출연한다. 첫 성인 재수생부터 아버지를 살리고자 의대 입시에 도전한 학생까지 다양한 사례들이 눈길을 끈다. 19일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승훈 채널A 책임프로듀서는 “아이와 부모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더욱 진정성 있게 다루고자 했다”며 “공부와 촬영을 병행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완주할 가족을 우선순위에 두고 도전자들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여름방학을 맞아 국어, 과학탐구 등 티칭 과목을 늘렸다. 과목별 1타 강사들이 깜짝 출연해 냉철한 가르침을 준다. 김승훈 프로듀서는 “더 다양한 연령의 가족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초등학생 도전자의 이야기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는 구독자 143만 명의 입시 콘텐츠 크리에이터 미미미누(본명 김민우)가 입시 전략 멘토로 활약한다. 고려대 법학과 출신의 ‘팩폭(팩트 폭행)’ 영어 강사 조정식과 동문으로, 5수 끝에 행정학과에 입학했다. 풍부한 실전 경험을 토대로 ‘정보력 싸움’의 입시 전쟁에 대해 조언할 예정이라고 한다. 조정식은 “유튜브 콘텐츠에서 보여주는 미미미누의 활달한 이미지와 굉장히 다르다. 진정성 높은 멘토로서 학생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며 “촬영 전날엔 밤을 새워 정보를 수집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입시 예능을 넘어 ‘금쪽이’ 가족들이 함께하는 성장 다큐 요소는 강화됐다. 내 아이만 뒤처질세라 ‘학원 만능주의’에 빠지기 쉬운 학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소통 창구를 터주는 것이 목표. 정승제는 “부모의 과도한 교육열이 자녀들에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이 되고자 노력 중”이라며 “어려운 문제를 풀려면 고난도 학원에, 쉬운 문제를 풀려면 쉬운 학원에 보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연진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티처스’ 촬영을 통해 “스스로를 많이 돌아봤다”고 입을 모았다. MC 전현무는 “나보다 훨씬 어른 같은 학생들을 보며 많이 배웠다. 포기하지 않고 우직하게 공부하는 과정 자체가 ‘1등급’인 아이들”이라고 했다. 배우 한혜진은 “학창 시절 공부를 하지 않은 것에 미련이 있는데, 그때 두 ‘티처’를 만났다면 공부에 쾌감을 느끼고 그 길로 들어섰을지 모른다”며 “과거로 돌아가면 도전자들처럼 열정적으로 공부해 국어 선생님을 꿈꿨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둔 방송인 장영란은 부모로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영끌’해 목동으로 이사 갔을 만큼 열성 엄마였다. 공부를 죽기보다 싫어했던 나와 달리 아이들은 잘 크길 바랐다”면서 “하지만 방송을 통해 그 또한 엄마의 욕심이었음을 반성했다. 아이들이 ‘방송 출연 후 엄마가 많이 달라졌다’고 좋아한다”며 웃었다. 이어 “시청자들도 TV 앞에 앉아 함께 소통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티처스’는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50분에 방송된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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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기계 인간’이 된 나는 인간이 아닌 걸까

    주인공 ‘상’은 기계 전환 수술을 받겠다는 동생의 통보에 어안이 벙벙하다. 아이를 홀로 키우는 동생이 ‘효율적 육아’를 위해 트랜스휴먼이 되기로 결심했다는 것. 잠을 자지 않아도 되고, 손목이 아플 땐 교체하면 된다. ‘상’은 고단한 인간 삶에서 벗어나려는 동생의 결정에 반대할 수도, 섣불리 동참할 수도 없다. 트랜스휴먼의 시대를 내다본 표제작은 이렇게 시작된다. 소설집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저자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한 단편 10편을 엮은 책이다. 전국에 딱 3개 남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사서, 함께 시위하던 동지를 잃은 무성애자 등 ‘정상성’에서 벗어난 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매끈하고 반질반질한, 예쁜 금속 덩어리”로 위장한 세상의 민낯을 공상과학(SF)적 상상력으로 폭로한다.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현실과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매끄럽게 결합했다.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으로 기그 워커(배달 라이더 등 디지털 플랫폼 등을 통해 초단기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가 대다수인 세상에서 육아는 더욱 힘들어진다(‘작은 종말’). 요일마다 일하는 곳과 시간이 다른데, 호출받는 족족 뛰어나가지 않으면 기본급 정도에 그치는 등 분유값 대기도 벅차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해 타투를 새겨주는 최신식 기계가 사람의 팔을 태우기도 한다(‘낙인’).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재단한 비(非)인간 등장인물의 형상은 몇몇 대목에선 산산이 부서진다. 편견의 시선도 함께 깨진다. 책은 맹목적인 ‘경계 지우기’와 어설픈 공감을 강요하지는 않기에 더욱 울림이 크다. 나와 너는 다르고, 다르지만 그것이 괜찮다는 것을 알린다. 책은 에이섹슈얼, 프레이로맨틱 등 다양한 성 정체성을 열거하며 이 같은 라벨링을 긍정한다. “라벨은 소수자가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이성애적 표준의 ‘정상’을 강제로 적용할 수 없음을 설명한다”(‘지향’)는 것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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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객 끄는 스페인 플라멩코 상시 공연… 한국, 판소리 등 전통예술 상설무대 없어

    바일라오라(여성 무용수)가 정열적인 기타 선율에 맞춰 붉은 치맛자락을 휘감았다. 엇박자를 매끄럽게 넘나드는 손뼉과 강렬한 사파테아드(구두 소리)가 멈추자 객석 곳곳에서 기립박수가 터졌다. 대만에서 여행 온 리첸양 씨는 “스페인의 정서를 압축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고 해 공연장을 찾았다”며 “귀국하면 플라멩코를 배워보고 싶을 만큼 흠뻑 빠져들었다”고 했다. 14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음악당은 스페인의 전통무용인 ‘플라멩코’를 보러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플라멩코는 스페인 남부의 전통무용과 집시 문화가 결합된 공연예술이다. 정열과 애환이라는 민족성을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인 모건 페리 씨는 “집시에 대한 선입견을 지우고 그들 삶의 애환을 공감하는 계기가 됐다. 티켓 값 55유로(약 8만 원) 이상의 가치를 했다”고 말했다. 전통 공연예술은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핵심 통로인 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의 수요가 높다. 바르셀로나에선 유서 깊은 랜드마크인 카탈루냐 음악당에서 이틀에 한 번꼴로 플라멩코를 선보인다. 소규모 공연장에서도 전문 무용수들이 매일 이 춤을 춘다. 포르투갈에서는 1800년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가요 ‘파두’가 관광객들을 끌어모은다. 포르투, 리스본 등 주요 관광지의 대극장은 물론이고 음식을 곁들일 수 있는 작은 공연장에서 상시 공연된다. 체코는 마리오네트(꼭두각시) 인형극으로 유명하다. 과거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및 독일의 지배로 인한 불합리한 현실을 풍자했던 민족주의 문화의 정수로 꼽힌다. 몽골에선 수도 울란바토르의 국립예술대극장에서 전통 민속공연을 상시로 선보이며 다양한 부족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해외 관광객들이 볼만한 전통공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중국의 경극이나 일본의 가부키와 비견될 수 있는 한국의 판소리가 있지만 단기 체류하는 외국인이 접하기 쉽지 않다. 상설 공연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 외국어로 된 공연 정보를 찾기 어렵고, 온라인 예매를 위한 회원 가입 과정도 복잡하다. 한국인이 대신 예매를 해준대도 공연을 볼 때는 예매자 본인의 신분증(원본)을 제시해야 한다. 자막 서비스 등의 편의성을 높일 필요성도 제기된다. 백현순 한국체대 공연예술학과 교수는 “우선 주요 관광지에 인접한 국공립극장에 전통공연 일정을 관광 시즌에 맞춰 늘려 나가고 향후 상설 공연장을 마련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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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예술 영역 넓히겠지만 예술가 창의성은 못따라 갈것”

    2028년, 팝스타들이 사라졌다. 뮤지션에게 주는 저작권료가 못내 아까웠던 음원 플랫폼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음악을 찍어내서다. 2034년, AI 기술이 인륜적 질서마저 무너뜨리자 시민들이 데이터센터를 공격한다. AI 대기업들은 폭동을 진압하고자 3차원 프린터로 뽑아낸 사병(私兵)을 배치하고 인터넷망을 전부 차단하며 이렇게 말한다. “You Are Not My Problem(너는 내 알 바 아니고).” 14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나르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2 Tired 2 Prompt(투 타이어드 투 프롬프트)’의 줄거리다. 작가 팀 모한이 생성형 AI를 사용해 ‘AI가 향후 10년간 예술계에 미칠 영향’을 소설로 만들어 낭독했다. 올해 제31회를 맞은 소나르 페스티벌에선 ‘AI와 창조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한 각종 공연과 전시, 포럼이 펼쳐졌다. 페스티벌 현장에서 국내외 예술가들을 만나 이들이 내다본 AI 예술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AI를 통한 예술의 확장 가능성에는 긍정적인 전망이 많있다. 전자음악 뮤지션 롭 클로스는 “AI는 내게 팔 10개를 더 달아줬다. 전문성이 부족한 여러 장르에 쉽게 접근하게 해준다”고 했다. 축제 기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아트코리아랩 부스에서 작품을 전시한 장윤영 작가는 “누구나 AI의 도움을 얻는 시대에선 분야별 전문가와 비전문가 간 경계가 흐려지기 마련”이라며 “작품의 외형보다 메시지와 목적이 더욱 주목받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AI가 예술의 민주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스페인 폼페우파브라대에서 음악기술을 연구하는 세르히 호르다는 “이미 뮤지션들은 디지털 작업 툴을 이용함으로써 대형 제작사에 맞먹는 퀄리티로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AI는 더 나아가 감상자에 머물렀던 이들을 창작자로 격상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인간 예술가들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선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역부족’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정동훈 작가는 “AI는 너무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나머지 일반론적인 결과물을 내놓는다.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인간과 AI가 협업해야 한다”고 했다. 작가 마르타 페이라노 역시 “생성형 AI는 인간이 구축한 데이터와 표현을 흡수해 자동적 기술을 구사할 뿐 현실 맥락을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생각은 AI가 내놓은 대답을 읽은 ‘우리’가 무의식중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르셀로나=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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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 팝업북, 감정분석 음악 추천 AI… 세계 사로잡은 韓 기술융합예술

    13~15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소나르 페스티벌’(Sonar Festival·국제 전자음악 및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세계적으로 뜨거운 인공지능(AI) 열풍이 예술계에도 영향을 미쳐서일까. 특히 올해 페스티벌은 90여 개국 출신 15만 4000여명이 찾을 만큼 성황을 이뤘다. 1994년부터 시작돼 매년 6월 열리는 소나르 페스티벌은 전자 음악 공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쇼케이스, 공연 기술 세미나, 포럼, 미디어아트 전시를 망라하며 연간 12만 명 이상이 찾는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했다. 그중 페스티벌의 핵심 행사로 손꼽히는 ‘소나르+D’ 콘퍼런스 현장을 14일 찾았다.전 세계 기술융합예술분야 작가 70여 팀이 참여해 생성형 AI, 증강현실(AR) 등을 접목한 예술품을 선보인 올해 ‘소나르+D’의 특징은 한국 작가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총 7개 팀 14명의 한국 작가들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가 운영하는 아트코리아랩의 지원을 받아 ‘소나르+D’에 참가했다. 안토니아 폴게라 소나르+D 총괄 큐레이터는 “작년까지만 해도 기술융합예술이 비교적 일찍 확산된 서구권 출신 작가들이 참가자 다수를 이뤘지만, 올해는 기술융합예술 분야에서 기술력과 창의성, 풍부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한국 작가들을 주목했다”며 “한국 작가들이 새 바람을 일으킬 거라 기대해 초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관람객들의 주목을 한눈에 받았다. 아트코리아랩 부스의 하담우, 이승현 작가의 ‘키네틱 팝업북’이 대표적이다. 추상회화가 그려진 종이책이 코딩 수식에 따라 한 장 한 장 자동으로 넘어가고, 비치된 태블릿PC의 카메라로 그림을 비추자 3차원 조형물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 눈앞에 펼쳐졌다. 현장에선 AR 기술로 평면 매체의 한계에 도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을 관람한 가우디바르셀로나 재단의 아나 아코스타 문화방문책임자는 하담우, 이승현 작가에게 “가우디 건축물을 AR 콘텐츠로 만들어 보고 싶다”며 즉석에서 협업 제안을 하기도 했다. 국내 7개 팀은 올 3월 진행된 예경의 공모를 거쳐 선발됐다. 7개 팀 작품 모두 “기술력이 돋보인다”는 관람객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인간 뇌의 신경망을 흉내 낸 머신러닝 기법인 인공신경망과 그래뉼라 신시사이저를 활용해 자연의 소리를 분해, 합성한 뒤 관객의 조작에 따라 전자음악 형태로 들려주는 콜렉티브 남산전골의 ‘뉴럴 타이드’, 확장현실(XR) 기술로 공상과학 세계관을 설계해 모니터 속 ‘AI 관리자’가 만국 언어를 실시간 통역하며 관객의 몰입을 이끈 프로젝트 팀펄의 ‘세파리움’ 등이 대표적이다.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 셀리아 수자 씨는 “평소 한국에 대해 ‘트렌드가 빠르고 미래적인 나라’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기술의 정교함은 그 이상이었다”며 감탄했다. ‘세파리움’의 정혜주 작가는 “기술 수준보다는 메시지에 집중하는 해외 관객들의 접근 방식에서 얻은 영감을 향후 작품에 녹여낼 것”이라고 말했다.굵직한 기업과 기관에서 몰려온 발길은 산업 박람회를 방불케 했다. 기술융합예술은 몰입형 콘텐츠 등 상업적으로 활용하기도 좋아서다. 손바닥 땀 분비량을 측정해 관람객의 현재 감정을 분석한 뒤 생성형 AI가 추천 음악을 들려주는 이승정, 정동훈 작가의 ‘감정 울림’은 로레알 프랑스 본사로부터 협업을 제안받았고, 국제상공회의소 이사진이 줄지어 체험을 기다리기도 했다. 캐머런 매킨지 국제상공회의소 이사는 “일기 쓰듯 나를 되돌아보는 경험을 했다. 예술의 혁신”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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