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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청주시청), 하광철(부산시청), 곽용빈(충남체육회)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사격 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10m 러닝타깃 정상 단체전에서 북한에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세 선수는 25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사격 남자 10m 러닝타깃 정상 단체전에서 1668점을 합작해 5개 참가국 가운데 1위를 했다. 이번 대회 사격에서 나온 한국의 첫 금메달이다. 한국 사격이 아시안게임에서 이 종목 단체전 정상에 오른 건 남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이 먼저 경기를 마친 가운데 5년 만의 국제 종합대회 복귀전에서 첫 금메달을 노렸던 북한은 경기 막판 갑자기 난조를 보이며 금메달을 놓쳤다. 북한의 마지막 사수로 나선 유성준이 최종 58∼60번째 사격에서 각각 9점, 7점, 8점으로 미끄러지며 한국에 동점을 허용했다. 한국과 북한은 나란히 1668점을 기록했지만 39차례의 ‘이너 텐(Inner Ten·10점 정중앙)’을 쏜 한국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너 텐 29차례를 기록한 북한은 은메달을 획득했다. 동메달은 1667점을 기록한 인도네시아가 가져갔다. 정유진이 565점으로 팀 내 최다 점수를 올렸고 곽용빈(554점)과 하광철(549점)이 뒤를 이었다. 정유진은 응우옌투언안(베트남)과 치른 슛오프에서 이겨 개인전 동메달도 땄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포함해 앞선 4차례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던 정유진은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이자 대회 5연속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홍승표 한국 사격대표팀 총감독은 “북한 선수들이 베일에 싸인 측면이 있고, 2018년 창원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우리가) 완패하기도 했다”며 “이번에도 초반부터 계속 앞선 북한이 우승하지 않을까 했는데 막판에 뜻하지 않은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의 금메달이 특별했던 것은 열악한 환경을 딛고 아시아 정상을 밟았기 때문이다. 옆으로 이동하는 표적을 맞히는 이 종목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이후 이 종목 선수가 크게 줄면서 국내 대회인 전국체전에서도 한때 시범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올해 대한사격연맹에 등록된 이 종목 선수는 10명(남자 8명, 여자 2명)뿐이다. 남자 선수 8명 가운데 2명은 사실상 은퇴한 상태다. 등록 선수 6명 중 3명이 이번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합작하며 아시아 정상에 오른 것이다. 한국 사격 대표팀은 남자 10m 공기소총에서 은메달 2개, 남자 25m 속사권총에서 은메달 1개를 획득하며 이날 하루에만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추가했다. 남자 10m 공기소총에 출전한 박하준은 개인전에서 샹리하오(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하고 단체전에서도 김상도(KT), 남태윤(보은군청)과 함께 은메달을 수확했다. 남자 25m 속사권총에서는 송종호(IBK기업은행), 김서준(경기도청), 이건혁(국군체육부대)이 팀을 이뤄 단체전 은메달(1734점)을 따냈다.항저우=강동웅 leper@donga.com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5년 만에 국제종합 스포츠대회에 복귀한 북한은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인공기를 앞세우고 입장했다. 북한 선수단은 이날 영문 국가명 알파벳 순서에 따라 45개 참가국 중 7번째로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 입장했는데 기수인 방철미(복싱)와 박명원(사격)이 대형 인공기를 들고 선수단을 이끌었다. 뒤따르는 북한 선수들의 손에도 인공기가 들려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북한의 이 같은 인공기 사용은 세계반도핑기구(WADA) 규정 위반이다. WADA는 2021년 10월 북한 반도핑기구가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림픽과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을 제외한 모든 국제대회에서 북한 국기의 게양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WADA 제재에서 벗어나려면 북한 반도핑기구 등에 대한 WADA의 현장 시찰 등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북한의 국경 봉쇄로 시찰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8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국제태권도연맹(ITF)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북한의 인공기 게양이 금지되면서 대회 주최 측이 모든 참가국 국기를 게양하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과 달리 ITF는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 태권도 기구다. 북한 선수단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WADA 규정을 개의치 않고 있다. 22일 항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선수촌 공식 입촌 행사에서부터 인공기는 브루나이, 캄보디아 등 다른 나라 국기들과 함께 게양됐다. 같은 날 북한과 일본이 맞붙은 탁구 남자 단체전이 열린 경기장에서도 인공기가 펄럭였다. 21일엔 남자 축구 조별리그 대만과의 경기를 앞두고도 북한 선수들은 인공기 앞에서 국가를 불렀다. WADA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등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WADA 측은 “(북한 인공기) 관련 사항들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필요하다면 규정을 따르지 않는 단체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3일 전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의 인공기가 게양되고 있는 배경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북한과 중국의 혈맹 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대회 17개 종목에 185명의 선수를 파견한 북한은 역도와 레슬링, 사격, 복싱 등에서 메달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 채광진은 24일 유도 남자 60kg급에서 이번 대회 북한 선수단 첫 메달(동메달)을 땄고, 시상식 때 인공기가 올라갔다. 항저우=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페이커’ 이상혁(27·T1)이 중국 항저우에 도착한 22일 샤오산 국제공항 입국 게이트 앞에는 말 그대로 ‘인(人)의 장벽’이 들어섰다. 이상혁이 문을 열고 입국장에 들어서자 팬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진 팬도 있었다. 팬들이 취재진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제대로 인터뷰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상혁은 “이번 아시안게임 e스포츠에서 꼭 금메달을 딸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짧게 전한 뒤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다. e스포츠가 주요 국제대회에서 정식종목이 된 건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처음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시범종목으로 아시안게임 신고식을 치른 e스포츠는 24일 열린 FC 온라인(옛 FIFA 온라인 4), 펜타스톰 예선전을 통해 정식종목으로 데뷔했다. 이번 대회 e스포츠에는 금메달이 총 7개 걸려 있다. 한국은 이상혁 등이 출전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롤) 초대 챔피언에 도전한다. 브레이킹도 이번 대회를 통해 아시안게임 데뷔전을 치른다. 브레이킹은 가로세로 각 8m 정사각형 무대에서 댄서 두 명이 무작위로 선택한 음악에 맞춰 60초 동안 번갈아 가며 춤 기술 등을 선보인 뒤 심사위원 평가를 통해 승자를 가린다. 한국은 ‘윙’ 김헌우(36·진조크루)와 ‘프레시 벨라’ 전지예(24)가 남녀 챔피언 등극을 노린다. e스포츠와 달리 브레이킹은 내년 파리 올림픽 정식종목이기도 하다. 중국 매체 ‘시나스포츠’는 “한국과 일본의 대회 2위 싸움에 이 두 신흥 종목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e스포츠와 브레이킹 모두 일본은 약세이고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라고 소개했다. 바둑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부활했다. 한국 바둑 대표팀은 이번 대회 금메달 4개를 싹쓸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은 광저우 대회 때도 바둑 금메달 3개를 모두 쓸어 담았다. 또 카드 게임 콘트랙트 브리지와 인도가 종주국인 체스 그리고 중국식 장기인 샹치(象棋)도 이번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다. 용(龍) 모양 배를 타고 경주를 벌이는 드래건보트(용선)도 2010년 광저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배구와 족구를 합친 세팍타크로, 실내 라켓 스포츠 스쿼시, ‘오징어 놀이’와 비슷한 인도 전통 스포츠 카바디, 야구와 먼 친척뻘인 크리켓에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걸려 있다. 가라테, 주짓수, 쿠라시를 한데 묶은 마셜아츠도 올림픽 때는 볼 수 없는 아시안게임 종목이다. 중국 전통 무술인 우슈에는 금메달 15개가 걸려 있다. 또 테니스 하위 종목인 소프트테니스(정구)도 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는 종목이다. 올림픽에서는 스케이트보딩만 정식종목인 반면 아시안게임에서는 롤러스케이팅도 정식종목이다. 볼링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빠졌다. 볼링은 한국이 금메달 33개로 역대 아시안게임 종목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는 종목이다. 서핑은 2021년 도쿄 대회 때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이 됐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직 서핑 경기를 치른 적이 없다. 여름올림픽 정식종목이 아시안게임에서 빠진 건 서핑이 처음이다.항저우=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이하림(26·한국마사회)이 이번에도 양융웨이(26·대만)를 넘지 못했다. 이하림은 24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린푸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유도 60kg급 결승에서 양융웨이에게 절반패했다. 양융웨이는 이하림이 지금까지 세 차례 맞붙어 세 번 모두 패한 상대였다. 이하림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양융웨이를 누르고 꼭 금메달을 거머쥐겠다”고 각오를 밝혔지만 끝내 메달 색깔을 금빛으로 바꾸지는 못했다. 골든스코어(연장전)에서 강해 ‘연장전의 사나이’로 불리는 이하림은 순간적인 힘으로 몰아치는 양융웨이의 공격을 정규시간 4분 동안 버텨낸 뒤 연장전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작전을 세웠다. 경기 시작 1분 34초 만에 이하림이 먼저 ‘지도’를 받았지만 양융웨이도 1초 뒤에 바로 지도를 받으면서 이하림은 작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 종료 30초를 남겨 놓고 업어치기를 당하면서 결국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시상식이 끝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이하림은 “큰 대회에서도 동메달은 많이 따봤는데 은메달은 처음이다. 동메달은 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대회를 마무리하는 것이니 웃을 수 있었는데 은메달은 다르더라. 다른 선수들이 왜 은메달을 따고도 웃지 못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지난 세 차례 맞대결 때와 느낌이 달랐다. 양융웨이의 옷깃이 (전보다) 잘 잡히더라. 연장전까지 끌고 가면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기술을 내준 게 지금도 너무 아쉽다. 다음번에 양융웨이를 만나면 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자 66kg급 안바울(29)과 여자 52kg급 정예린(27)도 이날 각각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항저우=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년 전 일본 도쿄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봤던 2개의 칼끝이 중국 항저우에서는 서로를 향했다. 21년 만에 ‘집안 맞대결’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펜싱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최인정(33·계룡시청)이 대표팀 동료 송세라(30·부산시청)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최인정은 24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연장 승부 끝에 송세라를 9-8로 꺾었다. 최인정과 송세라는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 에페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한 동료였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도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김희정(48·금), 현희(47·은)가 동료끼리 맞대결을 벌인 적이 있었다.두 선수는 결승전 내내 한 번도 2점 차 이상으로 벌어지지 않을 정도로 접전을 치렀다. 최인정은 5-5 동점으로 시작한 3라운드 시작부터 득점하며 6-5로 앞서갔지만 최인정이 득점하면 송세라가 다시 한 점을 따라붙는 식으로 8-8까지 경기가 이어졌다. 이후 연장에서 최인정이 먼저 점수를 내면서 승리를 차지했다.2전 3기 끝에 획득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최인정은 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모두 단체전 은메달, 개인전 동메달에 그쳤다. 2021~2022시즌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최인정은 아시안게임에서 2회 연속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아쉬움을 항저우에서 털어냈다.최인정은 이날 금메달을 따낸 뒤 “올해까지만 대표팀 생활을 하고 은퇴하려고 한다”며 “이번 대회에서 개인적인 욕심은 엇었고 제가 맡은 위치에서 해야 할 몫만 하고 싶었다. 그걸 해낸 것 같아서 더 기쁘다”고 말했다.최인정은 이제 21년 만의 아시안게임 한국 여자 에페 2관왕에 도전한다. 한국 여자 펜싱 선수가 아시안게임 에페 종목에서 개인, 단체전 우승을 모두 차지한 건 2002년 부산 대회 때 김희정이 유일했다.현재 국내 랭킹 1위이자 아시아 2위인 송세라는 준결승에서 아시아 1위 비비언 콩(29·홍콩·세계랭킹 2위)을 꺾었지만 결승에서 최인정에게 한 점 차로 무너지며 개인 첫 아시안게임 무대를 은메달로 마무리했다. 최인정과 송세라의 칼끝이 같은 곳을 바라보는 여자 에페 단체전 결승은 27일 오후 8시 5분에 열릴 예정이다.한편 이날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는 이광현(30·화성시청)이 8강에 올랐을 뿐 나머지 선수는 조기 탈락했다. 한국 펜싱이 아시안게임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노 메달’에 그친 건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45년 만이다.25일에는 구본길(34·국민체육진흥공단)이 남자 사브르 4연패에 도전한다. 여자 플뢰레 개인전도 열린다.항저우=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공식 개막했다. 23일 오후 9시(한국시간 기준)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항저우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을 시작으로 16일간의 대장정을 열었다.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5년 만에 아시아인의 축제가 돌아왔다. 1990년 베이징, 2010년 광저우 대회에 이어 중국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기도 하다.이날 개회식이 열린 항저우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은 ‘큰 연꽃’으로도 불린다. 28개의 큰 연꽃잎과 27개의 작은 연꽃잎 형태의 구조물로 구성됐다. 첸탄강의 물결과 항저우의 비단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었다. 이날 개회식의 테마는 ‘아시아에 이는 물결(Tides surging in Asia).’개회식을 앞두고 종일 비가 내리면서 대안으로 정해뒀던 항저우올림픽 스포츠센터 실내농구장 개최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개회식에 앞서 빗줄기가 그치면서 예정대로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개회식장 주변 온도는 최고 24도로 시원한 가을 날씨 수준이었다. 교통 통제도 삼엄했다. 23일 오전 7시부터 개회식이 끝날 때까지 대회장 주변의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인근 엑스포센터 지하철역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정차가 중단되기도 했다. 개회식이 예정된 오후 8시(현지시간 기준)를 2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가 등장하자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시작된 오프닝 퍼포먼스는 ‘가을빛의 물(Water in Autumn Glow)’을 주제로 다채로운 장면을 연출하며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개회식장 공중에 걸어놓은 스크린을 전광판 삼아 영상을 구현해내기도 했다. 오성홍기 게양과 함께 각국 선수단의 입장이 시작됐다. 한국 선수단은 이날 총 45개국 중 16번째로 입장했다. 개최국 중국을 제외하고 알파벳 순서에 따라 순서를 정했다. 한국은 펜싱 구본길, 수영 김서영이 공동 기수로 선수단 앞에 섰다. 구본길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남자 주장, 김서영은 여자 주장을 맡기도 한다. 선수들도 밝은 표정으로 태극기를 흔들며 축제의 순간을 각자의 기억에 새겼다. 개회식장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도 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역대 최다인 1140명의 선수단(선수 867명, 임원 273명)을 파견했다. 금메달 50개에 종합 3위를 목표로 세우고 있다. 북한은 앞서 7번째로 입장했다. 기수는 남자 사격의 박명원, 여자 권투의 방철미가 맡았다. 개최국 중국이 마지막 45번째로 입장하면서 개회식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시 주석의 개회 선언에 맞춰 스크린에는 ‘디지털 불꽃놀이’가 선보여졌다. 이어 중국의 남자 배드민턴 정스웨이, 여자 탁구 순잉샤가 선수단, 육상 양종민, 사격 가오쟈치가 심판진을 대표로 선서를 했다. 이어 중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갈라쇼가 이어졌다.하이라이트는 성화 점화였다. 조직위원회가 사전 예고한 대로 마지막 주자 중국 수영 국가대표 왕슌이 성화를 받아들자 스크린 화면을 통해 디지털로 구현한 성화주자가 함께 성화대로 향했다. 여기에 1억 명이 넘는 디지털 성화 봉송자들이 더불어 가상과 현실이 어우러지는 점화 장면을 연출하며 16일간 항저우를 밝힐 성화가 불붙었다. 이어 대회 주제가 ‘The Love We share‘이 개회식장에 울려퍼지며 2시간여의 개회식이 끝났다. 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항저우=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조준, 정지, 격발, 조준, 정지, 격발….” 2012년 어느 날 밤 경북 문경시 한 군부대에서 송종호 하사(33·IBK기업은행·사진)가 권총을 들고 사격 자세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부사관이 한밤중에 마음대로 권총 사격 연습을 할 수 있었던 건 송 하사가 사격 속사권총 선수인 데다 이곳이 국군체육부대(상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총도 ‘모형’이었다. 사격 국가대표 훈련장인 경남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최근 만난 송종호는 “훈련 때마다 늘 제일 먼저 나갔더니 (사격 선수 출신인) 이강식 병기관(49)이 기특하게 보신 것 같다. 알루미늄과 나무로 총을 만들어 ‘SJH’라고 머리글자까지 새긴 다음 ‘열심히 하라’며 선물해 주셨다”면서 “부사관이라 일과 시간 이후에는 부대 밖으로 나가는 데 제약이 없었지만 총 선물을 받은 뒤로는 사격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라 간부 생활관에서 밤낮없이 격발 훈련에만 집중했다. 사격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 모형 총은 생김새는 투박했지만 무게(1.2kg)와 방아쇠 위치 등은 경기 때 쓰는 속사권총과 똑같았다. 이 총으로 훈련을 이어간 송종호는 1년 뒤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공기권총으로 사격을 시작한 송종호가 국가대표가 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2014년에는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속사권총 단체전 금메달까지 따냈다. 이어 2015년에는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에서 3위에 오르며 한국 대표팀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 한 장까지 보탰다. 그러나 이후 불운이 연달아 찾아왔다. 2016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강민수(37)에게 1점이 뒤져 자신이 따낸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놓쳤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현지 사격장 사정으로 단체전 경기를 치르지 못하게 돼 대회 2연패 도전이 막혔다. 같은 대회 개인전에서도 경기 당일 어깨 통증으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때는 ‘정비 불량’ 때문에 총알 발사 평균 속도(초속 220m)가 기준(초속 250m)에 미치지 못해 실격 당했다. 2018년 아시안게임과 2021년 올림픽 모두 열정이 넘쳤던 게 문제였다. 훈련을 너무 열심히 한 탓에 어깨 삼각근과 회전근을 다쳤고, 무더운 날씨에도 총을 쏘고 또 쏘는 바람에 열기로 총기가 변형됐는데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결선 기준으로 4초 안에 5발을 쏴야 하는 속사권총에서는 경기 도중에 총기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드물지 않다. 송종호는 “평소에도 워낙 완벽주의자다. 컨디션이 90% 정도만 올라와도 만족하고 이를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100%까지 끌어올리려다 오히려 망친 경우가 많았다. 선수는 중요한 순간에 잘해야 하는데 막상 큰 대회에서는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셈인데 큰 배움의 시간이었다. 사격에서는 결국 정신력이 메달을 결정한다. 이번 항저우 대회 때는 준비한 대로 완주만 한다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호는 4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속사권총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이후 대통령경호처장기(4월), 한화회장배(6월), 경찰청장기(9월) 등 전국대회 정상에 오르며 최고의 컨디션을 이어오고 있다. 20일 국가대표팀 본진과 함께 중국 항저우로 떠난 송종호는 “이번 대회에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 2개를 모두 가져오겠다”고 했다. 이어 “내 사격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이다. 그렇기 때문에 2관왕은 절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대회에 나설 생각을 하니 벌써 신이 난다. 5년 전 ‘무관’의 한을 풀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창원=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20·사진)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주목해야 할 10명의 스타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운영하는 ‘올림픽닷컴’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을 나흘 앞둔 19일 주목해야 할 선수들을 거론하면서 황선우를 포함시켰다. 올림픽닷컴은 황선우를 소개하면서 대회 개최국인 중국의 판잔러(19)와 흥미진진한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황선우와 판잔러는 이번 대회 남자 자유형 100m와 200m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남자 자유형 100m 아시아기록(47초22)을 판잔러가 갖고 있다. 올림픽닷컴은 자유형 100m 최고 기록이 47초56인 황선우가 가장 유력한 도전자라고 했다. 자유형 200m 최고 기록에서는 황선우가 판잔러에 앞선다. 올림픽닷컴은 “황선우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42를 기록해 쑨양(중국)의 아시아기록(1분44초39)에 0.03초 차이로 다가섰다”고 전했다. 판잔러의 자유형 200m 최고 기록은 1분44초65다. 올림픽닷컴이 주목해야 할 스타로 가장 먼저 언급한 선수는 남자 높이뛰기의 무타즈 바르심(카타르)이다. 바르심은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했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엔 출전하지 않았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합작했던 여자 농구 남북단일팀의 박지수(25·한국)와 로숙영(30·북한)이 이번엔 적으로 만난다. 18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정보제공 사이트 ‘마이인포’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대회에 17개 종목, 185명(남자 74명, 여자 111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168명) 때보다 17명이 늘었다. 2014년 인천 대회(150명) 때보다는 35명이 많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여자 농구 남북단일팀으로 뛰었던 로숙영과 김혜연(25)도 포함됐다. 이들은 당시 호흡을 맞춰 은메달을 함께 목에 걸었던 한국의 박지수, 강이슬(29)을 이번엔 적으로 상대하게 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에는 모두 12개 나라가 출전하는데 한국과 북한은 29일 맞붙는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남북은 여자 농구, 카누 드래건보트(용선), 조정 등 3개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했다. 당시 용선에서는 금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땄다. 여자 용선 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는데 남북단일팀 역사상 국제 종합스포츠 대회 첫 금메달이었다. 여자 용선 500m 금메달 멤버였던 정예성(23)과 허수정(26)도 이번 항저우 대회 북한 선수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당시 여자 용선 500m 금메달 시상대에 함께 올랐던 한국의 김현희(31), 변은정(25)과 항저우에서 메달 경쟁을 벌이게 됐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용선 남자 1000m에 출전한 남북단일팀의 키잡이를 맡아 동메달 획득에 기여한 북한의 김진일(32)도 항저우 대회에 나선다. 북한이 국제 종합스포츠 대회에 참가하는 건 5년 만이다. 북한은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았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제가 늘 도움을 주던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받는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경기 군포·의왕 특수교육지원센터 교사 송지현 씨(28)는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평화의 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2023 슈퍼블루마라톤’ 출발을 앞두고 “러닝을 시작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아 달리기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그런데 잘 달리는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훈련하며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송 씨에게 자신감을 북돋아 준 건 ‘션샤인 러닝 클래스’였다. 장애인 체육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는 2015년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슈퍼블루마라톤을 개최해왔다. 예전에는 대회 당일에만 함께 달렸지만 올해는 대회 전부터 가수 션(51)을 포함한 비장애인 31명과 장애인 16명이 함께 모여 소통하는 이 클래스를 따로 마련했다. 송 씨는 발달장애인 최원재 씨(28), 그리고 비장애인 참가자 김현희 씨(30)와 한 팀을 이뤘다. 7월부터 대회 전까지 7번 만나 함께 훈련한 세 사람은 이날 5km 슈퍼블루 코스(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코스)를 달리며 가장 좋은 호흡을 자랑해 ‘베스트 팀’으로 뽑혔다. 최 씨는 “2018년부터 슈퍼블루마라톤에 참가했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혼자 대회를 준비하다 보니 힘든 게 많았다. 또 대회 당일 말고는 비장애인들과 대화할 기회도 없어 아쉽기도 했다”며 “올해는 대회 전부터 다 같이 훈련하면서 페이스 조절이 수월했고, 비장애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김 씨 역시 “최 씨가 비장애인도 넘기 힘든 허들을 정말 잘 넘어서 깜짝 놀랐다”며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면 소통이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번 훈련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희망의 색인 파란색 끈으로 묶은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슈퍼블루마라톤은 SOK와 롯데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주관하는 대회다. 올해 대회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총 8000명이 참가했다. 이 중 장애인 참가자는 1421명으로 지난해(1274명)보다 11.5% 늘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이 한국 육상에 또 하나의 새 기록을 남겼다. 우상혁은 17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필드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WA)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남자 높이뛰기에서 2m35를 넘어 대회 정상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 우승한 건 우상혁이 처음이다. 우상혁은 지난해 3월 베오그라드 실내세계선수권과 5월 도하 다이아몬드리그에서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해 7월엔 남자 높이뛰기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는데 역시 한국 선수 최초였다. WA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은 1년에 13차례 열리는 리그 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시즌 랭킹 1∼6위 선수가 참가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다. 13번의 리그 대회 중 높이뛰기 종목이 포함된 건 6차례였는데 우상혁은 시즌 랭킹 4위로 파이널 무대를 밟았다. 한국 선수가 파이널에 오른 것도 우상혁이 처음이다. 지난해 우상혁은 다이아몬드 시즌 랭킹 6위에 1점이 뒤져 7위에 그치면서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우상혁은 2m35를 마지막 3차 시기에서 넘으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m15에서 경기를 시작한 우상혁은 2m20, 2m25, 2m29, 2m33까지 모두 1차 시기에 바를 넘었다. 노르베르트 코비엘스키(폴란드)와 주본 해리슨(미국)도 2m33을 넘었지만 두 선수는 2m35에서 각각 3차례 점프를 모두 실패했다. 2m33을 1차 시기에 넘은 코비엘스키가 2위, 3차 시기에서 넘은 해리슨이 3위를 차지했다. 우상혁은 올해 발뒤꿈치 통증 등으로 힘들어했다. 한국 육상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2회 연속 메달에 도전했던 8월 부다페스트대회에선 6위에 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무대에서 1위에 오르면서 건재함을 입증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상혁은 올해 개인 최고 기록을 작성하며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망도 밝혔다. 6월 강원 정선에서 열린 전국선수권대회 때 넘은 2m33이 올 시즌 최고 기록이었다. 우상혁의 개인 최고 기록은 지난해 2월 체코 세계 실내투어 브론즈 후스토페체 대회에서 세운 2m36으로 한국 기록이기도 하다. 우상혁은 “어릴 때부터 꿈꿔 왔던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트로피를 받았다. 파이널 우승은 내 인생의 목표 중 하나였다. 너무 행복한 하루”라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최선을 다해 우승하겠다”고 했다. 우상혁은 항저우에서 무타즈 바르심(카타르)과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바르심은 2010년 광저우 대회와 2014년 인천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는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왕위(중국)가 금메달을, 우상혁이 은메달을 땄다. 바르심은 그동안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도 3차례(2014, 2015, 2017년)나 정상에 오른 아시아 최강자다. 올해 다이아몬드리그에서도 시즌 랭킹 1위를 차지하며 파이널 무대 초청장을 받았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집중하기 위해 출전을 포기했다. 19일 입국하는 우상혁은 국내에서 훈련하다 27일 항저우행 비행기에 오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예선은 10월 2일, 결선은 4일 열린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제가 도움을 늘 주던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받는 특별한 경험이었어요!”경기 군포·의왕 특수교육지원센터 교사 송지현 씨(28)는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평화의 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2023 슈퍼블루마라톤’ 출발을 앞두고 “러닝을 시작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아 달리기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그런데 잘 달리는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훈련하며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송 씨에게 자신감을 북돋아 준 건 ‘션샤인 러닝 클래스’였다. 장애인 체육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는 2015년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슈퍼블루마라톤을 개최해왔다. 예전에는 대회 당일에만 함께 달렸지만 올해는 대회 전부터 가수 션(51)을 포함한 비장애인 31명과 장애인 16명이 함께 모여 소통하는 이 클래스를 따로 마련했다. 송 씨는 발달장애인 최원재 씨(28), 그리고 비장애인 참가자 김현희 씨(30)와 한 팀을 이뤘다. 7월부터 대회 전까지 7번 만나 함께 훈련한 세 사람은 이날 5km 슈퍼블루 코스(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코스)를 달리며 가장 좋은 호흡을 자랑해 ‘베스트 팀’으로 뽑혔다. 발달장애인이 참가하는 스페셜올림픽 동아시아지부 선수위원장을 지낸 최 씨는 “2018년부터 슈퍼블루마라톤에 참가했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혼자 대회를 준비하다 보니 힘든 게 많았다. 또 대회 당일 말고는 비장애인들과 대화할 기회도 없어 아쉽기도 했다”며 “올해는 대회 전부터 다 같이 훈련하면서 페이스 조절이 수월했고, 비장애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정보기술(IT) 계열 회사원인 김 씨 역시 “최 씨가 나나 송 씨가 넘기 힘든 허들을 정말 잘 넘어서 깜짝 놀랐다”며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면 소통이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번 훈련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희망의 색인 파란색 끈으로 묶은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슈퍼블루마라톤은 SOK와 롯데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주관하는 대회다. 올해 대회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달림이 총 8000명이 참가했다. 이 중 장애인 참가자는 1421명으로 지난해(1274명)보다 11.5% 늘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이번 대회가 장애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장애인의 체육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의 이용훈 회장(58·사진)은 ‘2023 슈퍼블루마라톤’을 나흘 앞둔 13일 이렇게 말했다. 2015년 시작해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이 대회는 17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평화의공원 평화광장에서 출발 총성을 울린다. SOK와 롯데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주관하는 슈퍼블루마라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슈퍼블루 캠페인’의 하나로 개최돼 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뛰는 이 대회 참가자들은 운동화 끈을 희망의 색인 파란색으로 바꾸고 달린다. 이 회장은 “7월 4일부터 선착순 8000명의 신청을 받았는데 참가자들의 열기에 43일 만에 조기 마감됐다”며 “특히 올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대회 당일뿐 아니라 대회 전에도 만나 팀을 이뤄 훈련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강조했다. 가수 션(51)을 포함한 비장애인 31명과 장애인 16명이 대회 당일 5km 슈퍼블루 코스(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코스) 완주를 목표로 7월부터 일곱 차례 만나 훈련하는 ‘션샤인 러닝 클래스’를 마련한 것. 이 회장은 “완주라는 동일한 목표 속에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하나 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계속해 “스포츠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며 “비장애인들의 슈퍼블루마라톤 참가 경험이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 문화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체스에는 승리를 위한 ‘3대 원칙’이 있다. 첫째는 승패를 가르는 킹을 보호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중앙을 되도록 먼저 차지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최대한 많은 기물(체스의 말)을 진출시켜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다. 이를 알고 체스 국가대표 김사랑(12·양평동초교)의 오프닝(첫 12수 이내 전략)을 보면 고개를 갸웃할지 모른다. 상대가 중앙을 차지해도 내버려 두고 자기 기물도 적게 진출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수 뒤면 김사랑이 누구보다 체스 원칙에 충실한 선수임을 알게 된다. 본격적인 역습이 시작되면 중앙과 상대 진영은 김사랑의 기물로 가득하다. 1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사랑은 “보통 내가 후공(後攻)인 블랙을 잡았을 때 이런 오프닝을 택한다”며 “누군가는 ‘너무 수비적’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안정적’ 전략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비책을 세워놓고 상대가 빈틈을 보일 때 파고들어 전세를 뒤집는 게 내 특기”라고 말했다. 김사랑은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867명의 국가대표 중 가장 어린 선수다. 김사랑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를 뽑는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성인 선수들을 제치고 2위를 했다. 정은경 국가대표 코치(51)는 “국가대표 선발전 이후 1년 반 넘게 지났는데 그사이 사랑이의 체스 실력은 많이 발전했다. 지금 다시 선발전을 치른다면 사랑이가 여자부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김사랑은 경기 양평군에 있는 집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체스 학원을 오가면서 실력을 키웠다. 양평 집에서 서울 학원까지 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김사랑의 부모는 딸이 체스에 전념할 수 있도록 2020년 서울로 집을 옮겼다. 그런데 김사랑이 ‘체스를 처음 시작한 학교 이름으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고 싶다’고 해 다시 양평으로 전학을 갔다. 김사랑은 양평동초교 2학년이던 2019년 방과 후 활동으로 바둑 수업을 들으면서 체스를 처음 접했다. 김사랑은 “바둑 선생님이 재미 삼아 체스를 알려주셨는데 너무 재미있어 빠져들게 됐다. 바둑과 달리 체스는 기물마다 기능이 다르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김사랑은 암기력이 비상한 아이로 통한다. 5절까지 가사가 700자를 넘는 노래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초등학교 1학년 때 다섯 번만 듣고 다 외웠다. 체스는 가능한 한 많은 경우의 수를 기억하고 계산해야 유리한 수를 둘 수 있기 때문에 암기력이 중요하다. 김사랑은 “최대 5가지 경우의 수를 동시에 머릿속에 그려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끈기도 남다르다. 김사랑은 “1학년 때 열린 교내 독서 골든벨에 나가 입상하지 못했는데 오기가 생겼다. 다음 해 같은 대회를 앞두고 20일 동안 출제 도서 4권을 하루 세 번씩 소리 내 읽으며 공부하기로 부모님과 약속했다”고 말했다. 1만2000쪽 가까운 분량이어서 부모도 ‘설마 저걸 정말 다 읽겠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끝내 약속을 지킨 김사랑은 같은 학년 학생 약 100명이 참가한 대회에서 2등을 했다. 체스를 둘 때도 마찬가지다. 김사랑은 지난해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 수를 두는 데 50분 동안 고민하면서 주목받았다. 대국당 1시간 30분 정도 시간을 받는 체스 선수들은 대개 한 수에 5분 정도를 사용하는데 김사랑은 최적의 수를 찾는 데 10배의 시간을 들인 것이다. 김사랑은 그 수를 두고도 대국에서 졌지만 “최고의 수를 찾기 위한 노력이었기 때문에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대회 때 아시안게임 종목이었던 체스는 이후 아시안게임에서 빠졌다가 항저우 대회를 통해 다시 정식 종목이 됐다. 아시안게임 체스에는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을 합쳐 모두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 체스는 아직 아시안게임 메달이 없다. 김사랑은 “김연아 언니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며 한국의 피겨스케이팅을 세계에 알렸듯이 나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체스 첫 메달을 따 한국 체스를 알리고 싶다”며 “여자 체스 세계랭킹 1위인 허우이판(29·중국)을 이번에 꺾어보겠다”고 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국가대표 선수단이 12일 결단식을 갖고 대회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결단식에는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를 포함한 국가대표 선수들과 임원, 체육계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황선우는 “선수단이 모여 결단식을 하니 아시안게임이 가까워졌다는 게 이제야 실감이 난다”면서 “한국의 수영 실력이 굉장히 많이 올라왔다. 좋은 기록과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최대 50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잡았다. 아시안게임 선수단장을 맡은 최윤 대한럭비협회장은 “국민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자 펜싱의 구본길과 여자 수영의 김서영은 23일 항저우 올림픽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개회식 때 한국 선수단 기수로 나선다. 국가대표 선수단 본진은 대회 개막 사흘 전인 20일 항저우행 비행기에 오른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11년 차 프로야구 A 심판은 지난해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당시 그가 내린 스트라이크 판정이 ‘오심 논란’에 휩싸이면서 불만을 품은 팬들이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게 시작이었다. 비시즌 기간 안정을 되찾았던 A 심판은 최근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23년 차 윤상원 심판에게 생긴 ‘정심(正審) 논란’ 때문이다.일이 벌어진 건 지난달 26일 창원 경기였다. LG가 5-3으로 앞선 9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NC 박건우가 2루수 앞으로 굴러가는 땅볼을 때렸다. 그대로 경기가 끝날 수도 있던 타구였다. 그러나 이 공이 2루심을 맡고 있던 윤 심판 발에 맞았다. 윤 심판은 공을 피하려 했지만 결국 발바닥을 스쳐 지나갔다. 야구 규칙은 이럴 때 타자에게 안타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윤 심판도 규정에 따라 즉시 안타 판정을 내렸다. 기사회생한 NC는 결국 7-5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자 일부 LG 팬 사이에서 분노가 퍼지기 시작했다. “심판 몸에 맞았더라도 ‘정상적인 수비’가 가능했는데 심판이 ‘오버해’ 판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후 윤 심판은 물론 가족까지 살해 위협을 받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안전을 고려해 바로 다음 경기부터 윤 심판을 경기에 내보내지 않고 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윤 심판은 “아직 마음에 안정을 찾지 못했다.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는 것도 부담된다”고 말했다. B 심판은 “윤 심판 사건 이후로 정심을 내릴 때도 머뭇거리게 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규칙대로 판정하면서도 순간적으로 ‘신변의 위협을 받지 않을까’ 걱정돼 눈치를 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공포에 질린 심판들, 퇴사 고민 이어져30년 경력의 최수원 KBO 심판팀장은 1997년 자신이 주심을 맡았던 경기를 잊지 못한다. 이날 패한 안방 구단 팬들이 “심판 ×× 얼굴 좀 보자”며 경기장 출입구에서 최 심판을 기다렸다. 다음 날 경기 일정에 맞추려면 서둘러 이동해야 했지만 최 팀장은 심판실에 숨어 있다가 밤 12시가 넘어서야 경기장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막내급인 C 심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에도 외출할 때 마스크를 절대 잊지 않는다. 스트라이크 판정으로 논란이 생긴 뒤 인터넷에 그의 신상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C 심판은 이 경기 다음 날 출근길에 마주친 팬들에게 위협을 받고는 경기장 안으로 도망치듯 뛰어 들어갔다. 그는 “예전에 롯데가 연패에 빠졌을 때 팬들이 경기장에서 나오는 이대호(은퇴)를 향해 치킨 박스를 던진 적이 있지 않나. 이제는 퇴근하는 심판들에게 칼이 날아올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며 “최근 프로야구 관중이 600만 명을 넘어섰다며 축포를 터뜨렸는데 심판 입장에서는 솔직히 ‘우리에게 해코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결혼 6년 차인 D 심판은 “아이를 엄청나게 좋아하지만 매일 출장을 다니다 보니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윤 심판 사태 이후에는 아이를 갖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조카들에게도 ‘삼촌이 야구 심판이라는 건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고 말했다. 연차가 어린 심판 사이에서는 퇴사 고민도 늘고 있다. E 심판은 “야구장에 출근하다 보면 나만 빼고 세상 사람 모두가 행복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다른 일을 빨리 알아보면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있지 않겠나. 심판이 평생 할 직업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존중받지 못하는 심판, 불신하는 선수들선수단도 심판을 잘 믿지 않는다. 비디오판독 요청 건수가 최근 3년 사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게 증거다. 2021년에는 768건, 지난해에는 856건이던 요청 건수는 올해는 11일 현재 벌써 825건을 기록했다. 정규시즌이 끝날 때면 995건의 요청 건수가 기록될 추세다. 반면 비디오판독을 통해 판정을 뒤집은 비율은 27.5%에서 25.5%로 갈수록 줄고 있다. 번복률이 46%가 넘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나 32% 수준인 일본프로야구와 비교하면 한국 심판들이 더 정확하게 판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심판의 판정을 존중하는 분위기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KBO 관계자는 “2008년 프로야구 전 경기 TV 중계가 시작됐고 이후 비디오판독 신청 범위도 점차 확대돼 왔다. 그러면서 ‘내가 본 게 맞고, 심판이 틀렸다’는 생각이 확대 재생산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F 심판은 “TV 중계에 나오는 스트라이크존이 반드시 정확하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면 (TV 중계를 보고 있는) 전력분석원 쪽을 바라보면서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라면서 “그건 본인도 100% 확신하지 못한다는 뜻 아닌가. 그러면서도 심판 판정은 일단 안 믿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G 심판은 “KBO 심판 누구에게든 ‘심판의 권위가 존중받는 것 같냐’고 물어보면 ‘우리에게 권위 따위가 어디 있느냐’는 답이 돌아올 것이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선수들도 심판에게 마음대로 소리를 지르는 게 현실”이라며 “연차가 낮은 심판만 골라서 대드는 선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판정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면서 올 시즌부터 심판진은 설명이 필요한 순간에는 마이크를 들고 자신이 판정을 내린 근거를 설명하고 있다. 윤 심판 역시 본인이 공에 맞은 뒤 바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래도 ‘성난 민심’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 ‘악당’이 있어야 프로야구도 있다KBO 규약 제136조는 ‘리그 경기 중 안방 구단은 심판에 대한 충분한 안전을 보장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심판들의 출퇴근길에 실제로 경호 인력을 배치하는 구단은 없다. B 심판은 “선수들 출퇴근길은 철저히 보호해주는 안방 구단이 심판은 ‘나 몰라라’ 방치하는 게 현실”이라며 “주차장에 내려 경기장에 들어설 때까지 경호원 한 명이라도 붙여주면 불안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심판 임무를 수행하며 얻은 육체적·심리적 질병에 대해서는 KBO에서 치료를 도와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A 심판은 “정신과 병원에 가게 된 건 심판 일을 하다 얻은 마음의 병 때문인데 치료 비용은 직접 부담하고 있다”며 “심판도 KBO 소속 직원인 만큼 ‘회사’에서 이런 문제를 ‘산업재해’로 인식하고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우 SPOTV 해설위원은 “‘포청천’이 제 역할을 하려면 확고한 주관을 갖고 주변의 반응에 흔들려선 안 되는데 지금은 지나친 비난과 신변 위협 등 있어선 안 될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심판들이 이처럼 심각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면 KBO와 각 구단에서 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백하게 편이 나뉘는 스포츠 세계에서 심판은 어떤 판정을 내리더라도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야구 기자 레너드 코펫(1923∼2003)은 저서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심판을 다룬 챕터를 “자, 이제 ‘악당’을 등장시킬 차례다”라고 시작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악당 없이는 슈퍼 히어로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자기 눈으로 본 판단이 옳고, 응원 팀에 불리한 판정을 내린 심판이 악당처럼 느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자의적 판단으로 ‘조커’를 심판하고 나면 ‘배트맨 시리즈’는 막을 내릴 수밖에 없다. 팬들이 사랑하는 야구를 계속 보고 싶다면 심판들에 대한 존중이 왜 필요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강동웅 스포츠부 기자 leper@donga.com}
2008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는 팀 성적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탱킹’ 경쟁이 벌어졌다. 리그 꼴찌 팀에 주는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받아 오른손 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5·사진)를 잡으려는 목적 때문이었다. 탱킹 경쟁 승자는 한 시즌 162경기 중 102패를 당한 워싱턴이었다. 스트라스버그는 2010년 MLB 데뷔 후 12경기 만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수술)을 받는 등 부상을 달고 살았지만 건강할 때는 ‘에이스’ 그 자체였다. 2019년에는 워싱턴에 창단 후 첫 월드시리즈(WS) 우승 트로피를 안기기도 했다. 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역시 그의 차지였다. 2019년 WS가 끝난 뒤 스트라스버그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자 워싱턴 구단은 투수 역대 최대 규모였던 2억4500만 달러(약 3264억 원)짜리 7년 계약을 안겼다. 실수였다. 스트라스버그는 FA 계약 이후 총 8경기에 등판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 지난달 25일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이때만 해도 워싱턴 구단은 그의 등번호 37번을 영구결번시키겠다고 발표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이로부터 13일이 지나는 동안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매체는 ‘워싱턴 구단이 10일로 예정돼 있던 스트라스버그의 은퇴식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고 8일 전했다. 이유는 역시 돈이었다. 스트라스버그 쪽에서는 잔여 연봉 1억500만 달러(약 1401억 원)를 모두 달라고 주장한 반면 구단은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사이가 틀어진 것. 스포츠 전문 매체 애슬레틱은 “MLB 구단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해 둔다. 그러나 스트라스버그의 화려한 부상 이력 때문에 워싱턴은 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작은 거인’ 호세 알투베(33·휴스턴)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처음으로 4이닝 연속 홈런포를 때려냈다. 알투베는 팀이 텍사스를 14-1로 꺾은 6일 방문경기에서 1회초 선두타자 홈런을 시작으로 2회초와 3회초에도 각 1점 홈런을 때려냈다. 알투베는 전날 텍사스전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도 1점 홈런을 날린 상태였다. 두 경기에 걸쳐 4이닝 동안 이닝마다 홈런을 날린 것. MLB가 아메리칸리그(AL)와 내셔널리그(NL) 양대 리그 체제를 갖춘 1901년 이후 4연타석 홈런은 이날 알투베까지 총 22번 있었다. 그러나 4이닝 연속으로 홈런을 친 건 알투베가 처음이다. 4일까지만 해도 시즌 홈런이 10개였던 알투베는 팀이 13-6 승리를 거둔 5일 경기 6회초에 1점 홈런을 날린 걸 시작으로 이틀간 홈런 5개를 쏟아냈다. 이틀 동안 홈런 5개를 날린 건 MLB 역대 최다 타이기록이다. 알투베는 “지구 선두 경쟁 중에 연속 홈런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탤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휴스턴은 6일 승리로 79승 61패(승률 0.564)를 기록하며 3연패 중인 시애틀(77승 61패·승률 0.558)을 넘어 AL 서부지구 1위로 올라섰다. 4이닝 연속 홈런은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유례가 없는 기록이다. 한국에서는 박경완(51·은퇴)이 현대 시절인 2000년 5월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4연타석 홈런을 날릴 때 세운 3이닝 연속 홈런이 최다 기록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지난해 5연타석 홈런을 날린 무라카미 무네타카(23·야쿠르트)를 비롯해 총 12명이 4연타석 홈런을 날렸지만 역시 4이닝 연속은 없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손연재(29)가 왜 다시 왔지? 은퇴한 거 아니었어?” 3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23 리듬체조 그랑프리에 참가한 한국 대표 손지인(17·서울세종고)을 보고 유럽 팀 관계자들이 이렇게 수군댔다. 두 선수가 성(姓)이 같을 뿐 아니라 얼굴도 닮았기 때문이었다. 손연재가 서울에서 운영 중인 리듬체조교실 ‘리프스튜디오’에서 최근 만난 손지인은 “현지 TV 중계진도 ‘손연재가 아니라 손지인’이라고 강조하더라”면서 “내가 봐도 연재 언니랑 비슷하게 생긴 것 같기는 하다”며 웃었다. 손지인은 서울 봉은중 2학년이던 2020년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대한체조협회장배 전국대회에서 4개 종목(곤봉, 리본, 볼, 후프) 1위에 올랐고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며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권까지 따냈다. 지금까지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메달을 딴 한국 리듬체조 선수는 손연재뿐이다. 손연재는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2014년 인천 대회 때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연재는 “지인이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해도 기술적으로 뒤지지 않는다. 큰 무대에서도 떨지 않는 배짱도 갖췄다. 다만 배경음악과의 조화, 연기력 등은 좀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점을 잘 살려 지금보다 자신 있게 연기하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손지인은 ‘그 이상’을 꿈꾼다. 손지인은 “내 꿈은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이라며 “한국 리듬체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재 언니를 존경해 왔는데, 그 이름에 견줘 보려면 나도 최초의 기록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국 리듬체조의 올림픽 최고 성적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손연재의 4위다. 손지인은 원래 리듬체조 선수가 아니라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다. 여섯 살 때 생긴 첫 꿈이었다. 그러나 발레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동생이 태어나자 운명이 바뀌었다. 어머니가 등원 길에 동행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발레 학원보다 집에서 가까웠던 리듬체조 학원으로 옮긴 것이다. 손지인은 “막상 해보니 리듬체조가 발레보다 더 재미있었다. 바닥도 구르고 다양한 수구(手具)를 사용하는 게 훨씬 역동적이라 매력적이었다”면서 “외할머니와 어머니 모두 한 손으로 저글링을 하실 정도로 운동 신경이 좋다. 나도 곤봉이나 볼을 던졌다가 안정적으로 잡아내는 걸 보면 재능을 물려받은 덕에 리듬체조에 재미를 붙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손지인은 원래 왼손잡이지만 리듬체조는 오른손으로 배웠다. 학원에서 손지인이 오른손잡이라고 생각해 오른손으로 수구 사용법을 알려줬는데 부끄럼을 타는 바람에 이를 바로잡지 못했던 것. 손지인은 “그 덕에 양손을 번갈아 사용해야 하는 리본 종목에서 유리하게 됐으니 오히려 잘됐다 싶다”며 웃었다. 발레 경험도 도움이 됐다. 손지인의 주특기는 발레 팡셰 동작을 응용한 팡셰턴(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뒤 연속 회전하는 동작)이다. 손지인은 “지금까지 실전 최고 회전 기록은 7바퀴다. 그런데 최근 훈련에서 8바퀴를 도는 데 두 번 성공했다. 팡셰턴 8바퀴를 성공한 선수는 세계적으로도 정말 드물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8바퀴에 성공하면 시상대에 설 확률이 그만큼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 “어머니도 기계체조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외할머니가 ‘여자가 무슨 운동이냐’고 반대하셔서 포기하셨다고 한다. 어머니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뤄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꼭 따서 부모님께 걸어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KIA가 8연승을 달리며 4위로 올라섰다. KIA는 3일 SSG와의 프로야구 인천 방문경기에서 8-6 역전승을 거두고 연승을 8경기로 늘렸다. KIA가 8연승을 거둔 건 2021년 8월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KIA는 이날 삼성에 1-6으로 패한 NC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 0.0005가 앞서 4위가 됐다. 주말 3연전에서 3위 SSG를 연파하며 SSG와의 승차도 1.5경기로 좁혔다. SSG는 4연패에 빠졌다. 5-6으로 끌려가던 KIA는 8회초에 전세를 뒤집었다. KIA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선빈이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로 1루를 밟았다. 그러자 SSG는 고효준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세이브 1위(34세이브) 서진용을 올렸다. 하지만 서진용은 불을 끄지 못했다. KIA 타선은 황대인, 김태군과 대타로 나선 고종욱까지 서진용을 상대로 3연속 안타를 날리며 승부를 7-6으로 뒤집었다. 서진용은 이번 시즌 두 번째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9회에는 김도영이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쐐기 솔로포(시즌 3호)를 쏘아 올렸다. 김종국 KIA 감독은 “5회말에 역전을 허용해 힘든 경기가 이어졌다. 선수들의 강한 집중력을 칭찬하고 싶다”며 “선발투수 이의리가 마운드를 일찍 내려갔지만 뒤에 나온 투수들이 제몫을 다해줬다”고 말했다. 이의리는 이날 제구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3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4안타를 맞았고 볼넷도 3개를 내줬다. 키움은 고척 안방경기에서 KT를 7-0으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키움의 외국인 투수 후라도는 선발로 나서 6과 3분의 2이닝 동안 볼넷 1개만 내주고 노히트 피칭을 했다. 삼진은 8개나 잡았다. 후라도는 시즌 9승(8패)째를 거뒀다. 9위 키움은 2위인 KT를 상대로 주말 3연전을 모두 이겼다. 두산은 롯데와의 부산 방문경기에서 선발 투수 브랜든의 6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두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리그 최하위 한화는 선두 LG를 5-3으로 꺾고 8연패 후 2연승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