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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베’로 불리는 일본의 극우 여성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집권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 동원한 사도(佐渡) 광산에 대해 “강제 동원은 없었다”며 올해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일본 후보로 반드시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도 이 주장에 동조했다. 다카이치 회장은 24일 의회에서 “한국 외교부가 사도 광산에 대해 강제노역 피해 현장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사도 광산과 관련해 외교적 배려를 하느냐”고 정부에 질의했다. 이에 하야시 외상은 “사도 광산 추천을 보류키로 결정한 바 없다. 한국에 외교적 배려를 하는 것도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사도 광산에 관한 한국 측의 (조선인 강제노동 관련) 주장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 한국 측에 강하게 의사 표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내에서 사실에 반하는 보도가 다수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우리의 입장을 계속 국제사회에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회장은 또 “지난해 4월 각의(국무회의)에서 (1939년) 국민징용령에 의한 조선인 징용은 ‘강제연행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기시다 내각도 이 결론을 따르느냐”고 물었다. 기시다 총리는 “기시다 내각도 따른다. 역사 인식에 관한 문제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이후 체제를 계승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 정부의 반발을 의식한 듯 “근거 없는 중상에는 의연히 대응하겠다”고도 했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1일까지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 후보로 추천할지를 최종 결정한다. 최근 아사히신문 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 등을 고려해 추천을 보류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다카이치 회장은 “국가의 명예와 관련된 사태”라며 반드시 올해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도 광산은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 있는 광산으로 에도시대에는 금광으로 유명했다.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 발발 이후 일본은 이곳을 구리, 철, 아연 등 전쟁물자를 확보하기 위한 광산으로 이용하면서 최소 1141명의 조선인을 강제동원해 노역을 시켰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한스 클루주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 소장은 23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팬데믹(대유행)에서 엔드게임(최종단계)을 향해 가고 있다고 볼만하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클루주 소장은 “유럽의 오미크론 변이의 급증세가 진정되면 많은 사람이 면역력을 갖춰서 팬데믹이 아닌 엔데믹(풍토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증화율(감염자 중 위중증자와 사망자 비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 집단면역이 형성, 코로나19가 ‘계절성 감기’처럼 될 수 있다는 얘기다. 18일 기준 WHO에 따르면 유럽과 중앙아시아 등 53개 국가에서 코로나19 감염자 중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는 15%를 차지했다. 일주일 전 6.3%에서 2배 이상으로 뛰었다. 클루주 소장은 3월까지 유럽 인구의 60%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연구에 따르면 오미크론 중증화율은 델타 변이의 3분의 1~4분의 1 수준이다. AFP통신은 유럽의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진정되면 대다수가 면역력이 생겨 몇 주, 몇 달은 잠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루주 소장은 “연말 코로나19가 다시 돌아오더라도 팬데믹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나라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영국 프랑스 남아공 오미크론 변이는 확산 뒤 약 한달 후 정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일주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직전 일주일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시점부터 10% 이상 줄어든 시점(정점)까지 걸린 기간이 남아공 하우텡주,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이 평균 27일이었다는 것. 이를 일본 도쿄에 적용하면 다음 달 초 정점을 맞게 된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추정했다. 도쿄는 이달 22일 기준 신규 감염자가 1만1227명으로 사상 처음 1만 명을 넘었다. 23일에는 9468명이 감염됐다. 최근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미 ABC뉴스 인터뷰에서 “미국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사례가 급격이 감소하는 등 상황이 좋아 보이고 있다”며 낙관론을 꺼내들었다. WHO 아프리카 지역사무소는 “지난주 오미크론 변이가 주도하는 코로나19 4차 유행이 정점을 찍은 뒤 감염 사례가 급감했고, 사망자도 줄었다”고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lovesong@donga.com}
‘여자 아베’로 불리는 일본의 극우 여성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집권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 동원한 사도(佐渡) 광산에 대해 “강제 동원은 없었다”며 올해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일본 후보로 반드시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도 이 주장에 동조했다. 다카이치 회장은 24일 의회에서 ‘한국 외교부가 사도 광산에 대해 강제노역 피해 현장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사도 광산과 관련해 외교적 배려를 하느냐’고 정부에 질의했다. 이에 하야시 외상은 “사도 광산 추천을 보류키로 결정한 바 없다. 한국에 외교적 배려를 하는 것도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사도 광산에 관한 한국 측의 (조선인 강제노동 관련) 주장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 한국 측에 강하게 의사 표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내에서 사실에 반하는 보도가 다수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우리의 입장을 계속 국제사회에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회장은 또 ‘지난해 4월 각의(국무회의)에서 조선인을 강제연행 하지 않았다고 결정했다. 기시다 내각도 이 결정을 따르느냐’고 물었다. 기시다 총리는 “기시다 내각도 따른다. 역사 인식에 관한 문제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이후 체제를 계승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 정부의 반발을 의식한 듯 “근거 없는 중상에는 의연히 대응하겠다”고도 했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1일까지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 후보로 추천할지를 최종 결정한다. 최근 아사히신문 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 등을 고려해 추천을 보류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다카이치 회장은 “국가의 명예와 관련된 사태”라며 반드시 올해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lovesong@donga.com}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22, 23일 양일간 모두 최초로 5만 명을 넘어섰다. 감염자 급증에 정부는 12세 이상에게 접종했던 코로나19 백신의 접종 연령을 5세 이상으로 낮췄다. 다음 달 4일 겨울올림픽을 시작하는 중국 베이징 당국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신규 감염자가 늘어나자 200만 명의 주민이 있는 펑타이(豊臺) 지역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NHK에 따르면 22일 일본의 신규 확진자는 5만4576명으로 사상 처음 5만 명을 넘었다. 열흘 전인 12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1만 명대였지만 14일(2만 명대), 18일(3만 명대), 19일(4만 명대)에 이어 이날 5만 명대로 급증했다. 특히 18일부터 이날까지 5일 연속 일일 확진자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급증세가 가파르다. 23일에도 5만30명이 새로 감염돼 이틀 연속 5만 명대를 이어갔다. 23일 기준 일일 신규 사망자는 11명, 인공호흡기 치료 등을 받는 중증 환자는 430명으로 집계됐다. 19일 기준 자택에서 격리 중인 확진자 또한 약 10만 명으로 최근 1주일 만에 5배 이상으로 늘었다. 의료 붕괴 위험도 높아졌다. 23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쿄도 내에서 긴급 환자가 의료기관으로부터 입원을 거절당하거나 병원을 찾지 못해 길에서 20분 이상 시간을 보낸 ‘운송 곤란 사안’이 14∼19일 하루 평균 203건으로 조사됐다. 역시 사상 최고치다. 21일 후생노동성은 5∼11세 아동에 대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승인했다. 대상자는 700만∼800만 명이며 이르면 3월 접종이 시작된다. 정부는 현재 도쿄도 등 16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방역 비상조치를 발령했다. 교도통신은 이르면 25일 대상 지방자치단체를 추가할 것으로 보도했다. 전체 4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3분의 2가 넘는 32곳에 비상조치가 발령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또한 오미크론 변이가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유럽경제지역(EEA)에 속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총 30개 유럽 국가에서 우세종이 됐다고 21일(현지 시간) 밝혔다. 다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2일 “미국에서만 수천만 명을 감염시킨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 정점을 쳤다는 신호가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21일 기준 미국의 최근 1주일간 평균 일일 신규 확진자는 72만 명으로 한 주 전(80만7000명)보다 8만7000명 줄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설 선물 포장(사진)에 독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이유로 주한 일본대사관이 선물 수령을 거부했다.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해온 일본 정부가 독도를 분쟁 지역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NHK에 따르면 주한 일본대사관은 청와대가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명의로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에게 보낸 설 선물을 21일 그대로 반송했다. 선물 상자에 독도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점을 반송 사유로 들었다. 일본대사관은 한국 정부에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주한 일본대사관 측의 설 선물 반송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대응할 경우 경색된 한일관계가 더 꼬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자는 의지를 담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독도를 배경으로 한 일출 장면을 형상화해 약 1만5000명을 대상으로 보내는 설 선물 상자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설 선물 반송으로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설 선물이) 일본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일본 정부에만 보낸 것도 아닌 데다 우리 영토인 독도를 꼬투리 잡아 설 선물까지 반송한 데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일본은 독도와 관련해선 사소한 내용도 건건이 트집을 잡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은 17일 정기국회 외교연설에서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 영토”라며 억지 주장을 반복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온라인에서 ‘도한놀이(渡韓ごっこ·한국 여행 놀이)’ 이벤트를 발견하자마자 신청했다. 마치 한국 호텔에 있는 기분이다.” 23일 일본 도쿄 긴자의 호텔에서 만난 요시오카 가오리(吉岡香織·51·여) 씨는 “2년 전 매월 한국에 여행을 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지 못했다”며 도한놀이를 즐기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콘텐츠를 보며 마치 한국 여행을 하는 듯한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행위를 뜻한다. 2013년 회사 출장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한 그는 이후 한국 문화에 빠졌고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만 25차례 한국을 찾았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가 기획한 도한놀이 행사에는 960명이 몰렸다. 이 중 선발된 260명에게는 과자 등 한국 음식 10여 종을 담은 선물박스가 사전에 배달됐다. 또 추첨을 통해 요시오카 씨를 포함한 60명에게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3개 지역 호텔에서 무료로 1박을 묵을 수 있도록 했다. 도쿄 호텔 숙박자 중에는 인스타그램에서 19만 명의 추종자를 보유한 10대 인플루언서 신토 마리(新塘眞理·17) 양도 있었다. 그는 “K팝에 빠져 한국을 좋아하게 됐다. 코로나19가 사라지면 곧바로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코로나19 입국 금지가 완화될 때를 대비해 한국을 알리는 온·오프라인 행사를 계속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설 선물 포장에 독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이유로 주한 일본대사관이 선물 수령을 거부했다.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해온 일본 정부가 독도를 분쟁 지역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NHK에 따르면 주한 일본대사관은 청와대가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명의로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 대사에게 보낸 설 선물을 21일 그대로 반송했다. 선물 상자에 독도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점을 반송 사유로 들었다. 일본 대사관은 한국 정부에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는 2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선물의 독도 그림은) 일본 정부 공식 입장과 다르기 때문에 하나하나 반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주한일본대사관 측의 설 선물 반송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대응할 경우 경색된 한일관계가 더 꼬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올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자는 의지를 담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독도를 배경으로 한 일출 장면을 형상화해 약 1만5000명을 대상으로 보내는 설 선물 상자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설 선물 반송으로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 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설 선물이) 일본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일본 정부에만 보낸 것도 아닌 데다 우리 영토인 독도를 꼬투리 잡아 설 선물까지 반송한 데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일본은 독도와 관련해선 사소한 내용도 건건이 트집을 잡고 있다. 한국이 실효 점유하고 있는 고유영토인 독도를 분쟁 지역인 것처럼 국제사회에 선전하려는 것이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은 17일 정기국회 외교연설에서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 영토”라며 억지 주장을 반복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 제재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20일(현지 시간) 외교 소식통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북한 관련 안보리 긴급회의 직전에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가 미국이 제안한 대북 추가 제재안 채택을 연기시켰다. 앞서 미국은 미 재무부가 독자 제재한 북한 국방과학원 소속 5명에 대해 안보리 차원의 여행금지와 자산동결 제재를 추가로 가하자고 제안했다. 안보리 제재는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로 이뤄진다. 중국은 이날 “미국 제안을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고, 러시아도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며 보류를 요청했다. 시간을 끌면서 추가 제재 제안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도 공동성명 같은 구체적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대신 미국은 긴급회의 직전 브라질 프랑스 아일랜드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영국 알바니아 대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규탄하는 것에 모든 이사국이 단합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8개국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은 안보리 회의가 열린 10일에도 비슷한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은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공동 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북한이 ‘핵 위협 카드’를 꺼내든 지 하루 만인 21일 국무부와 외무성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 핵무기와 다른 대량살상무기, 모든 사거리의 탄도미사일과 관련 프로그램 및 시설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해체(CVID)를 강력하게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의식해 바이든 행정부에서 쓰지 않던 CVID 사용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화상으로 첫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일본과 프랑스는 20일 외교·국방장관이 참석한 화상 ‘2+2회의’를 열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검증 가능한 폐기를 목표로 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강제 노역한 니가타현 사도시 사도(佐渡) 광산을 올해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20일 보도했다. 2024년 이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 반발 등으로 2023년 세계유산위원회가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심사에서 탈락시킨 후보를 이후 등록시킨 사례가 없어 이번엔 신청을 보류한다는 얘기다. 올해 신청 마감은 2월 1일, 결과는 내년 6월경 나온다. 요미우리는 “유네스코는 세계기록유산(심사)에서 관계국이 이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고 (이의가 있으면) 결론이 날 때까지 등록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지난해 도입했다”며 “중국이 신청한 난징대학살 문서(의 세계유산) 등록에 반발한 일본 정부가 이 제도 도입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일본이 주도해 생긴 유네스코 새 제도에 스스로 발목 잡혔다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18일 사도 광산 관련 질문에 “(세계유산) 등록 실현에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 종합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심사에서 탈락할 수 있다면 신청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에도 금산 코스 900엔(약 9400원), 메이지 광산 코스 900엔, 둘 다 보는 코스 1400엔.’ 19일 찾은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금은(金銀)산 입구 안내 푯말이다. 이곳은 에도 시대(1603∼1867년) 세계에서 금이 가장 많이 났다. 태평양전쟁 때는 구리 철 같은 전쟁 물자를 캤다. 1939∼1945년 사도시 10여 개 광산에는 조선인 노동자가 최소 1141명 강제 동원됐다는 불편한 역사도 있다. 니가타현과 사도시는 여기를 포함한 사도 광산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 한다. 하지만 조선인 노동자 징용은 언급하지 않는다.○ 조선인 징용 흔적 사라져1400엔을 내고 둘 다 보는 코스를 택했다. 밀랍인형을 동원해 에도 시대 금 채굴 모습을 재현했다. 개미굴처럼 구불구불하고 좁은 갱도에서 정과 망치로 금을 캐는 전시가 이어졌다. 휴식처에 누운 노동자 인형 옆에는 관광객이 던져놓은 동전이 가득했다. 메이지 시대(1868∼1912년) 갱도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대형 기계가 곳곳에 배치됐다. 이때부터 사도 광산 장비는 기계화됐고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 채굴했다. 기관차가 끄는 수레도 사용해 채굴량이 급증했다. 하지만 두 코스 어디에도 조선인 강제 동원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희생자 위령비도 없다. 메이지 시대 갱도 끝 부분의 ‘사도 광산 근대사’ 연표에 적힌 △1939년 노무동원 계획으로 조선인 노동자의 일본 동원 시작 △1945년 9월 패전에 따라 조선인 노동자 귀국, 단 두 줄뿐이다.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사도 광산에는 1939년 2월부터 조선인 노동자가 동원됐다. 지역마다 모집 인원이 할당돼 충남지역에서 가장 먼저 징용됐다. 일본 패전 직전인 1945년 7월까지 동원이 이뤄졌다. 징용 노동자 수는 1200여 명으로 동북아역사재단은 추정한다. 사도 시내 다른 광산과 박물관도 마찬가지였다. 사도박물관에서 조선인 노동자에 대해 물었더니 “광산 노동자에게 담배를 지급하며 작성한 명부에 조선인 이름이 있다. 하지만 사전 신청하지 않으면 열람할 수 없다”고 했다. 공개되지 않는 비밀 명부인 셈이다. 니가타현이 2019년 일본 정부에 제출한 세계문화유산 추천서에도 조선인 노동자 관련 설명은 없다. 니가타현에 ‘전체 역사(full history) 반영을 위해 조선인 노동자 내용도 추천서에 넣어야 하지 않느냐’고 질의했더니 “세계유산 제도상 ‘전체 역사’는 요구되지 않는다. 현저한 보편적 가치를 분명히 하기 위해 수공업에 의한 금 생산 시대(에도 시대까지) 역사 중심으로 기술했다”는 공식 답변이 돌아왔다.○ “관광객 많아진다는 기대감 높아”사도시는 니가타시에서 쾌속선으로 70분 정도 걸린다. 사도시 선박 터미널 곳곳에 ‘사도 금은산을 세계유산으로’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사도 시내 박물관이나 광산 유적지 등에도 빠짐없이 붙어 있다. 사도시 선박 터미널 앞 렌터카 직원은 “사도시는 섬이어서 관광업으로 먹고산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일본인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더 많이 올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시내 초밥집 주인도 “지금은 동네 주민 상대로 장사하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 관광객 중심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사도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사도시 총생산 가운데 어업 비중은 1.5%에 불과한 반면에 소매업 숙박 식음료 운송 같은 관광 관련 업종이 포진한 3차 산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기폭제가 될 수는 있다. 하나즈미 히데요(花角英世) 니가타현 지사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세계문화유산 신청을) 보류하거나 연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니가타현은 “한반도 출신자가 일한 사실은 있지만 강제 동원됐는지 (관련) 자료나 기록이 없고, 파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고 19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니가타·사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 광산’을 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는 구상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20일 보도했다. 대신 2024년 이후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의 반발 등으로 2023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심사에서 탈락시킨 후보를 그 후 등록시킨 사례가 없기 때문에 이번에 신청하는 것을 보류한다는 것이다. 일본 문화청 산하 문화심의회는 지난해 말 사도 광산을 일본 후보로 결정했고, 일본 정부는 2월 1일까지 유네스코에 신청해야 한다. 그 경우 세계유산위원회 심사를 거쳐 2023년 6월 경 최종 결과가 나온다. 요미우리는 “유네스코는 세계기록유산에서 관계국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이의가 있을 때) 결론이 날 때까지 등록하지 않게끔 하는 제도를 작년에 도입했다”며 “난징대학살 문서 등록에 반발한 일본 정부가 새로운 제도 도입을 주도한 경위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는 일본이 뒤바뀐 입장이 됐다. 한국의 반발이 있는 가운데 (사도 광산을) 추천하면 국제사회의 신용을 잃을 수 있다”며 외무성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이 주도한 유네스코의 새 제도로 일본이 발목을 잡혔다는 것이다. 일본 민영 방송인 JNN도 “일본 정부가 사도 광산의 추천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 중”이라고 20일 전했다. JNN은 일본 정부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준비 작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으며 장래 등재 실현을 위해 전략을 다시 짜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18일 사도 광산 대응 방침을 묻는 질문에 “정부로서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실현하는데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등록 신청을 해도 심사에서 탈락할 수 있다면 신청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일본은 5월 니가타현 지사 선거,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사도 광산 신청을 보류하면 현지 민심이 악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집권 자민당 내 강경파들은 ‘세계문화유산 신청’을 강하게 외치고 있다. 극우 성향의 여성 정치인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명예가 달린 문제다. 정부는 등록을 향해 진심으로 힘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민당 보수·우익 성향 의원 등으로 구성된 ‘보수단결의 모임’도 18일 일본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하라”고 일본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이날 회의에 참석해 “사실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반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니가타현 사도시에 있는 사도 광산은 에도 시대(1603~1867년)에 금광으로 유명했으나 태평양전쟁이 본격화한 후에는 구리,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캐는 광산으로 주로 활용됐다. 일본은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사도 광산에 조선인을 최소 1141명 동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최대 통신 그룹인 NTT가 30대 등 젊은층을 뽑아 경영간부로 교육하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근속연수나 연령에 따라 지위가 높아지는 연공서열 시스템을 채택해 온 일본 기업들이 이를 파괴하는 파격 인사를 잇달아 실시하며 인재를 확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NTT는 사내에 신조직 ‘NTT 유니버시티’를 만들어 내년에 300명을 선발한다. 새로운 부서에서 부장, 과장 등 관리직을 경험하게 해 최소 임원 이상이 될 후보로 육성한다. 30세 중반부터 응모할 수 있고, 선발되면 최대 3년 동안 새 업무를 맡는다. 새 업무는 신사업 개척, 해외 진출 등 난도가 높은 것들이다. 실제 임원으로 등용되면 입사 동기보다 보수에서 큰 차이가 나게 된다. 현재 NTT의 임원 약 150명은 대부분 50세 이상이다. 하지만 앞으로 젊은층을 발탁 육성할 뿐 아니라 실력주의 인사평가 비중도 높인다. NTT는 사원 개인의 직무를 명확히 해 성과 중심으로 평가하는 ‘직무 중심’ 인사제도를 지난해 10월부터 전 관리직에 도입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디지털 분야 중심으로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일본 기업이 인재 유출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통적인 대기업 인사시스템인 연공서열 제도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무기기 회사인 리코는 오는 4월 1일부로 경영기획부장에 46세 직원을 발탁했다. 이전까지 통상 경영기획부장은 60대가 맡았다. 사무기기 회사에서 디지털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을 목표로 하면서 연령대를 낮춘 것이다. 이 회사는 경영기획부 내에서 인수합병(M&A)을 담당하는 중요 자리에 30대를 배치하기로 했다. 일본 대표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는 2004년 연공서열제를 폐지했고, 지난해에는 호봉제 대신 임금 인상폭을 성과 평가로만 결정하는 새 임금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가전기업 소니는 2015년 ‘잡 그레이드제’란 이름으로 직무 중심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전체 2만여 명의 직원을 총 10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별로 5만∼10만 엔의 월급 차이를 뒀다. 상여금까지 포함하면 연간 수백만 엔의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 사설에서 “주요 7개국(G7) 중 일본의 노동생산성이 최하이고, 실질평균임금은 한국보다 뒤처졌다”며 “문제의 근저에 종신고용, 연공서열을 골격으로 하는 일본형 고용·인사시스템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2020년 8월이었다. 일본 도쿄의 살인적인 무더위를 피해 겨울 올림픽이 열렸던 나가노현으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숙소에 도착해 지도를 받아보니 승용차로 5분 거리에 ‘마쓰시로 대본영(전쟁 때 일본군 최고지휘부)’ 지하호가 있었다.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년 일본 군부는 ‘본토 결전’을 준비하며 도쿄의 주요 시설을 옮기기 위해 나가노에 땅굴을 파 지하호를 만들었다. 도쿄의 대본영과 정부 기관, 왕실 등을 옮기고자 했다. 총 길이 약 10km인 지하호 건설에 조선인 노동자 7000여 명(추정)이 강제로 동원됐다. ‘섬뜩한 이곳을 일본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들에게 보여줘도 되나….’ 고민되긴 했지만 역사의 현장을 모른 척할 순 없었다. 다음 날 지하호를 찾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입구에 심어진 무궁화꽃이었다. ‘모금을 통해 (조선인) 희생자 고향의 무궁화와 개나리를 심었습니다. 소중하게 다뤄 주세요’란 안내문도 있었다. 바로 옆에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평화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의외였다. 더 놀란 것은 나가노시가 세운 안내판 문구였다. “노동자로 많은 조선인과 일본인이 강제로 동원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아름다운 일본’을 외치며 가해(加害) 역사 지우기에 한창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안내판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결정적 역할을 한 이는 나가노 현지의 일반 시민들이었다. 나가노슌에이고교 학생들은 1985년 미군과 일본군이 참혹한 전쟁을 벌인 오키나와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것을 계기로 고향에 있는 지하호를 주목했다. 학생들은 1986년 ‘고향연구반’이란 클럽을 만들어 시 측에 지하호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결국 시는 1990년 지하호 일부를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학생들은 주말이면 지하호 개요,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 등을 설명하는 자원봉사를 한다. 참혹한 기억을 계승하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주장하고 있다. 나가노현단기대학 교수였던 시오이리 다카시(염入隆) 씨는 1991년 조선인 희생자들을 위해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4년 뒤 추도비를 설립했다. 비문에는 ‘식민지였기에 조선에서 강제연행돼 식량 부족, 낙석 사고,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하는 일이 많았다’며 역사적 기록을 남겼다. 이들은 기념비 건립 후 매년 추도식을 열고 있다. 2년도 더 지난 기억이 떠오른 것은 니가타현 사도시 ‘사도 광산’ 때문이다. 니가타현과 사도시 측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금(金)을 생산한 귀중한 유산”이라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태평양전쟁 때 조선인 노동자 최소 1411명이 강제동원 됐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원칙 중 하나로 ‘완전한 역사(full history) 반영’을 들고 있는데, 사도 광산은 그 기준을 충족한다고 보기 힘들다. 2월 1일까지 일본 정부가 추천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일본인의 역사 인식은 아시아 국가로부터 자주 문제시된다. 일본 정부가 과거의 침략, 가해의 역사를 충분히 검증해 사죄할 것은 사죄하고, 전후 보상을 성실하게 했으면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기자의 주장이 아니다. 일본인으로 구성된 시민단체 ‘마쓰시로 대본영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이 2019년 1월 발행한 팸플릿 첫 페이지에 넣은 문구다. 불편한 과거에 눈감지 않는 일본 정부의 판단을 기대한다.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7일 정기국회 개회식 시정방침 연설에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등 주요 한일 갈등 현안과 관련해 한국이 먼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약 1만1300자에 달하는 연설문 중 한국 관련 내용을 거론한 대목은 한 문장뿐이었고 한일 관계 개선 언급도 없었다.○ 기시다, 韓 맨 마지막에 언급기시다 총리는 이날 시정방침 연설에서 한국에 대해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규정한 뒤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양국 간 현안인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일본군 위안부 배상 판결에 대해 한국이 먼저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의미다. 기시다 총리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미국 내용을 가장 먼저 내세운 뒤 호주, 북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유럽, 중국, 러시아, 한국 순으로 언급했다.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 국회에서 한 소신표명 연설 때 포함됐던 “(한국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라는 대목은 이번엔 없었다. 한일 관계 개선 관련 내용이 아예 사라진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조기에 회담해 일미(미일) 동맹의 억지력, 대응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성명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화상 형식으로 21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한 뒤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 통화만 했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는 (취임 뒤) 조기에 방미해 대면 회담을 하기 원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화상 형태로 진행되게 됐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국가안보전략, 방위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전략문서를 연내에 개정하겠다”며 “이른바 ‘적 기지 공격 능력’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북한 미사일 도발을 군사력 확대의 명분으로 삼고 나선 것이다.○ 확진자 급증에도 긴급사태 발령 안 해기시다 총리는 “기시다 정권의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 대응이다”라며 코로나19 대책도 강조했다. 일본에선 16일 하루 감염자가 2만5658명으로 이전 최다 기록인 작년 8월 20일 2만5992명에 바짝 근접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중증자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코로나19 대책 중 가장 강력한 ‘긴급사태’를 아직 발령하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전 세계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금지한 조치에 대해선 “2월 말까지 골격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이 17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66%로 한 달 전 조사 때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요미우리는 “코로나19 감염이 확대되는 가운데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 ‘감염자 증가=지지율 하락’이라는 종래의 법칙이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에 이어 국회 연단에 선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은 외교 분야 연설에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 고유 영토”라고 주장했다. 2014년부터 9년 연속 외상이 정기국회 첫날 외교정책 설명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것이다. 한국 외교부는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총리관저가 일제강점기 때 최소 1141명의 조선인 노동자를 동원한 니가타현 사도시의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더라도 한국의 반발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현지 민심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신청을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총리관저 내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최종 판단만 남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네스코 신청 마감일(2월 1일)까지 15일 남은 상황이다. 16일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 관계자에 따르면 사도 광산 유네스코 신청 관련 논의는 정부 내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해 현재 총리관저가 주도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을 관장하는 행정부처인 문화청과 문화청의 상위 부처인 문부과학성은 “신청해야 한다”고 방침을 정했다. 문화청 자문기구인 문화심의회는 앞서 지난해 12월 28일 사도 광산을 국내 추천 후보로 선정한 바 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문화심의회 추천 후보를 예외 없이 유네스코에 신청했다. 하지만 외무성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사도 광산 유네스코 신청을 추진할 경우 2015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군함도(하시마 탄광) 등 ‘메이지 산업혁명유산’과 한 묶음으로 엮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은 군함도 등을 등재할 때 “많은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치에서 강제로 노역했다는 역사를 제대로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20년 6월 도쿄에서 문을 연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메이지시대 산업화의 성과를 미화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해 7월 일본의 약속 불이행을 지적하며 ‘강한 유감(strongly regret)’을 밝혔다. 일본은 올해 말까지 세계유산위원회의 지적 사항에 대한 이행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자민당 관계자는 “정부 내에서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결국 총리관저가 정치적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총리관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해도 한국이 반대하면 등재되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들은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세계유산위원회가 군함도 건으로 일본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5월 니가타현 지사 선거,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특히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은 니가타현 선거구에서 2016, 2019년 잇달아 패했다. 총리관저 내에는 ‘3연속 패배를 막기 위해 니가타 민심을 자극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외교 소식통은 “세계유산위원회의 최종 결정은 내년 6월경에 나온다. 총리 주변에서 ‘한국이 반대하든 말든 이번에 신청해야 참의원 선거에 유리하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전했다. 일본은 태평양전쟁 기간에 구리, 철, 아연 등 전쟁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사도 광산을 활용하면서 조선인을 강제 동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현직 일본 총리 최초로 일제의 식민 지배를 한국에 사죄한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사진) 전 총리가 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그는 1990년 5월 일본을 방문한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과거의 한 시기, 한반도의 여러분이 우리나라의 행위에 의해 견디기 어려운 괴로움과 슬픔을 체험하신 것에 대해 겸허히 반성하며 솔직히 사죄하는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1960년 집권 자민당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16회 연속 당선된 뒤 2009년 낙선과 함께 정계를 은퇴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지난해 12월 초만 해도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100명 이하였다. 하지만 올 들어 1만 명을 넘을 정도로 다시 급증세다. ‘방역 모범국’이 되는 것 같던 일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NHK에 따르면 일본 전역 하루 확진자는 1일 534명, 4일 1265명, 7일 6204명, 12일 1만3244명 등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하루 확진자 1만 명 이상은 지난해 9월 9일(1만395명) 이후 4개월 만이다. 13일 오후 7시 현재 1만8673명이다. 일본 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원인으로 크게 3가지를 꼽는다. 먼저 감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12일 열린 전국지사모임에서 “최근 도쿄도 감염자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가 의심되는 사례는 90%”라고 말했다. 이날 도쿄도 확진자는 2198명이었다. 사실상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 연말연초를 맞아 인구 이동이 크게 늘었고, 주일미군 기지의 허술한 방역으로 집단감염이 일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확진자 급증에도 일본 정부는 시민 행동 규제를 동반하는 긴급사태 발령에 신중하다. 지난해 7월 12일 도쿄에 긴급사태를 발령했을 때 전국 확진자는 현재의 10% 정도인 1505명이었다. 일본 정부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상대적으로 중증환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긴급사태 발령에 소극적”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7월 29일 확진자가 1만 명에 이르렀을 때 전국 중증자는 539명이었지만 이달 12일은 105명이다. 도쿄도 중증자는 이날 현재 4명으로 중증자용 병상 사용률은 0.8%다. 전체 병상 사용률은 13.7%. 도쿄도는 전체 병상 사용률이 20%를 넘으면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 50%를 넘으면 ‘긴급사태’ 발령을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코로나19 대책 중 가장 강한 게 긴급사태, 그 다음이 중점조치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발 빠른 코로나19 대응으로 여론의 지지가 높아졌지만 감염자가 대폭 늘어나면 민심도 돌아설 수 있다. 지난해 12월 1일 시작한 부스터샷(3차 접종) 접종률은 12일 기준 0.8%에 그친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지난해 12월 24일 일본 나고야에서 기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인구 6만 명의 소도시 나가쿠테(長久手)를 찾았다. 이곳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고민하는 일본에서 보기 드물게 인구 증가를 이뤄낸 곳으로 유명하다. 1960년대에는 전 주민이 6600여 명인 작은 마을에 불과했지만 꾸준히 인구가 늘면서 2012년 한국의 ‘군(郡)’에 해당하는 ‘정(町)’에서 ‘시(市)’로 승격됐다. 지난해 말 기준 인구는 6만397명이다.》 전국 각지의 인재를 빨아들일 만한 유명한 기업도 없고, 관광 명소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인구 증가라는 어려운 목표를 달성했을까.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시청에서 기자를 맞이한 사카키모토 요시키(신本芳樹) 정보과 계장은 계획적이고 순차적인 토지 정비, 육아 및 교육에 대한 공격적 투자 등을 그 비결로 꼽았다.합리적 가격에 양질 주택 공급 일본은 2005년에 처음 인구가 줄었다. 지난해 처음 감소한 한국보다 16년 빨랐다. 특히 일자리를 찾아 지방에서 대도시로 이동하는 젊은이가 늘면서 일부 소도시는 소멸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과거 나가쿠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시 당국은 1972년부터 서부, 동부, 남부, 중앙 순으로 시 전체를 순차적으로 정비하며 양질의 주택 용지를 꾸준히 공급했다. 그 덕에 21.55km²인 시 전체 면적의 약 절반이 토지구획 정비사업을 거쳤다. 사실상 50년에 걸쳐서 만들어진 계획도시나 다름없는 셈이다. 대도시가 아니어서 땅값이 비싸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현재 나가쿠테에서는 반듯하게 정비됐을 뿐 아니라 주변에 녹지도 많은 150m² 크기의 토지와 그 위에 지어진 주택의 합산 가격이 약 4000만∼5000만 엔(약 4억1000만∼5억2000만 원)이다. 소위 ‘영끌’을 하지 않아도 어지간한 직장인이라면 집을 사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준이다. 시는 2005년 조례 및 경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요 도로에 나무를 대거 심었고 주택을 지을 땐 이웃 건물과 충분한 간격을 두게 했다. 시청에서 도보로 약 30분 떨어진 남부 지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당국은 1998년 시내를 동서로 횡단하는 도메이 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1km² 토지를 정비해 1880채의 주택을 건설했다. 토지 정비 전에는 그야말로 황폐하고 버려진 땅이었지만 지금은 엽서에 나올 것 같은 깔끔하고 예쁜 주택단지로 바뀌어 있었다. 이 지역의 한 공원에서는 20여 명의 초등학생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일본 소도시에서 노인이 아니라 아이들이 대거 모여 있는 것은 그야말로 보기 드문 풍경이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인구 증가의 또 다른 비결은 ‘아이 키우기’에 대한 공격적 투자다. 사카키모토 계장은 “보육원과 학교를 대거 늘렸고 신생아 또한 생후 57일부터 보육원에 맡길 수 있다”며 어떤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해도 육아에 대한 투자는 뒤지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실제 2012년 6곳에 불과했던 시내 보육원은 현재 18곳으로 3배로 늘었다. 시내에서 평생교육 가능 교육 환경도 우수하다. 나가쿠테에는 초등학교 6개, 중학교 3개, 고등학교 2개, 대학 4개가 있다. 인구 6만 명의 소도시지만 이곳을 벗어나지 않고도 평생 교육이 가능한 셈이다. 초등학교 6개 중 가장 늦게 문을 연 이치가호라 초교는 2008년 설립됐다. 개교 당시 540명이었던 학생 정원은 지난해 1116명으로 늘었다. 일본 초등학교 한 개의 평균 학생 수는 약 320명. 설립한 지 14년밖에 된 신생 초등학교에 일본 평균보다 3.5배 많은 학생이 있는 셈이다. 그만큼 아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많다는 것은 젊은 부모들이 많다는 뜻도 된다. 실제 다른 도시에서 이곳으로 이사 오는 사람의 상당수가 30, 40대 젊은층이다. 이들이 나가쿠테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니 매년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약 400명 더 많다. 2020년 일본 전체에서 출생한 신생아 수가 84만832명으로 1899년 통계 작성 이후 121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작년 12월 기준 나가쿠테 주민의 평균 연령은 40.6세. 전국 비교가 가능한 2015년에는 38.6세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낮았다. 인구가 늘어나자 자연히 상업시설과 편의시설도 늘었다. 이것이 인구 유입을 더 촉진시키는 선순환도 일어났다. 2016년 대형 쇼핑몰 ‘이온몰’, 2017년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개점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케아 나가쿠테점의 매장 면적은 2만 m²로 일본 내 이케아 매장 중 가장 크다. 개점 당시 이케아는 나가쿠테보다 인구가 약 40배 많은 나고야, 약 7배 많은 도요타 등 주변의 대도시를 제치고 이곳을 선택했다. 이케아저팬 측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그 이유로 “젊은 세대가 많아 매력적”이라고 했다. 이케아 매장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나가쿠테에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 세련된 카페, 다양한 음식점이 있어 살기 편하다”며 만족해했다. 이 여성은 “남편이 차로 약 35분 거리인 도요타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곳으로 이사 갈 생각은 없다. 남편 또한 출퇴근의 번거로움을 감안하더라도 이곳에서 살겠다고 한다”고 했다. 시 당국은 2017년 시민 2366명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7.3%가 ‘살기 좋다’, 42.1%가 ‘어느 정도 살기 좋다’고 답했다. 시민 10명 중 약 9명이 나가쿠테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30년 후 인구 감소에도 대비 당국은 인구 증가를 위한 정책뿐 아니라 30년 후 인구 감소에도 대비하고 있다. 최근 당국의 인구 통계 전망에서 시 인구가 2035년 6만5482명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부터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젊은층은 점차 나가쿠테에서 빠져나가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당국은 요즘 ‘사람과 사람의 인연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나가쿠테가 고향이 아닌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들끼리의 인연을 만들어주는 데 열심이다. 나고 자란 고향이 아니더라도 지역 사회에 대해 애착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현 주민의 자녀들 또한 다른 도시로 떠나지 않고 이곳에서 계속 살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당국은 우선 시내 6개 초등학교를 주민 커뮤니티의 기본 단위로 설정했다. 학교가 있는 구역별로 ‘마을 만들기 협의회’ 발족을 지원하고, 각 협의회가 자체적으로 마을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 당국 또한 시내 곳곳에 공원, 휴식처 등 ‘지역 공생 스테이션’을 만들어 주민들이 도보 거리에서 쉽게 교류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다. 요시다 잇페이(吉田一平) 시장은 “현재 나가쿠테 거주의 강점은 쾌적한 주거 환경과 우수한 육아 및 교육 여건이지만 30년 후에는 지역사회의 끈끈함과 친밀도가 될 것”이라고 일본 언론 인터뷰 때마다 말하고 있다. 지진 등 자연재해 때 가장 먼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멀리 있는 형제자매와 친척이 아니라 바로 옆집의 이웃임을 감안할 때 그야말로 현명한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었다. 하루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은 것은 작년 9월 9일(1만395명)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NHK는 12일 “(오후 5시 현재) 전국 감염자가 1만 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선 도쿄올림픽 개막 직후인 지난해 7월 29일 처음 1만 명을 넘었고, 약 2주 후인 지난해 8월 13일에 2만 명을 넘었다. 하루 감염자 최다 기록은 지난해 8월 20일 2만5992명이다. 수도 도쿄에서는 이날 2198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하루 전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고, 1주일 전과 비교하면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도쿄도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비율을 약 80%로 추정하고 있다고 민영방송 TBS가 전했다. 일본 제2의 도시인 오사카는 12일 하루 동안 1711명이 감염됐다. 오사카에서 하루 1000명 이상 감염자가 나온 것은 지난해 9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일본 의료 전문가들은 감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감염이 더 빠르게 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특히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오키나와현, 히로시마현, 야마구치현 등 3개 지역에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를 9~31일 동안 발령했다. 가장 강력한 코로나19 대책이 긴급사태이고, 그 다음이 중점조치다. 중점조치가 발령되면 지자체장은 음식점 영업 시간 단축, 주류 제공 금지 등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11일 코로나19 대책과 관련해 외국인 신규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현재 대책을 “2월 말까지 골격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또 백신 3차 접종을 앞당기겠다면서 자위대가 운영하는 대규모 접종 센터를 다시 설치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일본 총리관저에 따르면 11일 기준 백신 3차 접종을 마친 이들의 비율은 일본 인구의 0.8%에 그친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저명 경제학자인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82)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가 최근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잇달아 지적하고 있다. 낮은 생산성 등으로 일본 경제가 정체되면서 선진국 지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노구치 교수는 “상상하기 싫지만 일본이 주요 7개국(G7) 회원국에서 쫓겨나고 그 자리에 한국이 들어갈 수도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노구치 교수는 6일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 온라인판에 ‘일본은 선진국에서 탈락 목전, 2022년은 변화의 기로’라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그는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밑으로 떨어졌고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이 선진국 탈락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이 열린 1964년 소위 ‘선진국 클럽’인 OECD 회원국이 됐다. 1970년대부터 줄곧 1인당 GDP가 OECD 평균을 웃돌며 50년 동안 선진국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거품경제가 폭발했고, 이후 장기간 경기 침체를 거치며 1인당 GDP 순위가 하락했다. 2020년 OECD 회원국 평균을 1로 계산했을 때 일본 1인당 GDP는 0.939에 그쳐 평균에 못 미쳤다. 노구치 교수는 “2030년경이면 일본 1인당 GDP는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일본은 어떤 정의(定義)에 의해서도 선진국이라 말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가파른 상승세를 주목했다. 한국 1인당 GDP는 1960년 OECD 평균의 11.9%에 불과했지만 1994년에는 50%를 넘었다. 물론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충격으로 1인당 GDP도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쇼크를 단기간에 이겨내고 지금은 OECD 평균에 근접했다고 강조했다. 노구치 교수는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일본과 한국 대만의 위치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며 “성장률을 높이지 않으면 일본은 2030년경 선진국에서 탈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1인당 GDP가 성장하지 않는 것은 낮은 노동 생산성 때문이기도 하다. 노구치 교수는 “노동생산성 지표로 일컬어지는 취업자 1인당 GDP에서 2019년 한국이 일본을 역전했다”며 “일본 노동생산성은 주요 7개국(G7) 회원국 중 최하위”라고 지적했다. OECD에 따르면 2019년 일본 취업자 1인당 GDP는 7만8293달러(약 9300만 원)였지만 한국은 7만9500달러였다. G7 회원국 평균은 10만3338달러였다. 노구치 교수는 “일본 노동생산성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3% 정도 낮다. 상상도 하기 싫지만 일본이 G7 회원국에서 쫓겨나고 그 자리에 한국이 들어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고 했다. 일본인 사이에 위기의식이 결여돼 있는 게 문제라면서 노구치 교수는 올해 적어도 OECD 평균 성장률을 실현해야 일본이 성장 기조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정보기술(IT) 혁신으로 성장 기폭제를 마련했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대(大)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결국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노구치 교수는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한 뒤 대장성(현 재무성)에 들어갔다. 대장성 관료 시절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경제학 석사,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대장성을 그만두고 사이타마대 히토쓰바시대 도쿄대 등에서 교수를 지냈다. 전공은 일본경제론. 그는 지난해 12월에는 일본 경제매체 겐다이비즈니스에 ‘일본은 20년 후 경제 규모에서 한국에 추월당한다’라는 칼럼을 게재한데 이어 다른 경제매체 도요게이자이에는 ‘월급이 오르지 않은 일본과 오른 한국, 무엇이 다른가’라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