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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Camp David is where a president can be a human being again.”(캠프 데이비드는 대통령이 다시 인간이 되는 곳이다)다음 달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열립니다. 백악관이 아닌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다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캠프 데이비드는 메릴랜드주 산속에 있는 대통령 휴양시설입니다. 백악관에서 헬기로 30분 정도 걸리는 곳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됩니다.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초청해 협상이나 담판을 벌일 때 자주 사용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정상을 이곳으로 초청했다는 것은 친한 사이라는 증거지만 다른 한편으론 협상의 구체적인 성과를 얻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캠프 데이비드 회담은 격식과 프로토콜(의전) 중심으로 돌아가는 백악관 회담과는 다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캠프 데이비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꿰뚫고 있어야 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의 역사입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를 이곳으로 불러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디데이(노르망디 상륙) 작전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초청해 미소 관계개선, 데탕트를 논의했습니다. 이때 ‘the Spirit of Camp David’(캠프 데이비드 정신)라는 유명한 용어가 탄생했습니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합의를 끌어낸다는 뜻입니다. 미국 대통령들은 넥타이를 풀고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캠프 데이비드를 좋아합니다. “대통령이 인간으로 돌아가는 곳”이라는 백악관 연설문 작성자 켄 카치지안의 명언도 있습니다. 대통령들에게 “favorite place(애정 장소)가 어디냐”로 물으면 “캠프 데이비드”라는 답이 돌아온다는 것이 워싱턴의 정설입니다. 한국 대통령 방문에 앞서 캠프 데이비드를 알아봤습니다.You will be asked for your patience; for, the conflict will not be short. You will be asked for resolve; for, the conflict will not be easy. You will be asked for your strength, because the course to victory may be long.”(전쟁을 짧지 않기 때문에 인내가 요구된다. 전쟁은 쉽지 않기 때문에 결의가 요구된다. 승리의 길은 멀기 때문에 용기가 요구된다)9·11 테러 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보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외부와 차단돼 테러 가능성이 적은 데다 백악관 못지않은 통신 시설이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무너진 뉴욕 무역센터 현장을 찾은 뒤 곧바로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해 전쟁 내각을 소집했습니다. 이 회의에서 미국을 공격하는 집단은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복수한다는 테러와의 전쟁 계획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공격 대상, 주변국 동참 여부를 두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이끄는 비둘기파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주도의 매파가 치열하게 맞붙었습니다. 투표를 통해 1차 공격 대상은 아프가니스탄으로 결정됐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동맹국 정상들에게 전화를 돌려 동참을 요청했습니다.국민에게 전쟁의 필요성을 알린 곳도 캠프 데이비드입니다. 부시 대통령은‘9·15 연설’로 알려진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인내(patience), 결의(resolve), 용기(strength) 등 3가지를 주문했습니다. 연설 그 어디에도 ‘war’(전쟁)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conflict’(갈등)로 대체됐습니다.They looked so lonely.”(그들은 너무 외로워 보였다)캠프 데이비드는 전·현직 대통령의 회동 장소로도 활용됐습니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입니다. 취임 후 첫 군사 프로젝트인 피그만 침공 사건이 실패하자 케네디 대통령은 위기에 몰렸습니다. 피그만 침공 사건은 쿠바가 공산화되자 미국 정부가 쿠바 망명자들을 훈련시킨 뒤 피그만에 침투시켜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려던 계획이었지만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국제적 망신을 당한 케네디 대통령은 피그만 계획 최초 수립자인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정치적 성향도, 연령대도 너무 다른 두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났습니다.케네디 대통령은 헬기를 타고 온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착륙장에서 맞았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상심한 케네디 대통령의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두 대통령은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캠프 데이비드 실내로 향했습니다.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앞을 향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두 손을 양복 주머니에 넣고 얘기하고 있고,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모자를 들고 뒷짐을 진 채 듣고 있습니다. 인생의 실패를 경험한 아들과 묵묵히 듣는 것으로 위로를 전하는 아버지의 모습 같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두 대통령의 쓸쓸한 뒷모습을 찍은 AP통신의 폴 바디스 기자는 이 사진으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습니다. 사진 제목은 ‘Serious Steps.’(심각한 발걸음). 바디스 기자는 “그들은 너무 외로워 보였다. 세상의 모든 짐을 진 듯이 보였다”라고 촬영 순간을 전했습니다. What’s the point, we never win.”(무슨 소용이야, 우리는 이긴 적이 없는데)캠프 데이비드에서 심각한 회의만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때때로 재미있는 순간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2012년 주요8개국(G8) 정상회의가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렸습니다. 원래 개최 예정지는 시카고였지만 대대적인 시위가 예고되자 급히 캠프 데이비드로 바꿨습니다. 회담은 공교롭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같은 시기에 열렸습니다. 결승전에는 영국(첼시)과 독일(바이에른 뮌헨)이 맞붙었습니다.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하는 문제로 G8 정상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던 중이었습니다. 아이패드로 득점 상황을 확인하던 독일의 축구광 앙겔라 마르켈 총리가 “이건 꼭 봐야 한다”라면서 회담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경기가 승부차기에 돌입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회의 주최자인 오바마 대통령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게 “당신도 보고 싶지 않으냐”라고 물었습니다. 모두 함께 시청할 용의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캐머런 총리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what’s the point”는 “요점이 무엇이냐” “소용없는 일이다”라는 뜻입니다. 독일팀과 붙을 때마다 지는 영국의 징크스를 “we never win”이라고 한탄했습니다. 앞서 2010년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 기간에 열린 월드컵 축구 경기에서 영국은 독일에 4 대 1로 대패한 전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옆방에서 들리는 경기 소리에 가장 먼저 뛰어간 것은 캐머런 총리였습니다. 다른 정상들도 줄줄이 그의 뒤를 따라 옆방으로 가서 TV 앞에 섰습니다.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한 것은 처음에는 관심이 없다던 캐머런 총리였습니다. 손에 땀을 쥐는 승부차기에서 첼시는 바이에른 뮌헨을 4 대 3으로 이겼습니다. 캐머런 총리는 메르켈 총리를 이렇게 약 올렸습니다. “It was extremely exciting. It is a privilege of the job to watch a penalty shootout in the presence of the German chancellor and win.”(흥미진진한 경기였다. 독일 총리 앞에서 승부차기를 관람하고 이겼으니 이 직업의 특전 아니겠는가)난데없는 축구 응원전이 펼쳐진 것은 일반 회담 장소가 아닌 캠프 데이비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루한 회의보다 스포츠 경기에 마음을 뺏기는 것은 세계적인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보여준 일화입니다. G8 정상들은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회담 모드로 복귀했다고 캐머런 총리는 전했습니다.명언의 품격모든 미국 대통령들은 중동 평화 정착을 최대 외교 과제로 내세웁니다. 대부분은 취임 후 현실 인식이 달라지면서 중동 문제를 포기나 현상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달랐습니다. ‘도덕 정치’를 외교의 영역까지 확장한 그는 유혈 충돌이 계속되는 중동 사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미국의 석유 이권을 도모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1978년 카터 대통령은 중동의 숙적 이집트의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메나헴 베긴 총리에게 캠프 데이비드로 와달라는 초청장을 보냈습니다. 체류 기간이 명시되지 않은 ‘open-end invitation’(무기한 초청장)이었습니다. 백악관이 아닌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한 것은 외부의 간섭 없이 끝장 토론을 하자는 의미였습니다.이집트-이스라엘 정상은 협상 테이블에서 앉기는 했지만, 양보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다른 정무를 옆으로 치워두고 협상을 중재했습니다. 나중에는 본인도 아예 캠프 데이비드에서 머물렀습니다. 협상이 고비에 달하자 카터 대통령은 두 정상을 남북전쟁의 현장 게티스버그로 안내했습니다. 미국의 유혈 내전 남북전쟁의 메시지를 중동 영토를 두고 싸우는 이들에게 전하려는 것이었습니다.중재자인 미국의 최대 무기는 지원이었습니다. 경제 군사 분야에서 미국의 지원이 절실했던 두 정상은 섣불리 협상 테이블을 걷어찰 수 없었습니다. 꼼꼼한 베긴 총리와 통이 큰 사다트 대통령이 성격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깨달은 카터 대통령은 최대한 실무자들이 협상을 진행하게 하고 두 정상은 마주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사다트 대통령은 영화를 58편 보고, 매일 캠프 데이비드 산에 오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1주일 정도로 예상됐던 회담은 13일이나 계속됐습니다. 9월 17일 2개의 부속 합의로 이뤄진 ‘캠프 데이비드 협정’(Camp David Accords)이 체결됐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Let history record that deep and ancient antagonism can be settled without bloodshed and without staggering waste of precious lives,”(아무리 뿌리 깊고 오래된 적대감이라도 귀중한 인명의 참혹한 낭비와 유혈 사태 없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사다트 대통령과 베긴 총리는 한 달 뒤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캠프 데이비드 협정은 중동 문제를 대화로 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협정 체결 후에도 중동은 바람 잘 날이 없지만, 이집트와 이스라엘 관계는 양호합니다. 초강대국 미국의 중재력을 보여준 캠프 데이비드 협정은 오늘날에도 외교 분야뿐 아니라 비즈니스 거래 등에서 ‘협상의 정석’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통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소셜미디어 트위터가 ‘파랑새’를 버리고 알파벳 ‘X’를 새로운 로고로 채택했습니다. 트위터의 새 소유주 일론 머스크가 내린 결정입니다. X를 대화, 금융. 차량 호출, 오디오, 비디오 등 광범위한 기능을 갖춘 ’슈퍼 앱‘으로 만들겠다는 머스크의 비전을 반영한 것입니다. 머스크가 알파벳 X를 좋아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자녀 이름도 ‘X’이고, 그가 소유한 우주개발 회사 이름도 ‘스페이스X’입니다. 머스크의 결정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명함 연락처에 트위터 파랑새 로고를 넣었던 사람들은 명함을 새로 바꿔야 할 판입니다. 트위터가 없어지면 ‘트윗’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될까요. 머스크에 따르면 “트윗을 올리다”라는 앞으로 “X를 올리다”라고 해야 합니다. 트위터가 어느 날 갑자기 X가 된 것은 아닙니다. 머스크는 꾸준히 트위터의 변신을 예고하는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재스민 엔버그라는 유명 마케팅 분석가의 말입니다. The writing was on the wall.”(불안한 조짐은 있었다)‘writing’은 ‘글쓰기’ ‘글씨’를 말합니다. ‘on the wall’은 ‘벽 위’를 뜻합니다. ‘the writing on the wall’은 ‘벽 위의 글씨’라는 뜻은 아닙니다. ‘좋지 않은 기운’ ‘불행의 전조’를 말합니다. 좋지 않은 일이 닥칠 때는 사전에 기운이 감지되기 마련입니다. “I haven’t lost my job yet, but the writing is on the wall. My company just laid off 50 more people today”이라고 하면 “나는 아직 일자리를 잃지 않았지만, 불운이 감돈다. 회사가 50명을 추가 감원했다”라는 뜻입니다. 원래 성경에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바빌로니아의 마지막 왕 벨사살(Belshazzar)이 잔치를 벌일 때 벽에 수수께끼 글자가 나타납니다. 멸망을 예고하는 메시지였습니다. 이 글씨대로 왕은 죽고 나라는 멸망했습니다. ‘writing’ 대신에 ‘handwriting’을 써도 됩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직원을 대량 해고하고, 부분 유료화 정책 등 운영 방식이 바뀔 때부터 불길한 조짐은 있었다는 것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9월 16일 소개된 휴가 후 우울증 대처법입니다. 여름 휴가 시즌입니다. 산으로 바다로 휴가는 즐겁지만 돌아오면 우울해집니다. 휴가나 연휴를 즐긴 뒤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압박감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알아봤습니다.▶2019년 9월 16일자연휴 잘 보내셨나요.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연휴가 끝나고 일상에 복귀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여러 감정이 교차하겠지만 아마 착잡함과 우울함을 느끼는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이런 감정을 ‘post-holiday blues’(휴가 뒤 우울)이라고 합니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한국인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인들도 연휴가 끝나고 찾아오는 이 찜찜한 기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고민합니다. It’s time to get back to the grind.”(이제 직장으로 돌아갈 시간이다)워싱턴 특파원 시절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갈 즈음 뉴스를 보니까 앵커가 이런 마무리 멘트를 날립니다. 직장이라면 ‘work’ ‘job’ 등의 단어를 써야 하는 것 아닐까요. ‘grind’(그라인드)는 ‘갈다’라는 뜻으로, 직장을 가리키는 속어입니다. 생산성 높기로 유명한 미국의 직장 문화를 가리켜 ‘grind culture’라고 합니다. 육체적 에너지든, 정신적 에너지든 모두 갈아버릴 정도라는 뜻입니다.What goes up, must come down.”(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도 있다)유명한 격언입니다. 세상의 이치가 이렇다는 겁니다. 한 심리학 전문가는 연휴 뒤 느끼는 우울함을 이 격언에 비유했습니다. 연휴나 방학이 되면 기대감과 즐거움으로 가득하죠. 하지만 이렇게 올라간 기분은 내려와야 합니다. 계속 높은 상태로 살 수는 없습니다. 이 전문가가 하고 싶은 말은 휴가 뒤 찾아오는 우울함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심리 현상이라는 겁니다. 병리학적 우울증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Count your blessings.”(당신이 누리는 것들에 감사하라)휴가 뒤 우울한 감정은 누구나 느낍니다. 이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합니다. 업무에 복귀해 열심히 일하다 보면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다시 돌아갈 일상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휴가가 끝나서 힘들다고 엄살을 떠는 사람에게 적절한 충고입니다, 직역한다면 “네가 가진 축복을 세어 봐라”가 됩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The press said, ‘Well, was he unconscious?’ Unfortunately, no, I was wide awake.”(언론이 ‘그는 의식을 잃었느냐’라고 묻던데 미안하지만 아니다. 나는 정신이 또렷했다) 요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치통 때문에 고생이 많습니다. 치통은 아이스크림 등 단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얼마 전 치과 치료를 받느라 공식 일정을 줄줄이 연기했습니다. 대통령이 치료를 받으면 백악관은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합니다. 보도자료에는 아픈 치아 번호(29번), 치료 방법(신경치료), 치료 장소(백악관 내 치과 수술실), 치료팀 이름(월터 리드 국군병원 대통령 치과팀), 치료 기간(이틀), 통증 수준(예상범위), 환자 반응(잘 이겨냈음) 등이 자세히 실려 있습니다.다음날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대통령 구강 건강에 대한 청문회 같았습니다. 마취 방법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전신마취로 의식을 잃게 돼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면 수정헌법 25조에 따라 부통령에게 권력이 승계됩니다, 기자들은 대통령이 얼마나 자주 이를 닦는지, 치실을 사용하는지 등 사소한 문제까지 캐물었습니다.치료를 마친 뒤 공식 행사에 나타난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은 내가 의식을 잃었는지 묻던데 나 멀쩡했거든”이라며 웃어넘겼습니다. 국부마취여서 정신을 잃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be 동사 다음에 ‘awake’(깨어있는)가 나오면 ‘의식이 있다’라는 뜻입니다. 의미를 강조하고 싶다면 앞에 ‘wide’를 넣으면 됩니다. 이럴 때는 ‘넓은’이라는 형용사가 아니라 ‘온전히’ ‘진짜’라는 부사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간단한 치과 치료에 언론이 호들갑을 떤다는 뉘앙스로 말했지만, 미국은 대통령의 건강에 지대하게 관심이 많은 나라입니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건강은 아무리 사소한 정보라도 국민이 알 권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권력자의 건강 문제를 일종의 접근금지 구역으로 보는 한국 문화와 크게 다릅니다. 미국 대통령은 정기 검진 기록에서부터 사소한 치과 진료 내역까지 모두 공개 대상입니다. 국민은 대통령의 키 몸무게는 물론, 혈압 콜레스테롤 체질량지수 심박수까지 알 수 있습니다. 수술 경력, 복용 약도 가차 없이 드러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이라서 더욱 관심을 받는 것입니다. 건강검진 기록에 나타난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건강상태를 알아봤습니다.Uncorrected visual acuity(distant and near) is 20/20 in both eyes.”(교정하지 않는 양쪽 눈의 원거리 근거리 시력은 모두 양호하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기간 8년 동안 4차례 정기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올 A’급 검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많은 부러움을 산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시력입니다. 나이가 들면 시력이 약화하고 노안 증상을 겪기 쉽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55세 때인 2016년 건강검진 기록을 보면 교정하지 않은 원거리 근거리 시력이 모두 ‘20/20’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비슷한 연령대의 역대 대통령들이 대부분 시력 교정용 안경을 쓴 것과 대조적입니다. ‘20/20’은 ‘정상적인’ ‘양호한’이라는 뜻입니다. 안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넬렌 시력검사 도표에서 1.0에 해당하는 시력을 말합니다. 즉 정상 범위라는 뜻입니다. 시력검사뿐 아니라 일상 대화에서도 ‘20/20’은 자주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twenty twenty’라고 읽으면 됩니다. ‘‘예리한’ ‘정확한’이라는 뜻입니다. 미국에 ‘20/20’이라는 유명 시사 뉴스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hindsight is 20/20’이라는 격언도 있습니다. ‘hindsight’(하인사이트)는 ‘뒤돌아보다’라는 뜻입니다. ‘뒤돌아보면 정확하다’라는 뜻으로 뒤늦은 깨달음을 한탄할 때 씁니다. What the heck, it was my last time.”(젠장, 마지막이었어)2001년 빌 클린턴 대통령 퇴임 일주일을 앞두고 마지막 건강검진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먹은 햄버거, 감자튀김 때문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233까지 올랐습니다. 나쁜 콜레스테롤은 177로 이전(134)보다 크게 올랐습니다.주치의는 “영양 불균형 식단, 이동 중 음식을 먹는 바쁜 일정, 긴 업무 시간, 운동 부족”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애써 태연한 척을 했습니다. ‘what the heck’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을 때 ‘아이고, 나도 몰라’의 의미로 후회와 배짱이 뒤섞인 말입니다. “임기 마지막인데 뭐 어떠냐”라는 것입니다. 크리스마스 명절 때 과식한 케이크를 탓하며 6개월 이내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으로 돌려놓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퇴임 후에도 식습관을 고치지 못해 4년 뒤 막힌 심장 혈관을 대체하는 관상동맥 우회술을 받았습니다. 2010년 2차 수술을 받은 뒤에야 채식주의자로 변모했습니다.The completion of the new White House swimming pool provides him with short intervals for relaxation.”(새로운 백악관 수영장의 완공은 대통령에게 짧은 휴식 주기를 마련해준다)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웨스트윙에서 브리핑룸으로 가는 길목에 야외 수영장이 있습니다. “백악관에 웬 수영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외출하기 쉽지 않은 대통령 가족의 휴식처와 같은 곳입니다. 오바마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여사, 바버라 부시 여사 등이 즐겨 이용했습니다. 수영장을 만든 것은 제럴드 포드 대통령입니다. 재임 기간이 2년 6개월로 짧은 포드 대통령의 최대 업적은 백악관에 수영장을 만든 것이라는 농담까지 있습니다. 집에 수영장이 있을 정도로 수영광인 포드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백악관 수영장 건설 계획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전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불명예 퇴진한 터라 주변에서는 수영장 계획을 탐탁지 않게 여겼습니다. 재선에 성공한 뒤 만들라는 충고가 많았지만, 포드 대통령은 밀고 나갔습니다. ‘백악관 수영장 건설 태스크포스’가 꾸려졌습니다. 현재 금액으로 28만 달러(3억6000만 원)에 달하는 건설 예산은 세금이 아닌 사적 기부금으로 충당했습니다. 1975년 포드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길이 15m, 폭 6m의 수영장이 완공됐습니다.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통령은 가운을 벗고 수영복 차림으로 물에 뛰어들었습니다. 백악관 수영장은 포드 대통령 건강검진 기록에도 등장합니다. 업무 틈틈이 신체를 단련하는 데 수영장이 도움을 주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반대를 뚫고 만든 수영장인만큼 잘 사용되고 있다는 홍보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검진 기록에는 14분대에 수영장을 24바퀴 돈다는 포드 대통령의 주파 실력도 나옵니다.명언의 품격2016년 대선 유세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과로로 쓰러지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진영은 건강검진 기록을 공개했습니다. 36년째 트럼프 주치의를 맡고 있는 해럴드 본스타인 박사 명의의 4문단짜리 짧은 소견서였습니다.If elected, Mr. Trump, I can state unequivocally, will be the healthiest individual ever elected to the presidency.”(만약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역대 대통령직에 선출된 사람 중에 가장 건강하다는 것이라고 명백하게 말할 수 있다)다른 대통령들과 구체적인 비교 없이 “unequivocally” “healthiest” 등의 단어를 써서 트럼프 후보의 건강을 역대 최상급으로 평가한 것은 황당하다는 지적을 낳았습니다. 110/65 수준인 혈압에 “astonishingly excellent”(기가 찰 정도로 훌륭한)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과장된 수식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소견서는 정작 틀린 철자는 고치지 않았습니다. 편지 첫 문장에 흔히 등장하는 “To Whom It May Concern”(관계자분에게)을 “To Whom My Concern”이라고 잘못 썼습니다. 수준 미달인 본스타인 박사의 소견서에 “odd”(독특하다)라는 조롱이 잇따랐습니다. 어쨌든 소견서가 발표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덕분”이라고 행복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나중에 대통령 주치의 자리에서 밀려난 본스타인 박사는 소견서를 자신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부르는 대로 받아쓴 것이라고 실토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백악관에서 코카인 마약이 발견됐습니다, 보수 진영은 과거 마약 복용 경력이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에게 의심의 화살을 돌리고 있습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코카인이 발견되기 사흘 전부터 헌터 바이든을 포함한 바이든 대통령 가족이 백악관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가족 전체가 백악관에서 한참 떨어진 캠프 데이비드에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기자들이 헌터 바이든과의 연관성을 따져 묻자 잔피에어 대변인은 “무책임한 질문”이라고 쏘아붙인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I’ll just leave it there.”(이 정도에서 그만두겠다)‘leave’는 ‘떠나다’ ‘남겨두다’라는 뜻입니다. 이별을 통보하는 연인에게 “don’t leave me”이라고 하면 “나를 떠나지 마” “나를 남겨두지 마”라는 뜻입니다. 잔피에어 대변인의 말에서 ‘it’는 ‘한창 진행되던 대화’를 말합니다. 대화를 거기에(there) 남겨두겠다(leave)는 것은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라는 것입니다. 할 얘기는 많지만 계속해봤자 상대를 이해시킬 수 없을 때 씁니다. 양측의 논쟁이 계속될 때 한쪽에서 “let’s leave it there”라고 하면 “이쯤하고 그만두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자”라는 것입니다. “leave it at that”(그 지점에 남겨두다)도 똑같은 뜻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19년 11월 18일 소개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 대법관에 관한 내용입니다. 최근 대법원이 대입, 낙태, 소수자 보호 등에서 보수적인 판결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긴즈버그 대법관을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2020년 긴즈버그 대법관 타계로 대법원은 보수 우위 체제가 확실하게 굳어졌습니다. 투병 중에도 꼿꼿하게 법원을 지킨 긴즈버그 대법관은 일에 대한 열정, 소신 있는 발언, 젊은 감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법관으로 통했습니다.▶2019년 11월 18일 PDF최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 대법관이 암이 재발해 치료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언론에는 “조속한 회복을 바란다.”라는 글이 넘쳐나고, 그녀의 건강을 기원하는 격려 카드까지 발매됐습니다. 다섯 번이나 암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그래도 위로해주는 이들이 이렇게 많으니 그녀는 복 받은 사람입니다. ‘진보의 아이콘’이자 말도 똑 부러지게 잘하는 긴즈버그 대법관의 발언들을 모아봤습니다.I would remain a member of the Court as long as I can do the job full steam.”(전력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한 법원의 일원으로 남겠다)긴즈버그 대법관이 최근 연방대법원 홈페이지에 올린 글입니다. “법원의 일원으로 남겠다”라는 것은 “은퇴하지 않겠다”라는 다짐입니다. 현재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대법원 구도 속에서 자신마저 은퇴하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산업혁명에서 유래한 ‘full steam’은 ‘전속력’ ‘전력’이라는 뜻입니다.All I ask of our brethren is that they take their feet off our necks.”(내가 남성 친구들에게 부탁하는 것은 여성의 목을 밟고 있는 발을 치우라는 것이다)긴즈버그 대법관이 좋아하는 명언이라고 합니다. 19세기 여성 운동가 사라 그림케가 한 말입니다. 상대의 목을 밟으면 숨을 못 쉬고 꼼짝 못 하게 됩니다. 여성을 옭아매는 사회적 억압을 ‘목을 밟고 있는 발’이라고 했습니다. 얼마 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촉발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서도 비슷한 구호가 등장했습니다. 시위대는 ‘get your knee off our neck’(흑인의 목에서 백인의 무릎을 치워라)’이라고 외쳤습니다. 사건 당시 백인 경찰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brethren’(브레드렌)은 남성 동지, 교우를 말합니다. 여기서 ‘brother’(형제)가 유래했습니다.For most girls growing up in the 40s, the most important degree was not your B.A. but your M.R.S.”(1940년대 성장한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학위는 대학 졸업이 아니라 결혼이었다)1940년대 대다수 미국 여성들의 인생 목표는 교육이 아닌 결혼이었습니다.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긴즈버그 대법관은 하버드대 법대를 졸업했고, 이후 가정과 사회생활을 훌륭하게 양립했습니다. 향학열은 어머니 덕분이었습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최근 연설에서 “당시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학위는 대학 졸업이 아니라 결혼이라는 타이틀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B.A.는 Bachelor of Arts(학사 학위)를 말합니다. M.R.S.는 기혼 여성 칭호 Mrs를 철자 하나씩 또박또박 말한 겁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축구선수 손흥민, 방탄소년단(BTS) 제이홉, 전·현직 대통령…. 서로 다른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고향사랑기부제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1월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됐다. 개인이 자신의 주소지 이외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지자체는 그 기부금을 주민 복리 등에 사용하는 제도다. 기부자는 세제 혜택과 지역 농축산물 등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고향사랑기부제는 저출산·초고령화 심화,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로 인해 심각한 소멸위기에 처한 농촌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지방 재정 보완, 지역경제 활성화, 국가 균형발전 도모 등을 위해 고향사랑기부금법이 2021년 10월 19일 제정돼 2023년 1월 1일 시행됐다.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한 개인에게는 10만 원까지는 전액,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가 세액 공제된다. 기부금액의 30%는 기부 포인트로 적립돼 답례품을 선택할 수 있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합쳐 13만 원을 돌려받는다. 500만 원을 기부하면 80만 8500원의 세액공제와 150만 원 상당의 답례품으로 총 240만 8500원의 혜택이 주어진다.10만 원의 기부로 그 이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제도”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자체에는 지방 재정 보완뿐만 아니라 지역 특산물을 답례품으로 제공함으로써 지역경제 부가가치 창출 기회로 작용한다.온-오프라인 가입해 농촌 사랑 실천온-오프라인을 통해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행정안전부의 고향사랑e음 사이트(ilovegohyang.go.kr)가 운영되고 있다. 대면 납부를 원한다면 고향사랑기부제 지정 금융기관인 농협을 이용하면 된다. 전국 5900여 개 농·축협 및 농협은행 지점에 고향사랑기부제 수납창구가 열려 있다.기부자를 위해 다양한 금융 혜택이 제공된다. 농협은 1월 고향사랑기부제에 동참한 개인에게 최대 0.6%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NH고향사랑기부 예·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 판매액의 0.1%는 공익기금으로 적립돼 지역사회 발전과 농촌 지역 복지사업에 활용된다.NH농협카드는 4월 특화카드인‘zgm.고향으로’ 카드를 출시해 고향사랑기부제 참여자에게 NH포인트 특별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NH농협생명 및 NH농협손해보험은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쌀, 샤인머스켓, 치즈 등 지역 특산물 수요 늘릴 기회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고향사랑기부제의 또 다른 매력이다. 관계기관들이 답례품 선정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전국 243개 지자체는 지자체별 조례 제정을 통해 답례품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을 선정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는 농협만의 차별화된 답례품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표준 가이드라인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고향사랑기부제를 운영하는 전국 243개 지자체 중 160여 개의 지자체에 농·축협이 농·축산물을 답례품으로 납품하고 있다.경기 연천 전곡농협의 쌀, 충북 영동농협의 샤인머스캣, 전북 임실치즈농협의 치즈선물세트, 전남 담양축협의 대숲맑은한우세트,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의 귤로장생 등 다양한 지역 농·축협이 구성한 3만 원 상당의 특산품 선물세트가 답례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액 기부자를 위한 맞춤형 고급 선물세트도 있다.농촌 생활을 체험하고 싶은 기부자를 위한 체험형 답례품도 개발되고 있다. 농촌을 체험하면 농촌 지역에서 2·3차 소비를 창출할 수 있다. 농협의 팜스테이마을 등 특색있는 마을 체험 등 다양한 체험 콘텐츠 발굴을 통해 기부자의 농촌 지역 체류를 유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자 하는 것이다.농협중앙회는 농·축산물 답례품 및 체험형 답례품을 개발 운영하는 농·축협을 지원해 농가의 소득을 늘리고 농촌을 더 활기차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향사랑기부제 알리기 총력전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관계부처, 지자체, 기관들은 홍보 총력전을 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고향의 가치와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고향사랑기부금법’에 지정 근거를 마련한 뒤 대국민 공모를 통해 9월 4일을 국가기념일 ‘고향사랑의 날’로 지정했다. 지자체들은 유명 출향민을 고향사랑기부제 홍보대사로 임명하거나 이들의 기부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농협은 고향사랑기부제 관련 상품 가입 행사 및 온·오프라인 홍보 캠페인을 열고 있다. 유명인이나 임직원이 소속된 향우회의 고향사랑기부제 가입 행사를 열고, K리그나 마라톤 등 지역별 오프라인 스포츠 행사를 통해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협력해 제1회 고향사랑의 날 행사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농협중앙회는 올해 초 설 연휴에 서울역에서 열차를 이용하는 귀성객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을 비롯한 농업계에서는 농촌 소멸 위험을 극복하고, 열악한 지방 재정 보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해왔다”라면서 “고향사랑기부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도시민들에게 농업·농촌의 가치를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m sure Earth can’t wait to be exclusively under Zuck’s thumb with no other options.”(세상이 아무런 대안 없이 저크의 지배를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게 확실해)미국 정보기술(IT) 업계 맞수의 격투기 대결이 화제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CEO가 주인공입니다. 대결 얘기가 나오게 된 것은 메타가 트위터와 비슷한 소셜미디어 애플리케이션 ‘스레드’(Threads)를 내놓겠다고 하면서부터입니다. 발끈한 트위터 소유주 머스크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 격투기 대결의 시발점이 됐습니다.다섯 손가락 중에 가장 굵은 ‘thumb’(엄지)는 ‘최강’이라는 뜻입니다. ‘under thumb’는 ‘엄지손가락 아래에 있다’ ‘지배 하에 있다’라는 뜻입니다. 엄지로 콱 누르면 그 밑에 있는 벌레는 죽은 신세나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은 저커버그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을 하려는 것입니다. 저커버그를 “Zuck”(저크)라고 부른 것도 조롱하려는 의도입니다. ‘저크’는 하버드대 시절부터 친구와 동료들이 저커버그를 부르는 애칭입니다. 머스크가 저커버그와 친한 사이도 아니면서 “저크”라고 부른 것은 “내가 너를 잘 알지”라는 의미입니다. “Zuck the Fourteenth”(저크 14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오만한 전제군주 루이14세처럼 저커버그도 독재자라는 것입니다. 그나마 이번에는 ‘14세’는 뺐습니다. 머스크, 저커버그 같은 경영자들은 젊은 나이에 회사를 세워 승승장구했습니다. 이들을 가리켜 ‘rock star complex’(록스타 증후군)를 가졌다고 합니다. 숭배하는 팬들에 둘러싸인 록스타인 양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이들은 도전 제의가 들어오면 그것이 기술 개발이든, 격투기 ‘현피’(현실세계 대결)이든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났다 하면 으르렁거리는 IT업계 숙명의 라이벌들을 알아봤습니다.What would I do? I wouldn’t be in this situation.”(나라면 어떻게 했겠느냐고? 나는 그런 상황에 부닥치지도 않아)저커버그는 머스크뿐 아니라 애플 경영자 팀 쿡과도 사이가 나쁩니다. 저커버그와 쿡은 2010년대 초반 ‘누구의 비즈니스 모델이 더 나은가’를 두고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상대의 불행은 나의 행복인 법. 2018년 페이스북이 제3자 정보 도용 사건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을 일으키자 쿡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상황을 가정할 때는 ‘would’를 씁니다.이 발언에 분노한 저커버그는 단칼에 휴대전화를 바꿨습니다. 이전까지 아이폰을 쓰던 그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삼성 갤럭시폰으로 바꿔 지금까지 이용하고 있습니다. 자기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페이스북 전 직원도 바꾸도록 했습니다. “We’ve encouraged our employees and executives to use Android because it is the most popular operating system in the world.”(우리 임직원에게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안드로이드가 가장 인기 있는 운영체제니까)Jeff who?”(제프 누구?)머스크는 저커버그 외에 싸움 상대가 많습니다. 그중 한 명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전기 자동차(테슬라)와 온라인 쇼핑(아마존)은 전혀 다른 분야라서 다툴 일이 없지만, 우주가 무대가 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민간 우주 개발업계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설립은 블루오리진이 2년 앞서지만, NASA(미항공우주국) 과학자들을 대거 영입해 먼저 두각을 나타낸 쪽은 스페이스X입니다. 의기양양한 머스크는 한 모임에서 베이조스를 만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I actually did my best to give good advice, which he largely ignored.”(나는 좋은 충고를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는 거의 듣지 않더라)2013년 스페이스X가 NASA 발사대 단독 사용권을 얻자 블루오리진은 정부에 공식 항의했습니다. 머스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제프 누구라고” 하면서 쏘아붙였습니다. 이름 뒤에 “who?”가 붙으면 상대가 누군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하찮은 상대라는 뜻입니다. 절치부심한 베이조스는 최근 NASA의 화성 탐사선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머스크를 많이 따라잡았습니다.We’re coming after you buddy.”(친구야 우리가 추격하고 있어)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CEO로 복귀했을 때 회사 상태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PC 시장은 델컴퓨터가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CEO는 당시 곤경에 처한 애플을 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I’d shut it down and give the money back to the shareholders.”(나 같으면 회사 문 닫고 주주들한테 투자금을 돌려주겠네)이 말은 잡스를 다시 일어서게 했습니다. PC 아이맥 시리즈를 개선해 델컴퓨터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델컴퓨터가 저렴한 대량 생산이 특기였다면 아이맥은 세련된 디자인이 무기였습니다. 잡스는 1997년 맥월드 기조연설에서 델을 “buddy”(친구)라고 비꼬며 “우리가 맹추격하고 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come after’는 ‘뒤를 따르다’ ‘잡으러 가다’라는 뜻입니다. 잡스는 델에게 무시당한 기억을 잊지 않았습니다. 2006년 애플의 시장가치가 델컴퓨터를 따라잡던 날 잡스는 직원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습니다. “Team, it turned out that Michael Dell wasn’t perfect at predicting the future.”(팀원들이여, 마이클 델의 미래 전망이 완전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어)명언의 품격 뭐니 뭐니 해도 스티브 잡스의 최대 라이벌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입니다. 1975년, 1976년 각각 회사를 창업한 게이츠와 잡스는 초창기만 해도 사이좋은 친구였습니다. 서로의 회사를 방문해 아이디어를 주고받았습니다. 게이츠는 잡스의 애플 컴퓨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사이가 나빠진 것은 1985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운영체제를 개발하면서부터입니다. 잡스는 윈도가 매킨토시를 베낀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게이츠는 지지 않고 잡스를 ”비틀린 현실 세계에 살고 있다”라고 비난했습니다. 싸움은 인신공격으로 발전했습니다. 잡스는 게이츠를 “a stick in the mud”라고 조롱했습니다. 흙 속의 막대기는 움직이지 못합니다. 창의성 없는 현실 안주형 인간을 부르는 말입니다. 게이츠는 잡스를 “묘하게 흠집 있는 인간”(weirdly flawed human being)이라고 꼬집었습니다.하지만 살벌한 경쟁의식은 서로에 대한 깊은 존경심에 바탕을 둔 것이었습니다. 싸울 때조차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가졌습니다. 게이츠는 잡스가 아이튠스를 내놓자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혁신적인 상품으로 만들 줄 아는 능력이 놀랍다”라고 칭찬했습니다. 잡스는 게이츠에 대해 “그가 일군 회사는 감동적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We spurred each other on.”(우리는 서로의 원동력이었다)게이츠는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spur’(스퍼)는 카우보이 부츠 뒤에 달린 톱니바퀴처럼 생긴 기구를 말합니다. 이 기구로 말을 차면 자극을 받아서 빨리 달리게 됩니다. ‘자극제’ ‘원동력’이라는 뜻입니다. 미국 프로농구에 ‘샌안토니오 스퍼스’(San Antonio Spurs)라는 팀이 있습니다. ‘spur on’은 ‘용기를 북돋우다’라는 뜻의 동사입니다. 게이츠와 잡스는 서로의 자극이 됐고, 이들의 경쟁의식이 IT 기술의 발전을 이끌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텍사스, 앨라배마 등 더위가 심한 남부 지역에 폭염 경보가 발효됐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더위를 피하는 행동요령이 중요합니다. 미 기상청(NWS)이 발표한 행동수칙 1조는 ‘stay hydrated’(하이드레이티드)입니다. 계속 수분을 보충하라는 것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렇습니다.Make sure that you’re sipping water, not chugging it.”(물을 들이켜지 말고 천천히 마셔라)물을 마시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sip’과 ‘chug’는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마시는 소리에서 유래한 의성어입니다. 홀짝거리는 소리를 ‘sip’(십), 벌컥거리는 소리를 ‘chug’(척)이라고 합니다. ‘sip wine, chug beer’라는 말이 있습니다. 와인은 음미하면서 마시고, 맥주는 벌컥거리며 마신다는 뜻입니다.덥다고 물을 들이켜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 의학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저나트륨혈증(hyponatremia)이라는 수분중독 현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갑자기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머리가 아프고 몸이 붓는 증상은 이 때문입니다. 물을 마실 때는 천천히 마셔야 수분이 보충되고 과잉 섭취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수 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2월 16일 소개된 빌 게이츠에 관한 내용입니다.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에서 물러난 뒤 자선가, 강연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염병 유행을 예견해 코로나19 시대에 주목을 받았습니다.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처럼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경영자는 아니지만, 세상을 보는 연륜이 있습니다.▶2019년 12월 16일요즘 여기저기서 빌 게이츠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합니다. 넷플릭스 3부작 다큐멘터리시리즈 ‘인사이드 빌 게이츠(Inside Bill’s Brain)’이 화제가 되는가 싶더니 본인이 즐겨 읽는 책 목록도 발표하고 정보기술(IT) 팟캐스트에도 초대 손님으로 등장했습니다. 올해 세계 최고 부자 타이틀까지 탈환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넷플릭스 다큐에 나온 게이츠의 발언들을 모아봤습니다.I don’t want my brain to stop working.”(뇌 작동이 멈추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다큐 시작하고 2분도 안 돼 게이츠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입니다. 죽으면 뇌도 작동하지 않으니까 처음에는 죽고 싶지 않다는 얘기인가 했습니다.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가 말하려는 것은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뇌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혁신가다운 발상입니다.I didn’t believe in weekends. I didn’t believe in vacations.”(나는 주말을 믿지 않았다. 휴가를 믿지 않았다)게이츠는 워커홀릭으로 유명합니다. 20대 초반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했을 때 주말도 휴가도 없이 일한 그는 30대가 돼서야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를 세워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사생활에서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하지만 자신처럼 일에 모든 것을 거는 삶의 방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Stay the course through market gyrations and economic cycles.”(경기 사이클이나 시장의 회전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결정을 밀고 나가라)“경영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느냐”라는 질문에 게이츠는 친구 워런 버핏 얘기를 꺼냈습니다. 버핏의 투자 방식을 지켜보면서 경영 전략을 배웠다는 겁니다. 버핏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지만, 일단 내린 결정은 단기적인 외부환경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stay the course’는 원래 전쟁 용어로 ‘계속 밀고 나가다’라는 뜻입니다. ‘gyration’(자이레이션)은 시장의 등락, 회전을 말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농촌 고령화, 생산성 저하, 농가소득 감소는 농촌의 심각한 문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래 발전 가능성이 큰 청년농업인을 농촌으로 유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농업인 육성은 대한민국 농업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성을 열어줄 자양분이라고 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7년까지 청년농업인 3만 명 육성을 목표로 하는 ‘제1차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을 2022년 10월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 부분은 청년농업인의 어려운 재정여건과 다양한 농지 수요를 감안해 농지지원사업 지원체계를 새롭게 정비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 농지지원사업을 통해 청년농업인의 안정적인 영농 정착, 전업농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농지지원사업에는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의 ‘맞춤형 농지지원사업’이 있다. 농지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농을 적시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다. 첫째, 청년농업인의 선호를 반영해 농지 매입 범위를 확대하고 농지 비축 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려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농업인에게 임대하고 있다. 둘째, 청년농업인이 영농 규모를 확대하여 전업농(경영면적 6ha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진입농의 농지지원 한도를 상향(2→3ha)했다. 셋째, 청년농업인이 희망하는 농지를 매입하거나 임차하고자 할 때 농지은행 포털의 공고 절차를 생략하여 농지를 우선 확보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했다. 주목할 것은 올해부터 청년농업인의 수요를 반영해 선임대-후매도사업, 비축농지 임대형 스마트팜사업, 농업스타트업단지 조성사업 등 농지 매매와 임대 방식을 다양화한 신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선임대-후매도사업은 청년농업인이 희망하는 농지를 공사가 매입한 후 청년농업인에게 매도를 목적으로 조건부 장기 임대(최장 30년)하고, 원리금 상환 완료 시 소유권을 이전한다. 농지 매입자금 전액을 지원해 6월 말 기준 43명에게 18.8ha 농지 매입을 지원했다. 비축농지 임대형 스마트팜사업은 공공임대용 비축농지에 스마트팜(연동형 비닐온실)을 설치해 청년 농업인에게 최장 20년간 장기 임대한다. 초기자본이 부족한 청년농업인도 스마트팜 영농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5월 대상자로 선정된 청년농업인 10명이 스마트팜 진출을 앞두고 있다. 농업스타트업단지 조성사업은 집단화된 유휴부지, 국·공유지 등을 공사에서 매입해 스마트팜 영농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정비한 뒤 청년농업인에게 장기 임대(10∼30년)하거나 장기 임대 후 매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달 사업 대상자를 모집하고 심사를 거쳐 총 14명이 선정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은행과 협력해 청년농업인의 농지 수요를 반영한 농지 확보와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다양한 제도 개선과 신규 사업 등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농업과 농촌 발전을 이뤄가겠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사람들이 농업에 종사하기를 꺼리는 것은 “농사는 고되고 돈을 벌기 힘들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 2명이 있다. 주식회사 어밸브를 운영하는 박규태, 이원준 공동 대표다. 나이도 28세로 동갑인 이들은 “농업도 쉽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탄생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어밸브(Avalve)는 ‘단 하나의 밸브’라는 뜻이다. 밸브는 농사에 필수적인 기구다. 회사 이름에서부터 ‘농사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베테랑 농부들은 항상 논밭에 나가 작물 상태를 확인합니다. 병충해가 생기지 않았는지, 잎이 시들지 않았는지, 오늘 일조량은 어떤지 등을 손으로 만져보고 눈으로 관찰합니다. 하지만 농사를 경험하지 못한 초보자들은 이런 판단들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축적된 데이터가 있다면 초보자라도 품질이 우수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습니다. 생산량을 극대화해 높은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어밸브는 AI, 드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해 스마트팜을 쉽게 운영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다. 누구나 쉽게 우수한 품질의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다. 국내에서 유행처럼 확산되는 스마트팜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발전됐다. 어밸브는 스마트팜 통합 솔루션, 즉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AI 기술을 접목해 작물의 성장 속도, 품질 등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생육 데이터는 스마트팜 범용 프레임에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통해 수집합니다. 카메라와 센서는 일일이 작물의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뿌리 줄기 잎 등의 상태를 자동으로 조사합니다. 이렇게 수집된 빅데이터는 어밸브가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 통합 플랫폼 시스템에 저장 관리되고 표준화돼 다양한 스마트팜 환경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박 대표는 “호환성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어밸브의 소프트웨어는 타사의 스마트팜 하드웨어와 연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스마트팜 제조사의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농가에서 어밸브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버터헤드레터스, 로메인 등 32종의 잎채소, 바질, 로즈메리 등 27종의 허브류, 새싹삼 등 특용작물을 재배해 1억 개 이상의 작물 생육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테스트해본 결과 어밸브의 AI 솔루션을 적용하면 평균적으로 수익성이 20% 이상 향상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어밸브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AI, 작물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이다. 기계공학, 컴퓨터과학, 생명과학, 석박사 출신 연구원이 대부분이다. 초기에 3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지금 17명으로 늘었다. 박 대표는 “창업 멤버를 비롯해 지금까지 어밸브에 합류한 직원 중 단 한 명도 퇴사하지 않은 것은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고려대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며 머신러닝, AI, 로봇제어 등을 연구했다. 일반 회사 취업, 연구소 연구원 등 다양한 진로를 고민할 즈음에 스마트팜 관련 소식을 접했다.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섰다. 대학원을 다니며 2019년 어밸브를 창업했고, 석사 과정을 마쳤다. “스마트팜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초록색 작물을 보면 마음이 안정됐습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확신을 들었습니다.” 박, 이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친구 사이다. ‘공동 대표 체제니까 혹시 싸울 일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각자 분야가 다르니까 그럴 일은 없다”며 웃었다. 박 대표는 경영 전반, 이 대표는 해외 사업을 담당한다. 최근 이들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혁신을 주도하는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Forbes 30 under 30 Asia 2023)’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예술, 산업 등 10개 분야에서 30명의 주목할 만한 아시아권 리더가 선정됐다. ‘인더스트리, 제조 & 에너지’ 부문에서는 박, 이 대표가 유일한 한국인 수상자다. 이들은 “어느 날 포브스 측으로부터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한국 AI와 스마트팜 기술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기뻐했다. 어밸브는 해외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국립비료검증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베트남 하노이 인근 빈푹성에 조성되고 있는 80만 평 규모의 스마트 농업 단지 내에 어밸브의 AI 솔루션을 도입한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를 함께 구축했다. 어밸브가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베트남 현지에서 초보자들이 키우기 어려운 작물을 쉽게 기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달 베트남을 찾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어밸브의 현지 농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밖에 어밸브는 농식품부의 ‘A벤처스(제44호)’, 산업통상자원부 등 12개 부처의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 신용보증기금의 ‘퍼스트펭귄 기업’ 등에 선정되는 등 창업 후 많은 성과를 낳았다. 젊은 패기로 똘똘 뭉친 박, 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이 농업의 미래를 어둡게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식량이 무기인 시대입니다. 1차 산업인 농업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인 AI 첨단기술을 연결해 농업의 무궁무진한 가치를 실현하겠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Wow! The corrupt Biden DOJ just cleared up hundreds of years of criminal liability by giving Hunter Biden a mere ‘traffic ticket.”(놀랍다! 부패한 바이든 법무부가 헌터 바이든이 받게 될 수백 년의 형사책임을 달랑 교통티켓으로 말소시켰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요즘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탈세 및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혐의가 크지 않아 징역형을 받거나, 아버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를 위협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뿔이 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헌터 바이든이 아버지가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수사 특혜를 받은 것이라며 “달랑 교통티켓을 받은 것”에 비유했습니다. 기밀서류 불법 반출 등 갖가지 중대 혐의로 기소된 자신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바이든 대통령은 큰 법적 고비를 넘긴 아들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끈끈한 가족 사랑으로 유명한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변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지해왔습니다. 해외 방문 때 수행원처럼 데리고 다니고, 최근 헌터 딸의 대학 졸업식에도 참석했습니다. 헌터 바이든은 주로 ‘trouble’(골칫거리), ‘scandal’(스캔들) 등의 단어를 동반합니다. 미국 역사에는 헌터 바이든처럼 대통령 가족과 관련된 사건사고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통령 가족 스캔들을 알아봤습니다.You don’t want to see a grown woman cry, do you?”(다 큰 여자가 우는 걸 보고 싶은 건 아니죠?)‘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6명의 자녀를 뒀습니다. 자녀 중에는 대통령도 있고 주지사도 있지만 닐 부시처럼 잘 알려지지 않는 인물도 있습니다. 넷째인 닐 부시는 석유관련 회사를 경영하면서 ‘실버라도’ 저축대부조합의 사외이사를 맡았습니다.1980년대 실버라도 금융은 부실 대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했고, 구제 과정에서 1억 3000만 달러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습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실버라도 사태에 대한 의회 조사가 진행되면서 사외이사를 맡은 닐 부시의 역할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경영 감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실버라도로부터 10만 달러 부정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습니다.1990년 닐 부시는 실버라도 청문회에 출석해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대통령의 아들이라서 오히려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식의 명예를 확신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라며 “닐의 결백을 위해 다른 형제들이 나설 준비가 돼 있다”라고 했습니다.어머니인 바버라 부시 여사도 나섰습니다. 여장부 스타일의 바버라 여사는 기자들 앞에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성인 여자가 우는 걸 보고 싶으냐”라고 했습니다. 미국인들은 다른 사람 앞에서 우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인은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식 문제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바버라 여사 덕분에 비판 여론은 크게 줄었습니다. 닐 부시는 형사 기소를 피했고, 관련 민사소송에서 5만 달러를 변상하는 것으로 해결됐습니다. I hope this testimony will show that Billy Carter is not a buffoon, a boob or a wacko.”(나는 이 증언이 빌리 카터가 어릿광대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고, 정신이상자로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중동 평화를 위해 동생 빌리 카터를 리비아에 특사로 파견했습니다. 빌리 카터는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리비아의 극진한 대접을 받은 그는 리비아 정부의 공식 로비스트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리비아로부터 거액의 불법 로비 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의 친구들은 리비아로부터 마약을 밀수했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빌리 카터가 일으킨 스캔들을 ‘빌리 게이트’라고 합니다.카터 대통령은 동생을 캘리포니아 중독 재활 시설에 보내 치료를 받게 했습니다. 퇴원 후 빌리 카터는 상원 청문회에 나왔습니다. 모두발언 첫마디부터 “나는 어릿광대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고, 정신이상자도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buffoon’ ‘boob’ ‘wacko’ 등은 청문회에서 쓸만한 단어가 아닙니다. 바보가 아니라고 주장하면 바보 이미지는 더욱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빌리 카터는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았지만, 기소는 되지 않았습니다. 술을 끊고 1988년 51세를 일기로 췌장암으로 사망했습니다.I hope I haven’t been responsible for losing the election.”(선거에서 진 것이 내 책임이 아니길 바란다)195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시절 동생 도널드 닉슨은 ‘닉슨스’(Nixon’s)라는 햄버거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닉슨 버거’ 등을 메뉴로 내놓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경영이 어려워지자 도널드 닉슨은 억만장자 사업가 하워드 휴즈로부터 20만 달러를 빌렸습니다. 하워드 휴즈는 영화 ‘에비에이터’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1960년 리처드 닉슨과 존 F 케네디가 대선전을 벌이던 때였습니다. 케네디는 리처드 닉슨과 휴즈가 밀착관계이기 때문에 도널드 닉슨이 대출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Huges loan’(휴즈 대출)이 유행어가 됐습니다. ‘Hughes loan’(휴즈 론)이 ‘거금 대출’이라는 뜻의 ‘huge loan’(휴지 론)과 발음이 비슷한 데서 유래했습니다.휴즈의 대출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닉슨의 햄버거 사업은 망했습니다. 리처드 닉슨은 대선에서 케네디에게 패했습니다. 리처드 닉슨 자서전에 따르면 선거 패배 후 동생은 “내 탓이 아니길 바란다”라면서 울었습니다. 동생이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동생도 도청한 것으로 워터게이트 스캔들 조사에서 밝혀졌습니다.명언의 품격빌 클린턴 대통령의 동생 로저 클린턴도 사고뭉치였습니다. 하도 사고를 많이 쳐서 백악관 경호원들 사이에 암호명이 ‘headache’(두통거리)였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로저 클린턴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이던 시절 위장 경찰에게 마약을 판매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1년을 복역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2001년 퇴임 직전 발표한 사면 명단에 동생도 포함됐습니다. 사면으로 로저 클린턴의 범죄 기록은 말소됐습니다.이 과정에서 로저 클린턴이 지인들을 대상으로 ‘사면 장사’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마약사범으로 감옥에 있던 마피아 두목 로사리오 갬비노를 사면해준다는 조건으로 롤렉스 시계와 5만 달러를 받았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사기죄로 복역 중인 텍사스 사업가로부터는 22만5000달러의 받았습니다. 의회 조사에 따르면 로저 클린턴은 친구와 사업 동료 6명의 사면을 부탁하는 편지를 형에게 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사면을 받지 못했습니다. 사면 후에도 계속 문제를 일으켜 2001년, 2016년 음주운전으로 체포됐습니다.I’m not the black sheep of the family. I’m the dark horse.”(나는 우리 가족의 사고뭉치가 아니다. 나는 복병이다)로저 클린턴은 부적절한 처신 논란이 가열될 때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black sheep’과 ‘dark horse’의 공통점은 검정색 때문에 무리에서 튀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미는 정반대입니다. 17세기 목축 용어에서 비롯된 ‘black sheep’은 ‘골칫거리’를 말합니다. 흰 양 떼에 섞여 있는 검은 양은 주인에게 처치 곤란입니다. 검은 양의 털은 색깔이 진해서 염색을 할 수도 없습니다. 가족이나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진 조직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구성원을 ‘black sheep’이라고 합니다.반면 ‘dark horse’(다크호스)는 좋은 의미로 씁니다. 예상 밖의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후보나 선수를 말합니다. ‘복병’이라고 합니다. 19세기 영국 소설에서 흰 말들 사이에 섞인 검은 경주마가 앞으로 치고 나가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black sheep’ ‘dark horse’ 외에 ‘약자 응원 심리’를 말하는 ‘underdog’(언더독)도 있습니다. 동물 비유 3대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미연방 대법원이 대학 입학에 적용되는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보수 성향의 대법원이 내린 판결입니다. 이번 판결은 백인 지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고, 흑인과 히스패닉계는 불리해졌습니다. 명문대 합격률이 높은 아시아계는 득실이 복잡해서 좀 더 두고 봐야 합니다.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결정을 내린 대법원을 비판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반대 뜻을 밝혔습니다. 학생을 뽑아야 하는 대학들은 어떨까요. 대학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양성(diversity)을 존중하겠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일정 자격 기준을 갖춘 소수인종에게 가산점을 줘서라도 다양성을 이뤄야 한다는 것은 ‘affirmative action’의 기본 이념입니다. 대학들은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소수인종을 배려하는 방법을 찾아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하버드대의 로런스 바카우 총장은 판결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Harvard will continue to be a vibrant community whose members come from all walks of life, all over the world.”(하버드는 세계 각국, 각계각층의 구성원들이 만들어내는 활기찬 커뮤니티로 유지될 것이다)‘walk’는 ‘걷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유래해 ‘길’(path)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할리우드에 가면 유명 연예인의 별들이 찍힌 명예의 거리를 ‘walk of fame’이라고 합니다. ‘walks of life’는 ‘삶의 모든 갈림길에서’ ‘사회 각계각층’을 말합니다. 리더가 통합, 결속을 강조할 때 “from all walks of life”라는 구절이 자주 등장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7월 3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분리 이민정책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족을 중시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입국자의 자녀들을 부모로부터 격리하는 정책을 시행했다가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 정책이 발표되자 미국 전역에서 반대 시위가 불붙었습니다.▶2018년 7월 3일요즘 미국이 시끌시끌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이민정책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가족격리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열렸습니다. 가족 단위의 시위대가 많았습니다. 집에서 만들어온 듯한 형형색색 피켓을 들고 유명인의 연설을 듣거나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가족 축제 같았던 이번 시위에 등장한 슬로건들을 소개합니다.Families belong together.”(가족은 함께여야 한다)가장 많이 등장한 슬로건입니다. 한국 시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결사반대’ ‘물러가라’ 같은 자극적인 구호가 아닙니다. 하다못해 ‘no family separation’(가족격리 반대)도 아닙니다. 타인의 잘못을 공격하기보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고쳐나가자’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합니다.We are better than this.”(우리는 이것보다 낫다)be 동사 또는 know 뒤에 ‘better than this’가 나오면 현재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인도적 이민정책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자’라는 행동 구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나은 지도자를 만날 자격이 있다는 의미도 포함됩니다.You will come of age with our young nation.”(너는 우리의 젊은 나라에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 ‘해밀턴’에 나오는 노래의 한 구절입니다. 이 뮤지컬을 작곡한 린 마누엘 미란다가 시위에 나와 직접 불렀습니다. 미란다는 반(反)트럼프 운동가로도 유명합니다. ‘come of age’는 ‘나이에 오다,’ 즉 ‘성인이 되다’라는 뜻입니다. 성장담을 다룬 영화를 ‘coming-of-age film’이라고 합니다. ‘너는 우리의 젊은 나라(미국)에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라며 부모와 헤어지게 된 불법 이민자 자녀를 격려하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너를 위해 싸울 것이고, 피를 흘릴 것이다’라는 가사가 이어집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When I need a job, Ray Ban may have me as a sponsor.”(내가 일자리가 필요할 때 레이밴이 후원해줄지도 모른다)재선 도전을 발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제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전국을 도는 ‘미국에 투자하기’(Investing in America)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각 부처 장관들을 대동하고 20개 주 이상을 방문하는 이번 투어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끼고 다니는 선글라스입니다.바이든 대통령 하면 애비에이터(조종사) 스타일의 선글라스가 떠오릅니다. 분신 같다고 해서 ‘시그너처 룩’(signature look), ‘시그너처 스타일’(signature style)이라고 합니다. 그가 처음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었을 때 첫 포스트에 올린 것은 책상 위에 놓은 선글라스를 클로즈업한 사진이었습니다. 이 선글라스는 이탈리아 선글라스 회사 레이밴(Ray Ban)의 디자인입니다. 선글라스를 홍보한 공로가 있으니 레이밴으로부터 후원 제의를 받아야 한다는 농담도 했습니다.바이든 대통령은 패션 센스가 좋은 지도자입니다. 고령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젊은 스타일의 남색 양복을 즐겨 입고, 그 밑에 하늘색 셔츠를 받쳐 입는 센스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옷을 타이트하게 입는 것도 활동적인 인상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바이든을 가장 바이든답게 만드는 것은 선글라스입니다. 자신만의 시그너처 룩이 있다는 것은 대중 앞에 자주 나서는 정치인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시그너처 룩을 알아봤습니다.He has it all – the looks, the hair, the smile, and the fashion sense to bring it all together.”(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 얼굴, 헤어, 미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패션 센스까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시그너처 룩은 싱글 여밈에 단추가 2개 달린 정장(single breasted two button suit)입니다. 지금은 싱글 투버튼이 표준 정장이지만 1950년대까지만 해도 더블 정장이나 싱글 쓰리버튼 정장이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은 43세의 젊은 케네디에게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약간 헐렁한 스타일의 투버튼 정장을 유행시켰습니다.1960년 최초의 TV 대선 후보 토론에서 말쑥한 투버튼 정장의 케네디 후보는 구겨진 쓰리버튼 정장에 연신 땀을 흘리는 리처드 닉슨 후보를 압도했습니다.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어라”라는 취임 연설을 할 때도 투버튼 정장을 입었습니다.시사잡지 라이프는 케네디 특집 기사에서 “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라고 평했습니다. 잘생긴 얼굴, 풍부한 머리숱, 자연스러운 미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패션 센스까지 4박자가 맞아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양복 단추 2개를 모두 잠그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허리 통증 때문에 차고 다녔던 보호대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Tact is the ability to step on a man’s toes without messing up the shine on his shoes.”(신발의 광을 망치지 않으면서 발을 밟는 것도 요령이다)“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딱딱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패션에 조예가 깊었습니다. 젊은 시절 고향 캔자스시티에서 ‘트루먼 앤 제이컵슨’이라는 양복점을 운영하면서 터득한 패선 감각입니다. 대통령이 된 뒤 백악관 전속 재단사가 아닌 고향 재단사에게 옷을 주문해 입었습니다.필리핀의 이멜다 여사만큼은 아니지만, 트루먼 대통령도 유명한 신발 애호가였습니다. 대통령 시절 그가 신었던 신발 96켤레는 지금도 트루먼 대통령 도서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구두, 부츠, 샌들, 슬리퍼 등 다양합니다. 시그너처 스타일은 흰색과 갈색이 배합된 투톤(two-tone) 옥스퍼드 구두입니다. 바로 집 앞에 산책하러 나갈 때도 투톤 옥스퍼드 구두를 갖춰 신을 정도로 패션에 신경을 썼습니다.트루먼 대통령은 신발에 비유한 명언을 남겼습니다. ‘tact’는 ‘요령’이라는 뜻입니다. ‘step on toes’는 ‘발가락을 밟다’ ‘간섭하다’라는 뜻입니다. 발을 밟을 때 신발의 광을 망치지 않는 것은 어려운 기술입니다. 도움을 줄 때는 생색을 내지 말고 상대의 기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The new jacket has to be very short, very comfortable, and very natty looking.”(새 군복은 매우 짧고, 매우 편안하고, 매우 세련돼 보여야 한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정장보다 군복이 어울리는 대통령입니다. 아이젠하워 장군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입은 야전용 재킷을 ‘아이젠하워 재킷’이라고 합니다. 디자인에는 아이젠하워 장군이 직접 참여했습니다. 전쟁을 지휘하기도 바쁜 그가 디자이너 역할까지 맡게 된 것은 기존 군복의 불편함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미군 상의는 엉덩이를 덮고 허리에 벨트를 매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거추장스럽고 후줄근해 보인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보기 흉한 유니폼은 군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진 아이젠하워 장군은 새로운 디자인을 고안하도록 했습니다. 새 디자인은 혁신적이었습니다. 허리길이를 줄여 활동성을 강조했습니다. 허리 부분에 버클을 넣어 조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러 군데 주름을 넣어 움직임이 편하게 했습니다. 아이젠하워 장군은 조지 마셜 육군 참모총장에게 새 디자인의 군복을 채택하도록 설득하는 편지를 썼습니다. 새 제복의 특징을 짧음, 편안함, 말쑥함 등 3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그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1944년 보급된 군복을 ‘M-1944 필드 재킷’이라고 합니다. ‘아이젠하워 재킷’ ‘아이크 재킷’이라고도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미군 복식사에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아이젠하워 재킷은 일선 군인들로부터 대환영을 받았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참전용사들은 평상복으로 입고 다녔습니다. 미 우정국은 색깔만 바꿔 집배원 유니폼으로 채택했습니다. 아이젠하워 재킷은 다양한 스타일로 변형돼 지금도 패션 아이템으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명언의 품격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옷을 잘 입는 지도자입니다. 마른 체형에 키가 커서 대충 입어도 스타일이 산다는 평을 듣습니다. 그런 오바마 대통령이 ‘패션 참사’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일명 ‘tan suit gate’(갈색 양복 게이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IS)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 갈색의 여름 양복을 입고 나왔습니다.다음날 언론 보도는 기자회견 내용보다 대통령 의상에 집중됐습니다. 공화당은 “unpresidential”(대통령답지 못하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폭스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 ‘yes we can’(우리는 이룰 수 있다)에 빗대 ‘yes we tan’(우리는 갈색을 입는다)이라고 비웃었습니다, 오바마 슬로건 ‘audacity of hope’(담대한 희망)를 비틀어 ‘audacity of taupe’(대담한 갈색)이라고 놀렸습니다.지도자는 옅은 색의 양복을 피합니다. 우유부단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기자회견은 ISIS 공세에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결단력 부족 이미지는 더욱 부각됐습니다. 8년 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2022년 백악관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 부부 초상화 공개 행사였습니다.You’ll note that he refused to hide any of my gray hairs, refused my request to make my ears smaller. He also talked me out of wearing a tan suit, by the way.”(보다시피 그는 흰머리를 가려달라는 내 요청을 거절했다. 귀를 작게 보이게 해달라는 청도 거절했다. 그러나저러나 갈색 양복을 입지 말아 달라고 나를 설득하더라)초상화를 그린 화가를 칭찬하는 내용입니다. 화가는 흰머리를 감추고 귀를 작게 그려달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부탁을 무시할 정도로 예술적 심지가 곧은 사람입니다. 갈색 양복을 입지 말아달라는 직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talk out of’는 ‘하지 말도록 설득하다’라는 뜻입니다. 반대는 ‘talk into’(하도록 설득하다)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동시에 대통령의 외모와 패션에 지나치게 관심을 두는 정치문화를 비꼬는 것이기도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대의 표시로 오바마 60세 생일 때 갈색 양복을 입고 공식 석상에 나타났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미국 대통령에 출마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습니다. 최근 CNN 인터뷰에서 8년간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경력을 얘기하며 “국민들은 좌파, 우파로 극단적으로 분열된 정치에 신물이 나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당파 정치에 물들지 않은 자신이 출마하면 쉽게 당선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It’s a no-brainer.”(식은 죽 먹기다)‘brain’은 ‘뇌’ ‘지능’을 말합니다. ‘brainer’(브레이너)는 ‘머리를 쓰는 것’을 말합니다. ‘brainer’만으로는 쓰지 않고, 앞에 ‘no’를 붙여서 씁니다. ‘no brainer’는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는 쉬운 일’ ‘식은 죽 먹기’라는 뜻입니다. “you are a no brainer”처럼 사람을 향해서는 쓰지 않습니다. 결정이나 임무가 쉬울 때 씁니다. 비슷한 의미로 ‘child’s play’가 있습니다.슈워제네거는 “출마하면 당선은 식은 죽 먹기”라고 했지만, 출마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고민입니다. 미국 대통령은 미국 출생자만이 입후보할 수 있습니다. 설사 출마 자격이 있다고 해도 외도로 아들까지 낳은 혼외정사 스캔들을 유권자들이 용서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은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9월 21일 소개된 미국 대선 유세에 관한 내용입니다. 후보들은 표심을 잡기 위해 다양한 공약을 제시합니다. 상당수는 지키기 힘든 공약입니다. 눈물겨운 아부성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후보들의 과장 왜곡 발언은 선거 때마다 문제가 되지만 지나가면 흐지부지되게 마련입니다.▶2020년 9월 21일요즘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팬더링’(pandering)이라는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영합’이라는 뜻의 선거용어입니다. 특정 유권자 그룹의 표를 얻기 위해 아부성 발언을 한다거나 선심 공약을 내세우는 전략을 말합니다.If I had the talent of any one of these people, I‘’d be elected president by acclamation.”(내가 이 가수들처럼 재능이 있었다면 만장일치로 대통령이 됐을 텐데 말이야) 최근 플로리다 유세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갑자기 마이크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갖다 댔습니다. 전화에서 2017년 빌보드 차트 1위 곡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의 ‘데스파시토’가 흘러나왔습니다. 신나는 라틴 댄스곡입니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들을 폭풍 칭찬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음악 취향을 추측해 보건대 ‘데스파시토’를 알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런데도 이 노래를 칭찬한 것은 플로리다가 중남미 출신 유권자들이 많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오글거림의 극치”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냐” 등의 야유가 쏟아졌습니다.I think hot sauce is good for you, in moderation.”(적당량의 핫소스는 건강에 좋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뉴욕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언제나 가방에 핫소스를 휴대하고 다닌다”라고 밝혔습니다. 매운 맛의 핫소스는 주로 흑인들이 좋아합니다. 진행자가 “흑인들에게 아부하려는 것이냐”고 하자 힐러리 후보는 “핫소스는 건강에 좋다”라고 했습니다. 그녀의 음식 취향을 살펴보니 진짜 오래전부터 매운 소스를 좋아한 듯합니다. 하지만 흑인 대상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마치 준비해온 듯이 그런 말을 하면 “속 보인다”라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What he deserves is a Nobel Prize for Political Pandering.”(그는 정치 영합 부문에서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를 방문해 이 지역 일대의 석유 시추 금지를 10년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평소 환경보호는 뒷전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보호론자가 된 것은 대다수 플로리다 유권자들이 석유 시추 금지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노벨상 수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꿈입니다. 플로리다 일간지 올랜도 센티 널은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비꼬았습니다. 그가 원하는 평화상 부문이 아니라 정치 영합 부문에서.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 believe the youth of Egypt. just like your peers around the world, are our future.”(나는 이집트의 젊은이들이 세계 곳곳의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미래라고 믿는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최근 해외 순방을 마쳤습니다. 일주일에 걸쳐 포르투갈, 요르단, 이집트, 모로코 등 4개국을 방문했습니다. 이집트의 유서 깊은 알 아즈하르 사원을 방문했을 때 미리 준비해간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신발을 벗고 입장했습니다. 질 여사뿐 아니라 동행한 딸, 여동생도 똑같은 차림으로 사원을 둘러봤습니다. 이슬람에 대한 의미 있는 배려라는 평을 들었습니다.이번 방문은 남편과 동행하지 않는 질 여사의 단독 해외 방문이었습니다. 스카프를 두른 모습만큼 연설도 화제였습니다. 알 아즈하르 사원에서 ‘this I believe’(내가 믿는 이런 것들)이라는 주제로 이집트의 젊은 여성들에게 교육의 필요성, 문화적 포용을 강조했습니다. 미국 퍼스트레이디들은 남편과 별도로 자신이 벌이는 사회운동 캠페인이 있습니다. 질 여사가 주도하는 ‘this I believe’ 캠페인은 취약계층 지원과 자립심 고취 운동입니다. 대통령 부인은 한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 사절입니다. 남편과 함께, 또는 남편 없이 홀로 다른 나라를 방문해 국익을 위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질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2년 동안 미국 내 40개 주 100개 도시, 해외 10개국을 방문했습니다. 72세라는 적지 않는 나이를 감안하면 정력적인 활동입니다. 전쟁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를 나홀로 방문했고, 미국과 중국의 원조 경쟁이 펼쳐지는 아프리카에는 올해 두차례나 갔습니다. 화제를 뿌렸던 미국 퍼스트레이디의 해외 방문을 알아봤습니다.You certainly have left golden footprints behind you.”(당신은 확실히 귀중한 인상을 남겼다)퍼스트레이디가 단독 해외 방문을 시작한 것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여사 때부터입니다. 1942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루즈벨트 대통령은 엘리너 여사에게 영국 방문을 제안했습니다. 영국이 어떻게 독일에 맞서 싸우고 있는지 직접 보고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활동적인 엘리너 여사는 이 제안을 적극 환영했습니다.엘리너 여사는 한달 넘게 영국에 머물렀습니다. 미군 지프를 타고 군사시설 공장 병원 학교 대피소 등을 샅샅이 누비고, 영국 전선에 파견된 미군들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오전 8시부터 밤중까지 이어지는 일정에 그녀를 수행한 영국 군인들까지 녹초가 될 정도였습니다. 전장을 둘러본 엘리너 여사는 ‘마이 데이‘(My Day)라는 일기를 써서 미국에 송고했습니다. 이 일기는 미국 신문에 보도돼 유럽의 전쟁 상황을 빨리 접할 수 있는 귀중한 정보가 됐습니다. 엘리너 여사는 섬세한 관찰력으로 개선점까지 찾았습니다. 고국의 가족들로부터 받는 편지가 늦어져 실망하는 미군들을 보고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보고해 군 우편 체계를 개편하도록 했습니다. 일선의 군인들이 양말 때문에 발에 물집이 생기자 군 당국에 제안해 양말 재질을 바꾸도록 했습니다. 윈스턴 처칠 총리는 엘리너 여사의 열성에 감동했습니다. 엘리너 여사가 귀국할 때가 되자 “당신은 금발자국을 남겼다”라고 말했습니다. ‘leave footprints behind’는 ‘인상을 남기다’라는 뜻입니다. 그냥 발자국도 아닌 금발자국이라고 한 것은 엘리나 여사가 양국관계에 미친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것입니다. 영국 방문이 큰 성공을 거두자 엘리너 여사는 1년 뒤 태평양전쟁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했습니다.It’s been a dream.”(꿈만 같았다)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부부는 유럽을 방문했습니다.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재클린 케네디 여사는 남편보다 더 큰 화제를 몰고 다녔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 때 “I’m the man who accompanied Jackie Kennedy to Paris”(나는 재키 케네디를 프랑스까지 수행한 사람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유럽 방문을 계기로 재클린 여사는 케네디 행정부의 둘도 없는 외교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습니다. 이듬해 케네디 대통령은 외교 마찰을 빚는 인도를 친선 방문해 줄 것을 재클린 여사에게 제안했습니다. 당시 인도가 포르투갈령인 고아 지역을 무력으로 병합한 것 때문에 미국-인도 관계는 껄끄러웠습니다. 바쁜 케네디 대통령을 대신해 재클린 여사의 여동생 리 라지윌이 동행했습니다. 재클린 여사는 미국 국적기 대신에 에어인디아를 타고 인도 땅을 밟았습니다. 인도 9일, 파키스탄 5일 등 총 14일의 긴 일정이었습니다. 짐 트렁크만 62개에 달하는 대이동이었습니다. 재클린 여사는 인도 방문 9일 동안 22벌의 의상을 갈아입는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언론의 관심이 재클린 여사의 의상에 집중되면서 “외교 방문이 아니라 패션쇼”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타지마할 구경, 폴로 게임 관전, 민속 댄스 관람 등으로 이뤄진 일정을 두고 “인도의 빈곤을 외면했다”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하지만 재클린 여사의 방문이 패션이나 관광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출발 전 인도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라다크리슈난의 책들을 독파한 재클린 여사는 인도 역사에 해박한 지식으로 현지인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만나는 사람들의 특징을 적은 메모지를 들고 다니며 대화를 이끌어나갔습니다. 재클린 여사는 귀국 후 “꿈만 같았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인도 방문은 재클린 여사의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미쳐 나중에 뉴욕에서 편집자로 일할 때 다시 인도를 찾아 예술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도 했습니다.I worked in a peanut warehouse, and I didn’t think about being a woman working in a peanut warehouse.”(나는 땅콩 창고에서 일했지만, 땅콩 창고에서 일하는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가장 정치성이 강한 퍼스트레이디의 해외 방문은 1977년 로잘린 카터 여사의 남미 방문입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 불린 로잘린 여사는 남편 취임 5개월 만에 남미 7개국 단독 방문에 나서며 영향력을 과시했습니다. 브라질과는 핵 개발과 인권을 논의했고, 자메이카와는 채무 보증 문제가 테이블에 올랐습니다. 대미 소고기 수출량을 늘려달라는 코스타리카 대통령의 부탁에 딱 잘라 “노”라고 답했습니다.철저한 직업정신으로 무장한 로잘린 여사는 떠나기 전부터 남미 전문가 40여 명으로부터 1회 5시간씩 남미 특별과외를 13회나 받았습니다. 남미에 가서는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서류를 읽고,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담당자들을 깨워 추가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정치 현안을 논의하는 로잘린 여사의 자신감에 상대국 정상들은 “보기 드문 여성” “남편(카터 대통령)과 대화하는 줄 알았다”라며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귀국 비행기 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퍼스트레이디로는 전례가 없다”라는 기자들의 평가에 로잘린 여사는 남편과 함께 힘들게 땅콩 농장을 경영하던 시절 얘기를 꺼냈습니다. 땅콩 창고에서 허드렛일을 했지만, 여성으로서 한 것이 아니라 남편의 동등한 비즈니스 동반자로서 한 것이라고 의미입니다.명언의 품격1994년 퍼스트레이디 힐러리 클린턴 여사가 야심 차게 이끌던 건강보험 개혁안이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 여파로 민주당은 그해 중간선거에서 참패했고, 공화당은 42년 만에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이른바 ‘공화당 혁명’을 이뤘습니다. 힐러리 여사는 ‘워싱턴의 방사성 물질’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모두 피하고 싶어 하는 존재가 됐습니다.그렇게 정치 무대에서 사라지는 듯했던 힐러리 여사는 이듬해 3월 중국에서 열린 유엔 제4차 세계여성회의에서 부활했습니다. 미국 대표 자격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힐러리 여사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여성 인권유린 사태를 고발하며 여성의 권리를 인간의 기본권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연설을 했습니다. If there is one message that echoes forth from this conference, let it be that human rights are women‘s rights and women’s rights are human rights, once and for all.”(이 콘퍼런스에서 울려 퍼지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면 최종적으로 인권은 여성의 권리이고, 여성의 권리는 인권이라는 것이다)핵심 구절은 ‘women’s rights are human rights’이라는 뒷부분으로 1800년대 미국 여성운동의 대모인 그림케 자매가 처음 썼던 구절입니다. 아메리칸 레토릭이 선정한 미국 100대 명연설 35위에 오른 연설이자 뉴욕타임스가 “정치인 힐러리 최고의 순간”으로 꼽은 연설입니다. 연설 곳곳에서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중국 인권 상황을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힐러리 여사는 나중에 회고록 ‘리빙 히스토리’에서 “중국의 반발이 예상됐지만 여성 문제에 관한 한 소신 있게 밀고 나가고 싶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힐러리가 2016년 대선 때 이렇게 뛰어난 연설을 했더라면”이라며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아마존 정글에서 40일 동안 버틴 콜롬비아의 원주민 부족 4남매가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4남매는 경비행기 사고로 추락한 뒤 밀림의 거친 환경 속에서 평소 어머니가 가르쳐준 대로 식량과 거처를 구하면서 한 달 넘게 생존했습니다. 콜롬비아의 희망이 된 4남매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심리치료 중에는 그림을 그리는 치료도 포함돼 있습니다. 4남매의 삼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Sometimes they need to let off steam.”(긴장을 풀 필요가 있다)‘let’은 “let’s go”처럼 조동사로 쓰일 때도 있고 본동사로 쓰일 때도 많습니다. 본동사일 때는 주로 ‘let on’ ‘let off’의 형태로 씁니다. ‘let off’는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내놓는 것을 말합니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고 싶다면 버스 기사에게 “let me off at the next stop”이라고 하면 됩니다. ‘let off steam’은 ‘열을 밖으로 꺼낸다’라는 뜻입니다. 생존한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충격을 그림을 통해 발산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let off steam’ 대신에 ‘blow off steam’(열을 끈다)이라고 해도 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6월 22일 소개된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에 관한 내용입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다른 퍼스트레이디들과 다른 점이 많습니다. 미국 출생이 아니라는 점, 전직 모델이라는 점 등 배경부터가 다릅니다. 공식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멜라니아 여사의 단독 해외 방문은 2018년 아프리카 4개국 방문이 유일합니다. 워낙 비밀스러운 이미지라서 언론 보도에서 미스터리’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습니다.▶2020년 6월 22일 PDF워싱턴포스트 기자 매리 조던이 쓴 ‘그녀의 협상 기술: 멜라니아 트럼프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출간됐습니다. 그동안 멜라니아 여사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이 공개된 책은 아닙니다. 뉴욕타임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라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모아놓은) 긴 기사를 읽는 것 같다”라고 평했습니다. ‘차가운 미소 뒤에 숨은 철저히 계산된 처세술’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숨겨진 일등공신’ 등 책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이미 널리 알려진 것들입니다. 그래도 재미있는 뒷얘기와 주변인들의 생생한 증언이 꽤 많이 등장합니다.This is not some wallflower.”(내성적인 여자가 아니다)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친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멜라니아 여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wallflower’(월플라워)는 ‘꽃무’라는 풀입니다. 내성적인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파티에서 춤을 청하는 사람이 없어 벽 앞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꽃 같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멜라니아 여사가 공식 석상에 잘 나서지 않는다고 해서 내성적인 성격은 아니라는 겁니다. 막후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입니다.When she goes and does something, it is well executed, it is well thought-out.”(그녀가 무슨 일을 할 때는 치밀하게 계획해서 빈틈없이 행동한다)트럼프 행정부 초대 대변인을 지낸 숀 스파이서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용의주도한 사람을 가리켜 ‘well thought-out, well-executed’라고 합니다. ‘치밀하게 계획해서 빈틈없이 행동한다’라는 뜻입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무슨 일이든 서두르지 않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서 행동하는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One of the most lethal places to find oneself is in Melania’s crosshairs.”(멜라니아의 표적이 되는 것만큼 치명적인 것은 없다)멜라니아 여사의 보좌관이 한 말입니다. 총기에 부착된 조준경에는 가느다란 십자선이 있습니다. 이를 ‘cross hairs’라고 합니다. ‘표적’을 뜻합니다.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장소는 멜라니아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라는 것은 결국 그녀의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의미입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농업이 미래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청년농업인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요즘 많은 젊은이들은 농촌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도전에 발맞춰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권재한 농업혁신정책실장으로부터 청년농업인 육성 정책, 발전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농업이 미래성장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청년농업인 육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농업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법과 시설 도입 및 영농기술 고도화 등을 통해 미래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청년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디지털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농업이 미래산업으로 발전하려면 청년들의 진입 확대가 필수적이다.”―지난해 발표한 청년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청년농업인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가.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 제1차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청년농업인 3만 명 육성이 목표다. 영농 진입부터 전문 농업인 성장까지 생애 전 주기에 걸쳐 밀착 지원할 계획이다.”―청년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한 주요 정책은 어떤 게 있나. “농업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위해 진입 초기부터 농지, 주거, 자금 등 필요한 지원을 한다. 소득 안정을 위한 영농 정착 지원사업은 올해 대상 인원이 400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2000명에서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정착 지원금 액수도 최대 월 110만 원으로 상향됐다. 농지의 경우는 농지은행의 비축 농지 물량을 지난해 1만2144ha에서 올해 1만4000ha로 확대했다. ―청년농업인에게는 자금과 주거 지원도 절실하다. 청년농 대상 정책자금의 상환 기간과 대출 한도를 확대했다. 구체적으로 상환기간 확대(15년→25년), 금리 인하(2%→1.5%), 한도 상향(3억 원→5억 원) 등이다. 주거 분야에선 청년농촌보금자리 사업지구를 지난해 5개에서 2026년까지 35개(누적 기준)로 늘릴 계획이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농촌공동아이돌봄센터도 확대된다.”―청년들의 관심이 높은 스마트농업, 농촌융복합산업 등 맞춤형 창업 지원정책은 어떤 게 있나. “스마트농업에서는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중심으로 청년 스마트팜 창업 전문과정(연간 208명)을 운영한다. 초기 설비 투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임대형 스마트팜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지역 농산물을 가공 유통하거나 관광, 서비스업과 연계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농촌융복합산업 인증제가 확대 운영된다. 맞춤형 정책들을 통해 농업과 농촌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도록 뒷받침하겠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농업회사법인 아이오크롭스를 운영하는 조진형 대표(33)는 일반적인 농부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일터는 논밭이 아니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사무실이다. 대부분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낸다. 그가 주로 쓰는 언어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로봇 등과 관련된 기술 언어와 경영 용어들이다. 조 대표는 첨단기술을 농업에 활용하는 신세대 청년농부다. 원격재배를 통해 경남 밀양, 전북 김제, 경북 상주 등에 4만 ㎡(약 1만2000평)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오크롭스는 국내 애그테크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애그리컬처(농업)와 테크놀로지(기술)의 합성어인 애그테크는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농법이다. 경작지 감소, 인구 고령화에 따른 농촌 문제 해결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애그테크 시장은 2025년 225억7000만 달러(약 29조5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가족농과 소규모 농가가 많은 국내에서는 발전이 더딘 편이다. 조 대표가 농사에 활용하고 있는 기술은 로봇 비전, 환경 제어 등 크게 두 가지다. “비전 기술은 카메라를 단 로봇으로 작물 상태를 촬영해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 생산량은 어느 정도일지 등을 알아내는 생육 측정 자동화 기술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온도, 습도, 햇빛량 등 농사에 필요한 환경정보를 모아서 분석하고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이런 기술로 생산량은 30%, 품질은 20% 개선됐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에너지 난방 비용은 12% 절약하는 효과를 얻었다. 원격재배를 하니까 아이오크롭스 정규 직원 26명 중에서 농사 현장에 파견된 직원은 2, 3명에 불과하다. 서울 본사의 기술연구와 영업 인력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농사 경험이 전혀 없는 직원들을 현장에 보냅니다. 주요 의사결정은 본사의 재배 전문가들이 하므로 현장 직원은 시설물 유지 보수, 작업인력 관리만 신경 쓰면 됩니다. 발상의 전환인 셈이죠.” 조 대표는 창업 초기에 데이터 분석 플랫폼 개발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직접 농사를 짓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자체 농장을 운영하면 데이터 활용이 쉽고 기술 적용이 편리해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 솔루션을 개발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은 많지만, 실제 농사를 짓는 회사는 아이오크롭스가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산과 기술 역량을 모두 갖춘 농업 기업을 만들고 있습니다.” 조 대표는 포항공대 기계공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쳤고, 대학원 연구실에서 로봇공학을 공부했다. 기숙사 방에서 키우던 화분이 시들어 죽자 호기심이 발동해 초보적 수준의 ‘스마트 화분’을 만든 것이 농업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다. 현장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에 충남 천안의 토마토 농장으로 향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그때 농장에 간 것이 시골에 처음 가본 것이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하며 농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창업으로 직행했다면 결코 배울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수습 농부를 마친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국내 실정에 맞는 스마트팜을 연구하며 직접 1000㎡(약 300평) 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 농사를 지었다. KIST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2018년 농업 전문 스타트업 아이오크롭스를 세웠다. 창업 초기인 2020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농업인공지능대회에서 3위를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한국 디지로그 팀에서 AI 기술을 담당한 아이오크롭스는 6개월에 걸쳐 네덜란드 농장에 심은 방울토마토를 서울에서 원격 재배하는 방식으로 인간 팀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올렸다. ‘농업판 알파고’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해 3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식품 우수 벤처 창업기업 발굴 사업인 A벤처스 기업(제47호)에 선정됐다. 농식품부의 호주 지능형 농장 수출 활성화 패키지 지원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7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설립 5년 만에 누적 투자금은 91억 원에 이른다. “자식이 미래가 보장된 길을 버리고 농업으로 진로를 바꾼다고 하니까 부모님은 처음에는 반대하셨죠. 대학 동기들은 대부분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 취직하니까요. 지금은 대견하다고 생각하십니다.” 조 대표의 목표는 AI에 의해 자율로 제어되는 첨단온실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다. 수확, 가지치기 등 다양한 농작업에 적용할 수 있는 로봇 플랫폼을 개발해 농업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고 지능형 농장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때 아이언맨 같은 로봇 개발을 꿈꿨던 청년 과학자는 지금은 파프리카, 토마토에 관심이 많은 농부로 변신했다. “후회는 없느냐”라고 묻자 “농사가 내 체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농업에는 과학 이론이 전부 들어가 있습니다. 생물 화학 지구과학 물리에 경영까지 알아야 하는 종합 학문입니다. 첨단농업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이 분야를 개척한다는 사명감은 덤이죠.”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I got sandbagged.”(모래주머니에 걸렸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잘 넘어집니다. 최근에도 낙상 사고를 당했습니다. 콜로라도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연설하다가 무대 위의 모래주머니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텔레프롬프터가 넘어지지 않도록 바닥에 받쳐놓은 모래주머니였습니다.넘어진 뒤 백악관에 복귀한 바이든 대통령은 모래주머니 탓으로 돌렸습니다. 나이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모래주머니에 걸린 것은 단순한 주의 부족 때문으로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사고라는 의미입니다. 해명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양팔을 번쩍 들고 뛰는 제스처도 취했습니다. ‘건강에 문제 없다’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입니다. ‘샌드백’ 하면 한국에서는 권투용 샌드백을 연상하지만, 미국에서는 말 그대로 모래주머니를 뜻합니다. 권투용 샌드백은 ‘punching bag’(펀칭백)이라고 합니다.지도자가 넘어지는 것은 창피한 일입니다. 리더는 강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넘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뒷수습’이 중요합니다. 리더는 넘어졌을 때 다양한 방식으로 뒷수습을 합니다. 첫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는 유형입니다. 해외 방문길에 에어포스원 계단에서 구른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매우 아팠을 텐데도 벌떡 일어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악수를 했습니다.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유형도 있습니다.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경사진 램프를 내려가다가 넘어질 뻔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램프를 미끄럽게 만들어놓았다고 학교 측에 분노를 폭발시켰습니다. 마지막으로 바이든 대통령처럼 농담으로 상황을 정리하는 유형입니다. ‘웃고 넘어가자’ ‘더는 언급하지 말자’라는 의미입니다. 유머 실력이 좋은 미국 대통령들이 선호하는 유형입니다. 대통령이 아닌 누구라도 피하고 싶은 순간, 넘어졌을 때 대응법을 알아봤습니다.I was so fired up, I missed a stair.”(너무 흥분해서 계단을 건너뛰었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플로리다에서 재선 유세를 벌일 때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습니다.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습니다. 대통령의 엉거주춤한 모습에 연신 카메라 셔터가 터졌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넘어질 뻔한 얘기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fire up’은 ‘작동시키다’ ‘불을 붙이다’라는 뜻입니다. “I’m fired up”이라고 하면 “장전됐다” “준비됐다”라는 뜻입니다. 빨리 무대에 오르려고 계단을 건너뛰다가 넘어졌다는 것입니다. ‘fired up’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가 있습니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선거 구호이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fired up, ready to go’(예열, 발사 준비 완료)라는 역동적인 구호를 내세워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 넘어지는 상황을 선거 승리와 연결 짓는 재치있는 리액션입니다.I just earned my third purple heart going over the rail.”(난간에서 추락하면서 세 번째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다) 밥 돌 상원의원은 19세의 나이에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중상을 입었습니다. 전쟁에서 용감히 싸운 공로를 인정받아 2개의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습니다. 부상 후유증으로 오른쪽 팔을 쓰지 못했지만, 정계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1996년 73세의 나이에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그는 유세 중에 무대 난간이 부서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고령과 거동 불편이라는 약점이 드러나는 사고였습니다. 바닥에서 일어선 돌 의원은 “세 번째 퍼플하트 훈장 감”이라고 말했습니다. 퍼플하트는 전투작전 중에 적을 공격을 받아 사망, 부상을 당한 군인에게 수여되는 훈장입니다. 유세하다가 넘어진 것이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부상을 입은 것과 동격이라는 유머로 상황을 돌파한 것입니다. 돌 의원은 대선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패했지만 상황을 반전시키는 유머 실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정계 은퇴 후 ‘정치 셀럽’이 돼서 비아그라, 펩시콜라 등 다수의 광고에 출연했습니다. 2018년 정치 라이벌이자 2차대전 참전 동지인 조지 H W 대통령 장례식에 휠체어를 타고 참석해 불편한 몸을 일으켜 거수경례해서 감동을 줬습니다.I need to call Philip just to let him know that I’ve been holding hands with another man before it hits the media.”(다른 남자와 손을 잡은 것이 언론에 나오기 전에 빨리 필립에게 알려야 한다) 2017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손을 꼭 잡고 등장했습니다. 처음 만난 두 정상이, 그것도 남녀 정상이 손을 잡고 나타나자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이유는 몇 개월 뒤 밝혀졌습니다. 메이 총리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사 공포증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사진 곳에서 넘어질 것 같은 공포를 느끼는 트럼프 대통령이 로즈가든으로 향하는 램프 경사에 다다르자 메리 총리에게 손을 잡아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것입니다. 메이 총리로서는 손을 뺄 수도 없는 어색한 상황이었습니다.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보좌관에게 “필립(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남자와 손을 잡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빨리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는 것입니다. ‘hit the media’는 ‘언론을 타다’ ‘언론에 쫙 퍼지다’라는 뜻입니다. 앞서 소개한 트럼프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연단을 내려갈 때 엉금엉금 기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경사 공포증 때문이었습니다. I’m still in one piece.”(나는 온전하다)피델 카스트로는 50여 년 동안 쿠바를 통치했습니다. 2000년대부터 건강이 나빠지면서 공식 석상에 등장하는 기회가 줄었습니다. 2004년 아바나 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그는 연설을 마친 뒤 계단을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습니다. 열띤 박수를 보내던 3만여 명의 청중은 그가 쓰러지자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쇼맨십이 뛰어난 카스트로는 일어서자마자 마이크부터 찾았습니다. “in one piece”는 “몸이 한 개의 조각이다,” 즉 “다 붙어있다”라는 뜻입니다. “나는 멀쩡하다”라는 메시지입니다.하지만 카스트로는 멀쩡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고로 무릎뼈가 산산조각이 나고 오른쪽 팔이 금이 가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2개월 후 어린 소녀의 부축을 받으며 다시 공식 석상에 나타난 그는 몰라보게 쇠약한 모습이었습니다. 이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을 접견할 때 잠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거의 은둔 상태가 됐습니다. 얼마 후 동생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에게 정권을 이양하고 정계를 은퇴했습니다.명언의 품격1982년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공산화 이후 중국을 방문한 첫 영국 총리입니다. 중국 최고 실력자 덩샤오핑과 회담을 마치고 걸어 나오던 대처 총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 계단에서 넘어졌습니다.회담의 충격 때문이었습니다. 회담에서는 영국과 중국의 최대 이슈인 홍콩 반환 문제가 처음 논의됐습니다. 1800년대 아편전쟁을 통해 영국은 중국으로부터 홍콩을 99년 동안 임차하는 협정을 맺었습니다. 영국령이 된 홍콩은 아시아의 무역 중심지로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홍콩의 발전상을 자랑스럽게 여긴 대처 총리는 지배권을 당분간 유지한다는 협상 전략을 가지고 회담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공개된 기밀문서에 따르면 덩샤오핑은 대처 총리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I could walk in and take the whole lot this afternoon.”(오늘 오후라도 홍콩에 가서 점령할 수 있다)‘whole lot’은 ‘홍콩 땅덩어리’를 말합니다. 무력을 써서라도 홍콩 통치권을 회복하겠다는것입니다. 급부상하는 중국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덩샤오핑의 명언입니다. 충격을 받은 대처 총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There is nothing I could do to stop you, but the eyes of the world would now know what China is like.”(그렇게 한다면 막을 수는 없지만, 세계는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알게 될 것이다)2년 뒤 두 나라는 홍콩 반환 협정에 정식으로 서명했습니다. 12년 동안 ‘철의 여인’으로 군림했던 대처 총리는 자서전에서 홍콩 반환을 재임 중 가장 가슴 아픈 사건으로 꼽았습니다. 홍콩 반환으로 기세가 등등해진 중국 언론은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The Iron Lady finally succumbed to Mr Deng, an opponent who was harder than steel.”(철의 여인이 철보다 더 강한 적, 덩샤오핑에게 굴복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영국 해리 왕자가 런던 법원에 출석했습니다. 타블로이드 언론을 상대로 제기한 불법 정보수집 소송에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데일리미러 등 미러그룹 뉴스페이퍼(MGN) 기사 150여 건이 자신의 전화, e메일을 해킹해 불법적으로 수집한 정보라는 증언을 했습니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변호인이 재판에 출석한 소감을 물었을 때였습니다. 해리 왕자는 한참 생각에 잠긴 뒤 감정이 북받친 듯 이렇게 답했습니다.It’s a lot.”(큰일이다)공개된 법정에 나와 증언을 한다는 것이 감정적으로 매우 힘든 경험이라는 의미입니다. ‘a lot’은 ‘많이’라는 뜻으로 ‘many’ ‘much’와 같은 의미입니다. ‘many’는 뒤에 셀 수 있는 명사, ‘much’는 셀 수 없는 명사가 옵니다. ‘a lot’ 뒤에는 셀 수 있는 명사, 없는 명사가 모두 올 수 있습니다. 해리 왕자가 한 말을 좀 더 길게 풀어보자면 “I have to go through a lot of emotions”(만감이 교차한다) 정도가 될 것입니다.‘a lot’은 일상적인 대화에서 많이 쓰는 반면 ‘many’ ‘much’는 좀 더 격식을 차리는 상황에서 씁니다. 친구 사이에서는 “thank you very much”보다 “thanks a lot”을 많이 씁니다. “it means a lot to me”(나에게 많은 것을 의미한다)도 영어권에서 많이 쓰는 감사 표현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8월 17일 소개된 대통령의 신변 안전에 관한 내용입니다. 대통령이 쓰러지면 경호원들이 날쌔게 주변을 에워쌉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상황입니다. 미국 역사에는 이렇게 긴박한 순간이 적지 않게 발생했습니다.▶2020년 8월 17일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인근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져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피신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대통령과 관계없는 총격 사건이었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대통령이 피신한 것입니다. 대통령의 안위와 관련된 긴급 상황들을 모아 봤습니다.Do I seem rattled?”(내가 놀란 것 같으냐?)10여 분 후 상황이 정리되고 다시 회견장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놀랐느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 정도 상황쯤이야”라는 의미입니다. ‘rattle’(래틀)은 ‘덜컹거리다’라는 뜻입니다. ‘rattled’는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상황,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을 말합니다.I had hoped it was a KGB agent. On second thought, he would have missed.”(범인이 KGB 요원이었으면 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만약 KGB였다면 나를 맞히지 못했을 것이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총에 맞았습니다. 정신병을 앓는 존 힝클리라는 청년이 여배우 조디 포스터의 관심을 끌려고 벌인 일이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회복 후 범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배우의 관심을 끌려는 정신질환자의 소행이 아니라 소련 비밀경찰(KGB)의 소행이었으면 하고 바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KGB였다면 자신을 맞추지 못하고 빗나갔을 것이라고 합니다. 당시 미국과 군비 경쟁을 벌이던 소련을 조롱하는 유머입니다. ‘on second thought’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이라는 뜻입니다. 조금 전에 자신이 했던 말을 부정하거나 수정할 때 씁니다.From Dallas, Texas, the flash apparently official, President Kennedy died at 1 p.m. Central Standard Time, 2 o’clock Eastern Standard Time, some 38 minutes ago.”(텍사스 댈러스에서 들어온 긴급 뉴스에 따르면 케네디 대통령이 38분 전인 중부시간 오후 1시, 동부시간 2시에 세상을 떠났다)1963년 11월 22일 CBS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가 전한 존 F 케네디 대통령 타계 소식입니다. 미국인들의 뇌리에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장면입니다. ‘the flash apparently official’은 언론계 용어입니다. 당시 밀려드는 통신 내용 중에서 “이건 공식 긴급 속보인 것 같다”라는 뜻입니다. 통신 속보에는 여러 등급이 있습니다. ‘flash’(플래시)는 최고 긴급 수준의 속보를 말합니다. 2001년 9·11 테러 뉴스는 ‘flash’ 속보였습니다. 2011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뉴스도 마찬가지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Our hearts are heavy today as we let you all know that our beloved German Shepherd, Champ, passed away peacefully at home.”(우리의 사랑하는 독일 셰퍼드 챔프가 평화롭게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마음이 무겁다)최근 한국 대통령이 관저에서 반려동물들과 지내는 모습이 한 동물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됐습니다. 대통령은 11마리의 반려동물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려동물 하면 백악관입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때부터 백악관에서 동물을 키웠습니다. 지금까지 46명의 미국 대통령 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은 대통령은 3명에 불과합니다. 현대 대통령 중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2021년 반려견 챔프가 세상을 떠났을 때 애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 어떤 백악관 성명보다 대통령의 진심이 가득 담긴 글이었습니다. 첫 문장부터 “our hearts are heavy”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습니다. 이어 챔프가 생전에 어떤 개였으며, 투병 기간 동안 상태가 어땠는지 등이 자세히 담겨 있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챔프와 비슷한 시기에 반려견 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셸 여사는 인스타그램에 각각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백악관에서 대통령만큼 반려동물도 스타입니다. 백악관이 공개하는 사진 중에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는 것은 반려동물 사진입니다.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받는 질문의 상당수는 “반려동물은 잘 지내고 있느냐”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주인들은 반려동물에 대해 지극한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의 못 말리는 반려동물 사랑을 알아봤습니다.He’s Scotch and all these allegations have made his little soul furious. He has not been the same dog since.”(우리 개는 스코틀랜드 출신이어서 지금 혐의 때문에 그의 작은 영혼이 분노하고 있다. 더 이상 옛날의 그 개가 아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4선에 도전할 때였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반려견 팔라를 데리고 북태평양 알류샨 열도에 휴가를 다녀온 뒤 이상한 소문이 퍼졌습니다. 실수로 팔라를 휴가지에 남겨두고 왔으며, 팔라를 데려오려고 해군 구축함을 급파해 수백만 달러의 국민 세금이 낭비됐다는 소문이었습니다. 야당인 공화당이 선거를 앞두고 퍼뜨린 흑색선전으로 사실이 아니었습니다.루즈벨트 대통령은 유머로 대응했습니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팔라가 세금 낭비 혐의에 분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성격이 불같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스코티시 테리어 종의 팔라는 스코틀랜드 혈통이어서 다혈질 성격을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Scotch’(스카치)는 스코틀랜드 출신을 말하는 구식 단어로 요즘은 ‘Scottish’(스카티시)라고 합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더 이상 예전의 팔라가 아니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습니다.루즈벨트 대통령은 라디오로 생중계된 유세 연설 중에 팔라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팔라는 연설의 주제가 아니었지만 가장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연설을 들은 국민들은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팔라를 언급한 대목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영화배우 오손 웰즈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려견에 대한 재치있는 유머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이미지를 순화시키며 4선에 기여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가는 곳이면 어디나 동행했던 팔라는 워싱턴에 건립된 루즈벨트 대통령 기념관 동상에 함께 등장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대통령 반려견 동상이 있는 것은 팔라가 유일합니다.I did better with the Palestinians and the Israelis than I‘ve done with Socks and Buddy.”(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중재하는 것이 삭스와 버디 중재보다 쉽더라)빌 클린턴 대통령은 두 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웠습니다. 취임 초부터 반려묘 삭스를 키웠고, 퇴임을 1년 여를 앞두고 반려견 버디가 합류했습니다. 삭스와 버디는 극도로 사이가 나빴습니다. 당시 백악관 안주인이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 따르면 삭스는 버디가 백악관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주인의 사랑을 빼앗겼다는 질투심이 발동했습니다. 백악관 직원들은 삭스와 버디가 싸우지 못하도록 거처를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을 정도였습니다.역대 미국 대통령들에게 최대 난제는 중동 평화 정착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 어렵다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중재보다 반려견-반려묘 중재가 더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클린턴 대통령 부부는 퇴임 후 삭스와 버디를 비좁은 뉴욕 자택에서 함께 키울 수 없었습니다. 삭스를 보좌관에게 넘겼습니다.I’d like to know who did the ‘Best and Worst.’ I’d like to know how you picked the ugliest dog. President George Bush.”(최고와 최악 기사를 누가 담당했는지 알고 싶다. 가장 못생긴 개를 어떻게 뽑았는지 알고 싶다. 나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다)‘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반려견 밀리를 키웠습니다. 밀리가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시사잡지 ‘워싱토니언’에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이 잡지는 워싱턴에서 가장 잘 생기고 못생긴(Best & Worst) 개를 선정하면서 밀리는 가장 못생긴 개로 뽑았습니다.워싱토니언은 스프링어 스패니얼 종인 밀리의 큰 귀, 축 처진 입 등을 못생긴 개 선정 이유로 꼽았습니다. 발끈한 부시 대통령은 잡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접수원이 전화를 받자 “개 순위 기사 담당자가 누구냐”라고 물었습니다. 접수원이 찾는 이유를 묻자 “못생긴 개 순위를 어떻게 정했는지 알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접수원이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으니 누가 걸었는지 말해달라”라고 하자 “조지 부시 대통령”이라고 답했습니다.이 사건 후 밀리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개가 됐습니다. 바버라 부시 여사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 ‘Millie’s Book’(밀리의 책)을 내놓았습니다. 개의 시각에서 본 백악관 생활을 바버라 여사가 받아쓴 형식입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부시 대통령 자서전보다 더 많이 팔렸습니다. 바버라 여사는 인세로 받은 100만 달러를 자신이 운영하는 문맹 퇴치 재단에 기부했습니다.명언의 품격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 부통령을 지냈습니다. 닉슨의 반려견인 코커스패니얼종의 체커스는 그를 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부통령 러닝메이트 결정을 앞두고 닉슨이 1만8000달러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러닝메이트 결정을 미루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습니다.닉슨은 대국민 연설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불법 재산을 축재하지 않고 청렴하게 살아왔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반려견 체커스가 등장합니다. 체커스는 어린 딸들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텍사스의 한 지지자로부터 받은 선물이라는 것입니다.I just want to say this right now, that regardless of what they say about it, we’re going to keep it.”(이것만은 말하겠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우리는 체커스를 키울 것이다)강아지를 지지자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은 불법 정치모금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법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키우겠다는 것입니다.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을 반려견에 대한 지극한 사랑,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전환시켰습니다. 이후 논리는 약하지만, 유권자의 감정에 진국으로 호소하는 연설을 ‘체커스 연설’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연설 덕분에 체커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1년을 먹고도 남을 식량과 수백 개의 목줄이 선물로 답지했습니다. 연설을 들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부인 마미 여사는 감동을 받아 남편에게 “닉슨은 정말 따뜻한 사람”이라며 러닝메이트로 정할 것을 설득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반려견 보가 죽었을 때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애도 성명에서 ‘empty nester’(엠프티 네스터)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빈 둥지 부모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면 집을 떠나기 때문에 이때 상실감을 느끼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두 딸이 집을 떠난 뒤 적적함을 보와 함께 보내면서 이겨냈다고 합니다.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날(6월 18일)에 자녀들로부터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을 “함께 식탁에 앉아 식사하는 것”이라는 말했습니다. 소박한 소망입니다. 빈 둥지 부모인 오바마 대통령은 식탁에서 오가는 대화가 그리웠던 것입니다. Nothing beats it.”(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만 한 것이 없다)‘beat’에는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동사로 썼을 때 ‘때리다’ ‘이기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이기다’라는 뜻입니다. ‘nothing beats it’은 ‘어떤 것도 그것을 이길 수 없다’ ‘그것만 한 것이 없다’라는 뜻입니다. “I am beat”이라고 하면 “내가 졌다” “나는 녹초가 됐다” 등의 뜻입니다. 미국 광고를 보면 “nothing beats the real thing”이라는 문구가 자주 나옵니다. “진짜만 한 게 없다” “우리 상품이 진짜”라는 뜻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4월 5일 소개된 바이든 대통령의 반려견 메이저에 관한 내용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려견 2마리와 함께 백악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한 마리는 세상을 뜬 챔프이고, 다른 한 마리는 메이저입니다. 메이저는 자꾸 사람을 물어 백악관을 포기하고 바이든 대통령 친구 집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챔프와 메이저가 모두 떠난 자리에 커맨더가 새로 들어왔습니다.▶2021년 4월 5일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챔프와 메이저, 두 마리의 독일 셰퍼드를 백악관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린 메이저가 자꾸 문제를 일으킵니다. 두 차례나 사람을 물어 의료진이 출동하는 사태가 빚어졌습니다.Out of an abundance of caution, the individual was seen by WHMU and then returned to work.”(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그 사람은 백악관 의료팀의 치료를 받고 업무에 복귀했다)메이저는 얼마 전 백악관 직원을 물어 바이든 대통령의 델라웨어 자택으로 이송돼 특별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백악관 복귀 후 다른 직원을 또 물었습니다. 백악관은 경내에서 발생한 사건 사고를 공개할 의무가 있습니다. 퍼스트레이디 질 여사의 대변인은 메이저가 자꾸 문제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 “아직 새로운 환경에 적응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out of an abundance of caution’은 ‘풍부한 경계심에서’ ‘혹시 몰라서’라는 뜻입니다. 가벼운 사고였지만 혹시 몰라서 의료 처치를 받았다는 것입니다.Oh man, not a very exciting story.”(아이고, 별로 유쾌한 얘기는 아니지)지난해 대선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한동안 절뚝거리며 다녔습니다.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메이저였습니다. 흥분한 메이저를 진정시키려다 미끄러져 발목을 삔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개를 쫓다가 상처를 입은 자신의 처지에 대해 “별로 즐거운 얘기가 아니다”라고 한탄했습니다. Eighty-five percent of the people there love him. All he does is lick them and wag his tail.”(거기에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메이저를 사랑한다. 메이저가 하는 일은 핥고 꼬리를 흔드는 것뿐이다)그래도 바이든 대통령은 메이저에게 무한 애정을 보여줍니다. ABC방송 인터뷰에서 “85%의 백악관 직원들은 ‘메이저를 사랑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ighty-five percent’(85%)는 바이든 대통령이 무작위로 거론한 숫자가 아니라 ‘대다수’(most)라는 의미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The work you’re doing is going to inspire countless people around our country and the world.”(당신들이 하는 일은 미국과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한국 독자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습니다. 우주를 산업 기자로 활용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디딘 셈입니다. 우주 프로그램은 각 나라들이 사활을 걸고 도전하는 분야입니다. 미국은 약 반 세기 만에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얼마 전 아르테미스 2호에 승선할 비행사 4명에게 전화를 걸어 역사적인 임무에 선발된 것을 격려했습니다.바이든 대통령이 전한 축하의 말 중에서 ‘inspire’(영감을 주다)라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우주에 관한 명사들의 발언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입니다.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긴 우주 탐사의 역사를 가진 미국은 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세계인들에게 영감을 준 미국의 우주 도전 사례들을 알아봤습니다.That’s one small step for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한 사람의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1969년 미국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는 순간 한 말입니다. 위대한 진보나 발견의 순간에 두루 쓰이는 유명한 발언입니다. 얽힌 뒷얘기도 많습니다. 우선 암스트롱이 그토록 긴장된 순간에 ‘어떻게 이런 멋진 구절을 생각해 냈느냐’하는 것입니다. ‘반지의 제왕’ 작가 J.R.R.톨킨의 ‘호빗’에 나오는 비슷한 구절을 암스트롱이 슬쩍 가져다 쓴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암스트롱은 “훈련 때부터 생각해온 구절”이라고 반박했습니다.잃어버린 ‘a’도 화제입니다. 이 구절의 의미가 성립하려면 ‘man’ 앞에 ‘a’가 붙어야 합니다. ‘a man’(한 명의 인간)과 ‘mankind’(인류)가 대치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a’가 없는 ‘man’은 ‘mankind’와 비슷한 의미라서 동어반복이 됩니다. 하지만 착륙 순간을 생중계한 미항공우주국(NASA) 녹음본을 들어보면 ‘a’가 들리지 않습니다. 암스트롱은 30년 뒤 인터뷰에서 “그 순간에는 ‘a’를 말했다고 100% 확신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나도 안 들렸다”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언어학자들이 녹취록을 정밀 감정해 ‘a‘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중요한 발언이라는 의미입니다.Weightlessness is a great equalizer.”(무중력은 위대한 평형장치다)샐리 라이드는 1983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에 승선한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 비행사입니다.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라이드는 NASA 최초의 여성 우주 비행사 모집 공고를 보고 응모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습니다.라이드는 우주여행 이듬해 PBS 과학 프로그램 노바(NOVA)에 출연해 “무중력은 위대한 이퀄라이저(평등장치)다”라고 말했습니다. 흔히 무겁고 힘이 드는 일은 남성이 담당하지만, 무게를 느낄 수 없는 무중력 상태에서는 성별을 가릴 필요가 없습니다. 여성과 남성 우주인은 똑같은 훈련을 받고 똑같은 강도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재치있게 성평등의 필요성을 말한 것입니다. 여성 우주인 양성에 힘을 쏟는 라이드는 2012년 61세를 일기로 췌장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죽은 뒤에도 레고가 샐리 라이드 인형을 내놓고, 미 우정청이 ‘샐리 라이드 영원히’ 우표를 출시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The future doesn’t belong to the fainthearted, it belongs to the brave.”(미래는 마음 약한 자의 것이 아니다. 용감한 자의 것이다)1986년 7명의 우주인을 태운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습니다. 사고 원인은 로켓 접합용 패킹 불량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비행에는 민간인 최초로 승선한 초등학교 교사 크리스타 매컬리프가 타고 있었습니다. 미국 전역 학교들에게 발사 장면 시청을 장려했던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충격을 받은 아이들을 위로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레이건 대통령은 이날 예정됐던 국정연설을 취소하고 추모 연설을 했습니다. 4분 정도의 짧은 연설이었습니다. 연설 중반쯤에 “발사 장면을 지켜본 학생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라면서 “미래는 마음 약한 자의 것이 아니라 용감한 자의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참사에도 불구하고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fainthearted’는 ‘faint’(약한)와 ‘heart’(마음을 가지다)의 합성어입니다. 명사형으로 써서 ‘faint heart never won fair lady’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용기 없는 자는 미인을 얻지 못한다’라는 의미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아름다운 시 구절로 연설을 마쳤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19세의 나이로 공중폭발 사고로 사망한 조종사 시인 존 길레스피 매기의 명시 ‘고공비행’(High Flight)을 인용했습니다. “They waved goodbye and slipped the surly bonds of earth to touch the face of God.”(그들은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하고 신의 얼굴을 만지기 위해 이 땅에서 벗어났다)명언의 품격소련은 1957년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 큰 충격을 받은 현상을 ‘스푸트니크 쇼크’ ‘스푸트니크 모먼트’라고 합니다. 4년 뒤 소련은 유리 가가린을 태운 첫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발사해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위기감을 느낀 존 F 케네디 행정부는 달 탐사 계획인 아폴로 프로젝트를 개시했습니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10년 이내에 인간을 안전하게 달에 착륙시키고 지구로 귀환시키겠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아폴로 계획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돈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케네디 대통령은 1962년 대학생들 앞에서 아폴로 계획의 필요성을 설득했습니다. 연설 장소는 NASA 센터가 있는 텍사스 휴스턴의 라이스대였습니다. 4만여 명의 청중 앞에서 케네디 대통령은 ‘뉴 프런티어’(새로운 개척자) 정신을 일깨웠습니다. 케네디 명연설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연설입니다.We choose to go to the Moon in this decade, not because they are easy, but because they are hard.”(우리는 10년 안에 달에 가는 것을 택했다. 그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려워서다)‘달에 간다’ 대신에 ‘달에 가는 것을 선택한다’라고 ‘choose’를 넣었습니다.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연설은 이어집니다. “Because that challenge is one we are willing to accept, one we are unwilling to postpone, and one we intend to win”(왜냐하면, 그 도전은 우리가 받아들일 만한 도전이고, 우리가 미루지 않을 도전이며, 우리가 승리하고자 하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케네디 대통령의 약속대로 미국은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착륙을 실현했습니다.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쓰는 쉬운 영어를 활용해 영화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가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연설했습니다. 로런스 바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Wilson’s bestie, Buzz’s buddy, Ryan’s savior, America’s dad”라고 행크스를 소개했습니다.‘Wilson’s bestie’는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무인도에 표류한 행크스가 윌슨 배구공을 친구처럼 여긴 것에 유래했습니다. ‘bestie’(베스티)는 ‘베스트 프렌드’의 줄임말입니다. ‘Buzz’s buddy’(버즈의 단짝)는 영화 ‘토이 스토리’에서 행크스가 맡은 ‘우디’가 ‘버디의 단짝 친구’라는 의미입니다. ‘Ryan’s savior’(라이언의 구조자)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행크스가 맡은 밀러 대위 일행이 라이언 일병을 구한 것을 말합니다. ‘America‘s Dad’(미국의 아빠)는 널리 알려진 행크스의 별명입니다.행크스는 연설에서 미국인을 3가지 부류로 나눴습니다. 자유와 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미국인, 그렇지 않은 미국인, 이런 가지에 무관심한 미국인입니다. 첫 번째 미국인만이 완벽한 통합, 분열되지 않은 국가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두 가지 부류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The others get in the way.”(나머지 것들은 방해한다)‘get’은 ‘얻다’라는 뜻이고, ‘in the way’는 ‘길에’ ‘진로에’라는 뜻입니다. 이 둘이 결합되면 ‘진로에 들어오다,’ 즉 ‘방해하다’라는 뜻입니다. “Don‘t get in my way”는 “내 앞길을 방해하지 말라”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가는 길을 말하기도 하고, 계획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Don’t let your emotions get in the way”라고 하면 “감정에 휘둘리지 마”라는 뜻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6월 8일 소개한 아이템으로 민간 우주회사 스페이스X에 관한 내용이 포함됩니다. 미국의 우주 프로젝트에는 NASA와 함께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민간 우주회사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0년 스페이스X는 자체 기술력으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해 화제가 됐습니다. 이밖에 다른 첨단기업 경영자들의 발언도 알아봤습니다.▶2020년 6월 8일자우리는 갑부들의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부자들의 습관’ ‘부자 되는 법’ 등의 책들은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에 자주 오릅니다. 지금처럼 코로나 19, 인종차별 반대 시위 등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는 그들의 언행이 더욱 주목받습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첨단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발언을 알아봤습니다.I doubted us.”(나는 우리가 해낼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최근 일론 머스크가 경영하는 민간 우주회사 스페이스X가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발사 후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걱정이 많았다고 고백했습니다. ‘과연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us’는 스페이스X를 말합니다. “I doubt it”(아닐걸, 과연 그럴까)이라는 말도 자주 씁니다.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때 완곡한 표현법입니다.It has no history of being read as a dog whistle.”(그것은 개 호루라기처럼 읽힐 만한 전력이 없다)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한창일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될 것이다”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시위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입니다. 트위터는 이 발언이 폭력을 조장한다며 ‘숨김’ 처리를 한 반면 페이스북은 그대로 뒀습니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내부 반발이 계속되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개 호루라기처럼 읽힐 만한 전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dog whistle’(개 호루라기)은 인간은 들을 수 없는 초음파 신호를 발산해 개를 불러 모을 때 씁니다. 폭력을 조장하는 잠재적 메시지가 트럼프 대통령의 글 속에 숨어있다고 볼 이유가 없다는 의미입니다.Why we swing for the fences.”(우리가 큰 목표를 세우는 이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부부가 세운 자선재단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았습니다. 빌 게이츠가 재단 홈페이지에 올린 기념사 제목입니다. 홈런을 치려면 펜스를 목표로 크게 스윙을 해야 합니다. ‘swing for the fences’는 ‘큰 걸 노리다’라는 의미입니다. 빌&멀린다 재단은 다양한 목표에 조금씩 자선금을 할당하기보다 한 가지 목표를 정했으면 거기에 올인(다걸기)하는 전략을 택한다는 의미입니다. 자선에서도 빌 게이츠의 사업가적 기질이 엿보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AI will be like photoshop on steroids.”(인공지능은 강력한 포토샵처럼 될 것이다)최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나왔습니다.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청문회였습니다. 페이스북, 구글 등 이전에 열린 정보기술(IT) 청문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었습니다. 올트먼 CEO가 AI의 위험성과 규제의 필요성을 지적하자 의원들은 환영했습니다.‘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올트먼은 AI의 미래를 포토샵에 비유했습니다. 이미지를 편집할 수 기능의 포토샵이 처음 개발됐을 때 실제보다 보기 좋게 수정해준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경탄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뽀샵’이 과장된 이미지라는 것을 압니다. AI도 마찬가지로 혼란의 기간을 거치면서 적절한 활용법을 터득해나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steroid’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스테로이드를 말합니다. ‘on steroids’는 스테로이드를 맞은 것처럼 ‘강력하다’라는 뜻입니다. ‘처럼’이라는 뜻의 ‘like’와 함께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Al가 미치는 영향력은 포토샵과 비슷하지만, 강도는 훨씬 셀 것이라는 뜻입니다. 미국 의회는 사회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관계자들을 출석시켜 청문회를 엽니다. 상원, 하원, 상하원 합동으로 위원회별로 열렵니다. 상원 법제사법위원회가 주재한 이번 청문회는 AI와 관련해 처음 열리는 청문회라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청문회 출석자들은 의원들의 다양한 질문에 즉각 답변을 해야 하므로 순발력이 중요합니다. 예상 밖의 발언으로 ‘청문회 드라마’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미국 역사상 유명한 청문회들을 알아봤습니다.What difference at this point does it make?”(이 시점에서 그게 무슨 상관이냐?)벵가지 사태는 2012년 이슬람 무장단체가 리비아 벵가지에 있는 미국 영사관을 습격해 미국대사 등 4명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벵가지 지역의 반미 시위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전에 대처하지 않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책임자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2013년 상원 외교위원회 주재로 열린 벵가지 청문회에 출석했습니다. 공화당 의원들이 벵가지 사태 자체보다 반미 시위의 원인에 질문을 집중시키자 클린턴 장관은 “지금 시점에서 그게 무슨 상관이냐”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벵가지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what difference does it make’는 ’그게 무슨 차이를 만드느냐‘ ’그래서 뭐가 달라지느냐‘라고 상대의 행동을 나무랄 때 쓰는 의문문입니다. 당시 클린턴 장관의 발언만큼 외모도 화제였습니다. 평소와는 달리 화장기 없는 얼굴에 도수 높은 안경을 쓰고 청문회장에 나타났습니다. ‘힐러리 시력’이 인터넷 화제어로 오를 정도였습니다. 당시 클린턴 장관은 뇌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The difference between cigarettes and Twinkies is death.”(담배와 트윙키스의 차이는 죽음이다)1994년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청문회에 대형 담배회사 CEO 7명이 단체로 참석했습니다. 담배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던 시점이었습니다. 법정에 불려나온 7명의 CEO 모습이 우스꽝스럽다고 해서 ‘7명의 난쟁이들’(seven dwarfs)이라고 불렸습니다. 이들이 일제히 오른손을 들고 “진실만을 말하겠다”라고 선서하는 장면은 다음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카멜 브랜드를 생산하는 RJ레이놀즈의 제임스 존스턴 CEO와 청문회를 주최한 헨리 왁스먼 보건환경 소위원회 위원장 사이에 오간 ‘트윙키스’ 대화가 유명합니다. 존스턴 CEO는 “담배는 커피, 차, 트윙키스보다 중독적이지 않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왁스먼 위원장은 “트윙키스가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죽는 사람은 없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담배와 트윙키스의 차이는 죽음”이라고 하자 청문회장은 숙연해졌습니다. 트윙키스는 크림이 들어있는 카스텔라 스낵입니다. 1930년부터 생산된 미국의 국민스낵이라 얘깃거리도 많습니다. 1978년 샌프란시스코의 성소수자 운동가 하비 밀크를 죽인 범인이 트윙키스를 많이 먹어 우울증에 걸린 탓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변호 전략을 생각해낸 이후로 ‘트윙키 변호’(Twinkie defense)는 설득력 없는 변호를 가리키는 말이 됐습니다.I came here to tell you the truth, the good, the bad, the ugly.”(나는 좋고 나쁘고 추한 진실을 말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이란-콘트라 스캔들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적성국 이란에 몰래 무기를 팔고, 그 대금으로 니카라과의 좌파 정부 전복을 위해 우익 콘트라 반군을 돕다가 발각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올리버 노스 중령이라는 청문회 스타가 탄생했습니다.1987년 상하원 합동 청문회에 출석한 노스 중령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서부 영화 ‘the Good, the Bad, the Ugly’(한국명 석양의 무법자)를 거론하며 “진실은 좋고 나쁘고 추악하다”라고 했습니다. 이란-콘트라 사건은 추악한 범죄 행위지만 애국심에서 벌인 일이라는 뜻입니다. 청문회장을 나서는 노스 중령에게 야유 대신 박수가 터졌습니다. 이후 ‘the good, the bad, the ugly’는 이란 콘트라 스캔들의 부제목처럼 여기저기서 쓰이게 됐습니다. 명언의 품격1991년 아니타 힐 오클라호마 법대 교수는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사 청문회에서 토머스 지명자가 과거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힐 교수가 청문회에 나오겠다고 자청한 것은 아니고 다른 경로로 성추행 의혹을 접수한 연방수사국(FBI) 수사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되면서 출석을 요청받았습니다.TV로 생중계된 청문회는 두 가지 면에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우선 성추행 의혹의 강도입니다. 토머스 지명자의 과거 언행을 말하는 과정에서 힐 교수의 입에서 높은 수위의 성적(性的) 단어들이 마구 등장했습니다. 웬만한 성적 묘사에 꿈쩍도 않는 미국인들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둘째, 질문을 던진 의원들의 태도였습니다. 전원 백인 남성인 의원 12명은 힐 교수를 집중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성추행 주장은 불안한 정신상태의 여성이 만들어낸 ‘fantasy’(공상)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힐 교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I am not given to fantasy.”(나는 공상하는 버릇이 없다)미국인들이 많이 쓰는 ‘be given to’는 ‘어떤 쪽으로 주어지다,’ 즉 ‘어떤 습관이 있다’라는 뜻입니다. 힐 교수는 자신이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반박한 것입니다. 이어 “자신이 하려는 말에 완전한 확신이 없이는 여기는 나올만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차분하게 답했습니다. 의원들은 더는 ‘공상’ 이론을 펴지 않았습니다. 토머스 지명자는 인준 표결을 통과해 대법관이 됐습니다. 하지만 힐 교수의 증언은 많은 변화를 끌어냈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청문회에서 보여준 남성 의원들의 낮은 성인식지수에 충격을 받은 여성들은 대거 의회에 진출했습니다. 당시 청문회 위원장으로 힐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인들을 채택하지 않았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19년 공식 사과했습니다.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100세를 맞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최근 영국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정한 모습이었습니다.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얘기도 나눴습니다. 2021년 에릭 슈미트 전 구글 경영자와 함께 AI에 대한 책을 펴낼 정도로 조예가 깊은 키신저 장관은 “세계는 아직 AI를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전쟁 상황에서 AI 무기들이 인간의 명령을 받기도 전에 스스로 결정을 내려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We may well wind up destroying ourselves.”(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wind’는 명사로 ‘바람’이라는 뜻이지만 동사로는 ‘둥그렇게 감다’ ‘구부러지다’라는 뜻입니다. 발음도 ‘윈드’가 아니라 ‘와인드’가 됩니다. ‘wind up’은 ‘어떤 결과를 낳다’라는 뜻입니다.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을 때 자주 씁니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에게 충고할 때 “you are going to wind up in prison”이라고 하면 “그러다가 감옥에 간다”라는 뜻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0월 2일 소개된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사 청문회에 대한 내용입니다. 캐버노 청문회는 여러 면에서 토머스 대법관 청문회와 흡사했습니다. 크리스틴 포드 팰로알토대 교수는 청문회에 출석해 과거 10대 시절에 캐버노 지명자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증언했습니다.▶2018년 10월 2일자 PDF요즘 화제는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사 청문회입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TV로 생중계된 청문회를 지켜봤습니다. 두 주인공인 캐버노 지명자와 크리스틴 포드 팰로알토대 교수는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쳤습니다.I never drank beer to the point of blacking out.”(정신을 잃을 정도로 맥주를 마신 적은 없다)‘frat boy vs choir boy’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교클럽(fraternity) 소년이냐, 성가대(choir) 소년이냐’는 말입니다. 전자는 주로 부유하고 자유분방한 청년, 후자는 신앙심이 깊고 규율을 잘 따르는 청년을 가리키는 상반된 개념입니다. 그런데 캐버노 지명자는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가졌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성가대 소년’ 이미지가 강했는데 고교 시절 15세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사교클럽 청년’ 스타일로 바뀌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술을 마셨느냐”라는 의원들의 질문에 캐버노 지명자는 “맥주를 잘 마셨고 지금도 잘 마신다”라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취중 성폭행은 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black out’은 정신이나 이성을 잃을 때 씁니다.I was calculating daily the risk/benefit for me of coming forward.”(사실을 밝히기 위해 나서는 것의 위험 대비 수익을 매일 계산했다)의혹을 제기한 포드 교수는 35년 전 일어난 사건을 폭로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일을 공개하는 것을 ‘come forward’(앞으로 나오다)라고 합니다. 의원들은 “왜 오래전의 일을 계속 침묵하고 있다가 지금 밝히기로 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포드 교수는 결정하기까지 겪은 심적 고통을 “jumping in front of a train”(기차 앞으로 뛰어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을 밝히기 위해 나서는 것의 위험 대비 수익을 매일 계산했다”라고 속마음을 밝혔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구절로 꼽았습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기술력, 콘텐츠, 디자인 모든 면에서 지금까지 봐온 증강현실(AR) 제품들과 차원이 달랐습니다. AR피디아는 교육열 높은 중화권에서 통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확신한 ‘스튜디오A’의 제프리 청 대표는 한걸음에 한국으로 달려와 AR 독서 솔루션 AR피디아를 만드는 웅진씽크빅과 계약을 맺었다. K에듀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웅진씽크빅은 24일 대만에 거점을 둔 폭스콘 관련 기업으로 폭스링크 그룹 자회사인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 기업 스튜디오A와 AR피디아 수출·유통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웅진씽크빅은 대만은 물론 중국, 홍콩, 마카오 등 광대한 중화권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AR피디아는 책 속 등장인물, 그림 등을 증강현실 기술로 구현해 입체적인 시청각 경험을 제공하는 독서 제품이다. 태블릿과 책 세트로 구성됐으며, 단순히 실감 나는 화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직접 소방관이 돼서 불을 끄고, 개구리를 해부하는 등의 실험을 3차원(3D)으로 체험할 수 있다. 계약 체결 후 웅진그룹 청계사옥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청 대표는 예상 판매량에 대해 “6∼9개월 내에 10만 세트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튜디오A의 다양한 유통망을 활용할 계획이다. 스튜디오A는 대만 내 4000여 개 학교와 160만 명의 학생 회원을 대상으로 애플 기반의 교육 기기를 보급하고 있다. 한국에 오기 전 대만 타오위안, 가오슝, 신베이 지역의 교육기관들과 AR피디아 보급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켰다는 것이다. 우선 해당 지역의 공교육 현장에 제품을 공급한 뒤 애플 매장 등의 B2C(기업 대 소비자) 채널을 통해 고객층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중국, 대만 등지에서 AR피디아를 아이패드만큼 인기 높은 정보기술(IT) 기기로 만드는 것이다. 중화권은 애플 제품군이 두꺼운 사용자층을 확보한 곳이다. 청 대표는 “대만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아이패드 수준으로 AR피디아를 보급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 홍콩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직영 애플숍을 운영하는 스튜디오A는 재구매율이 80%에 달하는 충성도 높은 회원 234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인터뷰에 함께 참석한 이재진 웅진씽크빅 대표는 “AR피디아의 글로벌 경쟁력이 구체적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중화권 시장을 시작으로 일본, 중남미 국가들로도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그동안 각종 국제 교육 박람회에서 입소문을 탄 AR피디아는 굵직한 상을 다수 수상했다. 그중에서 이 대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상은 세계 최대 교육 박람회인 영국 ‘Bett’에서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뽑은 ‘2022 Kids Judge Bett’을 받은 것이다. 타깃 고객인 어린이들이 많은 제품을 체험해본 뒤 AR피디아를 뽑은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에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2년 연속 혁신상을 받은 것도 국내 교육기업 최초의 성과다. 청 대표가 AR피디아를 처음 접한 것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행사에서 AR피디아 부스를 방문했을 때였다. 제품을 직접 체험해본 그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기존에 중화권에서 출시된 AR 교육 제품들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제품이었다. 부스에서 받은 명함 한 장 달랑 들고 웅진씽크빅을 수소문하기 시작한 그는 여러 경로를 거쳐 4개월여 만에 초스피드로 한국에 와서 계약까지 체결한 것이다. 청 대표는 계약하기 전 AR피디아 시제품을 대만 교육 현장에서 시장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쳤다. 타이베이 초등학교 1학년 영어 수업과 신베이 초등학교 3학년 대상 자연 수업에서 AR피디아를 활용했다. 청 대표는 시장 테스트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인터뷰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동영상 속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선생님들은 “수업 몰입도가 높아졌다” “AR피디아를 켜기만 하면 학생들이 좋아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AR피디아를 접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북’이라는 이름으로 2019년 출시돼 20만 세트 가까이 판매됐다. AR피디아는 ‘인터랙티브북’의 해외 버전인 셈이다. 청 대표는 “교육 제품은 언어, 교과 과정이 달라 해외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데 AR피디아를 직접 써본 결과 문화적 이질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계약 체결 후 곧바로 대만으로 돌아가 AR피디아 마케팅 및 현지화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중화권에서 AR피디아의 경쟁력을 확신하느냐’라는 마지막 질문에 청 대표는 “그렇다. 확신한다”라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Let’s Finish the Job.”(일을 끝내자)최근 내년 대선 도전을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캠페인 슬로건을 이렇게 정했습니다. 바이든 선거본부는 패기와 역동성을 강조한 슬로건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습니다. 우선 “신선함이 없다”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재선에 도전하는 대통령이 흔히 정할 수 있는 슬로건이라는 겁니다. 4년 동안 벌여놓은 일을 끝낸다는 것은 대통령 본인에게 중요할지 몰라도 국민들에게도 중요할지는 미지수입니다.‘job’이라는 단어 때문에 어둠의 세계 분위기를 풍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폭들이 살인 명령을 내릴 때 “hit job”(힛잡)이라고 하는 것처럼 ‘job’은 ‘범죄 건수를 올린다’라는 의미가 강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나치게 의식한 슬로건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슬로건과 함께 공개된 동영상에서는 첫 화면부터 2021년 워싱턴 의사당 폭력사태 장면을 나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극렬주의자들에게 빼앗긴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당시의 혼란상을 다시 떠올려야 하는 국민들은 피곤합니다. 짧은 구절로 메시지를 전하는 슬로건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후보들은 유권자가 공감할 수 있는 슬로건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합니다. 미국 역사에 성공적인 대선 슬로건을 알아봤습니다.It’s the Economy, Stupid.”(어리석게도, 문제는 경제야)1992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은 캠페인을 지휘했던 선거 전략가 제임스 카빌의 머리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아칸소 주지사였던 클린턴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게 도전하고 있었습니다. 아칸소 선거본부에는 많은 운동원이 들락거렸습니다. 클린턴 선거본부는 부시 본부만큼 조직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운동원들은 유권자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받지 못했습니다.운동원들로부터 “캠페인 메시지가 뭐냐”라는 질문을 하도 많이 들어 머리가 아픈 카빌은 책상 앞에 3개의 메시지를 내걸었습니다. ‘변화 대 현상 유지’(Change vs more of the same), ‘어리석게도, 경제야’(The economy, stupid), ‘의료보험을 잊지 마’(Don’t forget health care)였습니다. 두 번째 메시지가 운동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자 카빌은 슬로건으로 채택했습니다. 이 슬로건으로 당시 클린턴 대통령에게 따라붙었던 제니퍼 플라워스 성추문을 잠재우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슬로건에 나오는 “stupid”는 “바보야”라고 딱히 누군가를 지칭한다기보다 “그것도 모르냐” “어리석게도”라는 탄식의 의미가 강합니다. 이후 카빌은 캠페인의 귀재로 인정을 받게 돼 영국, 이스라엘, 브라질 등 해외 선거로 진출했습니다. 이 구절은 다양하게 변형됐습니다. “It’s the deficit, stupid!”(재정적자가 문제야), “It’s the corporation, stupid!”(기업이 문제야), “It’s the voters, stupid!”(유권자가 문제야)Better a Third Termer Than a Third Rater.”(3회 연임이 3류보다 낫다)1940년 대선에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3선에 도전했습니다. 2회 연임, 8년까지만 하고 물러나는 전통을 깨고 3선에 도전하는 대통령을 민심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정면돌파를 택했습니다. 마침 헨리 애셔스트 상원의원(애리조나)이 “3회 연임이 3류보다 낫다”라는 근사한 발언을 하자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를 공식 슬로건으로 채택했습니다. ‘third term’ ‘third rate’ 뒤에 사람을 뜻하는 ‘er’을 붙여 의인화했습니다.‘3류’는 도전자였던 공화당의 웬델 윌키 후보를 말합니다. 민주당이었다가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겨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지명도가 떨어졌습니다. 3류로 낙인찍힌 윌키 후보는 “No Man Is Good Three Times”(대통령을 3번 할 정도로 잘난 사람은 없다)라는 슬로건으로 반격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선거는 85%의 지지를 얻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Don’t Change Horses Midstream.”(강 한가운데서 말을 갈아타지 말라)루즈벨트 대통령은 3선뿐 아니라 4선까지 성공했습니다. 4선 도전 때 슬로건은 무엇이었을까요? “강 한가운데서 말을 갈아타지 말라”였습니다. 이는 원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슬로건이었습니다.링컨 대통령은 두 차례 대선에서 모두 ‘horse’(말)가 들어가는 슬로건을 정했습니다. 당시 주요 교통수단이던 말을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쉽게 어필하려는 의도였습니다. 1860년 슬로건은 “Vote Yourself a Farm and Horses”였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은 홈스테드법(Homestead Act)이 주요 공약이었습니다. 토지에 일정 기간 거주해 경작하면 나중에 싼 가격에 토지를 구매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링컨에게 투표하면 토지와 말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입니다. 1864년 대선에서는 “강 한가운데서 말을 갈아타지 말라”였습니다. 강은 한가운데(midstream)가 가장 깊습니다. 여기서 말을 갈아타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당시 미국은 남북전쟁 때였습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는 대통령을 바꾸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훗날 루즈벨트 대통령이 이 슬로건을 택한 것은 당시가 제2차 세계대전 때였기 때문입니다. 링컨의 슬로건은 명언이 돼서 오늘날에도 널리 쓰입니다. ‘change’ 대신에 ‘swap’을 써도 같은 뜻입니다. 비즈니스에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일 때 팀리더를 바꾸면 안 된다는 의미로도 쓰입니다.명언의 품격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연합군을 이끈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총사령관은 ‘전쟁의 영웅’ 대접을 받았습니다. 대선 출마 러브콜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컬럼비아대 총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최고사령관 등을 지내며 정치와 거리를 뒀습니다. 그렇게 7년을 보낸 뒤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I Like Ike.”(나는 아이크가 좋아)가장 성공적인 슬로건으로 꼽히는 아이젠하워 후보의 1952년 대선 슬로건입니다. 이 구절은 사실 “나는 아이크가 좋다”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대선 슬로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공약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가장 성공적인 슬로건으로 꼽히는 것은 3개의 짧은 단어를 통해 후보의 개인적 매력을 극대화했기 때문입니다. ‘Ike’는 아이젠하워 후보의 애칭입니다. ‘I’와 ‘Like’를 합치면 ‘Ike’라는 합성어가 됩니다. ‘Ike’와 ‘Like’는 운율이 맞아 발음하기가 쉽습니다.이 문구는 재클린 카크런이라는 여성 비행사가 만들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도 했던 그녀는 아이젠하워 선거 참모로 일하다가 “We Like Ike”(우리는 아이크가 좋아)라는 구절을 생각해냈습니다. 디즈니사가 선거 광고로 만드는 과정에서 “I Like Ike”로 바꿨습니다. 얼마나 반응이 좋았는지 1956년 재선 출마 때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still’(여전히)이라는 단어를 추가해 “I Still Like Ike”라고 슬로건을 택했습니다. 2020년 대선 때 민주당에서 출마했던 마이크 블룸버그 뉴욕 시장의 슬로건 “I Like Mike”도 여기서 유래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CNN 방송에 출연해 타운홀 미팅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 부정, 의사당 폭력사태 옹호, 성추행 혐의 부인 등 기존의 거짓 주장을 되풀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송 시간을 할애한 CNN도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방송 후 바이든 대통령이 올린 트윗입니다.Do you want four more years of that? If you don’t, pitch in to our campaign.”(4년 더 저런 모습을 원합니까? 아니라면 우리 캠페인에 합류하세요)야구에서 피처는 공을 던지는 선수입니다. 동사인 ‘pitch’는 ‘던지다’라는 뜻입니다. ‘pitch in’은 ‘안으로 던져넣다’라는 뜻이 됩니다. ‘너도 나도 안으로 던져넣다’라는 것은 ‘힘을 보태다’ ‘조직의 일원이 되다’라는 의미입니다. 과거 농부들이 건초더미를 한군데로 던져 모으며 일을 도운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pitch’는 명사로도 많이 씁니다. 마케팅 용어 ‘sales pitch’(세일즈 피치)는 상대를 설득하는 행위를 말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0월 19일 소개된 캠페인 상품에 관한 내용입니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들은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유세 상품을 제작 판매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선거 운동을 하고 조직을 운영합니다. 2020년 대선 때 캠페인 상품들을 소개합니다.▶2020년 10월 19일후보 얼굴이 그려져 있거나 지지 문구가 쓰인 티셔츠, 머그잔, 스티커 등은 중요한 유세 도구입니다. ‘캠페인 상품’(campaign merchandise)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품들이 판매되는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후보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을 들여다봤습니다.‘You Ain’t Black’ Tee(‘당신은 흑인 아니야’ 티셔츠)얼마 전 바이든 후보는 흑인 대상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you ain’t black”(당신은 흑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됐습니다. “어느 후보를 찍어야 할지 모른다면 당신은 흑인이 아니다”라고 말한 겁니다. 흑인이라면 당연히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을 찍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흑인들로부터 “우리한테 설교하지 말라”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공화당은 곧바로 이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를 제작해 바이든 후보를 조롱했습니다.‘Truth over Flies’ Fly Swatter(‘파리들을 넘어서 진실을 택하다’ 파리채)최근 열린 부통령 후보 TV 토론의 주인공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머리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 파리였습니다. 민주당은 이를 조롱하려고 파리채를 캠페인 상품으로 만들어 온라인숍에 내놓았습니다. 10달러짜리 파리채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현재 품절 상태입니다. 파리채 이름은 ‘Truth over Flies.’ 민주당 슬로건 ‘Truth over Lies’(트럼프 대통령의 수많은 거짓말을 넘어서 바이든 후보의 진실을 선택해 달라)를 살짝 바꿨습니다. 파리채는 ‘fly swatter’(플라이 스와터)라고 합니다.‘No Malarkey’ Button(‘허튼소리 그만해’ 단추)바이든 후보는 “no malarkey”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malarkey’(말라키)는 ‘말이 안 되는 소리’라는 뜻입니다. “no malarkey”는 “허튼소리 그만하라”입니다. 그런데 ‘malarkey’는 구식 영어라서 젊은 세대는 무슨 뜻인지 잘 모릅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후보는 아예 버튼까지 만들어 민주당 온라인숍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내친김에 버스 유세 투어 이름도 ‘No Malarkey’라고 정했습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Call me old, I call it being seasoned. You say I am ancient, I say I‘m wise.”(당신들을 나를 나이가 많다고 한다. 나는 연륜이라고 하겠다. 당신들은 내가 케케묵었다고 한다. 나는 현명하다고 하겠다)요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바쁩니다. 한국 대통령을 위한 만찬을 개최한 지 사흘 만에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정색 선글라스를 끼고 무대에 오르자 환호가 터졌습니다. 나이 문제를 꺼낸 바이든 대통령. 고령(高齡)을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old’와 ‘seasoned,’ ‘ancient’와 ‘wise’를 대치시켰습니다. ‘you say, I say’(당신들이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라는 식으로 대치시키면 됩니다.“White House Correspondents’ Dinner”(WHCD)라고 불리는 백악관 기자단 만찬은 워싱턴의 전통입니다. 1924년 시작돼 내년이면 100주년이 됩니다. 1962년까지는 남성 기자들만 참석할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여성 기자들이 참석할 수 없다면 나도 안 가겠다”라고 보이콧을 선언해 여기자에게도 문호가 개방됐습니다. 그때 케네디 대통령을 설득한 사람이 ’백악관 터줏대감‘ 여기자 헬렌 토머스입니다.만찬에서 기자들은 무대에 오르지 않습니다. 하이라이트는 대통령 연설입니다. 대통령 연설의 성공의 척도는 ‘객석에서 얼마나 많은 웃음이 터지게 했느냐’입니다. 그냥 웃기는 게 아니라 날카로운 풍자를 넣어서 웃겨야 합니다. 내년 대선 도전을 공식 발표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약점인 나이를 꺼낸 데에는 선거 시즌 때 문제 삼지 말고 지금 웃고 넘어가자는 희망이 깔려 있습니다. 성공적인 기자단 만찬 연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It’s been said that preparing me for a press conference was like reinventing the wheel. It‘s not true. I was around when the wheel was invented, and it was easier.”(내가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것은 헛수고라고 한다. 틀린 말이다. 바퀴가 발명될 때 내가 있었는데 훨씬 쉬운 일이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1988년 기자단 만찬에서 나이 문제를 꺼냈습니다. 당시 77세였던 레이건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자주 말실수를 했습니다. 말실수 때문에 기자회견을 망쳐 열심히 준비한 참모들을 허탈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바퀴는 고대 발명품으로 지금도 생활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바퀴는 이미 존재하니까 지금 바퀴를 다시 발명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reinvent the wheel’(바퀴를 재발명하다)은 ‘헛수고’를 말합니다.레이건 대통령은 “나를 위한 기자회견 준비는 헛수고라는 얘기가 나온다”라고 운을 떼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틀렸다는 겁니다. 이어 “바퀴가 발명됐을 때 내가 있었는데 바퀴 발명이 기자회견보다 쉽더라”라는 펀치라인이 나옵니다. 바퀴가 발명됐을 때 자신이 있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자신의 많은 나이를 슬쩍 비꼬는 것입니다. ‘be around’는 ‘살다’ ‘활동하다’라는 뜻입니다. 미국인들은 “또 보자”라고 작별 인사를 할 때 “I’ll be around”(내가 근처에 있을게)라고 합니다.I wanna buy a smoked ham!”(훈제 햄을 사고 싶단 말이야!)대통령이 물러나는 해에 열리는 기자단 만찬은 서글픈 분위기가 감돕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6분짜리 동영상을 제작해 만찬장의 우울한 분위기를 날려버렸습니다. ‘Final Days’(마지막 나날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 시기여서 할 일이 없습니다. 중요한 기자회견을 해도 기자가 참석하지 않고, 참모들은 모두 자리를 비웠습니다. 뉴욕 상원의원에 출마한 부인 힐러리 여사를 위해 점심 도시락을 만들어 쫓아가 보지만 유세로 바쁜 힐러리 여사는 차를 타고 떠나버립니다.너무 한가해 인터넷 쇼핑에 재미를 붙인 클린턴 대통령의 대사입니다. 대통령이 아닌 가정주부의 쇼핑 품목이라서 한바탕 웃음을 터졌습니다. 훈제 음식을 한국에서는 그냥 ‘스모크’라고 하지만 ‘연기에 그을렸다’라는 뜻이므로 ‘smoked’(스모크트)입니다. ‘smoked ham’(스모크 햄), ‘smoked salmon’(훈제 연어), ‘smoked rib’(훈제 갈비) 등이 인기가 높습니다.George and I were just meant to be. I was the librarian who spent 12 hours a day in the library yet somehow I met George.”(조지와 나는 천생연분이다. 하루 12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내는 사서인 내가 조지와 만나게 됐으니 말이다)기자단 만찬에는 퍼스트레이디도 참석합니다. 대부분 조용히 앉아 있는 역할이지만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가 무대에 올라 부시 가문의 이미지를 부숴놓았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터프한 부시 대통령이 실은 저녁 9시만 되면 잠자리에 드는 바른생활 사나이라고 했습니다. 시어머니인 바바라 부시 여사는 따뜻한 할머니 같지만 실제 영화 ‘대부’의 냉혈한 마피아 두목 돈 코를레오네와 비슷하다고 했습니다.로라 여사는 부시 대통령과 결혼하게 된 스토리도 얘기했습니다. ‘mean’의 수동형인 ‘meant’와 ‘to be’가 결합되면 ‘의미되어지다’ ‘운명이다’라는 뜻입니다. 남녀관계에서 쓰면 ‘천생연분’이 됩니다. 부시 대통령은 젊은 시절 방탕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루의 절반을 도서관에서 보내는 사서 출신인 자신과 도서관과 한참 거리가 먼 부시 대통령이 만난 것은 천생연분이라는 겁니다. ‘somehow’(썸하우)는 ‘어찌저찌 해서’ ‘어떻게 하다보니’라는 뜻입니다.로라 여사의 연설이 히트를 치면서 각본을 쓴 랜든 파빈이라는 스피치라이터까지 주목을 받았습니다. 파빈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개그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로라 여사가 수차례 리허설을 했으며 로라 여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앞서 무대에 오른 부시 대통령의 연설을 일부러 재미없게 구성했다는 뒷얘기를 전했습니다.명언의 품격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한차례도 거르지 않고 기자단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2011년 연설입니다. 이 자리에는 기업가 시절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참석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버서 운동’을 벌이던 트럼프 대통령을 한껏 조롱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객석에 앉아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화가 나서 얼굴이 벌개졌습니다.대통령들은 연설 때 각기 다른 ‘클로징 멘트’ 스타일이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라크전쟁에 참전했던 아들에 대한 기억 때문에 “May God bless our troops”(신이시여 미군에게 축복을 내리소서)라는 구절로 끝맺는 것을 좋아합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클로징 멘트에서 미군의 안전을 별로 언급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그런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 기자단 만찬 연설을 이렇게 끝냈습니다.God bless America and may God bless our troops and keep them safe.”(신이시여 미국을 보호하소서, 미군에게 축복을 내리시고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소서)오바마 대통령은 만찬 직전에 스피치라이터 존 파브로에게 특별 주문까지 했습니다. “연설 중에 미군 축복 클로징 멘트를 잊지 말라는 사인을 보내 달라”라는 것이었습니다. 파브로는 대통령의 주문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대로 따랐습니다. 기자들도 색다른 클로징 멘트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그냥 지나갔습니다.이유는 다음날 밝혀졌습니다. 다음날 미군 특수부대는 파키스탄에서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에 성공했습니다. 극비 작전에 대해 밝힐 수 없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전에 투입되는 군의 안전을 기원한 것입니다. 역사적인 군사작전을 코앞에 두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연설 무대를 휘어잡은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습니다.실전 보케 360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단 만찬에서 자신의 나이를 얘기할 때 CNN 앵커 돈 레몬을 언급했습니다. “사람들은 나더러 ‘한물갔다’(over the hill)라고 하지만 돈 레몬은 나를 향해 ‘저 사람 한창 때야’(in his prime)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객석에서 폭소가 터졌습니다. 요즘 “in prime”은 미국의 유행어입니다. 최근 레몬은 방송 중에 여성 정치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가리켜 “50대 여성은 한창 때(in her prime)가 지났다”라고 말했다가 성차별적 발언이라는 비난이 빗발쳐 해고됐습니다.레몬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 CNN의 스타 앵커였습니다. CNN 앵커들 중에서 가장 독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는 지났습니다. 레몬은 강성 발언 스타일로 수차례 구설수에 올랐다가 이번에 해고된 것입니다. 레몬은 트위터에 해고된 것이 억울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After 17 years at CNN I would have thought that someone in management would have had the decency to tell me directly,”(CNN에 17년 동안 근무했으니 경영진이 나에게 직접 말해주는 품위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decency’(디슨시), ‘decent’(디슨트)는 일상대화에서 자주 쓰는 단어들입니다. ‘제대로 된 품성’ ‘기본적인 예절’이라는 뜻입니다. 상대가 “심성이 바른 사람”이라고 칭찬할 때 “he is a decent person”이라고 합니다. 방문을 노크하면서 “are you decent?”라고 물어보면 “지금 네 상태가 품위가 있느냐” 즉 “문을 열어도 될 만큼 옷을 갖춰 입고 있느냐”라는 것입니다.‘have the decency’는 ‘품성을 갖추다’라는 의미입니다. “He didn’t have the decency to apologize”라고 하면 “그는 사과하는 예절도 없었다”라고 나무라는 것입니다. 레몬의 입장에서는 CNN에 오래 근무한 정을 봐서 경영진이 자신에게 직접 해고 통보를 전하는 정도의 품위는 가지고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했다는 겁니다. 해고된 것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것이 기분 나쁘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CNN 측은 해고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사전에 면담 기회를 줬지만 레몬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9월 14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기자의 관계에 대한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4년 동안 한번도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기자들은 코로나19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폭발 직전이었습니다. 대통령이 방역수칙을 무시해 근접 취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2020년 9월 14일자코로나19의 위험성을 무시하고, 남의 탓으로 돌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적지 않은 갈등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 갈등의 최전선에 기자들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참모들을 밀착 취재해야 하는 기자들은 백악관이 기본적인 방역수칙도 지키지 않아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If you don’t take it off, you are very muffled.”(마스크를 벗지 않으면 소리가 안 들린다)얼마 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마스크를 쓴 채 질문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짜증을 내며 벗으라고 독촉을 했습니다. 마스크를 쓴 채 말하면 잘 안 들린다는 겁니다. 소리가 답답하게 들리는 것을 “you are(또는 sound) muffled”라고 합니다. ‘muffle’(머플)은 ‘덮다’ ‘덮어서 소리를 죽이다’라는 뜻입니다. 자동차의 머플러, 겨울철 목에 두르는 머플러 등이 여기서 유래했습니다.There was absolutely no social distancing.”(전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았다)백악관 담당 기자들은 좁은 공간에서 취재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협소하고 밀폐된 에어포스원 내부 취재는 위험도가 매우 높습니다. 한 기자는 에어포스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취재한 경험에 대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에어포스원을 타고 대통령을 취재할 기회가 있어도 거절하는 기자들이 많다고 합니다.We are doing more than they are out of an abundance of caution.”(만약을 대비해 우리는 그들보다 잘해야 한다)코로나19 시대에 ‘out of an abundance of caution’은 필수 단어였습니다. ‘caution’은 ‘주의’라는 뜻이고, ‘abundance’는 ‘풍부’라는 뜻입니다. ‘주의를 풍부하게 해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만약을 대비해’라는 뜻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행사가 취소되면 ‘the event is canceled out of abundance of caution’이라는 공고문이 붙습니다. 백악관 기자들도 자주 썼습니다. 그들(트럼프 행정부 사람들)은 방역수칙을 안 지키지만 우리는 만약을 대비해 잘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 had no damn idea you could sing!”(이렇게 잘 부를 줄 몰랐네!)최근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백악관 만찬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었습니다. 열정적인 환호 세리모니였습니다. 세리모니로는 부족했는지 비속어 “damn”(제기랄)까지 섞어가며 감탄을 표했습니다.미국인들은 많은 사람 앞에서 자기 의견을 똑 부러지게 밝힐 줄 알지만, 노래를 부르는 것은 두려워합니다. 노래방도 없고 노래 장기자랑 문화도 없기 때문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낯설게 느낍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대통령이 용감하게 마이크를 잡고 무반주로, 그것도 자신들의 국민가요인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으니 열렬한 환호를 보낸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마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겁니다. “You nailed it.”(당신 해냈어) 노래가 끝나자 만찬장의 분위기는 한층 부드러워졌습니다. 미국 언론은 한국 대통령이 가사도 안 틀리고 음정 박자를 잘 맞춰가며 노래를 부른 것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singing president’(노래하는 대통령)는 인기가 높습니다. 대통령은 음악을 통해 딱딱한 이미지의 국가 지도자가 아닌 여흥을 즐길 줄 아는 감성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뛰어난 음악적 소질을 가진 미국 대통령들을 알아봤습니다.Don’t worry, Rev, I cannot sing like you.”(걱정하지 말아요. 목사님. 나는 당신만큼 노래 못 하니까요)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자금 모금을 위해 뉴욕의 유서 깊은 흑인 극장 아폴로 씨어터에 섰습니다. 무대에 올라 연설 대신 “I’m so in love with you”(당신과 정말 사랑에 빠졌어요)라는 멜로디를 흥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흑인 가수 앨 그린의 노래 “Let’s Stay Together”(우리 함께 합시다)의 첫 구절이었습니다. 대통령의 즉석 노래에 처음에는 영문을 모르던 관객들은 곧 박수를 치며 흥을 맞췄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이 노래를 부른 것은 관객들과 교감하려면 연설보다 노래가 더 효과적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물론 노래 뒤에 연설도 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록적인 액수의 정치자금이 걷혔습니다. 관객 중에는 원래 이 노래를 부른 그린도 있었습니다. 가수에서 목사로 변신한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무대에 오르기 전 노래를 불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노래를 마친 뒤 그린에게 농담을 건넸습니다. “나는 당신 만큼 노래 실력이 안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라고 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은 3년 뒤 또 한 번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번에는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였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흑인교회 총기 난사 사건 추모식이었습니다. “아무리 무자비한 폭력을 겪더라도 인간이 가진 자비(grace)의 마음을 믿어야 한다”라는 내용의 연설을 마친 뒤 조용히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자 추모객들은 너도나도 따라부르기 시작했습니다.I knew I would never be John Coltrane or Stan Getz.”(나는 내가 결코 존 콜트레인이나 스탠 게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1992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심야 토크쇼 ‘더 아세니오 홀 쇼’에 출연해 색소폰으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하트브레이크 호텔’을 연주했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바로 다음날 이뤄진 아세니오 홀 쇼 출연은 젊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습니다.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에 뮤직룸까지 꾸밀 정도로 색소폰 연주를 좋아했습니다. 색소폰을 외교에도 활용했습니다. 1994년 체코공화국을 방문했을 때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은 프라하의 재즈 클럽으로 그를 안내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하벨 대통령이 선물한 색소폰으로 즉석에서 ‘My Funny Valentine’(마이 퍼니 발렌타인’ ‘Summertime’(서머타임) 등의 재즈 명곡을 연주했습니다. 그 어떤 서류 서명보다 양국의 우애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친아버지 사별, 새아버지의 가정폭력 등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색소폰과 학교 성가대에서 즐거움을 찾았습니다. 하루 4시간 이상 맹연습을 한 덕분에 고교 시절에는 아칸소주 합주단에서 수석 색소폰 주자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진로를 선택해야 할 때가 되자 자신의 색소폰 실력이 프로급 연주자 수준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나중에 자서전에서 “내가 결코 존 콜트레인이나 스탠 게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콜트레인과 게츠는 미국의 유명 재즈 색소폰 연주자들입니다. My choice early in life was either to be a piano-player in a whorehouse, or a politician. And to tell the truth, there’s hardly any difference.”(젊은 시절 내 선택은 사창가의 피아노 연주가와 정치인, 둘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 이 둘은 별로 차이가 없다)“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일본 원자폭탄 투하, 한국전 참전 등의 결정을 내린 선 굵은 정치가입니다. 하지만 사석에서는 섬세한 피아노 연주가였습니다. 베토벤, 쇼팽, 모차르트의 작품을 즐겨 연주했고, 수백 장의 클래식 음반을 모았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당대 유명 여배우 로렌 바콜을 울려다 보며 피아노를 연주한 적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장병 위로용으로 워싱턴 기자클럽에서 촬영된 사진입니다. 트루먼 대통령과 바콜 사이에 오묘한 분위가 흘러서 그런지 부인 베스 여사는 이 사진을 가장 싫어한다고 합니다.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트루먼 대통령은 술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학비를 벌었습니다. 나중에 자서전에서 “젊은 시절 사창가 피아니스트와 정치인의 길 중에 선택해야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창가 피아니스트보다 낫지만, 정치인도 그다지 내키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뉘앙스입니다. 정치에 대한 트루먼 대통령의 냉소적인 시각을 알 수 있습니다. 명언의 품격‘아메리칸 파이’는 1971년 발표돼 4주간 빌보드 1위를 차지한 노래입니다. 이 곡을 부른 가수이자 작사 작곡가인 돈 매클레인은 ‘American Pie’라는 제목에 대해 ‘as American as apple pie’를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미국인들은 미국적인 것, 애국심을 말할 때 “as American as apple pie”(애플파이만큼 미국적)라고 합니다. 건국 당시 미국인들이 유럽에서 들여온 각종 파이를 합쳐서 미국 특유의 애플파이를 만든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애플파이가 유명해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입니다. 젊은 군인들은 전쟁에 나가는 이유에 대해 “for mom and apple pie”(엄마와 애플파이를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엄마가 애플파이를 만들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참전한다는 의미입니다.‘아메리칸 파이’는 가사가 심오하고 상징적입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쿠바 미사일 위기, 연쇄살인마 찰스 맨슨 사건, 인권운동가 피살 등 1960년대의 역사적 사건들이 가사 중에 상징적인 단어들로 언급됩니다. 음악 전문가와 역사가들은 가사 해석을 두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구절은 반복적으로 나오는 후렴구입니다.The day the music died.”(음악이 죽던 날)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만찬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이 후렴구까지 부를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봤다고 합니다. 후렴구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거기까지 부르지 않으면 노래의 묘미가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온전히 후렴구까지 불렀습니다. ‘음악이 죽던 날’은 1959년 록가수 버디 홀리 등이 비행기 사고로 죽은 날을 말합니다. 이후 각종 사회적 혼란을 겪으면서 순수성이 사라지는 것을 ‘음악(미국)이 죽던 날’에 비유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백악관 만찬에 앞서 로즈가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회견에서는 정상회담 결과와 양국의 공동 관심사 외에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 방문 기간에 2024년 재선 도전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재선된다면 86세에 임기를 마치는 것인데 괜찮겠냐?”라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It doesn’t register with me,”(나이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register’는 ‘등록하다’ ‘기재하다’라는 뜻입니다. ‘register with me’은 ‘나에게 등록하다’가 됩니다. 등록은 기억에 남기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나이는 나에게 등록되지 않는다”라는 것은 “나이는 나에게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고민거리가 아니다”라는 의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심지어 자신이 지금 몇 살인지 모를 정도로 나이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3월 9일 소개된 ‘노익장 대선’에 대한 내용입니다. 2020년 대선은 나이 많은 후보들의 각축장이었습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모두 70대의 나이에 대선에 도전했습니다.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트럼프 후보가 다시 맞붙는다면 누가 당선되든 80세를 넘긴 나이에 임기를 마치게 됩니다.▶2020년 3월 9일올해 미국 대선의 키워드는 ‘백발’과 ‘70대’입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은퇴해서 여생을 즐길 나이에 대통령에 도전한다니 존경스럽기도 하고, 혹시나 건강에 무리가 없을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후보들의 건강 상태가 매우 중요한 대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Biden accepts incremental, half-a-loaf-is-better-than-none politics, while Sanders demands go-for-broke maximalism.”(바이든은 점차적이고, 빵 반쪽이 아예 없는 것보다 낫다는 정치를 한다. 반면 샌더스는 한 번에 전부를 걸자는 최대주의자다)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바이든 후보와 샌더스 후보의 차이점을 이렇게 말합니다. 바이든 후보는 현실주의자입니다. 조금씩 변화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빵 반쪽을 얻은 것이 아예 못 얻는 것보다 낫다’라는 주의입니다. 반면 샌더스 후보는 맥시멀리스트(최대주의자)입니다. 단번에 사회를 확 바꾸자는 주의입니다. 군대용어인 ‘go-for-broke’는 부서진다는 각오로 공격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If you say ‘Yeah’, everyone says, ‘Whiner.’ And if you say ‘No’, about a bazillion women think, ‘What planet do you live on?’”(‘그렇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나를 ‘불평주의자’라고 할 것이고, ‘아니다’라고 하면 수많은 여성이 ‘저 여자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온 거야’라고 생각할 것이다)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레이스를 포기했습니다. 한 기자가 “유세에서 성차별을 느껴본 적이 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yes”와 “no”로 대답하기 힘들다는 워런 의원의 대답입니다. ‘whine’(불평하다)을 잘하는 사람을 ‘whiner’(화이너)라고 합니다. ‘billion’(10억)과 ‘zillion’(막대한)이 결합한 ‘bazillion’(버질리언)은 ‘방대한 수’를 말합니다.There’s something going on there.”(무슨 일이 있다)바이든 후보는 피곤해 보입니다. 말실수도 자주 합니다. 대통령이 아닌 상원의원에 출마할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슈퍼 화요일”을 “슈퍼 목요일”이라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눈치채지 못할 리 없습니다. 그는 “거기(바이든 건강)에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일부 정신과 전문의들은 바이든 후보의 인지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립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There is a full-blown investigation going on.”(전면 조사가 진행 중이다)최근 미국에서 군사기밀이 온라인상에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범인은 잭 테세이라라는 21세의 공군 일병이었습니다. 그는 게임 채팅 플랫폼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관한 정부 기밀을 올렸습니다. 그중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해 한국 정보 당국자들이 나눈 대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조 바이든 대통령은 유출 사실이 알려지자 “전면 조사 중이다”라고 밝혔습니다. ‘full-blown’(풀블로운)은 범죄사건이 일어나면 수사당국이 쓰는 단골 단어로 뒤에 ‘investigation’(조사)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 그대로 ‘크게’(full) ‘부풀린’(blown)이라는 뜻입니다. ‘blow’는 활용도가 높은 단어입니다. ‘blow away’는 ‘감동하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blow out of proportion’은 ‘뻥치다’입니다. ‘out of proportion’(프로포션)은 ‘비율에서 벗어난’ ‘과도하게’라는 뜻입니다.기밀 유출은 대개 내부자 소행입니다. 기밀을 유출하는 이유는 잘못을 바로잡고 싶은 정치적 신념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이런 중요한 정보를 다룬다’라고 과시하고 싶은 욕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테세이라 일병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whistleblower’(내부고발자)라고 합니다. 주변에 알리기 위해 호루라기를 분다는 뜻입니다. 여기 또 ‘blow’가 나오네요. 미국 역사상 유명한 내부고발자를 알아봤습니다.I’m the guy they called Deep Throat.”(내가 바로 딥스로트라고 불리는 사람이다)‘딥스로트’라고 불리는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내부고발자는 마크 펠트 전 중앙정보국(FBI) 부국장입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불법 도청을 알리겠다는 신념과 FBI 국장 자리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내부고발자가 됐습니다. 펠트 부국장이 딥스로트라는 소문은 끊이지 않았지만 사실로 확인되기까지는 30여 년이 걸렸습니다. 2005년 존 오코너라는 연방검사 출신의 변호사가 시사잡지 베니티페어에 펠트 부국장의 딸 조앤 펠트를 만나 사실을 추적하게 된 경위를 밝힌 기사를 게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당시 92세의 펠트 부국장은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태였지만 정신이 맑을 때 딸에게 자신이 딥스로트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딥스로트의 정체를 공개한 베니티페어의 유명한 기사 제목입니다. ‘guy’ 대신에 ‘one’(바로 그 사람)을 써도 됩니다. ‘they’는 불특정 다수를 가리킵니다.I felt that as an American citizen, as a responsible citizen, I could no longer cooperate in concealing this information from the American public.”(미국 시민으로서,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더는 정보를 미국 대중으로부터 숨기는 일에 협조할 수 없었다)해리 트루먼부터 리처드 닉슨에 이르기까지 4개 행정부에 걸친 미국의 베트남전 불법 개입의 역사를 폭로한 것은 대니얼 엘스버그 연구원입니다. 랜드연구소의 군사 분석가였던 그는 베트남전을 포함한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미국의 역할을 기록한 보고서 ‘펜타곤 문서’(Pentagon Papers)의 주요 내용을 뉴욕타임스에 유출했습니다.엘스버그 연구원은 펠트 부국장과 달리 자신이 내부고발자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인정하고 간첩죄, 음모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1971년 그는 검찰에 자진 출두하면서 기밀 유출에 대해 양심에 따라 행동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용기 있는 보도와 더불어 널리 알려진 발언입니다. 닉슨 대통령이 엘스버그 연구원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혐의로 풀려나 반전운동가로 변신했습니다. People tried to say, ‘This all happened because you were trans.’ It’s like, no.”(사람들은 내가 성전환자라서 이런 일을 벌였다고 한다. 아니거든요)2010년 이라크에 파견된 정보분석가 브래들리 매닝은 내부고발 전문 인터넷 매체 위키리크스에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기밀문서 75만 건을 넘겼습니다. 사건 당시 매닝은 23세로 테세이라 일병과 비슷한 나이였습니다. 20대 초반의 낮은 계급 군인이 국가 기밀문서를 다룰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은 당시에도 큰 논란이 됐습니다. 매닝은 또 다른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성정체성 문제였습니다. 매닝은 2013년 유죄 판결을 받은 직후 이름을 ‘브래들리’에서 ‘첼시’로 바꾸고 성별도 ‘he’(그)에서 ‘she’(그녀)로 바꾼다고 밝혔습니다. 내부고발자라는 것보다 성전환자라는 사실이 더 화젯거리였습니다.매닝은 2022년 자서전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성전환 과정의 혼란 때문에 기밀을 유출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미국인들은 성전환자를 의미하는 ’transgender’ ‘transsexual’을 짧게 ‘trans’(트랜스)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내부고발자처럼 자신도 권력의 비리를 알리기 위해 기밀을 유출했다고 했습니다. 매닝이 유출한 문서 중에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는 증거가 없고 미군이 이라크 민간인을 살상했다는 등의 민감한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명언의 품격기밀 유출의 원조는 미국 건국의 주역 중 한 명이자 100달러 화폐에 그려진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독립 전인 1773년 우정공사 자격으로 영국에서 근무 중이던 프랭클린은 이상한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식민지 매사추세츠주를 다스리던 토머스 허친슨 주지사가 몇 년 전 영국 본국에 보낸 편지였습니다. 식민지 주민들의 본국 정부에 대한 반감이 날로 커지고 있어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매사추세츠 보스턴 출신인 프랭클린은 영국 정부의 강압적인 정책은 무시한 채 반발 제압에만 초점을 맞춘 편지 내용은 옳지 않다고 봤습니다. 사실 확인을 위해 비밀리에 편지를 보스턴의 독립운동가들에게 보냈습니다. 편지는 여러 명을 거쳐 ‘보스턴 가제트’에 보도됐습니다. 이 사건을 ‘허친슨 편지’(Hutchinson Letters) 사건이라고 합니다. 사건은 큰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보스턴 주민들은 편지에서 “반발을 통제해야 한다”라는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주민들의 분노는 지역 특산물인 차(茶)를 바다에 내다 버리는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으로 이어져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영국 정부는 허친슨 편지를 프랭클린에게 보낸 범인 색출에 나섰습니다. 프랭클린은 편지를 전달받은 경위를 추궁받았습니다. 3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사건에 가담했다는 누명을 쓰자 프랭클린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편지 유출은 자기 혼자만의 책임이라는 내용입니다. I think it incumbent on me to declare that I alone am the person who obtained and transmitted to Boston the letters in question.”(문제의 편지를 받아서 보스턴에 보낸 것은 내가 혼자 벌인 일이라고 분명히 밝히는 것이 의무라고 본다)‘incumbent’(인컴벤트)는 ‘자리에 있는’ ‘재임 중인’이라는 뜻입니다. 현직 대통령을 ‘incumbent president’라고 합니다. 뒤에 ‘on’이 붙으면 ‘책임을 지다’ ‘의무다’라는 뜻이 됩니다. 우정공사에서 해임돼 미국으로 돌아온 프랭클린은 영웅 대접을 받았습니다. 허친슨 편지 사건을 계기로 프랭클린은 건국의 핵심 주역 7인 중 한 명으로 떠올랐습니다. 프랭클린에게 문제의 편지를 보낸 인물은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실전 보케 360미셸 오바마 여사는 백악관을 떠난 지 7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인기 있는 전직 퍼스트레이디입니다. 요즘은 두 번째 저서 ‘The Light We Carry’(한국명 ‘자기만의 빛’) 홍보에 여념이 없습니다. 첫 번째 책 ‘비커밍’이 자신의 성장 과정을 다룬 자서전이었다면 이번 책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삶의 교훈을 담은 내용입니다.미셸 여사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결혼 생활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요즘 젊은이 중에는 결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뛰어들었다가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If I fell out with him for 10 years, and we had a great 20 years, I’d take those odds anytime,”(만약 그와 10년간 사이가 좋지 않고, 20년간 행복한 내기가 있다면 나는 언제라도 그 내기에 응하겠다)‘odds’(오즈)는 ‘내기’ ‘게임’이라는 뜻입니다. ‘chance’와 비슷한 뜻입니다. ‘take odds’ 대신에 ‘take chances’라고도 합니다. ‘내기를 받아들이다’ ‘게임에 응하다’라는 뜻입니다. ‘내기를 받아들이다’라는 것은 ‘수긍한다’라는 의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30년간 결혼 생활을 한 미셸 여사는 20년은 행복한 시간이었고 10년은 그렇지 못했다고 합니다. “3분의 2만 행복해도 결혼이라는 게임에 응하겠다”라고 하는 것은 “결혼은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사람과 ‘가까워지다’ 또는 ‘멀어지다’라고 할 때 ‘fall in(또는 out) with’라고 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9월 30일 소개된 ‘우크라이나 스캔들’ 내부고발자에 관한 내용입니다. ▶2019년 9월 30일 PDF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조사까지 몰고 간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자신의 정적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부자가 연루된 우크라이나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압박했고, 이런 사실이 공개될 조짐을 보이자 통화 녹취록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백악관에 배속됐던 중앙정보국(CIA) 소속 내부고발자가 “통화 내용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된다”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정보당국 감찰관실에 보내면서 우크라이나 스캔들 조사에 불을 댕겼습니다. 이 고발장은 내용과 형식이 모두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기자는 글을 쓰는 직업입니다. 논리적이고 유려하면서 상대방을 이해시킬 수 있는 글을 써야 하지요. 하지만 사실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조사의 도화선이 된 내부고발자의 고발장이 바로 그런 글입니다. 9쪽으로 구성된 이 문건은 내용도 중요하거니와 스타일도 훌륭합니다.This had to be the best composed, best written, best documented complaint I've ever seen.”(내가 본 것 중에서 가장 구성이 잘 돼 있고, 가장 잘 썼고, 가장 사실관계가 잘 기록된 문건임에 틀림없다)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DNI)이 CNN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국가기밀과 관련된 모든 내부고발자 문건은 DNI에게 보고됩니다. 클래퍼 국장은 7년 동안 DNI를 맡으면서 얼마나 많은 고발장을 봤겠습니까. 자신이 본 것 중에서 가장 뛰어난 문건이라고 합니다.The whistleblower gets right to the heart of the matter.”(내부고발자는 바로 핵심으로 들어간다)고발장을 심층 분석한 뉴욕타임스 기사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고발장은 첫 문장부터 핵심을 치고 들어갑니다. “긴급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보고를 하겠다”라는 구절로 시작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조사하도록 압력을 넣었고, 백악관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문장이 나옵니다. ‘get right to’는 ‘곧바로 가다’라는 뜻입니다. ‘right’는 생략 가능합니다. ‘heart of the matter’(사건의 본질) 대신에 짧게 ‘point’(요점)라고 해도 비슷한 뜻입니다.The whistleblower uses active verbs.”(내부고발자는 능동형 동사를 쓴다)한국말도 그렇고 영어도 그렇고 행동 주체가 확실하지 않거나 숨기고 싶을 때 수동태 동사를 써서 살짝 넘어갑니다. 반면 고발장에서는 능동태 동사가 자주 등장합니다. 예컨대 고발장에는 “White House officials intervened to lock down all records of the phone call”(백악관 관리들이 통화에 대한 모든 기록 제거에 나섰다)이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이것을 “All records of the phone call were locked down”이라는 수동형으로 썼다면 밋밋했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