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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같은 사태가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예금 인출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는 더 빨랐을 겁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최근 글로벌 은행 위기와 관련해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안겼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젊은 층의 디지털뱅킹이 한국에서 훨씬 더 많이 발달했고 예금 인출 속도도 빠른 만큼 이런 디지털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에게도 손 쓸 새 없이 엄청난 속도의 디지털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이 찾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과거에는 은행이 문을 닫았을 때 수일 내 예금을 돌려줬지만 이제 수 시간 내 고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한은이 감독당국과 함께 어떻게 대응할지가 새로운 숙제”라고 설명했다.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총재 회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춘계회의 참석차 방미 중인 이 총재는 이날 앞서 가진 동행기자단과 오찬 간담회에서도 “최근 은행 관련 사태로 많은 중앙은행이 디지털 경제에서 규제나 예금보호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최근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에서 1조 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이 발생했다는 허위 사실이 퍼진 사례를 언급하면서 AI를 활용한 가짜뉴스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로 가짜뉴스가 퍼지면 사람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은행에서 돈을 뺄 수 있다”며 “이런 가짜뉴스가 나오면 일벌백계하고 금융시장 교란 요인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14일 간부회의에서 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악성 소문에 엄중히 대처할 것을 지시했다. 이 총재는 최근 열린 경제·금융당국 수장 회의에서 금융감독원의 은행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는 일각의 보도에 대해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총재는 “(회의 자리에서) 현재 금리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지만 ‘미시적으로 간섭하지 말라’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예금·대출금리 마진(차이)을 줄이도록 지도 혹은 부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글로벌 경기와 관련해서는 “미국 경기는 상고하저(上高下低)겠지만 우리는 중국, 정보기술(IT) 경기에 달려있다”며 “반도체 가격이 많이 내려갔으니 하반기 이후 좋아지면 우리는 상저하고(上低下高)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미 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3일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 하반기(7~12월)에 좀 더 나은 경기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금융상황에 대해선 “뉴욕 월가나 신용평가사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한국의 금융시장, 기관 건전성에 대한 신뢰는 상당히 높다”며 “비금융권 일부 섹터에서 연체율이 다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아직 그것이 시장 전반의 불안을 확산시키는 시스템적 리스크로 다가올 가능성은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추 부총리는 이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만나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관련 규정상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우리 업계의 우려가 잔존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이자율 하위 100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기준금리(연 3.50%)보다 낮은 1∼2%대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었다. 또 이런 혜택을 보고 있는 대출자의 상당수가 공무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 공무원은 ‘고금리 무풍지대’13일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신용대출 이자율 하위 100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은행별 신용대출 이자율 하위 100건의 적용 금리는 최저 1.32%에서 최고 3.36%였다. 이는 은행권 평균 신용대출 금리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2월 예금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가중평균·잔액 기준)는 6.37%로 2013년 11월(6.39%)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이자율 하위 100건 대부분이 공무원 전용 우대상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은행은 81건의 대출자가 일반직 공무원 40명, 교육공무원 31명, 소방공무원 3명, 군인공무원 3명, 기타공무원 3명, 경찰공무원 1명 등으로 확인됐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지방에 영업점이 많은 특성상 공무원들이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무원들의 신용등급이 높은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2016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신용대출 이자율 하위 100건 중 94건의 대출자가 공무원과 공기업 관계자로 드러나 특혜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국민은행은 100건 중 37건이 공무원연금공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현직 공무원에게 제공하는 ‘KB공무원우대대출’ 상품이었다. 나머지 63건도 군인연금 수령자를 대상으로 한 ‘KB군인연금협약대출’로 결국 이자율 하위 100건 모두 전현직 공무원 우대상품이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특정직군 공무원 협약대출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수익을 얻기 위해 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퇴역군인이나 유족 등을 위한 공익 목적의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상생금융 고민해야”신한은행(18건)과 우리은행(3건), 하나은행(1건) 등은 신용대출 이자율 하위 100건 가운데 공무원이나 군인, 공기업 직원에 대한 대출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저금리 혜택은 대부분 고신용 고객에게 집중됐다. 우리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이자율 하위 100건 가운데 40건은 대기업 직장인, 24건은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이었다. 하나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하위 100건 중 67건은 새희망홀씨 차주 및 취약계층에 대한 금리 우대가 적용된 대출이었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은행에서 이자율 하위 100건에 포함된 서민 대출상품은 17건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고신용자에게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것이 시장원리에는 맞지만 금리 양극화가 심해지지 않도록 저신용자를 어느 정도는 배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상호저축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16.96%에 달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이 영업과 마케팅을 위해 특정 직업 등을 우대하는 저금리 상품을 운용할 수 있지만 시중금리보다 현저하게 낮은 금리를 적용해 특혜를 준다면 다른 고객들은 손해를 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대출 건전성을 생각해야 하는 시중은행으로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을 마냥 확대할 수는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정책금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서민들을 위해서도 금융정보 이외의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금리를 낮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한 번 낮춰 잡았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연속 동결하며 올해 성장률이 2월 전망치인 1.6%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역성장(―0.4%)했던 한국 경제가 올해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이 짙어지고 있다. IMF는 11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월 전망치(1.7%)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IMF는 지난해 1월 2023년 한국의 성장률을 2.9%로 예측한 이후 같은 해 7월(2.1%)부터 4차례 연속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도 2.8%로 0.1%포인트 낮췄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따른 은행 위기로 글로벌 금융 불안이 커진 탓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된 가운데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2월에 이은 두 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정보기술(IT) 경기 부진 심화 등으로 (성장률이) 2월 전망치인 1.6%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 안정 상황, 여타 불확실성 요인을 점검해 나가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야오웨이 소시에테제네랄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미 기술적으로 경기 침체에 와 있다고 본다”며 “한은의 금리 인상 국면은 올 1월에 끝났다”고 분석했다.韓銀 “올 성장률 1.6%보다 낮을 것”… 2연속 기준금리 동결 반도체 수출 줄고 가계빚 3000조 육박IMF 등 韓 성장률 1%대 중반 전망시장선 ‘금리인상 사실상 종료’ 관측이창용, 연내 인하 가능성엔 선그어국제통화기금(IMF)이 4차례 연속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도 최근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 하반기(7∼12월) 경기 회복 전망마저 불확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불황에 가계부채가 하방요인 IMF는 11일(현지 시간) 세계 10대 경제국 중 미국(1.4→1.6%), 영국(―0.6→―0.3%), 이탈리아(0.6→0.7%)만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 한국(1.7→1.5%)과 일본(1.8%→1.3%), 독일(0.1→―0.1%), 인도(6.1→5.9%) 등 4개국은 낮췄다. 중국(5.2%), 프랑스(0.7%), 캐나다(1.5%)는 그대로 유지했다. IMF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네 차례 연속 낮춰 잡은 것을 두고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반도체 부진이 반영됐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모바일, PC 등의 수요가 위축된 데다 D램 가격도 하락하면서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까지 8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대중(對中) 수출마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부진하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입액이 수출액을 넘어서면서 무역수지도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3개월 연속 적자다. 무역적자가 13개월 이상 계속된 건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무역적자도 258억여 달러로 불어나며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 규모(478억 달러)의 절반을 훌쩍 넘겼다. 가계부채도 불안 요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전 세계적인 고금리 국면에서 큰 가계부채 규모도 부담으로 봤을 것”이라고 했다. 한은 공식 집계상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867조 원이지만 ‘숨은 빚’인 전세보증금까지 포함하면 3000조 원에 육박한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여건을 ‘험난한 회복 과정(A Rocky Recovery)’으로 평가하며 지나치게 높은 공공·민간부채 수준, 신흥국 및 개도국 중심으로 나타나는 신용 스프레드(금리 차이) 상승 등을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IMF 외에 여타 기관들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대 중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간 1%대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과 팬데믹 첫해였던 2020년(―0.7%)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 “금리 인하는 언급할 단계 아냐”한은도 이 같은 경기 침체 우려에 일단 금리 동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소비 부진이 다소 완화됐지만 수출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1분기(1∼3월) 성장률은 소폭의 플러스로 전환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년 연간 성장률은 정보기술(IT) 경기 부진 심화 등의 영향으로 2월 전망치 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이번 금리 동결의 배경은 경기 침체”라며 “수출이 부진하고 세수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금리를 더 올리면 경기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고 금융시장 부실화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선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총재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선을 그으며 “금통위원 다섯 명은 기준금리를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1.50%포인트로 유지됐다. 하지만 미국이 5월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게 되면 금리 차는 1.75%포인트, 사상 최대 폭으로 벌어지게 된다. 한미 금리 차 확대는 외국인 자금의 이탈과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2.5원 오른 1322.2원에 거래를 마쳤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한 번 낮춰 잡았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연속 동결하며 올해 성장률이 2월 전망치인 1.6%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역성장(―0.4%)했던 한국 경제가 올해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이 짙어지고 있다. IMF는 11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월 전망치(1.7%)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IMF는 지난해 1월 2023년 한국의 성장률을 2.9%로 예측한 이후 같은 해 7월(2.1%)부터 4차례 연속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아울러 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도 2.8%로 0.1%포인트 낮췄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따른 은행 위기로 글로벌 금융 불안이 커진 탓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된 가운데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2월에 이은 두 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정보기술(IT) 경기 부진 심화 등으로 (성장률이)2월 전망치인 1.6%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 안정 상황, 여타 불확실성 요인을 점검해 나가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웨이 야오 소시에테제네랄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미 기술적으로 경기 침체에 와 있다고 본다”며 “한은의 금리 인상 국면은 올 1월에 끝났다”고 분석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코스피가 약 8개월 만에 2,500 선을 돌파했다. 삼성전자 감산 발표 이후 반도체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 2차전지 강세도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87%(21.67포인트) 오른 2,512.08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500 선을 넘긴 건 지난해 8월 18일(2,508.05) 이후 처음이다. 이날 코스피 상승은 외국인이 주도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409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삼성전자(2923억 원)와 SK하이닉스(1016억 원), LG에너지솔루션(854억 원) 등 반도체와 2차전지 관련주에 순매수세가 몰렸다. 최유준 신한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이틀 동안 삼성전자를 1조2000억 원 순매수하는 등 반도체 업종 매수세가 유입됐다”며 “코스피가 작년 8월부터 이어진 박스권 상단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 6743억 원, 282억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원 오른 1319.7원에 마감됐다. 미국 고용지표의 회복세로 다시금 시장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졌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한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 교육을 받은 사람인데 막상 나와 내 기업에 대해 한국보다 영국이 더 많이 알아주고 있다.”(‘샤코 뉴로텍’ 정수민 대표) 처음부터 한국이 아닌 먼 이국땅에서 창업하는 이른바 ‘본 글로벌’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KOTRA가 지난해 12월 세계 29개국에 자리 잡은 한국계 해외 진출 스타트업 25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32개사(51%)는 한국에 모기업 없이 아예 처음부터 해외에서 창업한 ‘본 글로벌’ 기업이었다. 2020년 50개사(37%), 2021년 91개사(46%)였던 본 글로벌 스타트업의 수와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본보는 이 중 미국과 영국에 둥지를 튼 본 글로벌 스타트업 대표 4명을 직접 인터뷰했다. 특별한 연고도 없이 해외에서 창업하는 과정은 분명 고난의 연속이었다. 2016년 영국 런던에 한류 콘텐츠 제작 및 지식재산권(IP) 관리 등을 아우르는 플랫폼 서비스인 ‘프론트로(Frontrow)’를 세운 이혜림 대표(37)는 “마치 황무지에서 홀로 헤엄치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대표들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다시 창업한다 해도 한국이 아닌 해외를 선택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될성부른’ 아이디어를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창업을 밀어붙이는 대학의 인큐베이팅, 창업가를 위한 통 큰 비자 지원, 법인 설립 쾌속 절차 등 해당 국가들의 촘촘한 창업 지원 인프라가 한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영국은 기업등록관청인 컴퍼니스하우스 홈페이지에서 12파운드(약 2만 원)만 내면 30분 만에 법인 등록이 가능했다”며 “마치 사이트 회원 가입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英선 2만원 내면 30분내 법인 등록… 창업 지원 인프라가 달라” 해외 창업 스타트업 증가“외국은 창업에만 집중하게 지원… 세금-규제 혜택 받을거란 믿음 있어韓, 스타트업 환경-투자정책 등 글로벌 스탠더드 맞춰야 韓서 창업” 현재는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 중인 스타트업 대표들이지만 이들 모두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직장 생활을 하던 ‘토종 한국인’이었다. 2016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의료용 로봇 스타트업 ‘로볼리전트(Roboligent)’를 세운 김봉수 대표(45)는 KAIST 기계공학과 석사 졸업 후 30대 초반까지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에서 근무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신인 작곡가 발굴 및 음악 저작권을 관리하는 ‘스카이워드뮤직펍’을 운영 중인 이광복 대표(41) 역시 한국 대학을 나왔고, 이벤트 기획 일을 하다 뒤늦게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하지만 대학을 중심으로 한 해외 창업 생태계는 그들을 자연스럽게 창업가로 바꿔놓았다. 로봇을 공부하고 싶어 무작정 텍사스로 왔을 뿐 애초 창업할 생각은 하지 않았던 김 대표였지만 텍사스대는 그의 연구물을 내버려두질 않았다. 그는 “학교에서 먼저 창업 얘기를 꺼냈고, 이후 학내 인큐베이터(창업보육) 지원을 받게 되면서 오로지 창업에 길들여지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파킨슨병 증상완화 의료기기 개발업체 ‘샤코 뉴로텍(Charco Neurotech)’을 차린 정수민 대표(36)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고려대 산업정보디자인과를 나와 2013년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ICL)과 왕립예술학교(RCA)의 혁신디자인공학과 이중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그는 “학교가 내가 디자인한 것에 대해 특허도 내주고 투자도 해주면서 적극 나섰다”라면서 “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저절로 영국에서 회사를 차리게 됐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특히 기업등록관청 홈페이지에 12파운드만 내고 30분 만에 법인을 만들 수 있는 초간단 설립 절차를 큰 매력으로 여겼다. 마치 웹사이트에 회원 가입하듯 간편하다는 것이다. 대학 외에도 현지 정부의 비자 정책, 창업 인프라 등은 이들이 오로지 창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줬다. ‘K콘텐츠의 유럽시장 개척’이라는 꿈을 안고 런던을 찾은 이혜림 대표는 첫 3개월 동안 RCA 인큐베이터 센터 교육생으로 사업 모델 개발에 전념했다. 센터를 수료하고 비자 문제로 고민하던 찰나 영국 정부는 이 대표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해 연구·문화예술 등 분야 해외 우수 인력에게 제공하는 ‘글로벌 탤런트 비자’를 발급해줬다. 물론 이들이 탄탄대로만 걸었던 건 아니다. 창업 초반 사무실을 구할 돈이 없었던 김 대표는 자택 차고에서 연구를 이어가야 했다. 정 대표는 “매번 미팅을 하고 나면 내가 알아들은 게 맞는지 재차 되물어야 했다. 나로 인해 사업에 차질이 생길까 봐 밤낮 없이 영어 공부를 해야 했고 지금도 공부하는 중”이라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다시 창업해도 해외를 선택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같은 기회와 혜택들을 과연 한국에서도 누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혜림 대표는 “영국 스타트업 생태계 내에는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세금, 규제 혜택은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내 기업이 한국보다 더 합당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받을 거란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직원 40여 명을 둔 글로벌 강소기업의 대표로 성장한 정 대표는 이미 한국법인을 차리고 경기도 공장에 제조를 맡겼다. 이혜림 대표는 “스타트업 환경과 투자 정책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한국인들이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글로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장은 본 글로벌 스타트업의 증가세를 두고 “(유학 등으로)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해외 인재들이 크게 늘었다”라며 “본 글로벌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이들을 레퍼런스 삼아 해외서 활발한 창업활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지닥(GDAC)이 해킹으로 약 200억 원어치의 가상자산을 탈취당했다. 10일 지닥은 홈페이지를 통해 “전날 오전 7시경 지닥 핫월렛에서 해킹이 발생해 일부 자산이 식별되지 않은 지갑으로 발송됐다”는 내용의 긴급 공지문을 올렸다. 핫월렛은 온라인과 연결된 가상화폐 지갑이다. 해킹 피해자산은 비트코인(BTC) 60.80864074개, 이더리움(ETH) 350.50개, 위믹스(WEMIX) 1000만 개, 테더(USDT) 22만 개로 약 200억2741만 원(9일 오전 7시 코인마켓캡 가격 기준)이다. 지닥에 따르면 피해자산은 지닥 총 보관자산의 약 23%에 달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규제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2021년 시행된 이후 수백억 원대 해킹 사고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닥은 이날 지갑시스템(입출금 시스템)과 관련 서버를 중단·차단하고 경찰에 신고해 사이버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닥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금융정보분석원(FIU)에도 피해 사실을 보고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지닥은 국내 금융당국에 신고를 마친 코인마켓(코인 간 거래만 가능한 마켓) 거래소 중 하나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선 5대 원화마켓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점유율이 97% 이상으로 추산되지만, 코인마켓 거래소에서는 지닥의 거래 규모가 가장 큰 편에 속한다. 블록체인전문 마케팅 기업 이더랩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최근 3개월간 월 평균 방문자 수는 13만5205명으로 전체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5위였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번진 은행 위기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안전자산인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금 사재기’에 나섰던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값 랠리에 흡족한 모습이다. 올해 금값이 온스당 23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등 금 투자 전략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다른 중앙은행과 달리 금 강세장에서 소외됐다. 10년째 그대로인 한은의 금 보유량을 두고 ‘트라우마’에 갇혀 투자를 다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값 사상 최고가 근접 5일(현지 시간) 미국 투자분석업체 22V 리서치의 존 로크 선임 매니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 가격이 향후 온스당 2322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VB 파산 사태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달러인덱스도 약세로 전환되고 국채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는 과정에서 금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근월물 가격은 온스당 2035.6달러에 마감했다. 금 선물 가격은 지난달부터 가파르게 올라 3일 2000달러를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중 2020년 8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2051.5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면 금값이 추가 상승할 여지가 크다. 통상 달러와 금값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금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3년 금융시장에서 깜짝 놀랄 일들’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올해 금 가격이 2250달러까지 오를 거라고 내다봤다.● 한은 금 보유량은 10년째 제자리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로 금을 매입한 중앙은행들은 금값 고공 행진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금 수요는 4742t으로 2011년(4746t) 이후 최대였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50년 이후 최대 규모인 1136t에 달하는 금을 사들였다. 지난해 매입 규모는 2021년(450t)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선다. 특히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지난해 하반기(7∼12월)에 금 862t을 매입했다. ‘킹달러’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금 417t을 매입했는데 중국(62t)과 튀르키예(53t) 중앙은행이 큰손이었다. 지난해 11월 온스당 1630달러까지 떨어졌던 금값은 5일 기준 25% 가까이 올랐다. 크리샨 고폴 WGC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만연한 인플레이션 속에서 지난 1년간 중앙은행들이 곳간에 추가로 금을 보관한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한은은 금을 외면하고 있다. 한은의 금 보유량은 2013년 이후 10년째 104.45t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세계 36위 수준으로 외환보유액의 1.46% 수준이다. 한은은 김중수 전 총재 시절인 2011∼2013년 총 90t의 금을 매입한 뒤 금값이 떨어지면서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실패한 투자’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함준호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금 매입 시점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지금보다 금 보유 비중을 늘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글로벌 투자 전쟁에서는 소외되면서 국내에서만 존재감을 발휘하는 ‘우물 안 개구리’. 글로벌 금융 중심지를 꿈꾸지만 실상은 연기금과 민간 자산운용사, 시중은행 모두 세계 수준에 비해 크게 뒤처진 것이 ‘K금융’의 냉정한 현실이다. 기금운용본부를 전북 전주로 옮긴 국민연금은 900조 원이 넘는 운용 자산에도 불구하고 해외 금융사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바뀔 때마다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는 한국의 은행들은 전체 이익의 대부분을 이자이익에 의존하고 있고, 민간 자산운용사는 단 한 곳도 세계 10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전주 이전 국민연금 ‘우물안 개구리’인력 年 30명 이탈… 전문성 약화국내 자본시장 부동산-예금 몰려삼성자산운용 세계 103위 그쳐 “인천공항에서 택시로 이동해도 고속도로에서 3시간을 허비합니다. 오죽하면 한국까지 와서 국민연금을 안 만나는 자산운용사도 있겠어요.”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아시아 본사(홍콩)에서 한국 기관 마케팅을 담당하는 A 씨의 넋두리다. 한국에 출장 올 때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방문하는데, 전북 전주를 오가는 게 막막하다는 얘기다. 한국이 글로벌 ‘투자 전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국민 노후 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지리적 한계에 따른 인력 유출과 전문성 부족으로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들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지 못하고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는 모습이다.● 끝없는 인력 유출…해외에서도 “국민연금 패싱” 국민연금은 운용 자산이 7070억 달러(약 926조 원)로 전 세계에서 큰손 중의 큰손이다. 1조4250억 달러를 굴리는 일본 공적연금(GPIF)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그러나 몸집만 클 뿐 운용 성과는 떨어진다. 국민연금의 최근 10년(2013∼2022년) 수익률은 4.7%로 캐나다 CPPI(10%), 노르웨이 GPFG(6.7%), 일본 GPIF(5.7%) 등 주요 연기금에 비해 저조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현직들은 2017년 전주로 이전하며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했다고 평가한다. 양질의 투자처를 발굴하려면 시장과 쉼 없이 소통해야 하는데 지리적인 한계로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을 퇴사한 B 씨(42)는 “해외 금융사 사이에서 ‘NPS(국민연금의 영어 약어) 패싱’이란 말이 돌기도 했다”며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 국민연금은 더 이상 금융사들의 최우선 고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라 할 수 있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이 결여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위원회는 총 20명인데 이 중 노동조합·사용자 대표, 지역 가입자 대표 등 정부 측 인사만 30%(6명)다. 정부 입김에 취약한 데다 자산 운용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큰 것이다. 전문성이 뛰어난 운용역들은 국민연금을 계속해서 떠나고 있다. 국민연금이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 사이 퇴사한 운용역은 137명이었다. 해마다 30명 가까운 인력이 이탈한 셈이다. 전광우 전 국민연금 이사장은 “전 세계 연기금들이 대체투자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만큼 운용 조직을 서울로 복귀시켜 입지 매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민간 운용사들도 존재감 미미 민간 자산운용사들의 성장도 더디기는 마찬가지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풍부한 인력과 자금을 무기로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는 반면 아시아 금융허브를 꿈꾸는 한국의 금융사들은 아직 국내 경쟁에 머물고 있다. 우선 세계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엔 규모가 너무 작다. 글로벌 비영리 연구기관 싱킹 어헤드 인스티튜트가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500대 자산운용사’에 국내 운용사 9곳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100대 운용사에는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자산운용이 2021년 말 기준 운용자산 2521억 달러로 103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08위였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성장하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 규모에 비해 자본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에 소극적인 데다 투자금 대부분이 부동산이나 예·적금 상품에 몰려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금융사들이 다양한 해외 투자 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탓도 있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국내 운용사를 대형화하는 한편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블랙록과 같은 글로벌 운용사들은 수십 차례에 걸친 M&A로 몸집을 불렸다”며 “M&A에 인센티브를 주는 지원으로 글로벌 30위권 운용사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번진 은행 위기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안전자산인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금 사재기’에 나섰던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값 랠리에 흡족한 모습이다. 올해 금값이 온스당 23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등 금 투자 전략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다른 중앙은행과 달리 금 강세장에서 소외됐다. 10년째 그대로인 한은의 금보유량을 두고 ‘트라우마’에 갇혀 투자를 다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값 사상 최고가 근접5일(현지 시각) 미국 투자분석업체 22V 리서치의 존 로크 선임 매니저는 CNBC와 인터뷰에서 “금 가격이 향후 온스당 2322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VB 파산 사태 이후 미 연방준비은행(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달러인덱스도 약세로 전환되고 국채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는 과정에서 금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은행 위기로 금융 불안이 확산한 것이 금값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화가 왕이 아니다”라는 인식에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채권이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더해지며 금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근월물 가격은 온스당 2035.6 달러에 마감했다. 금 선물 가격은 지난달부터 가파르게 올라 3일 2000달러를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중에 2020년 8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2051.5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면 금값이 추가 상승할 여지가 크다. 통상 달러와 금값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금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3년 금융시장에서 깜짝 놀랄 일들’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올해 금 가격이 2250달러까지 오를 거라고 내다봤다.● 한은 금 보유량은 10년째 제자리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로 금을 매입한 중앙은행들은 금값 고공행진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금 수요는 4742t으로 2011년(4746t) 이후 최대였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50년 이후 최대 규모인 1136t에 달하는 금을 사들였다. 지난해 매입 규모는 2021년(450t)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선다. 특히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지난해 하반기(7~12월) 금 862t을 매입했다. ‘킹달러’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금 417t을 매입했는데 중국(62t)과 튀르키예(53t) 중앙은행이 가장 큰 손이었다. 지난해 11월 온스당 1630달러까지 떨어졌던 금값은 5일 기준 25% 가까이 올랐다. 크리샨 고폴 WGC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들은 2010년 이후 ‘유행’처럼 금을 순매수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만연한 인플레이션 속에서 지난 1년간 중앙은행들이 곳간에 추가로 금을 보관한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은 금을 외면하고 있다. 한은의 금 보유량은 2013년 이후 10년째 104.4t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세계 36위 수준으로 외환보유액의 1.46% 수준이다. 한은은 김중수 전 총재 시절인 2011~2013년 총 90t의 금을 매입한 뒤 금값이 떨어지면서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실패한 투자’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함준호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금 매입 시점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지금보다 금 보유 비중을 늘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가파른 금리 인상의 후폭풍으로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한계기업)이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국내 상장 제조업과 서비스업 기업 10곳 중 3곳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내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제조업 조사 대상 1542곳 중 418곳(27.1%)이 한계기업인 것으로 추정됐다. 2021년 말(263곳·17.1%)과 비교하면 한계기업 수는 155곳, 비중은 10%포인트 급증했다. 한계기업은 영업 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할 만큼 재무적으로 취약한 기업을 의미한다. 예산정책처는 이번 분석에서 2019년 이후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을 초과하지 않는 기업을 한계기업으로 정의하고 2021년 말과 2022년 9월 말 기준 한계기업을 산출해 비교했다. 제조업에서 한계기업이 가장 많은 업종은 기계·전기·전자(197곳)가 꼽혔다. 2021년 말(116곳)보다 81곳 늘었다. 이 밖에 석유화학(83곳→114곳)과 운송장비(25곳→39곳)에서 한계기업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비스업 역시 조사 대상 814곳 중 252곳(31.4%)이 한계기업으로 추정됐다. 2021년 말 191곳(23.5%)에서 61곳이 늘어난 셈이다. 영상·출판·정보통신(55개→78개), 도소매(48개→60개) 업종에서의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이 같은 한계기업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는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이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연 0.5%였던 기준금리를 올해 1월까지 10차례 인상하며 3.5%까지 끌어올렸다. 1년 5개월 새 3%포인트가 오른 셈으로 대출금리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민간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전체 상장사의 18.6%가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계기업 상태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2021년 말 한계기업 비중은 14.9%였다. 기업 구조조정을 책임지는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에서 분석한 한계기업 비중은 2021년 이미 18.3%에 달했다. 금리 인상의 그늘이 깊어지는 가운데 특히 중소 건설사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상장 건설사의 36.1%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기업이라고 분류하기도 했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이자비용 부담으로 한계기업 비중이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서 중소기업의 연체율도 꿈틀거리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안 좋을 때 구조조정을 하기는 쉽지 않지만 무턱대고 재정을 투입해선 안 된다”며 “정부가 원칙을 세워 옥석을 가리고 한계기업의 위기가 금융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하루 100만 배럴 넘게 줄이기로 ‘기습’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고, 일각에선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세계의 공장’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과 맞물려 인플레이션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긴축정책을 펴오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벌여온 각국 중앙은행들이 또 하나의 난제를 마주하게 됐다. ● 국제유가 장중 8% 급등중동 산유국이 주축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연합체 ‘OPEC플러스(+)’가 2일(현지 시간) ‘자발적 감산’이라는 명목하에 일일 116만 배럴의 감산을 결정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장중 8% 넘게 치솟았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권 위기와 그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OPEC+국가들은 가격 방어를 위해 급히 감산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감산량이 큰 국가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 다음 달부터 올해 말까지 하루 원유 생산량을 50만 배럴씩 줄이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또한 같은 기간 14만4000배럴의 감산을 예고했다. 올 3∼6월 50만 배럴의 감산 계획을 이미 밝힌 러시아는 감산 기한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OPEC+는 지난해 10월 올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20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러시아가 지난달 발표한 50만 배럴 감산에 이날 산유국들의 자발적 추가 감산까지 합치면 총 감산량은 하루 366만 배럴로 늘어난다. 이는 전 세계 수요의 3.7%에 달한다.● 배럴당 100달러 다시 오나 시장에선 공급 부족으로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OPEC는 지난달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원유 수요가 지난해보다 하루 71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기습 감산까지 이어지자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놓고 올해 브렌트유 유가 전망은 기존 배럴당 90달러에서 95달러로, 내년 전망치는 97달러에서 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기준금리의 방향을 결정하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심도 한층 깊어지게 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제유가가 올해 배럴당 70∼80달러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지만 중국 경제 상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라 유가가 90달러 이상 100달러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은은 현재 배럴당 80달러 수준인 국제유가가 10% 정도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포인트가량 오르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유가가 높아지면 경상수지 적자와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해 10월과 달리 곧 하절기로 접어드는 지금은 국제유가가 오르더라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 흐름과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국내 굴지의 반도체 회사를 다니는 40대 김모 씨는 국내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고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는 ‘서학개미’다. 올해 성과급을 받은 김 씨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 주식 10주를 딸에게 사줬다. 그는 “한국 증시의 성장성은 한계가 있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앞으로도 미국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생각해서 장기적 관점에서는 미국 기업에 투자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수익률을 비관하면서 김 씨처럼 한국 주식을 외면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글로벌 운용사 JP모건자산운용이 올해 발간한 ‘가이드 투 더 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2013∼2022년) 동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는 연평균 1.9%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이 장기적 관점에서 목표로 하는 물가상승률(2%)에도 못 미치는 성과다. 각국 증시의 연평균 수익률은 미국(12.6%)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대만(10.3%)과 인도(7.6%), 일본(5.9%), 중국(5.5%) 등 아시아 주요국도 한국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 반면 최근 10년간 연평균 변동성은 한국이 21.3%로 중국(24.6%) 다음으로 높았다. 미국(14.7%)과 일본(14.0%) 등 선진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결국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증시는 기대 수익률은 극히 낮은데 세계 최고 수준의 변동성을 감수해야 하는 시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JP모건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9배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1배 미만으로 집계됐다. 한국 증시의 가치가 국내 상장사가 보유한 자산의 장부가에도 못 미칠 만큼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등장과 정부의 인식 개선 등으로 변화의 조짐도 관찰되긴 하지만 자본시장의 수준이 경제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는 고질병은 여간해서 잘 고쳐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계 운용사 대표는 “비즈니스를 떠나 숫자만 놓고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하는 건 분명하다”며 “지배구조 문제와 낮은 주주환원율이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짠물 배당-지배구조-관치 논란… 韓 증시, 베트남-比보다 저평가 상장기업 이익 재벌 총수 등에 집중주주배당 선진국 절반 수준 그쳐기업 CEO 선임 관여 관치 논란도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현상) 용어가 일반화된 이래 한국 증시는 해외 선진시장에 비해 ‘재래시장’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떨치지 못했다. 선진 증시에선 제값을 치르거나 프리미엄(웃돈)을 줘야 살 수 있는 주식이 한국 증시에선 실적이나 덩치가 엇비슷한 기업이라도 주식 가치가 깎여서 거래된다는 뜻이다. 심지어 요즘 한국은 대만 등 비슷한 경쟁국은 물론이고 신흥시장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으로는 취약한 기업지배구조와 미흡한 주주 환원 등이 꼽힌다. 이에 더해 공매도 규제 등 낡은 관행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법제도, 무분별한 관치 역시 자본시장 선진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반값 할인’ K디스카운트 2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2∼2021년 한국 상장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 1.2배로, 선진국(2.2배)은 물론이고 신흥국(2.0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PBR은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대비 주가 수준으로, PBR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의 평균 PBR은 분석 대상 45개국 가운데 41위로 필리핀(14위), 베트남(11위), 브라질(30위), 이집트(34위) 등 웬만한 신흥국보다도 뒤처졌다. 김준석 자본연 연구위원은 “분석 기간 내내 대부분의 섹터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관찰됐다”며 “선진국과의 격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주식 가격을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도 비슷한 양상이다. 같은 기간 한국 상장사의 PER은 평균 17.0배로 선진국(22.0배)과 신흥국(21.3배)보다 낮았고, 분석 대상 38개국 중 29위였다. 2021년부터 미국 주식에만 투자하고 있다는 직장인 김모 씨(40)는 “한국에도 삼성이나 LG,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있지만 애플이나 테슬라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력과 창의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짠물’ 배당과 후진적 지배구조도 원인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저조한 수익성, 성장성과 함께 미흡한 주주 환원 수준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금액을 총자본으로 나눈 주주 환원 수준을 측정한 결과 2012∼2021년 한국은 45개국 중 43∼45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짠물’ 배당으로 유명하다. 국내 기업들의 2021년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19.1%로 영국(48.2%), 독일(41.1%), 미국(37.3%)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심지어 대만(54.9%)과 중국(35.0%), 일본(27.7%) 등 아시아 주요국과도 차이가 크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제조업 기반인 한국은 운전자본이 중요하기 때문에 배당 대신에 현금을 유보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규제부터 풀고 기업의 성장성을 확보한 뒤에 배당성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도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글로벌경쟁력지수(GCI)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는 140개국 가운데 100위 수준이다. 상장기업의 이익이 모든 주주에게 돌아가지 않고 재벌 총수나 일부 지배주주에게 집중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사례에서 나타나듯 기업들의 ‘쪼개기 상장’으로 개인 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반복되는 것도 저평가의 주요 원인이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싫다면 주주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나타나는 소액주주 연대와 행동주의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했다.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분류되는 KT나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두고 불거지는 관치 논란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사 경영자는 주주 이익을 최대한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경영자가 주주보다는 정부의 눈치를 더 많이 보고 있다”며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현상”이라고 꼬집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김수연 기자 suyeon@donga.com}
정부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올 들어 각종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월 외국인투자가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 2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배당 절차 개선 방안,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등을 발표했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2월 외신간담회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한국 자본시장의 주요 제도가 오랜 시간 큰 변화 없이 유지돼 온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에 진심이며 이번에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1∼6월) 중으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선진 자본시장을 위한 ‘가시적 목표’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은 아직도 요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2008년부터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시도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MSCI는 지난해 6월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도 한국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MSCI는 외국인투자가의 한국 금융시장 접근성과 외환시장 구조를 비롯해 공매도, 배당 절차, 기업지배구조 문제 등을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선결 과제로 꼽았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전 세계 160개 글로벌 투자가와 금융기관을 회원사로 둔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한국 자본시장 백서에서 “외국인들이 2020년 3월 이후 코스피에서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제한된 정보 접근성, 거래 활동 제한 등 구조적인 이슈가 이 같은 현상의 요인이 됐다고 진단한 바 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공매도를 전면 재개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손 이사장은 17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공매도 규제 완화는 한국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이 문제는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어서 정부가 국민을 설득할 논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싼값에 되사서 갚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국내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면 주가 하락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자 2020년 3월부터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이듬해 5월부터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를 구성하는 일부 350개 종목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규제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 꼽아왔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공매도를 금지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손 이사장은 “공매도도 적절한 투자 방법 중 하나”라며 “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을 듣는 것이 지겹다. 지금이 오랫동안 미뤄둔 숙제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공매도 전면 허용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불법 공매도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금융당국과 검찰 등 관계기관이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외신간담회에서 “공매도 전면 재개는 장기적으로 보면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의 일부”라면서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공매도의 완전한 재개 여부는 정부에 결정 권한이 있지만 손 이사장은 한국 유일의 증권거래소 수장이라는 점에서 발언에 무게가 실린다고 평가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국민연금공단이 국내외 민간 자산운용사에 기금을 대신 굴려달라고 맡기면서 주는 수수료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 운용 수수료는 국민이 낸 연금보험료에서 나오는 데 수수료가 커지면 기금수익률과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17일 국민연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위탁 운용에 따라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2021년 2조3424억 원으로 2020년(1조3749억 원)보다 70.4% 급증했다. 국민연금의 위탁 운용 수수료는 2014년 6198억 원에서 2016년 8142억 원, 2018년 9652억 원 등으로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해마다 기금 규모가 커지고 외부 운용사에 맡기는 위탁자금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지급 수수료 추이단위: 원구분수수료2014년6198억2016년8142억2018년9652억2020년1조3749억2021년2조3424억 국민연금의 지난해 위탁 운용 수수료는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아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역대 최악의 수익률(―8.22%)로 약 80조 원의 평가 손실을 냈지만 2021년과 비슷한 규모의 위탁 운용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수료는 위탁계약에 따라 고정비용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전체 기금을 거의 반반씩 나눠서 절반가량은 직접 운용하고, 절반 정도는 위탁 운용한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자산군별 전체 운용현황을 보면 전체 자산 888조9901억 원 가운데 47.9%인 425조6898억 원을 민간 운용사에 맡겨서 운용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미국 실리콘밸리(SVB)금융그룹 주식 1218억 원어치 가운데 위탁 투자분은 약 923억 원 규모였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미 지역 은행에 이어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 파산 우려가 겹쳐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스위스 당국의 70조 원 상당의 CS 유동성 지원 방침에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이 은행의 덩치가 워낙 커서 ‘제2의 리먼 사태’ 위기감마저 감지된다. 15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전날 진정세로 돌아섰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CS발 위기감에 21.4% 폭락하는 등 지역 은행과 JP모건체이스 등 대형 은행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CS 최대주주인 사우디국영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 불가를 밝힌 뒤 불안이 증폭된 데 따른 것이다. 결국 스위스국립은행(SNB)이 유동성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시장은 일단 진정됐다. 1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08% 하락한 2,377.91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향후 CS 정상화까지 불안 조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유보할 것이란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다음 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 경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에 16일 뉴욕 증시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개장 직후 35% 이상 폭락하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국민연금 보유 CS 주식 3000억 추정… 해외투자 리스크 증폭 또 불거진 CS 파산 위기 최대주주 사우디銀 “지원 불가”에SVB 파산 공포 투자자 주식 투매유동성 지원에 우선 급한불만 꺼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앞으로 더 많은 고통이 닥칠 것이다.” 15일(현지 시간) 밥 미셸 JP모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은 이제 어제의 싸움이다. 지금부터는 금융 안전성과의 싸움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에 이어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며 글로벌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 우려가 커졌다. 1856년 설립된 CS는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5800억 달러(약 761조 원)로, 지난주 파산한 SVB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CS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만들어진 국제 은행 규칙에 따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으로 분류될 만큼 영향력이 큰 IB다. 한국도 국민연금의 CS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최대 4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등 CS가 파산한다면 적잖은 여파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동성 지원’에 진정세…정상화까지 먼 길지난해 하반기 제기된 CS 파산 우려는 한동안 잠잠하다 최근 SVB 폐쇄 후폭풍으로 다시 불거졌다. 14일 연례 보고서가 지난해 회계 내부 통제에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으며 고객 자금이 계속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하자 고객 불안은 더 커졌다. 15일 지분 9.9%를 보유한 최대 주주 사우디국립은행이 “보유 지분 10% 미만 제한으로 추가 지분 구입(자금 지원)이 힘들다”고 밝히자 투자자들은 CS 주식을 투매했고 주가는 장중 30.8%까지 폭락했다. SVB 파산 후폭풍에 휘청이다 겨우 진정세를 보이던 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비롯한 은행주는 다시 폭락세로 돌아섰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최근 5일간 36.2% 급등했다. 15일 스위스중앙은행이 “(CS에)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긴급 발표하고 나서야 날뛰던 금융시장은 진정될 기미를 보였다. 16일 코스피는 장 초반 CS 악재에 낙폭을 키우며 1%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스위스국립은행(SNB)의 대규모 유동성 지원 소식에 안정을 되찾으며 전날보다 0.8% 내린 2,377.91로 거래를 마쳤다. 마찬가지로 장중 1.7% 넘게 급락했던 코스닥지수도 혼조세를 보인 끝에 0.10% 오른 781.8로 마감했다. 금융 불안이 커지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3원 오른 1313.0원에 마감했다. SNB가 유동성을 지원하더라도 CS 증자에 참여할 기업을 찾기 어려워서 CS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S와 거래 관계가 깊은 미국 정부도 이날 재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CS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 CS 파산 공포, 국민연금도 물렸다국민연금이 보유한 CS 주식 규모가 3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돼 우려를 낳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자산 대비 CS 주식 비중은 0.11%로, 약 2755억 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민연금이 2018년 이후 보유한 CS 주식 비중은 해외주식 자산 대비 0.11∼0.13% 수준이기 때문에 이 같은 비중을 지난해 말에도 유지했다고 가정하면 국민연금의 CS 주식 위험노출액(익스포저)는 2650억∼3130억 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2021년 말 기준 CS 회사채도 1253억 원 보유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SVB 주식을 1218억 원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직접투자분이 295억 원, 위탁투자분이 923억 원이다. 파산한 SVB에 이어 CS에서까지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리스크가 커진 셈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한국투자증권이 인공지능(AI) 기반 리서치 서비스 ‘AIR(AI Research)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다. AIR ETF는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한 AI를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ETF를 분석하고 보고서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분석 대상 종목 수는 현재 124개로 지속 확대된다. 보고서에는 ETF에 관한 설명은 물론 최근 수익률과 펀더멘털(기초체력), 피어그룹(비교대상) 분석 등 알아보기 쉽게 시각화한 다양한 데이터를 담았다. 또 텍스트 마이닝 기법과 키워드 분석 등 자체적인 분석 모델을 활용해 주요 이슈와 연관된 ETF를 자동으로 찾아 제시해 주는 것도 특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7월 국내 주식을 대상으로 AIR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AIR는 매일 쏟아지는 3만여 건의 뉴스 콘텐츠를 계량분석하고 선별한 뉴스를 투자자에게 알아보기 쉬운 리포트 형식으로 제공해 화제가 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분석 범위를 미국 주식까지 넓혔고 올해 2월에는 미국 ETF까지 확장했다. AIR는 출시 후 올해 2월까지 국내 주식 7613개, 미국 주식 5626개 종목 코멘트를 내놨다. 중복을 제외한 국내 기업만 따져도 1689개 종목이다. 전체 국내 증시 상장기업의 72%를 다룬 셈이다. 특히 투자정보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중소형 주식을 폭넓게 커버했다. AIR가 지난해 다룬 1173개 국내 주식 가운데 85.1%는 시가총액 1조 원 미만 기업이다. 국내 증권사가 한 번도 리포트를 발간하지 않은 기업은 523개로 발간 종목의 44.6%에 달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R는 중소형주 발굴 측면은 물론 광범위한 글로벌 시장의 주제나 이슈 또한 빠르게 제시해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AI 기술을 활용해 리서치 역량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가상인간을 활용한 리서치 보고서 콘텐츠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쇼미더 리포트’라 이름 붙인 이 서비스는 가상인간 ‘한지아’가 시의성 있는 리서치 보고서를 선별해 3∼4분 길이의 영상으로 짧게 요약 설명해준다. 읽거나 듣는 보고서 형태를 벗어나 모바일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숏폼 콘텐츠 방식을 채용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보다 쉽게 시장 전망과 투자 의견을 전달하려는 목적이다. 한지아는 AI 서비스 전문 기업 이스트소프트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가상 캐릭터로 올해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얼굴을 학습해 외모를 구성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는 ‘디깅 모멘텀’(Digging Momentum)이다. 채광, 채굴을 뜻하는 디깅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본인이 좋아하고 선호하는 분야에 깊게 파고드는 현상을 말한다. 디깅 모멘텀은 소비를 넘어 투자에도 적용돼 비상장 주식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제품과 서비스, 관심 분야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데다 미래 가치가 뛰어난 기업의 주식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어 비상장 주식시장의 디깅러(디깅을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거래하는 투자자 수는 지난해 7월 이후 매월 약 11%씩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인당 평균 거래대금도 꾸준히 올라 지난해 7월 1만8494원에서 그해 11월 2만8995원으로 57% 증가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일반투자자 대상 거래 가능 종목은 총 56개로 민간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중 가장 많은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누적 거래대금은 1조1000억 원에 달한다. 기존 비상장 주식시장은 공시 의무 없이 허위 정보들이 산재돼 있어 정확한 기업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현재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등록된 기업들은 감사보고서 등 정기공시와 주요 경영사항을 파악할 수 있는 수시공시, 풍문이나 보도의 사실 여부와 중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조회공시 의무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국내 대형 증권사인 삼성증권과 제휴를 통해 비상장 기업 분석 리포트 서비스도 제공한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차별화된 편의 기능으로 복잡한 절차 없이 관심 있는 유망 기업에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다. 모바일 기반의 간편하고 직관적인 종목 탐색 환경이 구현돼 있어 트렌드 탐색에서 거래 체결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인기 종목들이 홈 화면 최상단에 배치돼 트렌드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구매하기’ 버튼이 함께 연동돼 초보 투자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테마별 탐색’ 기능을 통해 디깅러들이 선호하는 분야의 유망 기업들을 체크할 수 있고, 공모주 일정 탭에서 단계에 따른 상장 일정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올해 1월 시중 통화량이 9년 5개월 만에 감소했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통화량(M2·광의통화)은 3803조4000억 원으로 한 달 새 6조7000억 원(―0.2%) 줄었다. 통화량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13년 8월(―0.1%) 이후 처음이다. 증감률도 2011년 1월(―0.3%) 이후 가장 낮았다. 한은은 앞서 지난해 12월 통화량이 전월 대비 0.2%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정기 계절변동 조정을 거치면서 0.1% 증가로 수치가 최종 변경됐다. M2는 현금과 요구불 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협의통화(M1)와 2년 미만 정기 예금, 금전신탁,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한다. 금융상품별로는 정기 예·적금이 전월 대비 18조9000억 원 늘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25조8000억 원 줄며 2002년 12월 통계편제 이후 역대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금리가 높은 정기 예·적금으로 일부 자금이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주식과 채권투자 수요가 회복되면서 머니마켓펀드(MMF)와 수익증권은 각각 15조4000억 원, 4조2000억 원 늘었다. 통화량 감소를 두고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한 파급 효과가 시중 통화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단,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들이 연초 부가세 납부 등의 자금 수요로 수시입출식 예금 등에서 돈을 빼냈다”며 “통화량 감소세가 지속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