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대구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공모한 데이터 안심 구역 지역 거점 구축 및 운영 사업에 선정돼 국비 10억5000만 원을 확보했다고 9일 밝혔다. 데이터 안심 구역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활용가치가 높은 정부와 기관 및 기업의 데이터를 누구든지 안전한 환경에서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민감한 데이터의 유출 우려를 해소하고 양질의 분석 환경을 제공한다. 대구시는 경북대,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성알파시티 대구스마트시티센터에 개인분석실과 분석랩, 데이터반출실 등 데이터 안심 구역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달 중 관련 기관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연말까지 구축을 마무리한 뒤 1개월 동안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내년 2월 문을 열 예정이다. 향후 데이터 안심 구역을 통해 기업과 학생, 연구자, 시민들이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활용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영남권 최초로 데이터 안심 구역을 구축함에 따라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구축한 데이터 안심 구역의 13개 분야 170여 종의 데이터도 연계해 제공할 방침이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제69회 현충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등과 오찬을 함께 했다. 국군 의장대가 도열하고 군악대 연주 속에 참석자들을 일일이 영접한 윤 대통령은 “정부가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에게 최고의 예우로 보답하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있는 제복 근무자들의 노고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찬에는 6·25전쟁 학도병 등 참전유공자, 제2연평해전·연평도 포격전 참전용사, 6·25 유해 발굴 유족, 순직 군인·경찰·소방공무원 유족 등 160여 명이 초청됐다. 오찬 테이블에는 ‘대한민국을 지켜낸 당신의 희생을 기억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참석자 성명을 자수로 새겨넣은 냅킨이 개인별로 배치됐다. 6·25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박동군·박차생 참전용사, 고 전병섭 하사의 조카 전춘자 씨 등도 함께했다. 장남인 전병섭 하사를 비롯한 3형제가 6·25전쟁에 참전했으나, 전춘자 씨의 아버지인 차남 전병철 일등중사만 전쟁에서 돌아와 2014년 별세했다. 2021년 뒤늦게 전병섭 하사의 유해가 수습됐고 신원 확인 등을 거쳐 5일 삼남 전병화 이등상사의 묘역에 함께 안장하는 ‘호국의 형제’ 안장식이 거행됐다. 2016년 5월 강풍 피해 현장을 수습하다가 부상당해 치료 중 순직한 허승민 소방위의 배우자 박현숙 씨와 딸 소윤 양은 헤드테이블에 자리했다. 2015년 3월 응급 환자 구조 헬기를 타고 전남 신안군 가거도로 출동했다가 추락 사고를 당한 장용훈 경장의 유족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장 경장의 아들인 우진 군과 파인애플주스로 따로 건배를 나눴다. 우진 군은 “대통령님과의 식사가 기뻤다. 다음에 또 초대해 달라”고 했다. 허 소방위와 장 경장은 동아일보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윤 대통령에게 ‘영웅 제복’을 받았던 손희원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회장은 “멋진 제복을 입고 거리를 걸을 때 국민들이 알아보고 다가와서 인사를 해줘 가슴 벅찬 자긍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또 순직한 권의준 육군 소령의 딸인 소프라노 권소라 씨는 국민의례에서 애국가를 선도하고, 노래 ‘그대 내 친구여’ ‘아름다운 나라’를 부르며 기념공연을 펼쳤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문경=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최근 한 유튜버가 20년 전 ‘경남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연달아 공개하면서 이 사건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당시 가해자 대다수가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것을 두고 ‘이제라도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공개된 가해자가 직장에서 해고되는 등 여파가 커지고 있다. 다만 무고한 시민이 가해자의 지인으로 오인돼 피해를 보는 사례까지 나오자 한편에선 ‘사적 제재는 부작용이 크다.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이 이를 부추긴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해자 지목’ 4명 중 3명 일자리 잃어 6일 유튜버 A 씨는 한 30대 남성을 밀양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하는 동영상을 게재했다. 이 동영상에는 해당 남성의 실명과 얼굴뿐 아니라 현재 직장과 직급, 출신 군부대 등이 언급됐다. 이는 A 씨가 1일 밀양 사건 가해자 44명의 신상을 차례대로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뒤 네 번째로 올린 영상이었다. 앞서 A 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3명은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직장 등에 항의 전화와 e메일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특히 A 씨가 처음 신상을 공개한 박모 씨의 경우 친척이 운영하던 음식점에서 해고됐을 뿐 아니라 해당 점포가 무허가 건물이라는 점이 추가로 드러나 철거됐다. 경북 청도군 관계자는 “민원 전화가 수없이 걸려 와서 확인해보니 실제로 위반 건축물이어서 곧장 영업정지와 철거 명령을 내렸다”고 했다. 또 신상이 공개된 신모 씨는 자동차 회사에서 해고됐고, 고모 씨는 통신사에서 대기발령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20년 전 사건에 시민의 공분이 집중된 근본적인 원인은 가해자 대다수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평가 때문이다. 2004년 밀양 지역 남고생 44명이 울산에 사는 여중생 1명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이 사건은 일부 가해자가 범행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면서 수사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극소수만 소년원에 입소했고 대다수는 봉사활동 명령이나 보호관찰 등 처분만 받았다. 미성년자라는 이유였다. 사건 당시는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2013년 폐지되기 전이었다. 성폭행은 피해자가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었기에 피해자의 아버지(사망)와 합의한 10여 명은 재판도 받지 않았다. 여기에 일부 가해자가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반성문을 제출한 점이 재조명되자 여론은 더 험악해졌다.● “죗값 치러야” vs “사적제재로 2차 피해”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사건과 무관한 시민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처럼 오인돼 비난받는 등 부작용도 이어지고 있다. 밀양시의 한 네일숍이 ‘가해자의 여자친구가 운영하는 곳’으로 지목됐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해당 네일숍 주인은 “사건과 아무 관련도 없는데, 네일숍 리뷰에 욕설이 쏟아지는 등 피해를 당했다”며 A 씨 등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진정했다. 또 A 씨는 ‘피해자 가족과 대화해 가해자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피해자 측을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피해자 측은 오히려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밀양시 주민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등 지역 비하 논란도 일고 있다. 사건 당시 밀양에서 가해자를 옹호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는 일부 주장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밀양 출신 남성과는 결혼도 하면 안 된다’는 글도 여러 건 올라오고 있다. 밀양시민 이모 씨(36)는 “시민 대다수가 충격적인 이 사건에 공분하고 있고 20년이 지나도 가해자의 범죄와 처벌 수위를 용납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해자를 옹호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적 제재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이를 초래한 사법 체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일로 정구승 변호사는 “이 사건은 수사기관부터 법조계까지 모두가 지탄받았어야 했지만 제대로 된 제도 개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적 제재를 막으려면 성범죄 관련 처벌을 높이고 수사도 꼼꼼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밀양=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청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숲이 아니라 꼭 테마파크에 놀러 온 것 같아요.” 강원 춘천시 삼한골 상류에 있는 국립춘천숲체원에서 만난 최예솔 양(10)과 최 양의 아버지는 알록달록 색깔이 칠해져 있는 9m 높이의 실외 암벽장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2일 찾은 이곳엔 단체 탐방객 20여 명이 무리 지어 숲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마치 놀이동산을 방불케 할 정도로 활기찬 이곳은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군사시설로 일반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었다. 그러다 2015년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되면서 즐길 거리를 갖춘 이른바 ‘레저숲’으로 거듭났다. 수풀과 계곡, 바위 등 숲에 있는 자연환경을 원형 그대로 활용해 레저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숲을 뜻한다. 산림청은 2018년부터 이곳에 숲을 활용한 레포츠 시설을 조성해 2021년 문을 열었고, 지난해 5만2000명이 방문하는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첩보부대 훈련장에서 레저숲으로 숲체원 부지는 육군 첩보부대(HID) 요원들이 1970년대부터 2014년까지 실제로 훈련했던 장소다.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진 않지만 민간인 출입을 통제해 숲 일대를 훈련장으로 활용했다. 그러다 2018년부터 도시민의 여가 수요를 반영해 실내외 암벽등반장과 글램핑장 등 다양한 산림레포츠 특화시설을 갖춘 레저숲으로 다시 태어났다. 과거 사격 훈련과 고지 점령 훈련, 유격 훈련이 이뤄진 실제 공간이 지금은 산림레포츠 체험 시설로 바뀌었다. 철거하지 않은 군사훈련용 막타워(모형탑)도 곳곳에 남아 있다. 축구장 300개가 넘는 335ha 규모의 숲체원 곳곳엔 6m 높이의 나무 타기 시설을 비롯해 산악자전거(MTB)를 탈 수 있는 코스, 5m 높이의 로프코스를 즐길 수 있는 모험숲, 놀이터를 갖춘 유아숲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이 같은 숲 체험 시설만 10개가 넘는다. 2시간 안팎에 걸쳐 계곡이나 숲길을 트레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명상과 ‘불멍’, 해먹 체험 등 다양한 산림교육 콘텐츠도 인기를 끌고 있다. 캠핑할 수 있는 글램핑 시설과 단체 숙박시설도 갖춰 1박 이상 머물며 프로그램을 즐길 수도 있다. 김보영 국립춘천숲체원 주임은 “주로 학교나 기관에서 오는 단체 탐방객이 많다”며 “60대 이상 어르신 단체도 종종 방문하는데 남녀노소 원하는 방식대로 숲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스트레스 해소 등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방문객 수도 크게 늘고 있다. 시범 운영을 시작한 2020년 3800여 명에서 2021년 2만6000명, 2022년 4만3000명, 지난해 5만2000명까지 3년 만에 13배가량 급증했다. 통상 3시간 이상 머무르기 때문에 생활인구로 산정돼 지역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춘천시 국립용화산자연휴양림은 1박에 1만5000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야영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이름났다. 이런 숲체원이나 휴양림을 포함한 전국의 산림교육센터는 총 23곳에 이른다. 2017년 17만 명 안팎이었던 방문객 수는 지난해 약 53만 명으로 급증했다.● 치유하며 모험·체험 즐기는 숲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체험시설을 갖춘 숲을 찾는 이들뿐만 아니라 산악 마라톤이나 트레킹 등 산에서 모험과 체험을 즐기려는 동호인도 증가했다. 암벽 등반이나 산악 승마, 자전거, 패러글라이딩 등이 대표적인 산림레포츠다. 전국 산림레포츠 동호인은 2014년 23만 명에서 2020년 50만9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발맞춰 맞춤형 프로그램도 새로 생겨나고 있다. 경북 영주시에선 2030세대를 겨냥한 ‘알프스 챌린지’ 트레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소백산 비로봉과 연화봉 등을 등반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인증하면 영주시의 ‘소백 3봉 챌린지’를 완성할 수 있다. 등산 인플루언서와 함께 챌린지형 산림 치유 트레킹도 참여할 수 있다. 산악 마라톤을 즐기는 이도 늘고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험난한 비포장 산길을 달려야 하지만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풍경을 만끽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게 묘미다. 지리산 화대종주와 설악산 공룡능선, 제주 한라산 능선 코스가 대표적이다. 2021년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이러한 레저활동이나 치유 프로그램 등 연간 산림휴양 경험률은 79.2%로, 경험자의 97.1%는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순 강원대 산림경영학과 교수는 “삶의 질이 핵심 가치인 시대에 숲은 최고의 놀이터”라며 “청소년기부터 다양한 종목의 산림 레포츠 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취약 계층도 접할 수 있게 레저숲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도 우울감도 숲에서 모두 잊어요”無장애숲으로 이동약자 등 배려시각장애인 위한 오디오 숲해설우울감 치유 힐링캠프도 운영최근 국내 레저숲에 조성된 산림레포츠 시설은 휠체어를 탄 이동 약자나 시·청각 장애인, 노약자 등이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즐길 수 있는 ‘무장애숲’을 표방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에 있는 국립춘천숲체원은 지난달 14일 SK 행복나눔재단과 함께 청년 장애인 직업훈련생 및 관계자 28명을 초청해 산림레포츠 체험을 지원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9m 높이 실외 암벽장을 도르래와 밧줄을 활용한 ‘어댑티브 클라이밍’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휠체어에 올라탄 채 암벽을 오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이다. 암벽 아래에서는 “할 수 있어요!”라고 소리치며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처럼 휠체어를 타고 산림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어 이곳은 국내에서 유일한 ‘배려숲’으로 불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무장애 나눔 숲길도 1km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김경포 국립춘천숲체원 산림레포츠팀장은 “장애인들이 산림레포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은데 끝까지 암벽을 오르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며 “몸과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자신감까지 얻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춘천숲체원은 2021년 개원 이후 매년 장애인을 위한 ‘나눔숲 캠프’를 열고 시각 장애인을 위한 오디오 숲해설 등 장애 유형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장애인과 이들의 부모, 형제자매, 사회복지사, 특수교사, 돌봄 종사자의 스트레스 회복을 돕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림교육 대상자와 프로그램도 다양화하고 있다. 경북 영주시에 있는 국립산림치유원은 반려동물과 이별 후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겪는 ‘펫로스 증후군’ 가족을 대상으로 ‘내맘 쓰담 힐링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숲속에서 명상하거나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간직하는 나무 액자 만들기 활동 등이 진행된다. 이 밖에도 한국 생활에 고립감을 느끼는 외국인 원어민 교사,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등에게 심신 회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영주 소백산 자락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숲 치유 프로그램, 한국 전통 다례를 배우는 다도 체험 등이 주요 활동이다. 산림청은 지난해 10월 엄마 배 속부터 유아, 청년, 장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생애 주기별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림 시설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산림복지 소외계층과 보행 약자를 위한 무장애 나눔 길 등 기반 시설을 늘리고 사회적 약자에게 제공하는 산림복지서비스이용권도 지속해서 확충할 계획이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경북도는 최근 농업이 처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농업대전환 프로젝트’를 역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현재 농업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는 지난해 농업대전환 프로젝트를 가동해 각종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연로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고령의 농업인이나 영세 농업인들을 설득한 다음 농업 법인에 기업 주주 형태로 참여해 농지를 빌려줄 수 있도록 독려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대규모 농지를 형성한 농업 법인이 최첨단 스마트팜을 조성해 생산성을 크게 높여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도는 프로젝트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2022년 농업정책과 스마트농업, 정보통신기술(ICT) 및 메타버스 등 16개 분야에 관한 농업대전환 추진위원회를 민·관·산·학 위원 72명으로 출범시켰다. 같은 해 8월에는 세계 최고 스마트팜 기술 보유국인 네덜란드를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스마트팜 관련 교육기관인 세계원예센터(WHC)와 업무협약을 맺고 농업 기술 강화를 위해 지금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규모 농지에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팜 기술을 펼쳐놓은 농업 법인은 발생한 수익금 가운데 일부를 농지를 빌려준 농업인들에게 배당하고 있는데 금액이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한다. 프로젝트 가동 2년째를 맞은 가운데 도는 지난달 23일 문경시 영순면 공동영농단지에서 ‘경북 농업대전환 공동영농 성과 보고회’를 가졌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300여 명 참석했다. 영순면 공동영농단지도 농업인들이 법인에 농지를 빌려주고 연말에 배당금을 받는 주주형 공동영농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농지를 빌려준 농업인들 가운데 일부는 농장에서 직접 일을 하며 임금까지 받고 있다. 농기계 작업은 30만 원, 단순 작업은 9만 원으로 일당도 쏠쏠한 편이다. 법인 측은 지난해 농지를 빌려준 농업인 80명에게 배당금으로 모두 9억9800만 원을 지급했다. 1인당 평균 1247만5000원 수준이다. 농업인 대부분은 직접 벼농사를 지을 때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올렸다며 만족해했다고 한다. 올해 말에는 배당금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올해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전국 평균보다 15∼20% 정도 많을 것 같다. 추가 배당에 따른 농가소득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홍의식 늘봄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법인을 믿어 준 농가에 소득으로 보답할 수 있어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는 문경과 구미, 예천에 이어 올해 경주와 상주, 청도, 영덕, 봉화, 청송 등에 이 같은 공동영농단지를 추가로 지정할 계획이다. 기존 벼농사에서 콩과 양파, 마늘, 감자, 가을배추, 양배추 등 작물로 전환해 수익성을 높일 예정이다. 이 도지사는 “경북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추진하고 있는 주주형 이모작 공동영농 모델이 우리 농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신시켜 주고 있다”며 “이 같은 혁신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해 대한민국이 농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정부와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대구·경북(TK) 행정 통합에 대해 행정안전부와 단체장 등이 4일 모여 통합 방향을 논의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4자 회동을 하면서 TK 통합 추진 방향과 정부 차원의 지원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선 TK 행정 통합이 서울시와 같이 행정특례법으로 운영되는 방식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처럼 도로나 교통, 환경 등에 관한 계획을 주도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TK 행정 통합을 별도의 특별법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특별법이 제정돼 현재 목표대로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되면 2026년 6월 지방선거에선 TK 통합 단체장 1명만 선출하게 된다. 홍 시장과 이 지사는 파격적인 권한 이양으로 자치정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4자 회동 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구시와 경북도는 행정통합을 위한 전담부서(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1, 2차 실무회의를 열었다. 통합 TF 관계자는 “TK 행정통합은 서울시가 출범하면서 갖게 된 권한과 위상을 참고해 통합 추진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조직, 예산 등과 관련된 선례도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수도권 지역 내 도로, 교통, 환경 등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할 때 다른 지자체에 비해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상 수도로서 지위를 인정받고, 이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해 별도의 법률을 따르고 있어서다. 또한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부단체장을 3명까지 둘 수 있다. 시장 보수는 장관급으로 하며, 국무회의 배석이 가능하다. TK 행정통합은 2021년 시도통합공론화위원회에서 제시한 특별법을 근간으로 기본 방향을 만들고 있다. 당시 대구시와 경북도를 폐지하고 ‘TK특별광역시’를 설치한 뒤 종전 양 자치단체의 시·군·자치구를 그 아래에 두도록 하는 행정체계를 구상했다. 자치구는 7개, 시는 10개, 군은 14개로 총 31개를 두는 방안이 제시됐다. 행정통합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창균 전 대구경북연구원장은 “지자체 통합으로 지역 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대구시가 도심을 가로지르는 금호강을 전국적인 명소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다. 시는 금호강에 생태와 문화, 관광이 어우러진 수변공간을 조성하는 ‘금호강 르네상스 선도사업’ 공사를 이달부터 시작한다고 3일 밝혔다. 대구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로질러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금호강은 시민들에게 ‘대구의 젖줄’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금호강 유역 곳곳이 미개발지로 남아 있어 수변 공간으로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대구시가 금호강을 전국적인 수변 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나선 이유다. 시는 우선 금호강 르네상스 3개 선도사업 가운데 하나인 국가생태 탐방로 조성 사업을 이달 착공한다. 사업비 60억 원을 투입해 동구 안심습지와 금강습지, 팔현습지를 연결해 시민들이 이곳의 생태 및 역사·문화 자원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생태탐방로와 조류관찰대, 전망대 등을 조성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호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달성군 디아크 일대에 문화관광 자원을 확충하는 공사도 이달 시작한다. 사업비 300억 원을 들여 디아크 인접 화원유원지와 달성습지를 연결하는 폭 4∼6m, 총길이 428m 규모의 관광 보행교를 설치한다. 전망대와 낙하분수, 경관조명 등도 만들어 보행교를 금호강의 랜드마크로 키울 예정이다. 주변에는 흥멋문화광장과 갈대원, 풍경의 창 등도 마련해 디아크 일대를 전국적인 두물머리 생태관광 명소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2026년 말 공사를 마칠 것으로 전망한다. 동구 동촌유원지 일대를 치수·생태·문화·관광이 어우러진 수변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공사는 9월 설계 완료 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사업비 450억 원을 투입해 제방 보호시설인 호안을 정비하고 수중 동식물의 서식을 돕는 비오톱을 복원하면서 야외 물놀이장과 음악분수, 샌드비치를 조성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향후 하중도와 금호워터폴리스 일원 등 금호강 전 구간에 대한 사업도 단계별로 추진할 방침이다. 동구도 동촌유원지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첫발을 내디뎠다. 최근 동촌유원지 하천 둔치 일원 공공디자인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동구는 동촌유원지를 4개 구역으로 나눠 버스킹 광장과 힐가든, 트리워크가 어우러진 예술·탐험, 스카이워크 전망대와 폴리파크 등을 갖춘 전망·이벤트, 어린이 놀이터와 건강 정원 등으로 꾸민 커뮤니티 휴식 공간, 야경 경관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나무 산책길인 트리워크 조성은 선행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2025년 준공할 예정이다. 동구는 이번에 용역을 통해 수립한 계획을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전달해 제방 및 제외지 디자인에 반영될 수 있도록 건의할 예정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이 이뤄지면 대구는 한국을 대표하는 내륙수변도시로 떠오를 것이다.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해 금호강을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지역 대표 관광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정부와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대구·경북(TK) 행정 통합에 대해 행정안전부와 단체장 등이 4일 모여 통합 방향을 논의한다.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4자 회동을 하면서 TK 통합 추진 방향과 정부 차원의 지원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이 자리에선 TK 행정 통합이 서울시와 같이 행정특례법으로 운영되는 방식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처럼 도로나 교통, 환경 등에 관한 계획을 주도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TK 행정 통합을 별도의 특별법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특별법이 제정돼 현재 목표대로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되면 2026년 6월 지방선거에선 TK 통합 단체장 1명만 선출하게 된다. 홍 시장과 이 지사는 파격적인 권한 이양으로 자치정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4자 회동 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앞서 대구시와 경북도는 행정통합을 위한 전담부서(TF)를 만들고 1, 2차 실무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4자 회동 간담회 주요 의제가 될 기본 방향과 추진 내용, 범정부적 협력 및 지원 체계와 방안 등을 중점 협의하고 최종안을 조율 중이다. 특히 홍 시장과 이 지사는 파격적인 권한 이양으로 자치정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4자 회동 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통합 TF 관계자는 “TK 행정통합은 서울시가 출범하면서 갖게 된 권한과 위상을 참고해 통합 추진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조직, 예산 등과 관련된 선례도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같은 메가시티 탄생할까서울시는 수도권 지역 내 도로, 교통, 환경 등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할 때 다른 지자체에 비해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상 수도로서 지위를 인정받고, 이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해 ‘서울특별시 행정특례에 관한 법률’을 따르고 있어서다. 또,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부단체장을 3명까지 둘 수 있다. 시장 보수는 장관급으로 하며, 국무회의 배석이 가능하다. TK 행정통합은 2021년 시도통합공론화위원회에서 제시한 특별법을 근간으로 기본 방향을 만들고 있다. 당시 대구시와 경북도를 폐지하고 ‘TK특별광역시’를 설치한 뒤 종전 양 자치단체의 시·군·자치구를 그 아래 두도록 하는 행정체계를 구상했다. 따라서 자치구는 7개, 시는 10개, 군은 14개로 총 31개를 두는 방안이 제시됐다. 아울러 국무총리 소속 지원위원회를 설치해 중장기 발전 방안, 행정 및 재정자주권 제고, 국가 지원, 중앙행정기관 권한 이양, 행정 규제 자유화 추진 등을 심의 의결하도록 규정했다.이와 함께 통합자치단체 내부의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대구경북균형발전위원회 설치, 대구경북상생발전기금 조성도 규정했다. 자치재정과 관련 지방세, 세액감면, 세율조정, 지방채 발행, 지방교부세 등에 관한 특례를 부여했고, 국가의 재정지원, 지방공기업 관리에 관한 특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에 관한 특례 등도 제안했다.● 다른 지역 통합 논의도 속도대전시와 세종시, 충북도, 충남도는 충청권 특별지자체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통합 이전에 행정권역부터 우선 묶어 연합 지자체 성격으로 하나의 초광역 협력 추진 기구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4개 시도가 공식 합의한 뒤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특별지자체 설치와 운영 규범인 충청지방정부연합 규약을 만들었다. 지난달 20일 행정안전부의 조건부 승인을 받아 전국 처음으로 특별지자체 설립 근거를 마련했다. 올해 11월 행정안전부의 최종 승인을 거치면 충청권 특별지자체가 공식 출범할 전망이다.부산시와 울산시, 경남도는 초광역 경제동맹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 추진단을 출범시켜 미래 신성장 산업 육성, 초광역 인프라 구축, 인재·관광 플랫폼 공동 추진 등 3대 핵심 프로젝트를 정하고 14개 세부 과제를 수행할 계획을 세웠다. 부산연구원과 경남연구원은 올해 3월부터 행정통합의 효율적 방식을 찾기 위해 공동연구에 돌입했으며 결과는 연말에 나올 전망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교통과 경제 등 기능을 먼저 통합한 뒤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방식의 서남권 메가시티를 구상하고 있다. 기초지자체 통합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경남 창원시는 인접 지역인 함안군과 통합을 논의하고 있다. 2010년 마산시, 진해시와 통합한 창원시는 인구 100만 명 붕괴로 위기에 처함에 따라 함안군과 추가로 통합에 나선 것이다. 진주시도 인접한 사천시에 행정통합을 제안했다.● 지역 주민 공감대 필요해전국적으로 행정통합 논의가 시작됐지만 난관이 적지 않다. 지역 주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지자체와 공무원, 정치권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세심하게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대구시와 경북도 통합도 명칭을 두고 샅바 싸움이 있었다. 홍 시장이 통합지자체는 ‘대구직할시’가 될 것이라고 하자 이 지사는 “시도민 공감대 형성이 제일 조건”이라고 받아쳤다. 경북도청이 있는 안동에서는 시민단체가 “낙후한 경북 북부 발전을 위해 막대한 예산으로 도청을 이전했는데 목적이 사라졌다”는 목소리를 냈다.행정통합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창균 전 대구경북연구원장은 “먼저 주민들에게 행정통합이 수도권 일극 체제 타파, 인구 절벽 해소 등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이어 지자체 통합으로 지역 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정구 곽여성병원. 6층짜리 구관과 11층짜리 신관 모두 적막한 가운데 일부 층은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마지막 산모가 22일 출산하고 퇴원했다. 병동은 다 비었다”고 말했다. 서류를 떼러 온 임신부, 보호자만 이따금 보였다. 2010년대 전국 분만 건수 1위에 올랐던 129병상 규모의 이 병원은 다음 날(31일) 폐업했다. 심각한 저출산에 신생아가 줄자 수익을 내지 못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1∼3월) 합계출산율이 1분기 역대 최저인 0.76을 기록한 이면에는 이 같은 출산 의료 인프라 붕괴가 있다. 출산율이 하락하고 신생아가 줄자 산부인과가 문을 닫고 출산 인프라 부족 현상이 심화되며 다시 출산율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분만 실적이 1건 이상인 병의원은 지난해 460곳으로 2013년(689곳)보다 32% 줄었다. 분만병원 위기는 도시와 농어촌을 가리지 않았다. 광주에서 연 1회 이상 분만을 한 병의원은 10년 전 25곳이었는데 이제는 9곳뿐이다. 지역에 분만 병원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원정 출산’을 해야 하는 시군구도 10년간 12곳이 새로 생겼다.광주 분만병원 10년새 25→9곳… “출생아수 반토막에 운영 불가” 사라지는 분만 병원병원 없어 원정출산 지역 12곳 생겨… 분만 수가 올렸지만 日의 절반 남짓10년간 의료소송서 평균 2억 배상… 5대 병원도 산과 전임의 9명뿐 “큰딸을 여기서 낳았습니다. 임신한 둘째 딸도 여기 다녔는데 이제 병원을 옮겨야 한다고 해서 검사 기록을 떼러 왔습니다.” 지난달 30일 곽여성병원에서 만난 김모 씨(64)는 “2대째 다니던 산부인과가 이렇게 문을 닫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이 병원에선 1981년 개원 이후 지금까지 신생아 17만9000여 명이 태어났다. 이 병원 대표원장은 최근 홈페이지 공지에서 “많은 노력을 했으나 악화되는 출산율로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무너지는 분만 인프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분만 실적이 있는 병원은 전국 460곳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병원 460곳 중 상당수는 응급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출산을 지원할 뿐 평소에는 산모를 받지 않는다”며 “실제로 분만할 수 있는 곳은 더 적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분만 실적이 있는 병원은 전국에서 391곳에 불과했다. 분만 병원이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은 임신, 출산 감소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출생아는 2013년 43만6600여 명에서 지난해 22만9970명으로 반 토막 났다.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장은 “분만실을 적자 없이 운영하려면 의사 1명당 월 20건 정도는 분만을 해야 한다”며 “이 정도 실적을 내는 병원은 전국적으로 10곳도 안 된다”고 했다. 분만 병원이 줄다 보니 대도시로 ‘원정 출산’을 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 경남은 시군 18곳 중 3곳에 산부인과가 없다. 경남 의령군에 사는 35주 차 임신부 유모 씨(31)는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이 모두 없어 친정이 있는 창원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칠곡군에 사는 30대 주부도 “3개월 후 출산 예정인데 지역에 분만이 가능한 병원도 없고 산후조리원도 없다”며 “대구나 구미로 원정 출산을 하러 갈 수밖에 없다. 자녀 둘은 갖고 싶은데 여건이 안 따라줘 어려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막대한 의료사고 부담 덜어줘야” 우리나라 분만 수술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되는 진료비)는 매우 적은 수준이다. 정부는 출산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분만 수가를 인상했다. 과거에는 자연분만 1건당 78만 원 안팎의 수가가 지급됐는데, 여기에 광역시는 55만 원, 도 지역은 110만 원을 얹어 주고 있다. 그래도 자연분만 1건당 300만 원 안팎인 일본과 비교하면 절반 남짓에 불과하다. 의료계에선 분만 수가를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분만 중 의료사고에 대한 의사와 병원의 책임을 덜어줘야 분만 인프라가 회복될 수 있다는 요구도 나온다. 성원준 칠곡경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지난해 ‘산과 의료소송 분석’ 연구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분만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환자) 측은 평균 5억3800만 원을 청구했고, 인정된 배상액은 평균 2억2900만 원이었다. 오상윤 분만병의원협회 사무총장은 “분만 중 뇌성마비가 온 아이에게 12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작년에 나오기도 했다”며 “아이 한 명을 받을 때마다 조마조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불가항력적인 분만 사고에 대해 국가 배상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최대 보상금이 3000만 원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높은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 소송 위험 탓에 산부인과를 지망하는 젊은 의사도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해 산부인과 레지던트(전공의) 지원율은 정원 대비 77.5%에 그쳤다. 산부인과 중에서도 아이를 받는 산과 지원자는 더 적다. 전임의(펠로)가 대형 5대 병원에서 9명에 불과하다. 설현주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2021년 조사에서도 산부인과 레지던트 4년 차와 전임의 47%는 “분만 업무를 맡지 않겠다”고 했다. 백 의원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분만 병원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성남=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의령=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칠곡=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사람 손을 타지 않고 550년이라는 세월이 만들어 낸 우리 숲의 본모습입니다.” 이봉우 광릉숲보전센터장은 9일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경기 포천시 광릉숲 안에 있는 생태연구타워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755ha(헥타르) 규모의 천연림 핵심구역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축구장 1000개가 넘는 광활한 숲에 바람이 일자 마치 초록색 파도가 일렁이는 듯했다. 광릉숲은 1468년 조선 세조대왕릉의 부속림으로 지정된 이래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소리봉과 죽엽산 일대에 있는 광릉숲 핵심구역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556년 동안 훼손이나 인위적 간섭 없이 자연 그대로의 숲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연구용 시설물과 숲길인 임도(林道)뿐이다. 그러다 보니 동식물과 곤충의 생태계가 촘촘해 생물다양성의 터전일 뿐만 아니라 숲의 성장 과정이 남아 있어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다. 이 센터장은 “숲 전체가 하나의 연구실”이라며 “현재 생물다양성 목록화, 인공림 자연 회복성, 천연기념물 복원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생물다양성의 보물창고 이곳은 2010년 6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됐다. 전 세계적으로도 748곳뿐이다. 국내에는 광릉을 포함해 설악산, 제주, 강원 등 9곳이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됐다. 광릉숲에서 관찰 기록된 자생 생물은 곤충 3932종, 식물 946종, 고등균류 694종, 조류 187종 등을 포함해 모두 6251종에 이른다. 광릉숲은 ‘K원시림’으로 국내 숲 발전 방향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출입 통제 속에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온대 중부 일반 산지 식생’(해발 800m 이하)이 자연 그대로 남아 있다. 특히 숲의 식생 변화 가운데 안정기에 접어든 온대 활엽수 극상림(極相林)을 이루고 있다. 556년이 응축된 숲의 정보는 훼손된 숲 복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해가 중천에 뜬 9일 정오에도 숲 안은 온통 그늘졌다. 이곳에서 접한 수령 250년 넘은 갈참나무의 몸통은 성인 3명이 팔을 벌리고 안아도 넘칠 만큼 웅장했다. 썩어서 쓰러진 나무에서는 버섯과 곤충, 이끼류 등이 둥지를 틀어 작은 생태계가 꾸려졌다. 김아영 국립수목원 임업연구사는 “다양한 생물이 어울려 살아서 병충해 약을 뿌리지 않아도 숲 스스로 건강을 유지한다”라고 했다. 국내에서 해발 800m 이하 일반 산지는 대부분 농업이나 땔감용, 인공림 등으로 쓰이며 온전한 모습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광릉숲은 서어나무와 졸참나무 등 활엽수림을 중심으로 저해발 산지 식생의 본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조용찬 국립수목원 임업연구사는 “광릉숲은 봉우리, 능선, 사면, 하천 범람원 등 모든 환경이 연결돼 상호작용하면서 생물다양성의 보물창고가 됐다”면서 “숲을 조성할 때 답안지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 저장고”라고 평가했다. 생태계에서 자연적으로 자라 가슴높이의 몸통 둘레가 3m 이상 자란 나무를 ‘큰 나무(산림유존목)’라고 한다. 전국에 837그루가 있는데 광릉숲에만 18그루가 있다. 광릉숲 천연림을 대표하는 식생은 서어나무와 졸참나무다. 서어나무는 풀, 작은 나무, 침엽수, 활엽수 단계로 이어지는 숲 식생의 변화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 단계에 나타나 우위를 점해 ‘숲의 지배자’로 불린다. 이 덕분에 주로 말라서 죽은 서어나무에서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제218호인 장수하늘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광릉숲에서만 살고 있다. 이 밖에 하늘다람쥐, 황조롱이, 까막딱따구리 등 천연기념물 19종(조류 17, 포유류 1, 곤충 1종)이 산다.● 기후변화 대응할 숲의 기준으로 광릉숲의 촘촘한 생태계는 학술적으로 가치가 크다. 이곳의 연구 결과는 미래 K숲의 기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광릉숲의 각종 생태 정보들을 통해 숲의 자연성 회복 과정과 변화 속도를 파악해 미래 인공림을 만들 때 천연림과 비슷한 생태계를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광릉숲은 직접적인 탄소저감 효과와 더불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건강한 후대 숲을 양성하는 기준이 된다. 국립수목원이 발행한 광릉숲 시험림 보고서에 따르면 1ha 면적에 서어나무, 갈참나무 등 30개 종의 나무가 자란 것으로 조사됐다. 연간 이산화탄소 저장량은 1ha당 639.2t(2022년 기준)으로 파악됐다. 연간 1만5000km 주행한 승용차 266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638.4t과 비슷한 수준이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후대 광릉숲을 만들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강원, 충남, 경북, 전북, 인천, 대구, 부산 등 24개 지역 56ha에 대해 산림복원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절반은 비무장지대(DMZ) 일대 복원사업이지만, 산림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작업도 있다. 예를 들어 대구 남구 수목원에서는 희귀식물로 지정된 가침박달나무 복원이 한창이다. 2000년 9월 300그루가 자생하던 가침박달나무는 현재 50그루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산림은 보전과 이용이 균형을 이뤄야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 경쟁력이 있다”며 “생태계가 두터운 광릉숲은 연구 대상이자 멸종 위기종의 마지막 안식처로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곤충 왕국 광릉숲, 장수하늘소 멸종 막을 최후의 보루” 식생 풍부하고 고목 등 환경 조성매년 15마리 자연방생 ‘복원 작업’ 광릉숲의 또 다른 이름은 ‘곤충 왕국’이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 보고된 곤충은 총 2만710종이다. 이 가운데 19%인 3932종이 광릉숲에 산다. 전국에 있는 곤충 5종 중에서 1종이 이곳에 사는 셈이다. 식생이 풍부해 나무가 다양하고, 나무가 죽어 고목이 되면 그 안에 곤충이 모일 수 있는 환경 덕분이다. 광릉숲을 대표하는 곤충인 장수하늘소는 최근 5년 동안 야생에서 총 30마리가 발견됐다. 2020년에 만든 산림곤충스마트사육동에서는 장수하늘소 복원작업이 한창이다. 자연에서는 부화하려면 최대 7년이 걸리지만, 사육동에서는 16개월이면 성충이 된다. 연간 500여 마리 개체수를 유지하고 매년 15마리 정도를 자연에 돌려보낸다. 몸에는 소형 위치추적기를 달아 2∼3주 정도 움직임을 파악한다. 지난해에는 방생한 암컷과 야생 수컷이 교미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일권 국립수목원 임업연구사는 “장수하늘소는 중남미에도 분포해 지구 형성 초기 판게아 대륙이 갈라졌다는 증거가 되는 중요한 곤충”이라며 “광릉숲은 장수하늘소 절멸을 막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했다. 광릉숲에서 처음 발견돼 이름에 ‘광릉’이 붙은 곤충도 있다. 2017년 3월 서어나무 고사목에서 광릉왕맵시방아벌레 10여 마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맵시방아벌레류는 서어나무에서 성충 상태로 겨울을 나는데, 그동안 일본 산간 지역에서 발견돼 일본 특산종으로 알려졌다가 국내 서식이 확인됐다. 맵시방아벌레는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유충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릉왕모기는 다른 모기에 비해 몸집 크기가 두 배 이상 크다. 애벌레(장구벌레)는 나무구멍이나 지표면의 고인 물에 서식하며 다른 모기의 유충을 잡아먹고 자라 ‘모기를 먹는 모기’로 유명하다. 초록하늘소는 1986년 광릉 채집 기록 이후 29년 만인 2016년에 다시 발견됐다. 이처럼 광릉숲에는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종 281종 가운데 21종이 서식한다. 조류 6종, 곤충류 6종, 포유류 4종, 파충류 2종, 양서류, 육상식물, 고등균류(버섯) 각 1종씩이다. 산림 생태계 안정에 필요하고 학술적 가치가 높아 우선 보호해야 하는 특별산림보호대상 53종 가운데 광릉골무꽃, 참작약 등 식물 2종과 노란달걀버섯, 산호침버섯, 연기색만가닥버섯, 잎새버섯, 자흑색불로초, 차가버섯 등 버섯 6종이 광릉숲에서 자란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25일 오후 8시경 경북 구미시 원평동 새마을중앙시장과 중앙로 동문상점가 일원에 마련된 ‘달달한 낭만 야시장’은 대낮보다 밝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해가 지면 인적이 드문 곳이었지만 야시장이 생기면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져 있었다. 시장 골목을 따라 먹을거리와 장식품, 즐길거리 판매대가 줄지어 있었는데 방문객들로 꽉 차 발 디딜 틈이 없는 풍경이 장관이었다. 일부 먹거리 판매대는 준비한 재료가 일찌감치 바닥나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야시장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재료가 떨어져 영업을 못 하는 곳도 있지만 야시장은 오후 10시 반까지 즐길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방송이 나오기도 했다. 방문객들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가족과 함께 야시장을 찾은 박성민 씨(47)는 “인접한 대구나 유명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야시장을 구미에서 즐길 수 있게 돼 좋다. 다른 지역 야시장과 차별화를 이룬 것 같아서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도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미시가 원도심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처음 선보인 야시장이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29일 구미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개장한 달달한 낭만 야시장은 최근 누적 방문객 수 15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 동안 장을 여는데 하루 평균 방문 인원은 1만5430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구미시는 야시장 덕에 관광객 유치 효과도 쏠쏠히 보고 있다. 시에 따르면 이 기간 다른 지역 거주자 4만1320여 명이 달달한 낭만 야시장을 찾아 왔다고 한다. 구미시는 대박의 비결을 차별화한 음식을 내놓기 위해 철저히 준비한 덕분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시는 다른 지역 야시장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최성철 구미대 호텔관광항공서비스과 교수를 비롯한 교수진의 도움을 받아 야시장 입점 24개 업체를 대상으로 음식 품평회와 메뉴 시연, 조리 방법·위생 및 친절 교육을 실시했다. 또 판매자 교육과 매대 실습교육 등도 사전에 진행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닭오돌구이와 황복튀김, 하와이안 스테이크, 짚불 소시지 구이 등의 특색 있는 메뉴를 개발했다. 지역 내 이주민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인도네시아 볶음면과 사탕수수 주스 등 쉽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메뉴에 추가하기도 했다. 장식품 판매대에서는 수제 캔들과 옥공예품, 디퓨저 등을 판매해 방문객들에게 구경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도토리 캐리커처 체험과 피부색에 가장 어울리는 컬러를 찾아주는 퍼스널 컬러 진단, 영수증 용지에 흑백사진을 즉석에서 인쇄해 주는 레트로사진관, 페이스 페인팅, 종이컵 무드등, 꽃팔찌 및 석고 방향제 만들기 체험 등 즐길거리도 다양하다. 구미시 관계자는 “야시장 상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합리적인 가격에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과 먹거리 매대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달한 낭만 야시장은 다음 달 22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열린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남은 운영 기간에도 구미대와 협력해 새로운 메뉴를 꾸준히 개발하고 야시장을 찾는 방문객들의 취향을 반영해 다양한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도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풍선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경찰은 이날 오후 1시 반경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옥상에 “이상한 물체가 있다”는 경비원 신고를 받고 출동해 북한이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풍선을 발견했다. 경찰은 현장 초동 조치 후 군에 인계했다. 오전 4시경에는 외교부 청사 인근 거리에서도 풍선이 발견됐다. 순찰 중이던 경찰이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정부서울청사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오물 풍선은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서 발견됐다. 종로소방서에 따르면 낮 와룡공원과 북촌 등 2곳에서 전단이 발견됐다. 낮 12시 13분경 와룡공원에 전단이 뿌려져 있다는 신고를 받은 소방은 출동 과정에서 북촌에서도 도로를 따라 뿌려진 전단을 발견하고 수거했다.풍선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거리가 250km가 넘는 경남 거창군 위천면의 한 논에서도 이날 오전 5시 반경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이 출동해 풍선 2개에 매달린 비닐봉지를 수거해보니 그 안에는 페트병과 종이 쓰레기 등이 담겨 있었다. 경북 영천시 대전동에서는 한 포도밭 주인이 오전 7시 40분경 ‘쿵’ 하는 소리를 듣고 나가 비닐하우스 시설 일부가 오물 풍선에 깔려 파손된 것을 발견했다.전북 무주군과 충남 계룡시에서 발견된 풍선 주변에서는 화약이 발견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오전 5시 45분경 무주군 무주읍 내도리에서 오물 풍선이 전깃줄에 걸린 채 발견돼 경찰과 군이 접근 통제선을 설치한 채 이를 수거했는데, 소량의 화약 성분이 묻어있었던 것. 경찰과 군 관계자는 “성분을 분석 중이다”라고 말했다. 충남 계룡시 두마면의 한 도로에서 오전 3시 5분경 발견된 풍선과 봉투에서는 담배꽁초와 쓰레기와 함께 화약을 점화하는 데 사용되는 뇌관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현장에선 뇌관으로 추정했지만, 수거 이후 확인한 결과 위험 물질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거창=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무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영천=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계룡=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신인 배우 발굴 경연대회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 뮤지컬스타의 열 번째 여정이 클라이맥스를 향한다. 딤프 사무국은 제10회 뮤지컬스타 파이널 라운드가 다음 달 2일 오후 3시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뮤지컬스타는 뮤지컬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 스타를 발굴하기 위해 시작한 글로벌 청소년 뮤지컬 경연대회다. 2015년 막을 올렸으며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국내 최장수 뮤지컬 경연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수많은 실력파 배우를 배출하며 뮤지컬 배우 등용문으로서의 전통과 권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뮤지컬 라이징스타로 떠오른 조환지를 비롯해 배우 이석준, 유주연, 김지훈 등도 뮤지컬스타 출신이다. 올해 뮤지컬스타는 지난달 초 영상심사로 진행한 1라운드를 거쳐 2라운드 대면심사와 실제 무대 위 공연 형식으로 진행한 3라운드 그룹 경연까지 치열한 과정을 펼쳐 왔다. 대망의 파이널 라운드에는 전체 지원자 811명 가운데 단 14명만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오디션을 거쳐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한 중국 참가자 2명과 필리핀 참가자 1명의 숨은 실력을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이들은 대상인 대구시장상 1000만 원을 비롯해 총상금 2400만 원을 놓고 열띤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파이널 라운드 심사위원으로는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와 음악감독 박칼린, 배우 성기윤 김보경,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이 나선다. 슈퍼 루키 탄생의 순간은 다음 달 16일 오후 1시 20분 채널A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뮤지컬스타 파이널 라운드를 시작으로 다음 달부터 7월 초까지 대구는 뮤지컬로 물들 전망이다. 아시아권을 넘어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가는 제18회 딤프가 다음 달 21일부터 7월 8일까지 대구 도심 곳곳에서 펼쳐질 예정이어서다. 2006년 출발한 딤프는 18년 동안 21개국 361개 작품으로 240만 명의 관객들에게 뮤지컬만의 매력과 즐거움을 선사해 왔다. 올해 축제에서는 국내 출품작을 비롯해 프랑스와 미국, 영국, 네덜란드, 중국, 일본 등 역대 최다 7개국 25개 작품이 참여해 향연을 펼친다. 개막작은 프랑스 뮤지컬 ‘홀리데이’다. 홀리데이는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팝의 여왕 마돈나의 전설적인 노래를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프랑스에서 작품을 공개한 뒤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딤프를 통해 선보인다. 폐막작은 미국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과 중국 뮤지컬 ‘비천’이다. 싱잉 인 더 레인은 고전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를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비천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뮤지컬의 세계화를 위한 초석과도 같은 대작이다. 딤프 사무국은 관람객들을 위해 티켓 가격을 시중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제휴카드 할인 혜택 등도 준비했다. 다음 달 22일 달서구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열리는 개막식과 뮤지컬 갈라 콘서트, 7월 8일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딤프 어워즈도 빼놓지 않고 챙겨야 할 볼거리다. 배성혁 집행위원장은 “오랜 시간 심사숙고 끝에 작품들을 선별했다”며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뮤지컬로 프로그램을 구성했고 고물가 시대에 누구나 부담 없이 뮤지컬을 접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할인 방안을 마련했다. 올해도 편하게 딤프를 찾아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에코프로는 23일 경북 포항시 에코프로 포항캠퍼스에서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웃사랑 성금 1억6000만 원을 전달했다고 27일 밝혔다. 성금은 지역 영재 후원을 비롯해 혹서기 취약계층 지원,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 아동복지시설 후원, 에너지 취약계층 후원, 홀몸 어르신 동계 방한 물품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차전지 양극재 생산 기업인 에코프로는 지역에서 장학사업과 취약계층 지원 사업, 환경개선 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포항시 남구 형산강 일원에서 저탄소 친환경 녹색도시 만들기를 위해 나무 심기 행사를 진행해 이팝나무 등 5종의 나무 묘목 5000여 그루를 심었다. 이달에는 임직원들이 봉사자로 참여하는 행복마을 조성사업도 실시했다. 에코프로는 이 밖에도 경북 지역에서 마더박스 후원, 지역아동센터 물품 후원, 사랑의 김장나눔 활동, 어린이 교통안전물품 지원 등을 펼치고 있다. 손병일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힘든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한 에코프로 임직원께 감사드린다. 이번에 전해준 소중한 성금은 지역 내 이웃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시는 경북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첨단산업 특성화대학원 지원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교육 단계별 반도체 인력 양성체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27일 밝혔다. 경북대는 2028년까지 국비 150억 원, 시비 6억 원을 지원받아 반도체 소재와 공정, 장비 등 특화 분야별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산학협력 컨소시엄을 구성해 매년 30여 명의 석박사급 인재 배출에 나선다. 경북대가 이번 공모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대구시는 고등학교부터 대학교, 대학원까지 이어지는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체계를 완성하게 됐다. 시는 앞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전문인력 양성 추진전략을 세웠다. 추진전략은 반도체 마이스터고(대구전자공고)와 중소기업 기술사관 육성사업(영남이공대, 영진전문대), 반도체 특성화대학 지원사업(경북대), 삼성전자 반도체 계약학과(대구경북과학기술원), 첨단산업 특성화대학원 지원사업(경북대) 등으로 이어진다. 대구시는 이를 통해 연간 1750여 명의 반도체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운백 대구시 미래혁신성장실장은 “반도체 인재 양성은 대구 미래 50년을 책임질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이다. 이를 토대로 반도체 유망 기업을 유치하고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지역 경제의 혁신 성장을 이뤄 나가겠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시는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최정산 힐링숲에서 다음 달부터 11월까지 산림 치유 및 숲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최정산 힐링숲은 그동안 민간인에게 개방하지 않았던 국방부 군사통신시설(옛 미군 위성 추적소) 부지에 조성했으며 지난해 12월 완공했다. 임도와 최정산 누리길, 생태 탐방로, 억새군락지, 산정 습지 등 기존 산림 인프라와 연계해 산림 치유 및 숲 해설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대구시는 시민의 이용 편의를 위해 힐링숲길과 일광욕장, 풍욕장, 화장실, 주차장 등의 편의시설을 조성했다. 산림 치유 프로그램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청소년, 가족, 임산부, 직장인 등 특정 연령과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숲 해설 프로그램은 숲 해설가와 동행해 최정산의 다양한 동식물과 곤충을 관찰하며 자연의 생태와 특징을 알아볼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다. 명절 연휴 기간은 운영하지 않는다. 대구시 누리집 통합예약 시스템에서 예약할 수 있고 프로그램별로 15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근대역사관은 30일부터 11월 24일까지 2층 기획전시실에서 ‘더 커진 대구, 군위를 품은 대구’ 특별기획전을 연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7월 군위군이 편입하면서 대구시는 전국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큰 도시가 됐다. 대구근대역사관은 지역 지도가 달라지고 역사 문화에도 큰 변화가 생긴 만큼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전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회는 대구를 알려주는 책, 삼국유사와 대구, 늘어난 대구의 향교와 서원, 국립공원 팔공산, 김수환 추기경 등 다양한 주제로 살펴볼 수 있다. 삼국유사 복제본과 경상감영 출판 서적, 대견사지 출토 기와 등 실물 자료 30여 점을 비롯해 문화유산 사진 40여 점과 동영상 자료 등을 준비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즐길 거리도 마련했다. 대구시와 각 구·군 마스코트 캐릭터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안내를 맡는다. 전시실 바닥에 대형 대구 지도를 깔아 보드게임과 스탬프 찍기 등의 체험도 할 수 있다. 더 커진 대구 역사 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 이해도도 전시한다. 신형석 대구근대역사관장은 “군위군 편입으로 더 커진 대구의 역사와 각종 정보를 새롭게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라며 “대구의 새 역사를 살펴보고 미래도 그려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시교육청이 공교육 혁신 해법으로 도입한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의 대학입시 성과를 높이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주요 대학 입학사정관들을 한자리에 모아 IB 고등학교 교육과정인 디플로마 프로그램(DP)의 수업 과정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IB 교육 이수 학생들의 대학 입시 길을 넓히는 계기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IB DP의 차별화된 교육과정 설계 및 운영에 대한 국내 대학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했다. 이혜정 미래교육과장은 “학생들이 IB DP 과정을 통해 어떤 식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원리를 이해하는지부터 학습철학과 구체적 수업 및 학습평가가 어떻게 설계되는지에 대해 대학과 교육 관계자들의 문의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행사는 수업 참관과 평가, 세미나 과정으로 이뤄졌다. 21일 경북대 사대부고와 대구국제고를 시작으로 30일 포산고, 다음 달 11일 대구서부고와 대구외국어고에서 진행한다. 수도권 명문대와 연구중심대학 등 전국 16개 주요 대학의 입학사정관 등 관계자 34명과 교육정책 전문가, IB DP 월드스쿨 교원 등 120여 명이 참석한다. 21일 경북대 사대부고에서 열린 첫날 행사에는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정제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참석자들은 국어(IB 언어와 문학)를 비롯해 영어, 수학(IB 수학분석과 접근), 역사, 경제, 영어연극(IB 영어연극이론과 창작), 지식이론(TOK) 등 IB DP 주요 과목에 대한 수업을 직접 지켜봤다. 학생 발표자로 나선 경북대 사대부고 3학년 박진용 군(18)은 “IB DP는 기존 수업과는 다르게 내가 탐구하고 조사한 내용으로 토론하고 발표하는 과정이어서 내가 수업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 늘 즐겁다”고 소개했다. 수업 참관 이후에는 IB DP 과정의 평가 설계 원리에 대한 설명과 토론 및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수도권의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IB 교육과정을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오늘 수업을 직접 보면서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스스로 만들어 가면서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IB 수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교육 방향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대학에서도 IB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2018년 공교육 혁신을 위해 IB를 도입했다. 2019년 7월 IB 본부와 협력을 체결한 뒤 2021년 한국어 IB DP 과정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교육에 도입했다. 자기 주도 학습 중심인 IB 교육은 현행 대학입시 제도와 상충한다는 우려가 처음부터 컸다. 이 때문에 대구시교육청은 도입 초기부터 대입 전략을 위해 많은 대비를 했다. 교사 16명과 전직 대학 입학사정관 3명으로 구성한 ‘IB-대학 연계 현장 지원단’을 발족했다. 이들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하기 위해 지역 교사들과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대학 입시를 치른 경북대 사대부고와 대구외고, 포산고 등 대구 지역 3개 IB DP 월드스쿨 1기 이수 학생들은 대입 수시전형에서 수도권 주요 대학과 연구중심대학, 지방 거점 국립대학 등에 합격해 괄목할 만한 입시 성과를 거두며 주목받았다. 강 교육감은 “IB 교육의 확산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 인력 충원과 더불어 대학의 IB 관련 인식 제고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IB 교육 효과를 여러 교육계 관계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인 국제바칼로레아기구(IBO)가 1968년 개발했다. 핵심 개념 이해와 탐구학습 활동을 통한 자기주도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으로 초중고교와 직업교육 과정으로 나뉘어 있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낸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21일 경찰에 출석했다. 사고 발생 이후 열흘 동안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하며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했던 김 씨는 이날 취재진을 피해 경찰서 지하로 들어갔다. 불과 3시간여 만에 조사는 끝났지만 김 씨는 취재진 앞에 나설 수 없다는 이유로 6시간 가까이 경찰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김 씨는 취재진 앞에서 12초간 “죄인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죄송합니다”라고 답하고 황급히 경찰서를 떠났다. 경찰은 김 씨가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한 만큼 사고 직전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소속사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시도 등에 대해 알고 있었거나 공모한 적 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취재진 피해 지하로 ‘은밀’ 출석 김 씨는 이날 오후 2시경 검은색 BMW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 정문에 도착했지만 취재진을 의식한 듯 곧바로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경찰이 취재진의 접근을 막으면서 김 씨는 지하 통로를 이용해 곧장 경찰서 내부로 들어갔다. 20일 김 씨가 변호인을 통해 “팬들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김 씨에 대한 조사는 이날 오후 5시경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6시간 가까이 “취재진이 철수할 때까지 나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던 김 씨는 오후 10시 40분경에야 경찰서 밖으로 변호인과 함께 나타났다. 검은색 모자를 쓴 김 씨는 “조사 잘 받았고 남은 조사가 또 있으면 성실히 받겠다. 죄송하다”고 답한 뒤 나머지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경찰서를 떠났다. 김 씨의 변호인은 ‘꼼수 출석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규정상 비공개가 원칙”이라면서도 “본인 사정이 아직 여의치 않으니 양해해 달라”고 답했다. 경찰은 벤틀리 SUV와 BMW 세단 등 사고 전후 탔던 차량 3대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가 모두 사라진 사실을 파악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가 사고를 낸 차량 외에도 유흥주점 이동 당시 탔던 차량과 사고 직후 매니저가 김 씨를 데리고 이동했던 차량 메모리카드까지 사라져 소속사가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또 경찰은 김 씨가 사고 직전 방문한 식당과 유흥주점에 함께한 복수의 동석자로부터 “김 씨가 술을 마셨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인 9일 김 씨가 일행 4명과 함께 강남구 한 식당에서 소주 7병과 맥주 3병을 주문했고, 이후 대리운전으로 자리를 옮긴 유흥주점에서도 술을 마셨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실제 음주 여부와 음주량 등을 파악하고 있다. 정확한 음주량이 파악될 경우 김 씨의 체중 등을 반영해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하는 ‘위드마크 공식’도 적용할 예정이다.● “콘서트 환불 수수료 면제… 공연은 그대로” 김 씨 측은 23, 24일 예정된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 공연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소속사 측은 “이번 공연에 출연료 등 개런티를 받지 않고 출연한다”고 설명했다. 공연 취소 시 위약금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해 ‘노 개런티’까지 감수하며 공연 강행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티켓 판매처인 멜론은 이번 공연 티켓의 환불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수수료 면제 비용은 김호중 소속사에서 부담한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한때 취소표가 6000장 가까이 풀리는 소동이 벌어졌다. 김호중 팬카페 트바로티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사회적 책임과 도리를 다하기 위해 깊은 반성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팬들의 일방적 옹호에 대중의 반감이 커지자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김 씨가 졸업한 경북 김천예고 인근에 조성된 ‘트바로티 김호중 소리길’을 두고 일부 시민들이 “소리길을 철거하라”며 민원을 제기하는 일도 발생했다. 다만 김천시는 “철거를 검토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천=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시는 군위 첨단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시는 최근 이 사업의 기본 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를 마쳤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연계한 미래 첨단 산업 육성과 입지 마련을 위한 기본 구상 및 기본 계획도 수립했다. 군위군 소보면에 들어설 첨단산업단지는 사업비 1조2000억 원이 투입되며 630만 ㎡ 규모로 조성된다. 서군위 나들목(IC)과 가깝고 향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조성에 따른 도로 및 철도망 구축으로 교통 여건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공항 예정지와도 4km 거리로 인접해 공항 배후 산단으로서의 입지적 장점을 갖추고 있다. 대구시는 군위 첨단산업단지를 첨단 모빌리티 융복합기술단지로 특성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도심항공과 자율주행차 등 수소 기반 모빌리티 생산 지원 기반을 마련하고 수소를 활용한 스마트 전력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앞으로 관련 행정 절차를 거쳐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개항하는 시점에 맞춰 완공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군위 첨단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통해 생산유발효과 37조3148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5조3792억 원, 고용유발효과 15만3700여 명을 기대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첨단 산업 분야 대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대규모 일자리 창출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