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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양궁은 금메달 수만이 아니라 그 결과를 얻기까지 공정한 시스템, 경쟁을 하면서도 남을 배려하는 품위 있는 모습을 보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 27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대표 선수단 환영 만찬’에서 양궁협회장 자격으로 대표팀을 치하했다. 정 회장은 “역사에 길이 남을 한국 양궁의 대기록들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며 “승패를 가른 것은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 틀을 깨는 훈련을 통해 만들어 놓은 아주 작은 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누구보다 앞서 있었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를 추구해 온 한국 양궁 고유의 성공 방식대로 새로운 미래를 향해 과감히 도전해야 할 때”라며 “우리가 쌓아온 자랑스러운 전통을 지키고 계승해 나간다면 한국 양궁의 위대한 역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성과에 걸맞은 포상도 이뤄졌다. 3관왕 김우진과 임시현에겐 각각 8억 원, 남수현(개인전 은메달) 5억 원, 이우석(개인전 동메달) 4억5000만 원, 전훈영과 김제덕에겐 각각 3억3000만 원이 포상금으로 책정됐다. 부상으로 차량도 전달된다. 양궁 지도자와 지원 스태프, 양궁협회 임직원, 대표팀 선수 소속팀 지도자 등도 별도 포상을 받았다. 대표팀 선수들은 전폭적인 지원과 세심한 배려에 감사를 표하며 기념 선물을 정 회장에게 증정했다. 여자 양궁 대표팀의 금메달 ‘슛오프 표적지’를 액자로 제작한 것이다. 양궁 5개 전 종목 석권을 기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대한양궁협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엔 정 회장을 비롯해 대한양궁협회 후원사인 현대차 장재훈 사장 등 계열사 사장들과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대표팀 선수단과 그 가족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전기차 배터리의 두뇌’로 불리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놓고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 간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서 주도권을 가져야 향후 3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BMS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의 종합적인 안전과 성능 관리에선 완성차 업체가 앞선다”는 논리를 펼친다. 배터리 업체는 “배터리 관련 기술과 정보는 배터리 제조 업체가 최고”라고 맞서고 있다.● 30조 원 신성장 시장으로 ‘배터리 두뇌’ 주목 BMS는 전기차 안전에 핵심 기술로 꼽힌다. 배터리에 연결된 센서로 전압, 전류, 셀 온도 등 배터리에 관한 모든 정보를 측정한다. 이를 통해 이상 상황을 미리 감지하거나 성능이 떨어질 경우 이를 향상시키는 조치를 취한다. 배터리는 충돌 등에 의해 다량의 셀이 동시에 손상되는 경우가 아니면 문제가 발생하기 전 전압 하락과 같은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BMS가 중요하다. 업계의 관심은 이제 ‘BMS 고도화’로 옮겨가고 있다. 배터리 충전 상태 등을 알려주는 수준 이상의 안전 기능을 개발해 차량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BMS 시장은 2025년 68억 달러(약 9조277억 원)에서 2035년 220억 달러(약 30조 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기아는 ‘BMS 안전 서비스 확대’ 홍보 자료를 사흘에 걸쳐 발표했다.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도 21일 BMS 관련 특허 건수가 국내 업체들 가운데 가장 많다고 자료를 냈다.● 완성차 vs 배터리 업체 간 경쟁 가열 현재까지 BMS 시장 주도권을 쥔 건 완성차 업체들이다. 배터리 정보를 측정하는 센서와 이와 연동된 칩 등 하드웨어를 주로 완성차 업체가 제작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와 같은 소프트웨어(SW) 역량 강화에 나선 완성차 업체들은 이 물리적 장치 위에 구동하는 각종 안전 기능도 직접 제작한다. 배터리 업체들의 추격도 거세다.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BMS 장치(BMU)를 직접 개발하거나 관련 SW 특허를 출원하며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 9곳에 안전진단 SW(BMS)를 적용하고 있다”며 “배터리 안전진단 SW 사업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BMS 경쟁은 업종과 국가를 초월해 더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BMS 관련 2023년 특허 출원 건수는 361건으로 4년 전 149건보다 142%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로 보면 25%다. 누적 특허 출원 건수에서 LG에너지솔루션(1위·251건), 현대차(3위·98건), 기아(9위·50건) 등 한국 업체 3곳이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각종 SW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며 “배터리 안전, 성능을 다루는 SW인 BMS 또한 전동화 시기 업체의 핵심 기술 경쟁력으로 올라서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확보 놓고 신경전도 BMS 고도화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를 놓고 업체들 간 신경전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BMS 운영 실데이터를 기술 고도화의 목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배터리 안전과 성능을 진단하는 SW를 개발하고 있다. 반면 배터리 업체들은 배터리 결함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배터리 정보를 공유받기 힘든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로부터 데이터를 받으려 해도 고객들로부터 ‘제3자 정보 제공 동의’를 따로 받아야 한다. 결국 전기차를 직접 구매해 주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일각에선 소비자 안전 문제인 만큼 BMS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안전과 연관된 데이터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데이터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배터리 데이터는 완성차 업체들의 핵심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어 이를 배터리 업체와 쉽게 공유하긴 힘들 것”이라면서 “BMS 주도권을 놓고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들 간 경쟁이 심화하는 와중에 관련 시장도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사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모델들이 세계 주요 충돌 평가에서 최상위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안전에 대한 고객 불안감 해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E-GMP가 적용된 GV60(제네시스), 아이오닉5 및 아이오닉6(현대차), EV6 및 EV9(기아)은 유럽의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유로 NCAP)에서 모두 최고 등급(별 다섯 개)을 획득했다. 이 모델들은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서 발표한 충돌 평가에서도 최상위 평가 점수인 ‘톱 세이프티 픽(TSP)’ 이상의 등급을 받았다. 유로 NCAP와 IIHS 충돌 평가는 유럽과 미국 양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안전 평가 프로그램이다. 2020년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E-GMP가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의 특성에 맞춰 설계된 덕분에 안정성을 높게 평가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E-GMP는 배터리팩을 구조물로 활용해 차체 강성을 높이고, 측면 충돌에 대비하기 위해 배터리 측면부에 충격 흡수용 보강재로 ‘알루미늄 압출재’를 적용하면서 충돌 안정성을 확보했다. 한편 이날 현대차는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N’이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드라이버가 발표한 ‘2024 올해의 전기차’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22년 아이오닉5, 2023년 아이오닉6에 이어 3회 연속 이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포드가 미국 내 배터리 생산을 늘리고 생산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 계획은 포기하는 등 줄어든 전기차 고객 수요에 맞춰 사업 효율화에도 나선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 공제 혜택을 늘리고, 비용 절감 등의 방식으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1일(현지 시간) 포드가 발표한 전기차 사업 전략에 따르면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협의해 머스탱 마하E용 배터리 생산지를 미국(미시간주 홀랜드)으로 옮길 계획이다. 머스탱 마하E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4만771대가 팔린 인기 전기차 모델이다. 현재는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만들어진 배터리가 탑재된다. 미국에서 배터리가 생산되면 IRA 세액 공제 조건 중에 ‘생산지(북미) 조건’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핵심 광물(리튬 등) 요건 또한 무난히 맞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온과의 합작사 블루오벌SK의 켄터키주 1공장은 기존 계획보다 이른 2025년 중반 전기 픽업트럭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당초 2025년 4분기(10∼12월) 이후에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수익성이 낮은 대형 전기차 모델 생산 계획은 포기했다. 포드는 대형 SUV 모델의 양산 시점을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미뤄 오다 이번에 아예 백지화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이 한국타이어 공장을 찾아 품질 경쟁력을 강조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22일 한국앤컴퍼니그룹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21일 충남 금산군 한국타이어 공장을 방문해 생산 설비를 점검했다. 그는 불볕더위 속에 근무 중인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이제는 판매량 압도와 차원이 다른 품질을 시장에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공장 내 모든 시설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생산 초기 단계부터 철저하게 품질 관리를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금산공장은 한국타이어의 글로벌 전초기지로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타이어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국지엠의 협력사 모임인 ‘한국지엠 협신회’가 22일 “협력사는 살고 싶다”는 호소문을 내고 한국지엠 노사 간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촉구했다.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지난달 3일부터 한 달 반 넘게 부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협신회는 “파업으로 협력사 매출이 급감했고 심각한 유동성 부족에 빠졌다”며 “협력사들은 직원들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자금을 확보하러 다닌다”고 했다. 이어 “자금을 확보해도 담보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높은 이자가 또 한 번 가슴을 철렁이게 한다”며 “대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지엠 협력사는 최대 3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달 23일 일시·성과급 1500만 원 지급,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등이 포함된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조합원 찬반 투표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최종 부결됐다. 이후 노조는 여름휴가 기간이 끝난 5일부터 부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부분 파업이 계속되면서 생산량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7월 한국지엠의 생산량은 전년 동기보다 52.6% 감소한 1만9885대였다. 애초 예상한 월간 생산량 3만 대보다 1만 대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이달에도 6000대 가량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협신회는 “1, 2개 협력업체가 무너지면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며 “그로 인해 한국지엠 협력사 전체가 자금 부족에 직면해 공급망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 협력사는 살고 싶다”라며 “우리는 갈 곳이 없다. 신속하게 협상이 마무리돼 공장이 정상 가동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거듭 호소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할 ‘추가 관세율’을 확정했다. 기존 예상보단 소폭 떨어진 수준으로 책정됐지만, 유럽 시장 개척에 나선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에 타격을 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일(현지 시간)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율 17.0∼36.3%포인트를 추가하는 확정 관세 결정 초안을 공개했다. 그간 EU 집행위는 최고 추가 관세율을 6월 38.1%포인트, 지난달 37.6%포인트로 계속해서 낮춰 예고한 바 있다. 이번 안대로 기존 관세(10%)에 추가 관세율이 적용되면 중국에서 만들어진 전기차가 유럽 수출 시 받게 되는 최종 관세율은 27∼46.3%가 된다. 제조사 브랜드별 추가 관세율에서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테슬라 모델은 이번에 기존 예고(20.8%포인트)보다 11.8%포인트 낮아진 9%포인트를 적용키로 했다. 중국 정부가 외국계 기업에는 보조금을 낮게 제공했다고 본 것이다. 반면 중국 토종 전기차 브랜드들은 추가 관세율이 17∼36.3%포인트 수준으로 정해졌다. 상하이자동차(SAIC) 36.3%포인트, 지리자동차 19.3%포인트, 비야디(BYD) 17%포인트 등이다. 11월 발효되는 추가 관세율은 EU 회원국의 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 10월 30일에 최종 확정된다. 이날 EU 주재 중국상공회의소는 “(집행위 관세는) 전기차 자유무역을 저해하기 위한 부당한 무역 조처”라고 비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가 촉발한 ‘전기차 포비아’ 확산에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이 안전 강화 서비스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기아는 21일 전기차 고객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종합 지원책을 내놓았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감지한 전기차 배터리 이상 징후를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리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BMS가 감지한 배터리 위험 정도에 따라 고객에게 입고 점검과 긴급 출동 등을 안내하는 서비스로 이날 개시됐다. 또 △고전압 배터리 상태 △수냉각 시스템 △고장 진단 및 외부 손상 등 총 9가지 항목을 전국 18개 기아 직영 서비스센터 및 757개 대리점(오토큐)에서 무상으로 점검하는 ‘전기차 안심 점검 서비스’도 최근에 시작했다. 안심 점검과는 별도로 연 1회(차량 구매 후 1∼8년 차 대상) 무상으로 실시하는 ‘기본 점검’에 배터리 진단 부분을 강화하고 배터리 성능 진단 보고서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미세 단락(합선)까지 감지하는 BMS의 최신 배터리 시스템 모니터링 기술을 전 차종에 조기 적용한다는 게 기아의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날 배터리 안전진단 소프트웨어(SW) 사업 확대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BMS에 배터리셀 업체는 배터리 관리에 필요한 기능들을 개발하고 제공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BMS 분야에서 800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을 이미 10만 대 이상의 전기차에 적용해 90% 이상의 안전진단 검출률을 확보했다는 게 LG 측의 설명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배터리 제조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건강한 사용을 위한 BMS 솔루션 분야에서도 차별적인 고객 가치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인천 청라 화재 사고 이후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자 완성차 및 배터리셀 제조사들이 ‘안전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진화에 나섰다. 각 사가 보유한 첨단 안전 기술을 소개하는가 하면 전기차 화재의 한 요인으로 거론되는 과충전 문제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있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진 전기차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기 전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 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대자동차·기아는 20일 전기차 안전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배터리 충전량과 화재는 상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배터리 잔량이 90% 이하인 전기차만 출입하도록 제한하는 대책을 내놓은 것을 의식한 행보다. 정치권 또한 이달 중 전기차 화재 방지 대책 발표를 앞두고 ‘충전율 제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는 먼저 배터리 수명과 차량 성능 향상을 위해 애초에 최대 용량까지 충전하지 못하도록 마진(여유)을 두고 제조된다는 근거를 들었다. 차량에 표시되는 ‘충전율 100%’는 배터리 최대 용량까지 충전된 게 아니라는 의미다. 또한 그 범위를 넘어 충전되는 문제가 발생해도 ‘배터리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전력과 스위치를 차단해 추가적인 충전을 막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화재는 충전량과 무관하게 (셀) 제조 불량이나 외부 충돌 등에 의해 내부 물리적 단락(합선)이 발생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주장했다.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도 최근 “충전율과 화재는 당연히 관련이 있지만 지배적 원인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KG모빌리티가 전기차 특별 안전 점검에 나서는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 또한 전기차 고객의 불안감 해소에 나선 상황. 17개 완성차 업체가 일제히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 데 이어 저마다의 안전 대책, 기술력을 소개하는 데 열중하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모듈에 방화 소재를 적용하기로 하는 등 배터리셀 업체들도 마찬가지.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연구원장은 “외신조차 주목하는 이례적인 사고가 국내에서 발생하면서 ‘전기차 대중화’ 시기로 진입하는 초창기에 전기차 산업 생태계 전체가 큰 난제에 부닥친 형국”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화재로 그간 ‘친환경성’만 강조하며 보급률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두던 전기차 정책을 되짚어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가 늘어나는 것만큼 전기차 화재 건수도 가파르게 오르는 만큼 중장기적인 안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소방청의 연료별 자동차 화재 건수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의 누적 자동차 등록 대수에 따르면 전기차 1만 대당 화재 발생 건수는 2019년 0.78대에서 2023년 1.32대로 급증했다. 2023년 수치에서 전기차는 경유(1.48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는 “비교적 새 차인 전기차의 화재 발생 건수가 노후 차량이 많은 가솔린보다 많아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보급률을 올리는 것에만 급급하다가 정작 안전이 등한시돼 있었는데 이번에 설익은 정책이 아닌 근본적인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번만 안아봐도 될까요?” 미국 육상 대표 타라 데이비스(25)는 2017년 한 경기장에서 처음 만난 동갑내기 헌터 우드홀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드홀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남자 육상 T44 등급 200m에서 은, 4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선수였다.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38·남아프리카공화국)가 이름을 떨쳤던 종목이 T44 등급이다. 정강이뼈 없이 태어난 우드홀은 생후 11개월에 양쪽 다리 절단 수술을 받았다. “별 이유 없이 그냥 안아 보고 싶었다”던 타라는 이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은 헌터를 안고 싶을 때 굳이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 타라는 9일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멀리뛰기 결선에서 7m10을 뛰어 우승하며 개인 첫 올림픽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그러고는 관중석에서 기다리던 헌터에게 달려가 안겼다. 그사이 이 경기가 열린 스타드 드 프랑스 전광판은 ‘타라 데이비스우드홀’의 금메달 획득 소식을 전했다. 타라와 헌터는 2022년 부부가 됐다. 첫 만남 이후 연인 관계로 발전한 두 사람은 2021년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도 나란히 출전했다. 타라는 당시 6위로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헌터는 200m 은메달을 추가했다. 헌터는 아내가 메달을 딴 ‘스타 드 프랑스’에서 30일부터 열리는 파리 패럴림픽 육상에서 개인 네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이날 남자 200m에서는 레칠레 테보고(21·보츠와나)가 19초46으로 우승했다. 5월에 모친상을 당한 테보고는 이날 어머니 세라티와 씨의 이름이 새겨진 스파이크를 신고 보츠와나에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100m에 이어 200m에서도 우승을 노렸던 노아 라일스(27·미국)는 3위에 해당하는 19초70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주를 마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 사실을 전한 라일스는 400m 계주와 1600m 계주에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라일스는 금 1개, 동메달 1개로 이번 대회를 마감하게 됐다. 여자 400m 허들에서는 시드니 매클로플린레브론(25·미국)이 50초37의 세계 기록을 세우며 이 종목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2연패 기록을 남겼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오래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메달입니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대표 캐런 천(25)은 개인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감흥에 한껏 취해 있었다. 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챔피언스 파크에서 열린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 단체전 시상식에 참석한 1위 미국(9명)과 2위 일본(7명) 선수 16명 모두가 그랬다. 이들은 1만3000여 명의 관중이 운집한 이곳에서 피겨 한 장면을 연출해 기념사진으로 남기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순간을 즐겼다. 이들에게 메달을 걸어 준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은 “2년 전의 일이 마침내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한여름에 겨울올림픽 시상식이 열린 이 이색적인 장면은 2년 전 베이징 겨울올림픽 기간에 불거졌던 약물 파동 때문에 나왔다. 이 대회 피겨 단체전은 원래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1위, 미국이 2위, 일본이 3위를 하면서 끝났다. 하지만 모든 참가 선수의 연기가 끝난 뒤 ROC 대표 카밀라 발리예바(18)가 올림픽 전에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ISU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단체전 시상식을 무기한 연기하고 최종 성적 처리 방식에 대해 논의를 이어갔다. 단체전 여자 싱글에서 1위를 했던 발리예바의 성적만 무효로 할 것인지 아니면 ROC 대표팀 전체 성적을 무효로 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ISU와 IOC가 발리예바의 성적만 무효로 하기로 결론을 내린 뒤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발리예바는 ‘의도적으로 도핑을 저지른 건 아니다’라면서 ‘내 점수를 인정해 달라’라고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베이징에서 4위를 했던 캐나다 대표팀도 ‘ROC 선수단 전체 점수를 무효화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CAS로 들고 갔다. 그래야 자신들이 동메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CAS는 올해 1월 발리예바의 징계를 확정하는 한편으로 이달에는 캐나다의 주장도 기각했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ROC가 3위, 캐나다가 4위가 됐다. ROC 선수단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징계로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개브리엘 토머스(28·미국)가 올림픽 육상에서 하버드대 출신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토머스는 7일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육상 여자 200m 결선에서 21초83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버드대 교내 신문 ‘하버드 크림슨’은 ‘토머스는 하버드대 졸업생 최초의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라고 전했다. 초대 올림픽인 1896년 아테네 대회에서 제임스 코널리가 남자 세단뛰기에서 우승했지만, 당시 그는 하버드대를 자퇴한 상태였다. 토머스는 자신이 우상으로 꼽는 2012년 런던 대회 여자 200m 챔피언 앨리슨 필릭스(미국)에 이어 12년 만에 올림픽 육상 여자 200m에서 우승한 미국 선수로 기록됐다. 뉴욕타임스는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발전했다”며 “적은 힘으로 최상의 탄력을 받는 달리기 자세를 꾸준히 연마했던 것이 결실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1년 열린 도쿄 대회에서 200m 동메달, 여자 400m 계주 은메달을 따낸 토머스는 2023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는 200m 2위, 여자 400m 계주 우승을 차지하는 등 꾸준히 실력을 향상시켰다. 토머스는 2015년 하버드대에 입학해 신경생물학과 국제보건학을 전공했다. 2019년 졸업 이후엔 텍사스주립대 건강과학센터에서 공중보건학 석사 과정을 밟아 지난해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를 받는 동생들을 위해 이 전공을 선택했다. 토머스는 일주일에 10시간씩 건강 클리닉에서 일하고 공부하면서도 꾸준히 달렸다. 그리고 토머스는 이날 이번 대회 여자 100m 금메달리스트 줄리언 앨프리드(22초08·세인트루시아)와 브리트니 브라운(22초20·미국)을 각각 2, 3위로 밀어내고 올림픽 챔피언이 됐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올림픽에서 다른 종목 선수들이 ‘경기’를 할 때 체조 선수들은 ‘연기’를 한다. 주연에 익숙한 이들은 조연을 꺼리게 마련이지만 주연 중의 주연인 ‘체조 여제’ 시몬 바일스(27·미국)는 달랐다. 바일스가 조연을 자처한 덕에 파리 올림픽 여자 마루운동 시상대가 더욱 빛났다. 이번 대회 4번째 금메달을 노리던 바일스는 5일 파리 올림픽 체조 여자 마루운동에서 14.133점을 받았다. 이 종목 1위 헤베카 안드라지(25·브라질·14.166점)에게 뒤진 2위 기록이었다. 이어 조던 차일스(23·미국·13.766점)가 3위에 올랐다. 그러면서 남녀부를 통틀어 올림픽 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시상대에 흑인 세 명이 오르게 됐다. 셋 중 가장 먼저 시상대에 오른 차일스는 은메달 시상이 끝난 뒤 바일스에게 “우리가 예를 갖춰 안드라지를 맞이하는 세리머니를 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바일스는 “물론이지”라고 답했다. 안드라지가 시상대에 오르는 순간 두 선수는 몸을 낮췄고 안드라지는 활짝 웃는 얼굴로 두 팔을 하늘 위로 뻗으면서 시상대에 올랐다. 올림픽 역사에 길이 남을 시상식 사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 순간을 담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올림픽은 바로 이런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영국 BBC방송도 “금메달보다 더 값진 명장면”이라고 거들었다. 바일스는 “시상대에 흑인 선수만 오르게 돼 기분이 ‘짱’이었다(super exciting)”면서 “안드라지는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차일스는 “팬들에게 ‘블랙 파워’를 보여주고 싶었다. 안드라지는 우리에게 아이콘이자 전설”이라고 말했다. 2021년 도쿄 대회 뜀틀에 이어 개인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안드라지는 “그들이 너무 귀여웠다. 올림픽 결선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인데 세계 최고인 그들의 세리머니를 받아 정말 영광”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 금메달은 안드라지가 색깔에 관계없이 따낸 6번째 올림픽 메달(금 2개, 은 3개, 동메달 1개)이기도 했다. 안드라지는 이 메달로 브라질 역사상 올림픽 메달을 가장 많이 딴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안드라지는 브라질 상파울루주 구아룰류스 외곽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미혼모였고 자식은 8남매나 됐다. 이모의 소개로 체조에 입문했지만 당시 가사 도우미로 일하던 어머니가 체육관으로 가는 버스 비용도 감당하기 힘들 만큼 형편이 어려웠다. 그래도 체육관까지 4시간을 꼬박 걸어 체육관으로 가 꿈을 키웠고 마침내 바일스마저 넘어섰다. 여자 체조는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 때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 이후 64년이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때가 되어서야 첫 번째 흑인 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당시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건 도미니크 도스(48·미국)가 첫 메달 주인공이었다. 이어 개비 더글러스(29·미국)가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체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인 여성 가운데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건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때 소련 대표로 참가했던 넬리 블라디미로브나 김(67)이다. 고려인 2세인 김은 당시 단체전, 뜀틀, 마루운동에서 3관왕에 올랐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계를 설정하지 말라. 나도 해냈다. 당신도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트랙보다 병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노아 라일스(27·미국)가 5일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조국에 20년 만에 금메달을 안기고 전한 말이다. 그는 유년기에 천식, 고교 시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난독증 진단을 받았다. 지금도 우울증을 앓는다는 라일스는 “나는 할 수 있다”고 되뇌며 이를 극복했다고 했다. 라일스는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주문이다”라고 했다. 미국 ESPN은 여러 한계를 극복하며 끝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란 타이틀을 거머쥔 라일스의 소감을 두고 “올림픽 챔피언이 보내는 강렬한 메시지”라고 전했다. 그의 인생사처럼 라일스의 이날 우승도 극적이었다.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남자 100m 결선에서 라일스는 ‘최악의 출발’로 경기를 시작했다. 그의 출발 반응 속도는 ‘0.178초’로 결선에 나선 8명의 선수 중 가장 늦었다. 주 종목이 200m인 라일스의 약점으로 꼽혀 오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후 속도를 높여 가던 라일스는 막판에 가장 앞서가던 키셰인 톰프슨(23·자메이카)까지 따라잡았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둘은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0.01초’까지만 인정하는 둘의 공식 기록은 9초79로 동일했다. 올림픽 결선에서 100분의 1초까지 1, 2위의 기록이 같았던 건 1980 모스크바 올림픽 이후 처음이다.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한 뒤 사진 판독(포토 피니시)에 들어가 전광판에 최종 순위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30초가량이 흘렀다. 그렇게 전광판에 찍힌 라일스와 톰프슨의 기록은 각각 9초784와 9초789. 다리는 톰프슨이 빨랐지만, 상체(가슴)는 라일스가 앞섰다. 육상 트랙 경기는 ‘머리, 목, 팔, 다리, 손, 발을 제외한 신체 부위’가 결승선 통과 기준이다. 톰프슨을 ‘0.005초’ 차로 제치고 챔피언으로 등극한 라일스는 펄쩍 뛰며 기뻐했다. 이날 경기는 1, 2위뿐만 아니라 7명의 완주자 모두 사진 판독이 필요할 정도로 치열했다. 라일스는 올림픽 역사상 가장 길었던 미국의 ‘남자 100m 금메달 가뭄’을 끊었다. 미국 선수가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건 2004 아테네 대회 저스틴 게이틀린 이후 20년 만이다. 3년 전 도쿄 대회가 라일스를 성장시켰다. 당시 200m에서 3위에 그쳤던 라일스는 이날 100m를 제패한 뒤 “도쿄에서 우승했다면, 나는 정체되었을지도 모른다. 도쿄에서의 아쉬운 결과가 내 욕망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라일스는 도쿄 대회 이후 2022년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200m 2연패를 달성했다. 2023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는 남자 100m, 200m, 400m 계주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육상선수권에서 3관왕이 탄생한 건 2015년 베이징 대회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이후 8년 만이었다. 라일스의 이번 대회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6일 시작되는 남자 200m에서도 금메달을 노린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파리 올림픽 때 꼭 금메달을 따고 오상욱 선수(28)와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요.” 일본에서 나고 자란 한국 여자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22)는 원래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의 열혈 팬이었다. 그러다 진천선수촌 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오상욱 팬클럽 회원으로 변신했다. 허미미는 “오 선수가 키(191cm)도 크고 얼굴도 멋진 데다 어쩌다 만나면 일본어로 먼저 말을 걸어주기 때문에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오상욱은 고교 3학년이던 2014년 12월 당시 국내 랭킹 1위였던 구본길(35)을 꺾고 한국 펜싱 최연소 국가대표 타이틀을 따낼 때부터 ‘꽃미남 검객’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리고 이번 파리 대회에서 한국 펜싱 최초로 올림픽 2관왕에 오르면서 전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이번 올림픽 기간 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전 세계 각지에서 올라오는 ‘오상욱 찬양’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한 여성이 이번 올림픽 개인전 결승 중계 화면을 갈무리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은 1일 기준으로 조회수가 300만 번이 넘었고 댓글도 3000개 가까이 달렸다. 이 여성은 “이 남성이 정말 아름답고 재능이 있다는 걸 꼭 공유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K드라마에서 K올림픽으로 전환할 때”라는 SNS 게시물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정작 오상욱은 자신이 이 정도로 인기가 있는지 몰랐던 눈치다. 오상욱은 단체전 결승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하는가’라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한 한국 기자가 ‘브라질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고 하자 “제가요? 왜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오상욱은 대신 “개인전 우승보다 단체전 우승이 더 뿌듯하고 감동적”이라며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펜싱 선수로 올림픽 첫 2관왕 역사를 쓰게 돼 영광”이라고 교과서적인 답변을 내놨다.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대표팀 후배 도경동(25)이 “우리는 지금 오상욱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오상욱은 “아니다. 우리는 그냥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몸을 낮췄다. 오상욱의 스승인 도선기 대전대 감독이 “상욱이는 실력 못지않은 인성을 갖춘 선수”라고 평한 그대로였다. 어펜져스 1기 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미혼이었던 오상욱은 배우 김유정(25)을 이상형으로 꼽는다. 오상욱은 한 방송에 출연해 “정말 멋있다. 기회가 되면 꼭 뵙고 싶다”고 김유정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수영 신기록 가뭄’을 앓던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드디어 단비가 내렸다.판잔러(중국·19)는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이 대회 수영 첫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판잔러가 챔피언에 오르면서 92년간 이어지던 이 종목 아시아 ‘노(No) 금메달’ 행진도 함께 깨졌다.새 기록이 나온 건 1일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다. 판잔러는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46초40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초반부터 레이스를 주도하던 그는 0.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이 종목에서 2위 카일 차머스(호주)와 1.08초의 기록 격차를 낼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줬다. 역대 올림픽에서 1, 2위 기록이 1초 이상 벌어진 건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 이후 96년만이다.이날 판잔러의 기록은 올해 2월 도하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자신이 세웠던 종전 기록(46초80)보다도 0.4초가 빠른 것이다. 이 경기장의 수심이 얕아 기록이 저조한 것이란 그간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라데팡스 수영장의 수심은 세계수영연맹 권장(3m)보다 0.85m 낮다. 수심이 낮을수록 선수가 받는 물살의 저항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판잔러는 1932년 미야자키 야쓰지(일본) 이후 첫 이 종목 아시아인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아시아인에게 ‘메달 불모지’로 불리던 수영 자유형 100m를 개척한 셈이다. 올림픽 여자 자유형 100m 또한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중국의 러징이 1위를 차지한 이후 금메달이 나오지 않고 있다. ‘도핑 의혹’으로 중국 수영을 보는 눈이 곱지 않던 찰나에 분위기 반전을 주는 성과이기도 했다. 대회 직전 호주 신문 헤럴드 선 등은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중국 수영 대표 선수 23명이 개막 7개월 전,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대회에 참가했다”라며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는 중국 수영 도핑 문제에 공정한 판단을 하지 못했다”라고 보도했던 게 발단이 됐다. 가오민 등 중국 일부 선수들이 “하루 7번의 도핑 테스트 루틴이 성공적으로 우리 중국 수영팀을 방해했다”라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판잔러는 도핑 의혹을 받는 23명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판잔러는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도핑)테스트가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됐다”라며 “(심리적으로)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이다. 이 기록은 중국만을 위한 것이 아닌 전 세계 수영을 위한 것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자국 요리에 자부심 강한 이탈리아인을 자극하기에 이만한 공격이 또 있을까. 세계적인 피자 브랜드 피자헛의 홍콩 지사(피자헛 홍콩 & 마카오)는 지난달 30, 31일 ‘파인애플 토핑 무료’ 행사를 진행했다. 파인애플 토핑을 얹은 피자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괴식’(괴상한 음식)으로 통한다. 홍콩이 이탈리아를 공격하고 나선 건 파리 올림픽 펜싱 경기 때문이다. 홍콩 대표 청카룽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열린 남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필리포 마키를 15-14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과정에서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을 세 차례 진행한 뒤 청카룽의 결승 득점을 인정했다. 그러자 파올로 아치 이탈리아펜싱연맹 회장은 “마키가 진정한 승자다”라고 발끈했다. 이탈리아올림픽위원회도 “결승전 심판진이 홍콩과 인접한 한국과 대만 출신”이라고 거들었다. 이탈리아는 도쿄 대회 때까지 올림픽 펜싱에서 금메달을 총 49개 차지했다. 펜싱 종주국 프랑스(44개)보다 많은 역대 최다 기록이다. 홍콩도 지지 않았다. 2021년 도쿄 대회 때도 이 종목 금메달을 땄던 청카룽은 이날 승리로 홍콩 선수 최초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두 개 따는 기록을 남겼다. 청카룽이 도쿄에서 따낸 금메달은 홍콩 역사상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이기도 했다. 이후 홍콩 팬들과 이탈리아 팬들이 온라인에서 설전을 벌이는 사이 피자헛 홍콩 & 마카오는 “이 기쁜 날을 축하하기 위해 모든 레스토랑에서 피자 주문 시 파인애플 토핑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미식가라면 이탈리안 스타일을 선택하거나 파인애플을 추가하세요”라고 공지를 올렸다. 이 공지에는 펜싱 칼에 파인애플을 꽂는 선수 이미지도 들어 있다. 정작 마키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존경하는 옛 챔피언이 ‘메달(승자)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했다”며 “(청카룽의) 이번 메달도 기쁨과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남겼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BMW코리아가 선제적 차량관리 시스템 ‘프로액티브케어’를 도입했다. 차량에서 이상이 감지되면 고객에게 먼저 안내하는 방식이다. 필요할 경우 서비스센터 일정까지 미리 예약도 가능하다. 안전성을 개선하고 서비스 대기 시간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프로액티브케어는 자동차 상태와 관련된 데이터를 원격으로 수집한다.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감지되면 고객에게 안내한다. 단순히 소모품 교환 안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위급 수준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고객에게 연락해 상황과 대처 방법을 알린다. 즉시 조치가 필요한 위급한 상황일 경우 BMW 프로액티브케어 팀이 고객에게 즉시 전화해 상황을 전달한다. 또 ‘마이BMW’ 앱을 통해서도 알림 메시지를 발송한다. 경우에 따라 원격 진단을 실시하고 견인이나 긴급출동 서비스도 제공한다. 고객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서비스 가이드를 통해 조치 방법을 안내한다. BMW 측은 “자동차를 잘 모르는 운전자도 언제나 안전한 상태로 BMW 차량을 운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액티브케어는 서비스 시간 단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프터서비스(AS) 예약 시 자동차 상태 정보가 서비스센터로 공유돼 사전에 원격 진단을 하거나 부품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BMW코리아는 현재 109가지의 오류 패턴을 분석해 해결 방안을 마련한 상태이며 앞으로 오류코드에 대한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늘려 갈 예정이다. BMW 관계자는 “프로액티브케어는 제조사가 먼저 문제를 파악하고 솔루션을 안내하는 선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사후 대응적인 서비스를 탈피한 것”이라고 했다. 프로액티브케어의 실시간 진단 시스템은 전기차 안전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충전 시 배터리 과열 위험과 충전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화재나 안전사고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 프로액티브케어 서비스는 BMW OS 7 이상이 적용된 BMW 모델에 제공된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활성화된 BMW 커넥티드 드라이브 계정이 필요하며 BMW ID에 차량을 등록해야 한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요리에 자부심 강한 이탈리아인을 자극하기에 이만한 공격이 또 있을까. 피자헛 홍콩 & 마카오가 실시한 피자에 ‘파인애플 무료 토핑’ 행사는 현재 홍콩과 이탈리아 양국 팬들 간에 벌어지는 온라인 공방이 올림픽 못지않게 얼마나 치열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 경기장에서 열린 펜싱 남자 플뢰레 결승전에서 홍콩의 청카룽이 이탈리아 필리포 마키에 15-14로 신승하며 금메달을 가져갔다. 여기서 심판진이 세 번의 다시 보기(리플레이)를 거쳐 청카룽의 마지막 득점을 인정한 것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이탈리아의 코치는 마키를 ‘도덕적 승자’라고 칭하는 등 반발했다.파올로 아치 이탈리아펜싱연맹 회장은 “마키가 진정한 승자다”라며 “그는 마땅히 받아야 할 금메달을 받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탈리아 올림픽위원회도 “결승전 심판진들이 홍콩과 인접한 한국과 대만 출신”이라고 거들었다.‘펜싱 강국’의 명예를 안고 있던 이탈리아로선 그만큼 이번 패배를 쉽게 인정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이탈리아는 직전 도쿄 올림픽까지 펜싱 종목 최다 금메달 획득(48개) 국가다.이탈리아가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자, 홍콩 팬들도 반격에 나섰다. 청카룽은 두 개의 올림픽(도쿄올림픽,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홍콩 출신 첫 선수. 도쿄올림픽까지 금메달이라곤 두 개밖에 없었던 상황에 홍콩 팬들로선 청카룽의 이번 승리가 더 값질 수밖에 없었다. ‘청카룽 사수’에 나선 홍콩 팬들과 자존심 상한 이탈리아 팬들은 청카룽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무대 삼아 날 선 장외 설전을 벌였다.“이 기쁜 날을 축하하기 위해 모든 레스토랑에서 피자 주문 시 파인애플 무료 토핑을 제공합니다.”이런 맥락에서 피자헛의 이번 이벤트는 조리 방식은 물론이고, 먹을 때에도 “이탈리아인이 특유의 미적 철학과 전통을 고집한다”라며 조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1월 CNN은 이탈리아 나폴리의 한 피자 장인이 “편견을 깨겠다”라며 파인애플 피자를 만들었지만, 그 가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모욕적인 글이 달리는 등 논쟁이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홍콩 피자헛은 7월 말까지 주문받은 피자에 무료로 파인애플 토핑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금메달 이후 이탈리아를 겨냥한 홍콩의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고 전했다.정작 이 경기에서 패한 마키는 함께 심판진을 비판하자는 자국 팬들의 부추김에도 덤덤한 모습이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존경하던 어느 챔피언이 과거에 ‘메달리스트의 승리를 존중해야 한다’라고 했다”라며 “이번 (청카롱의) 메달도 기쁨과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라고 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일본 유도 국가대표 아베 히후미(26), 우타(24) 남매는 3년 전 도쿄 올림픽 때 30분 간격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유도 역사상 남매가 나란히 금메달을 차지한 건 이들이 처음이었다. 남매는 파리 올림픽에서도 동반 2연패를 노렸지만 오빠 히후미만 그 목표를 이뤘다. 우타는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52kg급 16강전에서 디요라 켈디요로바(26·우즈베키스탄)에게 패해 서둘러 2연패 도전을 끝내야 했다. 우타는 경기 시작 2분 14초 만에 절반을 따내며 앞서갔다. 그러나 경기 종료 1분을 남겨 놓고 상대 왼쪽 다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등이 매트에 떨어졌다. 심판은 바로 켈디요로바의 한판승을 선언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을 4번 차지한 우타가 국제대회에서 패한 건 2019년 오사카 그랜드슬램 결승 이후 5년 만이다. 우타는 성인 무대에 데뷔한 2016년 도쿄 그랜드슬램 결승을 마지막으로 7년 넘게 한판패를 당한 적이 없었다. 우타는 심판이 경기 종료를 선언한 뒤에도 매트 가장자리에 앉아 2분 넘게 오열했다. “‘우타만 잡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올림픽을 준비했다”는 켈디요로바는 결국 이 체급 금메달을 가져갔다. 남자 64kg급에 출전한 히후미는 무난히 결승까지 올라 윌리앙 리마(24·브라질)를 상대로 한판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타도 관중석에 앉아 오빠가 일본 유도 역사상 7번째 올림픽 2연패의 주인공이 되는 장면을 지켜봤다. 히후미는 “(우타의 패배) 소식을 듣고 놀랐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래도 감정을 억눌렀다”라며 “다음 올림픽에서 동생과 다시 한번 동반 금메달을 노려보겠다”라고 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