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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해외 5곳에 있는 우리 공관원들에 대한 북한의 테러 준비 징후를 다수 입수해 2일 테러 경보를 기존 ‘관심’에서 ‘경계’로 두 단계 올렸다. 해외 공관에 대한 테러 경보가 ‘경계’로 상향된 건 2016년 대테러센터 출범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테러 위협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단순 첩보 수준을 넘어 좀 더 위협적인 테러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보 당국은 해외에서 이뤄지는 엘리트층을 포함한 탈북민 증가를 북한의 테러 시도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해외 파견 북한인을 관리·감시하는 (북한) 공관 간부와 보위성 등 특수기관원들이 ‘이탈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외부 소행으로 김정은에게 허위 보고하고, 우리 공관원을 대상으로 보복을 기도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주캄보디아·주라오스·주베트남 대사관과 주블라디보스토크·주선양 총영사관 등 5곳에 대한 테러 경보를 상향 조정했다. 테러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로 구분되는데, 경계는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에 발령된다.“고위탈북민 한국행 줄잇자… 北, 공관에 보복 나선듯” 해외공관 ‘北 테러경보’ 북한은 우리 정부가 이날 테러 경보를 상향 조정한 5개 국가에 요원들을 파견해 우리 공관 감시를 확대하고, 테러 목표로 삼을 우리 국민을 물색하는 등 구체적인 활동까지 전개하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이날 밝혔다. 북한은 이들 국가에 모두 공관을 두고 있다. 북한의 대남 공작 조직인 정찰총국이나 비밀경찰인 국가보위성이 테러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국으로 온 고위급 탈북민은 10명 안팎에 달한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은 지난해 동기 대비 또 증가했다고 한다. 강화된 대북 제재로 경제난에 봉착한 북한에서 엘리트층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것. 우리 정보 당국은 올해 상반기 평양에서 최신 정보를 가진 엘리트층이 본격적으로 탈북할 가능성까지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북한 당국은 지난해 말 재외공관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검열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해외에 있는 북한 외교관·무역대표부 직원·유학생 등의 이탈이 가속화되자 관리 책임이 있는 북한 공관 간부들이 그 책임을 해외 우리 공관원 등에게 돌리고 보복까지 하려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우리 공관원들에게 테러를 가해 현지에 있는 북한인들에게 보란 듯 경고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테러를 준비하기 위해 현지에 테러조를 파견하려는 정황 등까지 정보 당국이 이미 포착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탈북민단체 겨레얼통일연대가 2일 “중국 지린(吉林)성 ‘바이산(白山) 구류소’에 수용된 탈북민 200명가량이 지난달 26일에 북한으로 송환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국내에 거주하는 복수의 탈북민 가족들과 현지 소식통 등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전해 들었다는 것. 우리 정보당국 역시 최근 중국이 탈북민들을 강제 북송하는 동향을 포착했다고 한다. 지난해 탈북민을 대규모 강제 북송한 중국이 올해 다시 탈북민 북송을 재개한 게 사실이라면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유린’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중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 가능성과 관련한 질의에 “정확한 숫자나 장소 등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중국 당국의 탈북민 추가 강제 북송 가능성은 계속 추적해 왔다”고 전했다. 정부 소식통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고위급 교류 등 북-중 관계가 다시 밀착하고 있는 기류가 탈북민 강제 북송에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인권 조사 기록 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8월 29일(80명)과 9월 18일(40여 명)에 이어 10월 9일에도 탈북민 500여 명을 대거 기습 북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민 북송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 정부 차원에서 이를 막을 실효성 있는 대책은 사실상 없다. 중국에 문제를 제기할 순 있지만 실질적인 압박 수단은 없다는 것. 중국은 우리 정부의 강제 북송 중단 요청에 “불법 월경자는 국내법, 국제법, 인도주의에 따라 처리한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 간부들이 부정 채용 정황이 담긴 실무직원의 업무 일지를 조작하는 등 적극적인 증거 인멸에 나섰다고 감사원이 1일 밝혔다. 지난달 30일 감사원은 선관위 직원들이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를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위원이 작성한 평가 점수까지 조작하는 등 조직적으로 ‘특혜 채용’을 벌였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1일 감사원에 따르면 전남선관위의 경력채용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던 과장급 직원 A 씨는 지난해 6월 감사를 앞두고 6급 인사담당자가 작성했던 업무일지에서 2022년 박찬진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딸이 응시했던 경력채용 관련 내용 중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삭제하도록 다른 부하 직원에게 지시했다. 인사담당자는 채용 업무 도중 윗선으로부터 받은 지시 사항 등을 적은 ‘업무 일지’를 작성해 보관하고 있었다. 이 문건엔 “A 씨를 포함한 내부 위원들이 외부 면접위원에게 ‘면접 응시자 순위만 정해주고, 평가 점수란은 비워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감사원은 2022년 박 전 총장의 딸이 응시한 면접에서 전남선관위가 위원들에게 “평가 점수란은 비워달라”고 요구했고, 이후 박 전 총장 딸 등 내정된 지원자들이 점수를 높게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2021년 신우용 당시 상임위원(1급) 아들의 채용에 관여한 서울선관위 인사담당 과장 B 씨는 지난해 6월 감사를 앞두고 부하 직원에게 채용 관련 문건이 담긴 서류함을 “갈아버리라”고 지시했다. 이에 직원들이 서류를 전부 파기했지만 감사원은 선관위 직원들이 문서 파기 전후로 주고받은 메신저 기록 등을 분석해 특혜 채용 사실을 확인했다. B 씨 등은 지난해 5월 선관위 자체 감사 당시엔 말을 맞춘 뒤 “블라인드 면접이었다”며 ‘특혜 채용’ 의혹 자체를 모두 부인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선관위, 특혜채용 일지 삭제… “블라인드 면접” 허위진술 지시도 선관위 ‘특혜 채용’ 조직적 증거인멸무기한 보관 의무 서류도 파쇄 정황증거 검게 칠한 자료 감사원 제출도감사원이 선거관리위원회의 ‘특혜 채용’과 관련해 지난달 30일 중간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검찰에 수사 요청까지 한 건 특혜 채용 관여 의혹을 받는 선관위 간부들이 증거를 적극 인멸할 움직임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선관위 간부들이 선관위 자체 감사에서 ‘말 맞추기’를 한 사실도 이번 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외부 감시·통제의 사각에 있었던 선관위가 조직적인 부정 채용을 넘어 증거 인멸까지 나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 전반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특혜 채용 관련 일지 중 불리한 부분 삭제” “면접 외부 위원들에게는 ‘합격자만 정해주고 평가 점수는 쓰지 말아 달라’고 요구….” 감사원에 따르면 전남선관위의 채용 업무를 담당했던 6급 직원 A 씨가 2022년 작성한 문건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 시험은 선관위 고위직인 박찬진 전 사무총장의 딸이 응시한 것으로, 당시 외부 면접위원들은 선관위 내부 위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응시자의 순위만 정했을 뿐 평가표는 공란으로 남겨뒀다. 면접이 끝난 뒤 A 씨는 직접 평가표를 작성하면서 내정자인 6명의 점수를 높게 적어 넣었고, 6명 안에는 박 전 총장의 딸도 포함됐다. 감사원은 박 전 총장 딸의 채용 면접에 참여한 전남선관위 간부가 지난해 6월 무렵 이 문건의 존재를 알게 됐고, 문건의 내용 중 박 전 총장 딸의 채용과 관련된 부분 중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을 삭제했다고 보고 있다. 선관위가 지난해 5월 자체 감사를 거쳐 박 전 총장 딸의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고, 관련 간부들의 징계를 예고한 직후였다. 지난해 감사원은 현장 감사를 통해 이 문건을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을 거쳐 문건이 여러 차례 수정된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문건 최초 작성자인 A 씨로부터 별도로 휴대용 저장장치에 보관해 온 문건 원본을 확인했다고 한다. ‘제목없음’이란 이름의 이 문건에는 A 씨가 경력 채용과 관련해 진행했던 업무의 내용과 ‘윗선’으로부터 받았던 지시 사항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 문건은 보고서 형태는 아니었고, A 씨가 날짜별로 받았던 지시 사항 등을 적어둔 메모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당시 채용에 관여한 전남선관위 간부들이 감사원 감사 및 검찰 수사 등을 앞두고 관련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무기한 보관 의무 서류도 파쇄” 2021년 신우용 당시 상임위원(1급) 아들의 채용을 담당했던 서울선관위의 인사 담당 과장 B 씨는 지난해 5월 선관위의 자체 감사를 앞두고 부하 직원을 불러 “면접위원들이 지원자의 가족관계 정보를 알 수 없었다고 감사에서 진술하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면접은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되지 않아 위원들이 지원자의 부모 이름을 모두 알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B 씨는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선 부하 직원을 불러 “면접시험 관련 서류가 포함된 서류함을 갈아버려라”라고 지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에 면접시험 관련 서류 등이 파쇄됐는데, 여기엔 최소 10년 또는 무기한 보관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서류도 있었다고 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번 감사 과정에서 선관위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당사자의 인적 사항을 검은색 펜으로 지운 뒤 감사원에 자료를 제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선관위 고위직 자녀의 특혜 채용 여부를 따지려면 해당 자녀가 채용 요건에 들어맞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선관위 측이 필요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 감사원은 결국 3급 이상 고위직 운영과 관련된 자료는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국·호주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미국·영국·호주 3자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의 ‘필러(pillar·기둥) 2’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미국이 주도하는 오커스는 미국·영국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1단계 협력인 ‘필러 1’과 자율무기·극초음속미사일·사이버안보 등 8개 분야에서 첨단 군사 역량을 공동 개발하는 2단계 협력인 ‘필러 2’를 추진 중이다. 앞서 지난달 오커스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필러 2 관련 새 협력 파트너로 받아들인 가운데, 한국을 추가 협력 파트너로 고려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의 참여 가능성이 논의된 만큼, 조만간 한국을 포함한 오커스 확장이 본격적으로 논의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1일(현지 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2 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커스 회원국들이 한국을 오커스 필러 2 파트너로 고려하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면서 “한국의 국방 과학·기술 능력은 필러 2의 발전 및 지역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2+2) 회담에서 우리는 필러 2 협력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했다.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도 “한국은 분명히 인상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국가”라며 “우리는 이미 가치를 공유하며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기술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면서 “향후 필러 2가 발전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관련해선 (이미) 그런 기회를 지켜보고 있다”고도 했다. 필러 1은 다른 국가로 확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커스 방침이지만 필러 2를 놓고는 최근 일본에 이어 협력 국가를 추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우리 정부도 지역 안보적 측면에서 필러 2 참여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필러 2에서 개발한 첨단 무기가 개발 참여 국가에 우선 배치될 가능성이 큰 만큼, 무기 개발 차원에서도 참여하는 게 득이 크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만 오커스에 참여하려면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필요하고, 오커스 확대에 대한 중국의 반발도 거센 만큼 실제 참여까지 수개월이 필요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2+2 회담을 통해 우리 육군이 미국·호주·일본이 참여하는 3국 연합훈련인 ‘서던 재커루’에 참관단 자격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식 참여는 아니지만 옵서버 형식으로라도 우리 군이 이 훈련을 참관하면 첫 참여가 된다. 또 회담에서 한국과 호주는 북한의 불법 핵·미사일 개발 자금에 대한 접근도 차단하기로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우리는 경제·안보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안보와 사이버·해양안보 분야 협력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 간부들이 부정 채용 정황이 담긴 실무직원의 업무 일지를 조작하는 등 적극적인 증거 인멸에 나섰다고 감사원이 1일 밝혔다. 지난달 30일 감사원은 선관위 직원들이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를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위원이 작성한 평가 점수까지 조작하는 등 조직적으로 ‘특혜 채용’을 벌였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1일 감사원 등에 따르면 전남선관위의 경력채용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던 과장급 직원 A 씨는 지난해 6월 감사를 앞두고 6급 인사담당자가 작성했던 업무일지에서 2022년 박찬진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딸이 응시했던 경력채용 관련 내용 중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삭제하도록 다른 부하 직원에게 지시했다. 인사담당자는 채용 업무 도중 윗선으로부터 받은 지시 사항 등을 적은 ‘업무 일지’를 작성해 보관하고 있었다. 이 문건엔 “A 씨를 포함한 내부 위원들이 외부 면접위원에게 ‘면접 응시자 순위만 정해주고, 평가 점수란은 비워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감사원은 2022년 박 전 총장의 딸이 응시한 면접에서 전남선관위가 위원들에게 “평가 점수란은 비워달라”고 요구했고, 이후 박 전 총장 딸 등 내정된 지원자들이 점수를 높게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2021년 신우용 당시 상임위원(1급) 아들의 채용에 관여한 서울선관위 인사담당 과장 B 씨는 지난해 6월 감사를 앞두고 부하 직원에게 채용 관련 문건이 담긴 서류함을 “갈아버리라”고 지시했다. 이에 직원들이 서류를 전부 파기했지만 감사원은 선관위 직원들이 문서 파기 전후로 주고받은 메신저 기록 등을 분석해 특혜 채용 사실을 확인했다. B 씨 등은 지난해 5월 선관위 자체 감사 당시엔 말을 맞춘 뒤 “블라인드 면접이었다”며 ‘특혜 채용’ 의혹 자체를 모두 부인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수행 차량 행렬에서 대당 1억 원을 훌쩍 넘는 고급 일제 차량들이 포착됐다. 고가의 차량은 사치품에 해당돼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으로의 수출, 이전이 전면 금지돼 있다. 26일(현지 시간)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전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를 통해 김 위원장의 김일성군사종합대학 방문 영상이 공개됐는데, 여기서 6대의 일본 도요타 ‘랜드크루저 300’이 발견됐다. 18대의 차량 행렬 중 경광등이 부착되고 브랜드 로고가 제거된 랜드크루저 6대가 있었다는 것. NK뉴스는 이 차량들이 김 위원장 방문을 수행하기 위한 경호원 수송 차량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랜드크루저는 대당 가격이 1억 원 이상이다. 수류탄 폭발을 견디는 방탄차량으로 개조된 랜드크루저는 대당 가격이 1억8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K뉴스는 이번 차량 행렬에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마이바흐 GLS 600’ SUV 2대, 일본 렉서스 ‘LX’ SUV 2대 등도 포착됐다고 전했다. GLS 600은 국내 판매가가 최소 2억6000만 원에 달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GLS 600으로 추정되는 김 위원장의 새 전용 차량을 공개한 바 있다. 국제사회는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비웃듯 고가의 차량을 노골적으로 노출해왔다. 지난달엔 김 위원장이 평남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건설 착공식에서 마이바흐 차량을 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인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신격화를 최근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그 대신 자신을 ‘태양’으로 지칭하는 빈도를 늘리는 등 우상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태양’은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 특히 김일성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당시 ‘김일성 따라하기’ 등을 통해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집권 13년 차에 접어들면서 선대의 후광을 거부하고 선대를 뛰어넘는 지도자라는 의미로 ‘김정은 시대’를 본격적으로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홀로서기에 나선 듯한 모습은 과거 여러 차례 보였지만 최근 그 강도가 달라 보여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 ‘김정은=태양’ 한 달 새 3번 노출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고려투어스(Koryo tours)는 25일 홈페이지에 “북한 파트너(당국)로부터 ‘태양절’(김일성 생일)이란 문구가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고려투어스는 북한 전문 여행사다. 북한에서 태양은 김씨 일가 3대에 모두 사용됐지만 그동안엔 김일성을 대표하는 표현으로 사실상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태양절은 올해 2월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서 ‘4월 명절’ ‘민족 최대의 명절’ 등으로 바꿔 표현됐다. 15일 태양절 당일 북한 관영매체에서 태양절 표현이 등장한 건 “태양절에 즈음하여”라고 쓴 기사 단 한 건에서였다. 북한 매체들은 김일성 생가가 있는 만경대도 기존 ‘태양의 성지’란 표현 대신 ‘애국, 혁명의 성지’ 등으로 바꿔 표현하고 있다. 내부 선전·홍보물에서도 태양절은 자취를 감췄다.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이란 표현 역시 2월 이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김일성 생일에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았다. 이곳엔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북한 매체에선 당 간부 등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도 알리지 않았는데, 이는 김 위원장 집권 이래 올해가 처음이다. 반면 김 위원장을 ‘태양’으로 수식하는 문구의 노출은 부쩍 늘었다. 17일 노동신문에 게재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글에서 김 위원장은 “주체 조선의 태양”으로 불렸다. 지난달 강동종합온실 준공 행사에선 ‘주체 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라는 현수막이 등장했다. 정보 소식통은 “2010년대 후반 북한 내 ‘김정은주의’ 정립 움직임에 따라 태양 표현이 간헐적으로 등장했지만 최근 그 양상이 늘었다”며 “그 의도나 배경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金, 선대 우상화 지우고 본인 업적 부각”김 위원장은 2019년 3월 선전일꾼에 보낸 서한에서 “김일성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진실 알리기’는 명분일 뿐, 결국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선대에 대한 신격화부터 차단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도 “결국 김정은이 핵무력 완성 선언 등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키려면 일단 북한 주민들이 자신만 바라보게 해야 한다고 믿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통일 지우기’ 주장 등을 의식해 우상화 조치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최근 남북이 통일을 더 지향하지 말고 별개의 국가로 살아야 한다는 등 김일성·김정일의 유훈과 다른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결국 김 위원장 입장에선 선대를 어느 정도 끊어내야 자신의 생각·정책이 주민들에게 더 잘 먹힐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인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신격화를 최근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대신 자신을 ‘태양’으로 지칭하는 빈도를 늘리는 등 우상화 작업은 본격화하고 있다. ‘태양’은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 특히 김일성을 가리키는 표현이다.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당시 ‘김일성 따라하기’ 등을 통해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집권 10년차를 넘어가면서 선대의 후광을 거부하고 선대를 뛰어넘는 지도자라는 의미로 ‘김정은 시대’를 본격적으로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홀로서기에 나선 듯한 모습은 과거 여러 차례 보였지만 최근 그 강도가 달라 보여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 ‘김정은=태양’ 한 달 새 3번 노출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고려투어스(Koryo tours)는 25일 홈페이지에 “북한 파트너(당국)로부터 ‘태양절(김일성 생일)’이란 문구가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여러차례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고려투어스는 북한 전문 여행사다. 북한에서 태양은 김씨 일가 3대에 모두 사용됐지만 그동안엔 김일성을 대표하는 표현으로 사실상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태양절은 올해 2월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서 ‘4월 명절’, ‘민족 최대의 명절’ 등으로 바꿔 표현됐다. 15일 태양절 당일 북한 관영매체에서 태양절 표현이 등장한 건 “태양절에 즈음하여”라고 쓴 기사 단 한 건에서였다. 북한 매체들은 김일성 생가가 있는 만경대도 기존 ‘태양의 성지’ 란 표현 대신 ‘애국, 혁명의 성지’ 등으로 바꿔 표현하고 있다. 내부 선전·홍보물에서도 태양절은 자취를 감췄다.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이란 표현 역시 2월 이후 보이지 않고 있다.김 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김일성 생일에도 금수산태양궁전도 참배하지 않았다. 이곳엔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북한 매체에선 당 간부 등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도 알리지 않았는데, 이는 건 김 위원장 집권 이래 올해가 처음이다.반면 김 위원장을 ‘태양’으로 수식하는 문구의 노출은 부쩍 늘었다. 17일 노동신문에 게재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글에서 김 위원장은 “주체조선의 태양”으로 불렸다. 지난달 강동종합온실 준공 행사에선 ‘주체 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라는 현수막이 등장했다. 정보 소식통은 “2010년대 후반 북한내 ‘김정은주의’ 정립 움직임에 따라 태양 표현이 간헐적으로 등장했지만 최근 그 양상이 늘었다”며 “그 의도나 배경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金, 선대 우상화 지우고 본인 업적 부각”김 위원장은 2019년 3월 선전일꾼에 보낸 서한에서 “김일성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진실 알리기’는 명분일 뿐, 결국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선대에 대한 신격화부터 차단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도 “결국 김정은이 핵무력 완성 선언 등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키려면 일단 북한 주민들이 자신만 바라보게 해야 한다고 믿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김 위원장이 자신의 ‘통일 지우기’ 주장 등을 의식해 우상화 조치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최근 남북이 통일을 더 지향하지 말고 별개의 국가로 살아야 한다는 등 김일성·김정일의 유훈과 다른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결국 김 위원장 입장에선 선대를 어느 정도 끊어내야 자신의 생각·정책이 주민들에게 더 잘 먹힐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장갑차·미사일·레이더 등 우리 군 주요 무기체계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방산업체의 기술 상당수가 올해 초 북한에 탈취당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이 업체의 규모는 크진 않지만 군사적으로 민감하고 중요한 부품을 만드는 곳인 만큼 방산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고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그동안 대형 방산업체를 주요 표적으로 해킹에 나선 북한이 이젠 중요 기술을 보유한 중소 방산업체들까지 ‘핀포인트’ 공략을 하고 있다”며 “공격 타깃을 전방위로 넓혀 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방산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 방산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방어가 취약해 사이버 공격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복수의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악성코드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수년 치에 달하는 부품 관련 정보를 이 업체로부터 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과 경찰은 해킹 상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킹 주체를 북한으로 특정할 단서를 포착했다. 국가정보원과 국가안보실, 검경,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국가사이버위기관리단은 해당 사건 정보를 공유하며 조사를 벌여 왔다. 북한이 해킹한 업체는 군 주요 무기체계에 사용되는 케이블 등을 국내 대형 방산업체 등에 납품하는 곳이다. 대표적인 국산 무기인 다연장로켓 ‘천무’, 중거리지대공미사일 ‘천궁’ 등에도 이 업체의 부품이 사용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북한이 2022년 10월∼지난해 7월까지 국내 방산기업 10여 곳에서 방산 관련 자료를 빼간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3일 북한의 해킹조직 라자루스와 안다리엘 김수키 등을 범죄 주체로 특정하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의 여러 해킹조직이 방산기술 탈취를 위해 전방위 합동 공격을 한 게 확인된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북한 전담 모니터링 요원을 충원하는 등 북한의 사이버 위협 수위를 최근 한 단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을 사이버 범죄 관련 관심국으로 지정한 미 당국이 앞으로 북한 해킹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라고 했다.“김정은, 해킹 직접 지휘… 무기-레이더 부품 설계도 등 전방위 탈취” [외교 안보]北, 南 방산 핵심부품 기술 빼가… 정보당국 “보안 취약 중소업체 노려항공-전차-위성-함정순 기술 훔쳐… 탈취기술 결합땐 더 치명적 위협” 북한이 올해 초 우리 군 주요 무기체계에 활용되는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 방산업체를 집중 해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대적으로 대형 업체에 비해 보안이 취약한 중소 업체들까지 북한 해커들의 주요 표적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핵심 무기의 완제품을 설계·생산하는 대형 방산업체뿐 아니라 주요 부품들을 생산하는 중소기업까지 북한이 노리고 있다는 것. 정보 당국은 북한의 우리 무기 기술 해킹이 방산 기업 규모나 기술 유형 등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 양상으로 변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보 당국은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지휘 아래 해커들을 대규모로 집중 투입해 사실상 총력전 형태로 우리 방산 기술 탈취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예상했다. ● “해킹 부품 기술, 결합 시 치명적 위협”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 당국과 경찰은 이 업체를 겨냥한 해킹 공격이 북한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당 업체는 케이블을 대형 방산업체 등에 납품하는 업체다. 업체가 생산하는 장비들은 레이더·전차·미사일 등 우리 군이 전력화한 상당수 무기체계에 활용되고 있다. 이번 해킹으로 무기체계 생산에 필수적인 부품의 설계도 등 매우 민감한 자료들이 탈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보 소식통은 “수년 치의 상당히 많은 양의 자료가 유출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가정보원은 동아일보 질의에 “세부 내용은 답변이 어렵다”면서도 “현재 경찰과 합동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산 업계에선 북한이 중소기업들까지 집중적으로 전방위적인 해킹을 감행하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통상 하나의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데 수천∼수만 개의 부품이 활용된다”면서 “북한이 이미 탈취한 다른 기술 자료 등과 결합해 활용하면 매우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품 관련 기술 자료 한 건은 유출돼도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러한 자료들이 결합되면 북한이 유사한 무기체계를 만들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방산업체의 경우 그간 다수의 해킹 공격과 기술 유출 경험을 토대로 내부망과 외부망을 분리하거나 인가되지 않은 인터넷주소(IP주소)의 접속을 차단하는 등 보안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영세한 중소 업체들은 보안에 집중 투자를 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 역량은 이제 대형 방산업체들의 보안도 뚫을 만큼 집요하고 강력하다”면서 “중소 업체들의 경우 망 분리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라고 토로했다.● 김정은, 北 해킹 진두지휘 정보 당국은 북한의 해킹 공격이 김 위원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해 “해커를 양성할 때 출신 성분을 따지지 말고 실력 좋은 인재는 무조건 뽑으라”고 지시하는 등 정권 유지의 버팀목이 되는 해킹 전문가 양성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관영 매체를 통해 해군력 강화를 언급한 지난해 8월 이후 국내 조선업체를 해킹해 도면과 설계 자료를 탈취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이 무인기 생산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뒤엔 국내외 기업들의 무인기 엔진 자료를 해킹했다. 경찰도 지난해 말 북한의 3대 해킹 조직 중 군사 정보 탈취에 특화된 ‘안다리엘’이 국내 방산업체를 해킹해 레이저 대공 무기 등 중요 기술 자료를 탈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은 “최근 4년간 북한은 항공 분야에서 가장 많은 기술을 절취했고 전차, 위성, 함정 순으로 해킹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해킹으로 탈취한 방산 기술들을 자신들의 무기체계에 실제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2016년 국내 방산업체에서 탈취한 콜드론치(Cold Launch·발사관에서 미사일을 물 밖으로 밀어낸 뒤 엔진을 점화시키는 방식) 기술이다. 우리 정보 당국은 북한이 이 기술을 적용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러시아 한 지역의 한인회장을 지낸 이모 씨(60)가 최근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30년 입국 금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측은 이 씨의 추방 사유와 관련해 ‘국가 기밀’이라고만 했을 뿐, 당사자는 물론이고 우리 정부에도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러시아에서 22년 가까이 거주한 이 씨는 범죄 혐의 등으로 조사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앞서 한국인 선교사 백모 씨를 올해 초 체포해 아직 구금 중이다. 올해 들어 우리 교민들을 상대로 비자 연장 거절 등 불이익을 주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러 관계가 악화되면서 교민들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보복 조치가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0년 입국 금지… ‘국가 기밀’ 짤막한 설명만 국내에 체류 중인 이 씨에 따르면 그는 주재원으로 파견된 남편을 따라 2003년부터 러시아에서 약 22년을 살았다. 그동안 국내를 오가며 비자를 받거나, 3∼5년 단위로 임시 영주권인 ‘거주 허가증’을 발급받아 현지에서 체류했다. 남편이 다닌 회사가 러시아에서 철수한 뒤에도 부부는 러시아에서 한국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사업을 했다. 교민사회에서 뿌리를 내린 이 씨는 지역 한인회장도 맡았다. 대통령 직속 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문제는 이 씨가 지난해 러시아 이민국에 영주권을 신청하면서 불거졌다. 그로부터 몇 달 뒤 러시아 이민국으로부터 “영주권을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 그는 처분에 불복해 현지에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임시 영주권도 패소 판결 이후 자동 취소됐다. 이 씨는 “영주권 발급이 불허된 이유에 대해 ‘국가 기밀’이라는 것 외에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러시아에 가족과 집, 회사가 있는 이 씨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체류 비자를 다시 발급받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남편이 가족을 초청하는 형태로 비자는 새로 발급받았다. 하지만 이 씨는 지난달 1일 러시아 공항에 도착해 자신이 입국 거부 상태인 사실을 알게 됐다. 러시아 이민국으로부터 받은 ‘입국 금지 서류’에는 입국 거부 사유도 적혀 있지 않았다. 단지 “러시아연방에 2054년 1월 16일까지 입국할 수 없다”는 내용만 짤막하게 담겼다. 이 씨에 대한 입국 금지와 관련해 우리 정부 고위 소식통도 “러시아 당국이 정확한 입국 금지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 씨가 현지에서 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러시아 당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탈북민을 지원한 적도 전혀 없었다”며 “20년 넘게 청춘을 바친 곳에서 갑자기 이유도 모르고 내쫓겼다”고 했다. 또 “집도 못 팔고 송금도 못 하는 신세”라고도 했다.● 러 교민 상대 영주권 박탈, 추방 등 잇따라 러시아가 우리 교민에게 30년 입국 금지 처분을 내린 건 매우 이례적이다. 러시아는 탈북민을 구출하려던 선교사들을 적발해도 통상 5년 내지 10년가량 입국 금지만 해왔다. 최근 러시아에 거주 중인 다른 일부 교민들은 발급받은 비자에 적힌 방문 목적과 실제 러시아에서의 활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방당했다. 교민 4명은 러시아 입국 과정에서 방문 목적 확인을 명분으로 공항에 억류돼 1∼4시간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제사회의 대(對)러 수출 통제 공조 차원에서 무기로 쓰일 위험이 있는 682개 품목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추가했다. 이에 러시아는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이달 초 우리 정부가 대북 제재를 위반한 러시아 법인·개인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자 러시아는 “대한민국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런 만큼 러시아가 한국의 대러 제재 등을 막기 위한 외교적 압박용으로 우리 교민들을 상대로 보복 조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가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리를 비우호국으로 지정했기에 (한-러 간) 환경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북-러 관계가 크게 밀착하면서 우리 교민들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통제가 강화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국가정보원이 최근 해외 유명 온라인 쇼핑몰들에서 실제 판매되는 물품들로 총기를 만들어 실험한 결과, 인명 살상이 가능한 수준의 위력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확인 결과, 실제 몇몇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선 사제 총기 부품으로 활용 가능한 불법 물품들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국정원 관계자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은 사업체와 서버 등이 해외에 위치해 국내 총포화약법에 의한 직접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국내법으로 규제가 쉽지 않아 국내 소비자가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스트 건’ 4종 모두 치명상 위력 국정원이 해외 쇼핑몰에서 구입한 물품들로 제작한 실험용 총기는 4정이었다. 화약식 타정총(압축공기를 사용해 못을 박는 장비)과 공이(탄환의 뇌관을 쳐 폭발하게 하는 총포의 한 부분) 타격식 파이프형, 파이프형, 조준경 장착 사제 총기 등을 만들어 실험한 것. 과녁은 피부와 유사한 젤라틴 소재로 만들었다. 실험 결과, 4개 모두 인명 살상 등 치명상을 입힐 위력을 보였다. 화약식 타정총의 경우 과녁을 13cm나 관통했다. 총기나 총기의 부품, 석궁 등은 현행 총포화약법에 따라 국내에서 제조와 판매, 소지가 모두 금지돼 있다. 불법으로 총기를 제조, 판매, 소지한 사람은 3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 원 이상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시도 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국내 온라인 쇼핑몰 업체가 총기 부품 등을 판매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문제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금지된 총기 부품들이라도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선 어렵지 않게 검색은 물론이고 구입도 가능하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에 대해선 정부가 제대로 된 강제 조사나 경고 조치를 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플랫폼에 입점한 해외 업체들에 대해 우리 정부가 규제할 법적 근거 역시 마땅치 않다. 실제로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총기 부품을 구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동아일보 기자가 15일 중국의 한 이커머스 업체에서 ‘총기’라는 검색어로 상품을 검색했더니, 장난감 총알을 넣어 쏠 수 있는 상품이 여럿 검색됐다. 국내에서 판매가 금지된 석궁과 비슷한 모습의 활과 화살도 구매 가능했다. 일부는 미성년자가 구입 가능한 제품도 있었다.● 아베 살해 총기도 ‘고스트 건’ 이렇게 소비자가 총기 부품을 따로 사들인 뒤 조립해 만든 사제 총기는 ‘고스트 건(ghost gun·유령총)’으로 불린다. 총의 성능을 갖추고 있지만 총기 번호는 없다. 사용자가 직접 총기 부품을 결합해 만드는 사제 총인 만큼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2007년 4월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재미교포 조승희가 자신을 포함해 33명을 죽이고 29명을 다치게 했던 총기 테러에서 이 고스트 건을 사용했다. 2019년 미 캘리포니아주 한 학교에선 16세 소년이 직접 제작한 총을 쏴 2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2022년 7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범행에 사용한 총기도 고스트 건이었다. 국정원이 이번에 실험한 총기 중 파이프형 사제 총기가 이에 해당한다. 당시 야마가미는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 차례 총기를 개량한 뒤, 총알 6개가 한꺼번에 발사되는 사제 총기를 제작해 범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테러방지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관세청 등 유관 기관과 함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총기류, 사제 총기 부품으로 사용이 가능한 안전 위해 물품의 국내 반입 자체를 엄격하게 차단하는 방식 등으로 대응한다는 것. 하지만 해외 온라인 쇼핑몰 구매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런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특히 국내에서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을 중심으로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물품이나 불법 성인용품들이 다수 판매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지금까지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아직 크게 실효성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장과 만나 양국 교류·협력을 확대·강화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자오 위원장의 2박 3일 평양 방문의 마지막 날 오찬까지 함께하며 전략적 밀착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이 자리에선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관련 사전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속히 가까워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북한과 멀어졌단 평가를 받았던 중국이 최근 미중 갈등 심화를 계기로 북한에 다시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13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자오 위원장을 접견하고 “이번 중국 당 및 정부 대표단의 평양 방문은 조중(북-중) 친선의 불패성을 과시하고 전통적인 두 나라 친선협조 관계를 시대의 요구에 맞게 가일층 강화·발전시켜 나가는 데서 매우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밝혔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통신은 두 사람이 “친선협조 관계를 보다 활력 있는 유대로 승화·발전시키기 위한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을 확대·강화할 데 대해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중요 문제들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13일 김 위원장이 이 자리에서 “올해는 중-조 수교 75돌이 되는 해로 양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써 내려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중 양측 모두 김 위원장의 방중 및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다만 이번 회동에서 어떤 식으로든 관련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양측 모두 수교 75주년을 집중 언급하지 않았느냐”며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양국이 수교한 10월 6일을 전후해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북한과 중국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자오 위원장과의 오찬 자리에서 시 주석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건배를 제의했다. 국영 중국중앙(CC)TV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자오 위원장은 세 차례나 포옹하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중국 대표단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선물들도 보였다. 말 8마리가 질주하는 조각상과 중국의 ‘국주(國酒)’로 불리는 마오타이(茅台) 30년산으로 보이는 술 상자 등이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오찬 후 차량에 탑승해 떠나는 자오 위원장 일행을 직접 배웅했다. 김 위원장은 자오 위원장에게 두 손을 모으는 제스처를 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 제스처는 중국에서 ‘셰셰(謝謝·감사합니다)’ 인사를 뜻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장과 만나 양국 교류·협력을 확대·강화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자오 위원장의 2박 3일 평양 방문의 마지막 날 오찬까지 함께하며 전략적 밀착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이 자리에선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관련 사전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속히 가까워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북한과 멀어졌단 평가를 받았던 중국이 최근 미중 갈등 심화를 계기로 북한에 다시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김 위원장은 13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자오 위원장을 접견하고 “이번 중국 당 및 정부 대표단의 평양 방문은 조중(북-중) 친선의 불패성을 과시하고 전통적인 두 나라 친선협조 관계를 시대의 요구에 맞게 가일층 강화·발전시켜 나가는 데서 매우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밝혔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통신은 두 사람이 “친선협조 관계를 보다 활력 있는 유대로 승화·발전시키기 위한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을 확대·강화할 데 대해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중요 문제들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덧붙였다.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13일 김 위원장이 이 자리에서 “올해는 중-조 수교 75돌이 되는 해로 양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써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북-중 양측 모두 김 위원장의 방북 및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다만 이번 회동에서 어떤 식으로든 관련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양측 모두 수교 75주년을 집중 언급하지 않았느냐”며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양국이 수교한 10월 6일을 전후해 김 위원장의 방북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북한과 중국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자오 위원장과의 오찬 자리에서 시 주석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건배를 제의했다. 국영 중국중앙(CC)TV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자오 위원장은 세 차례나 포옹하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중국 대표단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선물들도 보였다. 말 8마리가 질주하는 조각상과 중국의 ‘국주(國酒)’로 불리는 마오타이(茅台) 30년산으로 보이는 술 상자 등이 포착됐다.김 위원장은 오찬 후 차량에 탑승해 떠나는 자오 위원장 일행을 직접 배웅했다. 김 위원장은 자오 위원장에게 두 손을 모으는 제스처를 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 제스처는 중국에서 ‘셰셰(謝謝·감사합니다)’ 인사를 뜻한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다음 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중국 측이 조속한 정상회의 개최 의사를 지난달 우리 측에 먼저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달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되면 2019년 12월 이후 4년 반 만이다. 한중일은 4·10총선이 끝난 뒤 고위급 당국자 논의 등을 거쳐 구체적인 일정 및 의제 등을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복수의 정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측은 지난달 우리 당국에 조속히 한중일 정상회의를 갖자고 제안했다. 한일 당국은 대체로 3국 정상이 빨리 만나자는 데 긍정적인 입장이었던 만큼 중국 측 제안 후 정상회의 개최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중일 정상회의는 지난해 하반기쯤 개최되는 방향으로 추진된 바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미온적 자세로 일관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당초 미중 갈등 격화로 한일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던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 등 미국과의 대화 기류가 이어지자 한일과의 만남에 소극적인 방향으로 태도가 바뀌었다고 한다. 이후 지난달 중국이 다시 한중일 정상회의 추진 의사를 내비친 건 결국 미국과의 갈등이 최근 다시 심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대만 문제나 수출 통제 등을 놓고 미중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중국이 다시 한일 정상에게 손을 내민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또 6월 이후엔 한중일 정상들의 다자회담 등 일정이 많은 만큼 늦어도 그 전에 만나야 한다는 점에 3국 간 공감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면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서울에서 만난다. 일각에선 이번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지금 상황에선 연내 방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정부 당국이 나포해 억류 중인 선박에 북한에서 적재한 무연탄이 실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은 북한의 석탄 수출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중국에서 출발한 이 선박은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끈 채 열흘가량 북한 남포항에 머물렀다. 이후 AIS를 켜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던 중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요청을 받은 우리 정부에 의해 지난달 30일 전남 여수항 인근에서 나포됐다. AIS를 끄는 건 북한이 밀수 과정에서 쓰는 전형적인 제재 회피 수법이다. 한미 당국은 이 선박의 중국인 선장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사 결과는 이르면 수일 내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식별장치 끄고 제재 회피 시도한 듯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3000t급 벌크선 ‘DE YI’호는 지난달 18일 중국 산둥(山東)성 스다오(石島)항에서 출항했다. 스다오항은 롄윈강(連雲港) 항구에서 육로로 500km 떨어진 거리에 있다. 롄윈강 해역은 지난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안보리 전문가 패널이 “중국이 북한산 석탄을 밀수입하는 곳”으로 지적한 장소다. 우리 당국은 이 선박이 중국에서 출발할 당시엔 창고가 비어 있었지만 열흘가량 남포에 머물 때 만선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에서 무연탄 등을 집중 적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안보리는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석탄의 양은 최근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석탄 수출에 대한 반대급부로 러시아로부터 석유나 각종 사치품 등을 몰래 받고 있다. 한미 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용하는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차량이나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착용하는 명품백 등 사치품 상당수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나포된 선박은 북한 남포항에 머물 당시 위치 추적을 막기 위해 AIS를 껐다고 한다. 북한 경유 사실을 감추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한미 당국은 보고 있다. 이 선박이 머무른 남포항은 유엔으로부터 ‘수상한 불법 활동의 허브’로 지목된 장소다.● “해경, 검문검색 인원 추가 급파해 선박 나포” 북한산 석탄을 실은 선박이 우리 해역을 통과한 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2017년 10월 금수 품목인 북한산 석탄 9000t이 두 차례에 걸쳐 국내에 들어와 유통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 홀름스크항에서 선적돼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파나마 국적의 ‘스카이에인절호’와 시에라리온 국적의 ‘리치글로리호’를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는 것. 당시 우리 정부는 북한산 석탄이 하역돼 국내에서 유통된 뒤 관련 정보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처럼 대북 제재 결의 위반 의혹을 받는 선박을 우리가 직접 나포한 건 이례적이다. 특히 이에 앞서 미 정부가 직접 나포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진 건 처음이다. 미 정부가 요청한 후 우리 당국은 지난달 30일 오후 이 선박을 잡기 위해 현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선박이 해경의 정지 지시 등에 불응해 검문검색 인원을 추가로 급파한 끝에 선박을 나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나포된 선박은 무국적인 상태다. 국제법상 우리가 무국적 선박의 화물창을 강제로 열 권한은 없는 만큼 선박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는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빠르면 수일 내에 어느 정도 조사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우리 정부가 취한 독자 제재에 반발해 “한국 정부의 비우호적 조치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한국의) 불법적 제재와 압박은 러시아와의 관계는 물론 대한민국 안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고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이 전했다. 전날 정부는 북-러 무기 거래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러시아 선박 2척과 북한 노동자들의 러시아 불법 체류를 도운 러시아 회사 2곳, 이곳 대표인 러시아 국적자 2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정부가 북한에서 출발해 중국을 거쳐 러시아로 향하던 선박을 지난달 30일 전남 여수항 인근에서 나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선박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했다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리 외교부에 나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요청에 따라 국내에서 제재 의심 선박을 나포한 것은 처음이다. 외교부, 국가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우리 정부 합동조사단이 현재 부산항에 정박 중인 이 선박의 중국인 선장 등을 상대로 유엔 대북 제재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나 선장이 화물창 개방을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3000t급 벌크선 ‘DEYI’호는 지난달 23일 북한 남포항을 출발해 중국 산둥(山東)성 스다오(石島)를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정부는 30일 오전 전남 여수항에서 약 20km 떨어진 우리 해상에서 이 배를 나포했다. 중국인 선장은 북한이 아닌 중국에서 무연탄을 싣고 러시아로 향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며 조사에 불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北남포 출발, 中거쳐 러 가던 벌크선 나포… 中선장, 수색 거부 ‘대북제재 위반’ 의혹 선박 나포 “北아닌 中서 무연탄 운송중” 주장韓, 무국적 선박 강제 수색권 없어정부, 北과 거래 러 선박-법인 제재러의 對北 제재패널 무력화에 맞불 중국인 선장과 중국·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등 13명이 탑승한 이 선박의 국적은 원래 토고였지만 현재는 무국적인 상태로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은 이전에도 토고 등 국가로 국적을 위장한 전력이 있다. 이런 선박들을 이용해 해상에서 선박을 이용해 정제유, 석탄 등 금수품목 밀거래를 지속해온 것. 나포된 선박의 선장이 화물창 개방을 거부하며 조사에 불응한 만큼 우리 정부는 이 선박도 이런 방식으로 유엔 대북 제재를 위반했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제법상 한국이 무국적 선박의 화물창을 강제로 열 권한이 없어 대응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美정부가 나포 요청… 韓 정부 비공개 미국 정부가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이 의심되는 북한발 선박 나포를 우리 정부에 요청해 처음 실제 나포까지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최근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종료하도록 하는 등 연이은 제재 훼방 행위가 이어지자 미국이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정부는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전후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를 포함한 물자 이동을 주시해왔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과 일본은 동해상에서 러시아 제재 대상에 대한 해상 감시를 강화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미일이 우리 정부의 동참을 요청하는 등 한반도 일대 불법 환적에 대한 감시태세를 강화해왔다”고 전했다. 이 배의 선장 등이 중국인이고 중국을 거쳐 러시아로 향한 만큼 이번 나포가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도 정부는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대북 제재의 ‘구멍’으로 지목돼 왔다. 지난달 말경 북-중 인근 해상에서 불법 환적 선박들이 다수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는 금수 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국내로 운반한 선박의 운영 회사 사무실 소재지 등이 중국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특히 이번엔 우리 해역에서 중국인 선장과 선원들이 나포된 만큼 파장이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 정부, 北과 거래 러 선박-법인 제재 우리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러시아 선박 2척을 2일 대북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북한 정보기술(IT) 외화벌이 노동자들의 러시아 불법 체류를 도운 러시아 회사 2곳과 이곳 대표인 러시아 국적자 2명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앞서 러시아 국적자 일부에 대해 정부가 제재에 나선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러시아 국적자와 기관, 선박까지 무더기로 제재한 건 처음이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전문가 패널의 임무 연장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에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려는 러시아를 겨냥해 정부가 독자 제재로 맞불 대응에 나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선박 ‘앙가라’와 ‘레이디 알’은 지난해 8월 말∼12월 북한 나진항에서 다량의 컨테이너를 실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두나이항까지 드나든 정황이 위성사진을 통해 파악됐다. 제재 대상인 북-러 합작회사 ‘인텔렉트 LLC’와 회사 대표인 세르게이 미하일로비치 코즐로프는 북한 국방과학원의 전진용과 공모해 북한 외화벌이 노동자들에게 신분증을 위조해주는 등 러시아 불법 체류를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러시아 회사 소제이스트비예와 이 회사 대표인 알렉산드르 표도로비치 판필로프는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입국과 체류를 지원한 혐의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9일 결국 사임하면서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외교가에서 나왔다. 앞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는 가운데 호주로 부임한 이 대사는 논란이 확산되자 방산 재외공관장 회의를 이유로 21일 급히 귀국했다. 이때 외교가에선 이 회의를 두고 정부가 급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 때문이 아닌, 정상적 업무 수행차 이 대사가 귀국한다는 명분을 만들고자 급조한 회의란 것. 실제 이 회의는 이 대사 귀국 하루 전(20일)에야 일정이 최종 확정됐다고 한다. 이 대사는 급조 회의 논란을 의식한 듯 귀국 직후 외교부·국방부 장관 등을 잇따라 면담했다. 28일에는 자신을 포함해 방산 관련 주요 6개국 대사가 소환된 공관장 회의에도 참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이 회의에 앞서 방산업체들로부터 수출 지원 건의사항 등도 급하게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사가 돌연 사퇴하면서 이러한 일정들의 의미는 크게 퇴색됐다. 외교 소식통은 “이 대사를 위해 다른 공관장들까지 귀국시킨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 대사 없이 방산 일정들이 이어져도 이미 힘은 쭉 빠졌다”고 지적했다. 25일 만에 주요국 대사가 이례적으로 사퇴한 자체가 상대국에 대한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사는 앞서 호주로 출국한 지 11일 만에 귀국한 바 있다. 호주에 신임장 사본만 제정(제출)했을 뿐 공식 업무를 거의 하지 못한 채 귀국한 것. 이때문에 대사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관측이 당시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이번엔 돌연 사퇴 소식까지 전하게 돼 호주 입장에선 불편하게 받아들일 거란 우려가 정부 내에서 나왔다. 정부 소식통은 “논란이 된 인사를 호주로 무리해서 보낸 데다 그 인사가 한국에서 사퇴까지 했으니 호주에는 두 번 결례를 범한 꼴”이라고 지적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호주 부임을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인 21일 귀국했던 이 대사가 귀국 후 8일 만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 대사 측은 이날 “외교부 장관께 사의를 표명하였음을 알려드린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사 측 변호인에 따르면 이 대사는 “그동안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해 왔다”며 “그러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 “오늘 외교부 장관께 주호주 대사직을 면해주시기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요청드렸다”고 덧붙였다.이 대사는 귀국한 21일 당일 국방부 장관을 만났고,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 장관, 25일 방위사업청장과 면담하는 등 기관장 면담 일정을 주로 이어왔다. 또 28일에는 방산 공관장 전체회의를 가졌지만 이 대사 체류를 위한 ‘급조된 회의’란 지적이 나왔다.이 대사는 공수처가 출국금지를 했음에도 호주 대사로 부임해 논란이 됐다. 이날 전격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는 총선을 눈앞에 두고 이번 논란이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 등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러시아 정보당국 수장인 세르게이 나리시킨 대외정보국(SVR) 국장(사진)이 평양을 전격 방문했다.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긴밀한 관계를 구축한 가운데, 러시아의 핵심 정보 당국자까지 이번에 방북한 것.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대거 제공 중인 가운데,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나리시킨 국장이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나 전투기 개량 등과 관련해 협력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태양절)인 다음 달 15일을 전후해 4차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적대 세력 정탐 모략 책동 대처” 28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나리시킨 국장은 25∼27일 평양을 방문해 북한 국가보위상 리창대와 회담했고, SVR 대표단과 국가보위성 간부들 간 실무 회담도 이뤄졌다. SVR은 러시아 대통령 직속의 해외 첩보기관이고, 국가보위성은 북한의 공안·첩보기관이다. SVR은 연방보안국(FSB)과 함께 러시아의 양대 정보기관으로,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통신은 북-러 정보 수장이 이번 회담을 통해 “적대 세력들의 가증되는 정탐 모략 책동에 대처하여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실무적 문제들을 폭넓고 진지하게 토의했다”고 주장했다. 또 “시종 동지적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회담들에선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완전한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도 했다. 북한이 나리시킨 국장의 방문을 공개한 건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통상 정보당국 수장의 방문은 공개하지 않는 게 관례지만 최근 양국 간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기 위해 나리시킨 국장이 평양을 떠난 지 하루 만에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리시킨 국장은 이번 방북에서 우크라이나 정세를 교환하고 양국 군사협력을 한 단계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이 곧 4차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와 관련한 협력을 약속했을 가능성도 크다. 우리 당국은 러시아가 이미 북한에 정찰위성 발사 관련 기술적 지원을 해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북한이 정찰위성을 탑재해 발사할 로켓 동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서해 동창리 발사장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 등을 최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미 방북을 약속한 만큼 나리시킨 국장이 이번에 푸틴 대통령 방북 관련 메시지를 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경제대표단이 27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이 밝히는 등 북-러는 최근 각급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 韓에 “패트리엇 미사일 지원” 요구 이런 가운데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우리 정부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살상무기인 포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돕는 게 전략적 안보 이익이라고 주장한 것. 쿨레바 장관은 27일(현지 시간) 온라인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 체계와 관련해 요격 미사일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한다”며 “이는 본질적으로 매우 인도주의적인 원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아는 한 한국은 패트리엇 방공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패트리엇은 미사일을 격추하고 미사일을 제외한 아무도 파괴하지 않는 비살상무기”라고도 했다. 쿨레바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면 한국의 안보도 불리해질 것으로 봤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성공하면 결국 세계적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다”라며 “내 생각에 이는 북한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며 최고의 안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은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것(패트리엇 미사일 지원)은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지는 치명적인 탄도미사일로부터 아이와 가족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정상 간 만남은 조심스럽다. 일정, 의제 등이 웬만큼 조율돼도 섣불리 공개하지 않는다. 의전 업무에 잔뼈가 굵은 외교 당국자는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취소되지 않을 수준으로 조율돼야 일정을 알리는 게 정상회담”이라고 했다. 요즘 이런 상식에 역주행하는 관계가 있다. 북한과 일본이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지난달 담화를 내고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달 25일엔 한술 더 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김정은에게 만남을 제안했다고 돌연 공개했다. 그러더니 바로 다음 날 “조일(북-일) 수뇌 회담은 우리에게 있어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하루 만에 또 말을 바꿨다. 정상 간 기류가 무르익지도 않았는데 북 치고 장구 치는 김여정의 ‘현황 중계’를 지켜보는 일본 입장에선 불쾌하고 불편할 법하다. 그런데 반응이 묘하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구체적으로 (정상회담 관련)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띄우더니 김여정의 25일 기습 담화에는 “북한과 모든 현안을 해결하려면 정상회담이 중요하다”며 오히려 결을 맞췄다. 정상회담 준비 프로세스는 동맹끼리도 어렵고 조심스럽다. 서로 좋아할 구석이 별로 없는 북한과 일본은 왜 요즘 공개 ‘밀당’ 중일까. 일본이 회담의 끈을 붙들고 있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9월에 임기가 끝나는 기시다 총리에겐 몇 안 되는 지지율 반전 카드 중 하나가 김정은과의 협상 테이블이다. 정부 소식통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북한이 납북자 문제에 성의를 보인다면 20%대 지지율 수렁에 빠진 기시다에겐 대박 카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공개 거론하는 이유는 다층적이다. 우선 물밑 교섭 사실을 주도적으로 공개해 일본을 흔들어 보겠다는 심산이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한미일 중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일본을 흔들면 한미일 3각 고리를 와해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하는 듯하다. 외교 당국자는 “기시다가 대화를 구걸하는 것처럼 노출해 선전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국제적 외교 고립을 탈피하려는 속셈도 북한에게 있을 것”이라고 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미국과 접촉하기 위한 통로로 활용하고자 일본을 떠보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당장 북-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결정적으로 일본인 납치 문제를 두고 입장 차가 여전하다. 북한은 회담 전제 조건으로 “납치 문제를 거론하지 말라”고 거듭 밝혔지만 일본은 이 의제를 올리지 않으면 회담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김여정이 26일 돌연 회담 가능성을 일축한 것도 양측의 이러한 간극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북-일 정상회담이 옆집들 얘기라고 손 놓고 있을 건 아니다. 당장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다고 먼 산을 바라볼 때도 아니다. 양측의 절실한 필요가 맞아떨어지면 기류가 급진전될 수 있는 게 또 정상회담이다. 넋 놓고 있다가 패싱당하지 않으려면 북-일 기류부터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북-일 대화 움직임이 있다면 북한의 속내를 파악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한미일 정보 공조 수준을 높여 김정은의 수작에 일본이 말려들지 않도록 살피고 조언하는 것도 중요하다.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