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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5일 “평양정상회담에 동행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제계 대표와 주요기업 총수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을 국감 증인으로 세우려는 자유한국당 주장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인들의 평양 방문은 다가올 한반도 평화시대에 경제협력 가능성을 타진하자는 취지이며, (북한에 가서) 가서 구체적으로 합의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증인 채택 주장은) 기업과 경제계 길들이기로 해석할 수밖에 없고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민주당이 여당이 된 뒤 대기업 총수 증인 채택에 대해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이번 국회(20대) 뿐 아니라 19대 국회부터 개별사안에 대해 대기업 총수를 부르는 건 지양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제안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 시 국회 연설에 대해선 “국회에 오면 대환영”이라며 “문재인 대통령도 5·1 경기장에서 평양시민 15만 명에게 연설하지 않았나. (국회 연설을) 계기로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큰 진전이 있으면 그것처럼 좋은 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2일 오전 11시 50분, 국회 본회의장. 국회의원과 취재진의 이목이 두툼한 서류뭉치와 함께 단상에 선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에게 쏠렸다. 행정정보 무단유출 논란에 휩싸인 심 의원은 “국민 세금인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보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책무”라며 질의에 앞서 접속을 시연하는 영상을 틀었다. 영상 속에서 심 의원은 국회 컴퓨터에 깔려 있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dBrain)을 통해 한국재정정보원 재정분석시스템(OLAP)으로 들어간 후 백스페이스키를 눌러 ‘재정집행 실적’ 항목으로 들어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호출한 심 의원이 “재정관리가 허술하다는 게 방금 드러났다”고 하자 김 부총리는 말을 끊고 “결과적으로 보니까 그렇게 보이는,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것”이라며 “감사관실용이라고 나와 있는데 공직자가 그걸 본다면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부총리가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라고 하자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 “이게 어딜 봐서 불법이냐”는 고성이 터졌다. 급기야 심 의원과 김 부총리는 서로 경쟁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봐서는 안 된다는 아무런 표시가 없었다. 정부의 정보관리 실패다.(심 의원)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 백번 양보해 우연히 들어갔다고 해도 다운로드를 100만 건 이상한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김 부총리) ―업무추진비 카드는 평일 밤 11시 이후와 주말에는 못 쓰게 돼 있다. 그런데 청와대 직원들은 밤 11시 이후에 231번, 공휴일과 주말에 1611번, 술집에서 236번이나 썼다.(심 의원) “원칙적으로는 금지지만 업무 관련성이 소명되면 문제가 없다. 가게 이름이 술집 같은 밥집도 있는데 국민을 오해하게 하는 건 책임 있는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의원님께서 국회 보직을 하실 때 주말에 쓰신 것과 같은 기준으로 봐 달라.”(김 부총리) ―당시 업무추진비가 아니라 특수활동비로 썼다.(심 의원) “아니다. 업무추진비로 쓰신 것이다. 업무추진비였다. 해외출장 중 (국내에서) 유류비를 쓰신 것과 같은 기준으로 저희가 (자료를) 다 갖고 있다.”(김 부총리) ―잘못됐으면 공개하라.(심 의원) 심 의원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론하며 “수사 결과가 어떨지 안 봐도 알 것 같다”고 하자 김 부총리는 “사법 당국에 대한 심각한 모욕의 우려가 있는 말씀”이라고 받아쳤다. 두 사람의 설전이 40분 동안 이어지는 내내 여야 의원들은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았다. 김 부총리가 인쇄물을 보이며 시스템 접속 단계를 설명하자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기밀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손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한국당 의원들은 김 부총리가 답변할 때마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반면 심 의원이 발언할 때는 더불어민주당 의석에서 “불법 자료를 반납하라”는 고성이 나왔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심 의원은) 남의 집에 왜 들락날락하세요!”라며 거들었다. 심 의원이 을지훈련 기간 청와대가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내역을 공개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쪼잔하다” “헛다리 그만 짚으라!”고 고함을 질렀다. 이주영 국회부의장이 “조용히 경청해 달라”고 해도 계속 고성이 오가자 일반인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한 방청객이 “조용히 좀 하라. (질의 내용이) 하나도 안 들린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질의시간이 끝난 뒤에도 신경전은 이어졌다. 심 의원이 재차 “하실 말씀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김 부총리는 “아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시간만 있으면 다 하고 싶다”고 맞받아쳤다. 대정부질문이 끝난 뒤 민주당 의원들은 “잘했다”며 김 부총리를 격려했고 한국당 의원들은 통로에서 심 의원을 격려했다. 충돌은 오후에도 이어졌다. 정회 후 심 의원 다음으로 연단에 오른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물건을 훔치는 것을 뻔뻔하게 시연한 행태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국당 유재중 의원은 “청와대는 지난해 이전 청와대의 캐비닛 문건을 공개하면서 비밀 표기가 없다는 이유를 댔다.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한심스러운 일”이라고 공격했다.홍정수 hong@donga.com ·장원재 기자}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언성을 높이며 정면충돌했다. 행정정보 무단유출 논란에 휘말린 심 의원과 김 부총리는 서로 검찰에 맞고발한 상태다. 심 의원은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서 정부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dBrain)을 통해 한국재정정보원 재정분석시스템(OLAP)에 접속하는 동영상을 김 부총리 앞에서 보여줬다. 이어 심 의원은 “보좌진이 해킹 등 불법적 방법을 쓰지 않고 정부 아이디(ID)로 100% 정상적으로 접속해 자료를 열람했다”면서 “뻥 뚫려 있었고 클릭만 하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었다”며 불법을 저지른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부총리는 “불법적으로 입수하신 정보”라며 “고의였는지 계획된 것인지 조사하면 나오겠지만 분명한 것은 비인가 영역에 권한 없이 들어가 최대 100만 건 이상을 다운로드했다. 빨리 반납해 달라”고 맞섰다. 또 “루트를 찾으려면 적어도 6번의 경로를 거쳐야 하고 자료에 감사관실용이라는 경고가 떠 있다”며 단계별 접속 화면을 출력한 종이를 흔들었다. 심 의원은 “클릭 6번일 뿐이며 아무 경고도 없었다”면서 “정보 관리에 실패한 정부가 책임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고발하고 압수수색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의원이 “함께 공개 시연을 해보자”고 하자 김 부총리는 “이미 하시지 않았느냐. 비인가 영역에 들어가는 위법성 있는 시도를 제가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거부했다. 심 의원은 이날 청와대 직원들이 세월호 미수습자 마지막 영결식 날이었던 지난해 11월 20일 심야에 바에서 업무추진비 카드를 이용하고, 지난해 12월 3일 15명이 숨진 영흥도 낚시어선 사고 때 맥줏집에 갔다고 폭로했다. 김 부총리는 이에 “의원님께서 국회 보직을 하실 때 주말에 쓰시고 해외출장 중 (국내에서) 유류비를 쓰신 것과 같은 기준으로 봐 달라”며 심 의원을 압박했다. 청와대는 이날 “세월호 영결식 날에는 정부예산안 관련 쟁점을 설명한 후 관계자 2명이 식사를 하고 4만2000원을 썼다”고 해명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검찰이 1일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를 앞두고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개발 후보지’를 미리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지헌)는 이날 오전 9시경부터 3시간 반 동안 서울 영등포구의 국회 의원회관 신 의원 사무실과 경기 의왕시 소재 지역구 사무실 등에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국토교통부와의 관련 회의 참석 사흘 뒤 신 의원 보좌진을 통해 개발 정보를 신 의원에게 전달한 민주당 소속 김종천 경기 과천시장 집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검찰이 확보한 압수물엔 신 의원의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 업무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휴대전화 등이 포함됐다. 신 의원은 정부 발표 전인 지난달 5일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의왕-과천을 비롯해 안산, 광명 등 총 8곳의 경기 도내 택지 개발 후보지를 공개해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지역명과 부지 크기, 택지 조성으로 예상되는 가구 수 등이 적혀 있었다. 논란이 커지면서 신 의원은 상임위를 국토교통위에서 환경노동위로 옮겼다. 그러나 야당은 신 의원을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으로 고발했다. 공공주택특별법 제9조에 따르면 정부가 신규 택지조성계획을 확정하고 주민에게 알리기 전에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불법이다. 정치권에선 압수수색에 대한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신 의원이 언론에 공개한 자료는 국가 기밀서류가 아니라 정책 자료”라며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 측은 “한쪽은 사건이 발생한 지 4일 만에 전광석화처럼 압수수색이 진행된 반면 다른 쪽은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고발) 한 달 만에 보여주기식으로 진행했다”며 비판했다. 김동혁 hack@donga.com·장원재 기자}
정의당 이정미 대표(사진)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국회 연설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대표 연설에서 “북한 최고지도자가 최초로 국회에서 연설하게 되면 무엇보다 강력한 비핵화 선언이자 한반도 평화의 중요한 걸음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이 대표는 또 “대한민국 정치의 변화는 평양보다 느리다”며 “남북 국회회담 후 판문점 선언을 남북 의회가 동시에 비준하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양측의 국민 대표기관에 의해 굳건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회담 방식에 대해선 “동수의 적정 인원이 참석하는 실속 있는 회담을 11월에 개최해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에 대한 지지를 세계에 호소하자”고 했다. 이어 “북핵 위기가 극대화된 시절에 만들어진 ‘국방개혁 2.0’과 북핵 시설을 직접 겨냥한 한국형 3축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이 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도 “정부와 여당에서 방향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게 진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참모진과 장관급 공직자의 35%, 국회의원 119명이 다주택자인데 자발적 1주택을 실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국정감사(10∼29일)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업인들에 대한 국회의 ‘군기잡기식 호출’ 관행이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됐거나 채택이 예상되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인은 줄잡아 수십 명에 이른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 환경노동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등은 출석을 요청할 기업인 명단을 결정했거나 최종 검토 중이다. 정무위는 지난달 28일 윤호영 카카오뱅크 은행장,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 등 42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로 했다. 최근 국회가 인터넷은행에 은산분리(대기업의 은행 소유 제한) 완화라는 선물을 준 만큼 고용 창출과 중금리 대출 등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다만 대기업 총수급 인사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무위 관계자는 “대기업은 실무진을 대신 부르기로 여야 간사 간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환경노동위는 이윤규 애경산업 대표,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등을 주요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등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해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평양 정상회담 때 북한에 가서 어떤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는지 묻겠다”며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양묘장을 방문해 산림 분야 협력을 논의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그 밖에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는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토교통위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에 대한 증인 채택을 협의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부터 어느 의원이 누구를, 왜 증인으로 신청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취지에서 ‘증인 신청 실명제’를 도입했다. 덕분에 2016년에 150명에 달했던 기업인 증인 소환은 지난해 3분의 1 미만으로 줄었지만, 올해 다시 늘어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기업인을 증인으로 하루 종일 불러놓고 5분도 질문하지 않으면 이는 비효율을 넘어 말 그대로 적폐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도 기존 악습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장원재 peacechaos@donga.com·최고야 기자}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일행에게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연장하자”고 제안했지만 우리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문 대통령을 수행했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1일 전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관계자에게 들으니 (20일) 문 대통령이 (백두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와 삼지연초대소에 하루 더 머물 수 있으니 특별히 준비해 놓으라고 해 200명이 머물 수 있게 준비했고 (연장을) 한국 측에 제안하기도 했다”며 “우리 측 사정으로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일정 등을 고려해 제안을 완곡히 거절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북한은 문 대통령이 19일 기념식수를 할 때 ‘평양 방문 기념하여 2018. 9. 18∼21’이라고 새겨진 표지석을 준비해 방북 일정이 3박 4일로 하루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청와대는 당시 “북측의 단순 실수”라고 했다. 북한은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 방북 당시에도 회담 일정 연장 제안을 한 적이 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하루 늦게 서울로 돌아가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큰 것은 제가 결정하지만 작은 일은 제가 결정하지 못한다”고 했고 내부 논의 끝에 제안을 거절했다.○ 김정은 손가락 하트 포즈로 ‘찰칵’ 김 대변인은 20일 백두산을 찾았을 때 한국 측 요청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천지 앞에서 손가락 하트 포즈 사진을 찍었다고 전했다. 부인 리설주는 김정은 옆에서 손으로 하트를 받치는 포즈를 취했다. 김 대변인은 “김정은이 다가와 ‘(손가락 하트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 방법을 알려줬더니 ‘이게 나는 모양이 안 나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사진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리설주는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친해져 팔짱을 끼고 다녔다고 한다. 천지에서 내려온 두 정상은 삼지연초대소 야외 잔디밭에서 오찬을 했다. 오찬에는 들쭉아이스크림과 백두산 산나물, 천지 산천어 등 백두산 인근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나왔다. 오찬 후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4대그룹 총수 등 경제인들이 김정은에게 작별의 술잔을 권했다. 김 대변인은 “술을 다 마셨느냐”는 질문에 “그때그때 달랐다”고 했다. 두 정상은 이어 삼지연초대소 다리를 수행원 없이 걸으며 4월 판문점 정상회담의 ‘도보다리 회동’을 재연했다. 그 모습을 보던 리설주는 “도보다리 건너가실 때 모습이 연상된다. 그때 너무 멋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두꺼운 옷을 미리 준비했던데 백두산에 가는 걸 진짜 몰랐느냐”는 질문에 “정말 몰랐다. 대통령 부부의 옷은 만약을 대비해 충분히 가져간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이 북한에 머문 시간은 총 54시간이고 그중 17시간 5분 동안 김정은과 함께했다”고 했다. 하루 8시간을 잤다면 나머지 깨어있는 시간의 거의 절반을 함께 보냈다는 뜻이다.○ 김정은 “서울 올 만큼 일 못 해”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첫날 만찬 때 김정은에게 술을 권하면서 서울에 오시라고 했더니 ‘서울에서 환영받을 만큼 아직 일을 많이 못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보수 야당 대표들이 오지 않은 것을 두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속 좁게 왜 그러느냐’며 유감스러워했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이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우수한데 중국보다 못 사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저는 이 말이 진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만찬에선 남북의 군부 대표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러브샷을 하기도 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박 3일 일정의 방북을 마친 뒤 20일 대국민 보고에서 “구두로 가까운 시일 내 국회회담 개최에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사상 첫 남북 국회회담 개최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국회 관계자는 21일 “북측의 의지를 확인한 만큼 조만간 북한 최고인민회의와 실무회담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 일정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기 등을 고려하면 11월 초·중순이 개최 시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 때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통해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에게 올해 안에 국회회담을 열자는 내용의 친서를 전달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여야 3당 대표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11월 중 국회회담 개최를 추진하자는 의사를 전했다. 문 의장은 “부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외교통일위원장과 외통위 소속 의원 등 초당적 의원단을 꾸리고 싶다”는 입장이다. 국회는 실무진과 기자단 등 100명 이상의 대규모 방북단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14일 문을 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실무회담을 열어 일정을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보수 야당이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번 평양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남북 의회의 역할과 성격이 달라서 북한이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응할지도 미지수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찬 때 김정은에게 국회회담을 제안했더니 ‘열리면 결실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하더라”고 전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2박 3일간의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한국 재계 총수들에게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방북한 인사들에 따르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방북 첫날인 18일 만찬에서 이 부회장을 김정은에게 인사시켰다. 김영철이 “삼성그룹 총수”라고 말하자 김정은은 “다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물론이고 삼성그룹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이 부회장과 별도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은 등) 모든 북측 고위 간부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쏟는 관심 외에는 재계 총수들에게 제일 집중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20일 삼지연 초대소에서 열린 마지막 오찬에서도 이 부회장, 최 회장, 구 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일일이 ‘작별주’를 주고받았다. 김정은은 웃으면서 재계 총수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또 보자. 잘해 보자’는 식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방남하면 주요 대기업의 사업장을 방문하는 일정이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 방북단 인사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먼저 이뤄져야 비로소 해외 투자도 이어질 테니 북측도 한국 재계 총수 등 기업 관계자들의 방북에 거는 기대가 컸던 것 같다”며 “북한 주민에게 경제 발전을 위해 한국 대기업 회장들이 왔다고 말하는 선전효과도 굉장할 것”이라고 했다. 방북단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없는 탓에 재계 총수들도 수첩과 펜을 항상 휴대하고 다녔다. 그들은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북측 관계자의 설명과 본인 감상 등을 수첩에 꼼꼼하게 기록했다. 재계 총수들은 북한 지도층을 만나며 외연을 넓혔다는 점에서는 상징적인 기회라고 보면서도 실제 대북 사업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럽게 관망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유엔의 이중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 또는 묘목 심기 수준의 사업만 가능하다는 한계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귀국 직후인 20일 밤 삼성전자 수뇌부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북한에서 느낀 소회 등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내부에서 출발 전까지도 이 부회장이 직접 가는 게 맞느냐 아니냐를 두고 왈가왈부가 이어졌다고 한다”며 “특히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의 불참 사실이 전해진 뒤로 이 부회장의 방북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컸을 것”이라고 했다.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한 ‘방북 경험자’이자 ‘맏형’인 최태원 회장은 귀국 직후 대부분 총수들이 말을 아낀 가운데 유일하게 경제협력 가능성에 대한 운을 띄웠다. 최 회장은 “아직 뭘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북한에서) 본 것을 토대로 길이 열리면 뭔가를 좀 더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SK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검토하겠지만 아직 특별한 그룹 차원의 액션은 없다”고 했다. 방북 수행단이 사실상 첫 총수 데뷔 자리가 된 구광모 회장도 21일 오전 지주사 관련 임원들과 회의를 열어 북한 방문에서 보고 들은 북한 경제 상황에 대해 직접 전달했다. 구 회장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여건 변화 등을 살피며 미래 가능성 차원에서 경제협력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도 21일 오전 방북 관련 회의를 열고 “철강, 석탄 분야에서 포스코뿐 아니라 업계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남북미 관계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경협이 재개되면 우리 그룹에 기회가 올 수 있게 내부 남북 경협 태스크포스(TF)를 잘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5월부터 이미 남북 경협 TF를 만들어 직접 진두지휘 중이다. 환경만 조성되면 국내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대북 사업을 이끈다는 계획이다.김지현 jhk85@donga.com·장원재·변종국 기자}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도보다리 회동’이 세계의 시선을 끌었다면 이번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백두산 방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오전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백두산 정상에서 환한 표정으로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며 화합과 평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백두산 천지는 1년에 맑은 날이 100일이 채 안 되는데 이날은 구름 한 점 없는 가을빛이었다. 문 대통령은 직접 천지의 물을 떠 한라산에서 가져온 물과 합쳤고 김정은을 한라산에 초청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두 정상은 헤어지기 전 삼지연초대소 다리에서 수행원 없이 산보하며 ‘도보다리 회동’을 재현했다.○ “소원 이뤄졌다”,“사진 찍어 드리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 39분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떠나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평양 시민들이 길거리에 도열해 인공기와 한반도기, 조화를 흔들며 환송했다. 순안공항에선 공군 2호기를 타고 직선거리로 약 370km 떨어진 양강도 삼지연공항으로 이동했다. 삼지연공항의 활주로가 좁아 1호기 대신 기체가 작은 2호기를 이용한 것. 특별수행원들과 기자단은 북한의 고려항공 여객기로 따로 이동했다. 삼지연공항에선 김정은이 미리 와 영접했다. 두 정상은 자동차로 북한 측 정상인 장군봉(해발 2750m)까지 이동했다. 등산 마니아인 문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중국 쪽 백두산에 오를 때 나는 반드시 우리 땅으로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져 영 못 오르나 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며 감격을 감추지 않았다. 또 “남쪽 국민들이 백두산 관광을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은 “분단 이후 (백두산은) 남쪽에선 그저 바라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다”며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론 남측 인원(사람)들, 해외동포들이 와서 백두산을 봐야 한다”고 화답했다. 김정은이 “백두산 천지 물에 붓을 담가 북남의 새로운 역사를 계속 써 나가자”고 하자 문 대통령은 웃으며 “제가 새로운 역사를 좀 썼지요. 평양 시민 앞에서 연설도 다 하고”라며 말을 받았다.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는 문 대통령을 향해 “백두산에는 전설이 많은데 두 분이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고 했다. 감개무량한 표정을 짓던 문 대통령은 결국 “여기선 아무래도 위원장과 함께 손을 들어야겠다”며 즉석에서 김정은의 손을 잡고 들어올리자 수행원과 기자단의 박수가 터졌다. 김정은은 “남측 대표단도 대통령을 모시고 사진을 찍어야죠. 제가 찍어 드리면 어떻겠느냐”고 깜짝 제안을 했다. 남측 대표단은 “아이고, 무슨 말씀을…”이라며 웃으면서 말렸다.○ “서울 오시면 한라산 모시겠다” 제안도 문 대통령은 “오늘 천지에 내려가시겠느냐”는 김정은의 제안에 “천지가 나무라지만 않는다면 손이라도 담가보고 싶다”며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갔다. 천지에 도착해선 미리 준비해 놓은 한라산 물이 담긴 생수통의 물을 덜어내고 천지 물을 손으로 떠 담는 합수의식을 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김정은에게 “서울에 답방을 오시면 한라산으로 모시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도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서울로 오신다면 (한라산 방문으로) 답해야겠다”고 동의했다. 동행한 가수 알리는 두 정상 앞에서 진도아리랑을 부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삼지연초대소로 이동해 김정은 내외와 마지막 오찬을 했다. 두 정상은 초대소 야외 다리에서 한동안 배석 없이 대화를 나눴다. 새 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자연 속에서 편안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4월 상회담 때와 유사해 ‘도보다리 회담의 재현’이라는 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오후 3시 반에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북에서 첫날 오찬을 제외한 모든 오찬·만찬(네 차례)을 김 위원장과 함께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저녁 남측 인사끼리 하기로 했던 평양대동강수산물식당 만찬에도 깜짝 등장했다. 문 대통령이 “시간을 너무 많이 뺏는 것 아니냐”고 물었을 정도다. 문 대통령은 귀국 후 대국민 보고에서 “천지에 올라 국민들이 북한 땅에서 백두산을 관광할 수 있는 시대를 하루빨리 열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백두산=공동취재단 /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신나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경제 분야 특별수행원들은 19일 오후 황해북도 송림시에 있는 조선인민군 122호 양묘장을 찾았다. 이곳은 2015년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현대화가 이뤄진 북한의 대표적 양묘시설로 47ha(헥타르) 규모의 시설에 연간 2000만 그루의 묘목을 길러낼 수 있다. 김정은은 2016년 5월 이곳을 찾아 “온도와 습도, 통풍량 등 묘목 재배에 가장 적합한 조건과 환경을 훌륭히 구축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날 일정은 평양공동선언에서 “우선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산림 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합의한 것과 관련이 있다. 황폐한 산림을 복구하는 것에 한국 대기업들이 적극 참여해 달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김정은은 2011년 집권 직후부터 “후손들에게 벌거숭이산, 흙산을 넘겨줘서는 절대 안 된다”며 산림녹화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산림 협력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포함돼 있지 않아 남북경협의 입구로 삼기에 적합하다. 6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도 도로 철도와 함께 주요 협력 분야로 선정돼 7월에는 별도의 남북 간 협의가 열렸다. 김재현 산림청장이 이번 방북에 동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은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헐벗은 국토를 푸른 숲으로 가꾸자’는 취지로 용인자연농원을 만들어 조림사업을 한 경험이 있다. SK와 LG도 국내외에서 조림 사업을 진행해 온 경력이 있어 어떤 형태로든 협력 구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인들은 이후 평양 시내 소학교와 교원을 양성하는 평양교원대학을 찾았다. 최근 현대화 공사를 마친 곳으로 김정은은 1월 이곳을 시찰하고 “각 도에서 이곳을 본보기로 하여 교원대학들을 잘 꾸려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한국 대기업들이 그동안 쌓아온 인재 양성 노하우를 바탕으로 교육 시설 및 기자재 분야에서 지원을 해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교육 분야의 협력 역시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평양=공동취재단 /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방북 마지막 날인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백두산을 찾기로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의 제안을 문 대통령이 받아들여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장군봉, 천지 거쳐 백두산에서 귀국길 김 위원장은 전날 북한에 도착한 문 대통령에게 “같이 백두산에 가자”고 요청했다고 한다. 등산 마니아인 문 대통령이 4월 판문점 정상회담 건배사에서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한 것을 감안한 제안이었다. 제안은 도착 후 이뤄졌지만 청와대는 방북 전부터 “친교 일정이 평양 밖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백두산 방문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트레킹에 필요한 장비도 갖고 왔다고 한다. 두 정상은 수행원들과 함께 20일 아침 일찍 평양 순안공항에서 각자 전용기를 타고 양강도 삼지연공항으로 약 500km를 날아간다. 예상 비행시간은 약 1시간. 이어 버스로 갈아타고 다시 1시간∼1시간 반을 달려 백두산 중턱으로 이동한 후 궤도차량을 타고 북한 측 정상인 장군봉에 오른다. 김 대변인은 “장군봉을 오른 후 케이블카를 타고 천지로 내려올 것”이라고 했다. 기상 상황이 좋지 않으면 중간에 일정이 바뀔 수 있지만 예보상으로는 날씨가 괜찮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백두산에서 분단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화합과 번영을 기원하는 간단한 메시지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등정을 마친 후엔 평양에 들르지 않고 삼지연에서 환송 행사를 가진 후 귀국길에 오른다.○ 제재 대상인 만수대창작사도 찾아 문 대통령은 19일 평양공동선언 서명을 마치고 김 위원장과 함께 옥류관에서 오찬을 가졌다. 동석한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는 “(판문점 회담을) 계기로 평양에서도 더 유명해져서 이후 외국 손님들이 다 냉면을 달라고 한다”며 웃었다. 오찬에는 약쉬움떡, 콩나물김치, 잉어달래초장무침, 삼색나물, 녹두지짐, 자라탕, 소갈비편구이, 송이버섯볶음이 나온 후 평양냉면이 등장했고 후식으로는 수박화채, 우메기,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회담 기념 메달과 북-미 정상회담 주화를 기념품으로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 후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서 ‘번영’을 의미하는 모감주나무를 심는 기념식수를 했다. 표지석에는 ‘평양 방문 기념하여 2018. 9. 18∼21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돼 있어 백두산 방문 등으로 방북 일정이 하루 연장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문 대통령 일행은 이어 만수대창작사를 찾았다. 예술가 1000여 명과 종사원 2000여 명이 김일성 김정일 관련 미술품을 주로 만드는 곳이다. 아프리카에 거대 조형물을 수출해 연간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8월 계열사인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에 올랐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예술품에 대한 관람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평양에서의 마지막 만찬은 올해 7월 말 문을 연 배 모양의 대형 식당인 평양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 진행됐다. 당초 문 대통령이 경제 분야 특별수행원들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김정은 내외가 깜짝 등장해 일반 손님들의 환호를 받았다. 김정은이 경제인들을 만나러 온 것은 경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이 등장하기 전 문 대통령은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했고 북한 주민들은 신기해하며 박수를 쳤다.평양=공동취재단 /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 분야 특별수행원들은 18일 경제를 담당하는 리용남 북한 내각 부총리를 만나 남북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리 부총리는 이 부회장에게 “여러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라며 웃음을 유도한 후 “평화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길 바란다”며 경제협력을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웃으며 “알겠다”고 했다.○ “경제계 명망 있는 여러분” 분야별 경협 요청 이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가 포함된 경제계 인사들은 이날 오후 인민문화궁전에서 리 부총리 등 북한 경제지도부와 만났다. 리 부총리는 모두 인사에서 “남측 경제계의 명망 있는 여러분을 환영한다”며 경협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평양은 처음 와 봤는데, 마음에 벽이 있었는데 이렇게 와서 직접 보고 경험하고 있다”며 “평양역 건너편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쓰여 있는데 삼성의 기본경영 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다. 세계 어디를 다녀봐도 한글로 그렇게 쓰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이게 한민족이구나’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더 많이 알고, 신뢰 관계를 쌓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평양에) 11년 만에 왔는데 많은 발전이 있는 것 같다. 건물도 많이 높아졌지만 나무들도 많이 자라난 것 같고, 상당히 보기 좋았다. 저희(SK)는 에너지와 통신, 반도체 분야를 한다”고 소개했다. 구 회장은 “LG는 전자 화학 통신 등의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맡고 있는 손경식 CJ 회장은 “경총 회장으로 노사관계 등을 맡고 있고 CJ는 식품 물류 사업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서울에서 1시간이 걸렸다. 지리적으로 이렇게 가까운데 심리적 거리가 상당했다”며 “오늘은 공동의 번영을 위한, 인식의 거리를 좁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은 “완성차 기업 2개와 물류 건설 분야 등 계열사 50여 개를 갖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 남북 관계가 빨리 발전할 수 있으면 한다”며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리 부총리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남북 관계가 안 좋으면 늘 마음이 아팠다. 빨리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현 회장 일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고 화답했다. 비공개 회의에선 북한이 각 기업의 특성에 맞는 경협 방안을 요청하고 기업인들이 돌아가며 대북 협력 구상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만큼 세부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까지는 이뤄지지 않고 중장기 밑그림을 그리는 선에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황호영 금강산국제관광특구 지도국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악수하며 “많이 봤다. 우리가 (협의 과정에서 기업인들도) 오시라고 (한국 측에) 말씀드렸다”고 했다. 투자 결정권을 가진 대기업 총수의 방북을 북측이 요청했다는 것. 반면 이날 오전 청와대는 “경제인 방북과 관련해 북측 요청이 있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재용, 서류가방 들고 수행원 없이 전용기 탑승 삼성 총수로는 처음 방북해 화제를 모은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6시 40분경 경복궁 주차장에 도착해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정부가 준비한 버스에 올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향했다. 해외 출장을 갈 때 주로 전용기를 이용하는 대기업 총수들이지만 서울공항에선 직접 서류가방을 들고 다른 수행원들과 마찬가지로 일렬로 줄을 서 공군 1호기의 뒷문으로 올랐다. 이 부회장은 비행기에 탄 후 대통령 전용기 앞부분에 마련된 비즈니스석에 앉아 김현철 대통령경제보좌관과 대화를 나눴다. 이 부회장은 비행 중엔 예전부터 친분이 깊은 최태원 회장 옆자리에 앉았다. 2007년에도 정상회담 수행원으로 방북했던 최 회장은 여러 조언을 해준 것으로 전해졌다.평양=공동취재단 /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 차량을 운전했던 ‘1호 운전사’가 이번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카퍼레이드 행사에서도 두 정상을 오픈카에 함께 태우고 평양 시내를 달렸다. 한국 취재진이 서울로 송출한 18일 카퍼레이드 영상을 보면 오픈카 운전석에 고령의 남성이 운전하고 있다. 눈썹과 눈매 끝이 처져 있고, 콧대가 높으며 갸름한 얼굴의 이 운전사는 앞서 6월 10일 김정은이 전용차량을 타고 싱가포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궁에서 리셴룽 총리와 회담한 뒤 궁을 빠져나올 때 운전대를 잡았던 사람과 동일 인물로 보인다. 전용 차량과 함께 ‘싱가포르 출장’을 간 데 이어 남북 정상의 첫 카퍼레이드에서도 운전대를 잡은 만큼 김정은의 깊은 신임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조수석에는 주영훈 대통령경호처장이 앉았다. 카퍼레이드에 투입된 오픈카는 10억 원이 넘는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를 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남측 경호 인력에도 고급 외제차를 제공했다. 일본 도요타사의 최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의 LX 570 모델로, 미국에서도 대당 8만5000∼9만 달러(약 9500만∼1억 원)부터 판매되는 최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도요타 관계자는 “한국에는 판매되지 않는 모델”이라고 했다. LX 계열의 원형인 도요타의 또 다른 SUV인 랜드크루저는 올 4월 판문점 회담 때 북한 경호 인력이 탑승했었다. 자동차 마니아인 김정은 위원장은 벤츠를 타지만 일부 북한 고위층은 렉서스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의원총회에서 격론 끝에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20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기로 했다. 반대 의견이 많아 끝내 당론 채택은 못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혁신 1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인터넷은행법에 대한 찬반 의견을 충분히 개진했다. 결국 홍영표 원내대표가 정치적으로 책임지고 여야 간 합의해 처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법안에 대해선 이미 여야 합의안이 나온 상태여서 홍 원내대표는 19일 정무위 전체회의를 거쳐 20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은산분리 완화를 주제로 세 번째 열린 이날 의총은 약 두 시간 반 동안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박영선 우상호 우원식 박용진 제윤경 의원 등은 대주주 자격을 법안 본문이 아닌 시행령으로 정하는 데 대한 우려 등을 제기하며 반대 내지 신중론을 폈다. 여야는 특례법 시행령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 원 이상)이 아닌 경우에만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하고, 그 대신 정보통신기술(ICT) 사업 비중이 높은 대기업은 예외적으로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시행령은 정부가 국회 법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대기업이 인터넷은행을 소유할 길이 열린다는 것이 반대 의원들의 주장이다. 반면 몸이 아픈 정재호 의원 대신 정무위 간사 대행을 하고 있는 유동수 의원과 전해철 최운열 김병관 김병욱 윤후덕 의원 등은 찬성론을 폈다.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통해 핀테크 산업 발전을 이끌 수 있고 시행령에서 최근 5년 동안 공정거래법, 금융관계법령,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자는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하는 등 충분한 안전장치를 뒀다는 것이다. 한 참석자는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약간 더 많았다”고 전했다. 여야 합의안에 대해 야당은 내부 견해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난해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주요 주주인 KT와 카카오는 지분을 34%(현재는 의결권 없는 주식 포함 10%)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규제혁신 현장 방문에서 은산분리 규제를 증기자동차 최고 속도를 마차에 맞추도록 한 19세기 영국의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에 비유하며 혁파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편 여야는 임대료 인상 문제로 갈등을 겪던 세입자가 건물주를 둔기로 폭행한 ‘궁중족발 사건’ 이후 개정 여부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된 상가임대차보호법도 20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거침없는 언행으로 ‘엽기 수석’이란 별명을 가진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사진)이 7월 취임 후 ‘깐깐한 살림꾼’으로 변신하고 있다. 16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유 총장은 최근 정기국회 개원을 맞아 국회 단체사진 촬영 경비 1600만 원을 결재 받으러 온 실무자에게 “왜 그렇게나 필요하냐”며 핀잔을 줬다. 예년에 2000만 원 들던 비용을 20% 줄였는데도 꾸중을 들은 실무자가 머쓱한 표정을 짓자 유 총장이 직접 펜을 들었다. 촬영용 단상은 ‘공사 관련 부서에서 내부 조달하라’고 했고, 음향 설비는 ‘국회 안에서 찾고, 없으면 메가폰으로 하라’고 했다. 비용은 예년의 절반 미만인 900만 원대로 줄었다. 유 총장은 취임할 때부터 방만한 예산 운영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올해 국회 예산은 약 6000억 원에 달한다. 국회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민주화 운동을 오래 해 불필요한 지출에 저항감이 있는 것 같다”며 “국회 특활비가 줄어들거나 폐지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국회에서 발주하는 외부 연구용역 수억 원어치도 ‘올스톱’시켰다. 12일 출범한 국회혁신자문위원회에서 결론을 낼 때까지 보류하고 ‘필요 없다’고 하면 가차 없이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의원실 프린터 일괄 교체 등 전임 사무총장이 결재한 건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재점검해 실무자들이 적잖게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28일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회에 와 보니 ‘예산 본 놈이 임자’라고 예산이 줄줄 새는 게 제 눈에도 보인다”고 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이낙연 국무총리는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금리 인상에 대해 “좀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결정권을 가진 기준금리 문제에 대해 국무총리가 의견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금리 인하가 빚내서 집을 사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고 가계부채 부작용을 낳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 유출이나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문제, 가계부채 부담 증가도 생길 수 있고 (구조조정 지연 등) 현재와 같은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리의 발언은 정부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상황에서 통화 정책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돼 이날 채권 시장에서 국채 금리가 일시적으로 급등했다가 다소 진정됐다.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기존 대출자들의 부담이 커진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총리 발언은) 원론적인 이야기였을 것”이라며 “금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판단하는 것으로 정부가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날 발표된 부동산 대책에 대해 이 총리는 “참여정부 때의 경험이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오늘 대책이) 보시기에 따라 미흡하다는 분도 있을 것이고, 지독하다는 분도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이 효과가 없으면 책임을 지겠느냐는 질문에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선 “일부 부작용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경제에 미친 부작용을 인정했다.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최저임금 인상 폭에 대해 “깜짝 놀랐다”고 발언한 일에 대해서는 “본인이 예상한 범위를 벗어났다는 뜻이 아닌가 한다”며 “발뺌한다는 인상을 드릴지 모르지만 최저임금위원회가 몇 퍼센트를 인상할지 그 숫자까지는 (저도) 개입할 수 없다”고 했다. 여야는 이날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임에도 경제 문제에 대한 정부 책임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부동산 가격 급등 책임을 박근혜 정부 탓으로 돌렸다. 박 의원은 “부동산 정책은 보통 발표 3년 후 효과가 극대화된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 등 부동산 3법을 통과시켜 지금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박 의원의 발언에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항의했다. 이날 여야는 14, 17, 18일로 예정됐던 대정부 질문은 3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인 다음 달 1, 2, 4일로 연기하기로 했다.장원재 peacechaos@donga.com·송충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1일 부동산 폭등을 잡기 위해 ‘토지공개념’의 실질적 도입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토지공개념이 도입된 게 1990년대 초반인데, 20년 가까이 공개념의 실체를 만들지 않아 토지 공급이 제한됐다”며 “토지는 제한된 공급재인데, 유동성은 매우 커진 반면 토지는 공급이 안 되기 때문에 집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을 통한 사적 이익 추구를 ‘토지공개념’ 강화를 통해 막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협의회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토지공개념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서 부동산이 특정 소수의 투기 수단으로 전락했다. 모든 토지에 공개념을 도입해 보유세를 부과하고 이를 국민에게 100% 돌려주는 기본소득으로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환경포럼에서 “그린벨트 해제는 극도로 신중하게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연일 ‘공급 확대’를 정부에 요청하면서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등 파격적인 공급책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불끄기’에 나선 것이다. 박 시장은 “인구는 줄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시민들의 욕구는 증대하고 있기에 그린벨트 해제는 극도로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중앙정부와 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한 마지막 보루’로 보전해야 한다는 그간의 서울시 기조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또 “부동산 문제 해결 방안으로 국가가 공공임대주택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연기금과 1100조 원이란 유동자금을 활용해 국공립 임대주택을 확대할 호기”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소속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은 이날 오전 긴급 조찬회동을 갖고 부동산대책을 논의했다. 한 참석자는 “그린벨트 해제 문제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논의해야 하는 문제라고 정리했다”며 “보유세를 포함해 부동산 세제를 현재보다 강화하고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금융 지원도 문제가 있다면 조정하자고 다들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번 주에 공급 세제 등이 망라된 종합 부동산대책을 발표한다.장원재 peacechaos@donga.com·김예윤 기자}
“언제부턴가 우리 정치에서 중진 정치가 사라지고 이젠 좀처럼 힘을 합하는 장면을 보기 어렵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연인지 몰라도 주요 정당 대표들은 우리 정치의 원로급 중진들이다. 이분들의 복귀가 ‘권토중래’가 아니라 ‘희망의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었으면 한다”며 이같이 적었다. 전날 평양 남북 정상회담 동행 초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국회의장단과 야당을 비판한 것이다. 반면 야당은 “정략적 의도를 담은 무례한 초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로 안정적인 남북관계를 세운다는 청와대의 구상은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청와대 1, 2인자, 정무수석까지 “당리당략” 청와대는 방북 초청을 거절한 국회의장단과 야당 대표들을 향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둬주시기 바란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을 국회 회담의 단초를 여는 좋은 기회로 삼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임 실장이 국무회의를 마친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미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러운 한국 정치에 (중진들이)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는 것. 원로 배우들이 등장하는 케이블TV의 유명 여행프로그램 이름까지 거론하며 국회의장단과 야당 대표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공개 초청에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에 이어 국회의장단까지 거부하자 내부적으로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북 동행을 설득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한병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말에 뼈가 있었다. 한 수석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당, 야당 정치적 이해관계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정의당도 “사전 조율 아쉬워” 청와대의 이틀 연속 압박에 국회는 더욱 반발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한 수석과 만난 뒤에 기자들에게 “오지 말라고 했는데 뭐 하러 왔냐고 했다. 우리나라 정치의 체통도 생각해야 한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억지로 국회를 곁가지로 끌어넣는 모습이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했다. 방북 요청을 수락한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장단과 정당 대표의 동행 방북이 초유의 일인 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충분한 사전 조율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방북 동행 요청을 수락한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함께 방북하는 일정을 강행할 방침이다. 한 수석은 “(방북에) 참석하겠다는 당을 배제할 순 없으니 (일부만) 모시고 가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여당 관계자는 “판문점선언 비준을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우린 할 일 다 했다’고 국회를 몰아붙이는 듯한 태도는 아쉽다”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최고야·장원재 기자}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통합 전망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이 “(민주당은) 건강한 진보정당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야당도 건강한 보수정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 취임 이후 꾸려진 여당 지도부가 최근의 야권발(發) 정계개편 움직임에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윤 총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야권 재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촛불 혁명의 힘은 여당에만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권 교체 후 정치 변화의 원동력 역시 거대한 국민의 뜻”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통합 정당을 보수진영으로 규정하면서 향후 정계개편 상황에 따라 이탈세력을 흡수해 진보진영 결집에 나설 수 있다는 구상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윤 총장은 6·13지방선거 직후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민주당 130석, 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진보 성향의 미래당 전국구 4석과 무소속 3석을 더해 진보진영 157석을 만들 수 있다”며 범진보 연합을 제안한 바 있다. 야권 정계개편은 평화당 박지원 유성엽 의원과 미래당 이상돈 의원 등이 최근 연달아 언급하며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박 의원은 “정계개편의 출발점이 손학규 미래당 대표가 될 수 있다”고 했고 이 의원은 “제3의 길을 추구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두 정당이 합치면 다음 총선에 한 번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당과 평화당은 모두 현재로선 통합보다 자강이 먼저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현 구도로는 다음 총선에서 두 정당의 미래가 불안한 만큼 내년 초·중반부터 정계개편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평화당과 손을 잡고 공동교섭단체를 꾸렸던 정의당은 이런 흐름을 우려 섞인 눈으로 보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국민들이 정치개혁을 하라고 요구하는데 정계개편으로 가는 것이 성공 가능한지, 그리고 국회가 정계개편 소용돌이 속에서 또 몇 달 동안 일하지 않고 이합집산만 궁리하는 상황으로 가게 될까 봐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