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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수백억 원의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선심성 포퓰리즘 사업이 남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는 12일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SOC와 연구개발(R&D) 사업의 예타 면제 금액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국비 지원 300억 원 이상’에서 ‘총사업비 1000억 원 이상·국비 지원 500억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여야는 앞서 지난해 말 해당 개정안에 잠정 합의한 상태라 이견 없이 의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타 면제 기준이 바뀌는 것은 예타 제도가 시행된 1999년 이후 24년 만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총사업비가 1000억 원이 넘지 않는 사업들은 사업성을 따지는 예타 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도로, 철도, 항만 등이 모두 포함된다. 앞서 지난해 9월 정부는 예타 면제 요건을 사안별로 구체화해 면제를 최소화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신속성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예타 면제 금액 기준을 SOC와 R&D 사업에 한해 ‘총사업비 1000억 원, 국비 5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경제, 재정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온 만큼 현실에 맞게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999년 591조 원이었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2151조 원으로 3.5배 이상으로 커졌다. 정부의 총지출 규모도 1999년 145조 원(본예산 기준)에서 지난해 608조 원으로 4배 넘게 증가했다. 예타 대상에서 빠지는 총사업비 500억∼1000억 원 규모의 사업은 소관 부처가 사전 타당성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여야는 당초 예타 면제 기준 완화가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재정준칙 도입과 연계해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연간 재정적자 폭을 제한하는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예타 면제 기준 상향 법안부터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여야는 4월 국회에서는 재정준칙 법제화에 대해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정치권에선 차기 총선을 1년 앞두고 예타 면제 기준을 상향하면 경쟁적으로 표를 위한 무리한 공약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예타 면제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논의는 과거부터 계속 있었던 얘기”라며 “내년 총선을 고려한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7인의 현자(賢者)’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7명을 일컫는 또 다른 명칭이다. 이들은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통화정책을 책임진다. 그만큼 경제계에서 손에 꼽힐 만한 역량을 갖춘 인물들이 임명되기에 붙은 존칭이다. 예우도 차관급으로 받는다. 연봉은 3억3000만 원이 넘고 개인 비서가 생긴다. 집무실과 차량 등도 제공된다. 임기 4년은 법으로 보장된다. 명예와 실리가 함께 따라오는 ‘꽃 보직’이다. 박춘섭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 최근 신임 금통위원으로 추천됐다. 한국은행법에 따라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5명은 각 추천 기관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박 총장은 금융위원장이 추천하는 한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기재부 출신 행정고시 선배한테 물려받았던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10개월 만에 관두게 됐다. 박 총장은 다음 달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부터 참석하게 된다. 시장에선 박 총장을 ‘비둘기’로 보고 있다. 정부와 호흡을 맞춰 통화 완화를 선호할 것이라는 뜻이다. 한 증권사는 “박 총장은 기재부에서 주로 예산을 담당했다”며 “성장에 무게를 두면서 완화적인 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기재부 예산실장 출신 금통위원은 2016년 임기가 끝난 정해방 위원 이후 7년 만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기재부의 나라’가 종종 회자된다. 정부의 주요 요직을 기재부 출신 관료가 많이 차지하면서 나오는 말이다. 현재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은 전 기재부 관료다. 이들 자리는 문재인 정부에선 기재부 출신들이 맡은 적이 없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기재부 요직을 두루 거친 예산, 재정 전문가다. 지식경제부(옛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으로 2013년까지 복지부를 이끌었던 임채민 전 장관 이후 9년여 만에 나온 경제 관료 출신 복지부 장관이다. 차관급에서도 전 기재부 관료들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기재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낸 조용만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공직의 대부분을 기재부에서 보냈다. 그의 경력 중 문체부 업무와 관련이 깊어 보이는 건 2021년부터 약 1년간 맡았던 대한체육회 사무총장뿐이다. 한훈 통계청장은 기재부 차관보에서 청장으로 지난해 자리를 옮겼다. 기재부 산하 기관이긴 하지만 기재부 관료가 통계청장으로 임명된 건 2011년 우기종 전 청장 이후 처음이었다. 가파른 금리 인상의 후폭풍으로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해지면서 미국의 ‘피벗(pivot·통화 정책 방향 전환)’에 전 세계의 눈이 쏠려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시장 불안을 경고했다. 금통위의 선택 하나하나가 한국 경제를 어디로 끌고 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울타리 안에서 쌓아온 경험은 일의 효율성을 높인다. 하지만 비슷한 관점만을 공유하며 정책 실패로 이어질 위험도 커진다. 국민의 실제 삶보다는 특정 여론에 더 치우쳐 판단할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이 정부 들어 ‘원팀’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기재부 출신들의 원팀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겠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그들만의 원팀이 돼 가고 있다는 걱정을 지울 수가 없다. 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
대외 신인도와 직결된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냈다. 수출 감소와 화물운임 하락, 해외여행 증가 등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선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수지 적자와 더불어 경상수지 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 적자’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3년 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2월 경상수지는 5억2000만 달러(약 6861억 원) 적자로 집계됐다. 1월에도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역대 최대 경상수지 적자(―42억 1000만 원)를 냈는데, 두 달 연속 적자는 2012년 1∼2월 이후 11년 만이다. 이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가 동시에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수출입 차이를 계산한 상품수지는 1년 전에 비해 56억5000만 달러 줄어 13억 달러 적자였다. 1월(―73억2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줄었지만 지난해 10월(―9억5000만 달러) 이후 5개월째 마이너스다. 이는 수출(505억2000만 달러)이 지난해보다 6.3% 감소한 영향이 크다. 수출은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다. 특히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보다 41.5% 급감했다. 이 밖에 화학공업 제품(―9.8%), 철강 제품(―9.2%) 등의 수출도 부진했다. 반면 수입은 518억2000만 달러로 원자재(7.2%)를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4.6% 늘었다. 서비스수지 역시 20억3000만 달러 적자로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연속 적자다.秋 “올해 세수부족 가능성”… 재정-경상수지 ‘쌍둥이 적자’ 우려 경상수지 두달연속 적자 정부 “하반기엔 경상흑자 전환 예상”경제학자들 “적자 구조화 위험 커져” 서비스수지 적자는 코로나19 완화로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늘면서 여행수지에서 10억1000만 달러 적자가 난 영향이 컸다. 여기에 화물운임 하락으로 2020년 7월 이후 흑자였던 운송수지마저 2억2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2월 선박 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보다 80.0% 급감했다. 정부와 한은은 반도체 경기 회복과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힘입어 올 하반기(7∼12월)에는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7일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3월 이후 외국인 입국자가 증가하고 있고 무역수지도 시차를 두고 완만히 개선되면서 올해 경상수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이며 연간 200억 달러대 흑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도 올해 연간 경상수지를 260억 달러 흑자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낙관하기에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상수지 적자 구조화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수출이 우리 바람만큼 늘어날지, 반도체 경기가 언제쯤 회복될지 등을 안심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경기 상황이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면 올해 연간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적자와 더불어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적자 가능성이 커지면서 쌍둥이 적자 우려도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올해 세수는 당초 세입 예산을 잡았던 것보다 부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국세 수입이 정부가 지난해 예산을 짤 때 예상한 400조5000억 원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가 세수 부족 가능성을 사실상 시인한 것은 처음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되면 국가의 대외 신인도가 타격을 입어 환율이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며 “정부가 기업들과 논의해 수출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근로소득 상위 0.1%의 직장인 한 명이 2021년 한 해 동안 받은 평균 급여가 중간쯤 버는 직장인의 3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근로소득 상위 0.1%에 해당하는 1만9959명의 1인당 연평균 급여소득은 9억5615만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억2276만 원(14.7%) 늘었다. 반면 전체 근로자를 소득 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중위소득자의 연평균 급여소득은 3003만 원이었다. 소득 상위 0.1% 직장인과 중위소득자의 격차가 31.8배에 달하는 것이다. 중위소득자의 평균 급여소득은 전년보다 108만 원(3.7%) 증가하는 데 그쳐 이들 간의 격차는 전년(28.8배)보다 더 벌어졌다. 근로소득 상위 1%에 해당하는 직장인과 중위소득자의 격차도 확대됐다. 상위 1%에 해당하는 19만9591명의 1인당 연평균 근로소득은 3억1729만 원으로 중위소득자의 10.6배에 달했다. 2020년 이들 간의 격차는 9.9배였다. 상위 1% 직장인들이 1년 동안 벌어들인 총근로소득은 63조3295억 원으로 전체 근로소득의 7.9%를 차지했다. 강 의원은 “정부의 조세, 재정 정책이 중하위 근로자의 소득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집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추가 인상이 없더라도 올해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 지출액이 지난해보다 가구당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와 사용량이 같더라도 2022년 1년 동안 늘어난 요금보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5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동절기 난방비 급등 사태 진단과 대응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가구당 주택용 도시가스 연평균 지출액(기본료·부가세 제외)은 50만4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2.9%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올해 가구당 월별 도시가스 사용량이 지난해와 동일하고 추가 요금 인상은 없다고 가정해 산출한 값이다.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MJ(메가줄)당 총 5.47원 인상됐다. 올해 더 요금을 올리지 않더라도 지난해 1년 동안 발생한 누적 인상 효과(38.4%)가 올해 순차적으로 반영되면서 연간 지출액이 전년보다 증가하는 것이다. 이달 중 요금을 MJ당 2.6원 인상한다면 가구당 지출액 증가 폭은 30.4%로 커진다. 올해 가구당 전기 소비 연평균 지출액(부가세·전력기반기금 제외)도 39만2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7.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또한 사용량에 변화가 없고 앞으로 요금이 동결되는 경우를 전제로 한 수치다. 이미 올 1월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올랐다. 요금이 7월에 13.1원 더 인상되면 가구당 연평균 지출액은 41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23.5% 늘어난다. 앞서 지난해 1년 동안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으로 한 가구가 지출한 금액은 전년보다 각각 9.7%, 14.8% 늘었다. 앞으로 요금이 더 오르지 않더라도 올해 지출액 증가 폭은 이미 전년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지난달 말 정부와 여당은 올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중앙 및 지방 정부가 갚아야 하는 나랏빚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섰다. 갓난아이까지 포함해 전 국민이 1인당 2076만 원씩 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4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1067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97조 원(10%) 불어난 규모로, 국가채무가 10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9.6%로 사상 최고치였다. 이에 따라 1인당 국가채무는 처음으로 2000만 원을 넘었다. 국가채무를 2022년 말 주민등록인구 수(5144만 명)로 나누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인당 국가채무는 2076만 원이다. 1년 새 196만 원 늘었다. 국가채무는 국채, 차입금 등 정부가 직접적으로 상환 의무를 지고 있는 나랏빚이다. 국가채무에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예상 연금액 등을 더한 더 넓은 의미의 나랏빚인 국가부채는 지난해 2326조2000억 원으로 1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다시 썼다.국세 52조 더 걷고도 ‘코로나 지출’에 빚 늘어관리재정수지 117조원 적자기재부 “코로나 대응 국채 발행 늘어” 국가채무가 1년 전보다 100조 원 가까이 증가한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 등을 위해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린 영향이 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 발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은 국채 11조3000억 원을 발행해 충당했다. 1차 추경을 통해 정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방역지원금 300만 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국채 발행 잔액은 전년보다 94조4000억 원 늘었다. 정부 씀씀이가 커 나라살림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기업 실적 개선 등에 힘입어 국세(395조9000억 원)는 전년보다 51조9000억 원 더 걷혔다. 하지만 지출도 늘면서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64조6000억 원)는 4년 연속 적자였다. 세수 호황에도 나라살림은 오히려 악화된 셈이다. 실질적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또한 지난해 117조 원 적자로 사상 최대였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미래에 지급해야 할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를 뺀 것이다. 2021년보다 적자 규모가 26조4000억 원 불어나며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의 최대 적자(112조 원)를 2년 만에 경신했다. GDP 대비 재정적자는 ―5.4%로 1년 전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세금 중 쓰지 않고 남은 세계잉여금은 지난해 9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방정부에 나눠주고 채무 상환 등에 활용한 뒤 추경에 쓸 수 있는 돈은 5조9000억 원이었다. 지난해 예산에서 다 쓰지 못한 불용액 규모는 12조9000억 원으로, 2014년(17조5000억 원) 이후 8년 만에 가장 컸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맥주와 소주 등 국내 주류 출고량이 7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식이 줄어들고 음주 문화도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주류 출고량은 310만 kL로 1년 전보다 3.6% 줄었다. 이는 2014년(380만8000kL) 이후 7년 연속 감소세다. 전체 주류 출고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맥주(153만9000kL)가 전년보다 1.8% 줄었다. 맥주 출고량은 2013년 이후 8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희석식 소주도 82만6000kL로 2020년보다 5.6% 감소했다. 2018년부터 4년째 이어지는 마이너스(―) 행진이다. 주류 출고량이 계속 줄어드는 데는 주 52시간제 시행과 더불어 기업 문화 변화로 회식이 줄어든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건강을 중시하면서 폭음을 자제하는 등 음주 문화도 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도 한몫했다. 국내 주류 출고량 감소 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4.8%로 커졌다. 다만 2021년 국내 주류 출고금액은 8조8345억 원으로 전년보다 0.4% 증가했다. 출고금액이 증가한 것은 2015년 이후 6년 만이다. 맥주와 막걸리 등의 출고가격이 인상된 데 따른 것이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지난달 수출이 6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며 올 1분기(1∼3월) 수출이 1년 전보다 12%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와 대중(對中)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무역적자는 3개월 만에 220억 달러 넘게 쌓여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의 절반에 육박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분기 수출액은 1515억12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1734억300만 달러)보다 12.6% 줄어든 규모다. 수출액은 지난달에만 13.6% 감소하며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수출이 6개월째 줄어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계속 뒷걸음치고 있는 데는 반도체와 대중 수출 부진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분기 반도체 수출액은 205억66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43억300만 달러)보다 40% 급감했다. 모바일, PC 등의 수요가 위축된 데다 D램 가격도 하락하면서 반도체 수출은 8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올 1월과 2월에는 전년 대비 40% 넘는 감소 폭을 보였고 3월에도 34.5%나 줄었다. 대중 수출액도 1분기 294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1분기(420억5300만 달러)보다 29.9% 줄었다.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면 올 1분기 수입액은 1740억52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1% 줄어드는 데 그쳤다. 수입액보다 수출액이 더 크게 감소하면서 1분기 무역수지는 225억4000만 달러 적자였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474억6700만 달러)의 47.5%에 달한다. 무역수지는 3월에만 46억2100만 달러 적자를 보이며 지난해 3월부터 13개월째 적자를 이어갔다. 13개월 이상 무역적자가 지속된 건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의 연속 적자 행진 이후 처음이다. 특히 한때 한국의 무역수지 최대 흑자국이었던 중국에 대한 무역수지는 지난달에만 27억7300만 달러 적자로 6개월째 적자를 보였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주관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은 방한 이튿날인 3일부터 한국의 유치 역량과 준비 정도 등을 본격적으로 평가한다. 이들은 교통·숙박시설과 재원 계획 등 14개 분야, 63개 항목에 걸쳐 현장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실사단은 3일 이창양 산업부 장관 면담을 시작으로 공식 실사 일정에 착수한다. 현장 실사는 엑스포 유치를 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로, 엑스포 유치에 뛰어든 도시들이 제안한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는 절차다. 한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와 우크라이나(오데사)는 지난달 현장 실사를 마쳤다. 또 다른 경쟁국인 이탈리아(로마)는 17일부터 현장 실사가 진행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박람회를 개최할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다 돼 있는지를 전반적으로 점검한다”며 “주제와 부제의 적정성을 비롯해 재원 계획은 충실하게 수립돼 있는지, 교통이나 숙박 시설은 충분한지 등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실사단은 이번 현장 실사를 토대로 5월까지 실사보고서를 작성한다. 보고서는 6월 말 BIE 총회에서 171개 전 회원국에 회람돼 11월 말 투표를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정부는 3일 총론을 시작으로 주제, 박람회장, 홍보 및 재정 등에 대해 네 차례에 걸쳐 유치 계획을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할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홀로그램, 도심항공교통(UAM) 시뮬레이터 등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경쟁국과의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실사단은 BIE 행정예산위원장인 파트리크 슈페히트 단장을 비롯해 디미트리 케르켄테스 BIE 사무총장 등 8명으로 구성됐다.세종=박희창기자 ramblas@donga.com}
올 들어 1월 한 달간 인구가 1만 명 가까이 자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추세로 올 1월 출생아 수가 같은 달 기준 역대 최소로 줄어든 반면에 고령화와 코로나19 여파로 사망자 수는 최대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동향’에 따르면 1월 출생아 수는 2만3179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1486명) 줄어든 규모로,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1월 중 가장 적은 수다. 매달 태어나는 아기 수는 2015년 12월부터 86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과 육아를 함께 하기 어려운 환경에다 만혼(晩婚), 혼인 건수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출생아는 주는데 사망자는 크게 늘었다. 올 1월 사망자 수는 3만2703명으로 전년보다 9.6%(2856명) 증가했다. 사망자 수를 월간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1983년 이후 1월 기준으로 가장 많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고령층 인구 자체가 늘었고 코로나19 확산의 영향도 아직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4만5000명까지 치솟았던 사망자 수는 2만 명대 중반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11월부터 다시 3만 명대로 올라섰다.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 인구는 9524명 자연 감소했다. 이 역시 역대 1월 중 가장 큰 인구 자연 감소 폭이다. 인구 자연 감소는 2019년 11월(―1685명)부터 39개월째로, 지난해 10월(―9130명)부터는 4개월 연속 1만 명 안팎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1만6557명 자연 감소했다. 올 1월의 경우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시와 경기도를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인구 감소세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고령화는 심화되고 출생아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인구 자연 감소 폭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내놓은 ‘내·외국인 인구 전망’에서 국내 총인구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0만3000명 자연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2035∼2040년에는 18만1000명까지 인구 자연 감소 폭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다시 썼다. 출생아 수의 선행지표로 볼 수 있는 혼인 건수도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올 1월 혼인 건수는 1만7926건으로 1년 전보다 21.5%(3173건) 늘었다. 2018년 10월(26%)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등의 영향으로 혼인 건수는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되기 직전인 2020년 1월(1만9819건)에는 못 미친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 대비 18.61% 떨어져 역대 최대 하락 폭을 나타내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시내 주요 단지를 보유한 1주택자의 경우 올해 보유세 부담이 지난해는 물론이고 2020년보다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자는 지난해 대비 60∼70%, 2020년 대비 절반 수준의 보유세가 부과되는 등 세 부담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 주요 단지 1주택자 보유세 최고 60% 가까이 감소22일 동아일보가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부동산팀장에게 의뢰해 공동주택 보유세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 84㎡)의 올해 공시가격(열람안)은 24억7700만 원으로 지난해(26억6700만 원) 대비 7.12% 하락했다. 올해 납부 예정 보유세는 1078만 원으로 지난해(1448만 원)보다 25.5% 감소했고, 2020년(1359만 원)과 비교해도 20.7%나 줄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전용 82㎡)는 지난해에 비해 보유세 부담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다. 올해 공시가격(15억1700만 원)이 지난해(22억6600만 원) 대비 33.05% 감소했기 때문이다. 예상 보유세 납부액은 약 439만 원으로 지난해(1050만 원) 대비 58.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보유세(838만 원)보다도 47.6%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보다 공시가격이 줄면서 공시가격이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액(12억 원) 밑으로 내려가 보유세 부담이 급감하는 곳도 있다. 강동구 ‘래미안고덕힐스테이트’(전용 84㎡)의 올해 공시가격은 8억5400만 원으로 지난해(12억600만 원) 대비 29.19% 감소했다. 이에 따라 보유세 부담은 지난해 314만 원에서 올해 181만 원으로 42.4% 줄어들 예정이다. 올해부터 1주택자는 공시가격 12억 원까지 종부세 기본공제를 받게 되면서 종부세 납부액이 ‘0원’이 된 덕분이다. 시뮬레이션은 올해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60%, 1주택자는 45%)과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60%)이 지난해와 같다고 가정했다. 1주택자는 만 59세가 5년 미만으로 보유해 종부세 세액공제가 없다는 가정하에 추산했다.● 다주택자 보유세 감소 폭 더 커 “시장 매물 줄어들 수도”다주택자는 1주택자보다도 보유세 부담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든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와 강남구 ‘은마아파트’(전용 84㎡)의 올해 공시가격은 각각 10억9400만 원, 15억4400만 원으로 잠정 결정됐다. 지난해(13억8200만 원, 20억2600만 원)와 비교하면 각각 20.8%, 23.8% 감소했다. 이 주택들을 보유한 2주택자는 올해 보유세로 약 1526만 원을 납부하게 된다. 지난해(5358만 원)와 비교하면 71.5% 줄었다. 재산세는 1116만 원에서 830만 원으로 25.7% 감소했는데, 종부세가 4242만 원에서 696만 원으로 83.6% 급감한 결과다. 올해 보유세는 2020년 보유세(3058만 원)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와 은마아파트(전용 84㎡), 래미안고덕힐스테이트(전용 87㎡) 등 총 3채를 보유한 3주택자의 경우 올해 보유세는 2702만 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납부한 보유세(8691만 원) 대비 ―68.9%, 2020년(4879만 원)과 비교하면 ―44.6%의 변동률이다. 이처럼 세금이 대폭 줄어든 것은 지난해 집값이 크게 떨어지며 공시가격도 많이 하락한 데다 정부가 올해부터 다양한 세 부담 완화안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우선 종부세의 경우 종부세 부과 기준이 공시가격 6억 원에서 9억 원(다주택자)으로 올라갔다. 공시가격이 9억 원을 넘지 않으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1주택자는 지난해 11억 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을 받았지만, 올해는 12억 원까지 받는다. 또 1주택 부부 공동명의자는 18억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지난해에는 부부 각각 6억 원씩 총 12억 원의 기본공제가 적용됐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동작구 ‘흑석 아크로리버하임’ 등의 1주택 부부 공동명의자들은 올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또 전국의 모든 2주택자는 종부세 중과세율(1.2∼6.0%) 대신 일반세율(0.5∼2.7%)을 적용받는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최고세율도 기존 6%에서 5%로 낮아졌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보유세는 대체로 2019년보다는 높고 2020년보다는 낮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별 주택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부담이 크게 완화된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내놨던 급매 일부를 거둬들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보유세 부담으로 매각을 고민하던 다주택자들의 부담이 줄어든 만큼, 시장 가격이 하락한 지금 시점에 굳이 매도하지 않아도 되는 매물은 다시 거둬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다주택자의 급매물까지 사라진다면 거래량 자체는 더 줄 수 있다”고 했다. 개별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23일 0시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정부는 내달 11일까지 공시가격 관련 의견을 홈페이지와 시·군·구청 민원실을 통해 신청받고, 이를 토대로 4월 말쯤 결정 공시가격을 공개한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종합소득 상위 0.1%의 초고소득자가 2021년 한 해 동안 1인당 평균 30억 원 넘게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종합소득 상위 0.1%에 해당하는 초고소득자 9339명이 벌어들인 소득은 모두 31조1285억 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33억3317만 원의 종합소득을 얻은 셈이다. 종합소득은 사업소득을 비롯해 부동산 임대, 이자, 배당, 연금 등으로 번 돈을 모두 합한 것이다. 반면 종합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86만7893명이 올린 소득은 총 4조4505억 원이었다. 1인당 평균 238만 원꼴이다. 초고소득자의 평균 종합소득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1400배에 달한다. 종합소득 쏠림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상위 0.1%의 초고소득자가 벌어들인 돈은 전체 종합소득의 10.2%를 차지하며 처음 10%를 넘어섰다. 상위 0.1%의 비중은 2021년 10.4%로 더 커졌다. 전체 종합소득은 2019년 233조9624억 원, 2020년 248조8003억 원, 2021년 299조4828억 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나모 씨(26)는 1년 넘게 입사지원서를 쓰지 않은 채 쉬고 있다. 이미 직장 3곳을 다니며 겪은 일들 때문에 일단 취업을 미뤘다. 전 직장 한 곳에선 상사가 조기 출근과 야근을 강요했고, 또 다른 곳에선 임금을 제때 주지 않았다. 외모를 비하하는 말도 들었다. 나 씨는 “현재는 지친 마음과 몸을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급하게 취직해 평생 불행하게 사느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즐거운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이유 없이 쉰 청년이 지난달 50만 명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보였다. 청년을 포함해 그냥 쉬었다고 답한 사람들이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한 비중도 15%를 넘었다. 이들은 사실상 실업 상태이지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게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쉬었다’고 응답한 15∼29세 청년은 49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9.9% 늘어난 규모로, 2003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 30만 명대였던 청년 ‘쉬었음’ 인구는 2020년 2월 40만 명을 넘어섰다. 통계청 조사에서 ‘쉬었음’은 현재 일하지도 않고 구직활동도 안 하는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지난 1주일 동안 주로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쉬었다’고 답한 이들이다.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육아, 가사, 학업, 심신장애 등의 이유 없이 그냥 쉰 경우를 뜻한다. 여기에는 1년 내 구직활동을 한 구직단념자도 일부 포함된다. 1년 내 구직활동을 한 적조차 없는 사람은 고용시장에서 이탈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냥 쉬는 청년 인구가 느는 건 좋은 일자리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일자리 시장이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월급이 적고 처우가 안 좋은 일자리만 늘고 있다”며 “경제 상황이 안 좋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청년이 기대하는 근로조건이 기업이 제시하는 조건과 격차가 큰 셈이다.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쉬었음’ 청년 인구를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에서 ‘쉬었음’ 인구가 늘었다. 노동시장의 허리인 40대에서 그냥 쉬었다는 이들이 전년보다 9.5% 늘며 청년층을 제외하고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60대 이상(7.3%), 50대(2.9%), 30대(2.0%)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쉬었음’ 인구가 차지한 비중은 전년보다 1%포인트 불어난 15.7%였다. 올해 1월(15.6%) 경신한 역대 최고치를 한 달 만에 다시 썼다. 지난달 만 15세 이상 인구에서 ‘쉬었음’ 인구가 차지한 비율은 5.8%였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쉬었음 상태가 1년 반에서 2년이 넘어가면 본인의 근로 의욕이 줄고 낙인 효과까지 더해져 실직 상태가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생산활동이 둔화되고 세수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6개월 넘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9만6000명으로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올 들어서도 고용을 떠받치고 있는 건 60세 이상 고령자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1만 명 늘었지만 60대 이상을 빼면 오히려 10만 명 넘게 줄었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은 전년보다 1.5%포인트 올랐다. 전체 고용률 상승 폭의 3배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임금을 주는 직접 일자리를 늘린 영향이 컸다. 정부는 올 1분기(1∼3월)에만 직접 일자리로 92만 명 이상을 채용한다. 직접 일자리 사업의 70% 이상은 노인 일자리다. “앞에서는 안 한다고 해놓고 뒤돌아선 엄청 열심히 하고 있다”는 한 연구기관 관계자의 말대로다. 정부는 지난해 ‘세금 아르바이트’라는 비판을 받아온 직접 일자리를 줄이기로 했지만 올해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채용 인원은 늘었다. 그중에서도 노인 일자리 사업 규모는 전년보다 3만8000명 증가했다. 노인 표를 의식한 여야와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고용 한파가 예상된 상황에서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되는 이들을 늘리라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한 ‘셀프 고용’을 보며 떠오른 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일자리 상황판’이었다. 2017년 5월 말 대통령 집무실에 지표 18개가 실시간으로 취합되는 상황판이 설치됐다. 일자리 현황을 보여주는 지표들뿐만 아니라 임금 상승률, 저임금 근로자와 비정규직 비중 등 ‘소득 주도 성장’과 ‘비정규직 제로(0)’ 관련 지표들도 표시됐다. 상황판이 설치된 날 문 전 대통령은 “재벌 그룹의 개별 기업별로 일자리 동향을 파악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그때 썼던 취재 수첩을 들춰 봤더니 한 교수의 평가가 눈에 들어왔다. “해외 토픽감이죠. 일일 재해 보고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나라들은 일자리에 관심이 없어서 우리처럼 안 하는 게 아니잖아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의원이었던 2017년 6월 김동연 전 기재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이 숫자를 이렇게 하나하나 세고 있으면 공무원들은 숫자의 노예가 된다”며 “이것이 무언의 압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 작용 과정은 알 수 없지만 무언의 압력이 ‘통계 조작’ 의혹과 아예 무관하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한훈 통계청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달 10일까지 감사원에서 3차 연장 감사를 했는데 지금은 철수한 상황”이라며 “실지감사(현장감사) 연장 통보는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부터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 통계청에 대한 실지감사를 벌여 왔다. 한 청장은 “5개월 넘게 통계청 직원들이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셀프 고용으로도 ‘취업자 증가 폭 플러스(+)’를 지키기 힘들 때가 다가오고 있다. 경기 부진으로 올해 안에 취업자 수는 감소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상반기(1∼6월) 취업자가 전년보다 9만 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착시 효과를 걷어낸 고용 시장과 마주할 준비가 돼 있을까. 지금처럼 ‘고용 절벽’ 같은 단어가 언론에 등장하는지에 더 신경을 쓴다면 ‘통계 마사지’ 유혹은 또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
나모 씨(26)는 1년 넘게 입사지원서를 쓰지 않은 채 쉬고 있다. 이미 직장 3곳을 다니며 겪은 일들 때문에 일단 취업을 미뤘다. 전 직장 한 곳에선 상사가 조기 출근과 야근을 강요했고, 또 다른 곳에선 임금을 제때 주지 않았다. 외모를 비하하는 말도 들었다. 나 씨는 “현재는 병든 마음과 신체를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급하게 취직해 평생 불행하게 사느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즐거운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이유 없이 쉰 청년이 지난달 50만 명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보였다. 청년을 포함해 그냥 쉬었다고 답한 사람들이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를 넘었다. 이들은 사실상 실업 상태이지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게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쉬었다’고 응답한 15~29세 청년은 49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9.9% 늘어난 규모로, 2003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 30만 명대였던 청년 ‘쉬었음’ 인구는 2020년 2월 처음으로 40만 명을 넘어섰다. 통계청 조사에서 ‘쉬었음’은 현재 일하지도 않고 구직활동도 안 하는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지난 1주일 동안 주로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쉬었다’고 답한 이들이다. 일할 능력이 있는 데도 육아, 가사, 학업, 심신장애 등의 이유 없이 그냥 쉰 경우를 뜻한다. 여기에는 1년 내 구직 활동을 한 구직단념자도 일부 포함된다. 1년 내 구직 활동을 한 적조차 없는 사람은 고용시장에서 이탈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냥 쉬는 청년 인구가 늘고 있는 건 좋은 일자리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일자리 시장이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아 보이지만 월급이 적고 처우가 안 좋은 일자리만 늘고 있다”며 “경제 상황이 안 좋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청년이 기대하는 근로조건이 기업이 제시하는 조건과 격차가 큰 셈이다.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쉬었음’ 청년 인구를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에서도 ‘쉬었음’ 인구가 늘었다. 노동시장의 허리인 40대에서 그냥 쉬었다는 이들이 전년보다 9.5% 늘며 청년층을 제외하고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60대 이상(7.3%), 50대(2.9%), 30대(2.0%)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쉬었음’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보다 1%포인트 불어난 15.7%였다. 올해 1월(15.6%) 경신한 역대 최고치를 한 달 만에 다시 썼다. 지난달 만 15세 이상 인구에서 ‘쉬었음’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5.8%였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쉬었음 상태가 1년 반에서 2년이 넘어가면 본인의 근로 의욕이 줄고 낙인 효과까지 더해져 실직 상태가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생산 활동이 둔화되고 세수도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6개월 넘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9만6000명으로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국세청이 기부금을 빼돌리거나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가 있는 공익법인에 대해 정기 검증에 나선다. 탈세 혐의가 큰 경우에는 지방청 공익법인 조사전담팀에서 세무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16일 “공익법인에 대해 검증을 실시해 회계 부정이나 사적 유용이 확인되는 공익법인은 3년간 사후관리 대상에 포함하는 등 면밀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익법인은 시민이 낸 기부금을 토대로 교육, 학술, 문화, 자선 등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해 운영되는 비영리법인이다. 공익법인이 받는 기부금에 대해선 증여세가 면제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A 공익법인 임직원들은 법인카드를 피부관리실이나 유흥주점, 골프장, 애견카페 등에서 사용했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쓰며 공익 자금을 유용한 것이다. B 공익법인은 출연 받은 재산으로 주택을 사들인 뒤 출연자의 자녀에게 해당 주택을 무상으로 임대해줬다. 자녀가 살 집을 마련해 주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기 위해 공익법인을 활용한 것으로 의심된다. 또 미술관을 운영하는 C 공익법인은 소유한 미술품과 부동산의 매각 대금 일부를 신고하지 않고 빼돌렸다. 이 밖에 실제 들어온 기부금은 적게 신고하고 지출 비용은 부풀리는 식으로 자금을 유용한 곳도 있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지난해 4분기(10∼12월) 이뤄진 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5년간 조세 수입이 연평균 17조 원 넘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연초부터 세수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법 개정에 따른 세수 감소 폭도 커 세수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들이 시행되면 2023∼2027년 조세 수입은 연평균 17조4593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에 가결된 법률 중 국가 재정에 영향을 미치면서 추계가 가능한 법률 15건을 점검한 결과다. 법인세와 소득세는 올해부터 각각 연평균 4조1163억 원, 2조2956억 원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7년까지 5년 동안 법인세와 소득세 감소 폭은 총 32조591억 원에 달한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리는 등 세 부담 완화로 종부세도 1조3442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계됐다.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이미 세수 진도율은 1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1년간 걷으려고 목표로 잡은 세금 중 실제로 걷힌 세금의 비율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올 1월 10.7%에 그쳤다. 2005년 1월(10.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정부 대규모 감세로 세수 감소 폭 커져… “재정지출 억제 필요” 조세수입 年17조 감소부동산-주식 불황에 관련 세 급감경기 부진에 세수 전망 더 어두워 정부가 ‘대규모 감세’를 핵심으로 하는 세제 개편에 나서면서 세수 감소 폭이 컸다. 지난해 12월 말 개정된 법인세법에 따라 기업들의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1%포인트씩 낮아졌다. 세율 인하로 줄어드는 법인세만 연평균 3조1319억 원, 5년간 총 15조6598억 원이다.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이 조정되면서 소득세도 연평균 2조8633억 원 줄어든다. 세금을 내는 기준인 과세표준 하위 2개 구간이 각각 200만 원, 400만 원 올라가면서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근로자가 더 많아졌다. 다만 금융투자소득세가 2년 유예되면서 세수가 연평균 8066억 원 늘어 전체 소득세 감소 폭이 줄었다. 또 신용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 확대로 줄어들 세금은 연평균 1조7710억 원으로 전망됐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신용카드 등으로 쓴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가 2025년 말까지로 연장됐고 올해 7월부터 지출한 영화관람료는 30%를 소득에서 공제해 준다. 정부는 올해 국세가 400조 원 넘게 걷힐 것으로 봤지만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세수 전망은 밝지 않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의 이윤 자체가 줄면 법인세는 감소할 수밖에 없고 소득세도 경기 회복에 달려 있어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며 “전반적으로 전체 세수는 빡빡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미 올 1월 자산 관련 세금만 전년보다 2조 원 넘게 감소했다. 부동산 거래가 쪼그라들면서 양도소득세가 1년 전보다 1조5000억 원 줄었고, 주식시장 하락세로 증권거래세와 농어촌특별세는 총 5000억 원 감소했다. 1월 전체 국세는 1년 전보다 6조8000억 원 덜 걷혔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법으로 지출 규모가 정해진 의무지출도 재정 수요에 맞게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수 부족이 심화되고 있지만 재정 지출을 억제하기 위한 재정준칙 법제화는 6개월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공청회에서는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는 여당 주장과,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해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야당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지방 소멸 해법은 일자리 문제가 근본이다. 청년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지역에 생길 수 있도록 공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시를 뺀 모든 시도에서 인구가 자연 감소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마땅한 청년 일자리가 없어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협업해 광역 경제·생활권 조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들, 일자리 찾아 수도권으로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이 서울보다 출산율이 높은데도 지방 소멸 현상이 나타나는 건 아이를 많이 낳아도 이들이 학업이나 취업을 위해 떠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남 영광군의 합계출산율은 1.81명으로 서울 전체 평균(0.59명)의 3배가 넘었다. 하지만 영광군은 정부가 2021년에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에 포함됐다. 특히 산업구조 변화로 지방에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게 어려워지면서 청년의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일자리사업평가센터장은 “지역의 제조업 일자리는 쇠퇴하고 새로운 서비스 일자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생기다 보니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린이집을 비롯한 돌봄기관이 부족한 점도 청년의 지방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장(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일본은 지방 산업단지에 아이들을 돌보는 곳과 집, 직장, 시장 사이의 동선을 짧게 만들어 순환형으로 잘 만들어주고 있다”며 “한국은 기업들의 지방 이전을 말할 때도 여전히 공장, 부지 등 하드웨어 요소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거점 선도 도시 통해 산업 생태계 구축전문가들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선 각 지자체가 일자리, 보육 등의 기능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메가시티(초광역도시)를 중심으로 경제협력권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 인구를 데려왔다는 건 그 주변 지역에서는 빠져나갔다는 뜻”이라며 “지역을 권역으로 놓고 각각의 지자체가 갖고 있는 기능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연간 출생아 수는 2002년부터 40만 명대로 내려앉았고, 지난해에는 24만9000명까지 줄었다. 이들이 취업 연령층에 들어서기 시작하면 청년 수가 부족해 한 지자체가 모든 기능을 갖추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마 교수는 “메가시티를 만들어 지자체 간 협업의 틀을 만들고 광역 교통망을 제대로 구축해 이를 중심으로 혁신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들의 협업을 통해 수도권과 맞먹는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단일 생활권이나 경제권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은 “각 사업을 지자체들이 각각 하는 게 아니라 권역화해서 국토의 종합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설계도를 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저출산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교수는 “결혼을 늦게 하고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 난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난자 냉동시술을 국가가 지원해주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첫아이를 낳은 산모의 평균 연령은 33세로 2017년(31.6세)보다 1.4세 높아졌다.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해 배달원을 비롯한 단순 노무 종사자가 처음으로 4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업사원, 상점 판매원 등은 3년 새 10% 넘게 줄었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단순 노무 종사자는 404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3년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단순 노무 종사자가 400만 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353만4000명)과 비교하면 14.5%(51만1000명) 늘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과 배달 음식 주문 등 비대면 소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순 노무 종사자에는 음식 배달원, 택배기사, 가사도우미, 경비원 등이 포함된다. 매장 계산원을 비롯한 판매 종사자는 지난해 268만1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었다. 판매 종사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며 2019년보다 11.5%(34만9000명) 줄었다. 3년 전보다 그 수가 줄어든 직업군은 판매 종사자뿐이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 2분기(4∼6월)에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낮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매년 물가가 오른 만큼 맥주나 탁주에 붙는 세금이 인상되는 물가연동제는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추 부총리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월 물가 상승률은 특별한 기상 악화나 돌발 요인이 없으면 2월(4.8%)보다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4%대 초반이나 중반 선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2분기에는 어쩌면 3%대 물가 상승률 수준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또 “맥주와 탁주 주세(酒稅)를 물가에 연동하다 보니 물가 편승 인상 분위기가 있을 때는 세금 5, 10원을 빌미로 시중에서 몇백 원씩 가격을 올리는 양상이 진행된다”며 “물가 연동 부분에 관해선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에 연동해 다음 달부터 맥주와 탁주에 붙는 세금은 각각 L당 30.5원, 1.5원 오른다. 추 부총리는 “종량세는 유지하되 이 부분을 폐지하는, 물가연동제가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전문가나 관계 기관과 협의를 진행해볼 생각”이라며 “세금을 물가에 연동하기보다는 종량세도 일정 시점에 한 번씩, 국회에서 양에 따라 세금을 정해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올 1월 국세가 1년 전보다 7조 원 가까이 덜 걷히며 ‘세수 펑크’ 우려가 커진 데 대해선 “올해는 전반적으로 세수 상황이 상당히 빡빡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1월에 세수 상황이 좋지 않았고 특히 상반기(1∼6월), 그중에서도 1분기(1∼3월)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