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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대 최연소 총리에 도전하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이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았던 가정사를 전격 공개했다. 올해 처음으로 친어머니를 만났고,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어머니인 줄 알았던 사람이 사실은 고모였다는 사실도 알렸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12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열린 소견 발표에서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이혼 등 가족사와 함께 올해 처음으로 생모를 만났다는 사실을 털어놨다.그는 “부모님이 어렸을 때 이혼했는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이혼 사실을 몰랐고 어머니인 줄 알았던 사람이 사실은 고모(고이즈미 전 총리의 친누나)였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처음으로 엄마를 만났으며, 자세하게는 말하지 않겠지만 만나서 좋았다”고 소개했다. 또 “형제는 형(배우인 고이즈미 고타로)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동생이 더 있었다”라며 “대학생 때 처음으로 성이 다른 동생과 만났으며 아버지랑 꼭 빼닮아서 깜짝 놀랐다. 순식간에 그동안의 거리와 공백이 메워졌다”고 말했다.그는 생모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만날 마음은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생모를) 만나면 나를 키워준 고모를 배신하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자신이 결혼한 뒤 아들이 태어나고 아버지가 되면서 이런 생각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2019년 “43년 동안 (생모와) 만나지 않았고 성도 다르지만, 그래도 가족은 가족”이라며 “나는 그런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관용적이고 포용력 있는 보수정당 자민당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증조부 때부터 4대째 이어진 세습 정치인인 그는 총리 출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09년 국회의원으로 처음 당선했고 현재 5선 국회의원이다. 1981년생 43살로 총리가 되면 역대 최연소다. 일본 정치권 안팎에서는 갑작스러운 그의 가정사 고백이 당내 표심과 여론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보수층 다수가 반대하는 부부 별성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부부가 하나의 성을 쓰도록 하고 있고, 대부분의 부인은 결혼 후 원래 성을 버리고 남편 성을 따르고 있다. 어두운 가정사를 공개하며 동정론을 자극하면 보수층의 거부감이 옅어지고 개혁적 이미지가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꾸준히 참배하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수와 중도층 모두에 어필할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일본 주요 언론조사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20%대 지지율로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계 이민 2세인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사진)이 페루 수도 리마 사저에서 사망했다고 일본 NHK방송 등이 12일 보도했다. 향년 86세.구마모토 출신 이민자 부모를 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38년 리마에서 태어났다. 그는 라몰리나 농업대학 총장을 지냈고, 1990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돼 2000년까지 재임했다. 임기 초 국영 산업 민영화를 통한 경제 안정화 정책과 과감한 치안 정책으로 지지를 받았지만 잔혹한 반(反) 인권범죄와 비위 행위로 지탄을 받으며 쫓기듯 권좌에서 물러났다.2000년 대선에서 3선에 성공했지만, 재임 중 페루에서 자행된 학살과 납치 등 각종 범죄와 국고 횡령 같은 비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일본으로 사실상 망명하면서 팩스로 사임서를 제출했다는 논란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2005년 일본을 떠나 칠레에 입국했다가 붙잡혀 구속됐고 2007년 페루에 인도돼 25년형 판결을 받았다. 오랜 법적 공방 끝에 지난해 12월 출소했지만 호흡기·신경계 질환에 더해 설암으로 몇 차례 수술을 받기도 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인 게이코 씨는 소셜미디어에 “암과의 긴 투병 끝에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났다”며 사망 소식을 알렸다. 페루 대통령실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사망을 슬퍼하며 유족의 깊은 아픔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대표 국립대인 도쿄대가 20년 만에 등록금을 20%(100만 원가량) 인상하기로 했다. 도쿄대가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건 2005년 이후 동결돼 온 현행 등록금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 환경을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등록금 인상은 내년 신입생부터 적용된다. 한국 대학들이 16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교육과 연구에 적극적인 투자를 못 해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처럼 도쿄대 역시 비슷한 고민 속에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대 등록금 인상에 맞춰 일본의 다른 국립대들도 등록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하고 있는 일본 사립대들은 그동안 꾸준히 등록금을 인상하며 교육 여건을 개선해 왔다.● “글로벌화 대응 위해 수업료 인상”11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후지이 데루오(藤井輝夫) 도쿄대 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53만5800엔(약 508만 원)인 등록금을 64만2960엔(약 609만 원)으로 20%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등록금 인상은 이달 중 학내 회의에서 정식 결정될 예정이다. 후지이 총장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고통스럽게 결정했다”며 “고등교육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교육 학습 환경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국립대는 과거 2, 3년 단위로 등록금을 꾸준히 올려 왔다. 하지만 도쿄대를 비롯한 국립대가 2004년 일제히 법인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법인화로 등록금이 대폭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거세지자, 당시 일본 정부는 “표준액의 10%까지만 올릴 수 있게 하겠다”며 상향 한도를 설정한 것. 문부과학성은 2005년 국립대 등록금 기준인 표준액을 53만5800엔으로 책정한 뒤 약 20년간 건드리지 않았고 등록금은 자연스럽게 동결됐다. 2019년 일본 정부가 인상 가능 폭을 표준액 대비 20%로 넓히면서 규제를 완화했고 도쿄공업대, 지바대 등 다른 국립대가 등록금을 소폭 인상했다. 그러나 대표 국립대인 도쿄대는 등록금을 올리지 않았다.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장기 경기침체 여파로 등록금 부담을 키울 수 없다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교육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물가도 오르면서 등록금을 묶어 두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후지이 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교육 환경 정비를 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지금 인상하지 않으면 투자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교부금과 기부금은 한계도쿄대 수입의 3대 축은 등록금, 기부금, 정부 교부금이다. 이 중 정부 교부금은 지난해 847억 엔(약 8020억 원)으로 20년 전보다 80억 엔(약 757억 원) 줄었다. 등록금은 20년간 동결되면서 전체 수입에서 수업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 그치고 있다. 세계적 명문대인 도쿄대는 다양한 산학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여러 곳에서 기부금을 받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정적 재정 운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위탁연구 수입 등은 사용 용도에 제한이 많다”며 “수입의 40%가 독자 기금 운용 이익인 미국 하버드대와 비교하면 일본 대학은 외부 자금 유치에 약하다”고 진단했다. 도쿄대는 이번 인상으로 2028년에 수입이 13억5000만 엔(약 128억 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대학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준은 아니다. 다만 재정의 기본이 되는 등록금 수입이 늘어나 운용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대는 늘어나는 등록금 수입을 도서관 강화, 학생들의 글로벌 체험 확대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등록금 인상에 대해 학생들은 불만이 크다. 도쿄대의 한 재학생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등록금을 올리면 빈부에 따른 교육 격차가 확대되고 아르바이트로 공부할 시간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도쿄대는 등록금 전액 면제 대상을 연 수입 400만 엔 이하 가구 학부생에서 연 수입 600만 엔 이하 학부생과 대학원생으로 넓힐 계획이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대표 국립대인 도쿄대가 20년 만에 등록금을 20%(100만 원가량) 인상하기로 했다. 도쿄대가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건 2005년 이후 동결돼 온 현행 등록금으로는 국제적인 수준의 교육 환경을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등록금 인상은 내년 신입생부터 적용된다.한국 대학들이 16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교육과 연구에 적극적인 투자를 못해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처럼 도쿄대 역시 비슷한 고민 속에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대 등록금 인상에 맞춰 일본의 다른 국립대들도 등록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하고 있는 일본 사립대들은 그동안 꾸준히 등록금을 인상하며 교육 여건을 개선해 왔다.● “글로벌화 대응 위해 수업료 인상”11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후지이 데루오(藤井輝夫) 도쿄대 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53만5800엔(약 508만 원)인 등록금을 64만2960엔(609만 원)으로 20%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등록금 인상은 이달 중 학내 회의에서 정식 결정될 예정이다.후지이 총장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고통스럽게 결정했다”며 “고등교육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교육 학습 환경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일본 국립대는 과거 2~3년 단위로 등록금을 꾸준히 올려 왔다. 하지만 도쿄대를 비롯한 국립대가 2004년 일제히 법인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법인화로 등록금이 대폭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거세지자, 당시 일본 정부는 “표준액의 10%까지만 올릴 수 있게 하겠다”며 상향 한도를 설정한 것. 문부과학성은 2005년 국립대 등록금 기준인 표준액을 53만5800엔으로 책정한 뒤 20년간 건드리지 않았고 등록금은 자연스럽게 동결됐다.2019년 일본 정부가 인상 가능 폭을 표준액 대비 20%로 넓히면서 규제를 완화했고 도쿄공업대, 지바대 등 다른 국립대가 소폭 등록금을 인상했다. 그러나 대표 국립대인 도쿄대는 등록금을 올리지 않았다.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장기 경기침체 여파로 등록금 부담을 키울 수 없다는 이유도 있었다.하지만 교육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물가도 오르면서 등록금을 묶어 두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후지이 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교육 환경 정비를 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지금 인상하지 않으면 투자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교부금과 기부금은 한계도쿄대 수입의 3대 축은 등록금, 기부금, 정부 교부금이다. 이 중 정부 교부금은 지난해 847억 엔(약 8020억 원)으로 20년 전보다 80억 엔(약 757억 원) 줄었다. 등록금은 20년간 동결되면서 전체 수입에서 수업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 그치고 있다.세계적 명문대인 도쿄대는 다양한 산학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여러 곳에서 기부금을 받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정적 재정 운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위탁연구 수입 등은 사용 용도에 제한이 많다”며 “수입의 40%가 독자 기금 운용 이익인 하버드대와 비교하면 일본 대학은 외부 자금 유치에 약하다”고 진단했다.도쿄대는 이번 인상으로 2028년에 13억5000만 엔(약 128억 원)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대학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준은 아니다. 다만 재정의 기본이 되는 등록금 수입이 늘어나 운용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대는 늘어나는 등록금 수입을 도서관 강화, 학생들의 글로벌 체험 확대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그러나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은 불만이 크다. 도쿄대의 한 재학생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 “등록금을 올리면 빈부에 따른 교육 격차가 확대되고 아르바이트로 공부할 시간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도쿄대는 등록금 전액 면제 대상을 연 수입 400만 엔 이하 가구 학부생에서 연 수입 600만 엔 이하 학부생과 대학원생으로 넓힐 계획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의 차기 총리가 될 집권 자민당 총재를 뽑는 선거가 27일 치러지는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전 자민당 간사장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3) 전 환경상이 선두에 서고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3) 경제안보상이 뒤를 좇는 ‘2강 1중’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자민당과 연립 정권을 구성하는 공명당은 현 대표가 물러날 뜻을 밝히면서 15년 만에 수장이 바뀐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도 이달 23일 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어 여야를 막론한 일본 정치권의 대대적인 리더십 교체가 예고되고 있다. ● 이시바-고이즈미 ‘투톱’ 10일 공영 NHK 방송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자민당 총재에 적합한 인물로 이시바 전 간사장이 28%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23%로 2위,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9%로 3위였다. 이시바 전 간사장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지난달 25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도 각각 21%의 지지율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다만 경쟁자를 압도하는 ‘원톱’은 여전히 눈에 띄지 않는 형국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12년에도 총재 선거에 출마해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게 밀려 2위를 차지했다. 이후 줄곧 당내 비주류였지만 12년 만에 총리 자리에 가장 가까워졌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의 부상은 지난해 말 불거진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스캔들 파장으로 당내 주요 파벌이 해산됐고, 이전처럼 국회의원 수십 명이 파벌 영수의 한마디를 충실히 따르는 ‘파벌 정치’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지도와 개혁 이미지를 함께 지닌 이시바 전 간사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자민당 전체에 대한 불신감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며 자신이 당 개혁의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1981년생으로, 당선되면 일본 역사상 최연소 총리에 오른다. ‘젊음’을 무기로 국민에게 쇄신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그는 7일 도쿄 긴자, 8일 요코하마에서 각각 5000여 명, 7000여 명의 청중을 모으며 연예인에 가까운 인기를 과시했다. 이번 선거의 ‘킹 메이커’로 평가받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또한 그를 공개 지지했다. 두 사람의 약점도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당내 보수파의 거부감이 강하다. 또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가벼운 언행으로 향후 토론 등에서 약점을 노출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결선 투표 진행될 가능성 높아 우익 성향인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콘크리트 보수층’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여러 차례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위패가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그는 ‘총리가 돼도 야스쿠니에 참배하겠느냐’란 질문에 “조국을 지키려고 노력한 분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런 모습이 중도층에게는 거부감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자민당은 12일 총재 선거 고시를 한 뒤 일본 기자클럽 주최 토론회를 시작으로 TV 토론 등을 연다. 27일 투표에서는 당내 국회의원 367명, 당원 367명 등 총 734표 중 가장 많은 표를 얻는 사람이 총재가 된다. 단,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곧바로 1, 2위 후보가 겨루는 2차 투표가 실시된다. 2차 때는 국회의원 367명과 도도부현련(한국 정당의 시도당) 47곳에 각 1표씩을 부여한다. 10명 안팎의 후보자가 나올 이번 선거에서는 사실상 2차 투표에서 승부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자민당의 연정 상대인 연립여당 공명당도 15년 만에 대표가 바뀐다.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72) 공명당 대표는 10일 “다음 세대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2009년부터 재임 중인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부터 윤석열 대통령까지 재임 중 한국의 모든 대통령을 예방하며 한일 관계 개선에 기여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정부가 백제 등으로부터 불교와 문화를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진 나라현의 ‘아스카 후지와라(飛鳥 藤原)’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둘러싸고 한국과 갈등을 빚었던 일본이 한반도에서 문화를 전수받은 유산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나선 것이라 주목된다. 일본 문화청 심의회는 9일 아스카 시대 유적인 ‘아스카 후지와라 궁도(宮都) 및 관련 자산군’을 세계유산 후보지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9월 유네스코에 잠정 추천서를 제출하면 사전심사를 거쳐 빠르면 2026년 세계유산위원회가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아스카 후지와라는 나라현 아스카(明日香)촌 일대로 6세기 말~8세기 초 아스카 시대에 일본 수도였다. 6세기 말 백제 성왕이 불상과 경전을 일본 측에 보내면서 일본에 불교가 전파됐다. 이후 백제, 고구려, 중국 등과 교류하며 일본 열도에 본격적으로 대륙 문화가 꽃피게 되고 중앙집권 체제가 갖춰진다. 나라현이 참여한 세계유산 ‘아스카 후지와라’ 등록 추진협의회 측은 “아스카 후지와라는 당시 중국 및 한반도 국가와 일본 사이에 펼쳐진 정치적 문화적 교류의 소산”이라며 “도래인(渡來人·한반도 등에서 건너간 사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도입된 외래 문화와 일본 고유 전통이 융합돼 독자적 개화를 이뤘다”고 밝혔다. 나라현은 아스카 후지와라 세계유산 등록을 홍보하기 위해 과거 한반도와 교류했다는 걸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나라현이 세계유산 등록 홍보를 위해 제작한 단편영화 ‘보이 미츠(Boy Meets)’는 한일 교류를 주제로 한다. 아스카촌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 여성(유니)과 일본 남성(나오토)이 1300년 전 이 지역에서 한반도에서 온 도래인과 일본인이 교류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함께 둘러보며 사랑을 키워 간다는 내용을 다뤘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차기 총리를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 선언을 한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43)이 도쿄에서 첫 가두연설을 하며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나섰다. 27일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를 3주도 안 남겨 두고 일본 정치권에서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유력 주자로 꼽고 있다. 고이즈미가 7일 도쿄 긴자에서 가진 가두연설에는 무더위에도 5000여 명의 청중들이 몰려 높은 지명도를 보여줬다. 그는 “답을 내놓지 못한 과제를 해결하겠다”며 규제 개혁을 기치로 내세웠다. 고이즈미는 이번 총재 선거에서 까다로운 해고 규제를 완화하는 노동 유연화를 간판 정책으로 내세웠다. 그는 “임금 인상, 일손 부족 해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해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6일 출마 선언을 하면서는 정치인 활동비 사용처 공개, 선택적 부부 별성 도입 등 개혁 정책을 내놓으며 “1년 이내에 실현하겠다. 1년 안에 못 하면 다음 시대를 맞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981년생인 그가 당선되면 역대 최연소 총리가 된다. 해고 규제 완화처럼 논란이 뜨거운 개혁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은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있다. 아버지 고이즈미 전 총리는 총리에 취임하면서 우정 민영화를 행정 개혁의 핵심으로 밀어붙였다. 야당은 물론 자민당 내에서도 반대가 거세자 국회 중의원(하원)을 전격 해산하고 우정 민영화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공천을 주지 않으며 정면 승부에 나섰다. 주요 언론 여론조사에서 고이즈미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과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자민당 내에서 신망을 못 얻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이시바 전 간사장과 달리 고이즈미는 당내 비주류 수장 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등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젊은 나이에 인지도도 높아 쇄신감을 주면서 선거 간판으로 나서기에 적격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환경상 경험 말고는 당과 내각에서 별다른 경험이 없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환경상 시절 “기후변화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이른바 ‘펀쿨섹’ 발언 같은 가벼운 언행에 대한 비판도 크다. 아사히신문은 “정책에 관한 생각을 폭넓게 나타냈지만, 실행력에 대한 불안감은 남아 있다”며 “연설과 토론회에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정치가로서 진정한 실력이 검증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한국과 일본 정상이 양국 국민들이 더 편리하게 왕래할 수 있도록 사전입국심사 등 출입국 간소화 방안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제3국에서 유사시 양국 재외국민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협력각서도 체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약 100분간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담은 이달 말 퇴임을 앞둔 기시다 총리와의 고별 회담 성격으로,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후 기시다 총리와의 12번째 양자회담이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와 함께 일궈온 성과들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다”며 “함께 힘을 모은다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한일 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여전히 양국 간에 어려운 현안이 존재하나 양국 관계의 발전과 병행하여 전향적인 자세로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고 화답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후임 총리도 한일 관계 발전의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기시다 총리가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기시다 총리도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저 자신은 당시 가혹한 환경 아래 많은 분들이 대단히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 방한 당시 이같이 밝힌 바 있다. 김 차장은 또 “일본 정부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고 있다고 (기시다 총리가)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양 정상이 출입국 간소화 방안을 적극 모색하기로 한 만큼 향후 상대국에 심사관을 파견해 생체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절차를 양국이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 법무성이 먼저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고 알려왔다”면서 “한국인이 일본 입국장에 들어가 긴 줄을 서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사전입국 심사제도를 일본이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간단한 신원 확인만으로 입국할 수 있게 되면 입국에 걸리는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양국 간 왕래하는 관광객은 연간 1000만 명이 넘는다. 기시다 총리도 정상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일한(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서로의 입국 수속 원활화의 구체적 검토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체결한 재외국민 보호 협력각서는 제3국에서 위기 발생 시 양국이 자국민 철수를 위한 지원과 협력을 위해 협의하고, 평시에도 위기 관리 절차, 연습, 훈련에 관한 정보와 모범 사례를 공유하는 협력사항을 담고 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이런 종류의 양자 간 각서 같은 협력문서에 서명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회담 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청와대 본관에서 2시간 동안 기시다 총리와 부인 유코 여사와 함께 고별 만찬을 가졌다. 기시다 총리는 “경요세계(瓊瑤世界)라는 말처럼 한일 양국이 서로를 비춤으로써 지역과 세계에서 함께 빛을 발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경요세계는 1643년 조선통신사로 시즈오카현 세이켄지(淸見寺)를 방문한 박안기가 남긴 편액으로 두 개의 옥구슬이 서로 비춘다는 의미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1945년 광복 직후 한국인 징용 노동자 등을 태우고 부산항으로 가던 중 침몰한 ‘우키시마(浮島)’ 호의 승선자 명부 일부를 외교부가 일본 정부로부터 입수했다고 5일 밝혔다. 일본 해군 수송선인 우쿠시마호 침몰 79년 만이다. 이번 명부 확보로 당시 희생자 유족들이 위로금을 지급받을 길이 열렸다. 침몰 원인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단초가 될 거란 평가도 나온다. 다만 아직 사망자 규모를 정확히 모르는 등 과거사 해결을 위해 산적한 과제가 많은 만큼 한일 정부 간 협의는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란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는 이날 일본 후생노동성이 보관 중이던 75건의 자료 중 승선자 명부를 포함한 19건을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은 “일본이 한국인이 아닌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가리는 작업 등 내부 검토를 마친 자료부터 우선 제공한 것”이라며 “나머지 자료도 (우리에게)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승선자 명부의 작성 시점 및 내용 등을 검토해 과거 일본 정부가 밝힌 우키시마호 피해자 규모가 타당한 수치인지 등부터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귀국 1호선’이었던 우키시마호는 1945년 8월 22일 일본 아오모리현 오미나토항을 출발해 이틀 뒤인 24일 교토 마이즈루항에 기항하려다 선체 밑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침몰했다. 일본은 우키시마호가 해저 기뢰를 건드려 폭침했고 승선자 3700여 명 중 524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족들은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시켰고 승선자 8000명 중 3000명 이상이 숨졌다는 입장이다. ‘우키시마’ 침몰 원인-사망자 수 확인까진 과제 산적日, 징용 귀국선 탑승명단 일부 전달‘기뢰 사고’ vs ‘고의 폭침’ 주장 갈려“무슨 일인가 싶어 다들 초조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나더니 그 큰 배가 쩍 갈라졌어. 난 선상 꼭대기에 매달렸지만 대부분은 낙엽처럼 바다로 쓸려갔지.” 일본의 공군 비행장 공사에 강제징용됐다 우키시마호에 몸을 실었던 A 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떠올린 바 있다. 당시 A 씨는 살아남았지만 함께 배에 탔던 한국인 수천 명은 귀국길이 아닌 황천길에 올랐다.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한국인 노동자 3725명 중 52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실제 탑승자는 훨씬 많았다는 입장이다. 생존자들은 부산으로 향해야 할 우키시마호가 돌연 기뢰가 가득한 마이즈루 앞바다에 멈췄고, 일부 일본 승조원이 구명정을 타고 해안으로 향한 뒤 폭발이 일어났다며 일본이 고의로 폭침시켰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런 만큼 승선자 명부는 침몰 이유나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확인하는 중요한 단초가 될 것으로 여겨졌지만 일본 정부는 그동안 유족들에게 “명부가 없다”고만 했다. 승선자 명부가 침몰과 함께 사라져버렸다고 주장한 것. 하지만 5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일본인 기자의 정보공개 청구를 받아들여 명부 3건을 공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명부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고, 한일 교섭이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그러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방한 하루 전인 이날 명단 일부를 받게 된 것이다. 정부가 2007년 일본 정부로부터 한반도 출신 옛 일본군의 공탁서를 받은 이후 17년 만에 강제징용피해자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명부를 제공받은 것이다. 정부는 앞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특별법을 제정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희생자 1명당 최대 2000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위로금 지급을 신청했는데 승선 사실 등이 확인되지 않아 기각, 각하 결정을 받은 분들에 대해 추가로 위로금 지급이 가능한지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지난달 30일 일본 야마나시현 고스게(小菅)촌. 도쿄 도심에서 차로 2시간 이상 구불거리는 도로와 터널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산촌이다. 경기 부천시와 엇비슷한 면적(52.78k㎡)에 인구가 589명에 불과할 정도로 사람이 적고 교통도 불편하다. 현지에서는 이 지역을 ‘육지 속의 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멸 위기에 처한 작은 산간 마을 고스게촌은 최근 일본에서 ‘지방 재생’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인구 수백 명의 마을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만든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2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지역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일본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견학을 와 고스게촌의 성공 사례를 연구할 정도다. ● 소멸해 가던 산골 마을, 호텔로 부활 고스게촌은 도쿄 도심에서 직선 거리로 75km 떨어진 곳이다. 거리로만 따지면 수도권처럼 보이지만 상당수 일본인은 지명(地名)조차 알지 못하는 산골 마을. 도쿄에서 사용하는 물의 20%를 공급하는 인공 댐 오쿠타마(奥多摩)호 인근에 있고 고속도로, 철도가 닿지 않아 사람의 발길이 미치기 쉽지 않다. 1970년 1461명이던 인구는 54년이 지난 올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먹거리를 사러 슈퍼를 가려면 차로 30분을 가야 할 정도로 일본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시골이다. 2014년 어느 날, ‘대갓(大家)집’으로 불리던 마을 한가운데에 150년 된 큰 저택이 빈집이 됐다. 홀로 집을 지키던 할머니가 건강이 안 좋아지며 요양원에 갔고 자식들은 도시로 나가서 산 지 오래였다. 마을의 현관으로 불릴 정도로 상징적인 집이 쓰러져 가는 걸 그대로 지켜볼 순 없었다. 할머니의 아들이 마을 촌장에게 “빈집을 활용하고 싶다”고 의뢰했다. 촌장은 지방 재생 컨설팅 회사 ‘사토유메(さとゆめ)’를 찾았다. 흔한 관광지 하나 없는 인적 드문 산골 마을의 커다란 빈집. 고민 끝에 회사는 자연 친화적인 호텔로 꾸미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집 외관은 최대한 보존하면서 내부는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디자인 가구 등으로 세련되게 꾸몄다. 비가 오던 취재 당일, 호텔로 꾸며진 옛 저택 마루에 앉으니 흔한 자동차 소음 하나 없이 빗소리만 집 전체에 가득했다. 빈집이 될 뻔한 저택이 호텔 ‘닛포니아 고스게 겐류노무라’로 탈바꿈하면서 ‘마을 전체를 호텔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요리 재료는 마을에서 키운 버섯 등 채소와 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썼다. 자연스럽게 마을 농가와 협력 관계가 구축됐다. 관공서에서 정년 퇴임한 마을 주민이 가이드로 관광객과 함께 마을을 산책하고 산에 오른다. 호텔 정원 관리는 소방서에서 은퇴한 주민이 맡았다. 인근에 애물단지였던 국도 휴게소는 현지 특산물을 살 수 있는 매장이 됐다. ● 연간 관광객 20만 명 찾아 마을에 활기가 돌자, 사람이 되돌아왔다. 이 호텔 지배인 후루야 다쿠마(降矢拓磨)가 그렇다. 고스게 출신으로 도시에서 대학을 나와 취직했다가 고향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자 과감히 돌아왔다. 다른 호텔 근무자 4명은 타지 출신으로 일자리를 찾아 이곳에 왔다. 최근에는 도쿄 출신 부부가 놀러 왔다가 마을 풍광에 반해 정착을 결심했다고 한다. 후루야 지배인은 “일본인들은 잊고 있던 옛날 분위기를 느끼러, 외국인들은 관광객이 적고 일본만의 풍경을 느끼고 싶다며 이곳을 찾는다”고 소개했다. 2014년 연간 10만 명이던 관광객은 10년 만에 2배로 늘었다. 하루에 총 4개 팀, 1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미니 호텔이지만 인기가 높다. 1인당 1박에 3만5000엔(약 32만 원)으로 비싼 가격이지만 성수기에는 2∼3개월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다. 다른 지자체, 호텔 등에서 연간 20팀가량이 견학 올 정도로 일본 전역에서 주목받는 지역이 됐다. 고스게촌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일본 곳곳에서는 비슷한 방식의 지방 재생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있다. 가나가와현 바닷가 마을 미우라시는 100년 이상 된 옛집이나 오래된 창고를 료칸(旅館)으로 개조해 색다른 분위기로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작은 호텔로 상근 직원은 1명뿐이지만 청소부터 안내까지 마을 주민들을 시간제 등으로 채용하며 일자리를 창출했다. 고스게촌을 호텔로 바꾼 컨설팅 회사 사토유메는 일본 전역 50여 곳의 지역에서 비슷한 사업에 나섰다. 철도기업 JR동일본과 함께 도쿄 오쿠타마 산골 마을의 시골 역 ‘하토노스(鳩ノ巣)역’을 중심으로 인근에 레스토랑, 사우나, 미니호텔 등을 선보였다. 소멸해 가는 시골 역 인근 마을 전체를 관광 자원으로 만들어 현지 주민들과 함께 지역 재생을 추진하고 있다. 호텔이 들어선 오메(青梅)시의 오세마치 도시아키(大勢待利明) 시장은 “지역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관광 활성화에 기대가 크다”며 “지역 활성화를 위해 이런 사업이 계속 발전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고스게=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사실상 일본 총리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후보들의 절반 이상이 세습 정치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를 표명했거나 검토하는 11명 가운데 6명이 아버지 등의 정치 기반을 물려받은 세습 정치인이다. 아버지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을 필두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과 고노 다로(河野太郎) 디지털상,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부친이 다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의원은 할아버지,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전 관방장관은 장인의 지역 기반 등을 이어받았다. 일본에선 정치를 하려면 ‘3개의 반’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지반(地盤·지역구)과 가반(가방·돈), 간반(看板·가문) 등 ‘반’으로 끝나는 3개 항목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오카노 야쓰시로 일본 도시샤대 교수는 “특권층인 세습 정치인으로 (정치권이) 가득 찬 것은 문제”라며 “고통받는 국민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자민당은 12일 총재 선거를 고시한 뒤 공식 선거전에 들어간다. 당내 국회의원과 당원 등이 참여하는 선거는 27일 치러진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사실상 일본 총리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후보들의 절반 이상이 세습 정치인인 것으로 나타났다.4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를 표명했거나 검토하는 11명 가운데 6명이 아버지 등의 정치 기반을 물려받은 세습 정치인이다. 아버지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일본 총리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을 필두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과 고노 다로(河野太郎) 디지털상,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부친이 다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의원은 할아버지,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전 관방장관은 장인의 지역 기반 등을 이어받았다.일본에선 정치를 하려면 ‘3개의 반’이 필요하단 말이 있다. 지반(地盤·지역구)과 가반(가방·돈), 간반(看板·가문) 등 ‘반’으로 끝나는 3개 항목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일본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오카노 야쓰시로 일본 도시샤대 교수는 “특권층인 세습 정치인으로 (정치권이) 가득찬 건 문제”라며 “고통받는 국민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자민당은 12일 총재 선거를 고시한 뒤 공식 선거전에 들어간다. 도쿄 자민당 당사는 이미 총재 선거를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당내 국회의원과 당원 등이 참여하는 선거는 27일 치러진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친북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가 북한 당국으로부터 통일 관련 활동을 모두 중단하고 한국 인사와의 관계도 완전히 차단하라는 내용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총련은 북한 당국의 지시를 13개 활동 방침으로 정리해 자신들이 운영하는 동포 교육기관인 조선학교 등 하부 조직에 이른바 ‘13항목 지시서’로 전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의 교전국으로 규정한 이후 북한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대남 적개심이 극에 달한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조치란 분석이 나온다. 총련계 동포 일부는 갑작스러운 통일 관련 활동 금지 등에 대해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일동포 소식통에 따르면 총련은 13항목 지시서에서 각급 기관 및 단체들에 평화통일, 남북한 한민족 등의 내용이 직간접적으로 담긴 활동을 일절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또 한국의 민주적 인사, 민족 교육을 지지하며 조선학교를 지원하려는 인사 및 단체와의 관계도 완전히 끊으라고 했다. 北, 친북단체 교류도 금지… 통일 강령 유지 총련 반발총련에 전달 ‘13항목 지시서’ 보니南을 동족으로 표현 못하게 하고… 통일 관련 수업은 완전히 금지조국통일 강령으로 유지해온 총련… ‘70년 정체성’ 부정당해 반감친북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가 북한 당국에서 지시를 받아 하부 조직에 전달한 이른바 ‘13항목 지시서’를 보면 한국을 향한 북한의 반감과 적개심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다. 한국과 연관된 사실상의 모든 교류와 교육을 중단하고, 한민족과 통일 등의 의미를 담은 단어를 현장에서 사용하는 것조차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심지어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언급할 때도 남한을 동족으로 간주할 수 있는 문장과 표현은 인용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총련 집행부는 북한 당국의 지시를 그대로 하부 조직에 전달했지만, 총련계 동포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큰 것으로 전해졌다. 총련은 1955년 결성 이후 지금까지 조국 통일을 주요 강령으로 유지했는데, 북 당국의 지시로 70년 가까이 유지해 온 정체성을 송두리째 부정당한 셈이기 때문이다. ● 친북 인사도 접근 및 교류 금지 13항목 지시서는 각급 기관, 단체에 ‘동족, 동질 관계로서의 북남조선(남북한), 우리 민족끼리, 평화통일 등으로 비치는 활동을 일절 금지할 것’을 지시했다. 또 ‘대한민국의 민주적인 인사, 민족 교육에 이해를 표시하고 우리 학교(총련계 조선학교)를 지원하려는 단체, 인사와의 관계를 완전히 차단’하라고 밝혔다. 총련이나 북한에 호의적인 한국 인사 및 단체와의 교류도 중단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총련은 그동안 교류가 있었던 한국 인사, 단체들과도 사실상 교류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1일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총련 주최로 열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1년 추도식의 경우 남한 측 참석자 없이 총련 간부, 일본 측 인사, 재일동포 일부가 모여 치렀다. 지시문에는 또 과거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 중 남한을 동족으로 표현한 내용을 담은 문장 등은 인용하지 말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학교, 사무실에 설치된 시설물 중 남한을 동족으로 표현한 단어, 구호, 미술 작품도 전부 교체해야 한다. 지시서는 ‘우리 당과 공화국(북한) 정부의 새로운 대남정책 노선 전환 방침을 정확히 틀어쥘 것’을 첫 번째로 내세웠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규정한 적대적 남북 관계를 총련의 기본 방침으로 삼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 지시로 우리 역사 못 가르쳐” 반발 13항목 지시서에 따라 총련계 재일동포 교육기관인 조선학교의 교육 방침도 대대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발행한 교과서는 일단 그대로 두되, 통일 관련 교육은 수업 시간에 일절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교사들에게는 남한을 같은 민족으로 표현하지 못하게 했다. 국어, 현대사, 지리 등에서 수업 시간에 다루지 말아야 하는 구체적인 부분까지 적시했다. 총련은 13항목 지시서 내용을 조선학교 등 하부 조직에 전달했다. 하지만 동포 개개인에게는 13개 항목을 직접 공개하진 않았다고 한다. 적잖은 내용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총련 집행부, 학교 등을 통해 지시서 내용을 알게 된 동포들은 반발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련 소식에 정통한 한 재일동포는 “그동안 북을 따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조선노동당의 세부 지침이 하달된 것은 본 적이 없다”며 “그동안 납치 사건, 귀국선(북송선) 사업 등에 대해 조국 통일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 왔는데 이제는 통일 자체를 언급하지 못하게 하니 황당하다”고 반발했다. 조선학교에서 현대사 일부를 수업하지 못하도록 한 것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북한이 다루지 못하게 한 ‘현대조선력사’ 고2 제3편은 1950년대 중후반 남북의 통일 활동과 함께 재일동포 역사, 총련 결성 과정, 민족학교 설립 등 총련계 동포 초창기 역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13항목 지시서에는 ‘삼천리 금수강산’ ‘남녘 겨레’ ‘백두에서 한라까지’ 등의 노래 가사를 일절 부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조선학교 교가에 이런 가사가 있다면 바꿔야 하고 한반도 지도 등이 새겨진 깃발, 교표 등은 사용이 금지됐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에서 중증 당뇨병인 ‘제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줄기세포로 키운 세포를 이식해 치료하는 임상시험이 내년에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효과가 입증되면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했던 해당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일 “교토대 부속병원에서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췌도(랑게르한스섬) 세포를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내년에 실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시험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으면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쳐 2030년경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임상시험은 건강한 사람의 줄기세포에서 췌도 세포 덩어리를 만드는 게 첫 번째 단계다. 이를 모아 몇 cm 크기의 사각형 모형 시트를 제작한 뒤 이를 환자 복부 피하에 여러 장 이식하는 방식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교토대 부속병원은 20세 이상 65세 미만 환자 3명에게 1년 이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안전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제1형 당뇨병은 전체 당뇨병의 2% 정도를 차지하는 희귀질환이다. 식습관 등으로 나이가 든 뒤 생기는 2형 당뇨병과는 다르게 어렸을 때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면역 체계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세포를 공격해 인슐린을 매우 적게 혹은 거의 만들지 못하게 만드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지금까지 이 질환은 평생 매일 수차례씩 복부에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 외에는 치료 방법이 없었다. 당연히 완치도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일본에선 2020년부터 사망자의 췌장에서 췌도 세포를 떼어내 이식하는 ‘췌도 이식’ 치료법이 의료보험 대상이 됐지만 기증자 부족 등으로 현재까지 실시된 사례는 10명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토대 부속병원은 줄기세포에서 췌도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지난달 대학 내 임상시험 심사위원회에서 공식 승인을 받았다. 향후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에 있는 의약품 의료기기 종합기구(PMDA)에서도 관련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에서도 제약회사 버텍스가 줄기세포로 췌도 세포를 만들어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해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얻은 바 있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역사적 사실이니까 더욱 적극적으로 여러 조사를 해야 합니다.”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福田康夫·88)가 1일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제101주년 관동대진재(간토대지진) 한국인 순난자 추념식’에 참석해 간토대지진 당시 한국인 학살 문제에 대한 한일 간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23년 9월 1일 도쿄 일대에서는 최대 규모 8.3의 초대형 지진인 간토대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으로 혼란스러워진 와중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일본 군경과 민간인들이 수천 명의 한국인을 학살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후쿠다 전 총리는 집권 자민당 출신 총리로 처음 간토대지진 추념식에 참석했다. 그는 “일본 사람들은 아쉽게도 (학살에 관한) 사실을 잘 모른다”며 “옛 아픔은 아픔으로 여기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주최하고 주한 일본대사관이 후원한 이날 추념식에는 연립여당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자민당 의원, 아오야기 요이치로(靑栁陽一郞) 입헌민주당 의원 등 일본 여야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역사적 사실이니까 더욱 적극적으로 여러 조사를 해야 합니다.”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福田康夫·88)가 1일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제101주년 관동대진재(간토대지진) 한국인 순난자 추념식’에 참석해 간토대지진 당시 한국인 학살 문제에 대한 한일 간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1923년 9월 1일 도쿄 일대에서는 최대 규모 8.3의 초대형 지진인 간토대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으로 혼란스러워진 와중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일본 군경과 민간인들이 수천 명의 한국인을 학살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후쿠다 전 총리는 집권 자민당 출신 총리로 처음 간토대지진 추념식에 참석했다. 그는 “일본 사람들은 아쉽게도 (학살에 관한) 사실을 잘 모른다”며 “옛 아픔은 아픔으로 여기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지금 여러 학자가 조사를 잘하고 있다”며 “많은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서로 힘을 내자”고 했다.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주최하고 주한 일본대사관이 후원한 이날 추념식에는 연립여당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자민당 의원, 아오야기 요이치로(青栁陽一郎) 입헌민주당 의원 등 일본 여야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주호영 한일의원연맹 회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한의원연맹 회장 겸 전 총리는 근조 화환을 보냈다.일본 시민단체는 같은 날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간토대지진 때 학살당한 조선인 희생자를 기리는 추도식을 개최했다. 다만 극우단체 회원들이 이곳에 몰려와 “6000명 학살은 거짓” “근거를 대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소동을 벌였다. 극우 성향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시민단체들이 요구한 조선인 희생자에 대한 추도문을 올해로 8년째 거부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제10호 태풍 ‘산산’이 29일 오전 일본 남부 규슈에 상륙하면서 최소 3명이 숨지고 1명이 행방불명되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은 사상 최강의 위력을 지닌 이번 태풍이 일본 열도를 따라 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29일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아이치현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70대 부부, 30대 남성 등의 사망이 확인됐다. 가고시마시 가고시마항에서는 소형 선박을 타고 있던 60대 남성 선장 1명이 바다에 빠져 행방불명됐다. 미야자키현, 가고시마현, 나가사키현 등에서 최소 85명이 다쳤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산산’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중심기압 975hPa(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 풍속 초속 35m로 상륙 전보다는 다소 약해졌다. 27일부터 48시간 동안 미야자키현 미사토정에는 791.5mm 비가 내렸다. 이는 평년 8월 한 달 강우량의 1.4배다. 규슈 남부에서는 30일 오후 6시까지 24시간 동안 최대 40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돼 총 강수량이 많은 곳에서는 1000mm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태풍으로 규슈 남부의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현, 구마모토현에서는 총 113만여 가구 225만여 명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태풍이 직접 상륙한 나가사키시에서는 시내 전역 20만 가구의 39만여 명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기타큐슈시에서도 시민 10만여 명에게 안전한 장소로 피난을 떠날 것을 당부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온천 관광지 유후인이 있는 오이타현 유후시 등에선 강이 범람했다. 태풍에 따른 강풍 및 폭우로 서울과 후쿠오카를 잇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제선과 일본 국내선 항공편 500여 편이 결항됐다. 고속철도 신칸센도 후쿠오카∼가고시마 구간 운행을 이날 오전부터 중단했다. 태풍 진로에 따라 이날 오후부터는 히로시마까지 운행이 멈췄고, 31일에는 오사카까지 신칸센 운행이 멈추거나 감편될 예정이다. 규슈 지역 고속도로 상당수도 폭우 및 강풍 영향으로 통행이 금지됐다. 경·소형차 제조 업체인 다이하쓰는 태풍으로 공장 4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전날 저녁부터 일본 내 차량 조립공장 14곳의 가동을 모두 중단한 상태이고, 닛산자동차와 혼다도 29∼30일 규슈에 있는 공장의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변기업체 토토(TOTO)도 규슈 지역 등 공장 8곳의 가동을 멈췄다. 가고시마현에서는 이날 오전 22만 가구가 정전됐다. 학교 등에 마련된 대피소 중 일부는 사람이 너무 많아 늦게 온 주민들은 다른 대피소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전날 미야자키와 가고시마, 시즈오카 등 6개 현에서는 초중고교 총 262개교가 휴교했다. 태풍 ‘산산’은 진로를 동쪽으로 꺾어 30일 규슈 지역을 빠져나가 일본 남서부 시코쿠 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31일에는 오사카 인근, 다음 달 1일에는 도쿄 등 수도권을 거쳐 북동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보됐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제10호 태풍 ‘산산’이 29일 오전 일본 남부 규슈에 상륙하면서 최소 3명이 숨지고 1명이 행방불명되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은 사상 최강의 위력을 지닌 이번 태풍이 일본 열도를 따라 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29일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태풍 ‘산산’ 영향으로 아이치현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70대 부부, 30대 남성 등의 사망이 확인됐다. 가고시마시 가고시마항에서는 소형 선박을 타고 있던 60대 남성 선장 1명이 바다에 빠져 행방불명됐다. 미야자키현, 가고시마현, 나가사키현 등에서 최소 82명이 다쳤다.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산산’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중심기압 975hPa(헥토파스탈), 중심 부근 최대 풍속 초속 35m로 상륙 전보다는 다소 약해졌다. 27일부터 48시간 동안 미야자키현 미사토정에는 791.5mm 비가 내렸다. 이는 평년 8월 한달 강우량의 1.4배다.규슈 남부에서는 30일 오후 6시까지 24시간 동안 최대 40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돼 총 강수량이 많은 곳에서는 1000mm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이번 태풍으로 규슈 남부의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현, 구마모토현에서는 총 113만여 가구 225만여 명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태풍이 직접 상륙한 나가사키시에서는 시내 전역 20만 가구의 39만여 명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기타큐슈시에서도 시민 10만여 명에게 안전한 장소로 피난을 떠날 것을 당부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온천 관광지 유후인이 있는 오이타현 유후(由布)시 등에선 강이 범람했다.태풍에 따른 강풍 및 폭우로 서울과 후쿠오카를 잇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제선과 일본 국내선 항공편 500여 편이 결항됐다. 고속철도 신칸센도 후쿠오카~가고시마 구간 운행을 이날 오전부터 중단했다. 태풍 진로에 따라 이날 오후부터는 히로시마까지 운행이 멈췄고, 31일에는 오사카까지 신칸센 운행이 멈추거나 감편될 예정이다. 규슈 지역 고속도로 상당수도 폭우 및 강풍 영향으로 통행이 금지됐다.경·소형차 제조 업체인 다이하츠는 태풍으로 공장 4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전날 저녁부터 일본 내 차량 조립공장 14곳의 가동을 모두 중단한 상태이고, 닛산자동차와 혼다도 29∼30일 규슈에 있는 공장의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변기업체 토토(TOTO)도 규슈 지역 등의 공장 8곳의 가동을 멈췄다.가고시마현에서는 이날 오전 22만 가구가 정전됐다. 학교 등에 마련된 대피소 중 일부는 사람이 너무 많아, 늦게 온 주민들은 다른 대피소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전날 미야자키와 가고시마, 시즈오카 등 6개 현에서는 초중고교 총 262개교가 휴교했다.태풍 ‘산산’은 진로를 동쪽으로 꺾어 30일 규슈 지역을 빠져나가 일본 남서부 시코쿠 지역에 상륙할 전망이다. 31일에는 오사카 인근, 다음 달 1일에는 도쿄 등 수도권을 거쳐 북동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보됐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정부는 27일 중국 군용기가 전날 자국 영공을 침범한 것에 대해 주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은 중국이 대만 무력 침공을 염두에 두면서 자위대 감시 능력 등을 정찰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는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 군용기의 우리(일본) 영공 침범은 주권의 중대한 침해일 뿐 아니라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일본 주변 군사 활동이 점점 확대되고 활발해지는 추세”라며 “중국의 군사 동향에 관심을 갖고 주시하면서 경계 감시 및 영공 침범 조치에 대비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방위상도 “매우 엄중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강력히 촉구했다”고 밝혔다. 일본 측은 전례가 없는 중국 군용기의 자국 영공 침범의 의도 분석에 나섰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대만 무력 침공을 염두에 두고 있는 중국이 일본 자위대의 감시 능력을 정찰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 군용기가 들어온 나가사키현 단조(男女) 군도 인근에는 동중국해를 감시하기 위해 자위대 경계 관제 레이더가 배치돼 있다. 중국은 대만에 무력을 행사할 때 미군 개입을 막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 미군 진입 시 미사일로 무장한 폭격기나 탄도미사일 등으로 격퇴하는 이른바 ‘반접근·지역거부(Anti-Access and Area Denial·A2/AD)’ 전략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이번 영공 침범이 A2/AD 전략 강화를 위해 일본 경계 감시 능력 및 반응을 파악하려는 시도였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은 영공 침범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중일) 양측이 기존 업무 채널을 통해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어떠한 국가의 영공도 침입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일본 정부는 27일 중국 군용기가 전날 자국 영공을 침범한 것에 대해 주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은 중국이 대만 무력 침공을 염두에 두면서 자위대 감시 능력 등을 정찰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 군용기의 우리(일본) 영공 침범은 주권의 중대한 침해일 뿐 아니라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일본 주변 군사 활동이 점점 확대되고 활발해지는 추세”라며 “중국 군사 동향에 관심을 갖고 주시하면서 경계 감시 및 영공 침범 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하라 미노루(木原実) 방위상도 “매우 엄중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강력히 촉구했다”고 밝혔다.일본 측은 전례가 없는 중국 군용기의 자국 영공 침범의 의도 분석에 나섰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대만 무력 침공을 염두에 두고 있는 중국이 일본 자위대의 감시 능력을 정찰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 군용기가 들어온 나가사키현 단조(男女) 군도 인근에는 동중국해를 감시하기 위해 자위대 경계관제 레이더가 배치돼 있다.중국은 대만에 무력을 행사할 때 미군 개입을 막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 미군 진입시 미사일로 무장한 폭격기나 탄도미사일 등으로 격퇴하는 이른바 ‘반접근/지역거부(Anti-Access/Area Denial,A2/AD)’ 전략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이번 영공 침범이 A2/AD 전략 강화를 위해 일본 경계감시 능력 및 반응을 파악하려는 시도였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중국은 영공 침범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린젠(林剑)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중일) 양측이 기존 업무 채널을 통해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어떠한 국가의 영공도 침입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주장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