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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사진)은 11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대응책으로 정치권 일각에서 요구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와 관련해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국경제신문 등 국내외 언론과 가진 공동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의 대응에 따라 상황이 장기화하고, 세계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어 염려된다”면서도 “여러 면에서 2008년에 비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낫기 때문에 (위기를) 관리할 수 있고, 대비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국은 외부요인 때문에 어려운 만큼 당장 재정지출을 확대하기 위해 추경을 하는 건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고용이 늘고 있어 추경을 할 수 있는 (법적)요건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아주 어렵지만 (한국 경제가) 아마 3%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유럽 재정위기 심화로 유럽계 자금이 국내 자금시장을 빠져나갈 가능성에 대해 “현재의 외국인 자금 유출입은 시장 불균형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자본 유출입을 제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일본군위안부와 징용자 등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일 관계를 아주 직선적으로 표현하면 일본은 가해자이고 한국은 피해자”라며 “일본은 가해자로서 피해자들에게 법률적인 것 말고도 인도주의적 조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지난해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의 정상회담 상황을 설명하면서 “(일본군위안부 해결을 위해) 여러 제안을 했는데, (일본) 국내 정치 때문인지 지금까지 한 발짝도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체제에 대해선 “표면상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면서도 “핵개발 중지, 인권, 민주주의 등 당면과제가 많은데 성공적으로 해결할지 아직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올해 중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도발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달 중순 방문 예정인 콜롬비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관련해 “이달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뒤 사용할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터 불법 매입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마무리하고 관련자를 전원 무혐의 처분했지만 의혹은 여전히 적지 않게 남아 있다. 우선 9필지로 이뤄진 전체 땅을 대통령실 경호처는 공시지가보다 4배나 비싸게, 이명박 대통령의 장남 시형 씨는 공시지가보다 낮은 가격에 각각 매입했지만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땅값은 공시지가나 시가(市價), 감정가 등 어느 기준에도 맞지 않았지만 검찰은 “나름의 기준에 따라 매매금액을 나눴다”며 면죄부를 줬다. 또 사저 터를 이 대통령이 아닌 아들 시형 씨 명의로 매입한 경위다. 단순히 이름을 빌려준 게 아니라면 편법 상속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지만 검찰은 명의를 빌려준 것도, 편법 상속하려 한 것도 모두 아니라고 결론을 냈다.○ 대통령 아들은 공시지가보다 싸게, 청와대 경호처는 4배로 시형 씨와 대통령실이 매입한 9필지의 땅은 토지 2606m²(약 788평), 건물 267m²(약 81평)다. 이 중 대지 2필지 590m²(약 178.2평)를 제외하고 나머지 7필지는 모두 밭(田)이다. 시형 씨는 대지 2필지, 밭 1필지의 일부인 토지 463m²(약 140평)와 건물을 11억2000만 원에 매입했다. 대통령실은 시형 씨와 공동으로 매입한 3필지의 토지 일부와 밭 6필지를 합해 2143m²(약 648평)를 42억8000만 원에 매입했다. 9필지 중 밭을 매입한 대통령실은 공시지가보다 4배가량 비싼 값을 치렀고 대부분 대지를 매입한 시형 씨는 건물가격을 포함하면 공시지가보다 오히려 1억6697만 원 싸게 매입했다. 검찰도 터 지분과 매매대금 간에 불균형이 있고, 시형 씨가 이득을 봤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업무상 배임죄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유독 이번 사안만 배임죄 적용 여부를 까다롭게 판단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이런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토지 매매 과정에서 공무원의 과실행위가 있었는지는 추가로 감사원의 판단을 거치도록 했다. 토지가격을 산정한 근거로 삼았다는 ‘나름의 기준’은 기준조차 없다. 이 때문에 ‘나름의 기준’이 토지의 실제 가치를 근거로 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에 책정된 예산 40억 원에 딱 맞춘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예비비 2억8000만 원을 들여 나중에 추가로 매입한 땅 외에 정확히 40억 원을 사저 터 매입대금으로 썼다. 예산 한도 내에서 최대한 시형 씨의 매입대금 부담을 줄여줬다고 의심할 만한 부분이다.○ 시형 씨 이름으로 땅 매입…편법 상속 의혹 편법 상속을 하기 위해 이 대통령이 돈을 대면서 시형 씨 명의로 매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부근에 지을 경호시설 터 매입 때 매도인이 시가보다 5배 높은 가격을 불러 흥정 끝에 시가의 2배를 준 사례가 있다”며 “대통령 사저가 들어선다는 사실이 미리 알려져 땅값이 뛰는 것을 막기 위해 일단 시형 씨가 터를 매입하고 나중에 이 대통령에게 되팔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3년차 직장인인 시형 씨가 매입자금인 11억2000만 원을 마련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시형 씨는 터 매입자금을 마련하려고 지난해 5월 김윤옥 여사 명의의 부동산을 담보로 6억 원을 대출받고, 큰아버지인 이상은 씨로부터 연 5% 이자를 주기로 하고 차용증을 쓴 뒤 6억 원을 빌렸다. 시형 씨는 빌린 12억 원 중 땅 매입대금을 내고 남은 돈으로 직접 대출 이자와 세금을 냈다고 해명했다. 곧 아버지에게 되팔 부동산을 사려고 자기 명의로 대출을 받고 아무런 이득 없이 대출 이자까지 매달 부담했다는 얘기다. 이 해명대로라면 이 거래에서 시형 씨만 매달 이자 300여만 원을 부담하며 손해를 본 셈이 된다. 시형 씨는 터 매입 과정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자신 명의로 매수한 부동산 소유지분을 국가에 취득 원가 그대로 되팔겠다는 확인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내곡동 사저 터 매입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계획을 백지화했고, 내곡동 땅은 현재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공매가 진행 중이다.○ 검찰, 청와대 눈치 보기? 검찰이 핵심 피고발인인 시형 씨를 소환조사하지 않고, 서면조사만으로 마무리한 데 대해 청와대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은 “답변서를 받아보니 아귀가 딱 맞았다. 추궁할 게 없어서 부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 해명과 정반대로 “각본처럼 딱 아귀가 맞는 게 오히려 수상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인종 전 경호처장에 대한 소환도 사건 배당 후 6개월 만에야 이뤄져 “관련 인사들이 입을 맞추도록 시간을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대통령 등 그 윗선은 단순히 결과 보고를 받은 것 외에 터 매입에 관여한 바 없어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靑 “절차 꼼꼼히 못챙겨 송구… 수사결과 존중” ▼민주 “면죄부 수사… 국정조사 통해 규명할 것”청와대는 10일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관련자를 모두 무혐의 처리한 것에 대해 “수사 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논현동 사저 외 모든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급여도 봉사활동에 사용하는 대통령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려 했겠느냐”며 그간의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다만 아들 시형 씨를 땅 매입자로 내세우는 등 오해를 초래한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였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 마무리와는 무관하게 정치권에서 이 사안을 계속해서 정치 쟁점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관계자는 “민주통합당이 일부 인터넷 여론을 등에 업고 문제 제기할 것이고, 새누리당 일각에서 동의하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은 “검찰의 면죄부 수사”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핵심 피의자인 시형 씨를 (소환하지 않고) 서면조사라는 봐주기 부실수사를 한 데 이어 무혐의 처분한 것은 검찰이 검찰이기를 포기한 일”이라며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이 포기한 진상 파악을 국정조사와 청문회, 특검 도입을 통해 반드시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단 검찰의 수사 결과를 존중하지만, ‘미흡하다’는 여론이 있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멕시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브라질 ‘리우+20’ 환경회의에 참석하고 칠레와 콜롬비아를 방문하기 위해 17일 김윤옥 여사와 함께 출국한다. 이 대통령은 18∼19일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어 20∼2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리우 환경회의(1992년)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리우+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지속가능한 발전과 빈곤 퇴치를 위한 녹색경제’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이어 21∼22일 칠레, 23∼25일 콜롬비아를 차례로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8일 “경찰이 뚜렷한 목표를 갖고 단합해야 한다. 학벌과 지역으로 분열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김기용 경찰청장, 이강덕 해양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와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경찰대 출신이 경찰 고위직을 다수 차지하는 현실 속에서 특정 학교 출신이 독주하는 것이 경찰조직 전체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진보당에 이어 민주통합당으로 종북 논란이 번지면서 6일 현충일 추념식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추념식에서 “대한민국의 초석이 된 애국선열과 호국영령의 고귀한 헌신에 다시 한번 고개 숙인다”며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어떤 자들도 대한민국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자원입대 젊은이가 늘었고 연평도 포격도발 때 해병 장병들이 맞서 싸운 사실을 거론하며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자들도 있지만 전쟁이 나면 최전선에서 싸우겠다는 젊은이의 비율도 우리가 세계에서 제일 높다”고 강조했다.이 대통령은 “철통같은 안보태세로 한반도 평화를 수호하고 어떠한 도발도 준엄하게 응징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통진당 김재연 의원이 밝힌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더라도) 맞불을 놓으면서 전쟁을 일으켜선 안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이 대통령은 최근 잇달아 종북세력의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라디오연설에서 “북한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고 이달 5일에는 국가유공자 유족들을 만나 “대한민국을 부정하려는 세력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이날 추념식에는 이 대통령과 3부 요인, 국무위원, 전몰군경과 독립유공자 유족, 시민 등 8000여 명이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강기갑 통진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행사는 오전 10시 전국에 일제히 울려 퍼진 사이렌 소리에 맞춰 1분간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을 기리는 묵념과 헌화·분향, 영상물 상영, 헌시 낭송, 추념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영령들의 이름을 부르는 롤콜(roll call) 행사 때는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등에서 전사나 순직한 군인과 경찰관, 소방공무원 30여 명의 이름이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이날 국방부는 국립서울현충원 잔디광장에서 6·25전쟁 국군 전사자들의 신원 확인을 위해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유전자(DNA) 표본 채취 행사를 개최했다.정치권은 이날 추모 논평을 통해 현충일의 뜻을 기리면서도 종북 논란과 관련한 뼈 있는 말을 주고받았다.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트위터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애국선열과 국군장병들이 계셨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고 대한민국의 번영이 있음을 되새긴다”며 “가장 큰 보답은 지켜주신 조국과 자유를 손상됨이 없이 지켜내고 더 발전시켜 후대에도 물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당 지도부에서 물러난 만큼 오전 추념식에는 황우여 대표가 참석했다. 박 전 위원장은 국회의원 개인 자격으로 방문해 일반인과 나란히 줄을 서서 참배 순서를 기다렸다.민주당 신경민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순국선열과 민주열사들이 실현하고자 한 대한민국이 진정 무엇인지 깊이 자성하라”고 지적했다. 통진당 이정미 대변인은 당내 주사파 진영이 초래한 종북 논란을 의식한 듯 “통진당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존중한다”면서 “서로 다른 이념을 인정하지 못하고 함부로 정치공세에 활용하는 것은 자유주의도 아니고, 민주주의도 아니며, 자유민주주의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쥘리아 마르통르페브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사무총장을 접견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올해 9월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것과 관련해 “우리 국민이 자연보전에 더 많이 관심을 갖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마르통르페브르 사무총장은 “세계 다수 국가의 대표들이 방한해 한국의 자연보전과 녹색성장 성과를 배우고 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과 4대강 사업은 자연보전과 지속가능 발전의 구체적 실천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북한에 강제 구금된 ‘통영의 딸’ 신숙자 씨와 두 딸 오혜원, 규원 씨에 대해 “세계가 관심을 가지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과 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이 신 씨 가족의 귀환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스웨덴이 한국은 물론이고 북한과도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고 있음을 거론하면서 “유엔에서도 돌려보내라고 석방 결의를 했고, 며칠 전 유럽의회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 북한의 핵 포기만큼이나 인권과 자유도 중요한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구스타브 국왕은 신 씨 구금 사실에 대해 몰랐던 듯 놀라는 표정을 지은 뒤 배석한 프랑크 벨프라예 외교부 차관에게 “진상을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아시아지역 자문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통일은 제2의 발전의 계기”라며 “(이를 통해) 북한 주민 2000만 명이 자유와 인권을 회복하고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전쟁할 생각도, 남을 망하게 할 생각도 없다. 정말 평화로운 통일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정부가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에 나선 지 40여 일 만에 2만8000여 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사채업자들과 불법 대부업체의 빚 독촉에 짓눌려 있던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신고를 했지만 피해자 금융 지원과 수사기관의 단속 등 후속 조치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28일까지 금감원 산하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2만3108건으로 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 신고실적을 모두 합치면 총 2만8074건에 이르렀다. 피해신고 금액은 총 831억 원이다. 금감원은 신고 건수 가운데 5741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하지만 경찰이 입건 대상으로 보고 검찰에 송치한 건수는 28건에 그쳤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송치했거나 기소한 건수를 포함하면 3108건으로 늘어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비롯한 서민금융기관으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은 사람은 108명이며 이들이 지원 받은 액수는 9억600만 원에 그쳤다. 전체 피해신고 건수 대비 금융지원을 받은 건수의 비율은 0.5%가 되지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상담이 진행 중인 사람이 많아 상담이 완료되면 지원 받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5월 31일까지로 예정된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 기간이 끝나면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이후에도 계속 신고를 받아 피해자를 구제할 방침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회 최하층에 있는 사람을 위해 정부가 하고자 했던 일인데 (이달 말) 불법 사금융 특별 신고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국민에게 사후 대책 등을 포함한 종합보고를 했으면 좋겠다”며 김대기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게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서민 생활안정을 위해 어느 때보다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며 이번에야말로 불법 사금융을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자세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북한의 주장도 문제이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從北) 세력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이렇게 말한 뒤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듯 선진국 대열에 선 대한민국에서 국내 종북주의자들도 변해야 되겠다”라고 강조했다.이 대통령이 작심하고 ‘종북세력’이란 표현을 쓴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19대 국회 임기 개시(30일)를 앞두고 통합진보당 내 주사파 세력의 국회 입성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나타낸 것이다.이 대통령의 ‘종북 비판’ 발언은 이달 미얀마 방문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1983년 북한의 아웅산 테러를 거론하며 나왔다. 이 대통령은 “테러를 자행한 북한군인 2명이 체포돼 진상이 밝혀졌고, 유엔도 북한 소행임을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북한은 (한국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 천안함 폭침 때도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나왔지만 북한은 똑같이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의 주장을 따라 하는 종북 세력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설에 민감한 표현이 나오면 이 대통령이 ‘톤을 낮추자’고 제안했지만 이번만큼은 ‘꼭 써야 할 표현이다. 이렇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전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별도 보고’를 통해 파악한 사회 일각의 평양 커넥션을 오랫동안 걱정해 왔고 더 미룰 수 없는 시점이 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이날 연설은 이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종북주의 경고 버튼’을 직접 누른 것이다. 조만간 보안등급 강화 등 범정부적인 내부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행정부는 국회를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먼저 상임위 차원에서 개별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걸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신경민 대변인은 “대통령이 색깔론 공세에 편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관련해 “아마 가능하면 2년 안에 (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전문 케이블TV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와 달리 정치적 반대가 없고, 한중 FTA가 남북문제(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한미 FTA 협상 때보다 빨리 진행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한국 평가등급이 이탈리아나 그리스와 비슷한 수준인 것에 대해 “한국이 너무 과소 평가됐다”며 “무디스나 S&P도 그런 점에서 조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협력해 경제를 자립한 뒤 한국과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이제 이런 문제를 중국, 미국과는 물론이고 북한과도 대화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25분 동안 아무도 말이 없었다. 군악대의 환영곡과 레퀴엠(진혼곡)이 흘렀고, 조포(弔砲) 21발이 발사됐을 뿐이다. 영웅 12명이 62년 만에 귀향하는 시간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엄숙함이 압도했다.김용수, 이갑수 일병 등 6·25전쟁 때 사망해 북녘 땅에 묻혀 있던 국군 유해 12구는 25일 이렇게 조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북한지역에서 전사한 국군 유해가 돌아온 것은 처음이다.군 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직접 찾았다. 북녘의 차가운 땅속에 묻혀 있다가 미국 하와이 미군시설을 거쳐 먼 길을 돌아온 병사의 귀환 신고를 받는 자리였다.검은색 양복에 검은색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 등과 함께 오전 8시 30분 서울공항 활주로에 섰다. 5분 동안 선 채로 한국 공군 특별기가 착륙하는 모습을 응시했다. 군악대는 국군 용사의 귀환을 환영하며 ‘고향의 봄’을 연주했다. 이 대통령 앞쪽에는 이들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김 일병과 이 일병의 영정을 가슴에 안은 군 후배들이 도열했다.C-130 수송기 문이 열리고 유해를 담은 상자가 하나씩 운구차로 옮겨졌다. 유해 상자는 대형 태극기에 싸여 있었다. 곧바로 레퀴엠이 연주됐다. 이 대통령은 고개를 숙여 묵념했고, 조포 21발이 차례로 발사되는 동안 거수경례로 최고의 예를 갖췄다. 운구봉송대가 유해 12구를 모두 운구차로 옮기자 이 대통령은 발걸음을 운구차 쪽으로 돌려 따라갔다.유해를 실은 군용 지프 12대가 도착 25분 만에 공항을 빠져나가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하자 이 대통령은 다시 한 번 거수경례를 하면서 고인들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이 대통령은 오늘의 주인공을 맞이하며 조역의 역할에 충실했다.이 대통령의 곁에는 이 일병의 딸 이숙자 씨가 서 있었다. 7세 때 전쟁터로 보낸 뒤 아련한 추억 속에 남아 있는 아버지를 맞는 행사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하다가 끝내 오열했다. 최금락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 대통령은 아무런 위로의 말을 할 수 없었다. 오직 그의 손을 오랫동안 잡아주었다”고 전했다.이 대통령은 수송기 도착에 앞서 서울공항 접견실에서 유족들과 20분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이분들이 목숨을 걸고 싸워서 대한민국을 지켰다. 가장 큰 국가 공로자다”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은 끝까지 찾아야 한다”며 “통일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돌아가신 분들의 유해를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이 대통령은 또 “미군 당국이 유해를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우리가 가서 모셔오겠다’고 했다”며 봉환 과정의 이야기도 소개했다. 이숙자 씨는 “국가가 힘을 써 주셨다. 우리나라가 복받을 나라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곁에 있던 서먼 연합사령관은 “이처럼 고귀하고 숭고한 행사에 참석해 영광이다. ‘전쟁 영웅’의 헌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이 대통령은 봉환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참모들에게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아쉬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한 참모는 “과거 정부 때 남북 간 유해 송환 합의가 이뤄졌지만 북한의 도발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성과가 없었다는 점을 이 대통령이 애석해했다”고 말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는 김황식 국무총리가 참석해 기념사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불참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후보 시절인 2007년과 임기 첫해인 2008년에는 이 행사에 참석했지만 이후 계속 불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정부 행사에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만큼 대통령이 반드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4년 연속 불참에 대해) 큰 정치적 의미를 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기념식에 불참했던 2010년, 2011년에는 대통령 명의의 기념사를 작성해 국무총리가 대독하도록 했다. 그러나 2009년과 올해엔 총리 명의의 기념사가 준비됐다. 청와대 측은 “김 총리도 재임 동안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김 총리는 이날 기념사를 통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화는 5·18민주화운동이 그 바탕을 이뤘다”고 평가한 뒤 “우리는 더 성숙한 민주주의를 꽃피워 품격 있는 일류국가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대화와 타협을 거부한 채 자기의 주장만 내세우고 법과 원칙을 경시하는 행태들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지도부와 함께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손학규 정세균 민주당 상임고문 등 대선 주자들도 참석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는 최근 5·18민주묘지를 다녀가는 것으로 기념식 참석을 대신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눈에 띄지 않았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은 16일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구속 기소)의 외장 하드디스크에서 확보한 400여 건의 사찰 사례 가운데 불법사찰로 의심되는 수십 건을 우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검찰은 “이 가운데 절반가량의 사건에 대한 조사를 현재까지 마쳤으나 대부분 정당한 업무에 속하는 행위로 보이고 아직까지 불법성이 드러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찰 사례 수사를 위한 전담팀을 특별수사팀 안에 따로 설치해 운용할 계획이다.또 검찰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설립 직후인 2008년 8월 28일 진 전 과장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라는 제목의 문건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문건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정권 보위를 위해 만들어진 ‘비선조직’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문건이 실제로 상부에 보고가 됐는지, 공직윤리지원관실 업무가 이 문건대로 이뤄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이 문건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비선 보고와 ‘윗선’에 대한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이 문건에 따르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노무현 정부 인사들의 음성적 저항 등으로 VIP(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차질이 빚어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설치에 관여한 이들을 모두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확인 대상에 청와대나 민정수석실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이 문건에는 ‘일반사항은 총리에게 보고하되 특명사항은 청와대 비선을 거쳐 VIP 또는 대통령실장에게 보고한다’는 내용도 있어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구속 기소)과 그 윗선으로 이어진 비선으로 운영됐다는 의혹을 짙게 했다.문건에 언급된 것처럼 대통령에게 사찰 내용이 보고됐거나 직접 대통령이 지시했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이런 내용을 보고 받은 적이 없고, 이 전 비서관 같은 비서관급이 수석비서관 없이 대통령을 독대하는 것은 청와대 시스템상 상상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검찰은 대통령실장이나 청와대 공직기강팀장 등 문건에 언급된 대상자를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미얀마를 국빈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옛 수도 양곤을 방문해 미얀마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본 뒤 밝은 미래를 위한 한국의 협력을 약속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미얀마의 개방 노력을 돕겠다. 민주주의와 국민 존엄을 향한 의지를 높게 평가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이 같은 대통령의 양곤 행보는 부자손(父子孫) 3대 세습기를 맞아 연일 호전적으로 나오는 북한을 동시에 겨냥해 “미얀마의 선택을 주목해 달라”고 간접 압박한 것이기도 하다. 북한과 미얀마는 수십 년간 폐쇄적 체제를 유지하며 독재를 매개로 우방관계를 맺어왔다. 미얀마의 민주화 흐름은 북한의 권부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이 대통령은 전날 수도 네피도에서 테인 세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아웅산 수치 여사와의 면담을 위해 이날 아침 전용기로 50분 가까이 이동해 400km 남쪽의 양곤에 도착했다. 수치 여사는 가택연금 시절을 포함해 대개 자신의 자택에서 외부 인사와 만나지만 이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양곤의 한 호텔로 면담 장소를 정했다.이 대통령은 수치 여사 면담 직후 아웅산 국립묘지를 방문했다. 29년 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수행했던 고위 관료 17명이 북한의 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은 현장인 탓에 이 대통령의 방문은 철통같은 경호 속에 이뤄졌다. 경호 인력을 대폭 늘린 것은 물론이고 ‘암살대응팀’으로 불리는 요원들이 이 대통령을 밀착 경호했다.이 대통령은 미얀마 독립의 영웅이자 수치 여사의 아버지인 아웅산 장군의 묘비가 있는 계단을 직접 올라 ‘17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쓰인 조화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남북의 적대관계를 상징하는 역사의 현장에서 “이런 역사는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며 북한의 변화를 촉구했다. 다만, 북한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표현은 피했다. 이에 앞서 14일 이 대통령은 한-미얀마 정상회담에서도 테인 세인 대통령에게 ‘북한의 개인교사’가 되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한 나라의 운명은 국제사회가 아니라 그 나라 스스로 어떤 결정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며 “북한에 그런 충고를 해달라”고 했다.아울러 이 대통령은 미얀마로부터 ‘북한에서 재래식 무기를 추가로 도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끌어 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09년 북한의 핵실험 직후 채택한 결의 1874호를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이 결의는 북한과 모든 무기 거래를 금지하도록 규정했다.또 테인 세인 대통령은 “러시아제 10MW급 교육용 원자로 2기를 도입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중단한 적은 있다”며 북한과의 핵개발 협력설을 부인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미얀마 군부가 2000년대 중반 북한의 핵 기술을 이전받으려 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얀마에 수감된 40대 남성 탈북자도 수일 내로 석방돼 한국행이 성사될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 탈북자는 불법입국 혐의로 2010년 3월 5년형을 선고받은 뒤 복역해 왔고, 한국 정부의 석방 노력이 결실을 보지 못하다가 이번에 정리됐다.테인 세인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전기 ‘신화는 없다’가 최근 미얀마어로 번역 출간된 것을 계기로 “이 책을 미얀마의 전체 초등학생에게 읽혀 가난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자필로 서명한 전기를 선물했다.이 대통령은 미얀마의 개발을 돕는 과정에서 한국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는 법률적 보호 장치가 마련된 뒤에 본격화할 것이며 그동안은 한국의 성공과 실패 경험 등을 전수하고 미얀마의 산업인력 개발을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이 대통령은 15일 밤 3박 4일의 중국, 미얀마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양곤(미얀마)=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에서 ‘두 아웅산’을 만났다. 먼저 이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나 미얀마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기원했다. 이어 미얀마 독립영웅이자 수치 여사의 아버지 아웅산 장군이 묻힌 아웅산 국립묘지를 방문했다. 이곳은 1983년 발생한 ‘아웅산 폭탄 테러’의 현장이기도 하다. 한국 대통령으로선 29년 만에 미얀마를 방문한 이 대통령이 같은 날 테러 현장을 방문하고 주요 정치 지도자를 만난 것은 양국의 아픈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로 함께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양곤 시내 한 호텔에서 수치 여사를 만나 “미얀마가 경제도 성장하지만 민주화가 함께 이뤄지는 변화를 맞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수치 여사는 “정의와 자유, 번영은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둘이 같이 가야 한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을 향해 “21세기에는 빵 못지않게 자유가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이날 메시지도 개방과 자유를 선택하기 시작한 미얀마는 물론이고 고립과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북한을 향해 자유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수치 여사에게 “미얀마 국민들이 더 행복해지고, 수치 여사가 꿈꾸는 그런 나라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수치 여사는 “참민주주의는 국민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1983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 방문 때 북한에 의해 폭탄 테러가 일어났던 아웅산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이 대통령은 폭발 지점에서 5∼10m 떨어진 자리에서 참배한 뒤 “이런 역사는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하며 가족(유족)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양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친구 같은 나라’가 늘고 있다. 지난해 이 대열에 합류한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에티오피아다. 자원도 많지 않고, 민주적 체계도 취약한 국가지만 오늘의 현실을 바꾸겠다는 뜻을 지닌 멜레스 제나위 총리가 한국의 발전 모델을 배우겠다고 나서 두 나라는 동반자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29년 만에 미얀마를 방문하면서 북한의 오랜 맹방 미얀마도 우리와 운명적인 관계로 발전하게 됐다. 단초는 민주화운동가로 잘 알려진 아웅산 수치 여사가 아니라 이름도 낯선 테인 세인 대통령이다. 4성 장군 출신인 그는 군부독재 시절 승승장구해 철권 통치자(탄 슈웨)의 오른팔이 됐고 지난해에는 대통령으로 ‘임명되다시피’ 선출됐다. 그는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이렇게 도와 달라’며 수십 항목의 자료를 1시간 동안 읽어 내려갔다고 한다. 미얀마의 1인자임에도 반세기에 걸친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무 관료들이 논의할 만한 이슈를 직접 제기한 것 같다. 세상을 바꾸려는 열망을 실현하려는 의지만큼은 냉전질서를 바꾼 옛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떠올리게 한다. 미얀마와 세인 대통령의 앞날은 누구도 낙관할 수 없다. 군부가 의회를 장악하고 있고, 막후의 군벌들이 현 단계의 정치개혁을 ‘고르비 흉내’로 의심하고 있다. 그가 주도하는 정치범 석방, 민주적 선거제 도입이 과연 지속가능할지 예단하기도 어렵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경제 제재를 완전히 풀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방 언론은 지난해 3월 취임한 그를 허수아비로 묘사하면서 “고령의 20년 독재자 탄 슈웨가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처럼 수렴청정하는 고립형 강압정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미얀마 의회의 첫 외국인 연설자가 되면서 막이 오른 미얀마의 개방을 확인하는 데는 11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장기 독재정권에 대해 ‘설마 달라지랴’ 하는 고정관념이 늘 옳지는 않은 셈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 대통령은 미얀마에서 북한의 미래를 본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얀마의 근대화를 도와 성공의 길로 안내함으로써 북한의 앞날에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 대통령은 세인 대통령의 얼굴에서 북한의 누군가를 떠올렸을 수도 있다. 짐작하건대 스위스에서 공부한 김정은의 훗날 모습일 수도, 선군정치의 수혜자이지만 내부 모순에 대한 개혁을 구상하는 어떤 장성일 수도 있겠다. 세인 대통령은 총리 시절인 2007년 초대형 사이클론이 미얀마를 덮쳤을 때 헬리콥터를 타고 황폐한 국토를 둘러봤다. 조국의 상처를 확인한 바로 그 순간 개혁을 결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역사를 바꾸는 전환적 순간은 이처럼 예고 없이 찾아오곤 한다. 군 장성들을 데리고 현장 지도에 열심이라는 김정은이 북한의 곳곳을 다니며 무엇을 보고 느낄지 궁금하다. 미얀마의 앞날은 아직은 미로다. 무엇이 세인 대통령의 생각을 바꿨는지, 실세 군부는 왜 지금까지 침묵하며 변화를 수용하는 듯하는지 확실하지 않다. 세인 대통령은 인터뷰에 나선 적도 없다. 그럼에도 그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긴 개방을 시작했다. 초기 성과는 미미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미얀마의 변화 노력에 더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도와야 한다. 그가 성공해야 북한판 ‘테인 세인’의 등장이 앞당겨질 수 있다.-네피도(미얀마)에서김승련 정치부 차장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행위의 문제점을 지적한 직후 북한의 GPS 교란 공격이 중단됐다.이 대통령의 중국 미얀마 방문을 수행한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은 15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북한의 GPS 공격을 (후 주석에게) 자세히 설명하자 중국도 깜짝 놀란 것 같다. 마침 북한의 GPS 공격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다만 “중단 원인이 중국에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기획관은 향후 대응과 관련해 “한중 당국이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군 당국도 14일부터 북한의 GPS 교란 공격이 중단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군 고위 소식통은 “북한 개성지역에서 남쪽으로 발사되던 GPS 교란 전파가 14일 오전 멈췄다”며 “현재 북측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이 소식통은 “15일 현재까지 GPS 교란 전파가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다시 시작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GPS 교란 외의 다른 도발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3일까지 개성지역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GPS 교란 전파를 남쪽으로 쏴 민간 항공기와 선박 운항에 지장을 초래했다.북한이 교란 공격을 멈춘 것은 신형 GPS 교란 장비의 성능시험이라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16일에 걸친 북한의 GPS 교란 공격으로 남측의 항공기 300여 대와 선박 10여 척이 GPS 불통으로 어려움을 겪었다.이를 통해 북한은 신형 교란 장비의 작동 범위와 성능, 출력 효과 등 구체적인 자료를 정밀 분석함으로써 앞으로 더 강력하고 기습적인 GPS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GPS 교란 전파는 지상과 해상은 60여 km, 공중은 200여 km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군 관계자는 북한의 GPS 교란 공격 의도에 대해 “전자전 장비의 성능을 시험했거나 북한 내부 상황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휴대전화의 전파를 방해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며 “GPS 교란 전파가 발사된 개성지역의 군부대 동향을 정밀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중국이 한국과 함께 GPS 교란 대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도 북한의 교란 공격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이 한중 정상회담 직후 북한 당국에 GPS 교란 사실과 의도를 따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북한이 경제적 후원자인 중국의 냉정한 태도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양곤(미얀마)=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미얀마를 전격 방문했다. 1983년 전두환 대통령의 방문 당시 북한이 자행했던 아웅산 묘역 폭탄테러 사건 이후 29년 만이다. 고립과 독재를 벗어던지고 개방과 자유의 길을 선택한 미얀마의 앞날에 동반자가 될 뜻을 전달하는 역사적 방문으로 여겨진다. 이 대통령은 15일에는 민주화의 영웅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난다. 이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을 북한은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의 대통령궁에서 테인 세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민주화와 경제개발이라는 저개발국의 양대 과제를 풀어가는 문제를 논의했다. 2차례의 정상회담과 국빈만찬을 포함해 두 정상은 4시간을 함께 보냈다.4성 장군 출신인 세인 대통령은 군부가 2선으로 물러나는 ‘절반의 민주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난해 첫 민선 대통령으로 당선된 인물이다. 이후 정치범 석방 및 유엔 감시하의 선거라는 부분적 민주화 조치를 단행해 이 대통령과 국제사회 지도자들이 방문할 토대를 마련했다.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국의 경제개발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무상 원조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한국은 미얀마의 국책 경제연구소 설립과 한국식 새마을운동 보급을 적극 도우며 한국의 경험을 전수하기로 했다. 또 두 정상은 천연가스와 구리 등 미얀마의 자원 개발과 사회간접자본 사업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미얀마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가 채 풀리지 않은 만큼 당장 본격적인 투자는 어렵지만 민주화 진척에 따라 경제협력 기회가 클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청와대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미얀마 정부가 북한산 단거리 미사일과 소총을 구입하는 등 북한과 해온 군사교류를 중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2000년대 중반 북한의 핵프로그램 도입을 비밀리에 추진한 바 있다.이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29년 만이다. 1983년 전두환 대통령 방문 당시 북한의 아웅산 묘역 폭탄테러로 수행원 17명이 사망하고, 미얀마 군부가 1990년대 이후 친북한 노선을 강화하면서 한국에는 금단의 땅으로 간주돼 오다 2007년 국교가 정상화됐다.북한이 4월 이후 극도의 호전성을 보이면서 이번 방문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방문 사실을 담은 첫 언론 보도가 이 대통령의 전용기가 중국 베이징을 떠난 뒤 나왔고, 서울에서 방탄차량을 직접 공수해 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1개월 전부터 북한대사관의 움직임을 한미 양국이 면밀히 관찰했다”고 말했다.이 대통령은 15일에는 네피도에서 450km 떨어진 옛 수도 양곤으로 이동해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난다. 199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수치 여사는 3차례에 걸친 15년 동안의 가택연금이 지난해 11월 끝나면서 올 4월 실시된 선거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아웅산 묘역의 주인공이 ‘미얀마 건국의 아버지’인 아웅산 장군으로, 아웅산 장군의 딸이 바로 수치 여사다. 회동 뒤에는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네피도=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최근 북한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문제를 논의하고 정보를 교환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후 주석과 정상회담을 열어 한중일 3국 간 민항기 왕래 등의 안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뒤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밝혔다.또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과 추가 도발 문제와 관련해 “핵을 개발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면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북-중 관계도 전혀 다른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후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입장이 명확하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도 반대한다”고 말했다.후 주석의 이런 반응에도 불구하고 한중일 3국은 전날 열린 3국 정상회의 후 발표한 정상선언문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관련 문구는 담지 못했다. 북한의 도발에는 반대하지만 의장국으로서 북한을 비난하기는 부담스러워 하는 중국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이 대통령과 후 주석은 회담에 앞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까지 참여한 가운데 30분가량 3자 정상 회동을 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또다시 도발할 때 한중일 3국이 지난 20년간의 실패를 반복해야 할지 자문자답해야 한다”며 북한의 도발하면 협상에 나서 보상하고 얼마 뒤 다시 북한이 도발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의 냉랭한 분위기는 계속될 조짐이다. 한국의 양자 협의 제안에 침묵해온 일본이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아무런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채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이 대통령과 노다 총리의 정상회담은 시종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회담에 앞서 취재진에 공개하는 모두발언도 없었다. 두 정상은 간단한 인사말 외에는 묵묵히 사진 촬영에 응했을 뿐이다. 양국 정상회담 일정도 당일 아침에야 확정됐다.정부 당국자들은 일본의 무성의한 태도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 정부가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하는지 모르겠다”는 일본 측의 반응이 아사히신문에 보도된 뒤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정부는 당초 3월쯤에는 중재위원회 구성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내부 논의 끝에 일단 연기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일본에 자꾸 쫓기듯 해결 방안을 재촉하는 것은 협상력만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당분간 추가 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베이징=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연내에 시작된다.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 함께 연례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3국간 FTA 협상을 연내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회의 당일 채택되던 공동 선언문은 일본 측이 FTA 협상 즉각 개시를 주장하는 바람에 발표가 무산됐다.3국 통상장관은 이날 정상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식재산권 보호와 투자 자유화, 내국민·최혜국 대우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투자보장협정서에 서명했다.이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중국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한중 FTA와 관련해 “(농산물, 중소기업 제품 등) 민감 품목을 양해할 수 있으면 2년 내에 (타결)되는 게 어렵지 않다”고 내다봤다. 한중 정부는 개성공단을 한국 원산지로 인정하는 것을 FTA 협정문에 명기하는 것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미, 한-유럽연합(EU) FTA 협정에는 ‘발효 후 1년 뒤 논의한다’고만 돼 있다.3국 투자보장협정을 통해 한국 기업은 △상대국 정부의 국유화 결정에 따른 손실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상받고 △당사자 간 협의로 분쟁 해결이 안 될 때 중재절차를 거칠 수 있게 됐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협정에 담긴 투자자·국가소송제(ISD)는 일각에서 폐기를 주장한 한미 FTA상의 ISD와 거의 동일하다”고 말했다.한편 이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해 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새롭게 강구할 때가 됐다고 했다”며 “이를 위해 3국이 보다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민생에 주력해야 한다. 북한이 올바른 길에 접어들도록 잘 인도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원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을 보는) 냉전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인내심을 갖고 선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청와대 측은 “중국이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강조하면서도 자국이 의장국으로서 동맹국인 북한을 공개리에 비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노다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군 위안부’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채 “양국이 지혜를 모아 (과거사 문제를) 풀어가자”고 말했다.베이징=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