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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로 반발한 이후 백 90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달리 둘 여지가 없는 외길 수순이다. 모양상으론 백의 사석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흑 91 대신 참고 1도 흑 1로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백 2의 급소를 당한다. 백 6까지 중앙이 꽁꽁 틀어막힌다. 그래서 흑 91로 비틀어 본 것. 백이 차라리 흑 ⊙를 잡으면 흑으로서도 속이 편한데 백 92로 버틴다. 어쩔 수 없이 흑 93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도 참고 2도 백 1의 급소를 맞을 때 난감하다. 흑 2로 연결해야 하는데 백 3, 5로 두텁게 막으면 백의 사석작전이 멋지게 성공한 모습이다. 그런데 백은 다른 수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래저래 흑이 곤란한 상황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지금 둘 만한 곳은 우상과 하변인데 백은 70으로 우상 귀 한 점을 살리는 것을 택했다. 현재 국면은 상변과 우변 실리가 짭짤한 백이 현찰에서는 앞선다. 하지만 흑은 하변에 큰 세력을 갖고 있다. 흑 79는 이 세력을 더 웅장하게 만드는 이상적인 수. 하지만 요즘 기사들은 큰 세력을 가급적 피하려고 한다. 워낙 타개 수법이 좋아지면서 세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흑 79 대신 참고도 흑 1로 우상을 지키는 것을 더 선호한다. 백이 참고도 2부터 8까지 가볍게 하변 흑 세력의 일부를 지우겠지만 흑은 이렇게 쪼개서 작더라도 굳건한 실리를 확보하는 게 더 편하다는 것이다. 백 80은 흑이 우상에서 손 뺀 것에 대한 응징. 흑이 A로 잇는 것은 굴욕이기 때문에 81로 반격에 나섰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를 살리지 않고 55로 큰 곳을 두었다. 살리려고 하다가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백은 58로 패를 따내 흑을 슬쩍 건드려 본다. 이때 참고 1도 흑 1로 물러서는 것은 지나친 굴복. 백 2에 흑 3으로 계속 후퇴해야 한다. 패의 크기가 너무 커서 흑이 섣불리 반발할 수 없다. 흑 59는 약간 손해 팻감. 하지만 흑이 패를 이기면 우변 백이 매우 약해진다. 백 62는 이런 흑의 노림을 미리 방비하는 의미가 있다.흑 65의 팻감 역시 손해지만 은근히 이 돌의 탈출까지 노려보고 있다. 결국 백이 68로 보강하고 흑도 69로 패를 이어 길게 이어진 패의 공방이 여기서 마무리됐다. 백 68을 두지 않으면 흑이 참고 2도처럼 움직일 때 골치 아프다. 61·67=●, 64·69=58.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41로 따내 패가 시작됐다. 백 42는 팻감이라고는 할 수 없다. 대신 흑이 A로 패를 키울 경우 백이 좌상 흑을 잡자고 하는 팻감을 쓸 수 있다. 그래서 흑도 A는 부담스럽다. 이기면 이득이 크지만 지면 피해도 크다. 흑 43은 안전을 도모하면서도 패를 키우는 일종의 타협. 흑 45는 악수 팻감이지만 우하 패를 이겨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다. 백은 48로 물러섰고, 흑은 선수를 잡아 49의 곳을 향했다. 흑 53은 정수. 무심코 참고 1도 흑 1로 따내면 흑 말이 객사한다. 좌상 흑은 100% 살지는 못하고 패가 나는 형태인데, 백도 당장 두는 것은 너무 작다. 백 54는 급소. 흑이 참고 2도처럼 움직일 수는 있는데 앞길이 험난하다. 44·49=◎, 47=41.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동훈 9단이 오랜 생각 끝에 둔 수는 흑 29로 슬쩍 물러서는 수였다. 백에게 변신의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뜻. 하지만 흑이 A로 젖힌 것에 비하면 백에게 여유가 생겼다. 백 34로 뛰어 쉽게 수습했다. 그 대신 우하 귀와 연관된 축머리가 흑에게 유리해졌다. 이 9단은 흑 35로 끊어 유리한 축머리를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나섰다. 백 36으로 참고 1도 1로 이을 수는 없다. 흑 2로 축이 성립한다. 흑 37로 참고 2도 1로 늘어 싸우는 건 어렵다. 백 8까지 백의 모양이 매우 두터워진다. 결국 흑 39로 패가 났는데 한 수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패다. 그래서 패를 바로 하지 않고 백 40으로 이은 것은 자체로 짭짤한 곳이면서 팻감을 사전에 없애는 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하에서 흑이 여러 번 손을 뺐으니 백 18로 흑 한 점을 공격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어 흑 19로 가볍게 뛸 때 백 20으로 강력하게 젖혔다. 축은 백이 유리하기 때문. 그러나 흑도 나름의 계산이 있다. 흑 21부터 움직여 축을 흑에게 유리하게 만들자고 나섰다. 물론 축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좌상에서 손해를 봐선 안 된다. 흑 27의 급소가 아프지만 백 28로 붙여 버틸 수 있다. 여기서 흑의 응수가 제법 까다롭다. 참고 1도 흑 1로 젖히는 것이 한눈에 떠오르는 자리. 백은 2를 선수하고 4로 붙여 타개한다. 이때 흑 5로 끊으면 백 12까지 백 모양이 활발하다. 그래서 흑은 참고 2도처럼 두는 것이 좋다. 이동훈 9단은 생각을 거듭하기 시작했는데….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만 26세인 타오신란 8단은 뒤늦게 빛을 발하고 있는 중고 신인이다. 중국 랭킹 17위이며 대회 직전 중국 갑조리그에서 6승 2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중국은 1위 커제를 제외하면 2위부터 20위까지는 공동 2위라는 말이 있다. 10명 남짓의 세계대회 우승자들이 포진돼 있고 다들 실력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백 6의 협공이 이색적이다. 1980년대 흔히 두던 협공인데, 최근 간간이 프로 기사 바둑에 등장하고 있다. 예전엔 A로 두 칸 뛰어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참고 1도 흑 1의 날일자가 자주 나온다. 백 12까지 매우 어려운 난타전이 예상된다. 백 16의 걸침에 흑이 손을 빼기는 어렵다. 참고 2도 백 4를 당하면 좌변 흑이 저자세가 돼 좋지 않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셰얼하오 9단(22)은 현재 중국 랭킹 8위의 기사. 2018년 세계대회인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에서 우승하고, 삼성화재배에서도 4강에 올랐다.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정상급 실력을 가진 기사인데, 신진서 9단은 이 대국에서 별로 힘을 쓰지 않고도 가볍게 제압했다. 인공지능과 같은 신 9단의 실력에 웬만한 기사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다. 초반 우상에서 패가 났을 때 실전 흑 63의 팻감에 백 64로 받아준 것이 대실수. 당연히 참고도 백 2로 패를 해소해야 했다. 그 이전부터 백이 삐걱거리면서 불리한 싸움을 하고 있었지만 참고도였다면 아직 승부의 추는 크게 기울지 않았다. 팻감이 없는 백은 흑 73까지 타협했는데 한눈에 봐도 흑이 큰 이득을 거뒀다. 이후에도 신 9단은 고삐를 전혀 늦추지 않고 몰아붙여 백이 돌을 던질 때는 반면 20집 이상의 차이가 났다. 말 그대로 완승이었다. 62·70·202=54, 65·121=1. 203수 끝 흑 불계승.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하변을 살렸을 때 셰얼하오 9단이 돌을 던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형세다. 좌상에서 중앙까지 이어지는 흑집이 무려 40여 집으로 일당백이다. 끝내기의 주도권도 흑이 잡고 있다. 흑 77, 83이 맛 좋은 선수 끝내기. 백 84로는 참고 1도 1로 두는 것이 이득 같지만 흑 6이 선수가 돼 오히려 손해. 흑은 계속 가속 페달을 밟는다. 흑 85부터 일사천리로 끝내기를 한 뒤 흑 97의 급소를 기분 좋게 차지해서는 필승의 형세. 흑 99의 발랄한 마늘모 맥점은 꼭 기억해둬야 한다. 참고 2도 흑 1로 평범하게 물러서면 백 2, 4의 선수 끝내기를 당한다. 앉아서 2집 손해다. 현재 집 차이는 반면 25집 정도. 셰 9단이 몇 수 더 두다가 돌을 던졌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승률 80%요.” 2000년대 중반 전성기를 구가하던 이세돌 9단이 “올해 목표는?”이란 질문을 받으면 입에 달고 다닌 대답이다. 기전 우승에는 관심 없고 오직 승률을 올려 명예를 갖고 싶다는 뜻이었을까. 아니었다. 그의 진정한 답은 “승률 80%면 우승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승률 80%는 우승이 따라오는 매직 숫자. 야구로 치면 3할 5∼7푼을 치는 것과 비슷하다. 최고 타율은 물론 홈런왕, 최다 안타, 장타율 등의 타이틀이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바둑계 역대 기록은 1988년 이창호 9단이 세운 88.2%(75승 10패). 갓 입단한 만 13세 소년이 나래를 펼치기 시작할 때 세운 기록이다. 각종 기전의 예선부터 참가해야 했던 이 9단에게 웬만한 프로기사들은 상대가 되질 못했으니 이 9단의 승승장구는 불문가지였다. 그런데 승률 90%는 어떨까. 야구의 4할 타자와 같다. 그런데 올해 이 어려운 일을 해낼 것 같은 기사가 있다. 신진서 9단(20)이다. 그는 올해 49승 5패로 승률 90.74%를 기록 중이다. 이 무시무시한 성적은 예선 대국이 거의 없이 국내외 대회 본선과 결승 대국에서 거의 얻은 것이어서 더욱 입이 떡 벌어진다. 이세돌 9단의 말대로 승률 90%를 달리는 그는 올해 4개 기전에서 우승했다. 세계 기전인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국내 기전인 GS칼텍스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용성전 등이다. 만 20세인 신 9단은 그동안 차세대 1인자로 꼽혔지만 올해 들어 만개하고 있다. 타이틀 획득은 물론 국내 랭킹에서 10개월 연속 1위를 달리고 있고, 그동안 역대 전적에서 뒤지던 박정환 9단에게 올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신 9단은 인공지능(AI)에 가장 가까운 바둑을 두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인공지능이 가장 좋다고 추천하는 이른바 ‘블루 스폿’을 결정적인 장면에서 어김없이 둔다는 것이다. 별명도 ‘신공지능’이다. 중국 1인자 커제 9단은 “지금의 신진서는 인공지능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다. 사람 모습을 한 AI”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달 1일 발표된 ‘고레이팅’ 점수에서 신 9단은 인간 최초로 3800점을 넘었다. 프랑스 인공지능 학자가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고레이팅은 대국 결과를 바탕으로 랭킹을 매긴다. 바둑계에선 비공식 세계랭킹으로 본다. 3800점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결한 ‘알파고 리’의 점수가 3739점이다. 신 9단이 알파고 리와 붙는다면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공지능’이 승률 90%를 과연 유지할 수 있을까. 신 9단은 현 상태에서 한 판만 져도 승률이 89%로 떨어진다. 연말까지 남은 공식 기전은 KBS바둑왕전 4강, 삼성화재배 본선, KB바둑리그 등 10여 국이다. 여기서 2번 지면 90% 유지는 어렵다. 그런데 최근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경남 남해군에서 국내 랭킹 1, 2위인 신진서, 박정환 9단이 7차례 대국을 갖는 특별 기전을 만든 것. 보통 기전은 7전 4선승제지만 이번엔 무조건 7번 대국을 한다. 승자는 1500만 원, 패자는 500만 원의 대국료를 받는다. 신 9단은 7일 열린 대회 기자회견에서 “4승 3패만 하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말대로라면 승률 90%는 언감생심이다. 국내 랭킹 1, 2위의 대결인 만큼 박빙의 승부를 점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올해 신 9단과 박 9단의 상대 전적을 살펴보면 약간 생각이 달라진다. 두 기사는 올해 LG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용성전 결승에서만 만났는데 각각 2-0, 3-0, 2-0으로 신 9단이 박 9단을 셧아웃시켰다. 박 9단을 상대로 7승 무패의 완벽한 승리를 거둔 셈이다. 실력이 비슷한 두 기사의 전적이 이렇게 차이 나는 것은 그만큼 신 9단의 기세가 박 9단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바둑계에선 특별 대국 첫판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승준 9단은 “만약 첫판을 신 9단이 이긴다면 이후에도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박 9단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보긴 힘들지만 최전성기의 기사들이 한번 승세를 타면 누구도 막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 9단의 승률 90% 기록이 올해 바둑계를 지켜보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승률 80%요.” 2000년대 중반 전성기를 구가하던 이세돌 9단이 “올해 목표는?”이란 질문을 받으면 입에 달고 다닌 대답이다. 기전 우승에는 관심 없고 오직 승률을 올려 명예를 갖고 싶다는 뜻이었을까. 아니었다. 그의 진정한 답은 “승률 80%면 우승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승률 80%는 우승이 따라오는 매직 숫자. 야구로 치면 3할 5~7푼을 치는 것과 비슷하다. 최고 타율은 물론 홈런왕, 최다 안타, 장타율 등의 타이틀이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바둑계 역대 기록은 1988년 이창호 9단이 세운 88.2%(75승 10패). 갓 입단한 만 13세 소년이 나래를 펼치기 시작할 때 세운 기록이다. 각종 기전의 예선부터 참가해야 했던 이 9단에게 웬만한 프로기사들은 상대가 되질 못했으니 이 9단의 승승장구는 불문가지였다. 그런데 승률 90%는 어떨까. 야구의 4할 타자와 같다. 그런데 올해 이 어려운 일을 해낼 것 같은 기사가 있다. 신진서 9단(20)이다. 그는 올해 49승 5패로 승률 90.74%를 기록 중이다. 이 무시무시한 성적은 예선 대국이 거의 없이 국내외 대회 본선과 결승 대국에서 거의 얻은 것이어서 더욱 입이 떡 벌어진다. 이세돌 9단의 말대로 승률 90%를 달리는 그는 올해 4개 기전에서 우승했다. 세계 기전인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국내 기전인 GS칼텍스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용성전 등이다. 만 20세인 신 9단은 그동안 차세대 1인자로 꼽혔지만 올해 들어 만개하고 있다. 타이틀 획득은 물론 국내 랭킹에서 10개월 연속 1위를 달리고 있고, 그동안 역대 전적에서 뒤지던 박정환 9단에게 올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신 9단은 인공지능(AI)에 가장 가까운 바둑을 두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인공지능이 가장 좋다고 추천하는 이른바 ‘블루 스폿’을 결정적인 장면에서 어김없이 둔다는 것이다. 별명도 ‘신공지능’이다. 중국 1인자 커제 9단은 “지금의 신진서는 인공지능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다. 사람 모습을 한 AI”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달 1일 발표된 ‘고레이팅’ 점수에서 신 9단은 인간 최초로 3800점을 넘었다. 프랑스 인공지능 학자가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고레이팅은 대국 결과를 바탕으로 랭킹을 매긴다. 바둑계에선 비공식 세계랭킹으로 본다. 3800점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결한 ‘알파고 리’의 점수가 3739점이다. 신 9단이 알파고 리와 붙는다면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의 줴이(絶藝)와 같은 현재의 AI 바둑은 5000점 정도의 실력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3800점은 인간으로선 전인미답의 점수다. 그렇다면 ‘신공지능’이 승률 90%를 과연 유지할 수 있을까. 신 9단은 현 상태에서 한 판만 져도 승률이 89%로 떨어진다. 연말까지 남은 공식 기전은 KBS바둑왕전 4강, 삼성화재배 본선, KB바둑리그 등 10여 국이다. 여기서 2번 지면 90% 유지는 어렵다. 그런데 최근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경남 남해군에서 국내 랭킹 1, 2위인 신진서, 박정환 9단이 7차례 대국을 갖는 특별 기전을 만든 것. 보통 기전은 7전 4선승제지만 이번엔 무조건 7번 대국을 한다. 승자는 1500만 원, 패자는 500만 원의 대국료를 받는다. 신 9단은 7일 열린 대회 기자회견에서 “4승 3패만 하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말대로라면 승률 90%는 언감생심이다. 국내 랭킹 1, 2위의 대결인 만큼 박빙의 승부를 점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올해 신 9단과 박 9단의 상대 전적을 살펴보면 약간 생각이 달라진다. 두 기사는 올해 LG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용성전 결승에서만 만났는데 각각 3-0, 2-0, 2-0으로 신 9단이 박 9단을 셧아웃시켰다. 박 9단을 상대로 7승 무패의 완벽한 승리를 거둔 셈이다. 실력이 비슷한 두 기사의 전적이 이렇게 차이 나는 것은 그만큼 신 9단의 기세가 박 9단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바둑계에선 특별 대국 첫판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승준 9단은 “만약 첫판을 신 9단이 이긴다면 이후에도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박 9단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보긴 힘들지만 최전성기의 기사들이 한번 승세를 타면 누구도 막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 9단의 승률 90% 기록이 올해 바둑계를 지켜보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우변 흑이 ○로 살았을 때 백 56으로 보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백의 아픔이다. 백은 참고 1도 백 1로 두텁게 막으면서 흑 중앙을 견제하고 싶지만 흑 2, 4의 묘수가 있어 상변에 흑 집이 크게 난다. 그래서 백 56으로 가일수한 것인데 흑 57, 59를 두자 중앙 흑 집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백은 60부터 흑 집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흑은 고분고분 백이 해달라는 대로 다 받아주고 있다. 그래도 중앙과 하변에 집이 큼지막하게 생겼다. 백 72는 선수. 흑 73을 두지 않으면 참고 2도 백 1, 3으로 하변에서 패가 난다. 그러나 흑 73으로 지켜서 흑은 이젠 근심 걱정이 없다. 신진서 9단의 승리가 확실해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43은 배짱 좋은 수. 우변 흑 대마가 갇힌 것처럼 보이지만 손을 빼도 살아있다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흑 43처럼 중앙을 두텁게 해놓으면 외려 백이 잡으러가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백은 굴복할 수밖에 없고, 흑은 47의 호구로 단단하게 모양을 정비했다. 백 48 때 흑은 우변을 살기 전에 흑 51로 잡혀 있던 흑 한 점을 움직여 백의 응수를 먼저 물었다. 백 54는 정수. 참고 1도는 백이 곤란하다. 드디어 흑은 55로 가일수해 우변 대마를 살렸다. 이 때 흑이 더 버티는 것은 위험하다. 예를 들면 참고 2도 흑 1로 움직이면 우상 백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백 10, 12로 우변 흑이 잡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는 은근히 우변 흑을 노리고 있다. 물론 백 돌 자체가 너무 허약해 공격을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흑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줘야 한다. 흑 29는 선수. 백이 손을 빼면 38의 곳에 먹여치는 수가 있다. 백 30은 단순히 사는 수는 아니다. 나중에 하변 흑이 갇히면 백 A로 젖혀 패를 내는 수단이 있다. 우변 흑은 안에서 살지 않고 31, 33으로 밖으로 머리를 내민다. 이때 백 32로 참고도 백 1을 선수하고 3, 5로 틀어막으면 어떨까. 그러나 흑 8로 끊어 백 모양이 지리멸렬해진다. 백은 흑이 우변 흑 돌의 삶을 걱정하길 바라고 있다. 흑이 우변을 보강하면 그 순간 중앙에서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신 9단은 흑 39처럼 챙겨야 할 자리를 꾸준히 챙기며 ‘자신 있으면 공격해 보든가’라는 듯 배짱을 부리고 있다. 백 42까지 우변 흑이 갇혔다. 흑은 우변을 보강할까, 아니면 백의 약점을 찌를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이 순리에 따르려면 상변 두 점을 보강해야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백이 상변을 지킬 때 흑이 하변에 가일수하면 더 이상 승부처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백은 14로 하변 흑부터 위협하고 나섰다. 하지만 백 14는 참고 1도처럼 두는 것이 좋았다. 백 14로 인해 흑 23으로 단수하면서 중앙으로 뚫고 나가는 수가 생겼다. 행마의 리듬으로 보면 흑 23 때 참고 2도 백 1, 3으로 막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많이 쓰이는 수법이지만 지금은 하변의 뒷맛 때문에 안 된다. 흑 8, 10으로 백돌이 양단수의 올가미에 걸려든다(백 9=◎). 흑 25로 머리가 나온 상태에서 27로 끊기자 백의 행마가 어려워졌다. 백 28은 최대한 버틴 수.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국내 팬들이 기대하던 대결이 펼쳐진다. 국내 랭킹 1위 신진서 9단과 2위 박정환 9단이 다음 달 19일부터 12월 2일까지 7번의 대국을 갖는다. 남해군이 후원하는 이 대결은 남해군 주요 관광지에서 열린다. 7전 4선승제가 아니라 무조건 7번의 대국을 다 두는 방식이다. 한 판 대국료는 이겼을 때 1500만 원, 졌을 때 500만 원. 백 100으로 붙이는 순간 좌변 백말은 살았다. 흑이 참고도처럼 반발할 수는 없다. 백 6까지 중앙이 뚫린다. 흑 103까지 백은 선수로 살았고, 흑은 깔끔하게 바깥을 막았다. 이 결과는 피차 불만이 없다. 하지만 형세가 흑에게 기운 상태였기 때문에 이렇게 무난한 처리는 흑에게 더 만족스럽다. 흑 105부터 109까지는 나중에 해도 되지만 신진서 9단은 변수를 없애기 위해 아낌없이 교환해버린다. 흑이 113을 차지하자 좌변을 백에게 내준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백은 ◎를 수습해야 하는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는 천하의 명당. 흑의 우세를 확정짓는 수다. 좌변과 상변에 걸친 흑의 세력은 웅장하고, 실리도 제법 짭짤하다. 반면 백의 중앙 두터움은 확실하지 않고, 실리도 보잘것없다. 백 90은 강요된 승부수. 좌변 흑 진이 온전히 집으로 변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흑은 실리를 지키려고 해선 안 된다. 참고 1도가 대표적인데, 백 4면 중앙 백의 두터움이 살아난다. 흑 91로 씌운 것은 백을 잡으려는 강수 같지만 실제론 살려주는 수. 강하게 백을 잡으려고 하다간 되치기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예를 들어 백 94 때 참고 2도 흑 1로 차단하면 백 8까지 흑이 오히려 곤란해진다. 흑은 백을 좌변에서 조그맣게 살려주려고 하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75가 재미있다. 평상시라면 A로 두텁게 늘어두는 것이 보통인데, 지금은 하변 흑 말을 빨리 살리기 위해 흑 75를 둔 것. 그만큼 형세가 흑에게 유리하다는 뜻이다. 백 76으로 상변을 보강할 때 흑 77을 선수한 뒤 79, 81로 뚫고 나와 우변 대마마저 안정시켰다. 흑 83은 쌍방 근거의 급소. 백 86은 너무 이른 선수 교환 같지만 참고 1도 흑 1로 내려빠지는 수를 방비한 것. 백 2, 4의 촉촉수로 흑이 안 된다. 이때 흑이 수순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참고 2도 흑 3으로 먼저 먹여치는 수가 있을 것 같지만 백이 침착하게 6(흑 3의 곳)으로 이으면 ‘가’와 ‘나’가 맞보기여서 역시 흑이 안 된다. 아무튼 흑이 대망의 89를 차지해 흑의 승세가 완연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패를 때려냈을 때 백은 팻감이 하나도 없다. 백으로선 우상귀에서 패가 나는 길로 들어선 것이 애초 잘못이지만, 패가 난 뒤에도 흑 ○의 팻감을 받지 말고 패를 해소했어야 했다. 두 번의 기회를 놓친 지금은 백약이 무효다. 흑 73까지는 일사천리의 진행인데 원래 셰얼하오 9단이 예상했던 참고 1도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인공지능은 이 시점에서 5집 이상 차이가 나는 걸로 판단하고 있었다. 70여 수밖에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마가 잡히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로 큰 차이가 벌어지는 건 프로 세계에선 드문 일이다. 백 74로는 참고 2도 백 1로 뻗는 것이 보통이지만 지금은 흑 2로 째고 나와 상변 백 한 점이 외로워진다. 셰얼 9단은 우상에서 일단 손을 빼고 좌하부터 건드린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상귀 흑은 쉽게 죽을 돌은 아니지만 가볍게 타개하는 게 좋다. 흑 57로 단수한 것은 그런 맥락. 우변을 내줘도 귀를 차지하면 괜찮은 흥정이라 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신진서 9단의 노림이 들어 있었다. 백 60까진 당연해 보였는데 흑 61로 패를 걸어간 것이 셰얼하오 9단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수. 셰 9단은 백 60 때 흑이 ◎의 곳을 이을 것이라고 속단하고 있었다. 신 9단의 계산은 흑 63이라는 팻감이 있다는 것. 반상에서 유일한 팻감이다. 여기서 셰 9단이 좀 냉정했더라면 참고도 백 1로 패를 해소했을 것이다. 흑 2로 우하 백 대마가 잡히지만 우상귀 실리도 크다. 또 ‘가’ 혹은 ‘나’의 뒷맛도 있어 백도 해볼 만한 그림. 그러나 예상 밖의 흑 61을 당한 뒤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셰 9단은 백 64로 받았고, 흑 65로 때려내자 대책이 없어졌다. 62=◎, 65=⊙.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