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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가계의 소득 대비 빚 상환 부담이 전 세계 주요국 중 네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빚 부담이 증가하는 속도 역시 상위권을 차지했다. 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 부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4.2%로 나타났다. 집계 대상인 전 세계 주요 17개국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보다 DSR이 높은 국가는 노르웨이(18.5%), 호주(18.0%), 캐나다(14.4%)뿐이었다. DSR은 차주의 상환 능력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DSR이 높을수록 소득에 비해 빚 상환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한국은 DSR의 상승 속도도 주요국 가운데 네 번째로 빨랐다. 지난해 한국의 DSR은 2022년(13.4%)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호주(+3.3%포인트), 노르웨이(+3.0%포인트), 캐나다(+1.0%포인트) 다음으로 빠른 속도다. 핀란드, 포르투갈(이상 +0.7%포인트) 등도 1년 새 DSR이 올라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한국의 DSR은 2.0%포인트 올라 조사 대상국 중 세 번째로 큰 상승 폭을 보였다. 한국의 빚 부담과 증가 속도가 전 세계 상위권인 것은 고금리 장기화 및 경기 침체의 누적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의 특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경기 침체로 부채를 갚기 위한 부채가 늘어나게 되면 국내 소비와 투자 심리를 억제해 경제 성장까지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IS가 DSR을 집계할 때 분모인 소득에 금융부채가 없는 가계가 포함되고 분자인 원리금 상환액 산정 시 대출 만기를 18년으로 일괄 적용하고 있어 실제보다 과소 산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산출한 지난해 4분기(10∼12월) 가계대출자 평균 DSR은 38.5%에 달한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서울역 인근의 한 주유소에서 8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갑자기 인도를 덮쳐 보행자 2명이 다쳤다. 서울 용산구에서도 70대 운전사가 모는 택시가 승용차 3대와 추돌했다. 1일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로 9명이 사망한 데 이어 고령 운전자 차량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7일 경찰에 따르면 6일 오전 9시 20분경 서울 용산구 서계동의 한 주유소를 빠져나가던 승용차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인도로 돌진했다. 차량은 보행자 2명을 잇달아 친 뒤 담벼락에 부딪치고 나서야 멈춰 섰다. 1명은 잠시 의식을 잃기도 했지만, 현재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명은 경상을 당했다. 사고 차량은 주유소 출구로 나와 차로로 진입하려던 중 인도에 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행자 1명이 쓰러진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15m가량 더 돌진했고, 보행자 1명을 또 들이받은 채 약 10m를 더 전진했다. 경찰은 80대 남성 운전자가 운전 미숙으로 핸들을 반대 방향으로 조작한 것으로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운전자를 입건했다. 7일 오후 2시 12분경엔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70대 운전사가 모는 택시가 승용차 3대와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실수로 발생하는 사고는 65세 미만 운전자보다 더 잦고, 피해 수준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주피보험자 기준 65세 이상 운전자의 계약 건수는 258만6338건, 사고 건수는 11만8287건으로 4.57%의 사고율을 보였다. 반면 65세 미만 운전자의 사고율은 4.05%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시 65세 미만 운전자는 평균 피해자 수가 1.96명이었던 반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는 평균 2.63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사고 피해자 중 중상자와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65세 이상은 8.72%로, 65세 미만 운전자(7.67%)보다 높았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야간엔 운전하지 않는 ‘조건부 면허’를 도입하는 대신 면허 갱신 기간을 늘려주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서울역 인근의 한 주유소에서 8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갑자기 인도를 덮쳐 보행자 2명이 다쳤다. 1일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로 9명이 사망한 지 5일 만에 고령 운전자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는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7일 경찰에 따르면 6일 오전 9시 20분경 서울 용산구 서계동의 한 주유소를 빠져나가던 승용차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인도로 돌진했다. 차량은 보행자 2명을 잇달아 친 뒤 주유소 옆 담벼락에 부딪히고 나서야 멈춰 섰다. 1명은 사고 직후 잠시 의식을 잃기도 했지만,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진료를 받아 현재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명은 경상을 당했다.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차량은 주유소 출구로 나와 차로로 진입하려던 중 갑자기 인도에 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행자 1명이 차량에 치여 쓰러진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15m가량을 더 돌진했고, 보행자 1명을 또 들이받은 채 약 10m를 더 전진했다. 이후 주유소 옆 고철장 담벼락에 추돌한 후에야 정지했다.경찰은 80대 남성 운전자가 운전 미숙으로 핸들을 반대 방향으로 조작하면서 인도로 돌진한 것으로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운전자를 입건했다. 경찰은 곧 운전자를 불러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실수로 발생하는 사고는 65세 미만 운전자보다 더 잦고, 피해 수준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주피보험자 기준 65세 이상 운전자의 계약 건수는 258만6338건, 사고 건수는 11만8287건으로 4.57%의 사고율을 보였다. 반면 65세 미만 운전자의 사고율은 4.05%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시 65세 미만 운전자는 평균 피해자 수가 1.96명이었던 반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는 평균 2.63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사고 피해자 중 중상자와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65세 이상에서 8.72%로, 65세 미만 운전자(7.67%)보다 높았다.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주간 운전만 하고 야간엔 운전하지 않는 ‘조건부 면허’를 도입하는 대신 면허 갱신 기간을 늘려주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24년째 묶여 있는 예금자 보호 한도를 5000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으로 높이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모든 업권의 보호 한도를 일괄적으로 올릴 경우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차등 적용’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4건이 발의됐다. 지난달 25일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이후 민주당 김한규, 정준호 의원도 이달 1일과 3일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금융업권에 따라 보호 한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엄 의원 안은 예금보험위원회가 5년마다 금융 업종별로 한도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정 의원 안의 경우 금융 업종별로 구분한 한도의 적정성을 금융위원회가 5년마다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의 예금자 보호 한도는 업권·상품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5000만 원이다. 2001년 이후 23년간 같은 기준이 적용돼 경제 상황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은행업권 예금자 보호 한도 비율은 약 1.2배로 미국(3.1배), 영국(2.2배), 일본(2.1배)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를 계기로 예금자 보호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법 개정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대다수의 소비자가 보호 한도 내에 있어 한도 상향의 편익이 소수에게 돌아가는 반면 예금보험료율 인상 부담은 전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예금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당시 금융위원회 역시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업권별 보호 한도를 달리 적용하는 대안이 제시됐다. 미국을 포함한 일부 선진국도 은행, 금융투자, 보험 등 업권별로 보호 한도가 다르다. 정혜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올 2월 관련 보고서를 통해 “은행의 보호 한도는 상향하되 저축은행, 상호금융은 유지하는 등 차등 설정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현재 경제 상황과 국내 계좌 접근성을 고려할 때 한도 상향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차등 적용에 대해서도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업권별로 예금자 보호 한도를 구분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그동안 경제 규모의 확대를 감안하면 1억 원도 적은 수준”이라면서도 “업권마다 보호 한도가 다를 경우 은행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금융 산업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서울 중구 시청역 역주행 참사로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가해 운전자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손해보험사가 보상 문제를 전담할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해당 손보사는 전날 총괄 임원이 이끄는 대책본부를 만들고 보상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대책본부는 상실수익금, 합의금 등 내부 기준을 종합해 보험금을 산정할 계획이다. 이 손보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밝힐 수 없으나 피해자 보상에 전혀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고 원인이 ‘급발진’인지에 대해서는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가해 운전자가 타인의 신체에 대한 배상 책임을 한도 없이 보장하는 종합보험에 가입했다면 사망자 9명에게 지급되는 보험금 총액은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수가 많았던 데다 연령대가 30∼50대인 만큼 잔여 근속 기간도 길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대부분 대인배상 보장 한도가 무한인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하는 추세”라며 “피해자 1명당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라 총 수십억 원의 보험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또한 이번에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서울시민안전보험 사회재난사망 보험금 20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시민안전보험은 화재, 대중교통사고 등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한 사망, 후유장해, 부상을 입은 시민들에게 보험기관을 통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개인적으로 가입한 다른 보험이나 자치구의 구민안전보험과 중복 지급도 가능하다. 서울시에 주민등록이 된 사람 누구나 자동 가입되는데, 사망의 경우 상법에 따라 15세 이상 시민에게만 지급한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해외 지표가 발표되는 시간대에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시장에 큰 영향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됐습니다.” 2일 18년 차 외환 딜러인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거래 시간이 오후 3시 반에서 익일 오전 2시로 연장된 첫날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단순히 외환시장 개장 시간의 연장만으로 환율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오전 2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76.7원) 대비 7.1원 오른 1383.8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외환거래 시간이 연장되면 외국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고 거래량이 적은 야간 시간대에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시행 첫날 야간에는 주간보다 거래량이 적었지만 양호한 수준이었고, 가격 왜곡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등 외환당국에 따르면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현물환 거래량은 총 125억7000만 달러(약 17조4500억 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날 오후 3시 반 이후 거래량은 24억6000만 달러로 하루 거래량의 20% 정도였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다른 통화들도 야간 시간에는 거래량이 줄어드는 특성이 있음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이라며 “매도·매수 가격 간 차이(호가 스프레드)도 오후 3시 반 이전과 큰 차이 없이 유지되는 등 시장 유동성이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시장 참가자와 유동성이 늘어 야간 거래가 활성화될수록 환율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 참가자가 많아지면 해외지표가 시장의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균형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외환거래 시간 연장이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등 외환 당국 고위 관계자들은 전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하나 인피니티 서울’ 외환 거래실(딜링룸)을 방문해 거래 상황 등을 점검했다. 최 부총리는 “제도 개선의 조기 안착을 위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을 조성하는 등 국내 은행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며 “(정부도) 외환 건전성 부담금 감면과 연계된 선도은행 제도 개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외환시장 개방에 따라 야간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들은 숙련된 인력을 야간에 배치하고 지난해부터 외환거래 시간 연장에 대비해 시스템을 정비한 덕에 비상 상황에도 대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A 씨는 2021년 8월 건강검진 이후 당뇨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하지만 당뇨병 투약 등 치료 이력이 없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한 달 뒤 보험에 가입하면서 질병의심소견 여부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지난해 4월 당뇨병을 진단받은 A 씨는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3개월 이내 질병의심소견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받지 못했고 계약도 해지됐다. 2일 금융감독원은 A 씨처럼 ‘계약 전 알릴 의무(고지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가 해당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보험계약이 해지되거나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관련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고지의무란 보험 가입자가 본인 관련 중요 사항을 보험사에 알려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특히 가입 시 최근 3개월, 1년, 5년 이내 발생한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고지해야 한다. 보험설계사에게 관련 사실을 알렸더라도 청약서에 작성하지 않았다면 효력이 없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다만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보험금 지급 사유의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또 보험사의 해지권 행사 기간이 지났거나 보험설계사가 부실 고지를 권하는 등 고지의무를 방해했다면 보험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5723억 원으로 5월 말 대비 5조3415억 원 증가했다. 2021년 7월(6조2009억 원) 이후 35개월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특히 주담대가 한 달 새 5조8467억 원 불어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부동산 거래가 회복세를 보이자 디딤돌·버팀목 대출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주담대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전 대출 수요가 몰린 데다 최근 5대 은행의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 하단이 2%대로 내려앉은 점도 가계대출 증가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고금리 장기화와 국내 경기 침체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액은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10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9년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개월 새 2조4000억 원이나 불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교보생명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 국제노동기구(ILO) 본부에서 열린 ‘2024 제네바 기업가정신 포럼’에서 ‘글로벌 윤리경영과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 대상’ 초대 수상자로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사진)이 선정됐다고 1일 밝혔다. 이는 윤리경영과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을 실천함으로써 ‘사회 정의’를 추구해온 글로벌 기업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신 의장은 영상 소감을 통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단순히 법과 질서를 잘 지키는 소극적 윤리경영을 넘어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도움을 주는 적극적 윤리경영을 펼치는 것이 기업이 더 크게 성공하는 길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신 의장은 2000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직후 ‘윤리 헌장’을 선포하고 2004년 ‘직무윤리 실천 규범’, 2006년 민간기업 최초 ‘직무청렴 계약 제도’를 도입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금융지주들의 2분기(4~6월) 실적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앞서 1분기(1~3월)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을 털어내면서 실적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밀리고 있는 가운데 가계와 기업대출이 늘면서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1~6월)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 기준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8조7462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상반기(9조1827억 원) 대비 4.8% 줄어든 수치인데요. 여기서 금융지주들이 H지수 ELS 자율 배상과 관련해 충당부채로 인식한 1조3234억 원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10조 원을 넘기게 됩니다. 사실상 역대 최대 실적인 셈이죠.4대 금융은 올 2분기에만 지난해(4조2813억 원)보다 5.5% 증가한 4조5176억 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KB금융의 실적이 1분기 1조491억 원에서 1조4488억 원으로 40% 가까이 늘어나면서 ‘리딩 금융’ 자리를 탈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 대출 증가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기업대출과 더불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증가분 6조 원 중 5조7000억 원이 주담대에 해당했습니다. 기업대출도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죠.최근 홍콩H지수가 회복세를 보이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27일 홍콩H지수는 6,324.05로 장중 5,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던 올해 1월 22일(5,001.95)보다 26.4% 올랐습니다. 지수 상승으로 ELS 배상액 규모가 줄면 관련 비용도 일부 환입됩니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ELS 충당부채는 2분기 결산에서 일부 환입이 가능할 것”이라며 “은행별 환입 규모는 수십억 원에서 최대 수백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습니다.하지만 과도한 ‘이자 장사’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한국은행은 전날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금리 상승기 확대된 기업대출이 향후 은행의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과거 금리 상승이 시작되고 4~6분기 이후부터 무수익여신이 빠르게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기 때문인데요. 무수익여신이란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이자수입이 발생하지 않는 여신을 말합니다. 시차를 두고 기업대출 부실이 확대되면서 은행의 대손비용도 상승할 수 있다는 겁니다.실제로 4월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54%로, 1년 전(0.39%)보다 0.15%포인트 올랐습니다. 중소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데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0.61%)이 1년 사이 0.20%포인트 치솟았습니다. 한은은 “대손충당금 적립 등 미래의 부실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은행들이 기업대출 취급을 늘리는 것은 실물경제 지원을 위해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산업별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대출 부실 우려뿐만 아니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대내외적 위험 요인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상 최대 실적 만큼 금융지주들의 리스크 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해외로 떠난 한국인 여행객이 1년 전보다 약 1.5배 증가하는 등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해외여행이 크게 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저마다 휴가철 해외여행객을 겨냥한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보험료의 일부를 돌려주는 환급형 해외여행자보험부터 해외여행 특화 카드의 환전 수수료 무료 혜택까지 소비자들이 챙길 수 있는 혜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보험료 환급·할인해주는 해외여행자보험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 관광객 953만5921명이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1년 전 같은 기간(647만6491명)보다 47.2%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4월(1011만847명)과 비교해도 94% 수준이다. 해외여행자보험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보험연구원 분석 결과 지난해 해외여행자 수는 2019년의 79.1%를 회복하는 데 그친 반면 해외여행자보험 원수보험료(보험사가 보험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는 108.7%로 오히려 증가했다. 보험연구원은 “해외여행객의 증가에 비해 원수보험료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여행자보험에 대한 수요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여행보험은 다양한 연령대의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손해율도 다른 상품에 비해 낮아 보험사의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가입자가 사고 없이 귀국하면 보험료의 10%를 돌려주는 ‘안전 귀국 환급금’ 등의 서비스를 앞세워 지난해 6월 해외여행자보험을 출시한 후 지난달 말까지 13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았다. 이후 다른 손해보험사들도 연이어 유사한 형태의 환급형 여행자보험을 내놨다.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보험사들의 해외여행자보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하나손해보험은 ‘해외여행 중 여권 도난·분실 추가체류비용(3일 한도) 특약’에 대해 3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해 이달 19일부터 판매 중이다. 해당 특약은 해외여행 도중 여권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해 출국이 지연된 경우 현지에서의 추가 체류비용을 3일 한도로 실손 보장한다.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재외공관에 여권 분실신고를 하고 여행증명서나 긴급 여권을 발급받아야 한다. 캐롯손해보험은 보험업계 최초로 ‘얼리버드 할인’을 도입했다. 출국 날짜를 기준으로 7일 이전에 미리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의 3%를 할인해준다. 함께 가입하는 인원수에 따라 보험료도 최대 20% 할인해준다. 여행자보험 가입 인원수에 따른 보험료 할인 혜택은 보험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해외여행자보험을 가입할 때 국내 의료비 보장과 중복 가입한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해외여행자보험에 가입하면서 국내 치료비 보장을 추가할 경우 동일한 보장의 보험료를 이중으로 부담하게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여행자보험에 가입할 때 ‘중복 가입 유의 사항’ 등 보험회사의 안내자료를 꼼꼼하게 살펴 불필요하게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트래블카드’ 경쟁, 4대 금융도 참전 해외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환전 수수료 무료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해외여행 특화 카드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롯데, BC,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KB국민 등 전업 8개 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일시불) 및 직불·체크카드의 해외 이용 금액은 7조4861억 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5조8480억 원)보다 28.0% 늘어난 규모다. 이에 맞춰 금융사들도 해외여행 특화 카드의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올 8월까지 해외여행 서비스 ‘트래블로그’의 환전 가능 통화를 58종까지 확대한다. 다음 달 25일 콜롬비아, 칠레, 카자흐스탄 등 12종이 늘어나고, 8월 중에는 알제리, 에티오피아 등 5종이 추가로 포함된다. 하나금융그룹은 2022년 7월 트래블로그를 출시해 최근 가입자 수 5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해외여행 특화 카드 시장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KB, 신한, 우리 등 다른 금융그룹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신한은행은 신한카드와 손잡고 올해 2월 ‘SOL트래블 체크카드’를 내놨다. 연회비 없이도 전 세계 1200여 개 공항 라운지를 연 2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일본 3대 편의점, 미국 스타벅스 등에서 5%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KB금융의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는 올해 말까지 재환전 시에도 100% 환율 우대가 적용된다. 주요 금융그룹의 해외여행 특화 카드는 은행과의 연계가 특징이다. 우리금융은 이달 ‘위비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하면서 ‘위비트래블 외화예금’을 함께 선보였다. 별도의 환전 수수료 없이 전 세계 30개 주요 통화를 계좌에 담을 수 있고 예치된 미국 달러와 유로에 각각 연 2.0%, 1.5%의 이자를 지급한다. 카카오뱅크는 핀테크 스타트업 ‘트래블월렛’과 손을 잡았다. 25일 내놓은 외환 서비스 ‘달러박스’를 통해 일상에서 달러를 모아 70개국의 통화로 충전하면 트래블월렛 카드로 수수료 없이 결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출금 등에 사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할 경우 현지 통화로 결제하는 것이 유리하다. 원화 결제 시 현지 통화로 결제할 때보다 약 3∼8% 수준의 수수료가 추가로 부과된다. 불필요한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서는 출국 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해외 원화 결제 서비스를 미리 차단해야 한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정부가 25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2단계 도입을 불과 6일 앞두고 연기한 것은 가계대출 규제 강화가 서민금융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정책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출 규제를 돌연 미루면서 가계부채 관리 방향을 역행하는 ‘정책 엇박자’를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이번 조치가 가계대출뿐 아니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책 엇박자 우려에 규제 강화 돌연 연기 스트레스 DSR은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변동금리 대출자에게 가산(스트레스)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DSR은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 총액의 원리금 상환액을 대출자의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현재 은행권에서는 DSR이 40%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스트레스 DSR은 나중에 더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 이에 대비해 대출 한도를 미리 줄여놓자는 취지다. 지금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기본 스트레스 금리(1.5%)의 25%(0.375%)만 적용하는 1단계 조치가 적용되는 상태다. 당초 금융위는 올 7월부터 기본 스트레스 금리의 50%(0.75%)를 적용하는 2단계 조치를, 내년 초부터 100%(1.5%)를 적용하는 3단계 조치를 시행하며 규제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갑자기 2단계 조치를 7월에서 9월로, 3단계 조치는 내년 초에서 내년 하반기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대출 규제의 강화 시점이 6일을 남겨 놓고 돌연 미뤄진 것은 이번 조치가 자영업자와 서민들에 대한 금융 지원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재 소상공인 대책도 마련 중인데 한쪽에서는 금융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한쪽에서는 대출을 조이는 정책을 펼치면 정책 엇박자가 날 수도 있다”며 “시점을 조금 늦추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출 한도를 낮추는 것이 자칫 소생하는 서민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금융지주사의 고위 관계자도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하면서도 특례보금자리론, 신생아 특례 대출 등의 정책금융으로 오히려 주담대를 부추기는 정책을 펼치지 않았느냐”며 “일관성 없는 정책들을 교통정리 하는 과정에서 ‘일단 몇 달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견이 대두됐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대출 규제 같은 주요 금융정책을 예고 없이 뒤집는 것은 전례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정책 도입 시점을 6개월, 1년 단위가 아닌 2개월만 미룬 것은 처음 본다”며 “정책 실행의 우선순위가 갑작스럽게 뒤바뀐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두 달만 미뤘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정책을 시행하려는 의지가 크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부가 시한폭탄 가계 빚 조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인해 정책 신뢰성이 크게 저하됐다고 비판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하루아침에 정책 도입 시기를 미루면 정책 신뢰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애초부터 서민, 자영업자들이 대출받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했다면 DSR을 일반 가계 대상으로만 적용하고, 취약계층에 대해선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LTI) 같은 대체 지표를 적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이번 결정이 안 그래도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더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행 연기 결정은) 가계에 두 달간 대출을 더 받으라고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취약계층의 어려움, 부동산 PF 부실 등을 근거로 제시했는데 이들이 담보대출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전날 늦은 시간에 금융당국의 통보를 받고 당황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주에 내부 공문을 만들어서 7월부터 바뀌는 제도를 안내했고 이에 맞춰 현장에서 준비 중이었는데, 예고도 없이 정책 도입 시점이 두 달 미뤄져 황당하다”고 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은 약 300억 원 규모의 보험에 가입돼 있다. KB손해보험의 재산종합보험(215억 원)과 DB손해보험의 종합보험(49억 원) 및 환경책임보험(30억 원) 등이다. 이번 화재에 따른 보상은 대부분 KB손해보험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재산종합보험은 화재·도난·자연재해 등에 따른 기업의 재산 피해를 보상해준다. 아리셀 공장은 화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특수건물이다.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연면적 3000㎡ 이상의 공장은 특수건물로 규정되고 그 소유자는 손해보험사가 운영하는 특약부화재보험에 가입해야 한다.해당 보험에서 인명 피해를 배상하는 ‘신체손해배상책임(신배책)’의 보장 한도는 인당 1억5000만 원이다. 다만 신배책은 제3자의 신체에 손해를 입혔을 때 보험금을 주기 때문에 화재 피해자가 아리셀의 임직원인지 여부가 중요하다. 임직원이 아닐 경우에는 KB손해보험이 최대 1억5000만 원을 지급하게 되고, 임직원일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에 따라 배상이 이뤄지게 된다.DB손해보험은 아리셀의 종합보험 가입에 따라 화재가 난 공장 내부의 일부 기계 손실을 보상한다. 환경책임보험의 경우 화재 진압 후 대기 및 토양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만 보상이 이뤄질 전망이다.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방당국에서 조사가 끝난 뒤 사고추정액이 발표되고 나면 보험사에서도 손해사정사를 파견해 피해 조사를 진행한다”며 “인명사고가 컸던 만큼 실제 보상이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최근 6년간 금융권에서 2000억 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내부 통제 강화 대책을 내놨지만 올해에도 매달 횡령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책무구조도를 통해 금융회사 임원들의 책임을 묻는 데 더해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법을 논의 중이다. 23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이달 14일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액은 총 1804억2740만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도 매달 크고 작은 횡령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집계에는 최근 발생한 우리은행의 1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포함되지 않은 만큼, 이를 넣으면 횡령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업권별로는 은행의 횡령액이 1533억2800만 원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저축은행(164억5730만 원), 증권(60억6100만 원), 보험(43억2000만 원), 카드(2억6100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2021년부터 횡령 규모는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했다. 2020년 20억8290만 원이었던 횡령액은 2021년 156억9460만 원, 2022년 827억5620만 원, 지난해 642억6070만 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일부 은행에서 수백억 원대 대형 횡령 사고가 연달아 적발된 영향이다. 하지만 전체 횡령액 중 지금까지 환수된 금액은 175억5660만 원(9.7%)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시행되는 책무구조도를 통해 금융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별로 내부 통제 책임을 배분해 이를 하부로 위임할 수 없도록 한다. 금융당국은 조직 문화에 대해서도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할 방침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장 간담회에서 “준법 및 윤리의식이 조직 내 모든 임직원의 영업 및 내부 통제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조직 문화 차원의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A 씨는 사업 실패로 진 빚을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의 채무조정을 받아 갚아 나가고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회 생활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동안 연체된 통신비가 금융회사 채무와 달리 그대로 남아 있어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통해 본인 인증을 할 수 없는 탓에 온라인으로 이력서조차 제출하기 어려워진 그는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A 씨와 같이 통신요금을 내지 못한 약 37만 명의 연체자도 21일부터 채무조정을 신청해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받고 장기간 분할 상환을 할 수 있게 된다. 채무조정을 거쳐 연체된 통신요금을 3개월 이상 갚으면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복위 등은 20일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금융·통신 취약계층 재기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신복위가 금융·통신채무를 일괄 조정하는 ‘통합 채무조정’을 도입하는 것이다. 종전까지 신복위는 금융채무만 조정 가능했고, 통신채무의 경우 금융채무를 조정한 채무자가 통신사에 따로 신청해야 5개월 분납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금융채무 조정 대상자가 통신채무 조정을 신청하면 다음 날 추심이 즉각 중지된다. 또 별도의 통신사 신청 절차 없이 금융·통신채무를 한 번에 조정받게 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은 통신채무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받고, 10년에 걸쳐 분할 상환할 수 있게 된다. 통신채무 연체자는 약 37만 명, 이들이 납부하지 못한 통신비는 5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마련한 것은 취약계층의 경제적 재기를 위해 통신채무 통합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신복위 채무조정 신청자는 지난해 총 18만5143명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이들의 연체 사유로는 생계비 지출 증가(59.7%), 소득 감소(12.5%), 실직 및 폐업(11.8%) 등 외부적 요인이 80% 이상을 차지했다. 고금리, 고물가 환경으로 인해 채무 상환이 어려워진 취약계층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정부는 통신채무를 3개월 이상 납부한 채무자에 대해 완납 전이라도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구직활동, 금융거래 등의 제약이 없도록 지원해 취약계층의 실질적인 재기를 돕기 위한 조치다. 다만 고의 연체자나 고액자산가의 통신채무 조정을 막기 위해 상환능력 조사, 채무조정 적정성 심의, 채권자 동의 등 3단계 검증을 거치도록 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디지털 심화 시대에 통신서비스가 일상생활의 필수재인 점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통신채무가 발생한 취약계층의 재기를 지원하고자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신복위는 채무조정 신청자들의 노동시장 복귀를 돕기 위해 고용 지원, 맞춤형 상담 등을 연계할 방침이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100억 원 규모의 횡령 사고를 두고 “책무구조도 등 개정 지배구조법 시행 전이지만 필요시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엄정하게 본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이 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개 국내 은행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 횡령 사고에 대해 “사실관계를 상당 부분 파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13일 우리은행 경남 지역의 한 지점에서 근무하던 직원 A 씨는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 등을 위조해 100억 원가량의 대출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날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우리은행을 사랑해주시는 고객들과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부족한 부분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모든 임직원에게 내부 통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교육을 해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 원장은 “(지배구조법상) 책무구조도가 면피 수단으로 쓰이게 운영할 생각은 없다”며 “운영상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임원이나 최고위 책임자에게 부담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회사 임원별로 내부 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는 다음 달 도입을 앞두고 있다. 이달부터 적용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업성 평가 기준이 적용되면서 저축은행업권의 부실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부실이 확대되는 게 아니라 금융사에서 (기존) 부실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반영이 안 됐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며 “자금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여름철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국제유가가 4월 말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한 달 만에 80달러를 돌파했다.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WTI는 전 거래일보다 2.4%(1.88달러) 오른 배럴당 80.3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7일(80.06달러) 이후 한 달 만에 80달러 선을 회복하면서 4월 말(81.93달러) 이후 가장 높이 올랐다. 이날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1.97%(1.63달러) 상승한 배럴당 84.25달러로 마감해 4월 말(86.33달러)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국제유가는 지난주에만 3.9%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산유국 연합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를 비롯해 국제에너지기구(IEA),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등이 하반기(7∼12월) 석유 수요 개선에 따른 재고 감소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올해 4분기(10∼12월) 증산 계획이 시장 상황에 따라 일시 중단되거나 번복될 수 있다는 OPEC+의 메시지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더해 증시 강세와 함께 미국의 거시경제적 지표도 유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40대 직장인 A 씨는 피로 해소를 위해 수액을 맞으려고 한 의원을 찾았다. 해당 병원은 실손보험이 있는지 물은 뒤 약관상 보장되지 않는 영양제 주사를 놓고는 비급여 해열진통제로 표기해 보험사에 청구했다. 올해 해당 병원이 A 씨가 가입한 손해보험사에 신청한 비급여 주사제 월평균 청구액은 2021년 대비 7배로 급등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50대 B 씨는 한 한방병원에서 줄기세포 무릎주사 비용으로만 1450만 원을 결제했다. 그 대가로 1년 치 침 치료와 퇴원 한방첩약 3개월 치를 약속받았다. 무릎주사 비용은 B 씨가 가입한 손보사에 실손 청구됐다.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같은 비급여 항목의 지급액이 늘면서 실손보험 손해율이 악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 과잉진료 우려가 큰 1, 2차 병원의 실손보험금 지급액도 증가 추세다.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실손보험의 누수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과잉진료에 실손 손해율 130% 육박 1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 대형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28.0%로 전년 동기(126.3%)보다 1.7%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전체 손해율(122.6%)과 비교하면 5.4%포인트 올랐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사가 적자를 보는데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등 비급여 항목의 과잉 진료가 꼽힌다. 실손보험은 환자가 부담한 의료비(급여 본인부담금+비급여)의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상품이다. 비급여 항목은 병원이 자체적으로 금액을 정해 병원마다 의료비에 차이가 있다. 지난해 상급종합병원의 도수치료 진료비 최고 금액은 19만1000원이었던 반면 의원급 기관은 60만 원에 달했다. 실제로 올해 1∼5월 5개 손보사의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3조8443억 원으로 전년 동기(3조4580억 원)보다 11.2% 늘었다. 특히 비급여 지급액이 11.3% 증가했는데 지난해 2.0% 늘었던 것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의원급에서 비급여 주사 보험금 76% 청구 최근에는 1, 2차 병원을 중심으로 실손보험금 지급액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동네 의원 등 1차 병원의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2월(2476억6100만 원)보다 6.4% 늘어난 2634억1900만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2차 병원의 지급보험금 역시 6.0% 증가했다. 특히 1차 병원은 지급보험금 중 비급여 항목의 비중이 크고 상승 속도도 빠르다. 올해 1분기 비급여 주사제에 지급된 보험금 중 1차 병원의 비중은 76.3%에 달한다. 1차 병원에서 받아간 보험금 규모는 2년 새 2.6배로 불어났다. 반면 상급종합병원인 3차 병원의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2월 1279억1900만 원에서 지난달 1012억2900만 원으로 20.9% 감소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의료 파업으로 필수 의료 수요가 있는 3차 병원의 지급보험금이 줄어든 것보다 1, 2차 병원의 비급여 치료 증가가 더 두드러지면서 전체 손해율이 치솟고 있다”며 “손해율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의료 정보, 가격 등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문제 비급여 항목의 경우 진료 적정성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과잉 진료를 방지해야 한다”며 “자기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상품 구조를 개편해 비급여 항목 소비가 쉬워지는 분위기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상법에 기업 이사의 소액주주 보호 의무를 명문화하고 이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배임죄는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는 상법 개정으로 배임죄 처벌이 확대될 수 있단 재계의 우려가 커지자 배임죄 폐지까지 함께 묶어서 패키지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 원장은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삼라만상을 다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배임죄는 현행 유지보다는 폐지가 낫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법 영역에서는 소액주주 보호가 미흡하고 형사법 영역에서는 이사회 의사결정에 과도한 형사 처벌을 해 양쪽 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두 개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생각하고 패키지로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데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미 ‘총주주’ 등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재계에서 배임죄 처벌 등이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이 원장이 나서서 폐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원장은 “현실적으로 배임죄 폐지까지는 어렵다면 구성 요건에 사적 목적 추구 등을 명시하는 방법도 가능하다”며 “상법에 경영 판단 원칙을 명확히 하고 특별배임죄만 폐지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원장과 대통령실 간에 공식적인 조율 과정은 없었지만 금감원장이 충분히 언급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며“ 정책 방향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금감원으로부터 별도로 협조 요청을 받은 것이 없고, 아직 검토해 본 바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무부는 금감원이 정식으로 검토 등을 요청해 올 경우 관련 사항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주주 이익보호-배임죄 폐지’ 패키지 제안… 재계 달래기[배임죄 폐지론 꺼낸 금감원장]“경영진, 주주 이익도 보호할 의무”… 정부, 상법 개정 추진에 재계 반발檢출신 李 “배임죄 기소 많이 해봐”… 정부 안팎 “조율도 않고 혼선 불러”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상법 개정과 배임죄 폐지를 패키지로 추진하자고 나선 건 최근 상법 개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재계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경영 판단을 할 경우 이사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상법을 개정하되 처벌은 가볍게 해주는 ‘채찍과 당근’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 원장은 배임죄를 폐지하고 다툼이 있다면 민사 소송을 통해 금전적 보상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소관 부처의 수장이 아닌 금감원장이 배임죄 폐지까지 들고 나오면서 정책 혼선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인 기소했던 이복현, “배임죄 폐지” 이 원장은 14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배임죄는 주요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제도로 회사법적 영역에서의 건강한 토론을 저해하고 있다”며 배임죄 폐지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원장은 “경영진의 판단이 형사 법정이 아닌 이사회에서 균형감을 갖고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며 “만약 다툼이 있다면 민사 법정에서 금전적 보상 등으로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상법상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되 이를 어겼을 때는 민사로 해결하게 하자는 의미다. 정부가 최근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재계에선 실제로 그 같은 방향으로 상법이 개정되면 소송을 넘어 임원들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현행법에 규정된 배임죄는 형법상 일반·업무상 배임과 상법상 특별배임이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50억 원 이상 범죄에 대해서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 등 가중처벌도 이루어진다. 이 원장은 검사 시절 여러 기업인을 배임죄로 기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과거와 입장이 달라졌냐는 질문에는 “생각이 바뀐 건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전현직 검사를 통틀어 기업의 불법적 의사결정과 관련된 배임죄 의율을 가장 많이 해 본 내가 말하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공식 입장은 정해진 건 없어” 다만 이 원장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정해진 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역시 “기업 밸류업과 관련해 각계 의견을 수렴 중이나 구체적인 방향은 전혀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정부 입장은 논의를 거쳐 하반기(7∼12월)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12일에 이어 이날도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배 주주와 일반 주주의 이해가 균형 있게 고려됨으로써 서로 윈윈 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라며 “지배주주의 긍정적인 역할을 폄하하거나 불리한 부담을 주자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으로 정상적인 기업 경영활동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실제로 경영 판단 원칙이 적용되는 범위와 대상은 한정적일 것”이라며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 잣대를 갖다 대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배임죄 폐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다른 대안들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구성 요건에 ‘사적 이익 추구’ 등 구체적 사안을 추가해 배임죄 대상을 한정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폐지하거나 배임죄 폐지 없이 경영 판단 원칙 의무를 다양하게 하거나 예측 가능하게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임죄는 그간 법조문이 모호하고 추상적이라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엇갈린 판단이 나온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현재 한국은 배임죄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사실상 ‘0원’”이라며 “형사법상 배임죄를 완화하려면 배임에 대한 민사 처리가 미국 수준으로 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인구구조 변화와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정신 건강과 운동, 자기 관리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정신건강의학과 이용액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67% 급등했다. 이비인후과(83%), 소아과(46%), 내과(43%) 등 다른 진료과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심리상담센터 월평균 이용 건수도 22.4% 증가했다. 건당 이용액 또한 전 세대에 걸쳐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20대의 건당 이용액이 2019년 12만2000원에서 지난해 14만7000원으로 21% 증가하면서 젊은 세대의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 건강을 챙기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가맹점 수도 많아지는 추세다. 2019년 4분기 대비 2023년 4분기 가맹점 수는 심리상담센터가 51%, 정신건강의학과가 31% 증가했다. 마음뿐만 아니라 신체의 건강도 주요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4분기 테니스장 이용 금액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815% 크게 뛰었다. 같은 기간 요가·필라테스와 스포츠센터 이용액도 각각 47%, 37% 증가했다. 이에 따라 4년 새 테니스장 가맹점 수 증가율은 213%에 달한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