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37

추천

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4-11-04~2024-12-04
종교57%
문학/출판17%
역사10%
미술7%
사회일반3%
문화 일반3%
칼럼3%
  • 원영 스님 “사는게 힘들다면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의미”

    “지금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사실은 자신이 최선을 다해 조심조심, 열심히 살고 있다는 의미에요. 아무것도 안 하거나 대충 살고 있다면 힘든 걸 느낄 수도 없으니까요.” 승려라면 누구나, 전국 모든 사찰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읊는다는 반야심경(般若心經). 서유기의 모델인 당나라 삼장법사 현장이 천축국에서 전래한 54구 260자의 짧은 내용이지만, 불교의 핵심 사상이 응축돼 있어 어떤 불교 행사에서도 빼놓지 않는 경전 중의 경전이다. 최근 ‘이제서야 이해되는 반야심경’을 출간한 원영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청룡암 주지)은 “지혜란 뜻의 ‘반야’는 일상에서 활용하는 소소한 지혜가 아니라 만물이 ‘공(空)’한 줄 아는 통 큰 지혜”라며 “모든 사람이 반야심경을 통해 얻은 지혜로 세상을 더 잘 품고, 멋진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라고 말했다. ―만물이 ‘공’하다는게 무슨 말인지요. “일체 만물에는 원인과 결과(연기·緣起)가 있지요. 하지만 고정된 게 아니라 연속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의지하며 변합니다. 처한 조건이나 결과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고, 단 한 순간도 동일한 상태에 머물지 않기에 ‘무상(無常·상이 없다)’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그래서 공은 ‘아무 것도 없다(無)’가 아니라 조건에 따라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고, 또 무엇도 만들지 않을 수 있는 원리를 담은 이치를 말합니다. 그 이치를 빌 공(空)으로 쓰기로 약속한 거죠.” ―알 듯 모를 듯합니다만….“하하하, 겨울에 귤나무를 베어 아무리 안을 찾아 본들 귤이 있습니까? 그렇다고 그 나무에 귤이 없는 것인가요? 수확 철이 되면 주렁주렁 나오겠지요. 지금은 없으나 없다고 할 수 없는, 이것을 가리켜 ‘공’이라고 합니다. 햇볕과 물을 주고 농부가 잘 가꾸면 탐스러운 귤이 나올 테고, 그렇지 못하다면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볼품없겠지요. 색즉시공(色卽是空), ‘색(물질로 이루어진 것)이 공과 다르지 않다’라고 하는 것은 이런 까닭입니다.” ―앞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기에 사는 게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출가하기 전인데, 저도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할 정도로 사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어요. 앞도 보이지 않는 절벽 길을 매달려 가는 느낌이었는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 험하게 걸었던 그 시간이 내 삶에 가장 힘을 비축했던 성장기였더라고요. 요즘 힘든 사람이 많고, 특히 젊은 세대는 더 그런데… 힘들다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느끼는 것이지요. 결코 힘듦으로만 끝나지 않아요. 지금이 한겨울의 귤나무인 순간일 뿐이죠. 지금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은 분명히 바뀝니다.” ―반야심경을 이해하면 마음의 괴로움도 줄일 수 있다고요.“예를 들어 상사가 인사를 안 받았어요.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떠오르겠죠. ‘내가 뭘 잘못했나’ ‘나를 싫어하나’ ‘나한테 왜 저러지?’ 하며 하루 종일 신경 쓰이고 괴롭겠죠. 근데 상사는 단지 딴생각 때문에 못 들은 것뿐일 수 있어요. 없는 고통을 스스로 만들어 자신에게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계속 쏜 거죠. ‘공’을 깊이 이해하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조건에 따라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도, 안 만들 수도 있는 게 ‘공’이니까요. 뛰어가서 더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될 테고, 그러면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은 없겠지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7-11
    • 좋아요
    • 코멘트
  • 故 김수환 추기경, 교황청서 시복 추진 승인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1922∼2009·사진)의 시복(諡福) 추진을 교황청이 승인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5일 “지난달 18일 로마 교황청 시성부가 정순택 대주교 앞으로 보낸 답서에서 김 추기경 시복 추진을 ‘장애 없음(Nihil Obstat)’으로 알려왔다”고 밝혔다. ‘장애 없음’은 교황청 시성부에서 검토한 결과 시복 추진에 아무런 이의가 없다는 선언이다. 이에 따라 김 추기경은 공식 시복 추진 대상자인 ‘하느님의 종’으로 칭할 수 있게 됐다. 시복은 가톨릭에서 순교자나 성덕이 높은 사람을 사후에 복자(福者) 품위에 공식적으로 올리는 것으로 성인의 전 단계. 복자가 된 후에는 다시 성인인 시성(諡聖)으로 추진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는 김 추기경 시복 안건 역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김 추기경의 생애와 영웅적 덕행, 성덕의 명성에 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김 추기경은 1968년 착좌 후 1998년 퇴임 때까지 30년간 서울대교구장으로 사목하면서 개인적인 덕행은 물론이고 한국 교회의 성장과 위상을 높이고 인권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헌신으로 많은 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연민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소외된 이들을 예수 그리스도처럼 대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으로 불렸다. 선종 후에는 각막 기증을 통해 마지막까지 남김없이 내어주는 사랑을 실천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7-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선악 너머의 업적, 영웅일까 빌런일까

    남들의 생각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결과와 후대의 평가에 따라 위인이나 영웅 또는 빌런이 되기도 하는데, 공통점은 선악의 개념을 떠나 ‘오직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한다는 점이다. 이 중에는 자신이 원하는 걸 성취하기 위해 자신은 물론 남의 목숨까지도 고려하지 않는 이도 있다. 이 책은 남아공 태생으로 영국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한 저자가 당대 관습에 저항한 12명의 모험을 담은 것이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행보를 보인 인물의 발자취를 추적하며 그들의 내면을 서술했다. 하지만 보통의 위인전과는 다르다. 인물 선정과 서술 방식에 선악의 개념을 반영하지 않았기에 읽다 보면 왜 이런 사람에 대해 썼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이 기술한 사람들을 개인과 사회의 역사에 활력을 불어넣는 ‘모험가’라고 부른다. “모험심이 강한 사람들은 고상함과는 거리가 멀고 정해진 법을 따르지도 않을뿐더러, 그들에게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삶의 흥미를 잃고 만다”는 것이다. 책에 나오는 인물 중에는 영웅과 악인의 두 모습을 가진 이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사기꾼이나 난봉꾼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공통점은 당대 사람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했고,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철저히 선악의 평가를 배제하고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어떻게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는지 그 모험의 과정을 추적했다. 책의 부제가 The Story of Adventure(모험 이야기)인 것은 그런 까닭일 것이다. 약 100년 전 나온 책임에도 2016년 일론 머스크가 기자회견 중 이 책을 극찬하면서 아마존닷컴 중고책 시장에서 가격이 1500% 급등한 일화가 있다. 저자가 말한 ‘모험가’가 숱한 기행을 보이며 뭔가를 보여주고 있는 머스크 자신을 잘 대변해 준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7-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교황청, 김수환 추기경 시복 추진 승인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1922∼2009·사진)의 시복(諡福) 추진을 교황청이 승인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5일 “지난달 18일 로마 교황청 시성부가 정순택 대주교 앞으로 보낸 답서에서 김 추기경 시복 추진을 ‘장애 없음(Nihil Obstat)’으로 알려왔다”라고 밝혔다. ‘장애 없음’은 교황청 시성부에서 검토한 결과 시복 추진에 아무런 이의가 없다는 선언이다. 이에 따라 김 추기경은 공식 시복 추진 대상자인 ‘하느님의 종’으로 칭할 수 있게 됐다. 시복은 가톨릭에서 순교자나 성덕이 높은 사람을 사후에 복자(福者) 품위에 공식적으로 올리는 것으로 성인의 전 단계. 복자가 된 후에는 다시 성인인 시성(諡聖)으로 추진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는 김 추기경 시복 안건 역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김 추기경의 생애와 영웅적 덕행, 성덕의 명성에 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김 추기경은 1968년 착좌 후 1998년 퇴임 때까지 30년간 서울대교구장으로 사목하면서 개인적인 덕행은 물론 한국교회의 성장과 위상을 높이고 인권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헌신으로 많은 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연민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소외된 이들을 예수 그리스도처럼 대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으로 불렸다. 선종 후에는 각막 기증을 통해 마지막까지 남김없이 내어주는 사랑을 실천했다. 서울대교구는 지난해 3월 김 추기경의 시복을 추진키로 했으며, 한국 천주교주교회의는 같은 해 10월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이에 동의했다. 한국 천주교회에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 등 103명의 성인과 124명의 복자가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7-05
    • 좋아요
    • 코멘트
  • “농인은 수어가 모국어인 소수 집단… 더 많은 농인 사제 배출되길”

    “‘당신이 포기하면 가톨릭 농인(聾人·청각장애로 인해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 교회에 대한 논문을 쓰는 농인은 아마 없을 것’이라는 말에 힘을 냈습니다.” 박민서 베네딕토 신부(56)는 지난달 26일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논문지도 교수님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신부는 올 5월 미국 시카고 가톨릭연합신학대학원에서 ‘에파타!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를 주제로 실천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사제품을 받은 그는 아시아 최초의 농인 사제. 2021년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으로부터 해외선교 사제로 발령받아 현재 미국 워싱턴 대교구에서 사목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농인 사제가 농인들의 신앙생활에 관해 직접 연구하고 논문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 농인 사제가 20여 명밖에 안 돼 그동안 농인의 입장에서 신앙생활을 연구한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능하면 기사에서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 대신 ‘농인’이라는 말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수어로 의사소통하는 차이만 있을 뿐, 이것이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논문에서 “많은 농인 학자가 ‘농인을 장애인으로 보지 않고 언어적 소수 집단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썼다. 농인은 수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다를 것이 없어서다. “모든 기준과 시선은 청인(聽人·청력의 소실이 거의 없는 사람)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이지요. 하느님 앞에서 청인과 농인은 평등합니다. 청인의 입장과 기준으로 농인을 판단하는 것은 농인들을 힘들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어로 논문을 쓰는 것은 일반인도 쉽지 않은 일. 수어가 모국어 역할을 하는 대부분의 농인에게는 몇 곱절 더 힘든 길이다. 그는 두 살 때 홍역으로 청각·언어 장애를 가졌다. 박 신부는 “대부분의 한국 농인에게 한국어는 제2의 외국어”라며 “여기에 한국 수어와 많이 다른 미국 수어도 따로 배워야 했다”고 말했다. 강의를 듣는 데는 미국 수어 통역사 2명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의 농인 신자는 약 1만 명. 서울대교구 에파타성당, 인천교구 청언성당 등 농인성당이 있지만 대부분은 일반 성당에서 수어 통역으로 미사에 참례한다. 박 신부는 “다른 나라 말을 통역을 통해 들으면 답답한 것처럼 수어 통역으로는 신부님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당연히 농인 사제나 수어를 하는 일반 사제가 직접 주관하는 미사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농인 사제는 여전히 그가 유일하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올 2월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에서 김동준 부제가 부제품을 받았다. 김 부제가 사제가 되면 농인으로는 두 번째 신부가 된다.) 한국에서 가톨릭 사제가 되려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남자여야 하고, 장애가 있는 경우 천주교 교구장이 예외적으로 허락해야만 사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박 신부는 “저도 당시 서울대교구장인 고 정진석 추기경님이 농인을 위해 사목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특별히 사제품을 주었던 것”이라며 “앞으로는 좀 더 많은 농인 사제가 배출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7-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운주사 석불석탑군, 풍수-도교-천문학까지 담아낸 희귀 사례”

    “다양한 형태의 석불상과 석탑, 별자리나 칠성신앙과 관련된 칠성석 등이 포함된 화순 운주사 석불석탑군은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입니다.” 지난달 전남 화순군청에서 한국, 태국, 일본, 파키스탄의 학자들이 참여한 ‘2024 화순 운주사 석불석탑군 세계유산 등재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일명 ‘천불천탑의 신비’로도 불리는 운주사 석불석탑군은 201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됐다. 신라 말 도선국사가 세웠다고 전하는 운주사는 동국여지지(東國輿地誌)에 고려 승려 혜명이 무리 1000여 명과 함께 천불천탑을 조성했다는 기록이 있다. 10∼16세기 말 조성된 다양한 석불과 석탑이 산등성이 곳곳에 있는데, 현재 남아있는 것은 석조불감(보물 제797호), 9층 석탑(보물 796호), 원형다층석탑(보물 798호), 길이 12m의 와불 등 석불 108구와 석탑 21기다. 이 밖에 하늘의 별자리를 거대한 북두칠성 모양의 원반석으로 구현한 칠성석은 국내 유일의 별자리 거석 문화유산이다. 특히 각 칠성석의 크기와 배치가 실제 보이는 별의 겉보기 등급과 거리에 비례하도록 의도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신앙 차원을 넘어 천문학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경내에 불상과 불탑의 석재를 채굴했던 채석장과 석재 운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도 독특한 점. 세계유산 잠정 등록 때도 이런 점이 높이 평가됐다. 학술대회에서 박경식 동국대 명예교수(사학과)는 “운주사 와불은 다른 와불과 달리 다리를 뻗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있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창의성을 갖고 있어 이것만으로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충분히 등재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운주사 석불석탑군은 불교라는 틀 속에서 풍수, 도교, 천문학 등 다양한 문화·종교적 교류의 결정체로 매우 탁월한 가치를 가진, 세계 어느 나라 불교 사찰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석조 기념물의 보고”라고 설명했다. 화순군은 9월 국가유산청에 ‘운주사 석불석탑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7-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핫플에 둥지 튼 ‘저스트비 홍대선원’… “명상은 산속보다 사는 곳에서 해야”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핫 플레이스’에서 명상이 되냐고요? 그런 곳에서도 잘되는 게 진짜 명상이죠.” 17일 서울 서대문구 ‘저스트비(Just Be) 홍대선원’에서 만난 주지 준한 스님(46)은 왜 대한민국에서 가장 번잡한 곳에 선원(禪院)을 차렸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2022년 10월 문을 연 홍대선원은 선원과 템플스테이, 게스트하우스를 접목한 곳으로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불과 300여 m 떨어져 있다. 지하 1층∼지상 5층인 건물은 공양간, 로비 겸 차를 마시는 ‘티 테이블’, 객실과 사무실, 명상·요가 등을 하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공양간에서는 매일 아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다양한 채식 음식이 제공된다. 세계 각국 젊은이들이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티 테이블’은 공짜. 품질과 종류가 웬만한 전문 티 하우스 못지않은데, 홍대선원을 응원하는 전국 사찰과 스님들이 무료로 차를 보내주기 때문이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은 지난해에만 40여 개국 6000여 명에 이른다. 준한 스님은 “대부분 삶의 의미와 자아를 찾는 20, 30대 젊은이들”이라며 “자원봉사자 50여 명 중 상당수가 이렇게 다녀간 게 인연이 된 외국인들”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구글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비영리단체로 인정해 검색창 상단에 올려주는 지원도 받고 있다. 준한 스님은 홍대 앞에 자리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명상의 궁극적 목표는 명상하지 않고 있을 때도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삶의 대부분이 일상생활, 도시에서 이뤄지는데 멀리 떨어진 산속에서만 명상이 제대로 된다면 곤란하지 않으냐”고 했다. 선원이다 보니 건물 안에 법당이 있지만 종교 행위보다는 주로 좌선, 소리 명상, 춤 명상, 다도, 선 태극권, 요가 등 각종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장소로 쓰인다. 각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선생님 섭외도 장소 덕을 톡톡히 봤다. 준한 스님은 “동네가 워낙 ‘핫 플레이스’이다 보니 자기 분야에서 독특한 내공을 가진 숨은 고수들을 많이 알게 됐다”며 “춤 명상이라는 독특한 명상도 그런 인연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 어떻게 하면 현대인들의 굳은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한 댄서가 춤 명상을 제안한 것. 일종의 현대무용 같은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인데, 마음이 굳으면 몸이 딱딱해지는 것처럼 역으로 몸을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마음을 푸는 원리라고 한다. ‘모태 불자’였던 그는 중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가 그곳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다. 대학 전공은 건축학과 경영학. 졸업 후에는 명상센터와 한국의 사찰음식 등 각 나라의 채식 요리를 접목한 창업을 할 계획이었는데, 재학 중 큰 교통사고를 겪으면서 출가하게 됐다고 한다. “출가 후에는 당연히 수행에만 집중했어요. 그런데 2020년경 보림(保任·깨달은 후 더욱 갈고닦는 불교 수행법) 1000일 기도를 얼마 안 남기고 한 불자를 만났지요. 홍대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는데 운영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인연이다 싶어 바로 임대차 계약을 했지요.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는 “종교적 색채는 최대한 빼고 재미와 위로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런 점이 청년들에게 호응을 얻은 것 같다”며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되기에 이곳을 찾는 누구나 삶의 힘을 얻어 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6-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핫플레이스’에서 명상이 되냐고요? 그런 곳에서도 잘되는 게 진짜 명상이죠”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핫플레이스’에서 명상이 되냐고요? 그런 곳에서도 잘되는 게 진짜 명상이죠.”17일 서울 서대문구 ‘저스트비(Just Be) 홍대선원’에서 만난 주지 준한 스님(46)은 왜 대한민국에서 가장 번잡한 곳에 선원(禪院)을 차렸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2022년 10월 문을 연 홍대선원은 선원과 템플스테이, 게스트하우스를 접목한 곳으로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불과 300여 m 떨어져 있다. 지하 1층~지상 5층인 건물은 공양간, 로비 겸 차를 마시는 ‘티 테이블’, 객실과 사무실, 명상, 요가 등을 하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공양간에서는 매일 아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다양한 채식 음식이 제공된다. 세계 각국 젊은이들이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티 테이블’은 공짜. 품질과 종류가 웬만한 전문 티 하우스 못지 않은데, 홍대선원을 응원하는 전국 사찰과 스님들이 무료로 차를 보내주기 때문이다.이곳을 다녀간 사람은 지난해에만 40여 개국 6000여 명에 이른다. 준한 스님은 “대부분 삶의 의미와 자아를 찾는 20~30대 젊은이들”이라며 “자원봉사자 50여 명 중 상당수가 이렇게 다녀간 게 인연이 된 외국인들”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구글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비영리단체로 인정해 검색창 상단에 올려주는 지원도 받고 있다.준한 스님은 홍대 앞에 자리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명상의 궁극적 목표는 명상하지 않고 있을 때도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삶의 대부분이 일상 생활, 도시에서 이뤄지는데 멀리 떨어진 산속에서만 명상이 제대로 된다면 곤란하지 않으냐”고 했다.선원이다 보니 건물 안에 법당이 있지만 종교 행위보다는 주로 좌선, 소리 명상, 춤 명상, 다도, 선 태극권, 요가 등 각종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장소로 쓰인다. 각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선생님 섭외도 장소 덕을 톡톡히 봤다. 준한 스님은 “동네가 워낙 ‘핫플레이스’이다 보니 자기 분야에서 독특한 내공을 가진 숨은 고수들을 많이 알게 됐다”며 “춤 명상이라는 독특한 명상도 그런 인연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 어떻게 하면 현대인들의 굳은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한 댄서가 춤 명상을 제안한 것. 일종의 현대무용 같은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인데, 마음이 굳으면 몸이 딱딱해지는 것처럼 역으로 몸을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마음을 푸는 원리라고 한다.‘모태 불자’였던 그는 중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가 그곳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다. 대학 전공은 건축학과 경영학. 졸업 후에는 명상센터와 한국의 사찰음식 등 각 나라의 채식 요리를 접목한 창업을 할 계획이었는데, 재학 중 큰 교통사고를 겪으면서 출가하게 됐다고 한다.“출가 후에는 당연히 수행에만 집중했어요. 그런데 2020년경 보림(保任·깨달은 후 더욱 갈고 닦는 불교 수행법) 1000일 기도를 얼마 안 남기고 한 불자를 만났지요. 홍대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는데 운영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인연이다 싶어 바로 임대계약을 했지요.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하하하.”그는 “종교적 색채는 최대한 빼고 재미와 위로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런 점이 청년들에게 호응을 얻은 것 같다”며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되기에 이곳을 찾는 누구나 삶의 힘을 얻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6-23
    • 좋아요
    • 코멘트
  • “청년교회는 본질 잃은 기성교회 바꿔보려는 노력”

    “청년교회는 젊은 사람들끼리만 모이자는 게 아니라, 전통과 제도에 얽매여 본질을 잃은 기성 교회를 청년들이 바꿔보자는 노력입니다.” 18일 경기 파주시 한소망교회(위임목사 류영모)에서 만난 김동주 한소망청년교회 목사는 최근 교계에서 ‘청년교회’를 만들려는 곳이 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청년교회는 기존 교회에 종속된 청년부를 청년들이 재정, 행정 등을 독자적으로 운용하는 교회 내 교회로 독립시킨 것. 한소망청년교회는 지난해 1월 본교회에서 독립했다. 김 목사는 “MZ세대의 특성 중 하나가 조직문화가 불합리하면 불만을 표현하지 않고 조용히 나간다는 점”이라며 “교회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요즘 청년들은 내로남불에 굉장히 민감해요. 기독교인이라고 하면 외부에서 기대하는 모습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안 믿는 사람들과 별 차이가 없거나 심지어 안 믿는 사람보다 더 못한 모습을 보면서 왜 교회에 나가야 하는지 회의감을 가진 거죠. 그러다 보니 새로 안 오는 것은 물론이고 있던 청년들도 많이 나갔고요.” 김 목사는 또 이미 성인인데 기성 교회에서 청년을 여전히 아이들처럼 대하는 점도 청년들이 교회를 멀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20∼30대, 심지어 미혼일 경우 40대까지도 청년부에서 활동하는데 마치 중고교생처럼 목사나 교회 어른들이 모든 걸 정하고 청년들은 따라가기만 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처음 부임해 청년부 단톡방에서 인사를 했더니 60여 명 중 딱 2명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받아줄 정도로 청년부 활동에 아무 기대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소망청년교회 재정은 청년들의 헌금으로 충당된다. 지난해에는 설립 초기라 일부 지원을 받았으나 올해부터는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사역 등 목회 활동도 모두 스스로 계획해 진행한다. 일부 교단에서는 여전히 여성 목사, 여성 장로를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종교계는 의외로 여성 차별이 심한 곳. 하지만 한소망청년교회는 국장, 팀장 등 운영위원 대부분이 여성이다. 김 목사는 “국장은 제가 임명하지만 팀장은 국장들이 뽑는다”며 “여자라고 우대한 건 전혀 없고 그동안의 활동과 리더십을 보고 스스로 선출한 결과”라고 말했다. 변화는 신자 수 증가로 이어졌다. 청년교회를 만들기 전인 2021년 평균 예배 인원은 110여 명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350여 명으로 늘었다. 한소망교회를 떠났다가 돌아온 청년이 절반, 나머지는 대부분 다른 교회를 다니다가 안 나갔던 청년들이라고 한다. 그는 “청년들이 교회에 실망했을 뿐 신앙을 포기한 건 아니기 때문에 교회만 달라진다면 얼마든지 다시 올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청년교회 또는 청년부 활성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곳의 공통점이 교회 어른들이 ‘지켜만 볼 테니’ 또는 ‘도와주려고’라며 운영과 활동에 낀 곳”이라며 “사회에서 이미 성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을 여전히 미숙하고 돌봐야 할 대상으로 취급하면 누가 교회에 오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6-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종교계 “의료계 집단 휴진 철회해달라” 한목소리

    종교계가 대한의사협회의 18일 집단 휴진을 앞두고 철회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잇달아 발표했다.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장종현 목사)은 17일 ‘의료계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집단 휴진을 속히 철회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켜 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한교총은 “치료에 분초를 다투는 환자들이 적정 치료 시기를 놓치면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의사들이 집단 휴진을 하겠다는 것은 중증 환자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것과 같은 것”이라며 “의료계의 집단 휴진 결의는 어떤 이유로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도 이날 호소문을 통해 “집단 휴진이 실시되고 이 때문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비롯한 기본권이 더 심각한 상해를 입는다면, 이는 정부와 의사 단체 모두의 책임이고 탓”이라며 “정부는 정부대로, 의사들은 의사들대로 자신이 무엇을 위하여 있는지, 자신의 존재 의의가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성찰하고 그 진실에서 출발하라”라고 말했다.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스님)도 14일 총무원장 명의의 호소문을 통해 “정부와의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집단 휴업이라는 극한적인 방편은 생명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을 유념해 달라”라며 “정부도 의료계의 고충과 현실적인 권익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달라”라고 당부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6-17
    • 좋아요
    • 코멘트
  • “중이 왜 노래? 부처님 말씀 전하는데 랩인들 못할까요”

    “팔만대장경도 결국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방법 아닌가요. 널리 전할 수만 있다면 노래와 시, 심지어 랩으로 불경을 읊은들 안 될 게 무엇이겠습니까. 하하하.” 12일 충남 예산 수덕사에서 만난 주지 도신 스님은 ‘중이 왜 노래를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종교계는 여전히 보수적 색채가 강한 곳. 더욱이 수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덕숭총림 본사로 국내외에 100여 곳이 넘는 말사를 둔 역사와 전통이 유구한 대형 사찰이다. 도신 스님은 여덟 살 때 절(수덕사)에 들어왔다. 자라면서 틈만 나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는데, 하루는 절 매표소 앞에서 ‘한오백년’을 부르는 그를 ‘걸레스님’으로 유명한 중광 스님(1934∼2002)이 봤다고 한다. 도신 스님은 “중광 스님이 ‘그놈 목탁보다 기타가 어울리네’ 하며 함께 서울로 가자고 해 그길로 올라와 10여 년을 모셨다”며 “스님 인맥 덕에 ‘울고 싶어라’를 부른 가수 이남이, 한국 록 음악의 대부 신중현 선생님께 노래와 기타, 작곡을 배웠다”고 말했다. 당시 가수 이남이는 중광 스님의 유발 상좌였다고 한다. 아마추어가 제멋에 겨워 부르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도신 스님은 앨범만 7장을 낸 가수다. 1990년대 초 직접 작곡한 창작곡으로 국악그룹 ‘슬기둥’과 함께 당시로는 생소한 ‘국악가요’라는 분야를 개척했고, 1992년 첫 앨범 ‘도신의 국악가요’는 50만 장이나 팔렸다. 도신 스님은 “노래에 미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환속해 진짜 가수가 될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노래가 수행이고 포교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행과 포교는 시로도 이어졌다. 노래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 시는 깊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도신 스님은 2018년 월간 ‘우리시’, 2020년 계간 ‘서정시학’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시집 ‘웃는 연습’(2022년)을 냈다. ‘웃는 연습’은 힘듦과 괴로움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더 힘들 수도, 덜 힘들 수도 있기에 모두가 평소에 ‘웃는 연습을 하자’는 뜻으로 붙였다고 한다. 도신 스님은 “힘든 일이 닥쳤을 때 흔히 ‘참고 견뎌야 한다’고 하지만 참는 것이 무엇이기에 그래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참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 자신이 선택한 것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믿는 인내”라고 말했다.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고, 경쟁도 심하다 보니 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불안해서 흔들리고, 그러다 보니 자주 바꾸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하지만 ‘나는 할 수 있다’며 자신을 믿는 사람은 쉽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오래 견딜 수 있고 그러다 보니 결국 원하는 것을 얻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군가 믿고 응원해 줄 때 큰 힘을 얻습니다. 그런데 그 어떤 사람보다 수백, 수천 배 더 큰 힘을 주는 존재가 바로 자기 자신이지요. 그러니 오늘부터 자신을 믿는 연습을 해보세요.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 더 힘이 차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6-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처님 진짜로 ‘핸즈업’ 하겠네… ‘랩 스님’이어 ‘가수 스님’까지

    “팔만대장경도 결국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방법 아닌가요. 널리 전할 수만 있다면 노래와 시, 심지어 랩으로 불경을 읊은들 안될 게 무엇이겠습니까. 하하하.” 12일 충남 예산 수덕사에서 만난 주지 도신스님은 ‘중이 왜 노래를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종교계는 여전히 보수적 색채가 강한 곳. 더욱이 수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덕숭총림 본사로 국내외에 100여 곳이 넘는 말사를 둔 역사와 전통이 유구한 대형사찰이다.도신스님은 8살 때 절(수덕사)에 들어왔다. 자라면서 틈만 나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는데, 하루는 절 매표소 앞에서 ‘한오백년’을 부르는 그를 ‘걸레스님’으로 유명한 중광스님(1934~2002)이 봤다고 한다. 도신스님은 “중광스님이 ‘그놈 목탁보다 기타가 어울리네’하며 함께 서울로 가자고 해 그길로 올라와 10여 년을 모셨다”라며 “스님 인맥 덕에 ‘울고싶어라’를 부른 가수 이남이, 한국 록 음악의 대부 신중현 선생님께 노래와 기타, 작곡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당시 가수 이남이는 중광스님의 유발 상좌였다고 한다. 아마추어가 제멋에 겨워 부르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도신스님은 앨범만 7장을 낸 가수다. 1990년대 초 직접 작곡한 창작곡으로 국악그룹 ‘슬기둥’과 함께 당시로는 생소한 ‘국악가요’라는 분야를 개척했고, 1992년 첫 앨범 ‘도신의 국악가요’는 50만 장이나 팔렸다.도신스님은 “노래에 미쳐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환속해 진짜 가수가 될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라며 “노래가 수행이고 포교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행과 포교는 시로도 이어졌다. 노래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 시는 깊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도신스님은 2018년 월간 ‘우리시’, 2020년 계간 ‘서정시학’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시집 ‘웃는 연습’(2022년)을 냈다. ‘웃는 연습’은 힘듦과 괴로움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더 힘들 수도, 덜 힘들 수도 있기에 모두가 평소에 ‘웃는 연습을 하자’라는 뜻으로 붙였다고 한다. 도신스님은 “힘든 일이 닥쳤을 때 흔히 ‘참고 견뎌야 한다’라고 하지만 참는 것이 무엇이기에 그래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라며 “참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 자신이 선택한 것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믿는 인내”라고 말했다.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고, 경쟁도 심하다 보니 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불안해서 흔들리고, 그러다 보니 자주 바꾸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하지만 ‘나는 할 수 있다’라며 자신을 믿는 사람은 쉽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오래 견딜 수 있고 그러다 보니 결국 원하는 것을 얻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군가 믿고 응원해 줄 때 큰 힘을 얻습니다. 그런데 그 어떤 사람보다 수백, 수천 배 더 큰 힘을 주는 존재가 바로 자기 자신이지요. 그러니 오늘부터 자신을 믿는 연습을 해보세요.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 더 힘이 차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겁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6-16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미 핵전략서 배우는 북핵 대응 전략

    최근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국 핵무기와 한국의 재래식 무기를 통합해 대응하는 가이드라인이 담긴 ‘공동지침’을 작성했다. 핵우산 체제 구축의 근거가 마련된 셈인데, 양국의 서명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되면 8월 한미 연합 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때 처음으로 북핵 공격을 상정한 훈련을 하게 된다. 자주 들어 점차 둔감해진 느낌은 있지만 북핵 위협은 한반도 안보에서 실존적인 위기일 수밖에 없다. 핵 안보 전문가인 두 저자는 핵무기 개발 당시부터 현재까지 미국 핵전략이 경제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예상보다 빨랐던 소련의 핵 개발이 미국의 수소탄 개발에 미친 영향, 핵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초강대국 간 경쟁, 미국과 소련 수뇌부에 공멸 위험을 각인시킨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탈냉전기 다자간 패권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미국의 핵전략 등이 담겼다. 얼핏 한국인이 왜 미국의 핵전략을 알아야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통찰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다. 우리가 직면한 북핵 위협은 미국이 겪은 상황과 깊은 관련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이 북한보다 더 강한 핵무기를 보유하면 안보 위협을 해소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이뤄질 국제사회 제재는 감당할 수 있을까. 이는 더 강력한 무기를 갖기 위해 냉전 당시 미소 양국이 벌인 ‘안보 딜레마’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의 핵자산 전개로 대응하는 게 현실적이겠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미국의 안보 공약이 철저히 지켜질지는 알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미중 갈등과 맞물려 2021년 이후 핵전력을 급속히 증강하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도 그렸다. 저자들은 중국의 핵전력 증강과 공세적인 핵전략이 국제안보 환경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현대 국제정치에서 핵무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6-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천도교 성실-신의 사상은 요즘 세상에 꼭 필요한 정신”

    천도교(동학) 창시자인 수운(水雲) 최제우 대신사 탄생 200주년을 맞아 ‘동경대전(東經大全)’, ‘용담유사(龍潭遺詞)’ 등 천도교 중앙총부가 소장 중인 유물 100여 점이 처음 전시된다. 천도교 중앙총부 윤석산 교령(한양대 명예교수·사진)은 7일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신사 탄생 200주년을 맞아 9∼12월 중 대신사의 일생을 기린 뮤지컬, 천도교 소장 유물 전시회와 사진전, 관련 학술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1824년(순조 24년) 태어난 최제우는 1860년(철종 11년) 서학에 대항해 유교, 불교, 선교를 종합한 민족신앙인 동학을 창시했으나, 4년 만인 1864년 ‘세상을 어지럽혔다’는 죄목으로 붙잡혀 처형됐다. 9월 중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유물 전시회(동학 세상을 밝힌 ‘동경대전’)에선 1883년 경주에서 간행된 ‘동경대전(계미중추판)’과 ‘용담유사(계미중추판)’ 등 보물로 지정된 천도교 경전을 선보인다. 동경대전은 최제우가 한문으로 쓴 동학 경전으로, 그가 처형될 때 함께 불태워졌으나 후에 제2대 교조 최시형이 비밀리에 간행했다. 용담유사는 최제우가 여성과 서민에게 교리를 전파하기 위해 자신의 득도 과정과 교인들에 대한 훈계와 호소 등을 가사체로 읊은 책이다. 이 밖에 천도교 법설 및 교지, 도첩 등도 전시된다. 10월에는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최제우의 일생을 그린 뮤지컬 ‘만고풍상 겪은 손’이 막을 올린다. 최제우의 출생과 성장, 고난과 득도, 포교와 처형에 이르는 일대기를 소리와 노래, 춤으로 풀어냈다. 11월에는 동학 유적 사진전이, 12월에는 ‘21세기 동학·천도교의 길’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와 관련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윤 교령은 3·1운동과 독립운동이 한창일 때 민족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했던 천도교가 이후 일제의 민족종교 탄압과 내부 갈등으로 쇠퇴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인본주의를 기반으로 성실과 신의로 새롭고 밝은 세상을 만들자는 천도교 사상은 요즘 세상에 꼭 필요한 정신”이라며 “대신사 탄생 200주년을 맞아 올해를 천도교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6-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새에덴교회, 美 텍사스서 6·25 참전용사 보은행사

    대한예수교장로회 새에덴교회(담임목사 소강석)가 주최하는 6·25전쟁 국내외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가 14∼15일 미국 텍사스, 23일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열린다. 소 목사는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부분 90대 이상인 해외 참전용사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방한 초청 보은행사를 올해부터는 참전국 현지와 국내로 나눠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7년 순수 민간 차원으로 시작한 새에덴교회의 6·25전쟁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는 올해 18년째로, 지금까지 초청된 세계 각국 참전용사는 6900여 명에 이른다. 해외 보은행사는 14일 텍사스 알링턴에서 열리는 참전용사 및 가족 초청 만찬과 15일 댈러스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개최하는 추모식, 장진호전투기념비 헌화식으로 진행된다. 국내 보은행사는 23일 새에덴교회에서 참전용사와 가족, 국가보훈부 관계자, 교회 신도 등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6·25전쟁 상기 제74주년, 참전용사 초청 보훈 음악회’ 형식으로 열린다. 새에덴교회의 참전용사 보은행사는 2007년 1월 소 목사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마틴 루서 킹 국제평화상 전야제에 참석했을 때 우연히 리딕 너새니얼 제임스라는 흑인 참전용사를 만난 게 계기가 됐다. 전쟁 중 입은 부상 부위를 보여주며 “한국에 가보고 싶은데 형편이 어려워 못 갔다”는 그의 말에 소 목사가 같은 해 6월 제임스와 동료 참전용사들을 초청한 것. 이후 매년 미국, 캐나다, 필리핀, 태국, 호주, 터키 등 해외 참전용사들과 국군 용사들을 초청하는 보은행사를 열고 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6-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딱 3분 하나만 생각? 이리 힘들줄이야”

    “온전히 걷는 것에만 집중해 보세요. 주변 사물은 그저 보이는 것, 그저 들리는 것이라 여기시고요.”(걷기 명상 중)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의 K-선(禪) 명상 체험 행사가 열렸다. 9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선명상대회를 앞두고 K-선 명상 프로그램 보급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날 체험 행사에는 조계종이 준비 중인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 중 ‘걷기 명상’(준한 스님), ‘자비 명상’(혜주 스님), ‘간화선 명상’(금강 스님) 등 3가지가 소개됐다.명상은 조용한 곳에 앉아서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게 일반적. 하지만 의외로 다양한 상황에 맞는 여러 가지 수행법이 있었다. 준한 스님은 “명상은 걷는 동안은 물론이고 우리가 생활하면서 마주치는 모든 상황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오늘 해야 할 일, 마음속 걱정 등등 모든 생각을 다 끊고 걷는 것에만 온전히 집중해 보세요. 흐르는 계곡물, 새소리 등은 보고 들으려 하지 말고, 그저 들리는 것, 그저 보이는 것으로만 여기시고요.”알 듯 모를 듯한 설명. 그래도 가능한 한 다른 생각을 안 하고 걷는 것에만 집중했더니, 아주 살짝 평소 동네에서 했던 산책과는 뭔가 다른 시원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준한 스님은 “평소 산책할 때 쉬는 것 같아도 사실은 회사 일, 인간관계, 심지어 산책하며 듣는 음악에 관한 생각 등 이런저런 생각을 가득 품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인간이 지닌 사랑과 친절의 마음에 집중하도록 하는 혜주 스님의 자비 명상은 이런 명상도 있나 싶을 정도로 색달랐다. “누군가로부터 따뜻함을 받았던 순간을 떠올려 보세요. 생각이 나면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사람과 행동을 그려보시고요.”“스님, 손발이 오글거려서 떠올리지 못하겠네요.”“그런 느낌을 갖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아세요? 지금 그 말 하면서 자신이 되게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다는 걸….”간화선 명상은 화두에 집중하는 시간. 금강 스님이 던진 ‘이것은 무엇인고?’라는 화두로 3분간 생각에 잠겼는데, 불과 3분조차 한 가지만 생각하는 게 이렇게 견디기 힘든 일일 줄은 미처 몰랐다. 금강 스님은 “선 명상은 남에게 보이는 모습만 생각하며 늘 바깥으로 향하던 내 마음을 한 번쯤 자신에게 온전히 쏟아 보는 것”이라며 “아침에 일어나면 늘 샤워하듯, 마음에도 샤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이날 행사를 함께한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현대인이 겪는 마음의 고통이나 자살 등의 사회문제는 마음을 스스로 제어하고 스스로 정리·정돈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며 “9월 국제선명상대회에서 일반 대중도 쉽게 접하고 행할 수 있는 다양한 K-선 명상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6-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언젠가 떠나보내야 할 반려동물에게

    몇 년 전 화창한 봄날, 반려견과 함께 한강공원을 산책할 때였다.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 아롱이를 보더니 “참 예쁘네요. 몇 살이에요?”라며 말을 걸었다. 이것저것 묻던 그는 자신도 반려견 두부와 자주 이곳에 나왔는데, 얼마 전 고령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했다. 그는 두부가 생각날 때마다 이곳을 걷는다고 했다. 두부는 사람만 보면 쪼르르 달려가 쓰다듬어 달라는 듯, 앉아서 머리를 숙이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두부가 떠난 것도 견디기 힘들지만 더 힘든 건 내가 두부를 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잊고 싶지 않아서 힘들지만 일부러 나온다는 것이다. 짧은 인사를 나눈 뒤 헤어졌는데, 돌아보니 그는 몇 걸음 걷다가 멈추고 어딘가를 쳐다보고, 또 한참을 서 있고는 했다. 아마도 산책 중에 두부가 좋아했던 자리가 아닌가 싶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집사’들이 절대 하기 싫은 생각이 하나 있다. 사랑하는 우리 ○이가 세상을 떠나는 날에 대한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해서 아예 생각을 안 하려 해도, 나이가 들면서 하나둘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하면 더 이상 떨쳐내기가 어렵다. ‘○이가 없으면 나는 어떻게 살지….’ 이 책은 2015년부터 반려동물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해 펫로스(Pet loss) 심리상담소를 만들고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저자가 그동안 만난 반려인들이 겪은 슬픔과 극복의 과정을 담담히 풀어낸 것이다. 반려동물과의 첫 만남에서 행복했던 추억, 이별 후 슬픔과 이를 견뎌 내는 과정을 반려인의 시점으로 기록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언젠가 닥칠 일이기에 반려인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되는 내용이지만 읽고 나면 더 마음이 아파지는 아이러니도 벌어진다. 언젠가는 보내야 하기에 많이 함께 있어 주지 못한 게 정말 미안하고, 그래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더 사랑스러워져서 이별을 더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악순환(?). 언젠가 닥칠 일이 두려워 아롱이를 슬며시 안았더니 녀석은 내 마음을 안다는 듯 두 발로 목을 감쌌다. ㅜ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6-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찬란하게 피어난 꽃처럼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무소유의 의미를 음미할 때 우리는 홀가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진짜 나를 찾아라’ 중에서 “엄하지만 사랑이 담긴 진짜 어른다운 어른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지난달 말 출간된 법정 스님(1932∼2010)의 미공개 강연 모음집 ‘진짜 나를 찾아라’(샘터)가 20여 일 만에 3쇄에 들어갔다. 나오자마자 초판 1쇄 1만5000부가 동이 났고, 추가로 찍은 2쇄 1만 부도 얼마 안 남았기 때문. 김성구 샘터 대표(사진)는 28일 “중장년층을 넘어 법정 스님을 잘 모를 것 같은 30대 젊은층에서도 의외로 인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진짜 나를 찾아라’는 법정 스님이 1979∼2003년 대학, 절, 성당, 문화강좌 등에서 한 강연 16편을 모아 정리한 것이다. 가신 지 10년이 넘었지만 녹음된 스님의 말을 글로 푼 덕에 읽다 보면 살아있는 스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김 대표는 “스님은 청중이 더 쉽게 이해하도록 종종 한 문장을 반복하시곤 했다. 글로 옮겨야 하기에 그런 부분만 빼면 최대한 육성 그대로를 살리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이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은 유명한 이야기. 미공개 강연집을 낸 것이 유언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법정 스님이 정말 당신의 어떤 말과 글도 더 이상 세상에 알리지 말라는 뜻으로 하신 말씀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생전에 샘터 등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가실 즈음 주변에서 인세 등 돈과 관련해 속된 말로 누가 물려받느냐는 문제로 잡음이 나자 이를 경계하고 사후에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유언을 하신 것 같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법정 스님의 꿈은 나눌 줄 알고, 자제할 줄 알고, 서로 손잡을 줄 아는 심성이 회복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사후에도 그 뜻을 널리 알리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순수 시민단체인 ‘맑고 향기롭게’까지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그 뜻을 펼치기 위해 시민단체까지 만드셨는데, 이런 당신의 말과 글을 알리지 않는 게 진짜 스님의 뜻을 받드는 것이겠느냐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인세와 관련한 법정 스님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언젠가부터 매년 2월 말, 3월 초가 되면 왜 인세를 안 보내느냐는 독촉 전화가 왔어요. 스님을 잘 모를 때라 처음에는 ‘생각보다 돈을 좋아하시나?’ 하는 생각도 했지요. 나중에 한 지인이 자기가 아는 대학생이 스님에게 장학금을 받고 있다고 해 비로소 알게 됐어요. 그때가 딱 학비 내야 할 때였거든요. 돌아가신 뒤에 보니 스님에게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전국에서 엄청나게 많더라고요.” 법정 스님은 인세를 독촉하면서도 단 한 번도 이유를 말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책의 한 구절을 가리키며 “스님은 매년 봄 길상사 법회에서 ‘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니 나머지 이야기는 저 찬란하게 피어나는 꽃들에게 들으시라’라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라고 말했다. 생과 사에 연연하지 않고 그때그때의 자기 생에 최선을 다하는 꽃들처럼 진짜 나의 삶을 찾으라는 뜻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법정 스님은 늘 ‘도착지와 시간을 생각하면 가는 길을 즐길 수 없는 것처럼 삶도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살 줄 알아야 한다’라고 하셨다”라며 “책을 통해 사람들이 그리운 스님의 향기와 함께 무엇이 진짜 나를 찾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직 은혜로 부흥의 파도를 타자”…제50회 순복음세계선교대회 개막

    제50회 순복음세계선교대회가 29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담임목사)에서 개막했다. ‘오직 은혜로 부흥의 파도를 타자’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전 세계 60여개국에 파송한 선교사 670여 명이 참가했다.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는 선교사 수련회, 선교사 자녀 캠프, 순복음 세계 선교 비전 선포식, 8시간 미스바 밤샘회개 기도성회 등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30
    • 좋아요
    • 코멘트
  • “법정 스님의 향기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엄하지만 사랑이 담긴 진짜 어른다운 어른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지난달 말 출간된 법정 스님(1932~2010)의 미공개 강연 모음집 ‘진짜 나를 찾아라(샘터)’가 20여 일 만에 3쇄에 들어갔다. 나오자마자 초판 1쇄 1만 5000부가 동이 났고, 추가로 찍은 2쇄 1만 부도 얼마 안 남았기 때문. 김성구 샘터 대표는 28일 “중장년층을 넘어 법정 스님을 잘 모를 것 같은 30대 젊은 층에서도 의외로 인기”라며 이렇게 말했다.‘진짜 나를 찾아라’는 법정 스님이 1979년~2003년 대학, 절, 성당, 문화강좌 등에서 한 강연 16편을 모아 정리한 것이다. 가신 지 10여 년이 넘었지만 녹음된 스님의 말을 글로 푼 덕에 읽다 보면 살아있는 스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김 대표는 “스님은 청중이 더 쉽게 이해하도록 종종 한 문장을 반복하시곤 했다. 글로 옮겨야 하기에 그런 부분만 빼면 최대한 육성 그대로를 살리려고 했다”라고 말했다.법정 스님이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은 유명한 이야기. 미공개 강연집을 낸 것이 유언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법정 스님이 정말 당신의 어떤 말과 글도 더 이상 세상에 알리지 말라는 뜻으로 하신 말씀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법정 스님은 생전에 샘터 등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가실 즈음 주변에서 인세 등 돈과 관련해 속된 말로 누가 물려받느냐는 문제로 잡음이 나자 이를 경계하고 사후에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유언을 하신 것 같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법정 스님의 꿈은 나눌 줄 알고, 자제할 줄 알고, 서로 손잡을 줄 아는 심성이 회복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사후에도 그 뜻을 널리 알리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순수 시민단체인 ‘맑고 향기롭게’까지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그 뜻을 펼치기 위해 시민단체까지 만드셨는데, 이런 당신의 말과 글을 알리지 않는 게 진짜 스님의 뜻을 받드는 것이겠느냐는 것이다.김 대표는 인세와 관련한 법정 스님과의 일화도 소개했다.“언젠가부터 매년 2월 말, 3월 초가 되면 왜 인세를 안 보내느냐는 독촉 전화가 왔어요. 스님을 잘 모를 때라 처음에는 ‘생각보다 돈을 좋아하시나?’ 하는 생각도 했지요. 나중에 한 지인이 자기가 아는 대학생이 스님에게 장학금을 받고 있다고 해 비로서 알게 됐어요. 그때가 딱 학비 내야 할 때였거든요. 돌아가신 뒤에 보니 스님에게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전국에서 엄청나게 많더라고요.” 법정 스님은 인세를 독촉하면서도 단 한 번도 이유를 말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김 대표는 책의 한 구절을 가리키며 “스님은 매년 봄 길상사 법회에서 ‘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니 나머지 이야기는 저 찬란하게 피어나는 꽃들에게 들으시라’라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라고 말했다. 생과 사에 연연해하지 않고 그때그때의 자기 생에 최선을 다하는 꽃들처럼 진짜 나의 삶을 찾으라는 뜻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법정 스님은 늘 ‘도착지와 시간을 생각하면 가는 길을 즐길 수 없는 것처럼 삶도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살 줄 알아야 한다’라고 하셨다”라며 “책을 통해 사람들이 그리운 스님의 향기와 함께 무엇이 진짜 나를 찾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5-30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