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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경기장에서 2일(현지 시간) 한 대만 여성이 올림픽 공식 명칭인 ‘차이니스 타이페이’가 아닌 ‘대만’이라고 적힌 응원기를 흔들다 보안 요원에 의해 제지 당했다. 또 이 과정에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응원기를 뺏기는 일도 벌여졌다.국제올림픽위원회 측은 이에 대해 “공식 국기와 명칭 외에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물품은 경기장 반입이 금지된다”고 밝혔다. 반면 대만 외교부는 “응원기를 강제로 뺏는 비열한 수법은 폭력적일 뿐 아니라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나섰다.로이터통신과 홍콩 밍보(明報) 등에 따르면 대만 선수들이 출전하는 남자 복식 준결승 경기가 열리던 2일 관중석에서 프랑스 유학생인 대만 여성이 한자로 ‘타이완 파이팅’이라고 쓰여진 응원기를 꺼내들었다. 응원기는 대만 섬 모양이었고, 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의 색깔인 초록색으로 만들어졌다.사건 발생 당시 대만의 리양·왕치린 선수가 남자 복식 준결승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잠시 뒤 경기장 보안 요원이 그에게 다가가 체육관 뒤쪽으로 이동해 줄 것으로 요청했지만, 그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 때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동양인 남성이 그녀의 응원기를 낚아채 구겨뜨린 뒤 황급히 자리를 뜨려다가 보안 요원과 다른 관중들에 의해 붙잡혔다. 소셜미디어에는 보안 요원들이 다른 관중에게서 영어로 ‘타이완(Taiwan)’이라고 써 있는 응원기를 강제로 뺏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올라왔다.올림픽 규정에 따르면 대만은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만 국제 스포츠 행사에 참가하며, 대만 기가 아닌 ‘중국 올림픽 위원회 깃발’을 사용해야 한다. 또 경기장에는 선수들이 소속된 국가의 국기나 관련 물품만 반입 할 수 있고, 그외 정치적 내용이 포함되거나 공공질서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물품은 금지된다. 이번 사건에 대해 마크 아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대변인도 3일 기자회견에 “올림픽 경기장 입장 조건은 각 티켓에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다”고 말했다.대만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대만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올림픽 기간 동안 악의적인 사람들이 대만을 응원하는 도구를 함부로 빼앗으려는 잔인하고 비열한 수법을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폭력적인 행위는 올림픽 정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해당 관중들이 올림픽 공식 명칭이 아닌 ‘대만’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대만이 새겨진 물품을 금지한다는 명확한 규정은 없고, 이에 대해 IOC와 소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독립 성향인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도 논란에 가세했다. 그는 3일 소셜미디어에 응원도구 압수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며 “IOC 규정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수들이 대만 출신임을 전 세계가 알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우리가 단결하고 두려움이 없다면 세계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면서 “세계가 계속 볼 수 있도록 우리의 이름을 크게 외쳐달라”고 독려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인민해방군 창설 97주년을 앞두고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강력한 국경 방어 체계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시 주석이 정치국 회의에서 국경 문제를 거론한 건 이례적으로, 최근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을 비롯해 인도와의 국경 다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인민해방군 창설기념일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공산당 정치국 집단 연구회를 열고 “국경과 해상, 영공은 국가 주권의 중요한 상징이자 국가 안보의 핵심”이라며 “최근 이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심각하게 변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고, 중국은 기회와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국경 문제를 언급한 것은 국내외적으로 자국 영토 수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정치국에서 연설한 다음날, 중국군 동부전구가 5월 대만을 포위하는 ‘연합 리젠(利劍·예리한 검)-2024A’ 훈련 영상을 포함시킨 새 영상물을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대만 롄허보에 따르면 실제로 중국은 이미 국경선을 따라 약 3만㎞의 방어 도로와 차단 시설, 영상감시 장치를 구축했다. 이는 올해 초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취임 뒤 대만 해협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졌고, 미국 등 서방에서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필리핀에 대한 군사 지원을 늘려가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최근 캐나다 해군 호위함인 몬트리올함이 대만 해협을 통과한 것에 대해서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리시(李熹) 동부전구 대변인은 1일 성명에서 “캐나다의 행동은 소란을 피워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한다”면서 “모든 위협과 도발을 적시에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 후난(湖南)성 신화현의 한 육교에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 화제가 됐다고 대만 쯔유(自由)시보 등이 31일 보도했다. 일각에선 이번 시위가 2022년 10월 베이징에서 벌어진 반(反)정부 시위를 모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 시위에 나섰던 펑리파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며 육교 위에 “봉쇄와 통제를 원하지 않고 자유를 원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붙잡혔다. 쯔유시보는 이날 X의 ‘리 선생은 네 선생이 아니다’란 반중국 계정에 올라온 사진과 영상을 인용해 후난성 신화현에서 ‘반정부 현수막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이 계정은 중국 안팎에서 이뤄지는 반중 시위와 인권 운동을 주로 다룬다. 영상과 함께 게시된 글에는 지난달 30일 벌어진 일이란 설명이 담겨 있다. 약 10초짜리 영상 속에는 한 육교 위에 흰색 바탕에 붉은 글씨가 쓰인 현수막이 등장한다. 현수막에는 ‘특권 대신 평등을, 통제 대신 자유를, 거짓말 대신 존엄성을, 문화혁명 대신 개혁을, 지도자 대신 투표를, 노예 대신 시민을 원한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영상에서는 또 “자유를 원하고, 민주를 원하고, 선거를 원한다. 파업과 수업 거부를 통해 독재자이자 나라의 역적 시진핑(習近平)을 파면하자”란 한 남성의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다만, 이 남자의 모습은 영상에 나오지 않는다. 중국 당국은 아직 해당 사건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중국 내 소셜미디어에서는 해당 영상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최근 중국의 경제 침체가 길어지고 홍수 등 자연재해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언론 자유가 억압된 상황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을 주목할 만하다고 대만 매체들은 전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강경한 국수주의적 발언으로 ‘중국 공산당의 입’으로 불려왔던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장의 중국 소셜미디어 계정이 최근 차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50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온갖 이슈에 대해 발언을 쏟아내던 그가 최근 정부 정책을 오도하는 글을 올렸다가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단 소문이 퍼지고 있다.2021년 현직에서 은퇴한 뒤 온라인 논객으로 활동 중인 후 전 편집장의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과 시나웨이보 계정은 31일 현재 나흘 째 추가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하루에도 서너 차례씩 글을 올렸던 그가 갑작스레 게재를 멈춘 것에 대해 당국이나 해당 플랫폼 측은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의구심을 품은 시민들이 업체 측에 문의한 결과 “규정 위반에 대한 신고가 접수돼 집중 모니터링이 진행 중”이란 답을 받았다고 한다.현지에선 후 전 편집장이 22일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와 관련해 소셜미디어에 올렸던 글이 규정 위반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당시 “3중전회 결정문에 공유제(사유제 반대)가 없어진 건 역사적 변화”라고 적었는데, 이는 중국 헌법에 명시된 공유제를 왜곡했단 비판이 거셌다.후 전 편집장도 계정 차단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홍콩 싱타오(星島)일보에 “개인적으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인터넷에 있는 것을 보면 된다”고 답했다.후 전 편집장은 중국 정부의 입맛에 맞는 애국주의적 발언으로 인기를 끌어온 논객이다. 2017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이 일었을 때 “한국 보수주의자들은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졌냐”는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다만 최근엔 중국도 일정 수준의 언론 자유가 필요하다거나 과도한 애국주의는 중국에 해가 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중국인들은 후 전 편집장의 소셜미디어 차단에 대해 “유명세에 힘입어 말을 함부로 한 결과”라거나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적 반응이 주로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그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발언권 자체를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왔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대선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야권을 ‘극우 전체주의자(파시스트) 무리’라고 비난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게 일종의 ‘쿠데타’나 다름없다며 강경 진압 가능성도 거론했다. 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아르헨티나, 칠레 등 중남미 7개국 외교관을 추방하기로 하는 등 ‘공포 통치’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베네수엘라 전역에서는 대선 결과에 분노한 시민들의 시위가 계속됐다. 일부 시민은 마두로 대통령의 선거 포스터를 찢었다. 또 시위대는 마두로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이며 동시에 ‘중남미의 반미, 좌파 지도자 대부’로 평가받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동상까지 무너뜨렸다. 야권 지지층은 30일 오전 11시(한국 시간 31일 0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열기로 했다. 야권을 지지하는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두로 “야권은 ‘과이도 2.0”…7개국 외교관 추방 마두로 대통령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야권 대선 후보와 그를 지지하는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전 국회의장 등을 ‘과이도 2.0’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던 2018년 대선 직후부터 2022년까지 미국 등 약 50개국의 지지를 받아 ‘임시 대통령’을 자처했던 또 다른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전 국회의장에게 빗댄 것이다. 과이도 전 의장은 야권 분열로 임시정부가 붕괴되자 지난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같은 날 마두로 대통령의 측근 이반 힐 외교장관도 “미국에 종속돼 파시즘을 고수하는 우익정부 집단의 간섭 행위를 강력히 거부한다”며 아르헨티나,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우루과이 등 7개국 외교관을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이 나라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게 내정간섭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특히 칠레는 좌파 성향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집권 중인데도 ‘우익 정부’를 운운했다. 파나마, 페루 등도 자국 주재 베네수엘라 외교관들을 추방하겠다고 맞섰다. 파나마는 단교까지 고려 중이라고 했다. 베네수엘라 전역에서는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시위대는 29일에만 차베스 전 대통령의 동상을 최소 3개 이상 무너뜨렸다. 이 장면이 과거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동상이 무너질 때와 비슷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시위대는 마두로 대통령의 선거 포스터를 찢고 발로 밟았다. 상당수 시민들은 냄비를 시끄럽게 두드리며 항의하는 중남미 특유의 시위 방식을 선보였다. 또 일부는 수도 카라카스의 주요 도로를 봉쇄하고 국제 공항 점거를 시도했다. 마두로 정권 또한 강력 진압을 천명해 유혈 사태가 우려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현지 인권단체 ‘포로파넬’은 시위로 북서부 야라쿠이주에서만 최소 1명이 숨지고 46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 美 “추가 제재” vs 中 “마두로 3선 축하” 29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마두로 정권이 대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느냐에 따라 향후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사실상의 추가 제재를 시사한 것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집권한 2017년부터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고 자산 등을 동결했다.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대선을 공정하게 치르는 조건으로 이 제재를 완화했지만 다시 강화할 뜻을 밝힌 셈이다. 반면 3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마두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 시 주석은 “외부 간섭에 반대하는 베네수엘라의 대의를 지지한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중국은 미국의 앞마당 격인 중남미에서 반미, 좌파 성향 지도자가 집권한 나라를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데 관심이 많다. 중남미에서 자국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 영향력은 줄이려는 의도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27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약 1시간 20분 만났다. 올 4월 이후 3개월 만에 만난 두 장관은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올 5월 중국의 대만 포위 군사 훈련, 남중국해의 ‘세컨드토머스(중국명 런아이자오)’ 암초를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 등을 거론했다. 그는 “(대만, 필리핀 등) 인도태평양 내 미국의 동맹·파트너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계속 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 대한 미국의 거듭된 제재를 문제 삼았다. 또 “미국은 자신들의 패권 논리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중국을 향한 미국의 견제와 탄압 또한 강화됐다”고 비판했다. 또 대만 독립 세력이 도발할 때마다 반드시 대항할 것이며, 완전한 통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지난 주말 중국 칭다오에서 ‘제34회 칭다오 국제 맥주 축제’가 열렸다. 개장 첫 주말을 맞아 직접 찾아가 보니 그 규모가 대단했다. 축구장 700개 규모의 해변에 맥주 체험 부스 외에도 여러 개의 대형 공연장과 놀이동산까지 만들어 놨다. 어림잡아 수만 명의 인파가 뒤섞여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맥주와 음식을 즐겼다.상의 탈의 남성과 자욱한 담배 연기 아쉽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대형 실내 부스 안의 ‘기이한’ 풍경이었다. 오후 8시 무렵 총 9개의 대형 부스 중 하나인 ‘칭다오 1903년’에 들어서자 땀 냄새와 메케한 담배 연기가 코를 자극했다. 더 놀라운 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었다. 3000㎡ 규모의 실내를 가득 메운 입장객 가운데 중국 남성의 상당수가 상의를 벗고 있었다. 근육질 몸매도 아니고, 연신 들이켠 맥주로 아랫배가 불룩 튀어나왔지만 몸매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의 탈의 상태’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함께 몸을 흔들어 댔다. 내부는 대형 냉방기로 실내 온도 26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최 측의 설명과 달리 사우나처럼 찜통이었다. 더워서 벗었겠지, 중국의 유흥 문화이려니 하고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뿜어대는 담배 연기는 도저히 참기 어려웠다. 주변에 여성과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 있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라이터는 반입 금지 품목으로 행사장 입구 보안 검색 때 압수했건만 정작 실내에서 라이터로 불을 붙여 흡연하는 사람을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베이징에 돌아와 중국 현지인들에게 당시 상황과 영상을 보여주며 의견을 물었다. 칭다오가 바닷가와 가까워 남자들이 상의를 벗는 게 익숙하지 않겠냐는 답도 있었지만, “부끄럽다, 창피하다”며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이 많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족한 모습이 아직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중국 사회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얘기하다 보면 빠지지 않는 게 ‘베이징 비키니’다. 중국 남성들이 여름철 길거리에서 상의를 들추고 배를 드러내는 모습을 빗댄 표현이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 당시 상반신 노출이 비문명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2019년 톈진시는 셔츠를 입지 않고 마트를 돌아다닌 남성에게 48위안(약 9000원)의 벌금을 물려 화제가 됐다. 당국의 노력 덕분인지 최근 베이징에서는 ‘베이징 비키니’가 많이 사라졌다. 베이징에서 보기 힘든 남성들의 뱃살을 칭다오에서 다시 목격하게 되자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세계 축제 되려면 ‘글로벌 스탠더드’ 갖춰야 올해로 34회째를 맞은 칭다오 맥주 축제는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일본 ‘삿포로 오도리 비어 가든’과 함께 세계 3대 맥주 축제로 불린다. 지난해 기준 총 617만 명이 찾아와 2700t의 맥주를 마셨다고 한다.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 축제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축제인지는 의문이다. 실제 행사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았고, 축제 장소 맞은편의 고급 호텔 역시 외국인이 아닌 중국인 투숙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뒤 내수 부진 속에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관영매체들은 중국의 고속열차, 스마트카, 드론 등 최첨단 기술과 멋스러운 도시 외관에 외국인들이 매료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 수는 1463만 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553만 명)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해외 관광객 유치가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홍보 못지않게 후퇴한 ‘글로벌 스탠더드 복원’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 같다. ―칭다오에서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친미, 반중 성향인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정부가 대만 고유 방언인 ‘타이위(臺語·민난어)’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언어가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 라이 총통은 21일 민주진보당 전당대회에서 대만 표준어(국어)가 아닌 타이위로 연설했다. 타이위는 대만과 중국 푸젠(福建)성 등에서 주로 쓰는 방언으로, 중국어와 비슷한 대만 표준어와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어로 ‘보뤄(菠蘿)’인 파인애플은 대만 표준어로는 ‘펑리(鳳梨)’라고 지칭하지만, 타이위로는 ‘왕라이(旺來)’라고 부른다. 라이 총통을 비롯해 독립 성향의 민진당 정치인들은 이전부터 유세 현장에서 타이위를 자주 사용했다. 앞서 대만 교육부는 19일 정부가 주관하는 ‘타이위 능력 인증 시험’의 명칭을 ‘대만어 능력 인증 시험’으로 변경한다고도 발표했다. 중국과는 다른 대만 고유의 문화를 내세워 대만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민진당 정부가 쓸데없는 정치적 소란을 피우고 있다며 발끈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타이위도 결국 중국 푸젠성에서 유래된 것”이라며 “(민진당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대만 사회에서 중국 문화의 흔적을 지울 수 없고, 대만 동포들의 중국 민족의식을 희석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관영 중국신문사도 이날 논평을 내고 “민진당 정부가 우스꽝스러웠던 이른바 ‘정명(正名) 운동’을 재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명 운동이란 2003년 천수이볜(陳水扁) 정부 시절에 여권 표기나 관공서 명칭 등에서 ‘중국’ 대신 ‘대만’을 사용하도록 했던 탈중국화 조치를 일컫는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전 세계에서 천재 소년(天才少年)을 모집한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가 수억 원대의 연봉을 내걸고 세계에서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섰다. 미중 첨단기술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중국 빅테크들의 채용 전략이 갈수록 과감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중국은 올해만 대학 졸업 예정자가 약 1180만 명에 이르지만, 대다수는 극심한 취업난과 낮은 연봉 처우를 견뎌야 해 고용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중국 메이르징지(每日經濟)신문 등에 따르면 23일 화웨이는 자사 소셜미디어에 “세계에서 천재 소년을 모집한다”며 채용 공고를 올렸다. ‘천재 소년’ 프로젝트는 화웨이가 2019년부터 도입한 채용 프로젝트다. 중국 IT 업계에서는 최근 화웨이가 더욱 이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며 파격적인 조건을 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프로젝트는 최종 학력이나 출신 학교, 전공과 상관없이 과학 분야에서 특별한 업적이 있는 인재를 뽑겠다는 게 핵심 취지다. 수학, 물리학, 화학,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논문, 특허, 수상 경력 등이 있으면 우대된다. 천재 소년으로 화훼이에 입사하게 되면 첫해 연봉이 지난해 기준 최소 89만6000위안(약 1억7000만 원)이었다. 일부 천재 소년은 초봉으로 201만 위안(약 3억8200만 원)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중국의 유명 IT 기업인 텐센트도 이달 초부터 대규모 채용 절차에 도입했다. 대규모언어모델(LLM)과 로봇공학, 양자컴퓨팅 등 10개 분야의 세계 최고 인재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다. 회사 측은 “중국이 아니어도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네덜란드에서 석박사 학위를 보유한 지원자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 당국이 미국의 대중 제재에 맞서 기술 자립을 강조하자 더 많은 핵심 인재를 끌어모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우수한 핵심 인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다만 대접받는 소수의 고급 인재들과는 달리, 일반적인 대학 졸업자들에겐 취업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6월 중국 청년(16∼24세) 실업률은 13.2%지만 재학생은 제외하고 계산하는 방식이다. 올해 졸업 예정자가 사상 최대(약 1180만 명)인 걸 감안하면 실제 청년 실업률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금 수준도 낮은 편이다. 지난해 취업한 대학 졸업자들의 월평균 소득은 6050위안(약 115만 원)에 그쳤다. 월급이 1만 위안(약 190만 원)을 넘는 경우는 전체의 7%에 불과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이 달의 토양에서 물의 흔적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중국과학원은 2020년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5호’가 가져온 토양 샘플에서 물의 분자가 들어 있는 수화(水化·hydrated) 광물을 발견했다. ‘알려지지 않은 달 광물(unknown lunar mineral·ULM-1)’이라고 명명된 이 광물에는 물 분자를 함유한 판형의 투명한 결정체가 있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어 “달 표면에서 햇빛이 드는 지역에는 수화 소금 형태로 물 분자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달 표면에는 물이 없다는 학설이 지배적이었다. 1960년대 미국의 아폴로호가 가져온 달 토양 샘플에서 물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미 항공우주국(NASA)이 달 남반구 표면에서 물 분자 분광 신호가 포착됐다고 발표하자 달에 물이 존재했거나, 현재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아직 확신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견된 광물이 지구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로켓 배기가스 등의 오염원에 의해 손상됐을 가능성을 감안할 때 더 많은 달 토양 샘플을 통해 물 분자가 함유된 광물이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블랙스완(black swan)’과 ‘회색코뿔소(gray rhino)’를 언급하며 자국 경제 활성화를 통해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가 끝나자마자 기준금리를 낮추며 유동성 공급을 적극 늘리고 있다. 21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8일 폐막한 3중전회에서 당의 결정문에 대해 설명하며 “(중국은) 전략적 기회와 위험과 도전의 시대로 접어들어 블랙스완과 회색코뿔소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랙스완은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한번 일어나면 큰 충격을 주는 위험을, 회색코뿔소는 예상할 수 있으나 쉽게 간과하는 위험을 뜻한다. 시 주석은 전 세계에서 지역 갈등과 혼란이 잦아진 데다 중국을 향한 외부의 견제도 심해지는 상황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 셈이다. 시 주석은 2021년 1월 중앙정치국 집단학습 때도 중국이 처한 경제 현실을 설명하며 두 용어를 썼다. 3중전회 결정문 전문(全文)도 이날 함께 공개됐다. 총 300개의 개혁 과제에는 민영경제촉진법 제정이 포함됐다. 그동안 국영 기업이 독점해온 국가 주요 인프라 사업에 민간 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한 자금 조달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는 인공지능(AI)과 바이오의학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능력 있는 민간 기업을 키워내 미중 패권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 주석이 최근 강조하는 ‘신품질 생산력’과 관련해선 “독립적이고 통제할 수 있는 산업 공급망을 신속히 구축해 탄력성과 안전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한편 런민(人民)은행은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85%로, 1년 만기 LPR를 3.35%로 각각 0.1%포인트씩 내린다고 22일 발표했다. 중국이 사실상 기준금리인 LPR를 낮춘 건 올해 2월 이후 5개월 만으로, 이번 달 역시 동결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깼다. 예상보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4.7%)이 저조했던 데다 3중전회에서도 내수 부양 의지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중국 당국이 전격적으로 더 금리를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색코뿔소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발표된 개념으로, 지속적인 경고로 알려져 있는 위험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다가 위험에 빠지는 현상을 뜻한다. 코뿔소는 덩치가 커 눈에 잘 띄고 달려오면 진동도 느낄 수 있지만, 막상 다가오면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거나 상황 자체를 부인해 버리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예측과 대비가 어려운 ‘블랙 스완’과 구분된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블랙스완(black swan)’과 ‘회색코뿔소(gray rhino)’를 언급하며 자국 경제 활성화를 통해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를 끝나자마자 기준금리를 낮추며 유동성 공급을 적극 늘리고 있다. 21알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8일 폐막한 3중전회에서 당의 결정문에 대해 설명하며 “(중국은) 전략적 기회와 위험과 도전의 시대로 접어들어 블랙스완과 회색코뿔소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랙스완은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한번 일어나면 큰 충격을 주는 위험을, 회색코뿔소는 예상할 수 있으나 쉽게 간과하는 위험을 뜻한다. 시 주석은 전세계에서 지역 갈등과 혼란이 잦아진 데다, 중국을 향한 외부의 견제도 심해지는 상황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 셈이다. 시 주석은 2021년 1월 중앙정치국 집단학습 때도 중국이 처한 경제 현실을 설명하며 두 용어를 썼다. 3중전회 결정문 전문(全文)도 이날 함께 공개됐다. 총 300개의 개혁 과제에는 민영경제촉진법 제정이 포함됐다. 그동안 국영 기업이 독점해온 국가 주요 인프라 사업에 민간 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한 자금 조달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는 인공지능(AI)과 바이오의학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능력 있는 민간 기업을 키워내 미중 패권 경쟁에서 앞서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 주석이 최근 강조하는 ‘신품질 생산력’과 관련해선 “독립적이고 통제할 수 있는 산업 공급망을 신속히 구축해 탄력성과 안전 수준을 끌어올려야한다”고 했다. 한편 런민(人民)은행은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85%로, 1년 만기 LPR를 3.35%로 각각 0.1%포인트씩 내린다고 22일 발표했다. 중국이 사실상 기준금리인 LPR를 낮춘 건 올해 2월 이후 5개월 만으로, 이번 달 역시 동결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깼다. 예상보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4.7%)이 저조했던 데다, 3중전회에서도 내수 부양 의지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중국 당국이 전격적으로 더 금리를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19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해 세계 주요국 정보기술(IT) 체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각국 주요 항공사의 비행기 운항이 멈췄고 금융결제, 방송, 의료, 물류 등의 서비스도 차질을 빚었다. 26일 개막할 파리 올림픽의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온라인에서는 전 세계 곳곳의 모니터에 ‘죽음의 블루 스크린(BSOD·Blue Screen Of Death)’이 뜬 사진이 쏟아지며 당혹감이 퍼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델타항공, 일본항공(JAL), 독일 루프트한자 등 각국 대표 항공사 소속 일부 비행기의 운항이 중단되거나 탑승 수속이 지연됐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 국내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해당 항공사 소속 일부 직원이 직접 비행기 티켓 위에 펜으로 항공편명, 좌석 번호 등을 수기(手記)로 작성했다. 전 세계에서 최소 14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영국 방송사 ‘스카이뉴스’, 호주 ABC뉴스 등 각국 일부 방송사는 생방송에 차질이 생겼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진료 예약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고, 런던증권거래소(LSE)의 데이터와 뉴스 서비스도 일부 중단됐다. 약 2200만 명이 사용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은행 ‘캐피텍’의 주요 업무도 일제히 멈췄다. CNN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선 철도와 항만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다. 또 많은 나라에서 신용카드와 온라인 결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현금을 내고 물건을 사야 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26일 올림픽 개막을 앞둔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 역시 “일부 시스템에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사태의 원인으로 미국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프로그램 ‘팰컨 센서’가 거론된다. 보안 패치인 팰컨 센서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MS의 ‘윈도’ 운영체제와 충돌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해킹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커츠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최고경영자(CEO)는 NBC에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경제가 특정 소프트웨어에 얼마나 취약하고 의존적인지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라고 평했다. 美-日-유럽 등 항공 1400편 취소… “파리올림픽 시스템도 차질”[MS發 글로벌 IT 대란]MS 클라우드 장애에 전세계 혼란… 유럽 방송-병원 시스템도 먹통인도 증권거래소 일부 서비스 안돼… 전문가 “한곳 의존, 예견된 사고”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발(發) 클라우드 장애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일부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정보기술(IT) 먹통 사태’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사태가 향후 IT 발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개 회사의 클라우드 문제가 전 세계를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공포를 경험하게 됐기 때문이다. 세계가 하나의 클라우드로 연결될 수 있는 ‘초연결 세계’의 그림자다.● 전 세계 IT 대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호주 유럽 등의 공항에서 최소 1400편 이상 항공편 운항이 중단됐고 일부 방송사들은 방송 송출도 멈췄다. 통신 의료 금융 등 산업 분야에서도 차질이 발생했다. 독일 베를린 공항에서 체크인이 지연됐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히폴 공항, 스페인 전역의 공항도 사이버 장애를 일으켰다. 일본과 홍콩 국제공항, 대만 타오위안 공항 등에서도 공항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이번 사태는 파리 올림픽 준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날 “시스템 운영에 영향을 받았다. 현재 비상계획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대학병원은 이날 예정된 수술을 취소하고 응급실도 폐쇄했다. 프랑스 방송사 TF1 진행자 크리스토프 보그랑게랭은 “생방송 스튜디오에 나와 있지만 컨트롤 룸 마비로 생방송을 못 한다”고 말했다. JR서일본에서는 홈페이지 서비스 장애로 열차 주행 위치를 확인하는 서비스가 중단됐다. 오사카 테마파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저팬(USJ)’에서는 결제 관리 체계 이상으로 일부 식당이 영업을 멈췄다. 인도 증시도 타격을 입었다. 현지 매체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증권사 ‘5파이사(5paisa)’ 등은 시스템이 영향을 받아 증시 거래에 어려움을 겪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공항, 항공사 운영, 은행 서비스는 거의 중단에 가까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세계 곳곳에서 ‘블루 스크린 오브 데스(BSOD)’라 불리는 치명적인 시스템 오류가 나타나기도 했다. 컴퓨터 화면이 파란색으로 바뀌며 부팅이 되지 않는 장애다. ‘죽음의 블루’라고도 불리는 BSOD는 컴퓨터가 안전하게 작동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도 항공업계 등에서 피해가 발생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MS,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과 국내 피해 상황 및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보안 업데이트와 충돌 원인 이번 대란은 사이버 공격이 아닌 보안 업데이트 사고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세계 1위 보안업체인 미국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보안 플랫폼인 ‘팰컨’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MS 윈도 시스템과 충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측도 이 점을 인정했다. MS는 “서비스 문제가 발생해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일부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 복구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MS 측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긴급 복구 패치 개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가 초연결 세계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 지배력이 높은 특정 클라우드 시스템에 대한 의존이 세계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영향과 파급력이 전례없는 규모의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각국 주요 기관과 글로벌 기업들이 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거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고로 인한 피해 역시 전 세계적 규모로 번지게 되는 구조다. 영국의 국가사이버보안센터장을 지낸 키어런 마틴 옥스퍼드대 교수는 “세계 핵심 인터넷 인프라의 취약성을 매우 불편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국내 사이버 보안업체 고위 임원은 “이 같은 사고를 막으려면 배포되는 보안패치 업데이트 시 사전 검증 절차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믿었던 클라우드 업체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 역시 전 세계적 규모가 된다”며 “클라우드 업체 한 곳에 의존할 게 아니라 비용이 더 들더라도 2, 3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대응 방법”이라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19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로 전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일부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정보통신(IT) 먹통 사태’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과 호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사이버 대란이 벌어졌고, 항공사·언론사·은행·병원·통신사 등 시스템이 마비되기도 했다. ●전 세계 IT 대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호주 유럽 등의 공항에서 항공편 운항이 중단되거나 일부 방송사들은 방송 송출도 멈췄다. 통신 의료 금융 등 산업분야에서도 차질이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등 주요 항공사의 이륙 중단과 체크인 지연이 발생했다. 호주에서도 항공편이 결항되고 주요 방송사와 이동통신사, 은행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다. 독일 베를린 공항에서 체크인이 지연된 것을 포함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 스페인 전역의 공항도 ‘사이버 장애’를 일으켰다. 일본항공(JAL), 독일 루프트한자 등 각국 주요 항공사도 운항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홍콩 국제공항, 대만 타오위안 공항 등에서도 공항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글로벌 여행데이터 분석회사 ‘시리움’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이번 사태가 2024 파리올림픽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날 “시스템 운영에 영향을 받았다. 현재 비상계획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영국 방송사 ‘스카이뉴스’는 이날 오전 생방송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 역시 이날 개장 직후 일부 서비스에서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다고 공개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도 영향을 받았다. 이로 인해 영국 내 일부 병원의 진료 예약 및 처방 체계, NHS 앱 이용 등에 문제가 발생했다. 전세계 항공 및 물류 체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JR서일본에서는 홈페이지 서비스 장애로 열차 주행 위치를 확인하는 서비스가 중단됐다. 오사카 테마파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SJ)’의 결제 관리 체계 이상으로 일부 식당이 영업을 멈췄다. 한국도 항공업계 등에서 피해가 발생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MS·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과 국내 피해 상황 및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보안 업데이트와 충돌 원인이번 대란은 사이버 공격이 아닌 보안 업데이트 사고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세계 1위 보안업체인 미국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보안 플랫폼인 ‘팰컨’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MS 윈도 시스템과 충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측도 이 점을 인정했다. MS는 “서비스상의 문제가 발생해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일부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 복구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공식입장을 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함을 수정한 패치 파일이 필요하다. MS 측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긴급 패치 개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대규모 윈도10 블루 스크린 오브 데스(BSOD) 문제는 새로운 센서 업데이트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해결을 위해선 안전모드로 접속해 문제를 일으킨 파일을 삭제하거나 폴더 이름을 변경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계가 극소수의 클라우드 서비스 의존하는 구조에서 예견된 사고라고 입을 모았다. 각국 주요 기관과 글로벌 기업들이 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거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고로 인한 피해 역시 전세계적 규모로 번지게 되는 구조다. 국내 사이버 보안업체 고위 임원은 “국내에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를 사용하는 곳이 많지 않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1위 업체라 대부분의 글로벌 주요 기관과 기업들이 쓰고 있어 피해가 막대해진 것”이라며 “이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배포되는 보안패치 업데이트시 사전 검증 절차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믿었던 클라우드 업체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엔 그 피해 역시 전세계적 규모가 되는 것”이라며 “클라우드 업체 한 곳에 의존할게 아니라 2~3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방법”이라고 덧붙였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지난해 취임 7개월 만에 낙마했던 친강(秦剛) 전 중국 외교부장이 고위 당직인 중앙위원 자리에서도 공식 해임됐다. 다만 당적을 유지한 채 자진 사퇴하는 형식을 취해 추가 사법 처리는 피한 것으로 보인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공산당 제20기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친 전 부장의 사직서를 수락하고 중앙위원에서 면직했다”고 18일 보도했다. 다만 친 전 부장이 특정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는 내용은 없이 면직 사실만 공개했고, ‘동지(同志)’라는 표현도 유지했다. 결국 중국 지도부가 친 전 부장이 조용히 물러나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총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친 전 부장은 2022년 말 56세의 나이로 외교부장에 전격 발탁됐다. 이후 ‘전랑(늑대전사)외교’의 대표주자로 주목받았지만, 지난해 7월 외교부장에서 갑작스레 해임됐다. 이로 인해 1949년 신중국 건립 이후 ‘최단명 외교부장’이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당시 친 전 부장의 해임을 두고 불륜설과 간첩설, 투병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식적인 해임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10월 국무위원, 올해 2월 전국인대 대표직을 사퇴한 데 이어 최고 당직인 중앙위원마저 내놓게 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해 친 전 부장과 함께 낙마한 리상푸(李尙福) 전 국방부장과 리위차오(李玉超) 전 로켓군 사령관 등에 대한 당적 박탈 처분도 추인됐다. 이들에 대해서는 ‘심각한 기율과 법률 위반 행위’를 지적했고, 동지라는 표현 없이 이름만 적었다. 당국은 지난달 리 전 부장에 대해 “뇌물수수와 공여죄 혐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법 처리 결과에 따라 최대 사형까지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이날 3차 전체회의를 폐막하고 ‘진일보한 전면 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관한 당 중앙의 결정’을 통과시켰다. 중앙위원회는 폐막 성명을 통해 “개혁의 목표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키며 국가 통치 체계와 통치 역량의 현대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3중전회에서 결의된 임무를 건국 80주년인 2029년까지 완성하고, 2035년까지 ‘전면적으로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건설한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시 주석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신품질 생산력’과 재정 개혁에 대한 원론적인 방침도 제시됐다. 중앙위원회 측은 “현지 실정에 맞게 새로운 생산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시스템을 보완하고, 재정·조세·금융 등 핵심 분야의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중국은 19일 3차 전체회의 결정 사항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나, 세부적인 개혁 조치들이 나오기까지는 몇 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내다봤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2003년 직장을 다니던 29세 판샤오칭(范小青)이 갑작스러운 ‘한국 유학’을 선언했을 때, 주변에선 모두 당황스러워했다. 영화를 공부하겠다면서 한국을 가겠다니…. 부모님도 “할리우드나 프랑스를 가야지, 너무 멀어서 걱정된다면 차라리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낫지 않으냐”며 만류했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당시 그에게 절실한 건 그저 영화가 아니라 ‘한국 영화’였기 때문이다.그렇게 무턱대고 한국 유학길에 올랐던 한국 영화광은 지금 중국촨메이(傳媒·미디어)대 연극영화TV예술학원의 교수가 됐다. 한국을 찾은 지 20여 년 만인 올해 ‘한국 영화 100년’이란 책도 펴냈다. 이창동 영화 감독은 추천사에 “한국 영화 100년을 체계적으로 다룬 책이 한국이 아니라 중국에서 먼저 나왔다는 게 놀랍고 뜻깊다”고 썼다.》중국 내 언론·방송·예술 분야 인재의 산실인 촨메이대는 그의 모교다. 판 교수의 학부 시절 꿈은 예능PD였다. 졸업 뒤에는 베이징의 대표 라디오 방송국인 베이징 런민방송국 교통방송에 아나운서로 취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에게 영화는 ‘재미있는 취미’였을 뿐이다. “1990년대 중국 대학의 영화 수업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였어요. 유명 시나리오 작가 출신 교수님이 손가락에 낀 담배를 휘저어가며 홍콩 누아르나 예술 영화를 설명해주시는데 마냥 재밌고 신기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접한 한국 영화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졸업 직후인 2000년 주중 한국대사관과 삼성전자의 후원으로 마련된 ‘베이징 영화 아카데미―한국영화주간’ 행사였다.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지긴 했지만, 당시만 해도 중국에 한국 영화가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었다. 아시아권 영화라고 해봐야 사실상 일본 영화가 대부분이던 시절이다. 행사에서는 전도연과 한석규 주연의 ‘접속’,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한국 영화 6편이 상영됐다. 판 교수는 “참석자 중에 한국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는데 다들 깜짝 놀랐다”며 “‘한국 영화는 홍콩을 넘어 할리우드 수준도 머지않았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진짜 그 정도였을까’ 하는 의구심에 당시 중국 언론 보도를 찾아봤다. 판 교수의 기억은 정확했다. 시나닷컴은 2000년 5월 29일 “행사에 참석한 장이머우(張藝謀) 감독과 중국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 영화 제작 수준과 예술적 성취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다”고 보도했다. 우연한 계기는 연달아 찾아왔다. 아나운서로 일하던 시절, 베이징을 방문한 영화 ‘화산고’의 김태균 감독을 인터뷰한 것. 김 감독은 한국 영화에 대한 그의 관심과 열정에 선뜻 한국 유학을 제의했다. 김 감독으로부터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이던 이용관 교수를 소개받았고,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의 ‘1호’ 외국인 학생이 됐다. “당시만 해도 중국에서 한국 영화 DVD는 흔치 않았어요. 어렵게 구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와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를 너무 감명 깊게 봤어요. 결국 ‘한국 영화를 좀 더 알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더라고요.” 한국에선 총 7년(석사 4년, 박사 3년)을 보냈다. 베이징으로 돌아와서는 중국 예술 분야 최고 대학의 영화학자이자 한국 영화의 선구자가 됐다. 이른바 ‘성덕(성공한 덕후)’인 셈이다. 2시간 넘는 인터뷰도 한국말로 하고, 아리랑을 구성지게 부를 만큼 능숙하다. 한국 영화에 대한 지식과 애정은 웬만한 한국 사람은 비교할 수 없을 수준이었다. “한국 영화를 공부한 이래 제일 의아했던 게 2가지였어요. 첫째는 ‘봉준호 감독이 왜 아카데미 시상식에 오르지 못할까’였고, 두 번째는 ‘왜 한국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없을까’였어요. 이제 첫 번째 궁금증은 풀렸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창동 홍상수 같은 분들이 소설이 아닌 영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지금까지 한한령(限韓令)으로 중국 내 극장가에선 한국 영화를 찾아볼 수 없다. 한국 영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은 여전한데, 교류가 막혀 있다 보니 소셜미디어에는 잘못된 정보도 많아졌다. 이에 판 교수는 한국 영화를 제대로 소개할 책을 써보자고 결심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을 오가며 총 26명의 한국 영화 관계자를 직접 인터뷰하고 자료도 수집했다. 책에 소개된 그의 ‘인터뷰이 리스트’에는 강우석 강제규 김기덕 이창동 이준익 등 감독들부터 심재명 차승재 등 영화 제작자들까지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영화인들이 총망라돼 있다. 판 교수의 책은 한국 영화 100년을 서술했지만, 시간순으로 늘어놓지 않고 세대별 특징적인 감독을 구분해 정리했다. 그는 책에서 2000년대 이후 한국 영화 중흥기를 이끈 4대 천왕으로 ‘이창동 홍상수 박찬욱 봉준호’를 꼽았다. 4명 중에 ‘최애’ 감독을 꼽아달라는 요청엔 손사래를 치며 “도저히 고를 수 없다”고 했다. 그 대신 몇몇 감독에 대한 평가로 답을 대신했다. “홍상수 감독은 사오첸(燒錢·돈을 많이 투자하다)이 아닌 사오나오(燒腦·머리를 쓰다)가 중요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죠. 돈을 들이지 않아도 홍 감독에 의해 시간과 공간이 자유롭게 열리잖아요. 박찬욱 감독은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해 우리를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고요.” 대신 최고의 영화는 주저 없이 봉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이라고 외쳤다. “단순한 장르물처럼 보이지만,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훌륭하게 담아냈어요. 특히 영화적 재미를 놓치지 않은 채 그런 요소를 숨겨놓았다는 게 정말 고급스러워요.” 중국인 영화학자가 본 한국 영화의 성공 비결이 무엇일까. 판 교수는 한국의 사회학 용어인 ‘86세대’(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1960년대생)의 개념을 차용했다. “홍상수 박찬욱 봉준호 감독 모두 ‘86세대’예요. 이들은 오락성이 강한 대중문화와 할리우드 장르물을 보며 사춘기를 보냈고, 대학생이라는 엘리트층에 머물면서 사회와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키웠죠. 삶의 경험이 예술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배경이 됐고, 그게 전 세계를 사로잡는 무기가 됐다고 봐요.” 한국도 중국 영화에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정확히는 1980, 90년대 홍콩 누아르 영화를 이끈 우위썬(吳宇森·오우삼) 왕자웨이(王家衛·왕가위) 감독에 이어 ‘붉은 수수밭’의 장이머우, ‘패왕별희’의 천카이거(陳凱歌) 등에게 열광했다. 판 교수는 현재 한중 영화의 차이를 ‘다양성’으로 꼽았다. 영화 소재 선정에 앞서 감독이 가진 경험의 다양성도 포함한 지적이었다. “이창동 감독은 국어교육과, 허진호 감독은 철학과를 나왔어요. 각자의 배경 지식과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죠. 반면 중국은 영화 아카데미 출신 등 전문적으로 영화를 배운 감독들이 많은 편이에요.” 최근 한국 영화계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너무도 대단한 성공 모델들이 생겨났고, 대형 배급사의 힘은 더 커졌다. 쇼트폼에 익숙한 젊은층을 겨냥하다 보니 자극적인 상업 영화들이 많아졌다는 것. 다만, 판 교수는 한국 여성 감독들의 활약이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책에서도 한국 여성 감독인 임순례 김도영 김보라 윤단비를 ‘사대천후’로 지칭하며 비중 있게 다뤘다. 최근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열풍으로 오히려 스크린 공간에서 창의적인 여성 감독들에게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역대 천만 관객을 넘은 한국 영화 24편 가운데 여성 감독이 만든 작품은 1개도 없어요. 오히려 중국에선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여성 감독이 많아요. 남성 감독들이 그동안 간과해온 삶의 또 다른 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여성 감독들이 한국 영화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출간한 ‘한국 영화 100년사’는 2022년 말 탈고했지만, 1년 반 만인 올해 4월 정식 출간됐다. 중국 내 반응도 예상보다 뜨거웠다. 주요 온라인 도서 플랫폼에서 수개월 동안 판매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초판으로 전문 학술지치고는 많은 1만 권을 인쇄했는데 이미 거의 다 팔렸다고 한다. 지난달 중국 영화예술센터에서 이 책을 위한 특별 전문가 세미나도 열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지난달 6일 “학술적 가치와 가독성을 겸비해 일반 독자와 전문가, 학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판 교수는 연구와 출판 외에 언론에도 약 300편의 한국 영화 관련 글을 실었다. 2019년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에는 또 다른 기관지 광밍일보의 요청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심층 분석 글을 쓰기도 했다. 그는 한중 문화 교류에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아 9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코리아콘텐츠위크 인 베이징’ 행사에서 공로상도 받았다. 판 교수는 ‘한국 영화 100년’ 한글판을 올해 안에 출판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번역 작업을 한창 진행 중. “이번 책은 중국 독자들이 한국 영화의 큰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이제는 중국과 한국 민족의 정서, 각 장르의 깊이 있는 분석을 담은 ‘교과서’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판샤오칭(范小青) 교수△ 1999년 중국촨메이(傳媒)대 졸업△ 2000∼2002년 베이징런민방송국 아나운서△ 2007년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석사)△ 2008년∼촨메이대 연극영화TV예술학원 교수△ 2016년 동서대 임권택영화예술대학 박사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이 15일부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자립자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개혁 성과 띄우기에 나섰다.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는 16일 발간된 최신호에 ‘자신감과 자립을 반드시 견지해야 한다’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시 주석이 2013년부터 2024년 3월까지 각종 행사에서 했던 발언을 발췌해 엮은 것이다.글에 따르면 시 주석은 2013년 3월 제 12기 전국인민대표회의 연설에서 “중국몽을 실현하려면 중국의 길을 따라가야 하고, 그것은 바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길”이라고 밝혔다. 그가 지난해 6월 한 심포지엄에서 중국 문명이 수천 년 동안 많은 고난을 견뎌냈 건 인류 문명의 기적이자 우리 자신감의 기초라고 발언한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이 이번 3중전회에서 ‘2035년 과학 강국’ 달성을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장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신감을 잃지 말고 목표를 위해 노력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중국 관영 매체들도 시 주석의 개혁·개방 업적에 대한 연일 쏟아내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15일 44분 분량의 다큐멘터리영상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다’를 내놨다. 지난 10년 간 경제 분야 관련 시 주석의 활동 모습을 토대로 지금까지의 업적을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홍콩 밍보(明報)는 신화통신이 시 주석을 덩샤오핑(鄧小平) 전 국가주석 다음으로 뛰어난 개혁가라고 표현했다며 “공식 매체가 시 주석을 개혁가로 지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16일 전했다.중국 매체들의 보도와 달리 외부에서는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JP모건체이스는 15일 중국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4.7%로 발표된 직후 중국의 올해 GDP 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5.2%에서 4.7%로 낮췄다. 골드만삭스 역시 올해 전망치를 5%에서 4.9%로 낮추며 “재정과 주택 분야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의 올해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4.7%를 기록해 5%대를 예상했던 금융시장 및 주요 외신의 전망치를 밑돌았다. 수출 호재에도 불구하고 내수 둔화,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올해 초 당국이 제시한 연 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5∼18일 베이징에서 향후 5∼10년간의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할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여는 지도부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2분기 GDP 증가율이 지난해 2분기보다 4.7%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 금융 전문가들이 예상한 5.2∼5.3%는 물론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들의 전망치(5.1%)보다 낮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3분기 4.9% 성장한 후 같은 해 4분기(5.2%), 올 1분기(5.3%)에는 모두 5%대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번 분기에 다시 4%대로 내려앉았다. 특히 전 분기 대비 2분기 GDP 증가율은 0.7%에 불과했다. 올 1분기(1.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갈수록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장률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내수 둔화가 꼽힌다. 6월 소매 판매는 지난해 6월보다 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5월 소매판매 증가율(3.7%)에 비해 크게 후퇴했고 절대치 또한 2022년 12월(1.8%) 이후 가장 낮았다. 대규모 정리해고와 임금 삭감, 그리고 부동산 하락 등으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였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고가 전자제품, 자동차 등을 구매하던 중국인들이 생필품 위주만 소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부동산 침체 영향도 컸다. 올 6월 주요 70개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4.5% 떨어졌다.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5월(―3.9%)보다도 낙폭이 컸다. 당국이 최근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완화하는 등 각종 부동산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좀처럼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3중전회 개막 당일인 15일 직접 업무보고에 나서 ‘중국식 현대화 추진’ 등을 강조했다. 인위적으로 부동산 경기 등을 살리기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발전시켜 경기를 부양시키고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나서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11월 미 대선에서 ‘대(對)중국 관세 인상’을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수출이 주도하는 현재의 성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 또한 끊이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내수 및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이 15∼18일 베이징에서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열고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3기의 경제 청사진을 제시한다. 역대 3중전회에서 개혁개방 실시, 한자녀 정책 완화 등 굵직한 조치들이 발표됐던 만큼 많은 관심이 쏠린다. 당국이 부동산 시장 부실, 내수 부진 등에 시달리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다만 당국이 당장의 경기부양책보다는 첨단기술 자립, 경제 펀더멘털 개선 등 장기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중국이 3중전회를 통해 첨단기술 자립을 강조한다면 전기차, 철강 등 중국 제조업 분야의 ‘과잉 생산’에 따른 중국과 서방의 무역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리창 “中 경제, 독한 약 쓸 때 아냐” 3중전회는 5년마다 열리는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사이에 열리는 총 7차례의 전체회의 중 세 번째로 개최되는 회의다. 향후 5∼10년 동안 중국 경제 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로 꼽힌다. 중국은 보통 1·2중전회에서 지도부를 선출하고 3·4·5중전회에서 구체적인 정치·경제 정책을 마련하며, 6·7중전회에서 차기 당대회를 준비한다. 역대 3중전회에서 중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획기적 조치들이 나왔다. 1978년 발표된 ‘개혁개방’이 대표적이다. 관례대로면 이번 3중전회는 지난해 가을 열렸어야 했지만 이렇다 할 언급 없이 미뤄졌다. 부동산 시장 부실이 심화하고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 리상푸(李尙福) 전 국방부장 등 고위층의 연쇄 낙마로 내부 분위기가 나빠져 합의된 경제 정책을 내놓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외부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내수 부진과 부동산 침체가 중국 경제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리창(李强) 총리는 지난달 말 “중국 경제는 큰 병에 걸렸다가 막 회복세에 들어선 환자이며, 이때 독한 약을 쓰면 안 된다는 게 중국 의학 이론”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돈을 풀어 대대적으로 소비를 진작시키는 정책은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부채 급증과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위험이 큰 만큼 당국 또한 이런 정책을 섣불리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신 최근 시 주석이 강조하고 있는 ‘신품질 생산력’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공지능(AI), 첨단반도체, 우주 개발 등에 대한 집중 투자로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앞서고 경제도 부양하겠다는 의도다.● 지방정부 살려 ‘급한 불’ 끄기 다만 지방정부 살리기 대책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최근 중국 지방정부는 부동산 장기 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대처 비용 등을 감당하느라 최소 40조 위안(약 7600조 원)의 빚을 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지방 정부 부채가 실물 경제 붕괴의 뇌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 조세 재원을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앙정부가 100% 가져가는 소비세의 일부를 지방 정부에도 떼어 주는 조세 개혁안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이번 3중전회에서 내수 회복이 아닌 첨단 제조업 육성에 집중한다면 서방과의 무역 마찰 요인인 ‘과잉생산’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발표된 중국의 6월 수출액은 3078억5000만 달러(약 424조 원)로 지난해 6월보다 8.6%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2.3% 감소했다. 내수 부진 와중에 제조업이 주도하는 수출이 중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13일 “중국이 수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새 조치를 내놓지 않는다면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중국은 ‘보호무역주의’의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통상 마찰이 계속될 것으로 점쳤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일본 정부가 올해 방위백서에서 독도를 자신들의 ‘고유 영토’라고 지칭하며 2005년 이후 20년째 억지 주장을 반복했다. 한국 정부는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억지 주장을 즉각 철회하라고 항의하며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들을 초치했다. 다만 일본은 백서에서 한국을 협력 파트너로 가리키며 안보 분야에서 양국 협력 의사를 강조했다. 현재 국제 정세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시련’으로 진단하며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강하게 우려했다. 북한, 러시아, 중국 등의 군사 위협에 맞서 한국을 비롯한 우호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 독도 억지 주장 속 안보협력 강조 일본 정부는 1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채택한 2024년 방위백서에서 “일본의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竹島·일본이 독도를 가리키는 명칭), 북방영토(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쿠릴열도 4개 섬의 일본식 표현)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존재한다”고 기재했다. 방위백서 지도에는 독도를 일본 영해 안에 넣어 표시하고 독도 위치에 ‘다케시마 영토 문제’라고 적었다. 일본 정부는 자국 외교 활동 내용을 담아 해마다 발간하는 외교청서와 초중고 교과서에서도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해마다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즉각 항의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상훈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주한 일본대사관 미바에 다이스케(實生泰介) 총괄공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이승범 국방부 국제정책관은 주한 일본 방위주재관 다케다 요헤이(武田洋平) 육상자위대 자위관을 국방부로 초치해 즉각적인 시정 및 향후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백서에서 올해 처음으로 한국을 ‘파트너’라고 지칭하며 한일, 한미일 협력 강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일본 정부는 방위백서에서 한국에 대해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는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양국 안보협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기술한 것보다 진전된 표현이다. 한국 관련 분량은 지난해 2쪽에서 올해 3.5쪽으로 늘어났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양국이 초계기-레이더 갈등 재발 방지를 위한 합의문을 작성한 사실도 상세히 소개했다. 일본 방위백서가 보통 발간 3∼4개월 전까지 일어난 일을 기술하는 걸 감안하면 중요한 내용으로 간주해 이례적으로 막판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8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사진과 함께 “북한의 미사일 경계 데이터의 실시간 공유 등 진전을 확인했다”고도 적었다.● 中 군사 팽창 경계 일본은 방위백서에서 현 국제 정세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심각한 사태가 앞으로 인도태평양, 특히 동아시아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 “보편적 가치에 근거한 체제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라며 “심각한 우려 사항이자 지금까지 없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북한에 대해선 이미 일본을 사정권 안에 두는 탄도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한층 중대하고 절박한 위협”이라고 썼다. 중국 정부는 자국에 경계 의식을 드러낸 일본 방위백서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은 중국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하면서, 이른바 중국의 위협과 지역 정세를 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일본이 최근 방위예산을 매년 증액하고 무기 수출 규제를 지속적으로 풀고 있다”며 일본의 군비 팽창에 우려를 표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