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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와의 대결은 문명과 야만의 대결이다. 문명 세계가 이슬람국가(IS)를 패배시킨 것처럼 하마스를 패배시킬 것이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이스라엘이 우리 국민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우리가 붙잡고 있는 민간인 인질을 한 명씩 처형할 것임을 선언한다.”(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최소 900명의 자국민이 숨진 이스라엘이 ‘피의 보복’에 나선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힘으로 하마스를 물리칠 것이며 (이번 전쟁을 통해) 중동을 변화시키겠다”는 공격 의지를 밝혔다. 이스라엘은 전쟁 시작과 함께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한데 이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전방위로 포위하고 있어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에서 끌고 온 민간인 인질들을 ‘인간 방패’로 삼겠다고 위협하는 등 극단적인 보복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하마스 지휘부 제거 작전 착수”전쟁 나흘째인 10일(현지 시간) 현재 양측의 사망자는 1700명에 육박했다. 이스라엘 현지매체 하레츠는 이스라엘 보건당국을 인용해 이날까지 이스라엘인 약 900명이 숨지고 240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마스가 침투한 가자지구 접경지를 장악하고 남부지역 통제권을 거의 회복했다”면서 민간인 사망자와 별도로 하마스 무장대원의 시신 1500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사상자도 크게 늘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770명이 숨지고 37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대대적인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어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이스라엘은 하마스 지휘부 암살 작전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리는 “서방이 (테러단체) IS에 했던 것처럼 하마스를 겨냥해 모든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이는 하마스의 지도부와 전투원을 제거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대한 ‘고사 작전’도 시작됐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9일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닫힐 것”이라며 “인간의 탈을 쓴 짐승과 싸우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으로 2007년부터 생필품과 의약품 반입이 제한된 가자지구에 전기, 식량, 연료 공급이 추가로 제한되면 주민 약 237만 명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주민 약 12만 명이 이미 피난길에 올랐다고 집계했다.● “지상군 투입” 공언해도 걸림돌 많아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에 대한 ‘끝장 보복’을 선언한 만큼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8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가자지구에) 진입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나약함을 보여줘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상 작전 계획을 만류하지 않았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실행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우선 가자지구로 끌려간 인질 약 150명이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리처드 헤흐트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은 이날 “인질을 죽인다고 상황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무리한 작전으로 인질들이 연이어 살해될 경우 국내외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의 폭격에 따라 19세 이스라엘 군인을 포함해 인질 4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의 약점을 공략하고 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도 자체 영상 분석을 토대로 이스라엘인 4명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규모로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가자지구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데다 하마스 대원들이 민간인 틈에 깊숙이 숨어있어 공격 대상을 식별하기 어렵다. 이스라엘이 2014년 병력 6만 명을 가자지구에 파견해 하마스와 전쟁했을 때 팔레스타인인 2000여 명이 사망했다.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면 국제 여론이 이스라엘에 불리하게 바뀔 수 있다.지상전이 장기화될 경우 이번 전쟁에 일부 참전한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두 단체를 후원하는 이란으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 현지 언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이란과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가자지구가 위기에 처하면 전쟁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도로에 시체가 수북이 쌓여 있다.”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 거주하는 주민 샬로미 씨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다음 날인 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곳곳에 시체와 불에 탄 자동차가 가득하다”고 참혹한 현지 상황을 전했다. 곳곳에서 숨진 가족을 끌어안고 울부짖는 시민들, 부모를 잃고 하염없이 우는 아이 등이 목격됐다. 이스라엘 본토가 1973년 ‘욤 키푸르 전쟁’ 이후 50년 만에 최대 규모로 뚫린 것은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이번 공격의 사전 인지에 실패한 데다 유대교 명절 ‘수막절(수코트·6일)’ 직후 안식일인 7일 새벽에 공격이 이뤄진 탓으로 풀이된다. 또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아이언돔’이라는 첨단 방어망에도 수천 발의 로켓을 동원한 기습 공습에 더해 지상과 해상, 공중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무장대원이 침투하자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하마스는 시기와 방식에서 허를 찌른 비대칭·기습전으로 이스라엘에 치명타를 안긴 셈이다. ● 패러글라이더 타고 국경 넘은 대원외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수천 발의 로켓포를 집중적으로 퍼부으면서 이스라엘군을 혼란시킨 후 가자지구 남쪽 국경의 이스라엘 마을로 전동 패러글라이더를 탄 대원들을 침투시켰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여러 명의 하마스 대원이 전동 패러글라이더로 이스라엘 국경 장벽 위로 날아가는 모습이 담겼다. 동시에 하마스 대원들은 픽업트럭, 오토바이, 모터보트 등을 이용해 북쪽과 동쪽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내 20여 개 마을과 군기지에 침투했다. 이후 최소 수십 명의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을 붙잡아 가자지구로 돌아갔다. 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남동부 네게브 사막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혼비백산해 사막을 뛰어다녔다. 현지 언론 하아레츠는 당시 현장을 ‘학살’, ‘전쟁터’ 등으로 묘사하며 오토바이를 탄 하마스 대원들이 군중 속으로 돌진해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 축제에 참가했다 실종된 500여 명을 찾기 위해 명단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또 하마스 대원들은 총기를 들고 민간인 거주 지역을 이 잡듯 뒤지며 사실상의 민간인 사냥에도 나섰다. 이날 X(옛 트위터) 등에는 이들이 여성, 노인, 어린이 등 이스라엘 민간인을 강제로 끌고 가는 영상이 확산했다. 대원들은 피를 흘리는 민간인 여성의 머리채를 잡은 채 지프에 강제로 태웠다. 이 여성의 양팔은 케이블타이로 묶여 있었다. 또 다른 대원들은 “나를 죽이지 마세요”라고 애원하는 또 다른 여성을 억지로 오토바이에 태워 떠났다. 일부 대원은 이스라엘군 탱크에서 이미 의식을 잃은 듯 보이는 병사를 끌어내 내동댕이쳤다. ● 정보전 완패한 이스라엘 하마스는 시기와 방식에서 허를 찌른 비대칭·기습전으로 이스라엘에 치명타를 안겼다. 이번 사태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력과 기술력을 자랑해온 모사드(해외 첩보), 신베트(국내 첩보) 등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유대교 안식일 새벽을 기해 수천 발의 로켓포 세례를 퍼붓는 동시에 하마스 대원들이 전동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가자지구로 침투하기까지 모사드 등은 아무런 낌새를 채지 못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기만정보나 역정보 공작에 이스라엘이 당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적의 대규모 도발 징후를 놓친 정보전의 실패가 주요 패착이라는 얘기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 또한 대량 포격 방어엔 한계를 드러냈다. 이스라엘은 그간 하마스의 로켓포탄 공격에 아이언돔의 요격률이 90%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 수천 발을 퍼붓는 이번 물량 공세엔 속수무책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보력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CNN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기습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평한 이유다. 이 매체는 조만간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이 이번 사태에서 중요 정보를 왜 놓쳤는지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망신을 당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대적인 지상군 공격을 벌여 점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7개 지역 주민에게 대피 명령을 내려 전면적인 군사작전 전개를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약 8만 명의 예비군을 동원했던 2014년 하마스와의 분쟁 때보다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 하마스 또한 추가 공격으로 응수하는 ‘피의 보복’ 악순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대칭 전력, 기습 도발” 한국에도 시사점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우리 군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휴전선 인근에 장사정포 1000여 문을 배치한 북한은 시간당 1만여 발의 포탄을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다. 또 레이더 포착이 힘든 수백 대의 저고도 침투용 AN-2기, 대규모 특수전부대, 각종 무인기까지 보유한 북한의 비대칭·기습전 능력은 하마스보다 몇 배 우위로 평가된다. 군 소식통은 “하마스의 공격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만 아니라 비대칭 전력을 이용한 기습도발 대비책을 철저히 점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도로에 시체가 수북히 쌓여 있다.”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 거주하는 주민 샬로미 씨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다음 날인 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곳곳에 시체와 불에 탄 자동차가 가득하다”며 참혹한 현지 상황을 전했다. 곳곳에서 숨진 가족을 끌어안고 울부짖는 시민들, 부모를 잃고 하염없이 우는 아이 등이 목격됐다.이스라엘 본토가 1973년 ‘욤 키푸르 전쟁’ 이후 50년 만에 최대 규모로 뚫린 것은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이번 공격의 사전 인지에 실패한 데다 유대교 명절 ‘수막절(수코트·6일)’ 직후 안식일인 7일 새벽에 공격이 이뤄진 탓으로 풀이된다. 또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아이언돔’이라는 첨단 방어망에도 수천 발의 로켓을 동원한 기습 공습을 한 데 더해 지상과 해상, 공중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무장대원이 침투하자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하마스는 시기와 방식에서 허를 찌른 비대칭·기습전으로 이스라엘에 치명타를 안긴 셈이다. ● 패러글라이더 타고 국경 넘은 대원외신들에 따르면 하마스는 수천 발의 로켓포를 집중적으로 퍼부으면서 이스라엘군을 혼란시킨 후 가자지구 남쪽 국경의 이스라엘 마을로 전동 패러글라이더를 탄 대원들을 침투시켰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여러 명의 하마스 대원들이 전동 패러글라이더로 이스라엘 국경 장벽 위로 날아가는 모습이 담겼다. 동시에 하마스 대원들은 픽업트럭, 오토바이, 모터보트 등을 이용해 북쪽과 동쪽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내 20여 개 마을과 군기지에 침투했다. 이후 최소 수십 명의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을 붙잡아 가자지구로 돌아갔다. 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남동부 네게브 사막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혼비백산하며 사막을 뛰어다녔다. 현지 언론 하레츠는 당시 현장을 ‘학살’, ‘전쟁터’ 등으로 묘사하며 오토바이를 탄 하마스 대원들이 군중 속으로 돌진해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 축제에 참가했다 실종된 500여 명을 찾기 위해 명단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또한 하마스 대원들은 총기를 들고 민간인 거주 지역을 이잡듯 뒤지며 사실상의 민간인 사냥에도 나섰다. 이날 X(옛 트위터) 등에는 이들이 여성, 노인, 어린이 등 이스라엘 민간인을 강제로 끌고 가는 영상이 확산했다. 대원들은 피를 흘리는 민간인 여성의 머리채를 잡은 채 지프에 강제로 태웠다. 이 여성의 양 팔은 케이블 타이로 묶여 있었다. 또 다른 대원들은 “나를 죽이지 마세요”라고 애원하는 또 다른 여성을 억지로 오토바이에 태워 떠났다. 일부 대원은 이스라엘군 탱크에서 이미 의식을 잃은 듯 보이는 병사를 끌어내 내동댕이쳤다. ● 정보전 완패한 이스라엘 하마스는 시기와 방식에서 허를 찌른 비대칭·기습전으로 이스라엘에 치명타를 안겼다. 이번 사태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력과 기술력을 자랑해온 모사드(해외 첩보), 신베트(국내 첩보) 등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유대교 안식일 새벽을 기해 수천 발의 로켓포 세례를 퍼붓는 동시에 하마스 대원들이 전동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가자지구로 침투하기까지 모사드 등은 아무런 낌새를 채지 못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기만정보나 역정보 공작에 이스라엘이 당한 것으로밖에 볼수 없다”고 지적했다. 적의 대규모 도발 징후를 놓친 정보전의 실패가 주요 패착이라는 얘기다.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 또한 대량 포격 방어엔 한계를 드러냈다. 이스라엘은 그간 하마스의 로켓포탄 공격에 아이언돔의 요격률이 90%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 수천 발을 퍼붓는 이번 물량 공세엔 속수무책이었다.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보력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CNN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기습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평한 이유다. 이 매체는 조만간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이 이번 사태에서 중요 정보를 왜 놓쳤는지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할 것이라고 전했다.망신을 당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대적인 지상군 공격을 벌여 점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7개 지역 주민에게 대피 명령을 내려 전면적인 군사작전 전개를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약 8만 명의 예비군을 동원했던 2014년 하마스와의 분쟁 때보다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 하마스 또한 추가 공격으로 응수하는 ‘피의 보복’ 악순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대칭 전력, 기습 도발” 한국에도 시사점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우리 군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휴전선 인근에 장사정포 1000여 문을 배치한 북한은 시간당 1만여 발의 포탄을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다. 또 레이더 포착이 힘든 수백대의 저고도 침투용 AN-2기, 대규모 특수전부대, 각종 무인기까지 보유한 북한의 비대칭·기습전 능력은 하마스보다 몇배 우위로 평가된다.군 소식통은 “하마스의 공격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만아니라 비대칭 전력을 이용한 기습도발 대비책을 철저히 점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미국 역사상 초유의 하원의장 해임 사태로 정국이 혼돈에 빠진 가운데 차기 의장 후보로 친(親)트럼프 인사들이 부상하고 있다. ‘극우 대 극우’ 대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공화당의 강성 드라이브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에도 그를 후보로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어 미 의회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차기 의장 후보들 모두 ‘친트럼프’4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공석이 된 차기 하원의장에 짐 조던 법사위원장(59)과 공화당 서열 2위인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58)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던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화당이 함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던 위원장은 이번 해임 사태를 주도한 공화당 강경파 의원모임 ‘프리덤코커스’ 의장을 지낸 대표적 강성 인물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아들 헌터 관련 의혹을 파헤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바이든 대통령의 하원 탄핵 조사도 추진했다. 이민, 낙태, 외교 등 이념 갈등이 첨예한 사안에서 극우적 태도를 보여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던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동맹 관계에 있어 많은 보수 인사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컬리스 원내대표 역시 2020년 대선 불복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친트럼프 인사다. 감세와 총기 소유를 옹호하며 과거 백인우월주의 단체 ‘큐 클럭스 클랜(KKK)’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그는 2017년 미 의회 야구팀과의 연습 도중 반(反)트럼프주의자인 제임스 호지킨슨이 쏜 총에 맞았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병문안을 갔다. WP는 “많은 공화당원들이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성실한 당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프리덤코커스의 지지를 받으려면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해임 사태를 주도한 맷 게이츠 의원은 NBC방송에서 “스컬리스나 조던이 이끄는 하원이 매카시 때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이 밖에 공화당 내 최대 분파인 ‘공화당 연구위원회’를 이끄는 케빈 헌 의원(62) 등도 거론된다.● 트럼프 “내 초점은 대선, 의장 선출 도울 것”11일 치러지는 선거에서 하원의장에 선출되려면 과반인 217표를 얻어야 한다. 공화당 221석, 민주당 212석으로 의석수 격차가 9석에 불과한 만큼 공화당 강경파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앞서 매카시 전 의장은 15차례의 투표를 거쳤고 막판에 강경파의 지지를 끌어내 가까스로 선출됐다. 다만 현재 유력 후보들이 모두 강성파여서 공화당 내 다수인 중도 보수파의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커스 몰리네어로 의원은 “단순히 의장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닌 내년 대선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강경파인 칩 로이 의원도 WP에 “모든 사람을 하나로 모아 승리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하원의장 후보로 내세우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 헌법에 하원의장을 ‘하원 원내 인사’로 제한한 규정은 없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나의 초점은 그것(대선)에 전적으로 맞춰져 있다”면서 “그(하원의장 선출) 과정에 내가 도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공화당에서는 의장 직무를 잘 수행할 훌륭한 사람들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해임 사태를 촉발시킨 게이츠 의원은 11일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에 합류해 연설할 예정이다. 공화당 원로들은 물론 당내 대선주자 대부분이 게이츠 의원을 비판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게이츠 의원의 행동은 2026년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전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미국 역사상 초유의 하원의장 해임 사태로 정국이 혼돈에 빠진 가운데 차기 의장 후보로 친(親)트럼프 인사들이 부상하고 있다. ‘극우 대 극우’ 대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공화당의 강성 드라이브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에도 그를 후보로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어 미 의회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차기 의장 후보들 모두 ‘친트럼프’4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공석이 된 차기 하원의장에 짐 조던(59) 법사위원장과 공화당 서열 2위인 스티브 스컬리스(58) 원내대표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던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화당이 함께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던 위원장은 이번 해임 사태를 주도한 공화당 강경파 의원모임 ‘프리덤코커스’ 의장을 지낸 대표적 강성 인물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아들 헌터 관련 의혹을 파헤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바이든 대통령의 하원 탄핵 조사도 추진했다. 이민, 낙태, 외교 등 이념 갈등이 첨예한 사안에서 극우적 태도를 보여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던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동맹 관계에 있어 많은 보수 인사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컬리스 원내대표 역시 2020년 대선 불복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친트럼프 인사다. 감세와 총기 소유를 옹호하며 과거 백인우월주의 단체 ‘큐 클럭스 클랜’(KKK)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그는 2017년 미 의회 야구팀과 연습 도중 반(反)트럼프주의자인 제임스 호지킨슨이 쏜 총에 맞았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병문안을 갔다. WP는 “많은 공화당원들이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성실한 당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프리덤코커스의 지지를 받으려면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해임 사태를 주도한 맷 게이츠 의원은 NBC방송에서 “스컬리스나 조던이 이끄는 하원이 매카시 때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밖에 공화당 내 최대 분파인 ‘공화당 연구위원회’를 이끄는 케빈 헌(62) 의원 등도 거론된다.● 트럼프 “내 초점은 대선, 의장 선출 도울 것”11일 치러지는 선거에서 하원의장에 선출되려면 과반인 217표를 얻어야 한다. 공화당 221석, 민주당 212석으로 의석 수 격차가 9석에 불과한 만큼 공화당 강경파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앞서 매카시 전 의장은 15차례의 투표를 거쳤고 막판에 강경파의 지지를 끌어내 가까스로 선출됐다.다만 현재 유력 후보들이 모두 강성파여서 공화당 내 다수인 중도 보수파의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커스 몰리나로 의원은 “단순히 의장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닌 내년 대선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강경파인 칩 로이 의원도 WP에 “모든 사람을 하나로 모아 승리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하원의장 후보로 내세우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 헌법에 하원의장을 ‘하원 원내 인사’로 제한한 규정은 없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나의 초점은 그것(대선)에 전적으로 맞춰져 있다”면서 “그(하원의장 선출) 과정에 내가 도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공화당에서는 의장 직무를 잘 수행할 훌륭한 사람들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해임 사태를 촉발시킨 게이츠 의원은 11일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에 합류해 연설할 예정이다. 공화당 원로들은 물론 당내 대선주자 대부분이 게이츠 의원을 비판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게이츠 의원의 행동은 2026년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전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미국 하원의장 해임 여파로 워싱턴 정가가 마비되면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이나 서방의 단일대오 유지에도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해임 당일인 3일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7개국(G7) 정상,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등과 통화했다. 그는 최근 야당 공화당과 합의한 45일짜리 임시예산안에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240억 달러(약 32조6000억 원)가 빠져 있지만 본예산에는 이를 반드시 포함시키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임시예산의 효력은 다음 달 17일로 종료된다. 현재 미 국방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16억 달러(약 2조2000억 원)만 남았다. 미 국방부가 지난달 29일 매카시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속히 승인해 달라”고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임 하원의장 선출이 언제 가능할지 알 수 없고, 설사 새 의장이 선출된다고 해도 매카시 의장의 탄핵을 주도한 공화당 강경파의 목소리가 득세할 수 있다. 공화당은 우크라이나에 쓸 돈을 줄이고 불법 이민자 대처 등 국내 의제에 치중하자는 입장이다. 공화당 대선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줄곧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비판해 왔다. 이에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날 서방의 단결이 더 빠른 전쟁 종식을 가져올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이번 사태가 서방의 균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전자의 움직임을 볼 수 있게 해준 아토초 펄스광 개발에 기여한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관찰의 영역을 원자, 분자에서 전자까지 넓혀줌으로써 물질 내부에서 일어나는 양자역학적인 현상을 포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3일(현지 시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피에르 아고스티니 미국 콜럼버스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페렌츠 크러우스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장, 안 륄리에 스웨덴 룬드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세 과학자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6000만 원)를 3분의 1씩 나눠 갖게 된다. 노벨 위원회는 “(세 과학자는) 전자 세계를 탐구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를 인류에게 제공했다”며 “아토초 물리학은 전자에 의해 지배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했다”고 평가했다. 아토초 펄스광은 100경분의 1초인 아토초 단위로 물질 변화를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아토초 펄스광이 개발되면서 전자의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포착할 수 있게 돼 그간 보지 못했던 다양한 물리 현상 및 생명 현상을 관찰할 수 있게 됐다.전자이동 포착 ‘아토초 펄스광’ 개발 기여 노벨물리학상에 ‘아토초 펄스’ 3인“아토초 물리학 발전-확장에 기여”양자역학-화학-바이오 등 발전 가능륄리에, 5번째 물리학상 女수상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1925년에 ‘전자의 세상은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아토초 물리학으로 이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3일(현지 시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발표한 에바 올손 노벨 물리학위원회 위원장은 이같이 말했다. 양자역학의 대부인 하이젠베르크도 꿈꾸지 못했던 ‘전자’라는 미시의 세계를 이제는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피에르 아고스티니 미국 콜럼버스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페렌츠 크러우스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장, 안 륄리에 스웨덴 룬드대 교수는 빠른 전자의 움직임을 ‘순간 포착’할 수 있는 아토초 펄스광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아토초는 100경분의 1초로 어마어마하게 작은 시간 단위다. 벌새는 1초에 약 80번 날갯짓을 한다. 하지만 사람 눈에는 정확한 날개가 보이지 않고 날개 부분이 흐릿하게 보일 뿐이다. 미세한 움직임을 정확하게 포착하려면 그만큼 짧은 시간을 끊어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아토초 펄스광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것이다. 그간 과학자들은 원자, 분자, 전자 등 미시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아토초 단위의 속도로 날쌔게 움직이는 입자이기 때문에 그간 전자의 운동이나 분포를 확인할 수 없었다. 전자의 움직임을 보려면 전자보다 더 빠른 속도로 빛을 내는 일종의 카메라 ‘플래시’가 필요하다. 올림픽에서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육상 선수를 촬영하려면 그보다 더 빠르게 셔터를 눌러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1980년대까지는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짧은 레이저 단위는 펨토초(1000조분의 1초)라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륄리에 교수가 1987년 적외선 레이저의 주기성을 이용해 아토초 수준의 짧고 강한 빛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아고스티니 교수가 연속적인 아토초 펄스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지만, 지속 시간이 250아토초에 머물렀다. 크러우스 소장은 아고스티니 교수 연구를 기반으로 펄스 지속 시간을 2배 이상인 650아토초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남창희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륄리에 교수와 아고스티니 교수는 초창기 아토초 펄스 개발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크러우스 소장은 이를 토대로 아토초 물리학을 발전시키고 확장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학계에서는 아토초 펄스광의 개발로 전자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양자역학 분야는 물론이고 화학, 바이오 분야 역시 크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령 화학반응이 잘 일어나거나 혹은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물질의 제어가 쉬워지고 이는 신소재 개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생리의학상에 이어 물리학상에서도 여성 과학자가 수상자로 선정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노벨상 중에서도 물리학상은 여성 수상자가 극히 적었다. 지금까지 총 222명의 수상자가 나왔지만, 여성은 단 4명이었다. 이번 수상으로 륄리에 교수는 5번째 여성 물리학상 수상자가 됐다. 륄리에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을 받게 돼 정말 기쁘다. 수상자 중 여성이 드물기 때문에 매우 특별하다”고 말했다.아토초 펄스광전자의 움직임을 관측할 수 있는 극도로 짧은 파장을 지닌 빛. 아토(atto)초는 100경분의 1초에 해당. 아토초 펄스광을 통해 원자나 분자 수준에 머물렀던 과학기술의 능력을 전자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음.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미국 104세 할머니 도로시 호프너 씨가 1일(현지 시간) 1만3500피트(약 4115m)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에 성공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기네스북의 공인이 끝나면 그는 세계 최고령 스카이다이버로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기록은 지난해 5월 스웨덴의 103세 할머니가 수립했다. 호프너 씨는 이날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 ‘스카이다이브 시카고’ 공항에서 소형 항공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점프슈트 대신 하늘색 스웨터에 검은색 바지 차림의 일상복을 입었으며 귀마개도 하지 않았다. 스카이다이빙 전문가와 안전띠를 연결하고 뛰어내린 그는 약 7분 후 지상에 무사히 착륙했다. 머리를 아래로 한 채 앞구르기를 하듯 비행기에서 내리고, 자유낙하를 위해 배를 아래로 향하는 자세 모두 안정적으로 수행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호프너 씨는 100세 때 처음 스카이다이빙을 했으며 이번이 두 번째 비행이다. 조만간 “열기구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갱단이 장악해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 다국적 경찰을 투입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 제재 등의 주요 안건마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비토권) 행사로 사실상 ‘식물 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높아진 가운데 오랜만에 안보리가 행동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안보리는 2일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케냐가 주도하는 약 1000명의 다국적 경찰이 아이티에서 치안 유지 임무를 수행하도록 승인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최소 1년간 아이티에 머무를 다국적 경찰들은 공항, 항구, 학교, 병원 등 주요 인프라를 보호하고, 현지 경찰과 공동작전을 수행하기로 했다. 다만 정확한 배치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장 빅토르 제네우스 아이티 외교장관은 “오랜 고통을 받은 국민들에겐 희망의 빛”이라고 반겼다. 이와 별도로 미국은 1억 달러(약 1350억 원)를 제공할 뜻도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아이티 국민은 오래 기다릴 수 없다”며 다국적 경찰 파견 승인을 호소했다. 이날 결의에는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13개국이 찬성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기권했다. NY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간 분열로 안보리가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조치를 취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이날 결의안 통과는 안보리가 행동에 나선 매우 드문 순간이라고 평했다. 안보리는 2007년 군벌과 테러범이 난립하는 소말리아에 아프리카 연합군이 진입하는 것을 승인했다. 아이티는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의 암살 이후 극심한 사회 혼란을 겪어 왔다. 유엔에 따르면 올 1월 1일∼8월 15일에만 2400여 명이 숨지고 950여 명이 납치됐다. 1100만 명 인구 중 약 60%가 하루 2달러(약 2700원) 미만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극빈층이다. 이에 지난해 10월 아리엘 앙리 총리가 ‘전문 치안 인력의 배치’를 요청했고 이번에 다국적 경찰 파견이 결정됐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태국 방콕의 유명 쇼핑몰 ‘시암파라곤’에서 3일(현지 시간) 오후 4시 20분경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최소 3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고 방콕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6명 부상자 가운데 1명은 외국인으로 알려졌다.용의자는 14세 청소년이어서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5시 10분 경 인근 시암 켐핀스키 호텔에서 그를 체포했다. 그는 총을 내려놓고 저항 없이 체포에 응했다. 정확한 범행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은 최소 10발의 총성이 들렸다고 전했다. 총성이 들리자 시민 수백 명은 빌딩 밖으로 급하게 빠져나갔으며 일부 고객들은 쇼핑몰 내 식당 탁자 밑으로 숨었다. 이날 총격으로 쇼핑몰 입구와 출구가 폐쇄됐다. 현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검은색 셔츠를 입은 용의자가 권총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총성이 들리자 사람들이 피신하는 영상도 등장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미국 104세 할머니 도로시 호프너 씨가 1일(현지 시간) 1만3500피트(약 4115m)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에 성공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기네스북의 공인이 끝나면 그는 세계 최고령 스카이다이버로 등재될 전망이다. 기존 기록은 지난해 5월 스웨덴의 103세 할머니가 수립했다.호프너 씨는 이날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 ‘스카이다이브 시카고’ 공항에서 소형 항공기를 타고 상공으로 올라갔다. 점프수트 대신 하늘색 스웨터에 검정색 바지 차림의 사복을 입었으며 귀마개도 하지 않았다. 스카이다이빙 전문가와 안전띠를 연결하고 뛰어내린 그는 약 7분 후 지상에 무사히 착륙했다. 머리를 아래로 한 채 앞구르기를 하듯 비행기에서 내리고, 자유낙하를 위해 배를 아래로 향하는 자세 모두 안정적으로 수행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호프너 씨는 “나이는 숫자일 뿐, 꿈을 이루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며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정말 좋았다. 모든 것이 기쁘고 경이롭게 느껴졌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100세 때 처음 스카이다이빙을 했으며 이번이 두 번째 비행이다. 조만간 “열기구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갱단이 장악해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 다국적 경찰을 투입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 제재 등의 주요 안건마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비토권) 행사로 사실상 ‘식물 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높아진 가운데 오랫만에 안보리가 행동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안보리는 2일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케냐가 주도하는 약 1000명의 다국적 경찰이 아이티에서 치안 유지 임무를 수행하도록 승인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최소 1년간 아이티에 머무를 다국적 경찰들은 공항, 항구, 학교, 병원 등 주요 인프라를 보호하고, 현지 경찰과 공동작전을 수행하기로 했다. 다만 정확한 배치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장빅토르 제네우스 아이티 외교장관은 “오랜 고통을 받은 국민들에겐 희망의 빛”이라고 반겼다. 이와 별도로 미국은 1억 달러(약 1350억 원)를 제공할 뜻도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아이티 국민은 오래 기다릴 수 없다”며 다국적 경찰 파견 승인을 호소했다.이날 결의에는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13개국이 찬성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기권했다. NY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간 분열로 안보리가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조치를 취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이날 결의안 통과는 안보리가 행동에 나선 매우 드문 순간이라고 평했다. 안보리는 2007년 군벌과 테러범이 난립하는 소말리아에 아프리카 연합군이 진입하는 것을 승인했다.아이티는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의 암살 이후 극심한 사회 혼란을 겪고 왔다. UN에 따르면 올 1월 1일~8월 15일에만 2400여 명이 숨지고 950여 명이 납치됐다. 1100만 명 인구 중 약 60%가 하루 2달러(약 2700원) 미만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극빈층이다. 이에 지난해 10월 아리엘 앙리 총리가 ‘전문 치안 인력의 배치’를 요청했고 이번에 다국적 경찰 파견이 이뤄졌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지난달 30일 열린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친(親)러시아 성향의 좌파 야당 스메르 사회민주당(SD)이 1위를 차지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면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우군이었다. 나토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빨리 전투기를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반대’를 내세운 사민당의 총선 승리로 슬로바키아의 대(對)우크라이나 정책에 변화가 예상된다. 여기에 같은 나토 회원국인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전쟁 장기화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나토 차원의 우크라이나 지원 노선에 균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에 탄약 보내지 않을 것” 1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사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22.94%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우파 성향의 ‘진보적 슬로바키아’는 17.96%로 2위를, 또 다른 좌파 정당인 흘라스는 14.7%로 3위를 기록했다. 사민당을 이끄는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59)는 승리가 확정된 후 1일 기자들과 만나 “슬로바키아는 에너지 및 생활비 가격 급등 등 우크라이나 문제보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입장을 재확인했다. 피초 전 총리는 그동안 유세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단 한 발의 탄약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크라이나 나치주의자와 파시스트들이 러시아인들을 살해하기 시작해 전쟁이 시작됐다”며 사실상 전쟁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장해 온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를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피초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도 반대해 왔다. 앞서 슬로바키아 싱크탱크 글로브섹의 3월 여론조사에서 슬로바키아인 응답자의 51%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이 서방과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거 결과는 19개월 동안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수십억 달러의 군사 지원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면서 시급한 국내 사안에 예산을 써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76석)을 차지하지 못해 사민당은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 동유럽서 퍼지는 ‘우크라 지원 회의론’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회의론은 헝가리, 폴란드 등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서유럽보다 상대적으로 경제 구조가 취약한 이 지역에 타격이 컸던 데다 최근 농산물 수입 분쟁도 불거진 탓이다. 폴란드와 헝가리에서는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자국으로 유입되면서 밀, 해바라기씨유 등의 가격이 하락해 농민 반발이 커졌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후 주요 곡물 수출길인 흑해 항구가 폐쇄되자 육로를 통해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인근 나라들로 수출을 늘려 왔다. 유럽연합(EU)은 5월 불가리아,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에 대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제한 조치를 허용했다. 하지만 시장 왜곡이 사라졌다며 지난달 이 조치를 해제하면서 갈등은 커졌다.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는 ‘수입 금지’ 유지 방침을 밝혔고, 우크라이나는 이 3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이런 갈등 속에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이전하지 않겠다고 맞섰고 헝가리 역시 반발했다. 대표적인 반(反)우크라이나 인사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이번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승리한 피초 전 총리에게 X(옛 트위터)를 통해 “애국자와 함께 일하는 것은 좋다. 기대된다”며 축하했다. CNN은 “전선이 교착될수록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 의지가 시험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피초 전 총리가) 오르반 총리와 함께 유럽에 또 다른 반우크라이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지난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파기한 후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원정 낙태’에 나선 미국 여성이 급증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가톨릭 국가인 멕시코는 그간 일부 주(州)에서만 낙태를 허용했으나 최근 낙태를 전국적으로 합법화했다. 예전에는 멕시코 여성이 낙태 시술을 위해 미국으로 갔지만 이제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루이사 가르시아 씨는 NYT에 “과거에는 미국 여성의 낙태 문의가 한 달에 한 번꼴이었지만 올해는 벌써 80건을 넘었다”고 전했다. 낙태권 운동가 베로니카 크루스 씨 역시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 후 약 2만 명의 미국 여성에게 경구용 낙태약을 보냈다”며 “액세서리, 의류, 인형, 식이보충제 등에 숨겨서 보내고 있다”고 했다. 특히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미 텍사스, 애리조나, 루이지애나주 등에서 멕시코로 오는 사람이 많다. 낙태권은 내년 미 대선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 대사,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모두 현재보다 더 강경한 낙태 금지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지난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파기한 후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원정 낙태’에 나선 미국 여성이 급증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가톨릭 국가인 멕시코는 그간 일부 주(州)에서만 낙태를 허용했으나 최근 낙태를 전국적으로 합법화했다. 예전에는 멕시코 여성이 낙태 시술을 위해 미국으로 갔지만 이제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루이사 가르시아 씨는 NYT에 “과거에는 미국 여성의 낙태 문의가 한 달에 한 번꼴이었지만 올해는 80통 이상”이라고 전했다. 낙태권 운동가 베로니카 크루즈 씨 역시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 후 약 2만 명의 미국 여성에게 경구용 낙태약을 보냈다”며 “액세서리, 의류, 인형, 식이보충제 등에 숨겨서 보내고 있다”고 했다. 특히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미 텍사스, 애리조나, 루이지애나주 등에서 멕시코로 오는 사람이 많다.낙태권은 내년 미 대선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 대사,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모두 현재보다 더 강경한 낙태 반대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아르헨티나의 경제난과 치안 불안은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중남미 전체의 공통 고민이다. 우선 원자재와 농산물 수출 등에만 의존하는 ‘천수답’ 경제 구조로 첨단 제조업이 발달하지 못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아르헨티나의 농산품 수출 비율은 전체 수출의 65.8%를 차지하고 있다. 16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진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 여파로 세계 어느 지역보다 인종별, 계층별 양극화 또한 심하다. 이로 인해 정권 교체는 빈번하지만 정책의 지속성이 확보되기 어렵고 기존 문제점이 더 누적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각각 지난해와 올해 우파에서 좌파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진 칠레와 브라질에서는 정치적 양극화에 따른 진영 갈등이 극심하다. 12월 17일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앞둔 칠레에서는 좌우 진영이 물리적 충돌마저 불사하고 있다.● 500년의 뿌리 깊은 불평등 국제 통계조사 웹사이트 ‘스태티스타’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남미 주요국의 지니계수는 대부분 0.4를 상회한다. 소득 불평등의 척도인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에 위치하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 0.5를 넘으면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 상태로 여겨진다. 마약 문제가 심각한 콜롬비아(0.542)가 가장 높고 브라질(0.489), 멕시코(0.454), 칠레(0.449), 아르헨티나(0.423) 등 주요국 또한 모두 0.4 이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한국의 지니계수(0.339)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북유럽 덴마크는 0.275에 불과하다. 백인과 비(非)백인 간 소득 격차도 심각하다. 같은 해 유엔 자료에 따르면 중남미 원주민의 극빈층 비율은 18.5%였다. 백인 및 백인 혼혈의 극빈층 비율(7.2%)보다 배 이상 높다. 흑인 빈곤율(10.5%) 또한 백인보다 높다. 스페인에서 온 백인은 식민 초기인 16세기부터 금, 은, 구리 등 광산 운영을 독점하며 원주민과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흑인들을 착취했다. 이런 구조가 정착되면서 주요국 모두 소득 최상위에 백인이 있고 그 아래로 메스티소(백인과 원주민의 혼혈), 물라토(백인과 흑인의 혼혈), 흑인, 원주민 순으로 존재하는 일종의 카스트 제도가 형성됐다. 홍성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식민지에도 어느 정도의 경제 발전을 허용한 영국과 달리 스페인의 식민 체제는 수탈한 자원을 철저히 본국으로 가져오는 데만 초점이 맞춰졌다. 이로 인해 중남미 전체가 시장경제를 발달시킬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식민 지배가 끝난 후에는 포퓰리즘과 부정부패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불평등이 500년간 고착화한 사회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둘로 쪼개진 칠레-브라질 좌우 진영의 대립도 심각하다. 지난해 3월 집권한 좌파 성향의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핵심 자원인 구리 및 철광석 기업의 국유화, 민간연금의 공영화, 기초연금 인상 등 사회보장 제도 확대를 주창하고 있다. 특히 그는 군인 출신 우파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73∼1990년 집권) 시절 제정된 헌법에 낙태 허용, 원주민의 재산권 인정, 공공기관 여성 할당제 등 진보 성향 정책을 포함해야 한다며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파 또한 헌법에 낙태 금지, 의료 민영화, 재산세 철폐 등을 넣자며 보리치 정권과 대립 중이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2000만 명 칠레 국민의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지난해 9월 국민투표 때는 38%만 찬성해 부결됐다.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은 보리치 대통령은 “올해는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다만 이번에도 통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17일 현지 여론조사회사 카뎀에 따르면 응답자의 57%가 “국민투표 때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했다. 12년 만에 재집권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에서도 진영 갈등이 상당하다. 룰라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패한 ‘브라질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여전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정계 복귀를 노리고 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담요와 베개는 제공해드릴 수 있지만 내일 오전 7시에는 가게를 나가셔야 합니다.”중국 상하이에 있는 유명 훠궈 체인점 ‘하이디라오’의 종업원이 영업이 끝난 자정 무렵 입장한 손님들을 향해 한 말이다. 테이블 한가운데는 끓는 훠궈 국물 냄비가 있고 손님들은 기름기 가득한 테이블 아래에서 눈을 붙이고 식당의 화장실을 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 시간) “한 끼 식사 가격으로 상하이 중심부에서 하룻밤을 잘 수 있는 이 식당을 많은 젊은이가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스로를 ‘무자비한 절약광’이라 부르는 이들이 중국의 경기 침체 속에서 돈을 아끼기 위해 식당에서 잠을 자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상하이 난징루에 있는 쇼핑몰 푸드코트에서는 ‘블라인드 박스’가 인기다. 온라인 선착순으로 주문받는 이 상품은 메인요리 2개와 반찬 2개를 2.75달러(3700원) 미만에 살 수 있다. 단 어떤 음식이 들어있는지는 미리 알 수 없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알뜰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들이 인기다. ‘사악하게 돈을 절약하는 악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27세의 블로거는 폐점 시간에 식료품점을 찾아 식비를 아끼고 수박 껍질을 절여 만든 간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블로거는 “(블로그) 온라인 광고로 벌어들인 돈을 저축하고 있다”며 “앞으로 3년만 이대로 살면 중국 남부 거대 도시인 선전에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WP는 “지금 중국의 젊은이들은 미래 임금으로 부모나 조부모보다 더 나은 생활방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중국의 피나는 교육제도를 견뎠다”며 “이들은 경제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좋은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압박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이들에게는 검소함이 단지 돈을 절약하는 방법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중국의 경쟁적인 직장과 학교 문화에 대한 요구와 기대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올 6월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21.3%로 통계 작성 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국은 아예 7, 8월 청년 실업률은 공개도 하지 않고 있다. 민심 이반을 우려해 더 나빠진 지표를 공개하지 않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도둑질에 신물이 난 주민들이 직접 도둑을 잡아 경찰에 넘겼다.” 아르헨티나의 치안 불안은 경제난 못지않게 심각한 사회 문제다. 14일 현지 언론 인포바에 등은 “차코주(州) 레시스텐시아 주민들이 치안 불안을 용인하는 당국의 방관에 지쳐 직접 행동에 나섰다”고 전했다. 곳곳에서 강도, 약탈 등의 중범죄가 만연하고 치안 강화를 요구하는 시위 또한 잇따른다. 지난달 9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11세 소녀 모레나 도밍게스는 등굣길에 괴한 습격으로 숨졌다. 마약 구매를 위한 돈이 필요했던 범인들은 어린 소녀의 가방을 빼앗으려 했고, 그 과정에서 도밍게스는 머리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처참하게 희생된 어린 생명 앞에서 전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런데도 현 정권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 또한 정권 교체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수도권 벗어나면 베네수엘라”최근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괴한들이 상점에 집단으로 침입해 물건을 닥치는 대로 쓸어가는 모습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괴한들을 향해 총을 쏘는 가게 주인도 등장했다. 호랑이 우리에 숨겨놓은 금고를 훔치려고 맹수 우리에 뛰어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강도가 있는가 하면 일부 도둑은 유골함까지 털고 있다. 특히 지난달 초(超)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기습적으로 페소 가치를 18% 긴급 절하하자 약탈이 더 기승을 부린다. 치안 불안은 경제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르헨티나는 1950년대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무려 29차례 받았다. 가장 최근인 2018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10.5% 수준인 570억 달러(약 75조7000억 원)를 빌렸다. 당시 중도 우파 정부는 빚을 갚기 위해 세금을 올리고 복지 혜택을 줄이는 등 긴축 재정을 펼치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상의 무상 의료 등 현금 살포성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에 길들여진 국민은 이를 거부했다. 현 좌파 정권 또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돈을 빌렸음에도 이것이 제대로 쓰이지 않으면서 치안 공백을 부추기고 있다. 아르헨티나 경찰의 평균 연봉은 400만 페소(약 1500만 원). 칠레(약 2700만 원), 멕시코(약 1900만 원)보다 적다. 역시 치안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손혜현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객원교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일대는 평온해 보이지만 이곳을 조금만 벗어나도 무법천지”라며 “수도권 밖은 사실상 중앙정부 기능이 마비된 베네수엘라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미국의 오랜 제재와 고질적 경제난으로 살인, 약탈, 방화 등 강력 범죄가 판을 치는 베네수엘라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페소 급락 반기는 이웃 국민들이런 상황을 반기는 이는 우루과이, 칠레 등 이웃 나라 사람들이다. 페소 가치 급락으로 자국 통화의 상대적 가치가 올라가자 원정 쇼핑을 넘어 아예 이사까지 오고 있다. 특히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 엔트레리오스주와 맞닿은 우루과이 살토주 주민의 이사 행렬이 한창이다. 아르헨티나에서 ‘한 달 살기’ 등도 인기다. 살토의 자동차 정비사 카를로스 가릴시아 씨는 부에노스아이레스타임스에 “현재 임차료의 20%만 내도 엔트레리오스주 콩코르디아에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우루과이 페소를 미 달러로 바꾸고 이를 다시 아르헨티나 페소로 환산하면 자국에서 내는 돈의 5분의 1에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살토 주민 마이콜 호르바트 씨는 “다리 하나만 건너면 아르헨티나 땅이어서 이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집을 구하면 일은 여전히 우루과이에서 하고, 거주는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아르헨티나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르헨티나 국민조차 자국 페소를 쓰지 않는다. 일부 화가는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된 페소를 이어붙여 캔버스 대용으로 활용한다. 1만 명의 직원을 둔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 ‘메르카도 리브레’ 또한 직원 이탈을 막기 위해 급여의 일부를 달러로 지급한다. 월급을 페소로 주면 직원들이 달러로 주는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나는 탓이다. 브라질, 칠레 축구팬은 아르헨티나 팀과의 경기 때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을 조롱하기 위해 종종 아르헨 페소를 불태우거나 찢는다. 이에 아르헨 당국은 페소를 찢다 적발된 사람을 최대 30일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법안까지 최근 마련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중국 내 300여 개 대학교가 이번 달 시작된 신학기부터 ‘반미(反美)’, ‘사회주의 찬양’ 등에 관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연설이 담긴 영어 교과서 ‘새로운 시대’를 채택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 보도했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연일 영어 교육을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이뤄지는 영어 학습조차 중화주의 사상이 가득한 교과서를 쓰겠다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새 영어 교과서에는 미국의 침략에 반대하는 시 주석의 연설, 미국에서 유학을 한 많은 중국 학생들이 서구적 사고방식에 젖어 귀국 후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학생들은 서구 문화에 대한 소개 대신 중국의 문화적 성과를 찬양하고, 지난해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이 ‘전 세계에 어떤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등에 관한 내용을 영어로 번역해야 한다. 이 교과서 집필자들은 서문에서 기존 교과서가 서구 문화에만 초점을 맞춰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강조한 덩샤오핑(鄧小平)이 집권하던 1970년대 후반부터 영어 교육을 장려했다. 당시 영어 교과서에는 미국 뉴욕의 상징 ‘자유의 여신상’, 바비 인형 등 서구 문화에 관한 다양한 내용이 포함됐다. 또 1987년부터는 영어 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만 대학 졸업 자격을 갖출 수 있었다. 반면 2012년 말 시 주석이 집권한 후 당국은 영어를 서구의 ‘나쁜 사상’을 퍼나르는 유해 도구로 여겨 영어 사용을 배격했다. 이에 2대 도시 상하이는 2021년 초등학생에 대해 영어 시험을 금지했다. 최근 시안(西安)교통대 또한 학부생들의 학위 수여 조건에서 영어 시험 성적을 제외했다. 베이징 당국은 주요 역의 영문 표기에서도 영어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중국 내 300여 개 대학교가 이번 달 시작된 신학기부터 ‘반미(反美)’, ‘사회주의 찬양’ 등에 관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연설이 담긴 영어 교과서 ‘새로운 시대’를 채택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 보도했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연일 영어 교육을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이뤄지는 영어 학습조차 중화주의 사상이 가득한 교과서를 쓰겠다는 것이다.FT에 따르면 새 영어 교과서에는 미국의 침략에 반대하는 시 주석의 연설, 미국에서 유학을 한 많은 중국 학생들이 서구적 사고방식에 젖어 귀국 후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학생들은 서구 문화에 대한 소개 대신 중국의 문학적 성과를 찬양하고, 지난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전 세계에 어떤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등에 관한 내용을 영어로 번역해야 한다. 이 교과서 집필자들은 서문에서 기존 교과서가 서구 문화에만 초점을 맞춰 많은 문제가 발생했으며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강조한 덩샤오핑(鄧小平)이 집권하던 1970년대 후반부터 영어 교육을 장려했다. 당시 영어 교과서에는 미국 뉴욕의 상징 ‘자유의 여신상’, 바비 인형 등 서구 문화에 관한 다양한 내용이 포함됐다. 또 1987년부터는 영어 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만 대학 졸업 자격을 받을 수 있었다. 최고지도자도 마찬가지였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1997년 미 하버드대를 찾아 영어로 연설했다. 당시 청중은 이런 장 전 주석에게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도 영어가 유창했다.반면 2012년 말 시 주석이 집권한 후 당국은 영어를 서구의 ‘나쁜 사상’을 퍼나르는 유해 도구로 여겨 영어 사용을 배격했다. 서구 문물의 부정적 영향력을 막고 중국의 문화적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는 이유다. 이에 2대 도시 상하이는 2021년 초등학생에 대해 영어 시험을 금지했다. 최근 시안(西安)교통대 또한 학부생들의 학위 수여 조건에서 영어 시험 성적을 제외했다. 베이징 당국은 주요 역의 영문 표기에서도 영어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